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19

인간은 수많은 단점을 품고 있지만.
‘경지를 뛰어넘는 이들은 대부분 인간이었지.’
무한한 가능성 덕분에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용사를 선택할 때 비둘기들이 괜히 인간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종족 값 자체는 데빌 엘프가 월등하게 높으니 행성 침략할 때 제격이라고 할 수 있지.’
행성 침략은 뛰어난 소수보단, 유능한 종족이 더 이득이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행성을 침략하는 건 오래 걸리니까.’
그렇게 상념을 마치며, 정보창을 닫던 그때.
“저를 창조해주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뵙습니다.”
데빌 엘프가 정민우와 세계수에게 인사를 올려왔다.
‘…아버지?’
생각지도 못한 호칭에 당혹감을 느끼길 잠시.
‘내 도움으로 창조가 됐으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가…?’
데빌 엘프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충분히 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네.’
정민우는 데빌 엘프의 인사를 받아주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려는 찰나.
“아버지요…?”
옆에 자리하던 비너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데빌 엘프에게 되물었다.
“예, 저를 창조해주신 분이시니 아버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데빌 엘프의 대답에 비너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버지?”
또한, 비너스 옆에 자리하고 있던 엘린의 표정도 실시간으로 굳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곧이어,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을 느낀 정민우는.
‘…이 상태로 놔뒀다가는 사고라도 치겠는데?’
이대로 있다가 무슨 일이 터질 수도 있겠다는 강한 직감을 느꼈다.
‘비너스는 격한 반응이 이해는 가는데… 엘린까지 저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비너스는 수백 년간 자신에게 감정을 표현해 왔기에 이런 호칭에 대해서 민감함을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엘린은 아무것도 없지 않았나?’
그에 반면, 엘린은 수백 년간 감정 표현 같은 게 없었기에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고등생물이 아버지라는 말을 써서 마음에 안 든 건가?’
격이 낮은 존재가 ‘아버지’라고 부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저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민우는 그녀들의 눈치를 슬쩍 살피다가.
“아버지 대신,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데빌 엘프에게 호칭을 정정해줬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러자 데빌 엘프는 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칭을 바꿔 불렀다.
““후….””
호칭이 바뀐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비너스와 엘린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훌륭한 창조물이 탄생한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정민우는 그녀들의 표정을 살피다가 세계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완벽하네요.”
세계수는 자기가 창조한 자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으로 데빌 엘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남은 899명도 창조하도록 할까?”
“지금, 당장 창조하도록 할게요.”
이후 세계수는 남은 899명의 데빌 엘프를 창조해냈다.
* * *
899명의 데빌 엘프의 창조를 끝낸 뒤.
“아이들에게 옷을 입히고 거주 공간을 주도록 하렴.”
세계수가 하이 엘프에게 명령을 내리며, 데빌 엘프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창조도 끝냈으니, 행성 침략을 시작해야겠지.’
정민우는 준비를 마치는 대로 행성을 침략하라고 세계수에게 명령을 내리고 싶었으나.
‘어느 정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겠지.’
창조물이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최대한 세계수의 의견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너무 늦게 침략을 하겠다 하면 억지로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야.’
세계수를 바라보며 언제 침략할 것인지 묻자.
“한 달 뒤요.”
질문을 받은 세계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대답해 보였다.
“한 달 뒤?”
생각보다 빠른 시작일에 의외의 눈빛으로 세계수를 바라보자.
“제 아이들을 내몬 녀석들을 가만히 둘 수가 없거든요.”
세계수가 이런 선택을 내린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몇천 년 동안 제 아이가 겪었던 고통을 돌려줄 겁니다.”
“좋은 생각이야.”
“육신도 얻었으니, 이제는 제가 전선에 나가 아이들을 이끌려고요.”
“기대하도록 할게.”
“네,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확신에 찬 모습에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세계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침략은 네게 전적으로 맡기도록 하고. 우리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
“그럼, 언제 다시 뵙게 되는 거죠?”
세계수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네가 행성을 전부 침략했을 때?”
“알겠어요. 그 날을 고대하도록 하죠.”
그렇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세계수에게 배웅을 받으며, 엘븐하임을 벗어났다.
* * *
그로부터 한 달 뒤.
“이제 엘븐하임을 침략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자네들의 생각은 어떻지?”
국왕은 신하들을 보며, 넌지시 ‘엘븐하임’을 침략할 것을 제안했다.
“전하의 생각과 같습니다.”
“이제 귀쟁이들 녀석들의 씨를 말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에 영토를 더 확장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현실에 자리한 신하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제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해 보였다.
전원이 찬성하는 모습에 국왕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생각이 일치하니. 바로 전쟁 준비에 들어가도록 하지.”
“““명에 따릅니다.”””
“지금부터 전쟁 준비에 들어가면 바쁠 터이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여라.”
“““물러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하들이 국왕의 명령에 따라 알현실 밖으로 나가자.
“흐흐흐, 엘븐하임을 침략하면 왕국의 힘이 한층 더 상승하겠군.”
국왕은 음침한 웃음을 터뜨렸다.
수인족으로 이루어진 ‘페리튼’ 왕국은 엘븐하임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국가였다.
그렇기에 두 국가는 과거부터 영역 싸움으로 인해 관계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다.
“선조들의 염원을 내가 풀어내는 거야.”
과거, ‘페리튼’ 왕국이 약세를 보여 ‘엘븐하임’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신세였지만.
현재는, ‘페리튼’ 왕국이 ‘엘븐하임’을 짓누를 정도로 강대국으로 성장해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엘븐하임을 침략하면서 얻은 힘으로 제국으로 올라가는 밑거름을 쓰면 되겠어.”
국왕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그때.
똑똑―
“전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신하가 알현실의 문을 두드려왔다.
“들어와라.”
안으로 들어올 것을 허락하자.
끼익―
알현실 안으로 들어온 신하가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보고를 올렸다.
“현재, 엘븐하임이 5만 명의 병력을 끌고 저희 왕국으로 오고 있다는 급보를 받았습니다.”
“…5만 명? 지금 우리와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인구수의 절반을 끌고 나온 것이니, 그렇다고 보는 게 무방할 것 같습니다.”
국왕은 당황한 것도 잠시.
“푸하하하하핫!”
팔걸이를 내려치며, 웃음을 크게 터뜨려 보였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군!”
그도 그럴 것이 고작 5만 명으로 ‘페리튼’ 왕국과 대적하려는 게 가소롭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제 생각 또한 그렇습니다.”
신하도 국왕과 같은 생각인지 얼굴에 여유가 가득했다.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줘야겠지. 지금, 당장 병력을 꾸려서 보내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신하가 나간 뒤.
“밖으로 나가. 엘븐하임이 멸망하는 것을 두 눈으로 담아내는 것이 좋겠지.”
국왕은 재밌는 구경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알현실에서 나와 창문으로 다가가니.
“귀쟁이들이 보이는군.”
귀쟁이들이 병력을 이끌고 다가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근데 선두에 선 녀석들은 누구지?”
하지만, 귀쟁이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국왕의 눈빛에 의문이 서렸다.
“저런 녀석은 한 번도 보지를 못했는데…?”
선두에 선 녀석들은 여태까지 봐온 귀쟁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종족인데?”
의아하긴 했지만, 고작 소수의 인원으로는 달라질 것은 없었기에 국왕은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뭐, 처음 보는 종족이라고 해봤자. 멸종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지.”
국왕은 여유롭게 창밖을 바라보며, 전쟁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그때.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엘븐하임을 핍박했던 것을 사죄하면, 용서해드리겠습니다.”
청아한 목소리가 왕국 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뭐라는 거야?”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국왕이 표정이 구겨질 때.
“닥쳐라!! 미개한 귀쟁이들아!!!”
성벽 쪽에서 마법 확성기를 통한 부하의 외침이 들려왔다.
“푸훗, 귀쟁이들이 미개하기는 하지.”
국왕은 부하의 외침에 얕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군요. 그 선택 곧 후회하게 될 겁니다.”
엘프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은 뒤.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
왕성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성뿐만이 아니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왕국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왕은 중심을 겨우 잡아내며, 다시 창밖으로 바라보니.
“저, 저건?”
거대한 나무가 하늘 위로 끝없이 치솟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미, 미친.”
그리고 나무로 인해 왕성에 그림자가 점점 드리워지고 있었다.
끝내, 그림자로 왕성을 전부 덮었을 때쯤.
우뚝―
나무가 성장을 멈추더니, 손 모양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이, 이건….”
인지에서 벗어나는 압도적인 힘에 국왕은 정신이 아득해진 것을 느꼈다.
“어, 어떻게든 도망을….”
국왕은 저 나무가 떨어지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으며, 도망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당신들의 우둔함을 탓하세요.”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후――――――웅!!!
나무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이 왕성을 향해 다가왔다.
“아, 안돼!!!”
국왕은 애절한 비명을 내질렀으나.
콰――――――――――――――앙!!!
그의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거대한 손은 그대로 왕성을 내리쳤다.
이날, 왕성에 자리했던 국왕과 고위 귀족들은 거대한 손에 의해 절명해버리며, 명령 체계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페리튼’ 왕국은 ‘데빌 엘프’들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침략을 당해버리면서 그대로 멸망해버리고 말았다.
136화 몬스터 군대 돌격! (1)
‘다이닉’ 시간 축으로 10년 뒤.
라이거 행성을 3분의 1이나 침략을 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3분의 1이 작아 보일 수는 있겠지만, ‘유레인’ 행성을 30번이나 침략했다고 생각하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유능한 마인들을 둔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지.’
파콘 제국의 황제인 엘비스는 전체적인 지휘를 맡아 효과적인 침략 작전을 수립했고.
니콜라스 마틴은 전장의 지휘관으로서 연이은 승전고를 울리며, 영역을 빠르게 넓혀갔다.
또한, 계속해서 이어지는 침략 활동에 고등생물들이 깨달음을 얻어 경지를 넘어서게 되면서, 전력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도 한몫했다.
‘이대로 간다면, 경지를 뛰어넘는 녀석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겠지.’
행성 침략이 끝났을 때, 전력이 얼마나 상승했을지 기대가 될 정도였다.
‘엘비스를 이어 세계수의 공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컸지.’
세계수는 자신의 자식들과 함께 활발한 침략 활동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인원수가 적어 침략하는 속도가 더뎠지만.
‘어느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침략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지.’
