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8

쏴아아아아―
연병장이 검은빛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번쩍―
“““끼엑?”””
번쩍임과 동시에 8만 마리의 고블린이 연병장에 나타났다.
‘장관이군.’
어마어마한 숫자를 보고 있자니, 절로 흐뭇했다.
‘이 정도 인원이면 재앙과도 같지.’
훈련을 받지 않은 고블린이라고 해도 이 정도 인원이면 마을 하나는 가볍게 궤멸시킬 수 있었다.
‘훈련을 잘 받은 고블린이 왕국을 치면 꽤 재밌겠어.’
지구는 인구가 상당히 많았지만, ‘유레인’ 행성은 지구의 중세시대 때처럼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즉, 마인과 몬스터를 잘만 활용하면 수습 딱지를 어렵지 않게 뗄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전에 3품 악마들에게서 살아남아야겠지만.’
정민우는 견장을 찬 고블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새로 들어온 고블린들을 데리고 군복을 입히도록 해라.”
“““끼엑!”””
“그리고 견장을 찬 너희는 일병으로 진급하고 훈련병 신분인 고블린들은 이등병으로 진급시키도록 해라.”
진급이라는 말에 고블린들이 눈을 빛내며 환호했다.
“반년 뒤에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제대로 된 교육을 마치도록 해라.”
“““끼엑!”””
고블린들은 맡겨만 달라는 듯,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믿음직스럽군.”
정민우는 고블린들에게 시선을 거두며, 손에 들린 아트팩트를 바라봤다.
‘이게 구매한 아트팩트인가?’
아트팩트에 마기를 주입하자.
바스스―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리더니.
【애완 몬스터 전용 시간의 방을 사용합니다】
【정민우 님이 공간에 사라지면 시간의 방이 작동합니다】
메시지 창들이 떠올랐다.
‘내가 나가면 자동 작동이 되나 보네.’
정민우는 이내 모든 볼일을 마치며, 개인 사육장에서 벗어났다.
* * *
업무실로 돌아오자.
“민우 님, 오셨어요?”
마교회 멤버들이 업무실에 있는 긴 책상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응, 다들 조사가 끝났어?”
정민우는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으며, 일 처리가 다 끝났는지 마교회 멤버들에게 물으니.
“당연하죠.”
“…물론.”
“훌륭하게 조사했다고. 개굴개굴.”
“완전, 꿀잠 잤어.”
마교회 멤버들은 각자 다른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좋아, 비너스부터.”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서류를 넘겨주며 말했다.
“표를 보면 알다시피, 마인들은 약 5배 정도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5배? 꽤 가파르게 성장했네.”
“네, 저희가 ‘유레인’ 행성을 떠난 이후 마인들은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악인들이나 교단 측 인간들을 사냥하며 힘을 키웠거든요.”
“교단 쪽과 척을 졌겠네.”
“아니요. 오히려 교단 쪽은 눈엣가시인 존재들이 사라졌다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좋아하고 있다고?”
의문에 찬 눈빛으로 비너스를 바라보자.
“죽인 자들을 보면, 더러운 짓을 일삼거나 뒤에서 재산을 불리고 있던 녀석들이었거든요.”
비너스가 친절히 설명해줬다.
“흠… 그래도 불만을 품은 자가 있을 텐데.”
아무리, 악인을 죽였다고 해도 결국 교단 소속인 자를 죽인 것이니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예, 그래서 직급이 높은 사제가 수배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렇군.”
정민우는 조만간 위험에 닥칠 것을 예상하며, 마기를 더 나눠줘야 하나 고민했다.
‘이 부분은 3품 악마를 죽이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지.’
고민을 뒤로 미룬 정민우는 비너스를 보며 말했다.
“고생했어.”
“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엘린에게 시선을 던지자.
“…여기 서류.”
엘린이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서류를 건네줬다.
“…이들이 위치한 곳은 베린 왕국 인근이야.”
“베린 왕국?”
“…응, 강한 군사력을 지닌 곳으로 유명해.”
“강한 군사력이라… 자칫하다가 마인들이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정민우의 말에 엘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베린 왕국은 강함을 숭배하는 곳이어서 종족과 마인을 구별 짓지 않아. 그래서 위험하지 않은 곳이야.”
“흠, 그렇다면 다행이네. 주변 지형은 어때?”
“…평야로 이루어져 있고 근처에 강물이 있어 살기가 좋아.”
“그리고?”
“…그리고 근처에 신성 제국이 있는데 사이가 좋지 않아.”
“그럴 만도 하겠네.”
신성 제국 입장으로 봤을 때, 마인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아니꼽게 보일 것이었다.
“수고했어.”
정민우는 엘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헤헷.”
엘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찌릿―
그리고 덤으로 비너스의 질투 어린 시선이 따라왔다.
“크흠, 로크는?”
정민우의 화제를 돌려 로크에게 질문을 던지자.
“여기 서류! 개굴개굴.”
로크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내밀었다.
“조금 전 엘린이 얘기한 것처럼 베린 왕국이 강함을 숭배하다 보니, 마인들에게 영입을 제안한 상태야. 개굴개굴.”
“마인들의 반응은?”
“계속 고민하고 있어. 개굴개굴.”
“고민하는 이유는?”
정민우의 물음에 로크가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시를 떠돌면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녀석들을 거둔 상태거든. 이 녀석들은 마인이 아니다 보니 영입 제안을 받지 못했어. 개굴개굴.”
“흠, 마인들의 천성을 생각하면 마음에 걸리겠지.”
정민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이 데리고 온 아이들도 한번 살펴보고 재능이 있으면 계약하는 쪽으로 생각해보자고.”
“마침, 몇몇 전투에 두각을 드러내는 녀석이 있더라고. 확인해봐도 나쁘지 않을 거야. 개굴개굴.”
“그래? 잘됐네.”
그렇게 모든 보고가 끝날 때쯤.
“이제 얼추 정리됐으니, 바로 ‘유레인’행성으로 가볼까?”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출발할 것을 제안했다.
“좋아요.”
“빨리 가자고!”
“…좋아.”
“후우, 너무 떨린다. 개굴개굴.”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인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탈 정거장으로 가자.”
이후 대마왕성 내에 있는 포탈 정거장으로 이동하자.
“흠, 못 보던 얼굴인데. 신입인가? 사원증 제출하도록.”
악마가 심드렁한 얼굴로 사원증을 요구해왔다.
‘태도가 뭐 이리 당당해?’
정민우는 악마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며, ‘천안’을 사용했다.
【‘고리온’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그러자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고리온
성별 : 남성
나이 : 6, 800살
〈세부 정보〉
품계 : 1품(一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두뇌회전(頭腦回電)
현재 감정 : 무료함
품계를 확인한 정민우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품이면 건방질 만도 하지.’ 정민우는 출근할 때 받은 사원증을 꺼내며 말했다.
“여…습니다.”
“소속이 확실하군. 어디로 갈 거지?”
“유레인 행성이요.”
“유레인 행성….”
악마가 타자기를 빠르게 두드리고는 엔터를 치자.
후――웅.
허공에 푸른 빛을 내뿜는 포탈이 생겨났다.
“양성소에 받은 목걸이 있지?”
악마의 물음에 정민우는 목걸이를 꺼내 들며 말했다.
“예, 여기 있습니다.”
“기존 목걸이는 반납하고 새로운 걸 가져가.”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그 목걸이는 좌표가 양성소로 돼 있거든.”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걸이를 반납하고 새로운 목걸이를 착용했다.
“즐거운 파견이 되라고.”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악마의 배웅을 받으며, 포탈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바알 님, 수습들이 행성에 향했다는 정보를 조금 전에 입수했습니다.”
한편, 바알은 수하의 보고를 통해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행성을 향했다는 정보를 듣고 있었다.
“흠, 준비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빨리 움직였군.”
“저도 그 부분이 조금 의아합니다.”
“의아할 게 있나? 사탄이 눈치채고 귀띔이라도 준거겠지.”
바알의 말에 악마가 사색이 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작전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철회?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악마의 반응에 바알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자네가 모르나 본데, 아마 사탄은 그대로 방관을 할 거야.”
“방관 말입니까?”
“그래. 그 녀석은 자신의 감을 지나칠 정도로 맹신하거든.”
“…감을 말입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에 악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 일을 심각하게 느꼈다면 나에게 찾아왔겠지.”
긴 시간 동안 사탄을 알고 지낸 결과. 사탄은 충분히 감당이 가능할 것 같으면 내버려 두고 힘들 것 같으면 미리 찾아와 사전에 방지를 해왔다.
그리고 가장 짜증이 나는 것은 찾아오지 않을 때는 사탄이 정말 일을 아무렇지 않은 듯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너는 가서 3품 악마 3명을 ‘유레인’ 행성으로 보내도록 해.”
“3품이나 말입니까? 차라리 4품들을 보내는 게 어떠신지…?”
“…언제 이렇게 내 말에 토를 달았지? 한 번만 내 말에 더 토를 달면 내 손에 죽게 될 것이야.”
“…죄, 죄송합니다.”
악마는 허리를 숙여 보인 뒤, 3품을 보내겠다며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 버렸다.
‘사탄… 이번에도 네가 생각한 대로 될지 두고 보자고.’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고 한들, 결국 양성소를 수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햇병아리들이었다.
‘3품이면 충분하지.’
바알은 햇병아리들이 죽었을 때 사탄이 과연 어떤 반응을 내보일지 궁금했다.
“사탄, 네 오만으로 인해 햇병아리들을 잃게 되겠구나.”
52화 협상 (1)
포탈을 건너자.
‘상태가 좋지 않군.’
눈에 한 오두막이 들어왔다.
다만, 건축 쪽에는 재능이 없는 것인지 오두막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로크, 이곳이 맞아?”
로크를 보며 묻자.
“맞아, 이곳에 마인들과 다른 아이들이 살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3개월 만인가?’
정민우는 마인들을 볼 생각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안으로 들어갈까?”
그렇게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오두막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킁킁―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해왔다.
‘요리 중인가?’
정민우는 냄새를 따라 이동하니.
“세바스, 재료 넣었어?”
“응!”
“올리버는 가서 그릇 세팅해.”
“알겠어, 형!”
“아론은 개울가에서 물 좀 떠와 줘.”
