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21
바다 위에 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따로 준비할 게 있으십니까?”
“아니요. 지금 당장 대련해도 문제없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좋습니다.”
펄럭―
엘비스가 겉옷을 벗어 던지고. 바닷가로 향하자.
‘후, 가볼까?’
윌리엄도 따라서 겉옷을 벗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151화 침략 회담 (3)
엘비스와 윌리엄이 바다로 향했을 무렵.
“누가 이길 것 같나요?”
“저는 아무래도 엘비스 님이 이길 것 같습니다. 세계수 님께서는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저도, 엘비스 님이 이길 것 같네요.”
세계수와 고브는 바닷가에 자리를 잡아 누가 이길 것 같은지에 대한 이야길 주고받고 있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
고브의 물음에 세계수가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느껴지는 마기도 그렇고. 지금껏 엘비스 님이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잖아요?”
엘비스가 이길 것 같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고브 님은 왜 엘비스 님이 이기실 것 같나요?”
역으로 질문받은 고브는.
“윌리엄 님이 엘비스 님을 뛰어넘기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세계수와는 약간의 다른 이유를 내놓았다.
“부족하다라… 꼭 전에 만나본 적이 있던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예, 사실 ‘유레인’ 행성을 침략할 때 윌리엄 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과거, 만난 적이 있다는 말에 세계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얘기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고브가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그 당시, ‘신성 제국’을 같이 침략했었죠.”
고브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린 체구였으나, 적들을 압도하는 무용을 선보였죠.”
“전투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나 보네요?”
“뛰어났습니다. 엘비스 님이라고 하셔도 어린 시절 윌리엄 님 같은 무용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 확신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왜 엘비스 님이 이길 것이라고 점치고 있는 거죠?”
“그건 경험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천부적인 전투 감각을 지녔다고 한들, 압도적인 경험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엘비스 님은 여러 행성을 침략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으셨지만. 윌리엄 님은 행성 내에만 있으셨죠.”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긴 하죠.”
고브의 말에 세계수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기에 이번 대련은 이변이 없다면, 엘비스 님이 이길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어지는 세게수의 물음에 고브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엘비스 님도 나날이 성장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하긴, 두 분 모두 너무 뛰어나시다 보니 예측하기가 힘드네요.”
그렇게 둘이 ‘엘비스’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확신을 내리던 그때.
쾅─────!
강력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대련이 시작됐나 보네요.”
“그럼, 대화는 이쯤하고 대련을 관전하는 것 어떻습니까?”
“좋아요.”
이후 세계수와 고브는 대화를 멈추고 둘의 대련을 관전하기 시작했다.
* * *
대련이 시작되기 전.
“선공을 양보하도록 하죠.”
엘비스가 자세를 고쳐 잡으며, 윌리엄에게 선공을 양보했다.
‘하수로 보고 있다 이건가…?’
잠시, 자신을 밑으로 봐서 이런 제안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휴문’이라는 행성이 걸린 사안이기에 윌리엄은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속전속결로 끝낸다.’
대련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것은 자신이라 이번 선공에 전력을 담아낼 생각이었다.
‘선공을 양보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윌리엄은 마기를 운용해 전신에 휘감자.
쿠───웅!
바다에 거센 물결이 일어나는 동시에.
쾅─────!
윌리엄 주변으로 강한 물보라가 일어났다.
“……”
생각보다 강한 마기에 당황했는지, 엘비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벌써, 놀라면 곤란할 텐데?’
이어서 윌리엄은 허리를 숙이며,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더니.
‘…간다!’
퍼────────엉!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엘비스를 향해 돌진했다.
‘끝낸다!’
순식간에 엘비스 앞에 도착한 윌리엄은 전신에 두른 마기를 오른쪽 손으로 이동시켰다.
그렇게 마기가 한곳에 집중되자.
우───웅.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며, 비틀리기 시작했다.
‘휴문 행성은 내가 가져가마!’
쐐───────액!
그리고 엘비스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자.
“대련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군.”
엘비스가 날아오는 주먹을 바라보며, 얕은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그렇게 주먹이 엘비스의 지척이 다다랐을 때.
“하지만, 응용하지 못하고. 그렇게 무식하게 마기만을 방출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덥석-
엘비스가 피식 웃어 보이며, 휘두른 주먹을 붙잡아왔다.
“…!?”
붙잡는다고 해도 마기를 막을 수 없기에 엘비스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던 순간.
콰────────앙!
마기의 여파가 엘비스의 몸을 강타했다.
‘이겼다…!’
의문도 잠시, 대련에 이겼다고 기뻐하던 찰나.
“흡!”
엘비스가 마기를 온몸으로 흡수하더니.
“마기를 다시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터-억.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검은 뇌전을 발산했다.
파지직─!
“크헉!?”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자.
“마기는 그 기운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다른 형태로 힘을 부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엘비스가 마기에 대한 정보를 주는 동시에.
“그럼, 잘 가십시오.”
파지지지지지지직─!!!
다른 손을 얹어 검은 뇌전을 한 번 더 방출했다.
“커헉!?”
금방이라도 정신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다른 형태로 힘을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이거지…?’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하며, 엘비스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렇다면, 다른 형태로 힘을 부여해주지!’
마기를 전부 사용했었지만, 조금 전 엘비스의 공격으로 인해 마기를 소폭 회복해 마지막 발악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본능에 따라 힘을 발산하자.
화르륵-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붉은 불꽃, 홍염이 윌리엄의 손에 일렁거렸다.
“조언… 감사합니다.”
치이익-
열기가 상당했는지, 발밑에 자리한 바닷물이 증발하며, 시야가 가릴 정도의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응용력이 상당하시군요?”
엘비스가 옅은 감탄을 터뜨리자.
“위력을 맛보면 더 놀랄 겁니다!”
윌리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홍염을 쏘아냈다.
아니, 쏘아내려는 찰나.
“그건 나중에 보도록 하고. 지금은 잠드시죠.”
우르르- 쾅쾅!!
하늘에서 검은 뇌전이 내려치며, 윌리엄의 몸을 강타했다.
파지지지직-!
“…크흑!?”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고통에 윌리엄은 끝내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몸이 뒤로 넘어가며 바닷속으로 빠지려는 순간.
덥석-
엘비스가 몸을 붙잡으며, 바닷속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냈다.
“바로 응용해 보일 줄이야, 재능이 상당하군. 악마님께서 유능한 인재를 포섭하셨어.”
그리곤 윌리엄을 어깨에 걸치며, 육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엘비스와 윌리엄이 대련을 펼칠 당시.
“다들 잘 지냈어?”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회포를 풀기 위해 자리에 한데 모였다.
“민우 님!”
“…민우.”
“오랜만이네?”
“민우야! 개굴개굴!”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는지 마교회 멤버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환영해주었다.
“행성 침략은 할 만했어?”
침략이 어땠는지 묻자.
“민우 님이 비둘기를 지원해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침략할 수가 있었어요.”
“…힘들었어.”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으… 진짜 고통의 나날이었어! 개굴개굴.”
비너스를 제외한 마교회 멤버들이 힘들었다며 토로해왔다.
‘그런 것 치고는 얼굴들이 상당히 밝은데?’
얼굴들을 보니, 전에 없었던 자신감이 깃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꽤 좋은 경험이 되었나 보네.’
이 경험이 발판이 되어 그들이 높은 것으로 올라가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었다.
‘저렇게 앓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다들 능력이 출중하단 말이지.’
비둘기를 지원했다고는 하지만, 10년 이내에 행성을 침략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앞으로 기대해도 되겠어.’
이런 성장세라면, 머지않아 혼자서도 행성을 침략할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마교회 멤버들을 보며, 뿌듯한 감정을 느끼던 그때.
“우리 이야긴 이쯤 하기로 하고. 이제 너 얘기도 해봐.”
아누비스가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물어왔다.
“내 얘기라….”
정민우는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처음부터 얘기하면 되겠지.’
‘유레인’ 행성 간 시점부터 얘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어떻게 지냈냐면 말이지…….”
10년간 있었던 일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풀어서 얘기해주자.
“뭐야, 아주 편하게 지냈네!”
“…민우만 속 편하게 지냈어.”
“부러워… 개굴개굴.”
아누비스, 엘린, 로크가 10년 동안 편하게 쉬었다면서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봐왔다.
“이제 윌리엄이 합류했으니, 직접 침략에 나서는 일은 없을 거야.”
이제 침략에 나설 일이 없다고 하니, 마교회 멤버들의 표정이 단번에 환해졌다.
“약속한 거다! 무르기 없기야!”
“…다행이다.”
“정말!? 개굴개굴.”
그 고생을 또 하지 않는다는 마교회 멤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좋아하기는 이를 텐데.’
정민우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침략에 나설 일이 없다면, 저희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불길함을 직감한 비너스만이 의문을 제시해왔다.
“좋은 질문이야.”
정민우는 아공간을 불러내, 여러 서류 뭉치를 꺼내 들었다.
“그건?”
“…서류 뭉치?”
“개굴개굴?”
뒤늦게 불길함을 직감한 마교회 멤버들이 산처럼 쌓인 서류 뭉치를 바라보자.
탁탁-
정민우는 서류뭉치를 두드리며, 앞으로 해야 할 것을 설명했다.
“우리는 마인들이 침략에 나선 동안 쓸만한 세력을 이룬 고등생물을 찾아서 타락시키는 시간을 가질 거야.”
“…그렇다는 말은.”
“맞아, 이 행성들을 전부 둘러보며 포섭할 녀석을 찾는 거지.”
수십만 개는 되어 보이는 행성 리스트에 마교회 멤버들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변해버렸다.
“…굳이, 마인들을 더 늘릴 필요가 있을까?”
아누비스는 지금 인원으로 충분하지 않냐고 이의를 제시했지만.
“아니, 앞으로 침략할 행성들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고등생물을 무조건 데려와야만 해.”
그대로 기각당해버렸다.
“…그렇다면, 상점을 통해 쓸만한 몬스터를 구매하는 것은 어때?”
이어서 엘린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왔지만.
“쓸만한 녀석들은 너무 비싸. 그럴 바에는 행성을 돌아다니며 포섭하는 게 훨씬 이득이야.”
아쉽게도 이 또한 기각당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면 쓸만한 세력을 이룬 고등생물을 얼마나 타락시키실 생각이죠?”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대답했다.
“딱, 두 명.”
“두 명이요?”
“응, 두 명을 더 포섭해서 6인 체재로 돌리려고.”
생각보다 크지 않은 숫자에 마교회 멤버들의 얼굴이 희미하게나마 밝아졌다.
하지만, 달리 해석하면 빠르게 찾지 못하면 수십만 개의 행성을 둘러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들 기운이 너무 없어 보이는데?’
