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15
그러자 창이 진동하더니.
푹, 푹, 푹, 푹, 푹, 푸―욱!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천사들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타, 타, 타앗!
이어서 아로마가 세이나를 향해 뛰어들자.
우―웅.
창이 아로마의 손에 돌아오더니.
덥썩―
“죽어!!!”
창을 붙잡은 아로마가 세이나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아니, 내지르려고 했다.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좀 끼워주지?”
중간에 끼어든 아누비스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검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말이다.
채―――앵!
아로마는 공격하려는 것을 멈추고. 곧장 아누비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쳇!”
불안정한 자세로 방어했던 탓의 여파로 자세가 무너지고 말았다.
“목을 가져갈게.”
아누비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어서 대검을 내질렀다.
쐐―액!
대검이 바람을 가르며, 아로마의 목을 향하던 그때.
“어디서 박쥐 따위가 까불어!!”
우―웅!
창이 아로마의 손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움직이더니.
채――앵!
대검과 충돌하며, 아로마의 목을 지켜냈다.
펄―럭!
아로마는 날개를 펼쳐 중심을 잡아내며, 반격하기 위해 발을 휘둘렀다.
“하, 이딴 잔재주로 날 상대하겠다는 거야?”
아누비스는 고개를 젖혀, 가볍게 공격을 피하려고 했으나.
“지랄.”
발이 기형적인 방향으로 꺾이더니.
퍼――억!
아누비스의 목을 강타했다.
“윽!?”
순간적인 충격에 아누비스가 정신을 못 차리자.
“일단 한 명.”
아로마가 창을 쥐어 잡으며, 아누비스의 심장 쪽으로 창을 내질렀다.
쐐―액!
그렇게 창이 아누비스의 가슴 지척까지 다다르던 순간.
휘리릭―
“발악은 그만하고 순순히 죽음을 맞이하시죠.”
비너스가 채찍으로 창을 휘감아 공격을 저지했다.
“흥!”
아로마는 대답 대신 채찍으로 휘감긴 창을 강하게 당기자.
“앗!?”
비너스가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아로마 쪽으로 날아갔다.
“일단, 그 입부터 뭉개주마.”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아로마는 비너스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움푹―
“!?”
갑자기 땅이 꺼지며, 발이 빠지는 바람에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역시, 2품은 다르긴 한가 보네.”
엘린은 표정은 굳히며, 거대한 얼음 결정을 만들어 쏘아냈다.
후――――웅!
“…이건 피할 수 없겠네.”
아로마는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창에 신성력을 담아냈다.
“그러면 부수는 수밖에!”
그리곤 신성력을 담은 창을 그대로 거대한 얼음 결정을 후려쳤다.
쨍그랑―
어렵지 않게 얼음 결정이 손쉽게 깨부쉈지만.
푹, 푹, 푹, 푸―욱!
“큭!?”
깨진 조각들이 아로마의 허벅지에 박히며 파고들었다.
“…같잖은 짓을.”
아로마는 허벅지에 박힌 얼음 조각들을 거칠게 뽑아내며,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깨꿀!”
퍼――억!
어느 순간에 다가온 것인지 로크가 뒤에서 아로마의 등을 가격했다.
“큭!”
“개꿀!”
로크는 추가타를 먹이기 위해 가깝게 접근했으나.
쐐――액!
아로마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창을 휘두르는 바람에 역으로 위험에 처하게 됐다.
“…깨꿀?”
창이 로크의 머리를 꿰뚫으려는 순간.
푸―욱!
타락한 비둘기가 대신 몸을 날려 로크를 보호했다.
“젠장, 어째서 제대로 된 유효타 한 번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거지?”
아로마는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다.
‘어떻게 이런 톱니바퀴 같은 연계가 가능한 거지?’
또한, 1, 000년은 같이 싸워본 것만 같은 연계기에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고유 특성도 이놈들 상대로 제대로 된 힘을 못 내고 있어.’
‘전투 감각’이 알려준 공격 경로가 악마들에 의해 너무 손쉽게 막히고. 공격해 올 경로에서도 오차를 보여 목숨이 잃을 뻔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녔다.
‘…평생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아로마는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 고유 특성이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어떤 녀석이 수작을 부리는 거지?’
추측은 곧이어 확신으로 변하며, 아로마는 주위를 훑어봤다.
‘…정민우.’
그리고 저 멀리 팔짱을 낀 채 싸움을 관망하고 있는 정민우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박쥐 새X가 수작을 부리는 게 확실해.’
파―앗!
아로마는 직감적인 확신을 느끼며, 정민우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 * *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싸우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관망을 택했다.
2품 천사이기에 섣불리 덤비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왼쪽】, 【오른쪽】, 【왼쪽으로 한 보】, 【허리를 숙이고 반격】, 【왼쪽으로 고개를 젖힌 다음 창으로 반격】.
초 단위로 아로마의 생각이 수십 번씩 바뀌는 바람에 마교회 멤버들에게 전언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거슬리는 고유 특성이네.’
조금이라도 정신을 팔면, 곧장 반격을 당해버리니 전언을 내리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상처를 입고도 저 정도의 전투력이라니, 상태가 온전했을 때 싸웠다면 끔찍했겠어.’
만일의 경우를 생각한 것이지만, 정민우는 새삼 비둘기들을 타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마교회 멤버들에게 전언을 보내며 명령을 내리자.
‘속도에 점점 익숙해지네.’
정민우는 아로마의 속도에 점차 적응해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전언을 보내면서 전투에 참여할 수 있겠어.’
이대로 간다면 승기를 잡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다만, 조금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저 녀석이 쥐고 있는 창이라는 건데….’
계속해서 아로마와 소통을 하는 창의 존재가 거슬렸다.
‘…에고 스피어.’
감정과 사고를 할 수 있는 무기로 대개 엄청난 힘을 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저 창을 주의 깊게 봐야겠어.’
정민우는 저 ‘에고 스피어’가 수작을 부려 오기 전에 끝내기로 하며, 아로마를 압박하고 있자.
‘음?’
아로마가 싸움을 멈추고 대뜸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바라봐 왔다.
‘눈치챈 건가?’
아무리 머리가 새대가리라고 해도 전투의 양상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정도는 느꼈을 것이었다.
파―앗!
그리고 아로마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제 속도에 완전히 적응했으니, 전투에 가담해도 상관없겠지.’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꾸물, 꾸물, 꾸물.
그러자 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그림자가 위로 올라오더니, 악마의 형상으로 모습을 갖추었다.
“저 녀석을 죽여.”
정민우는 아로마를 가리키며, 죽일 것을 명령하자.
스스스―
10명의 그림자가 기척 없이 아로마에게 달려들었다.
“그림자 따위쯤이야!”
아로마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림자를 향해 창을 휘둘렀으나.
휙―
그림자는 고개를 젖히는 것만으로 아로마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내버렸다.
“…뭐?”
생각지도 못한 현란한 움직임에 아로마가 당황하자.
퍼―억!
그림자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로마를 둘러싸며, 두들겨 팼다.
“그, 그림자 주제에!?”
퍽, 퍽, 퍽, 퍽, 퍽, 퍼―억!
분명, 마교회 멤버에 비해 무력은 약했지만.
‘그림자는 내 수족처럼 부릴 수 있으니까.’
전언을 보내지 않고 직접 조종하니, 빈틈없는 공격으로 아로마를 압박할 수가 있었다.
“죽어!”
아로마가 분통을 터뜨리며, 창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퍽―!
뒤에 있던 그림자가 발목을 걷어차는 바람에 중심이 무너져 내지르지 못했다.
퍽―!
이어서 앞에 있던 그림자는 아로마의 턱을 가격하며, 두뇌를 흔들었다.
“큭?”
아로마의 몸의 중심이 뒤로 넘어갔다.
퍽, 퍽!
그림자 둘은 아로마의 머리채를 붙잡고 오금을 걷어차자.
“큭!”
털썩―
맥없이 무릎을 꿇어버리고 말았다.
스스스―
그리고 10명의 그림자는 아로마의 머리채를 잡은 채 일방적인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잘 싸우고 있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민우는 이때를 이용해 ‘루시퍼’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기로 했다.
이어서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
1. 2번
2. 555번
3. 777번
4. 888번
5. 비너스
6. 루시퍼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루시퍼 고유 특성을 복사할게.’
【루시퍼 고유 특성 ‘오만’을 복사합니다】
고유 특성을 복사한다는 메시지 창과 함께.
쿵―!
몸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힘이 치솟기 시작했다.
‘과연, 이 힘이 2품 비둘기한테도 통하나 봐볼까?’
정민우의 인영이 흐릿해지더니.
슈슉―
순식간에 아로마의 앞에 도착했다.
“…어!?”
정민우가 다가온 것을 눈치챈 아로마는 대항하려고 했으나.
“…젠장!”
그림자들에게 붙잡힌 상태라 아쉽게도 대항할 수가 없었다.
“일단 한 대.”
그 덕분에 정민우는 아무 방해 없이 아로마에게 주먹을 휘두를 수가 있었다.
“아파도 참아라.”
주먹이 복부에 꽂히자.
퍼―――――――엉!!!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아로마의 인영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켁!?”
아로마는 날아가는 도중에 날개를 펼쳐,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전투로 입었던 상처와 방전된 체력으로 인해 날개를 펼칠 힘이 없었다.
우당탕―
결국, 아로마는 힘없이 바닥을 수백 번 정도 구른 끝에 멈출 수 있었다.
‘지금 상태론 싸워서 절대 못 이겨…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도망쳐야 해!’
바닥을 사정없이 구른 아로마는 끊어질 것만 같은 정신을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지만.
“움직이지 마시죠.”
휘리릭―
비너스가 채찍으로 아로마의 몸을 붙잡으면서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106화 내기의 끝 (3)
‘도망치긴 글렀군.’
아로마는 몸에 감긴 채찍을 보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평소였다면 힘으로 간단히 풀어낼 수 있었겠지만.
‘풀 수 있는 체력이 남 있질 않아….’
그림자와 정민우에게 얻어맞게 되면서, 모든 체력을 소진해 손가락 까닥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게 됐다.
‘4품짜리 악마에게 이렇게 몰리게 될 줄이야….’
아로마는 4품 악마라고 만만히 본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던 그때.
“개꿀!”
지척에 다가온 로크가 혀를 휘둘러 왔다.
