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16
파리만 한 크기로 덩치가 줄어들었다.
세 번째 형태는 첫 번째 형태인 거대화에서 덩치를 줄인 것에 영감을 받아 발전시킨 형태였다.
덩치가 작아지며, 전투 능력을 상실하게 됐지만. 대신 빠른 이동 속도를 얻게 되었다.
“응? 그렇게 작은 모습으로 나를 상대할 수 있겠어?”
아누비스는 파리만 한 덩치로 줄어든 로크를 보며 코웃음을 치던 순간.
“깨꿀!”
파―――앙!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로크가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아누비스가 당혹감을 드러내던 찰나.
“깨꿀…!”
뒤를 점한 로크가 첫 번째 형태인 ‘거대화’를 사용하는 동시에.
퍼――――엉!
거대한 주먹으로 아누비스의 몸을 후려쳤다.
“…큭! 무슨?”
몸이 허공에 떠오르며, 날아가자.
“이런 같잖은 수를…!”
아누비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재빨리 바닥에 착지하려고 했지만.
“퉤!”
“크흡?”
우당탕―
로크가 뱉어낸 독에 맞으며, 착지에 실패하고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어버리고 말았다.
“개꿀!”
이어서 로크는 두 번째 형태인 ‘광폭화’로 변하더니.
“크르르르.”
팔을 길게 늘어트려, 바닥에 쓰러진 아누비스를 향해 쏘아냈다.
파―앙!
“쳇!”
타―앗!
아누비스는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피하고자 바닥을 박찼지만.
휘릭―
“…이런!”
로크의 주먹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며, 아누비스의 얼굴을 강타했다.
퍼――――엉!
“컥!?”
공격을 허용해버린 아누비스는 다시 한번 바닥을 꼴사납게 뒹굴어야만 했다.
“젠장, 전에 대련했을 때와는 딴판이네.”
자리에서 일어난 아누비스가 몸을 털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전처럼 방어하는 것보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좋네. 이래야 대련할 맛이 나지. 안 그래?”
“크르르르…?”
이어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항상 궁금했어. 맷집 좋은 네가 진심을 발휘하면 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 말이야.”
뚜둑―
아누비스의 몸에 핏줄이 튀어나오더니, 근육이 팽창되기 시작했다.
뒤이어 눈이 붉게 충혈되며, 회색 머리가 빨갛게 물들어졌다.
“로크! 나와 제대로 한 번 겨뤄보자!”
‘각성’을 끝낸 아누비스가 힘차게 소리 지름과 동시에.
슈슉―
인영이 흐릿해지더니.
콰―――앙!
순식간에 로크 앞에 도착하며, 대검을 휘둘러왔다.
‘피하기는 늦었다…! 개굴개굴.’
로크는 황급히 첫 번째 형태로 변하며, 방어력을 끌어올렸지만.
콰지직―
대검이 닿는 순간 뼈가 부러져버리더니, 몸이 반으로 접히고 말았다.
“…깨꿀!?”
우당탕―
이어서 육중한 몸이 날아가며 바닥을 뒹굴자.
“로크! 아까 그 패기는 어디 갔지!?”
광기에 찬 아누비스가 거리를 좁히며, 대검을 내질러왔다.
쐐――액
‘공격을 허용하면 위험하다! 개굴개굴.’
휘――익!
로크는 재빠르게 세 번째 형태인 ‘축소화’로 변해 가까스로 아누비스의 공격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이건 정공법 말고는 승산이 없겠어. 개굴개굴.’
‘난투전’이 아닌 이상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로크는.
‘이렇게 된 거 힘으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개굴개굴.’
두 번째 형태인 ‘광폭화’로 변하며, 아누비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호오, 화끈하고 좋은데?”
이어 둘은 자리에서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주먹과 대검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대련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46시간이 지난 뒤.
“…커헉!”
로크가 바닥에 먼저 쓰러지게 되며, 대련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하아, 하아, 하아.”
대련의 승자인 아누비스 또한 지쳤는지, 거친 숨을 내쉬며 로크를 따라 옆자리에 누워버렸다.
“헤헤, 역시 아누비스는 강하네. 개굴개굴.”
로크는 개운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옆에 누운 아누비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자.
“너도 꽤 하던데?”
아누비스가 웃음을 터뜨리며, 따라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하, 그런가? 개굴개굴.”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로크가 머리를 긁적이던 때.
“좀만 더 노력하면, 남자로 느껴지겠는데?”
아누비스 입에서 상상치도 못한 발언이 튀어나오는 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어, 어? 뭐라고? 개굴개굴.”
로크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되물었지만.
“뭘, 또 말하게 해? 못 들었으면 됐어.”
아누비스는 또 말하기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어 보였다.
‘좀만 더 노력하면, 남자로 느껴질 수 있겠다라… 개굴개굴.’
로크는 속으로 아누비스가 한 말을 되뇌며, 얼굴을 붉혔다.
‘강해져야 할 명확한 이유가 생겼네. 개굴개굴.’
희망을 맛본 로크는 아누비스보다 강해져 멋진 남자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113화 진급 시험 준비 (4)
가상의 적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뒤.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정민우는 인정하기로 했다.
가상의 적, 아니 ‘나’라는 적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체력이 무한이라는 핸디캡을 가진 것만으로도 이렇게 전력의 차이가 극명하게 날줄이야….’
정민우는 어떻게 해야 가상의 적을 이길 수 있을지 고민에 잠겼다.
‘일방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어.’
‘심안’이라는 고유 특성 탓에 미리 공격을 파악하고 반격하는 작전은 통하지 않았다.
또한, 어떤 행동을 취하려고 해도 적이 알고 있으니 변수를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말, 이길 수 없는 건가?’
정민우는 자신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음을 느낌과 동시에.
‘저 녀석을 이길 수만 있다면, 몰라보게 전투 능력이 향상되겠지.’
가상의 적을 쓰러트릴 수만 있다면, 진급 시험은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이라는 확신을 느꼈다.
이후 고민을 거듭한 결과. 정민우는 가상의 적을 이길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을 떠올렸다.
‘…내가 성장하면 돼.’
그것은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적보다 자신이 한층 더 성장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정민우가 성장시켜야 하는 것은 정신력.
‘말은 쉽다만… 해내는 게 어렵단 말이지.’
육체적인 부분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의 성장은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해봐야겠지.’
어렵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정신력을 성장시킨 다라….’
정민우는 혼자서 선문답을 하며, 정신력을 성장시킬 방법을 모색했다.
‘대련하다 보면 정신력이 상승하지 않을까?’
‘상승한다고 해도 초반에만 밀어붙일 수 있을 뿐, 결국 정신력의 한계를 느껴 적에게 지고 말 거야.’
‘그렇다면, 고유 특성들을 잘 조합해 새로운 공격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을 읽히면, 적도 따라 할 수 있으니 의미가 없지.’
2시간 동안 선문답을 하며, 그렇다 할 방안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려는 그때.
‘그러면 일시적으로 정신력을 강화해, 가상의 적이 따라올 수 없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따라올 수 없게 만든다고?’
‘가상의 적이 체력이 무한하다고 한들 뇌의 사고속도는 나와 똑같잖아? 그러니, 정보를 전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사고를 해서 몰아붙이는 거지.’
‘여태까지 얘기했던 것 중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네.’
대련에서 이길 실마리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정신력을 강화해 사고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으면 되겠어.’
‘정신력 강화한 다라… 그러면 뇌에 마기를 주입 시켜 능력을 증폭시켜보는 건 어때?’
‘자칫하다가 머리가 터져 죽을 수 있을 텐데?’
‘걱정할 게 뭐야. 어차피 이곳에서는 죽지도 않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강화할 방법까지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좋아, 해볼까?’
정민우는 선문답을 마치며, 곧장 실험해보기로 했다.
‘처음이니 천천히 시작해보자….’
체내에 있는 마기를 뇌 쪽으로 향하게 하자.
따끔―
“큭!”
머리에서 극심한 격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할만해.’
정민우는 고통을 참아내며, 천천히 뇌에 마기를 주입했다.
그렇게 뇌에 일정량을 마기를 주입하는 것이 끝나자.
“어?”
머리가 탁 트이는 느낌과 함께.
‘눈감는 속도가 느려졌어? 아니, 이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바로 성공할……!’
정민우는 찾아낸 방법에 환희를 느끼려는 찰나.
퍼―엉!
마기를 버티지 못한 것인지 뇌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컥!?”
그 순간 정민우는 피를 토해내며, 이내 정신이 암전되어 버렸다.
* * *
정신력 강화. 즉, 뇌를 자극해 활성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퍼―엉!
뇌의 주입하는 마기가 조금만 많아도 터져버렸고.
퍼―엉!
주입하고 나서 마기를 운용하는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터져버렸다.
퍼―엉!
또한, 운용하는 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터져버렸고.
퍼―엉!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터져버리고 말았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
.
.
.
.
그렇게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뇌를 수백만 번 터트린 결과.
“해, 해냈다!!!”
정민우는 끝끝내 완벽하게 뇌에 마기를 주입해 운용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서게 됐다.
‘마지막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마지막 날이라 상당히 불안했는데, 기적적으로 성공해냈다.
‘그러면, 눈앞에 있는 저 녀석과 대련을 해볼까?’
정민우는 몸을 풀어 보이며, 대련을 시작하려는 그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업적을 인정하며, ‘뇌안’이라는 고유 특성을 부여합니다】
고유 특성을 부여하겠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뭐?”
정민우는 메시지 창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뇌에 마기를 주입하는 것을 아무도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많고 많은 악마 중에 성공한 악마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이런 식으로도 고유 특성을 얻을 수 있는 거였어?’
이러한 방법을 통해 고유 특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때아니게 얻어걸렸네.’
‘마안’과 ‘심안’ 그리고 ‘천안’까지만 해도 고유 특성은 차고 넘쳤지만.
‘고유 특성은 많을수록 좋지.’
새로운 고유 특성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효과를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떠오른 메시지 창을 눌러 ‘뇌안’의 효과를 확인해봤다.
