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13

‘숫자가 어마어마하네.’
녹색 물결이 치는 것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이 정도 물량이면 왕국 하나는 손쉽게 지워버리겠는데?’
국력이 강한 왕국은 힘들겠지만, ‘파콘’ 왕국의 근처에 있는 곳 정도는 손쉽게 멸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탄에게 선물 받은 DP까지 사용한다면, 제국까지도 어렵지 않게 넘볼 수가 있겠어.’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던 그때.
척, 척, 척―!
견장을 단 홉고블린이 절제된 걸음걸음으로 앞에 나오더니.
“부대, 차렷!!”
뒤에 자리한 몬스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척, 척!
그러자 녹색 물결이 일제히 동작을 취했다.
‘…대단하네.’
복사&붙여넣기 한 것만 같은 움직임에 정민우는 그들이 얼마나 피난 노력을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곤란하다는 듯 홉고블린이 숨을 크게 몰아쉬며 소리쳤다.
“주인님에게 경례!!!”
척――!
“““충성!!!”””
녹색의 물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경례 자세를 완벽하게 취해 보였다.
‘…가슴이 웅장해지는군.’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군대 시스템을 도입하길 새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정민우는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며, 견장을 단 홉고블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병사 교육을 상당히 잘한 것 같군.”
“감사합니다!!!”
“생각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상으로 전원 간식을 나눠주도록 하겠다. 그것도 최고급으로 말이지.”
최고급 간식이라는 말에 연병장에 자리한 몬스터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최, 최고급?”
“…대박.”
“벌써 군침이 고여.”
“일반 간식도 이렇게 맛있는데 최고급은 얼마나 맛있는 거지…?”
몬스터들의 웅성거림에 홉고블린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주인님 앞에서 무슨 추태지? 이따가 얼차려 받을 줄 알아라!!!”
홉고블린의 일갈에 연병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주인님, 이런 추태를 보여서 정말 죄송합니다.”
“됐다. 최고급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니 들뜰 수도 있지.”
정민우는 군대 시절을 떠올리며, 신경 쓰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그러면, 이제 간단한 전달 사항을 전해주도록 하겠다.”
“경청하겠습니다.”
“먼저, 몬스터는 새롭게 충원할 거다.”
몬스터 충원이라는 말에 연병장에 자리한 신병들의 두 눈이 반짝였다.
“몇 마리나 충원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홉고블린의 물음에 정민우는 상점창을 띄워 확인해봤다.
‘사탄에게 받은 DP 중 절반은 음식과 간식을 구매하고 나머지 절반으로 오크를 구매할 것이니… 250만 마리쯤 되겠네.’
이 사실을 홉고블린에게 말해주자.
“250만 마리….”
예상치 못한 숫자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번 행성 침략이 그만큼 막중하니까.”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본격적으로 침략을 시작할 테니,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거야.”
개인 사육장은 마계의 시간 축을 따르기에 ‘다이닉’ 행성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딱 1년이 지나있을 것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정민우는 분대장들의 계급을 하사로 진급시켜주고 진급 시험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시키도록 명령했다.
“그러면, 이만 가보도록 하지.”
“충성!”
그렇게 정민우는 개인 사육장의 모든 볼일을 마치고 다시 ‘다이닉’ 행성으로 돌아갔다.
* * *
한 달 뒤.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만들어주기로 한 날이 찾아왔다.
“왕성으로 가자.”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와 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라나섰다.
인원만 보면 알 수 있듯이 로크와 아누비스는 아직 ‘다이닉’ 행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을 생각하면, 대략 5개월 뒤에 돌아오겠지.’
정민우는 이럴 땐 시간 축이 빠른 게 불편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 왕성에 있는 알현실로 들어가자.
‘기사단들을 마인으로 만들 생각인가 보네.’
황금 기사단 100명이 알현실에서 정갈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긴, 기사들부터 마인으로 만드는 게 국력 상승하기 쉽겠지.’
정민우는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하며, 엘비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그러자 엘비스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려왔다.
“““악마님들을 뵙습니다.”””
또한, 뒤에 자리하고 있던 신하들과 기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의를 갖추었다.
“그동안 잘 지냈나?”
정민우의 물음에 엘비스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악마님들의 은총 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냈습니다.”
“좋아, 그러면 한 달 동안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 들어보도록 하지.”
성과를 확인하겠다는 말에 엘비스가 신하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뚜벅, 뚜벅, 뚜벅.
서류 뭉치를 들고 엘비스에게 건네줬다.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엘비스는 서류를 넘기며, 한 달 동안 이룬 성과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왕성 내 사치품 판매, 죽은 귀족들의 재산 몰수, 도시 청결 개선, 평민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 설립, 기사 육성 훈련소 설립, 세금 감면, 농작물 관리 공유…….
한 달 만에 이뤘다고는 믿기지 않은 성과에 정민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달 만에 이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역시, 재능이 뛰어나서 그런지 일 처리 능력도 확실했다.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군.’
정민우는 20년 뒤 파콘 왕국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상당히 기대됐다.
“훌륭한 성과를 이뤘구나.”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제 100명의 인간을 마인으로 만들어주도록 하지.”
마인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에 알현실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의 눈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예, 마인으로 만들 인간은 저쪽에 있는 기사단입니다.”
정민우는 기사단을 바라보다가 느낀 의문을 엘비스에게 물어봤다.
“전에는 황금색 갑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흑색의 갑옷을 입고 있구나?”
“아, 이제 마인으로 될 자들이니 새로운 시작으로 갑옷을 전부 교체했습니다.”
“새로운 시작?”
“예, 이제 황금 기사단에서 어둠의 기사단으로 새롭게 바뀌는 겁니다.”
엘비스의 설명에 정민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마기를 사용하는데 황금색 갑옷은 어울리지 않지.’
그렇다고 해도 갑옷을 꼭 바꿀 필요가 있나 싶었으나.
‘뭐,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으면 된 거지.’
정민우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겨버리며,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사용해봤으니,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엘비스는 양피지를 공손히 받아들며, 전에 했던 일련의 과정들을 똑같이 따라 했다.
【계약 완료】
그렇게 계약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떠오르고 기사들의 몸에 검은 불꽃이 휩싸이자.
화르륵―
“““…….”””
비명을 지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육체를 단련한 자들이어서 그런지 앓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5분 정도 흐른 뒤.
치이이이익―
검은 불꽃이 꺼지자. 기사들은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몸에서 힘이 솟구치는군.”
“경지를 뛰어넘은 기분이야.”
“…하아, 이 힘을 빨리 사용해보고 싶어.”
“이게 은총이로군.”
각자 감탄사를 터뜨려 보였다.
“젊음을 되찾게 될 줄이야….”
그리고 기사단장인 아널드는 주름졌던 피부가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며, 피부가 탱글탱글하게 변해버렸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사들은 고개를 더 깊숙하게 숙이며,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정민우는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며, 엘비스에게 눈짓하자.
“다들 새로운 힘을 확인해봐야 할 테니, 이만 나가보도록. 그리고 너희도 남은 업무를 처리하러 가도록 하여라.”
엘비스는 기사들과 신하들을 알현실 밖으로 내보냈다.
‘눈치가 빨라서 좋네.’
눈짓 하나만으로 뜻을 파악하는 모습에 정민우는 고등생물 하나는 잘 골랐다고 생각했다.
알현실에 전부 나간 것을 확인한 정민우는 엘비스에게 본론을 꺼내 들었다.
“파콘 왕국의 병력만으로 모든 국가를 침략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니, 침략에 나서게 됐을 때 몬스터들을 대여해주도록 하마.”
대여.
유레인 행성 때는 팔아넘겼다면, 이번에는 대여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대여는 싼값으로 지불할 수 있으니까.’
그 숫자를 구매하려고 하면 아무리 20년 뒤의 파콘 왕국이라고 해도 재정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몬스터 대여 말입니까?”
“그래, 숫자는 370만 정도 되지.”
“상당한 숫자로군요….”
파콘 왕국의 인구를 뛰어넘는 숫자에 엘비스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지.”
“어떻게 대가를 치르면 되는 거죠?”
“물건이어도 좋고 생명이어도 상관없다.”
“알겠습니다. 20년 동안 따로 몬스터를 대여할 자금을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용무를 마친 정민우는 등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 또다시 한 달 뒤에 보도록 하지.”
“들어가십시오.”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유유히 왕성에서 빠져나갔다.
엘비스는 감복에 찬 표정을 지으며, 감사함을 표했다.
“대가를 치를 자금은 모았는가?”
이어지는 정민우의 물음에 엘비스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90화 20년 (4)
‘다이닉’ 시간 축 기준으로 20년이라는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후, 드디어 다 채웠다.’
정민우는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였다.
500명.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꾸준히 비둘기들을 타락시킨 결과 500명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9품 비둘기 1, 000명 중 절반을 타락시키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긴 했으나.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단 말이지.’
더 타락시키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운 감정을 느꼈다.
‘아니야, 더 무리했다가는 비둘기에게 발각됐을 거야.’
그동안 다른 비둘기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여러 장소를 옮기기도 하고 기간을 길게 두기도 했지만.
‘발각돼서 일을 망칠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둘기에게 발각이 될 뻔했던 적이 많았다.
즉, 여기서 무리를 했다면 비둘기에게 발각되어 작전이 흐지부지됐을 가능성이 농후했다는 것이다.
‘일단, 목표인 숫자를 채웠으니 작전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되겠지.’
정민우는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며,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20년 동안 2품 비둘기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2품 악마가 오게 되고 제대로 된 침략 활동이 시작되면, 2품 비둘기는 조만간 마주치게 될 것이었다.
‘과연, 결정적인 순간에 믿었던 부하들이 등을 돌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
아마,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리라 예측했다.
‘그로 인해 빈틈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곧 일어날 미래에 대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500명… 정말 민우 님 말씀대로 됐네요.”
“장난 아닌데?”
“…대단해.”
“이러면, 침략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 거 아니야?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비둘기 500명을 타락시킨 것에 대해서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고마워.”
축하의 말에 피식 웃어 보이며, 감사함을 표한 정민우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자고.”
이내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이번 내기에 대해서 강조했다.
“당연하죠. 이번에 걸린 게 있는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해야죠.”
“방심? 내 사전에는 방심은 없어.”
“…진지하게 임할게.”
“응! 민우 말을 명심할게!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 또한 이번 내기가 막중한 것을 알고 있기에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그러면 파콘 왕국에 가서 마지막 보고를 받도록 할까?”
마지막 보고.
비둘기 타락도 끝났으니, 이제 엘비스의 보고만 받으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러죠.”