“맡겨만 줘!”
“비앙카와 위트니는 자는 얘들 좀 깨워주고.”
““다녀올게.””
윌리엄과 다른 마인들이 생기가 득한 분주하게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보다 얼굴이 밝아졌네.’
한창, 성장기라 그런지 3개월 만에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인들의 키가 자라난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야위었던 몸은 사라지고 여느 아이들처럼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슨 요리를 하는 거지?’
윌리엄 쪽으로 다가가 요리를 확인해보니.
‘여기도 찌개라는 음식이 있나?’
고기를 베이스로 한 찌개를 만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재 재능 때문인가? 요리하는 솜씨가 좋네.’
어린아이가 만든 것 치고는 상당한 요리 솜씨였다.
“이제, 이것만 넣으면 끝이다.”
윌리엄은 후추로 추정되는 가루를 찌개에다 뿌렸다.
‘향신료? 왠지… 너무 가난하게 산다고 했다.’
그 모습에 정민우는 마인들이 이런 오두막에 사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유레인 행성은 향신료가 고가품으로 분류된다고 했지.’
시민도 엄두도 못 낼 향신료를 마구 뿌려대니 돈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음식에 대한 여한이 컸나 보군.’
정민우가 상념에 잠겨 있는 사이, 그새 요리가 완성됐는지 윌리엄이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아이들을 불러냈다.
“밥 먹을 시간이야! 다들 내려오도록 해!”
윌리엄의 외침에 30명 가까이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계단을 통해 뛰려 내려왔다.
“우와 냄새 너무 좋아!”
“형, 오늘은 찌개야?”
“빨리 먹고 싶어!”
아이들은 찌개를 보고선 눈을 빛냈다.
“다들, 진정하고 도착한 순서대로 앉아. 새치기하면 밥 없는 거 알지?”
윌리엄의 말에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도착한 순서대로 의자에 앉았다.
‘이 아이들이 윌리엄과 마인들이 데려온 녀석들이군,’
정민우는 이중 쓸만한 재능이 있는 녀석이 있을까 싶어, ‘심안’을 사용했다.
【천하장사】, 【기민한 몸놀림】, 【초감각】, 【맷집】…….
그러자 어린아이들의 재능이 문자로 만들어지며, 머리 위로 떠올랐다.
‘호오… 제법 쓸만하잖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의외로 쓸만한 재능이 많아 내심 놀란 정민우였다.
‘이 정도면 마인을 만들어서 써먹을 수도 있겠어.’
정민우는 이 사실을 마교회 멤버에게 알려주려던 찰나.
‘음?’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마기 일체】
‘마기 일체?’
고블린을 통해 ‘마기 친화’는 봤었지만, ‘마기 일체’는 처음이었다.
정민우는 자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 눈앞에 있는 꼬마에게 ‘천안’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고등생물 상대로 천안을 사용하게 될 줄이야.’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천안을 사용하니,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호칭 : 마크
성별 : 남성
나이 : 6살
〈세부 정보〉
성향 : 무(無)
재능 : 마기 일체(魔氣一體)
현재 감정 : 배고픔
정민우는 재능을 눌러 효과를 확인해봤다.
【마기 일체(魔氣一體)】
숨을 쉬는 것과 같이 마기를 다룰 수가 있다.
‘미쳤잖아?’ 종족 자체가 인간이다 보니 이런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악마보다는 못할 테지만.
‘마인으로서는 엄청난 재능을 지녔다고 봐도 무방하지.’
마인으로서는 이를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었다.
‘물론, 천재 재능을 지닌 윌리엄보다는 못할 테지만 말이야.’
정보창을 닫고 이 사실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알려주자.
“윌리엄의 세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겠네요.”
“전력이 한층 강해지겠네.”
“…흥미 있네.”
“뭐야, 여기 재능 집합소야? 개굴개굴.”
각각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마인으로 만드는 것은 나중에 하도록 하자고.”
3품 악마와 충돌할 수 있는 마당에 여기서 마인을 만드는 것은 전력 손실로 이어지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나는 장작 패고 올게. 설거지 끝내고 다들 쉬고 있어.”
윌리엄이 도끼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따라가서 얘기 좀 나누고 올게. 그 이후로 비둘기들을 만나러 가자고.”
정민우 또한 윌리엄을 따라 밖을 나섰다.
“여기쯤이 좋으려나?”
윌리엄은 적당한 위치를 잡으며, 도끼를 들어 올리는 순간.
“잘 지냈나?”
정민우는 모습을 드러내며, 윌리엄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악마님!”
그러자 윌리엄은 도끼를 내리며,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못 본세에 아이들을 많이 거둬들였더구나.”
“헤헤, 저희와 상황이 비슷했던 아이들을 거두다 보니 이렇게 늘어나게 돼버렸네요.”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건가?”
“네, 악마님께서 주신 힘 덕분에 용병 일이나 악인을 처치해 얻은 돈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윌리엄의 말에 정민우가 오두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풍족한 것 치고는 집이 상당히 안 좋은 것 같다만.”
“하하… 아이들한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마음에 그쪽으로 돈이 다 써버려서 집은 별로 좋지 않아요.”
“음식도 좋지만, 집도 신경 써야 할 거다. 위생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도 크니까 말이다.”
진심 어린 조언에 윌리엄이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나라를 세우겠다는 목표는 아직도 유효한 건가?”
“네, 그래서 요새는 틈틈이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훌륭하군.”
“헤헤.”
윌리엄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더니, 이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그 혹시, 질문 하나 드려도 괜찮을까요?”
“뭐지?”
“이번에는 얼마나 있다가 가시는 건가요?”
“조금 길게 있을 것 같구나. 이 행성에 볼일이 있거든.”
“…볼일이요?”
“그래, 신성 제국에 찾아가 비둘… 아니, 천사들과 만나볼 생각이거든.”
신성 제국에 간다는 말에 윌리엄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졌다.
“무,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각했던 대로의 반응이군.’
정민우가 윌리엄을 찾아간 이유는 미리 이 사실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적당히 거짓을 섞어서 얘기하면 되겠지.’
미리 생각해뒀던 내용을 윌리엄에게 설명해줬다.
“천사가 다른 악마와 결탁해 이 행성을 침략하려는 조짐을 보이거든. 그것을 말리기 위해 찾으러 가는 거다.”
“…침략.”
“만나서 저지는 해볼 테지만, 확신하지는 못하겠구나.”
윌리엄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지만, 차마 더 이상은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윌리엄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천사들과 얘기를 해보고 너에게도 알려주도록 하마.”
“저, 정말요?”
“그럼, 너는 내가 가장 아끼는 계약자 중의 한 명인데 알려줘서 위험을 피하게 해야지.”
“아, 악마님….”
윌리엄은 눈물을 글썽이며, 정민우를 바라봤다.
‘밑밥은 다 깔아놨으니, 상황에 맞춰 이야기를 꾸며내면 되겠지.’
사실, 이런 고생할 필요 없이 명령을 내리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지만.
‘자의로 하는 것과 타의로 하는 것에 따라 엄청난 능률의 차이를 보이지.’
타의로 인해 일하면 능률이 저조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공부하려고 책을 펼쳤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 갑자기 하기 싫어지지 않던가?
‘그러니, 이렇게 이유를 만들어 나중에 자의로 움직인 것처럼 생각하게끔 만들어야지.’
이러한 이유로 정민우는 귀찮더라도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럼, 다녀오도록 하마.”
“조,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악마님!”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곧장 신성 제국으로 향했다.
* * *
“…으, 들어가기 싫어.”
신성 제국 성문에 선 엘린이 몸을 떨며,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이런 꺼림칙한 느낌이라니, 끔찍하네.”
언제나 호전적이던 아누비스도 이번에는 약한 모습을 내보였다.
“여러분, 그래도 대업을 위해 참으셔야 해요.”
비너스는 두 손을 쥐어 보이며, 멤버들의 의지를 북돋아 줬다.
“확실히, 신성력이 우리와 상극이긴 하네.”
정민우는 몸에 일어난 닭살을 보며, 엘린과 아누비스의 반응을 공감했다.
‘신성 제국은 전부 신도들만 사는 곳이라고 했지….’
2, 000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 인원이 전부 신도이니 신성력이 어마어마하겠지.’
이곳을 관리하는 천사들은 자신의 품계보다 높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정민우는 마음을 굳히고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신성 제국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으로 가보자고.”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교단이 엄청 크게 지어졌네요.”
한눈에 보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교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 가볼까?”
등에 힘을 주자.
우드득―
박쥐와 흡사한 날개가 등에서 튀어나왔다.
품계를 얻게 되며, 날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정민우였다.
펄럭―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위로 날아오르자.
“저희도 갑시다.”
비너스와 다른 마교회 멤버들도 등에서 날개가 튀어나오며, 날갯짓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빠르게 날아가 교단 앞에 다다를 때쯤.
파직―
허공에 스파크가 튀더니,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들어가려는 것을 저지했다.
“신성력으로 보호막을 만들어 놨나 보네.”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려면, 많은 마기를 소모해야 할 텐데 괜찮을까요?”
비너스의 걱정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면, 나오게 하면 그만이지.”
정민우는 이 안에 천사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오른손에 마기를 밀집시켜, 보호막에 위에 손을 올리자.
파지직―
구우우우우우웅―
스파크가 튀면서, 보호막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놈들은 누구냐!?”
펄럭―
비둘기 날개를 한 세 명의 인영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가운데 있는 녀석이 대장이겠군.’
정민우는 신성력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비둘기 한 명에게 ‘천안’을 사용하자.
【‘세이나’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세이나
성별 : 여성
나이 : 1, 200살
〈세부 정보〉
품계 : 6품(六品)
성향 : 선(善)
고유 특성 : 신성 철퇴(神聖鐵槌)
현재 감정 : 경계
‘신성 철퇴? 무슨 효과인지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비둘기의 고유 특성을 눌러 효과를 확인해봤다.
【신성 철퇴(神聖鐵槌)】
악을 멸하는 철퇴를 내린다. 품계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제법 위험한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있네.’
확인을 끝내며, 정보창을 닫았다.
이어서 그녀의 모습을 살펴보니.
‘천사는 이렇게 생겼구나.’