‘데빌 엘프’의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원이 대거 늘어나면서, 침략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종족 자체도 강한데 인원까지 늘어나니, 적으로서는 재앙처럼 느껴졌겠지.’
900명이었던 데빌 엘프는 단 10년 만에 100만 명으로 인원이 늘어나 있었다.
세계수의 압도적인 힘과 종족의 강함이 합쳐지니, 침략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대로 상황이 흘러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라이거’ 행성을 침략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녀석들이 눈치를 채고 서로 힘을 합치기 시작했단 말이지.’
그들도 눈치가 있는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깨닫고 수인족끼리 힘을 뭉쳐 연합군을 만들었다.
‘급조한 연합군 치고는 생각보다 대응을 잘한단 말이지.’
그렇게 연합군들도 반격에 나서게 되며, 침략 활동이 잠시 주춤하게 되었다.
‘주춤해졌지만, 결국 인해전술에 불과하니, 종국엔 압도적인 힘에 무릎을 꿇고 무너져내리겠지.’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라이거’ 행성을 침략하는데 40년 정도 소요가 될 것으로 추측할 수가 있었다.
‘40년도 꽤 빠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만족스럽지 않단 말이지.’
하지만, 40년으로 침략을 끝내기에는 정민우의 성에 차지가 않았다.
‘훌륭한 말들이 있는데 10년 안에는 무조건 끝내야지.’
막강한 전력을 얻었음에도 시간을 단축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인이 무능하기 때문이리라.
‘10년 안에 침략을 끝낸다면, 목표했던 그 이상의 행성을 침략할 수도 있을 거야.’
목표로 했던 행성의 숫자는 1,000개.
총 20년 내로 ‘라이거’ 행성을 침략을 끝냈을 때, 마계 축 시간으로 1년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남은 99년을 잘 활용하면, 10,000개도 넘볼 수 있겠어.’
목표 이상을 노리기 위해서는 침략 활동에 제동이 걸린 것부터 풀어내야만 했다.
‘새로운 병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겠어.’
여기서 새롭게 투입된 병력이 연합군의 시선만 뺏어줘도, 제동이 걸린 침략 활동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녀석들을 부를 때가 됐군.’
정민우는 마지막 카드인 ‘몬스터’ 군대를 꺼내 들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쯤이면 인원이 꽤 늘어난 상태겠지.’
10년 전이 1,000만 마리였으니 지금쯤은 1억 마리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 바로 다이닉 행성으로 이동하도록 할까?’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곧장 다이닉 행성을 가기 위한 채비를 준비하자.
“민우 님, 어디 가시나요?”
그 모습에 비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다이닉 행성에 다녀오려고.”
그녀의 물음에 목적지를 얘기해주자.
“몬스터 군대를 투입할 생각이시군요?”
“맞아.”
역시, 눈치가 빨라서 그런지 어떤 용무로 가는 것인지 단번에 파악해냈다.
“그럼, 다녀올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얘기해주고.”
“알겠어요.”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곧장 ‘다이닉’ 행성으로 향했다.
* * *
‘다이닉’ 행성에 도착한 정민우는 버려진 왕국으로 향했다.
‘얼마나, 인원이 늘었으려나?’
숫자를 어림짐작했지만, 특유의 번식력으로 인해 인원이 얼마나 늘었을지 확신하기가 힘들었다.
‘최소한, 예상한 인원보다는 많았으면 좋겠는데.’
만약, 생각했던 것보다 인원이 적으면 계획에 차질이 생겨 작전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적으면, 적은 대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되겠지.’
그렇게 버려진 왕국 근처에 다다랐을 때.
‘…응?’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정민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지?’
그도 그럴 것이 버려진 왕국 밖으로부터 수십만 개의 오두막이 지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오두막을 이렇게나 많이 지어졌다고?’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면 모를까. 겨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오두막을 지었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왕국 내는 충분히 넓을 텐데?’
비좁을지는 몰라도 1억 마리 정도는 버려진 왕국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다.
‘생각보다 인원이 많이 늘어났나…?’
정민우는 의문을 느끼며, 버려진 왕국 내로 들어서자.
‘…장난 아니게 늘어났잖아?’
발 디딜 틈 없이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오두막이 뒤쪽에 더 지어져 있었네.’
또한, 북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외벽 뒤에 빼곡하게 오두막이 지어져 있는 것도 볼 수가 있었다.
‘…눈대중으로 인원을 가늠하기는 무리가 있겠는데?’
아득해 보이는 숫자에 정민우는 인원을 가늠하는 것을 포기하고 왕성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왕성 내에 있는 회의실로 향하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원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빨리 대책을 세워보자고.”
마물들이 모여 한창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라… 들어나 볼까?’
과연, 마물들이 어떤 식으로 회의를 진행할지 궁금했기에 한 번 지켜보기로 했다.
“작년 대비 몬스터들의 인원이 20%로나 급증했어.”
“자식의 인원에 따라 세금을 늘린다는 정책을 펼쳤는데도 그렇게나 늘었단 말이야?”
“자식들이 군에 들어가 녹을 받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나 봐.”
세금이라는 말에 정민우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마물들을 바라봤다.
‘세금까지 걷고 있었어?’
꽤 체계적인 운영에 정민우는 마물들의 평가를 수정했다.
“다른 영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그것도 힘들어.”
“왜, 전에는 잘만 도와줬잖아.”
“이제 소일거리도 없다 이거지.”
처음에는 많은 병력이 징집되어 일손이 부족해져 몬스터들의 손을 빌렸지만.
‘이제는 해결됐다. 이거겠지.’
몬스터 도움 덕분에 일손을 빠르게 채우다 보니, 이제는 일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거둬들인 세금은 얼마나 남았어?”
“이번 달이 지나면 탕진이야.”
“이런….”
“진짜, 큰일인데….”
마물들은 머리를 감싸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 행성 침략에 참여하면 딱 좋을 텐데….”
“아직, 우리가 나설 때가 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마물의 얘기를 듣던 한 블랙 고블린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면,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부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
“…이봐,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말지?”
다른 마물이 인상을 찌푸리며, 재수 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핀잔을 줬지만.
“아니, 그러면 10년 동안 우리를 안 부를 이유가 없잖아?”
“…뭐?”
“그렇잖아. 저기 마인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볼품없어 보이겠어?”
“…너 주인님이 힘을 하사해준 사실을 잊은 거냐? 힘을 하사해주셨다는 것은 행성 침략에 활용하겠다는 뜻이잖아.”
“생각이 바뀌셨을 수도 있지.”
“…….”
결국, 마물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회의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네.’
따로, 연락이 없기에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버려질까 봐 걱정하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정민우는 앞으로 더 신경을 써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마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잘 지냈나?”
이어서 마물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
정민우를 뒤늦게 발견한 마물들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경례 자세를 취해 보였다.
“““충성!!! 주인님을 뵙습니다!!!”””
마물들의 경례에 정민우 또한 경례 자세를 취해 보이며 인사를 받아줬다.
“인원이 꽤 늘어났던 것 같은데, 총인원이 어떻게 되지?”
그리고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마물들에게 물어봤다.
“10억 마리 정도 추정하고 있습니다.”
10억 마리.
블랙 고블린의 보고에 정민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나 많이 늘었다고…?’
인원이 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10억이라는 큰 숫자에 육박할 줄은 예상치도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 인원이면, 시선을 뺏는 게 아니라 연합군의 저지선 한 축을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하겠는데?’
새삼, 마물 5마리가 10억 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관리했다고 생각하니, 마물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고생했군.”
정민우는 마물들의 노고를 위로하자.
“““가,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지, 마물들의 눈가에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침략이 끝나면, 따로 상을 주든가 해야겠어.’
정민우는 속으로 보상을 주겠다고 다짐하며, 마물들에게 10년간 어떤 생활을 보냈는지 물어봤다.
“여기, 10년 동안 기록해둔 서류입니다.”
“호오, 서류에 기록했다고?”
“예! 주인님께서 필요로 하실 것 같아. 미리 준비했습니다!”
준비성이 철저한 모습에 정민우의 눈가에 이채가 감돌았다.
‘이제는 고등생물 정도의 지능을 갖춘 건가?’
전에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학습 능력이 떨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좋아, 확인해보지.”
“여깄습니다!”
서류를 건네받은 정민우는 빠르게 내용을 훑어봤다.
‘으음, 아직 문자를 가르치지 않아서 그런지 전부 그림으로 그려놨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것인지, 전하려는 뜻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훈련은 꾸준히 시켰나 보네.’
서류를 살펴보니, 인원만 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무력 또한 크게 상승했다고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내, 서류를 전부 훑어본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림대로의 전력이라면, 10년 내로 침략하고도 남겠어.’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하게 성장해준 덕분에 침략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 이상이군.”
“““감사합니다!!!”””
“이제 침략에 나서도 문제없겠어.”
“““드, 드디어…!”””
침략에 나선다는 말에 마물들이 감격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당장, 침략할 준비를 하도록 해라.”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정민우의 명령에 마물들이 경례 자세를 취하며, 힘차게 대답해 보였다.
“포탈로 넘어오면, 엘비스가 작전에 관해 알려줄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먼저 가보도록 하지.”
“““들어가십시오!”””
그렇게 정민우가 떠난 뒤.
“바로 준비해!”
“신속하게 움직인다!”
“다들 빨리 소집시켜!”
“…10년 만에 온 기회야! 완벽하게 진행해야 해!”
마물들은 인원을 소집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37화 몬스터 군대 돌격! (2)
소집 명령을 내린 뒤.
‘드디어 출정에 나서는구나.’
블랙 고블린은 평소 입던 군복을 벗어 던지고. 탈의실에서 다른 군복으로 새롭게 갈아입고 있었다.
‘역시, 드워프가 만든 거라 그런지 재질부터가 다르네.’
군복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재질에 블랙 고블린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맺혔다.
‘부드러운 것과 달리 방어력은 상당하지.’
또한, 여러 인챈트가 걸어져 있어 웬만한 갑옷보다 뛰어난 방어력을 지니고 있었다.
군복을 전부 갈아입은 블랙 고블린은 개인 보관함에서 군복과 똑같은 색을 띠는 검집을 꺼내 들어 허리띠에 착용했다.
‘드디어 이 검을 쓰게 되는구나,’
계급이 높은 자의 한에서 지급된 명검.
스릉―
손잡이를 잡고 검집에서 검을 꺼내자.