“흡!”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기에 아로마는 창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냈다.
“그래도 7품 따위에게 죽으면 체면이 안 서지…!”
“깨꿀…!”
아로마의 무시하는 발언에 로크가 인상을 찌푸려 보이는 찰나.
“…죽어.”
엘린이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흑색의 불들을 아로마를 향해 쏘아냈다.
‘파트너 피할 수 있겠어?’
【어떻게든】
아로마는 창의 도움을 받아 바닥을 꼴사납게 구르며, 이번에도 가까스로 피해내는 데 성공했다.
“허억,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며, 숨을 고르던 순간.
“자, 네 목을 잘라주마!”
머리가 빨갛게 물든 아누비스가 순식간에 다가와 대검을 휘둘렀다.
쐐――액
‘…위험하다!’
아로마는 공격을 허용해주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몸을 뒤로 젖혔지만.
“큭…!”
촤――――악!
몸이 대각선으로 베이며, 그곳에서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젠장, 더 빨리 피했어야 했는데!’
아로마는 늦게 피한 자신을 자책하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얕았네. 뭐, 다음 공격으로 죽이면 되는 거니까.”
아누비스는 피를 털어내더니, 다시 한번 대검을 들어 보였다.
“이번에는 피하지 마. 괜히, 또 상처 입으면 너만 힘들잖아?”
그리곤 아로마의 목을 향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쐐――액.
‘…끝이다.’
아로마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 공격으로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건가…?’
대검이 목 지척에 다다랐을 때.
【포기하기는 이르다.】
손에 쥐어진 파트너가 말을 걸어왔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한 가지 있다】
‘그게 뭔데?’
【내가 희생하는 것이지】
‘…뭐?’
아로마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파트너를 말리려고 했지만.
【꼭 살아남아라】
파스스스―
“아, 안돼!!!”
파트너가 그대로 부서지더니, 아로마의 몸을 휘감았다.
고오오오오오오―
그 동시에 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전능감이 몸에서 넘실거렸다.
“아, 아….”
아로마는 한평생을 같이 한 파트너의 죽음에 슬퍼하는 동시에.
덥석―
목 지척에 다다랐던 대검을 잡아채는 것으로 공격을 막았다.
“막아…?”
너무 쉽게 공격이 막힌 모습에 아누비스는 당황하며, 대검을 빼내려고 했으나.
“…안 빠진다고?”
온 힘을 다해도 대검이 아로마의 손에 벗어날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대검을 돌려받고 싶어?”
아로마는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아누비스 쳐다보더니.
“그럼, 돌려주지!”
몸에 감긴 채찍을 풀어버리며, 잡은 대검을 아누비스에게 내던졌다.
“…무슨!?”
후――웅!
손잡이를 잡고 있던 아누비스는 반발력을 이기지 못하고 대검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그다음 너다!”
이어서 아로마는 근처에 자리하고 있던 비너스에게 다가가 손을 내뻗었다.
“죽어라!”
그리고 비너스의 목을 틀어쥐어 꺾어버리려는 그때.
“그렇게는 안 되지.”
정민우가 나타나며, 아로마의 얼굴을 가격했다.
퍼―――――――――엉!
머리가 터져나가도 이상할 것만 같지 않은 폭발음이었지만.
“이게 끝이냐?”
아로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으로 정민우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보였다.
“쉽게 풀리는 일이 없네….”
그 모습에 정민우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너스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하, 쉽게 풀려? 내 파트너를 죽여놓고 쉽게 풀리길 바라다니, 어이가 없군.”
정민우의 말을 들은 아로마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네 힘이 부족해서 죽은 걸 왜 남에게 탓을 돌려?”
이죽거리는 정민우의 대답에 아로마의 표정에 금이 갔다.
“…끝까지 입을 놀리는군. 과연, 네 몸이 갈기갈기 찢긴 상태에서도 입을 놀릴 수 있나 보자고.”
“그 몸 상태로 가능하겠어? 나를 찢기 전에 네가 죽을 것 같은데?”
“가능하고도 남지. 내 파트너가 목숨의 대가로 준 힘이니까.”
“그래? 내가 봤을 땐 네가 곧 파트너라고 부르는 녀석의 뒤를 따라갈 것 같은데 말이야.”
“…….”
간악한 세 치 혀.
‘어떻게든 흥분시켜서 판단력을 흐리게 하려고 안달 났군.’
전이었다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었겠지만.
‘섣불리 덤비지 않는다.’
파트너의 죽음으로 인해 냉정함을 되찾으며, 정민우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게 됐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
4품이라고는 하지만, 겪어 본 바로써 전투 능력이 상당했기에 단번에 끝내는 것이 좋았다.
‘전투 감각도 잘 발동되고 있어.’
‘전투 감각’으로 통해 공격의 경로를 본 결과.
어렵지 않게 정민우를 죽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좋아, 이제 가볼까?’
아로마는 자세를 고쳐 잡은 뒤.
“간다!!!”
저 간악한 박쥐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들려는 그때.
쿠――웅!
“…어?”
정민우의 몸에서 폭발적인 마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무슨…?”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로마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떨려왔다.
‘…경로가 막히고 있어.’
그리고 ‘전투 감각’이 보여주는 공격의 경로들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경로가 전부 사라졌다고?’
끝내 모든 공격의 경로가 사라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
경로가 사라졌다는 것은 어떠한 수를 써도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힘이 강해졌다고…?’
아로마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때.
“야, 안 덤비냐?”
정민우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여 보였다.
* * *
처음 아로마가 ‘에고 스피어’로 인해 강한 힘을 얻게 됐을 때 정민우는 곤혹감을 느꼈다.
‘역시, 수작을 부릴 것 같더라니,’
하지만, 곤혹감을 느낄지언정 절망하지는 않았다.
‘5분 뒤에 윌리엄이 정복을 끝낸다.’
왜냐면, 곧 윌리엄이 ‘유레인’ 행성을 정복해 막대한 마기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간까지 정해줬으니, 잘 맞추겠지.’
만에 하나 윌리엄이 시간에 맞춰 정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버텨내면 그만이니까.’
아로마가 강대한 힘을 일시적으로 얻었다고는 하나. 생각을 읽고 피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시간 끄는 것은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 아로마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끌던 그때.
【‘유레인’ 행성을 침략했습니다】
‘드디어 떠올랐군.’
기다리고 기다렸던 메시지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보상으로 대량의 마기가 지급됩니다】
이어서 마기를 지급한다는 메시지 창이 떠오르자.
쿠――웅!
‘…아!’
온몸에서 마기가 솟구치더니, 힘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좋군.’
정민우는 얻게 된 대량의 마기에 황홀감을 느끼며 몸을 점검했다.
‘최상이다.’
점검 결과. 전력이 몇 배는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 힘이면, 아로마를 찍어누르고도 남지.’
정민우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아로마에게 시선을 옮겼다.
‘겁먹은 비둘기 같네.’
그러자 한껏 몸이 움츠러든 아로마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야, 안 덤비냐?”
손바닥 뒤집는 듯한 태도에 정민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아로마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
명백한 도발에도 아로마는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안 와? 그러면 내가 먼저 간다?”
정민우는 몸을 가볍게 풀어 보인 뒤.
“넌 힘을 얻게 됐을 때, 도망쳤어야 했어.”
아로마를 향해 돌진했다.
“히, 히익!?”
아로마는 겁을 먹으며, 발을 휘둘렀으나.
【왼쪽 다리】
어딜 공격할지 뻔히 보였기에 피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휙―
정민우는 왼쪽 다리를 접어 공격을 피해내는 동시에.
퍼―――――――――엉!
복부를 가격했다.
“컥!”
충격으로 인해 아로마의 몸이 날아가려고 했지만.
덥석―
정민우는 날아가지 않게 머리채를 붙잡았다.
“길게 끌 것 없이 끝내자.”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언제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기에 기회가 될 때 죽이는 것이 좋았다.
“그림자 전개.”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으며 시동어를 외치자.
끄물, 끄물, 꾸물.
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그림자가 손 모양의 형태로 치솟더니.
덥석―
아로마의 몸을 붙잡으며, 감싸기 시작했다.
“아, 안돼. 살려줘!!!”
그림자로 인해 끌려가면, 좋은 꼴을 당하지 못할 것을 알았는지, 아로마는 정민우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타락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다만.’
잠시, 타락을 시켜 수족으로 부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죽여서 얻게 될 이득이 크단 말이지.’
2품 비둘기로 죽임으로써 얻게 될 마기를 생각하니, 타락시키는 것은 너무 손해였다.
‘그리고 나보다 품계가 높으니, 매료가 확실하게 통할 거라는 확신도 할 수 없고 말이야.’
중간에 매료가 풀려 버리기라도 한다면, 괜히 일이 귀찮아질 것이었다.
‘역시, 죽이는 게 좋겠지.’
결국, 정민우는 자신에게 떨어질 이득을 생각해 죽이기로 결정 내렸다.
“사, 살려만 준다면, 모든 지 다 할게! 발바닥을 핥으라고 한다면 핥을 수도 있어!!!”
“아니, 그냥 죽어.”
핥음을 당하는 취향이 없던 정민우는 아로마의 제안을 칼같이 거절하며, 붙잡은 머리채를 놓았다.
끄물, 끄물, 끄물.
그러자 몸이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그렇게 얼굴을 제외하고 머리만이 남게 됐을 때.
“나를 죽이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아로마는 목숨 구걸을 포기하며, 정민우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너무 잘 살겠지?”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아로마의 말에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이런, 개X… 꾸루르르르.”
그리고 얼마 안 가 아로마가 그림자에게 전부 먹히자.
【자신보다 격이 높은 천사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마기가 지급됩니다.】
메시지 창이 떠오르며, 몸에서 새로운 마기가 흘러들어왔다.
“후우, 전부 끝났네.”
정민우는 길고 길었던 싸움이 끝났다는 것에 개운함을 느꼈다.
‘아직, 다이닉 행성 침략이 끝나지 않았지만, 엘비스가 금방 끝내겠지.’
천사들은 죽어버렸고. 카트라는 전력을 잃어버렸으니, 여기서 반전을 꿰는 것은 사탄이 와도 힘들었다.
‘첫 단추를 잘 채웠으니, 세워둔 계획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어.’
이대로만 간다면, 최단기간에 마왕이 되어 세력을 일굴 수 있을 것이었다.
