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11
나레이션의 말대로 자신도 한때 그의 포용력에 진심으로 따랐던 시기가 존재했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좋은 친우로 남아있었겠지.’
하지만, 사탄의 관계는 그 일로부터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뭐, 이 일은 나와 릴리트만의 비밀이니, 연극에는 나오지 않겠지.’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연극을 보고 있던 그때.
“나, 나와 교제하지 않을래?”
“미안해요. 수료하지 않은 마당에 연애는 사치에 불과하거든요.”
“그, 그럼. 수료하게 된다면 나를 만나주겠다는 소리야?”
“미안해요. 당신은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둘만이 알아야 하는 비밀이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네놈.’
바알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옥좌에 앉은 사탄을 바라보자.
찡긋―
사탄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윙크를 날려왔다.
‘릴리트… 네년이 이 사실을 사탄에게 일러바쳤구나!!!’
바알은 당장이라도 사탄이 있는 곳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그런 일이 있었다니까요.”
“네가 인기가 많아서 그런 거지.”
“악마들의 고백만 이번이 300번 째에요.”
“대단한데?”
사탄이 알게 된 사실이 무대에서 재연되고 있었기에 차마 움직일 수가 없었다.
“힝, 왜 질투하지 않는 거죠?”
“왜 질투를 해? 다른 악마한테 뺏길 일이 없는걸.”
“그렇긴 하죠.”
연기일 뿐이지만, 둘이 팔짱을 끼며 알콩달콩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더욱 자신을 화나게 했던 것은.
“그래도 너무 매몰차게 대하지 마. 그래도 심성은 나쁘지 않은 친구잖아?”
여태까지 릴리트가 자신에게 보였던 호의들이 사탄이 베푼 아량이었다는 것이었다.
“사탄의 넓은 포용력에도 시샘을 가진 악마들이 존재했죠.”
이어지는 나레이션 말처럼 그 뒤로부터 자신은 사탄을 시샘하게 됐다.
‘아니,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게 됐다고 보는 게 맞겠지.’
릴리트의 환한 미소는 오로지 사탄에게만 향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사탄은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지.’
바알 또한 사탄이 자신을 왜 멀리하게 됐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내가 너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엿봤기 때문이겠지.’
【사탄의 죽음】
이 하나만으로도 관계를 멀리할 이유는 충분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샘하는 악마들은 온갖 술수를 부리며 사탄을 위험에 빠트렸지만, 결국 사탄은 모든 위험을 이겨내고 당당히 수석에 자리에 오르며 수료를 할 수 있게 됐답니다.”
연극에서 펼쳐지는 모습대로 바알은 그를 죽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가했지만,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탄은 당당히 수석에 자리를 차지하며 수료를 하게 되었다.
혹시나, 먼저 마왕이 된다면 릴리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사탄은 최단기간으로 마왕의 자리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죠.”
사탄의 재능을 따라잡기는 힘들었는지, 마왕의 자리를 먼저 내주고 말았고.
대마왕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그리고 모든 역경을 거친 사탄은 끝내 대마왕의 자리까지 오르게 됩니다.”
결국, 마신의 선택을 받지 못해 대마왕의 자리마저도 사탄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네놈은 항상 나를 앞서나갔지.’
언제나 그를 앞지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사탄은 비웃기라도 하듯 늘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미웠다.
어떠한 노력을 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사탄의 존재가.
그리고 다음으로 펼쳐지는 장면으로 인해 인내심의 한계가 끝을 내달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설마, 대마왕이 안 됐다고 질질 짜는 거야?”
사탄을 연기하는 정민우는 바알을 연기하는 악마를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꺼져주십시오.”
“쯧, 그렇게 속이 좁으니 마신님께 선택받지 못한 거다.”
“닥치라고…!”
악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정민우에게 덤벼들려고 했으나.
“거기까지 하시죠.”
릴리트의 역을 맡은 비너스가 중간에 끼어들며, 경멸 어린 시선으로 악마를 바라봤다.
“…릴리트.”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상종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네요.”
비너스는 고개를 휙 돌리며, 정민우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좀 추스르고 있으라고.”
이내 연극에 끝을 맞이했는지 정민우의 말과 함께 커튼이 닫히는 순간.
“음?”
정민우가 비웃음 어린 얼굴로 관중석에 있는 자신을 바라봐왔다.
패배자 새X.
그리고 입 모양으로 욕하는 것을 똑똑히 본 순간.
“네놈!!!”
콰――앙!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바알이 결국 분노를 터뜨리며, 무대를 향해 돌진했다.
74화 내기 (1)
정민우는 연극이 시작된 내내 바알을 면밀히 관찰했다.
‘의외로 참을성이 좋은데?’
양성소 부분부터 분노를 참지 못하고 터뜨릴 줄 알았는데, 이만 ‘으득’ 갈아 보일 뿐 움직일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하긴, 벌써 분노를 터뜨리면 재미가 없지.’
어차피, 바알을 자극할 부분들은 많았기에 정민우는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인내심이 한계에 봉착했나 보군.’
바알의 얼굴이 구겨지는 것과 동시에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딱 보니 터지기 일보 직전이네.’
여기서 도발을 조금만 걸어도 바알은 참지 못하고 폭발할 것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도발을 걸기 전에 사탄에게 알려볼까?’
바알이 폭발하면 막을 수 있는 악마가 사탄뿐이었기에 미리 알려야만 했다.
사탄 쪽으로 슬쩍 시선을 옮기자.
끄덕―
자신의 시선을 받은 사탄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도발할 것도 알렸으니 뒤탈은 없겠네.’
정민우는 곧장 도발을 걸지 않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렸다.
‘최적의 타이밍에 도발을 던져야지.’
도발 또한 타이밍이라는 게 있기에 어설프게 던지면 큰 효과를 바라기 힘들었다.
“마음 좀 추스르고 있으라고.”
그렇게 마지막 대사를 내뱉고 커튼이 닫혀올 때.
‘…지금이 기회다.’
정민우는 연극이 마무리된 시점인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인 것을 느끼고 바알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씨익―
그리고 자신이 최대로 지을 수 있는 비웃음을 지어주고는.
패배자 새X.
바알이 발작할만한 말을 입 모양으로 내뱉었다.
“네놈!!!”
그러자 정민우의 예상대로 바알이 격한 반응을 내보이며 분노를 터뜨려 보였다.
‘어우, 반응이 장난 아니네.’
바알이 무대 쪽으로 돌진해오자.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자리에서 거센 바람이 솟구쳤다.
“크윽!?”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무방비 상태로 놓인 악마들은 갑작스러운 바람으로 인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야, 풍압 좋네.’
정민우는 날아가는 악마들을 보며 감탄하는 사이.
“당장 네놈을 죽여주마!!!”
순식간에 지척에 도달한 바알이 정민우의 목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쐐―――액!
그렇게 바알이 정민우의 목을 틀어버리려는 순간.
덥석―
사탄이 나타나 바알의 손목을 낚아채 버렸다.
“크흑!”
바알은 신음을 흘리며, 손목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지금, 내 부하에게 무슨 짓이지?”
터―억.
사탄이 바알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힘으로 짓누르자.
쿠――웅!
바알의 저항이 무색하게도 손쉽게 제압하며 무릎을 꿇렸다.
“큭! 이거 놓으십시오!!”
순식간에 제압이 되었으나. 바알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마기를 더욱 끌어 올렸지만.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내 탄생일을 망친 것도 모자라 내 부하에게 위해를 끼치려 하는 행동은 명백히 네 잘못이다. 만약 여기서 내 명령을 어긴다면 대마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해 즉결 사형에 처할 거다.”
“…….”
반항하면, 사형에 처하겠다는 말에 바알은 금세 기운을 누그러트렸다.
“이야, 끝까지 반항할 줄 알았는데 목숨은 또 아깝나 봐?”
사탄의 옆에 자리하고 있던 루시퍼는 조롱 섞인 목소리로 바알에게 시비를 걸었지만.
“…….”
바알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쉽네. 네놈의 목을 잘라버리고 싶었는데. 기세를 누그러트린 것을 보니 목숨은 아깝나 봐?”
반응이 없자. 루시퍼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셔 보였다.
“루시퍼. 그만해.”
“알겠습니다.”
사탄의 말에 루시퍼는 못 이기는 척 뒤로 물러났다.
“명령을 어기지는 않았으니 사형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탄생일을 망친 것과 내 부하에게 위해를 끼치려 했던 행동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야.”
“…대마왕님의 말씀을 따릅니다.”
이어지는 사탄의 말에 바알은 낭패 어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일단, 죄인의 신분이니 너를 포박하도록 하겠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이 다가와 바알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우자.
“큭!”
바알이 신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고통스러워한다고?’
그 모습에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껴 바알에게 마안을 사용하자.
‘마기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잖아?’
급속도로 마기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의아한 눈빛으로 사탄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아, 이거? 마신님께서 만든 아트팩트야.”
사탄이 피식 웃으며 쇠고랑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줬다.
“…아트팩트 말입니까?”
“응, 이걸 차면 마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거든.”
“이해했습니다.”
마신이 만든 것이라면, 1위인 바알이라도 맥을 못 출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이 분위기로 탄생일을 이어갈 수는 없을 테니, 끝내는 게 좋겠지. 루시퍼?”
“예, 대마왕님.”
“탄생일은 끝내도록 해.”
“알겠습니다.”
사탄의 명령에 루시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악마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대마왕님께서 탄생일을 진행할 여흥이 사라졌다고 하시니, 오늘 자리는 이만 파하도록 하겠다. 다들 돌아가도록.”
“““…명을 따릅니다.”””
그러자 눈치를 살피고 있던 악마들이 황급히 연회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얘기는 따로 이동해서 하도록 할까?”
사탄은 쇠고랑을 잡고 바알을 데려가려는 찰나.
또각, 또각, 또각.
옥좌에 앉아 있던 릴리트와 사요리가 무대 쪽으로 올라왔다.
“…릴리트.”
다가오는 모습을 본 바알이 릴리트를 보며 아련하게 이름을 불러봤으나.
“여보, 탄생일을 망친 만큼 확실한 책임을 묻길 바랄게요.”
릴리트는 바알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사탄에게 자기 뜻을 전했다.
“맡겨만 줘. 이건 또 내 전문이잖아?”
“저는 사요리와 함께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마음 좀 추스르고 있을게요.”
“알겠어.”
그렇게 릴리트와 사요리가 떠나자.
“…후우.”
바알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그 모습에 사탄이 헛웃음을 흘리더니.
빠―악!
바알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어디서 남의 아내를 보고 한숨을 쉬고 있어?”
“…죄송합니다.”
“그래, 이만 이동하도록 하지.”
이후 사탄은 정민우를 대동하고 죄수실로 이동했다.
* * *
‘……당했군.’
바알은 우발적으로 벌인 행동에 자책했다.
‘그 자리에서 화내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서 죽였어야 했는데.’
