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ipse 9
활짝 핀 양 손과 그 소맷자락이 마치 지금도 바람이 부는 듯 굽이쳤다.
전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한 모습은 과연 ‘성물’이라는 이능의 산물다웠다.
[성물이 내뿜는 더 강한 빛에 당신의 신앙이 공명합니다!]
[(900/H) -> (1000/H)]
[성물의 마지막 봉인이 풀립니다!]
[‘교주 석상’의 권능이 발현됩니다!]
[‘무장 해제’가 ‘한마음 구원교’에 펄쳐집니다!]
그렇게나 기다렸던 교주 석상의 새로운 권능이 해금됐다.
[무장 해제]
[천상의 보호막과 교주 석상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무장도 교주의 허락 없이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교주 석상의 새로운 권능을 확인하는 와중에 새로운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재 성역 내에 교주가 허용하지 않은 무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신도 서태산에게 ‘K2 소총’이 감지되었습니다!]
[신도 김해일에게 ‘K2 소총’이 감지되었습니다!]
……
[‘무장 해제’를 작동하시겠습니까? (Y/N)]
일단 당연히 N을 터치한 다음 성역 관리 탭에서 교주 석상을 찾았다.
[교주 석상 Lv.3]
[한마음 구원교의 첫 번째 성물이자 교주의 모습을 한 성스러운 석상입니다. 이 석상을 오랫동안 바라볼수록 신앙심과 행복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석상 레벨이 최고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석상 레벨의 최고 단계 도달.
이제 더는 해금할 권능이 없다는 뜻이겠지.
무장 해제 또한 상당히 좋은 권능임은 틀림 없지만, 레벨 2에서 얻었던 ‘천상의 보호막’정도의 대박은 아니었다.
1차적인 거름망 뒤에 좀 더 촘촘한 거름망을 추가한거라 생각하면 되겠지.
아마 교주 석상이라는 성물이 ‘안전’이라는 목적에 치중된 성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해는 완료했지만,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아쉬움은 감출 수가 없었다.
‘천상의 보호막’에 버금가는 사기적인 권능을 기대했는데.
치료 스킬이나 워프 게이트.
하다 못해 천상의 보호막을 늘려주는 스킬을 바랬건만, 너무 큰 욕심이었나보다.
하긴, 스타터 팩의 에이스라 해도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심각한 밸런스 붕괴겠지.
지금은 심하게 풀이 죽어있을 순간이 절대 아니었다.
모두의 눈이 더 거룩해진 석상과 그 앞에 부유한 나에게로 향해 있었으니까.
천천히 신도들에게로 몸을 돌린 나는 환한 웃음과 함께 소리쳤다.
“여러분들의 믿음과 순종이! 더 안전한 성역을 만들었습니다!”
“아아아아―”
“이제! 성역 안에 제가 허용하지 않는 무장은 없습니다! 오직 구원교의 신실한 기사만이 믿음의 검으로 신도들을 보호할 것입니다!”
“오오오오―”
나는 감탄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신도들에게 다시 물었다.
“여러분! 기쁘지 않습니까?”
“기쁩니다아아아!”
“그럼 기쁜 날엔 무엇을 한다고 했지요?”
능글맞은 물음에 모두의 눈과 입이 원을 그렸다.
모두가 목이 찢어져라 나에게 외쳤다.
“축제입니다아아아아―!”
“그렇습니다! 즐기세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구원교는 축제를 이어가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난 행복과 축제에 중독되어가는 신도들을 뒤로 한 채로 중앙 계단쪽으로 내려왔다.
뒤쪽엔 이미 신도들이 부르는 노랫소리와 와인잔을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이었다.
서둘러 나에게 다가오는 간부들과 기사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다가온 서태산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애초에 기사들을 환영하기 위한 축제였습니다. 모두들 제 보호는 그만하시고 어서 축제를 즐기세요.”
“하지만 교주님….”
“하하하― 괜찮습니다. 한층 더 강력해진 보호막이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어서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내 눈빛을 읽은 서태산이 기사들을 통솔하여 축제 속으로 들어갔다.
기사들을 본 신도들이 환하게 웃으며 자신들의 테이블로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참 아쉽군요. 서태산 신도가 각성자였다면, 아무 고민 없이 바로 단장에 앉혔을 것을.”
“헤헤헤― 맞아요.”
“맞아 맞아. 아빠 말이 다 맞아.”
듣는 신도들이 사라지니 귀신같이 풀어지는 윤아영과 주주혜를 양 팔로 감싸 안은 채로 계단을 올랐다.
왁자지껄한 축제 소리가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옆에 있던 성가을이 말했다.
“정말로 저대로 둘 거야? 말만 기사지, 네 염력의 보조가 없다면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 애들이야.”
“알아. 나도 다 알아. 내가 무슨 정말로 좀비들에게 반자이 돌격이라도 시킬 것 같아?”
애초에 그들은 방아쇠를 당긴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달려드는 좀비들의 속도를 억제한 것도.
총알이 좀비들의 머리를 부수게 한 것도.
탄창을 가득 채우고 소총에 장전한 것도 모두 나다.
그들은 충성스런 내 신도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초월적인 기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나 또한 그들을 성역 바깥으로 보낼 생각은 없었다.
일단 확실하게 그들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다음에나 외부 활동을 개시할 것이다.
그런 내 속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시스템이 그들을 자경단이라 칭했겠지.
물론, 특수 건물과 아이템도 당연히 없었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서울로 가야했다.
이제 나의 최우선 목표는 무조건 서울에 숨겨진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다.
당분간은 성역보다 바깥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지겠지.
그러니 오늘은…
아직 3P는 무리고.
한명, 한명씩.
내가 가장 아끼는 간부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우리만의 축제를 시작해볼까?”
다음화 보기―――――――――――――――――――――
EP.67 서울로 (3)
서울로 (3) ― 한마음 구원교 4층
교주만이 사용할 수 있는 드넓은 4층의 침실.
침대에 앉아있는 내 앞에서 윤아영이 서둘러 각성 신도복을 벗고 있었다.
툭―
스르륵 벗겨지는 신도복을 뒤로하고 내 앞에 무릎꿇은 그녀가 긴 생머리로 자신의 목을 감았다.
“오빠, 여기 목줄이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목줄을 만든 윤아영이 웃으며 나를 재촉했다.
“아영이는 머리가 길어서 더 좋아.”
“헤헤― 저는 절대 머리 안 자를 거에요!”
윤아영은 간부들 중에 제일 먼저 그녀를 선택한 이후로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래. 이젠 말도 잘 안 더듬네?”
“그, 그건 오빠랑만 있으니까….”
언급하자마자 귀신같이 바로 말을 더듬는 모습에 피식 웃었다.
부드럽게 그녀의 목을 둘러싼 긴 생머리를 쥐어잡고는 살살 당기기 시작했다.
“케르륵―”
바로 목 끓는 소리와 함께 윤아영의 고개가 내 사타구니에 처박혔다.
반대쪽 손으론 뒷머리를 살살 밀어서 그녀의 얼굴과 내 자지를 비비적거렸다.
부드러운 살결에 점점 발기하는 내 자지가 그녀의 오똑한 코를 좌우로 비볐다.
“제일 먼저 오빠가 뭐부터 하라했지?”
“오, 오빠의 자지를 맛있게 먹기 전에 냄새부터 확인해야 해요.”
킁― 킁―
킁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발기한 자지에 뜨거운 콧숨이 드나들었다.
간지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감각에 열심히 내 자지 냄새를 맡고 있던 그녀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케, 케흐윽―”
목이 끓는 소리를 내는대도 윤아영은 필사적으로 자지 기둥에서부터 천천히 불알 주머니까지 내려가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그 가련한 모습에 뜨거운 가학심이 샘솟았다.
내 손을 타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그녀였다.
아마, 지금 하고 있는 이 전희가 그녀에게는 이제 일반적인 ‘상식’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거리며 자지를 더 껄떡거리게 만들었다.
“아영아.”
“스읍― 하아― 네에에―”
“오빠 자지 냄새 좋아?”
“네에에― 너무 조아여―”
냄새만 맡는데도 조금씩 움찔거리는 그녀의 뽀안 어깨가 보였다.
그곳에 지난 날들 내가 만든 키스마크들이 아직도 난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맛도 봐야지?”
“네에에― 베에에에―”
더 이상 아무것도 몰라 하나하나 가르치던 아영이는 이제 없었다.
내 말 한마디에 바로 혀를 길게 내뺀 그녀가 내 자지의 기둥을 핥아올랐다.
일부러 항상 주문했던 바보같은 소리 또한 덤이었다.
천천히 기둥의 끝단부터 위로 올라오는 시원한 감각에 작은 신음과 함께 고개가 들렸다.
“아~ 성녀님의 부드러운 혓바닥, 너무 좋은데.”
“헤헤헤― 조아여?”
“그럼. 우리 아영이가 최고야.”
“헤헤헤헤―”
진심을 담은 내 칭찬에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헤실거렸다.
환하게 웃으며 반원을 그리는 눈꼬리가 정말로 강아지 같았다.
그녀의 혀는 영역표시라도 하듯이 내 기둥 전체를 자신의 침으로 물들인 다음, 천천히 귀두쪽으로 올라왔다.
“베에에―”
한 번더 바보같은 소리와 함께 그녀의 혀가 내 귀두를 부드럽게 휘감았다.
뱀같이 흐물거리며 내 귀두를 감싸오는 촉감에 허벅지가 움찔거렸다.
그 움찔거림에 반응하듯이 그녀의 손길이 부드럽게 내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열심히 귀두를 애무하던 그녀의 혀가 귀두의 갈라진 틈으로 향했다.
그리고 끝이 뾰족하게 변한 혀가 내 요도를 가볍게 가르며 자극했다.
“으음―”
그때쯤되니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살짝 흘린 신음에 동조하듯이 그녀의 혀가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에에에―”
벌려진 요도를 그녀의 선홍빛 혀가 앞뒤로 빠르게 왕복하며 자극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 손은 내 허벅지를 다른 손은 내 불알을 쓰다듬었다.
세 군대서 느껴지는 극상의 감각에 머리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으윽―”
“후르르릅―”
그녀가 흥분을 못 이겨 요도에서 울컥이는 쿠퍼액들을 쓸어담듯이 빨아당겼다.
그 천박하면서도 음란한 소리에 목줄을 쥔 오른손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케르르르륵―!”
순식간에 기도가 닫히는 압박감에 그녀의 혀가 떨려왔다.
자체적인 진동 기능까지 탑재되자 나 또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영아, 이제 오빠가 아영이 입보지하고 목보지 좀 쓸게.”
“크르르륵―”
왼손으로 내 자지를 그녀의 목보지 깊숙하게 쑤셔넣었다.
그녀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끓는 소리로 내 물음에 화답했다.
아영이는 이제는 목마저도 내 전용이 된 듯이 부드럽게 내 자리를 압박했다.
그 따뜻한 조임에 그녀의 목줄을 더 강하게 잡아당겼다.
“끄르르르륵―”
강하게 조여진 목보지는 그녀의 아랫보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숨구멍을 찾기위한 필사적인 떨림과 내가 강제로 조이는 것이 묘하게 어울리며 다른데서는 쉽게 맛 볼 수 없는 색다른 쾌감이 느껴졌다.
난 아영이의 목보지를 더 빠르고 깊게 쑤실 작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윤아영은 말하지 않아도 내 허벅지를 양 손으로 부여잡고는 자신의 몸을 고정했다.
“크르르륵― 크르르르륵―”
난 목줄을 끝까지 당기며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귀두가 그녀의 목젖을 때릴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엔 그렁그렁한 물방울이 맺혔다.
점점 기도를 확보하지 못한 그녀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진 것이 보였다.
한계까지 치달은 가학심이 폭죽처럼 터졌다.
“크윽― 이제 쌀거니까 목보지 더 열어!”
“그르르르르륵―”
사정감에 맞춰서 그녀의 목줄을 풀고 양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여잡고는 더 깊숙하게 자지를 찔러넣었다.
허벅지를 감싼 그녀의 팔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목보지에 농축된 정액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뷰륵― 뷰르륵― 뷰르륵―
자지가 움찔거릴때마다 진한 ‘종속의 액’이 그녀의 식도를 적셨다.
그녀는 겨우 찾은 숨구멍을 즐길 새도 없이 오히려 더 목구멍을 들이밀며 내 정액 분출을 도왔다.
그 헌신적인 모습에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쓸어담기며 잔뇨감을 마저 털어냈다.
더 이상 정액이 나오지 않자 천천히 고개를 내빼며 내 자지를 꼼꼼히 청소한 그녀가 위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헤헤헤― 잘 먹었습니다―”
“그래. 아영아, 맛있었어?”
“네에―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바보같이 헤실거리는 그녀의 볼에 반짝이는 눈물이 만든 길.
그 길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는 와중에 그녀의 몸이 번쩍였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종속의 액’이 흡수되는 과정이었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윤아영이 방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오, 오빠! 저 드디어 매력이 또 올랐어요. 이제 무려 51이에요. 51!”
종속의 액이 흡수될때마다 올라가던 그녀의 매력 포인트.
