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23
다.
그렇게 정민우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리스켈’ 행성과 연결된 포탈로 발을 내디뎠다.
화아아아아―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고오오오오오오―
눈앞에 침략할 준비를 마친 칠마장 멤버들과 그의 부하들이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모아서 보니 느낌이 새롭네.’
우중충한 하늘을 배경 삼아, 갈라진 대지 위에 무장한 채 서 있는 마인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흡사 SF 판타지 영화에서 행성을 침략하려는 외계 종족의 군대처럼 보였다.
‘아, 따지고 보면 침략당한 입장에서는 외계 종족이겠구나?’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한 정민우는, 상념을 끊어낸 뒤.
“올라가자.”
마인들이 준비한 단상에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올라갔다.
‘올라와서 보니, 장난 아니네.’
지평선 너머까지 자리한 마인들의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미소를 지으며, 마인들을 바라보고 있자.
척, 척, 척―
“악마님들께 경례!”
엘비스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충성!!!”””
그러자 지평선 너머까지 자리한 마인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경례의 자세를 취해 보였다.
척, 척―
외침으로 인해 대지가 흔들릴 정도.
‘이러면 또 출정식 느낌이 나지.’
전에 소소하게 출정식을 치르다 이렇게 크게 치르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정민우는 마인들을 훑어본 뒤.
“그래.”
경례 자세를 취하며, 인사를 받아주자.
“바로!”
척, 척―
엘비스의 구령에 맞춰 마인들이 손을 내려 보였다,
이어서 엘비스가 본인 자리로 돌아갈 때.
“제군들 드디어 고대하던 날이 도래했다.”
정민우는 연설을 시작했다.
“‘그로아’ 행성 침략을 끝내면, 우리는 만 개의 행성을 발아래 두게 되는 것이다.”
만이라는 거대한 숫자에 마인들의 얼굴에 흥분이 감돌았다.
“우리는 만 개의 행성을 침략함으로써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행성을 침략해 나갈 것이라 말하자.
꿀꺽―
마인들의 눈동자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사기는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고. 이제 경각심을 깨워줘야겠지.’
전 행성과 같다고 생각하고 침략에 임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기에 주의를 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해두도록. 이번에 침략하는 행성은 다른 행성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그곳에 마왕을 격퇴한 용사라는 존재가 있다고 설명을 덧붙이니.
“““…….”””
마인들이 긴장과 기대가 섞인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간단한 주의를 마친 뒤.
“수장들은 전달한 작전에 관해 제대로 숙지하고 있겠지?”
출정하기 전, 마지막으로 수장들의 준비 상태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확실하게 숙지했습니다.”
먼저, 엘비스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고.
“이상 없어요.”
다음은 세계수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왔다.
“몇 번이나 확인했기에 제대로 숙지했습니다.”
이어서 고브는 가슴을 두드리며, 문제없다고 확신했고.
“예, 전부 숙지했습니다.”
윌리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왔다.
그렇게 기존 수장들의 대답이 끝나고.
“수, 숙지했습니다.”
새롭게 합류한 수장 중, 라일락이 대답해왔다.
“예, 했습니다.”
“홀홀홀, 두개골에 새겨놨으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되나이다.”
이어서 블라디와 아이작의 대답을 끝으로 전원 숙지를 마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좋다, 그러면 바로 출정을 나갈 수 있게 포탈을 열어주도록 하지.”
정민우 아공간에서 ‘VIP’ 카드를 꺼내며 마기를 흘려 넣자.
【고객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뒤이어 ‘행성 포탈 이용권’을 7개 구매하며 아트팩트를 사용하자.
【‘리스켈’ 행성과 ‘그로아’ 행성의 포탈을 개방합니다】
포탈을 개방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쩌저적―
허공에 7개의 균열이 생기더니.
후――웅.
7개의 검붉은 색 포탈이 생겨났다.
“각 수장은 배정된 포탈로 들어가 침략 활동을 시작하도록!”
새롭게 생겨난 포탈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예!!!”””
칠마장 멤버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그러자 뒤에 자리하고 있던 부하들이 발걸음을 맞춰 포탈 안으로 질서정연하게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 번째 행성인 ‘그로아’를 침략하기 위해 군대가 움직였다.
167화 침략의 시작 (1)
변방에 있는 한 시골 마을.
“읏차!”
“어잇!”
여느 때처럼 농부들은 밭을 일구며,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도시처럼 문명이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형님들, 새참 드시고 마저 일하세요.”
“그려.”
“좋지~”
어느 곳보다 인심이 좋아 문명이 발달하지 않아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마을이었다.
“새참도 먹었으니 다시 힘차게 일해볼까?”
“그려, 빨리 일 끝내고 술이나 먹자고.”
“술? 좋지. 갑자기 일할 의욕이 불타오르는데?”
“풉, 괜히 이상한 자세나 잡지 말고 일이나 하자고.”
또한, 근 몇십 년간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순박하고 순수한 이들만 있던 곳이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행복이 평생 이어질 거로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 생각도 오늘부로 끝이 나게 되었다.
“음, 저게 뭐야?”
밭을 갈던 농부가 눈을 찌푸리며, 한 곳을 가리키자.
“뭔데?”
다른 농부가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쩌저적―
그리고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긴 곳에는.
“응?”
허공에 금이 가고 있는 이질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저게 뭐야? 마을 사람들한테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불길함을 직감한 농부들은 뒷걸음질을 치던 찰나.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포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음?”
처음 보는 광경에 농부들은 뒷걸음질을 치는 것을 멈추고 멍하니 포탈을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더 살려면 도망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겠으나.
“신기하네….”
“뭔가 영롱해 보이지 않아?”
도시와 오랜 시간 단절되었기에 마법에 ‘마’자도 몰랐던 탓에 저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포탈을 보며 감상하고 있자.
“홀홀홀! 이곳이 나의 첫 침략지로군!”
휘황찬란한 옷을 차려입은 해골이 포탈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해골… 스켈레톤?”
농부들은 최하급 몬스터가 저곳에서 나온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곡괭이를 치켜들었다.
“뭔가 했더니, 저런 허약한 몬스터가 나오네.”
“괜히, 겁먹었네. 빨리 부숴버리고 다시 일하자고.”
마기를 느낄 수 없는 농부들은 리치를 일개 스켈레톤 따위로 치부하며, 아이작 쪽으로 다가가던 그때.
“호오, 미개한 미물답게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아이작이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손가락을 까닥이자.
팟, 파―앗!
포탈에서 데스 나이트 두 명이 튀어나와 농부들 앞으로 순식간에 달려들더니.
푹, 푸―욱!
심장에 칼을 쑤셔 넣었다.
““컥!?””
농부들은 이렇다 할 반항도 못 하고 순식간에 절명해버리자.
“으, 으아아아아악!”
근처에 있던 사내가 그 광경을 보고. 냅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데스 나이트들은 사내를 쫓아가 죽이려고 했지만.
“놓아주도록 해라.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이니 조금 더 살게 놔둬도 되겠지.”
아이작은 데스 나이트를 멈춰 세우며, 놓아줄 것을 명했다.
“홀홀홀, 그러면 본격적인 침략을 시작해볼까?”
그리곤 손을 비벼 보인 뒤, 두 팔을 치켜들더니.
“게이트 오브 헬!”
바로 고위 마법을 시전했다.
스스스―
허공에 검은 안개가 휩싸이더니.
쿵――!
악마의 형상을 한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홀홀홀, 언제 봐도 웅장해 보인단 말이지.”
아이작은 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은 뒤.
“생명체를 모두 집어삼키거라. 개방.”
지옥문을 개방시켰다.
끼이익―
철컹―
거대한 문이 온전히 개방되자.
호오오오오오오―
강력한 풍압을 자아내며, 마을 사람들이 정성 들여 일궈놓은 논밭과 건축물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뒤이어, 마을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지옥문으로 빨려 들어가자.
“홀홀홀, 아름다운 비명이구나.”
아이작은 턱을 달그락거리며, 얕은 감탄을 터뜨렸다.
“이 비명을 계속해서 듣고 싶지만… 전부 죽어버리면 유흥을 오래 즐길 수 없겠지.”
대뜸 손을 휘지어 지옥문을 없애버리더니.
“전원, 미물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망을 펼치도록.”
부하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지시했다.
탓, 탓, 탓, 탓, 탓, 탓, 탓, 탓, 탓, 타―앗!
그러자 포탈 속에서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오며, 숲속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천천히 사냥이나 시작해볼까?”
아이작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기자.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저 멀리 반파된 건물들 속에서 생명체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본 프리즌.”
건물들을 향해 마법을 시전하자.
슈, 슈, 슈, 슈, 슈, 슈, 슈―욱.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콰―직.
바닥에 거대한 뼈들이 튀어나오며, 오두막들을 부숴버렸다.
주르륵―
그리고 부서진 오두막 사이에서는 시뻘건 핏물이 새어 나왔다.
“호오, 핏물 색깔이 맑구나.”
아이작은 질 좋은 피의 상태에 기뻐하며, 붉은 안광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이건, 내가 모으는 피 컬렉션에 등록시켜도 손색이 없겠어.”
이렇게 맑은 피는 흔치 않았기에 아이작은 따로 피를 담아내기로 했다.
“후,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럴 땐 언데드가 된 게 후회된단 말이지.”
아이작은 피 냄새를 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입맛을 다셔 보였다.
“그것까지 바란다면 너무 욕심이니. 생명체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지. 그러면 계속해서 생명을 앗아가러 가볼까?”
이후 아이작은 마을 사람들 상대로 학살을 자행했다.
* * *
학살을 자행하고 30분 뒤.
“홀홀홀, 이제 너 혼자만 남았구나.”
마을에는 어린 소년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죽게 되었다.
“…….”
소년은 아이작을 죽일듯한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눈빛이 불손하구나.”
“…….”
아이작의 한마디에 소년은 눈빛을 아래로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목소리에는 범접할 수 없는 강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네 이름은 무엇이지?”
아이작의 물음에 소년은 대답을 망설이다가.
“…조지.”
끝내 아이작의 물음에 대답했다.
“조지라… 좋아, 조지. 특별히 너를 살려 주도록 하마.”
뜻밖의 제안.
소년, 아니 조지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는 동시에 의문을 느꼈다.
“살려주신다고요…?”
자신을 살려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아이작의 말에 살려주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너는 살아남아 침략자가 나타났다고 소문내려무나.”
어렵지 않은 제안.
살아남아서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한 것을 할 수 있었다.
조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그리고 용사의 동료가 되어라.”
이어지는 제안에 고개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용사의 동료요…?”