생각보다 어두운 반응에 정민우는 당근을 내밀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딱 두 명만 찾으면, 편하게 쉴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고생해줘.”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한두 번 속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믿을게요.”
“진짜, 빨리 찾고 끝냈으면 좋겠다.”
“…오래 걸리지 않겠지?”
“힘내보자! 개굴개굴.”
마지막으로 속아보기로 하며, 힘내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다 같이 힘내보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물론, 편하게 쉬는 것은 며칠뿐이겠지만 말이야.’
이 사실을 알면 의지가 꺾일 수가 있으니, 뒷말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기로 했다.
‘다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 알지?’
정민우는 자신이 마왕이 되면, 마교회 멤버들을 많이 챙겨줘야겠다고 다짐했다.
152화 마계 (1)
그로부터 일주일 뒤.
우――웅.
‘망치’ 왕국 풀숲에는 새롭게 생긴 100개의 포탈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롱하네.’
검붉은 빛을 발하는 포탈이 100개가 모이니, 영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머지않아 이곳을 전부 포탈로 메우고 다른 곳에도 설치하게 되겠지?’
만 개의 행성을 침략해야 하니, 모아두고 보면 꽤 장관일 것 같았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만 개의 포탈이 ‘망치’ 왕국에 들어서는 순간, 마왕의 권좌에 도전하는 날이 될 것이다.
그렇게 영롱한 빛을 내뿜는 포탈을 바라보고 있자.
“민우 님?”
비너스가 말을 걸어오면서, 상념을 일깨워줬다.
“무슨 일이야?”
그녀를 보며, 용무를 묻자.
“종족들의 수장과 고위 간부들이 준비를 끝내놓고 연병장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마인들이 출정식 준비를 마쳤다는 보고를 올려왔다.
본래는, 준비되는 자에 한해서 곧장 침략하러 이동했지만.
‘엘비스가 꼭 출정식을 해야 한다고 간청해왔지.’
병력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선 자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간청하는 바람에 출정식을 열게 되었다.
“그래, 연병장으로 가도록 하자.”
“네, 알겠어요.”
비너스와 함께 왕성 내에 있는 연병장으로 이동하자.
‘군기가 상당하네.’
100명 가까이 되어 보이는 마인들이 차렷 자세를 취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이 많네.’
마인들을 살펴보니, 눈여겨보던 자들이 상당수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긴, 내 눈에 띄었다는 것은 그만한 성과를 냈다는 뜻이니. 이곳에 충분히 자리할 만도 하겠지.’
도열한 마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녀석들한테도 상을 도입해볼까?’
수장뿐만 아니라 고위 간부들에게도 보상을 내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 보상을 얻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침략하겠지.’
고등생물이라는 건 자신에게 이득이 떨어져야 의욕이 샘솟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고위 간부 바로 밑의 부하들도 신경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거기까진,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
그 부분은 종족의 수장과 고위 간부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보상은 극소량의 마기나 상점창에서 구매한 아트팩트를 나눠주면 되겠지.’
나중에 마교회 멤버들이 1품으로 품계가 오르게 됐을 때, 종족을 분담해서 각자 관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같이 하고 싶다만, 아직은 마기의 질이 좋지 않으니 나중에 함께하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치며, 발걸음을 옮겨 마교회 멤버들이 자리한 단상 위로 올라가자.
“악마님들에게 경례!”
척, 척―
“““충성!!!”””
마인들이 자신을 포함한 마교회 멤버들에게 경례 자세를 취해 보였다.
‘깔끔하고 좋네.’
전에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렸지만.
‘이게 간결하고 좋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과한 예를 차리는 탓에 단순히 경례를 취하는 것으로 통일시켰다.
‘역시, 나는 군대식이 잘 맞단 말이지.’
정민우는 절도 있는 자세에 흡족함을 느꼈다.
‘환생하기 전에 회사원이 아닌 군인을 했으면 꽤 적성에 잘 맞았겠어.’
아마, 직업 군인을 선택했다면 높은 지위까지 올랐을 것이다.
“제군들 반갑다.”
이어서 경례를 받아주자.
척, 척―
연병장에 자리한 마인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손을 내려 보였다.
“일주일 동안 잘 쉬었나?”
“““예!”””
정민우의 물음에 마인들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굳이, 출정식을 길게 할 필요는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할까?’
출정식 역시 처음이 아니니, 굳이 길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생각해두었던 것을 바로 얘기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제군들이 멋지게 침략을 해낼 것이라 믿고 있다.”
“““감사합니다!”””
“제군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새로운 보상을 내걸려고 한다.”
새로운 보상을 내건다는 말에 각 수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고위 간부들은 기대감이 담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침략하는 것에 따라 수장들에게 지급되는 보상이 다르다.”
수장들의 보상.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고위 간부들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것에 이어 나는 고위 간부들까지 침략 순서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할 생각이다.”
“““!!!”””
엘비스가 보상으로 생명을 하나 더 얻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마인은 없기에 이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모르는 마인들은 없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고위 간부의 숫자는 스물이다.”
20명.
고위 간부는 총 24명이니, 4명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또한, 보상받을 인원을 선택하는 것은 수장의 권한이며, 이것을 반하는 자가 있을 시 평생 고위 간부들에게 보상이 내려지는 일은 없을 거다.”
한마디로 보상을 받고 싶으면, 군말 없이 수장의 말을 잘 따르라는 소리였다.
‘20명 안에 들어 꼭 보상을 받고 말겠어…!’
‘보상이라… 과연, 어떤 걸까?’
‘…악마님이 하사하시는 것이니 분명 대단한 걸 거야.’
‘이번 침략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
그리고 연병장에 자리한 고위 간부들은 꼭 보상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깊은 다짐을 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 것 같네.’
마인들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정민우는 이번 행성의 침략이 빨리 끝날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다.
‘고위 간부들에게 필요한 보상을 주려면, 틈틈이 상점창을 둘러봐야겠어,’
괜히, 어정쩡한 보상을 주면, 준 것만도 못하게 될 수가 있었다.
‘전할 얘기는 전부 다 했으니, 출정식을 끝내볼까?’
마인들을 보니 사기가 끝을 달리고 있어, 말을 더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상, 출정식을 마치도록 하지.”
이후 정민우는 출정식을 끝마치며,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왕실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왕실 내부로 들어오자.
“저희도 바로 고등생물을 찾으러 출발하는 건가요?”
비너스가 바로 행성을 둘러보러 가는 것이냐고 물어왔다.
“아니, 20일 뒤에 출발할까 해.”
“20일 뒤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유에 관해서 물어왔다.
“마계에 가서 대마왕을 한번 만나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대마왕님이요?”
“응, 가서 72위 마왕과 카트라 그리고 바알의 동태를 좀 물어보려고.”
설명을 들은 비너스가 이해했다는 듯, 외마디 탄성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러게요. 적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비너스의 말대로 어떤 수작을 부릴지 알아야지 대비를 할 수가 있기에 그들의 동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마계 시간 축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움직인다면 지금이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1년이라면, 슬슬 움직일 때긴 하겠네요.”
“그래서, 지금 당장 마계로 출발할까 하는데, 너희는 어떻게 하고 싶어?”
정민우의 물음을 받은 마교회 멤버들은.
“여기 있을게!”
“…나는 괜찮아.”
“민우, 다녀와! 개굴개굴.”
1초의 고민도 없이 이곳에 남겠다고 대답해왔다.
공짜로 생긴 20일이라는 휴식인데, 마계까지 따라가서 고생하기가 싫었던 것이었다.
마교회 멤버들은 20일 동안 무엇을 하며 쉴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그때.
“저희는 여기 남아서, 어떤 행성부터 둘러볼지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을게요.”
비너스가 청천벽력 같은 발언을 내뱉었다.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었군….’
‘…우리 한편이 아니었던 거야?’
‘비너스… 믿고 있었는데! 개굴개굴.’
아누비스, 엘린, 로크는 허망한 얼굴로 비너스를 쳐다봤지만.
“여러분들도 같은 생각이시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동의 의사를 물어왔다.
“그, 그럼. 같은 생각이었지….”
“…마, 맞아.”
“하핫! 내 마음을 꿰뚫어 본 줄 알았잖아! 개굴개굴.”
차마, 아니라고 대답은 할 수가 없었기에 마교회 멤버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얘들아….”
정민우는 감동했다는 듯 눈에서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으로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봤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양심의 가책이.’
‘크윽, 개굴개굴!’
본래, 일할 생각이 없었던 마교회 멤버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정민우의 시선을 은근슬쩍 피해 보였다.
“다녀오는 20일 동안 쉬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너희를 너무 과소평가했나 봐.”
뜨끔―
“그리고 이렇게 일에 대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네.”
뜨끔―
“너희 덕분에 힘이 난다.”
뜨끔―
이어지는 3연타 공격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일은 너희에게 맡기고. 마계에 다녀오도록 할게.”
다행히도 다음 공격은 이어져 오지 않아 쓰러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아, 한 번만 더 들었으면 그런 생각 없었다고 순순히 말할 뻔했네.’
‘…후우, 앞으로 열심히 일해야지.’
‘믿음에 배신할 수가 없어…! 개굴개굴.’
그렇게 마교회 멤버들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생각하는 게 다들 귀엽네.’
‘심안’을 통해 생각을 읽고 있던 정민우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반응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장난을 계속해서 쳐버리고 말았네.’
자신이 마계로 떠난 뒤, 무엇을 할 생각인지 궁금해서 ‘심안’을 사용했던 것인데 뜻밖의 장난을 치게 되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슬슬 떠나는 것이 좋겠지.’
계속해서 장난을 친다면, 마교회 멤버들이 양심의 가책을 이겨내지 못하리라.
‘가보도록 할까?’
정민우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움켜쥔 뒤 마기를 흘러 넣자.
후―웅.
허공에 푸른 포탈이 생겨났다.
‘매일 검붉은 포탈만 보다가 푸른 포탈을 보니 어색하네.’
몇 년 만에 푸른 포탈을 보게 된 것이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0일 뒤에 보자.”
정민우는 포탈에 발을 내딛기 전, 마지막으로 마교회 멤버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때 봬요.”
비너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으, 응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민우, 조심히 다녀와! 개굴개굴.”
뒤이어 마교회 멤버들도 한 박자 늦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래, 다녀올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배웅을 받은 뒤 포탈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 * *
포탈을 건너자.
“오, 민우 왔어?”
정거장에서 근무하는 악마 ‘고리온’이 친근감이 담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왔다.
“오늘도 좌표 물어보러 온 거야?”
“아니, 대마왕님을 알현하려고.”
이어지는 고리온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하자.
