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7

“전부 둘러싸!!!”
716번은 더 이상 말만 섞으면 자신이 손해라는 것을 깨닫고 악마들에게 곧장 명령을 내렸다.
타, 타, 타, 타, 타, 타앗.
그러자 악마들은 큰 나무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싸기 시작했다.
“탈락하고도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나 보자고. 공격해!!!”
그리고 이어지는 716번의 명령에 700명의 악마가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꼭 불나방 같네.’
정민우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고선 이내 마기를 끌어 올렸다.
44화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5)
정민우는 전투에 앞서 먼저 고유 특성을 복사하기로 했다.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
1. 2번
2. 555번
3. 777번
4. 888번
5. 999번
‘777번, 아누비스 고유 특성을 복사할게.’
【777번 고유 특성 ‘각성’을 복사합니다】
이번에도 정민우는 아누비스의 고유 특성을 선택했다.
700명의 악마를 상대하는 데 엘린의 고유 특성인 ‘원소 친화’가 상황에 알맞았겠지만, 아누비스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는데 이유가 있었다.
【각성(覺醒)】
마기를 사용하는 것에 따라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바로 신체 능력 향상 효과가 정민우에게 간절하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근접 전투를 즐기지 않은 정민우를 보고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신체는 머리와 눈이 포함되니까.’
정민우는 전투용이 아닌, 보조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흡!”
‘각성’ 고유 특성을 사용하자.
‘힘이 넘쳐흐른다.’
온몸에 핏줄이 솟아나며, 전능감이 솟구쳤다.
‘그럼 사용해볼까?’
숨을 내쉬며, 준비를 마친 정민우는 악마들을 향해 ‘마안’과 ‘심안’을 동시에 사용했다.
그러자 700명의 마기의 총량이 보이더니.
【오른쪽으로 공격한다! 】
【밑으로 치고 올라간다! 】
【머리를 노린다】
【먼저 눈부터 노려야 해】
:
【상황을 살피다가 합류해야지】
700개의 문장이 악마들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크흑!”
다량의 정보가 뇌에 들어왔기 때문일까?
뇌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신체를 강화해도 700개의 정보를 담아내기는 힘들다는 건가?’
하지만, 악마가 괜히 적응하는 불멸자라고 불리겠는가?
정민우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견뎌냈다.
‘이 정도는 마안의 새로운 효과를 얻었을 때 느꼈던 고통보다 못해!’
그리고 완전히 고통에 익숙해진 정민우는 엘린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엘린, 전부 불태워버려.”
정민우의 명령에 엘린이 살짝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 불타 죽어.”
그리고 손을 펼치자.
화르륵―
허공에 거대한 화염이 만들어지더니, 700명의 악마를 향해 쏘아졌다.
“부, 불이다!”
“물과 관련된 고유 특성 없어!?”
“제, 젠장!”
몇몇 쭉정이 악마들은 불에 휩싸이더니, 보호막이 깨져 그대로 탈락해버렸고.
“버텨!”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거야!”
“마기로 몸을 둘러싸!”
그리고 다른 악마들은 마기를 끌어 올려, 화염을 버텨냈다.
“아누비스, 로크. 너희가 나설 시간이야.”
이어지는 정민우의 명령에 아누비스와 로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드디어, 마음 편히 싸울 수 있겠어!!”
파―앗!
아누비스는 ‘각성’을 사용하는 즉시, 악마들에게 달려들었고.
“전부 쓸어주지! 개굴개굴.”
로크는 첫 번째 형태로 변신해 독을 뿜어댔다.
불이 아누비스와 로크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동료에게 피해를 보게 하지 않아.”
신기하게도 엘린의 화염은 피아를 구분할 수가 있어 아누비스와 로크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날만 기다렸다고!”
악마들 앞에 도착한 아누비스는 대검을 들어 올리자.
불끈―
이두근부터 시작해 삼두근, 전완근이 급속도로 거대해졌다.
“헉!”
“도, 도망쳐야….”
악마들은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으나.
“어딜!”
쐐――――액!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악마들을 베어버리며, 보호막을 부숴버렸다.
쨍그랑―!
또한, 풍압으로 만들어낸 바람의 칼날이 저 멀리 있는 악마들까지 요격하며, 보호막을 전부 깨트려버렸다.
쨍그랑―!
“죽어―!”
‘은신’에 관련된 고유 특성이 있는 악마가 아누비스의 목을 향해 기습을 가했지만.
“깨꿀!”
로크가 혀를 내뱉으며, 악마의 몸을 붙잡아 기습을 저지해버렸다.
“오, 로크 땡큐!”
아누비스가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우자.
“깨, 깨꿀.”
로크가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빈틈!”
그리고 기회를 엿보던 악마들은 한눈 팔린 로크를 보며 공격을 가했으나.
“그림자 전개.”
촤르르르륵―
“““으아아아악!”””
악마들의 발밑에 있던 그림자가 가시로 변하며 솟구치더니, 그들의 보호막을 부숴버렸다.
【로크,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
이어지는 정민우의 전언에 로크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전투에 다시 집중했다.
한편, 비너스는 정민우 옆에 서서 호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다가오는 악마들은 전부 탈락시켜버리세요!”
“““맡겨만 줘!”””
다수의 악마는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정민우와 비너스를 노렸지만.
“어딜 가나?”
“더 이상 다가오게 할 수는 없다!”
꼭두각시들은 다가오는 악마들을 공격해 탈락시켜버렸다.
“잘했어요. 여러분, 조금만 더 고생해주세요.”
“““하하하.”””
그녀의 칭찬에 꼭두각시들은 쑥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꼭두각시들이 무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제, 젠장!”
“이, 이러면 999번한테 미움을 받게 될 거야!”
“여기서 탈락할 수는 없어!”
꼭두각시들은 용을 쓰며, 버텼지만.
“““공격해!!!”””
악마들의 끈질긴 공격으로 꼭두각시들이 대거 탈락했다.
그렇게 악마들은 정민우가 있는 지척까지 다가왔으나.
“후훗, 여기까지 오다니 겁도 없군요.”
비너스는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기는커녕 오히려 여유로운 태도로 악마들을 맞이했다.
“허세일 뿐이야. 겁먹지 마!”
“어차피, 개인의 무력은 별 볼 일 없어!”
여유로운 태도에 잠시 주춤했던 악마들은 이내 정신을 되잡으며 달려들었다.
“저를 도와 다른 악마와 싸워주시겠어요?”
우뚝―
하지만, 그녀의 부탁에 악마들의 눈이 하트 모양으로 변하더니.
“““응, 맡겨만 줘!”””
달려들던 악마들이 몸을 돌려 정민우와 비너스를 호위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우리를 왜 공격하는 건데!”
“너희 배신자였지!”
“젠장!”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던 악마들은 매혹된 악마들로 인해 탈락하게 되었다.
“…미친, 이게 말이 돼?”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716번은 믿기기 힘들다는 듯한 눈빛으로 전장을 바라봤다.
“700명을 5명이 상대한다고?”
그도 그럴 게 700명이나 되는 인원을 5명이 어렵지 않게 제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악마의 인원은 고작 200명.
이 속도로 가다가는 전부 괴멸되어 버릴 것이었다.
“도, 도망쳐!”
“이건 미친 싸움이야!”
그리고 다른 악마들도 716번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발길을 돌려 풀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악마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빠지더니 이제 남은 인원은 50명.
아니, 조금 전 49명이 탈락하며, 이제는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
‘이, 이런 녀석들을 상대하려고 했다고?’
716번은 그들이 자신과 종이 다른 천외천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어.’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거나 지친 기색이라도 보였다면, 희망을 느꼈겠으나.
“뭐야, 이제 쟤만 남은 거야?”
“…그러게.”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는데? 개굴개굴.”
마실 나온 것만 같은 모습을 보이니, 전의가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뚜벅, 뚜벅, 뚜벅.
“이제 너만 남았네?”
정민우는 716번에게 다가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716번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자.
“내가 말했지? 너희들 전원이 여기서 떨어질 거라고 말이야.”
정민우가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래도 네 덕분에 얘들이랑 합도 맞춰보고 나름 뜻깊은 시간이었어. 고생했다.”
흡사, 자신의 계획대로 됐다는 것처럼 말하는 뉘앙스에 716번의 눈이 파르르 떨려왔다.
“…왜, 이길 수 없는 거지? 700명이나 동원했는데, 왜 너희들을 이길 수가 없는 거지?”
716번은 폐기처분을 당할 때 당하더라도 궁금증을 풀고 당하고 싶었다.
“그건 간단해.”
꾸물, 꾸물, 꾸물.
정민우는 716번의 발밑에 있는 그림자를 일으키며 말했다.
“우리 재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지.”
“아….”
쨍그랑―
그리고 궁금증을 해결시켜주는 동시에 정민우는 716번의 보호막을 깨트려버렸다.
“후, 얘들아 고생했어.”
정민우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쩝, 더 격렬하게 싸우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끝나버렸네.”
그러자 아누비스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는 않았으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돼.”
“끝나지 않았다고?”
“도망친 녀석들이 남아 있잖아.”
“호오, 그렇지?”
정민우의 말에 아누비스가 두 눈을 빛냈다.
“일단, 다들 마기를 상당히 소모한 것 같으니까. 휴식을 취한 다음에 마저 정리하자고.”
“좋아요.”
“…마기를 너무 써서 피곤해.”
“휴식 좋지.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2시간가량 휴식을 취한 뒤, 남은 잔당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30분 만에 남은 잔당 처리를 끝내고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한 동굴로 향했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러자 올빼미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며,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을 반겨줬다.
“준비는 잘했어?”
정민우의 물음에 올빼미가 동굴 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보시면, 알다시피 주인님들이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맞춤 침대를 제작했습니다.”
올빼미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호오.”
거대한 버섯으로 만들어진 침대를 볼 수가 있었다.
“또한, 온도 조절을 하기 위해 풀들을 엮어 이불도 만들어냈습니다.”
상당한 손재주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감탄을 터뜨렸다.
‘올빼미에게 일을 맡기길 잘했네.’
한 달 동안 생존해야 했기에 올빼미에게 잘 거처와 음식을 구하라고 명령했던 정민우였다.
“음식은?”
“음식은 과일 종류와 고기를 준비했습니다.”
올빼미는 바닥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동굴 바닥을 파 음식이 상하는 속도를 늦췄습니다.”
쌓여 있는 음식을 보니, 족히 한 달 이상은 먹고 지낼 양이었다.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생했어.”