50을 달성한 이후엔 뜸하던 상승이 드디어 긴 침묵을 깨고 51로 상승했다.
방긋 웃던 그녀가 내 허벅지에 원숭이처럼 매달려서 볼을 문질렀다.
“저, 저 더 예뻐질 거에요. 나중에는 누, 누구보다도 예뻐질 걸요? 조, 조금만… 진짜 조금만 더…”
윤아영의 중얼거림에 맞춰서 그녀의 뽀얀 어깨가 또 다시 떨려왔다.
아까는 설렘과 쾌락때문이었다면 지금은 확연히 다른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였다.
이겨내지 못하고 흘러넘치는 그녀의 불안감과 두려움.
윤아영은 구원교의 성녀라는 직책을 맡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 달짜리 쿨타임이 있는 예언으로는 그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구원교에 산재한 전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나를 보조하는 성가을이나.
새로 들어온,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더 쓸만한 스킬을 가진 각성자 주주혜에 비하면 자신은 너무나도 초라해보이겠지.
지나친 광신이 오히려 그녀를 좀먹고 있었다.
숭배하며 존경하고 또 사랑하는 나에게 버려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였다.
아마 가족에게 버려진 경험이 있는 그녀이기에 더 무섭겠지.
“뭐가 그렇게 우리 아영이를 무섭게 했을까.”
“죄, 죄송해요. 오빠는 구원교에 관한 일들로 바쁘신 건데… 저, 저는 철없는 소리만…”
“우리 사이에 죄송할게 또 뭐 있어.”
아주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하며 되물었다.
허벅지에 원숭이처럼 매달려있던 윤아영이 고개를 들었다.
서로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와중에 천천히 염력으로 그녀를 일으켰다.
“…아.”
공중을 부유하는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한 채로 다시 침대 맡에 앉았다.
푹신하게 나를 감싸는 고급스런 매트릭스를 느끼며 윤아영을 내게 끌어당겼다.
부드럽게 날아온 그녀의 다리를 염력으로 살짝 벌렸다.
쯔거억―
야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사타구니가 내 눈앞에 드러났다.
내 취향 맞춰서 완벽하게 정리된 윤아영의 보지털 밑에 진득한 애액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보지.
다시 발기한 내 자지를 향해 천천히 그녀의 보지가 내려왔다.
그리고 삽입하기 전에 이미 소음순에 가득한 그녀의 애액을 내 귀두로 비비적거렸다.
쯔거억― 쯔거억―
“흐으읏― 흐응―”
다시 몽롱해지는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윤아영의 몸을 들던 염력을 거뒀다.
찌거억―
“흐아아아아앙―”
내려앉는 그녀의 밑보지 속으로 내 자지가 들이박혔다.
깊게 박힌 자지가 불러온 쾌락을 참지 못한 윤아영의 고개가 하늘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습관처럼 그녀의 팔이 내 목 뒤로 이동하며 나를 걸어 잠궜다.
윤아영이 가장 좋아하는 대면좌위를 만든 후에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영아.”
“흐으으응― 네에에―”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사이잖아. 그렇지?”
“흐으읏― 하으으으읏―”
그녀의 새하얗고 예쁜 귀에 대고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그녀는 내가 허리를 흔들지도 않았는데 몸을 떨며 입을 벌렸다.
“구원교의 첫 신도도 아영이고. 첫키스도 첫섹스도 모두 아영이랑 했잖아. 그렇지?”
“으아아앙― 하아으으으읏―”
“이렇게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관계야. 구원교의 교주와 성녀는 서로를 위해 그 무엇도 할 수 있어. 그렇지?”
“으으응― 맞아여, 맞아여, 맞아여어어!”
쾌락에 젖어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난 좌우로 흔들리는 윤아영의 턱을 붙잡고는 곧바로 입을 맞췄다.
“으음― 으으음―”
서로의 입술이 열리는 동시에 윤아영의 순홍색 혀가 내 타액을 긁어갔다.
종속의 액이 그녀에게 깃들수록 그녀의 숨결이 달콤해졌다.
점점 위를 향하는 동공은 이미 힘이 빠져서 몽롱해져있었다.
나는 염력으로 그녀의 몸을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흐아아아아앙―”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내가 염력으로 그녀의 몸을 들이박으며 또 다른 염력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흐아아앗― 흐아아앗― 흐아아아앙―”
길게 늘어난 분홍색 유두를 따라 그녀의 푸딩같은 가슴이 흔들렸다.
자체적으로 그녀의 보지를 맛보면서 계속해서 그녀에게 속삭였다.
“아무 걱정하지마. 이제 곧 서울로 가면 모든 것이 바뀔 거니까.”
“흐으읏― 흐아아앙― 오, 오빠아아―”
“서울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내가 반드시 너를 구원교의 진정한 성녀로 만들거야. 오빠 믿지?”
“으으으읏― 미, 믿어요― 믿어요오오옷―”
나는 결코 내게 순종하는 윤아영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윤아영은 쉽게 얻었다하여 가볍게 쓰고 버릴 인재가 아니다.
나를 보며 헤실거리는 순진하면서도 묘하게 음란한 얼굴을 주시했다.
매력이라는 스탯의 효과로 그녀는 계속해서 아름다워지겠지.
거기다 한계까지 다달은 광신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명령하던지 기쁨으로 따를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기쁨이며 또 쾌락이니까.
지금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쾌락 속에서도 충실히 조여오는 보지가 느껴졌다.
종속의 액을 흡수하고 달콤한 말에 취했는데도 그녀는 내 자지의 좀 더 나은 쾌락에 집중하고 있었다.
퍽! 퍼억! 퍼억!
“하으응― 오빠, 오빠, 오빠아아아―”
“불안해 하지마. 이젠 내가 있잖아. 널 괴롭히던 못된 친구들도, 너를 방치한 빌어먹을 아빠도 모조리 사라졌어. 내가 없애버렸어.”
“오빠아― 오빠아아아아―”
“그러니까 넌 나만 생각하면 돼. 나만의 성녀이자, 나만의 애완동물이면 되는 거야. 그렇지?”
“맞아여어어어― 사랑해요, 사랑해요 오빠아아앙―”
슬슬 치솟는 사정감에 그녀를 더 깊게 껴안았다.
잔뜩 달아오른 전신과 멍하니 벌린 입, 덜덜 떨리는 동공을 보며 은은하게 웃었다.
난 제대로 정신을 붙잡지 못하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녀가 가장 바라는 대답을.
“나도 사랑해.”
그녀의 눈이 찢어질만큼 커지는 것과 함께 하늘로 향했다.
“흐아아아아아아앙―”
뷰륵― 뷰르륵―
때마침 자궁에 두드리는 정액에 맞춰서 내 허벅지를 적시는 따뜻한 감각을 느꼈다.
그녀가 절정을 이기지 못해 칠칠맞게 흘리는 오줌을 구경하며 남은 성액을 모조리 자궁에 분출했다.
기절한 듯이 간헐적으로 몸을 떨기만하는 그녀의 턱에 맺힌 침방울을 닦아주며 염력으로 그녀를 들었다.
종속의 액을 흡수하며 번쩍이는 그녀의 몸을 침대에 눕히곤 이불을 덮혀주었다.
땀으로 마구 헝클어진 아영이의 머릿결을 정리하곤 바닥에 벗어 놓았던 교주복을 다시 입었다.
“좋아. 성녀를 케어했으니 이젠….”
항상 수고가 많으신 우리 부교주의 차례구나.
바로 밑인 3층 간부실을 쳐다보는 내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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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서울로 (4)
서울로 (4) ― 한마음 구원교 3층
윤아영을 교주 침실에서 재운 나는 곧바로 3층으로 내려왔다.
끼이이익―
거대한 백색 문을 열고 들어선 간부실에는 사각거리는 필기음이 나를 반겼다.
성가을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업무에 열중했다.
“오늘만큼은 쉬면서 날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요. 축제입니다, 성가을 씨.”
“그럼, 오늘의 일을 떠맡은 내일의 나에게 너무 미안하잖아. 어차피 해야 하는 일에 오늘 내일이 어딨어?”
하아― 진짜 저 여자는 바다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거야.
난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에 엉덩이를 기댔다.
교주가 오든 말든 관심도 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그녀 앞에 놓인 와인잔.
간단한 간식거리도 없이 홀로 놓여있는 와인병과 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이게 성가을이 즐기는 고독한 축제야?”
“그러는 너는 주주혜한테 안가고 왜 나한테 먼저 왔어?”
“아, 주혜?”
그러고보니 문지기로 각성했을 때 최고조를 찍던 당당함이 서서히 죽어가는 주주혜를 떠올렸다.
생각보다 저조한 [구원의 문]의 성과 때문이겠지.
안 그래도 요즘 왜 자본주의의 대표였던 기업들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홍보에 열을 올렸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연예인과 셀럽들에게 괜히 비싼 돈을 들여가며 자신들을 알린 게 아니란 말이지.
안정적인 루트를 찾으면 뭐 하나?
그 루트를 아는 생존자가 없는데.
홍보.
구원교에 관한 홍보가 아니, 하다 못해 ‘구원’이라는 생각을 연상하게 할 수단이 절실했다.
“어떻게 헬기라도 구해서 전단지라도 뿌려야 하나?”
“헬리콥터 운전은 누가하고?”
“내가 있잖아! 염력으로 끌면 되지.”
“그럼 그냥 네가 날아다니면서 전단지를 뿌리는 게 더 낫지 않아?”
“…아하!”“……하아.”
바보같은 문답에 성가을이 드디어 문서에서 손을 떼고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 모습에 실실 웃는 나를 보며 그녀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이런 모습을 보고 누가 방금 전까지 신도들 앞에서 설교하던 교주님과 동일인물이라 생각할까?”
“왜? 막 까도 까도 새로운 면이 보이는 양파같지? 이런 남자가 연애할 때 최고라던데.”
“푸흡! 어디서? 책에서? 아니면 유튜브에서?”
“…70만 구독자를 보유한 공신력 있는 유튜버였어.”
“푸하하하하―”
성가을이 박장대소를 하며 몸을 떨었다.
절찬리에 빨개지는 그녀의 귀를 구경하며 테이블에 놓인 와인잔을 들이켰다.
식도를 시원하게 통과하는 알싸한 달콤함.
“크으―”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와인잔에 와인을 채웠다.
어디서 들었던 바로는 와인은 원샷하는 것도 아니고 따르는 법도 따로 있다던데.
뭐, 이제 그런 시시콜콜한 예법이 중요한 시대는 저물었으니까.
소주 따르듯이 가볍게 채운 후에 아직도 몸을 잘게 떠는 성가을을 보며 말했다.
“너무 지나치게 좋아한다?”
“아핫핫핫― 아… 나 눈물까지 나려는 것 좀 봐. 어디 휴지 없어?”
“…물티슈는 있어.”
난 일부러 과장되게 도끼눈을 한 채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물티슈를 건넸다.
한동안 인벤토리를 가득 채웠던 무기들은 전부 지하 1층에 안전하게 잠들어 있었다.
이제 내 인벤토리 안에는 서울에서의 혹시 모를 비상 사태를 대비한 생필품들과 식량들뿐이었다.
내가 건넨 물티슈로 눈가를 콕콕 두드리는 성가을을 지켜봤다.
하얗고 수려한 손길과 외모가 합쳐지니 눈가를 닦는 것만으로 우아한 아우라가 퍼졌다.
“이제야 간부실도 조금은 축제같네.”
아하하하하―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창문을 통해 신도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1층에서 시작된 축제가 신전의 정원까지 번져 있었다.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신도들의 노래와 꺄르르거리는 어린 아이들의 웃음.
아, 종교하면 또 찬송가가 빠질 수 없는데.
작곡가라도 어디서 데리고 와야 하나?
“…고마워.”
창문을 통해 정원의 신도들을 구경하는 나에게 성가을이 말했다.
갑작스런 진지한 음색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했다.
언제나 그렇듯 흔들림없이 별빛같은 눈동자에 내가 맺혔다.
“…갑자기?”
“그래. 솔직히 이정도로 잘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시스템이란 게 적성도 어느 정도 보는 건가?”
성가을이 와인잔을 들고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살짝 어깨를 으쓱한 나는 그녀 옆에서 같이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정원 중앙에 김철수의 딸인 김아름이 코끼리 코를 한 채로 몸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옆에서 더 신나고 빠르게 몸을 돌리는 신지훈과 박힘찬을 본 김아름이 볼이 부풀렸다.
결국 더 빠르게 몸을 돌리다 균형을 잃은 김아름이 잔디밭에 쓰러졌다.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신나게 몸을 돌리고 있는 두 아이를 본 김아름의 표정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두 남자 아이가 서로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 으어어어― 어지러워어어―”
과장스럽게 잔디밭에 쓰러지는 그들을 보며 김아름이 다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곤 다시 일어서서 몸을 돌리며 꺄르르거렸다.
거기에 질 수 없다는 듯이 잔디밭을 뒹굴거리던 신지훈과 박힘찬이 다시 일어나 코끼리 코를 하며 돌았다.
“아름아! 아빠가 오빠들 이기게 해줄게!”