용사는 혼자 활동하기로 소문난 인물일뿐더러, 만약 동료를 구한다고 해도 자신같이 하찮은 존재가 들어갈 리가 없었다.
“네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또한, 용사의 동료가 된다면 네 부모를 살려주도록 하마.”
“…아빠, 엄마를요?”
“그럼, 나는 죽음에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에 살리는 것도 할 수 있지.”
용사의 동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볼 생각이었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존재에게 기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조지는 부모를 살리고 싶다면, 모든 상관이 없었다.
“대신, 마법을 하나 걸도록 하마.”
“마법이요…?”
“그래, 서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마법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알겠습니다.”
아이작이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마법을 시전하자.
“크윽!”
조지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두통을 느끼며 신음을 내뱉었다.
“받아들여라.”
“크흑!”
아이작의 말에 조지는 고통을 참아내며, 머릿속에 기어들어 오는 기운을 받아들이는 순간.
털썩―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홀홀홀, 죽은 자를 살릴 턱이 있나. 그런 당연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구나.”
그리고 아이작은 조소를 터뜨리며, 조지의 우둔함을 비웃었다.
“주인님, 말씀을 따라 싹이 보이는 녀석마다 이런 식으로 세뇌하면 되겠지.”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아이작은 조지를 세뇌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건넸던 것이었다.
그저 힘으로 세뇌를 걸면 되는데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런 귀찮은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건 조금 귀찮지만, 용사에게 걸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강제로 세뇌를 걸면, 신성력으로 인해 용사에게 걸릴 가능성이 컸기에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 세뇌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조금 전의 대화는 기억에서 지워야겠지.”
따―악!
아이작은 손가락을 튕겨, 조지의 기억을 지운 뒤.
“이제, 다른 곳으로 침략하러 이동해보도록 할까?”
조지를 내버려 둔 채, 부하를 이끌고 다음 침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다른 칠마장 멤버들도 정민우의 명령에 따라 착실히 침략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레인’ 행성보다 1,000배의 크기를 자랑하기에 침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력이 압도적이다 보니, 하루 만에 수십 개의 국가를 침략하면서 빠르게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단 일주일 만에 침략한 국가가 500개가 넘어갔을 때.
“새로운 침략자가 나타났단 말입니까…?”
이 사실이 용사의 귀에 흘러 들어가게 됐다.
“예… 그래서 교황님께서 신속히 용사님과 만나 뵙고 싶어 하세요.”
“후, 마왕을 격퇴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새로운 침략자의 등장이라니… 평화를 누릴 틈이 없군요.”
성녀의 보고에 용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푸념을 뱉어냈다.
“저도 계속 나타나는 침략자로 인해, 답답하긴 하지만… 어쩔 수가 있나요. 저희가 막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할 텐데요.”
용사의 푸념에 성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죠.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세계는 어둠으로 물들고 말겠죠.”
성녀의 말에 용사는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하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 계속되는 침략에 지치는군요….”
전 세계의 고등 생물에게 추앙받는 용사답지 않게 약한 모습을 내비쳤다.
“용사님….”
“마왕을 격퇴한 지로 10년. 아직도 피해를 전부 수복하지 못한 상태죠.”
“…….”
“…그런 와중에 새로운 침략자라니, 정말 애석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아무리, 천사에게 선택을 받아 강대한 힘을 얻게 된 용사라고 한들 마음마저 강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전보다 침략 속도가 수백 배나 빠르다고 하셨으니, 기존 마왕보다 더 강한 적일 확률이 높겠죠.”
마왕은 고등생물을 타락해 마인을 늘려갔다고 하면, 정민우는 포탈을 통해 마인들을 보내는 것이니 속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용사는 그저 마왕보다 더 강대한 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으리라.
“용사님….”
성녀는 자칫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용사를 바라봤다.
그가 얼마나 많은 짐을 어깨에 짊어졌는지 알고 있기에 성녀는 선뜻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래도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전선에서 싸워야겠죠. 저는 천사님에게 선택받은 용사니까요.”
“다시 한번 인류를 위해 싸워주신다고 해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제 사명이 그것이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교황님을 만나 뵈러 바로 가도록 하죠.”
이후 용사는 다소 힘없는 발걸음으로 성녀와 함께 교황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168화 침략의 시작 (2)
산꼭대기에 있는 신전에선.
“새로운 악마 등장이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백발의 여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여인의 정체는 4명밖에 없다는 1품 천사 ‘라파엘’이었다.
“누가 침략하나 했더니, 마왕이 아닌 일개 박쥐일 줄이야. 무슨 생각으로 쳐들어온 거지?”
라파엘은 ‘그로아’ 행성을 침략한 정민우의 속셈에 궁금증을 느꼈다.
“…마왕이 아닌 이상 이곳을 침략할 멍청이는 없을 텐데.”
오만한 발언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마왕이 아닌 자가 그녀와 대적하는 것은 마기를 낭비하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었다.
“과연, 무슨 속셈일까…?”
라파엘은 정민우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고민에 잠겨봤지만.
“도저히 모르겠네.”
아무리 고민해봐도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설마, 정말 침략하려고 온 건가?”
라파엘은 정민우의 의중을 정확하게 꿰뚫는 말을 내뱉었지만.
“에이, 설마 그렇게 생각이 없지는 않겠지.”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이 뱉은 말을 부정해버렸다.
“뭐, 어찌 됐건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의중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로 인해 신성력은 더욱 모일 테니, 자신에게는 나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의중이야, 어떻든 짓밟아버리면 그만이니까.”
또한, 일개 박쥐 따위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기에 속셈을 품고 있다 한들 생채기조차 내지 못할 터였다.
“그래도, 적에 대한 정보는 알 필요가 있겠지.”
상대가 안 된다고 해도, 방심은 좋지 않기에 라파엘은 천사를 시켜 정민우의 정보를 모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잠시 뒤.
“그럼 한번 봐볼까?”
천사에게 보고서를 받은 라파엘은 정민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호오, 생각보다 능력이 뛰어나네?”
보고서를 확인해보니,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능력이 꽤나 출중했다.
“천사들을 대거 타락, 단기간에 1품 달성, 9,999개의 행성 침략 등등. 능력이 뛰어나다 못해 흘러넘치는데?”
라파엘은 정민우의 평가를 일개 박쥐에서 능력이 뛰어난 박쥐로 수정했다.
“이러면, 조금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겠어….”
여태까지 보인 행적을 보니, 72위 마왕. 그 머저리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 같았다.
“정보를 확인해보길 잘했네.”
물론, 힘은 72위 마왕이 비교 불가할 정도로 앞서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지략이 뛰어난 녀석은 상대하기 귀찮단 말이지.”
지능적인 부분은 정민우가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앞서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정민우의 능력을 인정하자.
“그렇다면… 이 행성을 침략하기 위해 왔다는 소리네.”
다른 속셈 없이 ‘그로아’ 행성을 침략하러 왔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일단, 어디까지 침략을 했는지 확인해봐야겠어.”
라파엘은 천사를 시켜, 현재 침략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아보자.
“침략 속도가 이렇게나 빠르다고…?”
100분의 1이나 침략 됐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어떻게 이리 침략 속도가 빠른 거지?”
악마가 넘어왔다는 사실만 알았던 라파엘은 깊은 당혹감을 느끼며, 황급히 상황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포탈을 통해 마인들을 보냈다고…?”
확인 결과, 기괴한 방법을 통해 마인들을 보냈다는 것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마왕도 아닌 박쥐가 어떻게 포탈을… 아니, 그것보다도 이런 위험성이 큰 방법을 실제로 행했단 말이야?”
포탈을 이용하는 침략 방식은 힘의 제약으로 인해 마왕들이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힘의 제약으로 인해 천사들에게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데 누가 이 방식을 사용하겠는가?
“…힘이 제약된 상태로 이 정도의 침략 속도를 내다니… 대체, 얼마나 많은 마기를 때려 부은 거야?”
라파엘은 정민우의 뒤도 없는 저돌적인 행동에 치를 떨었다.
천사는 신성력을 빌려주는 것이기에 다시 회수할 수가 있지만, 악마는 마기를 주는 것이기에 다시 돌려받을 수가 없었다.
즉, 고등생물이 죽어버리면 투자했던 마기가 공중분해가 된다는 뜻이렷다.
“…이거 작정하고 쳐들어왔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자 라파엘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졌다.
“이거, 빨리 신탁을 내려서 대응에 들어가야겠어.”
지능이 뛰어난 자이니, 이대로 흐름을 내주면 돌이키기 힘들어질 것이었다.
라파엘은 빠르게 신성 제국으로 향하려는 찰나.
“…그전에 맡은 바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녀석에게 벌을 내려야겠지.”
먼저, 이 중대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천사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분명, 마왕을 격퇴했다는 사실에 오만해져 정신이 해이해진 것일 터였다.
“후… 다시 바빠지겠네.”
이후 라파엘은 천사 하나를 처형시키고 신성 제국으로 향했다.
* * *
한편, 용사는 성녀와 함께 신성 제국 내에 있는 대성당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뒤이어 대성당 앞에 도착하자.
“추기경님?”
교황을 보좌하는 추기경이 문 앞에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용사님, 성녀님 어서 오십시오.”
추기경이 뒤늦게 발견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려왔다.
“오랜만입니다.”
용사도 따라서, 인사를 건네자.
“교황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추기경은 그늘이 드리운 얼굴로 안내를 하겠다고 말해왔다.
‘새로운 침략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충격이 컸나 보네.’
마왕을 격퇴했을 때만 해도 웃음꽃이 가득했던 추기경이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반될 정도로 표정이 너무나도 어두웠다.
‘하긴, 나도 충격이 컸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안 그럴까….’
용사는 추기경의 안내를 받아들이며, 그를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언제 봐도 휘황찬란하단 말이지.’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각종 보석으로 만들어진 천사의 조각상이 눈에 들어왔다.
‘…전보다 개수가 더 늘어난 것 같은데?’
현재, 인류가 힘든 생활을 보내는 것과 달리 이곳은 완전 다른 세계인 것처럼 느껴졌다.
‘저 석상 하나만 처분해도 수십 개의 국가가 몇 달 동안은 풍족한 음식을 누릴 수가 있을 텐데….’
불경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용사에게는 그저 사치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상념에 잠긴 채 발걸음을 옮기자.
“용사님, 도착했습니다.”
어느새 교황 앞에 도착해 있었다.
“교황님을 뵙습니다.”
용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교황에게 인사를 올리자.
“오, 용사여. 잘 와주었네.”
교황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환대했다.
“오랜만에 만난만큼 회포를 풀고 싶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하는데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이어지는 교황의 물음에 괜찮다고 대답하자.
“고맙네.”