‘얘들은 괜찮나?’
상념에 잠겨 있던 정민우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마교회 멤버를 바라보자.
“““아…….”””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마기에 감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하긴, 대량의 마기를 얻게 됐는데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겠지.’
마교회 멤버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잠깐 기다려주자.
‘확인이 끝났나 보네.’
멍했던 눈에 이채가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어서 마교회 멤버들이 정신을 온전히 차리며, 자신을 바라봐 올 때.
“다들 고생 많았어,”
정민우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여태까지 같이 고생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자.
“민우 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로 2품 천사를 쓰러트리셨네요.”
“…민우도 고생했어.”
“마기가 좋긴 좋은가 봐. 앞으로 더 격렬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젠장, 민우가 2품 비둘기를 죽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해왔다.
“행성 침략이 끝나면, 마계로 돌아가서 거하게 축하 파티를 벌여 보자고.”
정민우의 제안에 마교회 멤버들은 두 팔을 벌리며 환영했다.
이후 정민우는 살아남은 비둘기에게 디버프를 걸어 여태까지 있었던 기억을 지워버리며, 다시 천계로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다이닉’ 행성을 침략했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마기가 지급됩니다】
예정대로 ‘다이닉’ 행성을 성공적으로 침략하며, 정민우는 바알과의 내기에서 이기게 되었다.
107화 내기의 끝 (4)
다이닉 행성 침략을 끝낸 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엘비스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부 악마님의 은총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행성을 침략한 업적이라면, 자만할 법도 했지만, 엘비스는 끝까지 예의를 차리며 공로를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에게 돌렸다.
“이것은 너라서 가능했던 업적이다. 그러니, 네가 해냈던 공로를 전부 우리에게 돌릴 필요는 없다.”
“악마님들의 깊은 배려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정민우의 말에 엘비스가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계약대로 모든 국가를 침략했으니, 이제 너에게 따로 명령을 내릴 일은 없을 거다.”
이어서 계약 조항에 관해 언급하며 말하자.
“아닙니다. 제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언제든지 명령을 내려주셔도 됩니다.”
엘비스는 고개를 내저으며, 계속해서 명령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네 뜻이 그렇다면,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새로운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
“새로운 명령을 받는 날을 고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명령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얼굴 보러 찾아오도록 하겠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난 뒤.
“우리는 이만 가도록 하지.”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떠나기 위해 옥좌에서 일어났다.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엘비스도 따라서 일어나며,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 앞까지 부탁하지.”
목걸이를 이용하면, 바로 마계를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 녀석이 만남을 제안해 오는 건 조금 의외였단 말이지.’
카트라가 만남을 제안하면서, 행성으로 돌아가는 게 조금 늦춰졌다.
‘무슨 말을 하려고 만남을 제안할 걸까?’
설마, 내기가 끝났으니 허튼수작을 부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정도로 머리가 빈 녀석은 아니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
생각 머리가 있다면, 그러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죽이려고 해도 이제는 못 죽이지.’
아무리, 2품 품계를 지녔다고 해도 침략을 마친 행성에서 싸우면 카트라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기가 끝났어도 같은 악마를 건드리는 것은 미친 짓이지.’
또한, 카트라가 자신을 건드리게 되면, 사탄이 바알에게 천문학적인 배상을 요구할 것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만, 만나보면 알겠지.’
정민우는 직접 만나서 듣기로 하며, 알현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 나중에 또 보자고.”
“들어가십시오.”
펄럭―
그렇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등에 날개를 꺼내 타버린 밀림 쪽으로 날아가자.
‘저기 있네.’
밀림 가운데 카트라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펄럭―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카트라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바닥에 착지하자.
“어, 왔어?”
카트라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뭐야?”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물을 사이는 아니었기에 정민우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같이 행성 침략하면서, 경쟁한 사이인데 이렇게 딱딱하게 굴기야?”
“인사하려고 부른 거면, 이만 가볼게.”
쓸데없는 친한 척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쯧, 성격 하고는.”
카트라가 혀를 차며,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나와 따로 내기하지 않을래?”
내기라는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내기?”
“그래, 이대로 끝내고 돌아가기 아쉬워서 말이야.”
딱히 카트라와 내기할 필요성은 못 느꼈지만.
‘무슨 내기인지 얘기 정도만 들어볼까?’
어떤 수작을 부리려고 내기를 제안했는지 궁금했기에 잠자코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와 어떤 내기를 하고 싶은데?”
“누가 마왕이 빨리 되는지 내기하는 거야. 어때?”
예상치 못한 내기의 내용.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정민우는 카트라의 의도에 의문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게 3품으로만 진급하면 ‘품계 패스권’과 ‘마왕의 권한’을 사용해 단번에 1품으로 진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이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결국, 카트라의 속내를 알기 위해 정민우는 ‘심안’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카트라를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5년 뒤에 있을 진급 시험을 치러서 합격하면 단번에 1품으로 올라서겠지만, 나 또한 진급 시험에서 합격하면 같은 1품이 되지.】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카트라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같은 품계로 올라선다고 해도, 경험이 풍부한 나와는 달리 저 녀석은 경험이 미천하니 마왕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은 내가 되겠지.】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속으로 조소를 터뜨렸다.
‘머리가 빈 녀석이 아닌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머리가 비다 못해 썩은 수준이잖아?’
자신보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마왕의 자리로 올라갈 거라고 확신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물론, 경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나한테 졌다는 사실은 그새 잊어버린 건가?’
이미, 자신에게 패배했기에 카트라의 경험은 무의미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마왕의 자리라….”
조금 흥미가 간다는 반응을 내보이자.
“그리고 내기에서 진 사람은 모든 마기를 토해내는 것이지.”
카트라는 대가에 대해 언급했다.
“마기를 전부 토해내면, 죽게 될 텐데?”
“목숨 정도는 걸어줘야지 내기할 맛이 나지 않겠어?”
속이 뻔히 보이는 속내였지만.
‘나쁘지 않지.’
정민우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마왕이 되고 나서 카트라의 마기를 얻는다면 입지를 더 굳힐 수 있겠지.’
마왕이 되면, 자리를 노리는 악마들이 수도 없이 덤벼들 것이 뻔했기에 마기는 많을수록 좋았다.
‘어차피, 마왕이 될 생각이었으니 받아들여도 나쁘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회하지 않겠어?”
“후회? 그럴 리가.”
자신만만한 대답에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품에서 양피지를 꺼내 보였다.
“그러면, 얘기 나온 지금 바로 계약서를 작성할까?”
“얘기가 빨라서 좋네.”
이후 정민우와 카트라는 계약서를 작성하며, 새로운 내기를 성사하게 됐다.
“그럼, 나는 가본다.”
카트라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떠난 뒤.
“마왕이 되실 때, 추가로 마기를 얻게 되시겠네요.”
옆에 자리하고 있던 비너스가 미리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고마워.”
“그런데 생각이 있는 자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스스로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짓을 저질렀네요.”
이어지는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는 공감하며 말했다.
“제대로 붙으면 자기가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겠지.”
1년, 다이닉 행성 시간 축으로 따지면 20년이라는 시간을 핸디캡으로 줬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마는.
‘그래도 4품 악마에게 졌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지.’
생각을 한 번만 더 했다면,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품계가 높은 상태에서도 졌는데, 품계가 나와 같아지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
내기에 끝을 맞이하게 될 때, 카트라는 이 순간을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였다.
“이제 볼일을 마쳤으니, 마계로 돌아가 볼까?”
“그러도록 하죠.”
그렇게 다이닉 행성에 볼일을 전부 마친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마계로 돌아갔다.
* * *
정민우와 카트라가 대화를 나눌 당시.
“젠장!!!”
콰―앙!
내기에서 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바알은 집무실에 있는 집기들을 부수며 분노를 주체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일을 그르쳐?”
바알은 카르마가 돌아오면 어떤 벌을 내릴까 고민하던 찰나.
똑똑―
“들어와라.”
끼익―
“…마왕님. 소,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악마가 사색이 된 얼굴로 집무실로 들어오더니, 손님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손님? 받을 기분이 아니니 돌려보내도록 해.”
바알의 말에 악마는 대답 대신 연신 눈치를 살피며 입을 오물거렸다.
“내 말 못 들었나? 지금 기분이 언짢으니 돌려보내도록 해.”
“…….”
이유를 다시 설명해줬지만, 악마는 이번에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가?”
바알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으로 생각해 벌을 내리려고 했으나.
“요! 나 왔다.”
뒤이어 사탄이 문을 열고는 해맑은 얼굴로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탄.”
바알은 표정을 구기며, 사탄의 이름을 조용히 중얼거리자.
“세상에 집무실이 왜 이래? 도둑이라도 든 거야?”
사탄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엉망이 된 집무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거 도둑을 빨리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바알을 향해 이죽거렸다.
“…마왕의 집무실에 도둑이 들겠습니까?”
바알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아, 그러면 네가 직접 부수기라도 한 거야?”
“…….”
“집기를 함부로 부수면 쓰나.”
사탄이 고개를 내저으며,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
“무슨 일로 이곳에 찾아오신 겁니까…?”
바알은 이를 ‘으득’ 갈며,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묻자.
“별건 아니고 소식 하나 전해주려고 왔지.”
“…소식 말입니까?”
“응, 내 부하가 내기를 이겼다는 소식을 말이야. 알고 있었어?”
사탄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내기에 관한 얘기를 언급해 왔다.
‘표정이 뻔뻔하기 짝이 없군.’
뻔히, 집무실의 집기들이 부서진 거면, 소식을 전해 듣고 분을 참지 못해 부순 것이라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텐데 사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
바알은 어이없을 느끼며 대답하지 않자.
“못 들었구나? 그럴 줄 알고 내가 이 사실을 알려주려고 친히 방문했지.”
사탄은 못 들었을 줄 알았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알고 있으니, 이만 나가주십시오.”
바알은 대화 자체를 하기 싫었기에 빨리 대답하고 얘기를 끝내려고 했으나.
“알고 있었어? 그러면 얘기하는 게 더 편하겠네.”
사탄은 바알을 지나쳐 소파에 앉아버렸다.
“…후,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응? 아니, 2품 악마가 4품 악마한테 진 것을 보니, 인재가 너무 없는 것 같아서 걱정돼서 그렇지.”
