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10

상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읏차.”
사탄은 의자에 앉으며, 책상에 놓인 양피지를 주면서 말했다.
“다들 읽어보고 피 흘려.”
정민우는 건네받은 양피지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봤다.
‘기본적인 내용이네.’
계약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 ‘갑’은 ‘사탄’을 칭하며, ‘을’은 ‘정민우’를 칭한다.
― ‘을’을 대마왕 소속으로 임명한다.
― ‘을’은 ‘갑’을 배신하지 않는다.
이 사항을 어겼을 시 사망한다.
― ‘을’은 대마왕 소속 악마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이 사항을 어겼을 시 사망한다.
정민우는 곧장 양피지에 피를 흘리자.
톡톡―
화아아아아―
【계약 완료】
계약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떠올랐다.
“진정한 대마왕 소속이 된 것을 환영한다.”
“““감사합니다.”””
사탄의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그럼, 저희는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는 용건이 끝났기에 사탄에게 인사를 건네고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집무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민우, 너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잠시 남도록 해.”
사탄이 따로 할 말이 있다고 불러 세웠다.
여기서 더 할 말이 있나 의문이 들었으나.
“알겠습니다.”
그건 직접 확인해보면 되는 일이었기에 따로 묻지는 않았다.
“““저희는 먼저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마교회 멤버들이 그대로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너는 나랑 계약서 하나 더 쓰자.”
사탄이 서랍에서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이건?”
정민우는 의아한 눈빛으로 사탄을 바라보자.
“일단, 읽어보기나 해.”
사탄은 먼저 계약서를 읽어보라는 듯, 양피지를 건네줬다.
‘무슨 계약서지?’
정민우는 받아든 양피지의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봤다.
― ‘갑’은 ‘사탄’을 칭하며, ‘을’은 ‘정민우’를 칭한다.
― ‘을’은 마왕이 돼서도 ‘갑’을 배신하지 않는다.
대신 ‘갑’은 ‘을’이 마왕이 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이 상항을 어길 시 사망한다.
― ‘을’은 마왕이 될 시 ‘갑’의 편에 서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사망한다.
‘마왕?’
정민우는 사탄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직, 4품에 불과한데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그러자 사탄은 검지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 해야만 해. 내가 봤을 때 너는 빠른 기간 안에 마왕의 자리에 올라설 것 같거든.”
즉, 침을 미리 발라두겠다는 소리였다.
‘그만큼 능력을 높게 사고 있다는 뜻인가?’
정민우 또한 언젠가는 마왕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사탄의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왕이 되면, 대마왕의 소속이 아니게 되니 미리 계약서를 써서 확신을 얻고 싶은 거겠지.’
이어서 정민우는 사탄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제가 봤을 땐 다른 아이들도 마왕이 될 재목인데, 왜 저만 따로 부르신 거죠?”
“이미, 너랑 계약한 사실을 아는데 따로 계약할 필요가 있어? 네가 마왕이 되면 다른 녀석들도 이끌어주겠지.”
사탄이 예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정민우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계약서 조항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어떤 지원을 말씀하시는 거죠?”
“품계를 빨리 올릴 방법, 괜찮은 행성 추천, DP 지원 정도가 되겠네.”
파격적인 지원.
‘다 나한테 필요한 것들이네.’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피를 흘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애간장 안 태워서 좋네.”
그렇게 피를 흘려, 계약을 완료하자.
“그럼, 계약한 기념으로 먼저 품계를 빨리 올릴 방법을 하나 알려줄게.”
품계를 올릴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해왔다.
“마왕은 단 한 번 자신이 선택한 악마의 품계를 아무 대가 없이 올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그 말씀은 대마왕님께서 제 품계를 올려주신다는 겁니까?”
“아니? 나는 옛날에 루시퍼한테 진작에 썼지.”
“…….”
정민우의 표정이 굳자. 사탄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끝까지 들어봐. 바알 그 녀석 있지?”
“예.”
“그 녀석은 아직 그 권한을 사용하지 않았거든.”
바알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이번 탄생일 때 바알도 찾아올 거야. 그때 그 녀석을 자극해서 내기를 걸게끔 만들어.”
사탄이 그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내기에 이겨서 그 권한을 저한테 쓰게 만들라는 겁니까?”
“맞아.”
정민우는 턱을 쓸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 영감탱이가 내기에 권한을 걸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을 텐데.’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괜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 영감탱… 아니, 바알이 내기를 받아들일까요?”
“도발은 네 전문이잖아? 내기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지.”
사탄의 말에 정민우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 전문이기는 하죠.”
마침, 사탄이 연극을 부탁했으니, 이것을 잘 이용하면 성공적으로 도발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내기가 성립되지 않아도 품계를 올릴 다른 방법은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거 안심되는군요.”
다른 방법도 있다고 하니, 정민우는 편한 마음으로 임하기로 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한 달 뒤에 보자고.”
정민우는 사탄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무실에 나와 저택으로 곧장 향했다.
* * *
저택으로 돌아온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사탄과 나눴던 대화를 얘기해주자.
“대마왕님께서 민우 님을 높게 평가하신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비너스는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했고.
“크, 나도 빨리 마왕이 되고 싶다.”
이누비스는 마왕의 자리에 탐욕을 느꼈다.
“…다행이다.”
그리고 엘린은 좋은 내용이라며 안심을 했고.
“민우라면, 금방 마왕이 될 수 있을 거야! 개굴개굴.”
로크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었다.
‘유레인 행성을 다녀온 뒤로 유대가 더 끈끈해진 것 같단 말이지.’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때.
“연극은 어떻게 준비할 건가요?”
비너스가 사탄의 탄생일 때 할 연극에 대해서 언급했다.
“일단, 사탄의 일대기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대본을 짜야겠지.”
“그러면, 내일부터 바로 준비에 들어가는 건가요?”
이어지는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일주일 정도는 쉬었다가 준비할까 생각 중이야.”
“휴식이요?”
“응, 그동안 일을 열심히 했으니 휴식을 취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 기회에 마계도 구경하고. 양성소를 수료하고 마계를 구경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잖아?”
“좋은 생각이네요.”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와 마교회 멤버들이 쉬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했다.
“일주일 동안 질펀하게 놀아볼까!?”
“…여태까지 못 잤던 잠을 자야겠어.”
“으음, 일주일 동안 뭐 하면 좋을까?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도서관에 들러볼까?’
정민우는 샤워를 마치고. 저택 내부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서관에 들어온 정민우는 행성에 관련된 서적을 찾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찾아봤을까?
‘없네….’
아무리 찾아봐도 지구에 관련된 서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일 마계에 있는 대도서관에 방문해서 찾아보든가 해야겠어.’
대도서관은 모든 지식의 집합체라 불리는 곳이니 지구에 관련된 서적이 존재할 것이었다.
포탈 정거장에서 지구 행성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되는데 사서 고생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찾을 수가 없었지….’
마계로 돌아왔을 때 혹시 몰라 찾아봤지만, 지구라는 행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정민우는 지구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만약, 대도서관에도 없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차라리, 지구의 문헌에 나왔던 사탄이나 루시퍼에게 묻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의심만 사게 되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악마가 대뜸 지구를 언급하면 괜한 의심을 사게 될 것이었다.
‘굳이 골치 아픈 일을 직접 만들 필요는 없겠지.’
정민우는 날이 밝으면 곧장 대도서관에 찾아가기로 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한, 30분 정도 눈을 붙일까?”
이제 품계도 오르고 마기도 상당해 잠을 잘 필요는 없었지만, 인간 시절의 습관이 남아 있는지 30분이라도 눈을 붙여야 안심이 되었다.
‘엘린을 보면 습관이 아닌 것도 하지만 말이야.’
엘린 또한 잠을 자지 않아도 될 정도의 품계와 마기를 지니고 있지만, 매일 낮잠을 자는 것을 보면 습관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조금 자볼까?’
정민우는 실없는 생각을 멈추며, 잠을 청하려는 그때.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려왔다.
“누구지?”
정민우는 문 쪽에 시선을 옮기며 누군지 묻자.
“민우 님, 저예요.”
문밖에서 비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정민우는 이 시간대에 찾아올 일이 있나 하는 의아함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올 것을 허락해줬다.
끼익―
방문이 열리고 비너스가 안으로 들어오자.
“!?”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정민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옷차림이 상당히 선정적이기 때문이었다.
‘…잠옷인가?’
비너스는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나시 형태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옷이 선정적인 게 아니라, 비너스 자체가 선정적인 건가?’
정민우는 멍한 눈으로 비너스를 빤히 바라보자.
“…….”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비너스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정민우는 침착함을 가장한 채 비너스에게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 묻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비너스는 몸을 비비 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67화 지구
그녀의 숨결이 가까워지자. 정민우는 심장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정신 차려라. 정민우!’
정민우는 심호흡하며, 억지로나마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두근, 두근, 두근―
아쉽게도 심장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양성소 때 매혹도 아무렇지 않게 넘겼으면서 왜 이러는 거지?’
따지고 보면, 옷만 다를 뿐. 양성소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딱 한 가지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정민우와 비너스가 서로 호감을 품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뭐지? 그때와 대체 뭐가 다른 거지?’
하지만, 명석한 정민우마저도 심장이 고장이 나니 냉정한 판단을 내리질 못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고민에 잠기려는 찰나.
“…민우 님.”
비너스의 몸이 점점 자신과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녀의 숨결이 지척에 다다를 때.
‘하,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정민우는 이성의 끈이 끊기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 안으려는 순간.
“…내일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음?”
“괜찮으시면, 저와 내일 단둘이 데이트하실래요…?”
“음???”
비너스의 입에서 기대와(?)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
정민우는 왠지 모를 실망감을 느끼며, 심장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정말 이게 용건이 끝인가?’
정민우는 그녀의 속마음을 확인해보기로 하며, 심안을 사용했다.
【너무 떨려… 거절하면 어떡하지? 】
그러자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비너스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정말, 데이트 신청하려고 온 거였구나….’
확인해보니,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었던 것은 자신뿐이었다.
‘머리에 음란 마귀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구나.’
정민우는 자신에게 어이없을 느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앗, 싫으신가요…?”