【정민우 - 뇌안(腦黫)】
― 뇌에 마기를 주입함으로써, 사고속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 사고속도는 주입하는 마기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확실히 고유 특성으로 만들어지니, 효과가 명확하게 명시되어서 좋네.’
설명을 읽어보니, ‘뇌안’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유 특성과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효과도 확인했겠다. 이제 대련을 시작해볼까?’
확인을 끝낸 정민우는 가상의 적과 대련하기로 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전투 시작할게.’
그리고 전투를 시작하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적을 향해 심안을 사용하자.
【그림자 전개】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가상의 적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나도, 그림자를 일으키는 게 좋겠지.’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흘려 넣은 뒤.
“그림자 전개.”
시동어를 외쳤다.
촤르르르륵―
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서로의 그림자가 가시 형태로 변하며 부딪히려는 순간.
‘이제 새로 얻은 고유 특성을 사용해봐야겠어.’
정민우는 새롭게 얻게 된 ‘뇌안’을 곧장 사용했다.
쿵―
그러자 머리가 탁 트이는 느낌과 함께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효과 한번 확실하네.’
그림자를 살피니,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여기서 사고속도를 더 높여볼까?’
정민우는 ‘뇌안’를 더 강하게 활성화하자.
쿵―
‘이제는 미동도 없네.’
조금씩 움직이던 그림자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질 않았다.
‘진짜, 사기적인 고유 특성이네.’
상당히, 만족스러운 효과였지만.
‘대신, 마기를 엄청나게 잡아먹네.’
사고속도를 조금 높였을 뿐인데, 대량의 마기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오래 유지는 못 하겠어.’
정민우는 상념을 끊어내며, 가상의 적에게 한 방 먹일 공격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림자는 10갈래로 흩어지게 만들어 공격하기로 하고. 남은 그림자는 가상의 적 밑으로 이동시켜 공격하면 되겠지.’
그렇게 계획을 마친 정민우는 ‘뇌안’을 종료하며 생각한 것을 실행하자.
“!?”
가상의 적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방대한 정보에 당황했나 보네.’
현재, 가상의 적의 눈에는 이렇게 보일 것이었다.
【그림자 10갈래 방향으로 퍼트리기】
【방향은 왼쪽 위 대각선, 위, 오른쪽 위 대각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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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 공격】
즉, 0.1초 만에 방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으니, 저렇게 반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촤아아아악―
그리고 그림자가 10갈래 흩어지며, 가상의 적에게 향하자.
【방어】
가상의 적은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푹, 푹, 푹, 푸―욱!
정보를 전부 받아들이지 못한 탓에 팔과 허벅지가 꿰뚫리고 말았다.
“뭐야, 전에 공격을 잘 막던 녀석은 어디 갔어? 잠시, 마실이라도 나갔나?”
자신의 공격에 맥을 못 추는 모습에 정민우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이죽거렸다.
찌릿―
‘음?’
잠시, 가상의 적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감정이 없을 녀석이 째려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기에 정민우는 잘못 본 것으로 생각하며 넘겨버렸다.
“다음 공격도 잘 막을 수 있나 봐볼까?”
정민우는 가상의 적 밑으로 이동시켰던 그림자를 일으키자.
“!!”
촤르르르륵―
가상의 적은 다시 한번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해버렸다.
“어림도 없지.”
“!!”
하지만, 팔과 다리에 박힌 그림자가 바닥을 당겨버리면서.
푸―욱!
바닥에 솟구친 그림자가 가상의 적의 가슴을 꿰뚫었다.
“힘 좀 내봐. 이렇게 쉽게 끝나면 재미없잖아?”
조금이라도 버텨낼 줄 알았는데, 가상의 적은 너무나도 쉽게 제압돼버리고 말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설정을 누가 바꿔놓았나?”
100년 전에는 뛰어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견고한 벽으로 느껴졌는데, 지금은 상대하기가 미안해질 정도로 약하게 느껴졌다.
“미안한 것과 별개로 네놈에게 갚아줘야 할 것이 있었지?”
첫날 가상의 적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것에 마음을 두고 있던 정민우는 그날의 복수를 해주기로 했다.
“너도 내가 멈추라고 했는데 안 멈췄으니까. 내 탓 하기 없기다?”
가상의 적 앞으로 걸음을 옮긴 뒤.
“나를 때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지.”
“…….”
팔을 들어 올리던 그때.
【이용자 중 한 명이 ‘전투 공간’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로써 ‘전투 공간’을 폐쇄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 ‘전투 공간’을 나갔다는 내용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뭐?”
정민우는 눈앞에 있는 메시지 창을 치우고 바닥에 쓰러진 가상의 적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씨익―
가상의 적이 자신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 이 새X…! 감정이 있으면서 없는 척했던 거였어?”
명백한 비웃음에 정민우는 분노를 느끼며, 가상의 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바사삭―
아쉽게도 가상의 적의 몸이 흩어지며 사라지는 바람에 공격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아니, 왜 하필 지금…!”
정민우는 깊은 아쉬움을 느끼며, 애꿎은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하아… 다음에 또 사용하게 되면, 확실하게 짓밟아줘야겠어.”
그렇게 마음을 다잡던 그때.
후―웅.
허공에서 붉은색 포탈이 새롭게 생겨났다.
“…계속 여기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가봐야겠지?”
가상의 적을 때려주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진급 시험이 있기에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이겼는데, 기분이 안 좋네.”
정민우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렇고. 애들은 얼마나 성장했으려나?”
100년 만에 마교회 멤버들을 본다는 생각에 정민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얼마나 성장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러 가볼까?”
이후 정민우는 ‘전투 공간’에서 나가기 위해 붉은색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114화 진급 시험 준비 (5)
포탈 밖으로 나가니.
“오셨어요?”
“왔어?”
“…오랜만.”
“민우! 보고 싶었어! 개굴개굴.”
먼저, 밖에 나와 있던 마교회 멤버들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다들, 오랜만이네.”
정민우도 마교회 멤버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투 공간’에서 성과는 좀 있었어?”
그리고 100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묻자.
“네, 다행히 성과가 있었어요. 덕분에, 채찍을 더 활용도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됐거든요.”
비너스가 100년간 채찍을 다루는 것을 연마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대답했고.
“성과? 잘 모르겠네. 100년 동안 미친 듯이 대련만 해서 말이야.”
아누비스는 성과는 모르겠지만, 100년 동안 즐겁게 대련했다고 대답했다.
“…나는 고유 특성을 좀 더 발전시켰어.”
엘린은 고유 특성의 활용도를 끌어 올려 위력을 올렸다며 성과를 얘기했고.
“나도 고유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게 전념하는 시간을 가졌어! 개굴개굴.”
로크는 고유 특성을 끊임없이 연습해 형태 변화의 활용성을 극대화했다고 얘기해왔다.
‘다들, 열심히 임했나 보네.’
그들의 대답에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때.
“민우 님은 성과가 있으셨나요?”
비너스가 훈련에 대한 성과를 물어왔다.
“응, 성과가 있었지. 고유 특성을 새롭게 얻게 됐거든.”
“고, 고유 특성을요?”
정민우의 대답에 비너스를 비롯한 마교회 멤버들이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나도 몰랐는데, 훈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더라고.”
“어, 어떻게 얻게 됐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어려울 것 없지.”
이후 정민우는 어떻게 고유 특성을 얻게 되었는지, 마교회 멤버들에게 설명해주자.
“그런 식으로도 가능했던 거군요.”
“호오, 그러면 나도 새로운 고유 특성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
“…고유 특성. 열심히 훈련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역시, 민우야! 나도 새로운 고유 특성을 얻을 수 있게 노력해야겠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꼭 새로운 고유 특성을 얻어 보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계속 이곳에 있을 수 없으니, 이제 밖으로 나가보도록 할까?”
“그러죠.”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황실 금고 밖으로 나가자.
‘마중 나온 건가?’
엘비스가 경건한 자세로 금고 앞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100년이 지나도 흐트러짐이 하나 없네.’
변함없는 충직한 모습에 정민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마중을 나와 있었군.”
정민우의 인사에 엘비스가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이며 인사를 올려왔다.
“악마님들을 뵙습니다.”
“그래, 그동안 잘 지냈나?”
“100년간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쁜 시간?”
“예, 100년간 행성 침략을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엘비스의 말에 정민우는 흥미를 보이며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묻자.
“먼저, 소드 마스터와 8 클래스 마법사의 숫자를 대거 늘렸고. 행성을 침략할 때 연락할 수단과 물자들을 준비했습니다. 또한, 행성 자체를 침략하는 것이니 지휘관을 대거 양성해 666가지의 작전을 수립했습니다.”
그렇게, 100년간 어떤 준비를 했는지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착실하게 준비했네.’
보고를 들으니, 엘비스가 행성 침략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이 정도 준비면, 행성 침략하는 데 문제없겠어.’
정민우는 엘비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훌륭하게 준비했군.”
“마땅히 해야 할 준비를 했을 따름입니다.”
“앞으로 100년간 더 고생하도록.”
“남은 기간, 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이겠습니다.”
“기대하도록 하지.”
엘비스는 실패라는 변수를 온전히 없애겠다는 듯, 얼굴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그러면, 우리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얘기를 마친, 정민우는 마계로 돌아가기 위해 목걸이에 마기를 주입하자.
후―웅.
허공에 푸른 포탈이 생겨났다.
“네게 기대를 거는 바가 크다. 다음번에 더욱 성장해 있는 모습을 기대하마.”
정민우가 작별의 인사를 건네자.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할게요.”
“병력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데, 네 무력도 신경 써야 하는 거 알지?”
“…안녕.”
“엘비스, 나중에 또 보자고!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잇따라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예, 알겠습니다!”
엘비스가 절도 있게 인사를 올리자.
“그럼, 이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손을 흔들며, 포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마계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안 왔나 보네.’
포탈 정거장에 사탄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긴, 매번 찾아오는 것도 무리겠지.’
