o diabo vai trabalhar hoje 25

“이 녀석의 처리는 너희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정민우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자.
“““명에 따릅니다.”””
칠마장 멤버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파지직―
우드득―
서―걱.
화르륵―
콰―앙.
푸―욱.
후―웅.
그리고 일제히 공격을 가하자.
“커, 커헉!?”
용사는 가만히 서 있는 채 그들의 공격을 허용해줄 수밖에 없었다.
“요, 용사님!”
성녀가 용사를 지키기 위해 몸을 감싸 안았으나.
“꺄아아아악!”
지킬 능력이 없던 성녀는 같이 공격에 당할 뿐이었다.
약 10분 동안 공격이 이어진 끝에.
털썩―
인류의 수호자, 아니 인류의 변절자는 성녀와 함께 숨이 멎어버리며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용사도 처리했겠다. 이제 침략을 끝내볼까?’
용사가 죽은 것을 확인한 정민우는 수장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타락한 용사를 죽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아무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마기가 지급됩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쿠―웅!
그리고 아까와 같이 몸에서 마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것도 업적으로 인정을 해주는구나.’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만큼, 예상치 못한 보상의 기쁨은 배로 다가왔다.
‘…라파엘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겠는데?’
본래는 라파엘과 싸울 생각이 없었지만.
‘이 힘이라면, 피해 없이 죽이는 게 가능하겠어.’
힘을 얻게 된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라파엘이 힘을 쓰지 못하는 지금을 노려서 죽여야 한다.’
1품 비둘기를 죽일 기회는 흔치 않으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는 것이 좋았다.
‘어디로 갔을지는 뻔하니, 바로 이동하도록 할까?’
이후 정민우는 칠마장 멤버들에게 간략한 명령을 내리고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신성 제국으로 향했다.
* * *
정민우의 예상대로 라파엘은 신성 제국에 자리하고 있었다.
‘1품 박쥐 따위가 나를 능멸해?’
라파엘은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어떻게 해야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대로 침략당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 해!’
전에는 꼬리표로 인해 침략당하기 싫었다면, 지금은 정민우라는 자에게 패배 자체를 용납하기가 싫었다.
‘현재, 백성들도 전부 영웅이라… 여기서 더 할 것이 없는데.’
정민우에게 복수하겠다는 다짐과 달리, 아쉽게도 라파엘이 현재 손을 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방법이 없는 걸까…?’
새로운 용사라도 발탁하면 사정이 나아졌겠지만.
‘차라리, 용사라도 죽었으면 새로운 녀석이라도 뽑는 건데….’
타락했다고 해도 용사는 용사였기에 죽지 않는 이상 새로운 용사를 발탁할 수가 없었다.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초조함을 드러내던 찰나.
【타락한 용사가 죽었습니다. 용사의 자리에 공백기가 생겨 새롭게 발탁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거늘, 판을 뒤엎을 기회가 찾아왔다.
‘멍청한 녀석, 용사를 죽여버렸구나!’
라파엘은 정민우의 어리석은 행동에 비웃으며, 새롭게 발탁할 용사를 찾기 시작했다.
‘재능이 전부 고만고만한데….’
인류의 숫자가 얼마나 남지 않은 만큼, 강자들만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리 눈에 띄는 재능을 지닌 자는 보이지 않았다.
‘제발, 한 명이라도 나와라.’
라파엘은 두 눈을 부릅뜨며, 열심히 찾아다니던 그때.
‘찾았다!!’
재능이 뛰어나 보이는 고등생물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저 녀석의 이름이 조지였던가?’
예비 영웅 중 유일한 생존자이면서, 다른 영웅보다 막강한 무력을 지닌 자.
또한, 시골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답게 침략자의 복수심을 품은 고등생물이었다.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용사로 발탁해도 손색이 없었다.
‘복수심도 크니, 전에 머저리처럼 배신할 일도 없겠지.’
다만, 조금 걸리는 것이 있다면.
‘마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미약하게나마 조지한테 마기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에이, 기분 탓이겠지.’
현재, 자신의 힘이 제약된 상태에다가 주변에 마기가 짙게 깔려 충분히 혼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넘겨버렸다.
‘곧 녀석들이 찾아올 테니, 빨리 발탁을 끝내야겠어.’
라파엘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뒤.
― 용사가 될 재능을 지니셨군요.
싱그러운 목소리로 조지에게 신탁을 내렸다.
“어…?”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랐는지 조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 조지 님, 당신에게 하는 말이 맞습니다.
이름을 언급하며, 말을 제대로 건 것이 맞다고 대답해주자.
“…제가 용사가 될 재능을 지녔다고요?”
조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질문을 건네왔다.
― 네, 당신은 용사가 될 재능을 품고 있답니다.
“현재, 용사님이 계신 데 또 발탁할 수가 있는 건가요…?”
― 아니요. 그분은 변절해 침략자 측에 붙어버렸습니다.
“용사님께서 변절했다고요…?”
풀썩―
변절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보였다.
― 그러니 당신이 제2대 용사로서 인류의 수호하셔야 해요.
“제, 제가 해낼 수 있을까요?”
― 당신이라면 해낼 수 있습니다.
조지는 잠시 대답하는 것을 망설이더니.
“알겠습니다… 용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용사가 되겠다고 대답했다.
― 현명한 선택이에요.
라파엘은 고등생물의 허락도 구했으니, 용사로 임명하기 위해 신성력을 주입하기로 했다.
‘여기서 평범하게 신성력을 주입한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지.’
용사를 발탁한다고 해도 갓 임명된 상태에서 수장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었다.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 방법을 써야겠지.’
라파엘은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각성했던 전 용사만큼의 신성력을 주입하고 그 대가로 수명을 단 하루로 단축하는 거야.’
과하게 주입하면, 주입한 신성력을 못 찾을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했지만, 열세에 몰린 지금은 상황을 따지고 들 때가 아니었다.
잠시 뒤, 주입을 모두 끝내자.
번쩍―
조지의 눈에 황금색 안광이 터져 나오더니.
펄럭―
전 용사가 그랬듯, 등 뒤에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날개가 생겨났다.
‘성공적이야…!’
그렇게 ‘그로아’ 행성에 제2대 용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183화 침략의 끝 (2)
“…이, 이게 내가 새롭게 얻은 힘?”
조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감탄을 터뜨리며 자신의 몸을 훑어봤다.
― 가서 수장들을 죽여, 인류를 수호해주세요.
“네! 가서 수장들을 죽이고 인류를 수호해 보이겠습니다.”
라파엘의 신탁에 조지는 한 손을 불끈 쥐어 보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 믿음직스럽군요.
“감사합니다.”
신탁대로 수장들을 죽이러 가려는 찰나.
멈칫―
조지가 몸을 멈춰 세우더니.
“…혹시, 성검 같은 무기는 따로 주시지 않는 건가요?”
라파엘의 눈치를 살피며, 무기에 대해서 언급해왔다.
― 그것이… 전 용사가 타락하는 바람에 당장 지급할 무기는 공교롭게도 없답니다.
“그렇군요….”
그녀의 대답에 조지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를 바라봤다.
철제 검과 철제 방패 그리고 철제 갑옷.
수장들과 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장비.
또한, 반복되는 전쟁으로 인해 장비는 닳아 있는 상태였다.
과연, 이 장비로 수장들과 대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 장비에 의존하지 마세요. 그것을 웃돌 정도로 용사님의 힘은 막강하니까요.
라파엘의 말에 조지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적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래, 새롭게 하사받은 힘으로 수장들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거야!’
장비가 부실해서 조금 걱정하긴 했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전능감을 봤을 때 수장들을 압살하고도 남을 것이었다.
‘…이제 그 녀석을 죽여 복수를 이뤄낼 수 있겠구나.’
언데드의 약점은 신성력이니, 부모님과 마을 사람을 죽인 아이작을 손쉽게 처단할 수 있으리라.
‘좋아….’
조지는 정신이 고양된 기분을 느끼며, 성벽 밖을 바라봤다.
끝도 없이 몰아치는 마인들.
수장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저 군세가 머지않아 신성 제국의 성벽을 뚫고 들어올 것이었다.
‘바로 간다…!’
조지는 등에 생긴 날개를 펄럭이며, 빠른 속도로 성벽 밖을 날아갔다.
‘어디에 숨어있는 거냐….’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살펴보자.
‘…저기군.’
산 중턱에서 짙은 마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포착할 수가 있었다.
펄럭―
조지는 저곳에 수장들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산 중턱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마기가 느껴지는 곳에 도착하자.
‘이곳에 있던 게 맞았네.’
초원 위에 수장들이 자리한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 기운은… 그새 새로운 용사를 발탁한 건가?”
용사의 기운을 느낀 엘비스가 조지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려왔다.
“어머, 그분도 상당히 급했나 보네요.”
“성급한 결정을 내렸군.”
“침략당하기 직전이니, 이판사판으로 나온 것 같네요.”
“문헌에 기록된 것이 거짓인 것을 알았으니, 용사는 이제 관심이 없는데….”
“다른 녀석은 없나? 용사의 피는 입에 대기도 싫은데 말이야.”
“홀홀홀, 저를 새로운 컬렉션이 들어왔군요!”
또한, 다른 칠마장 멤버들의 반응도 엘비스와 다를 것은 없었다.
“이놈들! 죽을 준비는 됐겠지?”
조지는 검을 치켜들며, 호기롭게 소리쳤지만, 수장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태평했다.
‘왜, 이 힘에도 겁을 먹지 않는 것이지?’
왠지 모를 싸한 감정을 느끼고 있던 그때.
“홀홀홀, 조지! 훌륭하게 성장했구나!”
저벅, 저벅, 저벅.
아이작이 반갑다는 듯,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다가왔다.
“다, 다가오지 마!”
조지는 아이작을 노려보며, 신성력을 끌어올리자.
“홀홀홀, 오랜만에 봤는데 반가워하지는 못할망정 상당히 까칠하게 구는군.”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뒤로 살짝 물러나 보였다.
“부모와 마을 사람을 죽인 원수…! 죗값을 치를 준비는 됐겠지?”
“죗값이라… 내가 왜 죗값을 치러야 하지?”
“…뭐?”
“나는 침략자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행동을 취한 것뿐이거늘.”
“…….”
아이작이 펼치는 논리에 조지는 아무런 반박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네놈도 알고 있을 텐데, 신성 제국에서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고한 자들을 척결했다는 사실을 말이야.”
“…….”
“그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명분을 만들어 학살을 자행했지. 한데, 그들이 무교인 자들에게 사과했던 적이 있었나?”
“…….”
“없겠지. 그런데, 신성 제국조차 사과하지 않는 것을 나보고 하라니, 어이가 없구나.”
“…….”
이어지는 아이작의 논리에 조지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저런 논리로 따지면 신성 제국도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 각자마다 사정이 다른 건 인정을 하마.”
