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20
흑랑의 장단에 맞춰 1대1로 싸워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43화 라이거 행성 침략 (3)
“두 분이 괜찮으시다면 저 혼자서 녀석을 상대하려고 하는 데 괜찮으십니까?”
엘비스가 혼자 싸워도 되겠냐고 둘에게 의견을 묻자.
“목숨을 걷어갈 기회를 제게 넘겨주신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세계수는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대답해왔고.
“예, 괜찮습니다.”
고브 또한, 상관없다고 대답을 해왔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비스는 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죽을 준비는 됐나?”
흑랑을 바라보며 도발을 던졌다.
“죽을 준비라….”
도발을 받은 흑랑은 엘비스의 말을 되뇌더니.
“그건 네놈이 해야 하는 거겠지!”
파―앗!
바닥을 박차며, 엘비스를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쐐―――――액!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에 도달한 고등생물조차,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의 쾌속.
휙―
하지만, 엘비스는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만으로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 버렸다.
“기습으로 한 공격치고는 볼품이 없군.”
그리고 흑랑의 공격에 짧은 감상평을 남기자.
“…한 번 피한 것 가지고 기고만장하구나!”
흑랑이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손톱을 휘둘렀다.
쐐―――액!
휙―
더 빠른 속도로 공격을 가했다고는 하나, 엘비스가 피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 자식!”
흑랑은 두 번이나 공격을 피해냈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느끼며, 엘비스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쐐―액―!
손과 발부터 시작해 팔꿈치, 무릎, 꼬리까지 모든 부위를 총동원한 공격.
잔상이 남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
평범한 적이었다면, 이미 송장이 되고 남았겠으나.
“시시하군.”
엘비스는 시시하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공격을 유유히 피해내 보였다.
“…그럼,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고!”
흑랑은 손톱에 오러 블레이드를 담아내며, 엘비스에게 쏘아내려고 했지만.
“아니, 이번엔 네놈이 피해 봐라.”
엘비스가 흑랑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리더니.
파지직―
그대로 검은 뇌전을 쏘아냈다.
“크윽!?”
흑랑은 극심한 고통에 정신이 아늑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으아아아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정신을 붙잡음과 동시에 엘비스의 향해 손톱을 내질렀다.
“누가 보면 기합으로 싸우는 줄 알겠군.”
엘비스는 코웃음을 한 번 친 뒤.
파지직―!
손바닥에 검은 뇌전을 한 번 더 발산하며, 흑랑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우당탕―
‘이제 슬슬 끝내볼까?’
생각 이하의 실력에 엘비스는 실망감을 느끼며, 이만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세계수가 직접 죽이겠다고 했으니, 죽음 직전까지 내몰면 되겠지.’
두 팔을 하늘 위로 뻗으며, 마기를 일으키자.
쿠쿠쿠쿠―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구름 사이에 검은 뇌전이 일렁거렸다.
“내려쳐라.”
위로 뻗은 손을 밑으로 내리자.
우르르 쾅――――!!!
먹구름에서 무수한 검은 뇌전이 흑랑을 향해 내려치기 시작했다.
* * *
흑랑은 엘비스와 싸우면서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정보가 잘못됐다.’
그도 그럴 것이 산정했던 능력의 몇 배의 무용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압도적인 무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싸움을 걸지 않았으리라.
‘…그 녀석의 말이 옳았군.’
순간, 항복을 거듭 강조했던 수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녀석의 말을 따라 항복해야 했거늘.’
뒤늦은 후회감이 밀려 들어왔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다!’
흑랑은 고개를 거칠게 내저으며, 잡념을 떨쳐 냈다.
‘지금은 저 녀석을 죽일 방법만을 궁리해야 한다.’
엘비스를 죽일 방법을 찾기 전, 흑랑은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파악하기로 하며, 조금 전에 공격당했던 부위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고개를 내려, 가슴을 바라보니.
‘…잠깐의 공격으로 이 정도의 피해를 줬다니 믿기지 않는군.’
가슴이 타다 못해, 가죽이 벗겨져 피로 흥건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얼핏, 뼈까지 보이는 것을 보니 공격을 한 번 더 허용했다면, 즉사를 면치 못했으리라.
‘…죽일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엘비스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흑랑은 숨겨둔 비장의 수를 꺼내 들기로 했다.
‘내 목숨의 대가로 네 목숨도 가져가 주마….’
푸―욱!
흑랑은 대뜸, 자신의 가슴을 손톱으로 후벼 파더니.
“크윽!”
푸―확!
자신의 손으로 심장을 빼내며, 그대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와그작, 와그작―
행동만 본다면, 미쳐버린 것처럼 보일 수가 있겠으나.
‘…금방이라도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군.’
흑랑이 하는 행위는 목숨을 담보로 삼아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주술을 행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심장을 전부 먹어 치우자.
쿵―――!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전능감이 몸을 휩쓸기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정도인가?’
흑랑은 직감적으로 자신에게 1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좋아. 10분 내로 저 녀석을 죽인다!’
이어서 엘비스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려는 찰나.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검은 뇌전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전이었다면, 피하지 못하고 직격당했겠지만.
“흡!”
현재는, 한계를 뛰어넘은 상태였기에 손쉽게 검은 뇌전을 피해낼 수가 있었다.
타앗―!
수십, 수백, 수천, 수만 개의 검은 뇌전을 피해내며, 엘비스 지척에 도달한 흑랑은.
쐐――――――――액!!!
그대로 엘비스 눈을 향해 손톱을 내질렀다.
단순한 지르기에 불과했지만.
콰―――――앙!
상상 초월하는 무력에 강한 풍압을 자아내며, 산처럼 쌓인 시신을 날려버렸다.
“죽어라!!!”
손톱이 엘비스의 눈가 근처에 다다랐을 때.
“조금 더 빨라진 것으로 우쭐대기는.”
엘비스가 조소를 터뜨리더니.
푸――――확!
“!?”
손짓 한 번으로 흑랑을 팔을 잘라내 버렸다.
“크흑!”
흑랑은 당혹감을 느끼기를 잠시.
‘이대로 물러나면 끝이다…!’
이를 ‘으득’ 물며, 반대 팔을 엘비스를 향해 내질렀다.
쐐――――――――액!!!
다시 강한 풍압을 자아내며, 엘비스 눈가 근처에 다다랐지만.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건가?”
푸――――확!
손을 내저음과 함께 반대 팔도 잘려 나가 버렸다.
‘팔이 안 되면 발로 공격하면 그만이다…!’
흑랑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가하려고 했으나.
“!?”
푸――――확!
푸――――확!
두 다리도 잘려 나가 버리며, 공격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철퍼덕―
흑랑은 공격할 수단을 전부 잃어버리며,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닿을 수가 없다고…?’
모든 전력을 다했는데도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는 현실에 허망한 감정을 느끼던 그때.
“이제는 제가 나설 차례인 것 같군요.”
세계수가 다가오더니.
“제 아이들을 죽인 대가를 치르세요.”
입김을 불어옴과 함께 몸에 나뭇가지들이 생겨나며,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이어서 세계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우두둑―
나뭇가지가 옭아매다 못해 몸을 조여버리며 흑랑의 몸을 찢어 갈겨버렸다.
그렇게 지상 최강의 사나이라 불리던 흑랑은 침략자들의 손에 의해 허무하게 생명의 촛불이 꺼지고 말았다.
* * *
흑랑이 죽으며, 모든 침략을 끝내자.
【‘라이거’ 행성을 침략했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마기가 지급됩니다】
정민우 눈앞에 행성을 침략했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힘이 넘쳐흐르네.’
행성의 크기가 커서 그런지, 마기의 농밀함과 양 자체가 궤를 달리했다.
‘마음 같아서는 얻은 마기를 전부 흡수하고 싶지만… DP로 전환해야겠지.’
‘라이거’ 행성을 침략하면서 막대한 DP를 거둬들였지만, 침략할 행성들이 많다 보니 DP가 턱도 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정민우는 상점 창을 불러내 ‘판매’ 카테고리를 눌러 얻은 마기 중 3분의 2를 판매했다.
【판매를 통해 1,000,000,000 DP가 지급되었습니다】
그러자 10억 DP가 지급됐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10억 DP라… 나쁘지 않네.’
이 정도 DP라면, ‘행성 포탈 이용권’ 10개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10개가 적어 보일 수 있겠지만.
‘라이거 행성과 크기가 비슷한 곳은 이미 찾아놨으니, DP는 비슷하게 벌리겠지.’
같은 크기의 행성을 10개를 침략한다고 가정했을 때, 100억 DP를 벌 수 있기에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점차 침략한 행성을 늘려간다면 만 개까지 노려볼 수 있겠어.’
마계 시간 축으로 따지면, 아직 1년조차 지나지 않은 상황.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기에 만 개까지 노려볼 법했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9,999개의 행성을 더 침략해야 하지만, ‘라이거’ 행성이라는 큰 고비를 넘겼으니 나머지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갈 터였다.
그렇게 다음 행성은 어떤 곳으로 침략할까 고민에 잠겨 있던 사이.
“민우 님, 축하드려요.”
“드디어 ‘라이거’ 행성 침략을 끝냈네.”
“…축하해.”
“이렇게 빨리 행성을 침략하다니, 민우를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이렇게 빨리 침략할 수 있는 건 전부 얘들 덕분이지.’
혼자서, 하려고 했다면 3분의 1도 침략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고마워. 앞으로 9,999개의 행성도 힘내서 침략해 보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목표를 상기시키자.
“네?”
“…응?”
“뭐라고?”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진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정민우의 물음에 비너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분명, 1,000개가 목표이지 않았나요?”
“생각해 보니 1,000개는 너무 적은 것 같아서 10,000개로 늘렸어.”
“10,000개의 행성을 100년 내로 침략하는 게 가능한 건가요…?”
“계산해봤는데, 지금 속도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더라고.”
“아….”
“그러니, 딱 100년만 고생해줘.”
100년.
마계의 시간 축으로 100년이지, ‘다이닉’ 행성 시간 축으로 따지면 2,000년이라는 시간이었다.
“…알겠어요.”
늘 긍정적인 비너스도, 앞으로의 미래가 그려졌는지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엄청 바쁜 미래가 그려지네.”
“악마가 과로사로 죽은 사례는 없지?”
“민우는 악덕 악마야,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만 개는 허들이 높아 보였는지 질린 기색을 내비쳤다.
‘라이거 행성을 침략하면서 한숨도 쉬지 못했는데, 만 개의 행성을 침략해야 한다고 하니 까마득해 보이겠지.’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하게 마왕이 되려면, 어쩔 수 없지.’