‘아름답군.’
검은빛의 검신이 영롱한 자태를 뽐내 보였다.
‘이걸로 적들을 벨 생각을 하니, 벌써 짜릿하군.’
철컥―
마음 같아서는 휘두르고 싶었으나. 블랙 고블린은 욕구를 떨쳐내고 검을 다시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침략 활동이 시작될 때, 사용하기로 다짐했으니 조금만 더 참으면 되겠지.’
10년 전, 처음 명검을 받았을 당시, 블랙 고블린은 침략 활동에 나서게 됐을 때 이 검을 사용하겠다고 다짐했었다.
‘…10년이 걸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용하는 건데.’
하지만, 예상외로 침략 활동이 지연되면서 명검은 개인 보관함에 방치되는 신세가 되었다.
‘명검을 10년간 사용하지 않고 참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무 업무였지….’
10년 동안 쉴 틈 없이 사무 업무를 보니, 이제는 서류만 봐도 혈압이 올랐다.
‘…다시, 사무 업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행성 침략에 공을 세워 주인님에게 활용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지금이야, 적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세서 불러줬지만, 나중에 마인들이 한 층 더 성장하게 되면 불러주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러니 이번 침략에 가장 뛰어난 공을 세운다…!’
블랙 고블린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럼, 가보도록 할까?’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블랙 고블린은 탈의실 밖으로 나가자.
“늦게도 나오네.”
“다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 가자.”
“준비하는데, 뭐 이리 오래 걸려?”
같은 계급의 동료들이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미안, 의지 좀 다지느냐.”
블랙 고블린은 사과를 건네며, 동료들과 함께 소집 명령을 내린 장소로 향했다.
* * *
버려진 왕국 외곽으로 향하니.
‘장관이 따로 없군.’
임산부와 아이를 제외한 9억 명의 몬스터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렬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군기가 바짝 들었군.’
행성 침략이라는 과중한 임무를 받았으니, 군기가 바짝 들 수밖에 없을 터였다.
‘처음 나서는 녀석들은 긴장한 티가 역력하군.’
처음으로 출정 나가는 것이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몇 번 침략 활동했던 녀석들은 얼굴이 비장하고 말이야.’
반면, 여러 침략을 나섰던 몬스터들은 얼굴에 여유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정렬해 있는 몬스터들을 훑어본 뒤.
“누가, 연설을 맡을 거야?”
동료들을 바라보며, 누가 연설할지 물었다.
“네가 하는 게 낫지 않나?”
“맞아, 애들이 너를 잘 따르잖냐.”
“통솔력이 네가 제일 뛰어나니까. 네가 하는 게 맞지.”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러자 동료 3명과 후임인 블랙 오크가 자신을 추천해왔다.
“그래, 내가 맡을게.”
블랙 고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술해 보이는 당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떤 말을 해주는 게 좋을까?’
연설하는 것은 많이 봐왔지만, 직접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바를 얘기하면 되겠지?’
자신은 주인님과 같이 언변이 뛰어나지 않기에 어쭙잖게 혀를 놀리는 것보다. 생각하는 바를 전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을 것이었다.
터벅, 터벅, 터벅.
이어서 단상 위로 올라간 뒤.
“10년 동안 고생 많았다.”
몬스터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제 ‘라이거’라는 행성을 침략해 우리의 결실을 보여줄 순간이 찾아왔다!”
꿀꺽―
블랙 고블린의 외침에 몬스터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10년 동안 훈련만 해서 지루했나!?”
“““예!”””
“피를 보지 못해 갈증을 느꼈나!?”
“““예!!”””
“이제는 지루한 훈련을 하며 침략 활동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피의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여태까지 억눌러왔던 본능을 이번 침략에 마음껏 풀도록 해라. 알겠나!?”
“““예!!!”””
블랙 고블린의 물음이 거듭될수록 몬스터들의 눈에 광기에 휩싸였다.
“좋다!!! 우리의 저력을 적들에게 똑똑히 보여주도록 해라!!!”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연설을 마친 블랙 고블린이 단상 밑으로 내려와. 선두에 서서 발걸음을 옮기자.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9억 명의 인원이 블랙 고블린을 따라 발걸음을 맞춰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황실 연병장에 설치된 포탈을 타고 넘어가자.
“잘 넘어왔습니다.”
파콘 제국의 황제인 엘비스가 포탈 앞에서 블랙 고블린을 맞이해주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서로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누자.
“…호오.”
엘비스가 약간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떠 보이며 말했다.
“격이 올랐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강해졌군요.”
“전부, 주인님의 은총 덕분이죠.”
진심에서 묻어나오는 블랙 고블린의 말에 엘비스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죠. 전부, 주인님의 은총 덕분이지요.”
“맞습니다.”
“그럼, 작전에 대해서 전할 게 있으니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도록 할까요?”
“좋습니다.”
이후 기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왕성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떠신지?”
“괜찮긴 합니다만… 그전에 말씀을 편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편합니까?”
“예, 조금 불편합니다.”
‘다이닉’ 행성 침략할 당시, 엘비스가 존칭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이런 대우가 어색했던 블랙 고블린이었다.
“그때는, 제가 고용주 입장이기에 말을 편하게 놓았지만, 지금은 동등한 입장이니 존칭을 사용해야지요.”
“…그래도.”
“여기서 하대하는 말투를 쓴다는 것은 제가 당신을 하대하게 되는 겁니다. 넓게 본다면 악마님에게 실례를 끼치는 행동입니다.”
주인님에게 실례된다는 소리에 블랙 고블린은 어쩔 수 없이 수긍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그러도록 하죠.”
엘비스는 옅은 미소를 짓더니.
“지도를 가져오도록.”
뒤에 자리한 기사에게 시선을 돌리며 명령을 내렸다.
“여깄습니다.”
기사 한 명이 지도를 가지고 오자.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연합군은 크게 다섯 개의 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엘비스가 다섯 개의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핵심 구역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도를 살펴보니, 직사각형으로 빨간 줄이 그어져 있으며, 4개의 꼭짓점과 가운데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었다.
“직사각형 가운데에 동그라미가 쳐진 것이 보이십니까?”
“보입니다.”
“이곳은 연합군의 보급을 담당하는 보급소입니다.”
“보급소….”
“예, 이번 작전은 보급소를 습격하는 겁니다.”
이어서 엘비스는 가운데의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보급소를 습격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보급품을 끊어 고립시킬 생각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보급품만 끊긴다면 연합군들의 전력이 눈에 띄게 감소할 테니까요.”
“이해했습니다.”
얼추 설명이 끝나자. 엘비스는 작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블랙 고블린에게 설명해줬다.
“보급소에 도착하는 즉시, 적군을 척살하고 보급품은 전부 불태우시면 됩니다.”
“…그걸로 끝입니까?”
상당히 간단한 작전에 블랙 고블린이 의문을 드러내자.
“말은 쉬워 보지만, 이것은 절대 쉬운 작전이 아닙니다.”
엘비스가 표정을 굳히며, 이번 작전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쉬운 작전이 아니라고요…?”
“예, 보급품을 담당하는 곳이니만큼, 강한 병력이 대거 배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연합군들 또한, 보급품이 끊기면 이번 전쟁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삼엄한 경계 태세를 보여줬다.
“그렇게 보급품을 불태우고 빠지시게 되면, 연합군에서 수습하기 위해 보급소로 이동하게 될 겁니다. 그때 저희는 빈틈을 노려 치고 들어갈 계획입니다.”
“확실하게 이해했습니다.”
“전체적인 설명은 끝났는데, 혹시 궁금한 사항 같은 게 있습니까?”
엘비스의 물음에 블랙 고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편히, 물어보셔도 됩니다.”
“저희야 막중한 임무를 받아 공을 세울 기회를 얻었으니 만족스럽습니다만, 경지를 넘어선 마인들을 기용하면 더 쉽게 보급소를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희를 이 작전에 투입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냉정하게 봤을 때, 몬스터 군대를 투입하는 것보다 경지를 뛰어넘은 자들을 투입하는 것이 이번 작전을 성공시킬 확률이 더 높았다.
“경지를 뛰어넘는 자들이 투입되지 않는 이유는 연합군 쪽에서 제약을 거는 아트팩트를 대거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트팩트 말입니까…?”
제약을 걸어봤자. 얼마나 걸리겠냐는 의문이 들었으나.
“예, 그래서 기습을 가하려고 해도 제약이 걸리니 쉽사리 기습을 가하지 못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니, 왜 투입하지 않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즉, 제약을 거는 대상을 마기를 지닌 ‘인간’과 ‘엘프’를 설정해 근처에 다다르면 힘의 제약을 강하게 받는다고 한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가 ‘소드 마스터’ 경지로 떨어질 정도로 효과가 강력하다고 하니, 그 밑의 경지는 얼마나 약해질지 안 봐도 뻔했다.
“하지만, 몬스터인 여러분은 제약에 받지 않아.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겁니다.”
“그러한 이유였군요. 이해했습니다.”
“궁금하신 게 더 있습니까?”
“마지막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어떤 것이 궁금하시죠?”
블랙 고블린은 책상에 놓인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리를 보니 이곳과 거리가 상당한 것 같은데, 이동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9 클래스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그쪽으로 이동시켜줄 겁니다.”
“육지로 이동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육지는 여러 아트팩트가 설치되어 있어 마법으로 이동이 불가해 하늘로 이동하게 될 겁니다.”
“…저야 괜찮지만, 다른 부하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면 즉사하거나 큰 상처를 입게 되지 않겠습니까?”
“아, 그 부분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육지와 가까워졌을 때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는 마법도 같이 걸 겁니다.”
“그거라면 문제가 없겠군요.”
“궁금하신 게 더 있습니까?”
“예, 모든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엘비스는 블랙 고블린이 더 이상 질문할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요.”
“좋습니다.”
이곳에서 대기해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블랙 고블린은 엘비스의 제안을 승낙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이후 9억 명의 몬스터 군대는 마법진 안에 자리한 채, 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폐하,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9 클래스 마법사의 말에 엘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행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9 클래스 마법사 100명이 마법을 시전하자.
화아아아아아아아―
마법진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며 몬스터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블랙 고블린은 옷매무새를 다잡으며, 각오를 다지고 있던 그때.
“작전을 수행하시다가 무리다 싶으면, 포기하시고 부하분들과 함께 대피하셔도 됩니다.”
엘비스가 이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꼴사납게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무운을.”