황금색을 띠는 머리와 눈을 지녔고. 머리 위에는 새하얀 링 같은 게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괜히 비둘기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는 듯 등 뒤에 새하얀 날개를 지니고 있었다.
‘외모도 상당히 준수하군.’
그리고 천사와 이미지와 맞지 않게 도도하게 생겨, 차가운 느낌을 풍겼다.
지구에서 활동했다면, 세계 미녀라고 찬사를 받았겠지만.
‘그래도 비너스보다는 못하네.’
아쉽게도 그녀는 비너스의 외모를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감상평이 끝나갈 때쯤.
“악마들이 왜 이곳에 찾아왔지?”
지척에 다가온 세이나가 찾아온 용무에 대해 물어왔다.
53화 협상 (2)
‘일단,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부터 봐볼까?’
정민우는 세이나의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그녀를 향해 ‘심안’을 사용했다.
【하아, 진급도 간당간당한 와중에 박쥐까지 나오다니… 일이 꼬여도 제대로 꼬이네. 이번 진급은 물 건너간 건가? 】
그러자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세이나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진급에 목메고 있었구나?’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유리하게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혹시, 시간 괜찮을까?”
정민우의 말에 옆에 있던 비둘기가 나서며 소리쳤다.
“얘기? 웃기지 마라! 우리는 더러운 박쥐 따위와는 상종하지 않는다!”
천사의 말에 세이나의 표정의 굳어지며, 머리 위에 새로운 문자가 만들어졌다.
【아니… 왜 자극하냐고! 딱 보니까 품계도 높아 보이는데 자극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
도도한 외모와는 다르게 겁이 많은 성격인 것 같았다.
“야… 너 뭐라 했냐?”
스릉―
박쥐라는 말에 아누비스가 얼굴을 와락 구기며, 대검을 들어 보였다.
움찔―
그 모습에 비둘기가 잠시 몸을 떨어 보였지만.
“귀라도 먹었나? 박쥐는 청각이 발달했다는데, 너는 또 아닌가 봐?”
“이 씨X 년이 넌 안 되겠다.”
아누비스는 한계에 다다른 듯, 이를 ‘으득’ 갈며 비둘기를 향해 다가가려는 순간.
“다들 진정해.”
정민우는 중간에 끼어들며, 중재에 나섰다.
“넌 뭔데…!”
하지만, 비둘기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다시 도발을 시전하려고 했으나.
“입 다물어.”
섬뜩―
정민우의 짙은 살기에 비둘기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 이 자식이!?”
한 명이 입을 다무니, 다른 비둘기가 성난 얼굴로 검을 꺼내 들었으나.
“다들 그만!”
세이나가 도도한 얼굴로 비둘기들을 향해 소리쳤다.
“세, 세이나 님.”
“그만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비둘기는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살기가 이렇게 진하다니… 나보다 품계가 높겠어…. 】
세이나는 아무리 자신보다 품계가 높다고 한들, 이곳이라면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 확실했지만.
【둘 다 괴멸하거나 아니면 큰 피해를 보게 될 거야. 】
막대한 피해를 감수할 만큼 상대는 녹록지 않았다.
【일단, 무슨 속셈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야. 】
세이나는 도도한 표정을 유지한 채 정민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 얘기가 뭐지?”
“날개를 펄럭이면서 얘기할 사항은 아니어서 말이야. 일단, 자리를 옮기고 다시 얘기하는 것으로 할까?”
정민우의 말에 세이나는 다시 한번 고민에 잠겼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서 공격하려는 건가? 아니면, 우리가 없는 사이에 신성 제국을 치려는 건가? 아니면……. 】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쯤.
“시간을 내줬으니, 장소는 네가 정하도록 해.”
정민우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교단 쪽으로 안내하도록 하지.”
교단 안으로 악마를 데리고 간다는 것은 꺼림칙했지만, 적어도 그곳이라면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이런, 너무 우리를 경계하고 있군.”
“당연하지. 우리보다 품계가 높은 것으로 의심되는데 최소한 우리 몸을 보호할 수단이 있어야지 않겠어?”
세이나는 새침한 표정으로 얘기를 했지만.
【제발, 싫다고 거절은 하지 마! 】
속으로 정민우와 그 일행이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말과 생각이 진짜 따로 노네.’
그 모습에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안심할 수 있으면 따라가도록 하지. 다만, 허튼수작을 부리려고 했다가는 서로 피를 보게 될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럼 안내하도록 하지.”
세이나가 손을 뻗어 보호막을 해제하려는 순간.
“세이나 님, 정말 저자들을 안쪽을 들이실 겁니까?”
“그냥, 바로 해치워 버리죠. 저런 녀석들은 내버려 두면 큰일 납니다!”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비둘기들이 세이나의 행동을 만류했다.
【이 자식들은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
그들이 충성심이 깊다는 것은 알았으나, 이런 식으로 계속 발목을 잡아 오면 곤란했다.
【그리고 너희 때문에 다시 분위기가 흉흉해졌잖아! 】
슬쩍, 악마들이 있는 곳을 보니.
여차하면 싸우겠다는 듯, 무기를 꺼내 든 채 마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내가 결정한 사항이니, 더 이상 토를 달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세이나의 말에 비둘기들은 서운한 듯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와라.”
이후, 세이나는 보호막을 잠시 해제해 정민우와 그의 일행들을 교단 안으로 안내했다.
* * *
교단 안으로 들어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는 교황실 내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교황에겐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고 했으니, 안으로 들어올 사람은 없을 거다.”
세이나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자리까지 옮겼으니 자네가 하려던 얘기 좀 들려줬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제발, 별거 아닌 일이라고 해줘! 제발!!! 】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돌려서 얘기할지 아니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지 고민이 됐다.
【어떠한 일이든, 최대한 진급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용히 끝내야 한다! 】
그리고 그녀의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결정을 내렸다.
‘단도직입적으로 간다.’
결정을 내린 정민우는 세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곧, 3품의 악마들이 ‘유레인’ 행성을 침략하기 위해 찾아올 거야.”
물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한다고 했지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고는 안 했다.
“…뭐?”
““?!””
정민우의 말에 세이나와 뒤에 있던 비둘기가 충격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 다시 한번 말해줄래?”
“어려울 것도 없지. 3품 악마들이 ‘유레인’ 행성을 침략하러 찾아올 거라고 했어.”
“…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을 깨달은 세이나는 표정 관리하는 것을 잠시 잊으며, 허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왜 3품 악마들이 침략하려는 거지?”
세이나의 물음에 정민우는 당연한 것을 묻냐는 시선으로 대답했다.
“딱 봐도 먹음직스럽지 않나? 품계 낮은 비둘… 아니 천사들이 행성을 관리하고 자신보다 품계가 낮은 악마는 제대로 된 입지를 다지지 못했으니까.”
그렇다.
어떻게 보면, 어떠한 방해도 없이 그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은 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 그걸 왜 우리한테 알려주는 거지?”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짜증 섞인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나에게 ‘유레인’ 행성을 침략하겠다고 공표하더군. 나는 내 밥그릇을 뺏기는 것을 죽도록 싫어해서 말이지.”
설명을 들은 세이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행성은 노다지와 다름이 없으니 다른 악마에게 뺏기기가 싫겠지. 】
자신 또한 이 행성을 발견했을 때는 환호성을 내질렀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
“…그게 뭐지?”
“너희가 직접 그 녀석들을 죽이는 것이지. 그건 너희에게도 나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 설명하려는 순간.
“세이나 님! 거절해야 합니다!”
뒤에 있던 비둘기가 말을 끊으며 소리쳐왔다.
【아, 아니 그래도 얘기는 들어봐야지. 방금 엄청 중요한 얘기를 꺼내려 했던 것 같았단 말이야! 너희에게 나쁘지 않은, 다음이 뭔데!? 】
그러자 세이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어떻게 나오는지가 관건이겠어.’
정민우는 비둘기가 말을 끊은 것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주도권을 잡을 기회라고 여겼다.
‘여기서 비둘기의 말을 무시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면 주도권은 비둘기에게 넘어간다.’
저런 모욕을 당하고도 얘기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급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이때는 화난 척 연기하며,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게 좋겠지.’
만약, 붙잡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붙잡지 않는다면, 신성 제국에서 3품 악마들과 싸움을 치러야겠지.’
붙잡지 않는다는 행동은 얘기를 들어볼 생각이 없다는 뜻과 같기에 대화를 나눌 시간에 3품 악마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더 유익했다.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곧장 행동에 옮기기로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상급자가 얘기하는데 중간에 끼어들어도 된다고 배웠나?”
“뭐, 뭐라고?”
“이야긴 없었던 것으로 하지. 품계를 올릴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는 멍청한 녀석들과 상종하기 싫으니까.”
품계를 올릴 기회.
【품계를 올릴 기회라고…? 진짜? 】
이건 붙잡아야 한다.
얘기를 듣고 별로면 그때 거절해도 늦지 않았다.
“저, 저기….”
세이나는 눈치를 살피며, 정민우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돌아가도록 하지.”
기분이 상했는지, 이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이만.”
그렇게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자, 잠깐!”
마음이 급해진 세이나가 소리치며, 정민우를 붙잡았다.
“뭐지?”
그러자 정민우는 고개를 돌리며, 붙잡은 이유를 물어왔다.
【붙잡긴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
세이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던 사이.
“할 말이 없으면 가보도록 할게.”
정민우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얘, 얘기를 더 듣고 싶다!”
결국, 세이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흠, 얘기를 더 듣고 싶다고?”
“그, 그래. 그러니까 앉아서 다시 얘기하지.”
“얘기를 듣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정민우의 말에 세이나는 뒤에 자리한 비둘기를 보며 소리쳤다.
“조금 전 행동은 경솔했다. 나를 욕보이는 행동이기도 했지.”
“세, 세이나 님….”
“지금 당장 저자에게 사과하도록 해라.”
“그, 그치만….”
“지금 당장 해!”
“아, 알겠습니다.”
세이나의 일갈에 주눅이 든 비둘기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두 분의 말씀을 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교육이 덜된 것을 내가 어찌 나무랄 수 있겠어? 다음부터는 상황 가리고 행동하도록 해. 나니까 참는 거지 다른 악마한테 했으면 이미 전투가 일어났을 거야. 무능한 부하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순 없잖아. 안 그래?”