헛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비너스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아, 다른 생각을 하다가 웃음을 터트린 거니까. 오해하지 마.”
“아, 그런 거였군요.”
정민우의 설명에 비너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근데 내일은 조금 힘들 것 같은데.”
“아…….”
이어지는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대신, 모레는 괜찮은데, 그때 시간 괜찮아?”
“네? 네! 그때 시간 괜찮아요!”
이내 데이트 약속을 받아내자. 비너스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반응이 재밌네. 조금 장난을 쳐볼까?’
이대로 그녀를 보내기가 아쉬웠기에 정민우는 장난을 조금 쳐보기로 했다.
“근데, 평소답지 않게 왜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정민우는 걱정된다는 듯한 목소리로 비너스의 머리를 쓰다듬자.
“히끅!”
비너스의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터질 것처럼 빨개져 버렸다.
‘음? 머리에서 강한 열기가 느껴지는데?’
핫팩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
“으으으….”
비너스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옹알거렸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정민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저,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비너스가 몸을 휙 돌리더니.
쾅―!
황급히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거칠게 닫아 버렸다.
“귀엽네.”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끼익―
다시 문을 살짝 열리더니.
“…잘 자요.”
비너스가 사정없이 떨리는 눈동자로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왔다.
“너도 잘자.”
정민우 또한 잘 자라고 인사해주자.
“…네.”
탁―
비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문을 닫아 보였다.
“흠, 이틀 뒤에 마계에서 뭐 하지?”
정민우는 잠시 마계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이내 잠들어버렸다.
* * *
다음날.
정민우는 날이 밝자마자. 곧장 대도서관으로 향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사서가 찾는 책이 있냐고 말을 걸어왔다.
“찾는 것은 없고. 행성 관련 서적들을 좀 보고 싶은데.”
정민우의 말에 사서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행성 관련 서적은 저쪽에 가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서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니.
‘…책들이 너무 많은데?’
행성이라고 적힌 팻말에 아득해 보일 정도의 책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하루 안에 찾을 수 있는 양이 절대 아닌데?’
정말, 마음먹고 찾으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도 남을 것 같았다.
망설이는 것을 본 사서가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6품 이상인 악마분에게는 서적이 정리된 개인 열람실이 제공되는 데 이용하시겠어요?”
그녀의 제안에 정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지만.
‘그 전에 보안이 잘 되는지 확인해야겠지.’
괜히, 열람실에서 검색한 기록이 남으면 꼬리가 잡힐 수 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혹시, 열람실을 이용하면 기록이 남나?”
정민우의 물음에 사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열람실에 입장한 기록은 남지만,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어떠한 내용을 열람했는지는 확인이 안 됩니다.”
“그럼, 부탁 좀 하지.”
열람 기록이 안 남는다면 꺼릴 것이 없기에 정민우는 곧장 이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이 키를 가지고 4층에 있는 459호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키를 받아든 정민우는 고맙다고 답하며, 4층으로 향했다.
이어서 459호라고 적힌 문에 카드를 대고 안으로 들어가자.
‘모니터 한 대라. 단순하네.’
푹신한 의자와 모니터 한 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좋아, 바로 검색해볼까?’
정민우는 검색하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리자.
‘후… 이게 뭐라고 떨리냐.’
드디어 지구의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몸에 약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잠깐, 심호흡한 뒤, 검색란에 ‘지구’라고 검색하자.
[지구]. [카툴란]
두 개의 검색 결과가 떠올랐다.
‘음? 카툴란? 이건 뭐지?’
정민우는 전혀 연관 없는 검색 결과에 의문을 느끼다가.
‘잘못 뜬 거겠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구’를 클릭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면서 문장들이 떠올랐다.
― 지구는 ‘특수’로 분류되는 행성이다.
‘특수로 분류되는 행성이라고?’
첫 문장을 확인한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특수라고 할 게 없지 않나?’
정민우는 내용을 더 확인하기로 하며, 다음 문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 이 행성은 여타 행성과 달리 마나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 축이 10배나 빠르게 흘러간다.
“…….”
그리고 다음 문장을 읽은 정민우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시, 시간이 10배나 빨리 흘러간다고?’
이 말인즉슨 현재 지구는 1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는 말이었다.
‘지, 진정하자. 아직 부모님과 동생은 살아 있잖아. 다 읽어보고 생각해도 안 늦어.’
정민우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눈으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 인간 종족이 행성을 지배하고 있으나, 마나가 없어 다른 행성의 인간 종족보다 힘이 약하다.
그 대신, 다른 인간 종족보다 두뇌가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인간 종족보다 두뇌가 뛰어나다고?’
정민우는 내심 마인 제국을 운영하면서,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처음에는 악마가 되어 지능이 상승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구에 사는 인간보다 지능이 조금 떨어졌던 것이었다.
― 마나가 없기에 불멸자들의 말에 쉽게 현혹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뛰어난 두뇌 때문인지 다른 종족보다 많은 신성력과 마기를 배출하며,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준다.
‘이래서 문헌에 천사와 악마가 그렇게 많이 나왔던 건가…?’
유레인 행성만 보더라도 천사와 악마의 숫자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반면 지구는 너무나도 많은 천사와 악마가 등장했었다.
‘…근데, 근래에 와서는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거지?’
이렇게 효율이 좋은 데 과거에 천사와 악마들이 활발하게 활동한 것과 달리 현대에 이르러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정민우는 자신이 모르는 이유가 숨겨져 있을 것으로 직감하며, 스크롤을 빠르게 내렸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에 들어섰을 때.
― 현재, ‘지구’라는 행성은 ‘카툴란’라는 행성과 융합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융합 단계에 들어서면서 불멸자들은 행성에 손을 떼게 되었다.
천사와 악마들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융합 단계에 들어가면서 손을 떼게 됐다고…?’
중세시대 때쯤 천사와 악마가 모습을 감췄으니, 그때부터 융합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었다.
‘융합하는 행성이 카툴란이라… 그러고 보니 검색 결과에 같이 떴었지?’
정민우는 그제야 검색 결과에 카툴란이 떠오른 이유를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근데 뭐 때문에 행성이 융합하는 거지?’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지구에 관한 내용밖에 없었기에 융합하는 이유에 관해서 서술되어 있지 않았다.
‘검색해봐야겠네.’
정민우는 다른 창을 띄워 ‘행성 융합’이라고 검색해 융합하는 이유를 찾아봤다.
― 행성이 융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나 부족으로 망가져 가는 행성과 마나 과다로 폭주하기 직전까지 몰린 행성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융합하는 것이다.
‘균형을 맞춘 다라….’
다른 행성과 융합한다는 것이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부모가 사는 행성이 멸망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융합하는 데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 거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크롤을 내리자.
― 융합 준비에 들어선 행성은 시간 축이 100배나 느리게 흘러가며, 행성마다 융합되는 시간은 각기 다르기에 관련 서적을 참고해야 한다.
시간은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정민우는 그것보다 값진 정보를 얻어낼 수가 있었다.
‘시간이 100배 느리게 흘러간다니… 다행이네.’
이러면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지구는 1년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카툴란 행성은 어떤 곳이지?’
거기 또한 고등생물이 존재할 테니, 어떤 종족이 사는지 파악해둘 필요가 있었다.
이어서 다른 창을 띄워 카툴란을 클릭하자.
― 몬스터들만 사는 행성.
짧고 명료한 문장이 화면에 떠올랐다.
‘몬스터들만 사는 행성이라고…?’
정민우는 행성 융합이 끝나면, 혼란이 초래될 것을 직감했다.
‘…이때, 어떻게든 관여를 해서 가족들만이라도 지켜내든가 해야겠어.’
몬스터는 새끼손가락만으로 죽일 정도로 약한 생물체지만.
‘인간들에게는 다르지.’
인간한테는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몬스터 중 등급이 높은 녀석은 핵도 통하지 않을 테니까.’
즉, 자칫하다가 인류는 아무것도 못 하고 멸망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일단,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중요해.’
정민우는 창을 닫고 본래 보던 창을 다시 띄워 내용을 살펴보니.
― 융합이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01년 32시간 44분 34초.
남은 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가 있었다.
지구 시간으로는 5년.
‘500년이라….’
정민우는 턱을 쓸어 보이며, 마지막 줄에 있는 문장을 확인했다.
― 융합이 끝나고 나면 행성은 안정기를 되찾아야 하기에 ‘마왕’ 이상의 품계만이 행성에 간섭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마왕이 돼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정민우는 500년 안에 마왕의 자리에 오르기로 다짐하며, 창을 닫았다.
‘연극을 제대로 준비해야겠는데?’
다음 달에 있을 사탄의 탄생일 때 정민우는 어떻게든 바알의 내기를 받아내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68화 데이트 (1)
다음 날.
‘흠, 무슨 옷을 입어야 할까?’
비너스는 드레스 룸에서 옷을 보며 상념에 잠겨 있었다.
‘첫 데이트라 그런지 옷을 고르기가 힘드네.’
생에 첫 데이트다 보니, 옷에 힘을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꾸며 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것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옷들이 다 이뻐 보인단 말이지.’
비너스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옷을 보고 있자.
“비너스 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드레스 룸에 자리하고 있던 하녀장이 질문을 건네왔다.
“아, 별건 아니고요. 곧 있으면 민우 님과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 돼서요.”
번뜩―
비너스의 말에 하녀장의 눈빛이 돌변했다.
“…하녀장?”
왠지 모를 불길함을 직감한 비너스는 하녀장을 부르자.
“비너스 님, 옷과 화장은 저희에게 맡기시죠.”
하녀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 정도까지는….”
비너스는 괜찮다고 거절하려고 했지만.
“전적으로 저희를 믿으셔야 합니다!”
하녀장은 뜻이 완고한지 절대 뜻을 굽힐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한 번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그녀들은 이쪽 일을 전반적으로 해왔기에 자신보다 옷을 고르는 감각이 더 뛰어날 것이었다.
“…알겠어요. 부탁드릴게요.”
어차피, 옷도 못 고르고 있던 와중이니 비너스는 하녀장의 제안을 승낙하기로 했다.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짝, 짝―
하녀장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드르륵.