그렇게 엘비스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자.
우――――――웅.
마법진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번―――쩍!
빛과 함께 9억 명의 몬스터들이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138화 몬스터 군대 돌격! (3)
한편, 보급소에서는.
“적들이 기습할 수 있으니, 경계 똑바로 서도록 해!”
“““예!”””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있다면, 무조건 보고를 올리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보급품을 지키기 위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곳을 적들에게 침략당하면, 전쟁은 졌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도록!”
지휘관은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병사들에게 거듭하여 강조해 주의를 시켰다.
“각자 맡은 근무지로 이동하도록!”
“““예!!!”””
병사들은 배정된 근무지로 가며, 전 근무자에게 간단한 인수인계를 받고 경계 근무에 돌입했다.
약 2시간 정도 경계를 서고 있던 그때.
“갑자기 전쟁이 터져서 이게 뭔 고생이냐.”
선임 병사가 한숨을 내쉬며, 현 상황에 한탄하기 시작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갑작스럽게 전쟁이 터질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대체, 그 녀석들은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후임 병사의 물음에 선임 병사가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아직도 모르고 있었냐?”
“어떤 것을 말입니까?”
“지금, 전쟁 중인 놈들이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소리 말이야.”
“…다, 다른 차원 말입니까?”
선임 병사는 혀를 끌끌 차며, 모르는 후임 병사를 위해 설명해줬다.
“대마법사의 말을 따르면,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거라고 하더라고.”
“…그런 게 존재하는 거였습니까?”
“존재하니까. 넘어온 거 아니겠어? 정확히는 행성에서 넘어왔다고 말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행성.”
처음 듣는 사실에 후임 병사가 당혹감을 보이는 것도 잠시.
“그러면, 그 엘프들도 다른 행성에서 넘어온 겁니까?”
‘데빌 엘프’도 다른 행성에서 넘어온 것이냐고 선임 병사에게 물었다.
“아니, 그 녀석들은 ‘엘븐하임’ 왕국에 있던 녀석들이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왜….”
“왜긴 왜야,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타락해서 그렇지.”
문헌에나 나오는 존재가 실존한다는 사실에 후임 병사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자.
“야, 정신 차리고. 경계나 잘 서.”
선임 병사가 팔꿈치로 찌르며, 정신 차리라고 핀잔을 줬다.
“아, 시정하겠습니다.”
후임 병사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연합군을 만든 뒤부터 적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 것 같습니다.”
“상부에서는 고대 아트팩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적들을 몰아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나 봐.”
“빨리 몰아내면 좋겠습니다.”
“금방, 몰아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우리는 경계나 제대로 서자고.”
“알겠습니다!”
긍정적인 소식에 후임 병사는 안도감을 느끼던 그때.
스―윽.
“음?”
“어?”
보급소에 갑작스럽게 어둠이 찾아왔다.
“…뭐지?”
“분명, 환했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낮이었을 터인데, 한순간에 어둠이 찾아온 것에 의문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보자.
“…저건?”
“…몬스터?”
녹색 옷을 입은 몬스터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미, 미친!”
“수, 숫자가….”
하늘을 전부 메울 정도의 아득한 숫자.
두 병사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보던 순간.
댕, 댕, 댕, 댕, 댕, 댕, 댕―
적습을 알리는 종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집결지로 황급히 뛰어갔다.
“전부 전투 준비!!!”
“한 마리도 놓치지 마!”
“이것을 침략당하면 끝장이야! 정신 차려!!”
“겁먹지 마라!!!”
그리고 집결지에 도착하니, 각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전투 준비에 들어가고 있었다.
두 병사도 진열에 합류해 전투 준비에 들어갈 때.
우―――웅.
설치된 마법 대포들이 가동되더니.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하늘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포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몬스터들이 직격당하며, 하늘에 폭발음이 연이어 울렸지만.
“…대체, 인원이 얼마나 많은 거야?”
숫자가 아득할 정도로 많다 보니, 아무리 쏘아내도 줄어든 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저, 전투 준비!”
“다들 싸워!”
타앗―!
성공적으로 바닥에 착지한 몬스터들이 무기를 꺼내 들며, 덤벼오기 시작했다.
* * *
‘성공적으로 안으로 들어왔군.’
보급소에 들어선 블랙 고블린은 허리띠에 착용한 검을 빼 들었다.
‘병력의 손실이 조금 있었지만, 이 정도는 예상 범주 내야.’
대충 눈대중으로 봤을 때 잃은 병력은 1억 마리.
남은 8억 마리가 있으니, 충분히 침략하고 보급품들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었다.
“한 명도 살리지 말고 죽여버려라!!!”
“““와아아아아아아!!!”””
블랙 고블린의 외침에 몬스터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수인족들에게 달려들었다.
“어차피, 몬스터일 뿐이야!”
“죽이면 그만이야!”
“숫자에 쫄지마!!”
처음에는 수인족들이 타고난 강한 육체로 몬스터들을 압도하는 것 같았으나.
“크, 크헉!?”
“컥!!”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압도적인 물량에 짓눌려 몬스터들에게 압도되기 시작했다.
‘수월하게 흘러가고 있군.’
부하들이 압도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침략이 진행될 것 같았다.
그렇게 부하들을 보며, 명령을 내리던 그때.
“주, 죽어!”
한 병사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기습적으로 손톱을 휘둘러왔다.
쐐――액!
‘수준 떨어지는 공격이군.’
블랙 고블린은 코웃음을 치는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젖히자.
후――웅.
“…어?”
병사는 기습에 실패하며, 애꿎은 허공만 가르게 되었다.
“주, 죽어!”
기습에 실패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병사는 다시 한번 손톱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스――걱.
“…컥!?”
블랙 고블린이 휘두른 검에 목을 베어 버리며, 그대로 절명하게 되었다.
‘흥, 그딴 공격은 우리 부하한테도 안 통한다고.’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병사의 몸을 걷어찬 뒤, 블랙 고블린은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엘비스의 말대로, 강자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면 해볼 만해!’
상대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뿐, 자신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이대로 몰아붙여!!”
압도적인 물량으로 적들의 숫자를 빠르게 줄여가던 그때.
“네가 이곳의 대장이구나?”
귓가에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언제?’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뒤를 점했다니?
왠지 모를 불길함을 직감한 블랙 고블린은 황급히 고개를 숙여 보이자.
후――웅.
머리 위로 공기를 가르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퍼――――엉!
허공에 엄청난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맞았으면, 즉사였다….’
블랙 고블린은 등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뒤로 돌리자.
“오, 감이 꽤 좋잖아?”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눈을 반짝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흡사,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표정.
“…….”
블랙 고블린은 아무런 대답 없이 검을 들어 보이자.
“푸핫, 귀엽네.”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가소롭다는 듯, 기운을 발산해 보였다.
덜, 덜, 덜, 덜―
생각 이상으로 강한 기운으로 인해 검 끝이 절로 떨려왔다.
‘…기운이 미쳤군.’
블랙 고블린은 눈앞에 있는 상대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필적한 경지를 지녔다는 것을 눈치챌 수가 있었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잠시, 눈앞의 적에 의해 죽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으나.
‘아니, 나는 저 녀석을 죽이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다…!’
블랙 고블린은 잡념을 떨쳐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오, 기운을 직격 받고도 싸울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데?”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블랙 고블린이 장하다는 듯, 손뼉을 쳐 보이며 이죽거렸다.
“너는 가지고 노는 맛이 조금 있겠다.”
슈슉―
그리고 인영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파팟―
블랙 고블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죽지 말고 잘 버텨보라고.”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오른팔을 뒤로 젖히자.
후우우우우웅―
오른손에 마나가 휩싸이는 동시에 강력한 풍압을 일으켰다.
“간다?”
이어서 육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주먹을 휘둘러왔다.
‘모, 몸통!’
블랙 고블린은 직감적으로 몸통 쪽으로 검을 올리자.
채――――앵!
기적적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크흡!?”
퍼――엉!
다만, 충격을 버티기에는 힘이 부족했는지, 두 팔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우당탕―
이어서 중심을 잃고 바닥을 꼴사납게 구르자.
“오, 잘 막네. 그럼, 이것도 막을 수 있나 볼까?”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러왔다.
‘도, 도망쳐야 한다!’
블랙 고블린은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퍼―――――엉!
“크헉!?”
주먹이 하체에 가격하면서, 두 다리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우당탕―
두 다리를 잃은 블랙 고블린이 바닥을 뒹굴자.
“꽤, 강해 보여서 기대했는데, 겨우 두 방으로 끝이네?”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시시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장난감이 고장 났으니, 폐기 처분을 해야겠지?”
이내, 악랄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블랙 고블린 머리 위에 발을 올려 보였다.
‘…이대로 죽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머리 위에 올려진 발을 당장이라도 뿌리치고 싶었지만.
‘고개를 움직일 힘조차 없군….’
애석하게도 블랙 고블린은 대항할 힘이 몸에 남아 있지 않았다.
“너는 내가 상대했던 고블린 중에 가장 강하니까. 특별히 유언을 들어주도록 할게.”
그녀의 말에 블랙 고블린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적에게 유언을 남기는 게 얼마나 우스운 짓인지 깨닫고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적에게 유언을 남길 생각을 하다니, 죽는 순간이 오니 내 정신도 나약해졌나 보군.’
블랙 고블린은 눈동자를 토끼 귀를 한 수인족에게 돌리며 말했다.
“내가 남길 유언은….”
“유언은?”
“없다.”
“없다고?”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네년 따위가 내 유언을 들을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뭐?”
“내 유언은 오직 주인님만 들을 수 있거든.”
순간,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같잖은 몬스터 주제에 무슨 충신 행세야?”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재밌는 장난감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는데, 자기 주제를 모르는 녀석이라 기분이 잡쳐버렸어.”
“…난 네 장난감 따위가 아니다.”
“아무튼, 유언이 없다고 하니 이만 죽여줄게.”
후―웅.
이어서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발을 들어 올리더니.
“잘 가, 버러지.”
블랙 고블린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젠장, 공도 세우지 못하고 죽게 되는 건가?’
그렇게 머리에 발이 떨어지려는 찰나.
【유언을 듣지 못했는데,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주, 주인님?’
머릿속에 주인님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화아아아아아아―!
검은 불꽃이 몸을 감싼 뒤, 거칠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139화 몬스터 군대 돌격! (4)
몬스터들이 보급소를 침략할 당시.