“……네.”
정민우의 비아냥에 비둘기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다시 앉아서 얘기를 나누도록 하지.”
세이나의 말에 정민우는 다시 자리에 앉아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래, 이야기를 다시 이어서 하자면 너희가 악마를 죽여줬으면 좋겠어.”
“악마를 죽이면 품계가 오르긴 하겠으나,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기야 하겠지. 하지만 고등생물을 이용해서 죽이면 위험 부담이 없잖아?”
“고등생물을?”
“그래, 고등생물을 이용하면, 직접적인 피해 없이 악마들을 잡아낼 수가 있지.”
세이나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고등생물로 과연 3품 악마를 잡는 게 가능한가?”
“물론, 일반적인 방법이라면 불가능하겠지.”
“일반적인 방법?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가?”
“간단해. 우리가 3품 악마들을 유인해 오면 고등생물이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면 되는 거야.”
상당히 간단한 방법.
“그 녀석들은 ‘유레인’ 행성에 마인이 없기에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야.”
정민우는 자신의 말에 설득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신성 제국 내에서 싸우면 힘은 더 줄어들게 돼서 죽이기 의외로 어렵지 않을 거야.”
세이나는 팔짱을 끼며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수많은 고등생물이 죽을 텐데?”
“감수해야지. 3품 악마를 죽이는 것인데.”
“…….”
“죽이기만 한다면, 너희는 품계를 올릴 수 있겠지.”
인정하긴 싫지만, 정민우의 말이 맞았다.
【우리보다 품계가 높은 박쥐를 죽이면, 천계 쪽에서도 업적을 인정해주겠지. 】
또한, 신성 제국에서 여러 신성진과 공격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싸울 만했다.
【역시, 악마여서 그런지 말로 천사를 홀리는 재주가 뛰어나네. 】
매력적인 제안.
“만약, 이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세이나는 정민우를 떠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어봤다.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3품 악마와 동맹을 맺고 마인들을 이용해 신성 제국을 공격하게 되겠지.”
“…….”
즉, 처음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이었다.
정민우의 말에 세이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잘 부탁하지.”
자리에서 일어난 정민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행히 계획대로 됐군.’
정민우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았다.
“이 선택 후회하지 않을 거야.”
물론,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54화 전투 준비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지.”
세이나의 말에 정민우는 품에 양피지를 꺼내 들자.
“잠깐, 계약서는 우리 것으로 하지.”
그녀가 제지하며, 품에서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굳이 너희 것으로 할 이유라도 있어?”
정민우의 물음에 세이나가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잠깐 손을 잡는 사이라고 해도, 악마를 믿을 수 없잖아.”
【그러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아줘! 】
말과 상반된 생각에 정민우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기, 기분이 나쁘겠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 웃음을 세이나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기분 나쁠 게 뭐 있어. 못 믿는 게 당연한데.”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제안을 건넸다.
“나도 못 믿는 건 피차 마찬가지이니. 너희 계약서, 우리 계약서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작성하는 거 어때?”
“…계약서 두 가지 버전으로?”
“그래, 어차피 효력은 같을 테니 상관없잖아?”
“흠, 알겠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설명을 들은 세이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정민우의 제안을 승낙했다.
“좋은 생각이야. 그러면 조항을 조율해볼까?”
먼저, 둘이 넣은 계약 조항은 이것이었다.
― 두 개의 계약서는 같은 효력을 내며, 계약 조항을 어길 시 사망하게 된다.
세이나 뒤에 있던 비둘기가 반발했지만.
“왜, 계약서에 허튼수작이라도 부리려고 했나 봐?”
정민우의 이죽거림에 금세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기본적인 계약 조항을 완성하자.
“계약 조항에 앞으로 신성 제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들어갔으면 좋겠군.”
세이나가 사심 담긴 조항을 제안해왔다.
“아니, 그건 곤란해.”
하지만, 정민우는 그 조항을 넣어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왜지? 설마, 악마를 죽이면 공격하려는 것인가?”
“아니, 잘 생각해 봐. 이 조항을 넣으면 신성 제국이 마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같이 넣어야 형평성에 맞을 텐데 그게 될 것 같아?”
“안 될 건 뭐지?”
“천사를 숭배하는 녀석이 악마를 숭배하는 마인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혼란이 발생할 텐데?”
“…아!”
정민우의 설명에 세이나는 이해했다는 듯, 외마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면 악을 집행한다는 의미가 퇴색되겠군.”
만약, 이대로 계약 조항에 넣는다면 다른 나라에서 신성 제국 상대로 압박을 가해올 것이었다.
‘악을 처단한다는 이유로 각국에서 뜯어간 돈이 많으니까.’
세이나는 이내 고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찝찝하단 말이지.”
그녀의 고심에 정민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걸?”
“왜지?”
“그야, 우리가 보유한 마인의 숫자는 고작 여섯 명이거든.”
“여, 여섯 명?”
“그리고 평균 여덟 살 나이에 불과하지.”
“겨, 겨우 여덟 살?”
세이나는 맥 빠진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이내 의심의 눈초리로 물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이렇게.”
정민우는 계약서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했다.
― 정민우 외 4명, 악마는 현재 여섯 명의 마인을 보유 중이다. 이 사실이 거짓일 시 사망한다.
“됐지?”
“그, 그렇군.”
세이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악마라고 해서 항상 거짓말을 일삼지 않는구나. 】
내심, 의심의 눈길을 보냈던 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 정도 전력이면 걱정할 것도 없지?”
“그렇긴 하군. 그러면 이대로 계약서를 진행하면 되는 건가?”
세이나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가장 중요한 게 남았어.”
“그게 뭐지?”
“3품 악마를 사냥하는 동안 너희 신성력으로 우리에게 피해 끼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어야지.”
얘기를 듣던 비둘기들이 표정을 구겼지만, 전처럼 반발하지는 않았다.
“…꼭 넣어야 하는 건가?”
“당연한 거 아니야? 목숨 걸고 미끼가 되는 건데 우리한테도 안전 수단은 하나쯤은 있어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세이나는 정민우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하며 계약 조항에 추가했다.
― 3품 악마 사냥이 끝나기 전까지는 세이나 외 2명의 천사는 신성력으로 정민우 외 4명의 악마에게 어떠한 위해도 끼칠 수가 없다.
‘좋아, 계획대로 흘러갔군.’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세이나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계약을 진행해 볼까?”
“좋다.”
이후, 그들은 각 두 개의 양피지의 피를 흘리며 계약을 체결했다.
* * *
계약 체결 이후.
교황, 성녀, 성자는 자신이 모시는 천사에게 신탁을 받았다.
― 시일 내에 사악한 악마들이 신성 제국으로 쳐들어올 것이다. 지금 당장 악마와의 싸움을 대비하라!
사악한 악마!
문헌에서만 접했던 악마들이 쳐들어온다는 것에 심각성을 느낀 그들은 곧바로 준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악마와 싸울 준비를 하여라. 천사님에게 악마가 강림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왔다!”
교황은 노쇠한 것조차 잊은 것인지 핏대를 세우며, 신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그 말이 사실입니까?”
악마라는 말에 신도가 겁을 지레 먹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내가 농으로 이딴 말을 하겠나!? 당장 준비해 악마가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
교황의 명령에 신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악마와 싸울 준비에 들어갔고.
“사제들은 전부 이쪽으로 모이세요!”
성녀는 악마와 전투를 벌일 곳을 선정해. 사제들을 불러 모아 전투 때 사용할 신성진을 만들 준비에 들어갔다.
“임무에 나간 성기사와 사제들을 지금 당장 소집하세요! 한시가 급합니다!!”
성자는 임무에 나간 그들을 호출하며, 전력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그 소문은 삽시간으로 퍼지게 되며, 베린 왕국의 왕에게도 들어오게 되었다.
“…아, 악마가 나타난다고?”
베린 왕국의 왕의 물음에 신하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신탁에 따르면 제국을 지워버릴 정도로 강한 악마가 등장할 것이라 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신하의 보고에 왕은 턱을 쓸며 고민에 잠겼다.
‘악마로 인해 신성 제국이 무너지면 곤란하다.’
마음 같아서는 신성 제국이 무너지면 좋겠지만.
‘그러면, 악마나 마인을 저지할 수단이 사라진다.’
그들이 멸망한다면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왕국들은 똑같은 멸망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었다.
“신성 제국에서 온 서신은 없나?”
“아직 서신이 도착한 것이 없습….”
왕의 물음에 신하가 대답하려는 순간.
“전하! 신성 제국에서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다른 신하가 문을 열며, 이 사실을 급하게 알려왔다.
본래, 왕의 허락 없이 알현실로 들어오면 처벌을 피해갈 수 없겠지만.
“읽어보아라.”
상황이 상황인 만큼, 왕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며 서신을 읽게 시켰다.
“예! 알겠습니다.”
신하는 고개를 조아리며, 서신을 차근차근 읽어내렸다.
서신에 쓸데없는 인사말이 들어갔지만, 내용을 요약하자면 병력과 물자를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신도가 아닌 자는 악마에게 피해 끼칠 수 없을 터인데? 병력을 보내달라는 이유가 있는 건가?”
왕의 물음에 신하가 서신을 살펴보며 대답했다.
“사제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신싱력을 깃들게 할 수 있다고 하옵니다.”
“그렇군.”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에 잠겼지만.
‘…보낼 수밖에 없겠지.’
결국, 왕은 병력과 물자를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병력과 물자를 보내지 않고 악마를 물리치면 신성 제국의 압박을 받게 될 테고. 악마들로 신정 제국이 멸망하게 되면 우리 또한 멸망할 테니 선택권이 없지.’
왕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신하에게 알렸다.
“지금 당장 병력과 물자를 신성 제국으로 보내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전하!!!”””
다른 왕국 또한 베린 왕국과 같은 선택을 내리며, 병력과 물자를 신성 제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 * *
계약을 성공적으로 끝낸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윌리엄이 있는 오두막으로 찾아갔다.
“음?”
오두막으로 들어가니, 어린아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정민우는 쓰러진 아이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니.
‘미약한 열과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군.’
상태가 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윌리엄과 다른 마인들은 아이들을 보며 패닉에 빠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물어봐야겠군,’
정민우는 모습을 드러내며, 윌리엄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지?”