“그건 제가 해결할 문제이니, 걱정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마왕의 도리로서 네가 인재 난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겉으로만 봤을 때, 사탄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기에 바알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
‘살살 긁는 꼴 하고는.’
바알은 이대로 당해줄 생각이 없었기에 사탄의 말을 비꼬며 물었다.
“가만히 보고 있지 않으면, 뭐 인재라도 넘겨주겠다는 소리입니까?”
속으로 잘 비꼬았다고 생각했지만.
“네가 대들지 않고. 내 말을 잘 따르면 그러지 않겠어?”
사탄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바알의 말을 받아쳐 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인재를 보는 안목과 육성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지만, 그건 영업 비밀이라서 말이야.”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탄이 바알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그러니, 적당히 까불어. 괜히, 주제 모르고 까불다가 손해 보지 말고.”
바알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경고를 날렸다.
“그러면,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 내기를 이긴 부하들이 곧 마계로 와서 말이야.”
사탄은 언제 살기 어린 목소리를 냈냐는 듯,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집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탄, 언젠가 이 치욕을 꼭 갚아주도록 하마.”
바알은 사탄이 나간 집무실 문을 노려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108화 축하 파티 (1)
포탈을 건너자.
“내기에 이긴 것을 축하해.”
포탈 정거장에 대기하고 있던 사탄이 미소를 지으며,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대마왕님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런 일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익숙해진 정민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사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래도 2품 악마면, 상대하기 힘들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어?”
“‘다이닉’ 행성 시간 축으로 20년 동안 준비하니, 오히려 3품 악마들보다 상대하기 쉬웠습니다.”
사탄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하긴, 20년이란 시간이 준비하기에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 2품 악마만 불쌍하게 됐어.”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 어쩔 수 없죠.”
“앞으로 네 이름만 들으면 치를 떨겠는데?”
“아닙니다. 오히려 도전 욕구를 불태워서 놀랐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사탄은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걔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별건 아니고. 그 녀석이 제게 내기를 걸어왔습니다.”
“내기?”
“예. 어떤 내기를 했냐면…….”
카트라와 어떠한 내기를 했는지 사탄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자.
“푸하하핫!”
사탄은 배를 부여잡으며, 웃음을 터뜨려 보였다.
“마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노리는 승냥이들이 많을 텐데 카트라 덕분에 자리를 굳건하게 만들 수 있겠네.”
“그렇죠.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자리를 견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내기가 성사된 것에 사탄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돼?”
질문을 받은 정민우는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일단, 5년 뒤에 있을 진급 시험을 준비해야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을 간략하게 얘기했다.
“그러면 복귀하자마자. 준비에 들어가는 건가?”
“그러고 싶지만, 그동안 고생한 것이 있으니 동료들과 소소하게 축하 파티를 하고 난 이후 준비하려고 합니다.”
“축하 파티…?”
파티라는 말에 사탄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정민우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직감하며 사탄에게 묻자.
“축하 파티라면 내가 빠질 수 없겠지?”
사탄의 대답에 불길한 직감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고생한 동료들과 소소하게 파티하는 것이 취지였기에 직장 상사의 방문은 달갑지 않았으나.
“당연히 대마왕님도 참석하셔야지요. 안 오신다고 했으면 섭섭할 뻔했습니다.”
‘다이닉’ 행성을 침략하는 데 많은 지원을 해준 사탄이었기에 정민우에게는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사탄의 지원이 없었다면, 침략하기가 힘들어졌겠지.’
어차피, 감사의 인사를 따로 드릴 예정이었으니, 이참에 파티에 초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그래? 역시, 내 생각해주는 건 민우밖에 없다니까?”
정민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탄은 호탕하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왔다.
“파티에 참석하는 데 선물을 안 챙기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근사한 선물을 준비하도록 할게.”
선물을 준비하겠다는 사탄의 말에 정민우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기쁜 마음으로 대마왕님의 방문을 기다리겠습니다.”
“…어째, 반응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전보다 훨씬 좋아진 반응에 사탄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물었지만.
“기분 탓일 겁니다.”
“기분 탓 맞지?”
“맞습니다. 대마왕님의 참석만으로도 선물을 이미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정민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혀에 꿀 바른 것처럼 대답해 보였다.
“흠…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사탄은 믿음이 안 가지만, 마지못해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축하 파티는 일주일 뒤에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응? 바로 하지 않고?”
“대마왕님께서 참석하는데 허투루 준비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정민우의 설명에 사탄은 날짜를 확인해보더니.
“이때 시간 괜찮을 것 같네.”
파티에 문제없이 참석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만약, 일정이 생기셔서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 말씀해주십시오. 날짜는 언제든지 미루면 되니까요.”
그렇게 파티에 관한 얘기가 끝나가던 그때.
“아, 맞다!”
사탄이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쳐 보이며 말했다.
“파티에 내 아내와 딸도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지?”
“…….”
정민우는 사요리를 볼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왔으나.
“물론입니다. 오히려 파티를 빛내주실 분들이 오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애초에 거절할 권한 따위는 없었기에 정민우는 고개를 깍듯이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탄생일 때는 ‘바알’ 때문에 상황이 여의찮았지만, 이 기회에 내 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봐.”
“알겠습니다.”
“내 딸이라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이만한 악마가 없어. 놓치면 정말 후회할걸?”
“…노력해보겠습니다.”
정민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탄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 일주일 뒤에 보도록 하자고.”
“알겠습니다.”
이후 사탄은 남은 업무를 처리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 * *
집무실로 돌아온 사탄은 곧장 자신의 딸인 사요리를 호출했다.
그리고 약 10분 정도 흐르자.
“아빠, 나 몇 달간 바쁘다니까. 왜 불렀어?”
사요리가 피곤함이 만연한 표정으로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역시, 어미의 빼닮아서 그런지 외모가 눈 부시는군.’
사탄은 사요리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정민우도 내 딸의 매력에 빠져들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겠지.’
언뜻 보면, 아빠의 주책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청혼 신청만 1만 번이 넘어간 거면 말 다 했지.’
구애받은 횟수를 봤을 때, 주책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한 숫자였다.
“…무슨 일 때문에 바빴는데?”
사탄은 사랑스러운 딸을 바라보며, 무슨 일 때문에 바쁜지 물어봤다.
“비둘기들이 내가 침략한 행성에 수작 부리려고 하기에 찾아가서 경고 좀 날려주고 돌려보낸 뒤. 침략한 행성들을 전체적으로 강화하고 침략할 행성들을 찾아 정보를 추리는 일을 하고 있었지.”
그러자 사요리가 몇 달간 했던 업무에 대해서 빠르게 읊기 시작했다.
“진짜, 바빴구나?”
내심 핑계일 줄 알았던 사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니까. 지금 부하들과 행성 리스트 작성하다가 아빠가 불러서 오게 된 거야. 빨리, 돌아가 봐야 하니까. 용건만 말해줘.”
사요리의 재촉에 사탄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과연, 네가 이 얘기를 듣고도 바로 일하러 돌아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네.”
자신만만한 태도에 사요리는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떤 용건을 듣든, 돌아가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건 바뀌지 않거든?”
평소, 친분을 다지거나 맞선을 나가며 시간을 죽였지만, 일하게 됐을 때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것이 그녀였다.
“혹시, 일주일 뒤에 시간 돼?”
사탄의 물음에 사요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리스트를 전부 작성하면, 행성 정찰 나가봐야 해서 시간 없어.”
그리곤 사요리는 집무실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용건은 끝난 거지? 나 이만 가볼게.”
그렇게 집무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그래? 아쉽네. 일주일 뒤에 정민우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우뚝―
이어지는 사탄의 말에 사요리는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 말 진짜야?”
“물론이지. 내가 딸에게 거짓말을 하겠어?”
사요리의 물음에 사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금방이라도 나갈 것처럼 굴던 사요리는 턱을 쓸어 보이며 고민에 잠겼다.
“일은 잠시 미뤄둬도 괜찮지 않아? 행성 리스트 정리 정도야 부하들에게 맡겨도 괜찮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탄생일 때는 바알 그 녀석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조차 못 나눴잖냐.”
“…대화를 별로 못 나누긴 했지.”
사요리가 흔들리는 것을 본 사탄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이번에 민우가 바알의 내기에서 이겼다는 소식 못 들었지?”
“…바알과의 내기에서 이겼다고?”
“그래. 내기에서 이기고 오늘 복귀했더라고.”
“…….”
“마왕과 내기에서 이긴 악마를 놓치는 건 아쉽지 않아?”
1위 마왕과 내기에서 승리한 악마.
“…아쉽긴 하네.”
사탄의 말대로 놓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남자였다.
“…하아, 일주일 뒤라고?”
사요리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참석하도록 할게.”
결국, 파티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역시, 우리 딸이야.”
사탄은 그녀의 선택에 만족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파티에 누구누구 참석해?”
“이번 행성 침략에 같이한 동료 악마 말고는 없어.”
“경쟁자는 없다는 소리네.”
분명, 사요리는 비너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결국엔 부하에 불과하지.’
6품 악마 따위가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아빠, 나는 이만 파티를 준비하러 가보도록 할게.”
파티에 입을 복장과 메이크업을 생각하면, 일주일도 촉박하기에 사요리는 지금 당장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 이번 파티를 통해서 확실하게 유혹해 버려.”
“당연하지.”
그렇게 집무실 밖에 나간 사요리의 모습을 본 사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곧 새로운 사위가 생기겠어.”
* * *
그 시각 저택에 도착한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주인님들을 뵙습니다.”””
집사와 하녀들에게 극진한 인사를 받고 있었다.
“다들 잘 있었나?”
정민우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받아주자.
“2품 악마 상대로 승리를 거두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인님을 모시는 자로서 이렇게 보람찰 수가 없더군요.”
집사장이 다가와 내기에 승리한 것에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긴 여정을 마치고 오셨기에 여독을 풀 수 있게끔 여러 가지 코스를 준비해뒀습니다.”
이어지는 집사장의 말에 정민우는 호기심을 느끼며, 어떤 코스를 준비했는지 묻자.
“먼저, 마기를 많이 머금는다는 암흑 꽃에서 채취하여 만든 오일로 마사지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피로를 푸는 데 좋다는 암흑수를 채워놓은 욕탕에 들어가 독소를 빼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그리고 마기 회복에 좋다는 ‘암흑과’와 ‘암흑차’를 드시는 것으로 코스가 끝이 납니다.”