딱 봐도 잔뜩 취한 김철수가 달려와 김아름을 안고 휭휭― 몸을 돌렸다.
“꺄르르르르―”
신나게 웃는 김아름과 점점 비틀거리는 김철수를 부축하는 그의 아내.
“취해서 뭐하는 짓이야! 여보오! 위험하다니까! 어어어어―!”
“으헤헤헤헤― 아름아!”
“헤헤헤― 아빠아아아―”
그 진실된 행복에 주위에 있던 모든 신도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곳에 행복이 있었다.
이 세계에서 더는 찾기 힘든 희소한 감정.
아니, 살고 싶다면 잊어야하는 향수병같은 파편.
그리고 평화가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일 12시.
모든 신도들은 2층 기도실에 모인다.
그리고 교주인 나의 설교를 듣기전에 하루에 한 명씩 마이크를 잡는다.
마이크를 잡은 신도는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구원교에 들어온 이후에 얻게 된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아주 커다란 심리상담의 일환이었다.
지금 저 평화로운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그 중 한 신도가 했었던 말이 생각났다.
언제나 산책하며 사색하기를 좋아했다던 그는.
세상을 덮친 재앙을 자신이 산책하던 공간을 보고서야 실감했다고 했다.
언덕을 내려가며 재잘거리는 학생들의 웃음 소리.
탁탁거리며 어딘가로 바쁘게 뛰어가는 회사원과 느릿하게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
묘하게 어울리는 자동차 소리와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는 모두 사라지고 그곳을 차지한 것들.
뒤집힌 차들과 버려진 쓰레기들.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고 기묘한 침묵에 소름이 끼친다.
그 침묵을 깨는 것은 똑같이 소름끼치는 좀비들의 하울링과 잡아먹히는 인간들의 비명 뿐.
그는 그것들을 보고서야 세상이 끝나버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말했었다.
그 잃어버렸던 세상이 여기 있었다고.
자신이 애타게 찾던 평화가 여기에 있었다고.
과연, 그 신도의 말대로였다.
이곳에 평화가 있었다.
아니, 이곳에만 평화가 있었다.
“철수 목을 꺾을 때만 해도 이런 평화를 누리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거든.”
철수?
철수는 저기에 잘 살아있잖아, 근데 무슨 목이 꺾여?
아…!
이경민의 둘도 없던 절친의 이름이 김철수였지.
튜토리얼의 요정에 빙의해서 목을 꺾었던 장면이 번뜩이며 뇌내에 재생됐다.
그 싸가지 없던 새끼 이름도 철수였지.
와, 진짜 흔한 이름이네.
“와― 말하기 전까지 진짜 완벽하게 잊고 있었네.”
“……한참 진지하게 말하는데 분위기 망치지 말고 좀 들어.”
“아, 넵.”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보던 성가을이 다시 바깥의 평화를 감상하며 입을 열었다.
“넌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야. 이젠 가끔은… 정말로 네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거란 생각을 해. ……진짜 신처럼”
“그거 부교주라도 용서할 수 없는 신성모독이야.”
끝까지 장난스런 내 대답에 와인을 마시던 그녀가 도끼눈을 뜬 채로 나를 노려보았다.
마치 아까의 나처럼 상당히 과장스러운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한 번을 지질 않네.”
“이걸로 1대1이지?”
나를 보는 그녀의 의기양양한 웃음이 도저히 밉지가 않아서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1대1.
내가 장난스런 대답과 농담으로 그녀의 외로움을 채워주려했던 것처럼.
그녀 또한 나를 칭찬하고 다독여서 내 마음을 간지럽혔다.
탁―
염력으로 정원이 보이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분위기를 읽고 와인잔을 창틀에 놓는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녀는 정말로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어쩔땐 친구처럼 매우 가깝게 여겨졌지만, 어느 순간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내가 채우지 못한 8%의 결핍처럼.
하지만 조급하거나 급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강산을 짝사랑하던 대학생 성가을은 이제 없다.
구원교의 부교주 성가을은 내 손에서만 완성되는 꽃이었다.
이미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쪼옥― 쪽―
부드럽게 성가을의 목에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제는 익숙하게 나에게 안겨든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난 몇 점짜리 교주인데?”
“음…… 92점?”
그녀의 결핍을 채운 내 공간과 딱 맞는 점수에 살짝 놀랐다.
와― 진짜 귀신이네―
“에이, 너무 짜다! 이정도보다 더 잘할 수가 있나?”
“으음― 그냥 내 마음이 딱 92점이라는데?”
“……구미호같은년.”
“뭐라구?”
“하하하― 아냐, 아냐.”
눈을 치켜뜬 그녀에게 가볍게 얼버무리며 성가을의 스커트 안쪽에 숨겨진 팬티스타킹을 주물럭거렸다.
스타킹의 부드러운 감촉과 엉덩이의 쫄깃한 탄력감을 함께 느끼며 그녀를 안아들었다.
곧바로 양 다리를 교차해 내게 매미처럼 안긴 그녀를 들고 회의 테이블까지 걸었다.
일부러 조금씩 건드는 그녀의 음부에 느껴지는 뜨거운 공기.
그녀의 보지는 이미 다음 단계를 생각하며 발정해있었다.
“왜? 뭐가 그렇게 꼴렸어?”
“…흐으응―”
쪼옥―
일부러 대답을 회피하는 그녀의 목에 진한 키스마크를 새기며 테이블에 그녀를 눕혔다.
작게 흐트러지는 단발과 위에서 아래로 보는데도 전혀 망가지지 않은 외모.
그녀의 얼굴을 고정시키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종속의 액을 흘렸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타액의 선이 그녀의 입까지 흘러갔다.
입을 벌리는 성가을의 아아아―라는 그녀답지 않은 귀여운 음색에 교주복 안에 발기해있는 자지가 작게 움찔했다.
난 종속의 액을 보란 듯이 꼭꼭 씹어먹는 성가을에게 물었다.
“100점짜리 교주가 되면 어떻게 되는데?”
“음…….”
내 물음에 고민하는 그녀의 다리가 은근하게 나를 애무했다.
허리를 잠그고 있는 허벅지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스윽스윽―하며 야한 소리를 내었다.
그러면서 보란 듯이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붉은 입술을 툭툭 투드렸다.
그 색정적인 모습에 어울리는 나른한 음색으로 내 물음에 답했다.
“……알잖아?”
짧은 물음과 함께 베시시 웃는 그녀가 달콤한 숨결을 내뱉었다.
그 숨결에 가득 담긴 흥분에 나 또한 웃었다.
“으음― 츄웁― 춥―”
곧바로 서로의 입술이 맞닿고 벌려지며 혀가 얽혔다.
뱀처럼 서로를 타고오르던 순홍색 혀에 가득담긴 타액을 교환했다.
“으으응― 츄우웁― 츄윱―”
계속해서 간드러지는 비음을 흘리는 그녀의 스커트 안으로 또 다른 뱀인 내 왼손이 파고들었다.
찌이이익―
간단하게 팬티스타킹을 찢어버리고 내가 입혔던 검정색 T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그 순간 왼손에 가득 밀려오는 뜨겁고 야릇한 공기.
더 전진한 왼손이 그녀의 음부를 쓰다듬었다.
이미 질척거리는 음액이 그녀의 음부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꼴렸을까? 응?”
“흐아아아아앙!”
부드럽게 질구 속에 들어가는 내 중지와 검지가 그녀의 질구 윗부분을 긁었다.
바로 반응이 왔는지 펄떡거리는 그녀를 몸으로 내리깔며 반응이 온 윗부분을 더 강하게 긁었다.
찌거억― 찌거억―
“흐앗― 흐아아아아아앙―!”
그녀의 소음순을 치대는 손바닥부분에 보이지 않아도 하얀 거품이 잔뜩 일어난 것이 느껴졌다.
지금 바로 자지를 삽입해도 아무런 방해없이 자궁 경부에 치달을 정도로 풀어진 보지.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종속의 액?
‘아니지.’
애초에 난 간부실에 들어온 다음부터 계속해서 그녀를 애무하고 있었다.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서로 보이지 않는 수를 주고 받으며.
성가을은 윤아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똑같은 애정 결핍이다.
다만 받지 못했던 애정을 충족시키는 방향이 서로 다를 뿐.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생소한 사랑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윤아영은.
내가 자신을 사용하고 필요로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성가을은 다르다.
그녀는 사랑을 알지만 보답 받지 못했다.
닿지 않는 일직선뿐이었던 그녀는 내가 주는 사랑에 중독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강산을 오랫동안 갈구했지만 버려진 경험때문인지 내가 자신을 갈구하길 바랬다.
자신에 대한 소유욕이나 욕심을 드러낼수록 그녀는 발정했다.
“나만 박을 수 있는 가을이 보지에 이제 박는다?”
“하으으으으읏―”
하늘로 치켜뜬 눈동자와 질구를 문지르던 내 손에 울컥이는 음액들.
가볍게 절정에 달한 그녀를 감상하며 빠르게 교주복을 벗었다.
그리고 터질 듯이 발기한 자지를 T 팬티를 젖힌 그녀의 보지에 맞춰 끼웠다.
쯔거억―
찐득한 소리와 함께 진입한 자지가 아직 절정을 벗어나지 못한 질내를 갈랐다.
“아으으으으― 자, 잠깐…!”
말과는 다르게 내 허리를 꽈악 잠겨오는 그녀의 다리를 느끼며 유려한 곡선의 골반을 양 손으로 꽉 잡았다.
성가을의 질내 끝까지 다달은 귀두를 느끼자마자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골반을 잡은 덕분인지 더 강하게 찌르는 삽입에 그녀가 생선처럼 펄떡였다.
“하앙― 하앙― 하아앙―!”
난 염력으로 그녀의 몸을 고정시키며 그녀가 입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바라보았다.
툭― 툭―
그녀의 가슴을 억제하던 와이셔츠와 브래지어를 염력으로 벗겼다.
“아아앙― 하앙― 하아앙―”
들썩이는 몸에 맞춰서 잔뜩 흔들리는 가슴을 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 가슴 누구거야?”
“아으응― 너, 너, 너어어어―”
“강산이건 아니고?”
“하으으으으― 산이는 말하지마아아― 말하지마아아아―”
캠프를 버리고 도망친 녀석한테 강산도 아니고 산이라니.
좀 섭섭한데.
곧바로 그녀의 분홍색 젖꼭지를 염력으로 길게 잡아끌었다.
“하으으으으읏―!”
염력 덕분인지 쾌락덕분인지 활처럼 휘는 그녀의 상체를 구경하며 다시 물었다.
“내가 92점 교주면 혹시 남은 8점은 강산이한테 있어?”
“흐으으응― 왜, 왜그래애애― 묻지마아아― 그런 건 묻지마아아아―”
흠, 역시 남은 8점이 상당히 거슬리긴 하네.
난 짜증을 담아서 일부러 귀두를 질내 위쪽에 긁었다.
“흐아아아아앗― 긁지, 긁지마아아―”
“사랑해, 가을아.”
“히그으으윽―”
가볍게 내뱉은 속삭임에 그녀가 신음 대신 숨을 들이켰다.
그녀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란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날 얻었던 교훈은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있으니까.
8%나 남은게 아니고 8%밖에 안 남은 거겠지.
그래도 사람은 언제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산다.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를 원한다.
삐걱― 삐걱―
내 격렬한 허리움직임에 맞춰서 테이블이 흔들렸다.
“하으으으으응― 가, 갈 것 같아요! 저, 저 갈 것 같아요오오옷―!”
정신 없이 고개를 흔드는 성가을을 보며 생각했다.
어떤 말이 있을까?
어떤 상황과 말이 그녀의 삐뚤어진 애정 결핍을 진하게 채워줄 수 있을까?
그리고, 적절한 물음이 생각났다.
“가을아.”
“으응― 응― 으으응―”
“우리 나중에 좀 더 교세를 확장하면 학교도 짓고 놀이동산도 짓는 거 어때?”
“으응― 노, 놀이동사아안?”
“그래. 100점 교주님이 되면 우리 데이트하는 거야. 난 교주복 말고 캐쥬얼하게 입고. 넌…”
일부러 끝까지 말을 잇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상상만으로 치솟는 사정감을 입술을 깨물며 막고는 말했다.
“분홍색 블라우스에 하얀색 테니스 치마. 그리고 검정 단화를 신는거야.”
“아… 아아아아아―! 아으으으으으윽―!”
우리가 서로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녀가 입었던 옷들.
강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껏 꾸몄던 그녀만의 복장.
내 말을 이해한 그녀가 허리를 치켜들었다.
동시에 자지를 쥐어짜듯이 조여오는 보지에 끝까지 참았던 정액을 분출했다.
“크흑―”
“흐에에에에에에엣―”
그녀의 골반을 잡고 더 깊숙이 사정을 끝맞친 나는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두 눈을 내 눈에 맞춰서 고정시킨 후에 천천히 물었다.
“교주님이 물었는데 대답해야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먼 곳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돌아왔다.
성가을의 작게 열였다, 닫히던 입이 살짝 열리며 내가 바라던 말을 흘렸다.
“…그렇게 입을게요.”