정민우는 모습을 감춘 채 침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몬스터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줄 알았는데, 10년간 훈련을 허투루 하지 않았는지 뛰어난 무용을 선보였다.
‘평균 소드 익스퍼트 중급 수준인가?’
몬스터가 이뤘다고는 믿기지 않는 경지.
적군 중에 이들보다 경지가 낮은 자들이 수두룩하니,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마물들은 ‘소드 마스터’ 경지이니 기사들도 상대하기가 벅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가 난입하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에 도달한 적군 한 명만 투입돼도 이 싸움에 저울은 수인족으로 기울게 될 것이었다.
‘나섰군.’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같은 경지에 오른 수인족이 출격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보급품이 있는 곳이니, 저런 경지의 적군도 배치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아무리, 경지를 뛰어넘은 자라고 한들 8억 마리를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죽을 각오로 덤벼들면, 우리 쪽도 전멸을 피할 수 없지.’
반대로 말해 목숨을 담보로 싸운다면 8억 마리의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면, 침략은 10년 내로 끝낼 수 있겠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생도 신분부터 동고동락한 몬스터들도 있는데 매정하게 저버리기는 쉽지가 않단 말이야….’
현재, 토끼 귀를 한 수인족에게 밀리고 있는 블랙 고블린은 양성소에서 처음으로 선택했던 녀석이라 더 정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는 순간.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네년 따위가 내 유언을 들을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뭐?”
“내 유언은 오직 주인님만 들을 수 있거든.”
블랙 고블린의 말이 귓속에 박혀 들었다.
‘…이런 녀석을 두고 죽일지 살릴지 고민을 했다니, 나도 참 어리석구나.’
마물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지만, 저런 충신은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살려야겠어.’
정민우는 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심안’을 통해 블랙 고블린에게 전언을 날렸다.
【유언을 듣지 못했는데,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그리고 블랙 고블린에게 마기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번에 침략하면서 얻은 마기 절반을 준다.’
계산적으로는 상당히 손해였지만.
‘멀리 봤을 때, 이렇게 확실한 투자만 한 것도 없지.’
블랙 고블린이 행성을 침략하며, 더 많은 마기를 가지고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라이거’ 행성에서 얻은 마기 절반을 다 쏟아붓자.
【고위 악마의 마기를 대량으로 하사받았습니다】
【현재, 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기를 초과했습니다】
【강제적으로 격을 상승시킵니다】
【격이 상승해 ‘고블린 킹’으로 진화합니다】
【격이 상승해 ‘필멸자’의 굴레에서 미약하게나마 벗어나게 됐습니다】
【주종 관계가 유지되는 한 ‘노화’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주인인 ‘정민우’가 죽기 전까지 ‘수명’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재능이 고유 특성으로 바뀝니다】
【새로운 고유 특성이 추가됩니다】
눈앞의 시야를 가릴 정도의 무수한 메시지 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계수와 같은 격으로 성장했다고…?’
생각 이상의 효과에 당혹감을 드러냈지만.
‘라이거 행성에서 얻은 마기를 반을 준거니, 이 정도의 격이 상승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
‘유레인’ 행성보다 100배는 큰 곳에서 얻은 마기이니 양이 상당할 터였다.
‘일단, 바뀐 정보부터 확인해볼까?’
고블린 킹의 정보를 보기로 하며,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A―1
성별 : 남성
나이 : 7살
〈세부 정보〉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마기 친화】, 【우두머리】
현재 감정 : 괴로움
‘마기 친화라… 이름이 바뀌지는 않았네.’
이름은 같아도 효과는 더 뛰어나게 바뀌었을 터였다.
‘효과가 어떨지 봐볼까?’
정민우는 ‘마기 친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고유 특성을 클릭했다.
【마기 친화】
마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다.
상당히, 간단명료한 내용.
‘자유자재라… 미쳤는데?’
간단명료한 것만큼 확실한 효과만 한 것도 없었다.
‘잘만 사용할 수 있다면, 막강한 힘도 발휘할 수 있겠어.’
정민우는 만족감을 느끼며 다음으로 ‘우두머리’라는 고유 특성의 효과를 확인해봤다.
【우두머리】
― 전투 시, 종족의 사기가 최대치로 상승한다.
― 전투 시, 종족의 신체 능력이 대폭 증가한다.
― 전투 시, 종족의 체력 소모가 대폭 감소한다.
‘…엄청난 걸 얻었잖아?’
효과를 확인한 정민우는 ‘고블린 킹’이 침략에 특화된 고유 특성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면, 앞으로의 침략이 한결 더 쉬워지겠어.’
이미, 고블린들의 수준은 꽤 높은 상태였기에 여기서 버프를 받으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었다.
메시지 창에 시선을 거두며, 전장을 바라보자.
“으아아아아아!!”
“다 죽어 버려!”
“몸에서 힘이 솟구친다!!”
고블린들이 수인족들을 압도하다 못해 압살하기 시작했다.
‘효과 한번 확실하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세를 조금 점하던 전황이었다면, 지금은 온전히 승리를 굳혔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고블린 킹 만이 잘 싸워주면 되겠군.’
마침, 마기를 전부 흡수했는지 고블린 킹의 몸을 덮고 있던 검은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호오….’
그리고 검은 불꽃이 온전히 사그라들었을 때, 정민우는 속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전보다 더 늠름하게 변했잖아?’
괜히, ‘고블린 킹’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지 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모습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기운도 상당해.’
정민우는 이번 싸움에서 고블린 킹이 이길 것이라 확신하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 *
고블린 킹 몸에 검은 불꽃이 휩싸였을 때.
“뭐, 뭐야?”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강렬한 열기에 당황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 열기… 뭔데?”
고개를 숙여 다리를 보니.
“내가 화상을 입었다고…?”
오른쪽 다리에 검은 화상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딴 건 회복하면 그만이지.”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마나를 오른쪽 다리에 집중해 재생력으로 상처를 회복하려고 했지만.
“…회복이 안 된다고?”
검은 화상 자국은 아무리 마나를 쏟아부어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일개 몬스터 따위가 입힌 화상이 회복이 안 된다고?”
경지를 뛰어넘으면서 처음 접해보는 상황에 당혹감을 느끼던 그때.
“으, 으아아아아악!”
검은 불꽃에 휩싸인 고블린 킹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왔다.
“…화상 자국은 나중에 치료받으면 그만이니, 지금은 눈앞에 있는 녀석에게 집중하는 것이 좋겠지.”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검은 불꽃에 불길함을 느끼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죽이는 게 좋겠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귀찮은 일이 생기면 자신만 손해였기에 몬스터를 지금 당장 처리하기로 했다.
“마지막 발악은 신선하기는 했는데, 거기까지야.”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한 방에 끝내기 위해 힘을 끌어모으며, 고블린 킹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엄청난 풍압을 자아내는 동시에 주먹이 ‘고블린 킹’과 가까워지던 그때.
스윽―
검은 불꽃에서 굵직한 손이 튀어나오더니.
덥석―
퍼――――엉!
주먹을 가볍게 붙잡아 보였다.
“손은 아까 사라졌을 텐데… 그것보다 내 주먹을 붙잡았다고…?”
전력을 다한 공격이 막혔다는 사실에 혼란을 느끼며, 왼팔을 휘두르기 위해 팔을 뒤로 젖힐 때.
“꽤나 당황했나 보군.”
검은 불꽃 속에서 조소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내가 아는 그 녀석 맞지?”
전과 달리 굵직한 목소리에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떨떠름한 표정을 물음을 던졌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화르륵―
몸을 덮고 있던 검은 불꽃이 커지며 몸집을 불리더니.
치이익―
“지금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맞지 않나?”
검은 불꽃이 꺼지는 동시에 고블린 킹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떨리는 눈빛으로 고블린 킹을 바라봤다.
“왜, 그러지?”
그리고 고블린 킹의 물음에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덜, 덜, 덜―
대답 대신 그저 눈을 내리깐 채 몸을 떨어 보였다.
조금 전에 보였던 행동과 달리 전혀 딴판인 반응.
모습만 보고 겁을 먹은 것이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무, 무슨 고블린 따위가 이런 위압감을….’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년 동안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육감이 지금 당장 도망치라고 소리쳐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슬쩍―
조심스럽게 고블린 킹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왜, 아무 대답도 없지?”
3m가량의 키에 전보다 덩치가 3배는 커진 몬스터가 오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그 눈빛을 받은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현재, 자신은 저 몬스터보다 먹이사슬의 위치가 낮다는 것을 말이다.
“자, 이제 싸움을 끝내보도록 할까?”
고블린 킹이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화르르륵―
왼팔을 들어 보이며, 마기를 집중시켰다.
“너는 내가 상대했던 수인족 중에 가장 강했으니, 아량을 베풀어 특별히 유언을 들어주도록 하지.”
“유, 유언?”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의 물음에 고블린 킹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래, 유언 없이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잖아?”
“…….”
자신이 건넸던 제안을 다시 돌려받은 수인족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을까?’
치욕스러운 감정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모든 힘을 쥐어 짜내서 공격하고 도망친다…!’
생각을 마친 그녀는.
“…내 마지막 유언은.”
곧장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네 녀석이 죽는 거다!!!”
체내에 있는 마나를 쥐어짜네, 몸에 두른 뒤.
“넌, 나한테 기습할 기회를 주면 안 됐어!!!”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붙잡힌 오른손을 제외하고 남은 왼팔과 두 다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고블린 킹의 몸을 가격했다.
“하하! 아무 반응도 못 하겠지?”
기습이 성공적으로 통했다고 생각한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마지막 공격으로 왼손에 모든 힘을 집약해 고블린 킹의 턱을 후려쳤다.
퍼―――――――――――――엉!
모든 힘을 쏟아부은 만큼, 파괴력이 굉장했는지, 일대에 흙먼지가 일어나 시야를 가려버렸다.
“하핫, 꼴 좋다!”
고블린 킹이 죽었다고 확신한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우뚝―
“…어?”
붙잡힌 오른손에 의해 움직임에 제약이 걸려버리며,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무, 무슨?”
왠지 모를 싸한 감정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뒤로 들자.
“끝인가?”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블린 킹의 모습이 드러났다.
“헉!”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받던 그때.
“아쉽게도 네년의 유언은 들어주지 못하겠군.”
고블린 킹이 그녀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왔다.
“자, 잠깐! 내, 내 말 좀 들어봐!!”