“아닙니다. 그저 순위권에 들게 해서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 올빼미는 지금 상태로 가면 안정적으로 수료할 수가 있었다.
“수료하면, 어디 소속으로 갈 생각이야?”
문뜩, 궁금증이 든 정민우는 올빼미에게 어디 소속으로 갈 것이냐고 묻자.
“저야, 받아주는 곳에 가야죠.”
올빼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긴, 수료한다고 해도 마왕이 받아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으니까.’
올빼미의 대답에 이해한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더 전할 사항 있어?”
“아니요. 설명해 드릴 건 전부 전했습니다.”
“좋아.”
끄물, 끄물, 끄물.
정민우는 그림자를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면, 한 달 뒤에 보자고.”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쨍그랑―
그리고 바닥에 있던 그림자가 가시로 변해 솟구치며, 올빼미의 보호막을 깨트려 버렸다.
한 달 동안 생존하지 못하면 점수를 받을 수 없었지만, 다른 악마들이 전부 탈락해 그 전 점수만으로도 충분히 수료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는 한 달 동안 휴식을 취해볼까?”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침대에 누워 편한 휴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45화 무도회 (1)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700명의 악마를 상대로 전투를 치르고 있을 당시.
“저게 진정 일개 생도의 힘이란 말인가…?”
통제실에서 모습을 관찰하고 있던 교관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마안’을 지닌 생도에게 일개 생도라고 칭하는 데에 어폐가 있긴 하지만, 다른 생도들은 동감하는 바에요.”
정민우의 뛰어난 모습에 가려지긴 했지만, 사실 마교회 멤버들도 기수에서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평가받을 엄청난 재능을 지닌 악마들이었다.
“과연, 대마왕님의 선택을 받을만한 재능이야.”
“역시, 대마왕님의 안목이 뛰어나시네요.”
“그러니, 대마왕님이 2, 000년 만에 양성소를 방문했던 것이겠지.”
이 정도 실력이라면, 수료하고서도 현역에 뛰고 있는 악마들 상대로 크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었다.
“후, 1번 같은 생도가 다른 기수에 또 나올지 모르겠네요.”
한 교관의 푸념에 다른 교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나오기 힘들겠지. 사실 대마왕님도 생도 신분일 때 저 정도의 파급력은 보여주지 못했으니까.”
“…1번 생도가 그렇게나 대단한 거였나요?”
다른 교관의 말에 푸념했던 교관이 놀라며 되물었다.
“자네가 교관으로 취임한 지 500년밖에 안 돼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1번 생도는 모든 기수를 합쳐도 압도적이라네.”
“…이런, 1번 생도 때문에 눈이란 눈은 다 높아졌는데 큰일 났네요.”
그렇게 교관들이 모니터를 보며 대화를 나누던 그때.
끼익―
“흥미로운 얘기를 하는군.”
거구의 악마 '디탄'이 문을 열고 통제실 안으로 들어왔다.
“초, 총장님!”
디탄을 본 교관들이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서 일 보도록 해. 시험을 잘 치르고 있나 겸사겸사 들린 거니까.”
“아, 알겠습니다.”
뒤이어 교관이 가져온 의자에 앉은 디탄은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봤다.
‘역시나, 압도하고 있군.’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의 재능을 알고 있던 디탄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것을 예상했었다.
‘대마왕님께서 상당한 인재를 얻으셨어.’
디탄은 대외적으로 중립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는 사실 대마왕의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때, 미리 언질 드리길 잘했어,’
마안을 지닌 정민우를 보고 대마왕에게 보고하는 것이 맞나 잠시 고민을 했으나. 지금 보면 잘한 선택인 것 같았다.
‘앞으로 대마왕님의 세력이 더 굳건해지겠지.’
상념에 잠긴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자.
‘끝났군.’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남은 잔당을 처리하고 동굴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굳이 시험을 한 달 동안 끌고 갈 필요는 없겠지.’
잘 곳과 음식까지 전부 구해 놓은 상태이니, 계속 지켜보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디탄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관들에게 말했다.
“시험을 끝내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
교관들 또한 디탄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의문을 드러내지 않고 곧장 시험을 끝낼 준비에 들어갔다.
통제실 밖으로 나가는 교관들의 모습을 본 디탄은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 과일 먹는 정민우의 모습이 비쳤다.
“조만간 마계가 떠들썩해지겠어,”
디탄은 기대 어린 표정을 지으며, 이내 통제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 * *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한창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시험 끝났다.”
교관이 다가와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 끝난 건가요?”
정민우의 물음에 교관이 피식 웃으며 설명해줬다.
“어차피 생존자는 너희밖에 없고. 이대로 진행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빨리 끝내기로 했다.”
교관의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것을 예상했었다.
‘빨리, 돌아가면 나야 좋지.’
아무리, 올빼미가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한들 기숙사에 있는 침대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또한, 마교회 멤버들도 내색은 안 했지만 불편했는지, 양성소로 돌아가는 것을 반기는 눈치였다.
“일단, 돌아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니 가면서 성적과 수료에 관해 설명해주도록 하겠다.”
성적과 수료라는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귀를 쫑긋 세우며, 교관의 말을 집중했다.
“본래, 성적 발표는 나오는데 이틀 정도 소요가 되지만, 너희들 덕분에 시간이 단축돼서 양성소에 도착할 때쯤 복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성적 확인.
‘어차피, 1등일 테지만 확인하는 게 좋겠지.’
다섯 명밖에 남지 않아 1등은 확정이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거와 느낌이 다를 테니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시험도 끝났으니 마인에 관한 가산점도 종료됐다.”
가산점.
‘이건, 얘기가 다르지.’
세 번째 시험이 시작될 때까지도 상당한 변동을 보여줬기에 이 부분에서는 1등을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
‘가산점이 다른 악마한테 밀린다고 해도 수석으로 문제없이 수료할 수 있겠지.’
정민우는 양성소로 돌아가면 곧장 성적과 가산점을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그리고 주말에 이틀 동안 무도회가 열리고 월요일에 수료식이 진행될 거다.”
무도회란 말에 정민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수료하는 생도는 마계에 나가기 전 미리 무도회의 분위기를 익히는 예습을 하는 것이고. 폐기처분당하는 생도는 즐기다 가라는 배려지.”
교관이 무도회가 열리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수료식이 끝나면 소속된 곳에서 너희를 데리러 양성소로 방문할 거다.”
이어지는 마지막 설명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교관의 안내를 받아 양성소로 돌아갔다.
“바로 성적 확인하러 가볼까?”
양성소에 도착하자마자. 정민우는 성적 확인할 것을 제안했다.
“좋죠.”
“확인하고 쉬러 가자.”
“…응.”
“어떨까 기대가 되네. 개굴개굴.”
복도를 거닐어 게시판 앞으로 이동하니.
‘휑하네.’
전과 달리 악마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확인하기 싫은 것이겠지.’
어차피, 시험에 떨어졌는데 성적을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었다.
정민우는 게시판 앞으로 다가가 성적을 확인하니.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성적 발표]
1등 - 1번, 2번, 777번, 888번, 999번.
마교회 멤버들과 사이 좋게 공동 1등 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제 가산점을 보러 가자.”
확인을 끝낸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그러죠.”
“바로, 가자.”
“…가산점이 더 궁금해.”
“우리보다 마인을 더 많이 둔 악마가 있으려나? 개굴개굴.”
이내 다른 복도로 이동해 스크린에 걸린 가산점을 확인했다.
1등 - 1번, 2번, 777번, 888번, 999번 (20)
다행히도 가산점 또한 1등을 자리를 완벽하게 지켜내고 있었다.
“…후.”
긴장감이 풀렸기 때문인지, 피곤함이 엄습하는 동시에.
‘…해냈다!’
자신이 목표한 대로 수석으로 수료한다는 사실에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게임에 비유하면,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기뻐해도 되겠지.’
흡사, 훈련소를 수료할 때 느꼈던 감정.
‘그때도 전역한 것만 같은 쾌감을 느꼈었지. 그 뒤에 지옥이 펼쳐질지도 모르고 말이야.’
왠지 그때처럼 미래가 그려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정민우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지우고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계속해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자.
“민우 님, 수석으로 수료하게 되신 거 축하드려요.”
비너스가 싱긋 웃어 보이며, 축하를 건네왔다.
“역시, 내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어. 축하해!”
“…민우, 축하해.”
“민우! 나는 믿고 있었다고! 개굴개굴.”
뒤이어 마교회 멤버들까지 각자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고마워.”
그 모습에 정민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다들 수료하게 된 기념비적인 날인데, 회의실로 가서 회포나 풀어볼까?”
정민우의 제안에 아누비스가 어깨동무를 해오며 말했다.
“좋아, 바로 가자고!”
그 모습에 비너스가 얼굴을 살짝 굳히며 말했다.
“크흠, 아누비스 님 행동을 자제….”
“가자아!!!”
하지만, 아누비스의 큰 목소리로 인해 비너스의 목소리가 묻히고 말았다.
이후 비너스는 회의실로 향하는 동안, 약간의 시샘 어린 눈빛으로 둘을 바라봤다.
* * *
시간이 지나 주말이 찾아왔다.
“너희를 위해 준비한 스타일리스트한테 옷과 메이크업을 받고 무도회장으로 오면 된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와 로크는 대기실로 이동해 스타일리스트한테 코디를 받았다.
“어머, 본판이 좋으니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겠네.”
“하하, 감사합니다.”
여성은 정민우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슨 옷을 입힐지 정말 고민이네….”
스타일리스트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손뼉을 치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얘기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뭘 가지러 가려는 거지?’
정민우는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자.
“오래 기다렸니?”
여성이 턱시도를 가지고 돌아왔다.
정민우는 호기심이 동한 얼굴로 옷을 살펴보니.
‘르네상스 시절에 입을법한 롱 슬리브 셔츠와 코트라….’
중세시대에 입을법한 턱시도를 가지고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쪽도 무도회가 지구랑 비슷하나 보네.’
물론, 무도회를 직접 접해보지는 않았으나 영화로 봐왔었기에 마계와 지구의 문화가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흠… 지구랑 무슨 관계가 있으려나?’
우연히, 문화가 겹쳤다고 볼 수도 있었으나.
‘그런 것 치고는 지구와 상당히 비슷하단 말이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흡사한 문화가 많았다.
‘이 부분은 수료하고 나서 따로 찾아봐야겠어.’
정민우는 상념을 지우고 스타일리스트에게 몸을 맡겨, 옷을 입었다.