밖에 대기하고 있던 하녀들이 드레스 룸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여러분, 비너스 님이 민우 님하고 데이트가 있다고 하시니, 열정을 다해 꾸며주시길 바랍니다. 알겠나요?”
“““네!”””
하녀장의 말에 하녀들이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먼저, 첫 데이트라고 하시니 청순함을 강조하려고 하는데 괜찮은가요, 비너스 님?”
“아, 네. 저는 상관없어요.”
“좋습니다. 먼저, 화장부터 하도록 하죠.”
하녀가 화장할 용품들을 가지고 오자.
샤라락―
하녀장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비너스의 얼굴에 화장을 칠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무엇을 바른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비너스는 하녀장의 손길을 받아들이면서도 화장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느꼈다.
‘어차피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지나가는 여성 악마들이 들었다면 경기를 일으킬 말이었지만, 비너스의 말대로 그녀는 화장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은 더 예뻐 보이려나?’
그러면서도 내심 바뀌는 게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던 찰나.
“화장 다 됐습니다.”
벌써 끝난 것인지, 하녀장이 끝났다는 말과 함께 거울을 가져왔다.
“…어디.”
비너스는 화장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바라보자.
“어머.”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리고 말았다.
여기서 더 이뻐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 얼굴이 몇 배는 더 아름다워졌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비너스는 순간 하녀장이 대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모습을 보면 민우 님도 깜짝 놀라시겠는데?’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랄 정민우를 생각하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절로 맺혔다.
“화장을 끝냈으니 이제 머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하녀장의 말에 비너스는 의문을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녀장 님, 머리는 어떻게 살릴까요?”
“청순함으로 강조하기로 했으니, 반묶음으로 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하녀들은 비너스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실핀으로 뒷머리를 고정했다.
“…와.”
그 모습에 비너스는 다시 한번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머리만 뒤로 넘겼을 뿐인데,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네요.”
풀어진 머리에 소량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묶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머리까지 완벽하네요.”
하녀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이내 드레스 룸에 걸린 옷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옷도 청순함을 강조해야겠죠?”
그리고 하녀장은 흰 원피스와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분홍색 가디건을 가지고 왔다.
가지고 온 옷으로 갈아입으니.
‘…내가 이렇게 이뻤나?’
청순함의 집합체가 거울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구두까지 신으면 완성입니다.”
가지고 온 분홍색 구두까지 신자.
“완벽합니다.”
하녀장과 하녀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성공적인 데이트를 기원하겠습니다. 비너스 님.”
“네, 다녀올게요.”
비너스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위풍당당하게 드레스 룸을 나섰다.
* * *
비너스가 한창 하녀들의 손길을 받고 있을 당시, 정민우 또한 집사들의 손길을 받으며 꾸며지고 있었다.
“첫 데이트니, 너무 힘주는 것보다 가볍게 차려입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사장은 왁스를 손에 발라 정민우의 머리를 매만지자.
“멋지군요.”
거울 속에 정제되면서 섹시한 느낌을 풍기는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다.
‘머리만 했을 뿐인데, 느낌 자체가 달라졌네.’
정민우는 그가 괜히 집사장 직책까지 올라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은 밝은 톤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이어서 가져온 옷을 보니, 흰색 무지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그리고 진한 갈색 가디건이었다.
“알겠어.”
군말 없이 옷을 입으니.
짝, 짝, 짝, 짝―
집사장과 집사들이 손뼉을 쳐 보이며 감탄했다.
“정말, 멋지십니다.”
그들의 진심 어린 감탄에 정민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제 이 단화만 신으면 끝입니다.”
집사장이 가져다준 단화까지 신으며, 모든 준비를 마치니.
‘곧 있으면 약속 시간이네.’
때마침, 약속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그럼, 다녀오도록 할게.”
정민우는 집사장과 집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곧장 드레스 룸을 나섰다.
밖으로 나가 만나기로 한 정원 쪽으로 이동하니.
“!?”
비너스가 정원 쪽에 자리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청난데?’
정민우는 인사하는 것도 잊은 채,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그녀에게 모욕적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청순한 나머지 왠지 모를 신성함 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어? 민우 님!”
뒤늦게 자신을 발견한 비너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래 기다렸어?”
정신을 차린 정민우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아니요. 저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
비너스가 얼굴을 붉혀 보이며 대답했다.
‘심안을 사용해볼까?’
정민우는 그녀가 현재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증을 느끼며, 속마음을 알기 위해 심안을 사용해봤다.
【…어떻게 더 멋있어졌어. 심장아 나대지 마! 】
‘나랑 생각이 같아서 다행이네.’
정민우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비너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가볼까?”
비너스는 손을 빤히 바라보더니.
“…네.”
고개를 푹 숙이며,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보였다.
장난기가 발동한 정민우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 말고 가방 달라고.”
“아…!”
비너스는 당황하며, 황급히 손을 내리며 가방을 건네줬다.
“농담이야.”
정민우는 가방을 어깨에 걸쳐 매면서 비너스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어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정민우는 능글맞은 맞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자.”
“…네.”
이후 그들은 마차에 올라타며, 저택을 벗어나 시내로 이동했다.
* * *
비너스와 처음으로 향한 곳은 마계에서 유명한 예술의 거리였다.
“어머, 벽에 그림들이 그려져 있네요?”
“여기가 예술가들이 산다는 거리라서 그런지 다른 곳과 달리 벽에 그림을 그린다고 하더라고.”
설명을 들은 비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그려진 그림들을 감상했다.
“그림들이 전부 독특해서 그런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
“그러게.”
정민우와 비너스는 그림들을 구경하며 걷자.
“여기에 악마들이 많네요?”
어느 순간에 큰 광장이 나오며, 그곳에 화가로 추정되는 악마들이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의 거리에 왔는데, 기념으로 우리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길까?”
정민우의 제안에 비너스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너무 좋은데요?”
“좋아, 잠시만 기다려봐.”
실력이 좋은 화가에게 받고 싶었기에 정민우는 ‘천안’을 사용해 악마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성별 : 남성
나이 : 3, 002살
〈세부 정보〉
품계 : 9품(九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미술(美術)
현재 감정 : 지루함
‘저 악마가 좋겠군.’ 그리고 고유 특성이 그림에 특화된 악마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확인해볼까?’
【미술(美術)】
미를 표현하는 예술에 있어 엄청난 보정을 받게 된다.
효과를 확인하니, 이자한테 받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 악마한테 그려달라고 하자.”
“좋아요.”
‘미술’이라는 고유 특성을 가진 악마 앞에 앉자.
“어이쿠, 선남선녀 커플이 오셨군요.”
악마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민우는 딱히 부정하지 않으며, DP를 코인으로 현물화시켜 건네줬다.
“허허, 근사한 그림으로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악마는 건네받은 코인을 주머니에 넣으며, 연필을 꺼내 들었다.
“초상화를 그리기에 앞서 두 분이 너무 떨어져 앉은 것 같은데 조금 붙어서 앉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요?”
그의 요청에 비너스는 정민우 옆에 바짝 붙으며 팔짱을 꼈다.
“좋습니다.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악마의 눈빛이 진중하게 변하더니, 연필에 마기가 맺히며 손을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샥, 샥, 샥, 샥, 샤샥―
약 10분 정도 흘렀을까?
“완성됐습니다.”
악마가 땀을 닦아내며, 그린 초상화를 보여줬다.
“…오.”
“…우와.”
사진이라도 찍은 것처럼, 정민우와 비너스의 모습이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실력이 상당하네.’
과연,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그림을 담아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대로 담아내 버렸네.’
괜히, ‘미술’이라는 고유 특성이 있는 것이 아닌 듯 완벽하게 담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 번 그림에 마기를 주입해 보시겠습니까?”
화가의 말에 따라 그림에 마기를 주입하자.
스르륵―
비너스와 자신이 환한 미소를 짓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런 기능도 있어?’
역시, 지구와 문화가 비슷하다고 해도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느껴졌다.
“자, 그러면 액자에 담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악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액자에 그림을 담으며 건네주자.
“여기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그림을 받아든 비너스는 들뜬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음에 들어?”
“네, 마음에 무척 들어요!”
“그래? 그거 선물로 줄게.”
“…정말요?”
선물로 줄지 몰랐는지 비너스는 눈을 깜박이며 되물었다.
“응, 원래 그림을 선물 주고 싶어서 이곳에 데려온 거거든.”
“…고마워요,”
비너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액자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곤 아공간을 불러내, 액자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구경을 계속 이어갈까?”
“네!”
이후 예술의 거리를 구경하니.
“곧 날이 어두워지겠네.”
“그러게요.”
날이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제 밥 먹으러 갈까?”
“그럴까요?”
정민우와 비너스는 저녁을 먹기로 하며, 마차를 타고 한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69화 데이트 (2)
고급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오.”
“…와.”
정민우와 비너스는 외마디의 감탄을 터트렸다.
‘인테리어와 야경이 끝내주네.’
괜히,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듯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와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졌다.
구경을 멈추고 카운터 쪽으로 이동하니.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나요?”
정장을 차려입은 악마가 깍듯한 모습으로 예약 여부를 물어왔다.
“네, 예약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정민우입니다.”
이름을 묻는 것만으로 알 수 있듯, 이곳은 일정 품계가 넘지 못하면 이용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두 분으로 예약이 되어있네요. 자리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악마는 명부에서 이름 확인을 마치며, 정민우와 비너스를 창가 쪽에 있는 자리로 안내해줬다.
“여기 메뉴판입니다.”
이어서 악마가 건네준 메뉴판을 받으며, 음식들을 확인했다.
페어리 수프 - 1만 DP
드레이크 스테이크 - 3만 DP
미노타우로스 티본 스테이크 - 20만 DP
.
.
.
.
‘…역시, 고급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가격부터가 남다르네.’
‘유레인’ 행성에서 벌어들인 DP는 15만인 것을 생각하면 이 가격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비싼지 알 수 있었다.
‘마계는 다 좋은데 음식이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측정된단 말이지.’
정민우는 비너스에게 어떤 것을 먹을 것인지 묻기 위해 시선을 옮기자.
“…….”
비너스는 경악 어린 얼굴로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조심스럽게 메뉴판을 덮더니 레스토랑 직원에게 말했다.