조지는 전대 용사와 다르게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그 부분을 인정했다고 해서 저들을 안 죽이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유가 어쨌든 간에 저 뼈다귀는 자신의 부모와 마을 사람들을 죽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 나만의 사정에 따라서 너희들을 죽이도록 하겠다!”
조지는 눈앞에 적을 죽이기 위해 검에 신성력을 결집하는 순간.
“그것도 무리가 있겠구나, 조지.”
아이작이 가엾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곤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개소리…!”
조지는 자신을 농락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해 아이작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뒤.
파―앗!
아이작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죽어라!”
그렇게 신성력을 머금은 검이 아이작의 두개골을 꿰뚫으려는 찰나.
“조지, 자결해라.”
푸――욱!
“컥!?”
검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더니, 자신의 심장을 꿰뚫어버리고 말았다.
“쿨럭! 무, 무슨?”
조지는 당혹감이 서린 눈동자로 심장에 박힌 검을 바라보고 있자.
지끈―
머리에서 강한 두통이 일어나더니, 아이작과 조우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어?”
그리고 인위적으로 묻혀 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여태까지 모르고 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세뇌를 당했다고…?”
그 사실은 바로, 아이작이 자신의 뇌에 장난질 쳤다는 것이었다.
“조지, 너는 훌륭한 말이었다.”
“내, 내가 훌륭한 말이었다고…?”
“그래, 너의 가치는 이로써 다했으니 나의 언데드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라.”
“언데드…?”
허망한 얼굴로 아이작을 바라보고 있자.
“헬파이어.”
화아아아아―
바닥에서 검은 불꽃이 솟구쳐 나오며, 조지의 몸을 휘감았다.
“으, 으아아아악!”
이후 제2대 용사였던 조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아이작의 데스 나이트로 다시 태어났다.
* * *
한편, 라파엘은.
【용사가 죽었습니다. 용사의 자리에 공백기가 생겨 새롭게 발탁할 수 있습니다】
“왜, 왜, 왜!! 죽었냐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아 용사가 죽었다는 소식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힘도 전대 용사와 같았잖아, 그러면 수장들을 죽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라파엘은 긴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소리를 내질렀지만.
“하아, 하아, 하아.”
그런다고 하여 암울한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더 이상 판을 뒤집을 수 없어….”
용사를 새롭게 뽑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조지와 같은 재능을 품은 자가 없어 발탁한다고 한들 수장들과 대적할 수는 없을 터였다.
“도, 도망쳐야 해.”
라파엘은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리며, 지금 당장 행성에서 벗어나려는 찰나.
“어디 가려고?”
오싹―
등 뒤에서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언제 뒤를 점한 거지?’
라파엘은 소름 끼치는 감정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뒤로 돌리자.
“용사는 더 이상 발탁하지 않는 거야? 마기가 제법 달달했는데 말이야.”
전보다 몇 배는 강해진 정민우와 다른 박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 얄미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얼굴을 찢어 갈기고 싶었으나.
“네, 네놈….”
지금 녀석들과 싸운다면, 자신의 목숨이 온전치 못 하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젠장….’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상대가 안 되던 자들이었는데 그 사이에 위협적인 존재로 탈바꿈이 되어 있었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 건가?’
라파엘은 이곳을 탈출할 방법을 고민해봤지만.
‘쓰러트리는 방법 말고는 없는 건가…?’
싸워서 이기는 것 말고는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라파엘은 심호흡하며, 머리를 식혀 어떻게 싸울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질 가능성이 큰 전투라고 해도, 전략을 잘 짜면 충분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터였다.
‘내겐 전투 계열의 고유 특성은 없지만,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비전투 계열의 고유 특성이 있지.’
죽지만 않는다면, 온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 강력한 고유 특성.
고유 특성을 전투에서 적절하게 사용해 장기전을 끌고 간다면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었다.
‘…제약이 강해진 만큼, 고유 특성은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전투 구상을 마친 라파엘은 자세를 고쳐잡으며, 아공간에서 철퇴를 꺼내 들었다.
“나를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있나?”
혹시 몰라, 보내줄 의사가 있냐고 묻자.
“당연히 없지. 1품 비둘기를 죽일 기회를 이대로 놓칠 멍청이가 어디겠어?”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정민우가 대답해왔다.
“…그럴 줄 알았다.”
라파엘은 허리를 숙여 보이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수 있는 자세를 취해 보였다.
전투가 일어나기 일보 직전.
‘간다…!’
라파엘은 선빵 필승이라는 말을 믿으며, 달려들려는 순간.
쿠――웅!
“…어?”
정민우의 몸에서 새로운 마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전보다 힘이 더욱 강해져 버렸다.
‘살려달라고 빌어볼까…?’
라파엘은 이길 확률이 낮아졌다는 절망적인 사실에 낭패감을 드러냈다.
* * *
신성 제국으로 향할 당시.
【용사를 죽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루기 힘든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마기가 지급됩니다】
한 번 더 대량의 마기를 얻게 되었다.
‘조지를 용사로 발탁한 것은 의외란 말이지.’
조지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었는데, 라파엘 덕분에 그 고민이 단번에 해결이 되었다.
‘이렇게 보너스로 마기를 줬으니, 나도 그에 맞는 보답을 해줘야겠지?’
보답으로 ‘영원한 안식’을 선물해주면 될 터였다.
‘상황이 술술 잘 풀리는데?’
라파엘을 죽이고 얻을 마기를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
‘라파엘까지 죽이면, 72위 마왕을 찍어 누르는 것도 가능하겠지.’
마왕이라는 계급 때문에 말처럼 쉽게 찍어누르지는 못하겠지만,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는 있을 것이었다.
펄럭―
정민우는 속도를 올리며, 신성 제국 내로 들어가자.
‘저기에 있군.’
머리를 헝클이며, 한껏 비명을 질러대는 라파엘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용사는 더 이상 발탁하지 않는 거야? 마기가 제법 달달했는데 말이야.”
정민우는 반가운 마음에 라파엘에게 인사를 건네곤.
‘싸울 준비를 해볼까?’
곧장 싸울 준비에 들어갔다.
‘심안’까지 사용해 온전한 준비를 마쳤을 때.
【카트라가 사망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결국, 72위 마왕의 손에 죽었구나.’
호기롭게 내기를 걸어오더니, 결국 권좌에 도전하기도 전에 72위 마왕에게 죽음을 맞이해버리고 말았다.
【카트라가 계약에 이행할 수 없는 상태로 판단 돼. 카트라의 마기를 정민우에게 전부 양도합니다】
이어서 메시지 창이 떠오르더니.
쿠――웅!
‘아…!’
전에 받았던 보상을 웃돌 정도의 마기가 몸속에서 넘실거렸다.
‘1품 악마라 이건가?’
정민우는 넘쳐흐르는 힘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곤.
‘자, 이제 싸워볼까?’
파―앙!
곧장 라파엘에게 달려들었다.
184화 침략의 끝 (3)
라파엘에게 달려들자.
“히, 히익!?”
놀란, 라파엘이 뒤로 물러서며 철퇴를 휘둘러왔다.
후―웅.
어설픈 휘두르기였으나 1품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다.
【머리】
하지만, 심안을 통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정민우에게는.
휘―익.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만으로 피할 수 있는 조잡한 공격에 불과했다.
“피, 피해!?”
공격을 가볍게 피해버린 것이 자존심 상했는지, 라파엘이 이를 ‘으득’ 갈아 봉
이번에는 꼭 맞추겠다는 듯, 손잡이를 강하게 쥐고서 철퇴를 휘둘렀으나.
“빈틈이 많아.”
덥―석.
라파엘의 손목을 잡아내는 것만으로 공격을 쉽게 저지해버렸다.
정민우는 남은 한 손을 허공 위로 올려 보이더니.
“이제 내 차례지?”
있는 힘껏 라파엘의 복부를 후려쳤다.
퍼―――엉!
“쿨럭!”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라파엘의 허리가 반으로 접히며 뒤로 날아가려는 순간.
“그렇게는 안 되지.”
정민우는 날아가지 않게 손목을 강하게 쥐어 보이며,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라파엘의 얼굴에 보란 멍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얼굴을 이어 몸을 가격하자, 관절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어버렸다.
“별거 없네?”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
화아아아아―
라파엘의 몸에서 환한 빛이 번쩍이더니, 입었던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해버렸다.
“호오.”
엄청난 회복력에 순수한 감탄을 터뜨리자.
“나를 얕보지 말아라!”
라파엘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쪽 발을 휘둘러왔다.
퍼―억.
정민우는 왼쪽 다리를 올려 보이며, 공격을 막아낸 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좀 전과 같이 흠씬 두들겨 패주는 것으로 응수해줬다.
【…왜, 내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거지?】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게 의아했는지, 라파엘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리는 동시에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아니야, 이건 그저 운이 좋아서 어쩌다 막아낸 것뿐일 거야 공격을 하다 보면, 분명 맞게 될 거야】
하지만, 자신보다 전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었는지 그저 운으로 치부해버렸다.
【지금부터 하는 공격은 다를 거야!】
마음을 다잡았는지, 자세를 고쳐잡아 보이던 때.
덥석.
“철퇴 고맙다.”
정민우는 라파엘이 잠시 철퇴를 느슨하게 잡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가로채버렸다.
찰나에 벌어진 일.
“…어?”
무기를 뺏길지는 몰랐는지, 라파엘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 쓸게.”
정민우는 선물(?) 받은 철퇴를 라파엘에게 곧장 휘둘렀다.
콰―――직.
철퇴가 허리에 꽂히자.
“크헉!”
라파엘의 허리가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버렸다.
“그립감 좋은데?”
정민우는 철퇴에 느껴지는 타격감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콰――직!
라파엘의 머리에 철퇴를 내리꽂았다.
“큭!”
라파엘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자.
“너만 재미 보지 말라고!”
쐐――액!
머리가 회색에서 빨간색으로 물든 아누비스가 두 눈을 번뜩이며, 라파엘을 향해 대검을 내질렀다.
“품계가 낮은 박쥐 따위가 어딜 감히!”
라파엘은 아누비스한테까지는 공격을 허용해주기는 싫었는지, 혼신을 담아 주먹을 휘둘렀지만.
퍼―억.
아누비스가 손쉽게 피하면서 공격은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응, 느려.”
어설픈 공격에 아누비스가 비웃음을 지어 보임과 함께.
“죽어!!!”
푸――욱!
대검을 힘껏 내질러 라파엘의 심장을 꿰뚫었다.
“쿨럭!”
라파엘은 피를 토해내면서, 아누비스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어깨를 붙잡았으나.
“더러운 손으로 제 동료의 어깨를 잡지 마세요.”
비너스가 나타나 채찍을 휘둘렀다.
휘리릭―
“큭!?”
채찍이 라파엘의 목에 휘감기면서, 숨통을 거세게 압박해왔다.
“이년…!”