“어머, 이렇게 옷이 잘 어울려도 되는 거야?”
그리고 옷을 전부 입자. 스타일리스트가 호들갑을 떨어왔다.
정민우 또한 생각 외로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거울을 보며, 자아도취에 빠지려는 찰나.
“이 옷을 하겠습니다. 개굴개굴.”
“아니, 그건 너무 잘 안 어울린다니까?”
“싫습니다. 꼭 이 옷으로 입을 거예요! 개굴개굴.”
옆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 옷이 마음에 들어요! 개굴개굴.”
로크와 스타일리스트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정민우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으로 가보니.
‘음….’
스타일리스트는 로크의 옷을 벗기려고 하고 있고. 로크는 녹색 턱시도를 껴안으며 안 벗으려고 하고 있었다.
패션에 문외한인 정민우였지만.
‘…보호색인가?’
피부색과 깔 맞춤한 듯한 복장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로크, 무슨 일이야?”
정민우는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다가가자.
“오, 민우!! 개굴개굴.”
로크는 구원자를 본 듯한 눈빛으로 여태까지 있었던 상황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다니까! 개굴개굴.”
“그럼, 옷을 다른 거로 갈아입어.”
“…어? 개굴개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정민우의 배신에 로크가 충격받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괜히, 저분이 이쪽 업계에 전문가겠어?”
“하, 하지만… 개굴개굴.”
“그리고 이 옷 보면 아누비스도 싫어할걸?”
“…….”
아누비스의 얘기가 나오자. 로크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정말 그럴까? 개굴개굴.”
“내가 봤을 땐 그래.”
로크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민에 잠기더니.
“후… 그래, 갈아입도록 할게. 개굴개굴.”
무슨 중대한 결정을 한 것처럼 결연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이후 스타일리스트는 정민우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로크의 옷을 갈아 입혀줬다.
“그럼, 가볼까?”
“응! 개굴개굴.”
그리고 정민우와 로크는 교관이 얘기했던 무도회장으로 향했다.
46화 무도회 (2)
무도회장 안으로 들어서니.
반짝, 반짝―
보석이 박힌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왔다.
‘꽤 가격이 나가겠네.’
보석에 대해 문외한인 정민우가 보더라도 고급스러워 보였기에 가격이 상당하리라 추측했다.
정민우는 천장에서 눈을 떼며 주변을 훑어보니.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상당히 근사하네.’
고급스럽게 꾸며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운데에는 춤추는 공간으로 무대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고.
‘음식의 질이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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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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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음식의 질이 다르네.’
테이블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다른 애들은 아직 안 온 건가?’
마교회 멤버들을 찾기 위해 찾아봤지만.
‘남자들밖에 없네.’
무도회장 안에는 남자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건가?’
턱시도를 입는 것과 가벼운 메이크업을 받은 것만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준비할 것이 많은 여자는 더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애들이 올 때 동안 목 좀 축이고 있을까?’
정민우는 음료가 진열된 곳을 가리키며 로크에게 말했다.
“애들 기다리는 동안 음료나 마시면서 목 좀 축이고 있을까?”
“좋지, 개굴개굴.”
로크와 함께 음료가 진열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킁킁―
“음?”
은은한 포도 향이 코를 간지럽혀왔다.
‘와인?’
정민우는 냄새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잔에 보랏빛 음료가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짜 와인이잖아?’
마계에서도 와인이 있을 줄 몰랐던 정민우는 반가운 감정을 느꼈다.
‘그래, 무도회 하면 와인이지.’
사실, 와인보다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가끔, 공부와 훈련으로 인해 지쳤을 때 술 생각이 절실히 났었지.’
악마는 불멸자답게 미성년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양성소에서 학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술을 반입하지 않았었다.
‘그걸 여기서 먹을 수 있게 되다니!’
정민우는 떨리는 손으로 와인잔을 살며시 들어 보였다.
그리고 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며, 혓바닥을 굴리자.
“!?”
혀가 춤을 추는 것만 같은 천상의 맛이 느껴졌다.
‘인생의 반을 손해 본 느낌이야….’
이 말을 누군가 들었으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정민우로서는 상당히 진지했다.
‘…지구에서 이런 와인은 없었는데.’
정민우는 마계라는 곳이 의외로 살기 좋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우, 표정 왜 그래? 개굴개굴.”
로크는 정민우의 반응이 의아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아, 와인이 너무 맛있어서 말이야.”
정민우의 말에 로크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와인잔을 들어 보이며 입으로 털어 넣었다.
“크으, 이거 맛있다! 개굴개굴.”
그리고 놀란 눈을 한 로크가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꿀꺽, 꿀꺽, 꿀꺽―
그렇게 둘은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와인을 목에 때려 넣고 있던 그때.
끼이익―
닫혀있던 무도회장 문이 열리며, 여자 악마들이 걸어들어왔다.
또각, 또각, 또각.
정민우는 외인을 마시는 것을 멈추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미친.’
필두로 걸어오는 비너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홍색 머릿결에 하트 모양의 눈동자.
이마에 돋아난 뿔만 아니었으면 천사라고 오해할 정도로 순백의 아름다움을 지닌 외모.
‘옷이 날개라더니….’
하지만, 그녀가 입은 드레스를 본 정민우는 그녀가 타락한 천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악마에게 무슨 막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름답네.’
머리에 달린 흰 리본부터 시작해 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을 실제로 본다면 자신과 같은 소리를 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어깨와 쇄골이 파인 옷을 입고 있어 청초함과 섹시함이 묘하게 공존했다.
‘…술에 취했나?’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일까? 가슴에서 왠지 모를 간질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무도회장 안으로 들어온 비너스는 주변을 살펴보더니.
“아!”
또각, 또각, 또각.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이쪽으로 다가왔다.
“자, 잘 어울리나요?”
그리고 부끄러운 듯 머리를 귓가에 넘기며, 옷에 대한 평가를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약간 굳어진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짧고 간결한 대답.
얼핏 보면 무성의한 대답처럼도 느껴질 수 있겠으나.
“아…….”
목소리에서 실린 감정이 진했기에 진중한 느낌을 풍겼다.
“고, 고마워요.”
비너스 또한 목소리에 실린 감정을 느꼈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미, 민우 님도 상당히 잘 어울리세요.”
“고마워.”
“네….”
“…….”
“…….”
서로의 칭찬이 끝나고 나니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정민우는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말을 걸려는 순간.
“난 어때?”
뒤에 자리하고 있던 아누비스가 불쑥 끼어들며, 자신의 복장을 보여줬다.
회색 머리와 대비되는 붉은색 드레스.
“잘 어울리네.”
무릎 위까지 오는 짧은 치마를 입어서 그런지 건강미가 돋보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해봐.”
아누비스의 말에 정민우는 자신이 생각한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주자.
“음, 좋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로크는 왜 아무 말이 없지?’
아누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호들갑을 떨며 말을 걸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뒤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긴장했나?’
의아하게 생각한 정민우는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
로크는 바닥에 엎어진 채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술에 취했네.’
맛있다고 연거푸 마실 때 조금 걱정하긴 했지만, 이렇게나 술에 약할 줄 몰랐다.
로크를 보며 고개를 내젓고 있자.
“…나는 어때?”
엘린이 정민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옷을 보여줬다.
푸른 머리 색과 같은 푸른 드레스.
보호색처럼 느껴졌던 로크와 달리 엘린은 옷에 각종의 포인트를 줘서 그런지 산뜻한 느낌을 줬다.
“산뜻하고 잘 어울리는데?”
정민우의 말에 엘린은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다 모였으니, 이제 식사하는 건 어떤가요?”
“그러자.”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그릇에 음식을 담아 테이블에 앉았다.
물론, 인사불성이 된 로크는 테이블 구석 자리에 방치가 되었다.
“이야, 음식 맛이 장난 아닌데?”
아누비스는 고기를 한입 베어 물고는 눈을 크게 떠 보였다.
“…맛있어.”
“정말 맛있네요.”
엘린과 비너스 또한 맛있었는지 감탄사를 터뜨리며, 손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이후 음식을 여러 번 가져오며, 전투적인 식사가 끝나갈 때쯤.
“민우 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비너스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뭔데?”
“수료하고 나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앞으로의 계획.
정민우는 턱을 쓸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일단, 수료하면 지구부터 찾아봐야겠지.’
환생 전, 자기가 살았던 곳이기에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지 궁금했다.
‘시간이 별로 흐르지 않았다면… 부모님과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여태까지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던 정민우였다.
‘…잘 지내야 할 텐데.’
하지만, 공과 사를 뚜렷하게 구분할 줄 알았기에 정민우는 이러한 감정에 휘말리지는 않았다.
‘지금은 내 본분에 집중할 때지.’
이왕 악마로 환생했으니,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갈 생각이었다.
‘일단, 마왕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목표로 두면 되겠지.’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비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왕이 되는 게 첫 번째 목표야.”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첫 번째 목표라는 말은 다음 목표도 있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응, 나는 언제나 최고의 자리를 갈구하거든.”
속뜻을 이해한 비너스는 눈을 반짝였다.
“역시, 배포가 큰 남자였군요.”
“당연하지.”
정민우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너희들도 마왕의 자리에 앉히는 게 내 목표에 포함되기도 해.”
“저, 저희까지요?”
“내가 얘기했잖아? 내 밑으로 들어온 거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민우 님….”
비너스가 감동한 표정을 짓자.
“크흠.”
괜히, 뻘쭘해진 정민우는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다시 어색한 공기가 맴돌려고 하는 순간.
둔 딴딴~♩ 둔 딴딴~♪ 둔 딴딴~♬
무도회장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색할 땐 춤만 한 게 없지.’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너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춤추러 나갈래?”
“…네?”
“춤추러 나가자고.”
“저, 저는 춤출지 모르는데요?”
“괜찮아, 내가 리드하면 되니까. 너는 나한테 몸만 맡기면 돼.”
“모, 몸이요?”
“응, 어렵지 않지?”
“아, 알겠어요. 대신, 못 추더라도 뭐라 하기 없기에요?”
“물론이지.”
비너스는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정민우가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뚜벅, 뚜벅, 뚜벅.
또각, 또각, 또각.
무대 가장자리로 이동하니.
“1번하고 999번이잖아?”
“춤을 출 생각인가?”
“춤은 배운 적이 없을 텐데?”
“한 명만 출 줄 알아도 상관없는 건가?”
음식을 먹던 악마들이 정민우와 비너스를 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한다?”
“네? 네….”