“…주문은 상의를 조금 나누다가 시키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악마는 결정이 되면 종을 울려달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직원이 사라진 것을 본 비너스는 정민우에게 시선을 돌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민우 님, 여기 너무 비싼데요.”
그녀의 말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비싸긴 한데, 괜찮아. DP를 두둑하게 가지고 있거든.”
“…그래도 여기 음식을 먹었다가는 저희가 벌어들인 DP를 다 사용해야지 않을까요?”
비너스의 걱정에 정민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설마, 같이 노력해서 번 DP를 내가 사적인데 쓸 거라고 생각한 거야?”
“…네?”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에 사탄한테 DP를 두둑하게 지원받았거든. 그러니까 가격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렇다.
이틀 전 사탄은 정민우와 계약을 맺는 것과 함께 DP를 곧장 지원해줬었다.
“얼마나 지원받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손가락을 전부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100만 DP.”
“1, 100만… 이요?”
“응, 그것도 매달 지원해 줄 거라고 하더라고.”
제국을 7번은 침략해야지 얻어낼 수 있는 DP.
하지만, 대마왕의 씀씀이는 다른 것인지 매달 100만 DP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래도 유흥에만 쓰는 것은 아까우니, 이 이후에 몬스터 강화나 행성 침략하는데 필요한 아이템 같은 것을 구매할 예정이야.”
설명을 전부 전해 들은 비너스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정말 다행이네요.”
그렇게 안심을 시키자. 비너스는 직원을 불러 다시 음식 주문을 시켰다.
2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주문하신 드레이크 스테이크 두 개와 세레인 와인 나왔습니다.”
직원이 테이블에 음식과 와인을 빠르게 세팅해주었다.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그럼, 먹어볼까?”
정민우와 비너스는 나이프를 들어 올리며,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리고 고기를 포크로 찍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집어넣자.
사르륵―
“?!”
입 안에 있던 고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맛있다!’
흡사, 혓바닥이 탭댄스를 추는 것만 같은 천상의 맛.
‘이럴 땐 마상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정민우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비너스에게 시선을 옮기자.
“…마, 맛있다.”
황홀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족하는 것 같아 다행이네.”
“헤헤, 비싸서 그런지 맛도 좋네요.”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는 헤실헤실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서로 식사를 이어가던 중.
“양성소를 수료하고 나서 이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비너스가 감성에 젖은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그때는 수료하기 위해 경쟁하기 바빴으니까. 이렇게 여유를 부린다는 것 자체를 생각지도 못했었지.”
정민우 또한 양성소 때를 회상하며, 비너스의 말을 공감했다.
“민우 님을 따라나서지 않았다면 이런 호사 자체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겠죠?”
“겨우 이런 거로 벌써 만족하는 거야?”
“네?”
“조금만 기다려 마왕으로 올라서면 지금 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들을 매일 먹게 해줄 테니까.”
“그거 기대되네요.”
둘은 피식 웃어 보이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
그리고 호선을 그리던 눈빛은 어느새 끈적한 눈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정민우는 다시 심장이 두근대는 것을 느끼며,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는 순간.
“당신이 정민우 군요?”
“…….”
상념을 깨트리는 훼방꾼 하나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정민우는 내심 짜증을 느끼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반가워요.”
붉은색 머리를 한 여성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하루 전.
붉은색 머리를 한 여성은 여느 때처럼 다른 악마들과 사교 모임을 즐기고 있었다.
“언니, 이번에 만난 악마는 어땠어?”
한 악마의 물음에 여성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다른 남자와 똑같이 쭉정이였지.”
“어디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걸 입 아프게 말로 꼭 해야 하니? 그냥, 별로였어.”
여성은 주변의 소개로 약 10, 000번의 맞선을 보았지만 여태까지 눈에 차는 남자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부모 잘 둔덕에 사는 주제에 자기가 이룬 것처럼 얘기하는 녀석들밖에 없으니… 눈에 찰 수가 있겠어?’
그저, 외모 반반하고 능력이 뛰어난 남자를 찾는 것뿐인데 이렇게 눈에 차는 악마가 없을 줄은 몰랐다.
‘이러다가 영겁의 시간 동안 혼자 사는 건 아닐지 몰라.’
악마들은 수명이 없는 불멸자이기에 결혼하는 것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그래도 나와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 미래를 꾸리고 싶단 말이지.’
여성은 특이하게도 결혼하고 싶은 욕심이 다른 악마들보다 컸다.
“아니면, 여러 남편을 들이는 건 어때?”
악마의 새로운 제안에 여성은 인상을 찌푸려 보였다.
“그것도 싫어, 덜떨어지는 애들을 모아서 뭐 하니?”
“흠, 그런가?”
“에휴, 됐다. 나는 이만 가볼게.”
여성은 더 이상 얘기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게?”
“응, 가서 일이나 하려고.”
그렇게 여성은 자신의 성으로 돌아갔다.
이어서 짐을 풀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딸, 왔어?”
방안에 사탄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아빠? 이 시간에 웬일이야?”
여성은 방안에 자리한 사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딸에게 괜찮은 악마 한 명 소개해주려고 왔지.”
“소개…? 아빠가?”
사탄의 말에 여성은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눈에 차는 악마가 없다면서 안 해주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데?’
그녀가 살았던 5, 000년 동안 자신의 아빠인 사탄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남자를 주선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도 보면 마음에 들 거다.”
사탄은 사진 하나를 꺼내 보이며, 여성에게 건네줬다.
“얼굴은 내 취향이긴 한데, 나는 허우대만 멀쩡하고 능력 없는 거 혐오하는 거 알지?”
여성의 말에 사탄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양성소 수석 수료. 한 달 만에 수습 딱지 뗐지.”
상당히 짧은 소개.
‘…수석 수료에 한 달 만에 수습 딱지를 뗐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수석 자체가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었으며, 수습 또한 이렇게 빠른 시기에 떼기도 힘들었다.
“크흠, 나쁘지 않네.”
여성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에 든다고 사탄에게 어필하자.
“다만, 하나 문제가 있어.”
“뭔데?”
“당사자와의 얘기는 아직 안 되어있다는 거야.”
사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맞선 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그게 무슨 문제가 돼? 마음에 들면 꼬시면 될 뿐이야. 아빠도 알지? 내가 꼬신다고 마음먹으면 못 꼬시는 악마 없다는 거.”
“그럼, 그건 아빠가 잘 알지.”
“좋아, 한 번 만나볼게. 자리만 마련해줘.”
“그건 걱정하지 마. 내 탄생일 때 오기로 했으니까.”
“그래? 그때 얼굴 보면 되겠네.”
여성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할 건 다 전했으니, 아비는 이만 가보도록 하마.”
“벌써? 밥 좀 먹고 가지.”
“이미, 밥 먹었어.”
“알았어. 그러면 탄생일 때 봐.”
“그려.”
따악―
사탄이 이내 손가락을 튕기자.
사르륵―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사탄이 사라진 것을 본 여성은 사진을 다시 집어 들며 정민우의 얼굴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다른 쭉정이들하고 달랐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오랜만에 옷에 힘을 조금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곧장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 * *
다음 날.
“하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성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맞선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쭉정이네.’
탄생일 때 아빠가 소개해준 악마를 본다고 하지만,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기에 그녀는 오늘도 다른 악마와 맞선을 보고 있었다.
‘하아, 슬슬 자리를 끝내볼까?’
그녀는 지루함을 느끼며, 자리를 파할까 생각하던 그때.
뚜벅, 뚜벅, 뚜벅.
‘음?’
사진 속에서 봤던 남자가 레스토랑 안으로 어느 여자와 걸어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잖아?’
옆에 얼굴을 붉히고 서 있는 여자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뺏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자신 앞에서 함락되지 않은 남자는 없었기에 이내 관심을 꺼버렸다.
‘이따가 기회를 봐서 한 번 말을 걸어봐야겠어.’
미리 인사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눈앞에 있는 남자를 치워야겠지?’
결심을 내린 여성은 눈앞에 있는 남성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자리를 파할까요?”
“벌써요?”
“네, 얘기를 나눠보니 당신에게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요.”
상대를 무시하는 언사에 악마는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대로 들은 것이 맞으니, 이제 가주시겠어요?”
이어지는 여성의 말에 남성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굳어졌다.
“…상당히 무례하군요.”
“그런 소리 종종 듣죠.”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신 것을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글쎄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이내 남성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제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말을 걸어볼까?’
여성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정민우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당신이 정민우 군요?”
* * *
한편, 여성의 인사를 받은 정민우는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지?’
인사를 건넸다는 것은 자신을 알고 있다는 뜻인데 자신은 처음 보는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붉은색 머리와 이목구비가 묘하게 사탄과 닮았단 말이지.’
정민우는 인사를 건네온 여성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천안’을 사용했다.
【‘사요리’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그러자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사요리
성별 : 여성
나이 : 5, 000살
〈세부 정보〉
품계 : 1품(一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학살(虐殺)
현재 감정 : 흥미
‘…사요리? 이름이 왜 이렇게 일본인 이름 같아?’ 잠시, 일본인다운 이름에 의문이 들었지만.
‘뭐, 어쩌다 겹친 것이겠지.’
정민우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며, 다른 정보를 살펴봤다.
‘1품에다가 학살이라는 고유 특성이라….’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고유 특성에 관해 확인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기회가 되면 나중에 따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감정이 흥미라… 뭐 때문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지?’
정민우는 그녀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심안’을 사용하자.
【훗, 내 미모에 벌써 빠졌나 보네, 아무 대답을 못 하는 것을 보면.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사요리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미모에 자신감이 넘치나 보네.’
근거 없는 확신에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분명, 사요리의 외모가 뛰어나긴 했다.
섹시한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
여태까지 본 악마 중에 손에 꼽힐 정도의 미모를 가진 것은 사실이었으나.
‘내 취향이 아니야.’
아쉽게도 정민우의 취향은 비너스 쪽에 더 가까웠다.
정민우는 자신에게 왜 말을 건 것인지 이유를 알기 위해 말문을 열려는 순간.
“…누구시죠?”
비너스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사요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저는 당신에게 인사를 한 게 아닙니다만?”