“아, 악마님!!”
윌리엄은 구세주를 본 듯한 얼굴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간지러움을 호소하더니 갑자기 피부가 붉게 변하며 쓰러졌습니다!”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가 있었다.
“위생 상태로 인해서 이렇게 됐나 보군.”
어린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위생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병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위, 위생이요?”
“그래, 위생이 안 좋은 오두막에서 지내다 보니 병이 생겨난 것 같구나.”
“저, 저희는 멀쩡한데요?”
“너희는 아이들과 달리 마인이지 않나.”
“아…….”
정민우의 설명에 윌리엄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악마님 저 아이들을 마인으로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이어서 윌리엄은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부탁을 해왔다.
“제발요. 악마님.”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또한, 다른 마인들도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부탁했다.
‘흠, 어떻게 할까.’
정민우는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3품 악마들을 상대할 것을 생각하면, 마기를 비축해야 하는데….’
아무리, 천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일이 틀어질 수 있기에 3품 악마들과 싸울 것을 대비해둬야만 했다.
‘하지만,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아깝단 말이지.’
이 사안은 혼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정민우는 ‘심안’을 사용해 마교회 멤버들에게 전언을 보내 의견을 물어봤다.
【너희는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
정민우의 물음에 아이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비너스가 대답했다.
“3품 악마들을 생각하면, 마기를 아끼는 게 맞지만 소량의 마기 정도는 소모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소량의 마기 정도라면 아이들을 치유하기는 충분하니까요.”
논리 있는 의견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마교회 멤버들에게 물어보자.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소량의 마기라면 상관없어.”
“나도 찬성!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아이들과 계약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아이들과 계약하도록 하지.”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이들을 마인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러자 윌리엄과 다른 아이들이 허리를 숙여 보이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3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과 계약을 맺자.
“나, 낫고 있어!”
“열이 내려갔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이들의 몸에 열이 내리고 붉게 달아올랐던 피부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윌리엄과 마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2시간 정도 흐르면, 전부 회복되어 있을 거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것 아니다. 그리고 너희에게 전할 얘기가 있는데 다들 밖으로 나와볼 수가 있겠나?”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과 마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두막 밖으로 따라나섰다.
“하실 말씀이 무엇인가요?”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쉽게도 천사들과 얘기가 잘되지 않았다.”
“““아…….”””
좋지 않은 소식에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다른 악마가 왔을 때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다시 신성 제국에 간다는 말에 윌리엄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 가면 안 되시는 건가요?”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가야지, 그래야 침략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라.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늘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정민우가 저런 모습을 보이니 윌리엄은 가슴 한쪽이 아리는 것을 느꼈다.
“혹시, 모르니 너희는 다른 데 가지 말고 오두막에 지내고 있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착한 아이군.”
정민우는 윌리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작전에 맞춰 상황을 유도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가자.”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은 다시 신성 제국으로 향했다.
55화 몰락 (1)
그로부터 일주일 뒤.
후――웅.
유레인 행성에 있는 한 땅에 푸른 빛을 내뿜는 포탈이 생겨났다.
터벅, 터벅, 터벅.
그리고 그 포탈에서 두 명의 악마가 걸어 나왔다.
몸집이 비대한 한 악마가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하아, 바알 님은 이런 일을 왜 우리에게 떠맡긴 거야? 귀찮게.”
투덜거림에 몸이 삐쩍 마른 악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이런 기회가 흔한 줄 알아? 바알 님이 이 일만 해결하면 진급 시험 때 가산점 줄 거라고 약속했잖냐. 기억 안 나?”
“기억은 한다만, 햇병아리를 죽이려고 굳이 찾으러 간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지.”
“쯧, 그래서 안 할 거야?”
삐쩍 마른 악마의 말에 몸집이 비대한 악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가 안 한대? 조금 마음에 안 든다는 것뿐이지.”
“됐고. 빨리 일이나 시작하자.”
“그래야지.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으니까.”
몸집이 비대한 악마는 대뜸 바닥에 주저앉더니.
“흡!!!”
마기를 끌어 올리며, 고유 특성인 ‘마기 탐지’를 사용했다.
약 1분 정도 시간이 흐르니.
“찾았다.”
어렵지 않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오, 벌써?”
“이 정도는 식은 놀 다리 먹기지.”
몸집이 비대한 악마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위치는?”
삐쩍 마른 악마의 물음에 몸집이 비대한 악마가 지도를 꺼내 들며,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삐쩍 마른 악마가 지도를 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풉, 살려고 발악을 하는구나?”
그도 그럴 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곳은 천사들이 관리하는 곳으로 알려진 신성 제국이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우리가 죽이지 못할 거로 생각했나?”
“확실히, 햇병아리들이 생각할 귀여운 발상이네.”
악마들은 그들의 행동에 비웃으며, 지도를 도로 집어넣었다.
“근데, 이 녀석들과 계약한 고등생물을 죽이고 작업에 들어가는 게 안전하지 않아?”
몸집이 비대한 악마의 물음에 삐쩍 마른 악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죽이려면, 우리도 마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 만들어서 죽이냐? 차라리 힘을 더 쓰는 한이 있더라도 햇병아리들을 바로 죽이는 게 이득이야.”
“하긴, 지금쯤이면 마인들도 그저 그럴 테니 네 말이 맞겠다.”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
“좋지.”
그렇게 둘은 등에서 날개를 꺼내 들더니.
펄럭―
신성 제국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신성 제국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악마들과 싸울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목숨이 걸려있으니, 준비하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신성 제국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먼저, 광장 내에 설치된 신성진을 살펴보니.
‘호오, 내재한 신성력이 장난 아니네.’
악마에게 타격을 입힐만한 어마어마한 신성력이 담겨 있었다.
본래라면, 신성진 근처에 있는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에게도 피해가 가야 했지만.
‘계약서에 조항을 넣은 보람이 있네.’
3품 악마를 죽일 때까지 신성력으로 위해를 끼칠 수 없다는 계약 조항을 넣었기에 아무런 피해가 없을 수가 있었다.
“고등생물이 만든 것 치고는 질이 좋네요.”
“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고등생물하고 싸워봐도 나쁘지 않겠어.”
“…이 정도면 악마를 죽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호오… 대단하기는 하네.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 또한 정민우와 생각이 같았는지 신성진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구경을 마치고 근처에 도열해 있는 성기사들을 살펴보니.
‘제법 강하군.’
날카로운 칼날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고블린과 비교할 수가 없네.’
현재, 개인 사육장에 있는 고블린과 비교해봤지만 아쉽게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기사의 무력이 압도적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보낸 기사들과 마법사도 뛰어나기도 하고.’
또한, 타국에서 보내온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성기사와 맞먹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 보였다.
‘그만큼 타국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봤다는 거겠지.’
이 정도 인원이라면, 악마를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겠지만 말이야.’
구경을 마치고 광장에 자리하고 있던 그때.
펄럭―
세이나가 날개를 펄럭이며, 이쪽으로 날아왔다.
“다들 상태는 어떤가?”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최상이지.”
“다행이군.”
“너희 쪽 준비는 어때?”
“악마가 바로 오지 않은 덕분에 주민들은 전부 대피시키고 전투 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
말하는 것으로 봤을 때는 꽤 자신감이 넘쳐 보였으나.
【이 정도의 전력으로 죽일 수 있겠지? 못 죽이면 어떡하지? 】
말과 다르게 세이나는 속으로 엄청 걱정하고 있었다.
‘어떻게 표정과 속마음이 저리 다를 수가 있지?’
관찰한 결과. 상당히 겁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표정 관리를 잘하는 것인지 한 번도 겁먹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악마는 언제쯤 올 것 같나?”
세이나의 물음에 정민우는 잠시 고민하고 나서 대답했다.
“이르면 오늘, 늦으면 3주 뒤에 오지 않을까? 그 녀석들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렇지? 오긴 하겠지?”
“설마, 오지 않을까 봐. 그러는 거야?”
정곡을 찔렀는지 세이나가 몸을 얕게 떨더니,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아, 아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조용한 것 같아서 물어본 것뿐이다.”
【신탁까지 내렸는데, 혹여나 오지 않으면 내 체면이 곤란해진다고! 】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오니까 걱정하지 마.”
“그, 그렇겠지.”
“그러니까. 정신 사납게 말 걸지 말고. 다른 곳에 가 있어.”
“…하하, 알겠다.”
세이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다른 비둘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생긴 것과 다르게 참 걱정이 많은 비둘기네요.”
“저렇게 새가슴이면, 나중에 큰일은 어떻게 하려는 지 몰라.”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는 공감했다.
“그건 그렇고 다들 작전 기억하지?”
정민우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머릿속에 똑똑히 넣어놨다고.”
“…기억해.”
“민우가 한 말인데 까먹을 리가 없지! 개굴개굴.”
지난 일주일간 정민우는 자신이 생각한 작전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전달했었다.
‘다들 기억하고 있다니, 실수할 일은 없겠어.’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악마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음?’
지평선 너머에 마기가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다!”
정민우의 외침에 마교회 멤버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고.
“오, 온다고? 지금 당장 신탁을 내려야겠어!”
세이나는 우왕좌왕하더니, 이내 고등 생물에게 신탁을 내리기 시작했다.
펄럭――!
쿵―!
빠른 속도로 날아온 두 악마는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 앞에 착지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햇병아리들 안녕.”
“이곳에 있으면 우리가 못 찾아올 줄 알았냐?”
비아냥거리는 말에 정민우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도발을 시전했다.
“수습 딱지도 떼지 않은 악마 잡으러 여기까지 오느냐 고생이 많았겠어?”
도발이 제대로 먹혀들었는지, 두 악마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네놈 정신이라도 나간 거냐?”
그들의 협박에 정민우는 이죽거리며 대답했다.
“뭐래, 어차피 죽이려고 찾아왔으면서 죽인다고 협박하는 건 뭔데? 뭐, 살려달라고 빌면 안 죽이기라도 할 거야?”
““…….””
정민우의 말에 악마들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이를 ‘으득’ 갈아 보였다.
“그리고 그 영감탱이도 속이 참 좁아. 어떻게 자기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악마를 보내냐.”
“지금 바알 님을 영감탱이라고 칭한 거냐?”