감사의 인사와 함께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른 침략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성녀에게 들었을 거로 보는데. 맞나?”
“…예, 맞습니다.”
“그렇다면 각 수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도록 하겠네.”
교황이 추기경에게 눈짓하자.
“용사님, 여깄습니다.”
추기경이 다가와 양피지를 건네 보였다.
“감사합니다.”
양피지를 건네받으며 내용을 살펴보니.
“흠….”
수장들의 몽타주와 함께 정보가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어떤 녀석들인지 봐볼까?’
【엘비스】
― 검은 뇌전을 다루는 게 특징이며, 압도적인 무력을 지님.
― 마인의 경지가 높으며, 호문쿨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함.
― 지휘가 뛰어난 것으로 보아 전면전은 자제해야 함.
【세계수】
― 나무와 정령을 자유롭게 다루는 게 특징이며, 압도적인 무력을 지님.
― 엘프와 비슷하게 생긴 마인들을 거느림.
― 숲속에서 싸우는 것을 자제해야 함.
【고브】
― 검을 다루는 게 특징이며, 압도적인 무력을 지님.
― 고블린과 오크를 닮은 몬스터를 거느리지만, 생김새와 달리 높은 경지를 보유하고 있음.
― 가장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건축물이 없는 곳에서는 싸움을 자제해야 함.
【윌리엄】
― 불꽃 다루는 게 특징이며, 수장 중 가장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
― 뛰어난 무력 대신, 다른 수장보다 병력이 다소 적음.
― 수장의 힘을 제대로 파악할 때까지 싸움을 자제해야 함.
.
.
.
정보를 다 확인한 용사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이런 괴물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죠?”
그도 그럴 것이 예상을 웃돌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10년 안에 침략당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다 확인했나?”
“…예, 다 확인했습니다.”
교황의 물음에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하자.
“자네가 보기엔 이번 적들은 어떤 것 같나?”
적에 대한 평가를 부탁해왔다.
“정보를 보니, 무력에서는 마왕보다 한참 못 미치는 것 같지만… 다른 면들은 전부 마왕보다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제가 봤을 땐, 마왕보다 상대하기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흠… 그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줄 수 있나?”
대답을 들은 교황은 얕은 신음을 흘리며 이유에 대해서 물어왔다.
“마왕은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지금 침략자는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마왕보다 약하니, 자네라면 수장들을 손쉽게 죽일 수 있지 않겠나?”
“수장과 조우하게 되면, 쉽게 죽일 수야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보고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 적들은 신성 제국 기점으로 포위망 형식으로 침략을 가해오고 있었다.
여기서, 한쪽을 제지하려 들면 수장은 그대로 도망치고. 다른 곳에서는 기회로 삼아 수작을 부려올 것이 뻔했다.
“또한, 물량 자체가 마왕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에 제힘으로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황은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침략자를 몰아낼 수 있을 것 같나?”
“신성 제국에 상주하는 병력과 타국의 병력을 침략당하고 있는 국가에 지원을 보내는 겁니다. 거기서 시간을 조금만 끌어준다면 제가 어떻게든 수장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사의 해결 방안에 교황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되네.”
“왜, 안된다는 거죠…?”
“그들이 가면 신성 제국을 지킬 병력이 사라지기 때문이지. 그리고 이곳뿐만 아니라 타국도 같은 처지이고 말이야.”
“…….”
교황의 말대로 현재 신성 제국뿐만 아니라 타국들도 병력 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생각이 짧았네….’
병력을 보내라면 보낼 순 있겠지만, 그 틈에 적군들이 쳐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으리라.
‘하필, 쳐들어와도 왜 지금인 거냐….’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은 것에 애석함을 느꼈으나.
‘아니, 현재 이런 상황이니까 침략하러 온 거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적들에게는 이만한 적기가 없었다.
즉, 침략해오기 딱 좋을 때라는 것이었다.
“후… 이러면, 침략자를 어떻게 몰아낼지 감이 잡히질 않군요.”
“일단, 같이 고민해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해보도록 하지. 우리가 늦게 움직일수록 침략당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테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예.”
그렇게 용사와 교황은 작전을 세우기 위해 자리를 옮기려는 찰나.
― 신탁을 내리겠어요.
머릿속에 청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169화 침략의 시작 (3)
“라파엘 님의 종. 인사 올립니다!”
용사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신실한 종 라파엘 님을 뵙나이다.”
“이 세상의 어머니를 뵙습니다.”
“헉, 라파엘 님을 뵙습니다!”
뒤이어 교황과 성녀 마지막으로 추기경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리자.
― 여러분을 오랜만에 만나 너무나도 기쁘지만, 이 기쁨을 그대로 만끽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군요.
라파엘이 자칫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 아시다시피, 새로운 침략자가 나타났답니다. 이번에도 용사를 주축으로 인류가 힘을 모아 대항해야 할 것 같습니다.
“라파엘 님의 뜻을 따릅니다.”
이어지는 라파엘의 말에 교황이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 침략자를 막아 인류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곁에서 당신들에게 축복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그렇게 라파엘이 모든 할 말을 마치며, 떠나려는 찰나.
“…라파엘 님.”
용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라파엘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 네, 더 할 말이라도 있나요?
다행히 바로 떠나지는 않았는지, 라파엘이 의아한 목소리로 대답해왔다.
“전과 같이 인류를 위해 싸우겠지만, 상황을 봤을 때 제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 전 인류가 힘을 합치면 가능할 겁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라파엘의 말에 용사는 깊은 답답함을 느끼며, 현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마왕에게 입었던 피해가 복구되지 않아 상황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 …그런가요?
설명을 마치니, 라파엘은 언짢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해왔다.
흡사, 일개 고등생물 따위가 자신의 말을 반박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말이다.
― 제가 생각이 부족했네요.
하지만, 언제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냐는 듯, 화사한 목소리로 변해있었다.
― 일단, 당신에게 신성력을 나눠주는 것은 이미 한계치여서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영웅을 양성할 수밖에 없겠네요.
영웅.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나 용사보다 못한 이들.
― 영웅은 용사와 달리 제한 없이 인원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는 것은 제가 발탁됐던 것처럼, 영웅을 발탁하신다는 겁니까?”
― 아니요. 아쉽게도 저는 이곳 말고도 신경 쓸 곳이 너무나도 많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영웅이 될 인재들을 데려오면 제가 판단을 내리고 신성력을 하사하겠습니다.
돌려서 얘기했지만, 뜻을 해석하자면 모든 일을 떠맡기겠다는 뜻이렷다.
“침략자를 막으면서, 영웅이 될 인재까지 찾는 것은 너무 버겁습니다….”
용사는 생각을 재고해달라고 요청을 올려봤지만.
― 여러분은 무궁한 성장성을 지녔기에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당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아 주세요.
라파엘이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의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
― 마왕 때는 어떻게든 시간을 짜냈지만, 지금은 도저히 불가능하네요. 이것밖에 도움을 주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다시는 이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못을 박아버렸다.
용사는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죄송합니다. 저희를 보살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하는데 다급한 나머지 제 입장만을 생각했나 봅니다.”
이내, 머리를 숙이며, 라파엘에게 사죄의 말을 올렸다.
‘젠장… 누구 때문에 병력 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데.’
사죄의 말을 올릴 것과 달리, 속마음은 완전히 정반대인 생각을 품고 있었다.
마왕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것은 맞았지만.
‘그 전에 무교인 자들을 처형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애먹는 일은 없었겠지.’
과거, 라파엘이 무교인 자들을 죽이라는 신탁을 내리며, 인류의 절반을 지워버렸었다.
또한, 그중에 있던 실력자들은 죽이는 것이 불가능해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섬 감옥에 처박아버렸다.
만약, 무교인 자들을 죽이지만 않았더라도 이렇게 침략자에게 휘둘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러면서, 세계의 질서와 평화를 운운하니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쯧, 목숨 위협만 받지 않았더라도 용사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생각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천사에게 고개를 조아려 보일 뿐이었다.
한편, 용사의 사과를 받은 라파엘은.
“진짜, 앓는 소리가 심하네.”
인상을 찌푸리며, 용사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가능하니까. 신탁을 내리지 거기서 반박을 해? 참네.”
침략자의 전력을 분석해보니, 지금 인류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에 신탁을 내린 것인데.
“당연히 피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기껏, 뽑아 놓은 용사가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못하겠다고 죽는소리하니 아니꼽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 할 일이 더 늘어났다는 점에서 짜증이 치솟았다.
당장이라도 신성력을 회수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용사이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줘야겠지.”
이만한 재능을 지닌 고등생물도 없을뿐더러, 사과도 했으니 이번만은 특별히 넘어가 주기로 했다.
― 괜찮아요. 상황이 좋지 않으니 생각을 짧게 할 수 있죠. 그러면, 여러분을 믿고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러면, 저는 다른 곳을 돌봐야 해서 이만 가보도록 하죠.
그렇게 라파엘이 떠난 뒤.
“후… 그러면 대응책과 영웅을 찾을 방법을 논의하러 이동하도록 하죠.”
용사는 지친 얼굴로 교황에게 자리를 이동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도록 하지.”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저는, 타국에 연락을 넣어 차출할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볼게요.”
성녀는 작전을 세우는 동안 다른 업무를 보겠다고 대답해왔다.
“이동하도록 하지.”
“예.”
교황과 용사는 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콰―――――――――――앙!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대성당이 흔들렸다.
“기습이다!”
용사는 적이 기습을 가해왔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대성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
밖으로 나와. 폭발음이 나는 위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하늘에서 스켈레톤이 자폭하며, 신성 제국을 감싸고 있는 보호막을 두드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적은 어딨지?”
겨우, 저 공격으로 보호막이 뚫릴 일은 없었기에 용사는 주위를 살피며 적을 찾아봤지만.
“…없어.”
스켈레톤을 제외하고는 딱히 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운을 숨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폭발로 생긴 연기 때문에 보호막 밖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의미 없는 짓을 하는 거지…?”
적 또한, 보호막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알 터인데, 왜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백성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건가?”
의중을 알 수 없는 행동에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순간.
“…음?”
하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미약한 폭발음이 나는 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하늘이 아닌 다른 곳?”
용사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때.
“젠장…!”
타국 또한, 스켈레톤의 자폭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타, 타, 타―앗!
용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신성 제국을 감싼 보호막 밖으로 나가 연기를 해치자.
“멸망했다고…?”
주변 모두 시꺼먼 잿빛으로 변해버린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걸 노린 거였어.”
그 광경에 용사는 신성 제국 자체를 고립시키기 위해 이런 수를 벌인 거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물자를 막아서 피를 말리게 할 속셈이구나….”