그러자 사요리는 싸늘한 표정으로 비너스의 물음에 대답했다.
“…뭐라고요?”
비너스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진정해.”
정민우는 비너스의 손목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을 제지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이 여성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요.”
그리고 사요리를 보며, 지금은 시간을 내줄 수 없다는 거절의 의미를 돌려서 말했다.
“…흐음, 그래요?”
사요리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조만간 또 뵙게 될 테니, 그때 농밀하게 대화를 나눠도 늦지 않겠죠.”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미련 없이 등을 돌려버렸다.
‘조만간에 또 보게 된다고…?’
그녀의 말에 의문을 느낀 정민우는 이어서 생각을 읽자.
【튕기기는. 아빠 탄생일 때도 그렇게 튕길 수 있나 보자고. 】
조만간에 보자는 말이 탄생일 때 보자는 말인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뭔가, 귀찮은 예감이 드는데….’
정민우는 사탄의 탄생일 때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을 직감했다.
70화 연극 준비
비너스와의 데이트가 끝나고 5일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 본격적으로 연극을 준비해볼까?”
연극을 준비하기로 한 날이 찾아왔다.
“일단 사탄의 일대기를 간단하게 추려내는 작업을 하고. 그다음에 대본을 짜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정민우의 말에 로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추려낼 생각이야? 개굴개굴.”
로크의 물음에 정민우는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세 가지 사건으로 간단하게 추려낼 생각이야.”
첫 번째는 사탄의 양성소 생활.
두 번째는 사탄이 마왕이 된 과정.
세 번째는 사탄이 대마왕의 된 과정.
이 정도만 추려내면 30분 정도의 연극을 펼칠 수 있을 것이었다.
“확실히, 큰 맥락만 짚고 넘어가면 빠르게 끝낼 수 있겠네.”
“…그러게.”
설명을 들은 아누비스와 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면, 도서관으로 가서 자료를 조사해볼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데리고 저택 내에 있는 도서관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민우 님, 이번 탄생일 때 바알에게 내기를 성사 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비너스가 내기에 대한 부분을 언급해왔다.
“그래서 연극에 바알의 이야기도 같이 버무릴 생각이야.”
“버무린다고요?”
“응, 사탄을 이기지 못하는 이인자의 모습으로 연극에 녹일까 하는 데 어때?”
설명을 들은 비너스가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거라면… 바알이 발끈할 만하겠네요.”
“그렇지. 사탄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개인적으로 열등감을 지닌 것 같더라고.”
“그런 거라면, 내기를 제안하고도 남겠네요.”
자신의 소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악마를 보내 죽이려고 한 것만 봐도 속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었기에 이 정도 도발이면 충분히 내기를 걸어오고도 남을 것이었다.
“그럼,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빨리 조사를 하고 오자고.”
그렇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도서관에서 사탄의 일대기에 관한 서적을 가지고 다시 회의실로 모였다.
“흠, 양성소에서부터 사탄과 바알이 동기였네.”
일대기를 보니, 둘의 악연이 양성소에서부터 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면, 얘기를 더 자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지.’
이후 남은 일대기를 확인해보니,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마왕도 사탄이 먼저 되고. 대마왕도 사탄이 됐네.’
사탄의 측면에서 보면 ‘먼치킨’ 주인공이 따로 없었지만.
‘바알은 엑스트라가 따로 없네.’
바알의 측면으로 봤을 때,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 보일 정도로 처참했다.
‘이러니 열등감을 안 가질 수가 없지.’
아무리 노력해도 만 년 동안 사탄을 뛰어넘지 못하다니 너무 애석하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지만.
‘이 점을 집요하게 파야겠어.’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낸 순간부터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 지 오래였기에 그저 맛있는 먹잇감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대본을 쓰기에는 뭔가 아쉽단 말이지.’
이 정도만 해도 내기를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큰 한방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사지에 몰아넣은 놈인데 더한 수모를 주고 싶단 말이지….’
정민우는 어떻게 하면 더한 수모를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역시,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좋으려나?’
그리고 당사자에게 듣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얘들아, 나 잠시 사탄에게 다녀올게.”
정민우의 말에 로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대마왕님에게? 개굴개굴.”
“응, 뭔가 내용이 부족한 것 같아서 당사자에게 얘기 좀 들어보려고.”
“그러면, 우리는 뭐 하고 있으면 돼? 개굴개굴.”
“내가 짚어준 부분을 추려서 대본으로 만들고 있으면 돼.”
“맡겨만 줘! 개굴개굴.”
그렇게 정민우는 저택에서 나와 곧장 대마왕성으로 향했다.
이어서 사탄이 있는 집무실을 방문하니.
“오, 네가 먼저 오고 웬일이야?”
사탄이 두 팔을 뻗으며 자신을 반겨줬다.
“연극을 준비하는 데 2% 부족한 느낌을 받아서 직접 얘기를 듣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사탄이 두 눈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야. 얘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자리에 앉을래?”
“알겠습니다.”
사탄의 권유에 자리에 앉자.
“어느 부분부터 얘기해줄까?”
잇따라 사탄이 앉으며, 들뜬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바알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바알에 대한 얘기?”
“네, 연극에 바알의 얘기를 녹여내야 하는데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어서요.”
사탄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디 보자. 바알은 말이야. 많이 모자란 친구였지…….”
그리곤 회상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흠, 대충 일대기에 적힌 내용과 흡사하네.’
사탄이 얘기하는 내용을 수첩으로 기록하며 듣던 그때.
“바알이 내 아내를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정말로 어이가 없었지.”
“!?”
상당히 흥미로운 얘기가 사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니, 꽤 구애를 열심히 했다 하더군.”
“그렇군요.”
“그녀가 나를 선택했을 때는 그 충격으로 100년 동안 성에서 틀어박힐 정도였지.”
“100년이라 정말 진심이었나 보네요.”
“그렇지. 아마, 지금도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내 아내를 잊지 못해서일 테니까 말이야.”
사탄의 얘기를 듣던 정민우는 약간의 의문을 느끼며 말했다.
“다른 남자가 대마왕님의 아내를 좋아하는 데 화가 안 나는 겁니까?”
대개 자신의 여자를 다른 남자가 좋아하면 대부분 기분 나쁜 티를 내기 마련이었다.
“화? 그다지? 이미, 내 여자인데 화낼 게 있나?”
하지만, 사탄은 오히려 자신의 아내가 인기가 많다고 좋아할 뿐이었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네.’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방금 얘기했던 내용을 수첩에 받아적었다.
‘이거라면, 큰 한 방을 먹일 수 있겠어.’
평생 이인자의 자리에 머무르면서, 남의 여자를 호시탐탐 노리는 파렴치한.
‘이런 설정으로 가면, 꽤 재밌겠어.’
정민우는 이 내용을 연극에 사용하기 전 사탄의 허락을 받기로 했다.
“대마왕님.”
“왜?”
“이 내용. 연극에 사용해도 됩니까?”
혹여나, 아내가 관련되어 있어 거절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물론이지.”
사탄은 무슨 문제가 되냐는 듯, 시원하게 허락해줬다.
“감사합니다. 대마왕님 덕분에 훌륭한 연극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기대하도록 하지.”
이후 용무를 마친 정민우는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아, 맞다.”
사탄이 할 말이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탄생일 때 내 딸도 오니까. 멋있게 차려입고 오도록 해.”
정민우는 일주일 전 자신에게 인사를 건넸던 여성을 떠올리며 말했다.
“…따님 말씀입니까?”
“그래, 엄청난 미인이니까. 깜짝 놀랄 거야.”
“…알겠습니다.”
아직, 사탄은 자신과 사요리가 구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 *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 정민우는 작성된 대본을 확인했다.
‘여럿이 힘을 모아서 그런지 대본 내용은 나쁘지 않네.’
중요한 부분을 나름대로 잘 살렸기에 곧장 수정 작업에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여기에 바알의 짝사랑 내용을 추가하면 되겠어.’
그렇게 수정 작업을 일주일 정도 거치니.
“후, 됐다.”
만족스러운 대본을 완성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내용에 대해서 트집 잡는 녀석들은 없겠지.’
이제는 연기만 잘 펼칠 일만 남아 있었다.
‘…얘들이 연기를 잘할 수 있으려나?’
내심, 걱정이 들었으나.
‘어색하더라도 연습하면 나아지겠지.’
정민우는 부족한 것은 연습시키기로 하며, 불안감을 지워버렸다.
“이제 배역을 정해야 하니까. 다들 여기에 적힌 대본을 보고 연기해줘.”
그리고 연기를 시킨 뒤 정민우는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너에게 지지 않겠다앗!?”
“너에게 지지 않겠다욧! 개굴개굴.”
“…너에게 …지지 …않겠다.”
아누비스, 로크, 엘린 순서대로 엄청난 발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이걸 어쩌지…?’
앞으로 2주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도저히 저 발연기를 고칠 자신이 없었다.
‘바알이 이런 어설픈 연기를 보면, 화내기는커녕 코웃음을 치겠지.’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바알에게 제대로 된 도발을 선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너에게 지지 않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너스만이 정상적인 연기를 펼친다는 것이었다.
‘…아니, 모든 하면 돼.’
정민우는 의욕을 불태우며 두 눈을 빛냈다.
‘여태까지 내가 하겠다고 해서 못한 것은 없으니까. 일주일 동안 빡빡하게 굴리면 연기 실력도 늘어나겠지.’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붙잡고 연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 * *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정민우는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는 참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너에게 지지 않겠따따따앗!?”
“너에게 지지 않겠다요요요욧! 개굴개굴.”
“…너, 너에게 …지지 …아, 않겠다.”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연기 실력이 일주일 전과 하나도 바뀐 것이 없었다.
아니, 더 퇴보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었다.
‘…젠장.’
정민우는 앞으로 남은 1주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뇌에 잠겼다.
‘…이대로 가면 연극을 망치게 될 거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만 해.’
머리를 쥐어짜며, 방법을 찾던 그때.
똑똑―
“여러분, 간식을 드시면서 하시지요.”
회의실 안으로 집사장이 걸어들어왔다.
‘…잠깐. 굳이 배역을 마교회 멤버들로 고집할 필요가 없잖아?’