물론, 공격하려고 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아닌 정민우를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이번에 명분을 주고 말았으니… 피해를 감수해야겠지.’
여태까지 선을 넘지 않는 정도로 시비를 걸었었지만, 이번에는 명백하게 자신의 잘못이었다.
“여기에 앉아라.”
죄수실에 도착하자. 사탄은 의자를 가리키며 앉을 것을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바알이 군말 없이 의자에 앉자.
“나와 민우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처벌은 없었던 것으로 해주지.”
사탄도 잇따라 자리에 앉으며, 곧장 본론을 들어갔다.
‘일개 악마까지 요구를 들어주라고…?’
자신에게 모욕을 선사했던 정민우한테까지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러도록 하죠.”
처벌받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바알은 사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빨리 진행돼서 좋네.”
사탄은 자신의 요구 사항이 적힌 종이를 꺼내 들며, 바알에게 내밀었다.
“내 요구 사항이니까 읽어봐.”
“……꼭, 미리 준비해둔 것 같군요.”
요구 사항을 본 바알이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아, 내가 준비성이 조금 철저해서 말이야.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1, 000년 전부터 내 품에 지니고 다녔지.”
사탄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후, 알겠습니다.”
바알은 따져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곤 요구 사항을 확인했다.
― 1, 000년 간 양성소 악마 스카우트 금지.
― 1, 000년 간 병력 늘리기 금지.
― 1, 000년 간 달마다 100억 DP 진상.
― 1, 000년 간 시비 걸기 금지.
― 1, 000년 간 어떤 대마왕 소속 악마들 건드리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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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의 요구 사항을 본 바알이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만약,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고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처벌을 받게 되면. 감옥에서 100년 정도 썩다가 나오지 않을까?”
“……그렇군요.”
처벌보다는 저 100가지 요구가 그나마 나은 상황.
‘…후회가 막심하군.’
바알은 머릿속에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
‘손해가 심하지만, 이 정도로는 내 세력에는 타격이 없어.’
다행히 마왕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요구 사항을 들어드리도록 하죠.”
“잘 생각했어.”
사탄은 바알의 어깨를 두드려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은 제 차례인가요?”
정민우는 사탄이 비킨 의자에 앉으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빨리, 원하는 것을 말하고 꺼지도록 해라.”
사탄은 대마왕이라는 신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예의를 차렸으나 정민우는 고작 4품 악마이기에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죠.”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품계를 올리는 권한을 제게 사용해주세요.”
요구 사항을 들은 바알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
“왜죠?”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를 겨우 처벌을 면하자고 사용할 것 같나? 그럴 바에는 처벌을 받고 말지.”
바알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던 것이기에 정민우는 굳이 더 물어보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내기하는 거 어떻습니까?”
“…내기?”
“예, 제가 이기면, 품계를 올릴 권한을 사용해주는 겁니다.”
“내가 이긴다면?”
“바알님이 내건 조건을 들어줘야겠죠.”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나쁘지 않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날아오르는 날개를 부러트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내기로 정민우의 죽음을 내걸지는 못하겠지만, 대신 창창한 미래를 망가트리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었다.
‘그리고 어떠한 내기를 하든 질 일도 없고 말이야.’
정민우의 품계를 생각하면, 자신의 부하와 내기를 치를 것이 뻔했다.
‘내기에 맞춰 명석한 녀석으로 뽑으면 되겠지.’
3품의 악마가 정민우를 죽이려다가 되려 본인들이 죽긴 했지만, 그때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보낸 것이었기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좋아, 내 조건을 말하도록 하지.”
계산을 끝낸 바알은 정민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경청하겠습니다.”
“내 조건은 네놈이 내기에서 지면 9품으로 강등당하는 것이다.”
바알은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올 거지?’
품계를 올리는 권한을 써달라는 것만 봐도 위로 올라가고 싶은 갈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나와 협상하려다가 실패하고. 어쩔 수 없이 조건을 받아들이겠지.’
10, 000년이라는 세월을 사는 동안 악마들을 숱하게 상대해온 자신이라면 햇병아리쯤이야 구워삶는 건 일도 아니었다.
‘너는 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알은 정민우가 울며 겨자 먹기로 조건을 승낙하는 모습을 상상하던 그때.
“뭐라는 거야.”
“음?”
정민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마왕님, 그냥 감옥에 처넣죠?”
이어서 자신을 처벌 내리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으음, 굳이?”
“100년이면 강산이 10번 바뀌고도 남는 데 그 안에 수족들을 전부 잘라내면 되죠.”
“그 말도 일리는 있네.”
정민우의 설득에 사탄도 조금 동했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게 아닌데?’
바알은 정민우의 미련없는 모습에 불길함을 직감하고 말을 번복했다.
“자네! 무슨 농담을 그렇게 진지하게 듣나!”
“농담이요?”
“그래, 농 한 번 던져 본 거야.”
정민우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러면 진짜 조건은 뭔데요?”
“7품으로 강등당하는 건 어떠냐?”
“장난해요?”
“응?”
“해봤자. 1품 올려주는 건데 3품이나 강등당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지만….”
바알은 정민우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이제 농담 따위는 없는 거죠?”
정민우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보였다.
‘…젠장, 이게 아닌데.’
바알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오냐, 6품!! 더 이상 나도 협상 불가다.”
그러자 정민우가 도로 자리에 앉더니 손을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바알님의 조건을 승낙하도록 하죠.”
이 새X가?
그 모습에 바알은 깨달을 수가 있었다.
새파란 어린 박쥐의 연기에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75화 내기 (2)
‘표정이 볼만하네.’
바알의 분해하는 모습에 정민우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러게 햇병아리라고 얕보지 말았어야지.’
자신을 얕봐준 덕분에 정민우는 조건을 대폭 낮출 수가 있었다.
‘뭐, 얕보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겠지만 말이야.’
심안으로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기에 다소 시간이 걸려도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바알이 내기에서 승리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낸 것처럼, 자신 또한 내기에서 패배할 것이란 생각 자체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질 가능성도 희박하게나마 있으니, 조건을 낮춰놓는 게 좋지.’
언제나 만일을 위해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조건은 정해졌으니, 슬슬 내기할 것을 정하도록 해볼까?’
정민우는 상념을 마치며, 바알에게 어떤 내기를 할 것인지 물었다.
“내기할 것을 정한다라….”
“혹시, 원하는 방식이라도 있습니까?”
이어지는 정민우의 물음에 바알은 턱을 쓸어 보이며 고민에 잠겼다.
‘대련으로 할까? 아니면 행성 침략으로 할까….’
대련으로 한다면 빠르게 내기의 결판을 지을 수 있겠지만, 사탄과 같은 고유 특성인 것을 생각하면 전투에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어 다소 위험성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행성 침략 쪽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잠시, 정민우와 품계가 같은 4품의 악마들을 떠올렸지만.
‘4품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는 녀석이 없단 말이지.’
아쉽게도 성에 차는 악마는 4품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중이떠중이를 이겼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3품을 이긴 것이니, 최소 2품과 붙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협상하기 전 2품 악마를 출전시키겠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되레 당해버린 것을 생각하면 절대 수용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다시 한번 이 부분에서 협상을 해봐야겠어.’
만약, 협상을 통해 각자의 주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내기를 무를 수밖에 없었다.
“행성 침략이 어떤가?”
“행성 침략 말입니까?”
“그래, 한 행성을 침략해야지 이기는 것이지.”
바알의 말에 정민우는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내기는 행성 침략으로 결정하기로 하고. 출전할 악마는 누구로 정하실 거죠?”
정민우의 물음에 바알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있는데… 꼭 같은 품계로 결정해야 하나?”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래, 그렇겠지… 그러면 이건 어떤가?”
바알은 자신이 생각했던 조건을 정민우에게 제시했다.
“2품인 악마가 출전하는 대신, 자네와 같이 다니는 악마 전부 출전하는 거지. 또한, 내기에서 이겼을 시 10억 DP 지급과 ‘품계 패스권’ 5장을 제공하도록 하마.”
“품계 패스권…?”
정민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품계 패스권은 다음 품계로 넘어갈 마기만 충족되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진급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거야.”
얘기를 듣고 있던 사탄이 나서며 대신 설명해줬다.
“품계에 대한 제한은 없는 겁니까?”
“물론 있지. 9품에서 3품 사이에서만 사용할 수 있거든.”
“9품에서 3품 사이라… 나쁘지는 않네요.”
“대신, 마왕에게 100년에 1장씩 지급되고. 패스권을 사용한 악마는 두 번 다시 사용하지 못하다는 조건이 있지.”
“대마왕님은 품계 패스권이 없는 겁니까?”
“나는 생기는 족족 쓰는 바람에 아쉽게도 없어.”
“그렇군요.”
사탄의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10억 DP와 품계 패스권이라….’
10억 DP가 있다면 앞으로 행성을 침략하는 데에 있어 엄청난 이점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또한, 품계 패스권을 얻게 된다면 100년 이내에 마왕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도 가능했다.
‘100년 이내에 마왕이 된다면, 남은 400년 동안 마왕의 순위를 높이는 것도 노려볼 수 있겠어.’
마왕의 순위가 높아진다면, 지구에 대한 권한이 더욱 늘어나게 될 터였다.
‘하지만, 이대로 조건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
바알이 이를 간만큼 2품 악마 중에 뛰어난 녀석을 내보낼 것이 뻔했다.
‘아무리, 내가 뛰어나다고 해도 2품 악마와 맞붙기는 힘들지.’
냉정하게 봤을 때, 이대로 조건을 승낙하며 십중팔구 자신이 패배하게 될 것이었다.
‘세이나를 투입하게 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네.’
세이나.
신성 제국을 침략하면서 타락시킨 6품 비둘기.
그녀를 이용한다면, 견제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었다.
‘견제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2품 악마의 저력을 얕볼 수는 없지.’
고작 해봐야 6품이니, 아마도 귀찮게 만드는 것 말고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 이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겠어.’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었기에 정민우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대신, 조건을 추가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조건을 추가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다면 2품 악마와의 싸움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만약,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이 내기는 무르고 다른 것을 요구해야겠지.’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바알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뭐지?”
“2품 악마 상대로 싸우는 것은 불리하니, 행성을 선택할 권리와 1년 동안 먼저 침략할 수 있는 혜택을 주시죠.”
제안을 들은 바알이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고민할 게 있습니까? 이 정도면 많이 양보한 것입니다.”
정민우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바알을 설득했다.
“솔직히, 마왕님이 여러 조건을 추가했다고는 하지만, 2품 악마와 4품 악마가 내기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정민우는 바알을 설득하면서 생각을 읽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저 녀석 말대로 2품 상대로 어느 정도 핸디캡을 제공은 해야겠지. 】
자신의 제안에 동하는 것을 본 정민우는 설득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1년 정도는 저와 다른 악마들이 먼저 시작해야지, 그나마 겨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2품은 행성 여러 개는 침략했을 테니, 자신만의 침략 비결도 꽤 쌓여 있을 것이기에 1년의 차이가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었다.