변수조차 없애려면 최대한 많은 행성을 침략해야 했기에 힘들더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작정 시키면 그러니, 희망적인 얘기도 해줘야겠지?’
너무 희망없이 굴리기만 한다면, 의욕이 꺾일 수 있기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희망적인 얘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래도, 지금 고생하는 게 나을걸?”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무슨 뜻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려왔다.
“너희들이 마왕의 권좌에 도전할 때 돼서 준비하는 것보다. 지금, 준비하는 게 훨씬 낫잖아.”
즉, 행성을 같이 공유하니 나중에 권좌에 도전할 때 침략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타락한 고등생물이 경험을 쌓아 더 성장하게 되면, ‘행성 전쟁’은 이긴 것과 마찬가지지.”
세 가지 증명 방식 중 하나를 이기고 들어가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돼서 준비하는 것보다 지금 준비하는 게 낫기는 하죠.”
“나중에 편해진다면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나중을 위해서.”
“듣고 보니,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개굴개굴.”
정민우의 설명에 마교회 멤버들의 낯빛이 밝아졌다.
“힘내보죠.”
“가보자!”
“…화이팅!”
“100년만 고생해보자고. 개굴개굴!”
그리고 마교회 멤버들은 의기투합을 하며, 의지를 다져 보였다.
144화 윌리엄 (1)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조사한 행성 중 10개를 추려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정도 행성이면, 어렵지 않게 침략할 수 있겠지.”
추리는 작업도 끝났겠다. 이제 고등생물을 불러볼까 생각하던 그때.
“민우 님.”
“응?”
행성 리스트를 정리하던 비너스가 말을 걸어왔다.
“저희 전력이 인간, 엘프, 몬스터 이렇게 셋으로 나뉘지 않나요?
“그렇지?”
“3개씩 나눈다고 하면 1개가 남을 텐데, 이건 누구한테 줄 생각이시죠?”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남은 하나는 우리가 침략할 거야.”
정민우의 대답에 비너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행성 포탈 이용권’ 10개를 구매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요?”
그녀의 말대로 악마는 ‘행성 포탈 이용권’ 없이도 행성을 침략하러 갈 수 있기에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그건 따로 쓸데가 있어서 말이야.”
“따로 쓰실 데가 있으시다고요?”
“응, 우리가 처음 침략했던 행성 기억나?”
“‘유레인’ 행성 아닌가요?”
“맞아, 우리가 처음으로 침략했던 ‘유레인’ 행성하고 ‘라이거’ 행성을 연결할 생각이거든.”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곳 행성과 시간 축을 같게 만들 생각이시로군요?”
“정확해.”
현재, 유레인 행성의 시간 축은 마계와 같았기에 행성을 침략하는 데 활용하기가 모호했었다.
‘마계와 시간 축이 같으면, 100년 안에 5개 행성을 침략하는 것도 힘들지.’
그러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두게 되었으나.
‘이제는 달라졌지.’
‘행성 포탈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라이거’ 행성이 ‘다이닉’ 행성의 시간 축과 같아진 것처럼, ‘유레인’ 행성 또한 시간 축을 같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 오랜만에 윌리엄도 볼 수 있게 되는 거네요.”
비너스는 잠시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윌리엄의 이름을 언급해왔다.
윌리엄.
양성소 시절, 실습에 나가면서 첫 번째로 타락시킨 고등생물이면서 ‘천재’라는 ‘전대미문’의 재능을 가진 인간.
‘몇백 년 만의 들어보는 것 같은데?’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정민우는 반가움을 느끼는 동시에 얼마나 성장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처음으로 타락시킨 고등생물인 만큼, 애정이 많이 갔던 녀석이지.’
또한, 능력도 출중했기에 이뻐할 수밖에 없는 녀석이었다.
“이야, 윌리엄?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몇백 년 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야.”
“그때는 생도 신분이었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개굴개굴.”
옆에서 얘기를 듣던 마교회 멤버들도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다들 추억 회상에 잠기던 그때.
“그러면, 민우 님은 이번 침략에서 빠지시는 건가요?”
비너스가 행성 침략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왔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 ‘유레인’ 행성을 연결하고. 고등생물들을 준비시켜서 ‘라이거’ 행성에 넘어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거든.”
“…민우 님, 없이 침략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이번 침략에서 빠진다고 하니, 비너스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긴 해.”
“민우가 빠진 다라… 개굴개굴.”
그리고 마교회 멤버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얼굴에 근심이 자리했다.
‘많이 불안한가 보네.’
그들의 반응에 정민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수백 년 동안 붙어 있다가 떨어진다고 하니, 불안할 만도 하겠지.’
평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으니 자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보모처럼 옆에 붙어 있을 수 없는 노릇이기에 꼭 필요한 과정 중의 하나였다.
‘그래도 고등생물을 타락시키는 것만으로 행성을 침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지원을 해주는 것이 좋겠지.’
자신이야, ‘천안’을 통해 고등생물의 ‘재능’을 볼 수 있지만, 마교회 멤버들은 아니었기에 몸소 부딪치며 재능이 뛰어난 마인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다른 악마들도 행성을 침략하는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저번에 타락시켰던 비둘기도 투입할 거니까. 잘만 이용하면 침략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6품 비둘기 한 명과 9품 비둘기 수백 명을 투입한다고 하니.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정도 인원이 투입되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것 같네요.”
비너스가 다소 안심된 표정으로 대답해왔다.
“그럼, 얼추 얘기도 끝났으니 고등생물들을 불러보도록 할까?”
“좋아요.”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선정한 행성 리스트를 나눠주기 위해 고등생물들을 호출했다.
* * *
호출받은 고등생물들은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
“악마님들을 뵙습니다.”
“주인님과 다른 악마님들을 뵈어요.”
“주인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엘비스, 세계수, 고브의 인사에 정민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침략에 수고가 많았다.”
노고를 치하하는 말에 셋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해준다니 고맙군.”
정민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비너스에게 시선을 옮기자.
“받으세요.”
비너스가 고등 생물들에게 다가가 행성 리스트를 나눠줬다.
“이것은…?”
엘비스의 물음에 비너스가 행성 리스트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여러분이 새롭게 침략할 행성들이에요.”
“새로운 행성….”
“네, 그중에 마음에 드는 행성을 선택해서 침략하면 됩니다.”
엘비스는 9개의 행성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본 뒤.
“여러분도 확인하시죠.”
세계수와 고브에게 행성 리스트를 넘겨줬다.
그렇게 세계수와 고브도 행성 리스트 확인을 끝내자.
“서로 논의를 통해 침략할 행성을 정하도록 해라.”
정민우는 행성을 선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셋은 잠시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뒤.
“““선택을 마쳤습니다.”””
각자 3개의 행성 리스트를 나눠 가졌다.
어떤 행성을 나눠 가졌는지 보고를 받은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보상이 없으면, 흥이 안 날 테니 침략을 첫 번째로 마치는 자에게는 상응하는 보상을 내리도록 하지.”
원하는 보상을 들어주겠다는 말에 엘비스, 세계수, 고브의 눈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그럼, 행성을 침략하기에 앞서 엘비스? 앞으로 나오도록.”
정민우의 호명에 엘비스가 공손한 자세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른 이들은 격을 뛰어넘는 힘을 얻었으니, 너 또한 동등한 힘을 부여해야겠지.”
“…감사합니다.”
마기를 하사한다는 말에 엘비스가 감격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엘비스는 격이 높으니, 고브만큼의 마기는 필요 없겠지.’
정민우는 엘비스를 향해 적당한 양의 마기를 나눠주자.
【격이 높은 상태에서 고위 악마의 마기를 하사받았습니다】
【하사받은 마기의 질이 높습니다】
【격이 상승해 ‘필멸자’의 굴레에서 미약하게나마 벗어나게 됐습니다】
【주종 관계가 유지되는 한 ‘노화’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주인인 ‘정민우’가 죽기 전까지 ‘수명’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재능이 고유 특성으로 바뀝니다】
【새로운 고유 특성이 추가됩니다】
눈앞의 시야를 가릴 정도의 무수한 메시지 창이 떠오르더니.
화르륵―
엘비스 몸에 검은 불꽃이 휩싸였다.
“으아아아아악!!!”
고통이 상당했는지, 몸을 감싸 안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 바뀐 정보를 확인해볼까?’
매번 있던 일이었기에 정민우는 엘비스의 비명을 흘려넘기며,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천안’을 사용했다.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그러자 메시지 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엘비스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엘비스 녹슨
성별 : 남성
나이 : 145살
〈세부 정보〉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솔로몬】, 【황제】
현재 감정 : 괴로움
‘효과가 어떤지 봐볼까?’
정민우는 바뀐 ‘솔로몬’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고유 특성을 클릭했다.
【솔로몬】
뛰어난 지혜, 뛰어난 판단력, 뛰어난 정신력이 늘 함께한다.
전의 효과와 비교했을 때, ‘뛰어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에 불과했지만.
‘…미쳤군.’
그 수식어 하나로 받는 효과가 수직으로 상승하게 되었다.
‘뛰어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니 전보다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것은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러면, 다음 고유 특성은 어떨지 궁금해지는데?’
새롭게 얻은 ‘황제’ 고유 특성은 어떨까 기대하면서 효과를 확인해봤다.
【황제】
― 황제에게 선택받은 100인은 무력과 지력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 간부는 수명이 4배 병사는 수명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 간부는 마기의 친화력이 대폭 상승하고 병사는 마기의 친화력이 소폭 상승하게 된다.
― 간부는 전투 시 전투력이 대폭 상승하고 병사는 전투력이 소폭 상승하게 된다.
‘…이건 그냥 엘비스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인데?’
제국의 황제인 엘비스에게 특화된 효과.
마기를 나눠주기 전에는 제대로 침략할 수 있을까 다소 걱정했지만.
‘침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새롭게 얻은 효과를 보니, 부질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그렇게 고유 특성 확인을 끝내고 엘비스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치이익―
“…하아, 하아, 하아.”
때마침, 검은 불꽃이 사그라들며, 엘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은 변한 것이 없네.’
고브와 세계수처럼 외관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엘비스는 그전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몸은 어떻지?”
엘비스에게 다가가 상태에 관해 묻자.
“최상입니다.”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해왔다.
“다행이군.”
상태에 문제없다는 것을 확인한 정민우는 엘비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새로 얻은 힘으로 많은 행성을 침략할 수 있도록 해라.”
“악마님께서 만족하실 결과를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엘비스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공을 세우겠다고 확언을 해왔다.
“기대하도록 하지. 그럼, 행성 침략을 시작해보도록 할까?”
