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6

으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민우를 못 보는 거 아니야?”
“소속은 다르지만, 얼굴 정도는 볼 수 있을 거야.”
이어지는 설명에 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떨어져도 계약대로 너희 품계를 올릴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도와줄 거니까.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흠, 그래? 나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아누비스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대마왕님과 얘기를 잘 끝내 선택받게 되면 정말 좋겠네요.”
“그렇지. 가장 좋은 건 다 같이 대마왕 소속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전할 얘기는 전부 전했으니 슬슬….”
정민우는 슬슬 돌아가자고 얘기를 꺼내려는 그때.
까악, 까악, 까악.
때마침 스피커로 수업이 끝났다는 벨소리가 울렸다.
“다들 소속 상담이 끝나면, 다시 한번 모이는 것으로 하자.”
이후 정민우는 회의실에서 나와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
* * *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1번 생도 왔나?”
교관이 호의가 듬뿍 담긴 시선을 보내며, 의자를 가리켰다.
“와서 앉도록,”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교관의 말에 따라 의자에 앉자.
펄럭―
교관이 종이를 꺼내 보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대마왕님이 지닌 고유 특성인 ‘마안’을 지니고 있고. 두 번째 시험까지 전부 만점에 가산점도 두둑하게 보유하고 있는 상태. 정말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자네 성적이라면, 가고 싶은 소속만 말해도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교관님께서 수업을 잘 가르치신 덕분이죠.”
정민우의 아부에 교관은 입가를 씰룩이며 말했다.
“‘마계를 빛낸 위인들’ 이론에서도 만점을 받았으니 마왕님들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72 마왕.
숫자가 많은 만큼 마왕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중에 가고 싶은 소속이 있나?”
교관의 물음에 정민우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는 대마왕님의 소속으로 가고 싶습니다.”
“음…….”
그러자 교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자네도 공부해서 알다시피, 대마왕님은 2, 000년간 생도를 뽑지 않았다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마왕님은 72 마왕님과 달리 마신님의 바로 밑이라 눈도 상당히 높고 말이야.”
교관의 말대로 대마왕은 마신의 바로 밑이라 엄청난 권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또한, 생도들이 가장 가고 싶은 꿈의 소속이기도 했다.
‘그런, 악마가 나한테 먼저 찾아왔단 말이지.’
교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새삼 사탄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도 자네는 같은 ‘마안’을 지니고 있으니, 대마왕님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 거야.”
“그런가요?”
“그래, 만약 대마왕님의 소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자네 출셋길도 뚫렸다고 볼 수 있겠지.”
“그 정도인가요?”
정민우의 물음에 교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히, 대마왕님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겠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대마왕님께 선택을 받으면 수료하지 못한 악마라도 8품에서 시작할 수 있다네.”
“…8품이요?”
충격적인 사실에 정민우는 당황하며, 교관의 말을 되물었다.
“그래, 그리고 수료생 중에 선택받게 되면 7품부터 시작하고 수석이 선택되면 4품부터 시작되지.”
“……4품.”
4품이라는 말에 정민우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두 단계나 올려준다고?’
정민우는 대마왕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체감할 수가 있었다.
‘말하는 건 그냥 동네 아저씬데 말이야.’
4품부터 시작하면, 부여되는 힘과 권력부터 다르기에 엄청난 이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애들이 7품부터 시작하는 것도 크지.’
정민우는 어떻게든 사탄이 마교회 멤버들을 선택할 수 있게 설득하기로 다짐했다.
‘품계를 하나 올리는 것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했지.’
품계를 올리는 시간은 악마마다 다르지만, 평균 100년 이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품계가 높을수록 승급하기 어려운 것을 생각하면, 더한 시간이 걸리겠지.’
정민우는 앞으로 대마왕을 깍듯이 모셔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마왕님에게 선택됐을 때의 가정이고. 선택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알겠습니다.”
교관의 우려 섞인 걱정에 정민우는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뜻이 확고해 보이는군, 좋아, 서류는 작성해서 대마왕님에게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네는 교실로 돌아가 2번을 불러주게.”
“예.”
정민우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교무실로 나갔다.
그리고 로크를 부른 뒤 정민우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곧장 기숙사로 향했다.
‘사탄과 만나려면 한 일주일 이상은 걸리겠지.’
교관이 서류를 보낸다고 해도 사탄이 바로 확인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기에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두는 편이 좋았다.
‘사탄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어.’
정민우는 상념에 잠긴 채 기숙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오, 왔어?”
“……?”
붉은색 머리에 오드아이 눈을 한 악마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대마왕?’
사탄이 자신의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37화 소속 상담 (2)
당황한 것도 잠시 정민우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렸다.
“고귀하신 마왕님을 뵙습니다.”
그러자 사탄은 자기네 집인 것처럼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
“먹을래?”
“…괜찮습니다.”
“그래? 이 음료수 맛있는데.”
사탄의 말에 정민우는 속으로 어이없을 느끼며 생각했다.
‘당연히 맛있겠지. 내가 엄선해서 골라온 음료수니까.’
저 음료수는 제법 인기가 많아 줄을 기다려야 고를 수 있는 음료수였다.
하지만, 생각한 대로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정민우는 속으로 묵혀두며, 사탄에게 다른 질문을 건넸다.
“소속 상담을 받은 지 1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보고가 올라간 겁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니? 어차피 나를 선택할 게 뻔하니까. 미리 찾아온 건데?”
“…….”
생각해보니, 사탄이 막무가내 성격을 지닌 악마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설마, 이번에도?”
우려 섞인 물음에 사탄이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늘부터 생도를 만나는 건 합법적이거든.”
“…방안에 들어온 건 불법 아닙니까?”
“에이, 사소한 건 넘어가자고.”
사탄은 뭘 그리 쪼잔하게 구냐는 듯 정민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면, 제 서류는 아직 못 받으신 겁니까?”
“아, 이거?”
사탄은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들며 말했다.
“양성소에 있다가 배달부 악마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때 몰래 빼 왔지.”
“합법적으로 만날 수가 있는 데, 서류를 몰래 빼 올 필요가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대마왕이 아침 일찍 찾아왔다고 하면 위신이 안 서잖냐.”