집사장은 준비한 코스들에 대해 줄줄이 읊으며 설명했다.
‘…준비가 상당한데?’
정민우는 집사장의 준비성에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원래는 바로 파티 준비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피로를 한 번쯤은 풀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저렇게 간절하게 바라보는데 바로 파티를 준비하자는 말은 못 하지.’
또한, 뒤에 자리한 마교회 멤버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는 바람에 파티를 바로 준비하자고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래, 준비는 내일부터 들어가도 상관없겠지.’
빠듯하게 준비한다면, 6일 정도의 시간으로 충분히 파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었다.
“긴 여정을 갔다 온 만큼, 여독을 푸는 게 좋겠지.”
그렇게, 여독을 풀기로 결정을 내리자.
“민우 님, 현명하신 선택이에요.”
“…바로 일하는 건 실례지.”
“고생도 했는데 여독은 풀어야지 않겠어?”
“젠장, 민우라면 그 말을 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정민우의 결정에 두 팔을 뻗으며 환호했다.
“주인님들께서 이렇게 좋아해 주시다니, 모시는 자로서 기쁠 따름입니다.”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집사장의 안내에 따라 여독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날.
“6일 뒤에 파티를 열 예정인데 그때 대마왕과 그분의 아내 그리고 딸이 방문할 예정이다.”
“…대마왕님과 그의 가족분들이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 지금부터 파티할 준비를 착수하도록.”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정민우는 집사장에게 명령을 내리며, 6일 동안 사탄과 그의 가족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됐다.
109화 축하 파티 (2)
축하 파티 당일.
“뭘, 입어도 인물이 사는군.”
사탄은 거울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내와 딸도 준비가 다 됐으려나?”
준비를 마치며, 방에서 나가자.
“준비가 끝난 건가요?”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복도에 릴리트와 사요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준비가 빠르네?”
생각보다 빠른 준비에 사탄이 놀라며 묻자.
“아빠가 느린 거야.”
사요리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정정했다.
“하하, 그건 그렇고. 둘이 너무 이쁜데?”
사탄은 말을 돌리며, 둘의 복장을 칭찬했다.
“고마워요.”
“신경 좀 썼지.”
말을 돌리기 위해 뱉은 말이긴 하나. 둘의 모습은 몹시나 아름다웠다.
“그러면 가볼까?”
이어서 대마왕 성에서 나와 마차를 타고 정민우가 사는 저택으로 이동하니.
“대마왕님과 그의 가족분들을 뵙습니다.”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정민우가 극진한 태도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려 보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뒤에 자리하고 있던 마교회 멤버들과 하인들도 따라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밖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사탄은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를 받아주자.
“대마왕님이 오시는데 어떻게 저택 안에서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정민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능글맞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 이래서 내가 너를 미워할 수 없다니까?”
사탄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탄생일 때 이후로 처음이지? 서로 인사해.”
옆에 자리한 릴리트와 사요리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몇 년 사이에 두 분의 외모가 더 아름다워졌군요.”
정민우는 둘에게 다가가 인사를 올리자.
“내기에서 이겼다면서요? 축하드려요.”
“민우 님도 더 잘생겨지셨네요.”
릴리트와 사요리가 싱긋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다.
“안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마치고 그들을 안내하며,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호오, 꾸미는 데에 꽤 힘을 썼나 봐?”
사탄이 두 눈을 빛내며 얕은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준비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게, 딱 내 취향에 맞게 준비했네.”
한평생을 호화스러운 곳에 살았을 사탄이었기에 웬만한 장식품으로는 만족스러움을 끌어내기는 힘들었겠지만.
“대마왕님과 관련된 예술품을 찾는 데 상당히 힘들더군요.”
사탄에 관한 장식품만 있다면, 만족감을 끌어내는데 어려울 것이 없었다.
‘다만, DP가 꽤 깨졌지.’
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장식품에 비해 사탄과 관련된 것들은 전부 고가에 판매되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꼭 장식품을 사야 할까 하는 깊은 고민이 들었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야 하니까.’
대마왕이라는 계급은 결코 가볍지 않기에 그만한 정성을 보여줘야만 했다.
“하긴, 나와 관련된 예술품은 예술성이 높아서 구하기 힘들긴 했겠네.”
예술성이 높은지는 모르겠으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비싼 것은 맞았기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이후 장식품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진 뒤, 식당으로 이동했다.
* * *
“호오, 음식도 꽤 신경 썼나 보네?”
상석에 앉은 사탄이 음식들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마왕님과 그 가족분들을 모시는 건데, 그에 걸맞은 음식을 대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격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려다 보니 상당한 DP가 깨지게 됐지만.
‘이번에 벌어들인 DP는 많으니까.’
엘비스 덕분에 많은 DP를 얻어 이런 거로 재정 상태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면, 식사해볼까?”
그렇게 각자 음식을 먹으며, 식사하는 시간을 가질 때.
“1위인 마왕과 내기에서 이기셨다면서요?”
사요리가 정민우를 보며 말을 걸었다.
“예, 운이 좋아 내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게 운이겠어요? 실력이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게 볼 수밖에 없죠. 마왕과 내기에서 이기는 것은 웬만한 악마들은 절대 해내지 못할 업적이니까요.”
정민우의 대답에 사요리는 호응하며,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갔다.
“진급 시험만 합격한다면 1품에 단숨에 오르게 되겠네요.”
“예, 그래서 진급 시험에 사활을 걸 생각입니다.”
“1품에 오르게 된다면 다음 계획이 있으신가요?”
사요리의 물음에 정민우가 진중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마왕의 자리에 도전할 겁니다.”
꽤 오만하게 들릴 수 있는 대답일 수도 있었지만.
‘포부가 남다르네.’
사요리는 저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저 악마라면, 정말 마왕이 돼도 이상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정민우를 알게 된 시간은 얼마 안 됐지만, 그가 보인 행보를 보면 충분히 마왕이 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진급 시험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이야?”
얘기를 듣고 있던 사탄이 끼어들며, 정민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파티를 준비하느냐 정신이 없어서.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민우의 대답에 사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도움을 좀 줄까?”
“…대마왕님께서 말입니까?”
“진급 시험은 매번 무작위로 종목이 선정돼서 잘못 준비했다가 시험에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가 있거든.”
“…그러면, 도움을 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질문을 받은 사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원래라면 그렇겠지만, 놀랍게도 진급 시험의 종목을 대마왕이 직접 선정할 수가 있거든.”
즉, 시험 칠 종목을 미리 알려줘서 준비할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는 소리였다.
“…정말 큰 도움이 되겠군요.”
사탄의 말을 이해한 정민우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항의하는 마왕들이 생겨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누가 대마왕한테 직접 항의하겠어?’
‘마신’ 다음으로 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사탄에게 따질 간 큰 녀석은 없을 것이었다.
‘바알이라면, 모르겠다만….’
이번에 사탄에게 크게 디였으니, 알아서 처신할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진급 시험의 종목은 ‘대련’으로 정할까 하는데 어때?”
이어지는 사탄의 말에 정민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자신 있는 종목이로군요?”
“혹시 모를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까. 가장 자신 있는 종목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꼭, 진급 시험에 통과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의 감사 인사에 사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이렇게까지 도움을 주는데 통과하지 못하면 안 되지.”
그리고 사탄이 마교회 멤버들이 앉은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너희한테도 하는 말이니, 진급 시험에 꼭 통과하도록 해라.”
정민우에게 했던 말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똑같이 전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숙이며, 사탄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 * *
진급 시험에 관한 도움을 받은 뒤.
“식사도 끝났으니, 슬슬 준비한 선물을 주도록 해볼까?”
사탄이 선물 증정 시간을 가지자고 얘기해왔다.
“내가 엄청 심사숙고해서 고른 만큼, 다들 받으면 만족할 거야.”
이어서 사탄이 아공간을 열어 손을 집어넣더니.
쑤욱―
‘VIP’라고 적힌 카트를 꺼내 보였다.
‘카드?’
정민우는 카드를 보며, 의아함을 드러내자.
“이 카드에 대해 말하자면, 마왕만이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이용권이야.”
사탄이 카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10회만 이용할 수 있으니까.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좋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정민우는 사탄이 건네는 카드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마왕만이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이라면, 일반 상점보다 질 좋은 상품들이 많겠지.’
나중에 한 번 사용하기로 하며, ‘VIP’ 카드를 아공간 안으로 집어넣던 그때.
“이제 제 차례인가요?”
릴리트가 고급스럽게 포장된 상자를 꺼내 들었다.
“…릴리트님께서도 선물을 준비하신 겁니까?”
예상치 못한 릴리트의 선물에 당황하자.
“그럼, 가족끼리 오는데 내 선물만 준비했을까 봐?”
사탄이 어깨를 두드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민우는 선물을 받아 들며, 상자를 열자.
‘…환약?’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알약 다섯 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건 ‘마기환’이라고 불리는 환약인데, 마기의 총량을 10% 올려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릴리트의 설명에 정민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기의 총량을 10%나 올려준다고…?’
10%로라는 숫자가 적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무 대가 없이 마기 총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한 번 복용하면, 다시는 ‘마기환’의 효과를 누릴 수 없으니 신중하게 드셔야 해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릴리트 선물까지 받자.
“이제 제 차례인가요?”
뒤에 자리하고 있던 사요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확신하는 건데, 받았던 선물 중에 제게 가장 좋을 거예요.”
자신감 넘치는 사요리의 발언에 정민우는 내심 기대감이 들었다.
‘여태까지 준 선물도 엄청난데, 이것보다 좋은 것이라고…?’
과연, 어떤 선물을 줄지 궁금증이 들던 찰나.
“받으세요.”
사요리가 품속에서 동봉된 봉투를 꺼내 건네줬다.
‘봉투?’
정민우는 봉투를 받아들며, 안에 종이를 꺼내 내용을 확인한 순간.
“…….”
어떠한 반응도 내보일 수가 없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사요리와 하루 데이트 이용권]
누가 선물로 이런 이용권을 줄 것이고 생각이나 하겠는가?
“후후, 놀라셨나요?”
“…놀랍기는 하네요. 선물은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사요리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아니, 선물로 데이트 이용권을 주는 악마가 어딨어?’
물론, 연인 사이라면 충분히 줄법한 선물이지만.
