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9

야기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세이나 님 3품 악마를 죽였으니, 진급은 확정이겠죠?”
“그렇지 3품이면 강한 축에 속하는 악마들이니까 말이다.”
“저희는 몇 품 정도 오를까요?”
“흠, 너희 품계가 9품이니 6품까지 오르지 않을까?”
““6, …6품이요?””
세 단계나 품계가 상승한다는 소리에 비둘기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세이나 님은 몇 품 정도 오를 것 같아요?”
“나는 4품까지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3품 악마를 죽였으니, 세이나는 두 단계 정도는 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품계가 오르면, 악마 녀석들을 직접 찾아가 죽인다.’
신성 제국 밖에서는 이기기가 힘들어 도망치게 놔뒀지만, 품계만 오르면 ‘유레인’ 행성 내에서 세이나를 막을 자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때.
댕, 댕, 댕, 댕―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왔다.
“…뭐?”
음식을 먹던 비둘기들은 행동을 멈추고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이 종소리는 적의 기습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었다.
“잘못 울린 건가?”
“기습할 적이 있나?”
비둘기들은 잘못 들은 것으로 치부하려고 했으나.
“적의 기습이다!”
“적들이 기습했다!”
“전부 전투 준비!”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의 외침에 비둘기들은 잘 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창문 쪽으로 이동하자.
“…….”
성문 밖에 녹색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친.”
세이나는 녹색 물결을 보며, 표정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 * *
신성 제국 성문에 도착한 윌리엄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준비됐지?”
그러자 아이들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빨리 악마님들을 구하러 가자고.”
“신성 제국 놈들에게 정의가 뭔지 보여주자고.”
윌리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성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럼, 성문을 부수고 진입하도록 하자.”
마기를 끌어 올려, 오른쪽 손에 집중시키자.
후――웅.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농도의 마기가 오른손에 맺히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악마님들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윌리엄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짓는 것과 동시에.
콰―――――앙!
성문에 주먹을 내질렀다.
조그마한 주먹으로 냈다고는 믿기지 않는 파괴력.
후두둑―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던 성문은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져내리며, 잔해로 변해버렸다.
뚜벅, 뚜벅, 뚜벅.
윌리엄은 부서진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
‘역겨운 새X들.’
축제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악마님들을 감금해 놓고 감히 축제를 즐겨…?’
윌리엄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래, 너희가 원하는 대로 축제를 벌여주도록 하지. 피의 축제를 말이야!’
이어서 윌리엄은 사람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있는 인간들을 전부 죽여버려!!!”
“““끼에엑!!!”””
외침을 들은 고블린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작 고블린일 뿐이야! 당황하지 말고 죽여!”
한 병사가 고블린에게 다가가 창을 휘둘렀지만.
휘익―
고블린은 우습다는 듯, 고개를 젖히는 것만으로 병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버렸다.
“…공격을 피해?”
병사는 공격을 피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드러내던 그때.
타, 타, 타, 타―앗!
고블린은 병사에게 달려들며, 목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푸―욱.
“크헉!?”
병사는 그렇다 할 반격조차 못 하고 고블린에 의해 목숨이 끊기고 말았다.
뒤이어 달려들던 병사들 또한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이, 일반 고블린이 아니야!”
“다, 다들 도망쳐. 이길 수 없어!”
겁을 지레 먹은 병사들은 무기를 던지며,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가시죠?”
하지만, 비앙카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병사들의 길을 막아서 보였다.
“넌, 뭐야! 저리 비켜!”
한 병사가 비앙카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저희를 도와. 인간들을 죽여주세요.”
“어, 어?”
비앙카의 부탁에 병사들의 눈이 몽롱하게 변하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 그럼 가서 인간들을 죽이고 오세요.”
“으, 응 알았어!”
병사들은 버린 무기를 주워 들며, 비앙카의 명령을 따라 사람들을 공격했다.
“…배신자 녀석!”
“내, 내통자가 있었어!”
갑자기 변한 병사들의 태도에 사람들은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며 도망쳤다.
“세바스,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윌리엄은 세바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세바스는 주변을 훑어본 뒤, 윌리엄의 질문에 대답했다.
“악마님들과 전투로 인해 전력 손실이 일어난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이길 확률은 99%로야.”
“좋네.”
대답을 들은 윌리엄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죽음으로 참회해라!”
콰――앙!
그리고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대지가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자아냈다.
“…괴, 괴물!”
“도, 도망쳐!!!”
어린아이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파괴력에 겁먹은 사람들은 다른 성문으로 도망치려고 했으나.
“어딜 도망치려고 해?”
올리버가 바닥에 손을 대며, 마기를 주입하자.
콰지지지지직―
바닥이 솟아오르며, 성문들의 문을 봉쇄해버렸다.
“헤헷, 이러면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겠지?”
올리버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너희는 이 생활을 누릴 가치가 없어!”
콰――앙!
아론은 거대한 덩치를 이용해 시냐에 있는 건물들을 전부 부수고 다녔다.
“푸하하핫. 죽어, 죽어, 죽어!!!”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위트니 같은 경우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인간들을 무참히 사냥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전부 힘을 합쳐 싸웁시다!”
고등생물들은 집 안에 있는 무기를 꺼내 들고 대항하려고 했으나.
화아아아―
고블린들의 몸이 검은빛에 휩싸이더니.
“끼엑?”
설상가상으로 홉고블린으로 진화해버리며, 전력이 더욱 강해져 버렸다.
“오, 천사님….”
“왜, 이런 시련을 저희에게 내리신 겁니까.”
“진정, 우리를 버리신 겁니까…?”
땡그랑―
더욱 강해진 전력에 고등생물들은 싸울 의지를 잃어버리며 무기를 놓쳐버렸다.
한편, 신성 제국이 침략당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세이나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그때 어떻게든 끝을 냈어야 했는데!”
정민우를 죽이지 못한 것에 후회가 밀려왔다.
“…고블린 따위에게 제국의 존망이 걸리게 될 줄이야.”
쾅―!
세이나는 책상을 내려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악마와 전투를 치르지 않았더라도 저 정도의 인력은 손쉽게 소탕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잠시, 정민우와 척을 지지 말았어야 했나 고민했지만.
“…아니야, 어차피 지금 척지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싸우게 됐을 거야.”
의미 없는 가정에 불과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할 시간에 어떻게 해야 제국을 지켜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더 유익했다.
‘…일단, 고블린부터 어떻게 해야 해.’
세이나는 비둘기들을 보며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성기사와 사제들을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도록 해라!”
그녀의 명령에 비둘기들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세, 세이나 님 지금 성기사와 사제들의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여기서 전투를 더 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어요.”
그녀들의 말에 세이나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소리쳤다.
“신성력을 때려 붓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회복시켜서 싸우게 만들어!!!”
“그, 그치만.”
비둘기는 세이나의 말을 반박하려고 했지만.
짜악―
세이나는 비둘기의 뺨을 후려치며, 반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라면 해! 이 버러지 새X들아!!! 이대로 신성력이 줄어드는 꼴을 봐야 해!?”
“…알겠습니다.”
뺨을 얻은 비둘기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방 밖을 나섰다.
“너도 다녀와.”
“…네.”
비둘기들이 전부 방 밖으로 나가자. 세이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봤다.
“…언제부터 상황이 이렇게 꼬여 버린 거지?”
분명, 3품 악마를 사냥할 때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흘러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제국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다… 그 간악한 악마 녀석 때문이야.”
세이나는 정민우를 만나게 되면, 철퇴로 머리를 터뜨리겠다고 다짐하던 그때.
“나를 찾았나?”
뒤에서 간악한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세이나는 철퇴를 꺼내 들며, 뒤로 몸을 돌리자.
“내가 또 보자고 했지?”
정민우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희에게 반기를 든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셨나요?”
“너랑 한번 붙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찾아오네.”
“…죽어.”
“그러게 민우를 왜 건드린 거야?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민우를 건드려서 좋은 꼴을 본 녀석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개굴개굴.”
그리고 정민우 뒤에 자리한 마교회 멤버들이 조롱 섞인 말을 건네왔다.
“…….”
세이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X 됐네.’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말이다.
59화 몰락 (5)
정민우는 비둘기에게 접근했을 때부터, 신성 제국을 침략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3품 악마들을 처리했다고 해도 수습 딱지를 떼지 않는 이상 다른 악마들이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었다.
‘계획대로 잘 흘러갔어.’
세운 작전이 틀어지면 어떡하나 고민을 했는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계획은 완벽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세운 작전이 제대로 실현됐을 때만큼 짜릿한 것도 없지.’
흡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만 같은 기분.
‘수습 딱지 떼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군.’
계획대로 흘러갔다고 해도 방심하는 것은 좋지 않았기에 정민우는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네가 일군 제국이 멸망하는 기분은 어때?”
이죽거리며, 세이나에게 기분을 묻자.
“…네놈!”
세이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철퇴를 들어 올렸으나.
“몬스터처럼 날뛰는 건 거기까지만 하시죠.”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네년의 목을 잘라버릴 줄 알아.”
비너스와 아누비스가 무기를 겨누며, 경고를 날렸다.
“…….”
세이나는 신음을 흘리며, 무기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전이면 모를까… 지금은 이 녀석들을 이길 수 없다.’
전에는 악마들을 죽이며, 고등생물의 믿음이 하늘을 찌르며 몇 배의 신성력을 얻게 됐었지만, 지금은 마인과 몬스터의 기습으로 인해 고등생물의 믿음이 바닥으로 떨어진 바람에 신성력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말았다.
‘…덤비면, 죽고 말겠지.’
즉, 어떤 방법을 쓰더라고 눈앞에 있는 악마들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네놈…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나?”
세이나의 물음에 정민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대답했다.
“내가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나?”
“…….”
“내 밥그릇을 뺏기는 건 죽도록 싫어한다고 말이야.”
정민우의 광기에 세이나는 몸을 흠칫 떨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나.”
“…나를 죽일 건가?”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검지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나는 너같이 야만적이지 않아서 죽이지는 않을 거야.”
“…죽이지 않는다니, 무슨 속셈이냐?”
“그러게 무슨 속셈일까? 맞춰볼래?”
이어서 음흉한 눈빛으로 세이나를 바라보자.
“…….”
세이나는 대뜸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내, 내 몸을 탐하려고 하는 거구나.”
“음?”
“내 몸을 탐한다고 해도 결코 네놈에게 함락당하지 않을 거다!”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정민우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가지?’
머리에 음란 마귀가 끼어도 제대로 낀 것 같았다.
정민우는 세이나의 생각을 정정해주기 위해 말하려는 순간.
“천박한 년 아니랄까 봐. 생각하는 수준이 정말 저급하네요.”
비너스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세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너스가 이렇게 말을 험하게 할 수 있었나?’