확실히, 명색의 대마왕이 생도 하나 보겠다고 아침 일찍 찾아왔다고 하면 위신이 설 리 없다.
“성적 보니까 상당하던데? 세 번째 시험이 남았지만 이대로 가면 수석으로 수료할 수 있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민우의 대답에 사탄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빈말로도 아니라고는 안 하네?”
“사실이니까요.”
예의상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으나.
‘이럴 땐 당당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지.’
굳이 자신이 일군 결과를 깎을 필요는 없었다.
“크크크, 역시 재밌는 녀석이라니까?”
사탄은 뭐가 그리 웃긴 지 배를 부여잡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매우 탐나는 녀석이기도 하지.”
이내 웃음을 멈추고 탐욕이 깃든 눈으로 정민우를 바라봤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탄의 눈빛이 섬뜩하게 느껴졌지만, 정민우는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건 그렇고. ‘경연’ 때 어떻게 할 생각이야?”
굳이 준비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정민우이었기에 사탄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대마왕님 소속으로 들어갈 예정이니, 참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정민우의 대답에 사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지.”
“…네?”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재미 말입니까?”
“응, 그러니까 ‘경연’에 나가도록 해.”
이 개X끼가?
순간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정민우는 엄청난 인내력으로 겨우 참아내며 말했다.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됩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검지를 펼치더니,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니지, 아니지. 이왕 하는 거 성대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사탄의 요구에 정민우는 똥 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신, 내가 만족할 만한 경연을 펼친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도록 할게.”
“원하는 것 말입니까?”
“응, 예를 들어 너랑 계약한 악마를 경연할 때 내가 선택해준다거나 말이야.”
“…….”
허를 찌르는 말에 정민우는 낭패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알고 있는 건가?’
생각해보면, 대마왕이라는 직책까지 올라선 악마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된 상황일 수도 있어.’
정민우는 이 상황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경연만 펼치면, 마교회 멤버들이 선택받을 수 있는 거니까.’
즉, 자신만 잘하면 마교회 멤버들은 별 고생 없이 선택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경연할 것도 생각해두긴 했으니 문제는 없겠지.’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죠.”
사탄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좋아. 경연 날을 기대하고 있도록 하지.”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려는 순간.
“아, 까먹고 이 말을 안 할 뻔했네.”
사탄은 뒤늦게 할 말이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경연이 끝나면, 여러 마왕이 너를 선택할 거야.”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겠죠.”
“그때, 입 닫고 있다가 내가 손을 들어 올리면, 그때 나한테 다가와서 무릎을 끊으며 충성을 맹세하면 돼. 쉽지?”
사탄의 말에 정민우는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 거죠?”
“이래야지 내 위신이 살잖냐.”
“…꼭 해야 하는 겁니까?”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자.
“내가 말한 대로 하면, 선물을 줄게.”
사탄이 선물을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선물 말입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빨간색 눈을 가리키며 웃었다.
흠칫―
정민우는 전에 느꼈던 고통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지만.
‘새로운 능력을 깨우치면 좋기야 하지….’
능력 하나만큼은 확실했기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결국, 정민우는 사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크으, 역시 말이 잘 통하는 녀석이라니까?”
사탄은 내 어깨에 팔을 올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준비 잘하고 있으라고.”
이어서 등을 두드리더니.
따악―
손가락을 튕겨 보였다.
사르륵.
그러자 신기루처럼 사탄의 몸이 흩어지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일단, 이 사실을 애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겠지.”
이후 정민우는 소속 상담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기숙사 밖으로 벗어났다.
* * *
소속 상담이 전부 끝나고 마교회 멤버들은 회의실로 모였다.
“……그렇게 해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야.”
정민우는 조금 전에 있던 상황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설명해주자.
“만족할만한 경연이라니… 조건이 너무 모호하네요.”
비너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우려를 드러냈다.
“그래도 해야지. 대마왕 소속으로 들어가는 건 나나 너희에게나 이득이니까.”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감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우 님.”
“너 의리가 있구나?”
“…멋져.”
“민우야! 개굴개굴.”
그들의 반응에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자.
“민우 님, 너무 부담을 가지고 준비할 필요는 없어요. 안 되면 다른 소속으로 가면 되니까요.”
비너스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그렇게 대마왕님의 소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응, 대마왕 소속으로 들어가면 품계가 두 단계나 상승하거든.”
“…네?”
두 단계나 상승한다는 소리에 마교회 멤버들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이내 탐욕이 깃든 눈으로 정민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우 님, 대마왕님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경연을 펼치실 수 있을 거예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두 팔 뻗고 보필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두, 두 단계.”
“미, 민우야! 너는 할 수 있어! 개굴개굴.”
손바닥 뒤집는 듯한 빠른 태세 전환에 정민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경연을 할 생각이세요?”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자신의 반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림자로 준비해 보려고.”
“그림자요? 그것보다는 ‘마안’을 선보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경연 때문에 내 밑천을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
“그렇긴 하겠네요.”
얘기를 듣던 아누비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질문을 건네왔다.
“그림자? 사냥 시범 보이게?”
“아니, 사냥 시범은 하책이야.”
“하책?”
“응, 마왕 직책까지 올랐다는 것은 전투에 도가 텄다는 건데, 생도가 선보이는 시범이 얼마나 지루하겠어?”
“…듣고 보니 그렇네. 그러면, 그림자로 뭐 할 생각인데?”
정민우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춤사위.”
“춤사위?”
“응, 그림자로 춤사위를 한번 펼쳐보려고.”
춤사위라는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의문에 찬 표정으로 정민우를 바라봤다.
“경연 때 보면 알게 될 거야.”
정민우는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정민우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장 영상 보관실로 향했다.
‘여기서 음악을 찾아봐야겠어.’
많고 많은 것 중에 정민우가 춤을 선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음악과 춤은 품계가 높은 자들의 권리니까.’
알아본 바로는 마계답게 유흥에 대한 부분이 어느 곳보다도 발전되어 있었지만, 희한하게도 음악과 춤은 상당히 통제하고 있었다.
어떻게 유흥이 발전됐는데 음악과 춤이 통제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음악과 춤은 무도회 혹은 즉위식 때만 하는 전통 행사니까.’