[94% : 한구원이 주는 뒤틀린 사랑과 관심]
[06% : 강산이 주는 온전한 사랑과 관심]
그럼, 이제 94점 짜리 교주가 된 건가?
다시 스르륵 눈을 감는 그녀를 [결핍 파악]으로 훑고는 미소지었다.
천천히 보지안에 삽입했던 자지를 빼내며 테이블에 있던 물티슈로 애액과 정액이 섞인 자지를 닦았다.
이제 남은 간부인 주주혜는 자기 전에 케어해주면 오늘 할 일도 끝이었다.
염력으로 창문을 다시 여는 동시에 아직도 이어지는 축제의 노랫소리가 간부실까지 스며들었다.
서서히 해가 저무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도 완벽한 하루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오랜만에 생각난 놈의 잘생긴 면상을 떠올렸다.
강산아, 혹시 살아있니?
웬만하면 뒈졌겠지만 난 네가 살아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너에게 아주 재밌는 광경을 보여줄텐데.
‘혹시 돌아와도 내일은 오지마라.’
뜨드득―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사라지는 태양을 보며 기지개를 폈다.
작게 울리는 뼛소리를 들으며 해가 넘어가는 곳보다 더 먼곳을 응시했다.
이제 정말로 가야하는 그곳.
“내일은 서울로 가야하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파트가 너무 길어지는 걸 방지하고자 '선발대와 후발대' 파트를 뒤로 넘기고 현재의 '선발대와 후발대' 파트를 '서울로' 파트로 변경했습니다.
내일 다음 파트로 찾아뵙겠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아!
다음화 보기―――――――――――――――――――――
EP.69 선발대와 후발대 (1)
선발대와 후발대 (1) ― 한마음 구원교 4층
어깨를 간지럽히는 고른 숨결에 천천히 눈을 떴다.
곧바로 선명해지는 정신에 고개를 돌리니, 내 팔을 끌어안고 잠이 든 주주혜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일어나며 내 배 위에 올려논 그녀의 길쭉한 다리를 제자리에 두었다.
그녀를 좀 더 편한 자세로 눕힌 후에 다시 이불을 덮혀주는 순간에도 그녀는 미동도 없이 숙면을 이어갔다.
이렇게까지 잠에 빠져든 것도 당연했다.
간부 중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찾았다는 걸 눈치챈 그녀를 달랜다고 나도 어젯밤에는 상당한 무리를 했으니까.
결과적으로 마지막엔 환하게 웃으며 잠들었으니 문제는 없었다.
아직도 어젯밤의 격렬했던 흔적이 가득한 그녀의 몸을 바라보았다.
특히 푸딩같은 그녀의 가슴에 새겨진 키스마크들과 붉게 부어오른 음부를 보니 다시금 물건에 힘이 들어갔지만 참았다.
신도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축제의 연속이지만, 내 축제는 끝났다.
주주혜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그녀와 어제 시도했던 실험을 떠올렸다.
서울에서 피치 못할 위기에 봉착한다면 긴급 탈출의 용도로 나 또한 [구원의 문]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실험이었다.
구원의 문이 열리는 조건은 구원을 바라는 것.
어제 주주혜와 애정의 들박섹스 하기 전에 간절하게 구원을 생각해봤지만, 내 앞에 구원의 문은 당도하지 않았다.
짐작했던대로 [구원의 문]을 양방향 이동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구원의 문]은 이동수단이 아니라 철저하게 유입 루트로서 작동한다는 말이겠지.
“참… 더럽게 까다롭네, 까다로워.”
가볍게 혀를 차며 침실 옆에 정성스럽게 꾸몄던 샤워실에 들어섰다.
“으흠흠―”
정확한 제목을 까먹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뜨거운 물로 몸을 씻었다.
샤워실의 문을 열자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열기와 함께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제 미리 준비해뒀던 교주복이 염력에 이끌려 내게 날아왔다.
천천히 다가오는 교주복을 보며 염력으로 내 몸을 살짝 띄웠다.
바닥과 조금 멀어진 몸과 활짝 벌린 양 팔.
그런 내 몸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입혀지는 교주복을 구경하며 인벤토리를 다시 확인했다.
“혼자라면 최소 1년은 버티겠네.”
신앙 포인트를 팍팍 써서 채워넣은 인벤토리를 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면 서울에서 굶어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몸도 깨끗이 씻었고, 옷도 입었고, 인벤토리도 체크했다.
탁탁―
교주복을 툭툭 쳐서 주름을 잡으며 침실을 나섰다.
주주혜는 굳이 깨우지 않았다.
터벅이는 발걸음이 새벽녘의 4층을 울렸다.
완전하게 해가 뜨지 않은 연한 파랑색이 복도를 물들이고 있었다.
이제 막 고개를 내민 따사로운 햇빛이 몰아내지 못한 쌀쌀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앞으로 걸었다.
중앙 계단을 내려가 축제의 흔적으로 가득한 1층을 통과했다.
어제 한껏 즐긴 반동인지 지나치게 조용한 1층의 정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활짝 열리는 문틈으로 정원에서 나를 기다리던 무리가 고개를 들었다.
“교주님.”
하루만에 다시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온 부교주가 나를 불렀다.
난 상쾌한 새벽공기를 잔뜩 맛보며 천천히 그들을 향해 웃어주었다.
“이런!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른 새벽에 마중까지 나오십니까.”
“아닙니다, 교주님. 구원교의 신도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하하하― 그래요. 그래요.”
서태산의 대답에 물씬 담긴 충성심에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서태산의 눈에 가득 담긴 경애와 숭배가 보였다.
구원교의 충실한 신도가 된 서태산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절대 주제를 넘지 않는 충성스런 사냥개였다.
괜히 강산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것이 아니란 거겠지.
그렇기에 안타까웠다.
서태산이 각성자였다면 두말 할 것도 없이 자경단의 단장으로 만들었을 텐데.
서태산을 향한 안타까움을 숨기며 내게 다가온 간부들을 살폈다.
어제의 흐트러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윤아영과 성가을.
그녀들을 양 팔로 안아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배급소는 아직 남은 기한이 많으니 따로 걱정하지마세요. 부교주가 있으니 제가 편하게 서울로 갈 수 있는 겁니다. 아시죠?”
“물론입니다, 교주님.”
“성녀는 제가 없다고 방에만 있지말고 간부실에서 다른 또래들과 친해져 보세요.”
“흐윽― 네, 네― 교주님.”
“울지도 말구요.”
“끄윽― 네에에―”
울지말라니까 더 울먹거리는 윤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포옹을 풀었다.
일정한 보폭으로 정원의 중앙에 도달해서는 다시 그들을 보며 웃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신도들과 오겠습니다.”
“무사히 다녀오세요, 교주님!”
내가 염력으로 천상의 보호막을 벗어날때까지 허리를 숙이며 나를 배웅하는 그들을 내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드넓은 인천을 지나 흐릿하게 나를 반기는 서울의 거대한 막.
내가 펼친 주황색의 ‘천상의 보호막’과는 전혀 다른 돔 형태의 어두운 막을 보며 몸을 기울였다.
저곳이 내가 가야할 목적지였다.
퍼어엉―!
세차게 새벽 공기를 가르며 염력이 내 몸을 잡아당겼다.
익숙한 인천의 상공을 순식간에 벗어나며 아마도 부천시로 보이는 도시를 지나쳤다.
심하게 펄럭이는 교주복으로 바람의 세기를 알 수 있었지만, 각성자의 육체는 전혀 아무렇지 않게 비행을 계속했다.
오히려 여유롭게 아래를 정찰하기까지 했다.
인천과 다를 바가 전혀 없은 무너진 도시와 옆에 덩그러니 놓인 초록 산.
그 초록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과 도로에 가득 버려진 자동차들.
아직도 지치지 않고 고속도로를 돌아다는 좀비들을 관찰하며 지루함을 채웠다.
5분도 채 되지 않은 비행만에 점점 선명해지는 검정색 보호막을 주시했다.
역시, 또 다른 사이비가 있는 대구를 찾아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쉬운 난이도의 비행이다.
저렇게 커다란 막만 보고 직선으로 몸을 돌진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었던 서울이지만 지금 출발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애초에 우리가 세웠던 계획은 집을 튼튼하게 지은 후에 외부 활동을 개시하는 것이었으니까.
이젠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검정색 보호막에 더 속도를 높혔다.
쐐애애액―
유성처럼 검정색 보호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양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혹시나 모를 기습에 대비하기 위해서 였다.
띠링―!
[각성자 ‘한구원’의 서울 진입을 환영합니다!]
보호막을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내게 떠오른 메시지창.
메시지창을 빠르게 훑은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사방을 주시했다.
그리고 물씬 풍기는 이질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검은색 보호막 안에 격리됐었던 대한민국의 수도.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보호막 안의 세상은 바깥과 다를 바는 없었다.
도로에 버려진 차들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
하지만 바깥과 다른 게 딱 하나 있었다.
“…좀비가 하나도 없잖아.”
검은 보호막에 진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로에 우글우글거리던 좀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도로에 살조각이나 버려진 내장들같은 좀비의 흔적 조차 없었다.
오랜만에 핏물이 번지지 않은 아스팔트를 보는 내 눈에 약간의 혼란이 담겼다.
[각성자 ‘한구원’의 현재 위치는 구로구입니다.]
[현재 구로구를 지배하는 각성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여 구로구를 점령하세요!]
[구로구를 지배하는 각성자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은 구로구에 진입한 6번째 각성자입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주르륵 뜬 메시지창을 읽어내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구로구를 지배하는 각성자.
다양한 임무를 완수해서 구로구를 점령하라….
이거 완전 서울시 자체를 땅따먹기하라는 말 아닌가?
그럼 이제 나에게 한마음 구원교주말고 또 다른 이름표가 생기는 건가.
구로구의 왕 한구원.
아…….
간지나는 영어 지명이 아니라 그런지 물씬 풍기는 싼마이함에 관자놀이가 땡겨왔다.
구로구의 왕이 있으면 혹시나 도봉구의 왕인 아서스도 있으려나.
“푸흡…!”
갑자기 생각난 인터넷 밈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주변을 살폈다.
그래서 그 다양한 임무는 어디서 받는다는거지?
거기다가 내가 6번째로 구로구에 진입했다했지?
그럼 이미 진입한 5명은 어디있을까?
그리고 왜.
“…아직도 구로구를 점령한 각성자가 없을까?”
찬찬히 구로구를 살피는 내 눈에 익숙한 빨간색이 보였다.
성역 관리에서 건물을 지을 때 불가능을 나타내던 그 빨간색이 구로구의 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광경에 곧바로 눈을 반짝이며 이해를 완료했다.
임무를 완수할때마다 구로구의 일정 구역을 지배하는 구조였구나.
그리고…
당연히, 점령한 구역도 인벤토리처럼 뺏을 수 있는 거겠지.
내가 온 것을 눈치챘는지 빨간 구역에 속한 건물에서 누군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살짝 튀어나온 대가리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더니 아무런 경계도 없이 내게 걸어오고 있었다.
“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오신 각성자시군요! 비행 각성자이신가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강산 하위호환에게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마음 속으로 아주 약간의 고민을 이어갔다.
그렇게나 필요하다며 노래를 부르던 각성자가 내게 튀어오고 있는 이 순간에.
그를 죽여서 구역을 얻을까?
아니면 일단 대화라도 해볼까?
저 놈이 내 신도가 된다면 구역도 내 구역으로 바뀌지 않을까?
일단 대화를 나눠보기로 결정한 나는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는 환하게 웃었다.
“아, 반갑습니다!”
“하하하! 잠깐 내려와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도로에서 나를 기다리던 기생오라비의 바로 앞에 내려와서는 놈이 내민 오른손을 맞잡았다.
뺀질뺀질한 놈의 얼굴이 찢어지며 하얀 건치를 내보였다.
“정말 반갑습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인지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대구입니다. 조금 멀리 날아온 탓인지 조금 피곤하군요.”
“이런! 마나를 다 쓰셨군요!”
안타까운 표정으로 호들갑을 떠는 놈에게 은근하게 물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만나면 원래 통성명부터 하지 않나요?”
“하하하― 그렇죠, 그렇죠. 저는 서주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주원 씨. 저는 한구원입니다.”
“오, 이름이 특이하시네요.”
“자주 듣던 말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의 와중에 서주원이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드리며 복장에 관해 물었다.
“오, 이 옷은 뭔가요? 약간 뭐랄까… 종교적이군요?”
“하하하― 맞습니다. 이런 세상이 와버리니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더군요.”
“이해합니다, 구원 씨. 이해하고 말고요. 그나저나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비행 능력이라니, 좀비를 피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능력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덕분에 원만하게 이렇게 서울로 올 수 있었네요. 가족들이 살아있어야 할 텐데.”
일부러 눈물을 글썽이며 젖은 눈빛으로 하늘을 보자 서주원이 쾌활한 웃음과 함께 나를 위로했다.
“이런, 저 또한 같은 심정으로 서울로 진입했습니다! 저희 할 얘기가 무척이나 많은 것 같은데 제 건물로 가시죠!”
“건물이요?”