【하긴, 1년 만에 행성을 침략하는 것은 불가능일 테고. 그 녀석은 ‘행성 침략’에 도가 텄으니 벌어진 격차도 순식간에 좁힐 수도 있겠지. 】
【어차피 이기면 손해를 볼 것도 없으니, 저 녀석의 제안을 응해줘도 상관없겠지. 】
생각을 마친 바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도록 하지.”
바알의 대답에 정민우는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1년이면 견제를 넘어서 압박도 가능하지.’
세이나가 먼저 행성에 자리를 잡게 되면, 사제들의 숫자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테니 충분히 압박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 축이 10배 빠르게 흘러가는 특수 행성으로 지정한다면, 압박이 아닌 제압 또한 가능해지겠지.’
지구라는 좋은 표본이 있으니, 찾다 보면 특수 행성 하나쯤은 찾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행성은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10년이라는 시간을 버는 것이기에 운 좋으면 내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행성 침략할 수도 있었다.
만약, 침략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미 만만의 준비가 끝나있는 상태일 것이었다.
‘그리고 행성에 있는 다른 비둘기도 타락시켜서 힘을 합쳐야겠지.’
다른 비둘기까지 힘을 합세한다면, 2품 악마는 마인조차 못 만들고 손가락만 빨게 만들 수도 있었다.
이어서 정민우는 상념을 끊어내며 바알에게 손을 내밀었다.
“훌륭하신 판단이십니다.”
“…그래.”
바알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정민우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면, 바로 계약을 진행해보도록 할까요?”
“그게 좋겠지.”
이후 정민우는 챙겨온 양피지를 꺼내 계약 조항을 작성했다.
― ‘바알’과 ‘정민우’는 행성 침략 내기에 임한다.
― ‘바알’ 측 출전자는 ‘2품 악마’이며, ‘정민우’ 측 출전자는 ‘본인 외 4명’이다.
― ‘정민우’ 측은 행성을 결정할 권리와 1년 동안 행성을 침략할 혜택이 주어진다.
― ‘바알’이 내기에 승리할 시, ‘정민우’는 6품으로 품계가 하락하게 된다.
.
.
.
.
그렇게 작성을 끝내며, 정민우는 계약 조항을 꼼꼼히 살펴봤다.
‘빠진 내용은 없네.’
이내 빠진 내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정민우는 양피지에 피를 흘렸다.
“이제 마왕님만 피를 흘리면 됩니다.”
“알겠다.”
이어서 바알까지 양피지에 피를 흘리자.
화아아아아―
【계약 완료】
계약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떠올랐다.
“흐흐, 이제 내기를 물릴 수 없게 됐구나. 나중에 내기에 져서 물려달라고 질질 짜지나 말아라.”
바알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정민우에게 도발을 걸었다.
“마왕님이 지게 된다면, 저는 아량을 베풀어 제 다리 사이에 100번 들어갔다가 나오고 ‘멍멍’이라고 100번 소리치며, 잘못했습니다. 민우 님이라고 100번 외치면 저는 내기를 없었던 것으로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정민우의 노골적인 도발에 바알의 표정이 구겨져 버렸다.
“…네놈.”
바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민우를 향해 소리치려는 순간.
“자자, 이제 나랑 계약할 차례지?”
먼저 계약할 순서를 양보해줬던 사탄이 나서며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알겠습니다.”
사탄의 개입에 바알은 똥 씹은 표정으로 자리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 * *
사탄과의 계약이 끝나자.
“계약도 끝났으니, 이제 쇠고랑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바알이 사탄에게 쇠고랑을 내밀며, 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이지.”
사탄이 어깨를 으쓱이며, 쇠고랑을 풀어주자.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바알은 미련 없이 죄수실에서 빠져나가 버렸다.
‘나도 이제 슬슬 나가볼까?’
정민우도 이 사실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알리기 위해 죄수실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네가 알아서 할 건 잘 안다만, 그래도 2품은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
사탄이 다소 걱정된다는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어울리지 않은 걱정에 정민우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설마, 제가 질 싸움을 수락했겠습니까?”
“네가 아는 너라면 질 싸움을 수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만… 4품과 2품의 차이는 꽤 크니까 말이야.”
정민우는 사탄을 안심시키기 위해 유레인 행성에서 비둘기를 타락시킨 사실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줬다.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그러자 사탄이 감탄을 터뜨려 보이며 말했다.
“저는 애초에 이길 싸움이 아니면, 시작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정민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내기에서 졌을 때 바알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네.”
사탄은 기대된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내기를 이기게 된다면 최단 시간으로 마왕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이만한 기회는 또 없을 테니 방심하지 말고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해.”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믿음직스럽네.”
이후 정민우는 행성 침략을 위해 준비하러 가겠다는 말과 함께 죄수실을 빠져나갔다.
76화 신병 받아라! (1)
정민우는 연회장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저택으로 향하기 위해 마차에 올라탔다.
“민우 님, 내기는 잘 성사된 건가요?”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비너스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건네왔다.
“생각보다 잘 받아냈어.”
“다행이네요.”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어 보였다.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먼저, 2품 악마 상대로 ‘행성 침략’ 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2품 악마요? 생각보다 내기를 잘 받아내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2품이라… 쉽지 않겠는데?”
“…2품, 이길 수 있는 거야?”
“아무리, 민우라고 해도 2품 악마와 맞붙는 건 조금 힘들지 않을까? 개굴개굴.”
비너스와 다른 마교회 멤버들이 우려 섞인 걱정을 해왔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이어서 행성을 정할 권리와 1년 동안 먼저 침략할 수 있는 혜택을 설명해주니.
“그거라면, 충분히 이겨볼 만하겠네요.”
“비둘기를 이용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1년이면 충분해.”
“역시, 민우야.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언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냐는 듯, 내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보상에 관해서 설명해줄게.”
그들의 반응에 정민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가장 중요한 보상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내기에 이기면 품계를 올릴 수 있는 권리와 더불어 10억 DP와 품계 패스권을 다섯 장이나 지급한다고요…?”
“완전 이득이잖아?”
“…품계를 빨리 올릴 수가 있겠어.”
“젠장,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은 눈에 탐욕이 깃들며, 의지를 불태워 보였다.
“일단, 행성을 어디로 선정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겠네요.”
비너스는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우리가 유리한 행성으로 고를 필요가 있지.”
“그러면, 이번에도 인간 종족이 있는 행성으로 선택하는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번에는 특수 행성인 곳을 선정하려고.”
“…특수 행성이요?”
특수 행성이라는 말에 비너스를 비롯한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민우는 그들을 위해 특수 행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자.
“시간 축이 10배나 빨리 흘러가는 행성이 있다고요?”
“오, 그럼 10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되는 거네.”
“…10년이면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남지.”
“이건 그냥 시작 전부터 우리가 유리한 내기였네.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눈을 빛내 보였다.
“…근데, 만약 시간 축이 10배 빠른 특수 행성이 존재하지 않으면 어떡해?”
엘린의 걱정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없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히 이기고도 남으니까. 우리가 유리한 행성으로 선정하면 되지.”
“…그렇긴 해.”
정민우의 대답에 엘린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다들 저택으로 돌아가면, 바로 특수 행성에 대해 찾아봐 줄 수 있겠어? 나는 따로 할 게 있어서 말이야.”
“해야 할 일? 개굴개굴.”
로크의 의문에 정민우는 손목에 찬 팔찌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행성을 침략하기 전에 몬스터를 구매해야 하거든.”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우리에게 맡겨만 줘! 개굴개굴.”
“응, 혹시 모르니까. 인간 종족이 사는 행성도 자료로 따로 정리해줘.”
“맡겨만 달라고! 개굴개굴.”
그렇게 역할 분담을 전부 나눴을 때쯤.
똑똑―
“저택에 도착했습니다.”
집사장이 마차의 문을 두드리며, 저택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그럼, 바로 이동해볼까?”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저택 안으로 들어가. 역할 분담을 나눈 대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 * *
방에 들어온 정민우는 개인 사육장에 들어가기 위해 팔찌를 가볍게 두드렸다.
후――웅.
그러자 허공에 공간이 갈라지더니, 검은 공간이 생겨났다.
‘들어가 볼까?’
이어서 검은 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쏴아아아―
연병장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는 홉고블린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네.’
전부 진화를 한 상태여서 그런지 자신이 보더라도 훈련 강도가 상당해 보였다.
‘저 정도면, 오크와 맞붙어도 문제없겠는데?’
한 달 만에 홉고블린을 본 것이었지만, 그새 또 성장했는지 근육이 더 탄탄해졌고 마기의 총량이 미세하게나마 상승해 있었다.
그렇게 연병장 지척에 다다르자.
“끼엑!”
견장을 달고 있는 홉고블린 한 마리가 절도 있게 경례 자세를 취해 보였다.
“““끼엑!!”””
그러자 뒤에 있던 홉고블린들도 잇따라 경례 자세를 취하며 힘차게 소리쳤다.
“바로.”
정민우는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제군들에게 들려줄 좋은 소식이 있다.”
곧장 본론으로 얘기를 꺼내 들자.
“““끼엑…!”””
홉고블린들이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정민우를 바라봤다.
그들의 경험상 좋은 소식이라 하면 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곧 있으면 행성을 침략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는 행성에 침략에 대한 것이었고.
“그리고 신병을 뽑아. 병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새로운 후임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끼에에엑!”””
홉고블린들이 환호성을 내지르자.
“신병을 충원하기 전까지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도록.”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홉고블린들에게 휴식을 취할 것을 명령했다.
‘오랜만에 써보네.’
이어서 정민우는 품속에 있는 검은 카드를 꺼내며, 마기를 흘러 넣자.
【고객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눈앞에 환영한다는 메시지 창이 떠오르는 동시에.
삐―융.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상점 창이 열렸다.
『상점창』
[아트팩트]
[몬스터]
[장비]
[음식]
[판매]
보유 DP : 1, 050, 000
‘일단, 몬스터부터 살펴볼까?’ 정민우는 몬스터 카테고리를 클릭해 들어갔다.
‘고블린들이 별로 없으니 인원 충당을 조금 해줘야겠지.’
그리고 정민우는 일말의 고민 없이 고블린을 구매했다.
【고블린 100, 000 DP 구매하셨습니다】
100, 000 DP
한 번의 클릭으로 100만이라는 엄청난 대군을 얻게 되었다.
‘고블린은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정민우는 다른 몬스터를 보기 위해 스크롤을 내리자.
[리자드맨 ― 10 DP 10마리]
[울프 ― 10 DP 10마리]
[오크 ― 20 DP 10마리]
.
.
.
‘생각보다 저렴하네.’ 하위 등급의 몬스터도 고블린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잠시, 등급이 가장 높은 몬스터를 살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야, 이 중에서 선택하는 게 나아.’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바로잡았다.