비너스의 어찌할 줄 모르는 반응에 장난기가 발동한 정민우는 그녀의 허리를 와락 감싸 안았다.
“히끅?”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놀랐는지, 비너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딸꾹질했다.
“춤을 출 때는 이렇게 허리를 감싸거든.”
“그, 그렇군요!”
정민우는 이어서 비너스의 한쪽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 발걸음에 맞춰서 이동하면 돼.”
음악에 맞춰 발걸음을 움직이자.
“어, 어?”
비너스가 당황하며, 발걸음을 쫓기 여념이 없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여유롭게 해봐.”
연이은 정민우의 조언 덕분에 비너스는 빠르게 안정을 찾고 발걸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둔 딴딴~♩ 둔 딴딴~♪ 둔 딴딴~♬
춤에 익숙해진 비너스는 들뜬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춤은 생각보다 재밌… 앗!”
그리고 얼굴이 상당히 가깝게 있는 것을 본 비너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붉어졌다.
“수, 숨결이 너무 강해요.”
또한,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서로의 숨결이 진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붙어 있는데 어쩔 수 없잖아?”
“그, 그렇죠.”
비너스의 얼굴이 머리와 똑같은 색깔로 물들었을 때쯤.
“왜, 왜 이렇게 능숙해요?”
그녀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말을 걸어왔다.
‘귀엽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너스가 제법 귀엽게 느껴졌다.
‘같이 다니다 보니. 호감이라도 생긴 건가?’
자신이 눈치가 없던 축은 아니었기에 비너스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말로 확신할 수 있었다.
‘비너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고.’
또한, 비너스의 행동을 봤을 때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생 전에는 공부에 치여 살아서 연애를 못 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환생 전과 달리 조금 여유도 있으니 연애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보며 잠시 상념에 잠겨 있자.
“미, 민우 님?”
비너스가 자신을 부르며, 상념을 일깨웠다.
“왜 이렇게 능숙하냐고 물었지?”
“네? 네….”
“경연 때 춤을 연습했잖아.”
“…하하, 그랬죠?”
정민우의 대답에 비너스는 깜박했다는 듯, 헤실헤실 웃어 보였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나누며, 춤을 즐기고 있자.
빠바바바빰―!
어느새 음악이 끝나버렸다.
“버, 벌써 끝나버렸네요.”
비너스는 음악이 끝났다는 사실이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따가 음악이 나오면 또 추면 되지. 이제, 자리로 돌아갈까?”
이후 정민우와 비너스는 무대에서 내려오며, 마교회 멤버들이 있던 테이블로 돌아갔다.
47화 수료식 (1)
비너스와 춤추는 것이 끝나자.
“야, 다음 노래 나오면 나랑도 추자!”
“…나랑도 쳐줘.”
아누비스와 엘린이 춤을 추자고 제안해왔다.
“그래?”
정민우는 옆에 서 있는 비너스 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리자.
“…….”
비너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도 쳤으니, 다른 분들도 추셔야죠.”
하지만, 이내 삐죽 내민 입술을 집어넣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귀엽네.’
정민우는 질투하는 모습이 나름 귀엽다고 생각하며, 아누비스와 엘린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음 음악이 나오면 돌아가면서 춤추도록 하자.”
“오, 좋아 좋아.”
“…약속한 거야.”
이후 정민우는 이틀 동안 마교회 멤버들과 돌아가면서 춤을 춰야만 했다.
그리고 술로 인해 인사불성이 된 로크는 이틀 동안 계속해서 잠들어 있다가 수료식 날이 되자 간신히 깨어날 수가 있었다.
* * *
“민우, 왜 나를 깨워주지 않았던 거야! 개굴개굴.”
아침에 일어난 로크는 이틀 동안 내리 잤다는 사실을 듣고선 울상을 지었다.
“나도 깨우기 위해 노력을 해봤는데, 안 일어난 걸 어쩌냐.”
정민우의 말에 로크는 어깨를 떨구며 말했다.
“하… 아누비스와 춤추는 걸 기대했는데… 개굴개굴.”
그 모습에 정민우는 로크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줬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너무 우울해하지 마.”
“그래, 다음에는 꼭 아누비스와 춤을 추고 말 거야! 개굴개굴.”
그렇게 무도회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며, 복도를 걷던 그때.
“민우 님.”
“여기 있었네?”
“…안녕.”
비너스, 아누비스, 엘린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복도가 너무 휑해.”
엘린의 말에 정민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이 수료식이니까.”
수료식.
반대로 말한다면, 다른 생도들의 처형식이었다.
“교관이 먼저 강당에 가 있으라고 했으니까. 교관들의 말을 따르자고.”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랐다.
이어서 강당 앞에 도착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도 휑하네. 개굴개굴.”
복도처럼, 강당 또한 악마가 없으니 썰렁한 느낌을 풍겼다.
“여기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
정민우는 10개가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순서대로 앉는 건가 보네요.”
비너스의 말대로 의자 뒤에는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럼, 순위에 맞춰 앉을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등수에 맞춰 의자에 앉은 뒤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자.
끼익―
뚜벅, 뚜벅, 뚜벅.
문이 열리며, 익숙한 인영이 걸어들어왔다.
“다들, 일찍 도착하셨군요.”
그 인영은 바로 6위를 차지한 올빼미였다.
“겸사겸사 왔지. 너도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알겠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올빼미는 고개를 깍듯이 숙이며, ‘6’이라고 써진 의자에 착석했다.
“소속은 구했어?”
소속을 구했냐는 물음에 올빼미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행히,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마왕님이 계신다고 하더군요.”
“다행이네. 그러면 그쪽으로 가는 거야?”
“네, 얘기가 잘돼서 그쪽 소속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능력적인 면만 봤을 때 올빼미도 꽤 뛰어난 악마라고 할 수 있기에 마왕 소속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수작을 부리려다가 역으로 당해서 이런 취급을 받게 됐지만 말이야.’
올빼미가 다른 소속으로 간다고 해도 노예 계약서는 유효하기에 나중에 필요한 순간이 오면 부려 먹기로 했다.
“좋지 못한 인연으로 시작했지만, 소속을 구하신 건 축하드립니다.”
“오, 못 구할 줄 알았는데 결국 구했네? 축하한다.”
“…축하.”
“축하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올빼미에게 한 마디씩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하하, 여러분들이 이렇게 축하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올빼미가 어색하게 웃으며 감사를 표현하던 순간.
끼이익―
강당 문이 열리며, 4명의 인영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운 좋은 녀석들이 왔군.’
정민우는 그들을 운 좋은 사총사라고 칭했다.
이렇게 칭하는 이유는 그들이 필기시험 하나 잘 본 것으로 10위권 안에 든 녀석들이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시험과 세 번째 시험을 우리가 독식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순위권에 들게 됐지.’
또한, 마인을 한 명만 계약하며, 가산점 10점을 받은 것도 한몫했다.
‘운도 실력이라고 한다만, 저 상태로 마계를 나가봤자 오래 살아남긴 힘들겠지.’
악마는 자고로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했기에 저들처럼 어중간하면 나가서도 살아남기 힘들었다.
즉, 수료한다 해도 시한부 인생인 건 다름이 없다는 소리였다.
“어? 벌써 도착해 있었네?”
“이야, 같이 수료하니까 느낌이 새롭네!”
“이제 우리도 같은 수료생이네?”
“수료하면 서로 돕고 사는 거 알지?”
그들은 정민우를 발견하고는 앞에 다가와 치근덕대며 말을 걸어왔다.
“쯧.”
정민우는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716번과 결탁해 두 번째, 세 번째 시험에서 자신과 마교회 멤버들을 떨어트리기 위해 용쓰던 것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말을 걸어오는 게 역겹게 느껴졌다.
“꺼져.”
정민우는 냉랭한 얼굴로 눈앞에 사라질 것을 명령하자.
“…야, 우리도 같은 수료생이 될 악마인데 너무 한 거 아니야?”
“그래, 수석으로 수료한다고 벌써 텃세 부리는 거냐?”
악마들은 당혹감이 섞인 얼굴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래?”
그 반응에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 말 감당할 수 있겠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은 악마들은.
“왜, 왜 그러냐….”
“그, 그래 장난인데….”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노력을 했지만.
“…경고 하나만 할게.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지금처럼 깝죽거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오히려 정민우는 흉흉한 눈빛을 띠며 경고를 날렸다.
“주, 주제가 넘었지?”
“미, 미안.”
“시, 신나서 주제 파악을 못 했나 봐.”
그러자 악마들은 여기서 입을 더 놀렸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길 것을 직감하며, 황급히 정민우에게 사과를 건넸다.
“알아들었으면, 자리로 꺼져.”
악마들은 정민우의 명령에 따라 자리에 앉아 입을 꾹 다물었다.
“쯧쯧, 꼭 저렇게 매를 버는 녀석들이 있다니까?”
아누비스가 저들을 보며 혀를 차자.
“놀이 웨어올프 무서운지 모르고 까분다는 속담이 있잖아. 개굴개굴.”
로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말도록 하죠.”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동감을 표하며, 관심을 끄기로 했다.
그로부터 약 5분 정도 흘렀을 때.
끼이익―
우르르르르―
강당 문이 열리며, 거구의 악마 디탄의 필두로 교관들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핏자국이라….’
옷에 핏자국이 진하게 남은 것으로 보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처형이 끝났나 보군.’
핏자국을 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자.
“수료식을 시작하겠다. 다들 단상으로 올라오도록.”
디탄이 단상 위에 올라오며, 명령을 내렸다.
“““예.”””
그의 명령에 따라 단상 위로 올라가자.
“빠릿빠릿해서 좋군. 이제 어엿한 악마들이라고 할 수 있겠어.”
디탄이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몇몇 생도는 아니지만 말이야.”
움찔―
뼈가 있는 말에 4명의 악마가 몸을 흠칫 떨었다.
“각설하고. 10위를 차지한 생도는 앞으로 나오도록.”
“예!”
10위를 한 악마도 걸어 나오자.
“위 생도는 양성소에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하고 수료하는 요건을 채운바 졸업을 임명한다.”
디탄이 수료장을 수여했다.
“감사합니다!”
이후 6위까지 ‘위와 같음’이라고 말하다가 5위인 아누비스가 걸어 나오자 전과 다른 말을 내뱉었다.
“다른 생도들보다 고유 특성이 전투에 특화된 만큼, 그것을 잘 이용한다면 수월하게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다.”
“네!”
그리고 4위인 로크가 나왔을 때는.
“네 고유 특성인 ‘괴물화’를 더 발전시켜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라.”