정민우는 비너스의 공격적인 말투에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세이나에게 말했다.
“뭔가 오해를 깊게 하는 것 같다만… 굳이 설명하는 것도 귀찮으니, 지금은 신성 제국이 멸망하는 모습이나 같이 감상하자고.”
“…….”
세이나도 창피함을 아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창밖을 보며, 싸움을 구경하고 있자.
절 뚝, 절 뚝, 절 뚝.
50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성기사와 사제들이 성에서 걸어 나왔다.
‘상태가 좋지 않네.’
절름발이부터 시작해 외팔 등 부상이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저 상태로는 우리 얘들을 막지 못할 텐데.’
정민우는 결과가 불 보듯 뻔했지만, 세이나는 다르게 생각했는지 성기사와 사제를 보며 눈을 빛냈다.
“네 녀석이구나. 신성 제국을 침략해온 녀석이.”
선두에 선 성기사가 윌리엄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침략이라….”
윌리엄은 턱을 쓸며, 말을 되뇌더니.
“세뇌를 당해서 그런가? 말을 이상하게 하네.”
이해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먼저 우리 악마님에게 공격을 가했으면서, 침략이라 칭하다니… 세뇌당하지 않았다면 그런 개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겠지.”
“…뭔 개소리냐.”
“역시, 세뇌를 당해서 그런지 말이 안 통하네.”
“뭔, 개소리냐. 세뇌당한 것은 너희겠지!!”
성기사의 외침에 윌리엄이 피식 웃으며, 세바스에게 말했다.
“그렇다는데?”
그러자 세바스는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깊숙한 세뇌를 당해서. 자신이 옳은 줄 알고 있어.”
“세뇌를 풀 수는 있어?”
“세뇌는 왜?”
“세뇌를 풀어줘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알게 해주려고.”
“그건 무리야, 세뇌가 너무 깊숙하게 뿌리 박혀서 이건 죽음 말고는 풀 방법이 없어.”
세바스의 설명을 들은 윌리엄은 오른손에 마기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속죄는 하고 죽게 해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다네.”
“…….”
성기사는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검은 꺼내 들었다.
“…동감하는 바다. 아직, 어린아이라 팔다리만 자르고 살려주려고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살려줄 가치가 없군.”
500대 30.
숫자만 보면 윌리엄 쪽이 불리해 보였지만.
‘성기사와 사제들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30명이 서도 충분히 정리할 수 있지.’
또한, 몸이 정상이었다고 해도 정민우는 마인들이 이길 것이라고 점쳤을 것이었다.
‘믿음이 사라졌어.’
아니라고 부정할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침략을 당하면서 은연중에 천사에 대한 믿음이 꺾여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금방이라도 싸움이 시작될 것 같던 그때.
“형.”
세바스가 윌리엄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왜?”
“굳이, 우리가 싸울 필요가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분석 결과 99%로 우리가 이기지만 상처 입을 확률이 32%야. 그러니 고블린들을 이용해서 정리하는 게 어때?”
“일리 있는 말이네.”
아이들이 상처 입는 것은 싫었기에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블린들에 명령을 내렸다.
“저 녀석들을 죽여버려.”
“““끼에에엑!”””
그러자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이 성기사와 사제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이런 비겁한!”
선두에 선 성기사는 윌리엄을 비겁한 행동에 비판했지만.
“뭐래, 200만 명이 악마님들을 공격한 주제에.”
윌리엄은 조소를 띠며, 뒤로 물러났다.
“죽으면서 악마님을 공격한 것을 참회하도록 해.”
성기사는 뭐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덤벼라!”
몰려오는 고블린들 때문에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고블린들 상대로 선전하는 것 같았으나.
“““끼에에엑!!”””
푹, 푹, 푹, 푹, 푹―!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에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버렸다.
“아, 안돼!!!”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세이나가 애처롭게 소리를 내질렀다.
“끝났네.”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거뒀다.
‘이 정도면, 신성력이 바닥을 치다 못해 전부 떨어졌겠지.’
지금 상태라면 마교회 멤버들도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었다.
“날 바라봐.”
“읍!”
정민우는 세이나의 얼굴 붙잡으며, 눈을 맞췄다.
그리고 고유 특성을 복사하려는 순간.
끼이익―
“명령을 마치고… 세이나 님?”
“세, 세이나 님!!”
비둘기들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얘, 얘들아?”
세이나는 혹시 아이들이 자신을 구해주지 않을까 희망을 느꼈지만.
“너희는 필요 없어.”
푸확―!
정민우의 말에 로크와 엘린이 나서며, 비둘기의 목을 잘라버렸다.
“얘, 얘들아!!!”
세이나는 비둘기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가만히 계시죠?”
“죽고 싶어?”
비너스와 아누비스의 저지에 아무것도 못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방해꾼은 처리했으니, 마저 일을 진행해 볼까?’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
1. 2번
2. 555번
3. 777번
4. 888번
5. 비너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비너스 고유 특성을 복사할게.’
【비너스 고유 특성 ‘매혹’을 복사합니다】
복사를 끝낸 정민우는 고유 특성을 세이나에게 사용하며 말했다.
“앞으로 넌 내 종으로 살게 될 거야. 나에게 복종하는 거지.”
“크윽, 내가 네 말대로 할 것 같나…?”
처음에는 격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다시 얘기할 게 나한테 충성을 바치고 복종해. 그러면 내 종으로 살 기회를 줄게.”
“…기회?”
하지만, 세이나의 눈동자가 점점 풀리더니.
“내게 복종하겠어?”
정민우의 말이 감미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왜, 저 녀석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리지?’
그뿐만이 아니라, 경멸스러웠던 얼굴이 섹시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정장을 입었음에도 느껴지는 탄탄한 근육에 기대고 싶다는 충돌을 느끼게 됐다.
‘…복종해도 나쁘지 않을지도?’
저런 남자에게 모든 것을 바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 종이 되면 어깨를 짓누르는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네, 주인님.”
결국 세이나는 정민우에게 함락당해버리며,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야.”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헤헷.”
세이나는 몸을 비비 꼬며, 황홀감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할까?”
“영광이에요. 주인님.”
이로써 정민우는 비둘기를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겠어.’
그렇게 계약서 작성을 끝내자.
“…어? 주인님 제 몸이…?”
세이나의 날개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타락하고 있군.’
악마에게 복종하고 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타락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치는 비둘기일 때 발휘되기에 정민우는 이대로 타락하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럼, 타락하는 것을 막아볼까?’
정민우는 ‘마안’을 사용해 그녀에게 디버프를 걸었다.
“넌, 이 사실을 잊게 될 거야. 나와 있었던 이 계약을 말이지. 넌 그저 나에게 속아서 신성 제국이 함락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으면 돼. 너는 절대 타락하지 않았어.”
그녀의 귓가에 말을 속사이자.
“나, 나는 타락하지 않았어.”
검게 물들던 날개가 다시 순백의 색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통하는군.’
정민우는 타락하는 것을 저지한 것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 어떻게 타락한 것을 막은 거죠?”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별건 아니고, 망각으로 기억을 지워버렸거든.”
망각으로 그녀가 타락했다는 기억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었다.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네요.”
비너스는 작게 감탄을 터뜨려 보였다.
“오, 이러면 천계에서도 써먹을 수 있겠네.”
“…살려둔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구나.”
“역시, 민우야! 개굴개굴.”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마교회 멤버들도 한마디씩 말을 거들며 감탄을 터뜨렸다.
“계약서는 작성해뒀으니, 나중에 필요한 순간이 오면 유용하게 써먹고 버릴 수가 있지.”
비둘기를 얻어 어디에 쓸 거냐고 의문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행성을 침략할 때도 사용할 수도 있고 방법은 많지.’
의외로 사용처는 무궁무진했다.
‘어떤 용도를 사용할지는 천천히 고민해도 되겠지.’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타락도 끝냈으니, 이제 수습 딱지를 떼러 가볼까?”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빨리 가자.”
“빨리 가서 끝내자. 돌아가서 쉬고 싶어.”
“이제, 진정한 악마가 되는 건가!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윌리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60화 마인 제국 (1)
“사, 살려주게. 나는 교단 측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신성 제국의 황제는 뒷걸음질을 치며, 윌리엄에게 목숨을 구걸했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 내가 병X으로 보여?”
윌리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황제의 왼팔을 잘라버렸다.
푸―확!
“으, 으아아아악!”
황제는 사라진 왼팔을 붙잡고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200만 병력 중에 황실 측 기사들이 없었다고? 뭔 헛소리를 그렇게 신박하게 해?”
“…그, 그게.”
“이런 녀석은 살려둘 가치가 없지.”
윌리엄은 싸늘한 얼굴로 황제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자, 잠깐!”
황제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마지막 유언이라도 남기게?”
“네게 제안을 할 게 있다!”
“제안?”
윌리엄이 호기심이 동한 얼굴을 하자. 희망을 느꼈는지 황제는 황급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 그래! 나를 살려주기만 한다면 막대한 금화를 안겨주도록 하지.”
황제의 제안에 윌리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너를 죽여서 가져가면 되는 거잖아?”
“…그, 그건.”
“그냥, 죽도록 해.”
윌리엄이 손날로 황제의 목을 가격하자.
콰――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목이 기형적인 방향으로 틀어졌다.
“컥!”
털썩―
그리고 황제라는 직위가 무색하게도 너무나도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황제라고 해도 별다를 것 없네.”
윌리엄은 바닥에 쓰러진 황제를 바라보고 있자.
뚜벅, 뚜벅, 뚜벅.
“형.”
“오빠, 우리 왔어.”
아이들이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다.
“교황은?”
윌리엄의 물음에 세바스가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처리했지.”
“잘했어. 이제, 악마님들이 천사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겠지?”
“그러지 않을까? 악마님이 인간들을 죽이면 힘이 약해진다고 했으니까.”
“다행이다….”
그렇게 그들이 대화하고 있던 사이.
“슬슬 나설 때가 된 것 같네.”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뒤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너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있어.”
“알겠어요.”
이후 정민우는 몸에 적당히 피를 칠하며, 아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억!”
털썩―
물론, 너무 멀쩡해 보이면 의심을 살 수 있기에 바닥에 엎어지며 등장하는 명연기를 펼쳤다.
“아, 악마님!”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를 발견한 윌리엄과 아이들은 화색을 띠며 다가왔다.
“…후, 너희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다. 고맙다.”
“아니에요.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윌리엄은 눈물을 글썽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이제 너희도 어엿한 마인들이 됐구나.”
“헤헷.”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윌리엄이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부럽다.”””
그리고 뒤에 자리한 아이들은 그 모습을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상처는 괜찮으신가요?”
“다행히, 너희가 신성 제국을 침략해준 덕분에 대량의 마기를 얻어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단다.”