매번 마계로 넘어갔을 때, 맞이해주던 악마가 없으니 포탈 정거장이 조금 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휑하긴 하다만, 마음이 여유롭네.’
휑하게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사탄이 없으니, 심적인 여유가 묻어나왔다.
“그러면, 바로 진급 시험장으로 이동해볼까?”
진급 시험장은 대마왕성이 아닌 중립 지역에 있었기에 늦지 않으려면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가는 데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나?’
이럴 때는 포탈을 이용해 바로 넘어가면 좋겠지만.
‘마계에서 포탈은 금지되어 있지.’
포탈을 사용하면, 번잡해진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해 놓은 상태였다.
‘이해할 수 없는 방침이란 말이지.’
정민우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
“음?”
휘황찬란한 마차가 문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누구를 태워 가려고 대기 중인 건가?’
정민우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마차를 피해 지나가려는 순간.
“여어!”
마부석에 앉아 있는 악마가 반가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음?’
정민우는 마부석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잘 다녀왔어?”
“…….”
사탄이 마부석에 앉은 상태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왜 저기에 있지?’
정민우는 의문 섞인 눈빛으로 사탄을 바라보자.
“진급 시험장까지 데려다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감동했어?”
사탄이 이곳에 자리한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에이, 좋으면서 왜 그래?”
“…감사합니다.”
“민우, 너는 내 옆에 앉고. 너희는 마차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마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정민우는 마부석으로 이동해 사탄의 옆자리에 앉으니.
“내가 포탈 정거장에 없으니 아쉬웠지?”
사탄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아닙니다.”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딱 잘라 말하자.
“에이, 얼굴에 아쉬웠다고 쓰여 있는데. 거짓말하기야?”
“…….”
사탄은 다 안다는 듯 정민우의 옆구리를 찔러왔다.
“…가시죠.”
정민우가 정색하며 말하니.
“그래, 그래. 아직, 감정이 서투를 때지.”
사탄은 어깨를 살짝 으쓱거리며, 마차를 움직였다.
그렇게 마차를 몰아 대마왕성에 벗어나던 그때.
“이번 3품 진급 시험엔 쟁쟁한 녀석들이 나올 거야.”
사탄이 진급 시험에 참여하는 악마에 관한 얘기를 꺼내왔다.
“쟁쟁한 녀석들 말입니까?”
“꽤나 주목받는 놈들이 3품 진급 시험에 대거 몰렸거든.”
아무리 쟁쟁한 녀석들이 나온다고 해도 정민우는 이길 자신이 있기에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주의해서 나쁠 거 없잖아?”
“주의하도록 하죠.”
애초에 방심 따위는 하지 않지만, 사탄의 말대로 경각심을 가져서 나쁠 것은 없었다.
“주목받는 인원이 얼마나 됩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음… 3명 정도 되겠네.”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세 명 모두 전투 관련 고유 특성이니까.”
“그렇군요.”
“고유 특성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이 치사한 마왕 자식들이 정보를 숨기는 바람에 이름만 건졌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천안’을 통해 상대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기에 이름만 안다면, 고유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름이 ‘커리어’, ‘오렌’, ‘파스티’ 일 거야.”
“기억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는 사탄이 불러준 이름을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새로 얻은 고유 특성을 사용할 좋은 기회가 되겠어.’
‘전투 공간’에서 새로 얻은 고유 특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때마침 고유 특성을 사용해보기 좋은 상대들이 나타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른 악마들의 실력은 어떨지 기대가 되네.’
정민우는 꽤 재밌는 진급 시험이 될 것 같다고 직감했다.
* * *
중립 지역에 도착한 뒤.
“다들 꼭 진급해서 오도록 해.”
사탄은 격려의 말을 남기며 그대로 떠나버렸다.
‘여기가 중립 지역이구나.’
정민우는 대마왕성 외에 처음 접해보는 곳에 신기함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저기 콜로세움처럼 생긴 건물이 진급 시험장인가 보네.’
주변을 둘러보던 차에 콜로세움처럼 생긴 거대한 건물이 자리한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빨리, 진급 시험 신청하고 오자.”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하자.
“좋아요.”
“바로 가보자고!”
“…신기해.”
“빨리 가서 신청하자.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콜로세움처럼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저기서 접수하는 건가 보네.’
‘진급 시험 접수처’라고 적힌 곳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진급 시험을 응시하기 위해 접수처 쪽으로 이동하니.
“진급 시험 응시자인가요?”
악마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을 걸어왔다.
“예, 맞습니다.”
응시자가 맞다 대답하니.
“서류를 작성하시고 제출하시면 됩니다.”
서류와 함께 볼펜을 건네며, 공란을 채워달라고 말을 덧붙였다.
‘이런 건 지구랑 다를 게 없네.’
마계이니 접수하는 방식이 남다를까 했는데 상당히 평범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자.
“시험 종목은 ‘대련’이며, 진급 시험 일자는 일주일 후 이곳에서 시행되오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악마가 종목과 날짜에 관해서 공지해왔다.
‘일주일이라… 시간이 꽤 넉넉하게 남았네.’
접수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줄 알고 급하게 왔는데 예상과 다르게 너무 빨리 끝나버려 시간이 붕 뜨고 말았다.
‘근처에 대련장이 있다고 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마교회 멤버들과 대련해 100년 동안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남았는데, 대련이라도 할까?”
정민우의 제안에 마교회 멤버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민도 없이 승낙해 보였다.
“좋아, 바로 가보도록 하자고.”
건물 내에 있는 대련장 안으로 들어가니.
‘다들 이곳에 모여있었나 보네.’
수많은 악마가 대련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리가 있으려나?’
대련할 공간이 있나 주위를 둘러보니.
‘전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
진급 시험에 응시한 악마들이 이곳에 전부 몰리다 보니, 남는 자리가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던 찰나.
“주인님, 오랜만입니다.”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정민우는 자신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를 자가 있나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뒤로 돌리자.
“이곳에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곳에는 마교회 초기 멤버이자. 독극물로 수작을 부리다가 계약을 통해 노예로 전락했던 악마인 올빼미가 자리하고 있었다.
115화 진급 시험 (1)
‘몇 년 만이지?’
시간으로 따지자면, 수백 년 만에 만나는 것이었겠지만.
‘마계 시간 축으로 따지자면, 대략 6년 반만인가?’
마계 시간으로 따져 봤을 때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악마는 수명이 무한에 가까워, 6년이란 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양성소 동기를 만났다는 것에 반가운 감정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수작을 부리다가 노예로 전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악감정은 없으니까.’
정민우는 올빼미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군요.”
그러자 올빼미가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너도 진급 시험에 응시한 거야?”
“예, 이 정도면 충분히 붙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긴, 너라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을 거야.”
어느 품계에 지원하는지는 묻지 않았지만, 올빼미는 마교회 초기 멤버였던 만큼 능력이 출중했기에 어렵지 않게 합격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힘이 나는군요.”
올빼미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더니.
“그건 그렇고. 행성을 두 개나 침략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유레인’ 행성과 ‘다이닉’ 행성을 성공적으로 침략했다는 것에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소문이 상당히 빠르네.’
그간 연락 없이 지내던 올빼미에게도 이 소식이 들어갔다는 것은 마계 전체에 소문이 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고맙다.”
“역시, 양성소 수석 수료자는 달라도 다른가 봅니다.”
“얘들이 도와줘서 가능했던 거지.”
“물론, 다른 주인님들도 대단한 것은 마찬가지지요.”
올빼미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던 그때.
‘아쉬운가 본데?’
정민우는 올빼미의 눈에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잠시 깃든 것을 포착할 수가 있었다.
‘대마왕 소속으로 들어갔으면, 업적을 같이 이뤘을 테니 아쉬울 만도 하겠지.’
정민우 또한, 올빼미의 능력을 인정하기에 그라면 행성의 침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했다.
‘뭐, 자기가 복을 차버린 거지.’
그렇게 서로 뭐 하고 지냈는지 잡담을 나누다가.
“이럴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나누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곳은 보는 눈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올빼미가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해왔다.
‘올빼미의 말대로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네.’
대련장에 자리한 악마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던 차였기에 정민우는 올빼미의 말에 동감했다.
“…저 녀석들 맞지? 두 개의 행성을 침략했다는 7년밖에 안 산 햇병아리들이.”
“두 개의 행성 침략이라… 능력이 좋나 보군.”
“과연, 싸움도 잘할까?”
“내가 봤을 때, 싸움에는 맥도 못 출 것 같은데?”
“진급 시험에 꼴사나운 모습으로 떨어지겠군.”
또한, 수군거리는 말이 거슬렸기에 이곳에 더 있다가는 싸움이 날 것 같았다.
“야, 뭐라고 했냐? 맥도 못 출 것 같다고? 나와봐. 내 손으로 직접 알려줄 테니까.”
물론, 싸움의 주체자가 되는 것은 아누비스였다.
“아누비스, 진정해.”
괜한 싸움이 일어나봤자. 좋을 게 없기에 정민우는 아누비스를 진정시켰다.
“아니, 앞에선 찍소리도 못할 새X들이 뒤에서 쑥덕거리잖아.”
“앞에서 아무 소리 못 하는 녀석들에게 시간 낭비할 필요가 있어? 싸워봤자 시간만 아까울걸?”
“…그런가?”
정민우의 설득에 아누비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하지. 네 말대로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 녀석인데 뭐하러 상대해.”
“그렇긴 하네.”
그리고 설득이 통했는지, 아누비스가 수긍해 보였다.
“하하, 여전하시군요.”
그 모습에 올빼미가 피식 웃어 보이며 말하자.
“그래서 불만 있어?”
아누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얼굴로 팔짱을 껴 보이며 말했다.
“불만이라니요. 저는 그저 양성소 때와 같은 모습을 봐서 반가워서 그런 것입니다.”
“흥.”
능청스러운 대답에 아누비스는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고개를 휙 하고 돌려버렸다.
“하하, 제가 괜한 말로 심기를 건드린 것 같군요.”