“날 죽이려는 녀석에게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어?”
악마들은 정민우의 발언에 혀를 차 보이며 말했다.
“죽을 때가 되니, 정신이 나갔군.”
“아니, 내가 봤을 때 원래부터 제정신인 녀석이 아니야.”
정민우는 악마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어떤, 고유 특성이 있는지 확인해볼까?’
그리고 적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천안’을 사용했다.
‘일단, 저 뚱뚱한 녀석을 확인해봐야겠어.’
몸집이 비대한 악마에게 ‘천안’을 사용하자.
【‘빅쿤’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빅쿤
성별 : 남성
나이 : 4, 300살
〈세부 정보〉
품계 : 3품(三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마기 탐지(魔氣探知)
현재 감정 : 분노
‘마기 탐지? 마기를 지닌 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건가?’ 정민우는 효과를 확인해보기 위해 고유 특성을 클릭했다.
【마기 탐지(魔氣探知)】
마기를 지닌 자의 위치를 특정해 낼 수가 있다.
‘생각대로의 효과네.’
이 넓은 땅덩어리에서 우리를 어떻게 찾을까 의아했는데 고유 특성을 보니 궁금증이 해결됐다.
‘일단, 전투 쪽 고유 특성이 아니니 고등생물도 싸워볼 만하겠어.’
이어서 정민우는 옆에 자리한 악마에게도 ‘천안’을 사용했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스삭
성별 : 남성
나이 : 4, 300살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무기 변화(武器變化)
현재 감정 : 분노
‘무기 변화? 무슨 고유 특성이지?’
【무기 변화(武器變化)】
원하는 무기로 변화할 수 있다. 마기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고유 특성을 본 정민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러면 이길 가능성이 더 커지지.’
무기 변화라는 고유 특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둘이 하나로 줄어드는 것이었기에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확인을 끝내고 정보창을 닫자.
“죽어서도 그렇게 입을 놀릴 수 있나 보자고!”
“네놈, 편하게 죽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악마들이 마기를 끌어 올리며, 전투 태세에 돌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시간을 충분히 끈 것 같은데?’
10분가량 시간을 끌었으니, 고등생물들도 얼추 준비가 끝나지 않았을까 생각하던 순간.
“신성진을 발동해라!!!”
교황이 싸움의 시작을 알려왔다.
우―――웅.
그러자 바닥에 새겨진 신성진에 환한 빛이 휩싸이더니.
“크흑!?”
“뭐, 뭐야!?”
화아아아아아아―
신성진 위로 빛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시, 신성?”
“크, 크아아아악!?”
악마들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정민우를 죽일듯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이 개자식이 비둘기랑 손을 잡아!?”
“넌, 악마의 자긍심도 없는 거냐!?”
악마들은 정민우에게 비겁하다며, 손가락질했지만.
“응, 수습 딱지 떼지 않은 악마를 죽이려고 온 너희가 더 비겁해~”
정민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오히려 악마들을 더욱 약 올렸다.
“이 씨X럼이!!”
“이 개X끼가!!”
악마들은 정민우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지만.
“아,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격해라!!!”
“““진격하라!!!”””
신성진에 나타난 악마의 모습을 확인한 고등 생물들이 공격을 해오기 시작하며, 정민우에게 다가가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고등 생물에게 죽으면 꽤 볼만하겠어?”
정민우는 이죽거림에 마교회 멤버들도 한마디씩 말을 거들었다.
“그러게 너무 오만하셨네요. 아니다. 머리가 텅 비어서 이런 판단밖에 못 내린 거겠죠?”
“쯧쯧, 쌤통이다. 요 녀석들아.”
“…죽어.”
“푸하하핫. 3품 맞아? 개굴개굴.”
조롱 섞인 말들에 악마들은 진한 살기를 흩뿌렸다.
“그럼, 고생 좀 하라고.”
그리고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신성진에서 유유히 빠져나갔다.
56화 몰락 (2)
“…햇병아리들한테 당할 줄이야.”
“…머리가 비상하게 잘 돌아가는 녀석들이었어.”
악마들은 정민우에게 당했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비둘기하고 손잡을 줄 누가 알았겠어?”
신성 제국에 있으면, 천사와 손잡을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악마의 자긍심이 없는 녀석일지 누가 알았겠어?”
천사와 손잡는 행위 자체는 악마의 자긍심을 져버리는 행동이었기에 그들로서는 이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다만….”
마음 같아서는 정민우를 뒤따라 목을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저 고등 생물에게 집중하는 것이 좋겠지.”
지금은 눈앞에 몰려오는 고등생물부터 상대해야만 했다.
“고등생물 상대로 싸우게 될 줄은 몰랐어.”
“그러게 마왕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들의 눈빛이 차게 식더니, 몸에서 마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일단, 눈앞에 있는 벌레들부터 빨리 정리하자고.”
“동감이야.”
뒤이어 스삭의 몸에 검은 연기가 휩싸이더니.
뿅―
창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덥썩―
빅쿤은 창을 잡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가 합을 맞추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리고는 창에 마기를 담아내더니, 고등생물을 향해 마기를 쏘아냈다.
“악마가 공격해온다. 전부 성기사 뒤로 빠져!”
교황의 명령에 달려오던 기사들은 성기사 뒤로 물러나자.
“천사의 이름으로 보호를!”
사제들이 성기사들에게 주문을 걸자.
후―웅.
황금빛의 보호막이 생겨났다.
“대지 같은 방어막을!”
쿵―!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성기사들이 발을 구르자.
후―웅.
방패에 환한 빛이 스며들었다.
“방패 앞으로!”
“““앞으로!”””
이어서 방패를 앞으로 내밀자.
콰―――――앙!
마기와 충돌하며, 엄청난 폭발음을 자아냈다.
“이 정도면 얼추 정리됐겠지?”
빅쿤은 이걸로 반절 이상은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들 진격!”
“““진격!!!”””
성기사들은 생채기 하나 없이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뭐?”
“피해 없이 막아냈다고…?”
그 모습에 빅쿤과 스삭이 당혹감을 드러냈다.
아무리, 힘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고등생물과 결이 다른 존재였기에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설마, 밑에 있는 신성진 때문인가?”
“겨우, 신성진으로 우리 힘이 이렇게나 약해졌다고?”
본래라면, 신성진으로 그들의 힘을 이렇게까지 억제하지는 못했겠지만.
“…고등생물이 만든 것치고는 신성력이 상당한데?”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50만에 달하는 사제들이 신성진을 만드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하아, 고등생물 상대로 애먹을 줄은 몰랐는데 짜증 나네.”
빅쿤이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던 그때.
“내 검에 죽어라. 악마여!”
지척에 다가온 한 성기사가 황금빛을 머금은 검을 빅쿤에게 휘둘렀다.
“뭐라는 거야. 고등생물 주제에.”
푸―욱!
빅쿤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창을 휘둘러 성기사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컥!?”
용맹하게 달려왔던 것과 달리 성기사는 머리가 꿰뚫리며 허무하게 절명해버렸다.
“이것도 한번 막아봐라!”
전과 달리 빅쿤의 몸에서 진한 마기가 일렁이더니.
“필멸자들아!!!”
쐐―――――액!
반월을 그리며, 고등생물을 향해 마기가 날아갔다.
“성기사 앞으로!”
고등생물들은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댕―――――강!
“““크헉!?”””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몸이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주춤―
그 모습에 겁먹은 고등생물들은 발걸음을 멈춰 세우자.
“세계의 운명이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성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자.
샤라라―♪
하늘에서 금빛 가루가 떨어지는 동시에.
“““우오오오오!”””
자신감과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우리가 막지 못하면 세계는 멸망한다!”
“다들 전력을 다해!”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어!”
그리고 다시 악마들에게 달려들었다.
“쯧, 비둘기 같은 녀석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콰――――앙!
용맹하게 달려들긴 했으나, 아쉽게도 악마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제가 나설 때가 왔군요.”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본 성자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천사에게 하사받은 ‘성검’을 꺼내 들었다.
성검.
용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무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그전에 어떻게든 피해를 줘야만 한다!”
하나, 천사의 허락만 있다면 편법으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신성 제국을 위하여!”
타, 타, 타, 타앗―
각오를 다진 성자는 성검을 들며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인간의 저력을 무시하지 말아라!”
성검이 빅쿤의 몸에 다다르던 그때.
“뭐래.”
푸――욱!
빅쿤이 휘두른 창이 성자의 심장을 꿰뚫는 것이 더 빨랐다.
“…이럴 수가?”
털썩―
성자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입 놀리는 것 치고 실력 있는 놈을 못 봤지.”
빅쿤은 코웃음을 치며, 등을 돌리는 순간.
푸―욱!
“……음?”
가슴 쪽에서 고통이 엄습해왔다.
고개를 내려보니.
“…뭐?”
성자가 들고 있던 성검이 가슴에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히 죽었을 텐데?”
의문에 찬 눈빛으로 뒤로 고개를 돌리니.
“…방심하셨군요.”
성자가 아닌 성녀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촤――악.
빅쿤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창을 휘둘러 성녀의 목을 잘라버렸다.
‹그랑―
뒤이어 가슴에 박힌 성검을 뽑아 바닥에 내동댕이쳤지만.
“큭!”
상처가 아물지 않고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젠장, 비둘기가 만든 무기였나 보군.”
빅쿤은 자칫하면 우리가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을 직감했다.
* * *
한편,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저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의외로 잘 싸우네.’
생각보다 빅쿤과 스삭의 실력이 좋았는지, 무위를 뽐내며 고등생물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래도 물량에는 장사 없지.’
하지만, 200만의 고등생물과 싸우다 보니, 빅쿤과 스삭이 눈에 띄게 지쳐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지능이 떨어져 보이길래. 조금, 무시했는데 의외로 무위가 뛰어나네요.”
“꼴에 3품 악마라는 거겠지.”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설마, 이대로 악마들이 이기는 것은 아니겠지?”
엘린의 걱정에 정민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할 것 없어. 마기가 가파르게 빠져나가고 있거든.”
겉모습으로만 봤을 때는 악마 쪽이 상당히 유리해 보였지만.
‘마기가 얼마 남지 않았어.’