그녀는 황급히 고블린 킹을 불러봤지만.
“유언은 끝이다.”
고블린 킹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앙!
그러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퍼――――엉!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리면서, 그녀는 뒷말을 잊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140화 몬스터 군대 돌격! (5)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전사한 뒤.
“전부, 쓸어버려라!!!”
고블린 킹이 목소리에 마기를 실어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예!!!”””
몬스터들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수인족을 압살하기 시작했다.
“히, 히익!?”
“이, 이건 못 이겨!”
“도, 도망쳐야 해!”
토끼 귀를 한 수인족이 죽으면서 전의를 상실한 것에 이어 몬스터의 거센 공격에 겁을 먹은 적군은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렸지만.
“한 놈도 살리지 마라!”
고블린 킹은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듯, 전선에 뛰어들어 적들을 해치웠다.
“흡!”
마기를 두른 주먹을 휘두르자.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일대에 있던 적들은 시신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사, 살려주십시오!”
“하, 항복하겠습니다!!”
종종,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군인의 명예도 모르는 벌레들이군. 감히, 적군에게 무릎을 꿇다니.”
오히려, 참 군인에 속하는 고블린 킹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더 잔혹한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그렇게 보급소를 침략해 나가던 그때.
스―릉.
“네놈을 죽여주마.”
“더 이상의 침략은 허용하지 않겠다!”
“지금이라도 당장 병력을 물려라!!”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사 세 명이 고블린 킹의 길을 막아섰다.
“호오….”
고블린 킹은 기사 한 명을 보며, 감탄을 터뜨리더니.
“그 대검 질이 꽤 좋군?”
기사가 들고 있는 대검에 눈독을 들였다.
“마침, 덩치가 커져 검을 새롭게 찾고 있던 차인데 잘 됐어.”
검의 길이가 맞지 않아 주먹으로 싸우고 있었지만, 고블린 킹은 본래 검사이기에 검을 들었을 때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이 자식이!!!”
죽이고 전리품을 취하겠다는 말에 기사가 참지 못하고 고블린 킹을 향해 대검을 내질렀다.
덥석―
하지만, 용기 있게 검을 내지른 것과 별개로 고블린 킹은 두 손가락으로 너무 쉽게 검을 잡아버리며 공격을 막아버렸다.
“…뭐?”
기사는 힘을 줘 대검을 빼내려는 찰나.
“검은 내가 잘 써주마.”
퍼――엉!
고블린 킹의 공격에 몸이 산산이 터진 기사였다.
“어디 한번 휘둘러 볼까?”
대검을 얻은 고블린 킹이 두 기사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어?”
“…음?”
서――――걱!
두 기사가 대응하기도 전에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숨이 끊기고 말았다.
“흠, 전에 쓰던 검보다는 질이 좋지 않군.”
고블린 킹은 조금 불만스럽다는 듯 대검을 바라보자.
“충성! 보고 올리겠습니다!”
마물이 다가와 경례 자세를 취하며 말을 걸어왔다.
본래 둘은 같은 계급의 동료였지만, 격의 차이가 나버리면서 마물이 자연스럽게 고블린 킹을 상급자처럼 대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 보고해라.”
고블린 킹도 자연스럽게 하대하며, 보고를 올릴 것을 허락했다.
“예! 적군의 병력이 10만 명 미만으로 떨어져 30분 내로 전 병력을 소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적군을 소탕한 뒤, 기존 작전대로 보급품을 전부 태우고 후퇴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마물의 말에 고블린 킹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보급품을 태우지 않을 것이며 후퇴 또한 하지 않을 것이다.”
“예?”
“보급품은 우리가 사용할 것이고. 이곳에서 다른 연합군들을 척살할 거다.”
엘비스의 작전을 따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수 있겠지만.
‘이런 힘을 얻었는데, 도망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주인님의 은총으로 강대한 힘을 얻으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전이라면, 감당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압도하고도 남지.’
경지를 뛰어넘는 자조차 압도하는 무력을 얻게 됐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부하들한테 그렇게 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적군들을 소탕하고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도 잊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마물이 경례를 취하며, 자리를 떠난 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좋겠지만, 병력의 손실을 줄이려면 보급소에 설치된 마법 대포와 아트팩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
마법 대포를 점검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늠름하게 변했군.”
귓가에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성!”
고블린 킹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곧장 경례 자세를 취하자.
“그래.”
뒤에 자리하고 있던 정민우가 경례 자세를 취하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저에게 과분할 정도의 힘을 하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털썩―
이어서 고블린 킹은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정민우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과분한 힘이라니, 나는 자네에게 어울리는 힘을 줬다고 생각한다.”
“주, 주인님…!”
정민우의 말에 고블린 킹이 벅찬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 종족의 수장이 됐는데, 설마 칠칠치 못하게 눈물을 흘리려는 것은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고블린 킹은 황급히 눈가를 닦아내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격이 상승했으니, 번호가 아닌 이름을 지어줘야겠지.”
“이, 이름 말입니까?”
“그래, 한 종족의 수장인데 계속해서 ‘A―1’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가, 감사합니다!!”
이름이라고 해봤자, 호칭을 붙여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주인님께서 나만의 이름을 지어주신다니…!’
고블린 킹은 주인님이 이름을 지어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흠… 어떤 이름이 좋을까.”
정민우는 턱을 쓸어 보이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고블린 킹이니… 고블왕? 음… 이건 아니야. 그렇다면 받침을 지우고 ‘고브’로 할까?”
그리고 혼잣말로 여러 이름을 중얼거리더니.
“그래, ‘고브’가 좋겠다. 앞으로 네 이름은 ‘고브’다.”
‘고브’라는 이름을 하사해줬다.
“고브…! 정말 감사합니다!!”
고블린 킹, 아니 고브는 번호가 아닌 이름이 생겼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속으로 연신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나는 일이 있어 이만 가보도록 하마.”
“들어가십시오!”
“그래, 남은 일도 훌륭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믿으마.”
“믿어만 주십시오! 충성!!!”
이후 정민우가 사라진 뒤, 고브는 주인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한편, 다른 군에서는.
“보, 보급소가 침략당했다는 급보입니다!!”
“당장, 병력을 집결해!!!”
보급소를 다시 탈환하기 위해 병력을 꾸리고 있었다.
“몬스터 숫자는 어떻게 되지?”
“…그, 그것이.”
부대장의 물음에 기사가 말하는 것을 망설이자.
“지금 한시가 급한 거 몰라? 빨리 얘기해!”
호통을 치며, 빨리 답할 것을 요구했다.
“혀, 현재 추정되는 인원은 7억 마리라고 합니다!”
“7… 뭐?”
“7억 마리입니다!”
부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기사를 바라보자.
“…미,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몇 번씩이나 확인한 사항입니다!”
기사는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젠장, 숫자는 또 왜 이리 많은 거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몬스터가 고블린과 오크라는 것입니다.”
“…장난하나?”
“예?”
“보급소를 침략당했는데, 그 몬스터가 일반적인 녀석이라고 생각하나?”
“…….”
부대장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젓더니.
“바로 출발한다!!”
병력을 이끌고 보급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언제든 마법을 펼칠 수 있게 준비해두며, 궁병은 활시위에 화살을 미리 걸어두도록 해라!”
“““예!”””
부대장은 말을 몰면서, 품속에서 통신 아트팩트를 통해 다른 부대에 무전을 넣었다.
“1부대 출발한다. 다른 부대의 상황은 어떻지?”
치이익―
[2부대 출발한다]
[3부대도 출발한다]
[4부대도 출발했다]
그러자 아트팩트에 불이 들어오며, 다른 부대에서 무전을 답신해왔다.
“다들 이끄는 병력의 인원은 어떻게 되지?”
인원에 관해 묻자. 부대장들로부터 1억 명의 병력을 끌고 간다고 답해왔다.
‘총 4억 명이라… 충분히 탈환할 수 있다.’
부대장은 현 상황이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군에 병력을 남기고 가는 것이긴 하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오는 것이 좋겠지.’
다른 마인들의 침략을 대비해 군의 경계를 올리고 병력을 재배치하긴 했지만, 1억 명이나 비어버린 것이니 조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
부대장은 불안감을 애써 지우며, 보급소로 빠르게 향했다.
잠시 후, 보급소 지척에 다다랐을 때.
‘왜, 이렇게 조용하지?’
외벽으로 인해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급소에 어떠한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왠지 모를 불길함을 직감하던 순간.
우―――웅.
외벽에 설치된 마법 대포들이 가동되더니.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이쪽을 향해 포탄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마법사, 보호막을 전개해!!!”
“““예!”””
이 정도는 예상 내의 범주였기에 부대장은 침착하게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베리어!!!”””
마법사들이 준비하던 마법을 시전하자.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포탄이 보호막과 충돌하며, 엄청난 폭발음을 일으켰다.
“겁먹지 말고 전진해!!”
이어지는 부대장의 명령에 침착하게 앞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때.
부스럭―
폭발음 사이에 예사롭지 않은 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이 소리는…?’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손…?’
몬스터로 추정되는 손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설마, 흙 속에 매복하고 있었던 건가?’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에 의아함을 느끼던 순간.
반짝―
흙 속에 파묻혀 있는 아트팩트가 눈에 들어왔다.
‘젠장, 아트팩트를 이용해서 기척을 숨긴 거였어!’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니, 수백 개의 아트팩트가 묻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자신이 느끼던 불길함이 이것이라고 확신한 부대장은.
“전부……!”
부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대응시키려고 했으나.
푸―욱!
“컥!”
몬스터의 기습으로 목이 꿰뚫리면서, 아쉽게도 말을 끝까지 잇지를 못했다.
“커헉!”
털썩―
부대장이 중심을 잃고 말에 떨어지며, 바닥과 부딪힐 때.
“““끼얏호!”””
그것이 기습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는지, 바닥에 숨어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튀어나오며 공격을 가해왔다.
“뭐, 뭐야?”
“대, 대응해!”
“몬스터가!?”
“누가 막아봐!”
몬스터의 기습에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했으나.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너무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는지, 제대로 된 대응 한번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젠장, 지능이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간과했어.’
보급소를 침략했기에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지능까지 뛰어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부대장이었다.
‘이 사실을 다른 부대장들에게 알려야 해…!’
부대장은 다른 부대에서 이 수법에 당하지 않게 기습당한 사실을 알리기로 하며, 품속에서 통신 아트팩트를 꺼내 들었다.