라파엘이 비너스를 죽일 듯이 노려봤지만.
“눈빛이 불손하시네요?”
푹―
비너스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두 손가락으로 라파엘의 눈을 찔러버렸다.
“으, 으아아아아악!!!”
라파엘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싸자.
“거참, 시끄럽게도 지르는군.”
녹색 갑옷을 차려입은 로크가 나타나며, 주먹을 내질러왔다.
주먹이 라파엘의 복부에 맞닿는 순간.
퍼―――――――엉!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라파엘의 배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헉!”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격통에 라파엘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안색이 노랗게 질려버렸다.
콰――――앙!
이어서 몸이 바닥과 충돌하자.
“…죽어.”
쐐애애애앵―
엘린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톱니바퀴 모양을 한 수천 개의 바람을 라파엘에게 쏘아냈다.
“크르르르르륵!?”
라파엘은 바람에 의해 피부가 갈가리 찢어짐과 함께.
고오오오오오오!
바람이 모여 만들어진 허리케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정도의 공격을 당했으면, 1품 비둘기라고 한들 버텨낼 재간이 없으리라.
마교회 멤버들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허리케인을 바라보고 있자.
저벅, 저벅, 저벅.
허리케인 속에서 한 인영이 걸어 나왔다.
“후, 박쥐라고 무시했는데 꽤 강하잖아?”
그 인영은 바로, 라파엘.
“근데, 이게 너희의 전력인가?”
조금 전 만신창이가 됐던 모습은 사라지고 상처 하나 없는 상태로 자리해 있었다.
“이 정도라면 실망인데?”
얻어맞았을 때 질렀던 비명은 생각나지 않는지, 라파엘이 한껏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도발을 걸어왔다.
‘귀엽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정민우는 라파엘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거야】
심안을 통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정민우에게는 살기 위한 발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그럼, 만족하실 때까지 계속해서 공격해드릴게요.”
“헹, 입만 살았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던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죽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나 보자고.”
또한,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마교회 멤버들도 라파엘의 뻔한 속내를 눈치를 챘는지 코웃음을 치며 대답해 보였다.
【…이, 이게 아닌데】
예상과 다른 반응에 라파엘은 속으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젠장… 허세는 통하지 않는 건가?】
불안감을 조성해 빈틈을 노려 공격을 시도하려던 계획이 실행도 하기 전에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요행은 바랄 수 없는 건가….】
라파엘은 쓴웃음을 지으며, 예비로 준비해뒀던 철퇴를 아공간에서 꺼내 들었다.
【앞으로 회복할 수 있는 횟수는 100번… 어떻게든 그 안에 저 녀석들을 쓰러뜨려야 한다…!】
그렇게 라파엘이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남은 횟수가 100번이라….’
정민우는 남은 횟수를 어떻게 하면 빠르게 소진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
라파엘을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내몰아 고유 특성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간 보는 것은 여기까지 하고 전력으로 밀어 붙여볼까?’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1. 로크
2. 555번
3. 아누비스
4. 엘린
5. 비너스
6. 루시퍼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본래라면 적을 빠르게 죽이기 위해 로크의 고유 특성을 복사했겠지만, 딱 봐도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누비스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는 것이 좋겠지.’
로크의 고유 특성이라면, 빠르게 횟수를 차감시킬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시간 내에 죽이지 못하면 역으로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3번과 6번을 복사하도록 할게.’
선택을 마치며, 아누비스와 루시퍼의 고유 특성을 선택하니.
【아누비스 고유 특성 ‘각성’을 복사합니다】
【루시퍼 고유 특성 ‘오만’을 복사합니다】
두 개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쿵――!
이어서 몸에서 힘이 솟구치더니, 혈관이 튀어나옴과 함께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되었다.
그리고 검은색 머리카락이 피를 머금은 것처럼 빨갛게 물들었을 때.
“후….”
정민우는 속에서 활화산이 들끓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충혈된 눈으로 라파엘을 바라보자.
흠칫―
시선이 마주친 라파엘이 얕게 몸을 떨어 보였다.
흡사, 포식자 앞에 만난 피식자 같은 모습.
‘완전, 겁먹은 비둘기가 따로 없네.’
4명밖에 없다고 알려진 1품 비둘기가 이렇게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이니, 한심하게 보일 따름이었다.
‘잘하면, 타락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잠시, 라파엘을 타락시켜 종으로 삼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니야, 중요한 시기를 앞둔 지금은 마기가 더 중요해.’
종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업적을 달성해 마기를 받는 게 이득이었기에 생각을 빠르게 철회했다.
‘그럼, 지체하지 않고 죽이러 가볼까?’
펄럭―
정민우는 날갯짓하며, 라파엘 앞으로 다가가자.
“다, 다가오지 마!”
후―웅.
라파엘이 철퇴를 휘두르며, 뒤로 걸음을 옮겨 거리를 벌렸다.
“싫은데?”
전력을 다해 휘두르는 것 같았으나.
휙, 휙, 휙, 휙, 휙, 휙, 휙―
아쉽게도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이런…?”
공격을 유유히 피해내며, 라파엘 앞까지 도착하자. 그녀의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변해버렸다.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지?”
주먹에 마기를 응집시켜, 라파엘의 얼굴을 후려치자.
퍼―――――――――엉!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터져버리며, 목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일반 비둘기였다면, 즉사를 면치 못했을 공격이었지만.
화아아아아―
1품 비둘기는 다른지, 빛이 번쩍임과 함께 사라졌던 머리가 생겨났다.
“웩! 허억, 허억!”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까지는 회복시켜주지는 못하는지 라파엘은 헛구역질과 함께 깊은숨을 토해냈다.
“이제, 99번 남았지?”
“그, 그걸 어떡해…?”
라파엘이 떨리는 눈으로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물었지만.
퍼―――――――――엉!
영업 비밀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기에 정민우는 대답 대신 주먹을 휘둘렀다.
“이걸로 98번.”
* * *
이후 라파엘의 거친 발악이 이어졌지만.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
.
.
.
압도적인 무력 앞에선 그 어떠한 발악도 통하지 않았다.
신성력을 전부 소진해버린 탓에 이제 고유 특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
덥석―
정민우는 라파엘의 목을 붙잡은 채, 끝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 유언은?”
그래도 싸웠던 정이 있으니, 아량을 베풀어 라파엘의 유언 정도는 들어주기로 했다.
“사, 살려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점령했던 행성들을 전부 네게 주도록 할게….”
라파엘은 유언을 남기는 것 대신, 협상을 제안해왔다.
전이었다면, 꽤 혹했을 제안이었지만, 지금은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행성을 차지하는 것보다 1품 비둘기를 죽여서 마기를 얻는 것이 더 이득이지.’
행성을 받는다고 해도 침략을 해야 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비둘기를 죽이는 것은 목만 비틀면 그만이었다.
“아니, 거절할게.”
“제, 제발 살려……!!!”
뿌득―
그녀의 제안을 깔끔하게 거절하고 목을 비틀자.
【4명밖에 없다는 1품 천사를 죽였습니다】
【낮은 경지로 높은 경지의 적을 죽이는 경이로운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보상으로 1품의 천사의 신성력을 마기로 치환해 지급됩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오….”
새로운 마기가 몸에 치솟기 시작한 찰나.
【‘그로아’ 행성을 침략했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마기가 지급됩니다】
때마침, 수장들이 침략을 마쳤는지 다른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행성에 남아 있던 72위의 마왕의 잔재가 귀속됩니다】
또한, 마왕의 잔재까지 얻게 되며, 엄청난 마기가 몸속으로 유입이 되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로써 정민우는 만 번째 행성을 침략하는 데 성공하며, 권좌에 도전할 준비를 모두 마치게 되었다.
185화 복귀
‘마왕의 잔재라서 그런지, 마기가 상당히 농밀하네.’
마왕의 잔재는 달라도 다른 것인지, 여태까지 느꼈던 마기 중에 가장 짙고 깊은 느낌을 주었다.
‘마왕이 되면, 나도 이런 마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72위 마왕이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뤘다고 해도 계급이 깡패인지, 마기의 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기의 총량은 내가 훨씬 앞서니까. 싸움에서 절대 밀릴 일은 없지.’
‘심안’을 통해 생각을 읽을 수도 있으니, 밀리는 것을 넘어 압도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새로 얻은 마기를 실험해보고 싶네.’
정민우는 이 힘을 어디서 실험해볼까 고민하던 찰나.
“드디어 끝났군요.”
“이제 쉰다!!!”
“…너무 길었어.”
“이제, 아무것도 안 해도 쉬어도 되는 거지?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그로아’ 행성을 침략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다들, 행성을 침략해서 기분이 좋은가 보네.’
그 모습에 정민우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고생 많았어.”
그리고 여태까지 같이 노력해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자.
“민우 님도 고생하셨어요.”
비너스가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전해왔고.
“내가 좀 고생했지.”
아누비스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왔다.
“…민우도 고생 많았어.”
엘린은 조용한 목소리로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고.
“덕분에 많은 마기를 얻게 되었어. 진짜, 민우를 따라나서실 잘했다니까? 개굴개굴.”
로크는 대량의 마기를 얻게 해준 것에 감사함을 표해왔다.
“너희들이 있는 덕분에 이만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어.”
“““…민우.”””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그때.
“민우 님, 이제 저희는 마계로 돌아가는 건가요?”
비너스가 질문을 건네왔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운데….’
아직, 진급 시험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마계로 가기에는 조금 모호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잠시, 고민에 잠긴 결과.
‘그래, 그런 식으로 가면 되겠어.’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얘들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내겐 그것이 있으니 상관이 없겠지.’
정민우는 생각을 마치며, 비너스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니, 바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야.”
“““…….”””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소리에 마교회 멤버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불길함을 직감한, 비너스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남은 시간 동안 행성을 더 침략할 거야. 지금, 마계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모호하잖아?”
“그렇지만… ‘그로아’ 행성을 끝으로 모든 준비를 마치신 거 아닌가요?”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지.”
“아….”
정민우의 대답을 들은 비너스는 충격을 받았는지, 입만 뻐금거릴 뿐 쉽사리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거짓말쟁이, 쉬게 해준다고 했잖아!”
“…거짓말은 좋지 않아.”
“젠장,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올 수가 있어!? 개굴개굴.”
보다 못한 다른 마교회 멤버들이 정민우에게 따지고 들었지만.
“다들 칠마장 멤버들이 4대3 구도로 싸웠을 때 소원권을 걸고 내기했던 거 기억하지?”
“““…….”””
“그 소원권을 사용하도록 할게. 내 소원은 남은 시간 동안 행성을 침략하는 거야.”
소원권을 사용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소원권을 사용하다니….’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어.’
‘민우는 정말 악마야… 아, 이건 칭찬인가?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억울한 감정을 느꼈지만, 내기에서 진 것은 사실이기에 더 이상 따지고 들 명분이 없었다.