‘등급이 높으면, 홉고블린들이 교육하는 게 곤란해지겠지.’
현재, 군대 체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기에 정민우는 계급으로만 등급을 나눌 생각이었다.
‘대뜸 강한 몬스터를 들여서 체계를 어지럽히는 것은 곤란하지.’
힘만으로 등급이 정해진다면 체계는 금방 무너질 것이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다른 사육장과 별반 다르지 않게 바뀌어 버릴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 비싸면, 마인들에게 팔기가 모호해져.’
애완 몬스터나 하위 몬스터는 값싸게 가격이 측정되기 때문에 마인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었지만, 강한 몬스터는 그만큼 비싸게 측정되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이 힘들었다.
‘지금은 하위 몬스터들을 데리고 체계를 잡아가는 것이 맞아.’
여러 몬스터가 모인 상태에서 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됐을 때 등급 높은 몬스터를 들여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그럼, 이 셋 중에 골라볼까?’
어떤 몬스터를 고를까 고민한 끝에.
‘그래, 오크로 하자.’
정민우는 오크를 구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무리 생활을 이루고 전투에 호전적인 몬스터이니 행성 침략할 때 도움이 되겠지.’
그렇게 결정을 마친 정민우는 곧장 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오크 400, 000 DP 구매하셨습니다】
400, 000 DP
20만. 고블린보다 적은 숫자였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숫자는 결코 아니었다.
‘오크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몬스터이니. 홉고블린과 대화가 통하게 만들어 줘야겠지?’
정민우는 몬스터 카테고리에서 나가 아트팩트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이어서 스크롤을 내리며, 아트팩트를 찾은 결과.
‘찾았다.’
[홉고블린 언어 습득 전용 - 10 DP]
홉고블린들의 언어를 습득해줄 아트팩트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홉고블린 언어 습득 전용 100, 000 DP를 구매하셨습니다】
‘홉고블린들을 위해 10만 DP를 쓰게 될 줄은 몰랐네.’
홉고블린들을 위해 10만 DP를 태운 것이 아깝긴 했으나, 군대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투자였다.
‘마지막으로 그 아트팩트를 사볼까?’
정민우는 마지막으로 생각해둔 아트팩트를 찾아 구매하면서 쇼핑을 마쳤다.
【300일 시간의 방 하위 몬스터 전용 20, 000 DP를 구매하셨습니다】
‘나머지 DP는 식량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면 되겠지.’
[일괄 수령]
이어서 ‘일괄 수령’ 버튼을 클릭하자.
쏴아아아아―
연병장에 검은빛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번쩍―
“““끼엑?”””
“““꾸익?”””
번쩍임과 동시에 100만 마리의 고블린과 20만 마리의 오크가 연병장에 나타났다.
전에 같았으면, 광대한 인원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겠지만.
‘행성 침략하려면 이 인원으로는 턱도 없지.’
이번에는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아닌 행성 자체를 침략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숫자가 부족해 보일 따름이었다.
‘일단, 이 인원으로 운영하면서 차차 숫자를 늘리는 것이 좋겠어.’
정민우는 연병장에 서 있는 홉고블린들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신병들을 군복으로 갈아입히고 교육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그러자 홉고블린들이 전과 달리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어? 주인님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잖아?”
그리고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홉고블린은 적잖은 당혹감을 내보였다.
“앞으로 이곳을 이끌어갈 인재들이니,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어때, 만족스럽나?”
“““가, 감사합니다!!!”””
정민우의 물음에 홉고블린은 감동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선물도 줬으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도록 알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전보다 사항이 중대해진 만큼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너희들이 처벌받게 될 거다.”
꿀꺽―
처벌이라는 말에 홉고블린들이 침을 삼켜 보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1년 뒤에 보도록 하지.”
이후 정민우가 ‘시간의 방’ 아트팩트를 사용하고 자리를 떠나자.
“…이번에 교육에 사활을 걸어야겠군.”
한 홉고블린이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숫자가 남다른 만큼, 꽤 힘들겠어.”
“그래도 어쩌나. 주인님이 내린 명령이니 훌륭하게 해내야지.”
“그래, 이런 선물까지 주셨는데 실망하는 모습을 보게 할 수는 없지.”
홉고블린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럼, 바로 교육을 시작해볼까?”
“좋지. 기강부터 바로잡자고.”
“첫 이미지가 중요한 법이니까.”
뒤이어 홉고블린들은 건빵 주머니에서 삼단봉을 꺼내 들더니 연병장에 자리한 몬스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오열 종대로 집합이다. 이 새X들아!!! 늦는 녀석은 얼차려를 받을 줄 알아라!!!”””
77화 신병 받아라! (2)
개인 사육장에 소환됐을 당시 한 오크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주인님에 눈에 들어 한 자라리를 차지하고 말겠어!’
하지만, 눈에 들겠다는 다짐은 얼마 안 가 무너지고 말았다.
‘…무슨 인원이 이렇게나 많아?’
그도 그럴 게 눈에 들기에는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벌써 포기하기는 일러. 인원이 많다고 해도 노력하면 충분히 눈에 들 수 있을 거야!’
오크는 고개를 내저으며, 사그라진 의욕을 다시 한번 불태웠다.
‘일단, 눈도장이라도 찍는 게 좋겠지?’
자신의 얼굴을 본다고 해서 기억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안 비추는 것보다 얼굴을 비추는 것이 훨씬 나았다.
‘저기 계시는군.’
오크는 정민우가 있는 곳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인사할 때, 절도있게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지척에 다다르던 그때.
“그러면, 1년 뒤에 보도록 하지.”
용무를 마친 것인지 유유히 자리에서 떠나버렸다.
‘아, 안돼!’
오크는 황급히 뛰어갔으나. 이미 정민우가 사라진 뒤였다.
‘젠장! 처음에 얼 타지만 않았어도!’
자신의 느려터진 행동에 자책하던 그때.
“““오열 종대로 집합이다. 이 새X들아!!! 늦는 녀석은 얼차려를 받을 줄 알아라!!!”””
눈앞에 있는 홉고블린들이 소리를 지르며, 집합할 것을 명령을 내려왔다.
‘오열 종대? 그게 뭔데?’
뜻은 잘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은 모이라고 명령했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고블린 따위가 감히 내게 명령을 내려?’
가뜩이나 주인님 눈에 못 띄어서 짜증이 나 죽겠는데, 이제는 이런 열등한 몬스터 따위에게 무시를 받으니 분노가 차올랐다.
‘후, 저 녀석들을 두들겨 패서 기분이라도 풀어야겠어.’
오크는 콧김을 내뿜으며, 홉고블린 앞으로 다가가 인상을 찌푸려 보이며 말했다.
“취익! 네놈이 뭔데 명령 질이냐?”
자신이 봐도 제법 위협적인 모습에 내심 뿌듯함을 느끼던 찰나.
“야 돌았냐?”
“…취익?”
홉고블린은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터뜨리며 경고를 날려왔다.
‘뭐야… 왜 겁을 안 먹는 거지?’
고블린은 겁이 많은 녀석들이기에 이런 위협한 번이면 발발 떨면서 설설 기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눈앞에 있는 녀석은 겁먹기는커녕 반대로 경고를 날려 오고 있었다.
‘고블린에게 무시 받는 날 따위가 올 줄이야.’
오크는 속으로 어이없을 느끼며,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취익! 지금 당장에라도 무릎 꿇고 빌면 특별히 한 대만 때리고 봐주도록 하지.”
이어지는 위협에 홉고블린은 싸늘한 표정으로 살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 좀 맞자.”
“취익! 뭐라는 거야!!!”
이어지는 무시에 오크는 분노를 터뜨리며, 홉고블린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부―웅!
“븅X.”
휙―
홉고블린은 코웃음을 치더니, 고개를 왼쪽으로 젖히는 것만으로 자신의 주먹을 가볍게 피해버렸다.
“…뭐?”
고블린 따위가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에 의아함을 느끼던 그때.
“뒤졌다고 복창해라.”
휘릭―
홉고블린이 삼단봉을 자신을 향해 휘둘렀다.
“꾸익, 이딴 건 간지럽지도 않……!!”
오크는 피식 웃으며, 삼단봉을 가볍게 막아 보이려는 순간.
퍼―――억!
“꾸이이이익!?”
몸이 반으로 접히더니.
우당탕―
바닥을 구르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쿠헥!”
오크는 당혹감이 섞인 얼굴로 자신을 때린 홉고블린을 바라보니.
‘…마기?’
홉고블린이 들고 있는 삼단봉에서 마기가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일개 고블린 따위가 마기를 다룰 수 있다고?’
자신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마기를 고블린이 사용한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사과를 해야….’
인정하긴 싫지만, 마기를 사용하는 상대로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없었기에 빠르게 패배를 인정하려고 했지만.
파―앗!
“취익!?”
홉고블린이 순식간에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다시 한번 삼단봉을 휘둘렀다.
퍼―――억!
두 번째 공격까지 허용해버리자.
“꾸엑!?”
오크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넌 앞으로 군 생활 꼬인 줄 알아.”
군 생활이 뭐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퍼―――억!
“컥!”
삼단봉이 머리를 강타하는 바람에 되묻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 오크는 한 가지 직감할 수가 있었다.
‘군 생활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몬스터 생활은 확실하게 꼬였군.’
그리고 삼단봉이 한 번 더 머리를 강타하며, 오크는 이내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 *
번뜩―
“허억!”
기절했던 오크는 눈을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홉고블린의 공격이 날아올까 봐. 주위를 훑어보며 경계를 하자.
‘…여기는?’
벽이 온통 회색으로 이루어진 낯선 방에 자리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분명, 나는 고블린한테 맞고 기절을 했었는데…?’
처음 보는 환경에 당혹감을 느끼던 그때.
“취익, 일어났냐?”
뒤편에서 오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못 일어나는 줄 알고 걱정했다고.”
고블린과 똑같은 옷을 입은 오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어디지?”
오크의 물음에 군복을 차려입은 오크가 친절히 설명해줬다.
“이곳은 생활관이라는 곳이야. 앞으로 우리가 생활할 곳이지.”
“…생활관?”
“일단, 이 군복부터 입어.”
오크는 건네오는 군복을 받아들며, 인상을 찌푸렸다.
“꼭 입어야 하나?”
“안 그러면 또 두들겨 맞을걸?”
“…….”
두들겨 맞는다는 소리에 오크는 어쩔 수 없이 바로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일단, 이곳의 시스템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줄게. 먼저, 우리 신분은 훈련병이야.”
“훈련병?”
“응, 3개월에 한 번씩 진급 시험을 통해 이등병으로 올라갈 수 있고. 이곳 서열은 전부 등급으로 이루어진다고 해.”
힘이 아닌 계급으로 서열을 나눈다.
처음 접해보는 서열 나누기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이제 곧 훈련을 시작한다고 했으니, 쉴 수 있을 때 쉬어둬.”
“…훈련?”