적의 의중을 깨달은 용사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마왕 때보다 악랄한 술수에 절로 이가 갈렸다.
용사는 잿빛으로 변한 주변국들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다시 신성 제국 안으로 돌아갔다.
* * *
한편, 일련의 일들을 칠마장 멤버에게 보고 받은 정민우는.
‘좋아,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흡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신성 제국도 고립이 됐으니 식량난을 겪게 되겠지.’
타국에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신성 제국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쇠퇴하게 될 터였다.
너무 악랄한 방식이지 않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남은 것을 생각하면, 이건 약과에 불과하지.’
용사와 싸우기 전, 최대한 힘을 빼둘 필요가 있었기에 모든 수를 동원해야만 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 방심은 금물이지.’
마왕을 격퇴 한 상대를 적당히 대했다가는 오히려 당하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이었다.
‘곧 용사가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 그 틈에 신성 제국을 쳐서 기능을 못 하게 마비시키면 되겠지.’
신성 제국이라는 큰 축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면, 그때부터 용사를 공략할 계획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자살특공대를 꾸려야겠지.’
경지가 높은 자들이 목숨을 내던지고 보호막을 공격하면, 들어가 틈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그러면, 자살특공대가 될 새로운 마인을 만들어야겠지?’
기존 마인들로 구성해도 되겠지만.
‘그건 절대 안 되지.’
수천 년간 함께해 온 부하들을 사지 속에 내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신성 제국에 악감정을 품은 강자들은 이곳에 깔리고 깔렸으니까.’
대표적으로 하나를 꼽자면, 강자들을 가둔 섬 감옥이 있었다.
‘그들을 전부 타락시키는 것만 성공해도 신성 제국을 마비시킬 수 있지.’
그렇게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민우 님?”
비너스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세계수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인 상태에요.”
그리고 섬 감옥을 칠 준비를 마쳤다는 말을 덧붙여왔다.
“그럼, 그쪽으로 이동하도록 하자.”
정민우는 비녀스의 안내를 받아,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향하니.
“오셨어요?”
세계수가 바닥에 뿌리를 박은 채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준비를 전부 마쳤다고?”
“네,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해서 명령만 내리시면 바로 섬과 육지를 잇는 나무를 만들 수가 있어요.”
“좋아, 바로 시작하도록 해.”
“알겠어요.”
정민우의 명령에 세계수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 뒤.
“합!”
손을 위로 뻗어 보이자.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촤아아아아악―
바닷속에서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얼굴을 내보이더니.
우드득――!
상당한 속도로 덩치를 불리더니,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무로 인해, 대지에 그림자가 깔렸을 때쯤.
“다리가 되어주렴.”
따―악.
세계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우지끈―!
하늘을 가릴 정도의 거대한 나무가 섬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후――――――웅!!!
엄청난 풍압을 자아내더니.
콰――――――――――――――앙!!!
쨍그랑―!
그대로 충돌하며, 섬을 감싸던 보호막을 깨트려버렸다.
“훌륭해.”
세계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의 말을 건네자.
“이 정도는 어렵지 않죠.”
어깨를 으쓱이며, 너스레를 떨어 보였다.
“그러면, 바로 섬을 빼앗도록 해.”
“맡겨만 주세요.”
세계수는 뒤에 자리한 자식들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아이들아? 가서, 죄수들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죽이렴.”
데빌 엘프들에게 공격할 것을 명령내렸다.
“““예, 어머니!!!”””
타, 타, 타, 타, 타, 타, 타―앗!
그러자 명령을 받은 데빌 엘프들은 나무를 타고 섬 감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170화 죄수들의 반란 (1)
알란 스턴.
최고의 사냥꾼이라 찬양받으며,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견줄만한 경지에 오른 최초의 사냥꾼.
그는, 부족을 이끌며 언젠간 국가를 세우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부족을 통합하며, 국가를 세우기 일보 직전까지 다가서는 데 성공하게 됐다.
하지만, 앞에 다가서는 데 성공한 것뿐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망할 년의 비둘기가 나타났지.’
그도 그럴 게 천사라는 작자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딴 식으로 핍박할 줄 몰랐지.’
부족 자체가 사냥으로 먹을 것을 해결하다 보니, 라파엘이 전하는 교리와는 맞지 않았다.
이건, 부족민의 정체성 혼란을 일으킬 수 있던 것이기에 종교를 가지지 않겠다고 얘기했던 것인데 거절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처음엔 강력하게 대항에 나섰으나, 교황이 순순히 항복하면 부족민을 살려주겠다는 회유로 인해 대항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게 거짓말일 줄 꿈에도 몰랐지.’
하지만, 이것은 자신을 붙잡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며, 몇몇 부족의 강자를 제외한 다른 부족민들은 전부 사형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더러운 술수를 부리면서, 감히 선을 자처해?’
지금 당장이라도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끊고 신성 제국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수갑 하나로 인해 발이 묶여버릴 줄은 몰랐지.’
천계에서 만들었다는 수갑을 착용하게 되면서, 모든 힘을 제약당해 버렸다.
‘후,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건가….’
이런, 치욕스러운 삶은 더 이어가기 싫었기에 생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는 꼴이지.’
수갑에 채워진 아트팩트가 그것을 못 하게 막고 있었다.
‘간수보고 죽여달라고 애원하면, 달라지려나….’
삶의 미련이 없기에 죽을 방법만을 궁리하던 찰나.
‘…아니지, 부족민들의 복수를 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죽지.’
알란은 정신을 차리고 복수심을 불태웠다.
‘이렇게 해이해져서는 안 돼.’
부족민의 명복을 비는 방법은 오로지 신성 제국을 멸망시키는 것뿐이리라.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마왕이 침략했을 당시, 탈출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던 것을 생각하면 장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았다.
‘아예, 악마가 나타나 계약이라도 제안했으면 좋겠군….’
알란은 마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콰――――――――――――――앙!!!
“크윽?”
거대한 둔기가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쿠쿠쿠쿠쿠쿠쿠쿠쿠―
지하에 자리한 감옥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쇠창살에 얼굴을 내밀자.
“저, 적습이다!”
“젠장, 다들 무기 챙겨!”
“대체, 누가 공격한 거야?”
“빨리, 지원 요청을 해!”
간수들이 각자의 무기를 챙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적습?’
얘기를 들어보니, 누군가 감옥에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쳐들어올 자가 있나?’
누가 쳐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에게 더없이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쪽을 공격한다는 것은 죄수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지.’
자신과 뜻이 같다면, 기꺼이 따를 것이고. 뜻이 같지 않다면 싸워서 죽음을 택하리라 다짐했다.
쇠창살에 얼굴을 내민 채, 이곳을 쳐들어온 자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 호오, 꽤 쓸만한 힘을 지녔군.
오싹―
어두운 심연을 건드리는 듯한 질척한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악마다!’
알란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존재가 악마라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이건 기회다…!’
악마가 자신에게 흥미를 보이는 상황.
여기서, 잘만 보이면 마인이 되어 복수를 이뤄낼 수 있을 터였다.
털썩―
“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란은 바닥에 바짝 엎드리며,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해 보이자.
― 쓸만한 힘을 지닌 것을 이어 비둘기에게 깊은 증오심을 느끼고 있구나.
흥미가 간다는 듯한 목소리로 악마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그렇습니다! 저는 비둘기에게 증오를 느끼며, 비둘기를 따르는 신도들을 제 손으로 죽이고 싶습니다!”
알란은 악마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 그렇다면, 네게 한 가지 제안을 하도록 하겠다.
“경청하겠습니다!”
― 계약을 통해 강한 힘을 내리도록 하겠다. 그 힘이라면 신성 제국을 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상당히 달콤한 제안.
‘이건, 거절하는 게 등신이지.’
알란은 고민도 없이 대답하려는 순간.
― 하지만, 대가로 너는 오늘로부터 10년밖에 살지 못하게 된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악마가 뒷말을 덧붙여왔다.
10년의 시한부 인생.
삶의 욕심이 강한 자라면, 여기서 대답할 것을 망설였겠지만.
“하겠습니다. 아니, 제발 하게 해주십시오!”
알란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해 보였다.
이미, 아내와 자식은 그들의 손에 죽은 지 오래였기에 오히려 복수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 …조금 더 고민해보는 게 좋지 않나? 이건 한 번 계약하면 절대 무를 수가 없다.
빠른 대답에 당황했는지, 악마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알란은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 좋다, 네가 원하는 대로 계약을 해주도록 하지.
악마는 계약을 해주겠다며 대답하더니.
뚜벅, 뚜벅, 뚜벅.
검은 안개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흑발의 머리에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
황금색과 빨간색 눈동자, 이어서 엉덩이 쪽에 난 삼지창의 꼬리.
악마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니, 절로 몸이 떨려왔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느껴지는 아득한 기운.
“이 선택,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그런,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지닌 자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아, 아….”
이날 알란은 악마를 따르는 성실한 신자로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
그렇게 알란은 계약을 마치며, 강력한 힘을 손에 쥐게 되었다.
* * *
정민우는 알란을 이어 수감 된 죄수들을 타락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전부 계약하게 될 줄 몰랐네.’
그 결과, 고등생물 전원과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 정도 인원이면, 신성 제국의 보호막을 어렵지 않게 뚫어낼 수 있겠어.’
타락시킨 인원은 총 2만 명.
숫자는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이들 전부 수장 밑 단계인 고위 간부와 비견될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한시적으로 얻은 힘이지만 말이야.’
자살특공대라고 한들, 보호막을 뚫을 수 없으면 의미가 없었기에 정민우는 마인들의 힘을 극대화했다.
‘생명의 대가로 강제적으로 힘을 끌어올렸지.’
생명을 대가로 계약하면, 극소량의 마기만 지급해도 말도 안 되는 강력한 힘을 낼 수가 있었다.
단숨에 큰 전력을 얻을 수 있어 꽤 매력적인 방법이었지만.
‘하려는 자가 흔치 않지.’
고등생물은 삶의 욕심이 강해 저렇게 복수에 차 있지 않은 이상 계약을 성사하기 힘들었다.
‘자살특공대도 만들었겠다, 기회를 엿보다가 용사가 신성 제국을 떠났을 때 치면 되겠지.’
정민우는 빨리 용사가 움직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민우.”
엘린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엘린? 무슨 일이야.”
정민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 묻자.
“…용사가 아이작이 있는 방향으로 떠났다는 보고를 받았어,”
때마침, 용사가 떠났다는 정보를 알려왔다.
“호오, 그래?”
알맞은 타이밍에 정민우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길 잠시.
“근데, 비너스는 어디 가고 네가 보고를 하는 거야?”