“…바로 가자.”
“빨리 가자!”
“이동해볼까?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엘비스에게 마지막 보고를 받기 위해 왕성으로 향했다.
* * *
여느 때처럼 알현실 안으로 들어가자.
‘옥좌가 새롭게 생겨났네.’
뼈로 된 옥좌 다섯 개가 놓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나 보군.’
가까이 다가가 옥좌를 살펴보니, 행성에서 강한 측에 속하는 ‘와이번’의 뼈로 만들어져 있었다.
‘평범한 옥좌가 좋다만은… 그냥 앉아줘야겠지.’
사실, 정민우의 취향은 왕이 앉는 평범한 옥좌였지만 준비한 정성이 있기에 따로 티는 내지 않기로 했다.
‘뼈로 만들어진 의자를 악마가 왜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는 거지?’
정민우는 이런 잘못된 인식을 하루빨리 고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옥좌가 이쁘네요.”
“마음에 드는데?”
“…내 스타일이야.”
“오, 뭔가 위엄 있어 보이잖아?”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던 것인지, 마교회 멤버들은 두 눈을 빛내며 팔걸이를 쓸어 보였다.
‘저게 마음에 든다고…? 엉덩이만 아플 것만 같은 옥좌가?’
정민우는 속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우리를 위해 준비한 것 같은데 앉을까?”
이렇게 계속 서 있기도 모호했기에 먼저 가운데 자리인 상석에 앉자.
“나중에 마계로 돌아가면 제 방에 이런 형태의 옥좌를 제작해야겠어요.”
“나는 조금 더 큰 거로 제작해야겠다.”
“…나도.”
“나는 날파리 모양의 옥좌를 제작해야겠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잇따라 옥좌에 앉았다.
그리고 엘비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악마님들을 뵙습니다.”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을 발견한 엘비스가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인사를 올렸다.
“악마님들을 위해 옥좌를 만들어 보았는데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고맙다.”
엘비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보였다.
“이제 마지막 보고가 되겠구나.”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군요.”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해뒀습니다.”
“좋다.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엘비스는 서류뭉치를 가지고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에게 보고를 올렸다.
“일단, 기사 1만 명을 소드 마스터의 경지로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소드 마스터.
벽을 허물고 새로운 경지에 올라선 검사를 칭하는 말.
‘왕국에 소드 마스터 2명만 있어도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오르기 힘든 경지라고 했지.’
한데, 역사에 통틀어도 2명 이상 넘기지 못했던 숫자를 엘비스는 1만 명이나 늘렸다는 것이었다.
“다만, 마법사는 워낙 적다 보니 천 명밖에 8 클래스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기사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성과지만, 천 명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다.
‘정말로 아쉬워하는군,’
하지만, 엘비스는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깊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물건이란 말이야.’
정민우는 20년 동안 멈추지 않은 엘비스의 향상심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정도는 충분하다. 너무 자책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엘비스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다음 보고를 이어나갔다.
“남은 기사와 마법사는 근사치까지 올려뒀고 귀족들은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훈련과 전쟁에 대한 지식을 배우게 했습니다.”
“마인이 아닌 평범한 인간들도 전쟁에 기용할 수 있게 병장기에 대한 지식을 숙지하게 해뒀습니다.”
“그리고 몬스터 사냥과 광석을 캐내 현재 맞출 수 있는 최고의 장비를 맞춰둔 상태입니다.”
.
.
.
그렇게 보고는 약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끝날 수가 있었다.
“이상입니다.”
“훌륭하군.”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생각은 어떤지 듣기 위해 시선을 돌리자.
“음냐, 음냐, 음냐.”
“…개굴개굴.”
아누비스와 로크는 옥좌에 기댄 채 잠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내 동료가 추태를 보이고 말았군.”
헛기침하며 말하자.
“괜찮습니다. 다른 업무에서 피곤함이 쌓이면 그럴 수 있죠.”
엘비스는 다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정민우는 차마 푹 쉬다 왔다고 대답하지는 못하고 엘비스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아니, 악마가 잠이 든 게 말이 되냐고.’
그리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아누비스와 로크를 흔들어 깨우자.
“음?”
“헉! 개굴개굴.”
아누비스와 로크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다들 보고 받은 감상은 어때?”
깨어난 것을 확인한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생각을 물어봤다.
“완벽하네요.”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마음에 들어.”
비너스와 엘린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엘비스의 보고를 칭찬했고.
“뭔지 모르겠지만, 잘했어!”
“후, 훌륭해! 개굴개굴.”
아누비스와 로크는 분위기에 편승하겠다는 듯, 엘비스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다.
“하하, 이렇게 좋게 봐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엘비스는 감복에 찬 표정을 지으며, 감사함을 표했다.
“대가를 치를 자금은 모았는가?”
이어지는 정민우의 물음에 엘비스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예, 대가를 지불할 자금은 전부 모아둔 상태입니다.”
“한 번 보도록 하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엘비스를 따라 금고로 이동하니.
“20년 동안 지불하기 위해 열심히 금괴를 모아뒀습니다.”
산처럼 쌓여 있는 금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대가를 치르고 남겠어.’
DP가 부족해서 몬스터를 대여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났다.’
20년 동안 긴 준비 기간.
‘진절머리 나는 시간이었지.’
하지만, 그 덕분에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를 마칠 수가 있었다.
‘2품 비둘기든 2품 악마든 이젠 누가 덤벼도 상관없어.’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내기에서 진다면 악마 자격 실격이었다.
‘이제 본 게임 시작이다.’
숨겨왔던 날개를 펼쳐 본격적인 침략 활동을 시작할 때가 도래했다.
* * *
마계 시간으로 1년 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찾아왔군.”
바알은 2품 악마를 집무실로 호출했다.
“길고 긴 1년이었어.”
이제 곧 햇병아리의 날개를 꺾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혔다.
그렇게 내기에 져서 정민우의 품계가 떨어지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똑똑―
“마왕님, 접니다.”
한 악마가 문을 두드려 왔다.
“들어와라.”
바알이 들어올 것을 허락하자.
끼이익―
“실례하겠습니다.”
챙이 넓은 모자에 검은색 정장 그리고 회색 망토를 입은 악마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카트라.”
바알은 집무실 안에 들어온 악마를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카트라.
기만술과 설득에 능하다고 알려진 악마.
1품에 올라도 손색없는 실력이었지만, 성격이 다소 독특했던 탓에 진급을 못 하고 있던 악마였다.
“이제 출격할 시간이다.”
바알의 말에 카트라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햇병아리들을 요리해줄 시간이 찾아왔나 보군요.”
“그래, 가서 진정한 악마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와라.”
“어렵지 않죠.”
자신만만한 모습에 바알은 흡족하게 바라보다가.
“자, 이건 ‘다이닉’ 행성에 대한 정보다.”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카트라에게 건네줬다.
“흠, 아직 파콘 왕국을 제외하고 침략을 진행하지 않았군요.”
“네가 행성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시작하려는 속셈이겠지.”
“생각이 너무 뻔해 보이는군요.”
카트라는 피식 웃으며, 품속에 서류를 집어넣었다.
“어떻게 침략할 생각이지?”
“별거 있습니까? 그저 기만과 설득으로 마인을 만드는 것뿐이죠.”
“그래도 너무 만만하게 보지는 않는 게 좋을 거다. 햇병아리라고 해도 사탄과 같은 고유특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바알의 조언에 카트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행성 침략에 성공하면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내가 한 입으로 두말한 적이 있나? 걱정하지 마라.”
약속.
카트라가 ‘다이닉’ 행성을 침략하는 대신 마왕의 특권인 품계를 올리는 권한을 사용해주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언제 출발할 생각이지?”
바알의 물음에 카트라가 모자의 챙을 내려 보이며 대답했다.
“준비는 1년 전에 끝내놓은 상태이니, 바로 출발할 생각입니다.”
“좋군.”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카트라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끼이익―
그대로 집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양성소 수석 수료라….”
그리고 복도를 거닐던 카트라는 정민우의 이름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같은 수석 수료자로서 선배의 무서움을 알려줘야겠어.”
카트라는 수석 수료한 후배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라며, 포탈 정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91화 침략의 시작 (1)
“흠, 여기가 다이닉 행성인가?”
‘다이닉’ 행성에 도착한 카트라는 주변을 살피며 콧노래를 불렀다.
“비둘기가 조금 많다는 게 걸리기는 한다만, 이 정도는 문제없지.”
비둘기가 많은 만큼 성가시기는 하겠지만, 결국 행성 침략에 성공해낼 거라는 굳은 확신을 하고 있었다.
“마인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햇병아리들을 만나봐야겠지?”
전략적인 면으로 봤을 때는 햇병아리들을 보지 않는 게 더 이득이었지만, 카트라는 햇병아리들의 모습이 궁금했기에 페널티를 감수하고 만나보고자 했다.
“만나는 김에 선배로서의 조언도 해주면 좋겠지.”
목적지를 정한 카트라는 곧장 파콘 왕국으로 향했다.
비둘기의 시선을 피해 2시간가량 날갯짓하니.
“호오, 여기가 파콘 왕국인가 보군.”
태양 그림의 국기가 달린 파콘 왕국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얼마나, 운영을 잘했는지 봐볼까?”
파콘 왕국 안으로 들어서자.
“휘유.”
카트라는 휘파람을 불며, 감탄을 터뜨렸다.
“관리가 잘돼 있네?”
건물 대부분이 신축이었고. 거리에서 활기가 넘쳐흘렀다.
“괜찮은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얻었나 보군.”
카트라는 잠시 도시를 구경하다가.
“이제 병사들을 확인하러 가볼까?”
왕성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국력이 별로면 말짱 꽝인 법이지.”
안으로 들어가 훈련 중인 병사들을 살펴보니.
“…질이 상당히 좋잖아?”
일개 병사치고는 꽤 괜찮은 무력을 지닌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어서 기사와 마법사까지 확인해보니.
“전력이 이렇게나 끌어올렸다고…?”
소드 마스터와 8 클래스 마법사가 대거 상주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역시, 수석은 다른가 봐.”
카트라는 놀라는 것도 잠시,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한껏 올려 보였다.
“…그래, 20년 동안 이 정도는 해줘야지 경쟁할 맛이 나지 않겠어?”
만약, 생각한 것보다 기대 이하로 준비했다면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었다.
“실제로 어떤 녀석인지 상당히 궁금하네.”
카트라는 정민우에게 짙은 호기심을 느끼며, 안을 돌아다니던 그때.
‘…찾았다!’