“후, 정말 다행이네요.”
정민우는 바닥에 쓰러진 황제를 바라보다가 윌리엄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으냐?”
“타국을 돌아 저희 같은 아이들을 더 모은 뒤 땅을 개척해서 왕국을 세우려고요.”
전에는 목표가 추상적이었다면, 지금은 꽤 구체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제국을 네가 관리해보는 것은 어떠냐?”
“…제가 제국을요?”
“그래, 굳이 왕국을 세우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제국을 관리하는 게 더 편하지 않겠나?”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정민우는 바닥에 떨어진 왕관을 주워 윌리엄에게 씌워주며 말했다.
“네가 이들을 위해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면 된다.”
그러자 윌리엄은 사명감이 깃든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제가 제국을 한번 다스려보겠습니다.”
이로써 제국에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게 됐다.
* * *
모든 일이 끝나고. 정민우는 몬스터를 판매한 정산을 받았다.
벌어들인 DP는 총 15만.
투자한 DP에 15배의 이익을 거둬냈다.
누군가는 이것을 보고 덤터기 씌운 것이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상황도 상황이고 교육에 들어간 것들을 생각하면, 싼 편에 속하지.’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닌 교육을 받은 엘리트 고블린들이 판매된 것인데 이 정도 금액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설정한 금액에 미치지 못해 1만 마리는 도로 회수해 개인 사육장으로 돌려보냈다.
‘그래도 7만 마리나 남아 있으니, 전력 손실은 없다고 할 수 있지.’
이제 침략에 성공해 수습 딱지도 뗐겠다. 마계로 돌아가기만 하면 됐지만.
‘몇 개월은 남아 있는 게 좋겠지.’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유레인’ 행성에 더 남아 있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 마계로 돌아가면, 제국은 그대로 멸망해버릴 테니까.’
신성 제국을 침략할 정도로 마인들의 저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결국 어린아이들이었다.
즉, 제국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기껏 침략까지 했는데 제국이 멸망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조언해주며, 안정을 되찾게만 하면 되겠지.’
그렇기에 현재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원탁에 앉아 제국의 안정을 되찾을 방법을 논의하고 있었다.
“현재, 제국에 살아남은 인구는 850만 명. 국경을 넘어서 도망치는 자들까지 생가면 700만 명으로 감소할 거야. 이대로 가면 멸망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거고. 다들 제국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의견을 내죠.”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서류를 보며 말했다.
“700만… 이제 제국이라고 칭할 인구수는 아니네요.”
베린 왕국이 800만 명의 사람이 사는 것을 생각하면 거기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제가 봤을 때, 타국에 서신을 보내 새로운 제국을 공인받으며, 물자를 얻어내는 게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비너스의 의견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전쟁으로 인해 음식도 없으니 그것부터 해결해야겠지.”
타국도 악마와의 전쟁으로 인해 병력이 없기에 고블린들의 침략을 받기 싫으면 새로운 제국을 인정하고 물자를 보내줄 것이었다.
“…내 의견 말해도 돼?”
얘기를 듣던 엘린이 조용히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뭔데?”
“…물자도 중요하지만, 먼저 고등생물을 제국으로 결속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바. 전부 마인으로 만들어 강제로 결속시키는 건 어떨까?”
정민우는 엘린의 의견에 살짝 감탄했다.
‘토론 대회 때 무참히 패배해서 이런 쪽에는 약한 줄 알았는데 의외네?’
엘린을 보며 감탄하고 있자. 뒤이어 아누비스와 로크도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그냥, 왕자나 공주를 볼모로 잡으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스켈레톤 같은 것을 농사일을 시켜서 식량에 대한 이점을 줘서 남게 만드는 건 어떨까? 개굴개굴.”
다들 이번 일로 꽤 성장했는지, 괜찮은 방안들을 제시해왔다.
“좋아, 그러면 전부 의견을 수용해서 하나씩 해보도록 하자.”
* * *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제국의 안정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한 일은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마인이 될 자는 성으로 오라!]
― 마인이 될 시 세금 30% 감면.
― 마인이 될 시 스켈레톤 3구 증정.
[마인이 돼야 하는 이유는?]
― 마인이 될 시 병 혹은 장애 모두 치료.
― 마인이 될 시 수명 증가.
― 마인이 될 시 젊어짐.
― 마인이 될 시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음.
고등생물들은 게시판에 붙여진 종이를 보며 수군거렸다.
“…마인이 되면 세금 30%를 줄여준다고?”
“…각종 혜택 부여?”
“…스켈레톤 3구 증정? 이건 또 뭐야?”
“아니, 천사님을 믿었던 우리보고 마인이 되라고?”
“참네, 어이가 없어서 말이야.”
“마인들로 인해 제국이 침략 됐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막 나가자는 거 아니야?”
“어차피, 강제가 아닌 지원이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
천사를 믿었던 만큼 고등생물들에게 마인이 되는 것은 반발심이 들 수밖에 없어 선뜻 마인이 되겠다고 나타나는 자는 없었다.
그렇게 고등생물들은 혀를 차며, 게시판에 멀어지던 그때.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 중년 남성이 게시판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정말일까?”
중년 남성은 근처에 서 있던 흑기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실례가 안 된다면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마인이 되면, 어떠한 것이든 치료가 된다고 쓰여 있는데 맞습니까?”
그러자 흑기사가 자신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사실 교단에 몸담고 있던 성기사일세. 악마들과의 전쟁으로 인해 절름발이가 되었지.”
“…그 말씀은?”
“그래, 마인이 되고 거짓말처럼 다리가 고쳐지더군.”
중년 남성은 희망이 깃든 얼굴로 흑기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 마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중년의 남성은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허억.”
10분 정도 쉬지 않고 달렸을까?
벌컥―
“여보 나왔어!”
중년 남성은 문을 열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땀 좀 봐.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뛰어오신 거예요?”
여성의 물음에 중년 남성은 자신이 봤던 사실들을 그대로 전해줬다.
“저, 정말요?”
“그래, 흑기사가 보증했다니까!”
“…거짓말이면 어떡하죠?”
“내가 먼저 마인이 되면 되지.”
“…당신이 먼저요?”
중년의 남성은 결연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손가락을 자르고 난 뒤, 마인이 되는 거야 새로운 손가락이 돋아난다면 게시판의 명시된 글이 사실이라는 소리니까 말이야.”
손가락을 자른다는 소리에 여성의 얼굴이 패닉이 됐다.
“안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다른 수가 있어? 지금 우리 애가 오늘내일하고 있는데?”
“…….”
그렇다.
현재, 그들의 아이는 폐병으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알겠어요.”
여성 또한, 이대로 아이를 잃기 싫었기에 이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다녀올게!”
중년 남성은 곧장 확인하기 위해 성으로 달려갔다.
“무슨 용무로 찾아왔지?”
그러자 성을 지키고 있는 흑기사가 막아 세우며, 찾아온 용무에 대해서 물어왔다.
“마, 마인이 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흠, 좋다. 이자를 안내하도록.”
흑기사의 명령에 병사가 중년 남성을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기다리면 악마님께서 오실 거다.”
“…예, 예.”
병사가 떠나자. 중년의 남성은 떨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아이를 위해 한 걸음을 달려왔다고 하지만, 악마는 200만의 인류를 지워버린 재앙의 존재였다.
악마가 그걸 믿냐며, 자신을 뭉개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수십 번의 갈등을 겪던 그때.
“자네가 마인이 되겠다는 자인가?”
방안에 검은 안개가 생겨나더니.
뚜벅, 뚜벅, 뚜벅.
그곳에서 한 명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헙!”
중년의 남성은 인영의 모습에 놀란 나머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흑발의 머리에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
황금색과 빨간색 눈동자, 이어서 엉덩이 쪽에 난 삼지창의 꼬리.
남자가 보더라도 너무나도 잘생긴 외모에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
중년 남성은 감탄을 멈추고 황급히 바닥에 엎드려 인사를 올렸다.
“고귀하신 악마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사는 됐다. 바로 마인으로 만들어주도록 하지.”
정민우의 말에 중년 남성은 단검을 꺼내 들며 말했다.
“…정말, 실례되는 말이지만 마인이 되기 전 제 손가락을 잘라도 되겠습니까?”
“치료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는 건가?”
“화, 황송하오나 그렇습니다.”
중년의 남성은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 더욱 바닥에 밀착하며 몸을 벌벌 떨었다.
“아니, 충분한 의심이다. 손가락을 자르는 것을 허하도록 하지.”
“바다 같은 넓은 아량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중년의 남성은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잘라냈다.
“…크흑!”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악마 앞이었기에 중년의 남성은 엄청난 정신력으로 고통을 참아냈다.
“자, 계약서를 확인하고 피를 흘리도록 해라.”
“아, 알겠습니다.”
계약서를 살펴보니.
‘배신하면 사망, 명령 불복종 시 사망…….’
기본적인 계약 조항이 나열되어 있었다.
‘계약서는 별문제가 없네.’
그렇게 계약서에 피를 흘리자.
“마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
정민우의 축하 말과 함께.
“으, 으아아악!”
검은 불꽃이 중년 남성을 덮쳤다.
약 5분 정도 흘렀을까?
치이이이익―
“아, 아…!”
검은 불꽃이 사라지자, 중년의 남성 아니 청년이 황홀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울을 봐라.”
정민우의 명령에 거울 쪽으로 다가가자.
“저, 젊어졌어?”
청년은 자신의 얼굴은 연신 매만지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손가락을 확인해봐라.”
“소, 손가락이 자라났어!”
손가락을 확인한 청년은 상처가 나았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뻐했다.
‘이거라면, 우리 아이도 나을 수가 있을 거야!’
청년은 정민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곧장 성을 나와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61화 마인 제국 (2)
벌컥―
“여, 여보!”
청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누구시죠?”
여인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봤다.
“누구긴 누구야 당신 남편이지!”
“이렇게 어린 분을 남편으로 둔 적이 없는데….”
청년의 대답에 여인은 주방에 있는 식칼을 조심스럽게 들어 보였다.
섬뜩―
자칫하다가 오해가 깊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청년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여, 여보. 내 얼굴을 봐! 누군지 모르겠어? 당신 남편이잖아!”
“…네?”
여인은 청년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더니, 토끼 눈을 하며 말했다.
“저, 정말 당신이에요?”
“그래! 마인이 되고 이렇게 젊어졌어!”
청년은 성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인에게 상세히 설명해줬다.
“…거짓말로 게시판에 그런 공문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믿기지 않네요.”
“이제 효과가 검증됐으니 아이를 챙기고 빨리 성으로 가도록 하자고.”
“…….”
청년의 재촉에 여인은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어서 아이의 병만 나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데리고 가려고 하니 가장 중요한 아이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계약서에 독소 조항이 없다지만, 아이의 의사를 묻는 게 중요하겠지.’