이후 정민우는 마왕 상점창을 이용해 10개의 ‘행성 포탈 이용권’을 구매하고 각 행성에 맞춰 좌표를 설정했다.
“준비되면, 포탈을 넘어 침략을 시작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엘비스, 세계수, 고브는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면,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침략 준비를 마치고 다시 오도록 할게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엘비스, 세계수, 고브는 각자 선택한 행성에 인원을 파견시킨 뒤, 침략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고등생물들이 떠난 뒤.
‘나도 이제 가볼까?’
정민우는 ‘유레인’ 행성에 슬슬 가보기로 했다.
“다녀올게.”
마교회 멤버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다녀오세요.”
“…잘 다녀와.”
“침략은 우리에게 맡기고 잘 다녀오라고.”
“민우, 우리 안부를 전해주는 거 잊으면 안 돼! 개굴개굴.”
손을 흔들어주며, 배웅을 해줬다.
마교회 멤버들에게 배웅을 받은 정민우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임과 함께.
뚜벅, 뚜벅, 뚜벅.
곧장 포탈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145화 윌리엄 (2)
부푼 기대를 안고 포탈 밖으로 벗어나자.
‘제대로 도착했네.’
마인 제국의 외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풀숲에서 벗어나, 마인 제국 안으로 들어가니.
‘여전하네.’
떠나기 전에 봤던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변하지 않은 건 아니네.’
하나, 변한 게 있다고 한다면.
‘저 석상은 떠날 때 완공되지 않았으니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의 모습을 본뜬 석상이 완공된 상태로 도시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현을 꽤 잘해놨는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실물과 나름대로 흡사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비너스의 아름다움은 담아내지 못했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10분 1조차 석상에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관리가 잘 되어 있네.’
석상에 먼지 한 톨 내려앉지 않은 것을 보니, 철저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석상 구경은 끝났으니, 바로 황실로 이동해보도록 할까?’
정민우가 황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음?’
도시에서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느낌은….’
이전 파콘 제국에서 느꼈던 이질감과 같은 느낌.
고개를 돌려, 고등생물을 바라보니.
‘역시나.’
얼굴에 생기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파콘 제국 때처럼, 같은 일을 겪고 있나 보네.’
이미, 경험한 바가 있기에 고등생물들이 생기 없는 얼굴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료함.
평화가 도래하며 호황을 맞았지만, 목적을 잃어버리며 극심한 무료함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이 문제는 해결 방법이 상당히 간단하지.’
새로운 행성을 침략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터였다.
‘윌리엄에게 얘기를 꺼낼 명분이 하나 생겼네.’
행성 침략에 관해 어떤 식으로 얘기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명분으로 들이밀면 나름대로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좋은 것은 윌리엄도 무료함을 느끼는 것인데….’
윌리엄은 마인이라고 하기엔 워낙 심성이 고운 아이기에 무료함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이뤄냈으니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얼마나 심성이 고왔으면, 마인이 되고서도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겠는가?
‘만약, 침략에 참여하는 것을 원치 않으면 다른 고등생물만 끌어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겠지.’
명령을 내려 강제적으로 행성을 침략하게 만들 수 있으나.
억지로 움직이면, 효율 자체가 떨어지기에 별로 좋은 방식은 아니었다.
‘그랬다가는, 괜한 반발심만 생길 뿐이지.’
또한,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정민우는 자신의 명령으로 윌리엄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윌리엄이 침략하기를 원한다면 두 팔 뻗고 환영하겠지만 말이야.’
‘천재’라는 재능을 지닌 아이니, 침략에 가담하겠다고 하면, 엄청난 활약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일단, 황실로 빨리 가볼까?’
고등 생물에게 시선을 거둔 뒤, 정민우는 다시 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마인 제국 알현실.
그곳에 한 인영이 옥좌에 앉아 상념에 잠겨 있었다.
‘…무료하군.’
그 인영은 바로. 악마의 사랑을 받아 황제의 자리로 오르게 됐다고 알려진 ‘윌리엄’이었다.
6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폭풍 같은 성장을 이뤄냈는지, 윌리엄의 모습은 180도 바뀌어 있었다.
먼저, 키는 185cm 이상 성장해 있었고.
그동안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떡 벌어진 어깨와 함께 온몸에 근육이 가득 차 있었다.
또한, 얼굴에 자리했던 젖살이 빠지면서, 외모 역시 완전히 만개하게 되었다.
‘…한창, 전쟁을 치르던 시절이 좋았지.’
하지만, 모습만 바뀐 것이 아닌지, 특유의 밝은 분위기는 사라지고 권태로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이루면,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처음 3년은 윌리엄 또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질리기 시작했다.
4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는 훈련에 매진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찾아봤으나 공허함만 점점 커질 뿐이었다.
‘그리고 깨닫게 됐지.’
왜 이런 공허함을 느끼나 고민한 결과. 윌리엄은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강한 상대와 싸우고 싶었던 거야.’
강한 상대와의 전투.
강한 자와의 싸움을 통해 그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와 호각을 겨룰 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
강자를 찾아다녀 봤지만, 다들 한방에 나가떨어져 버리면서 만족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종국엔 모든 것에 질려 가끔 훈련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옥좌에서만 보내게 됐다.
‘이 무료함은 악마님만이 달래줄 수 있다.’
윌리엄은 자신의 무료함을 달랠 줄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악마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옥좌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어찌 됐건 빨리 오셨으면 좋겠군.’
그렇게 윌리엄은 눈을 감아 보이며, 옥좌에 앉은 채 잠을 청했다.
* * *
윌리엄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하던 당시.
‘윌리엄… 훌륭하게 타락했구나!’
정민우는 알현실 내부에서 윌리엄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얼굴에 권태로움이 가득한 모습에 의문이 들었으나.
‘너 또한, 엘비스와 같은 절차를 밟는구나.’
‘심안’을 통해 생각을 읽으니, 윌리엄의 상황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강한 무력을 얻었는데 가만히 있기는 힘들었겠지.’
강한 무력을 얻으면 사용해보고 싶은 것이 고등생물의 심리이기에 오히려 평화가 곤욕스럽게 느껴질 터였다.
‘그건 그렇고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좋게 흘러가네.’
정민우가 걱정했던 우려와는 달리, 그저 기우에 그치게 되었다.
‘이러면, 따로 설득할 필요가 없겠어.’
지금 상태를 보니, 행성 침략에 관해 운을 떼기만 해도 하겠다고 대답해올 것만 같았다.
‘그럼, 행성 침략에 관한 문제는 해결됐으니, 윌리엄이 얼마나 강해졌나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6년 반 동안 윌리엄이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안’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기 총량을 봐보니.
‘…장난 아니잖아?’
윌리엄이 상당한 성장을 이뤄낸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때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는 총량이 더 늘어났는데?’
괜히, ‘천재’라는 재능을 지닌 것이 아닌지, 윌리엄이 이뤄낸 성취는 엄청났다.
‘이 정도면… 마기를 하사받기 전의 엘비스 수준인데?’
그 당시에 품계가 낮아 마기의 질이 다소 낮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윌리엄이 성장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격을 한 번 더 뛰어넘게 되면 장난 없겠는데?’
정민우는 여기서 윌리엄이 한 번 더 격을 뛰어넘게 된다면, 부하 중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존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윌리엄, 너는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구나.’
정민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길 잠시.
‘정보도 확인해볼까?’
이참에 윌리엄의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어서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윌리엄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윌리엄
성별 : 남성
나이 : 20살
〈세부 정보〉
성향 : 악(惡)
재능 : 【천재】
현재 감정 : 무료함
‘올해로 20살이라, 육체적인 성장은 모두 마쳤겠네.’
확인을 끝낸 정민우는 정보창을 닫은 뒤.
‘날 간절히 찾는 것 같은데 모습을 드러내 볼까?’
윌리엄 앞에 모습을 드러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려는 찰나.
벌컥―
알현실 안으로 5명의 인영이 안으로 들어왔다.
‘…음?’
낯익어 보이는 얼굴들에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
윌리엄과 같이 타락시켰던 아이들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얘네들도 몰라보게 성장했네.’
훌륭하게 자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세바스, 위트니, 아론, 올리버, 비앙카.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머릿속에서 절로 이름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제법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네.’
자신과 계약한 세바스는 어리숙했던 예전 모습은 온전히 사라지고 지적인 남성으로 성장해 있었다.
‘위트니는 몸이 꽤 튼튼해 보이고 말이야.’
아누비스와 계약한 위트니는 건강미 넘치는 여성으로 성장해 있었고.
‘아론은 옛날과 다르게 엄청나게 성장했고.’
로크와 계약한 아론은 과거 빈약했던 몸에서 우락부락한 몸으로 변해 있었다.
‘올리버는 옛날이랑 판박이네.’
그리고 엘린과 계약한 올리버는 키만 컸지 허약해 보이는 건 똑같았다.
‘비앙카는 외모가 완전히 물올랐네.’
마지막으로 비너스와 계약한 비앙카는 인형 같은 모습 그대로 성장하며, 아름다움을 꽃 피웠다.
‘얘들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까?’
이참에 얘들도 확인해보기로 하며, ‘마안’을 사용해 마기의 총량을 보니.
‘호오, 윌리엄보다는 아니지만 꽤나 강해졌잖아?’
윌리엄과 비교할 바는 못됐지만, 그때와 비교했을 때 수십 배의 총량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엘비스 밑에 있는 부하들과 비교하자면, 얘들이 조금 더 강하려나?’
단, 6년 반 만에 이뤄냈다고는 믿기지 않는 성취.
‘진짜, 괴물들이 여기에 모여 있었네.’
정민우는 이들이 침략에 나서면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을 보며 감탄을 터뜨리던 그때.
“…오빠, 언제까지 옥좌에만 앉아 있을 거야.”
비앙카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윌리엄에게 말을 걸어왔다.
“계속 거기에만 앉아 있을 거야?”
이어지는 물음에 윌리엄이 눈을 지그시 떠 보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앉아 있지 않고 뭐할까?”
“…….”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비앙카가 입만 뻐금거리자.
“답답하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악마님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윌리엄이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때가 되면 어련히 나타나시겠지.”
“혹시, 악마님에게 버려진 건 아니겠지…?”
비앙카가 초조한 기색으로 불안감을 드러내자.
“아니, 절대 그런 일을 없을 테니까. 그런 말은 입에도 담지 마.”
윌리엄이 고개를 내저으며, 비앙카의 말을 부정했다.
“겨우 6년 반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악마님이 얼마나 실망하시겠어?”
“…미안, 생각이 짧았어.”