마계는 지구와 달리 계급이 깡패이기에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품계가 낮은 다른 악마들은 당연시하게 여기며 살고 있지.’
그렇기에 정민우는 이 점을 파고들어 춤사위를 펼쳐볼 생각이었다.
‘반발하는 마왕이 꽤 있겠지만….’
결국, 대마왕만 만족하게 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다른 마왕의 손가락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영상 보관실 안에 들어온 정민우는 대마왕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봤다.
이어서 약 2시간 정도 영상을 뒤지다 보니.
“찾았다.”
대마왕의 즉위식 때의 영상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즉위한 지 얼마나 오래됐으면 이렇게 구석에 보관된 거야?’
정민우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
그러자 웅장한 음악이 나오는 동시에 가면을 쓴 악마들이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화려하네.’
영상을 보던 정민우는 감탄을 터뜨렸다.
‘흠… 내가 이것을 따라 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높은 난도에 정민우는 턱을 쓸며, 영상을 두 눈에 담았다.
그리고 약 3시간 정도 흘렀을 때.
‘다 외웠다.’
춤에 대한 동작을 전부 외운 정민우는 영상을 끄고 보관실에서 벗어났다.
* * *
개인 훈련실로 들어온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꾸물, 꾸물, 꾸물.
그러자 그림자가 서서히 악마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앞으로.”
정민우의 명령에 그림자가 앞으로 걸어 나가려 하는 순간.
좌르르―
그림자는 빠르게 무너져 이전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으음… 어렵네.”
공격 수단으로 사용했던 전과 달리, 형상을 유지하며 이동시키려니, 상당한 정신력과 세밀한 컨트롤을 필요로 했다.
또한, 그림자가 한 명이 아닌 다수의 그림자를 만들어야 했기에 난도가 대폭 상승했다.
“밤새 연습하면, 얼추 맞출 수 있을 것 같네.”
하지만, 그동안 훈련을 꾸준히 해왔었기 때문에 경연 때에 맞춰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럼, 계속해볼까?”
이후 정민우는 그림자를 조작해 밤새 연습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 경연 날이 찾아왔다.
38화 경연 (1)
경연 날 아침.
조용했던 평소와 달리 양성소는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마왕님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교관들은 정문에 서서 들어오는 마왕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 그래.”
“오랜만이다.”
마왕들은 무성의한 얼굴로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받아줬다.
그렇게 정문을 통해 하나둘 마왕이 이동하던 그때.
“오, 디탄! 잘 지냈어?”
한 마왕이 거구의 악마를 향해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
“강녕하셨습니까? 마왕님.”
0%
페이지
정주행
13
이전
다음
거구의 악마, 아니 ‘디탄’은 입학식 때 보였던 기세와 달리 상당히 저자세를 취하며 인사를 올렸다.
“강녕하셨습니까? 마왕님.”
거구의 악마, 아니 ‘디탄’은 입학식 때 보였던 기세와 달리 상당히 저자세를 취하며 인사를 올렸다.
“아직도 생도들한테는 이름을 안 알려주나?”
마왕의 물음에 디탄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악마라고 부르지도 못할 녀석에게 저희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은 사치에 불과합니다.”
그렇다.
여태까지 교관들이 생도들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생도 신분의 악마이기 때문이었다.
“하긴, 나 때도 그랬으니까. 바뀔 일이 없겠지.”
마왕은 잠시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어이쿠, 너무 붙잡아버렸네. 그럼, 수고해.”
“들어가십시오. 마왕님.”
한편, 강당으로 향하고 있던 마왕 무리는 생도에 대한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엔 괜찮은 생도가 있으려나? 저번 때는 다들 버러지라 선택을 못 했는데.”
68위인 ‘벨리알’의 말에 72위인 ‘안드로말리우스’가 말했다.
“벨리알 님, 그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벨리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소식?”
“생도 중에 ‘마안’을 지닌 녀석이 나타났다는 소식 말입니다.”
“…정말이야?”
벨리알의 반문에 얘기를 듣고 있던 66위인 키마리스가 나서며 말했다.
“너 서류도 확인 안 해본 거냐? 이번에 ‘마안’을 지닌 녀석이 나와서 엄청 떠들썩해졌잖아.”
카마리스의 말에 벨리알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대로 된 녀석들이 나오지 않아서 확인할 생각을 못 했습니다.”
“쯧, 그렇게 준비성이 없으니, 68위에 머물러 있는 거다.”
“……하하, 다음부터는 제대로 확인해봐야겠네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입학식 때와 다르게 강당 내부가 상당히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각자 쓰여 있는 순번에 앉자고.”
마왕들은 이 풍경이 익숙한 듯, 번호가 적힌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강당에 마왕들이 전부 들어차던 때.
“대마왕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예의를 차려주십시오.”
한 악마가 사탄의 입장을 알려왔다.
“뭐, 대마왕님이 오셨다고?”
“2, 000년 만에 오시는 거 아닌가?”
“설마, ‘마안’을 지닌 생도 때문에 오신 건가?”
마왕들은 대마왕의 행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끼이익―
그리고 문이 열리며, 사탄이 안으로 들어올 때.
“““고귀하신 대마왕님을 뵙습니다!!”””
쿵―!
마왕 전원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렸다.
“어, 반갑다.”
사탄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강당 안으로 들어섰다.
뚜벅, 뚜벅, 뚜벅.
안으로 들어와 ‘0’번이라고 적힌 자리로 이동하려던 그때.
“대마왕님, 강녕하셨습니까?”
한 마왕이 사탄의 길목을 막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노쇠한 모습을 한 악마.
이마에 돋아난 검은 뿔이 아니었다면, 그저 평범한 노인이라고 착각했을 외모였다.
사탄은 앞으로 걸어 나온 마왕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바알.”
눈앞에 있는 마왕은 72 마왕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알’이었다.
“2, 000년 만에 만나 뵙게 되니, 상당히 반갑군요.”
바알의 말에 사탄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딴 건 됐고. 넌, 뭐 되냐? 왜 서 있지?”
사탄의 지적에 바알이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한 명쯤은, 이렇게 환대하는 악마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뚜벅.