정민우는 집사장을 보고 ‘바알’ 배역을 연기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집사장.”
“예, 큰 주인님.”
“혹시, 연기할 줄 아나?”
집사장은 정민우의 물음에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해본 적은 없습니다.”
고개를 내저으며, 청천벽력 같은 대답을 내뱉었다.
“…미안하지만, 이 부분을 연기해볼 수 있겠어?”
정민우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며, 집사장에게 대본을 건네주자.
“…흠, 알겠습니다.”
집사장은 수염을 쓸며, 대본에 적힌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럼, 해보겠습니다.”
1분 정도 흐르자. 대사를 다 외웠는지, 집사장은 목을 가다듬으며 연기할 준비에 들어갔다.
“사탄! 이번에는 내가 지게 됐지만, 다음에 싸우게 됐을 때는 무릎 꿇게 되는 것은 네놈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집사장의 연기에 정민우는 전율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찾았다!’
한 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다는 집사장이 이 중에서 가장 실감이 나는 명연기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이거라면, 연극도 훌륭하게 끝낼 수 있을 거야!’
새로운 희망을 맛본 정민우는 집사장의 손을 잡아 보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혹시 탄생일 때 같이 연기를 해줄 수 있어?”
“큰 주인님의 뜻이라면, 최선을 다해 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고마워.”
정민우는 집사장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저택 내에 있는 집사와 하녀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 중에서 연기가 뛰어난 악마를 추려내 새로운 배역을 지정해줬다.
“대마왕님의 탄생일 때 연극을 훌륭하게 해낸다면, 그만한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할게.”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하자. 집사와 하녀들은 의지를 불태우며 연기에 매진했다.
그렇게 악마들과 합을 맞추는 시간을 보내니.
‘…완벽해!’
탄생일 날에 맞춰 완벽하게 준비를 끝낼 수가 있었다.
‘좋아, 그러면 뒤흔들러 가볼까?’
정민우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이들과 함께 곧장 사탄의 저택으로 향했다.
71화 탄생일 (1)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연회에 맞는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마차를 타고 사탄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
본래, 마교회 멤버들의 성격 같았으면 마차 안에서 떠들며 기대감을 드러냈겠지만.
‘조용하네.’
평소와 달리 마교회 멤버들은 마차 안에서 대본을 보기 여념이 없었다.
‘비너스는 맡은 배역이 막중하다 보니, 대본을 보는 것이 이해가 간다만….’
그녀를 제외한 마교회 멤버들이 대본을 보는 것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행인 1이 대본을 볼 게 있나?’
마교회 멤버들의 엄청난 발연기로 인해 연기력이 필요한 배역을 집사와 하녀들에게 다 내주고 엑스트라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었다.
“너희는 대본 볼 필요가 없지 않아?”
결국, 정민우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대본을 보는 이유를 마교회 멤버들에게 물어봤다.
“떨려서 뭐라도 봐야 할 것 같아서. 개굴개굴.”
“…나도 같은 이유야.”
로크와 엘린의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확실히… 떨리면 그럴 수도 있지.’
아무리 엑스트라라는 역할 받았다고 해도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은 똑같으니 떨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다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과한 긴장은 실수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도록 해.”
정민우의 조언에 비너스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민우 님은 어떻게 그렇게 긴장을 안 할 수가 있어요?”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내가 워낙 강심장이잖아? 이런 거에는 잘 긴장하지 않는 타입이거든.”
“그러고 보니, 민우 님은 경연을 펼칠 때도 덤덤한 모습을 보여줬었죠.”
정민우의 설명에 비너스가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나도 민우처럼 긴장하지 않는 강심장을 가지고 싶어. 개굴개굴.”
로크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에 정민우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환생 전에 숱하게 겪어서 긴장하지 않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
정민우 또한,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면 마교회 멤버들처럼 긴장감을 드러냈겠지만.
‘어렸을 때 연극을 하면 왕자 역할을 도맡아서 했었지.’
어릴 때부터 연극을 밥 먹듯이 해왔기 때문인지, 긴장되기는커녕 오히려 기대될 정도였다.
‘대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연예기획사에 엄청난 러브콜을 받았었지.’
만약, 배우 쪽으로 진로를 잡았어도 크게 대성했으리라.
‘빨리, 바알의 구겨진 표정을 보고 싶네.’
과연, 바알은 이 연극을 보고 어디까지 참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못 참고 중간에 난입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의 알량한 속을 생각하면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지만.
‘사탄의 탄생일인데, 그래도 자중하겠지.’
대마왕 앞에서 경거망동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만약, 난입하게 되면 그것을 빌미로 삼아 내기를 성사시켜도 되니 뭐든 상관없겠지.’
정민우는 상념에 잠긴 채 계획을 점검하고 있던 그때.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말들의 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커튼을 젖히자.
‘사탄 저택에 가까워졌나 보네.’
수많은 마차가 한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역시, 대마왕 정도 되니 규모가 남다르네.’
어림잡아도 1, 000대 이상 되어 보이는 마차.
‘저 인원이 전부 우리 연극을 감상하게 된다 이거지?’
저 수많은 악마 앞에서 바알을 망신시킬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절로 짜릿해졌다.
정민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빨리 저택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 *
저택 앞에 도착하자.
똑똑―
갑옷을 입은 기사가 마차의 문을 두드려왔다.
철컥―
문을 열어주니.
“초대장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초대장을 요구해왔다.
“여…습니다.”
정민우는 사탄에게 받은 초대장을 보여주자.
“확인됐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기사들은 길을 비켜주며, 저택의 문을 열어줬다.
그렇게 저택 내에서 마차에서 내리니.
‘이건 무슨 성이랑 버금가는 크기냐….’
멀리서 봤을 땐 잘 몰랐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그 크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큰 주인님, 저희는 따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집사장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가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바글, 바글, 바글―
엄청난 인파의 악마들이 연회장에 자리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사탄은 어딨지?’
정민우는 사탄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자.
‘저…네.’
옥좌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다른 악마들과 떠들고 있는 사탄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인사드리러 가자.”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사탄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대마왕님, 저희 왔습니다.”
“““대마왕님의 탄생일인 것을 감축드립니다.”””
이어서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인사를 올리자.
“오, 왔어?”
사탄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어머, 저들이 당신이 말했던 악마들이군요?”
옆에 앉아 있던 여성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흥미 어린 눈빛으로 바라봐왔다.
‘저 악마가 사탄의 아내인가?’
정민우는 고개를 슬쩍 들어 확인해보니.
‘대마왕의 아내답게 아름답기는 하네.’
손에 꼽힐 정도의 미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딸이 어머니의 외모를 많이 닮았네.’
머리카락 색은 사탄과 상반되는 푸른색이었지만, 이목구비와 몸매를 봤을 때 그의 딸인 사요리가 어미와 더 닮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어서 사탄의 아내에게도 인사를 올리니.
“호호, 저도 반가워요.”
여성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받아줬다.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준비는 잘 됐어?”
사탄이 눈을 빛내며, 연극에 대해서 물어왔다.
“완벽하게 준비했습니다.”
“너라면, 그 대답을 할 줄 알았지.”
정민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탄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준비요? 어떤 것을 말하는 거죠?”
여성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어보자.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 이따 선물을 보면 알게 될 거야.”
사탄이 여성에게 윙크를 날리며, 너스레를 떨자.
“당신도 참 알겠어요. 기다려 보죠.”
여성이 피식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제 슬슬 물러나면 되겠군.’
정민우는 인사도 마쳤으니, 돌아가기 위해 말문을 열려는 순간.
또각, 또각, 또각.
“저분들은 누구예요?”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슬쩍 돌리니.
‘…사요리.’
고급 레스토랑에서 봤었던 그녀. 사탄의 딸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 딸 왔어?”
사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내 밑에서 일하는 악마들이야.”
“그렇군요.”
“그리고 가운데 악마 보이지? 저 친구가 내가 말했던 악마 정민우야.”
“어머, 반가워요.”
사요리는 사탄의 소개에 능구렁이처럼 웃어 보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그리고 이쪽은 내 딸 사요리. 초면이지?”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자. 사탄의 눈빛이 음흉하게 변하더니.
“그러고 보니, 너도 이제 슬슬 결혼할 때가 되지 않았어?”
사탄이 넌지시 결혼에 대해 언급해왔다.
‘…결혼할 때?’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대마왕님, 저는 아직 태어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만?”
인간으로 따지면, 한창 옹알이할 시기라는 것이다.
대답을 들은 사탄은 무슨 문제냐는 듯, 어깨를 슬쩍 으쓱이며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그저 자기 앞가림만 할 줄 알면 결혼 적령기지.”
“어머, 아빠도 참.”
사요리는 부끄럽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려 보였다.
모르고 봤다면, 제법 귀여워 보일 행동이었지만.
【후후, 나의 귀여운 행동에 반했겠지? 】
‘…어떻게 저런 뻔뻔한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 양성소 때의 비너스보다 더하네.’
연회장에 들어설 때부터 ‘심안’을 사용하고 있던 정민우는 간악한 여우 한 마리로 보일 뿐이었다.
“이렇게 보니 둘이 꽤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둘이 식사라도 하고 오는 건 어때?”
사탄은 거기서 한술을 더 떠 둘만의 자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슬쩍 뒤로 고개를 돌려 비너스를 보니.
“…….”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비너스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또한,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며 이 상황에 자리한 것까지 알 수가 있었다.
‘단단히 화났는데?’
정민우는 나중에 따로 비너스의 기분을 풀어주기로 하며, 지금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빠져나오기로 했다.
“하하, 그러고 싶지만 제가 어찌 따님의 시간을 뺏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시간 괜찮아요.”
“그래도 제가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
“30분이면 충분하죠.”
하지만, 사요리는 엄청난 디펜스를 선보이며, 빠져나가는 것을 허용해주지 않았다.
‘곤란한데.’
정민우는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에 잠기려는 순간.
뚜벅, 뚜벅, 뚜벅.
“대마왕님, 탄생일을 감축드립니다.”
노쇠한 모습을 한 악마. 바알이 때마침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저 영감탱이가 반갑게 느껴질 줄이야.’
정민우는 반가움을 느끼며, 뒤쪽으로 물러섰다.