어떠한 훈련을 받는 것인지 물으려는 순간.
― 다들 연병장으로 집합!!!
방 내에 설치되어 있던 스피커에서 화가 가득한 고블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늦는 녀석들은 뒈질 줄 알아!!!
얼차려가 뭔지는 몰랐으나 분명한 건 늦게 나오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흥, 누가 고블린 따위 말을 따를 것 같아?”
오크는 코웃음을 치며, 고블린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려고 굳게 다짐했지만.
후욱, 후욱―
말과는 다르게 몸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연병장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1, 1등이다!”
빠른 몸놀림으로 첫 번째로 연병장에 도착하자.
“호오, 너는 아까 기절했던 녀석이잖아?”
홉고블린이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
꿀꺽―
오크는 긴장 어린 눈빛으로 홉고블린을 바라보자.
툭툭―
“지켜볼 테니까. 잘해라.”
다행히도 홉고블린은 어깨를 두드려 보이며 지나쳤다.
‘후우, 내가 왜 고블린 상대로 긴장을 하는 거지?’
오크는 자존심이 너무나도 상했지만.
‘그래도 맞지 않아서 다행이야.’
반대로 조용히 지나간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늦게 온 녀석들은 전부 엎드려뻗쳐!!!”
이후 늦게 나온 고블린과 오크들이 구타를 맞으며, 얼차려를 받는 모습을 보니 다시 한번 일찍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연병장 100바퀴 돈다 실시.”
청천벽력 같은 명령이 내려졌다. 반발심이라는 감정이 들었지만.
“당장 안 뛰어!?!?”
“예!!!”
주먹에 길든 몬스터들은 그들의 명령에 따라 연병장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한 바퀴 돌쯤에 숨이 차올라 뒤처지자.
“뛰어, 뛰어, 뛰어, 뛰어!!!”
홉고블린은 망설임 없이 삼단봉으로 엉덩이를 세차게 때려왔다.
“꾸에에엑!”
오크는 눈물을 머금으며, 없는 체력까지 쥐어짜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과연, 100바퀴를 전부 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철퍼덕―
역시나, 의구심이 들었던 대로 100바퀴는 돌 수가 없었다.
“쯧, 체력이 쓰레기구먼. 30분 휴식하고 다시 뜀뛰기에 들어갈 거다.”
홉고블린은 혀를 차더니, 근처 벤치에 앉아 자기들끼리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자기들은 제대로 뛰지도 않았으면서…!’
오크는 가슴 한쪽에 억울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자신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계급으로 서열을 정한다고…? 좋아, 따라주도록 하마.’
하계에 가면 하계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듯이, 오크도 이곳의 법에 따라주기로 했다.
‘최고 계급으로 올라 네놈들을 처참히 밟아주도록 해주마…!’
그리고 계급을 올라 이곳의 최고 서열로 올라서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 *
그날로부터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됐다.
새벽에는 뜀뛰기로 연병장 100바퀴를 돌았고.
점심에는 체력 단련실에서 몸을 단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저녁에는 자신에게 적합한 무기를 골라 전우들과 대련하고 나서 겨우 하루가 끝이 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지옥 같은 나날이 흐르고 흘러.
“…드디어 오늘이군.”
진급 시험이 다가왔다.
“한 번에 이등병으로 진급하고 만다….”
오크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오크의 모습을 보니, 3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툭 튀어나왔던 뱃살은 사라진 상태였고. 물렁물렁했던 팔은 단단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미약하지만 마기도 조금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평소 했던 대로만 하자….”
긴장을 풀기 위해 눈을 감으며, 심호흡하고 있던 그때.
― 금일 진급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다. 자격을 얻은 병사들은 연병장으로 집합할 수 있도록.
연병장으로 집합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좋아 가볼까?”
오크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연병장으로 향하니.
‘경쟁자들이 가득하군.’
1만 마리 정도 되어 보이는 몬스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 또한 진급 시험을 볼 자격을 얻은 엘리트들이기에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이곳에서 100명 안에 든다.’
이등병이 되기 위해서는 100등 안에 들어야지 진급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며, 연병장에 자리하고 있자.
“이제 제법 군인 티가 나는군.”
홉고블린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나타났다.
“훈련병인 너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나다. 바로 ‘체력’이지. 체력이 뒷받침돼야 다른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진급 시험은 연병장 오래 뛰기다.”
연병장 오래 뛰기.
‘뛰는 것 하나는 자신 있지.’
3개월 동안 죽어라 달렸던 자신이다. 이건 진급하라는 하늘에서 내린 기회가 틀림없었다.
“다들 출발선에 서도록.”
“““예, 알겠습니다!”””
홉고블린의 명령에 몬스터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출발!!!”
이어서 홉고블린이 출발을 알리자.
두다다다닥―
몬스터들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후욱!”
오크는 무리해서 앞서나가지 않고. 호흡을 규칙적으로 내쉬며, 체력을 조절해나갔다.
“취익, 취익, 취익!!!”
간혹,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저 녀석은 이번 진급 시험에서 탈락하겠군.’
중간에 체력이 떨어져 쓰러질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에 오크는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 나갔다.
약 12시간 정도 달렸을까?
1만 마리에서 101마리까지 숫자가 줄어들어 있었다.
이제 한 마리만 탈락하면 안정권에 들어설 수 있었지만.
“…으윽!”
체력이 한계에 내몰린 탓에 시야가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있었다.
‘버텨야… 버텨야 한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고통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상대도 지쳐있어, 어떻게든 버텨!!!’
옆에 달리고 있는 오크 또한 상당히 지쳐 보였기에 절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제발 좀 포기해라!!!’
상대가 포기하길 간절하게 빌던 그때.
“꾸엑…!”
소원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
철퍼덕―
자신과 같이 내달리던 오크가 바닥에 엎어지며 쓰러져버렸다.
“뜀뛰기 종료!!”
이어지는 홉고블린의 명령에 오크는 자신이 100명 안에 들었다는 사실에 깊은 환희를 느꼈다.
‘내, 내가 해냈다고!!!’
오크는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출하고 싶었지만.
“…어?”
철퍼덕―
한계를 쥐어짰던 탓인지 오크는 정신을 잃으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 *
다음 날.
새벽부터 진급식이 진행되었다.
“진급 시험에 통과한 병사 100명은 앞으로 나오도록.”
홉고블린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걸어 나가자.
“젠장, 부럽다.”
“우리는 언제 진급하냐….”
“…끼엑.”
연병장에 자리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보내왔다.
‘흐흐, 부러우면 훈련에 열심히 임했어야지.’
오크는 가슴을 펴 보이며, 100번째 순서에 맞춰 줄을 섰다.
“지금부터 약장을 수여하도록 하겠다.”
이어서 홉고블린이 한 마리씩 약장을 붙여주며 이등병에 대한 권한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등병은 훈련병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리와 간식이 지급된다. 또한, 식사도 훈련병보다 먼저 먹을 수 있게 된다.”
부식이 지급된다는 말에 오크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0번째인 오크의 차례가 찾아왔을 때.
“이제 너도 어엿한 군인이 됐구나.”
홉고블린이 다정하게 말을 건네며, 약장을 달아줬다.
“부, 분대장님…!”
자신을 무참히 구타한 자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상급자인 그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일까?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크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가,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도록 하지.”
이어서 홉고블린이 어깨를 두드려주는 순간.
“…흐윽, 기대에 꼭 부응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오크는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군대 시스템에 많은 불만을 품었던 오크는 어느새 누구보다도 참된 군인이 되어 있었다.
78화 특수 행성 (1)
개인 사육장에서 나온 정민우는 곧장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쯤이면, 한창 자료 조사를 하고 있겠지.’
자리를 비운 지 약 2시간 정도 됐으니, 자료 조사하는 데 여념이 없을 것이었다.
‘가서 한 손 거들어야겠군.’
행성 조사를 마쳐야지, 침략에 나설 수 있기에 일을 빠르게 마쳐야만 했다.
빠르게 발을 놀리며, 이동하니.
‘벌써, 도착했네.’
회의실 앞까지 금방 도착할 수가 있었다.
‘들어가 볼까?’
똑똑―
정민우는 간단한 노크와 함께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음?’
그리고 회의실 내로 들어온 정민우는 당혹감이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다들 어디 간 거야?’
그도 그럴 게 회의실에는 누구도 자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명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회의실 밖으로 나가 복도를 거닐자.
뚜벅, 뚜벅, 뚜벅.
저 멀리 집사장이 걸어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집사장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정민우는 집사장에게 마교회 멤버들의 위치를 묻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아, 큰 주인님 이곳에 계셨군요!”
자신을 찾았는지, 집사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걸어왔다.
‘식은땀은 왜 이렇게 흘리지?’
평소 여유로운 태도를 일관했던 집사장이 오늘따라 다소 긴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연극 때문인가?’
오늘 많은 악마 앞에 연극을 펼쳤으니, 아직 긴장이 가시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왕들 앞에서 연극을 펼치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
정민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넘기며, 마교회 멤버들의 위치를 물으려는 순간.
“루시퍼 님이 저택에 방문했습니다.”
집사장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시퍼가 저택에 방문했다고?’
루시퍼와는 큰 접전이 없었기에 그가 찾아왔다는 것에 궁금증을 느꼈다.
‘사탄이 보낸 건가?’
대마왕쯤 되는 존재가 아니면, 그를 움직이게 할 악마는 존재하지 않으니, 정민우는 사탄이 보낸 것으로 추측했다.
“기다리신 지 얼마나 됐지?”
정민우의 물음에 집사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 보이며 대답했다.
“1시간 50분 정도 됐습니다.”
즉, 개인 사육장에 들어간 뒤에 찾아왔다는 소리였다.
‘오래 기다렸겠는데…?’
루시퍼의 선정을 생각하면, 분명 좋은 소리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민우는 속으로 얕은 한숨을 내쉬며, 집사장에게 말했다.
“이동하도록 하지.”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집사장의 안내를 받아 접객실 안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왔군.”
루시퍼가 권태로운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여 사과의 말을 건네자.
“됐다. 개인 사육장에 갔다는 소리는 들었으니 따로 탓할 생각은 없어.”
루시퍼는 귀찮음이 막연한 얼굴로 사과를 받아줬다.
‘의외로 아무 소리 없이 넘어가네.’
예상외의 반응에 정민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리에 앉아. 전할 사항이 있으니.”
“알겠습니다.”
이어서 루시퍼의 반대편 자리에 앉자.
“대마왕님께서 너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행성 리스트를 건네줬다.”
루시퍼가 아공간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행성 리스트 말입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특수 행성 리스트지.”
속마음으로 꿰뚫기라도 한 듯,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탄이 보내왔다.
“대마왕님의 말을 전하자면, 자신이 엄선해서 고른 행성이니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하셨다.”
“그렇군요.”
“이따가 확인해봐.”
“감사합니다.”
서류 봉투를 건네받은 정민우는 안의 내용물을 슬쩍 살펴보자.