아누비스의 반응에 올빼미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던 때.
“어디 자리를 옮길 만한 곳 있어?”
정민우는 옮길 만한 곳이 있는지 올빼미에게 물어봤다.
“마침, 제가 개인 대련실을 잡아 놓은 게 있는데 그쪽으로 이동하시는 것 어떻습니까?”
“아무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고 괜찮네. 개인 대련실로 이동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올빼미의 안내를 받으며, 개인 대련실로 이동했다.
* * *
개인 대련실에 도착한 정민우는.
“그러고 보니, 어디 소속으로 들어갔는지 묻지를 않았네.”
수료식 때 마왕 소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만 알았지, 누구 밑으로 들어갔는지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물었다.
“33위인 가프 님 소속으로 들어갔습니다.”
33위.
‘나쁘지 않은 순위네.’
마왕이 72명이나 있는 것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곳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었다.
“생활은 만족스러워?”
“…생활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이어지는 정민우의 물음에 올빼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나 보네.’
올빼미의 대답에 정민우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나중에 내가 마왕의 자리에 올랐을 때, 영입하면 되겠네.’
능력이 출중하니, 영입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품계도 밀어주기만 한다면 빠르게 올릴 수 있겠지.’
올빼미는 계약서에 묶여 있기에 영입 제안을 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 영입이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대련실까지 왔는데 얘기만 하면 조금 아쉽지 않아?”
“그렇긴 하군요.”
“그럼, 오랜만에 대련이나 해볼까?”
정민우의 제안에 올빼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호오, 오랜만에 주인님의 무용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까?”
“무용이라고 칭할 것까지는 아니고. 어때 할래 말래?”
“저야 주인님의 무용을 접할 수 있다면, 영광일 따름입니다.”
올빼미의 대답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너희 생각은 어때?”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도 좋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그러면 다들 힘 합쳐서 나한테 덤벼보도록 해봐.”
정민우의 발언에 올빼미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5명을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래야 균형이 맞아.”
확신이 담긴 목소리에 올빼미가 호승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호오, 그사이에 높은 성취를 이루셨나 보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대련이 성사된 뒤.
“다들 준비되면 말해.”
대련하기 위해 준비의 시간을 잠시 가졌다.
* * *
준비를 마치고 대련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각 방어력에 맞춰 보호막을 설정합니다. 보호막이 파괴되면 패배입니다]
은은한 검은빛 장막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5초 뒤에 대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막이 온몸을 휘감자. 곧 대련을 시작할 것을 알려왔다.
[5]
[4]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자.
꿀꺽―
마교회 멤버들과 올빼미는 긴장된 얼굴로 정민우를 바라봤다.
[3]
[2]
[1]
그리고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삐―――이!
개인 대련실에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파―앗!
그 순간, 마교회 멤버들과 올빼미는 정민우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과연,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봐볼까?’
달려드는 마교회 멤버들과 올빼미를 본 정민우는 그들을 향해 ‘심안’을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덤벼온다 이거지?’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흘리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촤르르르르―
그러자 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그림자가 가시 형태로 변하며, 마교회 멤버들과 올빼미를 향해 솟구쳤다.
휘익―
그동안 놀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정민우의 공격에 침착하게 피해내며 달려들었다.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깔끔해졌네.’
정민우는 속으로 감탄을 터뜨리며, 간 보는 것을 끝내고 고유 특성을 복사하기로 했다.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1. 2번
2. 555번
3. 777번
4. 888번
5. 비너스
6. 루시퍼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여기선 아누비스 고유 특성인 각성이 좋겠지.’
‘루시퍼’ 고유 특성을 복사하는 게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루시퍼는 전체적인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이지만, 아누비스는 신체의 능력이 향상되는 거니까.’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는 말은 머리와 눈도 향상된다는 뜻이었다.
‘한 마디로 뇌안과 시너지가 좋은 고유 특성이란 소리지.’
아누비스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결정을 내리자.
【777번 고유 특성 ‘각성’을 복사합니다】
온몸에 핏줄이 솟아나며, 검은 머리가 불게 변하는 동시에.
‘힘이 솟구치는군.’
몸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자.
“죽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아누비스가 대검을 휘둘러왔다.
‘동료한테 죽으라니 너무하네.’
정민우는 뒤로 이동해 공격을 피하려는 순간.
“히얍!”
휘릭―
비너스가 채찍을 휘둘러왔다.
파앗―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옆으로 피하려고 했으나.
휘리릭―
채찍 끝에 마기가 일렁이더니, 정민우가 피한 방향으로 꺾이더니 쫓아오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피할 곳이.’
정민우는 다른 방향으로 피하려는 순간.
“깨꿀!”
“…예전 같지 않을 거야.”
“후후, 꽤 아플 겁니다.”
이어서 로크, 엘린, 올빼미가 도망칠 경로들을 막으며 공격을 가해왔다.
어디로 공격할지 알아도 피할 수 없는 상황.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네.’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에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 고유 특성을 사용해볼까?’
곧장 ‘뇌안’을 사용하자.
쿵―
머리가 탁 트이는 느낌과 함께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민우는 눈을 굴리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했다.
‘어떻게 공격을 막아볼까?’
잠시간의 고민 끝에 정민우는 어떻게 막을지 결정을 내렸다.
‘먼저, 아누비스 대검을 빗겨 쳐서 공격을 흘리는 동시에. 비너스의 채찍을 강하게 잡아당겨 중심을 잃게 만들어 끈을 느슨하게 만들어야겠어.’
일차적으로 아누비스와 비너스 공격을 막는 것이었고.
‘다음으로는 로크의 공격은 발로 차서 경로를 틀어 버리고. 엘린과 올빼미의 공격은 그림자를 막아내면 되겠지.’
이차적으로는 로크, 엘린, 올빼미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림자를 악마 형태로 만들어 각자 상대하게 만들면 되겠어. 빈틈이 생길 때 내가 가담하면 될 테니.’
마지막으로 반격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럼, 활성화를 종료해볼까?’
그렇게 정민우는 ‘뇌안’을 종료하며 생각해둔 것을 실행에 옮겼다.
팅―
정민우가 손등으로 대검의 검면을 치자.
“…어?”
아누비스의 당혹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몸의 중심이 흐트러졌다.
훅―
이어서 채찍을 잡으며, 강하게 당기자.
“꺄앗?!”
비너스가 힘을 이기지 못하고. 채찍을 놓치고 말았다.
몸이 느슨해진 것을 느낀 정민우는 뒤로 고개를 돌리자.
후――웅!
로크의 주먹이 코앞까지 온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흡!”
퍼―억!
정민우가 로크의 주먹을 발로 차 보이자.
“깨꿀…?”
후―웅!
로크의 주먹이 경로가 틀어지며,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촤르르르르―
마지막으로 그림자를 일으키자.
후두두두둑―
엘린과 올빼미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무슨?”””
보고도 믿기지 않는 무위에 마교회 멤버들과 올빼미가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순간.
“이제 내 차례지?”
정민우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림자를 일으켰다.
“자, 잠깐만요!”
불길함을 직감한 비너스가 손을 저으며 대련을 끝내려고 했으나.
“늦었어.”
악마 형태를 한 그림자들이 마교회 멤버들과 올빼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후 마교회 멤버들과 올빼미는 그림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나서야 대련을 끝낼 수가 있었다.
116화 진급 시험 (2)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대련을 하다 보니, 어느덧 진급 시험 날이 되었다.
‘이제 시험장으로 이동해야겠네.’
시간을 확인한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시험장으로 이동하도록 하자.”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요.”
“빨리 가자고.”
“…응.”
“가서 당당히 합격해버리자고! 개굴개굴.”
품계가 달린 시험이니, 긴장할 법도 했지만.
‘다들 자신감이 넘치네.’
이 중에서 긴장을 한 악마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겠지.’
진급 시험을 위해 긴 시간 열심히 준비한 것과 더불어 그 시간의 성과를 점검하는 시간까지 가져 자신감이 올라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단 말이야.’
믿음직한 마교회 멤버들의 모습에 정민우는 그들이 어렵지 않게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나만 잘하면 되겠어.’
그렇게 시험장으로 향하니.
‘…악마들이 상당하네.’
건물 안엔 악마들이 득실거렸다.
‘…거의 제국 하나 옮겨 놓은 인원이잖아?’
매번 많은 악마가 응시한다는 건 사탄에게 들었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던 정민우였다.
“시험장에 도착했으니, 바로 대기실로 이동해볼까?”
저 인파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올 것만 같았지만.
‘그렇다고 시험을 안 볼 수 없는 노릇이니까.’
어차피, 시험을 보려면 저 인파를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그러죠.”
“하아, 저 인파를 언제 뚫냐.”
“…너무 많아.”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정민우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질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가자.”
정민우가 발걸음을 옮기자.
“““…….”””
마교회 멤버들이 잇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인파를 뚫어내며, 앞으로 헤쳐 나간 끝에.
“…도착했다.”
‘4품’ 대기실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저희 다녀올게요.”
“꼭 합격해서 올게.”
“…데려다줘서 고마워.”
“민우, 다녀올게! 개굴개굴.”
이후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마교회 멤버들은 ‘4품’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대기실로 들어가 볼까?’
또, 저 많은 인파를 뚫고 가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할 수 있겠지만.
‘대기실이 붙어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시험을 보기도 전에 지쳤을 거야.’
다행스럽게도 ‘3품’ 대기실은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인파를 뚫고 갈 필요가 없었다.
‘과연, 악마들이 얼마나 있으려나?’
정민우는 ‘3품’ 대기실 문고리를 당기며, 안으로 들어가자.
‘의외로 숫자가 적네?’
어림 잡아 천 명쯤 되는 악마들이 대기실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인원이 적으면 나야 좋지.’
생각보다 적은 인원에 만족감을 느끼며, 빈자리에 찾아가 앉자.
“저 녀석이 그 녀석이지?”
“운 좋게 수료하자마자 4품 악마가 됐다는 햇병아리?”
“행성 두 개나 침략했다는데?”