“악마님은 초월적인 존재이시니, 우리와 시간 개념이 다를 수가 있어. 그러니까 조급하게 굴지 말고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도록 노력해봐.”
침울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네는 윌리엄이었지만.
【정말… 악마님에게 버려진 것은 아니겠지?】
정작, 속으로는 가장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부, 정신이 한계에 내몰려 있는 상태였네.’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정민우는 아이들의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짧은 기간이기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걸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정민우는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온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이제 진짜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할까?’
불안에 떠는 모습을 지켜보는 취미는 없었기에 정민우는 이만 아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다.
146화 윌리엄 (3)
알현실 내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던 그때.
스으으―
어디선가 스산한 검은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안개에서 느껴지는 마기.
“…이건?”
윌리엄은 그토록 바라왔던 악마님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안개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뚜벅, 뚜벅, 뚜벅.
한 인영이 그곳에서 걸어 나왔다.
흑발의 머리에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
황금색과 빨간색 눈동자, 이어서 엉덩이 쪽에 난 삼지창의 꼬리.
그 모습을 본 윌리엄은 눈을 크게 치켜뜨는 동시에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아, 아….”
낭떠러지와 같은 인생을 구원해주고 막강한 힘을 선사한 존재.
자신의 주인인 악마님이었다.
“악마님!”
윌리엄은 옥좌에서 일어나 정민우에게 다가가자.
“오랜만이군, 한데 다들 표정들이 좋지 않군?”
정민우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윌리엄은 황제라는 직함을 잊은 것인지, 체통을 벗어던지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 전까지 권태로움이 가득했던 얼굴이라고 믿기지 않을 밝은 미소.
“““악마님!”””
정민우를 발견한 다른 아이들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제야, 조금 볼만한 얼굴을 하는구나.”
“““…헤헤.”””
아이들은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서 정말 신기했던 것은, 그저 평범한 말 한마디에 불과할 터인데 무료함이라는 감정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못 본 사이에 멋지게 훌쩍 자랐구나.”
정민우의 칭찬에 아이들은 부끄럽다는 듯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도시 중앙에 있던 석상도 잘 봤다. 꽤 우리와 비슷하게 조각했던데?”
“석상을 보셨군요!”
“봐야지, 떠나기 전에 석상을 보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말이야.”
“…악마님.”
윌리엄은 정민우가 약속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동이 벅차올랐다.
“그건 그렇고. 분위기가 상당히 어둡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정민우의 물음에 윌리엄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얘기하자면, 조금 긴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다. 누구의 일도 아니고 너희들의 일인데 시간은 얼마든지 할애할 수 있지.”
“그럼, 설명하도록 할게요.”
이후 윌리엄은 6년간 있었던 일과 왜 무료함을 느끼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이렇게 무료함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윌리엄이 설명을 끝마치자. 정민우가 턱을 쓸어 보이고는.
“마침, 너희에게 제안할 게 있는데 그것이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을 것 같구나.”
행성 침략에 관한 주제를 꺼내 들었다.
“무료함을 달래줄 거요?”
“현재, 다른 마인들과 몬스터들이 행성 침략을 이어가고 있거든.”
침략.
상당히 자극적인 단어에 윌리엄을 포함한 아이들에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행성 침략이요?”
“만약, 원치 않는다면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하고 싶어 하는 녀석들은 차고 넘쳤으니.”
침략 활동을 하고 싶은 이가 넘쳐난다는 말에.
‘무조건해야 한다!’
윌리엄은 절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이걸 놓친다면, 다시 무료한 삶을 보내게 될 거야.’
주변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자.
끄덕―
아이들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고개를 끄덕여왔다.
“하겠습니다. 아니, 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결단을 마친 윌리엄은 정민우의 제안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받아들였다.
“그 선택 후회하지 않을 거다.”
“당연하죠! 악마님의 제안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요!”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윌리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지금 당장 병력을 준비하러 가보도록 할게요.”
윌리엄이 당장에라도 알현실을 나갈 것만 같은 행동을 취하자. 정민우가 제지하며 말했다.
“아니, 너희가 투입되는 건 다른 마인들과 몬스터들이 침략을 마치고 돌아온 뒤부터다. 그러니,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투입될 거라는 소리에 윌리엄이 다소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행성을 침략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힘이 있어야 할 테니, 네게 마기를 하사하도록 하지.”
하지만, 이어지는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강한 힘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지만.
‘마기를 하사받을 정도로 적이 강하다 이거지?’
무엇보다도 강적과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쁘게 느껴졌다.
“마기 하사는 언제 하실 예정인가요?”
“지금 당장.”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가 손을 내저으며, 마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 * *
‘마기를 하사받기 전의 엘비스와 수준이 비슷하니, 같은 양으로 나눠주면 되겠지?’
정민우는 윌리엄을 향해 적당한 양의 마기를 나눠주자.
【격이 높은 상태에서 고위 악마의 마기를 하사받았습니다】
【하사받은 마기의 질이 높습니다】
【격이 상승해 ‘필멸자’의 굴레에서 미약하게나마 벗어나게 됐습니다】
【주종 관계가 유지되는 한 ‘노화’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주인인 ‘정민우’가 죽기 전까지 ‘수명’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재능이 고유 특성으로 바뀝니다】
【새로운 고유 특성이 추가됩니다】
눈앞의 시야를 가릴 정도의 무수한 메시지 창이 떠오르는 동시에.
화르륵―
윌리엄의 몸에 검은 불꽃이 휩싸이기 시작했다.
“크윽!!!”
고통이 상당했는지, 윌리엄은 바닥에 엎어지며 신음을 흘렸다.
““오빠!””
“““형!”””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윌리엄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문제없으니, 다가가지 마라.”
정민우는 아이들에게 손을 뻗으며, 다가가지 못하게 저지했다.
“죄송해요. 순간 놀라서….”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비앙카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사과의 말을 올렸다.
“괜찮으니, 옆에서 지켜보도록.”
“네, 악마님의 말을 따를게요.”
정민우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거둔 뒤, 바닥에 엎어진 윌리엄을 바라봤다.
‘소리를 크게 지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참는데?’
마기의 질이 높은 만큼 동반하는 고통도 상당할 텐데, 윌리엄은 나름대로 잘 참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천재는 다르다 이건가?’
고통에 힘겨워하는 와중에 입가에 미소가 맺힌 것을 보니, 괜히 천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저러고 있을 테니 바뀐 정보나 봐볼까?’
윌리엄을 바라보며,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윌리엄
성별 : 남성
나이 : 20살
〈세부 정보〉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천인】, 【신도】
현재 감정 : 환희
‘천재에서 천인으로 이름이 바뀌었네. 효과는 어떨지 봐볼까?’
정민우는 이름이 바뀐 ‘천인’ 효과를 확인해보기로 하며, 고유 특성을 클릭했다.
【천인】
재주와 용모가 비상하게 뛰어난 자. 어떠한 분야든 하늘에 맞닿을 정도의 천부적인 능력을 선보인다.
‘…이건 그냥 괴물이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천재’도 상당히 사기적인 효과였으나. ‘천인’은 그것을 뛰어넘는 미친 효과였다.
‘…이러다가 불멸자의 경지까지 넘보는 거 아니야?’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하늘에서 내린, 아니 우주에서 내린 고유 특성은 그것을 가능케 만들 정도로 사기적이었다.
‘아직은 엘비스보다는 못 미치겠지만, 이것도 금방 시간이 해결하겠지.’
‘솔로몬’도 사기적인 고유 특성이었으나. ‘천인’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됐다.
‘이거 엘비스가 꽤 분발해야겠는데?’
정민우는 둘이 경쟁하면서 성장할 것을 생각하니, 절로 흐뭇한 감정이 들었다.
‘이제 다른 고유 특성도 확인해볼까?’
과연, ‘천인’ 다음으로는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기대하며, ‘신도’ 고유 특성을 확인해봤다.
【신도】
‘정민우’에게 끝없는 믿음을 보낸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신념이 무너지지 않는다.
‘음?’
효과를 확인한 정민우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효과가 왜 이래?’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효과.
‘이런 방식으로도 고유 특성이 만들어지나…?’
그저 자신을 믿는 것밖에 없는 효과인데, 고유 특성이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좋은 효과인 건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에게는 꽤 좋은 효과인 것 같았다.
‘어떠한 짓을 해도 믿는다는 소리잖아?’
이 말인즉슨, 어떠한 명령을 내려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명령을 내리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확인을 마치고 정보창을 닫던 그때.
치이익―
검은 불꽃이 사그라들며, 윌리엄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윌리엄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신의 몸을 훑어봤다.
“몸에서 힘이 솟구치네요.”
새롭게 얻은 힘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만족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구나.”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이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말했다.
“미천한 저에게 과분한 힘을 하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미천했다면 그런 힘을 내리지 않았겠지.”
“아, 아….”
미천하지 않다는 말에 윌리엄이 감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악마님, 한 가지 청을 올려도 될까요?”
“어떤 거지?”
“악마님과 대련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뭐?”
예상치 못한 청에 정민우가 당혹감을 드러내자.
“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윌리엄이 대련하고 싶은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왔다.
‘이런 부탁은 처음이라 그런지, 당혹스럽네.’
마교회 멤버들에게는 자주 대련 요청을 받았지만, 고등 생물한테는 처음 있는 일.
‘고등생물하고 대련이 성립될 수가 있나?’
잠시 생각에 잠기자.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긴 한데.’
대련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침략한 행성이니, 문제없이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대련 또한 가능할 터였다.
‘…성립된다고 해도 정상적인 대련이 가능하려나?’
악마는 고등생물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힘을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악마와 고등생물이 싸웠던 경우를 떠올려봤지만.
‘3품 악마들이 고등생물과 싸웠던 일이 있기는 한데….’
힘이 제약된 상태로 싸운 것이었기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난 1품이기도 하니까.’
또한, 마왕들도 일부의 힘으로만 현신할 수 있기에 이 또한 판단 내리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힘을 제약받았으면 힘 조절하기 편할 텐데 말이야.’
거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들어주는 게 좋겠지?’
윌리엄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고 있자니, 차마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 받아주자. 힘 조절은 가볍게 새끼손가락으로 찌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알아가면 되겠지.’
정민우 또한, 고등생물과 대련하는 것에 호기심이 동했기에 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다. 한번, 대련을 해보도록 하지.”
대련을 승낙하겠다고 말하자.
“감사합니다!”
윌리엄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서 어디서 대련할 것이냐고 묻자.
“근처 숲에서 하는 게 어떨까요?”
연무장이 아닌 숲에서 대련하자고 제안해왔다.
윌리엄의 말에 잠시 의문을 느꼈으나.