“그러면, 다시 힘차게 침략을 이어가 보자고.”
그렇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다른 행성을 침략하며 시간을 보내게 됐다.
‘다이닉’ 시간 축으로 총 2,000년이 흘렀을 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데리고 마계로 복귀했다.
* * *
추가로 만 개의 행성을 침략하고, 포탈정거장에 발을 내딛자.
“오, 왔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사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왔다.
‘여전하시네.’
이번에도 나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포탈정거장에 자리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대마왕님, 나와계셨군요?”
“물론이지, 이런 날에 안 나오고 배겨?”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근데, 너 단단히 사고 쳤더라?”
이내, 음흉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팔꿈치로 찌르며 말해왔다.
“사고 말입니까?”
사고라는 말에 정민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사탄에게 묻자.
“와,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야? 너 이번에 1품 비둘기 죽였잖아. 지금 마계에 소문 쫙 퍼졌어.”
라파엘을 죽인 것을 언급해왔다.
‘아, 순간 까먹고 있었네.’
남은 시간 동안, 만 개의 행성을 침략하다 보니, 라파엘의 존재를 잠시 잊고 말았다.
‘1품 치고는 너무 약해서, 나도 모르게 죽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네.’
72위 마왕이 대차게 깨지고 도망쳤는데, 일개 악마가 용사를 죽인 것을 이어 1품 비둘기까지 죽였으니 떠들썩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4명밖에 없는 품계치고는 수준이 낮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정민우는 사실 그대로 사탄에게 말하자.
“이야, 이게 바로 천재의 오만함? 그런 거야?”
“아닙니다.”
“어휴, 나 같은 평범한 악마는 부러워서 살 수가 있겠나.”
“대마왕님도 평범함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만.”
“나도 평범함이랑은 거리가 먼 줄 알았는데, 너를 보니까 평범한 게 맞는 것 같아.”
사탄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쳐왔다.
장난을 치길 잠시, 사탄이 진지한 눈빛으로 정민우의 몸을 훑더니.
“그건 그렇고. 마기가 장난 아니게 늘었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마기에 순수한 감탄을 터뜨려왔다.
“이 정도 마기면… ‘안드로말리우스’를 뛰어넘었는데?”
그리고 72위 마왕보다 마기가 많다고 말을 덧붙여왔다.
“그거 다행이로군요.”
이번 침략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마기를 얻었기에 72위 마왕보다 총량이 더 많지 않을까 추측했었지만.
‘추측과 확신은 다르지.’
혹시, 몰라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었는데 사탄의 확답으로 인해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녀석이 널 보면 엄청 기겁하겠는데?”
“기겁해야죠. 곧 마왕의 자리에 박탈당하게 될 텐데.”
정민우의 능글스러운 대답에 사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럴 수밖에 없죠. 용사도 죽이지 못하고 꽁지 빠지게 도망친 떨거지에게 질 일이 있겠습니까?”
안드로말리우스는 계급이 마왕일 뿐, 정민우와 비교했을 때 뭐 하나 나은 부분이 없었다.
“하기야, 1품 비둘기까지 죽인 마당에 안드로말리우스는 상대조차 안 되겠지. 그러면, 바로 권좌에 도전하는 거야?”
“곧, 진급 시험이 있으니 동료들의 품계를 올린 뒤 권좌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마교회 멤버들 또한 72위 마왕의 부하들과 맞붙어야 하니, 품계를 올리고 권좌에 도전하는 것이 안전했다.
“며칠 뒤에 진급 시험이니, 꽤 바빠지겠네?”
“아니요. 행성을 침략하면서 틈틈이 준비했기에 더 준비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 그러면 너희에게 전할 정보가 있으니 집무실로 이동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딱 봐도 권좌에 관한 얘기인 것 같아 정민우는 따로 질문을 건네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바로 가자.”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사탄을 따라 집무실로 이동했다.
* * *
대마왕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다들 예상했다시피, 집무실로 부른 건 권좌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야.”
사탄이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권좌는 세 가지 방식으로 치르는 거 알고 있지?”
“예, 알고 있습니다.”
“‘사투’는 문제없이 이길 것 같으니 괜찮지만, ‘행성 전쟁’과 ‘부하 전쟁’은 주의해야 할 거야.”
“그렇습니까?”
나름, 마인들이 강하다는 자부심과 마교회 멤버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기에 정민우는 사탄의 말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라파엘을 죽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드로말리우스가 부랴부랴 준비에 들어섰거든.”
“뒤늦게 준비에 들어선 거면 걱정할 것이 없는 거 아닙니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안드로말리우스가 고등 생물에게 마기를 나눠줬거든.”
얘기를 들어보니, 마왕의 마기는 질적으로 뛰어나 고등 생물에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눠주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즉, 쏟아부을수록 배 이상 강해진다는 뜻이렷다.
“또한, 부하들에게 금지했던 진급 시험도 허락했지.”
안드로말리우스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봐 부하들이 품계를 올리는 것을 금했었는데 발등에 불이 붙는 바람에 허락했다는 것이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무능한 마왕이지만, 희한하게도 그 녀석의 부하들은 꽤 유능하거든.”
평가가 짠 사탄이 유능하다고 말했다는 것은 상당한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었다.
‘만만하게 보는 건 안 되겠네.’
방심하진 않았지만, 정민우는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능력이 뛰어난 만큼 이번 진급 시험에서 높은 확률로 1품으로 올라가게 될 거야.”
“잘하면, 제 동료들과 만나게 될 수도 있겠군요.”
본래는, 2품 진급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마교회 멤버들의 마기가 산정했던 것보다 몇 배는 늘어나게 되면서 1품 진급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1품 진급 시험을 치르는 것이니, 아무래도 무조건 만난다고 봐야겠지.”
“진급 시험 때부터, 싸움이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그렇지. 그쪽에서는 너희를 어떻게든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려올 테니까.”
뒤에서 이 얘기를 듣던 마교회 멤버들은.
‘이번 진급 시험은 쉽지 않겠어….’
‘오, 권좌에 도전하기 전에 싸워볼 수 있는 건가?’
‘…만나면 짓뭉개버리면 그만이야.’
‘진급 시험에서 만난다고…? 이건 조금 떨리는데… 개굴개굴.’
진급 시험에 무조건 붙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건, 안드로말리우스 부하들의 정보니까. 잘 숙지하고 있어.”
사탄은 아공간에서 서류를 꺼내 들어 정민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민우는 서류를 받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됐어,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
사탄이 피식 웃어 보이며, 어깨를 두드려왔다.
“이렇게 밀어주는 데 실패하면 알지?”
그리고 짓궂은 농담을 덧붙여왔다.
“실패는 모르겠고. 마왕이 되면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신다고 했으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설마, 마왕이 됐는데 파티 규모가 작지는 않겠죠?”
정민우는 농담에 맞춰 능청스럽게 대답해 보였다.
“풉, 그래 약속대로 네가 마왕이 되면 성대한 파티를 열어줄게.”
“하하, 기대 하겠습니다.”
“이거, 실망하지 않게 하려면 미리 파티를 준비해야겠는데?”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은 뒤.
“동료들의 진급 시험을 준비하러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는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도 받았으니,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좋겠지.’
진급 시험 준비는 옛날 옛적에 끝났지만, 안드로말리우스의 부하가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것에 맞춰 새롭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들어가 보도록 해봐.”
“예, 진급 시험이 끝나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는 사탄에게 인사를 건네고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집무실에서 벗어났다.
186화 1품 진급 시험 (1)
한 사내가 옥좌에 앉은 채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그 사내는 짙은 흑발 머리에 머리카락은 위로 뻗쳐 있으며, 전형적인 귀족 양식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밋밋한 인상의 사내이지만, 손에 휘감고 있는 뱀 때문에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을 심어주었다.
인상착의를 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듯, 이 남성의 정체는 72위 마왕으로 알려진 ‘안드로말리우스’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햇병아리 주제에 권좌를 도전하려고 들어…?”
평소, 권좌를 도전하는 떨거지들이 꽤 있기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설마, 지는 것은 아니겠지?”
도전하는 상대가 용사와 1품 천사를 죽인 것으로 알려진 ‘정민우’이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찾아본 정보로는 엄청 유능하던데….”
자신 또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자부하지만, 정민우와 비할 바가 되지는 못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는 사탄과 같은 초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의 코스를 밟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엄청난 재능을 지녔다고 알려진 사탄마저도 1품일 때 용사를 죽이거나 1품 천사를 죽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민우가 그 이상의 코스를 밟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준비할 시간이 너무 빠듯한데.”
소문으로는 진급 시험이 끝나자마자. 권좌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으니 한 달 채 시간이 남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했다면 마음이 조금 놓였겠지만.
“카트라를 죽이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준비하지를 못했어….”
카트라의 저항이 거센 나머지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해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시간을 꽤 잡아먹었지만, 꼭 죽여야 했던 녀석이었으니까.”
카트라를 이번에 죽이지 않았다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녀석으로 성장했을 터였다.
“시간이 빠듯하지만, 충분히 이겨볼 만해….”
정민우의 업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행성이 아닌 마계니까.”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마계라면, 자신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전투적인 부분도 자신이 더 앞서리라 확신했다.
“‘사투’는 내가 이긴 것과 마찬가지이니 넘겨두도록 하고. 문제는 ‘행성 전쟁’과 ‘부하 전쟁’이란 말이지.”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정민우가 다스리는 고등 생물이 꽤 강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니, 누가 고등 생물한테 그 많은 마기를 나눠 줄 생각을 해?”
고등 생물치곤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짜증이 솟구쳤다.
제대로 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그만한 마기를 고등 생물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짜증이 안 날 수 있겠는가?
“마기가 아깝긴 했지만, 이미 나눠줬으니 미련 가져봐야 좋을 건 없겠지.”
두각을 보이는 고등 생물들에게 마기를 나눠줬으니, ‘행성 전쟁’에 맥없이 패배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여기서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은 이유는.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게 아쉽네.”
고등 생물마다 종족의 한계가 있다 보니 무작정 마기를 퍼붓는다고 해서 무조건 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행성 전쟁’은 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부하들이 이번 진급 시험에 참여하니, ‘부하 전쟁’은 이긴 것과 마찬가지겠지.”
부하들이 성장하는 것이 두려워 품계를 올리는 것을 금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이 허락하게 되었다.
“이러면, ‘행성 전쟁’을 진다고 해도, ‘부하 전쟁’과 ‘사투’를 이기게 되니 권좌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겠지.”
안드로말리우스는 자신이 정민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투’에서 쉽게 이기리라 판단을 내린 것을 보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마왕이 이 상황을 봤다면, ‘사투’ 또한 쉽지 않았으리라고 판단 내렸겠으나.
“마왕의 자리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참에 몸소 알려줘야겠어.”
방어기제로 인해 안드로말리우스는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다들, 밖에 있겠지?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라.”