‘다섯 장 정도 있군.’
행성에 대한 정보가 세세하게 적힌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대마왕님께서 자신이 침략하려고 아껴둔 것이라고 했으니, 내기에서 무조건 승리를 해야 할 거야.”
루시퍼의 이어지는 말에 정민우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정민우의 대답에 루시퍼가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수고해라.”
그렇게 접객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아, 바알에게 한 방 먹여준 거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지. 1, 000년 묶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았거든.”
루시퍼가 연회장에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감사의 말을 전해왔다.
‘속이 엄청 시원했나 보네.’
표정이 환해진 것을 보니, 바알을 상당히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날 좋게 생각해주면 나야 좋지.’
정민우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하려는 그때.
【‘루시퍼’와 유대 관계가 쌓여 ‘오만’이라는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루시퍼의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유대 관계가 쌓였다고?’
분명, 대리 직책을 맡은 루시퍼라면 그 고유 특성 효과도 뛰어날 것이었다.
“하하, 당연히 해야 했을 일을 한 것뿐입니다.”
정민우는 겸양을 떨어 보이는 동시에 루시퍼를 향해 ‘천안’을 사용했다.
“그럼, 가보마.”
그렇게 루시퍼가 밖으로 나가고. 정민우는 그의 고유 특성인 ‘오만’을 확인했다.
【오만(傲慢)】
자신이 인정한 자를 제외한 다른 자들을 상대할 경우 전체적인 능력치 보정을 대폭 받게 된다.
‘능력치 보정을 대폭 받게 된다고…?’
보정을 대폭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는 몰랐으나.
‘효과가 미친 건 확실하네.’
여태까지 ‘향상’ 또는 ‘보정’이라는 효과밖에 본 적이 없었기에 가히 그 효과가 대단할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얼마나 증가할지 확인해보고 싶네.’
루시퍼의 고유 특성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근질거렸으나.
‘급한 건 행성 쪽이니, 고유 특성은 나중에 확인해야겠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뿐이므로, 느긋하게 고유 특성을 실험해볼 시간은 없었다.
‘나중에 따로 확인할 기회가 생기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행성은 회의실로 가서 보도록 할까?”
정민우의 제안에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잇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 * *
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봐볼까?’
정민우는 봉투에 있는 서류를 꺼내 책상에 펼쳐 보였다.
먼저, 하나를 집어 들어 내용을 확인해보니.
『타이칸』
― 시간 축이 2배 빠름.
― 엘프 종족들만 사는 행성.
― 울창한 숲이 많은 곳.
― 비둘기들이 10분의 5 정도 점령함. (5품 비둘기 1명, 8품 비둘기 100명 상주) ― 악마는 없음.
꽤 자세하게 행성의 정보가 적혀져 있었다.
‘시간 축이 2배 빠르다라…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하지.’ 확실히, 사탄이 엄선해서 그런지 첫 행성부터 나쁘지 않아 보였다.
‘다음 것도 봐볼까?’
『라라코』
― 시간 축이 5배 빠름.
― 드워프 문명이 발달해 있음.
― 상당한 광석이 매장되어 있음.
― 비둘기들이 10분의 6 정도 점령함. (4품 비둘기 5명, 7품 비둘기 200명 상주) ― 악마들이 10분의 4 정도 점령함. (5품 악마 10명, 6품 악마 50명 상주) 이곳은 시간 축이 전 행성보다는 빨랐지만, 아쉽게도 자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였다.
‘라라코 행성은 제외해야겠어.’ 이어서 다음 행성을 살펴봤다.
『코코킹』
― 시간 축이 50배 빠름.
― 생명체가 살지 않는 행성.
‘아니, 이런 행성은 대체 왜 넣은 거야?’ 정민우는 속으로 혀를 차며, 종이를 넘겨 다음 행성을 확인했다.
『네슬리』
― 시간 축이 100배 빠름.
― 생명체는 있으나 고등생물은 존재하지 않음.
‘…….’ 전과 비슷한 행성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것 같았다.
‘이거 타이칸 행성 말고 선택지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마지막 행성이 남아있으니, 이것까지만 보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다이닉』
― 시간 축이 20배 빠름.
― 다양한 종족들이 살고 있음.
― ‘인간’, ‘엘프’, ‘드워프’가 문명을 독보적인 문명을 이루고 있음.
― 마나가 풍부함.
― 비둘기들이 10분의 9 정도 점령함. (2품 비둘기 1명, 9품 비둘기 1, 000명 상주) ― 악마는 없음.
‘…나쁘지 않은데?’ 정민우는 ‘다이닉’이라고 적힌 종이를 보며 눈을 빛냈다.
‘시간 축도 괜찮네.’
시간 축이 20배가 빠르다는 것은 1년이 20년으로 늘어나는 것이기에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등생물도 있고 말이야.’
또한, 여러 종족이 문명을 이루고 있다는 것도 괜찮게 다가왔다.
‘근데 10분의 9를 점령했다는 건, 거의 행성을 점령하기 직전이라는 소리 아닌가?’
다만, 조금 걸리는 것이 있다면, 비둘기 쪽이 점령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간 종족도 있어서 나쁘지는 않기는 한데….’
막상 선택하려니, 비둘기 때문에 선택이 망설여졌다.
‘2품 비둘기면, 신성력도 상당할 것 같단 말이지.’
6품 비둘기 상대로 이긴 경력이 있긴 했지만, 다이닉 행성에 있는 비둘기는 그것보다 4품이나 높은 존재였다.
‘포기하자니, 너무 아쉽단 말이지.’
이대로 고민하다가는 끝이 안 날 것 같았기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이 다섯 가지 행성 중 어떤 게 괜찮은 것 같아?”
정민우의 물음에 서류를 살펴보던 비너스가 입을 열었다.
“저는 ‘다이닉’ 행성이 좋아 보여요.”
“이유는?”
“시간 축이 빠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저희 전문인 인간 종족이 있기 때문이죠.”
그녀의 의견대로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종족보다야 이미 경험이 있는 인간을 타락시켜 행성을 침략하는 게 훨씬 손쉬울 것이었다.
“…나도 ‘다이닉’ 행성이 좋은 것 같아.”
이어서 엘린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보이며, 비너스의 의견을 지지했다.
“이유는?”
“…‘타이칸’ 아니면 ‘다이닉’에서 정해야 하는데 2년만으로 엘프를 타락시킬 수 없으니, ‘다이닉’을 선택한 거야.”
엘린의 설명대로 엘프는 수명이 인간에 비해 길다 보니, 행동이 여유로워 타락시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정민우는 아누비스와 로크를 바라보며 의견을 묻자.
“나는 다이닉 행성 침략하는 거 대찬성이야! 10분의 9를 점령했다는 게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비둘기 상대로 이긴 경험이 있잖아? 개굴개굴.”
로크는 찬성의 의사를 밝혀왔고.
“나도 찬성~ 2품 제외하고 다른 비둘기들은 전부 어중이떠중이들이니 상대하기 편하겠지.”
아누비스 또한 여지없이 ‘다이닉’ 행성을 침략하는 생각을 밝혀왔다.
이로써 4표 전부 ‘다이닉’ 행성을 침략하자는 의견이 나온 상황.
‘내 생각이 너무 복잡했었나 보네.’
그들의 모습에 자신 혼자만이 너무 꼬아서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은연중에 내기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나 보네.’
태연한 척을 하긴 했지만, 지면 품계가 떨어지는 상황이니 부담감을 안 느꼈다 하면 거짓말일 것이었다.
‘유리한 게임이라고 해도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조금 전 마교회 멤버들의 의견을 들으니 부담감은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얘들과 함께하면 절대 질 일이 없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천재들이 모였으니,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었다.
‘나도 아직 멀었네.’
이내 정신을 차린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다이닉’ 행성을 침략하도록 하자.”
그렇게 전원 만장일치로 ‘다이닉’ 행성을 침략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79화 특수 행성 (2)
침략할 행성도 정했으니, 마음 같아서는 곧장 ‘다이닉’ 행성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사전 준비는 하고 가야겠지.’
그 행성에 대한 조사와 어떻게 침략할 것인지 의논을 나눠야만 했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갔다가는 된통 당하게 될 테니까.’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교회 멤버들에게 말했다.
“행성도 정했으니, 사무실로 이동하도록 하자.”
“알겠어요.”
마교회 멤버들 또한 사전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기에 별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지정해줬다.
“비너스, 행성의 크기가 어떤지 조사해줘.”
“맡겨만 주세요.”
“엘린은 침략당하지 않은 국가들을 찾아봐 줘.”
“…응, 알았어.”
“로크는 점령당한 국가 중 부패한 곳이 있나 확인해줘.”
“맡겨만 달라고! 개굴개굴.”
그렇게 각자 책상에 앉아 업무에 들어가자.
“나는, 나는?”
아누비스가 눈을 빛내며, 자신은 어떤 업무를 하면 되냐고 말을 걸어왔다.
“아누비스 너는….”
“응응!”
“나랑 대련 한 번 하자.”
“헐, 너무 좋아.”
대련은 예상치 못했는지, 아누비스가 눈에 띄게 흥분했다.
“갑자기 대련이요?”
업무를 보고 있던 비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이번에 루시퍼와 유대 관계가 쌓이게 되면서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 있게 됐거든.”
“어머, 정말요?”
“그래서, 지금 아니면 확인하지 못할 것 같아서 업무 보고 있을 때 잠깐 확인해두려고.”
“하긴, 행성 가서 사용했다가 비둘기들한테 들키면 곤란하니까요.”
본래는 시간이 촉박해 확인하려 할 생각이 없었으나 ‘다이닉’ 행성 자체에 비둘기가 많은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1, 000명이 넘는 숫자면, 언제 한번은 싸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그러한 이유로 정민우는 행성을 침략하러 가기 전 아누비스를 통해 고유 특성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빨리 가자. 빨리!”
아누비스는 오랜만에 대련할 생각에 신났는지 상당히 들뜬 모습을 보여줬다.
“알았어, 가자.”
정민우는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아누비스와 함께 대마왕성 내에 있는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대련장에 도착하자.
“민우랑은 처음 대련해보네.”
아누비스는 싱글싱글 웃으며, 아공간에서 거대한 대검 하나를 꺼내 보였다.
‘나도 준비해 볼까?’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
1. 2번
2. 555번
3. 777번
4. 888번
5. 비너스
6. 루시퍼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루시퍼 고유 특성을 복사할게.’
【루시퍼 고유 특성 ‘오만’을 복사합니다】
고유 특성을 복사한다는 메시지 창과 함께.
【‘오만’ 고유 특성상 본인이 인정한 자를 설정해야 합니다. 누구로 설정하시겠습니까? 】
다른 메시지 창 하나가 떠올랐다.
‘인정한 자를 설정하라고?’
정민우는 잠시 고민에 잠겼으나.
‘마계의 최강자로 설정하면 되겠지. 마신.’