정민우는 엘린이 보고한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비너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조금 전에 보고 받은 게 사실인지 교차 검증하러 갔어.”
엘린의 설명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을 파기 위한 거짓 정보일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의심하고 확인하는 것이 좋았다.
‘정보가 맞는지 확인시키려고 했는데, 알아서 잘하네.’
정민우는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행동으로 옮기는 비너스를 보며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
‘비너스가 돌아오고 나서, 자살특공대를 신성 제국으로 보낼지 말지 결정하면 되겠네.’
비너스가 오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이참에 자살특공대를 정비시키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알겠어, 이만 돌아가 봐도 돼.”
“…알겠어.”
엘린이 지하실에서 벗어나자.
“알란, 가서 너희들이 빼앗긴 장비를 전부 착용하고 오도록.”
부복하고 있는 알란에게 시선을 옮기며 명령을 내렸다.
“만약, 기존에 착용하고 있던 장비가 없다면 간수들의 장비를 벗겨 착용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알란은 힘차게 대답하며, 뒤에서 부복하던 마인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1시간 정도 흐르자.
“악마님, 전원 장비를 착용하고 왔습니다!”
알란이 다른 마인들과 함께 지하실로 돌아왔다.
‘다행히, 장비는 그대로 놔뒀나 보네.’
혹시나, 장비를 팔아버렸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는지 전원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좋다. 나를 따라오도록.”
이후 정민우는 자살특공대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가자.
펄럭―
벌써 확인을 마치고 온 것인지, 비너스가 날갯짓하며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민우 님.”
이어서 비너스가 섬에 안착한 뒤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됐어?”
“용사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아이작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척하다가 신성 제국에 몸을 숨기고 거짓 정보를 퍼트린 것 같아요.”
“…그렇단 말이지?”
귀여운 수작에 정민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큰 전력을 얻었는데 놀게 놔두는 것은 아쉬우니, 이렇게 된 거 자살특공대를 다른 쪽으로 활용하도록 할까?’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침략을 가속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용사가 버티지 못하고 나오게 되면, 그때 자살특공대를 이용해 신성 제국을 치는 거지.’
단순명료하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작전.
‘그리고 용사가 그 사실을 접하고 신성 제국으로 다시 돌아오려고 할 때면 자살특공대를 물리면 되겠지.’
이렇게 체력을 갉아먹다 보면, 용사 또한 제풀에 지쳐 쓰러질 것이라 확신했다.
‘좋아, 이걸로 진행한다.’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자살특공대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먼저, 신성 제국의 앞잡이가 된 국가들을 치도록 하겠다.”
명령을 들은 알란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악마님, 신성 제국을 바로 치는 것이 아닙니까…?”
슬쩍 다가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왔다.
“신성 제국에는 용사가 상주하고 있다. 나는 너희들이 복수도 못 하고 죽임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
“그러니, 신성 제국은 용사가 빠져나간 뒤 습격할 것이다.”
“아, 아… 그런 깊은 뜻이.”
알란은 고등생물의 사정까지 생각해주는 따듯한 마음씨에 감복했다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제군들?”
정민우는 대륙과 섬을 잇는 나무를 가리킨 뒤.
“가서 당했던 불합리함을 되돌려주러 가도록 해라.”
국가들을 침략할 것을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죄수들은.
“““알겠습니다!!!”””
광기에 휩싸인 얼굴로 대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171화 죄수들의 반란 (2)
알란은 대륙에 도착하자마자. 죄수들과 같이 근처에 있는 국가로 내달렸다.
‘몸이 가벼워!’
주변 풍경이 1초마다 달라질 정도의 빠른 속도.
내가 이렇게 빠른 속도를 달릴 수가 있다니…!’
또한, 상당한 속도로 내달리는 것과 달리 힘이 들지 않았다.
물론, 악마와 계약하기 전에도 경지가 높았기에 이런 움직임이 가능했으나.
‘몇 년 만이지?’
오랜만에 제약 없이 마음 놓고 달리다 보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5분 정도 달렸을까?
‘목적지가 보이는군.’
저 멀리 번지르르해 보이는 왕국이 시야에 들어왔다.
‘라파엘을 따르고 꽤 많은 지원을 받았나 보네….’
그때 당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던 왕국이 이 정도로 변했다는 건, 신성 제국의 앞잡이 역할을 하며 많은 부를 누렸다는 뜻이었다.
‘멸망시킨 국가와 부족들의 물품을 빼앗아 덩치를 불린 것이겠지.’
겨우,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 배를 불렸다고 생각하니, 화가 절로 치밀어 올랐다.
‘오늘, 저곳을 멸망시킨다.’
알란은 흉흉한 눈빛으로 등에 매달았던 도끼를 꺼내 들었다.
“내가 먼저 선공을 날리도록 하마!”
그리곤 도끼에 마기를 흘러 넣자.
쑤-욱.
도끼가 ‘알란’ 만한 크기로 순식간에 커져 버렸다.
“이제 너희들이 배불러 채웠던 것을 뱉어낼 시간이다!!!”
후─웅.
이어서 있는 힘껏 도끼를 성문을 향해 내던지자.
쐐───액!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도끼가 성문을 향해 날아갔다.
뒤이어 도끼가 성문에 맞닿자.
콰─────직!
우르르르르-
성문이 박살 나며, 외벽까지 맥없이 무너져내려 버렸다.
“““가자!!!”””
뒤에 자리하고 있던 죄수들은 무기를 꺼내 들며, 무너져내린 성벽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알란은 던졌던 도끼를 회수하며, 죄수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할 건 없어 보이네.’
죄수들이 적을 압도하다 못해 찍어 누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10분 안에 정리가 되겠어.’
원체 능력이 뛰어났던 자들이 마인까지 되었으니,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나도 구경만 할 수는 없지’
가만있어도 동료들이 왕국을 침략하겠지만, 자신 또한 복수하고 싶었기에 구경만 할 생각은 없었다.
공격할 만한 곳이 없나 주위를 살펴보자.
‘저곳이다.’
도시 중앙에 자리한 왕궁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저기는 건들지 않았나 보군.’
알란은 누가 채가기 전에 발을 빠르게 놀리며, 왕궁으로 이동했다.
‘이곳의 국왕을 내 손으로 죽이면, 꽤 의미 있는 복수가 될 수 있겠어.’
왕궁에 도착하며, 왕실에 들어서려는 찰나.
“이곳이 어디라고 발을 들이려는 것이지?”
스르릉.
문 앞을 지키던 노인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군.’
일개, 왕국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것에 의아함이 들었지만.
‘무슨 사연이라도 있겠지.’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기에 의아함을 금방 떨쳐냈다.
‘이참에 내 힘을 실험해봐야겠어.’
‘그랜드 소드 마스터’ 정도 경지라면, 자신의 힘을 몇 번은 버텨낼 수 있으리라.
‘내가 인간인 시절보다 2배는 강해 보이네.’
과거였다면, 눈도 마주치기 힘들었을 정도의 강자.
하나, 지금은 강자로 보이기는커녕 자신의 힘을 갈무리하지 못하는 애송이로 보일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병력을 물리고 떠난다면, 따로 책임을 묻지 않겠다. 자네도 무의미한 살생을 하고 싶진 않을 것 아닌가?”
노인도 힘의 차이를 느꼈는지 전투 대신 회유를 시도해왔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회유라면 진절머리가 난 알란이기에 노인의 제안을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그런가….”
노인은 아쉽다는 듯,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파-앗!
“그렇다면, 죽을 수밖에!”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키며, 검을 내질러왔다.
완벽한 기습.
평범한 고등생물이었다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절명했을 기습이었지만.
‘하품이 절로 나오네.’
고위 간부와 동급의 힘을 낼 수 있는 알란에게는 노인의 움직임이 그저 느리게 보일 따름이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부터 시작해보도록 할까?’
알란은 도끼를 쥐어 보이며, 노인을 향해 휘두르자.
쐐───액!
“???”
도끼가 순식간에 노인의 코앞에 도착해있었다.
아직, 노인의 검은 알란에게 닿지도 못한 상황.
“!!!”
노인은 검을 거둬 보이며, 공격을 피하고자 허리를 최대한으로 뒤로 젖혔지만.
촤───악!
온전히 피하기는 무리였는지, 볼에 빨간 실금이 그어졌다.
“큭…!”
노인은 이 정도 피해로 끝낼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다시 공격을 가하려는 찰나.
푸확-
실금이 그어진 곳이 갈라지며, 피가 솟구쳐 나왔다.
“크흑!?”
노인은 상처를 지혈하기 위해 황급히 마나를 운용했지만.
치이익-
상처에 맺힌 마기가 마나를 격렬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지혈에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지?”
노인은 알란을 쏘아보며,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물었지만.
“오, 상처를 회복하는 것도 방해하는구나.”
알란은 대답 대신, 흥미 어린 표정으로 노인 얼굴을 바라봤다.
“감히, 나를 우롱해!?”
노인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해 깊은 분노를 터뜨리며, 알란에게 달려들었지만.
“너, 이만 죽어라.”
“…음?”
싹둑-
목이 잘려 나가며, 아쉽게도 다음 행동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털썩-
노인은 공격을 당했다는 것에 허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진짜 장난 아닌 힘을 얻었잖아?’
알란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노인의 시신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악마와 계약하길 잘했어.’
강한 힘을 얻게 됐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막강할 줄은 몰랐다.
‘이 힘이라면 복수를 성공시키고도 남지.’
알란은 힘을 감탄하는 것도 잠시.
‘그럼, 용사는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용사의 무력에 궁금증이 들었다.
‘일 합도 버텨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했으니, 만나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
무력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궁금증으로 인해 복수의 기회를 걷어찰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관심을 끄기로 했다.
‘그래도 바로 신성 제국을 향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처음에는 신성 제국을 향하지 않는 것에 깊은 아쉬움을 느꼈으나.
‘힘은 강해졌지만, 다루는 게 미숙해.’
조금 전의 전투로 몸이 상당히 굳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그곳은 용사뿐만 아니라 다른 강자들이 즐비해 있으니, 만전인 상태 때 치는 게 좋겠지.’
만약, 바로 신성 제국을 갔다면 지금쯤 자신의 목이 바닥에 뒹굴고 있으리라.
‘용사가 신성 제국에서 늦게 벗어났으면 좋겠군.’
알란은 용사가 신성 제국에 벗어나기 전까지 굳었던 몸을 풀어 본래 실력을 되찾기로 했다.
‘그러면, 방해꾼도 사라졌겠다. 국왕을 처리하러 가볼까?’
왕실 안으로 들어가 국왕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알현실로 가자.
“““흐아아아압!”””
알현실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와 마법사들이 일제히 기습을 가해왔다.