‘하긴, 연무장에서 대련한다면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겠지.’
이내, 이유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말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숲으로 안내하도록 해라.”
“네!”
이후 정민우는 윌리엄과 대련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숲으로 곧장 향했다.
147화 윌리엄 (4)
근처에 자리한 숲속에 도착한 뒤.
“준비가 끝나면, 얘기하도록.”
“알겠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 부딪친다…!’
강대한 힘을 하사할 정도라면, 분명 악마님의 무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었다.
‘내 억지를 들어주신 만큼,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야만 해.’
청을 들어주셨는데, 대련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면 분명 실망하실 것이었다.
‘…이 긴장감, 얼마 만에 느끼는 거지?’
생각해 보니, 황제가 된 이후 처음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어….’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와 대련할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오히려 좋아.’
하지만, 그 기분이 오히려 윌리엄을 흥분시키는 자극제가 되었다.
‘…악마님과 오래 대련을 하고 싶은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악마님이 전력을 다하시진 않을 테니, 운이 좋다면 10분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슬슬 힘을 끌어올려 볼까?’
윌리엄은 몸을 푼 뒤, 마기를 운용해 전신에 휘감았다.
쿵――
바닥이 진동하는 동시에.
파스스―
숲에 자리한 나무들이 진동하며 미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와.”””
대련을 관전하기 위해 저 멀리 자리하고 있던 아이들은 윌리엄의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빠의 힘이 말도 안 되게 늘었어….”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단신으로 모든 국가를 상대할 수도 있겠는데?”
“이젠 다 같이 덤벼도 승산이 없을 것 같네.”
그리고 아이들은 윌리엄 몸에 넘실거리는 마기를 보며, 나지막하게 감탄을 터뜨렸다.
‘힘이 장난 아니야.’
윌리엄 또한, 아이들처럼 하사받은 힘에 감탄하기 바빴다.
‘이 힘이라면 30분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신이 봐도 상당히 오만한 생각이었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후… 준비됐습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얘기하자.
“그럼, 바로 덤벼오도록.”
정민우는 한 손을 치켜든 뒤, 손가락을 까닥였다.
“알겠습니다.”
윌리엄은 허리를 숙이며,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더니.
“갑니다!”
발을 박차며, 정민우를 향해 달려나갔다.
파―――――앙!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윌리엄은 순식간에 정민우 앞에 도착했다.
“공격하겠습니다!”
그리고 마기가 넘실거리는 주먹을 정민우의 안면을 향해 내질렀다.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바라보고 있던 정민우는.
‘너무 느려.’
너무나도 느린 속도의 공격에 심한 따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필멸자 한에서는 윌리엄의 속도를 눈으로 좇을 자가 없겠지만.
불멸자인 악마에게는 그저 굼벵이가 기어가는 속도로 보일 뿐이었다.
‘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정민우는 느리게 다가오는 주먹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공격을 맞아볼까?’
잠시, 윌리엄의 공격을 허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야, 그래도 악마의 체면이 있는데 공격을 당하는 건 조금 그렇지.’
체면이 살지 않을 것 같아 금세 생각을 철회했다.
‘그럼, 반격해볼까?’
정민우는 한 손을 들어 올린 뒤.
‘새끼손가락으로 시작해볼까?’
다른 손가락은 접은 채, 새끼손가락만 펴 보였다.
‘날아오는 주먹을 받아치는 것이 좋겠지?’
정민우는 날아오는 주먹에 새끼손가락을 가져다 댄 순간.
꾹―
“!!!”
윌리엄의 얼굴에 경악이 휩싸이더니.
우드르두두둑드르륵―!
푸―――확!
팔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터져 나왔다.
‘어?’
생각 이상의 효과에 당혹감을 느끼던 찰나.
우드르두두둑드르륵―!!!
끝이 아니었다는 듯, 팔을 이어 전신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푸――――――확!
곧이어 전신에 피 분수가 터졌다.
‘…어?’
또한,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는 듯.
“!!!”
윌리엄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지끈―
우지끈―
우지끈―
우지끈―
우지끈―
셀 수 없을 정도의 나무를 부수며, 날아간 결과.
콰――――앙!
거대한 바위에 몸이 박히고 나서야, 날아가는 걸 멈출 수가 있었다.
“끄어…….”
털썩―
윌리엄은 이내 정신을 잃고 고개를 떨구자.
““오, 오빠!!!””
“““형!!!”””
대련을 관전하고 있던 아이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윌리엄을 향해 달려나갔다.
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정민우는.
‘…힘의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고등생물과 악마의 차이를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
‘주먹을 휘둘렀으면 큰일 날 뻔했네….’
정민우는 자칫하다가 아끼는 마인을 죽일뻔했다는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인 하고는 대련하면 안 되겠어.’
윌리엄이 이 정도인데, 다른 마인들은 안 봐도 뻔했다.
‘괜히, 제약이 있는 게 아니었구나….’
만약, 9품 악마가 제약 없이 현신할 수 있었다면 모든 행성을 제패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마교회 멤버들에게도 주의를 시켜야겠어.’
자신이야 조심성이 있으니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한 거지, 아누비스였다면 무작정 대검부터 휘두르고 봤을 것이었다.
‘일단, 윌리엄의 상태를 살펴봐야겠지?’
정민우는 상념을 끊어내고 윌리엄이 날아간 곳으로 다가가니.
‘상태가 끔찍하네….’
온몸이 기형적으로 비틀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꺼질 것만 같은 위독한 상태.
‘…두 손가락을 공격했으면, 버티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했겠는데?’
이대로 놔둔다면, 목숨을 잃고 말 것이었다.
‘마기를 조금 더 나눠주는 수밖에 없겠어.’
윌리엄을 이대로 죽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마기를 나눠주기로 했다.
‘소량이면 되겠지.’
정민우는 윌리엄을 향해 소량의 마기를 나눠주자.
후――웅.
마기가 윌리엄의 몸에 깃들더니.
우직, 우직, 우직, 우직.
부서졌던 뼈가 맞춰지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위독한 상황은 넘겼네.’
남은 상처까지 완전히 회복시키려면, 마기를 더 하사해야 했지만
‘이 이상은 곤란하지.’
그랬다간 계획의 차질이 생기기에 나머지 상처는 시간에 맡기기로 했다.
“윌리엄을 황실 안으로 옮기도록.”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아이들은 정신을 차리며, 바위에 박힌 윌리엄을 빼내고 황급히 황실로 이동했다.
‘윌리엄이 회복에 전념하는 동안 애들이 병력을 준비한다면, 얼추 시간이 맞아떨어지겠네.’
이후 정민우는 아이들을 따라 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몇 달 뒤, 윌리엄은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데 성공했다.
‘크흑…!’
하지만, 전신이 망가진 상태였기에 몸을 정상적으로 가눌 수가 없었다.
‘…엄청 강하셨지.’
윌리엄은 자신의 몸을 살펴보던 중, 일격에 당해 기절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일격이라고 표현하기도 뭐하지….’
그저, 새끼손가락으로 ‘꾹’ 누른 것에 불과한 공격을 일격이라고 칭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었다.
‘죽지 않은 게 용할 정도야.’
공격에 당했을 때,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기에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줄 알았다.
‘진짜 오만했구나.’
악마님을 상대로 30분이나 버틸 것으로 생각했던 게 얼마나 오만했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앞으로 대련을 해주지 않으시겠지.’
손가락 누르기에 이렇게 되었으니, 경멸을 느껴도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씁쓸한 감정이 드는 것과 동시에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더 정진해야겠어.’
윌리엄은 앞으로 오만에 빠지지 말고 더 강해져야겠다고 다짐하던 그때.
“깨어났군.”
귓가에 악마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악마님?”
고개를 돌리니, 악마님이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뜻밖의 등장에 놀라는 것도 잠시.
“…죄송합니다. 괜한 객기를 부려서….”
윌리엄이 주눅이 든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
“아니, 네 잘못이 아니다. 나도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 몰랐으니까. 알았다면 대련을 승낙하지 않았겠지.”
그러자 악마님이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싱긋 미소를 지어왔다.
“…….”
화나지 않은 모습에 윌리엄은 안도감을 느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은 어떻지?”
악마님의 물음에 윌리엄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몸을 가누기가 힘드네요. 객기의 대가가 조금 컸나 봅니다.”
“회복하는데 10년 정도 걸릴 테니, 무리하지 말고 회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꽤 긴 시간이지만,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터였다.
“알겠습니다. 혹시, 애들은 어디에 갔는지 아시나요?”
“아이들은 병력을 꾸리러 갔다.”
“병력이요?”
“그래.”
악마님은 자신이 기절해 있는 몇 달간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줬다.
타 행성을 침략한다는 사실을 공문으로 보내니, 속국들이 두 팔 뻗고 환영한 것.
무료함을 느꼈던 마인들이 대거 군에 지원한 것.
“그리고 지금은 병력을 규합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네요.”
“진행이 빠르다고 한들, 병력의 수준이 낮으니 오랜 훈련을 받아야겠지.”
악마님은 자신과 아이들의 수준은 상당히 뛰어났지만, 그에 반면 다른 마인들의 수준이 너무나도 떨어진다고 말해왔다.
또한, 이대로 침략하러 간다면, 자신과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병력이 전멸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타 행성의 고등생물의 수준이 상당히 뛰어난가 보네요?”
“그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가장 큰 것은 힘을 제약받기 때문이지.”
“제약이요?”
“행성을 침략하는 자는 제약을 받아 본래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거든.”
악마님의 설명에 윌리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언제쯤 침략할 예정이죠?”
“딱, 네 몸이 회복된 10년 뒤쯤 되겠구나.”
“10년 뒤….”
윌리엄이 악마님의 말을 되뇌던 그때.
“나는 일이 있어 이만 가보도록 하마.”
바쁘신 일이 있는 건지, 이만 가보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아, 알겠습니다.”
“시간 나면 다시 찾아오겠다.”
“들어가세요, 악마님!”
그렇게 악마님이 떠나간 뒤.
윌리엄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에 잠겼다.
‘10년 동안 침상에 누워있는 건 너무 길어….’
이대로 누워만 있다간, 10년 뒤 출정을 나갈 때 전투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을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회복 기간을 앞당길 수 있을까?’
잠시, 고민에 잠긴 결과.
‘마기를 운용해 회복 속도를 올려볼까?’
제법 괜찮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해봐야겠어.’
윌리엄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마기를 운용하자.
“끄윽!?”
몸에 극심한 격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슨 고통이…?’
외상뿐만 아니라 내상까지 입었는지, 대검으로 온몸을 찔러 오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었지만.