‘기습이 아니면 할 만해…!’
이어서 통신 아트팩트를 가동하려는 찰나.
콰――직!
“크, 크아아아아아악!”
거대한 발이 아트팩트와 함께 손을 지르밟아왔다.
부대장은 극심한 격통을 느끼며, 시선을 위로 올리자.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키가 3m는 되어 보이는 몬스터가 오만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개, 몬스터 따위에게 왕의 품격이 느껴진다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던 찰나.
“잘 가라.”
콰――직.
몬스터의 손에 의해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리면서, 생각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141화 라이거 행성 침략 (1)
보급소 침략에 이어 지원을 간 연합군을 격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생각 이상으로 작전을 훌륭하게 완수했나 보군.”
엘비스의 귀까지 전해 들어갔다.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냈는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지금이 침략을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느낀 엘비스는 곧장 아널드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이후 아널드가 알현실 안으로 들어오자.
“지금 당장 연합군을 치러 갈 것이다. 이번 작전은 짐도 대동할 터이니 단단히 준비하도록.”
엘비스는 인사를 받는 것을 생략하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빠르게 병력을 꾸려 침략할 준비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로부터 30분 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폐하.”
“좋아,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보고에 엘비스는 병력을 끌고 연합군을 치기 위해 이동했다.
연합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1군’지척에 다다랐을 때.
“쏴라!!!”
적군들이 외벽에 설치된 마법 대포들을 가동해.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포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같잖은 짓을.”
엘비스는 혀를 차며, 아널드에게 시선을 옮기자.
“마법을 사용해 대응해라!”
아널드가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리플렉스.”””
마법사들이 명령에 따라 마법을 시전하자. 허공에 검은 장막이 생겨나더니.
팅, 팅, 팅, 팅, 팅, 팅, 팅, 팅, 팅―
포탄들을 전부 튕겨내며, 외벽으로 되돌려줬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외벽에 닿은 포탄은 엄청난 폭발음을 내면서, 벽을 손쉽게 무너뜨렸다.
“다들, 아트팩트로 인해 힘을 제약받는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고. 협력해서 싸워라!!”
“““예!!!”””
“좋다. 전원 돌격해라!!!”
“““우와아아아아!”””
아널드는 부하들을 이끌고 무너진 외벽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엘비스가 병력을 끌고 ‘제1군’을 침략할 당시.
“병력이 줄었네요. 이 틈을 노려 침략하도록 하죠.”
침략을 재개하기로 하며, 세계수는 자식들을 이끌고 ‘제2군’으로 향했다.
그렇게 ‘제2군’ 지척에 다다랐을 때.
“쏴!!!”
이곳 또한, 적군들이 외벽에 설치된 마법 대포들을 가동해.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포탄을 쏘아냈지만.
“겨우, 포탄으로 저희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세계수가 손을 휘젓는 동시에 바닥에 거대한 나무가 솟아나더니, 포탄들을 전부 막아내 버렸다.
“여러분의 힘을 적들에게 똑똑히 각인시켜주세요.”
“““어머니의 뜻대로!!!”””
이어서 ‘데빌 엘프’들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리자.
“““어둠의 정령이여 우리에게 응답해라!!!”””
꿀렁―
손바닥에 검은 연기가 흘러나와 허공에 뭉치기 시작했다.
“““아르카네!”””
그리고 암흑의 정령왕 ‘아르카네’의 이름을 외치자.
“죽음의 기운이 흘러넘치는구나!”
아르카네가 데빌 엘프의 부름에 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채 낫을 든 모습.
겉모습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에게 풍기는 분위기는 ‘죽음’ 그 자체였다.
“하하하, 그래 누구를 죽여주면 되지?”
아르카네의 물음에 한 데빌 엘프가 외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안에 있는 생물들을 전부 죽여줘.”
“너무나도 쉬운 부탁이군.”
아르카네는 낫을 들어 올리더니.
“태초로 돌아갈 시간이다. 필멸자들아.”
가볍게 낫을 휘두르자.
쐐―――――――――액
죽음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검은 오러가 반월을 그리며, 외벽을 향해 날아갔다.
“마, 막아!”
수인족들은 막기 위해 마법을 전개해 봤지만.
스으윽―
검은 오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마법을 통과한 것도 모자라.
서―――――――――걱!
물질적인 제한을 받지 않고 오로지 적군만을 베어버렸다.
“““으아아아아악!”””
적군들은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절명해가던 그때.
“저희도 안으로 들어가 빠르게 침략하도록 하죠.”
세계수는 자식들을 이끌고 ‘제2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엘비스와 세계수가 활발하게 침략하고 있을 동안.
“다들, 긴급 소집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바로 회의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연합군은 회의장에 모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회의를 열었다.
“““…….”””
각국의 수장들은 침음만 흘릴 뿐, 입을 선뜻 여는 자는 없었다.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차라리 항복하고 그들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시간만 흘러갈 때, 한 수장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지금 항복하자고 얘기한 것이요?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가 맞소?”
“딱히, 방안도 없지 않습니까?”
“방안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 아니오.”
“하지만, 마땅한 방안이….”
“그건 지금부터 찾으면 될 거 아니오!!!”
한 수장의 반발에 제안을 건넨 수장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희가 싸우면서 죽은 인원이 50억 명이 넘어갑니다. 근데, 계속해서 싸우겠단 말입니까?”
“반대로 묻겠소. 지금 항복하는 것은 전사한 자들을 모욕하는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요?”
“모욕은 모르겠고. 이대로 가면 멸망하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뭐? 너 말 다 했냐?”
“아니, 얻다 대고 반말이야!?”
두 수장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자.
“저도 항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하, 자네가 그리 겁쟁이 일 줄은 몰랐군.”
“뭐요?”
“왜들 그러십니까. 다양한 의견을 내기 위해 회의장에 모인 거 아닙니까?”
“당신은 빠지시오.”
“…뭐라고 했소?”
다른 수장들이 개입하며, 회의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난장판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흐음….”
한편, 상석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 수인족은.
“개판이군.”
혀를 한 번 차 보이더니.
콰――――앙!
팔걸이를 내려쳐,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뚝―
그러자 거짓말 같게도 도떼기시장 같던 회의장이 단숨에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
언성을 높이던 수장들은 상석에 앉아 있는 수인족을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같은 수장들이 모인 자리일 터인데, 왜 눈치를 살피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지상 최강의 사나이.
성인식 이전에 왕자들을 죽여 왕위에 올라선 자.
그 강함으로 타국을 통합시켜 황제가 된 자.
이런 수식어들이 붙을 정도로 그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전선에 나가 왕국을 괴멸시킨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할 정도였다.
“꼭, 겁먹은 녀석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지.”
검은색 갈기, 검은 피부, 황금색 눈동자. 흑사자의 형상을 한 황제가 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각국의 수장들에게 하는 말인 것 치고는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였지만.
“““…….”””
그들은 치욕을 느끼면서도, 어떠한 반박도 하지 못했다.
“적은 얼마나 강하지?”
황제의 물음에 한 수장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현재 인원은 10억 명에 육박한다고….”
수장의 말에 황제는 고개를 내저으며, 질문을 바꿨다.
“아니, 인원은 알 필요 없다. 거기서 가장 강한 자가 어떠한 무력을 지녔는지 설명하도록 해.”
“…보고에 따르면,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를 뛰어넘은 강자가 3명 정도 있다고 합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를 뛰어넘은 자가 3명이라… 계속 말해보도록.”
황제가 계속 말할 것을 요구하자. 수장은 3명의 강자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나무와 정령을 다루는 세계수.
근력과 마기를 이용해 싸우는 고브.
검은 번개를 다루는 엘비스.
“검은 번개를 다루는 자는 다소 다른 이들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설명을 전부 전해 들은 황제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짐과 비교할 땐 어떻지?”
자신과 비교해서 설명해달라고 수장에게 부탁했다.
“…그, 그것이.”
부탁을 받은 수장은 황제의 눈치를 살피며,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솔직하게 얘기해도 된다. 그래야 적의 전력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테니.”
“…알겠습니다.”
이어지는 황제의 말에 수장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검은 번개를 다루는 인간과는 호각을 이룰 수 있겠으나, 다른 자는 폐하께서 이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예.”
황제는 수장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적을 파악하는데 도가 텄으니, 자네의 말이 맞겠지.”
여태까지 연합군을 운영하면서, 그의 판단이 틀린 적이 없었으니 이번 또한 맞을 것이었다.
“그 3명의 강자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어떠한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제가 괜히 반대했겠습니까? 전부 정보에 따른 판단이니 확실합니다.”
황제는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기더니.
“짐이 어떻게 황제의 자리까지 올라섰는지 아나?”
잠시 뒤, 눈을 뜨는 동시에 뜬금없는 질문을 수장에게 던졌다.
“그것은, 폐하의 압도적인 무력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질문을 받은 수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렇다면, 짐이 그 압도적인 무력을 어떻게 얻었는지 알고 있나?”
“훈련과 실전을 통해서 아닙니까…?”
이어지는 물음에 수장이 다시 한번 대답을 하자.
“아니, 틀렸네.”
황제가 고개를 내저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예?”
푸――욱!
그리곤 긴 손톱으로 수장의 가슴을 꿰뚫어 버리곤.
푸――확!
손을 빼내니, 손톱에 수장의 심장이 같이 딸려 나왔다.
“지, 지금 무슨 짓입니까!?”
“미쳤습니까!?”
“황제라고 대우를 해줬더니, 이제 정신이라도 나간 건가!?”
“흑랑! 네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황제, 아니 흑랑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는지, 시선조차 주지 않고 심장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와그작, 와그작―
그렇게 심장을 다 먹어 치운 흑랑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심장을 먹으면 적의 힘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지.”
“““…뭐?”””
충격적인 발언에 수장들이 당혹감에 휩싸일 때.
“그러니, 너희의 심장을 취해. 그들을 대적할 것이다.”
흑랑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움직임을 선보이더니.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크, 크헉…!?”””
순식간에 수장들의 가슴을 꿰뚫어 생명을 앗아가 버렸다.
이후 그들의 심장을 전부 먹어 치워 힘을 흡수한 흑랑은.
“흐음, 역시 수장이라 그런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군.”
새롭게 얻은 힘을 음미하며, 몸을 떨어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힘으로는 그들을 대적할 수는 없겠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일격에 쓰러트릴 정도의 무위를 지녔다고 하니, 이 정도의 힘은 턱도 없을 것이었다.