고유 특성을 발전시키라고 조언을 해줬고.
“너는 원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만큼 세밀하게 다루는 연습이 필요할 거다.”
3위인 엘린이 나올 때는 원소 친화의 활용성에 대해 강조했다.
“모든 기수를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니, 오만에 빠지지 않고 지금처럼만 정진한다면 필히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다.”
마지막으로 2위인 비너스가 나왔을 때는 창창한 앞날을 응원했다.
‘의외로 적절한 조언을 잘해주네.’
늘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큰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꽤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 같았다.
‘나에게는 무슨 말을 해주려나.’
정민우는 궁금증이 동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자.
“1위를 한 생도 앞으로 나오도록.”
정민우의 차례가 찾아왔다.
“네.”
앞으로 걸어 나가 디탄 앞에 서자.
“내가 봤던 기수 통틀어서 자네가 최고였다.”
디탄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대뜸 칭찬을 건네왔다.
“그러니, 더욱 발전해 대마왕님을 보필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수석이 누릴 권리와 혜택을 얘기해야겠지?”
이어서 디탄이 수료장을 건네며, 수석의 권리와 혜택을 언급했다.
수석이 얻어갈 수 있는 권리와 혜택은 총 3가지였다.
이름을 얻을 수 있는 권리.
보좌관을 고를 수 있는 특혜.
10, 000 DP 지급.
“이름은 품계를 받으면 생길 테고. 10, 000 DP는 이 카드를 쓰면 된다.”
정민우는 검은색으로 된 카드를 받으며,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좌관을 골라야겠지?”
디탄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뚜벅, 뚜벅, 뚜벅.
10명의 악마가 단상 뒤에서 걸어 나왔다.
‘보좌관이라….’
정민우는 이 중에 쓸만한 자가 있는지 보기 위해 마안을 사용했다.
그러자 악마들의 마기 총량이 보이더니.
【진급】, 【진급】, 【진급】…….
머리 위에 ‘진급’이라는 문자들이 떠올라 있었다.
‘마기는 볼품이 없네.’
마기 총량을 봤을 때, 9품 정도 되어 보였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심안을 사용해 그들의 재능을 보고 싶었으나.
‘아직, 품계를 받기 전이라 볼 수 없는 게 아쉽네.’
재능은 자신보다 격이 낮은 상대에게만 가능하기에 생도 신분인 정민우는 아직 확인할 수가 없었다.
‘고르기가 모호하단 말이지.’
능력이 출중한 동료들이 있다 보니, 정민우의 눈에 차지를 않았다.
‘근데, 왜 다 욕망이 진급이지?’
그들을 바라보던 정민우는 똑같은 욕망을 지닌 것에 의아하게 생각했다.
‘보좌관으로 선택받게 되면 다른 혜택이 주어지나?’
정민우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심안을 사용해 그들의 생각을 읽었다.
【선택받게 되면 8품이다】
【어떻게 어필하지? 이번에 꼭 진급해야 하는데】
【말만 잘하면 먹히지 않을까? 】
그리고 악마들의 생각을 읽어낸 정민우는 그들의 욕망이 왜 같은지 깨달을 수 있었다.
‘보좌관으로 선택받게 되면 품계가 오르나 보네.’
정민우는 이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디탄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혹시, 보좌관으로 선택받게 된 악마에게도 혜택이 있나요?”
“예리하군.”
질문을 받은 디탄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 보좌관으로 선택받게 되면 품계 상관없이 1품이 상승하게 된다.”
디탄의 설명에 정민우는 턱을 쓸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러면, 굳이 저들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데?’
뻔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아는데 품고 갈 생각은 없었다.
‘다들 품계만 올리는 목적이니, 제대로 일을 할지는 만무하고 말이야.’
그렇기에 정민우는 디탄에게 새로운 질문을 건넸다.
“혹시, 수료자 중에서도 선택할 수 있나요?”
마교회 멤버 중 한 명을 정식 보좌관으로 임명할 수 있냐는 질문.
“당연하지. 다만, 그 생도가 허락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그렇군요.”
디탄의 대답에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나 선택해도 6품으로 올릴 수 있겠네.’
6품이면, 이름을 얻게 돼 힘이 늘어날 테니,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것이었다.
정민우는 누구를 선택할까 고민하며,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반짝, 반짝―
마교회 멤버들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우 님.”
“…기대할게.”
“날 선택할 거지?”
“민우야, 우리 친구잖아! 개굴개굴.”
그들의 부담스러운 눈빛에 정민우는 당혹감을 느꼈다.
‘누굴 선택해야 하지?’
정민우는 수료식에 때아닌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48화 수료식 (2)
‘누굴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보며 고심에 잠겼다.
‘다들 각기 다른 장점이 있어서 결정하기가 힘드네.’
이 중 뛰어난 악마가 있었다면 선택하기 한결 쉬워졌겠지만, 아쉽게도 다들 각자의 특출난 장점이 있어 쉽사리 선택할 수가 없었다.
‘역시, 이럴 때는 단순하게 가는 게 좋겠지?’
정민우는 고민을 마치며,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보좌관으로 삼고 싶지만, 자리가 하나밖에 없지.”
마교회 멤버들은 정민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다들 각기 다른 장점들이 있어 누가 우위에 있다고 쉽사리 판가름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러면, 힘으로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
아누비스의 제안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 너한테만 너무 유리한 조건이잖아.”
“흠… 그런가?”
“그래서, 생각한 건 순위로 따져서 보좌관을 줄까 해.”
“순위로?”
“응, 2위인 비너스에게 보좌관 자리를 준다는 거지.”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의 입가가 미세하게 씰룩거렸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찾아온다면, 순위대로 지급할까 생각하는 데 어때?”
설명을 끝마치자.
“일리 있는 말씀이세요.”
“…그게 공평하긴 하지.”
“내가 꼴등인 게 조금 그렇지만, 그게 공평하긴 하겠네.”
“그게 좋을 것 같아.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각자의 의사를 밝히며 정민우의 말을 동의했다.
“좋아, 그러면 보좌관은 비너스로 선택하도록 할게.”
정민우는 다시 티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999번을 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999번 생도는 보좌관으로 임명되는 것을 동의하는가?”
디탄의 물음에 비너스가 싱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999번을 1번의 보좌관으로 임명하도록 하지.”
보좌관 선택을 마치자.
“나머진 단상 밑으로 내려가도록.”
뒤에 자리하고 있던 악마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아….”
“이럴 수가….”
“8품으로 올라가나 했더니….”
그러자 뒤에 자리했던 악마들은 어깨를 떨구며, 단상 밑으로 내려갔다.
“그럼, 이제 품계를 수여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다들 의자에 돌아가서 앉도록.”
디탄의 명령에 생도들은 순번이 적힌 의자에 앉았다.
‘드디어 품계를 받는 건가?’
정민우는 품계를 얻으면 얼마나 강해질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어떠한 이름을 받게 될지도 궁금하단 말이지….’
또한, 앞으로 새롭게 부여될 이름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정민우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싶지만, 새로운 이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
부모님이 지어준 석 자니, 새로운 이름을 받아도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상념에 잠기자,
“시작하도록 하겠다.”
디탄이 시작을 알려왔다.
쿠―쿵!
천장이 갈라지더니, 그곳에 눈 모양을 한 거대한 조형물이 튀어나왔다.
입학식 때 봤었던 거대한 눈.
‘전과 모양이 다르네?’
하지만 그때와 달리 눈 위에 뿔이 돋아나 있었다.
‘모양에 따라 부여하는 게 다른 건가?’
쩌, 쩌, 쩌적―
이어서 거대한 눈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하더니.
지끈―
“크윽!?”
뇌가 터질 것만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아니, 갈수록 고통이 왜 세지는 거냐고!’
정민우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속으로 투덜대봤지만.
“크흐흑!”
아쉽게도 응석이 통하지 않았는지, 더한 고통이 찾아왔다.
‘메시지 창은 도대체 언제 떠오르는 거야?’
메시지 창이 떠오르길 기다리던 그때.
【4품 품계가 부여됩니다】
품계를 부여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몸에서 힘이….’
잠시, 고통을 잊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6품 이상의 품계 보유로 이름이 부여됩니다】
“큭!”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메시지 창이 떠오르며 고통은 다시 찾아왔다.
‘이름?’
정민우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메시지 창에 눈을 떼지 않았다.
【이름 검색 중……】
【30년 동안 불린 호칭을 발견했습니다. 호칭에 미약한 힘이 담겨 있습니다. 사용하던 호칭으로 이름을 부여하겠습니까? 】
‘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호칭에 미약한 힘이 담겨 있다고?’
환생 전, /이름을 계속해서 불리면, 힘이 담긴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이름에 힘이 있다는 소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우스갯소리로 넘겼었는데 막상 정말 힘이 담겼다고 하니 미신으로 취급했던 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러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정민우는 고민도 없이 메시지 창의 물음에 대답했다.
‘당연하지. 호칭으로 사용했던 것을 이름으로 사용할게.’
메시지 창은 정민우의 대답에 호응이라도 해주듯 새로운 문구를 띄웠다.
【‘정민우’라는 이름을 부여합니다】
‘여기서 더 강해진다고?’
그리고 전보다는 아니지만, 몸에서 미약하게 힘이 늘어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호칭이 이름을 부여된 거면, 비너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잠시, 비너스는 어떤 이름을 받았을지 궁금증이 들었으나.
【4품 품계 보유로 고유 특성의 새로운 효과를 개방합니다】
상념에 빠지게 두지 않겠다는 듯, 새로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악마의 고유 특성의 새로운…】
【인간의 고유 특성의 새로운…】
어떤 새로운 효과가 개방될지 기대감이 들던 그때.
【악마의 몸에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류 발견. 】
‘아이씨, 또 이러네.’
입학식 때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이어서 눈앞에 ‘오류’라는 문자가 가득 채워지자.
“으, 으아아아악!”
정민우는 바닥에 쓰러지며, 괴로운 비명을 내뱉었다.
【오류를 성공적으로 수정했습니다. 새로운 효과 개방 대신 새로운 고유 특성을 개화합니다】
‘…새, 새로운 고유 특성?’
이미, 두 개나 보유하고 있는데 새로운 고유 특성이라니?
‘무슨 고유 특성이지?’
정민우는 고통도 잊은 채, 새로운 고유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메시지 창을 클릭했다.