성검에 당한 덕분인지, 빅쿤의 마기가 동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삭은 아직 마기가 많긴 하다만, 빅쿤의 마기가 떨어지면 가파르게 빠져나가겠지.’
즉, 이 상태로만 간다면 고등생물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었다.
‘비둘기들은 뭐 하고 있지?’
정민우는 비둘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시선을 옮기니.
“진급 가즈아아아!”
“죽여버려!”
“우리 인간들 잘한다!!”
자리에서 춤을 추며, 축배를 들고 있었다.
‘비둘기가 춤을 못 춘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았네.’
정민우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다시 고등생물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여유롭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어.’
이후 2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고등생물의 병력은 500명으로 줄어들었고.
“크흑!”
“허억, 허억.”
예상대로 악마들은 마기가 전부 떨어진 상태였다.
이대로 싸우면, 고등생물들의 승리로 끝났겠지만.
‘지쳤네.’
체력이 무한하지 않기에 고등생물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죽이고 싶지만, 참는 게 좋겠지.’
수습이라 악마를 죽여도 딱히 죄를 묻지는 않겠지만, 바알 영감탱이가 귀찮게 굴 것 같아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그럼, 고등생물이 죽일 때까지 기다려볼까?’
1시간 정도 지나면,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펄럭―
비둘기들이 악마들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젠장, 끝도 없이 몰려오는군.”
“그래도 이제 1만밖에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힘내보자고.”
빅쿤과 스삭은 고등생물의 저력에 치를 떨었다.
그렇게 남은 고등생물을 정리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순간.
펄럭―
불길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씨X….”
불길함을 직감한 빅쿤은 혼잣말로 욕을 내뱉었다.
“꽤 지쳐 보이는군.”
세이나가 지상에 착지하며,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전이었다면, 비둘기쯤이야 죽이는데 어렵지 않았겠지만.
‘…비둘기한테 얕보이다니.’
‘처음부터 비둘기를 죽였어야 했어.’
마기를 전부 소진한 바람에 눈앞에 있는 비둘기들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마지막 유언이라도 있나?”
세이나의 물음에 빅쿤은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우리를 죽이면 뒷감당이 안 될 텐데, 괜찮겠어?”
빅쿤의 협박에 세이나는 같잖다는 듯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너희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닐 텐데?”
““…….””
“유레인 행성을 탐하려고 했던 것에 대가를 치러라.”
“자, 잠깐!”
세이나의 말에 빅쿤은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솨아아아아―
하늘에서 구름이 개며, 환한 빛이 흘러나오는 동시에.
“신성 철퇴!”
황금빛에 휩싸인 거대한 망치가 악마들을 향해 내려쳤다.
콰―――――앙!
그리고 망치가 빛에 휩싸여 사라지니.
“죽었군,”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악마들이 바닥에 자리하고 있었다.
‘끝났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정민우는 슬슬 다음 작전을 실행할 때가 왔다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마안(魔眼)의 새로운 효과를 발견해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 하나가 새롭게 떠올랐다.
‘…새로운 효과라고?’
정민우는 의문을 느끼며, 메시지 창을 클릭하려는 순간.
스르륵―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악마들의 시신이 가루로 변하더니 정민우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쿵――!
‘!?’
몸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악마를 죽이는 데 관여해서 그런 건가?’
정민우는 정확한 효과를 알기 위해 메시지 창을 클릭해봤다.
【악마 ― 마안(魔眼)】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의 원하는 욕구를 꿰뚫어 볼 수 있다.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 또는 무생물이 지닌 마기의 총량을 확인할 수 있다.
― 마기를 소모함으로써, 고등 생물에게 디버프를 걸 수 있다.
― 마기를 소모함으로써,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가 있다.
단, 유대 관계를 쌓은 악마만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가 있다.
― 마기를 지닌 자를 죽이거나 관여했을 시, 일부의 마기를 뺏어올 수가 있다.
고유 특성에 대한 설명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마기의 일부를 뺏어올 수 있다고?’
확인한 결과 어마어마한 효과를 얻게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래서 사탄이 지원을 안 해줬던 거군.’
그제야 정민우는 사탄이 지원할 인원이 없다는 핑계를 댔는지 이해가 됐다.
‘같은 마안을 지니고 있었으니, 이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사탄이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계획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러면 작전을 더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겠어.’
정민우는 정보창을 닫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동작 그만.”
세이나와 비둘기가 날아오더니, 자신과 마교회 멤버들에게 무기를 겨눴다.
그 모습에 정민우는 겨눈 무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짓이지?”
정민우의 물음에 세이나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3품 악마만 죽이면 되는 것 아니었어?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지?”
“너희 같은 위험 종자는 살려서 보낼 수 없다.”
그녀의 대답에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분명, 싸우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리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정민우는 세이나를 향해 ‘심안’을 사용했다.
【3품 악마들을 죽이면서, 신성력이 두 배는 강해졌어. 이 힘이라면 저 녀석들을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을 거야.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세이나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흠, 힘을 얻어서 마음이 바뀌었다는 거군.’
예상치도 못한 상황.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대부분은 당혹감을 드러내겠지만.
‘오히려 잘됐어.’
정민우는 당혹감을 드러내기는커녕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러면, 뒤탈 없이 죽일 수 있겠어.’
그도 그럴 게 먼저 적의를 드러낸 이상, 그들을 배려하지 않고 무참히 짓밟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57화 몰락 (3)
악마를 죽이면서 힘이 늘어났다고 한들, 정민우 또한 마기를 흡수하면서 힘이 늘어났기에 싸우게 된다면 비등비등하게 이루어질 것이었다.
‘내가 힘이 늘어난 것을 모르니, 기습을 가한다면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수는 있겠지만….’
전투 중에 마교회 멤버가 사망하는 불상사가 생겨날 수가 있었다.
‘굳이, 그런 위험 요소를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겨우, 수습 딱지를 떼기 위해 동료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단가가 맞질 않았다.
‘작전대로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좋겠어.’
정민우는 결국, 작전대로 움직이기로 하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심안’을 사용해 전언을 날렸다.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너희는 마인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 】
전언을 들은 마교회 멤버들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고유 특성을 복사해보도록 할까?’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
1. 2번
2. 555번
3. 777번
4. 888번
5. 비너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2번, 로크의 고유 특성을 복사할게.’
【2번 고유 특성 ‘괴물화’를 복사합니다】
싸움에 있어서 아누비스의 고유 특성만 한 것이 없겠지만.
‘변칙적인 공격을 만들어내는 것은 괴물화만 한 것이 없지.’
지금은, 힘보다는 변칙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 적들에게 통할 가능성이 크리라 판단을 내렸다.
“이 선택 후회하지 않겠어?”
정민우는 준비를 마치며, 세이나에게 질문을 건넸다.
“후회 따위는 없다. 너희를 죽임으로써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뿐.”
【도와준 건 고맙지만, 내 양분이 되어 더 높은 품계로 올라갈 수 있게 도와줘! 】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비둘기도 이기적인 종족이야.’
양성소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비둘기가 얼마나 이기적인 종족인지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악마보다 더한 녀석들이었다.
‘지구에서는 이런 녀석들을 정의롭게 서술했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야.’
정민우는 지구로 가게 되면, 이 잘못된 사실부터 고쳐야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같이한 정이 있으니, 유언 정도는 들어주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세이나의 말에 정민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게 뭐지?”
“괴물화.”
“…괴물? 뭐?”
고유 특성을 사용하자. 정민우의 몸이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
세이나는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비둘기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지금 도망치죠.”
그리고 마교회 멤버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장 도망쳤다.
“놓치면 안 돼!”
그 모습에 세이나는 비둘기들과 함께 마교회 멤버들을 쫓아가려고 했으나.
“어딜 가려는 거지?”
눈이 검게 물들고. 덩치는 5배가량 커진 정민우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길을 막아섰다.
“이런… 공격해!”
세이나는 정민우를 죽이지 않으면 쫓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예!!””
명령을 받은 비둘기들이 호기롭게 정민우에게 달려들었으나.
“가소롭군.”
정민우는 코웃음을 치며,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빠―――각!
“키헥!?”
“쿠?!?”
그러자 비둘기들의 몸이 반으로 접히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뭐?”
생각 이상의 힘에 세이나는 당혹감을 느끼며 정민우를 바라보자.
“너만, 악마를 죽이면서 힘을 얻은 줄 알았냐?”
정민우는 조소를 띠며 세이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흡!”
콰――앙!
하지만, 괜히, 6품 비둘기가 아닌 듯 철퇴를 휘둘러 정민우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역시, 막상막하군. 아니… 내가 밀리고 있나?’
주먹이 점점 뒤로 밀려나는 것을 보니, 세이나가 무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더니 딱 그 속담하고 같네.’
품계는 자신보다 낮았지만, 고등생물로부터 많은 신성력을 얻다 보니 이런 상황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역시, 애들을 도망치게 하길 잘했어.’
정민우는 주먹을 거두는 동시에 반대쪽 주먹을 뻗자.
“뻔한 공격에는 당하지 않는다!”
세이나가 철퇴를 들이밀며, 방어 자세를 취해 보였다.
주먹이 철퇴에 맞닿으려는 순간.
휘릭―
경로가 위로 꺾이더니, 세이나의 얼굴을 가격했다.
퍼――엉!
주먹에 맞은 것이라고 믿기기 힘든 폭발적인 소리.
“크흑!?”
세이나는 신음을 흘리며,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발칙한 공격이군.”
그녀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딜.”
정민우는 주먹을 늘려 멀리 떨어져 있는 세이나의 복부를 가격했다.
퍼――엉!
“컥!”
그녀는 철퇴를 들어 보이며, 정민우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노력했지만.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전투 경험이 별로 없는지, 변칙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뭐, 전투 경험이 많았다고 해도 지금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전투 경험 상관없이 정민우가 압도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어, 얼굴을 막아야 해! 】
퍼――엉!
【복부를 막는다! 】
퍼――엉!
【외, 왼쪽 어깨를 막는다! 】
퍼――엉!
그도 그럴 게 ‘심안’을 통해 그녀가 막으려 하는 곳을 파악한 뒤, 막지 않는 곳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인 폭력.
큰소리친 것 치고는 비참한 모습이었다.
““세, 세이나님!!””
뒤늦게 정신을 차린 비둘기가 합세하려고 했으나.