“대마왕님의 지원 덕분에 된 것이겠지.”
“과연, 소문대로 능력이 뛰어날까?”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디를 가나 저런 녀석들이 있는 법이지.’
정민우는 고개를 들어 악마들을 훑어보니.
‘경계하고 있군.’
눈에 경계심이 깃든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한심한 벌레들이네.’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저렇게 경계할 시간에 이번 진급 시험에 어떻게 임할지 고민하는 게 더 유익할 것 같은데 말이야.’
자신을 험담하는 녀석 중에 이번 진급 시험에 통과하는 녀석들은 없을 것이었다.
‘붙는다면 저런 녀석이 붙겠지.’
여태까지 자신에게 시선을 단 한 번도 주지 않고 명상에 잠겨있는 남자.
정민우는 저 악마가 이번 진급 시험에 적수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한번 확인해볼까?’
적수가 될만한 상대의 정보를 미리 알아서 나쁠 건 없어 정민우는 곧장 ‘천안’을 사용했다.
【‘오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오렌?’
떠오르는 메시지 창을 본 정민우는 사탄이 말한 3명의 악마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오렌
성별 : 남성
나이 : 3,000살
〈세부 정보〉
품계 : 4품(四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전삼미안(戰三未眼)
현재 감정 : 평온
정보창을 확인한 정민우는 흥미 깃든 눈빛으로 고유 특성을 바라봤다.
‘전삼미안이라…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네.’
장민우는 어떤 효과인지 보기 위해 고유 특성을 눌러서 확인해봤다.
【전삼미안(戰三未眼)】
3초 미래를 제약 없이 볼 수 있다.
단, 전투 중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
‘…효과가 상당하잖아?’
설명을 읽은 정민우는 저 악마가 괜히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사기네.’
3초 미래를 보는 것 가지고 사기까지 칭할 것이 있냐고 의문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찰나에 전투가 판가름 나는 마당이니, 3초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지.’
전투에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효과가 효과이다 보니 단점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렌이 사기적인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정민우는 전혀 부럽지가 않았다.
‘내 고유 특성들이 더 사기적이니까 말이야.’
자신이 보유한 4개의 고유 특성이 오렌이 보유한 고유 특성보다 좋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과 대련하게 되면 꽤 재밌겠어.’
그렇게 ‘오렌’과 있을 대련을 기대하고 있던 그때.
“안녕? 네가 정민우지?”
한 악마가 살가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가워. 나는 ‘파스티’라고 해.”
포니테일 머리를 한 여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해왔다.
‘파스티라….’
그녀의 소개에 주목받는 3명 중 다른 한 명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 반갑다.”
정민우는 인사하는 동시에 그녀의 정보를 보기 위해 ‘천안’을 사용했다.
【‘파스티’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그러자 천안이 발동되어,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파스티
성별 : 여성
나이 : 2,800살
〈세부 정보〉
품계 : 4품(四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약점파악(弱點把握)
현재 감정 : 흥미
‘약점파악?’
이어서 고유 특성 효과를 확인하니.
【약점파악(弱點把握)】
상대의 정보, 대화, 동작을 통해 약점을 파악한다.
약점을 공격할 시, 다섯 배의 대미지를 입힐 수가 있다.
자신에게 말을 건, 이유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대화를 통해 약점을 파악할 심산이었구나?’
자신에게 과연 약점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상대하지 않는 게 좋겠지.’
언제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기에 파스티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행성을 두 개나 침략한 악마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는데 이제야 보게 됐네?”
“…….”
“생각보다 잘생긴 것 같기도? 나는 사실 음침하게 생겼을 것으로 예상했거든.”
“…….”
“근데, 왜 말이 없어?”
“…….”
“아! 설마, 내가 말 걸어서 긴장한 거야?”
“…….”
“후후, 귀엽네?”
“…….”
“…야 아무 말이라도 해봐.”
정민우의 일방적인 무시에 파스티는 잠시 당황했지만.
“악마 앞에 두고 무시하기야? 이거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인 거 알지?”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이제는 옆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귀찮네.’
정민우는 자리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찌릿―
‘음?’
구석에 앉은 악마가 매섭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쟤는 또 뭐야?’
꼭 원수를 보는듯한 눈빛에 정민우는 어이가 없어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원한을 살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정민우는 저 악마의 행동에 의함을 느끼며, 이유를 알기 위해 ‘심안’을 사용했다.
【감히, 작고 귀여운 파스티의 말을 무시해?】
그리고 그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상당히 별거 아닌 이유였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련에서 만나게 되면, 평생 불구로 살게 해주지! 파스티의 말을 무시한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 말이야.】
또한, 말 한 번 무시한 것 치고는 상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귀찮게 굴어올 게 확정인 것 같으니, 정보나 봐볼까?’
정민우는 과연 입만 산 녀석인지 아니면, 실력도 갖춘 녀석인지 확인하고자 ‘천안’을 사용했다.
【‘키리어’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그러자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키리어
성별 : 남성
나이 : 2,800살
〈세부 정보〉
품계 : 4품(四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일각 반사(一刻反射)
현재 감정 : 흥미
‘이 녀석이 남은 한 명이었어?’
구는 짓이 워낙 쪼잔해서 쭉정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근데 고유 특성이 조금 특이하네?’
일각 반사(一刻反射).
‘힘을 반사할 수 있다는 건가?’
아직, 효과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름만 봤을 때는 셋 중에 가장 강할 것만 같은 고유 특성이었다.
‘효과를 봐볼까?’
【일각 반사(一刻反射)】
고유 특성 사용 시, 15분 동안 적에게 공격을 당해야 한다.
공격을 당하는 중에는 반격이 불가하다.
또한, 15분을 채우고 마지막 손바닥을 공격당해야지 여태까지 공격당한 것에 100배의 대미지를 되돌려줄 수 있다.
만약, 1분이 지날 동안 손바닥이 공격당하지 않을 시 시간은 초기화된다.
효과를 확인한 정민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이름만 번지르르한 고유 특성이었잖아?’
이름에 비해 고유 특성 효과가 너무나도 난해했다.
‘저 녀석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정민우는 키리어의 대한 관심을 끄기로 하며, 정보창을 닫던 순간.
끼익―
또각, 또각, 또각.
서류철을 든 여성이 대기실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제가 이번 3품 진급 시험에 감독을 맡게 된 ‘큐일’이라고 합니다.”
여성은 자신이 진급 시험을 맡게 된 감독관이라고 소개하더니.
“시험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3품 진급 시험에 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시험은 총 3차로 이루어지며, 최종 10인만 3품으로 진급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10명.
감독관의 말에 정민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10명?’
정민우가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뽑는 인원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뽑는 인원이 훨씬 많기 때문이었다.
‘못해도 3명에서 5명인 줄 알았더니… 10명?’
경쟁률로 따지면 100대1.
‘환생하기 전에는 더한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이 정도 경쟁률이면 완전히 거저먹으라는 소리지.’
거저먹기라고 생각하는 정민우와 달리 악마들의 생각은 다른지 표정들이 전부 굳어져 있었다.
“들었어? 10명이래.”
“…4품 진급 시험 때보다 인원이 한참이나 줄었네.”
“너무 적게 통과시키는 거 아니야?”
“…후. 이번 진급 시험도 쉽지 않겠군.”
또한, 악마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어렵다고 찡찡거리고 있었다.
‘쯧, 헬조선 맛을 봐야지. 고마운 것을 알지.’
헬조선은 기본 경쟁률이 100대1이었기에 정민우에게는 악마들이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겨우 이런 경쟁률로 약한 소리를 하다니. 요즘, 악마들은 근성이 없네.’
정민우는 악마들의 정신이 해이해졌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117화 진급 시험 (3)
“1차 시험에서는 500명 인원만 2차 시험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감독관의 설명에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500명.”
“여기 있는 인원 중 반은 떨어진다는 말이군.”
“처음부터 엄청난 접전이 일어나겠어.”
그리고 악마들은 낭패 어린 표정으로 얕은 신음을 흘렸다.
‘저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인가?’
정민우는 한심한 눈빛으로 악마들을 바라봤다.
‘1차 시험에 이 정도 인원이 떨어지는 건 오히려 널널한 거지.’
환생 전, 대기업을 지원할 때도 대개 서류 면접에서 많은 응시자가 떨어졌다.
‘그전에 어떤 진급 시험을 치렀는지 궁금해질 정도네.’
정민우는 그전 진급 시험의 난이도가 얼마나 쉬웠기에 저런 말을 할까 궁금해졌다.
‘저런 거 하나하나에 호들갑을 떨 정도의 악마면 절대 내 상대가 될 수 없지.’
이내, 정민우는 악마들에게 시선을 끄기로 하며 감독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감독관한테 얻어낼 정보가 있나 볼까?’
어차피 진급 시험에 떨어질 악마들에게 신경을 쓸 바에는 감독관의 생각을 읽어 정보를 얻는 게 몇백 배는 유익할 것 같았다.
감독관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겨우 이런 것에 겁부터 지레 먹다니, 같은 악마인 게 쪽팔릴 정도야】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감독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
정민우는 감독관의 생각에 공감하며, 생각을 계속해서 읽자.
【그래도 쭉정이들만 이곳에 자리하지 않는 게 위안이 되는군】
감독관이 눈을 빛내며, 정민우를 포함한 주목받는 악마 3명을 슬쩍 바라봤다.
【이번 진급 시험은 저들의 중점적으로 보는 게 좋겠지. 그럼, 이제 슬슬 1차 시험을 시작해보도록 할까?】
그리고 두 개의 버튼이 설치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연, 버튼을 눌렀을 때 떨어지지 않을 응시자가 있으려나?】
감독관의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떨어진다고?’
이어서 바닥을 살펴보니.
‘그러고 보니, 가운데만 천으로 덮어 놓고 있었네.’
수상쩍어 보이는 천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슬쩍 천을 올리자,
‘양쪽으로 바닥이 열리는 방식인가 보네.’
가운데에 길게 선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대비하는 게 좋겠어.’