“네. 아마 서울에서의 특별한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일단 구원 씨의 지친…”
갑작스러운 빛에 방긋 웃으며 내 말에 답하면 서주원의 말이 끊겼다.
검은 보호막에서 내려온 빛의 기둥이 그리 멀지 않은 산머리까지 이어졌다.
“이런… 시작됐군요!”
[구로구 특별 임무 발생(처치)]
[천왕산 좀비 웨이브]
허공에 떠오른 임무 창을 확인하는 와중에 옆에 있던 서주원이 도로를 달리며 내게 손짓했다.
“빨리 가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아… 네, 넵!”
어리숙한 대답과 함께 일부러 천천히 서주원의 뒤를 따라 뛰었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오신 각성자시군요!’
처음 만난 순간 서주원이 내게 했던 말.
이름보다 먼저 파악한 스킬과 남은 마나.
손과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은근히 체크하는 내 신체 스펙.
거기다 너무나 절묘하게 터지는 특별 임무.
‘이건… 속고 싶어도 속을 수가 없는데?’
빠르게 천왕산을 향해 뛰어가는 놈을 보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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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선발대와 후발대 (2)
선발대와 후발대 (2) ― 서울특별시 구로구 천왕산
잘 정비된 등산로와 주위에 우거진 잡목들.
한참 녹음을 빛내던 산길을 서주원과 내가 돌파하고 있었다.
천왕산의 높이는 정확하게 144m.
일반인들도 동네 뒷동산으로 생각할만큼 낮은 산은 각성자들에겐 작은 언덕에 불과했다.
꽤나 높은 스탯으로 추정되는 서주원은 뒤따르는 나를 보지도 않고 무지성으로 등산로를 돌파하고 있었다.
허나, 서주원의 검은 속을 눈치챈 나에게는 사뭇 다른 점이 눈에 띄였다.
‘이새끼가 은근히 페이스를 조절하네….’
도로에서 달리던 순간과 등산로를 오르는 지금의 속도가 묘하게 달랐다.
허억― 허억―
좀 더 확실한 체크를 위해 일부러 숨가쁜 소리 내뱉자 놈의 속도가 아주 천천히 줄어들었다.
나를 배려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단 혹시라도 남아있을 내 여력을 전부 빼놓겠다는 녀석의 의지가 보였다.
‘하, 참나.’
속이 보여도 너무 보이는 행태에 헛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요즘 자애로운 교주 모드로 일상을 살고 있는 나를 서주원이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이런 새끼에게는 정의의 철퇴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 저런 놈은 신도로 받아도 불순분자가 될 게 뻔하다.’
죽이자.
그 어떤 유능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해도.
일단 그 전에 쓸만한 정보부터 긁어볼까.
마음을 정한 나는 제자리에서 숨을 헐떡이며 놈을 불렀다.
“주, 주원 씨! 잠깐만요!”
한 귀로 들어도 피곤에 쩔은 내 부름에 놈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 돌아왔다.
“아! 죄송합니다, 구원 씨. 제가 너무 빨랐나요?”
“허억― 허억― 주원 씨.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제가 너무 급해서 상황 설명도 해드리지 못했군요.”
서주원이 사람 좋게 웃으며 턱을 긁적이다가 천왕산의 정상을 가리켰다.
찬란한 빛기둥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 산머리였다.
“저희는 저곳에 생성되는 보석을 5분간 지켜야합니다.”
“다짜고짜 보석을 지키라니요?”
“시스템 자체가 그렇습니다. 돌발 임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죠.”
끼에에에에엑―!
작은 산을 뒤흔드는 좀비들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때마침 들려온 포효에 미소 지은 서주원이 말을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좀비 웨이브로부터 5분동안만 보석을 지키면 되는 겁니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요?”
“아, 그건 아닙니다! 저 보석 자체가 구로구의 지배율을 높혀주거든요. 그것도 다른 임무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요.”
서주원이 신나게 대답하는 말에 흩어진 단서들을 모았다.
특별 임무의 보석은 지배율을 큰 폭으로 높혀준다.
또한 서주원은 특별 임무가 아닌 다른 임무 또한 수행해본 경험이 있다.
새끼, 다른 임무도 해봤으면 나름 구로구 내에서는 베테랑이라는 말 아닌가?
그런 놈이 왜 자원봉사자로 빙의해서 나를 데리고 가고 있을까?
그것도 시커먼 속을 숨기면서 말이야.
두 말 할 것도 없이 뻔했다.
나를 어딘가에 써먹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어딘가가 미끼라는데 불알은 심해도 팔 하나는 걸 수 있었다.
“아마 지금 밑에서 한창 좀비들이 올라오고 있을 겁니다. 저희는 빨리 고지대를 선점해야 하구요. 안전 구역을 가지지 못한 구로구의 밤은 매우 무섭거든요!”
“…밤이요?”
“네! 아마 조금 뒤에 해가 지면 아시게 될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구원 씨만의 안전 구역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빠르게 달린 건데…”
너무 제 생각만 앞섰는지 모르겠군요….
풀이 죽은 듯이 줄어드는 놈의 목소리를 들으며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했다.
이거 아주 순진한 주인공 납셨네, 주인공 납셨어.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저런 표정을 지으면 정보고 뭐고 그냥 바로 죽인다.
난 마음을 가다듬고 깜짝 놀랐다는 듯이 눈을 끔뻑거리며 서주원에게 되물었다.
“그 보석을 저한테 주신다고요?”
“물론이죠. 이제 저희는 목숨을 공유하는 동료입니다! 보상을 나누는 건 당연한 일이죠.”
“…아 너무 감사해서 뭐라 드릴 말이 없네요.”
“하하하―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나저나…”
서주원이 갑작스레 말을 끌며 나를 훑어봤다.
놈이 은근한 탐색과 희열이 깃든 눈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왜 스킬을 쓰지 않으십니까? 날아오시는 게 더 편하실 텐데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마나를 다 써버려서….”
“아하~ 마나를 다 쓰셨군요.”
크롸아아아아아―
우리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포효.
스테로이드 특유의 쿵쾅거리는 발구름이 산을 흔들었다.
일부러 몸을 움찔거린 나를 보며 은은하게 웃은 서주원이 입을 열었다.
“놀라지마세요. 사운드 스토커라는 변종인데 소리만 크지 별로 강하진 않습니다.”
“…그렇군요.”
소리만 들어도 근육빵빵한 괴물놈이 선명한데 이새끼가 나한테 구라를 쳐?
아무것도 모르는 듯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뱀처럼 아주 천천히 오른손에 힘을 줬다.
“저놈이 좀비 웨이브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저놈만 없으면 웨이브는 무척이나 쉽게 막을 수 있죠. 그러니까 당신이…”
놈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오른손을 내밀었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백광과 함께 최고조의 염력이 놈에게 발현됐다.
그대로 목을 찢어버릴 작정으로 달라붙는 백색의 마나들이 천천히 흩어졌다.
“저 변종의 놀잇감이 돼주셔야겠습니다.”
놈은 아무런 문제없이 오른손을 내게 내리찍었다.
서주원의 오른손에 날카로운 단도가 갑작스레 생성됐다.
“―!”
당황스러움을 삼키며 서둘러 다리를 박차며 놈의 찌르기를 회피했다.
별빛교회에서처럼 염력이 통하지 않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 주효했다.
순식간에 벌려진 거리를 보며 잠시 멈칫한 놈이 더럽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킥킥대며 웃었다.
“뭐야, 마나 다 썼다면서?”
염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놈이 본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언제부터 알았어?”
처음 봤을 때부터 당연하게도 놈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놈의 물음에 장난식으로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대답이 없는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한 놈이 나무를 이용해 내 시야를 교란하며 움직였다.
요란한 좌우이동이 반복되며 놈과 나의 거리가 줄어든다.
그런 놈의 오른손에서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단검의 칼날.
…당할 뻔했다.
놈의 스킬이 무엇이든 놈의 수에 피를 볼 뻔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 또한 전혀 방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잔뜩 굳은 얼굴이 바쁘게 놈의 움직임을 쫓았다.
나무 사이로 요리조리 움직이는 놈을 조준하는 팔이 바쁘게 흔들거렸다.
“그렇겐 안 되지!”
좀 더 넓은 시야를 위해 몸을 띄우는 내게로 빛살이 날아들었다.
놈의 마나가 물씬 들어간 단검에 염력을 쏟아부었지만, 전혀 멈추지 않았다.
어깨를 움직여 가까스로 피한 단검이 뒤쪽 나무에 꽂혔다.
저 새끼의 마나가 담긴 것들은 내 염력이 통하지 않았다.
무효화 계열인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좀 더 뒤로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
서주원이 갑작스레 접근을 멈추고 산 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크롸아아아아아―!
뒤늦게 울리는 스테로이드의 포효에 머릿속에 섬광이 번뜩였다.
‘이 새끼가―!’
나를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나를 뒤쪽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다.
서둘러 뒤를 보는 나에게 커다란 물체가 들이박혔다.
“끼에에에엑―!”
“이런 개 씨이이발!”
오랜만에 튀어나오는 원초적인 욕설과 함께 나와 뒤엉킨 좀비 새끼의 아가리를 멈춰세웠다.
바로 코앞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이빨을 딱딱거리는 놈을 보며 어금니가 갈리다 못해 부서질 지경이었다.
“…넌 곱게 못 뒤진다.”
서주원 이 개새끼가.
찌지지직―
곧바로 좀비놈의 머리를 뜯어버리고는 다시 공중을 날았다.
천왕산을 오르는 일단의 군체가 눈에 띄였다.
그 군체 속에서 또 다시 검은 빛살이 나를 목표로 날아든다.
스테로이드가 잔인한 웃음과 함께 옆에 있던 좀비들을 마구잡이로 내게로 투척하고 있었다.
키이이이잉―!
양 팔을 내민 나를 따라 마나가 가속했다.
더 진하게 피어오르는 백광을 따라 전신을 내달리던 마나가 말초신경을 통해 손 끝으로 튀어나왔다.
염력이 산 아래를 짓눌렀다.
산을 뒤흔들던 모든 존재가 정지했다.
날아오던 좀비들도, 뛰어오던 좀비들도, 스테로이드까지도.
시간이 멈춘 듯한 광경에 쭉쭉 빠져나가는 마나가 느껴졌지만, 오히려 더 아끼지 않았다.
내 전신이 아까보다 더 찬란한 빛과 함께 진한 백색으로 피어올랐다.
툭― 툭― 툭― 툭―
산을 가득 채운 잡목들의 나뭇가지가 부서진다.
흔들리고 부서지며 더 길고 날카롭게 변모한 가시들이 순식간에 좀비들의 사방을 뒤덮었다.
가시들을 전부 시야에 담는 내 동공이 어지럽게 좌우로 움직였다.
내가 손을 내지르는 순간 모든 가시들이 비행을 시작했다.
쐐애애액―!
아래로 쏘아지는 나뭇가지들이 염력에 묶인 좀비들의 머리를 헤집었다.
파도처럼 밀러왔다, 다시 파도처럼 쓰러지는 좀비들의 중앙에 있던 스테로이드가 삐걱거리며 내 염력에 저항했다.
끄드드드득―
살벌한 소리와 함께 부들부들 떨리는 놈의 양팔이 머리를 감싸며 자신의 유일한 약점을 보호했다.
내 지휘에 맞춰 차근차근 군체를 정리한 가시들이 다시금 스테로이드를 조준했다.
끄드드득―
서서히 벌려지는 내 팔과 함께 거울에 비친 듯이 놈의 양 팔이 또한 부르르 떨리며 열렸다.
“크, 크롸아아아아―!”
분노가 담긴 처절한 포효가 무색하게도 아무리 용을 써도 서서히 드러나는 놈의 머리.
놈의 눈동자에 좀비들의 썩은 피가 흥건한 나뭇가지들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맺혔다.
푸슉―
그걸로 끝이었다.
큰 덩치가 무색하게 천천히 바닥에 쓰러지는 놈의 몸뚱아리를 주시하는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변종을 처치하셨습니다!]
[서울에서의 좀비 처치는 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쿠웅―!
땅을 작게 울리며 완벽히 뒤진 스테로이드를 뒤로 한 채로 정상을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더는 하울링이 들리지 않는 적막에 물든 산이 번쩍이더니 또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천왕산 특별 임무 ‘좀비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격퇴하셨습니다. (방식 : 처치)]
[각성자 서주원, 한구원에게 ‘보석’의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특별 임무 기여도 : 99%]
[90% 초과 기여도의 보상으로 구로구의 지배율이 0.5% 증가합니다.]
[현재 각성자 한구원의 구로구 지배율 : 0.5%]
다른 메시지들보다 보석의 소유권이 서주원에게도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놈은 좀비 웨이브를 5분간 버티면 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난 웨이브 자체를 몰살시키는 방식으로 특별임무를 해결했다.
그로인해 99%라는 경이로운 기여도를 달성했지만 중요한 것은 보석이었다.
나보다 먼저 보석을 가진 놈이 다시 자신의 구역에 쳐박힌다면 상황이 난감해진다.
그리고 놈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기습에 실패한 놈이 왜 미련도 없이 바로 나를 함정에 놀아넣고 위를 향해 뛰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개새끼가 나를 완전히 가지고 놀았네.’