여인은 아이의 방으로 향하려는 청년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여보, 무작정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아이의 의사도 물어봐야죠.”
“아…!”
청년 또한,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안, 급한 나머지 그 생각을 못 했네.”
그들은 같이 아이의 방을 찾아가 청년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며, 마인이 되고 싶냐고 의사를 물었다.
“응! 마인이 돼서 건강을 되찾고 싶어! 나쁜 것도 아니잖아.”
그러자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마인이 되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그래, 바로 성으로 가자꾸나.”
그렇게 가족들은 아이와 함께 곧장 성으로 향했다.
성에 가까워지자.
“음? 너는 아까 들어왔던 자로군.”
문을 지키고 있던 흑기사가 청년을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예… 제 아내와 아이도 마인이 되고 싶다고 해서 다시 찾아왔습니다.”
“생각이 깨어 있는 자로군. 이들을 성안으로 데려가라.”
흑기사의 명령에 그 전처럼 병사가 나와 그들을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기다리면 악마님께서 오실 거다.”
“…예, 예.”
청년은 조금 전 한 번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으로 인해 몸이 떨려왔다.
“…여보, 너무 떨려요.”
여인 또한 긴장되는지, 살짝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청년이 여인을 달래고 있자.
“아빠 나 이제 아픈 거 낫는 거야?”
그들의 걱정과 달리 아이는 기대에 찬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그럼, 이제 아픈 게 싹 낫고 예전처럼 밖에 돌아다닐 수 있을 거야.”
“헤헤, 기대된다.”
그 모습에 청년과 여인은 언제 긴장했냐는 듯, 피식 웃어 보이며 아이의 손을 잡아줬다.
아까와 달리 평화로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그때.
“보기 좋은 가족애네요.”
방안에 검은 안개가 생겨나더니.
또각, 또각, 또각.
그곳에서 한 명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와!”””
가족들은 걸어 나온 인영의 모습에 외마디 탄성을 터뜨렸다.
분홍색 머리에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
하트 모양의 눈동자에 엉덩이 쪽에 난 삼지창 꼬리까지.
영락없는 악마의 모습이었지만.
‘…아, 아름답다.’
그들은 악마가 아닌 천사가 걸어 나온 것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청순하며, 아름다운 외모.
모든 것을 포옹해줄 것 같은 상냥함이 절대 악마라고 생각이 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은 감탄을 멈추고 비너스에게 인사를 올리려는 순간.
“인사는 됐어요. 저기 여성과 아이가 마인이 되기 위해 찾아온 거죠?”
비너스는 인사할 것을 멈춰 세우며,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 그렇습니다.”
청년의 대답에 비너스는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네요.”
이후 계약은 청년이 했던 것처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꺄아아악!”
“으아아아악! 아빠, 엄마!!”
두 모녀에게 검은 불꽃이 휩싸이자. 괴로운 비명을 내질렀지만.
치이이이익―
약 5분 정도 흐르고 검은 불꽃이 사라지자.
“아, 아….”
“…하아.”
두 모녀는 황홀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
여인은 옆에 걸린 거울을 보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내 모습?”
그도 그럴 게 거울 속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중년의 여성이 아닌 탱글탱글한 피부를 지닌 아가씨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엄마! 이제 몸이 안 아파요!”
그리고 아이도 건강을 되찾았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리에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흐흑,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의 병을 낫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내 그들은 악마에게 무릎을 꿇으며 감사함을 전했다.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주인이 종에게 해주어야 할 당연한 권리이니까요.”
“““아, 아….”””
비너스의 자애로운 미소에 그들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나가면서, 스켈레톤 9구를 받아 가시면 됩니다. 유용하게 사용될 거예요.”
““아, 알겠습니다!””
그들은 나갈 때까지 연신 고개를 숙여 보이곤 방문을 나섰다.
이내 모습이 온전히 사라지자.
“저들의 모습을 보면 고등생물들이 마인이 되겠다고 엄청 몰려오겠지.”
뒤에서 정민우가 모습을 드러내며, 비너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게요. 표정만 보면 열렬한 신도가 따로 없던데요?”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천사보다 더한 믿음을 보였었지.’
심안으로 속마음을 읽은 정민우는 그들이 악마에 대한 믿음과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국을 침략한 악마에게 감사함을 느낀 다라… 상당히 모순적이네.’
제국을 침략한 악마에게 증오를 느끼지 못할망정 감사함을 느낀다니, 조금 웃기지 않는가?
‘하긴, 그런 기적을 맛봤는데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려나?’
천사를 믿는 신도 같은 경우는 마인이 되는 것처럼 극적인 효과를 누릴 수가 없었다.
‘신도는 그저 일방적인 믿음으로 털끝만 한 보상을 받지만, 마인은 종족 자체가 바뀌는 거니까.’
즉, 천사는 믿음이라는 핑계로 고등생물을 착취하는 것이고 악마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기에 효과가 이렇게 극명하게 나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럼, 고등생물이 곧 몰려올 테니, 우리도 거기에 맞춰 준비하도록 하자.”
“곧 800만의 마인을 얻게 되겠네요.”
* * *
중년 부부가 젊음을 되찾고 폐병을 앓던 자식이 병이 나았다는 소문은 십 시간으로 제국 전체 퍼지기 시작했다.
“그 부부가 20대의 모습으로 젊어졌다는 게 사실이야?”
“그렇다니까. 내 친구가 옆집에 사는데 완전 모습이 달라져서 못 알아볼 뻔했다고 하더라고.”
젊음을 되찾고 병을 완치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몇몇 고등생물들은 그 부부를 보기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
“저, 저 해골은 뭐지?”
부부의 집에 다다르자. 뼈밖에 없는 해골이 밭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건 스켈레톤이잖아?”
“스켈레톤?”
“그래, 최하급 몬스터로 분류되는 녀석들이잖아.”
주민들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부부의 모습을 확인하기 찾아왔던 이들은 용건을 잊은 채 스켈레톤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렇게 10분 동안 스켈레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
끼익―
집에서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걸어 나왔다.
“열심히 일하고 있네. 밭일이 다 끝나면 집으로 찾아와 다른 일을 시킬 게 있으니까.”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청년의 말에 스켈레톤이 알겠다는 듯, 턱을 떨어 보였다.
“저, 저자가 그 사람 아니야?”
주민의 말에 다른 주민들이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는 것 같은데?”
“저 얼굴에 주름만 있으면, 우리가 알던 그 친구가 맞는 것 같은데?”
“숨겨둔 아들이라고 해도 믿겠네.”
그들은 청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자네, 정말 내가 알던 자네가 맞나?”
주민의 물음에 청년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럼, 내가 다른 사람이라도 됐을까 봐?”
청년의 대답에 주민들은 소문이 거짓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궁금했던 것들을 청년에게 차례대로 묻기 시작했다.
“저 스켈레톤은 뭐지?”
“아, 마인이 되면 증정해주는 건데 몬스터라서 지치지도 않고 일을 참 잘하더라고.”
“위험하지 않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증정될 때 내 소유로 넘어오게 되거든.”
청년의 설명에 주민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농사는 다 몬스터에게 맡기면 자네는 뭐하나?”
“나? 나는 요즘 아이와 노는 데 여념이 없지. 그동안 아파서 같이 놀지 못했잖아.”
“““아…….”””
행복하게 미소 짓는 청년을 보니, 그들도 집에 있을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맙네.”
“가보겠네.”
그리고 주민들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일주일 뒤.
성문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었다.
“다들, 줄 똑바로 서도록. 줄을 지키지 않으면 마인이 될 수 있는 권한을 박탈하도록 하겠다!”
흑기사의 외침에 주민들은 권한이 박탈될까 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쯧, 그러게 게시판에 공문이 붙었을 때 올 것이지. 왜, 한 번에 몰려오고 난리야?”
흑기사는 툴툴거리며, 고등생물들을 성 내부로 들여보내 줬다.
상황을 보면 알다시피 이 엄청난 인파는 전부 마인이 되기 위해 찾아온 고등생물들이었다.
누구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누구는 병을 고치기 위해.
누구는 불구가 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누구는 스켈레톤을 받기 위해.
누구는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늘리기 위해.
주민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마인이 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장관이네.”
정민우는 그 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자.
“악마님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마인으로 만들면 마기가 부족하지 않나요?”
근사한 옷을 입은 윌리엄이 걱정을 드러냈다.
“걱정하지 마라. 너희만큼 많은 마기를 주는 것이 아닌 아주 소량의 마기만 주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건 그렇고 공부는 잘돼 가나?”
정민우의 물음에 윌리엄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기는 하는데, 외워야 할 게 워낙 많아서 골머리를 쌓고 있어요.”
현재, 윌리엄이 공부하고 있는 것은 황제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지식이었다.
“괜찮다. 너는 똑똑하니 공부하다 보면 어려움 없이 전부 체득할 수 있을 거다.”
“헤헤, 열심히 해볼게요!”
평범한 두뇌를 가진 자가 지식을 전부 익히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윌리엄은 천재라는 재능을 지녔기에 한 달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아마, 고등생물 전부 마인으로 만들었을 때면 지식을 전부 체득했겠지.’
그때가 되면, 타국에 서신을 마인 제국의 탄생을 널리 알릴 계획이었다.
“그럼, 나는 마인을 만들러 가보도록 하지.”
“들어가세요. 악마님!”
62화 마인 제국 (3)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고등생물들을 마인으로 만들며, 한 달 동안 바쁜 일상을 보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니, 800만의 인구를 전부 마인으로 만드는 기념을 토해낼 수가 있었다.
“이로써 전력이 몇 배는 상승했네요.”
“그러게.”
비너스의 말대로 새로 태어난 ‘마인 제국’은 신성 제국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굳이 따진다면, 한 100배는 전력 증진이 된 건가?”
어떻게 2, 000만 인구가 있던 신성 제국 때보다 800만 인구인 마인 제국이 100배나 더 강하냐고 의문을 제시해올 수 있겠지만.
신성 제국은 2, 000만의 국민이 있었지만, 전투할 병력이 한정적이었고. 마인 제국은 800만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국민이지만, 전부 전투 병력으로 기용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마인이 되면서 신체 능력이 발달 된 것도 한몫했다.
“시간만 지나면, 다른 왕국도 쉽게 침략할 수 있겠는데? 개굴개굴.”
“마음만 먹는다면 2년 내로 모든 왕국을 침략할 수 있겠지.”
로크의 생각대로 행성 침략은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계획대로 고등생물을 전부 마인으로 만들었으니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겠지.’
다음 작전은 바로 타국에 서신을 보내 물자와 식량을 얻어오는 것.
‘스켈레톤으로 인해 대규모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는 하지만, 그건 내년에 수확할 수 있으니 1년을 버틸 식량을 받아내야겠지.’