‘문을 열기 전부터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적들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자.
서걱-
기습을 가해오던 적들의 목이 베이며,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후두둑-
적들의 피가 빨간 카펫에 스며들며, 색깔을 한층 더 진하게 만들어주자.
“히, 히익!”
옥좌에 자리한 국왕이 한껏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꼴사납네.’
알란은 체통에 걸맞지 않은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국가를 대표하는 왕이 저런 겁에 질린 모습이라니.’
처형당했던 국왕들은 종교를 믿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내세우며 죽음을 맞이했던 모습과는 달리.
‘저게 왕이라고…?’
눈앞에 있는 국왕은 겁먹은 돼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런 녀석이 왕이라는 사실에 처형당했던 국왕들을 모욕하는 것만 같은 더러운 느낌을 받았다.
‘하긴, 신념 있는 국왕들이 죽었으니 저런 머저리들만 남은 것이겠지.’
알란은 국왕의 목에 도끼를 겨누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유언은?”
“사, 살려줘!”
국왕은 무릎을 꿇어 보이더니, 알란의 바짓가랑이 붙잡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마지막 유언 잘 들었다.”
서걱-
“컥…?”
알란은 유언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국왕의 목을 베어버렸다.
쿵─!
국왕이 육중한 몸이 바닥에 쓰러지자.
“다른 동료들은 다 정리를 했나 보러 갈까?”
알란은 도끼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왕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자.
“대장, 오셨소?”
불바다가 된 도시 한가운데에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죄수들을 볼 수가 있었다.
풍경과 대비되는 표정이었지만, 알란 또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쪽으로 이동했다.
“벌써 끝난 거야?”
“에이, 벌써라니요. 막강한 힘을 얻었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죠.”
알란의 물음에 부족장이었던 죄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너스레를 떨어 보였다.
“그렇긴 하지. 막강한 힘을 얻었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겠지.”
부족장의 말에 알란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대장, 침략도 끝냈겠다. 저희는 이제 뭐 하면 되는 거요?”
“악마님의 새로운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침략을 이어나가야겠지.”
“그거 너무 좋은데요?”
“바로 이동하자.”
“좋죠.”
이후 알란과 죄수들은 다른 국가를 침략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한편, 왕국 하나가 죄수들로 인해 침략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용사는.
“망할…!!!”
머리를 거칠게 쥐어뜯으며,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와장창-
그리고 화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주변에 있는 집기들을 전부 깨부숴버렸다.
“요, 용사님, 진정하세요.”
처음 보는 광경에 성녀는 몸을 떨어 보이면서도 용사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지금, 진정하게 생긴 것 같습니까?”
“……”
용사의 서슬 퍼런 눈빛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죄수들까지 마인으로 만들어 침략에 가담시킬 줄이야….”
용사는 푸념 어린 말을 내뱉으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러면, 다른 감옥에 갇힌 죄수들도 마인이 되어 국가를 침략해올 수도 있겠어….”
섬 감옥은 총 5개로 이루어졌기에 전원 마인이 되어 침략에 가담하게 된다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던 성녀가 눈치를 살피더니.
“…용사님?”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후, 왜 부르시죠?”
용사는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부른 이유에 관해서 묻자.
“…그게.”
성녀가 한 번 더 눈치를 살펴 보이더니.
“조금 전에 4개의 섬 감옥에서도 죄수들이 탈출했다는 보고가 들어와서요….”
“……”
죄수들이 악마의 손에 떨어졌다는 보고를 올려왔다.
“시X,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용사의 입에서 처음으로 흘러나온 거친 욕설.
흠칫-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에 성녀는 용사에게 깊은 공포를 느꼈다.
“지, 진정하세요. 용사님은 원래 이런 분이 아니셨잖아요….”
무섭다고 해도, 용사를 진정시킬 의무가 있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제가 너무 흥분했나 보네요.”
위로의 말이 통했는지, 용사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상황이 계속해서 안 좋아져서 많이 예민해졌나 봅니다. 이런 추태를 보여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자신이 보였던 행동에 대해 사과를 건넸다.
“괘, 괜찮아요.”
성녀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용사의 등을 두드리며 다독여줬다.
“용사님이 짊어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힘든 일 있으면 제게 기대주세요.”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른 용사는.
“잠시, 혼자 있고 싶습니다.”
성녀에게 방에서 나가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알겠어요.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렇게 성녀가 방에서 나간 뒤.
“하아… 나답지 않게 감정에 휘둘렸어.”
창밖을 바라보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용사가 예민하게 구는 모습이 의아하게 보일 수 있겠으나.
이미, 용사는 마왕과 싸움으로 정신이 한계까지 내몰린 상태였다.
한데, 새롭게 나타난 침략자가 마왕 때보다 악랄한 술수를 부려오니 정신이 무너질 수밖에 없으리라.
용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책무를 벗어던져 이것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니야,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인류를 저버리는 행동이었기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 여기서 무너지면 악마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되는 거야. 정신 차리자.”
이후, 용사는 마음을 다잡는 데 성공하며, 인류를 지키고자 다짐했다.
172화 희망 없는 싸움 (1)
인류를 지키고자 마음을 다잡았던 용사는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해 대항했지만.
‘계속해서 제 자리를 걷는 기분이네….’
다짐이 무색하게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뚜렷한 성과를 하나도 내지 못했다.
‘후….’
용사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방에 걸린 거울을 바라봤다.
5년 전과 비교될 정도로 야윈 모습.
몇 달 음식을 먹지 않아도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용사였지만.
‘밥을 먹었던 게 언제였더라…?’
그것이 몇 년간 이어진다면 아무리 경지 높은 용사라도 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몸이 버티질 못하겠네.’
입맛이 없어 밥을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몸 상태를 보니 억지로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은… 이번 정기 회의가 끝나고 먹는 것으로 해야겠어.’
정기회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최된 모임.
죄수들이 탈옥한 사건 이후로 주최됐으니, 이번이 다섯 번째 정기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선 긍정적인 얘기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동안, 암울한 얘기가 주를 이었기에 한 번쯤은 긍정적인 얘기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차라리 회의를 가기 전에 밥을 먹을까…? 회의가 끝나곤 절대 음식이 입에 들어갈 기분이 아닐 것 같은데.’
용사는 식당에 들를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똑똑-
“용사님, 안에 계십니까?”
회의 시간이 됐는지 추기경이 문을 두드려왔다.
‘쩝… 아무래도 밥은 회의가 끝나고 먹어야겠네.’
문고리를 잡고 열자.
끼익-
“아, 안에 계셨군요!”
추기경이 작위적인 미소를 지은 채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억지로 웃었으면 눈가가 파르르 떨려올 정도.
“…그렇게 억지로 미소를 지으실 필요 없습니다.”
용사는 마지 못해 표정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자.
“용사님에게 미소로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는데 효과가 없었나 보군요….”
추기경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본래 어두운 표정을 돌아왔다.
평소 그였다면, 미소만으로 힘이 된다고 대답했겠지만.
“…안내 부탁드립니다.”
차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화제를 돌려버렸다.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힘이 난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힘드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지만.
매일, 백성들 앞에서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역겨운 거짓말을 하는 용사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족해.’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기에 평소에는 거짓말을 입에도 담기 싫었다.
“알겠습니다….”
추기경은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회의실로 안내했다.
그렇게 추기경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오셨어요?”
평소와 달리 표정이 밝아 보이는 성녀가 인사를 건네왔다.
“…오늘따라 표정이 밝으시군요?”
의문을 느끼며, 이유를 묻자.
“그건, 회의 때 알게 되실 거예요.”
성녀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회의 때 알려주겠다고 대답해왔다.
‘이번엔 기대해도 되는 건가…?’
그 모습에 용사는 옅은 기대감을 느끼며, 의자에 착석했다.
‘무슨 소식일까?’
과연, 어떤 소식일지 궁금증을 느끼던 찰나.
끼익-
“다들 자리해 있었군.”
교황이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교황님을 뵙습….”
용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리려고 하자.
“상황이 상황이니,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겠네.”
교황은 인사를 생략하며, 바로 의에 착석했다.
“제5회 정기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그리곤 정기회의를 시작하겠다고 알려왔다.
성녀는 회의가 시작된다는 말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보이더니.
“다들, 양피지를 받아주세요.”
교황과 용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건네줬다.
성녀가 건넨 양피지를 받아들자.
“현재, 10분의 2가 침략자의 손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두 분 모두 아실 거예요.”
현 상황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10분의 2….”
50년도 아니고 겨우 5년 만에 10분의 2를 침략당했다고 하니 용사의 입가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하지만, 성녀의 이어지는 설명에 용사는 표정을 풀 수밖에 없었다.
“이 흐름대로라면 이번 달에도 많은 국가가 침략당해야 하겠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침략당한 국가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달 국가가 침략당하는 게 일상이 된 지금, 처음으로 침략당한 국가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해왔기 때문이었다.
“네…? 침략당한 국가가 없다고요…?”
정기회의에서 처음으로 나온 긍정적인 얘기에 용사는 자신이 들은 것이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
“네, 확인 결과. 침략당한 국가는 하나도 없었어요.”
“아….”
성녀의 확언에 용사의 입가에 얕은 미소가 맺혔다.
“혹시, 침략당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좋은 소식이긴 했지만, 침략자가 술수를 부려오는 것일 수도 있기에 그 이유에 꼭 확인해야만 했다.
“최근, 전 인류가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지원을 하겠다고 약조를 맺게 됐거든요.”
“…약조 말인가요?”
“네, 전에는 손도 쓰지 못하고 침략을 당했다면, 지금은 약조한 덕분에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며, 침략 속도를 대폭 늦추는 데 성공했거든요.”
즉, 죽자 살자 덤벼드니 침략자 쪽에서 주춤하게 됐다는 뜻이었다.
‘적의 술수가 아닌 인류가 일어난 성과…!’
인류가 힘을 모아 역경에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희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나간다면 침략자도 몰아낼 수 있으리라.
‘지금이 흐름을 뒤집을 기회야.’
용사는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때.
“이대로 공격적인 대응을 하며, 영웅 선발까지 끝마친다면 흐름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 거예요.”
성녀가 생각이라도 읽었는지 흐름을 뒤집을 방안을 내놓았다.
“영웅 선발을 마치면 신성 제국을 지킬 병력을 얻게 될 테니, 그때부터 용사님은 적극적으로 소탕에 나서면 됩니다.”
“소탕에 나선 다라….”
“용사님이 소탕에 나서는 기점으로 흐름이 온전하게 바뀌게 될 거예요.”