“대마왕님? 지금 성에 안 계실 텐데.”
사탄이 현재 성에 없다는 정보를 알려왔다.
“안 계신다고? 어디 가셨는데?”
“회의에 가셨어.”
“무슨, 회의?”
회의라는 말에 의문을 드러내자.
“무슨 회의긴, 500년에 한 번 열리는 ‘마왕 회의’에 가셨지.”
“아….”
어떤 회의에 참석했는지 고리온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약속을 잡는 건데….’
정민우는 난색을 보이며, 사탄이 언제 돌아오냐고 묻자.
“늦어도 오늘 밤에는 오실 거야.”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그거 다행이네. 알려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정민우는 고리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약속을 잡기 위해 포탈 정거장을 벗어났다.
153화 마계 (2)
정민우가 포탈을 넘어 마계에 도착할 당시, 마왕들은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얼굴들을 보니 반갑네.”
상석에 앉은 사탄은 마왕들의 얼굴을 둘러본 뒤.
“얼굴도 봤겠다. 이제 회의를 끝내도록 할까?”
회의를 시작하지도 않고 종료할 것을 제안해 왔다.
“아직, 회의를 시작 자체를 안 했습니다만….”
그 모습에 바알이 인상을 찌푸리며, 회의를 끝내기는 너무 이르다는 말을 건네왔다.
“그래? 모여서 할 말이 있나?”
“…최소한, 안건이라도 꺼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탄은 진심으로 귀찮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럴 필요가 있어?”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곤란하네.”
“곤란하지 않습니다.”
바알의 말대답에 사탄이 눈썹을 추켜세운 뒤.
“1위 마왕 주제에 말대꾸?”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계급을 상기시켜줬다.
“…….”
바알이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자.
“농담이야, 농담.”
퍽, 퍽, 퍽―!
사탄이 웃음을 터뜨리며, 바알의 어깨를 거칠게 두드렸다.
“…아픕니다만.”
“됐고. 안건 있는 마왕이 없으면 바로 끝내기로 하자. 무의미한 시간을 낭비하기는 싫으니까. 안건 있는 마왕이 있나?”
그 물음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좋아, 이대로 끝내자.”
사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회의를 끝내려고 했지만.
“안건 있습니다.”
아쉽게도 72위 마왕인 ‘안드로말리우스’가 손을 들어버리면서, 회의를 종료시키는 것은 물 건너가 버렸다.
“후, 해봐.”
사탄은 회의를 끝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제가 건의할 내용에 대마왕님과 바알님이 연관되어 있으니 진지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마왕과 바알이 건의 내용에 관련됐다는 소리에.
“오, 내가?”
사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고.
“…하, 어이가 없군.”
바알은 지목당했다는 사실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궁금하니까. 빨리 얘기해봐.”
사탄의 재촉에 안드로말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재, 대마왕님의 부하인 ‘정민우’라는 녀석과 바알님의 부하인 ‘카트라’라는 녀석이 마왕의 권좌에 탐을 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렇지?”
“다른 악마가 도전하는 것이라면 웃으면서 넘어갔겠지만 두 분이 관여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응? 왜 얘기가 달라져?”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두 분의 힘을 업고 마왕의 권좌를 노리면 제 자리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즉, 둘이 관여하면 자신의 자리가 위험해질 것 같으니까. 어떻게 좀 해달라는 소리였다.
“뭔, 개 같은 소리야?”
흥미 있게 얘기를 듣던 사탄이 표정을 굳히더니, 안드로말리우스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마왕이란 새X가 1품 악마한테 겁먹어서 도움을 청해?”
사탄이 가장 경멸하는 부류가 힘도 없으면서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자들이었다.
“하! 자네 마왕이나 됐으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쪽팔리지도 않는가?”
바알도 뒤이어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한마디 거들었다.
“…….”
둘에게 일침을 받은 안드로말리우스는 입을 우물거리더니.
“…바알 님, 약속했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까?”
바알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분명, 협력한다면 자리보전은 물론이고 더 높은 자리까지 올려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호오.”
뜻밖의 발언에 일그러졌던 사탄의 얼굴이 다시 펴지며, 흥미가 감돌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바알은 안드로말리우스를 노려보며, 모르쇠를 시전했지만.
“그렇게 나오신다면, 협력을 맺은 다른 마왕님들과의 관계가 문제 생길 텐데, 괜찮으십니까?”
안드로말리우스는 오히려 다른 마왕들을 언급하며 바알을 압박해왔다.
찌릿―
그리고 몇몇 마왕은 흉흉한 눈빛으로 바알을 쳐다봐왔다.
“‘정민우’라는 녀석은 대마왕님의 부하이니 권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카트라’ 그 녀석은 아니지 않습니까?”
“…….”
“여기서 제대로 대답을 들려주십시오.”
둘의 얘기를 듣고 있던 사탄은.
‘이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간다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기뻐하고 있었다.
에둘러 얘기했지만, 협력 맺은 것은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관계일 터였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많이 급하긴 했나 봐?’
이렇게까지 협력 관계를 언급하며 바알을 압박할 줄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이거 잘하면,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 수 있겠는데?’
이번 계기로 관계가 틀어진다면, 여태까지 받아오던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
‘뭐, 견제라 해봤자. 어린아이 수준이지만 말이야.’
귀여운 수준의 견제라고 해도 귀찮았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견제가 사라진다면 편하게 장악해나갈 수가 있었다.
‘자, 바알 너는 어떻게 나올 거냐?’
사탄은 기대감이 어린 눈빛으로 바알을 바라보던 순간.
쾅―!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해.”
바알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위압적인 기운을 발산했다.
‘쯧쯧, 상황을 더 악화시켜버렸네.’
사탄은 조금 전 바알의 발언을 통해 관계가 온전히 깨졌다는 것을 예측할 수가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편을 들어주면 카트라를 버려야 하니, 일단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다만.’
과한 욕심은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장난이라고 하셨습니까!?”
사탄의 예상대로 안드로말리우스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격한 반응을 내보였다.
“그래, 장난이라고 했다.”
“…그 말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책임? 무슨 책임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확실한 것은 여기서 더 말장난을 쳐오면 네놈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마.”
바알은 이 이상의 얘기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살기를 내뿜었다.
“큭!”
진한 살기에 안드로말리우스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어 보였지만.
“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카트라가 권좌에 도전하기 전에 다른 마왕과 힘을 합쳐 죽이는 수밖에.”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초강수를 내놓았다.
“…그랬다가는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텐데?”
“책임을 물으실 수나 있긴 합니까?”
“…….”
안드로말리우스가 이런 초강수를 둘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사실을 실토하면, 사형을 당해버리게 될 테니까.’
대마왕을 음해하려고 했던 행위는 중죄에 해당하는 범죄이기에 안드로말리우스가 협력 관계를 실토하면, 바알도 사형을 피할 수 없기에 강짜를 부릴 수 있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면, 사실을 실토해 같이 사형을 당하자는 뜻이렷다.
“네놈, 내게 반기를 든 것을 감당할 수 있겠나?”
“말을 잘못하신 것 아닙니까? 먼저 내치려고 하셨으면서 반기라니요?”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바알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벌떡―
안드로말리우스를 포함한, 49명의 마왕이 따라서 일어나 보였다.
‘이야, 숫자가 꽤 많네.’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마왕의 신상을 파악해 뒀던 사탄이었지만, 심증에 불과했기에 이번이 처음으로 인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똑똑히 기억해둬야겠네.’
사탄은 자리에 일어난 마왕들을 보며, 눈에 담아내던 그때.
쿠쿠쿠쿠쿠쿠―!
마왕들의 마기가 충돌하며, 회의실이 미친 듯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인 상황.
‘이대로 싸워서 서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네.’
사탄은 이참에 저들이 여기서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하필, 여기서 싸우려고 그러냐. 나 없을 때 싸우지.’
마왕들을 중재하는 것도 대마왕의 직무에 포함되어 있기에 말릴 수밖에 없었다.
“에휴.”
사탄은 한숨을 푹 내쉰 뒤, 목소리에 마기를 실어 외쳤다.
“그만.”
털썩―
그러자 자리에 서 있던 마왕들이 몸을 짓누르는 마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어 보였다.
“마왕끼리 싸우는 것은 권좌에 도전하는 것 말고는 금지인 거 몰라? 싸우기만 해봐. 다 죽여 줄 테니까.”
장난스러운 말투의 경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마왕이 내뱉은 말이기에 절대 장난스럽게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할 테니까. 다들 물러나도록 해.”
이어서 축객령을 내리자. 마왕들은 사탄에게 인사를 건넨 뒤, 그대로 회의실 밖으로 바삐 빠져나갔다.
‘어린애도 아니고 감정을 못 다스리면 쓰나.’
사탄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빠져나가는 마왕들을 쳐다보길 잠시.
‘그건 그렇고 민우가 이 사실을 알면 엄청 좋아하겠는데?’
정민우가 알면 꽤나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100년간은 방해 없이 권좌에 도전할 준비를 할 수 있겠네.’
방해가 없다면, 마음껏 날개를 펼쳐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녀석이라면, 더한 성장을 보여주겠지.’
또한, 운이 좋아 ‘카트라’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 마기는 정민우에게 넘어가게 될 터였다.
‘짜식, 좋은 상사 만나서 팔자가 폈다니까.’
그렇게 정민우에게 정보를 언제 전달할까 고민하던 순간.
뚜벅, 뚜벅, 뚜벅.
루시퍼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대마왕님, 정민우가 알현을 신청해왔습니다.”
때마침, 정민우가 마계에 와있다는 소리를 알려왔다.
‘웨어울프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기막힌 타이밍에 사탄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걔는 참 운이 좋단 말이야.”
“예? 무슨 운 말입니까?”
뜬금없는 말에 루시퍼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아니야, 그런 게 있어.”
사탄은 신경 쓸 거 없다는 듯, 손을 내저어 보였다.
“민우는 어딨는데?”
“대마왕님의 집무실 안에 대기시켜놨습니다.”
“그래? 바로 보러 가도록 하자.”
“모시겠습니다.”
이후 사탄은 루시퍼와 함께 대마왕성으로 이동했다.
* * *
그 시각 정민우는.
‘이제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대마왕 집무실 안에서 사탄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늦어지면 내일 방문하는 것도 고려해야겠어.’
갑작스럽게 찾아와 늦은 시간에 만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오지 않으면 다음 날 찾아오기로 했다.
그로부터 3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끼익―
“여어! 나왔다.”
사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대마왕님.”
허리를 숙여 보이며 인사를 올리자.
“1년 만인데 오랜만은 무슨.”
사탄은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피식 웃어 보였다.