서류 속에서 봤던 정민우와 악마들이 왕성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어이, 햇병아리들~”
카트라는 반가움을 느끼며,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 * *
한편, 악마의 인사를 받은 정민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상대를 확인했다.
‘이번에 오기로 한 2품 악마인가?’ 먼저 찾아올 줄 몰랐기에 조금 당혹스럽긴 했으나.
‘제 발로 찾아와 주면 나야 고맙지.’
악마가 다이닉 행성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이득이었다.
‘그러면, 어떤 고유특성인지 봐볼까?’
눈앞에 있는 악마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천안’을 사용하자.
【‘카트라’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눈앞에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카트라
성별 : 남성
나이 : 3, 000살
〈세부 정보〉
품계 : 2품(二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달변가(達辯家)
현재 감정 : 흥분
‘고유특성이 달변가라….’ 정민우는 고유특성을 눌러 효과를 확인해봤다.
【달변가(達辯家)】
어떤 상황이든 말을 막힘이 없이 능숙하게 잘한다.
또한, 논리 없는 말이 그럴싸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으며, 자신보다 격이 낮은 자를 상대할 시 효과가 증폭된다.
‘입만 산 녀석이라는 건가?’
입만 산 녀석이라고 평가하긴 했지만, 고유특성이 마인을 만드는 데에 상당히 특화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즉, 공교롭게도 행성 침략에 최적화된 고유특성이라는 것이었다.
‘뭐, 아무리 최적화가 되어있다고 해도 지금 상황을 뒤엎기는 힘들겠지만 말이야. 그러면, 무슨 속셈으로 왔는지 한번 생각을 읽어볼까?’
이어서 카트라를 향해 심안을 사용하자.
【확실히, 신입이라 그런지 앳된 티가 나네】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카트라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얼굴도 봤으니, 조금 놀려주다가 돌아가야겠어. 】
‘음?’
그리고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속으로 의아함을 느꼈다.
‘겨우, 얼굴 보러 여기까지 왔다고…?’
물론, 파콘 왕국을 찾아옴으로써 전력을 파악했겠지만, 그것을 생각해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 더 손해일 수밖에 없었다.
정보는 어떤 방법으로든 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무슨 이유로 찾아왔나 했더니, 정말 저 이유라고?’
정민우는 카트라의 행동에 어이없을 느끼던 그때.
“뭐야? 표정이 왜 이렇게 굳었어?”
카트라가 너스레 떨며 말을 걸어왔다.
“…….”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자.
“설마, 내가 공격이라도 할까 봐 겁먹은 거야?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어차피 내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는 거 알잖아?”
카트라는 지레짐작하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정민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렇게 친근하게 굴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정민우는 어깨에 올려진 카트라 손을 뿌리치며 말하자.
“이야, 성깔 좀 있는데? 이래 봬도 수석으로 수료한 네 선배인데 말이야. 정말, 이럴 거야?”
카트라가 서운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보였다.
‘뭐, 저런 악마가 다 있어…?’
정민우는 왠지 모를 피곤함을 느끼며, 빨리 대화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배로서 조언하자면, 이럴 땐 무릎을 꿇어서 봐달라고 비는 거야. 알았지?”
카트라가 막말을 내뱉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하자.
“오, 조금 무서운데? 하지만, 이렇게 나오면 마이너스라고. 내가 안 봐주고 행성을 침략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카트라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이죽거려왔다.
‘존중해줄 가치가 없네.’
다른 소속이긴 했지만, 처음 보는 사이이니 예의를 차려 보이려고 했으나 그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래? 나는 반대로 네가 무릎을 꿇고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정민우 또한 이죽거리며, 카트라에게 시비를 걸었다.
“…뭐라고?”
효과가 좋았는지 카트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괜히, 후배에게 지면 어디서 얼굴이라도 들고 다닐 수 있겠어? 그러니까 무릎을 꿇고 살살해달라고 빌어야지. 안 그래?”
“…재밌는 녀석이네.”
이어지는 정민우의 조롱에 카트라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풉, 그런 말 하는 악마치고 제대로 된 녀석 없던데. 너도 그 쭉정이 중 한 명인가 봐?”
“…….”
“왜 말이 없어? 아까 그렇게 신나게 떠들던 악마는 어디 갔지?”
“…….”
“이야, 표정 굳어진 것 봐. 그렇게 얼굴 굳히면 우리가 안 봐주고 행성 침략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표정 풀어.”
“이 개X끼가….”
그리고 끝내 인내심이 달했는지, 정민우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감당할 수 있겠어? 건들면 바로 내기가 종료될 텐데 말이야.”
우뚝―
정민우의 한마디에 행동을 멈춰 세웠다.
“…네놈, 나에게 대든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꼭 하나같이 이 말 하고 나한테 된통 당하더라고.”
“…….”
카트라는 손을 거칠게 내리며,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정민우를 노려봤다.
“이제 너랑 대화할 생각이 없으니까. 이만, 꺼져줄래?”
“죽이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막 나가는군.”
“죽이지 못해서 막 나간다고? 아니지, 먼저 막 나간 건 네놈이잖아? 그래놓고 어디서 억울한 척을 하고 있어 역겹게.”
정민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카트라를 조롱했다.
“…….”
카트라는 더 이상 대화했다간 이득 볼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등을 돌렸다.
“오늘 겪은 수모는 잊지 않을 거다.”
“그래, 잊지 말고 마음속에 품어둬.”
“…….”
그리고 날개를 펼쳐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러게, 누가 먼저 시비를 걸래?’
환생 전, 토론으로 상대방을 울린 전적이 있는 자신에게는 카트라의 도발이 그저 가소롭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2품 악마도 온 것을 알았으니, 그에 대한 작전을 다시 점검해야겠지?’
직전은 20년 전에 짜둔 것이기에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다들 회의실로 가자.”
정민우는 카트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고 마교회 멤버들에게 회의실로 향할 것을 제안했다.
“좋아요.”
“…응.”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네.”
“알겠어! 개굴개굴.”
2품 악마를 봤기 때문인지, 마교회 멤버들의 눈빛에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작전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왕성 내로 다시 들어갔다.
* * *
왕성 내에 있는 회의실.
“먼저, 카트라가 마인을 만들어 세력을 키우는 것은 다들 동의하지?”
상석에 앉은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동의해요.”
“…동의.”
“당연하지. 개굴개굴.”
비너스, 엘린, 로크 순으로 동의한다고 대답했지만.
“응? 왜 세력을 일구게 놔둬?”
아누비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정민우의 의견을 반문했다.
‘작전 짠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건가?’
어차피,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 했었기에 정민우는 아누비스를 바라보며 그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카트라가 세력을 일구면 비둘기와 싸움을 붙이게 할 생각이기 때문이야.”
“그냥, 마인을 만드는 족족 죽여서 아예 힘을 못 쓰게 하는 것이 더 이득 아니야?”
“그러면, 비둘기 쪽을 견제할 수 없게 되니까.”
아누비스의 논리대로 카트라가 만든 마인을 족족 죽이면 힘을 쓰지 못하겠지만, 그랬다가는 비둘기 쪽에 힘을 실어주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아하, 그래서 둘이 싸움 붙이겠다는 거였구나.”
아누비스는 이해했다는 듯, 손뼉을 쳐 보였다.
“근데, 어떻게 싸움을 붙이려고?”
그리고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는지,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비둘기들을 이용하면 되지.”
“비둘기?”
“타락한 비둘기만 해도 500명이잖아. 카트라와 전쟁할 수밖에 없게 바람을 잡으면 돼.”
500명이나 되는 비둘기가 일제히 카트라와의 전쟁을 요구한다면 2품 비둘기도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그동안 뭐 하고 있어?”
아누비스의 다음 질문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지금부터 다른 왕국과 제국을 침략해야지.”
“침략을 시작하면, 비둘기 귀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
“아니, 우리에게는 귀를 막아줄 500명의 비둘기가 있잖아.”
“아…….”
타락 당한 비둘기가 정찰을 가고 아무 일 없었다고 보고한다면 걸릴 일이 없었다.
‘만약, 걸린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거의 침략을 마친 상태이겠지.’
또한, 카트라가 일군 세력과 전쟁 중일 테니, 높은 확률로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를 침략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해 완료!”
아누비스는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얘기했던 대로 진행할 생각인데, 다들 이견 없지?”
정민우는 설명을 마치고 마교회 멤버들에게 이견을 묻자.
“이게 최적의 작전 같네요.”
“…이것 말고는 좋은 작전이 없는 것 같아.”
“당연하지. 개굴개굴.”
“나도 찬성~”
전부 찬성의 뜻을 밝혀왔다.
“좋아, 그러면 이대로 바로 진행하자고.”
회의가 끝난 뒤. 정민우는 엘비스에게 찾아가 타국을 침략할 것을 명령내렸다.
92화 침략의 시작 (2)
그날 밤.
“제군들 잘 와줬다.”
엘비스는 곧장 기사와 마법사를 알현실로 소집했다.
“드디어, 악마님께서 타국을 침략하라고 명령을 내리셨다.”
침략이라는 말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기사와 마법사들이 두 눈을 빛냈다.
“하지만, 악마님께서는 온전한 침략을 바라시기에 타국에 피해가 없길 바라고 있다.”
즉, 왕족과 귀족만을 죽여서 침략하라는 뜻이었다.
“모든 병력을 내보내면, 쉽게 끝나겠지만 그러다가 전력 노출이 될 수 있으니 짐은 소수의 인원만으로 타국에 보내려고 한다.”
엘비스는 기사와 마법사들의 눈을 하나씩 맞추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지금 모인 인원. 소드 마스터 10명, 8 클래스 마법사 10명은 지금 당장 근방에 있는 타국들을 침략하도록 하여라.”
“어느 기간 안에 침략을 끝내야 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기사의 물음에 엘비스는 검지 손가락을 편 상태로 말했다.
“하루 안에 침략을 끝내도록.”
단 하루 만에 왕국들을 침략하는 명령.
터무니없는 명령이라고 따져도 이상할 것 없었지만.
“전하의 명령을 따릅니다.”
그들은 궤를 넘어선 자들이었기에 이 정도 명령은 쉬운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다녀오도록 해라.”
“““예!”””
기사와 마법사들은 엘비스에게 인사를 올리며, 그대로 알현실 밖으로 벗어났다.
“최고 속력으로 달린다.”
그들은 따로 작전 회의 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왕국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내달렸을까.
순식간에 타국의 성문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정지! 신분을 밝혀라!”
성문을 지키는 기사의 물음에 아널드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우리는 ‘파콘’ 왕국에서 왔다.”