짧은 고민을 마치고 인정하는 자를 설정했다.
【신격인 존재는 설정이 불가합니다. 다른 자를 설정해주십시오】
하지만, 신격인 존재는 해당이 되지 않는지 메시지 창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그러면, 사탄으로 할게.’
대마왕으로 설정하겠다고 하자.
【인정한 자를 ‘사탄’으로 설정합니다. 】
설정됐다는 메시지 창이 떠오르는 동시에.
쿵―!
“…어?”
몸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힘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효과가 좋다고…?’
아누비스의 고유 특성인 ‘각성’보다 몇 배는 뛰어난 효과를 선보였다.
‘몸이 근질근질한데?’
모든 준비를 끝낸 정민우는 아누비스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이제 덤벼도 돼.”
“그래?”
콰―――앙!
아누비스는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 빠른 속도로 정민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과연, 고유 특성이 얼마나 좋은지 봐볼까?”
순식간에 지척에 다다른 아누비스는 망설임 없이 대검을 휘둘렀다.
콰――――앙!
엄청날 폭발음.
공격에 당하면 어디 하나 부러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파괴력이었지만.
“음?”
정민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단 두 손가락으로 공격을 막아 보였다.
“호오… 두 손가락으로 막아냈다고?”
아누비스는 눈을 빛내더니, 대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그럼, 나도 진심으로 가볼까?”
그녀의 몸에 핏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더니,
“크으, 오랜만에 고유 특성을 사용해보네.”
회색 색깔의 머리가 빨갛게 물들었다.
‘전보다 힘이 늘었네.’
정민우는 마안을 통해 그녀가 전보다 몇 배는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럼, 간다!!!”
파―팟!
그녀의 인영이 흐릿해지며,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쐐―――액!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아누비스가 마기를 머금은 대검을 휘둘렀다.
본래 같으면 공격을 막기 위해 그림자를 몸에 둘러야 했겠지만.
콰―――――앙!
“…어?”
루시퍼의 고유 특성인 ‘오만’을 사용한 지금은 그녀의 전력을 세 손가락을 막아 보이기 충분했다.
“세 손가락으로 막아냈다고…?”
아누비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놀라 만도 하겠지.’
품계가 7품이기는 하나, 전투 쪽에 특화된 만큼 웬만한 품계는 씹어먹을 수 있는 게 그녀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공격력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엄지와 검지를 모아 그녀의 머리에 가져다 대고는.
따―――――악!
그대로 딱밤을 시전했다.
“……컥?”
쨍그랑―
우당탕―
그러자 그녀를 감싸고 있던 보호막이 깨지는 동시에 바닥을 사정없이 뒹굴기 시작했다.
“…….”
힘이 몇 배는 증가했기에 공격력도 꽤 강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딱밤 한 대로 대련이 끝내 버릴 것이라곤 상상치도 못하고 있었다.
“아누비스, 괜찮아?”
정민우의 물음에 아누비스는 이마를 감싸며 말했다.
“…허, 진짜 고유 특성 개사기네.”
그 모습에 정민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일어날 수 있겠어?”
아누비스에게 손을 내밀자.
“일어날 수 있고말고.”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충격받은 것은 아니겠지?’
전투광인 아누비스가 단 일 합의 공격만으로 패배했다는 것에 의기소침해질까 걱정을 했지만.
“더 강해져야겠어!”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누비스는 눈을 반짝이더니 두 팔을 하늘 위로 치켜들며 의지를 다져 보였다.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네.’
역시, 전투광은 다른 악마와 정신력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 같았다.
‘다행이네.’
정민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확인도 끝났으니, 사무실로 돌아갈까?”
“응? 벌써? 조금만 더 대련하면 안 돼?”
아쉬운 듯, 아누비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보였지만.
“확인을 마쳤으니, 이제 일을 도와줘야지.”
“쩝, 알겠어.”
정민우의 설득에 아누비스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련장에서 벗어났다.
* * *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오셨어요?”
비너스와 마교회 멤버들이 긴 책상에 앉아 자신과 아누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조사가 끝난 거야?”
정민우의 물음에 비너스가 싱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 전에 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낼 수가 있었어요.”
슬쩍, 책상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조사를 착실하게 했나 보네.’
장갈 하게 정리된 서류들이 상석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고생했어.”
정민우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자리에 앉자.
“그럼, 제가 먼저 보고를 드리도록 할게요.”
비너스가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행성의 크기를 조사한 결과. ‘유레인’ 행성보다 10배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10배?”
못해도 유레인 행성과 크기가 비슷할 줄 알았는데 10배나 크다니?
‘지구가 유레인 행성과 크기 똑같은 것을 생각하면… 다이닉 행성은 얼마나 큰 거야?’
또한, 비둘기들이 10분의 9를 점령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지구만 한 크기의 땅덩어리는 침략하지 못했다는 소리였다.
‘의외로 할 만하겠는데?’
지구만 한 땅덩어리라면, 비둘기들의 눈을 피하기도 손쉬울 터였다.
“서류를 보면 정확한 크기가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될 거예요.”
“고마워.”
비너스가 모든 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내 차롄가?”
이어서 엘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놔둔 서류를 보면 알겠지만, 침략 되지 않은 국가들이 상당히 많아.”
“하긴, 유레인 행성만 한 크기가 침략 되지 않았으니 많을 수밖에 없겠네.”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보였다.
“…그 이유도 있겠지만,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들이 국력이 막강하다는 이유도 있어.”
“국력이 막강하다고?”
“…응, 웬만한 왕국이 점령당한 제국과 견줄 정도로 강하거든.”
“희소식이네.”
“…그리고 전통이 있는 국가란 것도 한몫해.”
“전통이 깊다고?”
엘린이 서류의 페이지를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면, 나라를 통치하는 자를 숭배하는 전통이 강한 곳들이 많거든.”
그녀의 설명에 정민우는 단번에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런 국가들이 더러 있지.’
본인들을 신격화하여 통치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믿음을 흔들리게 하는 비둘기들에 대한 교리를 국가에 들이지 않을 것이었다.
‘통치하는 자를 숭배하니 비둘기들이 끼어들 틈이 없겠지.’
비둘기는 믿음이라는 애매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에 쉽사리 점령할 수가 없을 터였다.
‘힘으로 국가를 정복해서 교리를 설파하자니 국력에서 밀려 강압적으로 나가지도 못하겠지.’
정민우는 비둘기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좀 썩이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마워, 잘 들었어.”
“…응.”
보고를 끝낸 엘린이 자리에 앉자.
“후후, 이제 내 차롄가? 개굴개굴.”
로크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데?’
정민우는 어떤 보고를 할지 기대하며, 로크를 놔뒀을 서류를 보기 위해 책상 쪽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음? 서류가 어디 갔지?’
눈 씻고 찾아봐도 책상에는 로크가 오려뒀을 서류가 보이지 않았다.
“로크, 서류는 어디에 놓아둔 거야?”
정민우의 물음에 로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서류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놔두지 않았어. 개굴개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응, 왜냐하면 비둘기들이 점령한 국가들 전부 부패했기 때문이야! 개굴개굴.”
로크의 설명에 서류를 놔두지 않은 이유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전부 부패한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모든 국가가 부패했다는 말에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긴, 신앙심으로는 고등 생물에게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못할 테니까.’
이내 비둘기들의 방식을 떠올리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는 마인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비둘기들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또한, 신앙심이 짙다고 하여 그 고등생물이 청렴하다는 뜻이 아니었기에 부패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부패하면, 타락시키기도 쉬워지지.’
국가가 부패하면, 피해자는 필수적으로 생겨나기에 그 점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타락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이거 완전 노다지였잖아?’
생각했던 것과 달리‘다이닉’ 행성을 침략하는 것은 엄청 손쉬울 것 같았다.
80화 특수 행성 (3)
‘다이닉’ 행성 조사도 끝났으니, 이제 어떻게 침략할 것인지 정하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침략할래?”
정민우의 말에 언제나처럼 비너스가 가장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제가 봤을 때 점령당한 국가와 가장 떨어진 곳에 시작하는 게 괜찮을 것 같아요.”
“이유는?”
“멀리 떨어진 만큼 비둘기들이 점령하기도 힘들 테니 20년 동안 힘을 키우는데 집중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정석적인 방법.
‘가장 무난한 방법이기는 하지.’
정민우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을 만큼, 정석적이며 확실한 침략 방법이었다.
“그다음 내가 얘기해도 돼?”
좋은 침략 계획이 떠올랐는지, 아누비스가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얘기해봐.”
“그냥, 점령당한 국가에 마인을 만들어서 쿠데타를 일으키게 하는 건 어때?”
의외의 제안에 정민우는 눈을 빛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기는 하지.”
점령당한 국가에서 부패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불만을 품고 있는 고등생물이 많을 것이었다.
‘작은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터질 수가 있지.’
마인이 구심점이 되어 고등생물을 설득한다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비둘기와 만나게 될 확률이 너무나도 높지.’
괜찮은 계획이긴 했으나 중간에 비둘기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손에 죽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리 루시퍼 고유 특성을 얻었다고 해도 2품 1명과 9품 1, 000명을 상대하기는 힘들지.’
현재, 10분의 9를 점령한 상태이니 신성력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기에 될 수 있으면 마주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았다.
“이번엔 내가 말할 게 개굴개굴.”
아누비스의 제안이 끝나자. 로크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내가 봤을 때는 몬스터 왕국을 따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개굴개굴.”
“…몬스터 왕국?”
“응, 몬스터들이 알아서 클 수 있게끔 만드는 거지. 개굴개굴.”
로크의 신박한 의견에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개인 사육장에 있는 몬스터들은 고등생물이 DP로 구매하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지?”
“물론이지. 내가 하는 얘기는 ‘다이닉’ 행성에 있는 몬스터를 모아 왕국을 만들자는 얘기야. 개굴개굴.”
그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기각.”
“응? 엄청난 의견이지 않았어? 개굴개굴.”
기각이라는 말에 로크가 당황하며 그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몬스터 왕국을 만들려면 마기를 나눠줘서 길들여야 하는데 너무 효과가 떨어져.”
악마들이 고등생물만을 타락시켜 행성을 침략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고등생물은 계기만 주어지면 한계를 뚫고 무궁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지만, 몬스터는 한계가 정해져 있잖아.”
예시를 하나 들자면, 엄청난 노력으로 홉고블린이 오크를 이길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는 것이었다.
“쩝, 아쉽네. 개굴개굴.”
로크도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입맛을 다셔 보였다.
“…이제 내가 말할게.”
자신의 의견만 기각당했다는 사실에 로크가 침울해 있는 사이 엘린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왔다.
“…20년 동안 ‘다이닉’ 행성에 있을 테니까. 한 명의 고등생물만 집중적으로 육성해보는 건 어때?”
“한 명만 육성?”
“…응, 우리 마기를 줘서 행성의 최강자로 만드는 거야.”