‘이번까지 해서 세 번 만난 게 전부인 남남인 사이잖아….’
그녀와 연인 사이가 아니기에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왜 이런 선물을 줬는지, 이유를 물으려고 했으나.
“이야, 민우 이 녀석 최고로 좋은 선물을 받았잖아?”
사탄이 부럽다는 듯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물어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 같은데, 사탄에게 이걸 줄까?’
부러워하는 것 같으니, 아예 데이트 이용권을 사탄에게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머, 우리 사요리가 이런 선물을 한 적이 없는데 민우 님이 정말 마음에 들었나 봐요.”
이어지는 릴리트의 말에 정민우는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줬다가 단단히 찍히겠는데…?’
결국, 정민우는 데이트 이용권을 품속에 집어넣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쓰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쓰세요.”
과연, 데이트 이용권이 쓸 날이 올까 싶었지만.
“…언젠가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한 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최대한 예의 차려서 대답했다.
“후후, 알겠어요.”
그렇게 선물 증정식이 끝나자.
“민우 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사요리가 발코니를 가리키며, 대화할 것을 제안해 왔다.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정민우는 사요리를 따라가면,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직감했으나.
“…알겠습니다.”
거절할 명분이 없던 정민우는 제안을 승낙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110화 진급 시험 준비 (1)
발코니 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하아, 바람 좋다.”
사요리가 바람을 만끽하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생각했겠지만, 평소 비너스를 봐왔던 정민우에게 큰 감흥을 줄 수는 없었다.
‘일단, 속마음을 읽어보도록 할까?’
정민우는 사요리가 어떠한 말을 꺼낼지 모르니, 심안을 통해 속마음을 읽어 대비하기로 했다.
사요리를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둘이 자리하게 됐으니, 천천히 꼬시면 되겠지?】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사요리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역시나, 나를 유혹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불렀던 건가….’
그녀의 속마음을 읽은 정민우는 곤혹감을 느꼈다.
‘직장 상사의 딸이 내게 호감을 표하는 일은 썩 달갑지 않네.’
다른 악마였다면 칼같이 잘라냈겠지만, 눈앞에 여인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그러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질질 끄는 것보다 확실하게 말해두는 것이 좋겠지.’
나중에 괜히 오해를 사버리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정민우는 이 기회에 확실하게 얘기하기로 했다.
“사요리 님.”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네?”
사요리가 머리카락을 귓가에 넘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먼저, 확실하게 얘기 드릴 게 있습니다.”
“그게 뭐죠?”
“저는 사요리 님을 연모하는 감정을 지니지 않을뿐더러, 마왕이 되기 전까지 연애할 생각이 없습니다.”
“…….”
갑작스러운 발언에 사요리가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그렇군요.”
이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정민우의 사과에 사요리는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마왕이 되려면 일에 집중하는 것이 맞죠.”
그리고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했다.
“지금 감정이 없다고 해도 나중에는 감정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녀의 말에 정민우는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민우 님은 천천히 들어오세요.”
“…알겠습니다.”
이후 사요리는 정민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후, 얘기가 좋게 끝나서 다행이네.’
정민우는 발코니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수긍한 것 같은 눈치였으니, 앞으로 이런 일은 없겠지.’
속마음을 본 결과. 거절에 대한 상념 말고는 없었으니, 앞으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민우의 생각과 달리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정민우 쟁취】
【정민우의 사랑】
【정민우 유혹】
그도 그럴 게 이 일의 계기로 인해 사요리의 욕구가 ‘정민우’에 대한 집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 * *
파티가 끝나고 정민우는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VIP 카드를 한번 사용해볼까?’
10회 한정이라 사용하기가 망설여졌지만.
‘무슨 상품이 있는지 알아야 DP를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짤 수 있겠지.’
보지 않으면, 어떤 상품이 있는지 모르기에 한 번쯤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결단을 내린 정민우는 곧장 아공간에서 ‘VIP’ 카드를 꺼내 마기를 흘러 넣었다.
【고객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그러자 환영한다는 메시지 창이 떠오르더니.
『마왕 상점창』
[아티팩트]
[몬스터]
[장비]
[음식]
[판매]
보유 DP : 20,000,000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카테고리는 똑같이 구성되어 있네.’
정민우는 먼저 ‘아티팩트’ 카테고리를 눌러 상품들을 훑어봤다.
‘확실히, 일반 상점창과 달리 질적인 차이가 느껴지네.’
마왕 전용이어서 그런지, 전부 탐나는 아티팩트로 상품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근데 너무 비싼데?’
단점이 하나 있다면,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가장 싼 게 1,000만 DP라… 이거 실화냐?’
현재, 시중에 가지고 있는 DP는 2,000만.
풍족하다고 생각했던 DP가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
‘DP는 모으면 그만이니, 지금 상황에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 좋겠지.’
정민우는 상념을 끊어내며, 다른 카테고리에 들어가 상품을 훑어봤다.
그렇게 2시간 정도 구경한 결과.
‘이게 괜찮아 보이네.’
현재, 상황에 필요한 아티팩트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전투 공간 - 10,000,000 DP]
정민우는 고른 아티팩트를 눌러 효과를 확인했다.
[전투 공간]
전투 공간 안에 들어서면, 가상의 적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어떠한 상처를 입든 전부 회복할 수가 있다.
인원은 최대 5명까지 이용할 수 있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공간이 사라진다.
‘이거라면, 진급 시험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겠어.’
가상의 적과 싸울 수 있으니, 여러 적을 상대해 전투 경험을 풍부하게 늘릴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밖에 나가지 않는다면 ‘전투 공간’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가격 대비 좋은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었다.
‘남은 1,000만 DP는 몬스터 구매와 사료에 써야 하니 아껴두는 것이 좋겠지.’
정민우는 ‘전투 공간’을 구매하기로 하며, 버튼을 클릭하자.
【전투 공간 10,000,000 DP 구매하셨습니다】
구매가 완료됐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후―웅.
이어서 허공에 검은빛이 일렁이더니.
툭―
정민우 손에 붉은색 구로 이루어진 아티팩트가 생겨났다.
‘이게 전투 공간 아티팩트라 이거지?’
혹여나, 잘못 건드렸다가 발동될 수 있기에 정민우는 아티팩트를 아공간 안으로 곤히 모셔다 두었다.
‘아티팩트도 구매했으니, 내일부터 시작하면 되겠어.’
오늘은 파티로 인해 피곤할 테니, 충분한 휴식을 주고 내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 나도 마지막 휴식을 즐겨볼까?’
이날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내일 회의실에 모일 것을 전해두고 휴식을 만끽했다.
* * *
다음 날 아침.
뚜벅, 뚜벅, 뚜벅.
정민우는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곧장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
그리고 회의실 문고리를 열며, 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일찍 도착했네?”
자신을 제외한 전원이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저희 품계가 걸린 일인데, 늦장을 부릴 수는 없죠.”
“…할 게 없어서.”
“몸이 근질거려서 방안에 가만히 못 있겠더라고.”
“빨리 준비를 하고 싶어서 일찍 왔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기대감이 서린 얼굴로 각자 일찍 온 이유에 관해서 설명했다.
“좋은 자세네.”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회의실 내에 있는 상석에 착석함과 동시에.
“어느 품계에 지원해서 진급 시험을 치를 생각이야?”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진급 시험은 품계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품계에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안정적으로 가려면 5품이 좋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4품 진급 시험을 보고 싶어요.”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전하게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품계를 빨리 올리는 게 더 매력적이긴 하지.”
진급 시험을 보는데 위험을 감수할 게 있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품계보다 두 단계 이상 차이 나는 진급 시험을 지원하게 됐을 때, 조건이 붙게 되지.’
두 단계 이상 차이 나는 진급 시험을 지원했다가 떨어지게 됐을 시, 본인의 품계가 한 단계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나도 4품 지원하고 싶어.”
“무조건 4품이지!”
“나도 4품에 진급 시험을 도전해보고 싶어! 개굴개굴.”
이어서 엘린, 아누비스, 로크도 비너스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4품이라….’
정민우는 턱을 쓸어 보이며, 상념에 잠겼다.
‘비너스가 6품, 다른 얘들이 7품이었지.’
비너스는 한 번에 2단계 다른 얘들은 한 번에 3단계 높은 품계를 지원하겠다는 말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봤다면, 만용을 부리지 말라고 호통을 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얘들이라면, 4품 진급 시험에 붙는 게 가능하지.’
지켜봐 온 바로써 정민우는 그들이 합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이렇게 믿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
첫 번째 근거로는.
‘비너스를 제외한 다른 얘들은 전부 전투와 관련된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있지.’
대련이 그들의 주 종목이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근거는.
‘같은 품계 악마보다 짙은 마기를 지니고 있지.’
행성 두 개를 침략하면서, 대량의 마기를 지니게 됐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근거는.
‘우리에겐 전투 공간 아티팩트가 있지.’
‘전투 공간’ 아티팩트로 효율적이면서 빠르게 전투 능력을 상승시킬 수가 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 근거는.
‘다이닉 행성에서 훈련하면 많은 시간을 벌 수가 있어.’
시간 축이 빠른 ‘다이닉’ 행성에서 훈련하면 100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네슬리’ 같은 시간 축 100배 빠른 곳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침략하지 않은 행성은 곤란해.’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비둘기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고. 생명체가 ‘전투 공간’ 아티팩트를 건드려 버리면 사라지기 때문에 위험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다이닉 행성에서 훈련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생각 정리를 끝낸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이라면, 문제없이 진급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 거야.”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이 눈을 빛내며, 의지를 다져 보였다.
“다들 원하는 품계는 정했으니, 이제 어떻게 훈련하게 될지 설명해주도록 할게.”
정민우는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설명하자.
“가상의 적을 만든 다라… 여러 적을 상대함으로 빠르게 전투 능력을 키울 수 있겠네요.”
“100년 동안 가상의 적이랑 싸울 수 있다고…? 너무 좋은데!?”
“…확실히 100년간 가상의 적과 싸우면 전투 능력이 눈에 띄게 늘겠어.”
“이참에 내 고유 특성을 더 활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 전원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그러면, 바로 ‘다이닉’ 행성으로 가도록 할까?”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포탈 정거장으로 향했다.
* * *
포탈 정거장에 도착하자.
“응? 복귀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왔어?”