“…파콘 왕국? 이곳에는 뭐하러 왔지?”
“침략하러.”
“…뭐?”
아널드의 덤덤한 어조에 성문을 지키던 기사가 당혹감을 드러내던 찰나.
“다칠 수도 있으니 피하도록.”
쐐―――액!
성문을 향해 아널드가 오러를 쏘아냈다.
“피, 피해!”
콰――――앙!
그리고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던 성문이 너무나도 손쉽게 부서지고 말았다.
“가도록 하지.”
아널드의 명령에 기사와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성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치, 침략이다!!”
“막아!!!”
“전부 제압해!!”
성문을 지키던 수십 명의 기사와 수백 명의 병사가 일제히 덤벼들었으나.
“슬립 클라우드.”
8 클래스 마법사가 손을 휘저으며, 마법 하나를 시전하자.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달려들던 기사와 병사들이 바닥에 쓰러지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너무 손쉽게 제압되는군요.”
바닥에 쓰러진 기사와 병사들을 본 8 클래스 마법사가 우습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이런 녀석들에게 애먹었으면 전하께서 노하실 일이지.”
아널드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말하며 왕성으로 향했다.
그렇게 왕성 안으로 들어가 적들을 재우며, 왕의 침소 지척까지 다다르자.
“…멈춰라.”
문 앞을 지키던 한 노인이 검을 뽑아 들며, 아널드와 동료들을 멈춰 세웠다.
“기운이 예사롭지 않을 것을 보니, 당신이 왕국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인가 보군.”
아널드도 잇따라 검을 뽑아 들며 질문을 하자.
“…왜, 이곳에 쳐들어온 거지?”
노인은 대답 대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왜, 쳐들어왔냐라….”
아널드는 턱을 쓰다듬어 보이더니.
“당연히, 전하께서 명령을 내렸으니 쳐들어온 것이 아니겠나?”
너무 뻔한 질문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대답해 보였다.
“갑옷에 새겨진 태양 무늬를 보니 파콘 왕국 같은데… 수십 년간 왕국에서 베푼 호의를 이런 식으로 돌려줄 생각이었나!?”
노인의 노기 섞인 외침에 아널드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대답했다.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돌아갈 생각은 없나?”
“우리는 전하의 명령을 따를 뿐이다.”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노인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다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한 명은 길동무로 데려가 주마!!!”
파―――앗!
그리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아널드 앞에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다.
아니,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쿨럭…?”
몸에 수십 개의 칼침이 뚫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느새?”
노인은 피를 왈칵 토해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같은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경지가 똑같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아널드는 노인의 궁금증에 친절하게 대답해준 뒤.
촤――악!
툭―
그대로 목을 잘라버렸다.
“약하군.”
왕국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소드 마스터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최후였다.
“흠.”
아널드는 바닥에 쓰러진 노인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보였다.
얼핏, 보면 노인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지만.
“갑옷과 검이 쓸만해 보이니, 나중에 챙길 수 있도록.”
노인이 착용한 갑옷과 검을 보기 위해 다가갔던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뒤에 자리하고 있던 동료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촤―――악!
후두두둑―
침소의 문을 자르고 안으로 들어가자.
“헉!”
““꺄아아악!””
침대에 국왕으로 추정되는 자와 여자 두 명이 나체로 누워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분명, 쳐들어왔다는 보고가 올라갔을 텐데, 상당히 태평하시군요.”
아널드는 고개를 내저으며, 검을 꺼내 들었다.
“…아, 아니 어떻게 들어온 거지?”
타국의 국왕은 믿기기 힘들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당연히, 문 앞에 있는 기사를 죽이고 들어왔지. 별다를 게 있겠습니까?”
“주, 죽였다고…?”
왕국에 하나뿐인 소드 마스터를 죽였다는 말에 국왕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어, 어떻게 파콘 왕국이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가!!!”
이내 충격에서 벗어난 국왕은 분노를 터뜨리며 아널드를 일갈했다.
“억울하시겠지만, 받아들이십시오. 전부, 파콘 왕국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지,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아널드의 대답에 국왕은 장식된 검을 뽑아 들고 다가가려고 했으나.
싹――둑.
털썩―
목이 잘리며, 국왕은 아널드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너무 억울해하지 마십시오. 다른 왕국들도 똑같이 파콘 왕국의 손에 들어오게 될 테니.”
아널드는 짧은 애도를 표하며, 침대에 자리한 여성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
바들, 바들―
나체의 여성은 한껏 겁에 질린 얼굴로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왕족과 귀족이 아닌 자는 죽일 생각이 없으니, 이곳에서 나가도록.”
아널드의 말에 두 명의 여성은 황급히 옷을 걸치고 침소에서 빠져나갔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본 아널드는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려 명령을 내렸다.
“2인 1조로 움직여 왕족을 죽이고 이곳에 다시 모일 수 있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기사와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소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10분 뒤.
“사, 살려줘!!!”
“으아아아아악!!”
“이 몸은 왕세자… 컥!”
동시다발적인 비명이 왕성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곳 국왕은 자식들을 꽤 많이 뒀나 보군.”
아널드는 왕성에 퍼지는 비명에 짤막한 감상평을 남기며, 의자에 앉아 동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비명이 울려 퍼지고 10분 뒤.
“왕성 내에 있는 왕족들은 전부 죽였습니다.”
동료들이 옷에 핏자국을 묻힌 채 침소 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인 것이 맞겠지?”
아널드의 물음에 마법사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탐색 마법을 펼친 결과. 이곳에 왕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알겠다.”
8 클래스 마법사의 확언에 아널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이제 귀족들을 죽이러 이동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후 그들은 각 영토에 있을 귀족들을 죽이기 위해 왕성에서 벗어났다.
그로부터 2시간 뒤.
“한 명도 빠짐없이 귀족들을 죽였습니다.”
각 영토에 있는 귀족들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단 3시간 만에 국가를 침략한 엄청난 업적을 이뤄냈기에 기뻐할 만도 했으나.
“다른 왕국으로 이동하도록 하지. 시간이 없다.”
아널드를 포함한 동료들은 기뻐하는 기색 없이 곧장 근방에 있는 왕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명이 떠오를 무렵.
엘비스가 명령을 내렸던 대로 근방에 있는 모든 왕국을 침략하는 데 성공했다.
* * *
다음 날 아침.
“전하, 기사와 마법사들이 근방에 있는 왕국을 전부 침략하고 왕성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신하가 엘비스에게 침략이 끝났다는 보고를 올렸다.
“그래? 알현실로 들이도록.”
엘비스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알현실로 들일 것을 명령했다.
잠시 뒤.
“““고귀하신 전하를 뵙습니다.”””
기사와 마법사들이 알현실로 들어와 엘비스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번 침략을 통해 상처를 입은 자가 있나?”
엘비스의 물음에 아널드가 대답했다.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 있었다면 짐이 매우 실망했을 거야.”
“실망을 끼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다음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숙소에 돌아가 휴식을 취하도록.”
“알겠습니다.”
형식상의 확인이었는지, 엘비스는 별말 없이 그들을 돌려보냈다.
“전하, 침략한 왕국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신하의 물음에 엘비스는 생각해둔 것을 얘기했다.
“침략한 왕국들을 다스릴 귀족들을 파견하도록 해라.”
“명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침략했는데 관리할 자가 없다면, 침략한 의미가 없었기에 빠르게 파견을 보내야만 했다.
“귀족들도 자신의 몸을 건사할 힘을 지니고 있다만, 형식이라는 게 있으니 기사와 마법사를 대동시켜서 이동하게 하도록.”
“명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잡음이 있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유혈은 일어나도 상관없다.”
“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새로운 대리자를 보고 국민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처음에는 강압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었다.
“어느 정도 진압이 되면, 파콘 왕국에서 추진하는 복지를 언급하도록.”
소문을 들은 자가 있다면, 파콘 왕국의 복지가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을 것이었기에 혹하는 자들이 생겨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남는 마법사들과 인부를 불러 파콘 왕국을 넓혀 침략한 왕국과 잇게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왕국끼리 잇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거라고 예상하나?”
“마법사가 동원되니 3일이면 충분하다고 예상합니다.”
신하의 대답에 엘비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적당하군. 그러면 이으면서 성벽을 세우는 것까지 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보나?”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일주일로 줄이도록.”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엘비스의 명령에 신하는 토를 달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명령내리셨던 것을 수행하러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이후 신하는 준비하러 가겠다며, 알현실에서 물러났다.
“곧 ‘파콘’ 제국이라 공표할 날도 머지않았군.”
알현실에 혼자 남게 된 엘비스는 탐욕이 깃든 두 눈을 번뜩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93화 침략의 시작 (3)
한편, 정민우에게 치욕을 당한 카트라는 비둘기가 점령한 변방의 왕국에 자리를 잡았다.
“괜히, 점령당하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가 귀찮게 굴면 곤란하니, 이곳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맞겠지.”
비둘기에게 점령당한 곳이라 들킬 위험성이 높기는 했으나, 정민우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카트라였다.
“일단, 이곳을 메인으로 삼고 다른 왕국들을 서브로 삼아서 돌려야겠지.”
늦게 시작한 만큼, 한 곳에 온 전력을 집중하는 것보다는 분산을 통해 보험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았다.
“비둘기들의 눈을 피해 움직이려면 다소 세력을 늘리는데, 시간이 걸리겠다마는… 세력을 늘리는 데에 성공하기만 하면 정민우와 비둘기를 일망타진할 수 있겠지.”
이간질을 통해 전쟁을 일으킬 계획이었기에 작전대로만 된다면 이번 행성은 생각보다 쉽게 침략할 수 있을 것이었다.
“역시, 타락은 빈민가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지?”
비둘기에 점령당한 곳인 만큼, 사제들이 마기에 예민하게 반응하겠지만.
“그것도 일정 인원이 넘어서면 건드리기 힘들어지는 법이지.”
마인들이 하나로 뭉치면 쉽사리 건들기 힘들어지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사제 한 명을 타락시키는 데 성공하면 아예 제어할 수 없게 되겠지.”
타락시킨 사제 기점으로 정보의 혼선을 주면, 마인은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후 카트라는 행동을 실행하며, 빈민가에 있는 인간들 전원을 마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1시간 만에 만든 마인 숫자는 300명.
상당히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적당히 두각을 드러내는 녀석이 생기면 마기를 몰아주면 되겠지.”
하지만, 카트라는 정민우처럼 고등생물의 재능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에 다소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괜찮은 녀석이 한 명쯤 걸렸으면 좋겠군.”
즉, 이 중에서 쭉정이들밖에 없다면 결국 마기를 낭비한 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다른 빈민가도 찾아가 볼까?”