그 사실을 모르는 안드로말리우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부하들을 집무실로 호출했다.
끼익―
안드로말리우스의 호출에 4명의 인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 진급 시험에 정민우의 부하들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너희도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습니다.”””
“현재 2품인 너희와 달리 그들은 4품인 상태지, 즉 객기를 부려서 시험에 응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다른 4품인 악마가 1품 진급 시험에 응시한 거면 객기라고 봐도 무방하나.
이만 개의 행성을 침략하고 용사와 1품 천사를 죽여 업적으로 마기를 받은 마교회 멤버들에게는 해당하는 말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도 탈락할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이번 진급 시험을 치르는 도중 정민우의 부하들을 만난다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탈락시키게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자신감에 찬 부하들의 대답에 안드로말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달 사항은 전부 전했으니, 이만 나가보도록 해.”
“““예,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부하들이 집무실 밖으로 나간 뒤.
“…정민우, 네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나를 이길 수는 없을 거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사투’를 준비하기 위해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저택으로 돌아온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안드로말리우스의 부하들의 정보를 바로 확인해보자.”
회의실에 모여, 사탄이 준 정보를 확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민우는 사탄에게 받았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상단에 있는 정보부터 확인했다.
【소튼】
― 2품 악마이며, ‘언령’에 관한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있음.
― 자신보다 품계가 낮고 마기가 적어야 고유 특성 효과가 적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뛰어난 무력으로 단점을 상쇄함.
― 주로 언령을 곁들인 전투를 즐기는 것으로 파악.
‘언령이라는 고유 특성과 뛰어난 무력이라….’
실제로는 다를 수 있겠지만 정보만을 봤을 때, 이런 뛰어난 인재가 72위 마왕 밑에 있다는 게 의아함이 들 정도였다.
‘마기가 이 녀석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겠네.’
현재, 마교회 멤버들은 자신이 갓 1품이 되었을 때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마기를 품고 있었기에 ‘소튼’보다 높은 총량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사탄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녀석이니, 비장의 한 수쯤은 숨겨두고 있을 테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당할 수도 있으니,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는 게 좋겠어.’
대비책은 이후에 마련하기로 하고 다음 장을 넘겨봤다.
【에볼로】
― 2품 악마이며, ‘분신’에 관한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있음.
― 총 5명의 분신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인원이 늘어날수록 육체 능력과 마기가 줄어듦.
― 전투 중에는 고유 특성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
‘분신이라… 이 고유 특성도 꽤 흥미롭네.’
인원이 늘어난다는 것에 흥미가 조금 동했지만.
‘이 고유 특성은 쓰레기네.’
설명을 읽어보니, 그리 좋은 고유 특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힘이 분산되어 약해진다면, 오히려 상대하기가 쉬워지지.’
마기는 악마의 원천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굳이 인원을 늘려 페널티를 안고 갈 멍청이가 어디겠는가?
‘전략적 사용이면 모를까, 전투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겠네.’
반지를 통해 만든 그림자 악마가 ‘분신’ 고유 특성보다 몇 배는 나아 보였다.
‘그래도 분신을 통해 귀찮게 굴어올 수 있으니, 이 녀석도 대비책을 마련해야겠지.’
좋은 고유 특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얕잡아 봐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녀석을 봐볼까?’
이어서 다음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서류를 넘기자.
‘음?’
서류 한 장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분명, 인원이 4명이라고 했었는데?’
정민우는 서류 한 장이 누락 됐다고 생각하며, 사탄에게 나중에 연락을 넣기로 했다.
‘지금은 이것 먼저 확인해봐야지.’
서류 쪽으로 시선을 옮겨 정보를 읽어보니.
‘아, 누락 됐던 게 아니었구나?’
왜 한 장 밖에 없었는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서류 한 장엔 두 명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다.
【에단, 에반】
― 2품 악마이며, ‘쌍둥이’라는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있음.
― 생각과 마기를 공유할 수 있음.
적힌 정보 중에 가장 짤막한 내용.
‘가장 귀찮은 상대가 되겠어.’
내용은 짧았지만, 정민우는 ‘언령’을 사용하는 ‘소튼’보다 귀찮은 상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있었다.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전투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거지.’
마교회 멤버들도 오랫동안 합을 맞춘 덕분에 톱니바퀴 같은 팀워크를 선보일 수 있게 됐지만.
‘일심동체 같은 움직임과 비할 바가 되지는 않지.’
서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녀석들보다는 정교하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실력으로 짓누를 수 있다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마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거지.’
마기를 공유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한 명에게 모두 몰아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단순 계산만 해도 2배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니 그 위력은 어마어마할 터였다.
‘안드로말리우스… 무능한 것과 달리 인복이 넘쳐나는구나.’
권좌를 도전할 때 안드로말리우스가 아닌, 그의 부하들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네요.”
“꽤, 재밌는 싸움이 되겠는데?”
“…방심하면 안 되겠어.”
“으… 이런 녀석들과 진급 시험을 같이 치러야 하는 거야? 개굴개굴.”
아누비스를 제외한 다른 마교회 멤버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서류를 보며 한마디씩 감상을 내놓았다.
“다들, 긴장을 바짝 해야겠는데?”
정민우는 어두워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자.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좋네요.”
“헹! 이딴 녀석들한테 왜 긴장을 해?”
“…비너스 말대로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상대네.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이야.”
“마, 맞아. 나도 아누비스와 뜻이 같아. 단 1도 긴장을 못 느끼겠는데?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얕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해왔다.
조금 환해진 분위기.
정민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전체적으로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러면, 적에 관한 정보도 알았겠다. 대비책을 세워보도록 할까?”
대비책을 세우자는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호승심이 깃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 그들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나누며, 대비책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마교회 멤버들은 대비책에 맞춰 훈련하며, 만만의 준비를 가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진급 시험을 치르는 날이 찾아왔다.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중립 지역으로 곧장 향했고.
안드로말리스 또한 부하들을 데리고 중립 지역으로 이동했다.
187화 1품 진급 시험 (2)
중립 지역에 도착하니.
‘여전히 악마들이 많네.’
전처럼 많은 악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진급 시험 신청하러 가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데리고 콜로세움처럼 생기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뚜벅.
안으로 들어가니, 밖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악마가 건물 안에서 복작거리고 있었다.
“접수처로 가서 진급 시험 신청하자.”
마교회 멤버들의 진급 시험 응시를 위해 접수처 쪽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오,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하다는 정민우 아니야?”
뒤에서 삼류 양아치가 내뱉을법한 대사가 들려왔다.
정민우는 누가 이런 저급한 대사를 내뱉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자.
“대마왕님 탄생일 이후로 만난 게 처음이지?”
72위 마왕인 안드로말리우스가 한껏 오만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갑다?”
그리곤 한쪽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해왔다.
‘딱 봐도 기죽이려는 거네.’
‘심안’을 통해 생각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뻔한 수작.
‘분명, 손을 맞잡으면 전력을 다해 힘을 주겠지.’
너무 뻔해서, 고유 특성에 없는‘미래시’를 터득한 것만 같은 기분.
‘어떻게 골려주는 게 좋을까?’
상대방이 먼저 수작을 걸어왔으니, 정민우도 거기에 맞춰 대응할 생각이었다.
‘일단, 그것부터 얘기를 꺼내 볼까?’
도발하려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는 것만큼 효과적인 건 없었다.
“그래, 반갑다.”
하지만, 도발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기에 예열해주는 느낌으로 가볍게 반발로 응수해주자.
“뭐, 뭐라고…?”
반말할 줄은 예상치 못했는지 안드로말리우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한 마디에 벌써 이런 반응을 보이면 곤란한데.’
다시, 물어보는 것을 보니 또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정민우는 안드로말리우스가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발음에 신경 쓰며 재차 말해줬다.
“반갑다고. 귀라도 먹은 거야?”
“네놈… 내가 마왕이라는 사실을 잊은 거냐?”
안드로말리우스가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몸을 압박해왔지만.
“어차피 마왕이라는 직위를 곧 내려놓을 텐데 내가 존중해줄 필요가 있나?”
정민우는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살기를 가볍게 넘겨버렸다.
“하, 소문대로 오만하구나?”
“너는, 소문대로 무능하구나?”
“…내가 무능하다고?”
“용사한테 격퇴당해서 도망쳤으니 당연히 무능한 거 아니야?”
정민우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약점을 건드리며, 계획대로 도발을 걸었다.
“조금 전의 말… 철회할 기회를 줄게. 다시 한번 말해봐.”
역린을 건드렸는지, 안드로말리우스는 살기를 이어 마기를 내뿜었다,
“그래? 철회하고 다시 얘기할게. 너는 무능한 게 아니라 그냥 버러지야.”
“버러지라고…?”
“마왕이라는 작자가 죽이기는커녕 꽁지 빠지게 도망쳤는데 이런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네놈 내 손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용사와 1품 비둘기를 죽인 내가 버러지한테 당할 리가 있겠어?”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했는지, 안드로말리우스는 몸을 부르르 떨어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바지에 실례라도 한 거야? 몸을 왜 이렇게 떨어?”
그리고 정민우의 마지막 도발을 끝으로.
“널 여기서 죽여주마!!!”
안드로말리우스가 힘을 개방하며, 정민우에게 달려들었다.
‘쯧쯧, 생각이 이리 짧아서야.’
정민우는 대응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여유로운 태도를 내보였다.
후―웅.
그렇게 안드로말리우스의 주먹이 지척에 다다랐을 때.
[이곳은, 중립 지역입니다. 힘을 거둬주십시오.]
건물 내부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폭력을 행사할 시, 제재가 들어갑니다.]
이어지는 경고에 분노에 휩싸였던 안드로말리우스는.
우뚝―
분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멈춰 세웠다.
사실, 마왕에게 제재를 가하는 건 아무 의미 없다시피 했지만.
‘부하들의 품계를 올리려면 자중할 수밖에 없지.’
제재로 인해 부하들이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될 수 있기에 자중할 수밖에 없으리라.
“쳇, 네놈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안드로말리우스는 몸을 휙 하고 돌려버리며, 거친 발걸음으로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응, 아니야. 운이 좋은 건 너지.”
정민우는 잘못된 사실을 정정해주며, 안드로말리우스의 등에다가 중지를 들어 보였다.
‘도발은 충분히 넣었겠다. 이제, 정보나 확인해볼까?’
안드로말리우스의 정보를 확인하기로 하며, ‘천안’을 사용하자.
【‘안드로말리우스’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안드로말리우스
성별 : 남성
나이 : 6,000살
〈세부 정보〉
품계 : 마왕(魔王)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강탈(强奪)】
현재 감정 : 분노
‘강탈이라… 효과를 확인해볼까?’
【강탈(强奪)】
― 고유 특성을 강탈할 수가 있다. , 단 자신의 손으로 죽인 상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 총 3개까지 고유 특성을 보유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을 강탈하면 기존의 것은 사라지게 된다.