바알의 오만한 발언에 사탄 옆에 서 있던 악마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대가리에 신성력이라도 꼈습니까? 지금 대마왕님에게 무슨 추태죠?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오만하게 굴었던 것에 대해 사죄하십시오.”
“…뭐?”
악마의 말에 바알은 표정을 구기며, 그를 노려봤지만.
“5초 안에 무릎을 꿇지 않을 시, 대왕님을 모욕하려는 것으로 간주해 즉시 척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악마는 기세를 죽이기는커녕, 마기를 끌어 올리며 협박을 가했다.
“자네… 1품인 악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망각했나? 마왕에게 말할 언사가 아니군.”
“제 주군은 대마왕 님뿐이니, 다른 조무래기한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습니다.”
“…괜히 계급이 있는 게 아닐 텐데.”
“그런, 당신은 대마왕님에게 왜 예의를 안 차리죠?”
바알은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과 동시에 마기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지금 자네가 하는 행동 감동할 수 있겠나?”
“저는 감당할 수 있는 짓만 합니다만?”
쿠쿠쿠쿠쿠―!
두 악마의 마기가 충돌되며, 강당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쯤.
“둘 다 그만해라.”
쿵―!
차원이 다른 마기가 바알의 몸을 짓눌렀다.
“큭!”
바알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강제로 한쪽 무릎을 꿇어 보였다.
“적당히 까불고 자리로 돌아가라.”
이내, 사탄이 힘을 거두자.
“…알겠습니다.”
바알이 분한 듯, 이를 ‘으득’ 갈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2, 000년 만에 오셨다는 것은 같은 ‘마안’을 지닌 생도를 포섭하기 위함이겠죠?”
이대로 자리로 돌아가는 게 아쉬웠는지, 바알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사탄은 귀찮으니까 빨리 말하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였다.
“…만약, 그 생도가 제 소속으로 오게 된다면 상당히 볼만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할 말 다 했어?”
“…….”
“그럼, 꺼져.”
“…….”
태연한 반응에 바알은 얼굴을 구기며,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병X.”
사탄은 고개를 내저으며, 그 모습을 보다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 * *
마왕이 좌석을 전부 앉았을 때쯤.
“곧, 경연이 시작되니 준비할 것 있으면 빨리 마치도록 해라.”
생도들은 대기실에서 경연 준비를 하느냐 여념이 없었다.
“후우, 너무 떨려.”
“마왕들의 앞에 서게 된다니.”
“선택받을 수 있겠지…?”
“연습했던 대로만 하자… 연습했던 대로만.”
악마 대부분은 마왕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었다.
하나, 그중에서도 의자에 앉아 편히 쉬는 무리가 존재했다.
“다들 연습 안 해도 돼?”
그 무리는 바로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었다.
“당연하죠.”
“준비? 더 할 게 있나?”
“…응.”
“연습은 할 만큼 했다고! 개굴개굴.”
정민우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은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경연 때 어떤 걸 선보이게?”
경연 준비하는 동안, 개인 훈련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냈었기에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이 어떤 경연을 펼칠지 모르고 있었다.
“고유 특성을 보일까 하다가. 경연 때 선보이기 모호한 것 같아. 채찍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으로 연습했어요.”
비너스의 대답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경연 때 악마를 매혹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조금 그렇긴 하지.’
다음으로 아누비스에게 시선을 옮기니.
“나는 적들을 때려 부수는 거로 준비했지!”
아누비스가 가슴을 두드리며 힘차게 대답했다.
‘아누비스 답네.’
정민우는 그녀와 어울리는 경연 방식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든 원소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이제 완벽하게 원소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인지 엘린의 말투에서 미세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원소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 마왕들이 군침을 흘리겠네.’
그녀의 능력은 희귀하다 보니, 많은 마왕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변신하는 모습들을 선보이려고. 개굴개굴.”
“모습들?”
“응, 이제 다른 형태로 변신할 수 있게 됐거든. 개굴개굴.”
로크의 말에 정민우는 흥미가 깃든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떤 형태로 변신하는 건데?”
정민우의 물음에 로크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경연 때 보여줄게. 개굴개굴.”
“알겠어.”
로크의 대답에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 님은 준비 잘하셨나요?”
비너스 물음에 정민우는 강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답하는 것 보다. 곧 시작할 경연을 보는 게 더 빠를 거야.”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당연하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했으니까.”
“상당히 기대되네요.”
그렇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떠들며 시간을 보내자.
“1번, 곧 경연이 시작된다. 나와라.”
교관 한 명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와 정민우를 호출했다.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올게.”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의 응원을 받으며, 무대로 향했다.
* * *
무대 위로 올라가니.
“저 녀석이 마안을 지닌 생도야?”
“생긴 건 볼만 하네.”
“분명, 마안에 관한 경연을 펼치겠지?”
“그러면, 마안을 조금이라도 엿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마왕들이 흥미 어린 눈빛으로 정민우를 보며 수군거렸다.
‘다들, 내가 마안을 사용할 줄 알고 기대하는 눈치군.’
하지만, 아쉽게도 마왕들의 바람과 달리 정민우는 준비한 것은 달랐다.
그리고 관중들을 바라보며, 마왕들의 얼굴을 눈에 담던 그때.
‘…너무 눈에 띄는 자리에 있네.’
대마왕이라는 직책 때문인지, 다른 마왕들이 앉아 있는 의자보다 몇 배는 휘황찬란한 의자에 사탄이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탄과 눈을 마주치게 되자.
찡긋―
한쪽 눈을 감으며, 윙크를 날려왔다.
“……음.”
비너스에게 윙크받았을 때는 몰랐는데, 남자한테 윙크를 받게 되니 소름이 끼치는 기분을 느꼈다.
정민우는 사탄의 시선을 피하며,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고귀하신 대마왕님과 마왕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부디, 제 경연이 만족스러우면 좋겠네요.”
이어서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불어 넣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꾸물, 꾸물, 꾸물.
그러자 그림자들이 서서히 악마의 형상을 갖추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것도 수십 명의 숫자가 말이다.
“…그림자?”
“뭐지? 마안을 선보이는 게 아니었나?”
“마안을 지닌 생도 맞아?”
그 모습에 몇몇 마왕은 당혹감을 드러내고.
“우릴 기만하겠다는 건가?”