“어, 왔냐?”
사탄은 표정을 찌푸리며, 바알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아줬다.
“같은 시기에 태어났음에도 저는 축하를 받지 못하고 대마왕님의 탄생일을 축하해야 하니 애석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이어서 바알이 비꼬면서 말하자.
“부러우면 네가 대마왕 하든가.”
사탄은 콧방귀를 끼며, 되려 비꼬아 대답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바알은 사탄의 옆에 서 있는 여성을 잠시 아련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그렇게 자리에서 떠나려는 찰나.
“자넨 나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하나?”
바알이 뒤에 서 있는 정민우를 발견하곤 노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불똥이 나한테 튄다고?’
정민우는 속으로 어이없을 느끼며 말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성의 없는 인사에 바알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구겨졌다.
“…인사가 성의가 없군. 무릎을 꿇고 제대로 인사를 올려라.”
“죄송하지만, 그 정도까지 예의를 차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군요.”
“…뭐?”
정민우는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저한테 악의를 품은 상대에게는 예의를 차리지 않는 주의라서 말입니다.”
“…네놈!”
바알이 노기를 터트리려는 순간.
“아, 농담입니다. 사실, 모시는 분이 대마왕님이기에 그 밑에는 무릎을 꿇을 수가 없어서 그랬습니다.”
정민우는 깐죽거림을 멈추지 않고 아예 기름을 부어버렸다.
“네놈, 정신이 나갔구나.”
바알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정민우에게 손을 뻗으려는 찰나.
“그만.”
사탄이 바알의 손목을 낚아채며 상황을 저지했다.
“대마왕님 이건…!”
바알이 사탄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에이, 틀린 말도 아닌데 왜 그래?”
사탄의 이죽거림에 바알은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내 손을 내렸다.
“…넌 나에게 대든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그리곤 정민우를 지나치며 낮은 목소리로 협박을 가해왔다.
‘이미, 죽이려고 했으면서 후회는 무슨.’
정민우는 악마이기 이전에 유교 사상이 짙게 밴 한국인이었기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그거 정말 기대되는군요.”
“흥!”
바알은 혀를 차며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벌써 이렇게 화를 내면 어쩌시나.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저 정도로 격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니 나중에 연극을 보고 나서 어떤 반응을 내보일지 궁금해졌다.
72화 탄생일 (2)
바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민우는 문뜩 그의 정보가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1순위 마왕과 같은 품계를 지닌 루시퍼도 확인했는데, 바알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정민우는 이참에 바알의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하며, ‘천안’을 사용하자.
【‘바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바알
성별 : 남성
나이 : 10, 000살
〈세부 정보〉
품계 : 마왕(魔王)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역병(疫病)
현재 감정 : 짜증
‘고유 특성이 역병이라… 효과가 어떻게 되지?’ 이미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기에 정민우는 그와 나중에 싸우게 될 것을 생각해 미리 효과를 봐두기로 했다.
【역병(疫病)】
공기로 병을 전염시킨다.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고유 특성.
‘…악마는 불멸자라 병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바알이 지닌 고유 특성이니, 분명 악마에게도 강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역병을 무효할 수단을 준비해야겠네.’
대응할 방안만 준비한다면, 나중에 맞붙게 됐을 때 손쉽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정보는 이 정도면 됐고. 이제 욕구를 볼 차례인가?’
안 봐도 뻔하지만, 예상하는 것과 직접 확인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기에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자, 어떤 욕구를 가졌는지 봐볼까?’
이어서 바알에게 ‘마안’을 사용하자.
【사탄의 죽음】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바알의 욕구가 문자로 만들어졌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정민우는 혀를 차며 마안을 거두려는 순간.
【대마왕 즉위】
【릴리트의 사랑】
【사요리의 죽음】
【사탄 측근들의 죽음】
.
.
.
.
‘…뭐?’
사탄의 관련된 욕구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 심하잖아?’
열등감을 넘어선 그 무언가.
‘조만간 일 하나 터뜨릴 것 같은 욕구인데….’
정민우는 바알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가만… 내가 볼 수 있다는 것은 사탄도 볼 수 있다는 거잖아?’
사탄 또한 자신과 같은 고유 특성을 가졌기에 바알의 검은 속내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설마, 그것을 대비해 나를 영입한 건가?’
정민우는 사탄이 자신을 왜 이렇게 마왕의 자리로 올리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래도 대단하네… 저런 욕구를 보면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면.’
또한, 새삼 사탄이 겉과 다르게 생각이 깊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옆에 선 사탄을 슬쩍 바라보자.
찡긋―
사탄이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윙크를 날려왔다.
“…….”
그 모습에 정민우는 소름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왕님, 아무래도 제가 드릴 선물을 점검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곤 사탄에게 연극을 다시 손보기 위해 물러나 보겠다고 뜻을 전했다.
“쩝, 어쩔 수 없지. 이 분위기로 딸과 만남을 즐길 수는 없을 테니까. 들어가 봐.”
“감사합니다.”
사탄의 허락에 정민우는 허리를 숙여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 * *
“후, 그래도 영감탱이 덕분에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됐네.”
정민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민우, 대마왕 님의 따님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개굴개굴.”
그 모습을 보던 로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내 취향이 아닌 것도 있고. 나는 마왕이 되기 전까지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말이야.”
취향이 아니라는 말에 여태까지 표정이 안 좋았던 비너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사요리라는 분이 취향이 아니라는 거군요?”
“그렇지.”
“혹시, 취향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굳이 따지자면… 청순한 쪽이 내 취향이겠지?”
이어서 자신의 취향에 대해 말해주자.
“…그렇군요.”
비너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기분 좋은 티를 너무 내는 거 아니야…?’
정민우는 이 사실을 말해줄까 하다가 비너스가 민망할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그런데, 마왕이 되기 전까지 결혼하지 않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이어지는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을 때, 결혼하는 게 멋지잖아?”
“아하, 그렇군요.”
정민우의 대답에 비너스는 기억하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고의 자리라… 멋진데?”
얘기를 듣고 있던 아누비스가 눈을 빛내더니, 자리에 벌떡 일어나 말했다.
“좋아, 나도 마왕의 자리에 올라설 때까지 결혼하지 않겠어!”
아누비스의 새로운 다짐에 옆에 앉아 있던 로크의 얼굴이 사색 됐다.
“구,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결혼해서 같이 격려하며 마왕이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개굴개굴.”
로크는 다시 생각해보라고 아누비스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아니, 마왕이 되고 할 거야.”
“그래도… 개굴개굴.”
“계속 내 말에 토 달래?”
아쉽게도 그녀의 뜻은 완강했다.
“…개굴개굴.”
로크는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얼굴이 녹색으로 질려버렸다.
‘아, 원래 피부색이 녹색이었지?’
정민우는 자신의 센스 있는 개그 감각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둘의 사이에 진전이 있긴 한 건가?’
종종 로크가 치근덕거리는 것을 봐오긴 했지만, 둘의 사이에 진전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아누비스는 로크가 호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아누비스라면 로크를 그저 좋은 동료로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진전이 있는지, 로크에게 따로 물어봐야겠네.’
환생 전, 사랑의 오작교라고 불렸던 자신이니, 몇 가지 조언만으로도 둘의 사이를 크게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이제 밥 먹을까?”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던 엘린이 테이블에 세팅된 음식들을 바라보며, 식사할 것을 제안해왔다.
‘하긴, 저런 음식을 두고 먹지 않은 것도 실례겠지.’
사탄의 탄생일이어서 그런지 연회에 세팅된 음식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것들보다 질이 더 좋아 보였다.
“그래,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밥이나 먹자.”
“오, 밥 좋지. 아까 보니까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꽤 있더라고!”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그릇에 음식을 담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 흘렀을 때.
“대마왕님에게 선물을 진상할 시간이다. 다들 줄을 서도록.”
얼굴에 귀찮음이 가득해 보이는 루시퍼가 줄을 설 것을 알려왔다.
‘이제 곧 시작하겠네.’
정민우는 머지않아 연극을 시작할 때인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줄을 서도록 할까?”
그리고 악마들이 줄 서고 있는 곳으로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이동했다.
* * *
줄을 선 악마들은 긴장 어린 얼굴로 자리하고 있었다.
“성명.”
루시퍼가 첫 번째로 선 악마의 이름을 묻자.
“72위인 안드로말리우스입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진상할 선물은?”
이어서 루시퍼가 진상할 선물에 관해서 물어보자.
“이것입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아공간에서 술을 꺼내 보였다.
“이게 뭐지?”
“정력에 좋다는 히드라 술입니다.”
“…호오.”
루시퍼는 장부에 물건의 이름을 적으며 말했다.
“저기에 두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72위인 안드로말리우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나자.
“성명.”
“저는…….”
뒤에 서 있던 악마들이 차례대로 선물을 진상하기 시작했다.
선물을 살펴보니, 사탄의 모습을 본뜬 아트팩트, 액세서리, 장신구 등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역시 대마왕 정도 되니, 선물의 질이 다르네.’
정민우는 선물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던 그때.
“민우 님?”
옆에 서 있던 비너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응?”
비너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희도 이제 슬슬 줄을 서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가 줄을 서지 않는 것에 의문을 제시했다.
그렇다.
사실 줄을 서기 위해 근처까지 갔지만, 정민우는 줄을 서지는 않고 근처에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선물은 마지막에 줘야지 의미가 있으니까 말이야.”
정민우의 짤막한 설명에 비너스가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네요. 저희 선물은 현물이 아니니까요.”
중간에 선물을 주게 된다면 줄을 서고 있는 악마들 때문에 바로 연극을 보여주기 모호해지므로 마지막에 서는 것이 좋았다.
그로부터 약 1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니.
“가자.”
바알을 남겨두고 더 이상 줄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알 뒤로 줄을 서자.
“성명.”
루시퍼가 심드렁한 얼굴로 바알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뻔히 이름을 알 텐데, 매번 이름을 물어볼 필요가 있나?”
바알의 물음에 루시퍼가 귀를 파보이며 대답했다.
“형식이라는 게 있잖아. 빨리 이름이나 말해.”
“…교양이 없군.”
“돌려 말하는 너만 할까.”
“…….”