정민우는 다시 감독관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버튼을 누르는 즉시, 강한 중력과 마기를 통제하는 아트팩트가 발동되니, 웬만한 악마들은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겠지.】
때마침,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안 떨어질 수 있을까?’
떨어져도 상관은 없겠지만, 생각을 읽어 본 결과.
‘안 떨어지면, 그만한 점수를 줄 것 같단 말이지.’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 더 이득일 거라는 계산이 떨어졌다.
‘마기를 못 쓰면, 다른 방법을 써야겠지.’
주변에 잡을 것이 있나 찾아보니.
‘저게 좋겠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왔다.
잡을 것을 정했으니,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게 자세를 고쳐잡던 순간.
“그러면, 1차 진급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버튼 쪽에 손을 올리며, 감독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하에서 잘 버텨주시길.”
철컥―
감독관이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지금!’
덥석―
정민우는 뛰어오르며, 샹들리에를 두 손을 붙잡았다.
꾸―욱.
이어서 버튼이 눌리자.
쿠――웅!
강한 중력이 몸을 짓누름과 함께 악마들을 지탱하고 있던 바닥이 갈라져 버렸다.
“뭐, 뭐야?”
“어, 어?”
“바, 바닥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악마들이 당혹감을 드러낼 때.
“하압!”
덥석―
파스티는 빠르게 손을 뻗어 정민우의 발목을 붙잡았다.
“저 저 녀석을 봐!”
“마기를 사용해!”
“우리도 빨리 대처를 해야 해!”
그 모습에 악마들도 대처하기 위해 날개를 펼치거나 마기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큭!?”
“중력 때문에 날 수가 없어…!”
“젠장, 마기가 안 나와!?”
실패로 돌아가며,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대기실에 남은 악마는 총 세 명.
정민우와 파스티 그리고 오렌이었다.
‘파스티는 그렇다 치고. 오렌은 조금 의왼데?’
오렌이 자리한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짧은 찰나에 저런 판단을 내렸다고?’
벽에 검을 박아 몸을 지탱하고 있는 오렌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흥미 가득한 눈빛으로 오렌을 바라보던 그때.
【이런 같잖은 수를 쓸 줄이야. 항시 전투 상태를 유지해서 다행이군】
오렌의 생각이 문장으로 만들어지며, 떨어지지 않은 이유를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전투 상태를 항시 유지한 다라… 대단한데?’
말이 쉽지, 항시 전투 상대를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심적 소모가 동반될 터였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겠어.’
오렌의 평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사이.
“호오, 지하에 떨어지지 않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감독관이 손뼉을 치며,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서걱, 서걱―
그리곤 서류철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더니.
“여기서 5분 동안 지하로 떨어지지 않고 버틸 시, 1차 시험을 통과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5분만 버티면 1차 시험을 통과시켜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왔다.
‘그렇단 말이지?’
감독관의 말에 정민우는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아니지?”
그러자 발목을 붙잡고 있던 파스티가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봐왔다.
“…….”
아무 대꾸 없이 계속 바라보고 있자.
“지, 진짜. 이런 연약한 소녀를 지하를 떨어뜨릴 생각은 아니지!?”
불길함을 직감한 파스티는 빠르게 자기 어필에 들어갔다.
【진짜, 떨어뜨리기만 해봐. 대련에서 붙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애절한 목소리와 달리 속마음은 상당히 거칠었다.
‘경쟁자를 굳이 도와줄 필요는 없지.’
아쉽게도 정민우는 자신에게 수작을 걸어오려는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 정도로 호구가 아니었다.
씨익―
정민우는 파스티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잘 가라.”
퍼―억!
파스트의 얼굴을 망설임 없이 걷어차 버렸다.
“컥!?”
충격으로 인해 발목을 놓치게 된 파스티는.
“이, 이 개X끼야!!!”
정민우를 저주하며, 지하로 떨어졌다.
‘어유, 입이 거치네.’
파스티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고 있던 그때.
“5분을 기다릴 필요가 없겠군요.”
감독관이 버튼을 다시 눌러 보였다.
쿠――웅!
그러자 몸을 짓누르던 중력이 사라지고. 갈라졌던 바닥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타―앗.
정민우는 잡고 있던 샹들리에를 놓으며, 바닥에 착지하자.
“여러분은 1차 시험이 끝날 동안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됩니다.”
감독관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다.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거절하지 않고 의자에 앉자.
“가만히 휴식을 취하기는 심심할 테니, 지하에서 일어나는 대련이나 같이 감상하도록 하죠.”
감독관이 손가락을 튕기는 동시에.
삐융―
허공에 홀로그램이 생겨나며, 지하의 상황이 생중계되었다.
홀로그램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열심히 싸우고 있네.’
조금 전에 떨어트렸던 파스티가 인상을 찌푸린 채 악마와 싸우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여기서, 악마들 움직이나 파악해야겠군.’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정민우였지만, 원활한 승리를 위해선 적들의 전투 방식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았다.
‘애들은 시험을 잘 치르고 있으려나?’
정민우는 잠시, 마교회 멤버들이 시험을 잘 치르고 있나 궁금증이 들었지만.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상념을 끊어내며, 지금은 자기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 * *
한편, 바닥에 떨어진 파스티는.
‘…정민우, 이 개자식!’
이를 ‘으득’ 갈아 보이며, 정민우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감히, 나를 발로 걷어차?’
마지막에 걷어차면서 보였던 비웃음을 떠올리면, 가슴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진짜, 만나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발로 걷어찬 것도 화가 났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화가 났던 것은.
‘내가 말을 걸었는데 대답 없이 무시해?’
자신이 말을 걸었는데도 무시로 일관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치욕스러운 경우는 처음이야.’
나름대로 외모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파스티는 정민우의 행동으로 인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버렸다.
‘…대련에서 찍어 눌러줘야겠어.’
이렇게 된 거 정민우와 대련을 통해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하기로 다짐했다.
‘내 다리를 잡고 빌어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파스티는 정민우가 무릎을 꿇으며 비는 모습을 상상하던 그때.
후――웅!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상념을 끊어낼 수밖에 없었다.
“흡!”
파스티는 고개를 젖히며, 공격을 피해낸 뒤.
“어디서 기습 질이야?”
단검을 휘둘렀으나.
휘――익.
기습했던 적이 공격을 너무나도 쉽게 피해버렸다.
‘공격을 피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파스티는 거리를 벌리며,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지하에 설치된 아트팩트로 시야를 저하돼 누구인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모습은…?’
익숙한 실루엣으로 적이 누군지 충분히 파악할 수가 있었다.
“커리어?”
과거에 종종 대련했던 악마. 커리어였다.
“역시, 파스티는 나를 바로 알아보는구나?”
커리어는 단번에 자신을 알아봐 줬다는 사실이 기쁜지 목소리가 밝아졌다.
“…왜, 기습한 거야?”
파스티는 인상을 찌푸리며 기습한 이유를 묻자.
“다른 녀석이 너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말이야.”
“…뭐?”
“그래서 너를 여기서 떨어트려 남들이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하려고.”
커리어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답해왔다.
‘이런 또라이 같은 새X.’
파스티는 단검을 들어 보이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쯧, 변태 기질은 아직도 못 고쳤나 보네.’
과거 종종 대련했지만, 근래에 들어서 대련하지 않게 된 이유가 바로 커리어의 변태적인 기질로 인해서였다.
“과연, 네놈 뜻대로 될까?”
파스티가 이죽거리며 말하자.
“노력해봐야겠지.”
커리어가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참에, 네놈을 여기에 떨어트리는 것도 좋겠지!”
파―앗
파스티가 커리어를 향해 달려들자.
“누가 할 소리!”
파―앗
커리어 또한 파스티를 향해 달려들며, 둘이 격돌하게 되었다.
* * *
그 시각 마교회 멤버들은.
“하압!”
“꺼져!”
“…죽어.”
“깨꿀!”
단체 대련전을 치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컥!?”
“무슨 힘이!?”
그리고 마교회 멤버들은 정민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진급 시험에서 악마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헹, 왜 이렇게 시시해?”
아누비스가 대검을 든 채 툴툴거리자.
“방심은 좋지 않아요.”
비너스가 옆에 다가와 주의 줬다.
“안 좋은 건 알지. 하지만, 얘네들이 생각 이상으로 약한 걸 어떡해?”
하지만, 아누비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적을 상대하며 툴툴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
아누비스의 말에 비너스는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응시한 악마의 수준이 별 볼 일 없기 때문이었다.
‘품계가 5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약하긴 해.’
물론, 힘 적인 부분이나 마기 같은 경우는 마교회 멤버보다 더 강했지만.
‘전투 감각이 없다시피 해.’
어디를 공격할지 훤히 보여, 상대하기가 손쉬웠다.
‘이상해.’
분명, 삶 또한 자신들보다 오래 살고 품계도 높은데 맥도 못 추고 압도당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비너스는 모르겠지만, 마교회 멤버들이 다른 응시자들을 압도하는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그 이유는 마교회 멤버들이 정민우의 전투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읽어 모든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하는 정민우와 달리 눈앞에 있는 악마들은 그런 묘기를 부리지 못하기에 허술해 보일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심은 하지 않는 게 좋겠지.’
그 사실은 모르는 비너스는 그저 최선을 다해 대련에 임할 뿐이었다.
118화 진급 시험 (4)
1차 시험이 끝나고.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지하에서 이루어진 대련에서 승리한 500명의 악마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쉽다. 떨어뜨릴 수 있었는데.”
“말 걸지 마. 짜증 나니까”
커리어와 파스티는 끝판을 내지 못했는지 대기실 안으로 둘이 사이좋게 들어왔다.
“잠시, 휴식 시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차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체력 회복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감독관의 말에 악마들은 대답할 힘도 없는지,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자에 앉아 보였다.
다들, 눈을 감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때.
찌릿―
단 한 명의 악마만이 휴식을 취하지 않고 정민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그 악마는 바로 파스티.
“입이라도 있으면 말이라도 해보시지?”