【악마, 인간 ― 천안(天眼)】
― ‘마안’과 ‘심안’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상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보? 게임에서 나오는 상태창 같은 것을 말하는 건가?’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사용해보는 게 이해가 빨랐기에 정민우는 새로 얻은 고유 특성을 써보기로 했다.
디탄을 보며, 마안과 심안을 동시에 사용하자.
【‘디탄’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디탄
성별 : 남성
나이 : 10, 400살
〈세부 정보〉
품계 : 1품(一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무투광(武? 狂)
현재 감정 : 뿌듯함
‘오, 괜찮은데?’ 정민우는 새로 얻은 ‘천안’이 앞으로 꽤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적의 힘을 가늠할 때 유용하겠어.’
악마는 마기 총량을 보고 판단할 수 있었지만, 비둘기는 아니었다.
‘이렇게 고유 특성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전투에도 도움이 되지.’
정민우는 ‘무투광’이라고 적힌 고유 특성을 클릭했다.
【무투광(武鬪狂)】
적과의 전투가 이어질수록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며, 전투력이 상승한다.
‘꽤 좋은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계셨네.’
정민우는 정보창을 닫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품계를 얻은 게 꽤 만족스러우셨나 봐요?”
비너스가 옆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단번에 4품이 되니, 상당한 힘이 늘어났더라고.”
“축하드려요. 민우 님, 아니 이제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죠?”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똑같이 민우라고 불러. ‘정민우’로 새롭게 이름을 받았거든.”
비너스는 살짝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저도 ‘비너스’라는 이름으로 부여받았어요!”
“그래? 다행이네.”
기간이 짧아 소용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짧게 불려도 이름을 부여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기회에 비너스의 정보도 한번 봐볼까?’
정민우는 비너스를 향해 ‘천안’을 사용했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비너스
성별 : 여성
나이 : 0.6살
〈세부 정보〉
품계 : 6품(六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매혹(魅惑)
현재 감정 : 설렘
‘알고 있는 그대로네.’ 정보창을 닫고 다른 마교회 멤버들까지 확인하려는 순간.
“축하한다.”
디탄이 말을 걸어왔다.
“너희는 이제 생도의 신분을 벗어나 어엿한 악마가 되었다. 이제 세상을 나아가 야망을 펼치길 기원하겠다.”
이어서 디탄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엿한 악마가 된 만큼, 나의 이름을 알려주도록 하지. 내 이름은 ‘디탄’이다. 꼭 기억하도록.”
정보창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된 정민우였지만, 처음 듣는 척 연기하며 대답했다.
“머리에 꼭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이제 수료식도 끝났으니 헤어질 시간이겠지?”
디탄이 한 교관에게 눈짓하자.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한 교관이 정민우에게 깍듯한 자세로 말을 걸어왔다.
‘품계가 높아져서 대우가 달라진 건가?’
평소 자신에게 반말했던 교관이 이렇게 존댓말을 사용하니까.
‘기분 좋네.’
역시 계급이 깡패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교관이 대마왕님의 소속 마차로 안내해줄 거다.”
디탄의 말에 한 악마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소속이 없는 저희는 어떡하죠?”
악마의 물음에 디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희는 따로 신청서를 작성할 거다.”
“만약, 소속에 못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러면 소속 없이 활동하게 되겠지.”
디탄의 말에 악마들의 얼굴이 푸르죽죽해졌다.
소속 없이 활동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의문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지원해줄 곳 없이 혼자서 활동하는 건 자살 행위와 같지.’
대기업 사이에서 개인으로 발품을 파는 짓이기에 살아남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고생 좀 하겠네.’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와 함께 교관을 따라나섰다.
양성소 건물을 벗어나 정문을 향하니.
‘으리으리하네.’
보석이 여럿 박힌, 거대한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마차를 살펴보니.
‘깃발도 있네.’
소속을 밝히는 용도로 사용되는 건지 깃발에는 빨간 눈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어머, 엄청 으리으리하네요.”
“이야, 대마왕님 소속은 다르긴 다르네.”
“…마음에 들어.”
“크으, 역시 민우를 따르길 잘했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 또한 마차를 보며, 각기 다른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렇게 마차를 구경하고 있자.
“어서 오십시오.”
마부석에서 노인이 내리더니, 허리를 숙여 보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음? 뭔가 이상한데?’
노인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정민우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저런 악마가 우리 밑은 아닐 것 같은데.’
정민우는 노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천안’을 사용했다.
짜―릿!
‘큭!’
그러자 두 눈에 강력한 통증이 밀려 들어왔다.
【격의 차이로 확인이 불가합니다】
이어서 메시지 창이 떠오른 것을 본 정민우는 눈앞에 있는 존재가 누군지 어렵지 않게 추측해낼 수가 있었다.
‘…1품 위인 악마는 그 녀석밖에 없지.’
정민우는 표정을 굳히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귀하시고 전능하신 대마왕님을 뵙습니다.”
“대, 대마왕이라니, 당치도 않는 소리입니다!”
노인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대마왕님, 재미없습니다.”
정민우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노인이 대뜸 웃음을 터뜨리더니.
“크크, 원래 조금 더 골려주려고 했는데, 이래서 눈치 빠른 녀석은 재미없다니까?”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노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사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헉!”””
뒤늦게 눈치챈 교관과 마교회 멤버들은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어 인사를 올리려고 했으나.
“인사는 됐고. 마차에나 타.”
사탄은 귀찮은 듯 손을 내젓더니, 마부석에 올라타며 명령을 내렸다.
“““아, 예. 알겠습니다!”””
마교회 멤버들은 허둥대며 황급히 마차에 올라탔다.
정민우는 마차에 올라타기 전 사탄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마왕님께서 직접 몬스터를 모는 겁니까?”
“응.”
사탄의 당당한 태도에 정민우는 따지고 싶은 마음에 싹 사라졌다.
“1번 아니, 이제는 정민우인가? 너는 내 옆에 앉아서 가라. 할 얘기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사탄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럼, 가볼까? 이랴!!”
사탄이 몬스터를 향해 채찍질하자.
이히힝―
몬스터들이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49화 저택
“이랴!”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사탄은 능숙하게 몬스터를 몰면서, 아공간에 주먹밥을 꺼내며 말했다.
“먹을래?”
“아니요.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우의 거절에 사탄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원래 마부의 낭만은 몬스터를 몰면서 밥을 먹는 것인데, 너는 낭만이 부족하구나?”
“…….”
사탄의 말에 정민우는 속으로 어이없음을 삼켰다.
‘어니, 마부의 낭만을 왜 나한테 들이미는 건데?’
또한, 대마왕이라는 직책을 지니면서, 마부의 낭만을 운운하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 사탄은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자니까.’
정민우는 이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 피곤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러려니 하며 넘기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저한테 하실 말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
사탄은 주먹밥을 우적거리며 말했다.
“…다 드시고 천천히 얘기해주셔도 됩니다.”
“아니야, 괜찮아. 먹으면서 얘기하지 뭐.”
“…….”
그리고 밥알을 정민우의 얼굴에 튀겨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소속으로 들어오면 수습으로 시작하는 건 알지?”
“예, 양성소에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습 딱지를 떼는 조건도 알고?”
“최소 왕국 하나는 침략해야지 수습 딱지를 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 아네.”
사탄은 주먹밥을 삼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여기서 골치 앞은 일이 생겼어.”
“골치 아픈 일이요?”
“그래, 수습은 소속되기 전이라 행성에 파견 나가 다른 악마랑 싸우다 죽게 되면 그 소속 마왕에게 책임을 물 수가 없거든.”
정민우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직감하며 말했다.
“…파견 나가면, 악마들이 저희를 죽이러 찾아온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역시, 눈치가 빠르네.”
“…누가 저희를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사탄은 손가락 하나를 펼치며 말했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알. 그 녀석이 너를 죽이기 위해 악마를 보낼 거야.”
경연 때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볼 때부터 뭔가 싸하다 했다.
“노인이 속이 좁군요.”
“푸핫!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사탄은 통했다면서 하이 파이브를 시전해왔지만.
“어떤 악마를 보내는 거죠?”
정민우는 하이파이브를 가볍게 무시하며, 다음 질문을 건넸다.
“아마도 3품 정도 되는 악마를 보낼 거야. 1품과 2품 악마를 보내기에는 전력 낭비라고 느낄 테니까.”
사탄은 자연스럽게 손을 내리며, 정민우의 질문에 대답해줬다.
“…3품.”
그나마 1품과 2품을 안 만나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정민우 입장으로는 3품도 부담스럽긴 매 한 가지였다.
‘한 단계 차이의 격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니까.’
한 명도 감당하기 힘들 터인데, 인원수에 맞춰 보낸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이 말씀을 해주셨다는 것은 대마왕님께서 대책이 있으시다는 거겠죠?”
하지만, 사탄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과 같았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아니, 그냥 조심하라고 언질 준 것뿐인데?”
이 개X끼가?
정민우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이럴 땐, 악마를 보내 보호해주거나 그러지 않습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미안, 우리는 소수 엘리트 집단을 지향하거든 그래서 인원수가 부족해.”
“…….”
“하지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지원도 없이 저희가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 있겠습니까?”
“괜찮아, 아무리 3품이라고 해도 행성을 가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할 테니까.”
사탄은 그 이유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줬다.
“악마는 행성에 가면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가 없어. 마왕조차도 일부의 힘으로 헌신밖에 못 하는 마당이니까.”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지만, 너희는 그 행성에 마인을 두고 있잖아.”
그 말에 정민우는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즉, 저희는 마인이 있어 마기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그들은 불가능하다는 거군요?”
“정답! 그래도 괜히 3품이 아닐 테니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정민우는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려봤다.
‘…할 만은 하다.’
준비만 철저히 하면, 비벼볼 만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쩝, 수료하면 여유로운 생활을 보낼 수 있나 싶었는데, 어떻게 된 게 더 바빠진 것 같냐.’
정민우는 속으로 푸념하고 있던 그때.
“오, 도착했다.”
사탄이 대마왕 성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왔다.
정민우는 푸념하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성의 크기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컸냐면,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이 거대했다.
‘이렇게 큰 성을 본 적이 있었나…?’
이렇게 길고 큰 성은 지구 어디에도 없었다.
‘…길이는 만리장성과 비슷한 수준인가?’
성만 봤을 때 길이는 비슷했으나 성벽 안에 있는 마을까지 합치면, 만리장성보다 길이가 더 긴 것 같았다.
‘괜히, 대마왕이 아니네.’
정민우는 마계의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체감했다.
“어때 크지? 성의 크기는 마왕의 순위에 따라 정해지거든.”