그리고 겸사겸사 볼모도 잡아 오면 될 것이었다.
‘그럼, 서신을 보내기 위해 윌리엄에게 가볼까?’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말했다.
“베린 왕국에 서신을 보내라고 윌리엄에게 명령을 내리고 올게.”
아마, 베린 왕국에서 서신을 받게 되면 꽤 골머리를 쌓게 될 것이었다.
‘뭐, 고민해도 결국 물자와 식량을 내주게 되겠지만.’
만약, 보내지 않는다면, 본보기로 짓밟아주면 될 뿐이었다.
* * *
정민우는 윌리엄을 찾아 황실에 있는 집무실로 찾아갔다.
“윌리엄, 나다.”
문을 두드리며, 정체를 밝히자.
벌컥―
“오셨어요?”
윌리엄이 해맑은 얼굴로 집무실 문을 열어줬다.
‘한 달 사이에 모습이 많이 바뀌었네.’
겉모습 자체만으로 봤을 때 바뀐 것은 없지만, 그의 억양과 행동에서 기품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윌리엄은 집무실 안으로 안내해주며, 정민우에게 의자를 내줬다.
“최고급 차로 악마님에게 지금 당장 대령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이어서 윌리엄은 근엄한 목소리를 내며, 하녀에게 차를 내올 것을 명령했다.
“이제는 꽤 황제 태가 나는 것 같구나.”
“헤헷, 감사합니다.”
정민우의 칭찬에 윌리엄이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공부는 잘돼 가나?”
“다행스럽게 모든 지식은 습득해둔 상태입니다.”
“호오, 대단하군.”
역시나, ‘천재’ 재능을 지닌 것답게 윌리엄은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내는 데 성공했다.
“어떤 연유로 방문 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국민 전부 마인으로 만들었으니, 타국에 슬슬 서신을 보낼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야.”
종이를 건네받은 윌리엄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종이의 내용을 확인했다.
― 베린 왕국의 왕은 들어라. 신성 제국은 무너지고 새롭게 마인 제국이 탄생하게 되었다.
본래라면, 신성 제국과 손을 잡은 죄로 멸망하는 것이 마땅하나 넓은 아량을 베풀어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1년 동안 800만이 이용할 수 있는 물자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마인 제국으로 보내도록 하여라.
또한, 친교를 다질 기회를 줄 터이니, 왕자와 공주를 마인 제국으로 데려가도록 하겠다.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어길 시 신성 제국이 겪었던 것처럼 베린 왕국 또한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상당히 공격적인 내용이 담긴 내용.
“내용이 다소 공격적이기는 하나. 이런 방식으로 나가는 것이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얻어낼 수 있겠네요.”
윌리엄은 눈을 빛내며 서신을 내려놓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할 수 있겠나?”
정민우는 윌리엄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다른 왕국에서 제국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이러는 것 아닌가요?”
“정확하다.”
현재, 800만의 마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타국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이지.’
정민우는 정보의 우위에 점하기 위해 마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을 금지했다.
즉, 타국은 현재 마인 제국을 전력을 크게 잃은 맛있는 먹잇감으로밖에 안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황제가 어린아이인 게 얕보이는데 한몫하겠지.’
마지막으로 성인식조차 치르지 않은 어린 녀석이 황제가 됐다는 것에 만만하게 볼 가능성이 컸다.
‘아마도 잘만 구슬리면, 입맛대로 구워삶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기에 정민우는 이 점을 이용해 타국이 방심하고 있을 때 제국의 위상을 보여줘 찍어누를 생각이었다.
“만약, 베린 왕국이 요구를 거절하면 어떡하죠?”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럴 리는 없을 거다. 7만의 고블린과 500만의 마인을 사신과 함께 베린 왕국으로 보낼 거거든.”
정민우의 대답에 윌리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하기 싫으면 거절할 수가 없겠네요.”
“그래, 제국의 저력을 보면 베린 왕국뿐만이 아닌 다른 왕국이 알아서 꼬리를 내리게 되겠지.”
타국들도 악마와의 전쟁으로 인해 전력을 상실한 상태였기에 500만의 마인은 부담스러울 것이었다.
“베린 왕국에 물자와 식량을 뜯어내면, 소문을 들은 타국들은 우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물을 보내오기 시작할 거다.”
“7만의 고블린과 500만의 마인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긴 하겠네요.”
윌리엄은 기대된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
“그건 그렇고 이제 사신을 보낼 자를 정해야 하는데. 보내고 싶은 자가 있나?”
정민우의 물음에 윌리엄이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누구를 보낼지 고민되네요.”
“첫 외교이니, 고민이 될 만도 하겠지. 마음 편히 생각하도록 해라.”
고민이 길어질 것 같아 정민우는 결정되면 다시 찾아오기로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제가 사신으로 가도 되겠습니까?”
얘기를 듣고 있던 세바스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의사를 밝혀왔다.
‘세바스라면, 나쁘지 않지.’
정민우는 세바스를 보며 눈을 빛냈다.
나이가 어린 것에 비해 성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분석’ 재능을 지니고 있으니 사신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제국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으니, 외교에 대한 경험을 쌓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윌리엄, 네 생각은 어떠냐?”
“저도 괜찮은 것 같아요.”
둘의 허락에 세바스는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훌륭하게 사신의 역할을 해내고 오겠습니다.”
이후 세바스는 곧장 나갈 채비를 하며, 병력을 이끌고 베린 왕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그날 밤.
베린 왕국은 회의장에서 열띤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마인 제국은 힘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반년 정도 병력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했다가 침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가 악마가 강림해서 인간들을 죽이면 어떻게 할 건가?”
“악마 강림이 그리 쉬운 줄 아십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반년 뒤에는 제국 또한 안정을 되찾지 않겠는가?”
“어린아이들이 운영하는 나라인데 안정이 찾아오겠습니까? 제가 봤을 땐 반년 뒤에는 안정은커녕 불황을 겪고 있을 것 같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최근에 생겨난 마인 제국을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다른 왕국도 마인 제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뺏기기 전에 빨리 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신하 대부분은 새로 건국된 마인 제국을 침략하는 쪽으로 의사를 밝혀왔다.
“어린아이가 통치한다고 해도 마인은 마인입니다!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반대하는 자들도 간혹 있었지만, 아쉽게도 침략 쪽을 지지하는 자들이 많았다.
‘제국을 침략한다라….’
회의 내용을 듣고 있던 국왕 또한 제국을 침략하는 쪽으로 마음이 동한 상태였다.
‘침략만 한다면 국력이 말도 안 되게 상승하겠지.’
국왕은 마인 제국의 전력을 무시하지는 않으나.
‘나라를 관리하는 게 어린아이들이 할 수 있는 소꿉놀이는 아니지.’
신하들의 말대로 반년이 흐르면, 마인 제국은 상당히 망가져 있는 상태일 것이기에 침략하기 쉬울 것으로 판단했다.
‘지금, 마인 제국에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거 보면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거겠지.’
또한, 건국된 지 한 달이나 흘렀는데 정보가 하나도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마인 제국이 상황이 좋지 않아 강압적으로 국민을 핍박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예의상 사신을 만나보는 것이 좋겠지.’
마인 제국에서 어떠한 말을 전해올지 모르니, 사신을 만나보고 결정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마친 국왕은 신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짐이 봤을 때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판단된다. 그러니, 내일 사신을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도록 하지.”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신하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국왕의 말을 찬성했다.
그렇게 회의를 끝내려는 그때.
똑똑―
누군가 회의실 문을 두드려 왔다.
“…후, 분명 회의하는 동안은 찾아오지 말라고 했거늘.”
국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기사에게 턱짓으로 확인할 것을 명령했다.
문을 지키고 서 있던 기사가 문을 살짝 열더니, 이내 사색이 된 표정으로 왕에게 보고했다.
“…저, 전하.”
기사의 모습에 국왕은 왠지 모를 불길함을 직감했다.
“…마인 제국에서 온 사신이 전하와의 알현을 요청해 왔다고 합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약속은 내일이니, 해가 뜨면 찾아오라고 해”
국왕의 말에 기사는 입을 달싹이며, 초조한 모습을 내보였다.
“더 할 말이라도 있나?”
“…그것이 성문 앞에 7만 마리의 고블린과 500만의 마인이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기사의 보고에 국왕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5, 500만? 마, 마인?”
믿기지 않은 숫자.
500만의 인구가 전부 마인이라는 소리에 의문이 들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네.”
무엇보다 이해가 안 갔던 것은 500만 마인을 전투 병력으로 기용했다는 사실이었다.
국왕과 신하들은 회의장에서 나와 창문으로 다가가자.
“…헙!”
성문 밖에 녹색 물결과 검은색 물결이 요동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예상치도 못한 모습에 국왕은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사신은 뭐라고 하지? 전쟁이라도 하자고 그러는 건가!?”
국왕의 물음에 기사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것이 자신을 안으로 들이지 않으면 마인 제국에게 도전하는 것으로 알고 전쟁을 치르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들은 국왕과 신하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버렸다.
‘…젠장, 어린아이라고 너무 얕봤어!’
이대로 전쟁을 치르게 되면, 베린 왕국은 멸망하게 될 것이었다.
‘일단, 안으로 들이는 수밖에 없겠지.’
국왕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기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알현실로 들이도록 하게. 고블린과 마인은 성내로 들이지 말고 말이야.”
그리고 신하들과 함께 알현실로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그 사신의 조건이 고블린과 마인을 성내로 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사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이지 않는다면?”
“마인 제국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성내로 들이도록 하게.”
국왕의 말에 신하들이 겁을 지레 먹은 표정을 지으며 반발했다.
“전하, 성내로 들이면 혼란이 야기 될 것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 줄 알고 성내로 들이자는 것입니까?”
“그것만은 안 됩니다!”
“이대로 왕국이 멸망하게 놔두실 겁니까!?”
신하들의 반대에 국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자네들에게 이보다 나은 대책이라도 있다는 건가?”
“““…….”””
“쯧, 침략을 운운할 때는 그렇게 말이 많더니, 지금은 단 한 마디도 못 하는군.”
국왕의 일갈에 신하들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어떠한 반박도 하지 못했다.
“됐다. 알현실이나 이동하도록 하지.”
이내 국왕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알현실로 향했다.
63화 마인 제국 (4)
베린 왕국의 성문이 열리자.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7만의 고블린과 500만의 마인이 성안으로 발걸음을 맞춰 성안으로 들어왔다.
“이 인원을 성내로 들인다고…?”
“…베린 왕국에도 망조가 드는 건가?”
“베린 왕국도 끝이로군….”
베린 왕국의 백성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세, 세바스님?”
거구의 기사가 세바스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뭐지?”