발로 차여 지하에 떨어졌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정민우의 옆자리에 앉아 잘못을 추궁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거야? 이 정도면 포기할 만도 하지 않나?’
정민우는 상당히 끈질기다고 생각하며,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눈을 감아 버렸다.
“누, 눈을 감아?”
그 모습에 파스티는 어이없어하며, 헛웃음을 터뜨려 보이더니.
“…악마가 얘기하는 데 눈감는 건 무슨 예의야!!!”
정민우의 귓가에 ‘빽’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
이 정도면 인상을 찌푸리거나 혹은 노려볼 법도 한데, 정민우는 아무 반응 없이 그저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무시로 일관하고 있었다.
“오냐, 계속 무시할 수 있나 보자.”
오기가 생긴 파스티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기 위해 숨을 들이마시던 순간.
찌릿―
“크흠.”
“아, 너무 시끄럽네.”
“조용히 할 수 없나?”
“소리가 너무 거슬리는데?”
쉬고 있던 악마들이 파스티를 노려보며, 조용히 있을 것을 요구했다.
‘펴, 평소에 눈도 못 마주치는 녀석들이.’
1차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비위를 맞추려 했던 녀석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니 짜증스러운 감정이 솟구쳤지만.
“…미, 미안.”
여기서 악마들과 척을 지면 좋을 게 없기에 파스티는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며, 악마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에휴….”
그리고 옅은 한숨을 내쉬어 보이더니.
“굳이 대답을 들어서 뭐 하겠니….”
관심 끄는 것을 포기했는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아 버렸다.
‘이제 좀 조용히 있을 수 있겠네.’
그 모습에 정민우는 흡족함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던 그때.
“이 정도면 충분히 쉬었겠죠? 바로 2차 시험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독관이 2차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알려왔다.
“…벌써?”
“쉰 지 10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3품 진급 시험은 상당히 빡빡하네.”
달갑지 않은 소식에 악마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드디어 시작하는 건가?’
악마들의 반응과 달리, 휴식을 충분히 취할 대로 취한 정민우는 2차 시험을 시작하는 소식이 반갑게 느껴졌다.
“저를 따라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감독관이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꾸―욱.
뒤에 자리하고 있던 벽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쿠―쿵.
그곳에 길게 쭉 이어지는 복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따라오시죠.”
또각, 또각, 또각.
감독관이 복도로 발걸음을 옮기자.
벌떡―
정민우를 포함한 대기실에 자리하고 있던 악마들이 감독관을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약 15분 정도 이동하자.
“도착했습니다.”
검은 문들이 양쪽으로 배치된 공간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대체 문이 몇 개야?’
복도 끝까지 문이 이어진 것을 보니, 최소 500개 이상은 되어 보였다.
“2차 시험은 전투 공간에서 대련하는 것입니다.”
감독관은 방들을 가리켜 보이며, 2차 시험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 자체가 아트팩트이며, 전투 공간에서 나타나는 적들을 상대하시면 됩니다.”
1차 때보다 쉬워 보이는 시험에 악마들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적들의 품계는 5품이고 숫자는 100명입니다. 체력이 무한으로 설정되어있으니 무력으로 쓰러트릴 수 없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감독관의 설명에 악마들의 표정이 금세 굳어지고 말았다.
“또한, 대련은 50명의 악마만이 남을 때까지 계속해서 진행됩니다. 여기서 응시자 인원이 100명 안팎으로 떨어졌을 시, 적들의 품계가 4품으로 오르니 이 부분에 대해서 유념 바랍니다.”
모든 설명을 끝낸 감독관은.
“이제 문 안으로 들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문 안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정민우는 감독관의 명령에 따라 문 안에 들어가려는 순간.
“잠깐만.”
파스티가 대뜸 길을 막아섰다.
‘얘는 또 길을 막고 이러는 거야?’
표정으로 무슨 용무냐고 물으니.
“진짜 끝까지 말을 안 하는구나?”
파스티가 정민우의 태도에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용건을 말하지 않길래,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왜, 왜 이렇게 악마가 급해!”
파스티가 다시 한번 앞을 막아서 보였다.
“…2차 시험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3차 시험 때 내 손으로 직접 너를 떨어트려야 하니까.”
그리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용건을 말하더니, 휙 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괜한 걱정을 하네.’
애초에 떨어질 생각이 없었기에 정민우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흘려버렸다.
‘이제 들어가 볼까?’
문고리를 열어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어이.”
껄렁거리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하아, 이번에는 또 뭐야?’
정민우는 귀찮음이 막연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파스티 말을 무시하니까 좋냐?”
커리어가 인상을 찌푸린 채 시비를 걸어 오고 있었다.
“2차 시험에서 떨어지지 마라. 그래야 3차 시험 때 파스티의 말을 무시한 대가를 묻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자. 커리어는 입을 더 나불거려 보였다.
‘둘이 무슨 약이라도 먹었나? 쌍으로 왜 이래?’
정민우는 이 상황에 어이없음을 느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입을 다물고 있으니, 내가 만만해 보이나?’
이내, 정민우는 표정을 구기며, 커리어 앞으로 다가가 경고를 날렸다.
“입 한 번만 더 놀리면, 평생 불구로 만드는 수가 있어. 그러니까 아가리 다물고 주제를 파악하도록 해.”
움찔―
“…….”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정민우의 목소리에 겁이라도 먹은 것인지 커리어가 입을 다물어 보였다.
본래, 그의 성격상 이런 경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반박했겠지만.
‘…목소리가 안 나와.’
몸을 짓누르는 강력한 살기에 숨조차 쉬는 것도 힘들었기에 대답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정민우는 비웃음을 날리며, 문 안으로 들어가자.
꿀꺽―
‘…X 됐다.’
생각 이상의 강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커리어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 * *
문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는 검은 공간이네?’
전에 사용했던 ‘전투 공간’ 아트팩트는 하얀 공간이었던 것과 달리, 이곳은 검은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5분 뒤, 대련이 시작됩니다.】
곧 대련이 시작된다고 알림이 알려왔다.
딱히, 준비할 것이 없었기에 정민우는 가볍게 몸을 풀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느 정도 몸 푸는 것이 끝났을 때쯤.
【대련을 시작합니다】
대련을 시작하겠다고 알려오는 메시지와 함께.
파앗―
허공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오더니.
타, 타, 타, 타, 타, 타, 탓―
100명 정도 되어 보이는 목각 인형이 나타났다.
‘…생긴 건 엄청 약해 보이네.’
외관을 봤을 때는 주먹 한 방에 부서질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마기를 보니 감독관이 말한 대로 5품은 맞는 것 같네.’
‘마안’으로 확인해 본 결과. 마기의 총량이 꽤 되는 것을 보니 5품이 확실한 것 같았다.
‘과연, 전투는 어떨까?’
정민우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심안’을 사용하는 순간.
타앗―
100명의 목각 인형들이 자신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일단, 숫자를 맞춰볼까?’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꾸물, 꾸물, 꾸물.
그러자 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그림자가 위로 올라오더니, 악마의 형상으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죽여.”
정민우는 목각 인형들을 가리키며, 죽일 것을 명령하자.
스스스―
100명의 그림자가 기척 없이 100명의 목각 인형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끼릭―
목각 인형들은 그림자를 향해 공격을 가하려고 했으나.
퍼―억!
그림자들의 공격이 조금 더 빨랐다.
끼릭―
목각 인형들은 반격하기 위해 주먹을 내뻗었으나.
휙―
그림자들은 합을 맞추기라도 한 듯, 목각 인형들의 공격을 일제히 피해버렸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
.
.
.
그리고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었다.
끼릭―
목각 인형들은 어떻게든 한 방을 먹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의미 없는 짓이지.’
더한 폭력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목각 인형이라 그런지, 공격할 부위가 단순해서 상대하기 편하네.’
【머리】
【몸통】
【왼쪽 옆구리】
【오른쪽 옆구리】
【오른쪽 허벅지】
【왼쪽 허벅지】
【왼쪽 발목】
이런 식으로 직관적인 공격 부위를 생각해주다 보니, 어떠한 적보다 상대하기가 편했다.
‘감정이 없고 생각이 없는 무생물체라고 해도. 머릿속에 어디를 공격할지 입력되기는 마련이니까.’
즉, 전투만 할 수 있다면 어떠한 상대든 ‘심안’을 통해 공격할 곳을 파악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2차 시험도 거저먹겠는데?’
이번 시험도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민우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맺혔다.
‘꽤, 긴 대련이 될 테니 힘을 비축하며 적당히 싸우면 되겠어.’
그로부터 약 12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응시자 인원이 100명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품계를 4품으로 강화합니다】
목각 인형들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제 인원이 별로 남지 않았나 보네.’
정민우는 메시지 창을 닫으며, 목각 인형들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화르르―
목각 인형들 몸에 폭발적인 마기가 일렁이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끼릭―
그리고 목각 인형들이 그림자들을 밀어붙이며, 압도해 보이기 시작했다.
‘전과 다르게 상대할 맛이 나겠네.’
반지에 마기를 더 주입해 그림자들을 강화하니.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목각 인형들에게 밀리던 그림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압도해 보였다.
끼, 끼릭―
4품에 올라섰지만, 전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상황.
같은 품계이면서 100명이나 인원이 더 많은 목각 인형이 밀린다는 것에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고작 목각 인형 따위와 같은 취급을 하면 곤란하지.’
정민우는 행성 두 개나 침략하며, 막대한 마기를 얻었을뿐더러 마기 운영하는 능력 자체가 궤를 달리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조금 더 가지고 놀아볼까?’
기다리는 것도 심심하니, 이참에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고 하는 찰나.
우뚝―
목각 인형들이 행동을 멈춰 세우더니.
【응시자 인원이 50명만 남았습니다. 2차 시험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메시지 창이 떠오르더니, 2차 시험의 끝이 났다고 알려왔다.
‘이제 마지막 3차 시험만 남은 건가?’