정거장에서 근무하는 악마가 귀찮음이 막연한 표정을 지으며,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을 반겨줬다.
“5년 뒤에 진급 시험이 있어서 대비하려고요.”
정민우의 대답에 악마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다이닉’ 행성에 가서 시간을 벌 셈이로구나?”
“맞습니다.”
“머리가 조금 돌아가네. 괜히, 두 개의 행성을 침략한 게 아니었나 본데?”
“…행성 침략이요?”
“그래, ‘유레인’ 하고 ‘다이닉’ 행성을 침략했잖아.”
사탄과 루시퍼를 제외하면, 행성 침략했다는 사실을 아는 악마가 없었기에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물었다.
“행성 침략한 건 어떻게 알았어요?”
질문을 받은 악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대마왕님께서 네가 행성 침략했다고 자랑하셔서 알게 됐지.”
즉, 사탄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알게 됐다는 소리였다.
‘거참, 입이 너무 가벼운 거 아니야?’
입이 너무 가벼운 것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다른 악마가 알아도 상관은 없었기에 정민우는 이내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다이닉’ 행성으로 보내줄게.”
“부탁드릴게요.”
이어서 악마가 타자기를 빠르게 두드리더니.
달칵―
엔터를 치자.
후――웅.
허공에 푸른 빛을 내뿜는 포탈이 생겨났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정민우는 악마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포탈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준비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진급 시험은 만만치 않거든.”
악마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조언을 건네왔다.
“주의하겠습니다.”
정민우는 악마가 건네는 조언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111화 진급 시험 준비 (2)
다이닉 행성에 도착하니.
“많이 바뀌었네.”
떠났을 때와 달리 파콘 제국의 문명이 더욱 발전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다이닉’ 행성 시간 축을 따지면,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테니 바뀌는 것도 당연한 건가?”
또한, 전쟁을 치르던 모습만 오래 봐서 그런지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가 낯설게 느껴졌다.
‘뭐, 이 모습도 금방 익숙해지겠지.’
그렇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도시를 둘러보며, 황성으로 이동하던 그때.
“…음?”
도시에서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뭐지?”
정민우는 알 수 없는 이질감에 의문을 느끼고 있자.
“민우 님도 느끼셨나요?”
비너스 또한 느꼈는지, 이질감에 대해서 말해왔다.
“나만 느끼던 게 아니었구나?”
“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전과 달라진 느낌이 들어요.”
다른 마교회 멤버들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달라.”
“그런가?”
“확실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르긴 한 것 같아. 개굴개굴.”
그리고 주민들의 얼굴을 살펴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얼굴에 생기가 없네.”
그 이유는 바로. 전과 달리 고등생물들의 얼굴에 삶의 의욕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왜, 분위가 이렇게 바뀐 거지?”
평화로운 세상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욕을 잃은 표정을 짓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이러는지 깊은 궁금증이 들었으나.
“중요한 건 아니니, 황성이나 가자고.”
진급 시험을 준비하는 것만 해도 벅찼기에 이 부분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죠.”
황성에 도착하며, 알현실 안으로 들어가니.
“…엘비스.”
권태로움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으로 옥좌에 앉아 있는 엘비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엘비스까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정민우는 상황에 심각성을 인지하며, 고민에 잠겼다.
‘지금 당장 마기를 얻어내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이대로 가면 행성에 나오는 마기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말 거야.’
악마에게 필요한 것은 부정적인 에너지이지 권태로움이 아니었다.
‘욕구와 생각을 읽어봐야겠어.’
정민우는 엘비스의 욕구와 생각을 읽어 왜 이런 상황이 오게 됐는지 파악해보기로 했다.
‘마안’과 ‘심안’을 동시에 사용하자.
【새로운 침략】
엘비스의 욕구가 문자로 만들어짐과 동시에.
【모든 것을 이뤄놓으니, 할 게 없군. 과연 이렇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어서 엘비스의 생각도 문자로 만들어졌다.
‘이게 문제였던 건가.’
욕구와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엘비스와 주민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목적을 잃어서 그런 것이었어.’
즉, ‘침략’이라는 목적이 이루니 더 이상 할 것이 없어 의욕을 잃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네.’
정민우는 새롭게 봉착한 문제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러고 보니, 마왕 상점에 행성 간의 길을 이어주는 포탈 아티팩트도 판매했었지?’
이내, 어제 봤던 ‘마왕 상점창’에서 해답을 찾아냈다.
‘침략당하지 않은 행성의 포탈을 열어 침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이러면, 힘을 들이지 않고 침략도 가능할뿐더러 엘비스와 주민들의 의욕을 되살릴 수 있을 터였다.
‘생각할수록 괜찮은데?’
자신이 생각했지만, 상당히 기발한 방법인 것 같았다.
‘가격이 1억 DP 정도 했었지?’
비싼 금액이었지만, 못 모을 금액도 아니었다.
‘엘비스에게 한 번 제안을 해봐야겠어.’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엘비스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잘 지냈나?”
정민우의 인사에 권태로움이 가득해 보이던 엘비스의 얼굴에 생기가 돌더니.
“악마님을 뵙습니다!”
황급히 옥좌에서 내려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렸다.
“상당히 권태로워 보이는군.”
“…하하, 보셨습니까?”
정민우의 말에 엘비스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더니.
“…침략을 끝내니,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얘기했다.
“그런 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군.”
“오히려, 악마님을 따라 침략하던 때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엘비스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그러면,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도록 하지.”
“…제안 말입니까?”
제안이라는 말에 엘비스의 눈가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래, 나와 함께 다른 행성을 침략하는 것은 어떤가?”
“다른 행성 침략….”
제안받은 엘비스는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정민우의 말을 되뇌었다.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
“하겠습니다. 아니, 꼭 시켜주십시오.”
적극적인 반응에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대신 행성 침략은 200년 뒤에 감행하도록 하겠다. 그동안 너는 병력을 강화하도록 해라.”
“200년 뒤에 감행하는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엘비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그 이유에 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자.
“…악마도 계급이라는 것이 존재했군요. 이해했습니다.”
금방, 수긍하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니, 100년 정도 이곳에서 신세를 지려고 하는데 괜찮은가?”
“악마님이 계셔준다면, 영광일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곳을 추천 좀 해줄 수 있나?”
“그런 곳이라면 황실 금고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그곳을 100년간 빌리도록 하지.”
“예, 혹시 모르니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려두도록 하겠습니다.”
충직한 모습에 정민우는 만족감을 느끼며, 엘비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안내를 부탁하지.”
“바로 모시겠습니다.”
이후 정민우는 엘비스의 안내를 받아 황실 금고 쪽으로 이동했다.
* * *
황실 금고 안으로 들어서자.
‘음?’
생각보다 안이 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침략이 끝나고. 백성들에게 꽤 퍼줬나 보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엘비스는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침략이 끝나고 한 달간 축제를 여는 바람에 지출이 꽤 컸습니다.”
“긴 전쟁을 끝냈으니, 당연한 처사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 없다. 네가 일군 재산이니,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 상관이 없지.”
정민우의 말에 엘비스가 감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들어가 보도록 해라.”
이대로 놔두면, 찬양하는 말을 늘어놓을 것 같아 정민우는 엘비스에게 이만 나갈 것을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100년 뒤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엘비스가 밖으로 나가자.
“바로 시작하는 건가요?”
“빨리, 가상의 적이랑 싸워보고 싶어!”
“…나도 내 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이제 훈련을 시작하는 건가?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훈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제 아티팩트를 사용할 거니까. 뒤로 물러나 있어 봐.”
정민우는 아공간을 열어 전에 구매해뒀던 아티팩트를 꺼내 들었다.
툭―
그리고 마기를 흘러 넣으며, 붉은색 구를 바닥에 던지자.
후―웅.
허공에 붉은색의 포탈이 생겨났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이어서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는 평범하네.’
온통 회색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펼쳐졌다.
마교회 멤버들이 잘 따라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니.
‘…어디 갔지?’
따라왔을 마교회 멤버들은 없고 그저 텅 빈 회색 공간이 보일 뿐이었다.
‘늦게 들어오는 건가?’
마교회 멤버들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던 순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이용자들을 따로 분리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오르며, 정민우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하긴, 같은 공간을 쓰면 동선이 겹쳐 제대로 훈련을 못 할 테니까.’
의문을 푼 정민우는 곧장 훈련에 돌입하기로 했다.
‘가상의 적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
‘전투 공간’ 사용 방법을 고민하자.
【가상의 적을 설정해주십시오】
적을 설정해달라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설정하는 거구나.’
가상의 적을 미리 생각해 뒀기 때문에 정민우는 고민 없이 적을 설정했다.
‘가상의 적은 나로 할게.’
적으로 상대할 적은 바로 자신.
‘나를 상대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훈련 방법은 없지.’
자신과 싸움으로써 단점을 파악하고 보완을 한다면, 빠르게 전투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가상의 적 ‘정민우’로 설정되었습니다】
설정을 마치자.
번쩍―
허공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탓―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적이 나타났다.
‘뭔가… 느낌이 조금 그렇네.’
거울로 보는 것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니, 느낌이 조금 오묘했다.
‘실물이 훨씬 잘생겼는데?’
정민우는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전투 시작할게.’
그리고 전투를 시작하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적을 향해 심안을 사용했다.
【그림자 전개】
이어서 가상의 적의 생각을 읽은 순간.
“그림자 전개.”
“그림자 전개.”
정민우는 따라서 반지에 마기를 흘려 넣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촤르르르륵―
그러자 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서로의 그림자가 가시 형태로 변하며 위로 솟구쳤다.
채―――앵!
‘방향을 틀어볼까?’
정민우는 그림자의 방향을 틀어 허점을 노리려고 했지만.
【왼쪽 아래】
가상의 적 또한 ‘심안’을 사용하고 있는지, 공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방어 후, 오른쪽 아래 공격】
또한, 반격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쉽사리 공격할 수가 없었다.
‘쯧, 쉽지 않네.’
정민우는 속으로 혀를 차며, 가상의 적을 바라봤다.
【근접전】
‘그림자로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어야겠어.’
【‘루시퍼’ 고유 특성 복사】
‘고유 특성을 복사할 때 생기는 빈틈을 노린다.’
【고유 특성 복사하는 척하고 반격】
‘반격을 피하고 반격.’
【그 공격을 피하고 반격】
‘반격을 다시 피해서 반격.’