‘…포기해서는 안 돼!’
미약하게나마 몸이 회복되는 게 느껴졌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5년 안에 무조건 회복을 마친다…!’
윌리엄은 무슨 일이 있더라고 재활을 5년 안에 마치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마기를 계속해서 운용해나갔다.
148화 윌리엄 (5)
그로부터 5년 뒤.
‘…전부 회복했다.’
윌리엄은 예상했던 기간보다 5년을 앞당기며, 상처를 전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후….”
침상에서 나와 기지개를 켜니.
우두둑―
뼈 소리가 나며, 개운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상태를 좀 볼까?’
전신 거울 앞으로 다가간 윌리엄은,
‘…미세하게 줄어들었어.’
근육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미세한 차이였지만.
‘훈련에 박차를 가해야겠네.’
근 손실, 그 자체만으로 마음에 들지 않은 윌리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기의 총량이 조금 늘어났다는 것이겠지.’
5년 동안 침상에 누워, 마기만 운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총량이 늘게 되었다.
‘회복도 다 했겠다. 오랜만에 목욕이나 하러 가볼까?’
평소, 시종들이 구석구석 몸을 닦아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윌리엄이 간단히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끼익―
“오빠, 잘 쉬고 있어?”
비앙카가 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
윌리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자.
“…서, 서 있다고?”
비앙카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오빠, 몸은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그녀의 물음에 윌리엄이 문제없다는 듯, 몸을 움직여 보이자.
“악마님께서 10년은 걸린다고 하셨는데, 5년 만에 회복을 전부 마쳤다고…?”
“침대에만 누워있으니 너무 지루해서. 회복하려고 많이 노력했지.”
비앙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윌리엄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너무 그렇게 만지면 조금 쑥스러운데?”
“아!”
윌리엄의 말에 비앙카는 정신을 되찾음과 함께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그, 그건 그렇고 어떻게 회복한 거야?”
그리고 황급히 화제를 돌리며, 회복한 방법에 대해서 물어왔다.
“간단해, 마기를 운용해서 회복을 앞당겼거든.”
“…마기?”
“그러니까 말이지…….”
5년 동안 어떻게 몸을 회복했는지 설명해주자.
“…그 고통을 참아내며 마기를 운용해서 몸을 회복시켰다고?”
비앙카가 입을 가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꽤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고통에 익숙해지더라고.”
“어휴.”
윌리엄의 말에 비앙카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훈련 상황은 어때?”
“나쁘진 않아,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실력이 상당히 늘었어.”
“병력의 평균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까?”
경지가 어디까지 도달했냐는 물음에.
“대부분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어.”
비앙카가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병력의 경지에 대해서 대답했다.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다라… 나쁘진 않다만, 좀 부족하네.”
5년 전, 악마님이 하셨던 이야길 떠올리면 전부 ‘소드 마스터’ 경지까지 올라야 행성 침략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하니, 겸사겸사 같이 굴리면 되겠지.’
윌리엄은 남은 5년 안에 병력의 경지를 ‘소드 마스터’까지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비앙카를 포함한 다른 이들의 경지도 한층 끌어올려야겠지.’
지금도 아이들의 무력은 상당히 뛰어났지만.
‘행성 침략이 그리 쉽지는 않을 테니까.’
힘이 제약된 상태에서 강자를 만나면 곤란했기에 경지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다른 애들은?”
“병력과 같이 훈련하고 있어.”
“그래? 알았어. 나는 목욕하고 갈 테니까. 너는 먼저 그곳으로 가 있도록 해.”
윌리엄은 곧장 목욕실로 향하려는 그때.
“…오빠도 오게?”
비앙카가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당연히 나도 가야지. 훈련을 안 한 지 꽤 됐으니까.”
“그래도 회복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며칠은 쉬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 그동안 쉰 것만으로 충분해.”
윌리엄의 굳은 의지에 비앙카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태까지 봐온 결과. 윌리엄은 한번 결단을 내리면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대신 무리해서 훈련하면 안 된다?”
“물론이지.”
“후,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응, 금방 따라갈게.”
비앙카가 나간 뒤, 윌리엄은 목욕실로 향해 목욕을 마친 뒤.
“오랜만에 몸을 좀 격하게 움직여 볼까?”
곧장 훈련장으로 향했다.
* * *
한편, 마교회 멤버들은 활발히 침략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효율적으로 침략하기 위해 같이 뭉쳐 다니는 게 아닌 각자의 구역을 정해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교회 멤버들은 각자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뤘는지 확인하는 자리를 가지기로 하며, 한 왕국의 회의실로 모였다.
“여러분이 맡은 구역의 성과를 보고해주세요.”
비너스의 말에 아누비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말할게.”
“네, 알겠습니다.”
“나는 3분의 1을 침략한 상태야.”
“괜찮은 속도네요.”
“응, 마인들을 필두로 타락하지 않은 고등생물들을 압박하고 있으니까. 머지않아 3분의 2까지는 침략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네요. 전부 침략하는데 몇 년 정도 보고 있으시죠?”
“10년 정도 보고 있어.”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성과에 비너스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보고하실 분은 누구시죠?”
“…내가 보고할게.”
“네, 부탁드릴게요.”
다음으로 엘린이 나서며 성과에 관해 보고했다.
“…3분 2 정도 침략을 마친 상태고. 나머지는 침략하기 일보 직전이라 4년 안으로 끝날 것 같아.”
“대단하시네요.”
뛰어난 성과에 비너스가 감탄하자. 엘린이 얕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로크 님 차례네요.”
엘린의 보고가 끝나고. 비너스가 로크에게 시선을 옮기자.
“…개굴개굴.”
로크는 자신 없는 얼굴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3분의 1도 침략을 마치지 못했어… 개굴개굴.”
그리곤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얘기해왔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침략하신 상태인 거죠?”
“이야기하게도 뭐한데… 제국을 침략하기 직전인 상태야. 개굴개굴.”
다른 마교회 멤버들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성과였지만.
“훌륭하시네요. 곧 제국을 침략하신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비너스는 로크를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훌륭한 성과를 냈다면서 치켜세웠다.
“…개굴개굴?”
로크는 성과를 인정받을지 몰랐다는 듯, 당혹감이 섞인 표정으로 비너스를 바라보자.
“로크 님이 공들이시는 제국은 무력과 세력이 가장 뛰어난 곳이에요. 그러니, 5년 만에 침략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죠.”
비너스가 친절히 그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왔다.
“그리고 그곳만 침략한다면, 엄청난 전력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니 다른 곳은 쉽게 침략이 가능할 거예요.”
“높게 봐줘서 고마워. 개굴개굴.”
“사실인걸요.”
그렇게 3명의 보고가 끝난 뒤.
“이제 제 차례인가요?”
비너스가 자신이 이룬 성과에 관해서 마교회 멤버들에게 설명했다.
“제가 맡은 구역은 며칠 전에 모두 침략을 끝낸 상태예요.”
그리고 비너스의 성과를 들은 마교회 멤버들은.
“뭐, 벌써!?”
“…대단해.”
“맡은 구역을 5년 만에 침략했다고…? 개굴개굴.”
경악을 금치 못한 채 비너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교회 멤버들은 비너스를 보며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정민우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그녀 또한 상당한 능력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비너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운이라고 치부를 했지만.
“운이 좋기는 무슨, 완전 능력자잖아?”
아누비스가 혀를 내두르며 말해왔다.
“…능력자.”
“비너스 대단해! 개굴개굴.”
엘린과 로크도 같은 생각인지, 아누비스의 말에 연신 공감해 보였다.
“자자, 그러면 성과도 알았으니 다음 작전을 세워볼까요?”
마교회 멤버들의 칭찬에 민망해진 비너스는 다음 주제로 화제를 황급히 돌렸다.
“그러면, 아누비스 님과 엘린 님이 관리하는 구역에 제 병력을 지원한 다음. 침략을 전부 끝냈을 때 로크 님의 구역으로 향하려는 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나쁘지 않네.”
“…찬성.”
“나도 찬성. 개굴개굴!”
비너스의 제안에 마교회 멤버들이 전원 찬성의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면,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그렇게 회의를 끝마친 뒤.
“우리는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할게.”
“…나중에 봐.”
“지원 기다리고 있을게.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각각 맡은 구역으로 돌아갔다.
‘후, 이제 침략도 얼마 남지 않았네.’
회의실에 혼자 남게 된 비너스는 벽에 붙여진 행성의 지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행성에 도착했을 때는 어떻게 침략하나 걱정했는데.’
정민우 없이 행성을 침략한다는 것에 꽤나 불안했지만.
‘역시, 민우 님은 불가능한 것을 시키지 않으신다니까.’
몸소 부딪치며, 고등생물을 타락시키니 어느새 행성 침략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물론, 침략하면서 역경에 부딪치는 일들도 있었지만.
‘민우 님이 보내주신, 비둘기들 덕분에 금방 벗어날 수 있게 됐지.’
수백 명의 비둘기를 활용하니, 상황을 쉽게 풀어나갈 수가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안에는 침략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최대한 앞당기는 게 좋겠지.’
그러면 상정한 시간 내에 침략을 끝마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그녀의 성이 차질 않았다.
‘더 빠르게 침략해서 민우 님에게 도움이 될 거야.’
목표 행성 수가 10,000개라고 했으니, 그 숫자를 채우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할 터였다.
‘5년 안에 행성 침략을 끝내고 돌아가야겠어.’
비너스는 총 10년 안에 행성 침략을 끝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 *
다시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윌리엄, 때가 왔다.”
정민우가 나타나, 행성을 침략할 때가 왔다고 알려왔다.
“그 말을 기다렸어요.”
윌리엄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군?”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를 했거든요.”
그가 이렇게 자신감에 찬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윌리엄의 무력이 5년 전보다 몇 배는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로는 부하들의 경지가 ‘소드 마스터’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기대하도록 하지.”
“실망하시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병력은 바로 침략할 수 있게 명령을 내리고. 나를 따라오도록 해라.”
숲속에 있는 포탈을 통해, ‘라이거’ 행성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 혼자만요?”
윌리엄이 혼자만 간다는 것에 의문을 드러내자.
“네게 소개해줄 녀석들이 있거든.”
정민우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왔다.
‘소개해줄 녀석들이라면, 침략에 나섰다는 자들인가…?’
그리고 윌리엄은 침략을 끝내고 돌아온 자들을 소개해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과연, 다른 자들은 얼마나 강할까?’
전부, 마기를 하사받았다고 했으니 뛰어난 힘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무력뿐만이 아니라 지능도 상당히 뛰어나겠지….’