“마음 편히 움직일 수 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여태까지, 용사는 근방에 있는 국가가 침략당하는 것이 아니면 신성 제국에 계속해서 상주하고 있었다.
침략자를 저지해야지, 신성 제국에 상주하는 게 말이 되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신성 제국이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계속 이곳에 발이 묶여있어야 한다는 게 조금 답답했던 참이었습니다.”
신성 제국은 라파엘의 축복으로 영토에 신성력이 깃들어져 있기에 성기사와 사제들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었다.
마기를 지닌 자의 침입을 허용했다가는 신성력이 탁해져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수 있기에 여태까지 용사가 지키고 있던 것이었다.
“마왕과 싸움으로 인해 기용할 수 있는 병력이 줄어버리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용사님을 신성 제국에 오랫동안 붙잡아버리고 말았네요.”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성녀는 용사의 답답함을 알고 있다는 듯,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넸다.
“영웅 선발 이후. 용사님을 필두로 인류가 힘을 합쳐 싸운다면, 10년 내로 끝낼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지 힘내보죠!”
10년.
고등 생물에게는 절대 짧지 않은 시간.
“10년… 꼭 그 안에 끝났으면 좋겠군요.”
100년간 마왕과 싸웠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기에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네! 꼭 10년 내로 침략자를 물리쳐 평화로운 세상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하하, 알겠습니다. 같이 힘내서 10년 내로 전쟁을 끝내도록 하죠.”
“열심히 해봐요, 용사님.”
그렇게 서로 의지를 다지던 순간.
“그건 그렇고, 영웅으로 판단되는 인재들은 얼마나 모였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교황이 예비 영웅이 얼마나 모였는지 성녀에게 질문을 건넸다.
“현재, 인원은 만 명 정도 모였어요.”
성녀의 대답에 교황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생각보다 인원이 꽤 많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인원에 의문을 드러냈다.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구했거든요.”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네, 뛰어난 실력을 지닌 노인분부터 재능이 엿보이는 어린 분들까지 전체적으로 모았습니다.”
성녀의 대답에 교황이 턱을 쓸어 보이더니.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올 필요가 있나? 어차피 싸움은 10년 내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나.”
당장, 활용할 수 없는 인력을 왜 데리고 오는 것이냐고 물음을 던졌다.
“10년 내로 보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미리 대비하는 게 좋잖아요?”
“미리 대비한 다라….”
“그리고 이런 분들이 성장해서 신성 제국을 지킬 한 축으로 성장한다면 나중에 큰 전력이 되어 주겠죠.”
“…확실히 자네 말이 옳아. 내가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보고 있었어.”
“아니에요.”
교황은 완벽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면, 그 인원들은 언제 신성 제국에 도착하는 거지?”
“지금, 신성 제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니 일주일 안에 도착할 거에요.”
“들어올 때 침략자의 하수인이 섞여 들어올 수 있으니 철저히 수색해야 할 거야.”
“그 점은 염두에 두고 있어요. 철저하게 수색하도록 할게요.”
근 5년 동안 악랄한 수법에 수도 없이 당했기에, 절대 방심을 해서는 안 됐다.
“나는 라파엘 님에게 일주일 뒤에 예비 영웅들이 온다고 보고를 하려고 하는데, 더 논의할 주제가 있는가?”
교황의 물음에 용사와 성녀가 고개를 내젓자.
“논의할 주제가 없다면, 여기서 회의를 마치도록 하지.”
이만, 회의를 끝마치기로 했다.
“다들, 일주일 뒤에 보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때 뵈도록 해요.”
이후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주어진 본분에 임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며, 예비 영웅들이 오는 날이 찾아왔다.
* * *
예비 영웅들이 신성 제국에 향하는 당일.
‘…떨린다.’
한 청년은 긴장된 얼굴로 도열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과연, 내가 영웅이 될 재능을 품고 있을까?’
사제의 제안으로 예비 영웅 대열에 포함되긴 했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이대로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던 찰나.
‘아니야, 재능을 품고 있다고 믿어야 해. 그래야지 영웅이 되어 복수할 수 있지…!’
고개를 내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만약, 재능이 없어 영웅이 되지 못한다고 하면, 직접 라파엘 님을 찾아가 부탁하겠어!’
앳된 티를 갓 벗어난 청년이 다짐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결연함과 절실함.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그저 치기 어린 다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청년의 속사정을 듣는다면 절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이런 결연함과 절실함을 지닐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하는 부모와 친하게 지냈던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꼭 강해져서… 그 해골을 내 손으로 박살 내고 말 거야.’
복수하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필요했기에 영웅이 되는 것에 사활을 거는 것이었다.
‘너는 그 자리에서 나를 죽이지 않았던 것을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청년은 꼭 영웅이 되어 아이작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노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아이작을 죽이겠다는 목표를 품은 청년의 이름은.
조지.
시골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다.
173화 희망 없는 싸움 (2)
한편, 성녀와 용사는 성문 밖에서 예비 영웅들을 맞이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기 측정기’와 ‘거짓말 탐지기’ 설치했나요?”
“예, 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제대로 설치했는지 다시 확인해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하수인을 걸러낼 ‘아트팩트’ 설치 시작으로.
“마기 탐지 마법진도 설치 마치셨나요?”
“예, 설치했습니다.”
“문양이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니, 한 번 더 확인 부탁드릴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혹시 몰라 ‘마법진’까지 추가로 설치를 마쳤다.
“인챈트가 새겨진 대포와 성수 포탄은 전부 준비가 됐나요?”
“예, 준비됐습니다.”
“대포는 성문에 설치하도록 하세요.”
“예,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혹시 모를 기습을 대비해 성문에 대포들을 대거 설치했다.
그렇게 모든 변수를 고려해 준비를 끝마치자.
“후, 이제 조금 마음이 놓이네요.”
성문이 요새와 버금갈 정도로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저희의 눈을 속여낸다고 해도, 아트팩트와 마법진까지는 속일 수는 없겠죠.”
성녀는 악마가 어떤 수작을 부려와도 이번만큼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고에 보관된 비보들을 가져온 것이니, 어떤 술수를 부려와도 피할 수는 없을 터였다.
“수장이 작정하고 정체를 숨겨와도 발각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용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설치된 아트팩트와 마법진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준비도 얼추 끝났겠다. 예비 영웅분들이 올 때까지 앉아서 쉬고 있을까요?”
“좋습니다.”
아직, 예비 영웅들이 오려면 멀었기에 용사는 성녀의 제안에 따라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의자에 앉은 채 맑은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자니.
“하늘이 맑은 게 이쁘네요.”
“그러게요. 계속해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평화가 찾아온 것만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평화가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화의 소중함을 알았으니, 다시 찾기 위해 같이 노력해 보도록 하죠.”
그렇게 휴식을 즐기길 잠시.
“용사님은 예비 영웅분 중에 하수인이 몇 명이나 있을 것 같으신가요?”
성녀가 하수인에 관한 질문을 건네왔다.
“여태까지 부려왔던 짓을 생각한다면, 절반은 하수인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예,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니까요.”
용사의 대답에 성녀가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그러면 남은 인원이 5,000명… 그중에 라파엘 님에게 선발되어 발탁까지 되는 것을 생각하면 숫자가 상당히 줄어들겠네요.”
발탁되는 인원이 줄어드는 것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니 재능이 뛰어난 자가 많기를 빌어야겠죠.”
“부디, 재능이 뛰어나신 분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네요.”
공격적인 대응으로 침략을 늦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기에 재능이 뛰어난 영웅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었다.
“더도 말고 100분만 영웅으로 발탁이 되면 여한이 없겠어요.”
“그 인원이라면, 신성 제국을 지키고도 타국에 지원을 나갈 수 있는 숫자네요.”
성녀와 용사는 발탁되는 인원에 따라 어떻게 운영할 건지 의논을 주고받던 그때.
“음?”
용사가 고개를 들어 보이더니.
“이제 오는군요.”
예비 영웅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한곳을 가리켜 보였다.
“오신다고요?”
성녀도 따라서 고개를 들어 보이자.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지평선 너머 예비 영웅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맞이할 준비를 할까요?”
“그러죠.”
둘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예비 영웅들을 맞이할 마지막 준비에 들어갔다.
“여러분, 예비 영웅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들 중 침략자의 하수인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성녀의 말에 성기사와 사제들이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했던 것들을 전부 작동시키세요.”
“““예, 작동시키겠습니다.”””
각종, 아트팩트와 마법진을 가동해 하수인을 걸러낼 준비를 마쳤을 때쯤.
“예비 영웅을 데리고 도착했습니다.”
임무에 나갔던 성기사가 성문 앞으로 다가오며 보고를 올려왔다.
“이건, 예비 영웅들의 리스트 입니…….”
이어서 성기사가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성녀에게 건네려고 했지만.
“죄송하지만, 먼저 검문과 검색부터 진행한 뒤에 마저 보고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예외는 없었는지, 성기사도 검문과 검색 과정을 진행했다.
이후 간단한 질문과 검사를 받은 성기사는.
“이상 없습니다.”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고 나서야 양피지를 성녀에게 건넬 수가 있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성녀는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성기사에게 사과를 건네자.
“아닙니다. 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인데, 철저하게 확인을 해야죠.”
성기사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성녀는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건네받은 양피지를 펼쳐봤다.
“이름과 출생지가 제대로 기록되어 있네요.”
이어서 양피지를 살피니, 예비 영웅들의 정보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신원이 불분명한 자는 없었나요?”
신원이 보증된 자들만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성기사에게 물으니.
“신원이 불분명한 자는 재능을 품고 있어도 제안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안전을 위해 배제 시켰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런 이유였군요. 이해했어요.”
성녀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잠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양피지에 적힌 예비 영웅들의 정보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 만 명. 정상적으로 도착했네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성녀는.
“한 분씩 이곳으로 와주시면 됩니다.”
예비 영웅을 한 명씩 불러내 검문과 검색을 진행했다.
우―웅.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자들은 옆에 따로 대기를 시켜놨고.
삐――이.
아트팩트나 마법에 걸린 자들은.
서―걱.
이유를 불문하고 자리에서 즉각 척결했다.
“…죽인다고?”
“저게 말이 되는 짓이야?”
“그저, 아트팩트와 마법진에 걸렸다는 이유로…?”
그 모습에 예비 영웅들이 당혹감을 드러내며 술렁이자.
“조금 전에 죽인 분은 침략자의 하수인이어서 죽인 것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성녀가 죽인 이유에 관해서 짤막하게 설명해줬다.
“아니, 뭔 개소리야.”
“내 고향 친구인데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조금 전까지 마나를 사용한 걸 내 눈으로 봤어!”
“마인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그동안 함께 해온 동료들은 그가 하수인이 아니라며, 거세게 따지고 들었다.