그래도 아직 완벽히 진 것은 아니었다.
놈을 죽이기만 하면 과정은 상관없이 내가 이기는 거니까.
빠르게 갈라지는 바람과 함께 빛기둥이 완벽히 내려앉은 산머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영롱하게 빛나는 붉은 보석에 손을 뻗는 서주원까지.
“서주원―!”
보석을 보며 환하게 웃던 서주원이 내 목소리에 잠깐 멈칫거렸다.
‘놈에게 염력이 안 통한다. 그렇다면.’
드드드드드―
내 염력에 반응한 산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몸을 떨었다.
이능에 요동치는 흙뭉치가 날카롭게 벼려지며 서주원의 등을 향해 쏘아졌다.
서주원이 보석에 거의 닿았던 손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자신의 배를 뚫을 기세로 전진하는 흙뭉치에 손을 가져다댔다.
천천히 허물어지는 흙덩이들과 함께 고개를 든 서주원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비행 각성자가 아니잖아?”
“그럼 너는 동료니 뭐니 하더니 순 구라쟁이새끼였잖아.”
“어떻게 놈을 뿌리치고 이곳까지 날아온 거지?”
스테로이드를 계속해서 ‘놈’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며 깨달았다.
이 새끼, 스테로이드를 처치하지 못해서 변종 지식을 얻지 못했다.
“다 죽였다. 그리고 이제 곧 너도 죽는다.”
“미안한데. 각성자는 절대 날 못 이겨.”
나를 경계하며 거리를 물리는 녀석의 손아귀에 단검이 생성됐다.
단검에 스며드는 음습한 검은 마나를 주시하며 놈의 동태를 살폈다.
저 녀석의 스킬은 내 스킬을 무력화한다.
그럼, 자연히 [모방 성체]의 영향을 받는 내 육체도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이 된다.
단 하나의 정타가 곧 치명타로 이어진다.
끄드드드득―
다시금 산이 진동하며 무수한 가시와 방패를 만들어냈다.
방패론 내 사각을 방어하며 파르르 떨리는 가시들이 일제히 서주원을 조준한다.
그 살벌한 대치에서 가볍게 몸을 털며 양 팔을 흔든 서주원이 나를 보며 웃었다.
“새끼가, 쫄기는.”
그 건방진 말에 환하게 미소로 화답하며 손을 내질렀다.
하늘을 가득 메운 가시들이 순식간에 지상을 폭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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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선발대와 후발대 (3)
선발대와 후발대 (3) ― 서울특별시 구로구 천왕산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작금을 살아가는 전부가 이미 깨달은 사실을.
서주원은 지금 이 순간 실감했다.
공중에 떠있는 희멀건 놈팽이와 아래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자신.
서로의 눈이 바쁘게 움직이며 오직 상대방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다.
자신과 놈에게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각자의 마나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살기인가?’
가벼운 농담을 속으로 뇌까리며 일부러 과장을 보태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 미소에 담긴 여유가 보는 이로 하여금, 초조함을 만들어 낼테니까.
행동 하나하나의 이유가 모두 승리와 살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서주원은 그것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지금의 시대에 어울리는 ‘진화’였다.
허나, 번데기를 벗어난 자만이 나비가 되듯이.
모든 이들이 진화한 것은 아니었다.
여태까지 자신이 만났던 모든 인간들과 각성자들은 커다란 번데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외로움’
특히나 구로구에서 만났던 각성자들은 모두 그랬다.
모든 상황을 제쳐두고 서울로 달려왔다는 것은 곧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서울에 잠들어 있다는 증거다.
무언가를 잃은 자가 느끼는 거대한 상실은 곧 외로움으로 이어지기 가장 쉬운 감정이다.
자신이 만났던 모든 각성자들은 선명한 외로움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서주원은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었다.
외로움이 사람을 병들게하고 진화를 막고 있었다.
그것에 서주원은 더없는 연민을 느꼈다.
그렇기에 그는 그들을 치유해줬을 뿐이다.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외모라는 무기로 자신을 경계하는 이들에게 웃고, 배려하고, 칭찬했다.
잘생겼다는 것은 언제나 그랬다.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있을 수 없는 자신의 무기에 남자든 여자든 모두 관대해지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대했다.
나약해지고, 병들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죽었다. 서주원은 그렇게 구로구에서 만난 4명의 각성자들의 외로움을 치유해주었다.
오늘 만난 병신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구로구에 도착한 6번째 각성자.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날아온 비행 각성자를 간단히 치유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이 진행될수록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놈은, 이상한 흰색 종교복을 입은 병신은.
외로움을 가지지 않았다. 병들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과 똑같이, 나 서주원을 죽일 생각만이 가득했다.
서주원은 병들어 있는 인간들을 치유하다보면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것이란 것도 내심 알고 있었다.
그 순간이 온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죽이고 싶었다.
그저 하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놈을 순수하게 찢어발기고 싶었다.
그렇기에 서주원은 웃었다.
보란 듯이 촐랑거리며 몸을 풀었고 입으로는 그를 도발했다.
“새끼가, 쫄기는.”
한구원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로 자신의 도발에 화답하며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파르르 떨리며 자신을 조준하던 가시들이 지상을 폭격했다.
서주원은 가벼운 뜀박질로 폭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파바바바바박―!
자신의 회피 경로를 따라 가시들이 꼬리처럼 그를 뒤따랐다.
단순한 폭격으론 자신을 잡을 수 없다.
육체 스탯에 상당한 투자를 한 각성자가 가시보다 언제나 한 발자국 빨랐다.
한구원도 그것을 알았는지 가시의 폭격을 멈췄다.
진한 백광으로 피어오른 놈의 주위로 커다란 돌덩이들이 부유했다.
넘치다 못해 밖으로 흐르는 듯한 백색의 마나에 서주원이 미소지었다.
‘더, 더 소모해라.’
각성자를 각성자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오직 마나뿐.
마나라는 연료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각성자는 마나가 남은 각성자에게 잡아먹힐 뿐이다.
한구원의 공격 방식이 변했다.
선의 폭격이 아닌, 면의 폭격으로.
사방을 점거한 돌덩이들이 순식간에 모든 방면에 내리꽂혔다.
서주원은 뜀박질을 멈추고 돌덩이를 응시했다.
그리고 한구원과 비슷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키이이이잉―!
최대한 효율적으로 분배한 마나가 말초신경을 통해 손끝으로 발현됐다.
검은색 마나로 흐물거리는 오른손이 돌덩이에 닿았다.
그리고 돌덩이를 무기로 변모시킨 힘을 모두 앗아갔다.
한구원의 마나를 차단했다.
쿠웅―!
한구원의 마나를 벗긴 돌덩이는 그저 돌덩이일뿐이다.
각성자의 육체는 돌팔매질에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몸에 부딪쳐 바닥을 나뒹구는 돌덩이를 발판삼아 도약했다.
한구원의 영역이었던 공중을 침범한 서주원이 잔상이 남을만큼 빠르게 손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검게 흐물거리는 빛살이 방패의 사각으로 쏘아졌다.
한구원이 서둘러 방패의 위치를 재조정함과 동시에 선과 면이 부딪쳤다.
푸욱―!
흙으로 뭉친 거대한 방패가 단검이 틀어박히자마자 스르륵― 허물어졌다.
아래로 떨어지며 바람에 흩날리는 흙뭉치를 주시하며 서주원은 자신의 인벤토리에 남은 단검의 수를 헤아렸다.
‘5개!’
최고점을 찍은 도약을 끝으로 자신과 단검이 추락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주변에 커다란 물체들이 부유했다.
다시 방패를 만들고 자신을 주시하는 한구원이 지휘를 하듯이 양팔을 내저었다.
유려한 손짓에 맞춰 커다란 운동량을 품은 돌덩이들이 자신을 요격했다.
‘4개!’
서주원은 인벤토리에서 생성한 단검을 다시 박차며 요격을 따돌렸다.
한구원보다 더 위를 점거한 서주원이 단검을 투척했다.
‘3개!’
쐐애애액―!
다시금 한구원의 사각을 공략하던 단검이 방패에 막혔다.
하지만 단검보다 훨씬 거대한 방패 또한 모습을 잃고 지상에 흩뿌려졌다.
위를 응시하며 손을 내젖는 한구원에 맞춰 서주원이 한 번 더 단검을 소환해 그곳을 벗어났다.
콰아아앙―!
목표를 잃은 돌덩이들이 서로를 폭격하며 굉음을 울렸다.
자신을 향한 계속되는 공격과 단검을 막기 위해 강요되는 방어.
단검과 회피에만 조금씩 마나를 이용하는 자신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마나를 소모하고 있을까.
소모전.
소모전이 놈을 거꾸러트릴 최고의 사냥법이다.
팍―! 팍―!
요격의 실패에서 얻은 잠깐의 틈에 지상에 박혀있던 두 개의 단검을 회수했다.
박혀있는 단검들에 흐물거리는 자신의 마나를 보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한구원은 자신의 공격 및 이동 수단을 빼앗지도 못한다.
‘4개!’
아직 자신의 마나로 코팅한 2개의 단검은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리꽂히는 중이었다.
자신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충분한 단검을 회수한 서주원이 아까의 전투를 반복했다.
쾅―! 쾅―!
지상을 폭격하는 돌덩이들과 그것을 가볍게 회피하는 자신.
가시와 돌덩이를 발판삼아 공중을 점거하며 단검 투척으로 사각을 노린다.
선으로 면을 소모시키며 마나 사용을 강요한다.
집요하게 도약의 동력을 잃은 자신을 노리지만.
투척 수단인 단검을 이용해 교활한 회피를 계속했다.
단검에 단검을 밟으며 한구원의 영역인 공중을 유린한다.
콰아앙―! 콰아앙―!
아주 확실하게 조금씩 조금씩 놈의 마나를 갈취한다.
“…하악, 하악…”
바닥에 박힌 단검들을 회수하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미약한 헐떡임.
처음과 비교해 상당히 느려진 물체의 움직임과 이젠 하나만이 건재한 놈의 방패.
그리고 숨기려 애쓰지만 점점 흐려지는 놈의 표정까지.
드디어 드러난 승리의 요소들을 체크하며 서주원이 자신의 마나를 가늠했다.
‘40% 정도? 그리고 단검은 다시 6개.’
놈에 비하면 만전이라 칭해도 괜찮은 상태.
키이이이잉―!
서주원의 전신이 검게 물들며 위를 응시했다.
아래를 주시하던 한구원의 턱에 맺힌 땀방울이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진다.
툭―!
이제 승리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다.
지상을 처참하게 장식하는 돌덩이 중 하나를 박차고 도약했다.
빠르게 자신을 요격하는 돌덩이들.
허나, 아까만큼 빠르지 못하다.
‘5개!’
생성된 단검을 박차고 가속도를 얻었다.
숙련된 사수가 쏜 총알처럼 서주원의 육체가 한구원을 향해 비행했다.
한층 더 다급해진 놈이 손을 놀렸다.
아까의 우아한 손짓에 비하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느렸다.
그르르르륵―!
점점 바닥나는 마나를 증명하듯이 자꾸만 모양이 망가지는 흙뭉치가 자신의 진로를 방해했다.
‘4개!’
가볍게 던진 단검이 흙뭉치를 가르며 나아갔다.
놈에게 시간을 줘선 안 된다.
빠르게 도약용 단검을 생성한 그가 다시금 비행의 동력을 얻는다.
“…3개.”
단숨에 흘러내리는 흙바람을 헤치며 입밖으로 카운트 다운을 개시했다.
자신의 말을 분명히 들었을 한구원의 눈이 흔들렸다.
“…2개.”
더 진한 미소를 품은 서주원이 던진 단검이 한구원의 유일한 방패를 무너뜨렸다.
한구원의 주위를 굳건히 지키던 모든 방패가 사라졌다.
공중에 남은 것은 서주원과 한구원뿐.
검은 빛으로 타오르는 자신과 달리 한구원에 몸을 감싼 백광이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서주원은 툭― 툭― 끊기는 놈의 빛무리를 보면서도 방심하지 않았다.
이번엔 처음 실패했던 기습처럼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1개.”
공중에 흩뿌린 마지막 도약용 단검에 올라탔다.
뜨드드득―
반동을 위해 최대한으로 굽힌 허벅지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씨, 씨바아알!”
언제 들어도 상쾌한 사냥감의 비명을 들으며 한구원을 정조준했다.
어떻게든 방패를 다시 만들려 용을 쓰는 한구원에게 커다란 검은 빛살이 유성처럼 날아든다.
쐐애애애애애액―!
“……제로.”
마지막 단검을 양손에 든 서주원이 스스로 투척용 단검이 된다.
흐물거리는 거대한 단검이 조잡한 방패를 뚫고 단숨에 사냥감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했다.
‘이겼다!’
서주원이 승리의 축배를 들 듯이 한구원의 왼쪽 가슴으로 단검을 내질렀다.
이 순간 저 새끼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아니면 반응조차 못하고 당황하고 있을까?
너무나 즐거운 웃음에 몸서리치며 놈을 주시했다.