“아, 알현실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알현실로 모시겠다는 말에 세바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자리한 병사들에게 말했다.
“다들 왕성으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바스의 발언에 기사가 사색이 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 세바스 님 이 병력을 전부 왕성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신가요?”
“그런데?”
“너, 너무 병력이 많지 않습니까… 이들은 이곳에 놔두고 혼자서 이동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기사의 제안에 세바스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 굉장히 뻔뻔하군.”
“…예?”
“성문 밖에 내버려 둬서 기다리게 하더니, 이제는 병력까지 두고 가라?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내일로 약속이 잡혀 있던 것을 알고 있던 기사는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여기서 혀를 잘못 놀리면, 전쟁으로 번진다…!’
세바스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기사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했다.
“그것이….”
“핑계는 됐다. 이들을 데리고 왕성으로 갈 것이니 그렇게 알아두도록.”
“…예.”
이내, 세바스의 생각을 꺾지 못한 기사는 어쩔 수 없이 왕성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왕성 안으로 들어가자.
“전부 무기를 버리도록.”
세바스는 왕성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에게 무기를 버릴 것을 명령했다.
“…….”
갑작스러운 명령에 기사들은 표정을 구기며, 손잡이를 쥐어 잡았지만.
“1분 내로 행하지 않을 시 마인 제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선포하도록 하겠다.”
이어지는 협박에 기사들은 얌전히 무기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국왕과 알현하는 동안 이들이 허튼 수를 부릴 수 있으니, 전부 포박하도록.”
“““예.”””
마인들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기사들을 눕혀 온몸을 포박했다.
“…크윽!”
기사들은 아무런 대항조차 하지 못한 채 포박당해야 한다는 것에 깊은 수모를 느껴야만 했다.
“몇 명은 저를 따라 알현실로 가고. 다른 분들은 성 내부에 자리해 주세요. 만약, 자리할 곳이 없으면 왕성을 둘러싸면 됩니다.”
세바스의 명령에 몇 분 채 지나지 않아 왕성이 손쉽게 점령당해 버렸다.
“흠, 이제야 맞이할 준비가 얼추 된 것 같네. 알현실로 가도록 하지.”
“…예.”
기사는 패잔병처럼 푸르죽죽한 표정을 지으며, 세바스를 알현실로 안내했다.
* * *
알현실 문이 열리자.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수백 명의 마인들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뚜벅, 뚜벅, 뚜벅.
마지막으로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소년이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다.
“…환영하오.”
모든 상황을 보고 받은 국왕이 세바스의 무례한 태도에 불구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환대해줬다.
“마음 같아서는 알현실에 있는 기사들에게도 무기를 버릴 것을 명령하고 싶다만… 전하를 생각해서 그건 참도록 하겠습니다.”
어린아이가 내뱉은 것으로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오만한 발언.
평소 국왕의 성격이었다면, 호통을 치며 목을 자르라고 명령을 내렸겠지만.
“…넓은 아량에 감사하오.”
존망의 갈림길에 선 상태에서는 국왕 또한 성격대로 나갈 수가 없었다.
“다음 날에 방문한다고 얘기를 했는데, 어찌 환대할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이런 것이 아니라면 기억력 쪽에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염려되네요.”
신성 제국 황제에게조차 받아보지 못한 하대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지만.
“…하하, 정신이 없어서 밤에 준비하려고 했는데,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하겠소.”
엄청난 인내심으로 어린 소년이 하대하는 것을 참아냈다.
‘여기서 밉보이는 순간 바로 전쟁이 일어난다….’
또한, 여기서 언성을 높였다가는 전쟁할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국왕은 하대를 당하더라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신하들의 고개가 너무 빳빳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도발이 안 먹히자. 세바스는 신하들 쪽으로 시선을 옮겨 트집을 잡았다.
“제국의 사신이 왔는데 이런 경솔한 태도라… 이거 마인 제국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간주해도 되는 거죠?”
말도 안 되는 억지.
“…자네들 사신에게 빨리 예의를 올리게.”
하지만,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예.”””
신하들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꿇는 동시에 고개를 조아렸다.
“이제, 볼만하군요.”
세바스는 품에서 서신을 꺼내 들며 말했다.
“악마님께서 작성하신 서신을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하께서도 예의를 갖춰주시길.”
악마라는 말에 국왕이 당혹감인 서린 얼굴로 되물었다.
“…방금, 악마님이 작성한 서신이라고 했소?”
“예,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 아니오.”
황제가 보낸 줄 알았는데 악마가 직접 보낸 거였다니?
국왕은 그제야 자신이 느꼈던 의문이 퍼즐로 하나씩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악마가 직접 관여했을 줄이야.’
베린 왕국은 힘만 강하다면 마인이어도 차별을 두지 않고 포용하는 만큼, 마인들에 대해서 빠삭하게 안다고 자부할 수가 있었다.
욕망에만 움직이는 녀석들.
그렇기에 뭉치는 것도 힘들어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악마가 직접 관여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악마가 관여한다는 건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긴데….’
대개 악마들은 계약만 하고 내버려 둔다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사단까지 난 것이다.
‘어리석음이 화를 자초했구나.’
신성 제국이 마인으로 인해 침략당할 때 축배를 들었던 자신을 두들겨 패고 싶을 정도였다.
‘나도 늙긴 했나 보군.’
신성 제국에 악마들이 침공했을 때부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편협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그 당연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이렇게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
국왕이 찹찹한 미소를 지으며, 옥좌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어 보였다.
“그럼, 서신을 낭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바스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서신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꽤, 긴 내용이었지만, 축약하자면 이러한 내용이었다.
800만 인구가 사용할 1년 치 물자와 식량을 내놓을 것.
왕자와 공주를 볼모를 잡아가겠다는 것.
‘800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자와 식량을 1년 치나 바치라고…?’
물론, 식량을 저장해놓은 것이 있기에 보낼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1년 동안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여야 한다.’
그랬다가는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이것까지는 어떻게든 감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대놓고 왕자와 공주를 볼모로 데려가겠다고 언급할 줄이야….’
자신의 자식들을 건드리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참을 수가 없다고 한들, 결국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애통할 따름이었다.
“전하, 서신에 대해 답변을 하셔야죠.”
세바스의 재촉에 국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량을 베푸셨는데, 우리가 거절하면 안 되겠지. 악마님의 뜻대로 행하도록 하겠소”
국왕의 말에 다행스럽게도 반박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것을 거절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머리가 빈 녀석은 없겠지.’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불합리한 폭리를 취해간다고 한들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현명하시군요. 전하.”
세바스는 국왕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하의 결정으로 베린 왕국의 존립을 지켜내신 겁니다.”
“…고맙소.”
“그러면, 물자와 식량은 일주일 내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그 정도는 충분하죠?”
“…노력하겠소.”
“아니요, 노력만으로는 안 되죠. 무조건 보내도록 하세요.”
“…그러도록 하지.”
확답을 들은 세바스는 품속에 양피지를 꺼내 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양피지에 피를 흘려주시길 바랍니다.”
양피지를 건네받은 국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말 악독하군.’
그도 그럴 게 계약서에는 불합리한 조항들만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었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 ‘갑’은 ‘마인 제국’이며 ‘을’은 ‘베린 왕국’으로 칭한다.
― ‘을’은 ‘갑’에서 800만 인구가 사용할 수 있는 1년 치의 물자와 식량을 바쳐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마인 제국이 베린 왕국을 침공해도 어떠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 ‘을’은 친교를 위해 왕자와 공주를 ‘갑’에게 보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왕족을 살인해도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 이 계약은 물자와 식량. 왕자와 공주가 마인 제국으로 왔을 시 자동으로 파기되게 된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랄한 조항들.
당장 눈앞에 있는 양피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으나.
“…그러지.”
마음과 달리 국왕은 세바스의 요청대로 손가락에 피를 내 양피지에 흘렸다.
그러자 세바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양피지를 도로 품속에 집어넣었다.
“계약서는 제가 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발동하게 될 것입니다.”
“…명심하도록 하지.”
“그럼,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저희와 친교를 나눌 왕자와 공주를 데려가야겠죠?”
국왕 옆에 서 있는 왕자와 공주에게 시선을 옮기자.
흠칫―!
왕자와 공주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밑으로 내리깔았다.
“제가 알기론 3왕자와 1공주가 명석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맞습니까?”
“…….”
“전하?”
세바스의 물음에 국왕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아비로서, 어떤 자식이 더 잘났다고 논할 수는 없겠지만… 신하들이 그리 얘기하기는 하오.”
“그렇군요. 그렇다면 3왕자와 1공주를 친교를 위해 마인 제국으로 데려가도록 하죠.”
볼모로 잡아간다는 소리에.
““아….””
3왕자와 1공주는 흡사 사형 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절망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휴.”””
그리고 선택받지 않은 다른 왕자들과 공주들은 입가에 얕은 미소가 맺혔다.
“다시 왕국으로 돌아오기는 하겠으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테니 인사할 시간을 드리도록 하죠. 얘기가 다 끝나면 밖으로 나와주세요.”
그렇게 세바스와 마인들이 알현실 밖으로 나가자.
“아버지, 정말 저희를 보내실 겁니까?”
3왕자가 격양된 얼굴로 국왕에게 따지고 들었다.
“…3왕자의 말이 맞아요. 가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 알고 가나요?”
1공주도 뒤이어 감정을 호소하며, 국왕에게 피력했지만.
“사신의 선택이다. 따르도록 해.”
국왕 대신 1 왕자가 나서며, 3왕자와 1공주의 희생을 강요했다.
“…형님.”
“…오라버니.”
3왕자와 1공주가 원망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당장 짐을 챙기고 떠나도록 해. 너희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으냐?”
“그래, 너희가 대신 희생해라.”
“어쩔 수 없다고 봐요.”
다른 왕자와 공주들이 1 왕자를 두둔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따라가기야 하겠지만…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과연, 저희 없이 왕국을 얼마나 부흥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죠.”
3왕자와 1공주는 그들을 힐끗 노려본 뒤 그대로 알현실 밖으로 나섰다.
64화 마인 제국 (5)
베린 왕국의 3왕자와 1공주는 마차에 자리한 채 마인 제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누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3왕자의 물음에 1공주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허튼짓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을 거야.”
“…사신조차 아버지를 그렇게 하대를 했는데 우리를 정말 안 건드릴까?”
사신조차 베린 왕국의 왕 앞에서 오만방자한 행동을 보였는데, 황제라면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역시, 그 방법밖에는 없는 건가?”
1공주와 3왕자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애초에 이런 얘기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기분을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을 명분 삼아 전쟁을 일으킬 것이고.
기분을 맞춰준다고 해도 제대로 된 처우를 원하기는 힘들 것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는지 원….’
3왕자는 명석한 자신의 뇌를 탓했다.