선택받은 자들이니, 무식하게 힘만 강하지 않으리라 추측했다.
윌리엄은 다른 자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는 한편,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됐든, 거기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서 악마님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생각을 마친 윌리엄은 옆에 서 있는 세바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세바스, 네가 대신 침략할 준비를 해줄 수 있겠어?”
“당연하지.”
부탁받은 세바스는 맡겨만 달라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이제 포탈 쪽으로 이동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후 윌리엄은 정민우를 따라 ‘라이거’ 행성으로 이동했다.
149화 침략 회담 (1)
포탈 안으로 들어가니.
“와….”
윌리엄은 마인 제국과 사뭇 다른 풍경에 나지막이 감탄을 터뜨렸다.
‘건물 구조가 다르네….’
다른 행성이어서 그런지, 건물들이 세련된 건 기본이고 상당히 튼튼해 보였다.
‘나중에 행성으로 돌아가면, 우리도 저런 식으로 지어봐야겠어.’
본분이 ‘황제’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국에 도입하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윌리엄이었다.
새로운 문명에 연신 주위를 훑으며 구경하던 그때.
‘…종족이 상당히 다양하네?’
도시로 들어가자. 여러 종족이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키가 작고 수염이 덥수룩한 외형을 한 고등생물이었다.
‘드워프?’
윌리엄은 그 고등생물이 드워프라는 것을 깨닫고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우리 행성의 드워프는 멸종돼서 문헌에만 기록되어 있는데, 실제로 보니 신기하네.’
그렇게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길 잠시.
‘응?’
윌리엄은 드워프에게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
‘뭐지?’
이질감에 의아해하며, 드워프를 자세히 살펴보니.
‘목줄을 차고 있잖아?’
목 부분에 쇠로 된 목줄을 차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전원이 말이다.
‘이곳은 드워프를 노예로 부리고 있는 건가?’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윌리엄은 금방 관심을 끄고 시선을 돌렸다.
‘길쭉한 귀… 이마에 돋아난 뿔?’
다음으로 본 고등생물은 길쭉한 귀에 뿔을 지닌 존재였다.
‘엘프랑 흡사하게 생긴 것 같은데….’
잠시, 문헌 속에 나오는 엘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내가 모르는 종족이겠지.’
이마에 난 뿔을 보고 다른 종족이라고 판단을 내리며, 생각을 넘겼다.
‘다음은… 몬스터? 아니, 몬스터가 맞긴 하나?’
다음으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피부가 검은 고블린과 오크였다.
다만, 키가 크고 온몸에 근육이 들어찬 모습에 몬스터라고 쉽사리 확신을 내리기 힘들었다.
‘나중에 악마님한테 종족에 관해서 물어봐야겠다.’
윌리엄은 새로운 종족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오! 여기에도 인간이 있구나?’
자신과 똑같은 인체구조를 지닌 고등생물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보니 또 반갑네.’
인간 종족이 ‘유레인’ 행성밖에 없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른 행성에 인간이 있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단 몇 초 만에 모든 구경을 마치던 그때.
“““악마님을 뵙습니다!!!”””
도시에 자리한 전 종족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악마님에게 인사를 올려왔다.
“그래, 각자 일 보도록.”
악마님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며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대단해….’
윌리엄은 모든 종족을 발아래에 두고 있는 악마님의 모습에 경외심이 차올랐다.
‘평소, 대단하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다르네.’
앞으로 인정받기 위해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윌리엄은 묵묵히 악마님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렇게 악마님을 따라 왕실 내부에 있는 회의실로 이동하자.
“““악마님을 뵙습니다.”””
세 명의 인영이 악마님에게 인사를 올려왔다.
인사를 올리는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강하다.’
자신보다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발산하는 기운만으로도 파악해낼 수가 있었다.
‘이길 확률은 30% 미만인가…?’
자신의 힘이라면, 그들과 수준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크나큰 오산이었다.
‘이들과 경쟁해서 악마님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포탈을 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차 있던 것과 달리, 저들을 실제로 보니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벌써 의지가 꺾이면 어찌 자겠다는 거야.’
자신감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그들과의 경쟁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도태되는 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지.’
겨우, 우물 안에서 나왔는데 다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어떻게든 이번 행성 침략 때 가장 큰 공을 세우고 말겠어.’
윌리엄은 마음을 굳게 먹으며, 호승심을 불태웠다.
* * *
한편, ‘심안’을 통해 윌리엄의 생각을 읽고 있던 정민우는.
‘좋은 자세네.’
윌리엄이 호승심을 불태우는 모습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꺾이면 상당히 실망스러웠을 텐데 말이야.’
‘천인’이라는 사기적인 고유 특성을 얻었다고는 하나, 본인이 기가 죽어 날개를 펼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호승심은 성장하는 데의 좋은 원동력이 되어주지.’
정민우는 윌리엄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심안’을 종료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3개의 행성을 침략했는데 어땠지?”
그리고 인사를 건네오는 마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번 침략 활동에 관해 물었다.
“상당히 손쉬웠습니다.”
“힘을 하사받아서 그런지, 제약을 받아도 큰 타격이 없어서 쉽게 침략했어요.”
“강한 힘을 하사받고 힘에 제약이 없어 침략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엘비스, 세계수, 고브는 각자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확실히, 고등생물들을 잘 뽑았단 말이지?’
어려움이 없다는 말에 그들이 상당히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럼, 전에 약속했던 보상을 내리도록 할까?’
첫 번째로 침략하는 자에게 상응하는 보상을 내린다고 약속했었기에 지킬 필요가 있었다.
“엘비스,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오도록.”
엘비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하자.
“예.”
호명받은 엘비스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엘비스가 남들보다 한 달 빠르게 침략을 끝냈다고 했지.’
한 달이라는 차이를 벌린 것에 정민우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겨우, 한 달 차이 가지고 감탄할 것이 있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수는 8,000살이라는 경험이 묻어 있고. 고브는 제약을 받지 않지만. 엘비스는 아니지.’
가장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도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벌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상을 내려보도록 할까?’
정민우는 상념을 끊어내며, 준비한 보상을 주기 위해 아공간을 불러내 손을 집어넣었다.
“받아라.”
이어서 한 물체를 꺼내 들며, 엘비스에게 내밀자.
“…이게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엘비스는 당혹감에 찬 표정으로 자신이 내민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왔다.
평소, 웬만한 일에는 당황하지 않는 엘비스였지만.
‘하긴, 이걸 보고 당황하지 않기는 쉽지 않겠지.’
두근, 두근―
손에 들린 붉은 고체를 본다면 누구든 당혹감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효과를 들으면 표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
이번에 보상으로 주기 위해 거액의 DP를 주고 상점에서 구매한 것이었기에 효과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물론, 고등생물 한정에서만 효과가 발휘되지만 말이야.’
정민우는 상념을 끊어내며, 엘비스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정체에 대해 대답해줬다.
“심장이다.”
“…심장 말입니까?”
“그래.”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 심장을 흡수하면, 하나의 생명력을 더 얻게 된다.”
효과에 관해 설명해주자. 엘비스의 눈가에 이채가 감돌았다.
“생명력이라 함은…?”
“죽어도 다시 한번 부활할 수 있다는 뜻이지.”
“엄청, 귀한 것이로군요.”
“사용 방법은 심장에 마기를 흘리면 된다.”
“알겠습니다.”
엘비스는 갓 태어난 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심장을 받아들며 마기를 흘러 넣었다.
화아아아아―
그러자 심장에 붉은 불빛이 터져 나오더니.
파스스―
심장이 가루로 변하며, 엘비스의 가슴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
엘비스는 외마디 탄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몸을 연신 훑어봤다.
“악마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많은 행성을 침략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충성심이 가득한 얼굴로 감사의 말을 올려왔다.
“기대하도록 하지.”
정민우는 엘비스의 어깨를 두드려 보인 뒤.
“보상을 내리는 것도 끝났으니 너희에게 새로운 마인을 소개해주도록 하겠다.”
뒤쪽에 서 있는 윌리엄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유레인’ 행성의 황제이자. 이번 침략 활동에 참여하게 된 ‘윌리엄’이라고 한다.”
윌리엄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자.
“강대한 힘을 품고 있어서 의아했는데, 새롭게 참여하시는 분이었군요.”
“저희와 기운이 비슷하네요.”
“새로운 동료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엘비스, 세계수, 고브가 윌리엄을 보며 관심을 드러냈다.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나누도록.”
정민우는 넷이서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뒤로 몇 걸음 물러나자.
“저는 ‘다이닉’ 행성의 황제인 ‘엘비스 녹슨’이라고 합니다.”
“저는 엘프들의 어머니인 ‘세계수’라고 해요.”
“몬스터들의 왕, ‘고브’라고 합니다.”
엘비스, 세계수, 고브는 윌리엄에게 다가가 손을 건네며, 자신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아, 잘 부탁드립니다.”
생각 외의 환대에 당황했는지, 윌리엄은 어색하게 웃으며, 건네오는 손을 맞잡았다.
‘분위기가 좋네.’
정민우는 기존에 있던 멤버들이 윌리엄을 배척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환영하는 분위기라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이제 서로 소개도 끝났으니,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할까?’
정민우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전달할 것이 있으니, 전원 의자에 착석하도록.”
의자에 착석할 것을 명하자.
“““알겠습니다.”””
군말 없이 명령에 따라 의자에 착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행성 리스트를 나눠주도록 할까?’
정민우는 아공간을 다시 불러낸 뒤.
터―억.
그곳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며 말했다.
“보면, 알겠지만 이 서류 뭉치는 100개의 행성 리스트다.”
전보다 10배가 많아진 양.
상당한 숫자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그렇군요.”
“해볼 만하겠네요.”
“숫자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마인들은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듯, 덤덤한 반응을 내보였다.
“…1, 100개?”
물론, 윌리엄을 제외하고 말이다.
‘다음 침략할 때는 행성의 숫자가 1,000으로 늘어난 것을 알면 엄청 놀라겠네.’
다음에 침략할 행성의 숫자를 듣고 의지가 꺾일 수 있으니, 정민우는 이것까지는 윌리엄에게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인원이 4명이니, 숫자에 맞춰 20개씩 침략할 행성을 선택하면 된다. 또한, 침략 일은 일주일 뒤에 이뤄질 것이니 그때까지 결정 내릴 수 있도록.”
정민우의 말에 마인들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서류들을 집어 들었다.
‘이제 보상에 관해서 얘기해볼까?’
보상은 승부욕을 이끌어주는 장치이기에 절대로 빠질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폭을 넓혀서 보상을 주는 것이 좋겠지.’