‘아, 마계 시간 축으로는 1년밖에 흐르지 않았지?’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시간 축의 괴리감이 크다 보니 순간 헷갈리고 말았다.
“먼저, 약속도 없이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민우는 얘기를 꺼내기 전에 사탄에게 감사의 인사부터 전했다.
‘이게 예의지.’
아무리, 사탄과 격 없이 지낸다고 해도 늦은 시간에 만나는 것을 달가워할 자는 없었다.
“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 그건 그렇고 뭐 때문에 찾아왔어?”
사탄은 소파에 앉으며, 찾아온 용건에 관해 물어왔다.
“대마왕님의 존안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래? 그럼 얼굴 봤으니 이만 가봐.”
볼일을 마쳤으면, 이만 가보라는 손짓에.
“서운하게 그러시기입니까?”
정민우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서운은 무슨, 다른 용무는 없어?”
“부차적인 용무로는, 72위 마왕과 카트라 그리고 바알의 동태를 아시는 게 있나 싶어 여쭤볼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본론이구먼.”
사탄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려 보이더니.
“때마침, 네게 들려줄 얘기도 있었는데 잘됐네. 소파에 앉아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질 테니까.”
그에 관해서 들려줄 얘기가 있다고 알려왔다.
‘들려줄 얘기?’
정민우는 사탄의 말에 호기심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 보였다.
154화 마계 (3)
이후, 사탄에게 들은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바알과 협력 맺은 마왕들이 분열됐다고?’
그도 그럴 것이 바알과 협력 맺은 마왕들이 알아서 자멸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눈치 볼 것도 없이, 침략할 수 있겠는데?’
권좌를 준비하고 있는 자신에게는 더없이 좋은 상황.
‘이거 운이 좋으면 조만간 마기를 받아 갈 수도 있겠는데?’
만약, 카트라가 마왕들의 손에 죽게 된다면 계약으로 인해 마기가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될 터였다.
‘마왕들의 손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녀석의 마기가 내 손에 들어온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한들 50명의 마왕에게 견제를 받으면서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었다.
‘생각 외로 권좌의 자리에 쉽게 오를 수도 있겠어.’
72위 마왕이 카트라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3가지 증명에서 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으리라.
‘찾아오길 잘했어.’
이런 정보는 늦게 들을수록 손해였기에 타이밍 좋게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탄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감사는 무슨, 너를 마왕을 올리려면 당연히 정보 공유를 해줘야지.”
감사의 인사를 받은 사탄은 별거 아니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그렇고. 이건 거의 저보고 마왕이 되라고 ‘마신’님이 떠밀어주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아무 견제 없이 세력을 구축할 기회는 아무래도 흔치 않으니까.”
정민우의 말에 사탄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이건 마왕이 못되면 욕먹어도 싸지. 안 그래?”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얘기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 것 같은데?’
정민우의 귀에는 마왕이 되지 못하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라는 식으로 들려왔다.
‘욕을 먹지 않으려면 더욱 분발해야겠네.’
어차피, 마왕이 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기에 욕을 먹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었다.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마왕이 돼야겠군요.”
너스레를 떨며, 사탄의 말을 맞받아치자.
“이래서, 내가 너를 이뻐할 수밖에 없다니까?”
사탄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이제 동태도 알아냈겠다, 다시 행성 침략하러 돌아가는 거야?”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 가는 길 배웅해줄게.”
“그 전에 한 가지만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물어볼 게 더 있다는 소리에 사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허락했다.
“72위 마왕의 약점을 알고 싶습니다.”
“약점?”
“예, 약점을 공략하면 더 쉽게 권좌에 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긴 했지만.
‘약점을 알면, 상황을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지.’
쉬운 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가는 취미는 없었기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할 생각이었다.
“약점이라….”
사탄은 턱을 쓸어 보이며, 고민에 잠기더니.
“약점이라기보다는, 그 녀석의 치부를 하나 알고 있기는 하지.”
그와 비슷한 건 하나 있다고 얘기해왔다.
“치부 말입니까?”
치부라는 말에 정민우는 눈을 반짝이며, 그게 무엇인지 물었다.
“몇 년 전에 몇백 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행성을 침략하는 데 실패했거든.”
“몇백 년이라… 규모가 상당했나 봅니다?”
“그렇지, 규모가 ‘유레인’ 행성 기준으로 1,000배는 크니까 말이야.”
“상당하군요….”
“규모만 큰 거였으면 진작에 침략하고 남았을 텐데, 1품 비둘기 중 한 마리가 난입하면서 상황이 꼬이게 됐지.”
1품, 품계로 따지면 정민우와 같았으나.
‘비둘기들은 그 이상의 계급이 없지.’
위에 단계가 없어 마왕과 필적한 힘을 지닌 품계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현신해서 침략을 감행하려고 했는데 용사한테 깨져서 쫓겨나 버리게 됐지.”
이어지는 사탄의 말에 왜 치부로 여기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1품 비둘기도 아닌, 고등 생물에게 져서 쫓겨난 것인데 창피할 수밖에 없으리라.
‘용사한테 깨졌다고 해도 고등생물인 것은 바뀌지 않으니까.’
불멸자인 악마에게 평생 놀림감이 생긴다는 것은 상당히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시 침략하려고 엄청 벼르고 있다 하더라고.”
“그렇겠네요. 침략하지 않으면 평생 그 치부를 달고 살아야 할 테니.”
사탄의 얘기를 듣다 보니,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먼저 침략하면 그림이 재밌어질 것 같은데?’
그것은 바로. 72위 마왕보다 먼저 행성을 침략하는 것.
이걸 빌미로 도발을 넣는다면, 이성을 잃고 덤벼 올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래도 먼저 단가가 맞나 확인해봐야겠지?’
만약, 비둘기가 점령을 끝내 놓은 상태라면, 힘의 제약은 더욱 강해지기에 포기하는 것이 나았다.
“그곳 행성 점령은 끝난 상태입니까?”
“아니, 마왕의 잔재로 몬스터와 마인들이 들끓고 있어서 점령하려면 꽤 오래 걸릴 거야.”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그렇단 말이지…?’
이러면, 충분히 침략해볼 가치가 있었다.
“왜? 거기 침략해보게?”
의중을 눈치챘는지, 사탄이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예, 제가 침략하면 상황이 꽤 재밌어질 것 같아서요.”
생각을 숨길 필요가 없었기에 사탄의 물음에 긍정하자.
“행성이 매력적이긴 하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듯, 생각을 찬성하더니.
“용사를 죽인 업적과 마왕의 잔재만으로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마기를 얻게 될 테니까.”
행성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 정도입니까?”
생각 이상의 보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자.
“당연하지, 거기에 행성 침략의 보상까지 받으면 안드로말리우스는 그냥 뛰어넘을걸?”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다음 보상에 대해 말해왔다.
‘…이건, 무조건 침략해야 한다.’
침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도전해볼 가치는 차고 넘쳤다.
“그 행성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이름이, 아마 ‘그로아’ 였을 걸?”
“‘그로아’라….”
정민우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행성의 이름을 적은 뒤.
‘사탄의 얘기만 듣고 침략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중에 시간을 따로 내서 ‘그로아’라는 행성을 자세히 조사해보기로 했다.
‘이거, 빨리 행성 침략을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겠는데?’
앞으로 더 바빠지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언제 침략하려고?”
사탄이 ‘그로아’ 행성 침략일을 물어왔다.
“침략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만 번째로 ‘그로아’ 행성을 침략하려고 합니다.”
“…만 번째?”
이어지는 사탄의 물음에.
“제가 침략할 행성 숫자입니다.”
만 개의 행성을 침략하는 것이 목표라고 알리자.
“크으, 진짜 난 놈이긴 난 놈이야?”
사탄이 감탄을 터뜨리며, 손뼉을 쳐 보였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니, 1품 때 만 개 행성을 침략하려는 녀석은 너밖에 없을걸?”
“대마왕님께서 ‘VIP’ 카드를 주셨기에 도전해볼 수 있는 겁니다.”
“그래도 대단한 것이 바뀌진 않지.”
얼굴에 금칠해주는 말에 정민우는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그럼,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해보겠습니다.”
“포탈 정거장까지 배웅해줄게.”
이후 정민우는 사탄의 배웅을 받으며, ‘라이거’ 행성으로 돌아갔다.
* * *
‘라이거’ 행성에 도착하고. ‘망치’ 왕국의 회의실로 향하자.
“민우 님, 오셨어요?”
언제나처럼 비너스가 환한 미소로 자신을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다른 마교회 멤버들은.
“으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
“…개구르, 개구르.”
인사할 기력조차 없는지,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이는데?’
정민우는 다소 걱정된다는 어투로 마교회 멤버들의 상태를 묻자.
“걱정하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잠깐, 피곤해서 그러는 거예요.”
비너스가 아무 문제 없다고 대답해왔다.
“…그래?”
그녀가 거짓말할 리는 없겠지만, 조금 미심쩍어 마교회 멤버들에게 ‘심안’을 사용하자.
【비너스는, 악마야… 아 진짜 악마구나?】
【…이렇게까지 굴릴 필요는 없었잖아】
【민우에게 굴려졌던 시절이 그리워, 개굴개굴】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마교회 멤버들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나를 찾을 정도면, 얼마나 굴린 거야?’
이어서 생각을 읽으니, 20일 동안 쉬지 않고 일만 시켰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악마라고 해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힘들 텐데…?’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육체라고 해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 비너스한테 얘기해야겠네.’
이대로 가다가는 마교회 멤버들이 제 명에 못 살 것 같아, 너무 과하게 굴리지 말라고 얘기하려는 순간.
“민우 님, 여기요.”
비너스가 3장의 서류를 내밀어 왔다.
“이건?”
“행성 리스트예요.”
“먼저, 둘러볼 곳을 정한 거야?”
서류를 받아들며 묻자.
“아니요. 20일 동안 수십 만장의 서류를 엄선해 3장으로 추려낸 거예요.”
“추려냈다고…?”
“네, 전 행성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이렇게 추려내는 것이 효율성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둘러볼 곳이 아닌, 세 개로 추려냈다고 대답해왔다.
“20일 만에 그 많은 것을 다 엄선했다고…?”
그저 행성 리스트를 분류하는 것에 그칠 줄 알았는데, 추려내는 작업까지 할 거라곤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비너스를 바라보자.
“민우 님의 도움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비너스가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머리카락을 한쪽 귀 뒤로 넘겨 보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
얼굴까지 붉히니, 벚꽃이 만개한 것만 같은 청초함이 묻어나왔다.
‘…그래. 가끔은 이렇게 굴릴 필요가 있지.’