마지막 시험만 치르면 3품에 진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진급 시험만 통과하면, 내 목표와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
정민우는 그림자를 거둔 뒤 다음 시험을 치르기 위해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19화 진급 시험 (5)
‘전투 공간’ 밖으로 나가니.
‘내가 첫 번째로 나온 건가?’
감독관 외에는 복도에 자리하고 있는 악마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대련했을 텐데. 상태가 처음과 달라진 게 없군요.”
정민우의 모습에 감독관이 이채 어린 눈빛으로 감탄을 터뜨리며 말을 걸어왔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감독관의 말에 겸손 떨며 대답하자.
“운이 좋은 것 치고는 실력이 너무 월등한 것 같군요. 3품 진급 시험이 아닌 2품 진급 시험도 무난하게 통과할 실력이니 말이죠.”
고개를 내저으며, 실력에 대한 호평을 늘어놓았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진심이랍니다.”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정민우도 3품 진급 시험이 상당히 쉽다고 느끼고 있었다.
차라리, 2품 진급 시험을 보는 게 수준이 맞을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굳이 2품 진급 시험을 봐서 힘 뺄 필요는 없지.’
어차피, ‘품계 패스권’과 ‘마왕의 권한’을 사용하면 단번에 1품으로 올라가기에 치를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정민우 응시자의 행보가 기대되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독관과 얘기를 주고받던 그때.
끼익―
“…후!”
터벅, 터벅, 터벅.
오렌이 문을 열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지쳐 보이네.’
주목받는 악마라 해도 오랜 대련은 무리가 있었는지,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해 보였다.
“2차 시험을 통과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감독관이 오렌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자.
“…….”
말할 힘도 없는지, 그저 고개를 숙여 보이는 오렌이었다.
‘저 상태로 3차 시험을 치를 수 있으려나?’
이대로 다음 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금방이라도 탈락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뭐, 나야 진급 시험에 쉽게 통과하면 이득이지.’
정민우는 오렌에게 시선을 거두려는 때.
끼익―
“…흐아아아아.”
파스티가 문을 열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지친 것은 오렌과 똑같았지만.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이네.’
파스티는 걷는 것도 힘든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툭 치면 쓰러지겠네.’
이어서 다른 악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자.
끼익―
“끄으윽….”
커리어가 문을 열며, 네발로 기어 나왔다.
‘…더 가관이네.’
정민우는 커리어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자.
흠칫―
눈을 마주친 커리어가 몸을 떨어 보이더니, 황급히 눈을 피해버렸다.
‘경고한 게 효과가 좋았나 보네.’
커리어가 앞으로 귀찮게 굴지 않을 것 같아 만족감을 느끼며, 시선을 거뒀다.
그로부터 약 1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끼익―
“끄으윽.”
“으어어어어….”
“끄헉.”
남은 46명의 악마가 좀비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복도로 걸어 나왔다.
복도로 나온 악마들의 얼굴을 면밀히 살펴보니.
‘뒤에서 험담하던 녀석들은 안 보이네.’
대기실에서 입을 놀리던 녀석 중 2차 시험에 통과한 악마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뭐, 당연한 결과인가?’
아무리, 진급 시험이 쉽다고 한들. 입만 산 녀석들이 시험에 붙을 정도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제 전부 나온 것 같군요.”
50명 전원이 나온 것을 확인한 감독관은 서류철에 무언가를 적어내더니.
“전부 나왔으니, 곧바로 3차 시험을 치르러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시험을 치르러 가겠다고 말해왔다.
“““…….”””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악마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자.
“여러분은 3품 진급 시험을 치르는 중입니다.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면 지금이라도 시험을 포기하셔도 됩니다.”
감독관이 표정을 굳히며, 악마들을 일갈했다.
“““…아닙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악마들은 표정을 관리하며 대답해 보였다.
“이제야 보기 좋은 얼굴을 하는군요.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앞장서 걸어가는 감독관의 모습에 악마들은 다리를 끌며 잇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 *
감독관을 따라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완전, 콜로세움 내부랑 똑같잖아?’
환생 전, 사진으로 봤던 콜로세움과 똑같은 모습을 한 경기장이었다.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이 크기가 더 크고. 시설이 더 세련되어 있네.’
이곳의 콜로세움이 지구에 있는 것보다 더 웅장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콜로세움도 악마와 관련이 있었던 건가?’
비슷한 모습을 보니, 악마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 추측됐다.
‘아니면, 비둘기의 영향을 받았다든가.’
천계 또한, 이런 비슷한 건축물이 있을 테니 비둘기한테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를 훑어보며 상념에 잠겨 있자.
“지금부터 3차 시험에 관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독관이 마지막 시험에 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시험은 토너먼트로 진행되며, 추첨 된 자가 응시자를 호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호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말에 악마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민우 쪽으로 향했다.
“전에 공지했던 대로 최종 10인만 3품으로 진급할 수 있고. 토너먼트의 순위에 따라 마기가 지급됩니다.”
순위에 따른 마기 지급.
‘무조건 1등 해야겠네.’
본래, 1등 할 생각을 하고 있던 정민우였지만, 감독관의 설명을 듣고 무조건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제가 추첨을 해서 호명하면, 응시자는 대련할 상대를 지목하시면 됩니다.”
감독관이 한 통을 가지고 오더니.
“그럼,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통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쏘옥―
그리고 집어넣었던 손을 뺀 뒤.
“누가 뽑혔을지 기대되는군요.”
감독관이 미소를 지으며, 꺼낸 종이를 펼쳤다.
“어머, 이런 우연이.”
이어서 얕은 감탄을 터뜨리더니.
“정민우 응시자. 앞으로 나와주세요.”
감독관이 정민우를 호명했다.
“““…….”””
호명을 들은 악마들 사이에서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직감적으로 정민우와 붙게 된다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지금, 나가겠습니다.”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독관 옆으로 이동하자.
“상대할 적을 호명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대련할 상대를 정하라고 말해왔다.
‘누가 좋을까나….’
정민우는 대련할 상대를 선택하기 위해 악마들을 훑어보자.
“““…….”””
악마들이 눈을 안 마주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다들 눈 피하기 바쁘네.’
호승심 없는 모습에서 정민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 둘이 의지가 있어 보이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렌’과 ‘파스티’만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 녀석들은 나중에 상대하도록 하고. 지금은 손 봐줄 녀석이 따로 있지.’
고민을 마친 정민우는 한 악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커리어 응시자와 대련하겠습니다.”
“!!!”
정민우에게 지목받은 커리어는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자, 잠깐!‘
커리어는 어떻게든 무마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정민우 응시자와 커리어 응시자는 경기장 위로 올라가 주시길 바랍니다. 불응할 시 기권으로 간주하겠습니다.”
“…….”
감독관의 말에 커리어는 입만 뻐끔거릴 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이내, 커리어는 체념한 얼굴로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 * *
한편, 마교회 멤버들은.
“최종 100인은 4품 진급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100인에 남게 되며, 4품 진급 시험에 통과하게 되었다.
“저희가 해냈어요!”
“으쌰!”
“…당연한 결과일 뿐이야.”
“젠장, 나를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4품으로 진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표출했다.
“여러분들도 이제 이름을 가지게 되셨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비너스의 축하에 다른 마교회 멤버들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름이라. 느낌이 새롭네.”
“이름을 갖게 되면, 엄청 강해지겠지?”
“이름을 부여받고 진정한 악마가 되는 거야! 개굴개굴.”
비너스를 제외한 마교회 멤버들은 6품 이하였기에 여태까지 정민우가 지어준 호칭으로 불렸지만.
4품으로 품계가 오르게 되면 새로움 이름을 부여받게 될 터였다.
“시험에 합격함으로써 민우 님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네요.”
비너스의 말에 아누비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조그마한 보탬이라니, 우리는 민우에게 늘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그런가요?”
“당연하지. 지금은 품계를 올리게 되면서 더한 보탬이 될 수 있는 거고 말이야.”
아누비스의 말에 비너스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듣고 보니, 아누비스 님의 말이 맞네요.”
“그래. 우리는 다 같이 있어서 큰 힘을 발휘하는 거니까. 너무 자신을 낮추지 마.”
이어지는 아누비스의 조언에 엘린이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신기해.”
“뭐가, 신기해?”
“…여기서 제일 철없이 행동하는데. 종종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게 신기해.”
“응? 당연히 내가 너보다 키 크니까 어른스러운 거 아니야?”
“…말 안 할래.”
키로 놀림 받아 기분이 상했는지 엘린은 아누비스 반대 방향 쪽으로 몸을 돌려 버렸다.
“설마, 삐진 거야?”
“…아니야.”
“삐진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그렇게 둘이 티격태격하는 순간.
“다들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품계를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독관이 품계를 부여하겠다고 알려오는 동시에.
쿠―쿵!
천장이 갈라지더니, 그곳에 눈 모양을 한 거대한 조형물이 튀어나왔다.
수료식 때 봤었던 거대한 눈.
쩌, 쩌, 쩌적―
이어서 거대한 눈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하자.
지끈―
“으윽!”
“큭! 이건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냐.”
“…윽!”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정민우와 커리어는.
“읏차.”
“…….”
몸을 풀어 보이며, 대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삐――――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저 소리와 함께 감독관이 대련의 시작을 알려왔다.
“…….”
대련이 시작됐음에도 커리어는 공격할 생각이 없는지 방어 자세를 취해 보였다.
“덤벼 오지 않는 거냐?”
“…….”
정민우의 물음에 커리어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방어 자세를 취해 보일 뿐이었다.
‘고유 특성으로 일격을 날릴 생각인가 보네.’
너무 속 보이는 행동에 정민우는 커리어가 ‘일각 반사’를 이용해 결정타를 날릴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같잖은 짓을 하네.’
공략법을 알고 있는 정민우로서는 커리어가 가소로워 보일 뿐이었다.
‘딱히 고유 특성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길 것 같다만, 혹시 모르니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좋겠지.’
방심은 좋지 않기에 제대로 상대하기로 하며,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1. 로크
2. 555번
3. 아누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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