“하, 마안이 아닌 다른 경연을 펼친 다라… 어이가 없군.”
“마안이 아니어도 선택받을 자신이 있다는 건가?”
몇몇 마왕은 정민우를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예상했던 반응대로네.’
하지만, 두 반응과 달리 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마왕들도 있었다.
‘10위권 내의 마왕들….’
그들은 이런 상황을 예견하기라도 했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노인이 조금 거슬리네.’
그리고 그중 노인의 모습을 한 마왕의 번들거리는 눈빛이 심히 거슬렸다.
‘뭐, 내가 신경 쓸 건 없겠지.’
이내, 노인의 시선을 무시한 정민우는 그림자를 보며 명령을 내리자.
스르르―
은밀한 움직임으로 자신들의 자리로 찾아갔다.
“…설마?”
“저… 모습은?”
그 모습에 눈치가 빠른 소수의 마왕은 정민우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호오…….”
또한, 휘황찬란한 의자에 앉아 있던 사탄은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봐왔다.
정민우는 정중앙에서 여자 형상을 한 그림자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음악 주세요.”
♬♩♪―!!
그러자 대마왕 취임식 때 사용됐던 음악이 강당에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동시에.
척, 척, 척, 척!
정민우와 그림자들이 현란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39화 경연 (2)
정민우와 그림자는 음악에 맞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동작을 펼쳤다.
“대마왕님의 즉위식에 봤던 모습을 여기서 보다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
“…그래, 이런 음악이 흘러나왔지.”
몇몇 마왕들은 그 모습을 아련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저게, 대마왕님 때 나왔던 음악인 건가?”
“우리 즉위식 때랑은 다르네….”
즉위식을 못 봤던 몇몇 마왕들은 눈을 빛내며 무대를 바라봤다.
정민우와 그림자가 춤 동작을 이어나갈 때마다. 마왕들은 매료된 눈으로 무대에 빠져들었다.
무대에 펼쳐지는 춤은 절도 있고, 우아했으며, 고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뚜벅, 뚜벅, 뚜벅.
물론, 그림자이기에 정민우 외에 다른 발걸음은 들리지 않았지만.
“…아름다워.”
마왕들은 무대에 압도된 나머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무대를 보고 있던 사탄 또한 진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약속대로 성대한 경연을 준비했구나.’
사탄은 생각을 뛰어넘은 경연에 두 눈을 빛냈다.
‘역시, 먼저 접근하길 잘했어.’
만약, 다른 마왕이 정민우를 채갔다면 배가 아파서 100년 동안 제대로 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었다.
♩♪♬――!!
그리고 음악이 절정에 치달았을 때. 천장에 달려있던 조명이 정민우를 비췄다.
투탁탁, 투투탁, 투투투투탁.
그리고 정민우는 경이로워 보일 정도의 현란한 발놀림으로 구두에 뒷부분을 바닥에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자아냈다.
지구에 갔다 온 경험이 있는 악마가 있었다면, 이 모습을 보고 탭댄스를 떠올릴 것이었다.
‘호오, 저건 즉위식 때 없던 춤이잖아?’
그리고 사탄은 정민우가 새로운 춤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즉위식 때 가용하고 싶은 춤이로군.’
발놀림 하나만으로 관중을 휘어잡는 춤이라니?
사탄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정민우라는 악마가 더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투탁탁, 투투탁, 투투투투탁.
발놀림은 갈수록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끝내 음악이 끝나는 동시에.
탁탁.
손을 펼쳐 보이며, 경연을 끝냈다.
짝, 짝, 짝, 짝.
경연을 지켜보던 마왕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어?”
“내가 왜 손뼉을 치고 있지?”
“…그러게?”
이내, 마왕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는 것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마왕들이 손뼉을 치다니….”
한편, 무대 뒤에서 경연을 지켜보던 교관들 또한 당혹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사상, 경연이 끝나고 마왕이 손뼉을 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즉, 정민우가 최초로 마왕들의 손뼉을 치게 했다는 것이었다.
“제 경연을 이렇게 환대해주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정민우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보였다.
“경연을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뒤에 자리하고 있던 그림자들도 절도 있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허리를 들어 보이며, 정민우가 손을 휘젓자.
스르륵―
그림자들이 바닥에 흡수되며,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교관은 자신이 나설 때가 왔다는 것을 느끼고 무대 위로 걸어 나갔다.
“다들 경연을 잘 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1번 생도를 선택하실 의향이 있으신 분은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시고 어떤 조건을 내걸지 발언해주시면 됩니다.”
교관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삥, 삥, 삥, 삥, 삥, 삥, 삥…….
무서운 속도로 의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허…….”
전대미문 한 모습에 교관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그도 그럴 게 1위부터 72위인 마왕들이 전부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었다.
‘재능이 탐날 만도 하겠지….’
‘마안’이라는 특성이 있는 것 자체에 가치가 차고 넘치는 데다 이런 경연까지 펼쳤으니 탐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럼, 72위인 제가 먼저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먼저 입을 열려고 하자.
“그건 대체 무슨 논리지? 버튼을 먼저 누른 마왕이 발언권을 얻는 게 맞지 않겠나?”
61위인 자간이 안드로말리우스를 보며 일갈했다.
“그렇다면, 내가 빨리 눌렀으니 먼저 말하는 게 맞겠지.”
“무슨 소리지? 버튼은 내가 먼저 눌렀다고.”
“하, 지금 장난하잖은 건가?”
“분명, 내가 가장 빨리 눌렀다.”
마왕들은 누구보다 발언권을 빨리 얻어 정민우를 포섭하려고 했지만.
“조용.”
“““…….”””
마왕 1위인 바알이 손을 들어 보이며, 마왕들을 침묵시켰다.
“순위로 가지.”
그리고 바알은 탐욕이 깃든 눈으로 정민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소속으로 들어와라. 그렇다면 대우는 섭섭하지 않게 해주겠다.”
바알의 말에도 정민우는 덤덤한, 아니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서 그런가?’
난생처음 접해보는 반응에 바알은 속으로 당혹감을 느끼며, 어떤 대우를 해줄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질 좋은 몬스터가 제공될 것이고. 자네가 거주할 건물, 그리고…….”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
정민우는 여전히 아무런 감흥을 내보이지 않았다.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바알은 왠지 모를 싸한 느낌을 받았다.