― 현재 강탈한 고유 특성 : 동물교감(動物交感), 사념전달(思念傳達), 동물강화(動物强化).
효과를 확인한 정민우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좋은 고유 특성으로 72위란 말이야?’
그도 그럴 것이 사기적인 고유 특성을 가지고도 이런 덜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안보다는 아니지만, 이 정도 고유 특성이면 높은 순위를 노릴 수 있을 텐데…?’
정민우는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쓰레기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강탈한 고유 특성들도 별 볼 일 없으니, 사투는 무리 없이 이길 수 있겠어.’
안드로말리우스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느끼며, 정보창을 닫자.
뚜벅, 뚜벅, 뚜벅.
4명의 악마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저 녀석들은?’
사탄이 전해줬던 정보와 같은 생김새를 한 이들.
선두에 선 노인은 장발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하고 있었고.
그 뒤에 따라 걷는 사내는 얼굴에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느낌을 주었다.
다음으로 소년, 소녀는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멀찍이 그들을 따라 걷고 있었다.
정민우는 저들이 안드로말리우스의 부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장발 노인이 소튼, 사내가 에블로, 저 쌍둥이가 에단, 에반인가 보네.’
그들은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지나치며, 그대로 접수처로 이동했다.
‘마왕과 달리, 대처가 확실하네.’
멀리서, 안드로말리우스가 무시당한 것을 봤을 테니 말을 섞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했으리라.
‘그러면, 마교회 멤버들의 적수가 될지 가늠해볼까?’
정민우는 ‘마안’을 사용해 마기의 총량을 확인해본 결과.
마교회 멤버들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마기를 보유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마기의 총량이 더 많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점을 안고 가기에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품계는 마교회 멤버들보다 높으니, 방심하지 말라고 일러두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마기 총량 확인을 끝내자.
뚜벅, 뚜벅, 뚜벅.
그새 시험 응시를 맞췄는지, 안드로말리우스의 부하들은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대로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으니, 이제 응시하러 가도록 할까?’
이후 마교회 멤버들도 응시를 끝마치며, 다 같이 대련장으로 이동해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 * *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동안 훈련했던 대로 한다면, 어렵지 않게 1품으로 진급할 수 있을 거야.”
정민우는 1품 대기실 앞에서 마교회 멤버들에게 응원을 건네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다녀올게요.”
“오래는 안 걸릴 거야.”
“…진급해서 올게.”
“민우, 꼭 1품으로 진급하도록 할게!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정민우의 응원에 화답하며, 대기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민우는 걱정이 담기 눈으로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꼭, 강가에 아이를 내놓은 것만 같은 기분이네.’
이들이 잘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걱정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알아서 잘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자.’
정민우는 불안감을 애써 지우며, 시선을 거두었다.
‘시험이 끝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휴게실에서도 시험이 중개되니, 그곳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안내판을 따라 이동해, 휴게실 앞에 도착한 순간.
벌컥―
‘음?’
문이 열리더니, 악마들이 사색이 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뭐지?’
숫자만 봐도 휴게실 내에 있던 악마들 전원이 나온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심안’을 사용하자.
【아니, 이곳에 마왕 두 명이 있는 게 웬 말이야…?】
【숨 막혀서 못 있겠네】
【72위 마왕은 그렇다 치고. 대마왕님께서 대체 왜 이곳에…….】
【괜히, 저곳에 있다가 불똥이 튈지도 몰라】
악마들이 우르르 몰려나온 이유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저곳에 안드로말리우스와 사탄이 있다고?’
72위 마왕이야 부하들 때문에 자리해 있다고 쳐도 사탄이 자리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애들이 시험을 잘 치르고 있나 보러 온 건가?’
정민우는 찾아온 이유에 대해선 직접 물어보기로 하며, 휴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민우 왔어?”
“…….”
그러자 자신을 발견한 사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고. 안드로말리우스는 자신을 보고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대마왕님, 이곳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방문한 이유에 관해서 묻자.
“권좌의 도전 때, 중요한 역할을 맡을 애들인데 시험을 잘 치르고 있나 궁금해서 와봤지.”
사탄이 예상했던 대로의 답을 내놓았다.
“그렇군요. 옆자리에 착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네가 올 줄 알고 음식도 준비해놨다고.”
“감사합니다.”
정민우는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사탄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시선을 앞으로 옮기니, 큼지막한 스크린에서 1품 진급 시험이 중개되고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 너도 먹고 싶으면 이쪽으로 올래?”
사탄이 혼자 동떨어져 앉아 있는 안드로말리우스를 보며, 같이 음식을 먹을 것을 제안했지만.
“…괜찮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호의를 거절했다.
“제 부하들이 정민우의 부하들을 찍어누르는 모습을 보게 되면 절로 배가 부를 테니 간식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곤 이죽거리며, 말을 덧붙여왔다.
“넌 나한테 짓밟히고?”
귀여운 도발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진정한 도발이 뭔지 보여줬다.
부들, 부들, 부들.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안드로말리우스 일터인데, 오히려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렇다고 해서 애들이 네 부하한테 진다는 소리는 아니야.”
“한 마디를 안 지려고 드는군….”
“너는 한 마디를 이기지 못하네?”
“…….”
안드로말리우스는 깊은숨을 내뱉으며, 눈을 질끈 감아 보였다.
‘헬조선에서 다져진 도발 능력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되지.’
환생 전, 군대에서 더한 것을 겪은 정민우에게는 안드로말리우스이 도발은 그저 귀여운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 과연 네 말대로 되는지 한번 보자고.”
도발을 걸면 오히려 손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는지, 안드로말리우스는 입을 다물고 스크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방해꾼도 입을 다물었으니 나도 집중해서 봐볼까?’
정민우도 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기에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시선을 거두고 스크린을 바라봤다.
그렇게 중개되는 스크린을 바라보고 그때.
‘…나왔다.’
스크린에서 마교회 멤버들의 모습이 송출됐다.
반가운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잠시.
‘벌써, 마주친 건가?’
마교회 멤버들의 반대편에 안드로말리우스의 부하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188화 1품 진급 시험 (3)
미교회 멤버들이 정민우와 인사를 마치고 1품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을 당시.
“““…….”””
대기실 내에서 웃고 떠들던 악마들이 돌연 정색을 하며, 쳐다보는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쟤네들이 악마 하나 잘 만나서 팔자 핀 녀석들이지?”
“아니, 4품 주제에 어떻게 1품 진급 시험에 응시할 생각을 했지?”
“진짜, 겁이 없구나?”
“객기지. 저런 녀석들은 처참하게 밟히고 나서 품계가 떨어져 봐야 정신을 차리거든.”
“시험이 시작하면, 먹잇감으로 저 녀석들부터 노리면 되겠어.”
그리곤 100명의 악마는 시샘 어린 눈빛으로 마교회 멤버들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과거, 이 비슷한 상황을 정민우에게 얘기로 들었던 적이 있기에 현재 저들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마교회 멤버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저러는 이유는, 4품 악마에게 뒤처질까 하는 공포와 새로운 적의 등장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즉, 실력도 없는 녀석들이 시기 어린 질투를 부리는 것이었다.
‘하찮네.’
‘뭐야, 이 벌레들은?’
‘…눈빛이 불손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그런 악마들을 한 번 훑어본 뒤.
“상대할 가치가 없네요. 그렇게 시샘 부릴 시간에 어떻게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는 게 이로울 거예요.”
“벌레 같은 놈들아 눈 깔아라. 죽여버리기 전에.”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 눈빛을 고치는 게 좋을 거야.”
“다들, 배라도 아픈 거야? 똥 마려운 ‘헬하운드’처럼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개굴개굴.”
악마들에게 경고를 날려주며, 빈 곳에 착석했다.
명백한 도발에 악마들이 발끈했지만.
“미쳤군.”
“우리에게 하는 소린가?”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네.”
“과연, 시험 때도 이 태도를 보일 수 있나 지켜보지.”
그 누구도 마교회 멤버들에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몸이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자신이 저들에게 상대가 안 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분위기가 살얼음판처럼 변하며, 침묵이 내려앉을 때쯤.
끼익―
또각, 또각, 또각.
서류철을 든 여성이 대기실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제가 이번 1품 진급 시험에 감독을 맡게 된 ‘큐일’이라고 합니다.”
큐일.
100년 전, 3품 진급 시험을 맡은 감독관이었다.
“시험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험은 4명에서 팀을 이룬 팀전으로 진행되며, 한 팀만 진급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한 팀.
즉, 응시자 중에서 4명만이 1품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1품으로 올라갈 문은 비좁구나.”
“한 팀이라… 어떻게든 진급 시험에 통과한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10번째다… 어떻게든 꼭 붙어야 해.”
다들, 한두 번씩은 1품 진급 시험에 응했던 것인지, 감독관의 설명에도 덤덤한 반응을 내비쳤다.
아니, 긴장한 것을 숨기기 위해 덤덤한 척 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었다.
“시험장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독관은 설명을 끝마침과 함께 벽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꾸―욱.
뒤에 자리하고 있던 벽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쿠―쿵.
그곳에 나무들이 가득 찬 숲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 시험장은 전투 공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아트팩트가 설치되어 있기에 전투 중에 사망하게 되더라도 시험이 끝나면 다시 살아나게 되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전투 공간, 즉 가상인 공간이기에 마음 놓고 싸워도 된다고 설명해왔다.
“이제 시험 방식에 관해 설명해 드리죠.”
이어서 큐일은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우며, 시험 방식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중앙에 설치된 ‘블랙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도착점에 도착하면 시험이 끝나게 되는 규칙이었다.
얼핏 들어도 규칙 상당히 쉬워 보였지만, 악마들의 표정은 어두울 따름이었다.
규칙이 간단한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시험은 30분 뒤에 시작될 예정이니, 그동안 작전을 짜는 시간을 가지시면 됩니다.”
큐일이 손가락을 튕기자.
삑―
허공에 ‘30’이라고 써진 숫자가 떠올랐다.
“참고로 시험장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니 살펴봐도 좋습니다. 단, 30분 이내에 대기실로 돌아오지 않으면 자동 탈락처리가 되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망설임 없이 숲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저벅, 저벅, 저벅.
이후 주위를 충분히 살펴본 뒤,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해 작전 회의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들 생각하신 작전이 있으신가요?”
“내가 먼저 말해도 돼?”
“당연하죠.”
비너스의 물음에 아누비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리,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가 ‘블랙 다이아몬드’ 쪽으로 다가오는 적들을 전부 탈락시키는 거야 어때?”
아누비스가 생각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괜찮은 작전.
“좋은 작전이네요.”
“이 정도는 기본이지.”
비너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누비스는 팔짱을 끼며 콧김을 내뿜어 보였다.
“…다음은 내가 얘기할게.”
이어서 엘린이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보이더니.