이날 빈민가를 돈 카트라는 1만 명이라는 마인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었다.
며칠 뒤.
“여기서 인간을 더 타락시키지 않아도 되겠지.”
주변 왕국을 돌아다니며, 10만 명이라는 인간을 타락시킨 카트라는 지금 시점에서 더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제 엘프들이 사는 숲으로 가볼까?”
엘프.
귀가 길쭉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보다 수명이 10배는 길다고 알려진 종족.
또한, 마법과 정령을 다루는 데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다고 알려졌다.
“개인마다 무력이 상당하다고는 하지만, 번식이 느려 숫자가 적은 게 흠이지.”
그렇기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에게 밀려 숨어 사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
“이 녀석들을 마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 큰 전력이 되겠지.”
엘프는 수명이 긴 만큼 생각도 길게 한다는 특징이 있어 타락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악마들이 꺼리는 종족이었지만.
“내 고유 특성이면 무의미하지.”
‘달변가’라는 고유 특성을 사용하면, 한 달 내로 함락시킬 자신이 있었다.
“전에도 엘프는 많이 타락시켰으니까. 이번에도 문제없겠지.”
카트라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엘프들이 사는 숲으로 향했다.
* * *
일주일 뒤.
“전하, 침략한 모든 왕국과 길을 이었습니다.”
신하의 말에 엘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성벽 내로 도시를 만들어 주민들이 살 수 있게 하여라.”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엘비스의 명령에 신하가 고개를 조아려 보였다.
“당분간, 침략은 멈추고. 새로운 영토와 침략한 왕국들을 살피는 시간을 가질 테니 이쪽에 힘을 쏟도록 해라.”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이제 물러나도록 해라.”
“예, 전하.”
그렇게 신하가 알현실에 나가자.
“말씀하신 대로 명령을 내렸습니다.”
엘비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자리한 옥좌 쪽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보고를 올렸다.
스르륵―
그러자 다섯 개의 옥좌에서 스산한 검은 안개가 흘러나오더니.
털썩―
다섯 개의 옥좌에 악마들이 앉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상석에 앉은 정민우는 엘비스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침략한 왕국을 더불어 지금 새롭게 만드는 도시들이 앞으로 든든한 지축이 되어줄 테니 신경을 잘 써야 할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1년 정도 국가를 살핀 뒤에 그때부터 다시 침략 활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해라.”
“알겠습니다.”
엘비스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한 뒤.
“실례가 안 된다면, 새롭게 나타났다는 악마는 현재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넌지시 궁금했던 사항을 언급했다.
“그 녀석은 비둘기가 점령한 곳에서 세력을 키우는 중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정민우의 대답에 엘비스는 약간의 의문을 드러냈다.
“세력을 늘리면, 좋지 않으리라고 생각이 드는데 방관하는 악마님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엘비스가 느끼는 의문에 정민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긴, 아직 엘비스는 비둘기를 타락시키었는지 모르고 있으니, 의아할 만 도하겠어.’
전적으로 믿기는 하나,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기다리는 것에 불안감이 들 터였다.
‘설명하는 게 좋겠지.’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기에 정민우는 방관하는 이유를 엘비스에게 설명해줬다.
“아…! 그러한 이유였군요.”
그러자 엘비스가 존경 가득한 눈빛으로 나지막이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확실히, 그 방법이라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고 네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된다.”
“죄송합니다. 악마님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나 봅니다.”
“아니, 당연히 느껴야 할 의문이었으니 괘념치 말도록.”
“넓은 아량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의문을 풀어내며,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자.
“그러면 1년 뒤에 다시 보도록 하지.”
“그날을 고대하며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옥좌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 * *
같은 시각.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백발의 머리를 한 사내가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왜, 점령하는데 진척이 없지…?”
고민에 잠겨 있는 사내는 2품 비둘기, 아니 천사인 ‘아로마’였다.
“20년이면, 온전히 점령하지는 못했더라도 국가 몇 개는 점령을 해야 정상인데 말이지.”
아로마는 시간이 흘러도 진전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며, 반대편에 앉은 천사에게 시선을 던졌다.
“세이나, 네가 보기에는 뭐가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나?”
질문을 받은 세이나는 약간 당황하더니,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대답했다.
“너무 평화적인 방법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적인 방법…?”
“예, 지금 점령하지 못한 국가는 종교를 믿지 않고 있기에 화합의 손길을 내민다고 한들 받아들이지 않으니까요.”
세이나의 대답에 아로마가 다리를 꼬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만… 그렇다고 화합이 아닌 힘으로 누르기에는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는 국력이 상당해서 건드릴 수가 없잖나?”
“국력이 상당한 것은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계속 두드리다 보면 뚫리지 않겠습니까?”
세이나의 주장은 간단했다. 10분의 9를 점령했으니,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 아무리 강한 국가라고 해도 뚫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명분이 없지 않은가?”
아로마도 그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악마와 달리 천사들은 명령을 강제할 수가 없었다.
즉, 천사를 열렬히 믿고 지지하지만, 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명분은 만들면 그만입니다.”
“명분을 만든다고?”
아로마가 흥미 가득한 눈빛으로 세이나에게 계속 말해보라는 듯 손짓했다.
“예를 들어 5년 뒤에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에 마왕이 강림할 거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이죠.”
“흠… 그래서?”
“이 사실을 알리면 각국에서 대비하게 될 테고. 날이 찾아오면 마왕이 강림했다고 말해 강제로 침략하게 하는 것이죠.”
세이나의 말에 아로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마왕은 실제로 강림하지 않잖아?”
“그건 상관없습니다. 침략할 명분만 있으면 그만인 법이죠.”
“그랬다가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끼리 뭉치기라도 하면 곤란해지잖아?”
“문제없습니다. 전쟁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인구수가 많은 저희 쪽이 유리할 테니 말입니다.”
한 마디로 인구수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다른 왕국이나 제국이 순순히 길을 내준다면 어떡하지?”
“그러면, 그것을 기회로 삼아 종교를 빠르게 설파하면 그만입니다.”
“마왕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알면,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인간들의 기세가 강해 마왕이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고 하면 문제없을 겁니다.”
세이나의 설명을 들은 아로마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제국을 점령했던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하는 자체가 다르네.”
“과찬이십니다.”
“널 받아들이길 정말 잘했어. 다른 덜떨어진 녀석들을 데리고 있었으면 점령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
아로마의 말에 의문을 느낀 세이나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여태까지 궁금했던 것인데… 다른 품계도 아닌 9품만을 휘하로 거느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유? 별건 아니고 행성을 점령하면 신성력을 안 나눠주고 내가 독차지할 수 있어서 그런 거야.”
상당히 간단하면서 이기적인 이유.
“…그러면, 신성력 배분을 많이 쳐주는 겁니까?”
“아니 9대 1로 해주고 있는데?”
“…….”
아로마의 당당한 대답에 세이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저런 녀석 밑에서 일하는 천사들이 불쌍하군.’
자신보다 품계가 낮은 천사를 휘하로 부릴 때는 6대4 비율로 배분해주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그리고 행성 점령을 끝냈을 때는 5대5로 나누는 것이 전통인 것도 모르는 것 같군.’
행성 침략할 때 신성력을 나눠주는 것은 강제하지는 않으나 전통으로 여겨졌기에 웬만한 천사들은 5대5로 배분을 해주었다.
‘그나마 내가 6품이니 분배 비율이 좋았던 거군.’
세이나는 속으로 옅은 한숨을 내쉬던 그때.
“그러면, 바로 인간들에게 신탁을 내리러 가보도록 할까?”
아로마는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좌하겠습니다.”
세이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아로마 옆으로 이동했다.
“흐흐, 이번에 행성 점령을 끝마치면 진급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겠어.”
“꼭 그렇게 될 겁니다.”
“행성 점령하면 특별히 9대1로 나눠주도록 할게.”
“…….”
“하하, 왜 말이 없어? 설마, 감동해서 말이 안 나오는 거야?”
선심 쓰는듯한 말에 세이나는 속에서 짜증이 솟구쳤지만.
“…이렇게 배려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괜히, 싫은 티라도 냈다가는 그것마저 못 받을 수가 있었기에 최대한 표정 관리하며 아로마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이후 5년 뒤에 마왕이 강림할 것이라는 내용을 신탁이 내려지자.
예상했던 대로 점령당한 국가는 사제들을 점령당하지 않는 국가에 파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또한,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는 모함에 불과하다며, 절대 사제들의 파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놓았다.
94화 침략의 시작 (4)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파콘 왕국은 새로 건설한 도시에 안정을 찾자마자. 제국으로 명명하며, 다른 국가들한테 공표했다.
“이제 본격적인 침략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악마님의 명령에 따릅니다.”
엘비스는 정민우의 명령에 따라 각국에 침략 활동할 것을 선언했다.
전처럼 기습적으로 침략하는 것이 아닌 선언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각 왕국의 국왕들이 지위를 내려놓고 파콘 제국의 밑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기회 제공이었다.
물론, 속국을 받는 개념이 아니기에 지위를 내려놓으면 기존 국왕은 귀족으로 계급이 떨어지게 됐다.
두 번째는 타국 국민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서다.
침략할 것을 선언하면서 충분히 아량을 베풀었다는 명분을 보여 반발심을 줄이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침략할 것을 선언하고 일주일 뒤.
“파콘 제국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한 국가가 있는가?”
정민우는 현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 위해 엘비스에게 물었다.
“5개의 국가는 왕족의 지위를 내려놓고 파콘 제국의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엘비스에게 보고를 받은 정민우는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타국에도 현명한 왕이 있었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생 누리던 권력을 하루아침에 내려놓기는 쉽지 않은 일.
그것을 내려놓고 파콘 제국의 밑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상황 판단 능력이 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른 국가는 어떤 반응을 보이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며,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오고 있습니다.”
“주제를 모르는군.”
“제 생각 또한 그렇습니다.”
정민우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꼭 피를 봐야지 정신을 차리는 부류들이 있지.”
“많은 이가 죽을 겁니다.”
“어쩔 수 있나. 저들이 선택인 것을.”
“옳으신 말씀입니다.”
“뜻이 완고한 것 같으니 제국의 저력을 보여줘야겠지. 엘비스 가서 파콘 제국의 무서움을 보여주도록 해라.”
새로운 명령에 엘비스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파콘 제국의 무서움을 톡톡히 각인시켜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전쟁은 한 달 내로 끝낼 수 있도록.”
“맡겨만 주십시오.”
용무를 마친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옥좌에서 모습을 감추자.