다시 생각해보니, 맨날 굴리는 것도 아니고 가끔 그러는 것이니, 얘기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엄선한 행성들에 관해 설명해줄 수 있겠어?”
“물론이죠.”
비너스는 서류가 정리된 순서대로 행성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행성에는…….”
꽤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첫 번째 행성은 드래곤.
두 번째 행성은 뱀파이어.
세 번째 행성은 리치.
허투루 엄선한 것이 아닌지 종족 값이 큰 녀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쓸만한 녀석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만약, 이 중에서 쓸만한 녀석이 나오지 않는다면 또다시 수십만 개의 행성 리스트를 찾는 고생을 해야 할 것이었다.
‘드래곤이라….’
정민우는 첫 번째 서류를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도감에 따르면, 초월적인 힘을 지닌 녀석이라고 적혀져 있었지.’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꽤 큰 전력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타락시켜야 전력이 되는 것이기에 안되면 의미가 없었다.
‘바로, 드래곤을 보러 가고는 싶지만….’
마교회 멤버들의 상태를 보니, 아쉽게도 지금 당장 출발하는 것은 좋은 선택 같지는 않았다.
‘지금 출발하겠다고 얘기한다면, 얘들이 거품 물고 쓰러지겠지.’
며칠 정도 쉬었다 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그때.
“민우 님, 지금 당장 출발할 준비에 들어갈까요?”
비너스가 의욕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흠칫―
테이블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던 마교회 멤버들은 비너스의 말을 듣고 몸을 떨어 보였다.
“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눈치를 슬쩍 살피곤.
“하루 뒤에 출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음날에 출발할 것을 제안했지만.
덜, 덜, 덜―
“아니다, 일주일 뒤에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마교회 멤버들의 몸이 떨려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을 바꿔 보였다.
일주일은 괜찮았는지, 마교회 멤버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맴돌았다.
“일주일이요? 너무, 늦지 않나요?”
비너스가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얘들도 쉬게 해줘야지.”
“민우 님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어요.”
정민우의 설득에 비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보였다.
이후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드래곤이 사는 행성으로 떠나게 되었다.
155화 드래곤 (1)
드래곤이 사는 행성에 도착한 뒤.
“바로 드래곤을 찾으러 가볼까?”
마교회 멤버들과 곧장 드래곤을 찾아 나섰다.
쉽게 찾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대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 거야?’
생각 외로 드래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이 안 느껴지는데?’
그도 그럴 것이 특유의 강자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못해도 마나라도 느껴져야 할 텐데….’
또한, 방대한 마나도 느껴지지 않으니 막막할 따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몸소 부딪히기로 하며, 행성의 반을 둘러본 결과.
‘지상에는 없다.’
지상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하늘 위에 있다는 건가?’
그렇게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하늘을 샅샅이 뒤져보니.
‘…찾았다!’
하늘에 떠 있는 한 섬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왜, 힘이 느껴지지 않나 했더니, 귀여운 짓을 해놨잖아?’
그리고 힘을 느끼지 못한 이유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마법진을 몇 개나 새긴 거야?’
섬에 수만 개의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 힘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저러니, 못 찾지.’
악마라면, 저런 속임수 따위는 금방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행성을 침략한 상태도 아니니, 감각이 제약될 수밖에 없지.’
침략하지 않은 행성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은, 힘이 제약된다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이어서 섬 안으로 들어서니.
‘호오….’
강대한 힘이 느껴짐과 함께 드래곤들이 자리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야, 도마뱀치고는 덩치가 상당한데?”
아누비스는 집채만 한 드래곤을 보며, 순수한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덩치가 크니, 타격감이 꽤 있겠는데? 민우야, 얘네들 타락시키면 한 마리 내 샌드백으로 배정해주면 안 돼?”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드래곤을 샌드백으로 쓰고 싶다고 부탁을 해왔다.
“배정해봤자. 한 대 맞으면 바로 죽어버려서 샌드백 역할을 할 수 없을걸?”
아누비스의 부탁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했다.
아무리, 초월적인 힘을 지닌 고등생물이라고 한들 악마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윌리엄이 새끼손가락에 당했으니, 안 봐도 뻔하지.’
그보다 격이 낮은 드래곤이라면, 아누비스의 입바람으로도 죽을 수 있을 것이었다.
“에이, 그래도 한 대로 죽는 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 지금, 나 놀리려고 그러는 거지!”
아누비스는 저렇게 덩치가 큰데 어떻게 한 방에 죽냐고 믿지를 않았지만.
“아… 윌리엄이 새끼손가락에 당했다고?”
윌리엄에 관한 얘기를 해주자. 이내, 믿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쩝… 외관만 번지르르한 녀석들이었잖아?”
하지만, 아쉬움을 떨쳐내지는 못했는지 드래곤을 보며 연신 입맛을 다셔 보였다.
‘샌드백이 굳이 필요하나?’
정민우는 아누비스 반응에 의문을 느끼며 질문을 던졌다.
“다른 얘들이랑 대련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혼자서 하는 훈련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혼자서?”
“응, 근데 허공에 휘두르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아누비스의 대답에 왜 샌드백을 원하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하긴, 개인 훈련이 필요할 때가 있긴 하지.’
아누비스 성격상 허공에 휘두르는 훈련방식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상점창에서 샌드백 하나 구매해줘야겠네.’
만 번째 행성까지 침략이 끝나면, 그때 샌드백 하나 사주기로 했다.
‘아누비스 것만 사주면, 조금 그럴 테니 다른 얘들 것도 사줘야겠지?’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행성 침략이 전부 끝나면 각자 원하는 훈련 도구를 하나씩 사준다고 하자.
“난 제일 좋은 샌드백으로 사줘!”
아누비스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샌드백을 요구했고.
“한 번 고민해볼게요.”
“…훈련 도구?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그때까지 한번 생각해볼게! 개굴개굴.”
다른, 마교회 멤버들은 필요한 것이 있는지 고민을 해보겠다고 대답을 내놓았다.
‘샌드백 문제도 해결했으니, 드래곤의 정보를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지나가는 드래곤을 향해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고등생물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스트르
성별 : 남성
나이 : 1,500살
〈세부 정보〉
성향 : 중(中)
재능 : 【수재】, 【심장】, 【마나 친화】, 【이중사고】, 【위엄】
현재 감정 : 지루함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나 보네.’
재능이 다섯 개인 것을 보니, 꽤 쓸만한 종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개, 도마뱀이 이 정도인데, 이곳의 수장은 어떨지 기대가 되네.’
타락만 시킬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전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곳의 수장을 찾으러 가보도록 할까?”
수장을 찾으러 이동하려는 그때.
“…민우, 이곳에서 제일 강한 힘을 내뿜는 녀석을 찾으면 되는 거야?”
엘린이 옷깃을 잡아당기며, 질문을 건네왔다.
다른 곳이었다면, 그녀의 말대로 이곳에서 가장 강한 힘을 내뿜는 녀석을 찾는 게 맞았겠지만.
“아니,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해.”
섬 내에 있는 건물, 즉 레어에 여러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어 힘을 감추는 녀석들이 있었기에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만 했다.
본래라면, 이 넓은 섬에 강자를 찾기 위해 일일이 돌아다녀야 했겠지만.
다행히도 정민우는 손쉽게 강자를 찾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으리으리해 보이는 건물을 찾으면 돼.”
그 방법은 바로. 이 섬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건물을 찾는 것이었다.
“…으리으리한 건물?”
“정확히는 황금으로 가장 많이 치장된 건물을 찾으면 돼.”
“…황금?”
초월적인 존재라고 해서 물욕에 초탈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드래곤은 보물에 환장하는 족속들이지.’
종족 특성 때문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드래곤은 계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이 사실을 엘린에게 짤막하게 설명해주자.
“…이해했어.”
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붙잡았던 옷깃을 놓았다.
“시간이 없으니, 이제 찾으러 움직이도록 하자.”
이후 으리으리한 건물을 찾기 위해 하늘을 1시간 정도 날아다녔을 때.
“저거다.”
번쩍, 번쩍―
황금으로 치장되다 못해 여러 보석이 박힌 궁궐 양식의 건물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너희 생각은 어때?”
혹시, 모르니 마교회 멤버들의 생각을 물어보자.
“저곳이 가장 화려한 것을 보니, 확실한 것 같네요.”
“…이곳 말고는 없어.”
“바로 들어가자!”
“얼마나, 욕심이 가득한 거야? 개굴개굴.”
저곳에 수장이 거주할 것이라 강한 확신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좋아, 바로 가보자.”
궁궐 근처로 다가가니.
‘호오, 골렘?’
산채만 한 골렘이 궁궐 앞을 지키고 있었다.
‘저게 가디언인가?’
도감에 따르면, 드래곤은 가디언을 놔둬 레어를 지키는 역할로 사용한다고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가디언의 강함은 곧 드래곤의 힘의 상징이라고도 했지.’
골렘이 품고 있는 핵에서 느껴지는 힘을 보니, ‘그랜드 소드 마스터’ 갓 입문한 경지 정도 되어 보였다.
‘가디언이, 이 정도 경지라면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
확신과 함께 궁궐 안으로 들어가니.
‘호오….’
다른 드래곤보다 몇십 배는 강대한 기운과 강렬한 마나가 느껴졌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네.’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겨 길게 이어진 복도를 벗어나자.
‘거대하네.’
산채만 했던 골렘보다 몇 배는 커 보이는 드래곤이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드래곤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니, 피부는 붉은색 비늘로 덮어져 있었고. 날개는 악마와 비슷한 박쥐 형태, 외모는 흡사 도마뱀과 닮아 있었다.
‘강하게 생겼네.’
도감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게 되니 멋들어지게 생겨 소유욕을 자극했다.
이미, 느껴지는 힘만으로 합격이긴 했지만.
‘그래도 정보는 한번 확인해보는 게 좋겠지.’
자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 ‘천안’을 사용하기로 했다.
눈앞에 있는 레드 드래곤을 보며,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고등생물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카이저
성별 : 여성
나이 : 8,020살
〈세부 정보〉
성향 : 악(惡)
재능 : 【초월자】
현재 감정 : 수면
‘세계수랑 동갑이네?’
정보창을 보던 중, 세계수와 같은 나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서로 좋은 친구가 되겠는데?’
나이가 같으니, 관심사가 비슷해 통하는 얘기가 많을 것이었다.
‘다음, 정보를 이어서 봐볼까?’
시선을 내려 정보들을 살펴보니.
‘초월자?’
다른 드래곤과 달리, 재능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무슨 효과지?’
정민우는 ‘초월자’라는 재능에 호기심을 느끼며, 곧장 효과를 확인해봤다.
【초월자】
강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단, 불멸자의 영역은 한계를 계속해서 뛰어넘는다고 해도 절대 넘볼 수가 없다.