“…힘이 더 필요하겠어.”
흑랑은 더 많은 심장을 취해 힘을 늘리기로 하며, 회의장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며칠간 제국에서는 끊임없는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142화 라이거 행성 침략 (2)
엘비스, 고브, 세계수는 모든 군을 무너뜨린 뒤. 마지막 침략을 앞에 두고 지정한 장소에 만나 회의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엘비스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과연, 다들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
엘비스는 홀로 식당에 앉아, 곧 마주하게 될 이들을 떠올리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블린은, 주인님에게 ‘고브’라는 이름을 하사받게 됐다고 했지.”
고브는 일전에 만나긴 했었지만, 악마님의 힘을 하사받아 격이 한층 성장했다고 하니 어떻게 바뀌었을지 기대되었다.
“세계수는, 주인님에게 선택받아 육신을 얻게 되었다고 했지.”
소문에 따르면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악마님의 종이 됐다고 했으니, 능력이 얼마나 뛰어날지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한 건, 둘 다 기대 이상이겠지.”
엘비스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리던 그때.
“몬스터의 수장 ‘고브’님이 도착했습니다.”
한 기사가 식당 안으로 들어와 고브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안으로 모시도록.”
“예!”
명령을 받은 기사가 나가고 잠시 뒤.
끼익―
3m의 거한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호오….”
고브의 모습을 확인한 엘비스는 얕은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전보다 늠름하게 변하셨군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엄이 넘치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왕의 위엄이 느껴지는군.’
그가 입은 옷은 왕실복이 아닌 군복임에도 불구하고 기품과 위엄이 풍겼다.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이 어색했는지, 고브가 머리를 긁적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음식은 세계수 님이 오시면 나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엘비스의 말에 고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덩치에 맞게 준비된 의자에 착석했다.
“제 체형에 맞춰 의자를 준비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브는 엘비스의 섬세함에 감탄하며, 신경 써준 것에 고마움을 전했다.
“당연히 해야 할 배려였을 뿐입니다.”
“제가 이래서 폐하를 좋아하나 봅니다.”
이어서 고브가 너털웃음을 터뜨릴 때.
“이제는 폐하라는 경칭은 부르시지 마십시오.”
엘비스가 경칭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왔다.
“…예? 그렇다면 뭐라고 부릅니까?”
“부른다면… ‘엘비스 녹슨’, 엘비스라고 편하게 부르는 게 어떻습니까?”
“어…….”
뜬금없는 제안에 고브가 당혹감을 드러내자.
“얼굴을 자주 보게 될 텐데,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엘비스가 편하게 생각하라는 듯,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조금 어색하겠지만 노력해보죠.”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은, 서로의 관계가 더 친밀해진 다음에 하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그때.
“엘프의 어머니 ‘세계수’님이 들어오십니다.”
기사가 세계수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리며, 식당 문을 열자.
“주인님에게 선택받은 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세계수가 우아한 자태를 풍기며,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그녀의 인사에 엘비스와 고브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세계수 님도 오셨으니, 식사를 시작할 생각인데 어떠신가요?”
“저야 음식을 대접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
“그럼, 부하를 시켜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그들은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친분을 쌓는 것은 식사하면서도 이어졌다.
* * *
“다들, 음식은 입에 맞으셨습니까?”
식사가 끝난 뒤, 엘비스가 그들에게 음식이 입맛에 맞았는지 묻자.
“최고였습니다.”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고브와 세계수가 식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엘비스의 말에 세계수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각자의 입맛에 맞게 신경을 써주셨는데 맛있을 수밖에 없죠.”
세계수의 말에 알 수 있듯, 엘비스는 둘의 식성을 파악해 각자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제공했다.
세심한 배려에 세계수와 고브는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기게 되며, 전보다 한층 더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다.
“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식사도 마쳤으니 회의를 시작하려는데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좋죠.”
세계수와 고브가 엘비스의 제안을 승낙하자.
“여깄습니다.”
뒤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엘비스에게 지도를 건네왔다.
“고맙네.”
지도를 건네받은 엘비스는 책상에 펼치며 말했다.
“현재, 저희는 다섯 개의 군을 토벌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항복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니 실질적으로 침략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 곳이요?”
“예, ‘라이온’ 제국만이 투항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세계수는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는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곳이라면, ‘흑랑’이 있는 곳 아닌가요?”
“맞습니다. 혹시, 이 자에 대해 아는 게 있습니까?”
“아니요. 아는 것은 없어요. 다만… 과거에 그자로 인해 제 자식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됐었거든요.”
그녀의 말에 엘비스는 짧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엄청, 속상하셨겠군요.”
“오래전의 일이니, 이제는 괜찮습니다.”
엘비스의 위로에 세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다시 얘기를 이어가자면, 저는 ‘라이온’ 제국이 투항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마법사들을 통해 내부를 조사해봤습니다. 그리고 아주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됐습니다.”
“충격적인 광경이요?”
“예, 도시부터 시작해 작은 마을까지. 가릴 것 없이 수인족들의 가슴이 꿰뚫린 채 죽어있었기 때문이죠.”
“가슴이 꿰뚫린 채 죽었다고요?”
“예, 살펴보니 전부 심장이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흑랑’의 짓이네요.”
세계수의 자식도 같은 방식으로 당했었는지,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맞습니다. 마법을 통해 있었던 일들을 보니, ‘흑랑’이 수인족의 심장을 파먹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역시나….”
“또한, 심장을 먹은 직후. 힘이 소폭 증가한다는 사실도 알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즉, 엘비스의 말을 따르면, 흑랑이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백성들을 모조리 죽여 힘을 취했다는 것이렷다.
“보고에 따르면, 웬만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는 맞붙기 힘들 정도의 무력을 얻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한 인원을 죽였는데, 강한 힘을 얻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겠죠.”
“그렇기에 최소 전력으로 저희 3명이 제국을 방문하자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엘비스의 물음에 세계수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좋아요. 가서 죽은 아이들의 복수를 해줘야겠어요.”
“알겠습니다.”
이어서 고브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좋은 것 같습니다. 무의미한 희생을 늘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고브 또한, 엘비스의 의견에 찬성하는 뜻을 밝혀왔다.
“좋습니다. 그러면, 바로 제국으로 이동하도록 하죠.”
회의를 끝마친 그들은 간단한 채비를 마치며, 곧장 제국으로 향했다.
* * *
도시 안으로 들어서니.
‘냄새가 역하군.’
강한 철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왔다.
또한, 길거리 바닥에 굳은 핏자국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절로 불쾌한 감정이 들 정도였다.
‘같은 황제로서 수치스럽군.’
제국을 통치하는 엘비스 입장에서는 흑랑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간 보다가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녀석이면, 악마님에게 건의해 영입할까 했지만….’
주변, 풍경을 보니 죽이는 것이 더 유익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제 곧 황실이군.’
상념에 잠긴 채, 도시를 걷다 보니 어느덧 황실 지척에 가까워져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경계를 하고 가셔야 합니다. 절대 힘을 드러내지는 마십시오.”
“힘을 드러내지 말라고요?”
엘비스의 말에 세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건네왔다.
“예, 괜히 힘을 드러냈다가 적이 겁을 먹고 도망치면 곤란하니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설명을 전해 들은 세계수는 이해했다는 듯, 대답해 보였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엘비스는 몸의 감각을 끌어 올리며, 황실 안으로 들어서자.
‘악취미군.’
연병장에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신.
얼마나 많은 자가 피를 흘렸는지, 바닥에는 붉은 피가 흥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피가 굳지도 않았네.’
부패한 것을 보니, 시신이 며칠은 흐른 것 같지만 흘린 피가 워낙 많다 보니 반쯤만 굳어 있었다.
‘빨리 죽이고 침략을 끝내는 게 좋겠어.’
엘비스는 불쾌한 감정을 느끼며, 흑랑을 빨리 죽여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왔나?”
귓가에 중년의 남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엘비스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위로 올리자.
“호오, 너희는 적군 중에 가장 강하다고 소문난 녀석들이로군?”
산처럼 쌓인 시체 위에 한 인영이 자리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흑랑.”
햇빛에 비쳐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엘비스는 그가 흑랑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읏차!”
이어서 인영이 산처럼 쌓인 시체 위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하더니.
타앗.
손톱을 꺼내 들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검은색 갈기, 검은 피부, 황금색 눈동자. 흑사자의 형상을 한 모습.
“역시, 흑랑이 맞았군.”
마법사에게 보고 받았던 대로의 모습이었다.
“본좌를 알고 있는 눈치인 것 같지만, 곧 싸우게 될 상대이니 예의를 갖춰 본좌를 소개하도록 하지.”
흑랑은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라이온’ 제국의 황제이자. 너희를 죽일 자다.”
상당히 오만한 소개.
‘같잖군.’
오만한 소개에 엘비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본좌의 소개를 마쳤으니, 너희 소개를 해주겠나?”
흑랑의 물음에 엘비스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미안하군. 미천한 벌레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취미가 없어서 말이야.”
“…….”
무시하는 발언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흑랑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개는 죽이기 전에 다시 묻도록 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나?”
“뭐지?”
“너희는 어디에서 온 것이며, 왜 이곳을 침략하는지 궁금하다.”
침략당하는 처지에서는 그 이유가 궁금할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알 거 없다.”
악마님의 깊은 뜻을 미천한 벌레 따위가 알 리가 없기에 엘비스는 대답할 것을 거절했다.
“…그렇단 말이지?”
질문마저 거절당하자. 흑랑이 짙은 살기를 드러냄과 동시에.
“이것도 죽기 전에 물어보면 되겠군.”
강력한 기운을 발산해왔다.
‘기운이 상당하군.’
기운을 봤을 때, 자신과 호각 또는 그 이상의 힘이 느껴졌다.
‘물론, 힘이 제약된 상태의 한정에서 말이지만.’
제약된 상태에서 싸운다면, 흑랑에게 필패했겠지만.
‘지금은 제약이 거의 풀린 상태이니 그저 같잖아 보일 뿐이지.’
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침략했기에 제약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본래는 3대 1로 싸워서 빠르게 정리하려고 했다마는….’
저 정도의 무력이라면, 세계수와 고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선에서 정리하고도 남았다.
‘힘의 차이를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라이거’ 행성의 마지막 침략지이니, 엘비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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