“지금 당장 기사와 마법사를 연병장에 소집하도록 해라!”
엘비스는 곧장 알현실 문을 열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알현실 밖에 대기 중이었던 신하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콘 제국에게 대항하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우둔했던 짓인지 깨닫게 해주마.”
엘비스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연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파콘 제국의 폭정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제 생각 또한 같습니다!”
“근래에 힘을 키웠다고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습니다!”
각 국가가 회의장에 모여, 파콘 제국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활발한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저희끼리 병력을 합쳐 파콘 제국을 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어차피, 침략당할 것이라면 먼저 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의 국왕들은 한뜻을 모아 파콘 제국을 치겠다는 결론을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한데, 파콘 제국의 세가 엄청나던데 괜찮을까 걱정됩니다. 파콘 제국의 황제와 이야길 나눠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한, 국왕이 이 사태에 대해 걱정을 드러내며, 새로운 제안을 꺼내 들었지만.
“침략해오겠다는 마당에 무슨 대화가 필요합니까?”
“혹시, 겁이라도 드신 겁니까?”
“이건 전쟁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무서우면 빠지십시오.”
다른 국왕들은 조금 전의 제안을 한 국왕을 힐난하며, 말을 가볍게 일축해버렸다.
“…아닙니다. 저희 왕국도 전쟁에 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 새로운 제안을 건넨 국왕은 마지 못해 다른 국왕들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 내렸다.
“그러면, 바로 병력을 소집하도록 하지요.”
“그게 좋겠습니다.”
이후 국왕들은 빠르게 회의를 마치며, 곧장 병력을 소집했다.
* * *
며칠 뒤.
병력이 전부 소집되며, 파콘 제국을 치기로 한 날이 밝아왔다.
“오늘이 결전 일이군.”
천막에 자리한 지휘관이 시간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사에 나의 이름이 길이 남게 될 전쟁이 되겠지.”
그가 이렇게 확신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지휘를 하면 질 수 없지.”
자신의 지휘 능력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니콜라스 마틴.
그는 모든 왕국에서 제일 뛰어난 지휘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 전쟁에 지휘관으로 임명된 사내였다.
“역사에 인상 깊게 남으려면, 압도적으로 승리를 취해야겠지.”
니콜라스는 작전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 뒤, 천막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충성, 모든 병력 집결 완료했습니다.”
천막 앞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가 경례를 취해 보이며, 모든 준비가 끝나왔다고 알려왔다.
“그렇군. 마법사들의 상태는 어떻지?”
니콜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작전의 핵심인 마법사의 상태에 관해서 물었다.
“최상입니다.”
“다행이군.”
마법사는 몸 상태에 따라 캐스팅 속도가 달라지기에 확인은 필수였다.
“소드 마스터에 경지에 오른 기사님들과 8 클래스 마법사님들은 불편한 기색은 없어 보이던가?”
“예, 딱히 불편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소드 마스터와 8 클래스 마법사는 여차할 때 사용될 최종 무기이기에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써줘야만 했다.
“모든 게 완벽하군.”
니콜라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에 올라탔다.
“병사들이 집결된 곳으로 이동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모인 집결지로 이동하자.
“…웅장하군.”
집결지에 3, 000만의 병사가 대기 중인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각 왕국에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을 모조리 징집한 결과물.
농민들의 비율이 높아 전투 경험이 미천하나. 이 정도 인원이면 전투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제국이 이 병력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니콜라스는 피식 웃으며, 선두 쪽으로 말을 몰았다.
“목소리 확장 마법이 걸린 아트팩트를.”
그리고 선두 쪽에 자리한 병사에게 아트팩트를 요구하자.
“여…습니다. 지휘관님.”
병사가 공손한 자세로 니콜라스에게 아트팩트를 건네줬다.
“크흠.”
아트팩트를 받아든 니콜라스는 목을 가볍게 가다듬은 뒤.
“제군들 반갑다. 이번 전쟁에 총지휘관을 맡게 된 니콜라스 마틴이다.”
병사들을 바라보며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간악한 제국을 치러갈 거다.”
제국을 치러간다는 말에 병사들이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니콜라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오늘 전쟁을 통해 승리하게 될 것이다!”
니콜라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병사들을 훑어봤다.
“3, 000만이나 되는 병력을 과연 파콘 제국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이어서 물음을 건네자. 병사들이 힘차게 대답해 보였다.
“다시 한번 묻겠다. 파콘 제국이 3, 000만이 되는 병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그래, 파콘 제국은 이만한 병력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소드 마스터들과 8 클래스 마법사들도 함께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니콜라스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병사들은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양적이나 질적이나 우리가 한참 앞서고 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나를 따라오도록 해라!!!”
끝내 니콜라스의 연설이 끝마쳤을 때는.
“““우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의 눈에 투지가 담긴 얼굴로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정의는 우리에게 있으며, 오만방자한 황제의 목을 베어버리고 전쟁을 끝낼 것이다! 전군 앞으로 진격!!!”
“““예!”””
니콜라스가 앞장서서 말을 몰자.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3, 000만의 병사들이 발걸음을 맞춰 전진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색 물결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칭할 만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존재들이 있었다.
‘준비를 열심히 했네.’
그 존재는 바로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빈 쭉정이가 모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지.’
정민우는 3, 000만 병력을 모은 노력은 인정했지만, 전쟁의 승리는 파콘 제국이 승리할 것을 확신했다.
‘그 사실도 머지않아서 깨닫게 되겠지.’
이 선택이 자신을 절벽으로 내모는 길이라는 것을 얼마 가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선두에 선 녀석은 제법 쓸만해 보인단 말이지.’
어느 정도로 준비했는지, 확인차 온 것이었는데 제법 쓸만한 인간을 발견한 것 같았다.
‘단 몇 마디로 병사들의 사기를 상승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정민우는 선두에 말을 타고 있는 니콜라스를 향해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니콜라스 마틴
성별 : 남성
나이 : 21살
〈세부 정보〉
성향 : 중(中)
재능 : 【연설】
현재 감정 : 흥분
‘연설이라… 그래서 사기를 그렇게 쉽게 올릴 수 있었던 거군.’ 정민우는 효과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재능을 눌러봤다.
【연설】
명분만 주어진다면, 높은 확률로 시전자의 주장에 동화가 된다.
‘전쟁에 있어 이만한 좋은 재능도 없지.’
정민우는 탐욕이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니콜라스를 바라봤다.
‘일단, 엘비스에게 말해둬야겠어.’
만약, 타락하여 마인이 된다면 침략 활동에 요긴하게 사용하고. 타락이 안 되면 죽이면 그만이었다.
‘재밌는 전쟁이 되겠어.’
이후 정민우는 니콜라스에게 시선을 거두며,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엘비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 *
그렇게 5시간가량 쉬지 않고 진군하고 있던 그때.
“음?”
지평선 너머에 검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동 정지!”
니콜라스는 이동할 것을 멈춰 세우며, 망원경을 통해 검은 점들을 확인해봤다.
“태양 그림? …제국군?”
확인 결과. 검은 점들이 제국군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근데, 숫자가 2만이라고?”
눈대중으로 파악한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인원이 적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군. 3, 000만 군대를 고작 저 인원으로 막겠다는 건가?”
니콜라스는 코웃음을 치며, 망원경으로 계속해서 살피자.
“근데, 가운데에 선 자는 누구지?”
가운데에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있는 인영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황제?”
그리고 니콜라스는 그가 제국의 황제인 ‘엘비스’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가 있었다.
“죽으려고 작정했군.”
황제의 만용에 고개를 내저었지만,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었기에 나쁠 것이 없었다.
“그러면, 공격을 가볍게 가해볼까?”
니콜라스는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소리쳤다.
“궁수들은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마법사들은 파이어볼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내 명령에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한 후 기다리도록 해라!”
“““예!”””
전부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한 니콜라스는 다시 황제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울면서 도망가지 않으려나 몰라.”
이어서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쿠쿠쿠쿠쿠―
“…음?”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먹구름이 끼며,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뭐지?”
니콜라스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끼던 순간.
우르르 쾅――――!!!
먹구름에서 검은 뇌전을 내 뿜으며, 병력이 모인 곳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95화 침략의 시작 (5)
니콜라스가 3, 000만 병력을 이끌고 진군할 당시.
“여기서 대기하도록 하지.”
엘비스는 적군이 올 예상 지점에 2만이라는 병력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오려면 꽤 걸릴 테니, 각자 침략할 국가의 위치를 숙지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연합한 왕국의 숫자는 300.
하루 안에 300개의 왕국을 침략해야 했기에 기사와 마법사들은 지리를 착오 없이 숙지해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여유롭게 쉬고 있으면 되겠지.’
적군이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폐하,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옆에 자리한 아널드가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엘비스에게 말을 걸어왔다.
“뭐지?”
“적군을 상대하는 데 100명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인원을 대기시키는 이유가 있습니까?”
왕국들이 비어있을 때 기사와 마법사들을 보내 침략하면 편할 텐데 굳이 이곳에 인원을 낭비할 필요가 있냐는 뜻이었다.
“오만하군.”
질문을 받은 엘비스는 아널드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예?”
“적군 중에 상당한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을 가능성을 무시하는 건가?”
“…소드 마스터와 8 클래스 마법사의 인원은 전부 파악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자네는 그 인원을 말고는 다른 실력자가 없을 것이라 100% 확신하는 건가?”
“…….”
엘비스의 물음에 아널드는 입을 다물었다.
“아널드, 오만과 방심은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니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충고에 아널드는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생각이 미천하여, 폐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뭐, 자네가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가니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넓은 아량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아널드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3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왔군.”
지평선 너머에 회색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포착할 수가 있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바로 기사와 마법사들을 이끌고 척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널드의 말에 엘비스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실험해볼 게 있으니 너희는 대기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전쟁 중에 무슨 실험할 것이 있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20년 넘는 세월 동안 힘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 못했지.’
실험하겠다는 것은 바로 엘비스의 무력이었다.
‘기대되는군.’
20년 넘는 세월 동안 악마님에게 마기를 꾸준히 공급받으며, 힘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반복해왔다.
‘오늘이 돼서야 악마님이 내려주신 힘의 편린을 볼 수 있겠어.’
엘비스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숨을 내쉬었다.
‘마기는 전지전능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능력이지.’
이어서 모든 감각을 일깨워 주변에 마기를 퍼트리자.
‘사용법만 제대로 안다면, 어떠한 것이든 실현할 수 있지.’
화창했던 하늘이 먹구름이 끼더니 대지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 말은 자연 또한 내 의지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과 같지.’