‘…나와 장난치자는 건가?’
마왕 순위 1위를 놔두고 저런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니 속에서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한소리를 해야겠군.’
바알은 정민우의 태도를 지적하려는 순간.
삥.
휘황찬란한 좌석에 불빛이 들어오더니, 사탄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여태까지 무표정을 일관했던 정민우가 감격에 찬 표정을 지으며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뚜벅, 뚜벅, 뚜벅.
이내, 사탄 앞에선 정민우가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말했다.
“언제 저를 선택해주시나 기다렸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사탄의 입가가 씰룩였다.
“크흠, 그래?”
사탄의 반응에 정민우는 속으로 맞춰주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입을 놀렸다.
“전 언제나 고귀하신 대마왕님을 모시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이러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어느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지?”
사탄의 물음에 정민우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냥, 넘어가지 이걸 또 물어본다고?’
정민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사탄의 물음에 대답했다.
“마신 님, 다음으로 계급이 가장 높은 악마라는 점에서 대마왕님에게 매료가 됐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탄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자네라면 내 소속에 들어와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군. 이제 돌아가 보도록.”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정민우가 사라진 모습을 본 사탄이 바알을 돌아보며,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
바알은 표정을 와락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크크, 그렇게 자신감을 드러내다가 된통 까인 느낌이 어떠냐?’
사탄은 속으로 비웃으며, 통쾌한 감정을 느꼈다.
* * *
정민우의 경연이 끝나고 뒤이어 로크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럼, 경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개굴개굴.”
로크의 등장에 몇몇 마왕들이 두 눈을 빛냈다.
정민우만큼 파급력을 자랑하는 생도는 아니었지만, 서류상 상위권에 속해 있기에 몇몇 마왕들이 관심이 있었다.
“저는 ‘괴물화’라는 고유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부터 총 두 가지의 형태 변화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굴개굴.”
로크는 심호흡하더니.
“괴물화!”
곧장 고유 특성을 사용했다.
“깨애애애애꿀!”
그리고 몸이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깨꿀!!!!”
인간의 체형이었던 몸이 개구리의 몸으로 바뀌었고 등에는 박쥐 날개와 흡사한 것이 돋아났다.
“퉤!!!”
이어서 벽을 향해 침을 뱉어내자.
치이이이익―
침에 닿은 벽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녹아내려 보였다.
“흐음, 나쁘지 않군.”
“봐줄 만한 정도군.”
로크의 경연에 마왕들은 덤덤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깨꾸우우우울!”
이어서 로크의 몸이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크르르르.”
전과 달리 얼굴이 더욱 포악해지며, 몸이 근육질로 바뀌었다.
“흡!”
이어서 로크가 벽과 꽤 떨어진 거리에서 주먹을 내지르자.
슈――웅!
팔이 늘어나며, 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주먹과 벽이 맞닿자.
콰―――앙!!!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이며, 벽을 그대로 부숴버렸다.
“크아아아!”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로크가 두 팔을 내지르자.
슈웅, 슈웅.
주먹이 꺾이며, 위로 올라갔다.
이어서 주먹이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위치하자.
쐐――액!
주먹이 육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내려가더니.
콰――――앙!!!
전과 다른 파괴력을 자랑하며, 벽을 허물어버렸다.
“후우.”
잠시 뒤 로크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여기까지입니다.”
뒤에서 로크의 경연을 지켜보고 있던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첫 번째는 독이고 두 번째는 육체에 특화된 형태 변화를 했구나.’
확실히, 로크가 자신감을 드러낼 정도의 변화였다.
이어서 교관이 걸어 나오며, 버튼을 누르라고 얘기하자.
삥, 삥, 삥.
좌석에서 3개의 불빛이 들어왔다.
정민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적어 보이는 숫자였지만.
‘선택받은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
눈 높은 마왕에게 선택받았던 것만으로 엄청난 재능을 지녔다는 뜻이었다.
58위인 마왕 ‘아미’는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마왕이 없다는 사실에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이던 찰나.
삥.
0번 좌석에 환한 불빛이 들어왔다.
“너 내 소속해라.”
그리고 사탄의 말에 로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개굴개굴!”
갑작스럽게 로크를 뺏긴 아미는 인상을 찌푸리며, 사탄을 바라봤지만.
“…….”
계급이 깡패이기에 아미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후 아누비스, 엘린, 비너스 순으로 경연으로 나왔으나.
삥.
어김없이 사탄은 버튼을 눌러 그들을 자신의 소속으로 들였다.
“…….”
눈여겨보던 생도들을 눈앞에서 뺏기니 마왕들의 표정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그리고 1순위인 바알 또한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젠장, 1번도 그렇고 다른 생도를 뺏긴 게 뼈 아프군.’
오랜만에 정민우 외에도 쓸만한 생도가 나왔지만, 사탄이 얌체같이 전부 체가 버렸다.
바알은 사탄의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몇천 년 동안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안’을 지닌 1번을 얻으면서 계획이 완성하려고 했지만.
‘쯧, 1번을 키워서 유용한 말로 쓰려고 했는데 계획에 문제가 생겼어.’
2, 000년 만에 사탄이 등장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리게 되었다.
‘1번을 이용해 300년 안에 자리를 노리려고 했지만, 뺏긴 이상 1, 000년 동안 다른 준비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어.’
바알은 사탄이 아직 건재하는 것을 느끼며, 더욱 치밀하게 자리를 쟁탈할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1번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죽이든가 해야겠지.’
또한, 자신에게 치욕스러움을 안겨준 정민우는 양성소를 수료하면, 다른 악마들을 이용해 목숨을 거둬들일 생각이었다.
‘내가 가지지 못하면, 너도 가지지 못한다. 사탄…!’
과연, 소속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 1번이 죽으면 사탄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40화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1)
경연이 끝난 뒤,
“1번 고생이 많았다.”
담임 교관이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와 정민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교관을 하면서, 그런 경연은 처음 봤다. 역시, ‘마안’이라는 고유 특성을 보유한 생도는 달라도 다르군.”