‘효과가 장난 아닌데?’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상당한 효과라고 할 수 있었다.
‘강적과 전투에서 이겨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사기적인 효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
무한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 마기를 하사하지 않아도 높은 경지를 이뤄낼 수 있으리라.
‘뭐, 지금은 윌리엄 선에서 정리당할 정도로 약하지만 말이야.’
정민우는 정보창을 닫은 뒤, 곁에 서 있는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너희 마음에는 들어?”
자신의 마음에 쏙 든다고 해도, 마교회 멤버들과 같이 타락시킬 고등생물을 찾는 것이었기에 그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저희 마인들과 비교하면, 힘이 너무 볼품없긴 하지만, 마기를 하사받을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비너스는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고등생물치고는 괜찮은데?”
“…적당한 것 같네.”
“난 마음에 들어! 개굴개굴.”
뒤이어 아누비스, 엘린, 로크도 타락시키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혀왔다.
“좋아, 전원 찬성했으니 한번 타락시켜 보자고.”
정민우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드 드래곤 앞에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강한 적과 싸우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 밑으로 들어와라. 원 없이 싸우게 해줄 테니.”
바로 포섭을 시도했다.
그러자 레드 드래곤이 천천히 눈을 떠 보이며, 붉은 적안으로 정민우를 바라봐왔다.
아직, 잠에 덜 깨서 그런지 눈이 몽롱해 보였다.
‘자, 그러면 생각을 읽어볼까?’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야지, 거기에 맞춰 설득할 수 있기에 ‘심안’은 필수적으로 사용해야만 했다.
그렇게 레드 드래곤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음? 박쥐 새X가 이곳엔 왜 있는 거지?】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레드 드래곤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
그리고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이 씹새X가?’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156화 드래곤 (2)
처음 받아보는 무시에 정민우는 처음으로 고등 생물에게 분노라는 감정을 느꼈다.
‘…감히, 박쥐 새X라는 말을 입에 담아?’
사실 말한 것은 아니고, 그저 생각만 했지만 정민우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도마뱀을 찢어 죽이고 싶었으나.
‘아니야… 냉정하게 생각하자 민우야.’
죽이려면, 마인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침략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가 있었다.
‘…그래, 분노로 인해 계획을 그르칠 수는 없지.’
정민우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이번 한 번만은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주기로 했다.
‘타락시키고 나서 굴려도 늦지 않아….’
타락만 시킨다면, 저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것을 뜯어 고쳐주리라 굳게 다짐했다.
“내가 누군진 알 거로 생각한다.”
마음을 다스린 뒤, 레드 드래곤에게 말을 걸었지만.
“알지, 박쥐 새X이지 않은가?”
“…….”
레드 드래곤의 막말로 인해 마음이 활화산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아니야, 잘못 들은 거겠지.’
정말 희박한 확률로 잘못 들었을 수도 있었기에 재차 물어보기로 했다.
“…뭐라고 했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다니, 귀라도 썩은 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았는지 레드 드래곤이 코웃음을 치며 말해왔다.
“묻는 말에 답하기나 해….”
정민우는 마지막으로 참기로 하며, 기회를 줬지만.
“박쥐 새X라고 했다. 왜, 또 말해주길 원하나?”
레드 드래곤은 기어코 마지막 기회까지 걷어차 버렸다.
“…그 발언 감당할 수 있나?”
정민우는 진한 살기를 내뿜으며, 레드 드래곤을 노려보자.
움찔―
레드 드래곤이 잠시 몸을 떨어 보였지만.
“감당? 못할 게 무엇이지? 어차피, 네놈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못 하지 않은가.”
금세 오만한 표정으로 도발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 줄이야.’
왜,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나 했더니 건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저런 태도를 보이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처음이 아닌가 보군….’
또한, 도발하는 것이 익숙한 것을 보니, 악마에게 제안을 여럿 받았다는 사실까지 추측할 수가 있었다.
“딱 보니, 나를 타락시키러 온 것 같은데, 더한 모욕을 당하기 전에 내 눈앞에서 꺼지는 것이 좋을 거다.”
명백한 무시. 아니, 무시를 넘어선 하대.
‘환생 전에도 이런 대우는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레드 드래곤의 마지막 발언으로 정민우는 타락한다는 선택지를 지우고. 죽인다는 선택지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넌, 악마를 건드려도 단단히 잘못 건드렸어.’
다른 악마는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복수는 무조건 하는 악마였다.
‘네 놈이 이렇게 떵떵거리는 것도 조만간일 거다.’
정민우는 레드 드래곤과 더 이상 상종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돌아가자.”
마교회 멤버들에게 돌아갈 것을 제안하자.
“““…….”””
살기 어린 눈빛으로 레드 드래곤을 노려본 뒤,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레어에서 벗어나려는 그때.
“거참, 돌아갈 거면서 분위기는 더럽게 잡는군. 빨리 눈앞에서 꺼지도록 해라.”
레드 드래곤은 마지막까지 입을 놀리며, 도발을 걸어왔다.
‘그래… 죽음의 문턱 앞에 서서도 그런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일 수 있나 보자고.’
여기서 더 상대하면 자신만 손해였기에 아무 말 없이 레어를 떠나려는 순간.
“넌 뒤졌다 진짜.”
아누비스가 레드 드래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언성을 높였다.
“…혼자가 아니었나 보군?”
갑작스러운 등장에 레드 드래곤이 잠시 당황했지만.
“뭐, 나를 죽일 수라도 있나? 그렇다면 한 번 죽여보지 그러나?”
이죽거리며, 아누비스에게 도발을 넣었다.
“야!!! 당장 싸워. 너 나한테 당장 공격해!!!”
아누비스는 대검을 꺼내 들며, 자신에게 공격할 것을 명령했지만.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지? 불만이면 네년이 먼저 공격하면 되지 않나?”
레드 드래곤은 부들거리는 악마들을 보며 그저 입만 나불거렸다.
“너 싸울 때 입으로만 싸우냐?”
“물론이지. 누가 무식하게 몸을 써서 싸우나? 용언을 사용해 적을 제압하면 그만이거늘.”
“…….”
육체파인 아누비스는 레드 드래곤의 말을 당해내지 못하고 이내 입을 다물어 보였다.
“아누비스, 진정해. 상대해봤자 좋을 거 없어.”
정민우는 아누비스를 다독이며, 밖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도마뱀 주제에 말이 상당히 길어.”
“감히, 아누비스를 조롱해!? 개굴개굴.”
보다 못한, 엘린과 로크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싸움에 참전했다.
“꼬마와 개구리는 꺼져.”
““…….””
기세 좋게 모습을 드러낸 것과 달리. 레드 드래곤의 한마디에 엘린과 로크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만 우물거렸다.
“쯧쯧, 그냥 곱게 갔으면 이렇게 무시 받을 일도 없었을 터인데, 참으로 우둔하구나.”
계속되는 조롱에 마교회 멤버들의 얼굴이 시뻘게질 무렵.
“당신, 거기까지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비너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싸움에 참전했다.
“비너스!”
“…비너스!”
“비너스! 개굴개굴!”
든든한 지원군의 등장에 어두웠던 마교회 멤버들의 얼굴에 화색이 맴돌았다.
“넌 또 뭐지? 망신당하기 싫으면 입을 다무는 것이 좋을 텐데?”
레드 드래곤은 새로운 먹잇감을 보고 현란한 입놀림을 선보였지만.
“과연, 그럴까요? 싸우기 무서워 입만 놀리는 당신에게 망신당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비너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레드 드래곤의 말을 맞받아쳤다.
“…뭐?”
“딱 보니, 악마한테 열등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 맞죠?”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되긴 왜 안 되죠? 악마의 강대한 힘에 열등감을 느껴 보자마자 도발한 것 아닌가요?”
“그건 너희가 나를 귀찮게 했기 때문에….”
“말 한마디 거는 게 귀찮게 한 것이라구요?”
“그건….”
“그렇게 도발을 하면 당신에게 떨어지는 게 있나요?”
“…….”
“없는데도 하는 이유가 무엇이죠? 제가 봤을 때는 열등감으로 인해, 질투를 부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
괜히, 양성소에서 차석으로 수료한 것이 아닌지 비너스는 말발로 레드 드래곤을 짓밟다 못해 짓뭉개버렸다.
“당신이 여태까지 어떤 악마를 만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후회하게 될 거라고?”
비너스의 의미심장한 말에 레드 드래곤이 불안한 기색으로 의문을 드러냈다.
“다른 악마와 달리 이분은 마왕의 권좌를 목전에 두신 분이니까요.”
정민우를 가리키며, 곧 마왕이 될 악마라고 소개하니 레드 드래곤의 얼굴에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또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깨달은 레드 드래곤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때.
“과연, 당신의 온몸이 절단 나도 지금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나 보도록 하죠.”
비너스는 할 말을 전부 끝마쳤다는 듯, 등을 휙 하고 돌려 버렸다.
“여러분, 가죠.”
이어서 미련 없이 이곳에서 떠나려는 순간.
“자, 잠깐, 생각해보니 내가 말을 심하게 한 것 같다…!”
레드 드래곤이 뒤늦게 사과의 말을 건네왔지만.
“당신의 한 말은 죽음으로 책임져야 할 겁니다.”
“…….”
비너스는 조소를 터뜨리며, 이미 늦었다는 말을 남겼다.
‘말이 완전 청산유수잖아?’
그 모습에 정민우는 목에 막힌 고구마가 뚫린 것만 같은 청량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빨리, 이런 더러운 곳에서 벗어나도록 하죠.”
“그래.”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드래곤 레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레어에 홀로 남게 된 레드 드래곤은.
‘X됐다.’
상대를 잘못 건드려도 단단히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으며, 큰일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 * *
그렇게 레드 드래곤의 레어 밖으로 나오자.
“비너스, 진짜 끝내줬어!”
“…속이 뻥 뚫렸어.”
“젠장,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비너스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에요.”
비너스는 별거 아니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민우 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레드 드래곤의 처우에 대해서 물어왔다.
“죽여야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자. 비너스가 살짝 걱정된다는 듯한 얼굴로 말해왔다.
“방법이 있나요? 다른 마인들을 동원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가 않잖아요.”
“다른 녀석을 타락시켜, 저 녀석을 죽이게 만들어야지.”
“…다른 녀석이요?”
“응, 저 녀석 다음으로 강한 녀석을 타락시킬 생각이야.”
설명을 들은 비너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즉, 이인자를 포섭하시겠다는 거군요?”
“맞아.”
“만약, 이인자도 타락하는 것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땐, 이곳에 있는 모든 종족을 타락시켜 드래곤의 씨를 말려버려야겠지.”