그리고 엘비스는 감았던 눈을 떠 보이며, 손을 앞으로 내뻗더니.
“너희를 사지로 내보낸 왕을 탓해라.”
짧은 애도의 말을 남기는 동시에.
“내려쳐라!”
내 뻗은 손을 굳게 쥐어 보이며 소리쳤다.
우르르 쾅――――!!!
그러자 먹구름에서 무수한 검은 뇌전이 적들을 향해 빗발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으, 으아아아아악!”””
끊임없이 내려치는 검은 뇌전에 병사들은 아무런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절명해버렸다.
“보, 보호막을 전개해!”
“마법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법사들은 보호막을 시전해 검은 뇌전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쨍그랑―
쾅―――!!
“““커헉!”””
검은 뇌전은 보호막을 깨트려, 마법사들의 목숨을 너무나도 쉽게 앗아가 버렸다.
‘장관이군.’
검은 뇌전을 일으킨 엘비스는 이 광경을 몽롱한 표정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괜히, 악마님들이 모든 국가를 침략하라고 명령을 내리신 게 아니었어.’
이만한 힘을 얻었는데도 모든 국가를 침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무능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꼭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보는 것만 같군.’
비명과 유혈이 낭자 하는 전장이 어딜 봐서 연주회를 보는 것 같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엘비스는 묻고 싶었다.
연주의 리듬을 맞추는 지휘자 역할은 자신이 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악기의 선율은 광폭한 천둥소리와 병사들의 비명으로 대체 됐는데 어떻게 이 모습이 연주회같이 보이지 않냐고 말이다.
‘…아름답군.’
엘비스는 다음 연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부드럽게 손을 내젓자.
쐐―――――액!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댕강―!
손에서 반월을 그린 마기가 쏘아지며, 병사들의 목을 무참히 베어버렸다.
“…역시, 폐하십니다.”
옆에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널드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그렇게 3, 000만의 병사가 10만으로 줄어들었을 때쯤.
“황제의 목을 베어라!!”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과 8 클래스 마법사들이 엘비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불길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군.”
엘비스는 달려오는 적들에게 조소를 터뜨리며, 대기하고 있는 기사와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너희가 나설 때가 왔다. 전부, 쓸어버리도록.”
“““예!!!”
“”
기사와 마법사들은 이 명령만을 기다렸다는 듯, 적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200 대 2만.
숫자적으로만 봤을 때 연합 측이 불리했지만.
그들은 왕국의 지축을 자리한 만큼, 손쉽게 이길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본인보다 경지 높은 자를 조우하게 됐을 때, 그 힘을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즉, 그들이 보기에는 2만 명의 병력이 그저 평범한 기사와 마법사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방심은 그들의 죽음으로 직결됐다.
“너희를 죽이고 제국을 무너뜨리겠다!!!”
아널드와 맞닥뜨린 적군 기사는 오러를 일으켜 검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파콘 제국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거라.”
아널드는 코웃음을 치며,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서――걱!
“…어?”
검에 베인 적군의 기사는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쿵―!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볼품없군.”
아널드는 주검이 된 기사를 싸늘한 눈을 바라보던 그때.
“제법, 검을 다룰 줄 아는구나.”
“운이 좋았던 것뿐이겠지.”
“내 검에 죽을 명예로운 기회를 주마.”
적군의 소드 마스터들이 아널드에게 빠르게 접근함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소드 마스터 초입의 경지에 오른 주제에 모든 것을 통달한 것처럼 말을 내뱉는구나.”
아널드는 혀를 차 보이더니.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지.”
서――――――걱!
검을 단 한 번만 휘두름으로써 적군의 소드 마스터들의 목을 베어버렸다.
“시시하군.”
아널드는 검에 묻은 피부를 털어내며, 다음 적을 죽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아널드가 다른 적을 죽이기 위해 이동하던 때.
“마법의 힘을 보여주마.”
“죽음으로 참회해라.”
적군의 8 클래스 마법사들이 마법 캐스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곧 캐스팅을 완료하고 마법을 시전하려는 찰나.
“““쿨럭!”””
갑작스럽게 마법 캐스팅이 취소되며, 그 반발력으로 인해 마법사들이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무슨?”
마법사들은 캐스팅 취소된 것에 당혹감을 느끼며, 주변을 살펴보자.
“대놓고 마법을 캐스팅하는 게 웃기는군.”
“죽여달라고 애를 쓰는구나.”
파콘 제국의 8 클래스 마법사들이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이런.”
그 모습에 적군의 마법사들은 파콘 제국 측의 마법사들로 인해 캐스팅이 강제로 취소됐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경지 높은 마법사가 이렇게 많다고…?”
적군의 마법사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고 했으나.
“““메이즈”””
상체가 다른 공간에 빨려 들어가며, 하체만을 남긴 채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약 10분이라는 시간을 흐르자.
대지 위에 남은 적이라곤 니콜라스 마틴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 * *
엘비스가 병사들을 무참하게 목숨을 앗아갈 당시.
‘화, 황제가 이런 힘을 지니고 있었다고…?’
니콜라스는 패닉에 빠진 채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전쟁 이길 수 있는 건가…?’
잠시, 백기를 들어 전쟁의 패배를 인정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니야… 이대로 항복하면 불명예를 얻을 수는 없어!’
전쟁의 패배자로 역사에 기록되기 싫었기에 니콜라스는 가출하려는 정신을 겨우 부여잡았다.
“다들 당황하지 말고 모두 반격해!”
니콜라스는 병사들을 보며, 명령을 내렸지만.
“““으아아아아악!”””
병사들은 니콜라스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검은 뇌전에 도망치기 바빠 명령을 들을 수가 없었다.
‘…젠장.’
니콜라스는 입술을 깨물며, 지금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을 모색했지만.
‘…가망이 없어.’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괜찮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소드 마스터와 8 클래스 마법사를 출격시켜야 해!’
니콜라스는 말머리를 돌려 그들에게 향하려는 순간.
서――걱!
“어?”
반월을 그리는 마기로 인해 다리와 함께 말이 반 토막으로 잘리고 말았다.
“끄, 끄으으윽…!”
니콜라스는 바닥에 추락하며,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다리가 사라지니, 전쟁의 승리가 아닌 살기 위한 갈망이 피어올랐다.
‘이런 전쟁 따위는 참여하는 게 아니었어…!’
과다 출혈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너희를 죽이고 제국을 무너뜨리겠다!!!”
이 상황을 관망만 하던 소드 마스터와 8 클래스 마법사들이 전장에 나서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 제국군이 죽을 때까지만 버티면 살 가능성이 있어.’
니콜라스는 미약한 희망을 느꼈지만.
“…….”
그 희망은 10분 채 지나지 않아 무참히 짓밟혀 버렸다.
‘소드 마스터와 8 클래스 마법사가 죽었다고…?’
더 이상 희망 없는 상황에 니콜라스는 허탈함을 느끼며, 죽음을 받아들려는 순간.
“네가 니콜라스인가?”
귓가에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니콜라스는 목소리의 근원지를 알기 힘겹게 고개를 들자.
“화, 황제…?”
파콘 제국의 황제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황제인 그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의문이 들었으나.
“악마님께서 네게 마인이 될 기회를 주셨다. 받아들인 건가?”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니콜라스는 모든 의문을 지우고 목소리를 쥐어 짜내서 대답했다.
“…마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살 수만 있다면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현명하군.”
엘비스는 피식 웃더니, 양피지를 꺼내 들며 말했다.
“피는 잘린 다리에서 받아 가도록 하지.”
그리고 양피지에 니콜라스의 피를 묻히자.
“헉!”
검은 불꽃이 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으, 으으윽!”
끔찍한 고통에 혼절할 것만 같던 그때.
치이이이익―
검은 불꽃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몸에서 힘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다, 다리가?”
그리고 잘렸던 다리를 살펴보니, 새롭게 생겨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사, 살았어!’
니콜라스는 죽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자네는 이제 파콘 제국의 지휘관으로서 선두에 서게 될 거다.”
파콘 제국의 황제가 지휘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말을 해왔다.
“폐하의 말을 따릅니다.”
니콜라스는 여기서 추태를 볼일 수 없다고 생각하며,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서 힘차게 대답했다.
“기대하도록 하지.”
그렇게 3, 000만 병력 중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니콜라스 마틴은 한평생을 바쳤던 왕국을 배신하고 파콘 제국의 지휘관으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96화 비둘기 대 박쥐 (1)
단 하루 만에 대규모 전쟁이 끝난 다음 날.
“상황은 어때?”
아로마는 세이나와 단둘이서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신탁의 효과가 좋았는지 모든 국가에서 전쟁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어제 있었던 대규모 전쟁에 대한 회의는 아니었다.
“그래? 그거 다행이네.”
어떻게 3, 000만의 병력이 죽은 전쟁에 대해서 회의를 다루지 않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타락한 500명의 비둘기가 아로마의 귀를 작정하고 막고 있었기에 어제에 대한 일을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로마의 물음에 세이나가 서류철을 살펴보며 대답했다.
“식량과 물자를 확보하고 있고. 전쟁을 대비한 훈련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착실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아로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들의 반응은 어때?”
“1년 전과 똑같이 사제들을 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따로 전쟁 준비는 하고 있지 않은 거야?”
“아닙니다. 그들 또한 전쟁 준비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길 수 있겠지?”
세이나의 보고에 아로마가 팔걸이를 두드리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아로마 님이 점령한 땅이 90프로입니다. 만만찮은 상대인 것은 분명하나 그들도 결국 물량 앞에서 무너지게 될 겁니다.”
확신에 담긴 세이나의 주장에 아로마가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아무리 국력이 강하다고 해도 끝도 없는 물량을 당해낼 수 없지.”
“맞습니다.”
“그러면 전쟁은 언제쯤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지금 당장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마왕이 강림하는 날이 가까워지면, 신도들이 오히려 수비적으로 나올 수 있기에 차라리 마왕의 하수인이 등장했다는 신탁을 내려 강제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세이나의 말에 아로마는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좋아, 네 뜻대로 하도록 하지. 지금 당장 신탁을 내려서 전쟁을 일으켜야겠어.”
그렇게 결정을 마친 아로마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벌컥―
“크, 큰일 났습니다!!”
9품 천사가 숨을 헐떡거리며, 회의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야, 너 내가 회의할 때는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그 모습에 아로마의 인상이 순식간에 찌푸려지며, 천사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 하지만….”
“무슨, 하지만이야. 무능한 네 녀석을 거둬줬더니 이제는 기본 예의도 지킬 줄 모르는 거냐?”
“…….”