하지만,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평소와 달리 교관의 말이 꽤 빨랐다.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 겸손하기까지 하군. 보면 볼수록 감탄만 나와.”
이어지는 말에 정민우는 얘기가 길어질 것을 직감했다.
‘얘기를 듣는 동안 생각이라도 읽어볼까?’
아직, 세 번째 시험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몰랐기에 생각을 읽어서 정보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교관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과연,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시험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절로 기대가 되는군】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때마침, 시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네.’
정민우는 머리 위에 떠오른 문자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자.
【섬에서 한 달 동안 생존하는 시험이니, 이때 제대로 된 능력을 볼 수 있겠지. 】
시험에 관한 내용이 연이어 떠올랐다.
‘생존이라고…?’
정민우는 속으로 고민에 잠기려던 찰나.
【말이 생존 시험이지. 실상은 전투 시험에 불과하니까】
결정적인 정보가 떠올랐다.
‘말하는 것을 봤을 때, 싸우는 제약은 따로 없나 보네.’
즉, 한 달 동안 서로 싸워서 생존하는 자가 이기는 시험이라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시험에 관해 상념에 잠기려던 때.
“경연 준비하느냐, 피곤했을 텐데 푹 쉬도록.”
교관이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를 떠났다.
‘애들과 논의를 나눠봐야겠어.’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찾기 위해 움직이려는 순간.
“요, 민우민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아누비스와 마교회 멤버들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경연 끝난 기념 파티해야지?”
아누비스의 말에 정민우는 파티하면서 얘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래, 파티해야지. 그러면 1시간 뒤에 과자랑 음료 챙겨서 회의실로 모이는 거 어때?”
이후 정민우는 기숙사에 돌아가며, 따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 * *
1시간 뒤,
마교회 멤버들이 회의실에 모이자.
“오늘 신나게 놀아보자고!!”
상당히 들뜬 아누비스가 음료수 캔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회포를 풀어보자고요.”
“…좋아.”
“가자! 개굴개굴.”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이 손을 흔들며, 격하게 호응해줬다.
‘아… 다음에 얘기할까.’
생각보다 들뜬 분위기에 정민우는 세 번째 시험에 관한 얘기를 나중에 할까 고민했다.
‘괜히, 분위기를 초 칠 것 같은데….’
하지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얘기를 또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얘기하자.’
결국, 정민우는 얘기하기로 하며, 말문을 열었다.
“다들 파티를 즐기기 전에 할 말이 있어.”
정민우의 사뭇 진중한 말투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얘기죠?”
눈치가 빠른 비너스는 정민우가 할 얘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질문을 건넸다.
“마지막 시험에 관해서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설마, 미래를 보신 건가요?”
마안으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비너스가 되물었다.
“맞아. 보니까 섬에서 한 달 동안 생존하는 시험이더라고.”
생존이라는 말에 아누비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이렇게 진지할 거야? 그냥, 생존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누비스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말이 생존이지 실상은 전투 시험이야.”
“전투 시험?”
“응, 섬에서 다른 생도들과 싸우면서 생존하는 거지.”
정민우의 설명에 아누비스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뭐야, 그러면 더 잘된 거 아니야? 내가 다 때려 잡아줄게!”
아누비스의 반응에 정민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900명의 악마를 상대할 수 있어?”
움찔―
그러자 아누비스가 몸을 떨더니 반문했다.
“…900명?”
“지금, 우리는 생도들을 전부 척 지고 있는 상태잖아.”
그렇다.
두 번째 시험 이후로 시비를 걸어오는 생도는 없었지만,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을 속으로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었다.
즉, 시험이 시작되면, 우리를 어떻게든 떨어트리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쓰읍, 900명은 힘든데.”
아누비스 또한, 900명을 감당하기는 힘들었는지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차피, 우리가 떨어져도 대마왕님의 선택을 받아서 수료할 수 있는 데. 정말 그럴까?”
엘린의 물음에 비너스가 대신 설명했다.
“저희 말고 다른 생도들은 선택받지 못했잖아요? 어차피, 폐기처분이 될 처지니 저희 품계라도 낮추기 위한 심산으로 덤벼들 거에요. 그들은 이제 잃은 것이 없으니까요.”
“아….”
비너스의 친절한 설명에 엘린은 충격받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개굴개굴.”
얘기를 듣던 로크가 불안한 얼굴을 하며, 정민우에게 물었다.
“방법이야 있지.”
“그, 그게 뭔데? 개굴개굴.”
“우리가 힘을 합치면 돼.”
“힘을 합쳐? 개굴개굴.”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혼자서 900명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우리 다섯 명이 힘을 합치면 900명 정도는 거뜬하거든.”
한 명하고 다섯 명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5위권 안에 드는 악마의 저력은 다르지.’
비너스, 아누비스, 엘린, 로크는 다른 생도들과 궤를 달리하는 존재들이었다.
‘이런 일은 이미 예상했으니까.’
그렇기에 두 번째 시험 때도 척 질 것을 알고도 감행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숫자가 상당히 많은 데 괜찮을까요?”
비너스의 걱정에 정민우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충분히 가능해. 다만, 우리가 합을 맞추는 시간을 가져야겠지만.”
“민우 님, 이렇게 확신하고 얘기해주시니 안심이 되네요. 그러면 합은 언제쯤 맞추는 게 좋을까요?”
“내일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맞춰보기로 하자. 지금은 파티를 즐겨야지.”
“알겠어요.”
정민우의 말에 마음을 놓은 아누비스가 다시 음료수 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적셔!!!”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밤늦게까지 파티를 즐기다가 기숙사로 돌아갔다.
* * *
“왔어?”
기숙사에 들어가니, 자기 안방처럼 쉬고 있는 사탄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아까 들어올 때는 안 계셨는데 언제 들어오신 거죠?”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조금 전에 들어왔어. 나도 바쁜 악마인지라 말이야.”
“그렇군요.”
그리고 사탄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렇고. 아까는 정말 훌륭했어.”
“경연 말입니까?”
“아니, 바알 말 무시한 거 훌륭했다고.”
“…….”
칭찬의 초점이 이상한 것 같았으나 정민우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려던 찰나.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바알과 사이가 안 좋은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문뜩, 바알과의 관계가 궁금해진 정민우는 사탄에게 질문을 건넸다.