‘그저 베린 왕국의 왕이 되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볼모 신세로 전락하다니….’
왕자 중의 막내인 그가 어떻게 국왕이 되느냐고 의문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베린 왕국은 다른 왕국과 달리 태어난 순서를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왕위를 승계해주기 때문에 능력만 받쳐준다면 막내인 그 또한 왕이 될 수가 있었다.
‘누나 또한 아쉽게 됐어.’
자신의 누이인 1공주 또한 자신과 같이 왕위를 승계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그 꿈이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처음으로 여성의 왕이 나오냐고 귀족들이 입에서 화제가 됐었지.’
시대가 시대인 만큼 남아선호 사상이 짙게 깔려있었지만, 그 얘기가 쏙 들어가게끔 할 정도로 1공주의 능력은 출중했다.
‘다른 자식들만 좋은 일을 시켜주고 말았군.’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라고 해도 3왕자는 희망의 끈을 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든 꼭 살아남아야 해.’
볼모로 잡혀 죽기에는 자신의 야망이 너무나도 컸다.
“어떻게든 꼭 살아남아서 왕국으로 돌아가자.”
1공주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눈빛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이후 몇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마차에 자리하고 있자.
벌컥―
“내리도록 해라.”
어느새 마인 제국에 도착했는지, 세바스가 문을 열며 마차에서 내릴 것을 명령했다.
““…예.””
마차에서 내리니,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는 동안 피곤했을 테니 쉬게 하고 싶지만, 바로 황제님과 알현하러 가야 하니 조금만 참도록 해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세바스가 양해를 구하듯이 말했지만, 애초에 거절할 권한이 없는 왕자와 공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과연, 황제는 어떤 사람일까?’
‘듣기론 어린아이라고 하던데, 제발 정상적인 사람이었으면….’
3왕자와 1공주는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빌며,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세바스를 따라나섰다.
* * *
복도를 걷다 보니, 황금으로 치장된 문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저곳에 황제가 있겠군.’
과거 3왕자와 1공주는 신성 제국 시절 알현실에 와본 경험이 있기에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똑똑―
세바스가 알현실 문을 두드리자.
끼이익―
황금으로 치장된 문이 열렸다.
‘…저자가 황제?’
그리고 옥좌에 앉아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어린 나이에 벌써 외모의 꽃을 피웠는지, 상당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이미지.
‘저렇게 순수하게 생긴 아이가 제국을 침략했다고?’
생긴 것만을 봤을 때 벌레도 죽이지 못할 것처럼 생겼는데, 저 얼굴에 잔혹한 면모가 잠들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뚜벅, 뚜벅, 뚜벅.
“황제 폐하, 3왕자와 1공주를 데리고 왔습니다.”
세바스가 안으로 들어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리자.
“고생했다.”
윌리엄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세바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면, 저는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세바스가 알현실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3왕자와 1공주가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인사를 올렸다.
“친교를 다지기 위해 그대들을 초대한 것이니, 그렇게 딱딱한 인사를 건네지 않아도 되네.”
윌리엄은 우아하게 손짓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명령했다.
‘…평민이었던 것 맞아?’
그 모습에 3왕자와 1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윌리엄의 행동이 왕족으로 살아왔던 자신들보다 더 우아하며, 기품이 묻어나오기 때문이었다.
‘괜히, 황제 자리에 올라선 게 아니야.’
3왕자와 1공주는 윌리엄의 평가를 전면 수정했다.
“먼저, 강압적으로 그대들을 데리고 온 것에 사과의 말을 전하겠소. 건국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제국을 만만히 보는 자들이 있어 우리의 위상을 보여줘야 했거든.”
윌리엄의 설명에 3왕자와 1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과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폐하.”
“정치적인 문제이니 이해합니다.”
그들 또한 어제까지만 해도 마인 제국을 어떻게 침략할지 논했던 입장 때문에 강압적으로 나온 것을 탓할 수 없었다.
‘건국되고 나서 서신을 보내지 않은 것은 우리였으니까….’
본래, 새롭게 건국이 되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들이 서신과 함께 선물을 보내오기 마련이었지만.
베린 왕국을 포함한 다른 왕국들은 아무런 서신을 보내지 않았었기에 제국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친교를 다질 때 식사만 한 것이 없지. 다들 식사했는가?”
윌리엄의 물음에 3왕자와 1공주가 고개를 내저었다.
안 그래도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뱃가죽이 등에 붙을 것만 같았다.
“잘 됐군. 바로 식사하러 이동하도록 하지.”
윌리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과 함께 자리를 이동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윌리엄은 상석에 앉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눈치 살피지 말고. 편하게 식사하도록 하시오.”
““감사합니다.””
허기진 배에 음식을 채워지니, 3왕자와 1공주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다들 제국에 있을 동안에는 편하게 있어 줬으면 좋겠소. 강압적으로 데리고 왔다고는 하나 짐은 그대들을 직위에 맞게 대우해줄 생각이오.”
““깊은 배려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반년 정도 여행 왔다고 생각하고 푹 쉬도록 하시오. 필요한 것은 하녀들에게 얘기하면 될 걸세.”
이후 3왕자와 1공주는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윌리엄과 대화를 나눴다.
‘생각보다 괜찮은 자였어.’
‘무사히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
3왕자와 1공주는 짧은 대화를 통해 윌리엄이 꽤 괜찮은 자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폐하, 식사가 끝나고 제국을 한 번 구경해도 될까요?”
1공주의 물음에 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친교를 다지기 위해 왔는데 당연히 구경하고 싶다면 해야지. 식사가 끝나면 짐이 안내원 역할로 제국을 안내해주도록 하겠네.”
윌리엄의 제안에 1공주가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어찌 폐하께 그런 일을 부탁드릴 수 있겠나요?”
“괜찮네. 짐이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까.”
1공주의 만류에도 윌리엄은 생각의 변함이 없는지 안내원 역할을 자처하겠다고 했다.
“그럼, 식사도 끝난 것 같으니, 바로 제국을 안내하도록 하겠네.”
그렇게 3왕자와 1공주는 윌리엄을 따라 식당 밖으로 벗어났다.
* * *
1공주는 당혹감이 섞인 얼굴로 윌리엄을 바라봤다.
“…폐하, 호위는 안 두시는 건가요?”
제국을 도는 데 호위 기사를 단 한 명도 대동하지 않았기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제국은 안전하기에 호위 따위는 필요 없네.”
윌리엄의 말에 1공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힘에 자신 있다는 건가?’
‘하긴, 제국을 침략했을 정도니, 무력에 자신감이 있겠지.’
위험은 어디에서나 도사리기에 시중들 만 대동하고 가는 모습에 다르게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마차를 타고 밖으로 나와. 제국의 중심부쯤 왔을 때.
“내리도록 하지.”
윌리엄은 마차에서 내려 제국을 구경한 것을 제안했다.
3왕자와 1공주는 마차에서 내려 따라 걷자.
“폐하, 오늘 또 마실 나온 겁니까?”
“폐하, 식사는 하셨는지요?”
“폐하, 오늘도 늠름한 게 멋있으십니다.”
백성들이 윌리엄을 보고 살갑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베린 왕국에 있을 때는 전혀 상상치도 못 할 일.
“오늘은 타국의 왕자와 공주를 안내하러 나왔으니, 다들 자제 좀 부탁하네.”
윌리엄의 말에 백성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뒤로 물러났다.
“…폐하,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3왕자의 물음에 윌리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이들 또한 짐과 같은 마인이니, 언제나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네.”
윌리엄의 발언에 3왕자와 1공주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담은 여기까지 하고. 제국을 안내하도록 하지.”
황제답게 윌리엄은 제국을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3왕자와 1공주는 제국을 구경하는 내내 새로운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거리가 상당히 깨끗하군요?”
“위생이 중요하니 백성들이 힘을 합쳐 청결에 힘을 쓰고 있다네.”
“저 스켈레톤은 뭐죠…?”
“백성들에게 배정된 몬스터라네. 밭일에 능하다고 다들 좋아하더군.”
생각 이상의 청결도. 생각지도 못한 몬스터의 활용.
‘어떻게 신성 제국보다 더 살기가 좋아진 것 같지?’
어느 나라든, 슬럼가가 존재하기 마련일 텐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그러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평화로워 보이네요.”
1공주의 말에 윌리엄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만도 하지. 악마님께서 마인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금했으니까 말이야.”
“…범죄를 금지했다고요?”
“그래. 그래서 마인 제국은 이달에 들어서 단 한 건의 범죄조차도 일어나지 않았다네.”
이렇게 큰 땅덩어리에 범죄 한 건조차 일어나지 않았다니?
‘이래서 호위를 대동할 필요가 없다고 한 거구나.’
3왕자와 1공주는 뒤늦게 황제가 호위를 대동하지 않은 진짜 이유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범죄가 일어나지 않다 보니, 백성들이 안심하고 밤에 나와서 놀기 시작하더니, 밤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게 되었지.”
“밤 문화 말입니까?”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월리엄의 말에 3왕자와 1공주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밤 문화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네. 그저,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즐기는 것뿐이지.”
그리고 설명을 들은 3왕자와 1공주는 밤 문화라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밤이라 하면, 범죄가 일어나기 좋은 시간 때이기에 계급 여하 불문하고 잘 나가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하지만, 마인 제국은 악마가 범죄를 금지해버리면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밤 문화는 가면을 쓰고 즐기는 게 규칙이니, 그대들도 관심이 있으면 체험하는 것을 추천한다네. 제국 귀족들도 종종 즐기거든.”
윌리엄의 말에 3왕자와 1공주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모습에 윌리엄은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꼬드기면 마인이 되겠다고 자처해 오겠군.’
65화 마계로 (1)
윌리엄은 마인 제국의 황제가 되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는 바로. 모든 왕국이 마인 제국의 속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들만 구제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도 참회할 기회를 줘야겠지.’
마인이 되어 자신들이 과거에 한 행동을 반성하며, 회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전쟁을 일으키면 속국으로 만드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절약될뿐더러 온전한 제국을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회개한 마인들이 전쟁으로 인해 죽어버리게 될 것이었다.
‘회개까지 했는데 죽어버리게 방관할 수는 없지.’
윌리엄은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그들을 낭떠러지로 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먼저 눈앞에 있는 녀석들을 공략해서 마인으로 만든 다음, 베린 왕국을 천천히 집어삼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좋겠지.’
황제라는 직책은 보기와 다르게 상당히 바쁜 업무에 시달렸다.
그들에게 안내원 노릇 따위를 할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명석하다고 했으니, 마인이 되면 베린 왕국을 금방 장악할 수 있겠지.’
그런데도 안내원 노릇을 자처한 것은 베린 왕국을 안정적으로 집어삼키기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넘어온 것 같으니 지켜보면 되겠지.’