너무 한쪽만 독식하게 되면, 의지가 꺾일 수 있기에 최대한 전원에게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갈 생각이었다.
“서류는 나중에 보도록 하고. 먼저, 보상에 대해서 얘기해주도록 하마.”
보상이라는 말에 서류를 살펴보던 마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민우에게 향했다.
“이번 보상은 침략한 순서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할 예정이니, 전원 분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차등으로 보상된다는 소리에 마인들의 눈빛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전할 사항은 다 전했으니, 이제 자리에서 빠져볼까?’
슬슬 마교회 멤버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왔기에 물러나 보기로 했다.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마. 일주일 뒤에 보도록 하지.”
“““들어가십시오!”””
그렇게 정민우가 떠나간 뒤.
“““…….”””
회의실에서는 적막과 함께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150화 침략 회담 (2)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보상에 대한 언급 이후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다들 보상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군.’
엘비스는 회의실에 앉아 있는 이들을 훑어보며 상념에 잠겼다.
‘하긴, 그만한 보상을 받았으니 다음 보상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겠지.’
분명, 다음 보상은 이번 보상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일 터였다.
‘다들, 이번 침략에 사활을 걸겠어….’
보상을 받지 못할수록, 뒤로 밀려 나가는 것은 안 봐도 뻔한 미래였기에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이번 침략은 첫 번째로 끝내긴 쉽지 앓겠어.’
첫 번째로 침략하기가 쉽지 않은 것에는 마인들이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가 한몫하기는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지.’
다른 문제에 비해서는 애교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침략할 행성이 3개에서 20개로 늘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겠지….’
3개의 행성을 한 달 차이로 침략했는데, 20개의 행성이 어려울 게 있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인원이 부족하다….’
20개를 한 번에 침략하기에는 인구가 한참이나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다 같이 인구 부족에 시달리면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고브와 세계수는 하루가 다르게 세를 불려 나가고 있지.’
아쉽게도 자신을 제외한 종족들은 인구 난을 겪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종족 특성상 인간은 한 아이가 태어나려면 대략 10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지.’
또한, 태어난 뒤 육체 성장을 온전히 마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에 반면, 다른 종족들은 짧은 임신 기간과 빠른 성장으로 전장에 합류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종족 자체도 강하지….’
인간은 전투하는 방법을 학습시켜줘야 하지만 다른 종족은 그런 것 없이 전투에 바로 투입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가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겠지.’
몇 년 전만 해도 인간의 숫자가 월등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비슷한 인원을 보유하게 된 것만 봐도 따라잡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침략이 끝나면, 악마님께서 행성의 숫자를 더 늘리시겠지.’
지금만 보더라도, 손쉽게 예측할 수 있는 사실.
즉, 다음 행성 침략 때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도태되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 부분은 침략하면서 계속 고민을 해봐야겠어….’
엘비스는 이 부분에 대해 신하들과 회의를 통해 대책을 찾는 것으로 하기로 하며 고민을 끝마칠 때.
“이제 행성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는 건가요?”
옆자리에 앉은 윌리엄이 서류 뭉치를 가리키며 말을 걸어왔다.
“전체적으로 훑어본 뒤 고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죠.”
엘비스는 윌리엄의 물음에 친절하게 대답한 뒤.
‘…윌리엄.’
곁눈질로 윌리엄을 면밀히 살펴봤다.
‘악마님께서 새롭게 데려온 녀석이니, 실력 하나만큼은 출중하겠지.’
이번 침략에 새롭게 합류한 요주의 인물.
‘세계수와 고브는 침략 방식을 파악했지만, 이 녀석은 아니지.’
이번 침략은 운이 좋으면 첫 번째, 안 좋으면 두 번째로 침략을 끝내는 것을 예견했지만.
‘저 녀석이 들어오면서 이것도 불명확해졌어.’
이번 침략에 윌리엄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
‘자칫하다간 세 번째로 밀려날 수도 있겠어.’
엘비스는 경각심을 느끼며, 전력을 다해 침략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그럼, 나도 행성들을 살펴볼까?’
그렇게 상념을 끊어내며, 행성 리스트를 살펴볼 때.
‘음?’
한 행성이 눈에 들어왔다.
『휴문』
― 인간 종족들만 사는 행성.
― 연금술이 발달 되어 있음.
― 온 국가가 전쟁 중이지만, 직접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닌 ‘호문쿨루스’를 이용해서 싸움.
옛날 같았다면, 눈길을 주지 않고 넘길 행성이었지만.
‘…호문쿨루스?’
현재, 인구 난을 겪고 있는 엘비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조인간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인구 난을 손쉽게 해결할 수가 있다…!’
호문쿨루스가 병사들보다 무력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쳤다.
‘…이 행성, 무조건 가져가야만 한다.’
인조인간을 만드는 기술을 배울 수만 있다면, 도태되어 뒤처지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다른 행성을 전부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만큼은 가져간다.’
좋은 행성들을 양보한다면, 다른 마인들도 받아들일 것이었다.
‘윌리엄이 조금 걸리긴 하다만….’
같은 인간인 윌리엄이 신경 쓰이긴 했으나.
‘설명만 잘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겠지.’
아직, 인구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테니 설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들, 얼추 살펴본 것 같으니 슬슬 선택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말해야겠어.’
엘비스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는 마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부 살펴보신 것 같으니, 이제 행성을 정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그러자 다른 마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엘비스의 의견에 찬성했다.
“누구 먼저 선택하시겠습니까?”
엘비스의 물음에 세계수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가 먼저 해도 되나요?”
“예.”
“저는 ‘엘문’ 행성을 선택할게요.”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엘문’ 행성을 선택하는 것을 반대하는 자가 있는지 묻자.
““없습니다.””
고브와 윌리엄은 없다고 대답해왔다.
“다들, 고마워요.”
세계수는 원하는 행성을 골랐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음, 차례는 고브 님이 하겠습니까?”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다음으로 고브 차례가 오자.
“저는 ‘몬문’이라는 행성을 선택하겠습니다.”
한 행성을 지목하며 말해왔다.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이어서 엘비스가 반대할 자가 있는지 물었으나.
“없어요.”
“없습니다.”
이번에도 반대하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윌리엄 님이 하시겠습니까?”
엘비스가 윌리엄에게 세 번째 차례를 권하자.
“아니요. 저는 네 번째 차례에 하겠습니다.”
윌리엄이 거절하며, 마지막 차례를 하겠다고 자처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하도록 하죠.”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엘비스는 윌리엄의 호의를 받아들이며, 서류를 집어 들었다.
“저는 ‘휴문’ 행성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봐두었던 ‘휴문’ 행성을 선택하겠다고 마인들에게 말했다.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반대하는 자가 있냐고 묻자.
“없어요.”
“없습니다.”
세계수와 고브가 고개를 저어왔다.
‘이제 윌리엄의 의견만 들으면 된다.’
엘비스는 곧 ‘휴문’ 행성이 손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소리에 그 미소는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저는 반대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려했던 대로 윌리엄이 반대의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었다.
‘…쉽게 가기는 글렀군.’
엘비스는 속으로 옅은 한숨을 내쉬곤 굳어진 입가를 다시 끌어 올리며 윌리엄에게 이유를 물었다.
“반대하는 이유를 얘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연금술에 관심이 생겨서요.”
예상했던 답변.
“혹시, 양보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엘비스는 설득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죄송하지만, 없습니다.”
완강한 태도에 말로는 절대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곤란하게 됐네.’
뜻처럼 풀리지 않은 상황에 곤란함을 느끼던 그때.
“서로 양보를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방법으로 행성을 선택할 자를 정하는 건 어떤가요?”
윌리엄이 해결 방안을 제시해왔다.
“…어떤 거죠?”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에 해결 방안이 뭔지를 묻자.
“대련이요.”
“…예?”
자신의 귀를 의심할 해결 방안을 제시해왔다.
“대련의 승자가 ‘휴문’이라는 행성을 가지는 것으로 하죠.”
하지만,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다는 듯 윌리엄이 재차 같은 말을 반복해왔다.
‘…나와 대련을 하자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싶어, 윌리엄의 눈을 바라보자.
‘…진심이군.’
눈에서 자신과 대련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만만하게 보였나?’
고민도 없이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을 보니, 대련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가 있었다.
엘비스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윌리엄에게 물었다.
“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감당할 수 있게 노력을 해봐야겠죠.”
“대련을 통해 다쳤다가는 침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데도 말입니까?”
“감수해야겠죠. 그만큼 이 행성이 저에게도 중요하니까요.”
이어지는 대답에 엘비스는 고개를 주억거린 뒤.
“그 선택 후회하게 될 겁니다.”
살벌한 기운을 발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살살 부탁드립니다.”
그 모습에 윌리엄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잇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좋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이후 엘비스와 윌리엄은 대련하기 위해 회의실 밖으로 벗어났다.
* * *
윌리엄이 엘비스가 ‘휴문’ 행성을 선택하는 것에 반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노리고 있던 행성인데,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네.’
본인, 또한 ‘휴문’ 행성을 탐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인원에 관해 큰 생각을 안 했지만….’
악마님에게 침략해야 할 행성의 숫자를 듣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그리고 행성의 크기가 말도 안 되게 커.’
또한, 행성의 크기를 보니 기존의 인원으로 침략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끽해봐야, 5개까지가 한계야.’
즉, 여기서 침략을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꼴등을 면치 못한다는 소리였다.
‘그에 반면, 휴문 행성을 침략하면 다음번에는 높은 순위를 노려볼 수가 있지.’
그렇기에 윌리엄도 ‘휴문’ 행성을 절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대련을 이겨 휴문 행성을 얻고 말겠어.’
마기를 비교했을 때, 엘비스가 더 많은 총량을 지니고 있었지만.
‘실제로 싸워보지 않으면 모른다.’
윌리엄은 자신의 천부적인 전투 감각을 믿었다.
‘싸움이 길어지면, 내가 불리할 테니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머릿속으로 전투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자.
“이곳에서 대련하도록 하죠.”
엘비스가 발걸음을 멈추며, 이 장소에서 대련할 것을 제안해왔다.
스윽―
상념을 끊어내며, 주변을 훑어보자.
‘…이곳은?’
바닷가에 도착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모래사장 위에서 대련하자고요?”
의문이 섞인 눈빛으로 묻자.
“아니요. 우리가 대련할 곳은 저기입니다.”
엘비스가 고개를 저으며, 한 방향을 가리켰다.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바다?”
바다 한가운데 위를 가리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예, 이곳에서 대련하면 피해가 발생하게 될 테니, 바다 위에서 싸우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Comentários
Postar um comentá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