“진정을…….”
성녀는 곤혹감을 드러내며, 예비 영웅을 달래려고 했지만.
“제대로 해명해!”
“그 녀석이 하수인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와!”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어!”
아쉽게도 말로는 그들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점점,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아 가던 때.
“지금부터 죽은 자를 옹호할 시 하수인으로 간주하고 척살하도록 하겠습니다.”
성녀는 결국 설득을 포기하고. 예비 영웅들에게 강압을 가했다.
“이딴 년이 성녀라고…?”
“…정녕 이곳이 신성 제국이라고?”
“미쳤군.”
“이딴 식으로 나오는데 굳이 영웅이 될 필요가 없지.”
예비 영웅들은 어이없음을 느끼며, 영웅이 되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검문과 검색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하수인으로 간주하고 척살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강짜를 부려왔다.
“이 자식들이 장난하나!!!”
보다 못한 거구의 남성이 대검을 꺼내며, 성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검을 도로 집어 넣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하수인으로 간주하고 척살하겠습니다.”
용사가 다가와 거구의 남성에게 경고를 날렸다.
“뭐만 하면 죽인다고 지랄들이네. 이딴 식으로 대하는 게 선을 관장하는 신성 제국이 할 짓이냐?”
거구의 남성은 코웃음을 치며 잘못된 행동을 비판했다.
“…하수인이 있을 수 있기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용사 또한, 이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공손하게 양해를 구해 보였다.
“싫다면?”
“척살하는 수밖에 없겠죠.”
죽이겠다는 협박에 거구의 남성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에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소리에 순진하게 따라나선 내 잘못이지. 영웅이 될 생각이 싹 사라졌으니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등을 돌려, 도열에서 벗어났다.
덥석―
아니, 벗어나려고 했지만.
“멈추세요.”
용사가 팔을 잡아버리는 바람에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뭐 하는 짓이지?”
“가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검문과 검색은 받고 가도록 하세요.”
용사의 말에 거구의 남성은 질린 표정을 이어 얼굴에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분명, 하수인을 걸러내야 하는 신성 제국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으나.
제대로 공지 받지 못한 예비 영웅으로서는 그저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냅다 죽이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강제할 권리는 네게 없다고 보는데.”
영웅이 되길 포기한 거구의 남성은 검문과 검색을 받는 것을 거절했지만.
“받지 않으시면 하수인으로 간주하고 죽이겠습니다.”
용사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지랄.”
거구의 남성은 더 이상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용사의 팔을 뿌리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지금, 당장 돌아오십시오.”
스릉―
용사가 검을 꺼내 보이며 경고를 날리자.
“X까.”
거구의 남성은 중지를 들어 보일 뿐,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마지막입니다. 지금 돌아오시지 않으면 하수인으로 간주하고 척살하겠습니다.”
“꺼져.”
그리고 마지막 경고가 끝났을 때.
서―걱.
용사는 망설임 없이 거구의 남성에게 검을 휘둘렀다.
“?!”
목이 베인 거구의 남성은.
“컥!”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맥없이 쓰러지며 그대로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
정말로 죽이리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예비 영웅들은 믿기기 힘든 얼굴로 용사를 바라봤다.
“여러분도 안내에 잘 따라주십시오.”
용사는 무덤덤한 얼굴로 예비 영웅들에게 경고를 날린 뒤.
“검사, 진행하세요.”
죽인 시신을 아트팩트에 올리며 사제에게 검사할 것을 명령했다.
“아, 알겠습니다!”
사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트팩트를 가동했지만.
우―웅.
10분이 지날 때까지 아트팩트에선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거구의 남성이 하수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
예비 영웅들이 원망 어린 눈빛으로 용사를 노려봤다.
“호탕하고 좋으신 분이었는데.”
“형님으로 쭉 모시기로 했거늘.”
“제기랄….”
그리고 원망 어린 눈빛은 곧이어 경멸의 눈빛으로 바뀌어버렸다.
흡사, 침략자를 바라보는듯한 눈빛.
용사는 예비 영웅들의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에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174화 희망 없는 싸움 (3)
거구의 남성 죽음으로 분위기가 바닥으로 치달았지만.
“…계속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용사는 애써 무시하며, 검문과 검색을 받을 것을 예비 영웅들에게 명령했다.
“통과한다면, 떠나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소?”
“떠난다고 했을 때, 수작을 부리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나요?”
“죄명을 씌워 죽이지 않겠다는 맹세를 해주실 수 있나요?”
이미, 신성 제국에 오만 정이 떨어진 예비 영웅들은 이곳에 머무를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검문과 검색을 받자마자 떠나고자 했다.
“…예, 통과하신다면 라파엘 님의 이름으로 맹세컨대 떠나신다고 해도 수작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용사는 예비 영웅을 붙잡을 명분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천사에게 맹세하며 안전을 보장해줬다.
“…그렇다면, 받도록 하지.”
“그 맹세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용사니, 뱉은 말을 지킬 것이라 믿겠습니다.”
예비 영웅들은 확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검문과 검색을 받겠다고 했다.
검문과 검색이 재개되는 한편.
‘검사받다가 죽는 건 아니겠지…?’
시골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조지’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자신은 청렴결백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불안해졌다.
‘다들 좋으신 분들이었는데….’
자신을 챙겨주던 친절한 분들이 칼침에 맞아 죽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불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정말, 영웅이 되는 게 맞는 걸까?’
잠시, 영웅이 되는 것에 회의적인 감정을 느꼈지만.
‘아니야, 그래도 영웅이 되어야 해!’
복수를 위해서는 천사의 신성력이 필요했기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한번 고쳐 잡았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자.
“다음, 차례 나와주세요.”
어느새, 자신의 차례가 돌아와 있었다.
“…네? 아, 네!”
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곳에 앉아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성기사의 말을 따라 의자에 앉자.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성녀가 안심하라는 듯,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걸어왔다.
“아, 네….”
검문과 검색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저 웃음이 자애로워 보였지만.
‘왜 이렇게 무섭지….’
지금은 저 미소가 그저 가식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괜찮아요. 그저, 묻는 말에 거짓 없이 진실로만 대답해주면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진실을 답하는 건 어렵지 않기에 조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과연, 어떤 질문을 건네올까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자.
“당신의 침략자의 하수인입니까?”
성녀가 진중한 얼굴로 질문을 건네왔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 쉬운 질문.
“아닙니다.”
조지는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바로 대답했다.
“질문을 바꾸도록 하죠. 당신은 침략자와 내통하고 있나요?”
말의 형태를 조금 바꾼 질문에 의아함이 들었으나.
“아닙니다.”
조지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침략자의 도움조차 받은 적이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침략자의 편에 서고 싶나요?”
“아니요. 침략자 편에 설 생각이 없습니다.”
“침략자의 사상에 동조하시나요?”
“동조하지 않습니다.”
“혹시, 침략자를 존경하시고 있나요?”
“절대, 존경하고 있지 않습니다.”
.
.
.
.
질문이 바뀔 만도 했지만, 형태만 바꾼 채 계속해서 같은 물음만 건네왔다.
‘…뭐 하자는 거야.’
이 정도면 그렇다고 대답하길 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짜증을 느끼던 순간.
“당신은 라파엘 님을 존경하시나요?”
처음으로 성녀가 다른 질문을 건네왔다.
그토록 원하던 다른 질문이었지만.
“…….”
조지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존경은 하지 않는데….’
그도 그럴 것이 라파엘을 존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맹목적으로 존경할 수 있겠어….’
정말로 전지전능했다면 존경하고 남았겠지만.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걸.’
실제로 본 결과 전지전능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왜, 대답이 없으시죠?”
조지가 대답이 없자.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성녀가 대답을 재촉해왔다.
“꼭, 진실로만 답해야 하나요?”
“네, 거짓말하는 즉시 처형입니다.”
“…….”
“대답하시지 않아도 처형입니다.”
성녀가 뒤에 서 있는 성기사에게 눈짓하자.
스릉―
성기사들이 검을 꺼내 들었다.
‘젠장….’
조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조, 존경은 하지 않습니다.”
“…왜죠?”
“제가 생각했던 만큼 전지전능한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흐음, 그렇군요.”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성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약간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다음 질문을 건넸다.
“영웅이 되시면, 평생 신성 제국을 위해 헌신하실 수 있으신가요?”
신성 제국에 헌신.
돌려서 묻기는 했지만, 말을 해석하자면 신성 제국의 개로 평생 살겠냐는 뜻이었다.
“복수만 할 수 있다면 평생 헌신할 수 있습니다.”
헌신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복수 때문이라면 가능했기에 이번 질문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은 대답이네요.”
이번 대답은 마음에 들었는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다소 풀리더니.
“질문은 끝났습니다. 이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끝났다는 말을 남기며, 잠시 자리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건네왔다.
‘후… 문제없겠지?’
조지는 불안감을 느끼며, 결과를 기다리자.
우―웅.
5분이 지날 때까지 아트팩트와 마법진에서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거짓말도 없고. 반응하는 마기도 없네요. 통과입니다. 통과자들이 선 줄에 합류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어지는 성녀의 말에 조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 저벅, 저벅.
긴장을 심하게 했는지, 다리가 후들거려 걷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통과해서 다행이다….’
이대로 죽으면 억울할 뻔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조지는 통과자 대열에 합류하며, 다른 이들의 검문과 검색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 * *
한창 검문과 검색이 진행될 동안.
“호오.”
다섯 인영이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네, 아트팩트와 마법진으로는 숨은 마기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을.”
그 인영은 바로 마교회 멤버들이었다.
“혹시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걸리지 않네.”
“고등생물이 만든 물건이니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한계가 있겠죠.”
대화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세뇌를 걸었던 자들이 무사히 통과하는지 보기 위해 이곳에 찾아왔던 것이었다.
“이러면,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어.”
정민우는 세뇌가 걸린 고등생물을 보며, 여러 활용 방법을 떠올리던 그때.
“민우, 세뇌 걸린 고등생물은 몇 명이나 있는 거야? 개굴개굴.”
로크가 옆으로 다가와 질문을 건네왔다.
“2,000명 정도는 되겠네.”
2,000명.
예비 영웅 중 10분 2를 차지하는 숫자.
이들 중 10분의 1만 영웅이 돼도 엄청난 전력이 될 수 있는 숫자였다.
“의외로 숫자가 상당하네? 개굴개굴.”
“수장들이 재능이 뛰어나 보이는 녀석들을 살려뒀으니까.”
“하긴, 재능이 넘치는 자는 흔치 않으니까. 이렇게 예비 영웅으로 뽑혀 온 거겠지. 개굴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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