사탄의 말에 따르면 마왕 중 가장 큰 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취임했을 때, 너무 커서 길을 잃어버린 적도 있으니까. 너도 그렇게 되지 않게 조심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성문에 가까워지자.
“대마왕님께 경례!”
성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마차를 향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충!!!”””
기사들의 당연하다는 듯한 행동에 정민우는 사탄이 평소 이러고 꽤 돌아다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얼마나, 이러고 다녔길래 기사들이 아무런 제지도 안 하고 당연하게 여겨?’
끼이익―
이어서 성문이 열리고 마차가 안으로 들어가자.
“워, 워.”
줄을 잡아당기며, 몬스터를 멈춰 세웠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자가 데려다줄 거야.”
사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양성소 정문에서 봤던 노인의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났다.
‘사탄이 저 노인의 모습을 보고 따라 했던 건가?’
정민우는 노인을 보며 ‘천안’을 사용하자.
【‘없음’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없음
성별 : 남성
나이 : 800살
〈세부 정보〉
품계 : 9품(九品)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집사(執事)
현재 감정 : 기대
‘9품이어서, 이름이 없나 보네.’ 정민우는 정보창을 살펴보다가 ‘고유 특성’에 시선을 멈췄다.
‘고유 특성이 집사…? 무슨 효과지?’
호기심이 동한 정민우는 고유 특성을 눌러 효과를 확인해봤다.
【집사(執事)】
저택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에서 높은 보정을 받게 된다.
또한, 주인을 모시게 될 시 전체적인 능력치 보정 받는다.
‘…고유 특성 그대로 집사 하기 최적화된 악마네.’
정민우는 정보창을 닫으며, 노인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자네를 앞으로 뭐라고 불러야 하지?”
“집사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알겠어.”
집사장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업무는 끝났으니 나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지.”
사탄은 마부석에서 내리며, 기지개를 펴 보였다.
덜컥―
떠난다는 말은 들은 마교회 멤버들은 마차에서 내려 예의를 차렸다.
“그럼, 나는 가볼게. 참고로 출근은 내일부터 하면 돼.”
사탄이 손을 흔들어 보이자.
“““들어가십시오, 대마왕님.”””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 그리고 집사장은 허리를 깍듯이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따악―
그리고 사탄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차에 타시죠. 주인님들의 머무를 저택을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집사장의 말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와 같이 마차에 탑승했다.
“민우 님, 마부석에서 대마왕님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자 비너스는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사탄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물어왔다.
“그건, 저택에 도착하고 나서 설명해줄게.”
지금 설명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정민우는 저택에 들어가 어느 정도 계획을 정리한 뒤에 설명할 생각이었다.
“표정을 보니, 꽤 중요한 얘긴가 보군요.”
“맞아.”
“그러면, 저택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게요.”
비너스는 얘기했던 내용이 그리 좋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수긍했다.
이후 약 3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벌컥―
“주인님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집사장이 문을 열며, 저택에 도착한 것을 알려왔다.
마차에서 내려 저택을 살펴보니.
“…상당하네.”
양성소 본관 건물과 맞먹는 크기의 저택이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엄청 크네.”
“…고급스러워.”
“이곳이 우리가 같이 살 곳이라는 거지?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저택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곳이 저희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곳이로군요.”
비너스는 거주할 거처를 얻은 것이 기뻤는지 감성적인 말을 내뱉었다.
“안으로 들어갈까요?”
“그러지.”
집사장을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주인님들을 뵙습니다.”””
메이드 복을 입은 악마들이 허리를 숙여 보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품계가 없는 것을 보니, 평민 신분인가 보네.’
천안을 사용한 결과. 집사장과 다르게 그녀들은 품계가 없었다.
“저 하녀들은 주인님들의 보필할 것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알겠어.”
“그러면, 이제 저택 내부를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집사장은 저택 내부를 돌아다니며 설명해줬다.
훈련실, 휴식실, 식당, 하녀실, 집사실, 집무실, 도서관, 회의실 등등.
“그리고 큰 주인님은 이 방을 사용하시면 되고 작은 주인님들은 이쪽 방에 사용하면 됩니다.”
큰 주인. 정민우는 방안을 들어가 둘러보니.
‘…교실 수준의 크기잖아?’
상당히 넓은 크기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물건이 들로 채워져 있었다.
‘사탄 밑에 들어가길 잘했어.’
정민우는 새삼 사탄 소속으로 들어간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3품 악마들을 죽이지 못하면 이런 생활도 이어갈 수 없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방을 둘러보고 있자 집사장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방에 있는 종을 흔들어달라고 얘기하고는 사라졌다.
‘도서관에서 책 좀 봐볼까?’
때마침 3품 악마들을 상대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에 그것이 실현 가능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 잠시 도서관 좀 다녀올게.”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방에서 나오며 관심을 보였다.
“도서관은 왜요?”
“좀 찾아볼 게 있어서.”
“저도 같이 가드릴까요?”
“그럴까?”
비너스 제안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도 갈 생각 있어?”
방 안에 들어간 마교회 멤버들에게 묻자.
“아니, 나는 로크랑 훈련실 가기로 했어.”
아누비스가 장비를 챙기며 복도로 걸어 나왔다.
“엘린은?”
뒤이어 복도로 걸어 나온 엘린에게 물으니.
“…나는 휴식실에 있는 안마의자에서 좀 쉬려고.”
엘린은 휴게실로 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면, 이따 저녁에 보자고.”
그렇게 정민우는 비너스와 함께 도서관으로 향했다.
* * *
정민우가 찾으려는 책은 인과율 관련 서적이었다.
인과율에 관한 서적을 찾는 이유는 간단했다.
과연, 행성에 어느 정도 간섭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흠… 역시, 마왕이 아닌 일개 악마가 행성에 직접 간섭은 할 수 없나 보네.’
정민우는 페이지를 넘기며, 고심에 잠겼다.
‘역시, 계획대로 실행하는 건 문제가 있으려나?’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워지던 순간.
‘음?’
정민우의 눈이 반짝였다.
― 행성의 거주자가 악마에게 먼저 공격을 가했을 시, 인과율을 건드린 건 고등생물이기에 대가 없이 간섭이 가능해지지만, 사용할 수 있는 힘은 제약받게 된다.
원하는 내용이 나온 것을 확인한 정민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었다.
‘이러면, 따로 악마들을 힘을 들여 상대하지 않고 처리할 수도 있겠어.’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작전대로 실행하면 될 것이었다.
그렇게 책을 본래 있던 곳에 꽂아 넣던 그때.
똑똑―
“큰 주인님? 작은 주인님? 식사 시간입니다.”
하녀가 도서관에 들어와 식사 시간을 알려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정민우는 시간이 상당히 빨리 지나갔다는 것을 느끼며, 비너스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밥 먹으러 갈까?”
“좋아요.”
이후 정민우와 비너스는 하녀의 안내를 받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50화 파견 준비(1)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다들 잘 쉬었어?”
정민우는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았다.
그리고 비너스 또한, 당연하다는 듯 그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후, 휴식보다는 열렬한 대련을 했지. 로크 이 녀석 생각보다 싸움을 꽤 잘하더라고.”
아누비스의 말에 로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아니야. 아누비스한테 맞기만 했잖아. 개굴개굴.”
“그게 대단한 거야! 어떻게 그렇게 맞아놓고 안 쓰러질 수가 있어?”
그녀는 진심으로 감탄한 듯, 로크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엘린은?”
“…나는 휴식실에서 푹 잤어.”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엘린은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다들 나름대로 잘 보낸 것 같아 다행이네.”
그렇게 식사가 나오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던 그때.
“식사 대령하겠습니다.”
집사장과 하녀들이 식당에 들어오며, 음식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다 드시고 나면, 옆에 있는 종을 울려주시면 됩니다.”
“알겠어.”
“그럼,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시길.”
이후 집사장은 같이 들어온 하녀들과 함께 식당 밖으로 나갔다.
“아까 집 구경하느냐 정신이 팔려서 깜박하고 묻지를 못했었는데, 대마왕님이랑 무슨 얘기를 했던 거야? 저택으로 오면 얘기해주겠다고 했잖아.”
집사장이 나간 것을 확인한 아누비스는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건네왔다.
“마침, 식사하면서 얘기하려고 했어. 다들 먹으면서 들어.”
정민우는 접시에 올려진 고기를 썰며 말했다.
“대마왕이 그러는데, 행성으로 파견 나가면 바알이 3품 악마들을 보내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얘기하더라고.”
우뚝―
“예?”
“3품?”
“…….”
“개굴개굴?”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은 전부 스턴에 걸린 것처럼 몸을 멈추며 정민우를 바라봤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행성에 오면 아무리 3품이라고 할지라도 기반이 없어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야. 그의 반면 우리는 마인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비벼볼 만한 상황인 거고.”
이어지는 정민우의 설명에 마교회 멤버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보였다.
“그래도 3품인데 걱정이 되네요.”
비너스는 3품 악마와 싸우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고.
“좋아, 싸워보자고!!”
아누비스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호승심을 드러냈다.
“…….”
엘린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아누비스의 의견이 그렇다면야… 나도 용기를 내봐서 싸워볼게. 개굴개굴!”
로크는 겁먹은 모습을 보였다.
‘3품이면 부담스러울 만도 하지.’
아누비스는 원체 호전적인 악마다 보니, 그런 것이지 다른 멤버들의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비벼볼 만하다고 한들, 우리가 피해가 안 간다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싸우는 것 말고 다른 작전을 생각해봤어.”
“그게 뭐죠?”
“다들 알다시피 ‘유레인’ 행성은 비둘기가 먼저 장악해서 신교들이 많은 곳이잖아?”
“그렇죠?”
“그래서 나는 비둘기에게 악마들을 처리해달라고 제안할 생각이야.”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비둘기들이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싸우려고 들까요?”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싱긋 웃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직접 싸워달라 하면 거절하겠지만, 고등생물들 보고 악마와 싸우라고 하면 승낙할 확률이 높을 거야.”
“…고등생물과 악마하고 싸움을요?”
이해하지 못한 그들을 이해 정민우는 도서관에서 봤던 서적에 관해 설명해줬다.
“그런…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비둘기들이 그 제안을 받을지 의문이에요.”
“잘만 구슬리면 될 거야. 악마 사냥은 그들에게도 품계를 올릴 좋은 기회일 테니까 말이야.”
“그런 것보다는 제가 ‘매혹’을 사용해서 꼭두각시로 만드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비너스의 제안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저희보다 품계가 낮으면 할만하지 않나요?”