“…도착점 근처에 대기하다가 ‘블랙 다이아몬드’를 들고 오면 그대로 빼앗는 거야.”
새로운 작전을 제시해왔다.
이번에도 꽤 괜찮은 작전.
“오, 좋은 작전이네요.”
비너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칭찬을 건네자.
“…별거 아니야.”
엘린이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 개굴개굴.”
로크는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어 보이곤.
“‘블랙 다이아몬드’를 부숴버려서 아무도 못 가져가게 만드는 거야 어때? 개굴개굴.”
해괴망측한 작전을 내놓았다.
“어… 그러면 저희도 탈락하게 되니 그 작전은 실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비너스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최대한 돌려서 로크의 작전을 거절했다.
“…심사숙고해서 내뱉은 작전이었는데 개굴개굴.”
작전을 거절당할 줄 몰랐는지, 로크는 풀이 죽은 모습을 내비쳤다.
“아누비스 님과 엘린 님이 말한 작전 중에 선택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떤 것으로 할지 결정해볼까요?”
그렇게 두 작전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회의가 시작됐고.
‘좋은 작전이 뭐 없을까? 개굴개굴.’
한편, 로크는 이것보다 더 좋은 작전이 없을까 고민에 잠겼다.
괜찮은 작전을 내놓아 마교회 멤버들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은 로크였다.
잠시, 고민에 잠긴 결과.
‘아… 그거라면 괜찮은 작전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개굴개굴.’
괜찮은 작전을 떠올릴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 방법은 바로.
‘두뇌 모드 형태로 변하는 거야! 개굴개굴.’
고유 특성 ‘최종 진화’를 사용해 ‘두뇌 모드’ 형태로 변하는 것이었다.
‘시험도 있으니, 소량의 마기만 사용하면 문제없을 거야. 개굴개굴.’
자신이 생각했지만,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바로 사용해볼까?’
로크는 곧장 고유 특성을 사용했다.
* * *
비너스와 아누비스 그리고 엘린은 열렬히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시험의 결과에 따라 권좌의 도전에 판도가 바뀔 수도 있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의견이 서로 비등해 명확한 작전을 정하지 못하던 그때.
스으으―
아무 말 없이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로크가 마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로크 님?”
“로크?”
“…로크?”
갑작스러운 행동에 마교회 멤버들이 당혹감을 드러내던 찰나.
“후, 머리가 탁 트인 느낌이야.”
마기가 흩어지며, 로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크 님, 맞으시죠?”
“너 로크야?”
“…로크?”
그리고 로크의 모습을 확인한 마교회 멤버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왜 그래?”
그 모습에 로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설마,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마기를 사용해서 그런 거야?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소량의 마기만 사용해서 시험에 지장 가지 않을 테니까.”
로크는 마기를 사용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해 마교회 멤버들에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 설명했지만.
“정말, 로크 님이라고요?”
“너, 진짜 로크야?”
“…로크?”
여전히 마교회 멤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왜……?”
로크는 설명도 해주지 않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답답함을 느끼던 순간.
“아….”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마교회 멤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깨달을 수가 있었다.
“…모습이 바뀌었잖아?”
그도 그럴 것이 그 전 모습과 180도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개구리의 형상을 한 얼굴은, 인간형으로 탈바꿈이 되어 있었고. 머리와 눈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또한,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왔으며, 피부는 녹색이 아닌 살구색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만약, 이 모습을 정민우가 봤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술과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와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다시 말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미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거였다.
“…고유 특성을 사용한 것이죠?”
“맞아.”
비너스의 물음에 로크가 긍정하며 대답했다.
“외형까지 바뀔 줄 예상치 못했네요.”
“나도 몰랐어, ‘두뇌 모드’ 형태로 변한 것은 처음이어서 말이야.”
“그렇군요… 근데, 왜 고유 특성을 사용한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두뇌 모드’ 형태로 변하면, 괜찮은 작전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괜찮은 작전이 떠올랐나요?”
“응, 그건 지금부터 설명해줄게.”
다행히도 ‘두뇌 모드’ 형태로 변하면서, 머리가 탁 트이는 느낌과 함께 괜찮은 작전이 떠올랐다.
“내가 떠올린 작전은 아누비스와 엘린의 작전을 합치고 거기에 살을 붙인 거야.”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으신가요?”
“당연하지.”
로크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렇게 작전을 떠올렸던 것처럼 다른 악마들도 같은 작전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클 거로 생각해.”
“그렇죠?”
“머리가 빈 것이 아닌 이상, 다른 악마들도 둘 중 하나의 작전을 취하게 되겠지.”
“듣고 보니 그렇네요.”
“우리는 그것을 역으로 파고드는 거야.”
“역으로 파고든다고요…?”
비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로크는 신선한 감정을 느끼며,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중앙에서 ‘블랙 다이아몬드’를 지키며 싸우는 팀은 내버려 두고. 우리는 중앙, 혹은 도착점에 숨어서 상황을 관망하는 녀석들을 찾아 싸움을 붙이는 일을 할 거야.”
“어떤 방식으로 싸움을 붙인다는 거죠?”
“방법은 많지, 너의 고유 특성을 사용해 악마를 유혹해 싸움을 붙여도 되고. 엘린의 고유 특성을 이용해 적이 공격한 것처럼 위장해 싸움을 붙여도 되지.”
“유혹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엘린 님의 고유 특성이라면 충분히 적이 공격한 것처럼 위장할 수 있겠어요.”
“그들이 서로 싸우는 동안 우리는 숨어서 체력을 비축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나서 적들을 탈락시키고 ‘블랙 다이아몬드’를 취하는 거야.”
설명을 전부 끝마친 로크는.
“어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작전에 관해서 물었다.
“엄청 좋은 작전이에요.”
“너… 조금 달라 보인다?”
“…로크가 달라졌어.”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은 감탄을 터뜨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작전은 로크 님이 설명해준 대로 진행하는 게 좋겠네요.”
“그러자.”
“…좋아.”
그렇게 로크의 작전이 처음으로 채택되는 순간이었다.
189화 1품 진급 시험 (4)
마교회 멤버들은 시간에 맞춰 대기실 안으로 돌아가자.
삐―
허공에 자리하고 있던 숫자가 얼마 지나지 않아 ‘0’으로 바뀌어버렸다.
“시간이 다 됐군요.”
큐일은 옆으로 한 발짝 이동하더니.
“다들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5분 뒤에 버저가 울리면 시험 시작되니 그때부터 공격 혹은 ‘블랙 다이아몬드’에 접근이 가능합니다.”
시험장 안으로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가자.”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해.”
“이동해.”
“시험에서 어떻게든 통과하겠어.”
팟, 팟, 팟, 팟, 파―앗!
악마들은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빠르게 시험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편, 안드로말리우스의 부하들은.
“우리도 들어갈까?”
““좋아.””
끄덕.
다른 악마들과 다르게 여유로운 모습을 내비치며, 시험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마교회 멤버들은.
“다들,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네요.”
다른 악마들이 시험장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대기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비너스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더니.
“3분 정도 흘렀네요.”
남은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이어서 약 1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이 정도면, 다른 악마들과 거리가 꽤 벌어졌겠죠. 저희도 들어가죠.”
그제야, 시험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 위로 올라가도록 하죠.”
“응.”
“…알겠어.”
“개굴개굴.”
파―앗.
들어서자마자.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피던 찰나.
삐―――――이.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퍼―엉, 퍼―억, 콰―앙…….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저 멀리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방향은 ‘블랙 다이아몬드’가 있는 방향이니, 신경 쓰지 말고 저희는 외곽부터 돌도록 하죠.”
마교회 멤버들은 기척을 죽이며, 이동하던 그때.
척―
선두로 달리던 비너스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정지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멈칫―
수신호를 본 마교회 멤버들이 몸을 멈춰 세우자.
스윽―
비너스가 바닥 쪽을 가리켜 보였다.
가리킨 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이곳은 아무도 안 오겠지?”
“안 오겠지, 다들 ‘블랙 다이아몬드’에 정신이 팔려있을 텐데.”
“이렇게 숨어있다가 기회가 생기면 바로 나서자고.”
“좋은 생각이야.”
4명의 악마가 풀숲에 몸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톡, 톡―
비너스가 조심스럽게 나무를 두들겨 마교회 멤버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뒤.
척, 척―
【제가 저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볼게요. 만약, 통하지 않는다면 지원 부탁드려요】
미리 맞춰놓은 수신호를 통해 뜻을 전했다.
척―
뜻을 알아들은 마교회 멤버들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수신호로 대답했다.
【매혹이 통하면 좋겠네요】
자신보다 품계가 높은 상대에게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비너스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비너스가 수신호를 보내는 것을 끝으로.
타, 타, 타―앗!
바닥에 착지하며, 신속하게 움직여 악마들의 뒤를 점해 보였다.
“뭐, 뭐야?”
“4품 악마?”
“기척을 못 느꼈는데?”
“어, 어느새?”
뒤늦게 비너스를 발견한 악마들은 대응에 나서려고 했지만.
“제 꼭두각시가 되어주시겠어요?”
비너스가 고유 특성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몸에서 은은한 향이 주변으로 퍼져나가자.
“““…어?”””
악마들이 코를 벌렁거리더니.
“““아….”””
눈이 탁하고 풀리며,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매혹이 통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
‘응? 이렇게 쉽게 통한다고?’
단 한 번의 저항도 없이 매혹이 걸린 것을 본, 비너스는 깊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분명, 품계가 2품인 악마들이 아니었나…?’
과거, 자신보다 품계가 낮은 악마들에게 매혹을 사용할 때도 단번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못해도 한 번 정도는 저항하는 기미를 보였었다.
그렇기에 성공했다는 기쁨보다 단번에 성공했다는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습하기 위해서 걸린 척을 하는 건가?’
잠시, 연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야, 그렇다기에는 고유 특성이 매혹에 걸렸다고 알려주고 있잖아.’
머리 위에 자리한 하트 모양이 너무나도 선명해 이내 생각을 철회했다.
‘약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약했었다고…?’
눈앞에 있는 악마가 유달리 약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아….’
비너스는 뒤늦게 통한 이유에 대해서 깨달을 수가 있었다.
‘날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었구나.’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무력을 낮게 평가하면서 생긴 괴리감이었다.
모든 것을 쉽게 해내는 ‘정민우’라는 천재 옆에 ‘다이닉’ 시간 축으로 2,000년 동안 붙어 있다 보니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또한, 2,000년 동안 고유 특성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다 보니 강해진 힘에 대해서 실감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으리라.
‘하긴, 냉정하게 본다면 그만한 마기를 얻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 아니,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
마왕의 잔재인 마기까지 얻었으니, 2품 악마를 손쉽게 유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의문도 풀었겠다. 명령이 제대로 통하는지 확인해볼까?’
비너스는 개운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악마들에게 몇 가지 명령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앉으세요.”
“““응!”””