아무리, 드래곤이 초월적인 존재라고 한들 결국에는 고등생물이기에 모든 종족을 상대로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일정이 있어 이곳에 상주할 수 없겠지만, 시간이 빌 때마다 행성에 찾아와 틈틈이 타락을 시키면 되겠지.’
모든 종족을 타락시키려면,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드래곤의 수명은 기니 복수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자, 그러면 바로 이인자를 찾으러 움직여 보자고.”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레드 드래곤 다음으로 강한 자를 찾아 나섰다.
* * *
한편, 다른 드래곤 레어에서는.
‘왜, 나는 카이저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거지?’
한 드래곤이 고뇌에 빠져 있었다.
‘힘, 마법, 용언조차도 내가 우위에 서는 것이 하나도 없어.’
그녀는 드래곤 로드인 ‘카이저’를 뛰어넘기 위해 몇천 년 동안 훈련을 거듭했지만, 매번 패배만을 맛보고 있었다.
‘나한테는 재능이 없는 걸까?’
다른 드래곤들은 이인자도 대단한 자리라며, 자신을 치켜세워줬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절대 만족할 생각은 없어.’
일인자가 아니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역시,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건가?’
같은 드래곤이면, 똑같은 것 아니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드래곤 또한, 그중에서도 여러 종족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레드 드래곤은 불을 다루는 데 뛰어난 강점이 있다면.
그녀 같은 블랙 드래곤은 마기를 다루는 것에 뛰어난 강점을 드러냈다.
‘마기도 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지만….’
단점이라면, 마기가 너무나도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마기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얻을 수 있고. 마나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악마와 계약을 한다면 고질적인 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강해질 수 있다면, 악마에게 기꺼이 영혼을 팔 수 있는 그녀였지만.
‘내게 시선을 주기는커녕, 전부 카이저에게만 관심을 보이다가 사라졌지….’
아쉽게도, 악마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질 않았다.
‘하아… 이제는 정말 포기해야 하나?’
몇천 년 동안의 도전에 지친 그녀는 ‘드래곤 로드’ 자리를 포기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
― 힘이 필요한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157화 드래곤 (3)
이인자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다음으로 으리으리해 보이는 건물을 찾으면 됐기 때문이었다.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레어 안으로 들어가니.
‘블랙 드래곤?’
검은색 비늘에 박쥐 날개를 한 드래곤이 자리하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은 거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은 우아한 느낌이 드는 외관을 하고 있었다.
‘도감에 따르면, 악마와 시너지가 좋은 종족이라고 적혀져 있었지?’
블랙 드래곤은 마기를 다루기 때문에 타락시키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도감에 적혀져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과연, 능력은 어떨지 봐볼까?’
상성이 좋다고 해도 능력이 떨어지면 소용이 없었기에 ‘천안’을 통해 블랙 드래곤의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라일락
성별 : 여성
나이 : 7,000살
〈세부 정보〉
성향 : 악(惡)
재능 : 【노력가】
현재 감정 : 절망
‘재능이 하나?’
정보를 살펴보니, 조금 전 레드 드래곤과 같이 재능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노력가라… 무슨 효과지?’
효과를 보기 위해, ‘노력가’라는 재능을 클릭해 보자.
【노력가】
정한 목표를 성취했을 시, 난이도에 따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단, 불멸자의 영역은 한계를 계속해서 뛰어넘는다고 해도 절대 넘볼 수가 없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효과가 미쳤잖아?’
효과를 확인해보니, 레드 드래곤과 필적하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왜 이인자의 자리에 있는 거지?’
필적한 재능이라면, 못해도 동등한 자리에 있어야 할 텐데 이인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운은 이 녀석이 조금 더 강한 것 같은데 말이지.’
그렇게 블랙 드래곤을 보며, 의문을 느끼던 그때.
‘아….’
정민우는 금방 그 이유에 대해서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마기 때문이구나.’
마기로 인해 이인자 자리에 머무르게 됐던 것이었다.
‘마기는 마나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
악마야, 방대한 마기를 축적할 수 있지만 고등생물은 축적할 수 있는 데에 한계가 분명했다.
즉, 주변에 있는 마기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마나보다 적으니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한테 마기를 부여받으면 고질적인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지.’
극소량의 마기만 나눠주더라도 레드 드래곤쯤이야 압도하고도 남을 터였다.
‘이건,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모습을 드러내 타락시키고 싶었으나.
‘이번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겠지.’
조금 전에 레드 드래곤에게 대인 것이 있어 블랙 드래곤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나서 접근하기로 했다.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블랙 드래곤의 생각을 보기 위해 ‘심안’을 사용하자.
【왜, 나는 카이저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거지?】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블랙 드래곤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차라리, 악마와 계약을 한다면 고질적인 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생각을 읽어본 결과. 블랙 드래곤이 악마와 계약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바로 타락시킬 수 있겠는데?’
시간을 두고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이런 상태일 때는 오히려 시간을 끄는 게 독이지.’
저렇게 간절할 때 손을 내밀어야지 더욱 감사함을 느낄 것이었다.
정민우는 극적인 등장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 대신, 먼저 마기를 실어 블랙 드래곤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것도 오랜만에 해보네.’
간단히 목을 푼 뒤.
― 힘이 필요한가?
최대한 끈적한 목소리로 블랙 드래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귓가에 속삭였다.
* * *
마기가 짙게 밴 목소리를 들은 블랙 드래곤은.
‘아, 악마다!’
목소리의 주인이 악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아, 악마님입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정체에 관해 물어봤다.
― 맞다.
“아, 아….”
다행스럽게도 목소리의 주인은 악마가 맞다고 긍정해왔다.
― 힘을 꽤 절실히 바라는 것 같은데 맞는가?
“마, 맞습니다.”
― 힘을 바라는 이유에 관해서 들려주면 좋겠군.
악마의 물음에 블랙 드래곤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드래곤 로드’의 자리에 올라, 일인자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 이인자의 자리로는 만족스럽지 않나 보군?
“…예, 저는 꼭 일인자의 자리에 올라 세상을 호령하고 싶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악마가 흡족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 그래, 그런 욕심 없이 힘을 바랐다면 실망할 뻔했어.
“…….”
― 좋다, 네게 힘을 내려주도록 하지.
“가, 감사합니다!”
악마와 계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찬 감정을 느끼던 그때.
스으으―
어디선가 스산한 검은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기가 상당히 짙어….’
검은 안개에서 느껴지는 농밀한 마기에 블랙 드래곤은 나지막이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안개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뚜벅, 뚜벅, 뚜벅.
그곳에서 다섯 명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헙!”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마기에 절로 경외심이 차올랐다.
“너의 이름은 뭐지?”
가장 강력한 마기를 지닌 악마의 물음에 블랙 드래곤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라일락이라고 합니다.”
“라일락? 이쁜 이름이군.”
“가, 감사합니다.”
블랙 드래곤, 아니 라일락은 악마에게 칭찬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얼굴을 붉혔다.
“계약하기에 앞서, 네가 할 일을 먼저 알려주도록 하지.”
“경청하겠습니다.”
“너는 우리를 따라 다른 행성을 침략하러 다니게 될 것이다.”
“행성 침략….”
더 큰 세상을 나가 힘을 떨치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이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하면, 계약은 할 수 없다.”
“하, 할 수 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바로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지.”
이어서 악마가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들고는.
“피를 흘리도록.”
양피지에 피를 흘릴 것을 명령했다.
“아, 넵!”
라일락은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양피지에 소량의 피를 떨어트리려고 했으나.
콸, 콸, 콸―
“앗!”
손이 너무 거대했던 탓에 양피지를 전부 적셔버릴 정도의 피를 쏟아내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라일락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악마에게 사과를 건네자.
“괜찮다.”
악마는 문제없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는.
“앞으로 잘 부박하지.”
양피지를 하늘 위로 던져 보였다.
휘릭―
양피지에서 나타났던 마법진이 사라지는 동시에.
화르륵―
검은 불꽃에 양피지가 타버리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강한 고통이 동반될 테니 놀라지 말도록.”
“…예?”
이어지는 악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
자신의 몸에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몸을 집어 삼켜버렸다.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라일락은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토해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꼴사납다고 계약을 취소해버릴지도 몰라!’
시끄럽다면서,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기에 비명을 참아냈다.
‘끄으으으으윽!!’
라일락은 신음조차 새어나가지 않게 손으로 입을 붙잡았다.
‘…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살면서 처음 느껴 보는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치이이이익―
영원히 타오를 것만 같던 검은 불꽃이 꺼져버렸다.
“휴….”
라일락은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아…!”
몸속에 흐르는 방대한 마기에 전율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어 보였다.
‘…힘이 솟구쳐!’
처음으로 느껴 보는 강력한 힘에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전능감이 차올랐다.
‘피부가 더 매끈해졌잖아…?’
힘만 강해진 것이 아니었는지 거칠었던 비늘은 윤택이 흐를 정도 반짝이고 있었고.
‘뿔도 더 커졌어!’
이마에 자리했던 두 뿔은 한층 더 커지며 단단해져 있었다.
‘…마치 새롭게 태어난 것만 같아.’
라일락은 자신이 ‘필멸자’의 굴레에서 미약하게나마 벗어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이 힘이라면, 카이저도 문제없이 이길 수 있을 거야!’
또한, 고등생물 한정으로 이 행성에 자신을 이길 자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역시, 계약하길 잘했어!’
그렇게 새롭게 얻은 힘에 연신 감탄하고 있는 한편.
‘상성이 좋아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 힘이 더 강해졌네.’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라일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격이 높은 상태에서 고위 악마의 마기를 하사받았습니다】
【하사받은 마기의 질이 높습니다】
【격이 상승해 ‘필멸자’의 굴레에서 미약하게나마 벗어나게 됐습니다】
【주종 관계가 유지되는 한 ‘노화’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주인인 ‘정민우’가 죽기 전까지 ‘수명’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재능이 고유 특성으로 바뀝니다】
【새로운 고유 특성이 추가됩니다】
‘격도 뛰어넘었으니 정보를 다시 확인해봐야겠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치우며,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고등생물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라일락
성별 : 여성
나이 : 7,000살
〈세부 정보〉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노력가】, 【열정가】
현재 감정 : 환희
‘이름이 그대로네? 효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봐볼까?’
정민우는 고유 특성으로 변한 ‘노력가’의 효과를 확인해보기로 하며, 이름을 클릭했다.
【노력가】
정한 목표를 성취했을 시, 난이도에 따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하나도 바뀌지 않은 효과.
정확하게 말하자면, 뒤에 있던 설명 문구만이 사라진 상태였다.
‘…미쳤네.’