“기본적인 것 하나 지키지 못하니, 수십 년 동안 네가 9품에 머물러 있는 거야.”
그리고 천사를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망설임 없이 내뱉었다.
평소, 같았다면 몸을 떨며 밖에 나갔겠지만.
“…정말, 큰일입니다.”
천사는 기죽은 모습으로 끝까지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진짜, 큰일인가?’
아로마는 천사의 행동에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며 말했다.
“뭔데, 말해봐.”
일단, 천사의 보고를 들어보고 아로마는 더 혼낼지 말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그, 그게 악마의 출현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천사의 예상치 못한 보고에 아로마는 적잖게 당황했다.
“…박쥐가 출몰했다고?”
그도 그럴 게 ‘다이닉’ 행성은 몇백 년 동안 악마가 출몰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마계에서 포기한 행성이라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명인데?”
“한 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몇 품인데?”
“그, 그것까진 확인하지 못했습니….”
천사의 대답에 아로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품계조차 모르는 악마 1명? 어차피 별 볼 일 없는 녀석 같은데 이렇게까지 호들갑 떨 일이야?”
“그, 그게 5, 000만 명의 마인을 거느리고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아서 말입니다.”
5, 000만 명.
하루 만에 절대 이룰 수 없는 숫자.
이 말인즉슨 최소 1년 이상 천사들의 눈을 피해 준비를 했다는 뜻이었다.
“…5, 000만 명이라.”
마인의 숫자를 들은 아로마는 표정이 악귀처럼 변하더니.
“이런 머저리 새X!”
짜――악!
“컥!”
천사의 뺨을 망설임 없이 후려쳤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천사가 바닥에 쓰러지려고 했지만.
덥석―
아로마는 넘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천사의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지금껏 뭘 했길래, 이제야 알아차린 거야!!!”
“죄, 죄송…….”
“닥쳐!!!”
천사의 무능함에 아로마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크억!”
철퍼덕―
천사는 배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지자.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퍼―억!
“죽어 이 새X야!”
아로마는 바닥에 쓰러진 천사를 향해 발길질했다.
“너희 숫자만 해도 1, 000명이야! 근데 그걸 모르고 있어?”
아로마의 행동이 결코 옳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천사의 잘못은 명백히 있었다.
천사 1, 000명이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악마가 출몰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은 그만큼 일을 똑바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컥, 컥!”
아로마에게 얻어맞던 천사는 피를 왈칵 토해내더니.
“…….”
눈이 뒤집히며,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너는 오늘 뒤질 줄 알아라.”
아로마는 천사가 기절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손에 신성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네 게으름을 탓하도록.”
그리고 천사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덥석―
“그만하시죠.”
보다 못한 세이나가 아로마의 손목을 잡으며 저지했다.
“놔라. 죽이기 전에.”
하지만, 아로마는 멈출 생각이 없는지 세이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살기를 흩뿌렸다.
“…진정하십시오. 오히려 지금 상황이 더 좋습니다.”
진한 살기에 세이나는 몸을 얕게 떨어 보이며 말했다.
“만약, 나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 신성력이 네년의 얼굴로 향할 거다.”
아로마는 의자에 다시 앉더니 한번 말해보라는 듯 턱을 까닥였다.
“말해. 어떻게 지금 상황이 더 좋지?”
세이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차라리, 지금 상황을 마왕 하수인의 수작으로 포장한다면 인간들이 더 격하게 반응할 겁니다.”
“격하게 반응하기야 하겠지.”
“조금 전의 작전은 그저 선동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실제로 마인이 있으니 인간들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다를 겁니다.”
“그 대신 마인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겠지.”
“그렇기는 하나. 이로 인해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들은 생각을 달리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아로마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릴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단 몇 곳의 왕국만 동조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일이 쉬워집니다.”
즉, 동조하는 국가에 종교를 앞세워 압박하자는 것이었다.
“잘만하면,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점령할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할 겁니다.”
세이나의 설명에 아로마는 잠시 턱을 쓸어 보였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 점령한다라… 매력적이기는 하네.”
괜찮은 반응에 세이나는 말을 빠르게 덧붙였다.
“또한,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들도 그때는 강경하게 나오지 못할 겁니다. 그랬다가는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쓰기 딱 좋으니까 말이죠.”
아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나쁘지 않네. 네 뜻대로 진행하도록 하지.”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이나는 아로마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이며 감사함을 전했지만.
‘진짜, 점령만 마치면 상종하지 말아야지.’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그의 태도에 혀를 내두르며, 행성 점령이 끝나면 바로 관계를 끊어내겠노라고 깊이 다짐하는 세이나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박쥐 새X도 죽여서 신성력을 왕창 얻어내야겠어.”
아로마는 탐욕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신탁 내리러 가지.”
이후 아로마는 마인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전하며, 지금 당장 박멸할 신탁을 내렸다.
* * *
한편, 카트라는 아로마와 달리 파콘 제국의 본격적인 침략 활동의 소식을 접한 상태였다.
“정민우, 귀여운 짓을 하는구나.”
이렇게 대놓고 침략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알리는 도전장과도 같았다.
“오만하기 짝이 없군.”
1년 동안 내버려 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선전 포고 역시 가소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덕분에 충분한 세력을 일구는 데 성공했지.”
카트라는 자신과 계약한 5, 000만 명의 고등생물을 떠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기반은 마련됐으니, 비둘기들과 접선해볼까?”
5, 000만이라는 마인을 모으긴 했지만, 정민우와 대립하기엔 이른 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카트라는 비둘기를 만나 협상할 생각이었다.
“정민우와 다른 악마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나는 뒤에서 지켜보면 되겠지.”
고유 특성인 ‘달변가’가 있으니, 서로 대립각을 세우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 싸우다가 지쳤을 때 내가 행성을 침략하는 거지.”
한마디로 빈집털이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행성을 침략하고 1품에 오르게 되면, 마왕의 자리에 바로 도전해야겠어.”
카트라는 자신이 마왕이 된 모습을 상상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군.”
자신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번 행성 침략을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그러면, 비둘기를 만나러 가볼까?”
카트라는 2품 비둘기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나갈 채비를 하던 그때.
뚝―
“…음?”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뭐?”
실시간으로 연결된 마인과 정신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정신이 끊어졌다는 것은 마인의 죽음을 뜻하기도 했다.
“무슨 일이지?”
카트라는 영지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이 씹, 새X들이.”
마인과 정신이 끊어진 것이 만 명이 넘어가는 순간. 카트라는 비둘기가 부리는 수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1년 동안 가만히 놔뒀으면서, 왜 지금 와서 지랄인데?”
여태까지 정찰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던 비둘기들이 갑작스럽게 활개를 치고 움직인다는 것에 짜증이 솟구쳤다.
“이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분은 몹시 더럽네.”
카트라는 행성 침략과 거리가 멀어진 것에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비둘기가 점령한 영토를 내가 다 침략할 수밖에 없잖아?”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완전히 짓밟아버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누구에게 이빨을 드러냈는지 깨닫게 해주마.”
카트라는 이내 곧장 밖으로 나가 마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힘을 합쳐 대항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숫자에 부족함을 느낀 카트라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인을 만들어 부족한 병력을 빠르게 보충하기 시작했다.
97화 비둘기 대 박쥐 (2)
일주일 뒤.
“보고.”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엘비스의 보고를 듣기 위해 알현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엘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주일 동안 신하를 시켜 알아낸 정보에 대해서 보고했다.
“관찰한 결과. 두 세력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양상은 어떻게 흘러가지?”
“처음에는 비둘기들이 유리한 상황을 잡았으나. 마인들이 들고 일어난 뒤부터 비등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비등하게 흘러가고 있다라… 나쁘지 않네.”
정민우는 이 전쟁이 길게 이어지길 바라기에 한쪽만 유리한 전쟁을 원치 않았다.
‘비둘기들을 시켜서 전쟁을 일으키길 잘했어.’
비둘기에게 암시를 걸면서도, 카트라가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정민우였다.
‘자세한 마인의 숫자를 모르고 있으니 답답했지.’
계속 지켜보기에는 카트라의 세력이 얼마나 커질 줄 몰랐기에 결국 전쟁을 일으키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단은 상당히 좋게 작용하고 있었다.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면, 나중에는 병력 손실이 꽤 크겠어.’
이 상태로 몇 년만 흘러간다면, 점령당한 국가도 어렵지 않게 침략할 수 있을 것이었다.
“침략한 국가는 어떻지?”
궁금증을 해결한 정민우는 다음으로 침략한 왕국의 정세에 관해서 물었다.
“반발이 조금 있었으나. 금방 잠잠해졌습니다.”
“다행이군.”
“또한, 제국에서 시행하는 복지를 적용하니, 이제는 완전히 제국의 국민이 된 것을 받아들이는 눈치입니다.”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말에 정민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 다행이군. 병력 양성은 꾸준히 하고 있겠지?”
“예, 재능을 보이는 자들을 차출하여 훈련소로 보내고 있습니다.”
“철저하군.”
“모든 국가를 침략해야 하니, 모든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엘비스의 철두철미한 모습에 정민우는 새삼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님, 침략 활동은 언제부터 재개하면 되겠습니까?”
“지금부터.”
“지금부터 말입니까?”
“그래.”
정민우는 지금이 침략하기 최적의 시기라고 여겼다.
“전쟁으로 인해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때인 지금을 노려야 한다.”
그렇기에 전쟁이 끝나기 전에 빠르게 침략을 끝내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악마님의 명령에 따라 바로 침략 준비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엘비스 군말 없이 바로 실행하겠다고 대답해 보였다.
“침략은 언제까지 끝내면 되겠습니까?”
이어지는 엘비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손가락을 4개 펼치며 말했다.
“4년. 4년, 안에 침략 활동을 끝내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도록 해봐라.”
“예,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엘비스가 알현실 밖으로 나가자.
“상황이 우리에게 좋은 쪽으로 흘러가네요.”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비너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생각도 그래.”
“‘유레인’ 행성 때랑 다르게 뭘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진행되네.”
“타락한 비둘기로 이용해 상황을 이렇게 쉽게 풀어갈 줄 몰랐어! 개굴개굴.”
그리고 옥좌에 자리하고 있던 마교회 멤버들도 비너스와 같은 뜻을 내비쳤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인 거 알지?”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전투에 나서게 될지 모르니까. 다들 준비를 하고 있어.”
“…전투에 나선다고?”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엘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뜻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직접 싸움을 걸어올 확률이 있으니까 말이야.”
“…아, 그렇네.”
만약, 고등생물을 잃고 더 이상 움직일 말이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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