【그걸 피하고 반격】
.
.
.
.
.
.
.
그리고 뜻하지 않게 상상 대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젠장, 빈틈이 왜 안 나는 거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민우는 답답함을 느끼며, 가상의 적을 노려봤다.
‘오냐, 누가 이기나 해보자. 복제품 주제에 어디까지 따라 할 수 있나 봐보자고!’
이후 30분 정도 상상 대련을 벌이자.
‘…이러다가 머리에 쥐 나겠군.’
정신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저 녀석은 지치지도 않는 건가?’
하지만, 가상의 적은 지치지도 않는지 너무나도 멀쩡해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가 있지?’
정민우는 가상의 적을 보며, 의문을 느끼자.
【가상의 적은 이용자와 달리 체력이 무한으로 설정되어있습니다】
메시지 창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아니, 그걸 왜 이제야 알려주는 건데!?’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정민우가 깊은 두통을 느끼던 찰나.
파―앗!
빈틈을 포착한 가상의 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차!’
정민우는 황급히 생각을 읽어 대응하려고 했으나.
퍼―억!
“크헉?”
아쉽게도 가상의 적의 주먹이 자신의 복부에 닿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내 주먹이 이렇게나 강했던가?’
정민우는 가상의 적의 힘에 감탄하는 동시에.
우당탕―
중심을 잃고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어버렸다.
“이러면, 이판사판으로 간다!”
정상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정민우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상의 적에게 달려들었다.
퍽, 퍽, 퍽, 퍽, 퍽, 퍼―억!
“자, 잠깐!”
퍽, 퍽, 퍽, 퍽, 퍽, 퍼―억!
“잠깐만 멈춰봐!!!”
퍽, 퍽, 퍽, 퍽, 퍽, 퍼―억!
애석하게도 마음을 먹은 것과 달리, 정민우는 가상의 적에게 맥도 못 추며 사정없이 얻어맞기 시작했다.
“아니, 멈춰보라고!”
이날 정민우는 환생 전과 현재를 통틀어 처음으로 적에게 일방적인 구타를 맞게 되었다.
112화 진급 시험 준비 (3)
그 시각 비너스는.
“하압!”
자신과 똑같이 생긴 가상의 적과 대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한 다음. 여러 상대와 대련해 전투의 폭을 넓혀야 해.’
다른 마교회 멤버들보다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비너스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실력을 증진하고자 했다.
‘애들보다 품계가 한 단계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비둘기를 상대할 때 가장 못난 모습을 보이고 말았어.’
동료의 발목을 잡기는 죽어도 싫었기에 비너스는 성장한 모습을 보여 당당하게 옆에 서리라 다짐했다.
“히얍!”
촤―악!
비너스는 채찍을 휘둘러, 가상의 적을 공격하자.
쩍!
가상의 적도 채찍을 휘둘러 공격을 가볍게 막아 보였다.
‘생각보다 상대하기 힘드네.’
비너스는 채찍을 회수하는 순간.
타―앗!
가상적이 달려들며, 발을 휘둘렀다.
휙―
“흡!”
휘두르는 발을 본 비너스는 바닥을 굴러 공격을 피해냈다.
촤―악.
하지만, 이대로 공격을 끝낼 생각이 없었는지 가상의 적은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둘러 왔다.
쐐―액!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채찍의 위력이 상당해 보였지만.
‘경로가 너무 뻔해.’
공격이 너무 정직하다 보니, 피하는 건 쉬운 편이었다.
‘…이런 정직한 공격은 적에게 통하지 않아.’
워낙 전투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비너스는 자신의 문제점을 쉽게 파악해낼 수가 있었다.
‘어떻게 공격해야 뻔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비너스는 가상의 적과 거리를 벌리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에 잠겼다.
‘…잠깐, 공격이 정직하면 변칙적으로 변화를 주면 되잖아?’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해답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변칙적인 공격이라… 좋아, 해보는 거야!’
비너스가 채찍을 휘두르자.
타―앗.
가상의 적은 채찍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해 보였지만.
촤―악!
채찍은 애꿎은 바닥을 내려쳤다.
가상의 적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쐐―액!
채찍이 바닥에 튕기며, 그 반동으로 가상의 적을 향해 쏘아졌다.
“!!!”
예상치 못한 공격에 가상의 적은.
쫙―!!
그대로 공격을 허용해주며,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좋았어!’
비너스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러면, 계속해서 응용해볼까?’
다시 한번 바닥에 채찍을 휘두르니.
촤―악!
가상의 적은 똑같은 공격에 당하지 않겠다는 듯, 채찍을 휘둘러왔다.
‘그렇게는 안 되지!’
비너스가 쥐고 있는 손잡이를 강하게 흔들자.
휘릭―
채찍의 방향이 꺾이더니.
촤―악!
가상의 적의 얼굴을 가격했다.
우당탕―
충격을 이기지 못한 가상의 적이 바닥에 넘어지자.
‘이대로 끝낸다!’
비너스는 채찍에 마기를 둘러 가상의 적에게 휘둘렀다.
쩌―――억!
무방비 상태에 놓인 가상의 적은 비너스의 공격을 맞고 허무하게 몸이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너무 쉬운 문제로 끙끙 앓았던 것 같아서 민망하네.’
손쉬운 승리에 비너스는 그동안 자신의 전투 능력이 얼마나 볼품없었는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보완할 부분은 알았으니 갈고닦아 볼까?’
비너스는 전투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가상의 적을 설정하고 다시 대련에 들어갔다.
* * *
한편, 엘린은 정민우와 비너스처럼 자신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해 대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죽어.”
주변에 수십 개의 얼음 결정들이 생겨나며, 가상의 적에게 쏘아졌지만.
화르륵―
가상의 적이 수십 개의 불꽃을 만들어 얼음 결정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복제품 주제에.”
엘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번개를 내려치자.
우르릉―쾅!
드드득―
바닥을 일으켜, 엘린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보이는 가상의 적이었다.
“…….”
막상막하로 흐르는 전개에 엘린은 불만을 느끼며, 전력으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촤르르―
먼저, 물을 생성해 가상의 적을 적셔버리고.
콰―――앙!
수십 개의 번개를 내려쳐 버렸다.
쩌저적!
이어서 가상의 적이 있는 자리를 그대로 얼려버리며 공격을 마무리했다.
“…해치웠나?”
엘린은 불사의 주문을 중얼거리며, 가상의 적이 자리한 곳을 확인하니.
“…어?”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 가상의 적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피해가 하나도 없어?”
전력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자.
스윽―
가상의 적이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는 듯, 손을 뻗어 보였다.
“…아!”
엘린은 불길함을 직감하고 방어하려고 했으나.
우르르 쾅쾅!
“…끅!”
조금 전의 공격으로 마기를 전부 소모해버린 탓에 내려치는 번개에 맥없이 당해버리고 말았다.
“…하아, 하아.”
난생처음 느껴보는 격통에 엘린은 몸을 떨어 보이며, 손으로 무릎을 짚었다.
“…안일했어.”
그리고 여태까지 보인 적 없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가상의 적을 매섭게 노려봤다.
“…나를 화나게 한 것을 책임져야 할 거야.”
엘린은 처음으로 호승심을 느끼며, 가상의 적과 대련을 재개했다.
* * *
다른 동료들이 한창 대련을 하고 있을 당시.
【가상의 적을 설정해주십시오】
“흠, 누구를 설정하는 게 좋을까? 개굴개굴.”
로크는 메시지 창을 보며,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어떠한 상처든 회복할 수 있다고 했으니, 조금 격렬하게 싸워보고 싶단 말이지. 개굴개굴.”
그렇게 생각에 잠긴 결과.
“아누비스와 싸워볼까? 개굴개굴.”
로크는 자신이 좋아하는 악마인 아누비스와 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렸다.
“평소에는 다칠까 봐. 방어만 치중했었으니까. 개굴개굴.”
그녀가 강한 악마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로크였지만.
“상처를 입으면 내가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여태 제대로 된 대련을 못 했지. 개굴개굴.”
좋아하는 그녀의 몸에 생채기를 낼 수가 없어 차마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니, 이런 기회에 그녀와 싸워서 어느 정도 격차가 나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지. 개굴개굴.”
가상의 적은 진짜 아누비스가 아니기에 마음 놓고 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아누비스와 대련할게.”
로크는 결정을 내리며, 가상의 적을 설정하자.
【가상의 적 ‘아누비스’로 설정되었습니다】
【실제로 ‘전투 공간’에 자리한 악마입니다】
【‘아누비스’에게 실전 대련을 요청합니다】
【‘아누비스’가 실전 대련을 승낙했습니다】
“…어? 개굴개굴.”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이게 아닌데. 개굴개굴.”
로크는 황급히 설정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이여, 로크!”
뒤에서 호탕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찔―
“…아. 개굴개굴.”
로크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자.
“네가 나한테 먼저 대련 신청할 줄은 몰랐는데?”
아누비스가 호승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검을 든 채 자리하고 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 개굴개굴.”
로크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으나.
“설마, 잘못 불렀다는 거 아니겠지? 나는 꽁무니 빼는 악마는 질색인데 말이야.”
“…….”
아누비스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차피 상처도 다 회복된다고 했으니까. 이참에 전력을 다해 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개굴개굴.’
마음을 다잡은 로크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한 수 부탁할 게 아누비스. 개굴개굴.”
그 모습에 아누비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 달리 싸움을 내빼지 않네? 오늘은 늠름해 보여서 좋네.”
“헤헷. 개굴개굴.”
“그러면, 시작해볼까?”
“조, 좋아. 개굴개굴.”
“선공은 양보할게.”
“고마워. 개굴개굴.”
로크는 심호흡하며, 머리를 차갑게 식힌 뒤.
‘아누비스는 힘과 속도로 밀어붙이는 만능형 전투 스타일이야. 개굴개굴’
아누비스를 어떻게 상대할지 천천히 구상했다.
‘아누비스를 이기려면, 내가 변신할 수 있는 형태 세 가지를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싸워야 해. 개굴개굴.’
그렇게 구상을 마친 로크는.
‘처음은 세 번째 형태인 축소화로 변해서 빠르게 다가가는 게 좋겠어. 개굴개굴.’
자신의 고유 특성인 ‘괴물화’를 사용했다.
“깨꿀!”
로크의 몸이 마기에 휩싸이더니.
애―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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