약간 허무맹랑한 소리 같았지만.
‘나쁘지는 않네.’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모든 힘이 한 명에게만 집합된 만큼 그 힘도 상상 이상일 것이었지만.
‘반대로 그만한 재능이 있는 고등생물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해.’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유레인’ 행성에 있는 ‘윌리엄’ 정도의 재능이거나 그 이상이어야만 했다.
“그건, 고등생물 재능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알겠어.”
엘린도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재능이 뛰어난 고등생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이제 의논을 끝내볼까?’
충분한 얘기를 들었으니, 의논하는 것을 마치려는 그때.
“민우 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비너스가 생각에 관해 물어왔다.
“나도 비너스의 의견과 같은 입장이야.”
“어머, 그런가요?”
“다만, 여기서 하나 더 추가되는 게 있어.”
“그게 어떤 거죠?”
“9품 비둘기들의 절반을 전부 타락시키는 거야.”
바알과 내기했을 때 생각해냈던 방법.
‘10분의 9를 점령했다고 해도 9품 정도의 비둘기는 타락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지.’
500명 정도 타락시킨 뒤, 중요한 순간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절반을 타락시킨다고요? 그게 가능하나요?”
비너스의 걱정 섞인 물음에 정민우는 싱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들겠지만, ‘유레인’ 행성에 타락시켰던 비둘기가 있으면 가능해.”
“아, 그 ‘세이나’라는 분이요?”
“걔를 통해서 비둘기를 데리고 오게끔 만드는 거지.”
“그분이 ‘다이닉’ 행성에 못 오면 실행할 수 없는 계획 아닌가요?”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다이닉’ 행성에 올 수밖에 없게끔 암시를 걸어두면 되니까.”
오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하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경우가 있으니, 오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든 비둘기 하나를 꿰어내서 타락시킨 뒤 천천히 숫자를 늘려가야겠지.”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성공만 하면 침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비너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제 의견을 종합하면 되겠네.’
정민우는 더 이상 논의할 것이 없다고 판단 내리며, 회의 끝을 알렸다.
“논의했던 의견을 종합해서 비너스가 얘기한 대로 점령당한 국가와 떨어지는 데에서 시작하도록 하고. 아누비스와 엘린이 제안했던 의견은 상황을 보고 실행하는 것으로 하자.”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크를 제외한 다른 마교회 멤버들은 정민우의 의견을 찬성했다.
“어떻게 침략할지도 정했으니, 바로 포탈 정거장으로 가도록 하자.”
“알겠어요.”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곧장 포탈 정거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포탈 정거장 안으로 들어가자.
“오, 왔어?”
입구에 서 있던 사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
정민우는 의아한 눈빛으로 사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대마왕님께서 이곳에 어떤 연유로 계신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너희들 보려고 왔지.”
“…….”
정민우는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레인’ 행성 때도 그렇고. 저희가 언제 올 줄 알고 이곳에 기다리는 겁니까?”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그냥 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사탄의 대답에 정민우는 의구심이 들었다.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입구에 자리한 직원을 향해 심안을 사용하자.
【하아, 몇 시간 째 이곳에 있는 거야. 이제 제발 가라…! 】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직원의 마음이 상당히 절실해 보였다.
‘진짜 기다리고 있었다고…?’
사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정민우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연락을 통해 만나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먼저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사탄이 윙크를 날려 보이며 대답했다.
“이렇게 만나야지, 놀랄 거 아니야?”
상당히 단순한 이유.
‘그래… 사탄에게 상식을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지.’
정민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그때.
“행성은 어디로 선택했어?”
사탄이 어떤 행성을 선택했냐며, 말을 걸어왔다.
‘아… 정신이 없어서 인사를 안 했었구나.’
예상치 못한 곳에 사탄과 만나는 바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는 것을 잠시 잊고 말았다.
“먼저, 행성 리스트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여기서 만나 뵐 거라는 생각을 못 해서 감사의 인사가 조금 늦었네요”
정민우의 인사에 사탄이 팔짱을 껴 보이며 새침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감사해야지.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하던 행성들인데 말이야.”
“덕분에 손쉽게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선택했는데?”
“‘다이닉’ 행성으로 선택했습니다.”
“‘다이닉’ 행성이라….”
사탄은 잠시 행성의 이름을 되뇌더니.
“다섯 군데 중에 그게 제일 괜찮은 행성이긴 하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면, 저희는 한시가 급해서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어허, 섭섭하게 벌써가기야?”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이닉’ 행성은 시간 축이 20배나 빠르기에 빨리 가면 갈수록 좋았다.
‘사탄의 선물은 고맙긴 하다만,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어.’
바알과 내기가 걸린 일이었기에 선물을 준 악마라고 해도 한가하게 노닥거릴 수는 없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사탄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지나치던 찰나.
“그래? 아쉽네, 깜짝 선물을 주려고 했더니.”
사탄이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우뚝―
정민우는 그대로 몸을 멈춰 세우더니.
“생각해보니, 행성 리스트를 선물까지 주셨는데 이렇게 두고 가는 게 마음이 조금 쓰이는군요. 조금 더 대화하다 가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렇지?”
그 모습에 사탄이 잘 생각했다는 듯 정민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기서 선물을 언급했다는 것은 분명 행성 침략에 도움이 되는 것이겠지.’
사탄 또한 자신을 마왕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괜히 시간을 뺏는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
“지나가다가 얼핏 선물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어이쿠, 그걸 또 들었어? 귀도 밝네.”
“하하, 제가 좀 청각이 발달 되어 있습니다.”
정민우의 너스레 떠는 모습에 사탄이 피식 웃어 보였다.
“선물은 DP야.”
“DP 말입니까?”
“응, 카드에 1, 000만 DP를 넣어놨으니 이따 확인해보도록 해봐.”
1, 000만 DP라는 말에 정민우는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보다 선물이 큰데?’
예상치 못한 대폭적인 지원.
‘이거라면 침략할 때 도움이 되고도 남지.’
개인 사육장에 다녀오면서, DP를 거의 다 사용했었기에 필요하던 참이긴 했다.
‘이러면 적극적으로 타락시키러 다닐 수 있겠어.’
정민우는 사탄에게 고개 숙여 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선물 정말 감사드립니다. 꼭 내기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마왕님!”””
그리고 뒤에 자리하고 있던 마교회 멤버들도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잇따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래, 기대하도록 할게.”
사탄은 용무를 마친 듯, 손을 흔들어 보이며 포탈 정거장을 그대로 떠나버렸다.
“그러면, 우리도 가보도록 할까?”
정민우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이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가죠,”
“이번에도 침략해 보이자고!”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자.”
“우리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러 가자고! 개굴개굴.”
그렇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포탈 정거장을 통해 ‘다이닉’ 행성으로 이동했다.
81화 버려진 왕세자 (1)
포탈을 건너자.
‘슬럼가가 따로 없군.’
평민들이 사는 거리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거리에 쓰레기들이 굴러다니는군.’
위생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동시에 파리가 들끓었고.
‘인간들의 상태도 좋지 않아.’
거리를 거니는 인간들 대부분은 얼굴이 야위고 힘이 없어 보였다.
‘지금 당장 국가가 멸망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이네.’
간단히 총평을 내리자면, 여태까지 본 국가 중 가장 최악이었다.
하지만, 악마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이만큼 타락시키기 좋은 환경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곳이 우리가 찾던 데가 맞나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주위를 훑어보자.
‘국기가 있군.’
저 멀리 국기가 달린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태양이 그려진 국기… 제대로 찾아왔네.’
국기를 보니, 첫 침략 장소로 정한 ‘파콘’ 왕국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령당하지 않은 국가 중 유일하게 국력이 쇠약하고 전통이 없는 곳이었지.’
침략하기 좋은 조건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국가들은 절대 파콘 왕국을 침략하지 않았다.
‘방파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파콘 왕국은 밀림에서 사는 몬스터들로부터 방파제의 역할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었다.
‘파콘 왕국이 뚫리면 다른 왕국이 감내해야 하니 굳이 건들지 않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각 왕국에서는 몬스터를 막는 감사의 뜻으로 매년 파콘 왕국에 물자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리고 받은 물자는 국왕의 배를 채우는 데에 사용되고 있고 말이야.’
즉, 다른 왕국들이 아니었다면, 파콘 왕국은 진작에 멸망했을 것이었다.
‘뭐, 그러니 우리에게 침략당할 장소로 선정된 것이겠지만 말이야.’
정민우는 상념을 끊으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능있는 고등생물을 찾으러 가볼까?”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좋아요.”
“찾으러 가보자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고등생물이 있으면 좋겠다.”
“과연, 이번엔 어떤 고등생물과 계약하게 될지 기대돼!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길거리를 거닐며, 마인이 될 고등생물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 * *
5시간 정도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역시, 쉬운 일 하나 없네.”
아쉽게도 재능이 뛰어난 고등생물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유레인’ 행성 때보다 고등생물들의 재능이 더 떨어지는 것 같아요.”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래도 그때는 나름대로 쓸만한 재능들이 꽤 있었는데 말이야.”
정민우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마지막 목적지를 언급했다.
“여기서 재능있는 고등생물을 찾는 것은 그른 것 같으니, 이제 왕성으로 이동하도록 하자.”
왕성이라면, 재능이 뛰어난 고등생물이 몇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거기도 쓸만한 고등생물이 없으면 어떡해?”
아누비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쓸만한 고등생물이 없다면, 다른 왕국으로 가봐야겠지.”
사실, 파콘 왕국에 국한되어 고등생물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타락시킨 뒤 녀석을 데리고 파콘 왕국을 침략하면 그만이니까.’
지금 파콘 왕국 상태라면, 마인 한 명으로도 충분히 침략할 수 있었다.
‘평민들을 선동해서 쿠데타를 일으키면 그만이니까.’
그렇기에 왕성에도 괜찮은 재능을 지닌 고등생물이 없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타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왕성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
정민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으리으리한 거 아니야?”
그도 그럴 게 왕성 내부가 생각 이상으로 으리으리했기 때문이었다.
‘마인 제국보다 내부가 훨씬 좋잖아…?’
부유하기로 소문난 마인 제국보다 성 내부가 좋다니?
정민우는 이곳에 돈을 얼마나 처발랐을까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성 내부만 보면 부유한 국가로 오해하기 딱 좋겠네요.”
“이게 바로 돈지랄이라고 하는 건가?”
“…한심해.”
“국가의 재정이 안 좋은 이유가 따로 있었네.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성 내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왕성에 왔으니, 국왕의 재능부터 확인해보기로 할까?”
재정 상태가 심각한 것만 봐도 국왕의 재능은 안 봐도 뻔했지만, 만약, 이라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해보기로 했다.
알현실로 향하자.
‘저게 국왕인가?’
옥좌에 앉아 있는 돼지, 아니 국왕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인간이 맞는 건가?’
정민우는 순간 오크가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피부가 녹색이 아닌 것을 보니, 인간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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