“잔챙이는 빠져라.”
퍼――엉!
““크악!?””
털썩―
정민우의 공격에 비둘기들은 턱을 얻어맞고 바로 기절해 버렸다.
‘너무 쉬운데?’
이대로 비둘기들을 죽이는 데에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던 찰나.
“장난은 여기까지다!!!”
계속 얻어맞기만 하던 세이나가 고유 특성을 사용했다.
솨아아아아―
그러자 하늘에서 구름이 개며, 환한 빛이 흘러나왔다.
‘저건 위험하지.’
아무리, 정민우라고 해도 저 공격을 맞으면 목숨을 부지하기는 힘들었다.
‘전보다 빛이 더 강해졌어.’
또한, 악마를 죽이면서 신성력이 대폭 상승한 상태였기에 맞으면 그대로 소멸해 버릴 것이었다.
‘이 정도 시간을 끌었으면, 마교회 멤버들도 충분히 도망쳤겠지.’
그렇게 하늘에서 황금빛에 휩싸인 거대한 망치가 모습을 드러낼 때.
“나중에 또 보자.”
정민우는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거, 기기서!”
세이나는 고유 특성을 취소하며, 쫓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놓친 뒤였다.
“젠장… 상황이 꼬여 버렸어.”
허무하게 적을 놓쳐버린 세이나는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 버렸다는 것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 *
한편, 윌리엄과 마인들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왜 안 돌아오시는 거지?’
신성 제국에서 악마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걱정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야기가 잘 안 됐나?’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던 그때.
“오, 오빠 악마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비앙카가 울먹이며, 불길한 소리를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악마님들이 당할 일이 없잖아?”
윌리엄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비앙카의 말을 부정했다.
“…그, 그렇지만.”
“설마, 악마님들을 못 믿는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러면, 믿고 기다려. 무사히 돌아오실 테니까.”
비앙카에게 강하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이 말은 윌리엄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안 믿으면 어쩌자겠 다는 거야.’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고 되뇌던 그때.
우당탕―!
오두막 밖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님!?”
윌리엄은 악마님들이 돌아온 것이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보자!”
“응!”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오두막 밖으로 나가자.
“…악마님?”
윌리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피 칠갑한 비너스만이 바닥에 홀로 쓰러져 있기 때문이었다.
“크흑!”
비너스의 신음에 윌리엄은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윌리엄의 물음에 비너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천사와 악마가 결탁해 저희를 공격했어요.”
“…처, 천사와 악마가 결탁했다고요?”
“네… 현재, 다른 분들은 그들에게 붙잡힌 상황이고 저만 겨우 도망쳐 나왔어요.”
비너스의 설명을 들은 윌리엄은 깊은 분노를 느꼈다.
‘…이 개자식들이!’
그리고 이렇게 될 때까지 바보처럼 오두막에 가만히 있던 자신에게 혐오감이 밀려 들어왔다.
“이. 일단 악마님 상처부터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 괜찮아요. 이건 제 피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윌리엄의 질문에 비너스는 입을 달싹이며, 말하는 것을 꺼리는 기색을 보이더니.
“…대장님의 피에요.”
이내 사실을 얘기해줬다.
“!?”
그리고 얘기를 들은 윌리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살인 충동을 느껴야만 했다.
‘대장님의 피?’
대장이라면, 윌리엄이 가장 믿고 따르던 정민우의 피라는 얘기이기 때문이었다.
점점 호흡이 격해지며, 속이 울렁거리던 그때.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비너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부탁이요?”
“무리한 부탁인 것을 알지만, 부디 대장님과 동료들을 구해주세요.”
그녀의 부탁에 윌리엄이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 거죠?”
“신성 제국을 멸망시켜야 해요.”
“…신성 제국을요?”
“…네, 그래야 천사들의 힘이 약해져 대장님과 동료들이 탈출할 수가 있어요.”
신성 제국의 멸망.
‘분명, 인간들도 싸움에 가담했다고 했지….’
그들 또한 악마님들을 공격하는 데 손을 거들었을 것이었다.
“제게 맡겨만 주세요.”
윌리엄은 가슴을 두드리며, 의지를 다지던 그때.
“오빠만 가게?”
“형, 우리도 데려가야지?”
“형만 악마님들을 구하게?”
비앙카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가면, 죽을 수도 있어.”
악마님들을 구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동생들의 목숨 또한 중요했던 윌리엄이었기에 그들이 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형만 악마님들에게 은총을 받은 게 아니야.”
“우리도 받았지.”
“이제는 우리가 그 은총을 보답할 차례야.”
하지만, 동생들은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는지 싸움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고개를 돌려 동생들의 얼굴을 보니 흉흉한 눈빛을 하며, 적의를 불태우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동생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줘야겠지.’
결국, 윌리엄은 동생들과 함께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 이제 우리가 보답할 차례야. 악마님들에게 적의를 드러낸 자들을 전부 죽여버리자고.”
다 같이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해 오두막에 들어가려는 찰나.
“…여러분 잠시만요.”
비너스가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왜 그러시죠?”
“…제가 도와달라고는 했지만, 이대로 가면 여러분은 개죽음을 당할 거에요.”
그렇다.
비너스의 말대로 윌리엄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고작 30명이 제국을 상대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요?”
윌리엄의 물음에 비너스가 얕게 웃으며 대답했다.
“한 가지 있어요.”
“…그게 뭐죠?”
“몬스터들을 대동하는 것.”
“몬스터요?”
“네, 몬스터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신성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을 거예요.”
대가를 지불하면 몬스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해주자.
“…저희는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데요?”
윌리엄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후불’로도 대가를 지불할 수 있으니까요.”
“후불로 무엇을 지불하면 되나요?”
“인간들의 목숨.”
“생각보다 싼 대가네요. 그렇게 할게요.”
이후 비너스는 양피지를 꺼내 들며, 윌리엄과 다른 아이들에게 사인을 받아내자.
쨍그랑―
허공이 일렁이더니, 검은 공간이 새롭게 생겨났다.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그리고 군복을 입은 고블린 대군이 검은 공간에서 발걸음을 맞추며,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와.”””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물량에 윌리엄과 다른 아이들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마지막으로 이건 제 선물이에요.”
비너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손가락을 튕겨 보였다.
후―웅.
그러자 몸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힘이 솟구쳤다.
“제 모든 힘을 여러분께 나눠줬어요. 부디, 대장님과 동료들을 구해주세요.”
비너스의 말에 윌리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꼭 구해내고 말겠습니다.”
그리곤 윌리엄과 아이들은 고블린 대군을 이끌고 신성 제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아이들이 사라진 뒤.
“다행히도 의심은 하지 않은 것 같네요.”
비너스가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며 말하자.
“당연하지, 고등생물이 내가건 디버프를 간파하지는 못할 테니까.”
그곳에서 정민우와 다른 마교회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어떤 디버프를 걸었길래 마인들이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거예요?”
“다섯 가지 정도 걸었지.”
“…다섯 가지나요?”
정민우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자신이 건 디버프를 설명해줬다.
시기, 질투, 분노, 복수. 경멸.
“…왠지, 의심을 너무 안 한다 했더니 이렇게까지 디버프를 걸면 넘어올 수밖에 없겠네요.”
설명을 들은 비너스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마인과 몬스터들이 신성 제국 침략을 얼마나 잘하는지 구경하러 가볼까?”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재밌는 유흥거리가 생겨났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58화 몰락 (4)
전쟁이 끝난 뒤, 신성 제국은 200만의 희생을 기리는 장례식을 진행했다.
“…자네들의 숭고한 희생은 평생 잊지 않을 걸세.”
전쟁에서 생존한 교황은 성자와 성녀의 무덤 앞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흐윽.”
그 모습에 신도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악마들로부터 살아남았다고는 하지만, 잃은 것들이 너무나도 컸다.
살아남은 500명의 성기사와 사제들은 대부분 몸이 불구가 됐고.
타국에서 보낸 병력은 전부 전사해버리고 말았다.
학자의 말을 따르면 이만한 병력을 다시 일구려면 150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그래도 인류는 이번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하겠지.”
교황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로부터 3일 뒤.
“마셔!”
“오늘은 공짜입니다!”
“우리가 살아남았다!!”
“마시고 죽자!”
희생을 기리는 장례식이 끝나자. 신성 제국은 축제를 개최했다.
200만이라는 인구가 죽었는데 무슨 축제냐고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악마들로부터 살아남은 기념비적인 날이었기에 국민을 위해서라도 축제를 열어야만 했다.
“인간의 저력을 너무 얕봤어.”
“악마도 별거 아니잖아?”
“역시, 천사님들은 대단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악마들을 욕하기 바빴으나.
“근데 두 명의 악마로 200만 명의 인간이 죽을 줄은….”
“쓰읍! 눈치 챙겨.”
두 명의 악마로 인해 200만의 기사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로 붙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번에 악마가 또 나타나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세계가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었다.
“내일부터는 바빠질 테니, 오늘은 코 삐뚤어지게 마셔보자고!”
“마셔, 마셔!”
그렇게 고등생물들이 한창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하아.”
세이나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상념에 잠겨있었다.
“세이나 님, 박쥐들을 놓친 건 아쉽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맞아요, 여섯 명밖에 없는 마인들로 박쥐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비둘기들은 세이나의 눈치를 살피며, 한 마디씩 말을 건넸다.
“그 녀석은 생각 이상으로 영악해. 무슨 짓을 꾸밀지 몰라.”
세이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정민우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아무리, 영악하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그 녀석들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예요.”
“전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고 나면, 그때 대대적으로 마인 소탕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죠.”
비둘기들의 설득에 세이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얘들 말대로 아무리 영악하다고 해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어.’
현재, 신성 제국이 많은 힘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여섯 명의 마인들에게 당할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야. 전력이 회복되고 나면 전부 정리해버려 이 행성에 말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어야겠어.’
생각을 마친 세이나는 비둘기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가 맞다. 내가 과한 걱정을 했었던 것 같군.”
“맞아요.”
“잘 생각하셨어요.”
비둘기들의 반응에 세이나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3품 악마들도 죽였는데, 우리끼리 축하 파티라도 열어야겠지?”
““너무 좋아요!””
그들은 천계에서 먹던 음식과 술을 꺼내 들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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