“일어나보세요.”
“““응!”””
“한 바퀴 돌아보세요.”
“““응!”””
간단한 명령을 통해 확인을 끝내고.
“여러분? 가서 다른 응시자들을 공격하도록 하세요.”
비너스는 매혹이 걸린 악마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응, 다녀올게!”””
팟, 팟, 파―앗.
악마들은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숲속으로 내달리더니, 이내 모습을 감춰버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꼭두각시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겠어.’
이후 비너스와 마교회 멤버들은 기존 작전을 철회하고 꼭두각시 숫자를 늘리는 데 전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 * *
시험이 시작되고 1시간 뒤.
“10팀을 꼭두각시로 만들었으니, 이들을 이용해 시험을 풀어나가면 될 것 같네요.”
비너스는 악마 40명을 유혹시키는 데 성공했다.
예상했던 숫자보다 10배나 많은 인원.
40명이라는 숫자가 적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인원이면 시험을 바로 끝낼 수 있는 큰 전력이었다.
“일단, 제일 귀찮아질 수 있는 적부터 처리하려고 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여기서 귀찮아질 적은 72위 마왕의 부하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비너스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은 이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 꼭두각시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러 이동하도록 하죠.”
현재, 꼭두각시들은 시험장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 직접 찾아가서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먼저, 외곽부터 돌도록 할게요.”
꼭두각시를 찾기 위해 외곽을 돌던 그때.
“찾았다!”
장난기가 가득하게 생긴 남성, 72위 마왕 부하인 ‘에볼로’가 풀숲에서 튀어나와 기습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뭐야, 벌레만도 못한 마기는?”
아누비스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대검을 휘두르자.
서―걱.
에볼로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응? 뭐야, 별거 없잖아?”
너무 쉽게 당해버리는 모습에 아누비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퍼―엉.
몸이 터져버리면서, 안개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분신? 같잖은 수작을 부려오고 있어.”
아누비스는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쑥―
“““죽어라!”””
안개 속에서 세 명의 에볼로가 나타나며, 마기가 깃든 검을 휘둘러왔다.
“뭐라는 거야?”
서―――걱.
아누비스는 심드렁한 얼굴로 적의 공격보다 더 빨리 대검을 휘두르며, 몸을 베어버렸다.
퍼―엉, 퍼―엉, 퍼―엉.
세 명의 분신이 터져버리며, 일대에 안개가 가득 찼을 때쯤.
타, 타, 타―앗!
새롭게 만들어낸 것인지 4명의 에볼로가 여러 방향을 통해 마교회 멤버들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마교회 멤버들은 어렵지 않게 분신을 처리했지만.
“좋지 않네요.”
“…기습할 속셈인가 보네.”
“기습이든 뭐든 다 덤벼! 개굴개굴.”
그로 인해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면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짙어져 버렸다.
후―웅.
“바람에도 반응이 없네?”
또한, 안개에 무슨 술수를 부린 것인지 풍압으로도 흩어지지 않았다.
기습하겠다는 적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상황.
“다들 전투 준비하도록 하세요.”
비너스는 채찍을 꺼내 들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전투 태세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
마교회 멤버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자.
쑥―
“내 기습을 받아라!”
안개 속에서 에볼로가 나타나 아누비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안 지겹냐?”
서―걱.
아누비스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에볼로를 베어내자.
퍼―엉.
에볼로의 몸이 안개로 바뀌어버리는 동시에.
쐐――액.
그 뒤에서 백발의 머리를 한 소년이 몸보다 큰 낫을 휘둘러왔다.
에볼로를 이용한 눈속임.
예전의 그녀였다면 속임수에 속아 공격을 허용해줬겠지만.
“헹, 공격이 너무 뻔하잖아!”
2,000년 동안 정민우와 대련하면서 여러 술수에 당한 경험이 있는 아누비스는.
“이건 민우한테 100번 넘게 당해봤다고!”
기습을 대처하는데 도가 튼 상태였다.
“이런 건 눈감고도 막지!”
아누비스가 대검을 치켜들자.
채――앵!
손쉽게 소년의 공격을 막아버렸다.
“!?”
소년, 아니 에반은 아누비스가 공격을 막아낼 줄 몰랐는지 놀란 반응을 내비쳤다.
“공격한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됐겠지?”
“…….”
“맞고 나서, 마왕한테 쪼르르 달려가 이르지 마라?”
아누비스는 발을 뻗어 에반의 복부를 걷어차려는 때.
덥석―
휙―
누군가 에반의 옷깃을 뒤로 잡아당기는 바람에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뭐야? 혼자서 안될 것 같으니까. 친구한테 도움이라도 청한 거냐?”
아누비스는 공격을 실패한 것에 개의치 않고 에반을 향해 대검을 내질렀다.
쐐―액.
대검이 에반 지척에 다다랐을 때.
쑥―
안개 속에서 백발의 머리를 한 소녀, 에단이 나타나더니.
채――앵!
몸보다 큰 낫을 휘둘러 대검을 쳐내버렸다.
“어쭈?”
대검이 밑으로 향해버리며, 공격이 빗나갔지만.
“이것도 막아 보시지?”
터―억.
재빨리 손잡이 위치를 바꿔 잡은 뒤.
후――웅.
대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
변칙적인 공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에반은 뒤늦게 낫을 고쳐잡았지만.
푸―확.
이미, 그의 눈가에 대검이 스쳐 지나간 후였다.
“!!!”
에반은 한쪽 눈을 붙잡으며, 남은 눈으로 아누비스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왜, 꼽냐?”
아누비스가 팔짱을 껴 보이며, 도발을 걸자.
파―앗.
에반, 에단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덥석―
둘이 손을 맞잡음과 함께.
후――――웅.
각자의 낫에 마기를 응집시켰다.
여태까지 봐왔던 쭉정이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마기.
“쭉정이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네.”
하지만, 아누비스가 지닌 마기의 총량과 비교할 때는 그저 귀여워 보일 따름이었다.
“어디 한번 놀아볼까?”
아누비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린 뒤.
“먼저, 손잡은 부분부터 베어주마!”
빠른 속도로 쌍둥이에게 달려들었다.
190화 1품 진급 시험 (5)
아누비스가 쌍둥이와 싸우고 있을 그 시각.
비너스와 엘린은 덥수룩한 수염을 한 소튼을 상대하고 있었다.
타, 타, 타앗―
소튼이 빠른 움직임으로 비너스와 엘린에게 향하자.
“합.”
“…죽어.”
비너스는 마기를 담아 채찍을 휘둘렀고. 엘린은 가시 형태를 한 바람을 쏘아냈다.
휘릭―
소튼은 오른쪽으로 몸을 던지며, 침착하게 채찍을 피해낸 뒤.
쐐――액.
가시 형태를 한 바람은 바위 뒤에 몸을 숨겨 공격을 피해냈다.
“전투에 능숙해 보이네요.”
“그래 봤자지.”
비너스와 엘린은 다음 공격을 위해 정비하던 찰나.
“멈춰라.”
소튼이 입을 열며, 명령을 내려 보였다.
“누가, 그런다고 멈춰주나요?”
“…어이없어.”
소튼의 말을 무시하고 공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
누가 옭아맨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언령?”
“…정보에서 봤던 대로네.”
고유 특성이 ‘언어’를 통해 발현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을 내뱉자마자 이뤄지는 거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이런 건 쉽게 풀죠.”
“…같잖아.”
비너스와 엘린은 마기를 일으켜 압박에서 벗어났으나.
후――웅.
소튼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 짧은 순간에 코앞까지 다가오며 주먹을 휘둘렀다.
“…응, 막으면 그만이야.”
쿠―쿵.
엘린이 바닥에 있는 흙을 일으켜 거대한 방패를 만들었지만.
“부서져라.”
쩌저적―
소튼이 ‘언령’을 사용하면서, 흙으로 이루어진 방패가 갈라져 버렸다.
‘언령’대로 부서지진 않았으나.
퍼―억.
“크흑!”
“…흡!”
갈라진 균열에 소튼의 주먹이 비집고 들어와 비너스와 엘린의 복부를 가격했다.
“귀찮은 고유 특성이네요.”
“…동감하는 바야.”
복부를 가격당하면서 몸이 공중에 떠버렸지만.
타―악.
비너스와 엘린은 바닥에 착지하며, 다시 소튼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로크는.
“대체, 본체가 어디 있는 거야!? 개굴개굴.”
에볼로와 한창 싸움을 진행하고 있었다.
로크는 주먹을 휘둘러 에볼로를 공격했으나.
퍼―엉, 퍼―엉, 퍼―엉.
가격하는 족족 전부 분신인 바람에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헤헷, 이것도 분신이쥬?”
퍼―엉.
“또, 낚였쥬?”
퍼―엉.
“절대, 못 찾쥬?”
퍼―엉.
“계속 분신만 때리쥬?”
퍼―엉.
“화나쥬? 나 때리고 싶쥬? 하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쥬?”
퍼―엉.
또한, 에볼로의 현란한 도발 능력에 로크는 분노가 점점 쌓여가고만 있었다.
“너, 붙잡히면 절대 가만 안 둬… 개굴개굴.”
로크는 평소 짓지 않는 진중한 눈빛을 하며 주위를 살폈지만.
“응, 그건 붙잡고 나서 얘기나 해~”
애석하게도 찾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계속해서 에볼로에게 도발을 당해야만 했다.
“너 진짜… 나쁘다. 개굴개굴.”
“응, 당하는 네가 나쁜 거야. 그리고 그놈의 ‘개굴개굴’은 안 할 수 없는 거냐? 시끄러워죽겠네.”
“…….”
난생, 처음으로 심한 모욕을 당한 로크는 표정이 찌푸려지다 못해 일그러졌다.
그렇게 분노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을 때.
푸―욱.
등 뒤에서 날카로운 날붙이가 허리를 파고들어 왔다.
“…개굴개굴?”
로크는 고통을 느끼며, 고개를 뒤로 돌리자.
“그러니까, 왜 방심하고 그래?”
에볼로가 검을 꽂아 넣은 채,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뚜둑―
그 모습에 로크는 인내의 끈이 끊어진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 *
마교회 멤버들과 안드로말리우스 부하들이 한창 전투를 치르고 있을 때.
와그작, 와그작.
정민우와 사탄은 휴게실에서 음식을 먹으며, 스크린을 관전하고 있었다.
찌릿―
안드로말리우스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큰소리 낸 것 치고는 별거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곤 조용히 관전하고 있는 정민우에게 대뜸 시비를 걸었다.
“갑자기, 시비?”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찌푸리자.
“아니, 시비가 아니라 진짜로 그렇잖아? 지기는커녕 우리 애들이 네 부하를 압도하고 있으니까. 지금도 생각이 똑같나 해서 묻는 거지.”
안드로말리우스가 스크린을 가리키며, 조금 전에 했던 말은 어디 갔냐고 비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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