키이이이이잉―!
한구원은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발현음과 함께 한구원의 몸이 다시금 환한 빛무리에 물든다.
그것은 본능의 영역이었다.
서주원이 자신이 든 단검을 박차서 지상에 처박힌 것이.
쐐애애액―!
익숙한 파공음이 지상에 추락하는 자신을 스쳐갔다.
분명 자신의 마나로 코팅되어있을 단검들이 도리어 자신을 공격했다.
콰아아앙―!
운석처럼 지상에 처박힌 충격에 허리가 살짝 들렸다.
“…커허어어억!”
각성자의 육체라도 쉽게 버틸 수 없는 반동에 마른 기침과 함께 머리가 흔들렸다.
‘뭐, 뭐지. 뭐야! 도대체 뭐였지?!’
미처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공중에서 하얀 빛이 번뜩였다.
푸욱―!
서주원의 왼쪽 발목에 무언가 틀어박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자신의 피와 함께 서주원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또한 잇달아 전신을 내달리는 격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아악―!”
푹―! 푹―! 푹―!
자신이 사용했던 단검들이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오른쪽 발목, 양 쪽 팔목 그리고 배꼽과 고환.
“…꺼, 꺼어어억―!”
너무나 강한 고통에는 비명도 나오지 못했다.
소리없는 아우성만이 자꾸만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서주원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다. 서주원.”
“끄르르르륵―!”
“마나를 다 써줘서!”
처음과 같이 환한 백광을 토해내는 한구원을 보며 알았다.
오히려, 소모전에 걸린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어, 어떻게!”
“서주원. 내가 말했잖아. 너도 곧 죽는다고.”
“어, 어떻게! 씨이이이이바아아알! 어떻게 마나가! 어떻게에에에!”
그 처절한 억울함에 한구원이 답해줄 의무는 없었다.
서주원.
놈이 지금처럼 각성자들을 등치며 장난처럼 살인을 행할 동안.
자신은 사람들을 구하고, 그들의 기도를 받으며, 집을 지었다.
무효화라는 스킬로 피어난 검은 불꽃이 수많은 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불태울 수는 없는 법.
인간들이 무리를 짓고, 부족을 만들고, 나라를 건국했던 이유.
고래로부터 이어지는 절대적인 명제.
개인은 단체를 이길 수 없다.
서주원은 단수였고, 한구원은 다수였다.
“끄으으으으윽―!”
“그렇게 좋은 스킬을 왜 하필 너가 가졌을까?”
정말 이런 순간이 와서도 죽이기 아까운 스킬이네.
서주원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공중을 주시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하늘 위로 오른손을 올리고 있는 한구원의 모습이 신경쓰였다.
왜, 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
그러면서도 왜?
손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을까?
“들려?”
한구원의 물음과 동시에 푸른 하늘 위에 찍힌 작은 점이 보였다.
점점 커지는 점을 보며 서주원의 눈동자가 잘게 떨려왔다.
쿠르르르르르―
한구원의 손을 따라 천둥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다.
뭉치고 뭉친 돌덩이들이 하나의 운석처럼 천왕산의 산머리에 꽂히고 있었다.
“으으으, 으아아아아아―!”
서주원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팔목에 꽂힌 단검을 뜯듯이 빼냈다.
동맥이 상한 듯 솟구치는 피분수를 얼굴에 맞으며 가용할 수 있는 마나란 마나는 모두 긁어보았다.
“으, 으아아―!”
툭― 툭― 끊기는 검은 마나로 뒤덮힌 단검이 하늘을 날았다.
천천히 지상에 내리꽂히는 돌덩이와 단검이 충돌했다.
툭―!
운석을 지배하던 한구원의 힘이 사라진다.
흰색 빛이 사라진 돌덩이가 오히려 중력을 발판삼아 지상에 내리꽂혔다.
쿠르르르르르―!
빠르게 자신의 시야 전체를 뒤덮인 운석을 보며 서주원은 오히려 몸에 힘을 뺐다.
모든 것을 포기한 서주원에게로 한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끼가, 쫄기는.”
“…씨발.”
그 짧은 욕지거리가 서주원의 유언이 되었다.
쿠우우웅―!
산머리에 꽂히는 돌덩이가 산 자체를 뒤흔들었다.
서서히 온 시야를 뒤덮는 흙먼지를 주시하는 한구원에게 메시지가 울렸다.
띠링―!
[각성자를 처지하셨습니다.]
[1000 신앙을 획득합니다.]
[처치한 각성자의 인벤토리를 흡수합니다!]
[처치한 각성자의 구로구 지배율을 강탈합니다!]
[각성자 한구원의 구로구 지배율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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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선발대와 후발대 (4)
선발대와 후발대 (4) ― 서울특별시 구로구 천왕산
구로구를 시끄럽게 울리던 굉음이 멈추고 적막이 내려앉았다.
난 인조적인 운석 낙하로 엉망진창이 된 천왕산을 주시했다.
모기같이 귀찮게 주변를 날아다니던 놈팽이는 분명 돌덩이에 깔려 압사했겠지.
확인사살로 시스템 메시지가 떴으니 살아있을 확률은 존재하지 않았다.
“……별의별 스킬이 다있군.”
인조적인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펼친 나도 나지만, 서주원의 스킬 또한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무효화라니.
모든 스킬의 카운터, 즉 모든 각성자들의 카운터라는 의미가 아닌가?
압도적인 신앙 포인트로 전투 계열 스킬이 만렙이었기 망정이지.
만약 놈과 나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순간에 만났더라면.
“……”
놈을 죽이는 것이 지금처럼 쉽진 않았을거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안타까웠다.
놈이 내 손에 들어왔다면, 그 무엇보다 날카로운 칼날이 되었을텐데.
하지만, 놈은 기생오라비같은 외모에서 1차 탈락, 나를 통수치려했다는 것에서 최종 탈락이었다.
“하…… 스킬을 뺏는 스킬은 없나?”
각성자가 부족하니,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게 되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시간을 때우니, 산을 뒤덮었던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처참하게 망가진 천왕산의 산머리에 아직도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보석에 손을 뻗었다.
염력에 반응한 보석이 황토색 흙먼지를 뚫고 내 손에 안착했다.
손에 닿자마자 크게 반짝이던 보석이 그대로 스르륵― 녹아내렸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 손에 흡수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특별 임무 보상 ‘보석’을 획득하셨습니다.]
[각성자의 구로구 지배율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4.5% -> 6.5%]
[‘보석’ 획득 특전으로 특별 임무 생성권(각성자당 1회 한정)을 획득합니다!]
먼저 마지막 메시지에서 언급된 특별 임무 생성권에 시선이 갔다.
하, 그토록 절묘하게 특별 임무가 생성된 이유가 바로 저거구나.
서주원 이새끼, 각성자당 1회 한정인 아이템을 나한테 써준거네.
그만큼 나를 미끼로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거겠지.
나를 얕본 것에 짜증을 내야하는지, 특별 임무를 먹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는지.
“해치웠나? 해치웠나? 해치웠나?”
화풀이라도 할 겸 전통의 부두술을 되뇌었지만 바위 밑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래도 시스템이 공언한 ‘급격한 지배율 상승’이 2% 남짓인 걸로 봤을 때, 4%의 지배율을 내게 헌납한 서주원은 고마운 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특별임무도 써주시고, 지배율까지 챙겨주시다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지 않은가.
커다란 돌덩이에 그대로 찌부가 되었을 놈을 생각하며 실실거리는 와중에 해가 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서주원과의 전투에서 생각 이상의 시간을 소모하고 말았다.
서로가 서로의 마나를 빼는 것에 주력한 소모전이었기에 그 정도가 더욱 심했었다.
“분명히 서주원이 구로구의 밤인가 뭔가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척 위험하다는 투로 나를 겁주던 것이 기억났다.
스테로이드를 사운드 스토커라고 구라치던 놈을 순순히 믿을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굳이 이를 악물고 놈의 말을 거짓말이라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일단 내 구역으로 이동해야겠네.”
천왕산의 부서진 산머리로 노을빛이 숨어들고 있었다.
등을 따뜻하게 감싸는 노을빛을 맞으며 서주원과 신나게 달렸던 경로를 되짚으며 날았다.
내가 몰살시켰던 좀비 웨이브와 서로가 서로를 탐색하던 등산로를 통과했다.
그리고 놈이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나왔던 건물에 도착했다.
“오! 초록색.”
예상대로 놈의 구역은 내 구역으로 변해있었다.
빨간색이었던 구역 색깔이 초록색으로 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고층의 주상복합아파트를 필두로 넓게 퍼져있는 초록 영토.
저 범위가 현재 구로구에서 내가 차지한 6.5% 구역이겠지.
탁―!
슬슬 안쪽을 탐색할 생각으로 지상에 착지했다.
1층의 유리문을 통과해 로비로 들어선 나는 먼저 전기가 들어오는지부터 체크했다.
2개의 엘리베이터 모두 전원이 들어와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그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수도꼭지를 올려도 한 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알았다.
내가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을 가졌는지 말이다.
“아… 이거 직접 겪어보니까 구원교를 안 믿으면 병신이었네.”
이런 생활을 하다가 성역에 들어오면 누구라도 미치지.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인류가 고기를 구워먹은 뒤에 느끼는 감정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혹시 몰라 성역 관리 탭을 활성화 해봤지만, 이곳과 연관된 기능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제 용변도 바깥에서 처리하고, 씻지도 못하고,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면 손전등이 필수라는 거지?
“……씨발.”
욕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네.
유리창에 비친 노을빛을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전 구역의 바깥은 햇빛의 빈자리를 매꾸는 그림자들로 한창이었다.
주변이 모두 어둡게 물들자마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오후 18:00 경과. 서울의 밤이 찾아옵니다.]
짧다면 짧은 메시지 한 줄.
서울의 밤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평화로웠던 구로구가 반전했다.
끼에에에에엑―!
아침엔 들을 수 없던 익숙한 하울링이 도시에 메아리쳤다.
두두두두― 점점 다가오는 발구름에 건물이 작게 흔들렸다.
수 십마리의 군체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땅울림.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수의 좀비들이 뭉쳐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던 나는 유리벽에 다가가 바깥을 살폈다.
“끼에에에에엑―!”
좀비들이 내가 있는 안전 구역을 빠르게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최선두가 안전 구역을 지나친 지 5분이 지났는데도 그 끝이 요원하다.
수 천은 가볍게 상회하는 말 그대로 좀비들의 물결.
크롸아아아아―!
군체의 중간중간에 스테로이드들이 주위의 좀비들을 깔아뭉개며 전진했다.
스테로이드가 귀찮은 듯이 휘두른 팔에 좀비 한 마리가 앞쪽에 있는 상점가 유리창을 통과했다.
쨍그랑―!
좀비가 건물 안에 쓰러지는 것과 하얀 폭격이 동시에 시작된다.
“끼에에에엑!”
움푹 패인 크레이터와 그곳에서 사냥감이 인간이 아님을 알고 포효하는 사운드 스토커 무리.
서둘러 이동하는 플래쉬 라이트에 맞춰서 상점가 위쪽이 드러났다.
박쥐떼처럼 천장을 점거한 사운드 스토커들.
상점가 유리창을 박차고 다른 건물로 활공하는 허벅지가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프로그’들 까지.
거기다 내가 모르는 변종들도 다수 목격했으나 굳이 밖으로 나가는 도박을 행하지는 않았다.
대규모 좀비 웨이브와 변종 집합소.
구로구의 밤은 말 그대로 좀비 천국, 아니 좀비 지옥의 한복판이었다.
그런 좀비들이 의도적으로 내 구역임을 알리는 초록 구역을 피해가고 있었다.
좀 더 확실한 체크를 위해 유리문을 열고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야이 좀비들아―!”
마나를 가득담은 외침에 좀비 웨이브를 이루던 좀비들이 모두 정지했다.
청각을 자극한 쪽을 주시하며 두리번거리는 좀비들.
하지만 나를 찾지 못하는 듯이 다시 이동을 재개했다.
“서주원이 오줌을 질질 싸며 무섭다고 한 이유가 있었군.”
웬만한 각성자라도 감히 전투를 벌일 엄두가 나지 않는 사이즈였다.
확실한 안전구역과 물반 고기반인 환경.
처음 신앙 포인트 확보를 위해 열심히 했던 좀비 처치 노가다나 해볼까 했지만.
정작 저놈들을 열심히 쳐죽여도 나에겐 조금의 이득도 없다는 것이 중요했다.
저놈들은, 서울에서 처치한 좀비들은 포인트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른바, 서울의 밤은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하이리스크 노리턴의 사냥터였다.
“와, 좀 짜증날만큼 꼼꼼하네.”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휘저었지만, 웹소설 애독자로서의 촉이 말하고 있었다.
원래 히든 보상은 저런 곳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당장이라도 구로구의 밤에 숨겨진 히든 보상들을 독식하고 싶었지만, 오늘 밤만이 밤인 것은 아니다.
원체 안전주의자인 나는 일단 집을 짓고 그 이후에 움직이는 것을 선호했다.
거기다가 이곳은 이제 나만의 공간이었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존재한다.