“아니, 우리보다 품계가 낮아도 행성을 장악한 게 있어서 매혹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정말, 말로 구슬리는 방법밖에 없겠네요.”
얘기를 듣던 엘린이 조용히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비둘기가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할 거야?”
엘린의 물음에 정민우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줬다.
“거절하면, 신성 제국에서 악마들과 싸워 난입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겠지.”
실제로 악마들끼리 싸우면 물질적인 피해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마기로 인해 역병이 돌게 되겠지.’
마기로 인해 고등생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작물들이 시들어 버릴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비둘기는 손 놓고 볼 수 없어지겠지.’
정민우의 말에 엘린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이번엔 내가 뭐 물어봐도 돼? 개굴개굴.”
로크가 말을 걸어왔다.
“뭔데?”
“차라리, 악마들과 대적할 힘을 기르는 건 어때? 개굴개굴.”
“미안하지만, 의미 없는 짓이야.”
“의미 없는 짓? 개굴개굴.”
“응, 아무리 힘을 길러도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거든.”
즉, 계급이 깡패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힘을 기르는 것은 3품 악마들에게 준비 시간을 주는 것밖에 안 돼.”
그 시간에 3품 악마들이 ‘유레인’ 행성에 마인이라도 만들었다가는 골치가 아파졌다.
“이해했어. 개굴개굴.”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3품 악마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내일 대마왕 성에 출근하자마자. 기본적인 업무만 마치고 ‘유레인’ 행성에 출발할 계획이야. 그러니 다들 마음 단단히 먹도록 해.”
정민우의 말에 로크가 옅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수료하면 목숨 걱정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왠지 더 위험해진 것 같아… 개굴개굴.”
* * *
다음날.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집사장이 마차를 끌고 대마왕 성까지 안내해줬다.
대마왕 성 정문에 도착하니.
‘비둘기?’
등에 비둘기 같은 깃털 날개를 지닌 악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새로운 신입이 너희들인가? 나를 따라오도록 해라.”
준수한 외모를 한 자였지만, 성격은 좋지 않은지 상당히 까칠했다.
‘과연, 대마왕 성의 악마는 실력이 어떤지 봐볼까?’
정민우는 까칠한 악마를 향해 ‘천안’을 사용했다.
【‘루시퍼’의 정보를 불러옵니다】
그러자 천안이 발동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정보창』
〈기본 정보〉
이름 : 루시퍼
성별 : 남성
나이 : 9, 800살
〈세부 정보〉
품계 : 대리(代理)
성향 : 악(惡)
고유 특성 : 오만(傲慢)
현재 감정 : 귀찮음
‘루시퍼?’ 성경에서 많이 언급된 인물이기에 정민우는 그가 누군지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사탄도 그렇고… 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이나 다른 나라에 알려진 신은 실존하지 않으면서 악마는 왜 실존하는 거지?’
또한, 그런 악마가 왜 지구 성경에 나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차차 알아보면 되겠지.’
정민우는 3품 악마들에게서 살아남은 뒤에, 천천히 조사해보기로 했다.
‘근데. 대리는 뭐지?’
품계에 ‘대리’가 쓰여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내용을 확인해보기 위해 클릭해봤다.
【대리(代理)】
대마왕 ‘사탄’의 대리자. 1위인 마왕과 같은 계급을 지니고 있다.
‘1위인 마왕과 같은 계급?’
정민우는 루시퍼의 태도가 왜 이렇게 까칠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아니, 무슨 이등병 마중을 병장이 오고 있어.’
이런 부분을 보면 사탄도 참 악독한 성격을 지닌 녀석 같았다.
‘고유 특성이 오만이라… 한번 봐볼까?’
정민우는 고유 특성의 효과를 확인하려는 순간.
“안 오냐?”
“지금 갑니다!”
루시퍼의 호출에 정민우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며, 정보창을 닫고 따라나섰다.
“대충 보면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지 감이 잡히지?”
그는 대마왕 성을 돌아다니며,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말이 간략한 거지. 이거는 안 해주는 것보다 못하잖아….’
루시퍼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딱 보면 무슨 용도인지 알겠지? 너희는 4층에서 일하게 될 거다. 기억해두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어서 4층에 도착하고 승강기에서 내려 루시퍼를 따라가자.
“저기가 너희 업무실이다.”
상당히 넓은 크기를 하는 사무실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설명서를 보도록 해.”
루시퍼가 건넨 설명서를 살펴보니.
‘여러 기능이 있네.’
생각 이상의 최신식 아트팩트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설명은 끝났으니 이만 가본다.”
루시퍼는 우리가 붙잡기라도 할까 봐. 발걸음을 빠르게 놀리며,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안내하는 악마도 사라졌으니, 우리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볼까?”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힘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는 개인 사육장에 다녀올 동안 할 일을 지정해 주도록 할게. 비너스?”
“네.”
비너스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정민우를 바라봤다.
“너는 우리와 계약했던 마인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서 서류로 좀 정리해줘.”
정민우는 비너스에게 일부 설명서를 넘겨주며 명령했다.
“이런 식으로 확인할 수 있군요.”
설명서를 읽은 비너스는 책상에 있는 모니터를 켜며, 곧장 업무에 들어갔다.
“엘린은 마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지형을 서류로 뽑아서 정리해줘.”
“…알겠어.”
엘린도 뒤이어 설명서를 확인하고는 책상에 앉아 업무에 돌입했다.
“로크는 현재 마인들이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알아봐 줘.”
“맡겨만 줘! 개굴개굴!”
로크는 가슴을 두드리며, 책상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나는,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아누비스는 눈을 반짝이며, 정민우를 바라봤다.
“행성에 가서 전투를 치를 수도 있으니, 아누비스는 저기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도록 해.”
“응, 알았어!”
아누비스는 성큼성큼 의자로 걸어가 앉더니, 눈을 감으며 휴식에 돌입했다.
훌륭하게 임무 분담을 끝낸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개인 사육장에 가기 위해 팔찌를 두드리자.
톡톡―
허공에 검은 공간이 생겨났다.
“다녀올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검은 공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개인 사육장에 도착하니.
“끼에에에엑!”
고블린들이 다른 고블린들 상대로 얼차려를 주고 있었다.
‘누굴 주고 있는 거지?’
자세히 살펴보니, 군복을 입은 고블린이 군복을 입지 않은 고블린들 상대로 얼차려를 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양성소에 있던 고블린들이 내 개인 사육장으로 통합됐지?’
주변을 살펴보니, 개인 사육장의 규모도 조금 커진 것 같았다.
연병장으로 걸어가자.
“““끼엑!”””
얼차려를 주던 고블린들이 정민우를 발견하고선 경례 자세를 취했다.
“끼, 끼엑?”
그 모습에 얼차려를 받고 있던 고블린들이 엉성하게나마 경례 자세를 따라 했다.
“바로.”
척, 척―
정민우는 고블린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제군들에게 들려줄 좋은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고블린들이 눈을 빛냈다.
“우리는 곧 행성을 침략하게 될 거다. 즉, 너희들에게 진화할 기회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지.”
“““끼에에엑!”””
곧 침략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고블린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상대는 녹록지 않으니 철저한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다.”
“““끼엑!”””
“적의 인원이 많은 만큼 나는 새로운 병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그러니 지금처럼 너희들이 잘 이끌어가 주길 바란다.”
새로운 후임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고블린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눈빛이 좋군. 잠시만, 기다려라. 금방 새로운 병력을 충원해줄 테니.”
정민우는 고블린들에게 시선을 거두며, 품속에서 검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검은 카드에 마기를 흘러 넣자.
【고객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눈앞에 환영한다는 메시지 창이 떠오르는 동시에.
삐―융.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상점 창이 열렸다.
51화 파견 준비(2)
『상점창』
[아트팩트]
[몬스터]
[장비]
[음식]
[판매]
보유 DP : 10, 000
‘바로 구매해볼까?’ 잠들기 전 상점을 훑어봤었기에 정민우였는 능숙하게 몬스터 카테고리를 클릭해 들어갔다.
[고블린 - 1 DP 10마리]
[놀 ― 1 DP 10마리]
[스켈레톤 - 1 DP 10마리]
.
.
.
‘어제 봐놔서 가격을 알고 있긴 하지만, 볼 때마다 상당히 싸다고 느껴진단 말이지.’ 상위 몬스터로 갈수록 DP가 비싸지긴 했지만, 애완 몬스터는 상당히 저렴했다.
‘간단한 음식이 1 DP인 것을 생각하면, 완전 거저 지.’
정민우는 음식 카테고리에 들어가 가격을 살펴봤다.
[최하급 몬스터 볶음밥 - 1 DP]
[최하급 몬스터 국수 - 1 DP]
[최하급 몬스터 스테이크 - 1 DP]
.
.
.
‘마계라 그런지 물가 측정하는 게 다르긴 하네.’ 어떻게 고블린보다 음식 가격이 비싸냐고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악마는 불멸자라, 딱히 음식을 먹지 않아도 상관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악마에겐 음식이란 사치품에 해당하기에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치품이기도 하지만, 기력 회복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
그렇기에 양성소는 생도의 기량을 전부 발휘할 수 있게 매번 음식을 제공했던 것이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구매해볼까?’
【고블린 8, 000 DP 구매하셨습니다】
8, 000 DP.
8만 마리의 대군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해버렸다.
‘고블린도 구매했으니, 어제 봐뒀던 아트팩트를 사볼까?’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았다고 해도 단 하루 만에 성과를 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정민우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상점 창을 뒤지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아트팩트를 발견했다.
[300일 시간의 방 애완 몬스터 전용 - 2, 000 DP]
‘이거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지.’ 애완 몬스터만 있는 공간에 사용하면, 하루가 300일로 바뀌는 엄청난 아트팩트였다.
‘300일이면 8만 마리 고블린을 교육하고도 남지.’
자신이 육성한 고블린도 반년 만에 이만한 성장을 보였으니, 다른 고블린들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었다.
【300일 시간의 방 애완 몬스터 전용 2, 000 DP를 구매하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DP를 사용했네.’
10, 000 DP를 겨우 손가락 두 번 만에 탕진해버렸다.
이 행동에 고블린들 군복과 식량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의문을 드러낼 수 있겠으나.
‘양성소에 있을 때 군복과 음식을 무한대에 가깝게 뽑아두길 잘했어.’
그 부분은 이미 양성소에서 해결했기에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일괄 수령]
이어서 ‘일괄 수령’ 버튼을 클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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