정민우는 라일락의 효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뒤에 문구가 사라졌다는 것은 불멸자의 경지를 넘볼 수도 있다는 소리잖아?’
저 뜻은 필멸자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불멸자 경지로 올라서게 된다면, 전력은 말도 안 되게 상승하게 되겠어.’
새삼 자신을 하대했던 레드 드래곤이 고맙게 느껴지는 정민우였다.
‘그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런 보석도 발견하지 못했겠지.’
정민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음 고유 특성 효과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열정가】
목표를 설정하면, 이룰 때까지 열중하는 마음이 식지 않는다.
평범해 보이는 효과였지만.
‘나쁘지 않은데?’
열정이라는 감정은 좋은 원동력이 되어주기에 나름 괜찮은 효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첫 명령을 내려보도록 할까?’
효과도 전부 확인했겠다, 이제 라일락에게 명령을 내려보기로 했다.
“라일락, 지금부터 ‘드래곤 로드’를 죽이고. 이 행성을 침략하도록 해라.”
명령을 받은 라일락은.
“주인님께서 내려주신 힘으로 훌륭하게 해내 보겠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힘차게 대답해 보였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곤 당장 명령을 이행해 보이겠다며, 레어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158화 드래곤 (4)
한편, 레드 드래곤은.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레어 안에서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마왕의 권좌를 목전에 둔 악마인 줄 알았다면 도발하지도 않았지…!’
다른 악마와 달리 기운이 심상찮다 싶었는데, 곧 마왕이 될 악마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레드 드래곤이었다.
‘하아, 그때 어떻게든 붙잡아서 사과해야 했어…!’
고개를 조아리며, 복종을 맹세했다면 용서를 받을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기회는 놓쳐버린 후였기에 언젠간 악마의 손에 의해 목숨이 거둬지게 될 것이었다.
‘악마 상대로 생존할 방법이 있을까…?’
아직 삶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기에 레드 드래곤은 생존할 방법을 궁리했다.
‘…그래, 모든 종족을 내 발아래에 둬서 악마와 대항하는 거야.’
마왕이 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 열심히 준비하면 될 것 같았다.
‘이곳에 현신한다고 해도 일부의 힘만 사용할 수 있을 테니, 격퇴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
아무리, 마왕이라고 한들 모든 고등생물을 상대하는 건 버거울 것이었다.
‘그래, 지금부터 당장 준비하자…!’
그렇게 레어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찌릿―
불길하고 소름 끼치는 기운을 지닌 자가 레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힘이다.’
강대한 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왕좌왕하던 그때.
쿵, 쿵, 쿵―
“카이저! ‘드래곤 로드’ 자리를 받기 위해 왔습니다!”
블랙 드래곤인, 라일락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라일락?”
라일락을 본 레드 드래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매번, 자신에게 짓밟히던 녀석이 엄두도 못 낼 힘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년, 그 힘은 어디서 난거지?”
살기를 드러내며, 힘의 출처에 관해서 묻자.
“말이 험한 건 여전하시군요?”
라일락이 콧방귀를 뀌며, 살기를 너무나도 쉽게 흘려보냈다.
‘…이젠 겁조차 먹지 않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살기를 드러내면 몸을 바들바들 떨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다.
‘대체, 저런 힘은 어디서 얻은 거야?’
레드 드래곤은 힘의 출처에 의문을 느끼던 찰나.
“설마… 악마에게 타락된 거냐?”
조금 전, 악마가 계약을 제안해왔던 사실을 떠올리며, 라일락이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맞아요. 오늘부터 악마님을 새롭게 모시게 됐습니다.”
예상이 맞았는지, 라일락이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긍정해왔다.
“드래곤으로서 긍지도 없는 건가!?”
레드 드래곤은 인상을 찌푸리며, 일갈했지만.
“악마님과 계약한 게 왜 긍지가 없는 거죠?”
라일락은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건네왔다.
“…….”
그녀의 물음에 딱히 답변할 말을 찾지 못한 레드 드래곤은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그냥, 내뱉은 말이었군요?”
라일락은 잠시, 레드 드래곤을 한심하게 쳐다본 뒤.
“그럼, 악마님의 명령에 따라 당신을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자, 잠깐!”
레드 드래곤은 손을 들어 올리며, 라일락을 말려봤지만.
“죽으세요.”
화아아아아아아아―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대로 브레스를 뿜어냈다.
‘직격당하면 끝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레드 드래곤은.
“흡!”
빠르게 날갯짓하며, 브레스를 피했지만.
치이이이익―
“으, 으아아아아악!”
꼬리 부분이 산성 브레스에 닿아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아프신가요?”
라일락은 자칫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그러게 조금 전의 공격으로 죽었다면, 이런 고통을 느끼실 필요가 없잖아요.”
레드 드래곤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온전하게 피하는 건 무리다…!’
눈으로 좇기 힘든 빠른 움직임에 레드 드래곤은 당혹감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자.
콰―――――직!
“크아아아아악!!!”
오른쪽 날개가 주먹에 닿아버리며, 손쉽게 부러져버리고 말았다.
“어머, 이번에도 피하셨군요?”
라일락은 자칫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러왔다.
‘이건 피할 수 없다….’
레드 드래곤은 이번 공격으로 죽음을 직감하던 찰나.
콰―――――직!
“크아아아아악!!!”
얼굴을 향해 날아오던 주먹이 경로를 틀더니, 왼쪽 날개를 가격해왔다.
“어머, 힘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조절하기가 꽤 힘드네요.”
능청을 떠는 라일락의 모습에.
“…네년, 이, 일부러 죽이지 않았던……!!”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들켰나요?”
“개X끼가!!!”
레드 드래곤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으나.
휙―
“너무 느려요.”
공격을 손쉽게 피해내더니.
휘릭, 쾅――――!
꼬리를 휘둘러 몸을 가격했다.
“컥!”
힘을 조절했는지 몸이 터지진 않고 온몸의 뼈만 부러졌다.
“…쿨럭!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냐!?”
피를 토해내며, 자신을 가지고 노는 이유에 관해 묻자.
“당신이 저에게 이런 방식으로 치욕을 줬으니까요.”
라일락이 왜 이러는지 모르냐는 듯, 조소를 터뜨리며 대답해왔다.
“내가 그런 방식으로 치욕을 언제 줬다…….”
억울한 마음에 따지고 들려고 했지만.
‘…그랬었구나.’
그녀를 상대로 온갖 치욕을 줬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기억을 떠올렸나 보군요 굳이 당신이 행했던 짓을 입에 담지는 않을게요. 제 입을 더럽히기는 싫으니.”
“…….”
이어지는 라일락의 말에 레드 드래곤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행동이 업보가 되어 돌아왔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랬으면 안 됐는데….”
레드 드래곤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깊은 후회를 했다.
“네년을 치욕 주는 데에서 끝내는 게 아닌, 그 자리에서 죽였어야 했는데!!!”
물론, 치욕을 줬던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닌, 라일락을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다.
“차라리, 같이 죽자!!!”
레드 드래곤은 자신의 심장을 터뜨려 자폭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아니요, 당신만 죽으세요.”
콰직―――!
휘릭, 퍼――――――――엉!
꼬리를 휘둘러 레드 드래곤의 머리를 터뜨렸다.
쿠――웅!
그러자, 중심을 잃은 레드 드래곤은 바닥에 쓰러지며 절명하고 말았다.
드래곤 로드까지 올라섰던 그녀였지만, 오만으로 인해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후… 드디어 고대했던 순간이 찾아왔네요.”
콰――직.
라일락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레드 드래곤의 시체를 지르밟으며, 뒤에 전시된 왕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드래곤 로드 자리에 올라서는구나.’
전시된 왕관을 잡아, 조심스럽게 머리에 쓰자.
스르륵―
붉게 빛나던 왕관이 흑색으로 변하더니.
【새로운 ‘드래곤 로드’가 탄생했습니다】
【새로운 주인이 탄생한 사실이 드래곤들에게 전해집니다】
【드래곤들을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됩니다】
【사념을 통해 드래곤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눈앞에 여러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아, 아….”
라일락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바라봤다.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꿈이 이렇게 쉽게 이뤄질 줄이야.’
일생의 목표를 이루게 해준 악마의 힘에 절로 경외심이 차올랐다.
‘앞으로 내 활용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지.’
이 힘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으려면, 자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증명해야만 할 것이었다.
‘그러면, 마저 명령을 끝내보도록 할까?’
이런 손쉬운 명령에 오랜 시간을 들인다면, 능력을 의심받게 되리라.
라일락은 눈을 감으며, 왕관에 마기를 불어넣은 뒤.
【드래곤 로드인 라일락이 당신들에게 첫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오늘 내로 모든 국가를 침략하세요!】
하루 내로 침략할 것을 명령내렸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첫 명령을 마친 라일락은.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침략에 손을 거들기로 했다.
‘드래곤들의 능력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침략은 빨리 끝날수록 좋을 테니까 말이야.’
이후 라일락은 행성 침략을 하기 위해, 레어 밖으로 빠져나갔다.
* * *
다음 날.
【‘드라고니’ 행성을 침략했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마기가 지급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창을 본 정민우는 라일락이 행성 침략을 마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하루 만에 침략을 마쳤다고…?’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능력에 정민우는 나지막하게 감탄을 터뜨렸다.
‘종족이 종족이라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지만… 하루 만에 끝난 건 의외란 말이지.’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라일락이 보기 좋게 예상을 뛰어넘어버렸다.
‘꽤, 괜찮은 녀석을 영입한 것 같네.’
이 정도 능력이라면, 다른 수장과 밀리지 않고 경쟁할 수 있을 터였다.
‘숫자가 적은 것이 흠이지만, 이런 사소한 건 시간이 자연적으로 해결해주겠지.’
정민우는 첫 행성부터 쓸만한 마인을 얻었다는 것에 흐뭇한 감정을 느끼던 그때.
“괜찮은 마인을 포섭한 것 같네요.”
비너스가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그러게, 기대 이상의 녀석을 포섭한 것 같아.”
정민우는 비너스의 말을 긍정하곤.
“너희들 덕분에 전력을 한층 더 증가시킬 수 있었어, 고마워.”
마교회 멤버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알아주니 다행이네.”
“…별거 아니었어.”
“고생한 보람이 있네! 개굴개굴.”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이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침략을 훌륭하게 마친 라일락을 보러 가볼까?”
이후,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라일락의 레어로 찾아가자.
“지고하신, 악마님들을 뵙습니다.”
미리, 기다렸는지 라일락이 고개를 조아리며 인사를 올려왔다,
“하루 만에 침략을 마쳤더군.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정민우는 라일락의 거대한 팔을 두드리며, 노고를 치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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