기생오라비 서주원 또한 내게 가르침을 내려주셨다는 말이다.
선발대가 가지는 정보의 이점과 선점 효과의 활용.
놈이 그것으로 뒤에 온 후발대들의 뒤통수를 후렸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서주원을 죽인 지금, 구로구의 선발대는 오직 나 하나였다.
그러니 굳이 지금 마나 낭비에 열을 올릴 이유는 없었다.
깔끔하게 미련을 접은 나는 내가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나 마저 탐색하기로 결정했다.
손전등으로 사방을 밝히며 계단을 이용해 지하부터 내려갔다.
지하엔 별다른 시설 없이 주차장으로 이용한 듯했다.
플래시 라이트가 주차된 차들을 찬찬히 훑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깨끗한 자동차들의 외관.
핏물하나 튀지 않은 바닥과 죽은 듯이 조용한 공기.
밖에는 지금도 땅을 울리는 좀비들이 즐비한 것과 너무나 대조되는 현장이다.
구로구의 아침에서 똑같이 느꼈던 아이러니의 극치였다.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한 나는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식당들이 모인 2층과 각종 케어샾이 밀집된 3층을 지나 아파트로 이루어진 4층에 이르렀다.
4층 또한 지하주차장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너무나 평범해서 이질적인 광경들.
집들이 모두 텅 비어서 아무 것도 파밍할 것들이 없었다.
선반에 쌓인 먼지들을 손가락으로 쓸어봤다.
곧바로 손가락에 잔뜩 뭉치는 회색 먼지들을 박수를 치며 털었다.
“서주원이 파밍한 것도 아닌데….”
여태까지 파악한 바로는 이 건물은 속이 텅 빈 껍데기뿐이었다.
겉을 나타내는 건물만 멀쩡하지 그 속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빠져있었다.
식량, 인간들 더군다나 좀비들까지도.
일단은 짐작일 뿐이니 탐색을 더 해봐야했다.
4층을 지나 주상복합아파트의 최상층인 펜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닫혀있잖아.”
지금껏 봐온 모든 문들이 열려있었기에 단번에 촉이 왔다.
이곳에 서주원이 머물렀었구나.
끄드드드득―!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염력으로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일단 플래시 라이트로 제일 먼저 뒤진 곳은 당연하게도 거실이었다.
한마음 아파트에서 지내던 공간의 두 배는 넘을 듯한 드넓은 공간에 누군가의 흔적이 가득했다.
버려진 음식 봉지들과 남겨진 음식물 쓰레기들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 멀끔하게 생긴 놈이 엄청 더럽게 사네,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양 쪽 다리가 아니라 고환에 단검 세 개를 꽂는건데.
가볍게 혀를 차며 거실을 지나 닫혀있는 방들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안쪽에 있던 방의 문고리를 잡는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왔다.
여태까지 거실에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 냄새인줄 알았는데.
정작 근원지는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좀비이거나, 아니면 오래 부패된 시체이거나.
익숙한 시체 썩은 내에 아주 천천히 문을 열었다.
곧바로 염력을 쏟아부을 준비를 했지만,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플래쉬라이트가 먼저 꼼꼼하게 바닥을 살피고 벽면을 타고 올라갔다.
빛의 윤곽을 타고 벽면에 걸려있던 물체들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잖아?”
깔끔하게 목이 잘린 총 4개의 머리들이 트로피처럼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한쪽 눈을 뜨거나, 혀가 나와있거나 각각의 모습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한가지였다.
모두 표정에 진한 억울함과 슬픔이 묻어있었다.
가장 왼쪽 머리 밑에 붙인 A4 용지를 읽었다.
[첫 번째 치유. 능력을 파악하기도 전에 죽임.]
“…다음 것들은 안 봐도 알겠군.”
[두 번째 치유. 괴력? 모르겠다. 단검에 찔린 순간 스킬을 차단해서 파악하지 못함.]
“이거 진짜 싸이코패스새끼였네.”
혀를 내두르며 책상에 있던 노트를 집었다.
[치유 노트]
“으휴, 세상이 미쳐가니까 이런 새끼들이… 으휴.”
말세야, 말세야.
그야말로 말세구나.
이래서 얼굴이 멀끔한 놈들은 안 된다니까.
다 가슴속에 시꺼먼 무언가를 담고 살아요, 담고.
그러고보니 놈의 인벤토리도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 기억났다.
놈의 컬렉션 방에서 찬찬히 이번에 흡수한 인벤토리를 훑어보았다.
“…레전드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인벤토리를 열어서 놈의 수집품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투두두두두―
사람의 머리가 끊임없이 인벤토리에서 쏟아져나왔다.
“서울에 오기전부터 얼마나 죽여댄거야?”
치안의 공백과 무법의 시대를 갈망했던 살인마.
바라던 시대에서 바라던 힘을 얻은 서주원은 그야말로 악마와 다를바가 없었다.
이런 놈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을까.
지금도 절찬리에 내 예비신도들을 죽이고 착취하고 있겠지.
이런 이들에게 단 한가지 키워드만 알 수 있게 한다면 상황은 급변할텐데.
구원.
그들에겐 진실로 나의 구원이 필요했다.
방안을 가득채운 머리엔 하나같이 억울함과 비통함이 가득했다.
인벤토리에 있던 놈의 컬렉션을 모두 쏟아 부은 나는 문을 닫고 뇌까렸다.
“주원아 부관참시할 시체도 안 남은걸 다행으로 여겨라.”
어둠이 물든 펜트하우스에서.
문득, 도서관 1층에서 윤아영에게 해줬던 말이 기억났다.
기도실에서 박힘찬을 치료하며 했던 말들 또한 같이 기억났다.
일반인들이 살아가기엔 너무나 지옥같은 현실이 도래했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세상.
이젠 내가 펼치는 위선(僞善)이.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선(善)일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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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선발대와 후발대 (5)
선발대와 후발대 (5) ―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
서울의 밤이 끝나고, 다시 아침이 밝았다.
땅을 뒤흔들던 좀비들은 모두 꿈인 것 마냥 사라지고 도시가 다시 잠들었다.
어젯밤의 지옥이 꿈이 아니라고 확실한 수 있는 증거라고는 스테로이드가 날려버린 좀비가 깨버린 유리창과.
상점가 바닥에 일그러진 거미줄같은 크레이터뿐.
그것들 말고는 처음 보호막을 넘었을 때처럼 모든 것들이 예전과 같았다.
오히려 그 점이 나에겐 무엇보다 강렬한 이질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펜트하우스 밑층의 침실에서 다시 만전의 상태를 회복한 나는 보호막 앞에 다가섰다.
서울에 진입하기 전까지 서울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했듯이, 서울 안에서는 바깥의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격리시키는 정체불명의 검은막.
천천히 내민 오른손을 검은색 보호막 너머까지 힘을 주며 밀어넣었다.
띠링―!
[귀환석을 보유하지 않은 각성자는 서울을 벗어나실 수 없습니다.]
[임무를 수행하여 귀환석을 확보하세요!]
나름 짐작하고 있었던 경고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민 손을 거뒀다.
“들어갈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 거네.”
그래도 어딘가의 핑크색 게이바보단 나았다.
이곳은 ‘귀환석’이라는 확실한 탈출용 아이템이 존재하니까.
그것보단 난 ‘왜?’라는 생각을 거듭해서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왜 하필 대한민국의 수도에 이런 막을 씌웠을까.
왜 들어온 각성자들을 가두고 구역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했을까.
왜 임무를 만들고 서로를 경쟁케하여 사실상의 배틀로얄을 유도했을까.
“음… 생각해보니 갑자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왜 하고 있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런 물음을 던져봤자 머리만 아팠다.
어제의 서주원처럼 가볍게 몸을 털며 잡생각들을 털어냈다.
철학자들이나 할법한 진지한 고민은 지금 이 순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난 지금껏 해오던 대로 확실한 승리와 이득만을 계속해서 취하면 된다.
내 목표는 무너진 세계의 고찰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거기다 상당히 오래만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시선 없이 오롯이 내 마음대로 날뛰었던 순간이 말이다.
처음 잠에서 깬 다음 아파트 1층에서 좀비들을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의 한마음 아파트처럼 이 구로구의 최후의 생존자가 바로 나였다.
“한마음 아파트 모드 온.”
끄드드득―!
도로의 아스팔트를 조금 뭉개버리며 땅을 박찼다.
빠르게 공중으로 치솟는 몸을 부드럽게 염력이 감쌌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구로구의 전경이 나를 반겼다.
서주원의 빨간 구역보다 조금 더 넓어진 내 초록 영토가 먼저 눈에 띄였다.
구로구 전체의 6.5%.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임무, 임무가 어딨지?”
그러니 서주원도 몇 번 수행했을 임무는 찾는 것이 더 급했다.
위에서 아래로 구로구 전역을 샅샅히 뒤지는 와중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서울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금일 ‘오늘의 일반 임무’가 갱신됩니다!]
두 줄의 시스템 메시지를 끝으로 구로구 전역이 잠시 번쩍였다.
지나치게 밝은 빛에 잠시 찡그렸던 눈을 뜨고 다시 구로구를 살폈다.
일반 임무가 갱신됐다고 했으니, 분명 아까와 다른 점이 눈에 보일 것이다.
“…찾았다.”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밝은 빛을 내뿜는 건물들에 눈이 번뜩였다.
지체할 것도 없이 바로 빛나는 5개의 건물 중 가장 가까운 건물에 착지했다.
‘프레시안 아파트 101동.’
아파트 전체가 빛나는 것도 아니었다.
유독 101동, 한 동만이 밝은 빛을 내뿜으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탐색을 위해 101동을 진입하려는 내게 시스템 메시지가 갱신됐다.
띠링―!
[일반 임무 ‘아파트 청소’에 진입하셨습니다.]
[각성자의 임무 수행 이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임무 난이도가 ‘튜토리얼’로 고정됩니다.]
“허, 난데없는 뉴비 취급이네.”
전투 스킬이 만렙인 뉴비도 있나?
잠깐, 이거 튜토리얼 난이도면 보상도 짜게 주는거 아닌가?
서둘러 다시 임무 창을 띄워서 난이도 변경을 찾아봤지만, 난이도 변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천히 주위를 경계하며 아파트로 진입하세요!]
“그… 시스템아. 오랜만에 우리 대화 좀 할까?”
[천천히 주위를 경계하며 아파트로 진입하세요!]
튜토리얼인 건 아주 잘 알겠는데.
말투가 무슨 횡단보도 조심해서 건너라고 알려주는 유치원 선생님같았다.
저렇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해서 띄우는 걸 보니, 아마 항의해도 안 통할 사이즈였다.
[천천히 주위를 경계하며 아파트로 진입하세요!]
“알았다고, 알았어.”
그래, 튜토리얼을 스킵하지 못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자.
자꾸만 재촉하는 시스템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결정했다.
시스템 공인 ‘튜토리얼’인 프레시안 아파트 101동에 천천히 진입했다.
물론 시스템이 바랬던 것처럼 주위를 경계하는 하는것도 빼놓지 않았다.
끼에에에엑―
[아파트를 뒤흔드는 끔찍한 소리! 내부에 남아있는 좀비를 확인하셨습니다!]
[당신은 소리가 울린 위쪽을 확인해야 합니다! 갑작스런 좀비의 기습에 주의하세요!]
막상 들어와서 새로 갱신된 시스템 메시지를 읽으니 뭔가 시스템의 백업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색달랐다.
시스템의 메시지처럼 포효가 울린 위쪽을 눈짓했다.
아파트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위쪽의 좀비들을 모조리 해치워야겠지.
터벅― 터벅―
음산한 분위기의 계단을 타고 아파트를 오르기 시작했다.
한 층마다 설치된 창문에 비치는 햇빛 덕분에 어제처럼 손전등은 필요없었다.
2층을 넘어 3층을 오르던 내 귀에 작은 소리가 감지됐다.
누군가 발을 질질 끌며 배회하는 소리.
두 말 할 것도 없이 좀비였다.
[당신은 좀비의 기척을 미리 감지하셨습니다! 하지만 감지하는 것과 처리하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하나의 좀비는 반드시 더 많은 좀비를 부릅니다! 최대한 조용히 지나치거나 신속하게 좀비를 처리하세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튜토리얼이었네.
시스템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살피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변종도 아니고 일반 좀비로 잔뜩 겁을 주며 지나치거나 처리하라니.
“그렇겐 못하지.”
나지막히 속삭인 대답이 3층에 닿았다.
그리고 배회하던 좀비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끼에에에엑―!”
놈이 지른 하울링이 건물을 뒤흔들며 아파트에 있는 모든 좀비들을 불러모았다.
소리를 추적해 쿵쾅거리며 계단으로 달려오는 좀비에게 손을 내뻗었다.
[이런! 좀비가 당신을 눈치챘습니다! 서둘러…]
찌이이익―
시스템 메시지가 다 출력되기도 전에 좀비의 몸이 허물어졌다.
“응? 뭐라고 시스템아?”
놈의 머리를 바닥에 내던지며 여유롭게 계단을 마저 오르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며 아래에서부터 내려오는 좀비들의 발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아, 오늘따라 계속 첫날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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