“안 줄 거면 저리 꺼지고.”
루시퍼의 공격적인 언행에 바알의 얼굴에 금이 갔지만.
“…선물은 줘야지. 바알이다.”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자신의 이름을 댔다.
“진상할 선물은?”
“이거다.”
“목걸이?”
여성이 낄 것만 같은 목걸이를 바알이 꺼내 들자, 루시퍼가 인상을 찌푸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그래, 그녀가 끼면 이쁠 것 같아서 준비했지.”
바알은 사탄의 아내인 릴리트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흑심을 드러냈다.
“…어휴.”
그녀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넌, 대마왕님의 탄생일에 이 선물을 진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냐?”
“어쩔 수 있나. 릴리트에 대한 내 마음이 큰 것을.”
임자 있는 악마 앞에서의 사랑 고백.
‘죽이지 않은 게 용하네.’
정민우는 사탄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이 개X끼가…!”
루시퍼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지며, 분위기가 흉흉해지던 그때.
“루시퍼 진정해. 선물이라고 하잖아.”
사탄이 루시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진정시켰다.
“하지만…!”
루시퍼가 따지고 들려고 했으나.
“진정해.”
사탄이 루시퍼의 말을 가볍게 잘라버렸다.
“역시, 대마왕이어서 그런지 마음씨가 넓군요.”
바알이 이죽거리며, 사탄을 비꼬았지만.
“상대하기 귀찮으니까. 선물이나 두고 가라.”
사탄은 더 이상 얘기를 듣지 않겠다는 듯, 선물을 두고 물러날 것을 권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릴리트가 이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꼭 보고 싶군요.”
바알이 끝까지 이죽거리며, 자리에서 물러나자.
“““…….”””
연회장에 싸한 분위기와 함께 침묵이 내려앉았다.
‘쯧, 영감탱이 일부러 저랬네.’
정민우는 바알의 옹졸한 행동에 혀를 차 보이며, 루시퍼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성명.”
루시퍼가 굳어진 얼굴로 정민우에게 이름을 물어왔다.
“정민우 외 4명입니다.”
“진상할 선물은?”
“저희가 진상할 선물은 ‘연극’입니다.”
“…뭐?”
정민우의 대답에 루시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마왕님의 일대기를 담은 연극이라고 할 수 있겠죠.”
대마왕의 일대기를 담은 연극이라는 말에 연회장에 자리한 악마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연극을 준비했다고…?”
“신선한데?”
“경연 때 춤을 추더니 이번에는 연극이라… 흥미로운데?”
또한, 여태까지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던 사탄의 아내, 릴리트도 관심이 동했는지 호기심을 내보였다.
“어머, 그 선물이 연극이었어요?”
릴리트의 물음에 사탄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내 일대기니까. 당신도 나올 거야.”
“그거 정말 기대되네요.”
“기대해도 될 거야. 이 친구가 물건이거든.”
이내 사탄이 정민우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기대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아주 재밌는 연극이 될 겁니다”
정민우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바알이 있는 곳으로 슬쩍 시선을 옮기자.
‘표정이 안 좋군.’
바알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73화 탄생일 (3)
‘사탄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풀어내겠다고…?’
정민우의 발언을 들은 바알은 옅은 신음을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게 바알은 사탄과 같은 양성소 기수로서 그의 일대기를 풀면 자신의 얘기가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일개 악마가 이 생각을 내지는 않았을 테고… 사탄의 수작인가?’
바알은 간악한 사탄의 술수에 치를 떨었다.
‘네 녀석… 날 어디까지 깔아뭉개야 속이 시원한 거냐.’
그저 일대기를 푸는 것인데 왜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르는군.’
그의 과거는 본인이 봐도 그리 좋지는 않았기에 이런 격한 반응을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연극을 막을 방법은 없나?’
바알은 잠시 이 연극을 막아낼까 고민했지만.
‘…방법이 없군.’
아쉽게도 연극을 막을 명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도발했을 때 반응이 미적지근하더니, 전부 이것 때문에 태연한 반응을 내보였던 건가?’
바알은 연극을 막을 수 없다면, 연회장이라도 벗어날까 진지하게 고민을 했지만.
‘…아니, 남아있는 것이 좋겠어.’
자신이 없는 곳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었기에 연회장에 자리를 지키고 있기로 했다.
‘일단, 지켜보자.’
바알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던 그때.
“그럼, 저희는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가 사탄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어떤 내용인지 가서 물어보기라도 할까?’
다소 체면을 구기는 행동이기는 하다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기에 바알은 정민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자네.”
조심스럽게 정민우를 부르자.
“아, 마왕님.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정민우는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겨운 연기를 하는 것이 사탄과 똑 닮았군.’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연극에서 나도 나오나…?”
지금은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참기로 했다.
“대마왕님과 같은 기수이니, 마왕님도 나올 겁니다.”
“…그래?”
바알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마왕님의 비중도 크니,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정민우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말을 내뱉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놈.”
바알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정민우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제 준비를 해야 해서 물러나 보겠습니다.”
정민우는 다른 악마들과 함께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 * *
‘자신이 했었던 과거가 들춰질까 봐. 조마조마하겠지.’
대기실로 이동한 정민우는 조금 전에 바알이 보였던 행동을 떠올리며 통쾌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게, 앞뒤 안 가리고 적을 만들래?’
정민우는 이것이 전부 자신을 건드리는 업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상념에 잠겨 있던 그때.
“분장을 시작하겠습니다.”
집사가 다가와 분장을 시작하겠다고 알려왔다.
“잘 부탁할게.”
“예, 맡겨만 주십쇼.”
집사의 손에 몸을 잠시 맡기자.
“오.”
검게 물들었던 머리가 빨간색으로 변모해 있었고.
‘눈도 사탄과 똑같아졌네.’
컬러렌즈를 통해 사탄의 눈동자 색깔과 똑같아졌다.
멀리서 본다면 사탄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습이 굉장히 흡사했다.
“이제 옷만 갈아입으면 끝입니다.”
정민우는 집사가 건네는 옷으로 갈아입으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다른 애들도 준비가 끝났나?”
마교회 멤버들도 준비를 마쳤는지 묻자.
“지금쯤이라면, 거의 다 준비가 끝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곧 있으면 준비가 끝날 것이라고 알려왔다.
“알겠어.”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너스가 있는 대기실로 이동했다.
똑똑―
“들어갈게.”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오셨어요?”
분장을 끝낸 비너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푸른색도 잘 어울리네.’
머리 색깔만 바뀌었을 뿐인데, 차분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화장 때문인지, 청순한 모습도 보이지 않네.’
또한, 화장의 힘 덕분인지 비너스의 얼굴에는 청순함 대신 섹시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완벽하네.’
비너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어울리나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더니,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감상평을 물어왔다.
“잘 어울리는데?”
“그런가요?”
“그래도 본래 모습이 더 이쁘네.”
“…고마워요.”
본래 모습이 더 났다는 말에 비너스가 만족감이 어린 얕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른 애들도 준비가 됐나 보러 갈까?”
“좋아요.”
다른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대기실에 들리니, 전부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다들, 무대 뒤로 이동하자고.”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 그리고 집사와 하녀들은 연극을 펼치기 위해 무대 뒤로 향했다.
* * *
웅성, 웅성, 웅성―
악마들은 서로 잡담을 떠들며, 연극을 기다리던 그때.
철컥―
연회장의 불빛이 전부 꺼져버렸다.
달칵―
그리고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하나 켜지더니.
또각, 또각, 또각.
가면을 쓴 한 악마가 무대 위로 걸어 올라왔다.
“만 년 전, 마계를 호령할 존재가 태어났습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곤 청량한 목소리로 연극의 시작을 알려왔다.
“그 존재의 이름은 사탄. 대마왕이 될 운명을 지닌 악마였죠.”
가면을 쓴 악마가 뒤를 가리키자.
드르륵―
무대를 가린 커튼이 갈라지며, 양성소를 배경으로 한 모습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단상 위에 올라선 가면을 쓴 악마와 그 밑에 정민우, 비너스, 집사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위대하고 사악한 악마를 육성하는 양성소다. 너희는 반년 동안 참된 악마로 나아가는 교육을 받게 될 것이며, 교육이 끝나면 선배 악마들과 같이 한 명의 악마로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가면을 쓴 악마의 대사에 연극을 보고 있던 악마들이 아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저 때는 진짜 죽자 살자 임했었지.”
“추억이 떠오르는군.”
또한, 옥좌에 앉아 있던 사탄과 릴리트도 악마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반응을 내보였다.
“정말 추억이네.”
“저 때는 수료라는 게 꿈같이 느껴졌었죠.”
다들 추억 회상에 잠긴 한편. 한 악마만이 추억에 잠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악마는 바로 바알.
‘…저게 나인가?’
무대 위에 자신으로 추정되는 자가 자리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같은 기수이니 내 배역도 필요했겠지. 큰 의미 부여는 하지 말자.’
굳어진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자.
“그들은 입학식을 끝내며,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됩니다. 꼭 수석으로 수료해 보이겠다고 말이죠.”
간략한 소개가 끝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저건?’
다음 세팅된 무대로 넘어간 것을 본 바알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욕망을 볼 수 있다고? 악마의 덕목을 타고났군.”
“고유 특성이 뛰어나군.”
“대단해. 엄청난 악마로 거듭나겠어.”
“욕망을 볼 수 있다면 고등생물을 쉽게 타락시킬 수 있겠어.”
고유 특성을 받는 날.
연극에서 펼쳐지는 대로 사탄은 교관들에 온갖 추앙을 받았지만.
“역병?”
“이걸 대체 어디에 써?”
“일개 악마는 행성에 개입이 불가하니, 완전 쓰레기 고유 특성이 걸렸다고 볼 수 있겠어.”
자신은 교관들에게 온갖 멸시를 받아야만 했던 날이었다.
여기서 더욱 역겨웠던 것은.
“좋은 고유 특성이네. 마왕이 되면 행성에 현신할 수 있으니 손쉽게 고등생물들을 장악할 수 있겠는데?”
정민우가 연기하는 것과 같이 사탄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사탄은 넓은 포용력을 발휘하며, 다른 악마들의 우상의 대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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