명석한 그들이라면, 마인이 되면 어떠한 혜택이 따라오는지 알 테니 머지않아 마인이 되겠다고 찾아올 것이었다.
‘이제 슬슬 업무를 보러 돌아가야겠네.’
윌리엄은 마차가 있는 쪽으로 몸을 옮기며, 3왕자와 1공주에게 말했다.
“구경을 조금 더 하고 있겠는가? 짐은 업무가 있어서 말이야.”
3왕자와 1공주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그러시지요. 저희는 조금만 더 구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짐은 먼저 가도록 하지. 1시간 뒤에 광장 공원으로 가면 밤 문화를 안내해줄 자가 나올 걸세.”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윌리엄이 마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아 참.”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3왕자와 1공주에게 말했다.
“만약, 마인이 되고 싶다면 얘기하게. 악마님들은 자비로우니까 말일세.”
““…….””
그리고 윌리엄은 전할 말을 마쳤다는 듯, 그대로 마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마차가 사라진 것을 본 3왕자와 1공주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누나, 황제 제안 어떻게 생각해?”
“…나쁘지는 않아.”
“어느 점에서?”
“일단, 병에 걸리지 않고 수명이 대폭 늘어난다는 것에 이점이 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한몫하고.”
범죄가 없는 나라.
질병이 없는 나라.
불구가 없는 나라.
부랑자가 없는 나라.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이란 말인가?
“하지만, 얘기만 듣고 결정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야.”
1공주의 말에 3왕자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아무리 마인이 매력적으로 느껴져도 실상을 까보면 다를 수도 있으니 직접 확인하는 게 확실했다.
“그러니, 제국에 있는 동안 마인들을 둘러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그러자.”
3왕자와 1공주는 1시간이 지나기 전에 제국을 샅샅이 살펴보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정말, 황제가 말했던 대로 슬럼가는 존재하지 않네….”
“…진짜 부랑자가 존재하지 않아.”
흠잡을 곳이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인들도 지금 생활에 즐기는 것 같단 말이야.”
베린 왕국과 비교했을 때 마인 제국 백성들의 만족도가 몇십 배는 더 높아 보였다.
“그리고 다들 검술 수련이나 학문 공부하는 데 여념이 없어.”
또한, 스켈레톤이 대신 일을 해주다 보니, 마인들은 남는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며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이러면 문맹인 백성들이 빠르게 줄어들겠어.”
대개 평민들은 먹고사는 게 빠듯하기에 학문을 익힐 시간이 없어 문맹이 많았다.
“문맹이 낮아지면, 나중에 세금을 서류에 기록해 발부해도 되겠어.”
3왕자의 말대로 서류로 세금을 공지하면, 일일이 집에 찾아가 세금을 공지하는 데 사용하는 인력을 대폭 줄일 수가 있었다.
보면 볼수록 마인이라는 존재가 더욱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인이 되면 베린 왕국을 부흥시키는 것도 시간문제겠어.”
“수명도 늘어나니, 안정적인 정치 또한 가능할 테고 말이야.”
“우리가 만약 마인이 되겠다고 하면 황제가 속국이 될 것을 요구해 오겠지?”
3왕자의 물음에 1공주가 확신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겠지.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 것일 테니까.”
두뇌가 명석한 만큼 3왕자와 1공주는 황제의 의중은 진작에 간파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의중을 간파했다고 해도 매력적인 제안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속국이 되는 게 좋을 수가 있겠어. 제국이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생길 테니까 말이야.”
이후 3왕자와 1공주는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밤 문화까지 즐긴 뒤 황성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3왕자와 1공주는 고심 끝에 마인이 되겠다고 황제에게 의사를 밝혔다.
윌리엄은 바라던 바였기에 두 팔을 뻗으며, 그들의 선택에 환영했다.
3왕자와 1공주는 국왕으로 승계받게 되면 제국의 속국으로 들어간다는 조건으로 계약하며 마인이 되게 되었다.
* * *
한 달 뒤.
베린 왕국에 있었던 소문이 타국까지 전해지며, 타국에서 선물 공세를 가해오기 시작했다.
선물과 같이 온 서신을 보니, 길고 긴 내용이 쓰여 있었지만 함축하자면, 선물을 고르느냐 늦게 보내게 됐다는 핑계의 말이었다.
‘이 정도면 이제 마인 제국에 손을 떼도 되겠어.’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이제 슬슬 마계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이제 따로 멸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마계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유레인 행성은 너무 질려. 빨리 마계로 돌아가자.”
“…찬성.”
“나도 마계로 돌아가는 거 찬성이야.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마계로 돌아가는 것을 손 벌리며 환영했다.
‘하긴,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것도 시간 낭비겠지.’
현재, 마인 제국은 안정을 찾고도 남은 상태였기에 여기서 더 신경 쓸 것도 없었다.
‘이제는 시간이 해결되겠지.’
다른 천사가 나타나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판을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인 제국은 견고해졌다.
‘그럼, 윌리엄과 다른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 볼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작별의 인사를 고하기 위해 마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벌써 떠나신다고요?”
떠난다는 소리에 윌리엄의 표정이 울상이 되었다.
“너무 섭섭해하지는 말아라. 종종 찾아와 정세를 살펴줄 테니 말이다.”
어차피, 고등생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교회 멤버 중 누군가는 주기적으로 유레인 행성에 방문해야 할 것이었다.
정민우의 말에도 윌리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직, 석상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꼭 보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다음번에 돌아오시기 전까지 석상을 완성해둘게요.”
“기대하도록 하지.”
기특하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헤헤.”
윌리엄이 얼굴을 붉히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악마님, 이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려서 가는 길을 배웅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됐다. 괜히, 다른 왕국 귀에 흘러 들어가면 이상한 수작을 부려올 수 있으니 백성들에게는 알리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목에 걸린 목걸이에 마기를 흘러 넣자.
후―웅.
허공에 푸른 포탈이 생겨났다.
“가보도록 하마.”
이어서 마교회 멤버들은 정민우 뒤에 서면서 마인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다들 나중에 봐요.”
“다음에 볼 때는 더 성장해 있어라. 꼬맹이들아.”
“…안녕.”
“다음에 만날 때 기대할게. 개굴개굴!”
그렇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후―웅.
포탈이 줄어들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또, 가버리셨구나.”
윌리엄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사라진 포탈을 바라봤다.
“형, 또 돌아오신다고 했으니까. 그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있자고.”
세바스의 말에 윌리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돌아오실 때 마인 제국이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보여드리자고.”
그들은 나중에 악마님들이 찾아왔을 때, 만족할 수 있게 마인 제국을 더 발전시키기로 다짐하며 발길을 돌렸다.
* * *
포탈을 건너자.
“수습 딱지를 뗀 것을 축하한다.”
사탄이 미소를 지으며,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저희가 이때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온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너희가 올 때까지 포탈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
사탄의 대답에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저렇게 한가하면, 도움을 줄 만도 하지 않았나?’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랬다가는 더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니 참기로 했다.
“이제 어엿한 악마여서 그런지 늠름해 보이네.”
“““감사합니다.”””
사탄의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축하하려고 이곳까지 오신 것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용건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품에서 초대장을 꺼내며 말했다.
“예리한데? 사실 이거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초대장을 건네받은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해봤다.
<사탄 탄생일 기념 연회>
― 너희를 초대한다.
“…탄생일?”
“그래, 한 달 뒤에 내 탄생일이거든. 초대장이 없으면 못 들어오니까 잘 보관해두라고.”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내가 삐지겠지?”
“꼭 가야겠군요.”
사탄은 잘 생각했다는 듯, 정민우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잘 생각했어. 이래 봬도 내가 뒤끝이 조금 길거든 한 5, 000년 정도?”
초대장을 품속에 집어넣자.
“너희는 막 수습을 뗐으니까. 선물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아도 돼. 진짜로 말이야.”
사탄이 선물에 대해서 은근슬쩍 압박을 가해왔다.
“…알겠습니다.”
“뭐, 굳이 주겠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내 일대기를 그린 연극을 보여주기만 하면 충분해.”
“분명, 선물이 필요 없으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니까. 선물을 굳이 주겠다면 연극을 해달라는 거지.”
속이 뻔히 보이는 사탄의 태도에 정민우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알아? 선물이 마음에 들면 반대로 내가 너희에게 선물을 줄지?”
선물이라는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의 눈에 이채가 맴돌았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보도록 하죠.”
“속물 같은 놈….”
“칭찬 감사합니다.”
사탄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 달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지.’
일대기를 조사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용건은 끝났고. 이제 다음 용건으로 넘어가 볼까?”
“용건이 더 남아 있었습니까?”
“물론이지.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의문을 드러냈다.
“수습 딱지를 뗐으니 이제 계약서를 작성하러 가야지.”
사탄의 이어지는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외마디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일에 열두 해 있다 보니,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네.’
악마들과 싸움, 신성 제국 침략, 마인 제국 건국 등등.
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중요한 것을 잊고 말았다.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러 이동해볼까?”
사탄의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그를 따라나섰다.
66화 마계로 (2)
사탄을 따라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가 집무실이라고?’
정민우는 의아한 눈빛으로 집무실을 둘러봤다.
‘…예술관이 아니라?’
그도 그럴 게 집무실 안에는 사탄의 초상화부터 시작해 사탄의 모습을 본뜬 조각상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중앙 쪽에 도착하니.
‘…아담의 창조?’
사탄의 모습을 본뜬 조각상이 알몸의 상태로 왼쪽 손을 내 뻗고 있었고. 온몸이 검게 칠해진 조각상은 근사한 옷을 입은 상태로 오른손을 내뻗고 있었다.
‘이거 바티칸 미술관에 있던 벽화랑 너무 흡사한데?’
정민우는 환생 전 지구에서 봤던 ‘아담의 창조’의 벽화와 흡사하다 못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자세가 흔한 건가?’
궁금증을 참지 못한 정민우는 조각상을 가리키며 사탄에게 물었다.
“자세가 특이한데, 어디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졌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사탄은 이 질문만을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저거? 내가 만든 건 아니고 루시퍼가 선물해줬어.”
“루시퍼 님이 선물했다고요?”
“아 너는 모르겠구나? 여기 집무실 내에 있는 예술품들은 다 선물 받은 거야.”
사탄은 석상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흘리며, 선물 받은 것들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내가 선물을 주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애들이 기어코 이렇게 선물을 준거 있지? 하핫, 나는 의외로 존경받는 대마왕일지도?”
“…….”
조금 전 사탄의 행동을 생각하면, 악마들에게 눈치를 줘서 선물을 뜯어냈을 것이었다.
‘일단, 사탄은 모른다는 말이군.’
정민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 조각상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루시퍼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15분 정도 걷자. 집무실 끝에 자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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