“어려울 것도 없지.”
사탄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바알하고 나랑 대마왕 후보로 올라섰거든.”
그 한마디에 정민우는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머리로 그려졌다.
“지금 보면 알다시피, 바알은 대마왕 후보에 떨어지고 내가 됐지.”
“그렇군요.”
“이 녀석이 속도 좁아서 그 뒤로부터는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더라고. 근데, 또 내가 참아줄 정도로 성격이 좋지 못하거든. 그래서 거하게 밟아주니 그때부터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지.”
“이해했습니다.”
장난스럽게 얘기하던 갑자기 사탄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내게 이빨을 드러낸 녀석을 용서하지 않아. 그래서 바알과 협력한 마왕들을 물갈이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마왕들을 쳐낸다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아직 명분이 부족해서 실행을 옮기지 못하고 있지.”
“…그렇군요.”
“그러니까. 너도 빨리 성장하는 게 좋을 거야. 마왕의 자리에 앉고 싶으면.”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정민우는 당황하며 말했다.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겁니까?”
“물론이지. 내 수하는 몇 없거든.”
다른 악마가 말했다면,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저래 봬도 대마왕이니, 허언을 부리는 것은 아니겠지.’
경박한 말투와 다르게 대마왕이라는 직책은 진짜였기에 신뢰가 갔다.
‘확실히, 줄을 잘 잡기는 했네.’
환생 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대기업에 들어갔던 만큼 승부욕이 강한 정민우였기에 마왕의 자리가 실로 탐이 났다.
“보기 좋은 눈이네.”
사탄은 탐욕이 일렁거리는 정민우의 눈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슬슬 선물을 주도록 할까?”
선물이라는 말에 정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저번처럼 매우 아픕니까?”
정민우의 우려 섞인 물음에 사탄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해 뭐해?”
“…….”
“그럼, 시작한다?”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은 정민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덥석―
그러자 사탄이 얼굴을 붙잡으며, 오른쪽 눈에 마기를 주입했다.
“!!!!”
그 순간 정민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으으으으윽!!!”
한 번 느껴봤으니, 두 번째는 덜할 줄 알았는데 전보다 더한 고통이 엄습했다.
“푸하핫, 몸 부들부들 떠는 것 봐.”
사탄은 뭐가 재밌는지 자신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개X끼…!’
선물을 주는 것과 별개로 사탄의 행동이 너무나도 얄미워 보였다.
“그럼, 계속 이러고 있을 것 같으니까.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 마지막 시험 잘 보라고.”
따악―
사탄이 손가락을 튕기자.
사르륵―
그 자리에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크으으으윽!”
털썩.
정민우는 바닥에 쓰러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절하는 것이 속 편하게 느껴질 정도.
‘젠장…!!!’
하지만, 애석하게도 성장을 하면서 정신력도 강해졌는지 기절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고통을 느끼고 있자.
【격이 높은 악마의 도움으로 마안(魔眼)의 새로운 효과를 발견해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 하나가 새롭게 떠올랐다.
‘무슨 효과지?’
정민우는 아득한 고통을 잊기 위해 효과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시지 창을 누르자.
【악마 ― 마안(魔眼)】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의 원하는 욕구를 꿰뚫어 볼 수 있다.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 또는 무생물이 지닌 마기의 총량을 확인할 수 있다.
― 마기를 소모함으로써, 고등 생물에게 디버프를 걸 수 있다.
― 마기를 소모함으로써,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가 있다.
단, 유대 관계를 쌓은 악마만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가 있다.
고유 특성에 대한 설명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고유 특성을 복사할 수 있다고?’
고통은 전과 똑같이 괴로울 정도로 느껴졌지만, 정민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라면, 더 손쉽게 녀석들을 제압할 수 있겠어.’
그도 그럴 게 새로운 효과를 얻음으로써, 세 번째 시험의 난도가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고유 특성을 복사하면, 애들이 놀라겠어.’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하는 것도 잠시.
“크윽!”
고통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아니, 효과도 얻었는데 왜 계속 아픈 건데…!’
이후 정민우는 약 2시간 동안 활어처럼 몸을 팔딱거리다가 겨우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41화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2)
주말 아침.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개인 훈련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근데, 합을 어떻게 맞춰 볼 거야? 스켈레톤은 몸풀기도 안 되잖아?”
아누비스는 몸체만 한 대검을 들어 올리며 정민우에게 질문을 건넸다,
“스켈레톤으로 합을 맞출 거였으면 부르지도 않았지.”
“오, 자신하는 것을 보니 다른 방법이 있구나?”
자신만만한 대답에 아누비스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비너스?”
아누비스의 시선을 뒤로한 채 비너스를 부르자.
“네.”
짝짝.
비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쳤다.
끼익―
뚜벅, 뚜벅, 뚜벅.
그러자 수많은 인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그리고 그 인영은 올빼미를 포함한 비너스의 꼭두각시들이었다.
“엥? 얘네들이랑 싸운다고? 얘네도 상대 안 되는 건 똑같잖아.”
올빼미와 꼭두각시들을 본 아누비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아누비스의 말대로 올빼미와 꼭두각시는 그녀 혼자서도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555번이 조금 거슬리긴 하겠지만, 그뿐이잖아?”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10분의 1로 힘을 줄이고 싸우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어?”
“10분의 1?”
“응, 그러면 꽤 팽팽한 대련을 할 수 있잖아.”
정민우의 말에 아누비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굳이 10분의 1로? 전력으로 싸우면 안 되는 거야?”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900명 상대로 싸워야 하는 우리로서 힘 조절은 필수니까. 그리고 이렇게 제약된 상태로 싸우면 상황 대응능력과 마기를 다루는 실력도 빠르게 늘게 될 거야.”
“호오, 듣고 보니 그렇네.”
정민우와 아누비스의 얘기를 듣던 비너스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민우 님?”
“응?”
“다른 악마들도 있는데. 이런 정보를 말씀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비너스의 걱정에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대련이 끝나면 전부 기억을 지워버릴 거거든.”
“아…….”
과거 꼭두각시의 기억들이 사라진 것을 떠올렸는지, 비너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래를 끄덕였다.
“그러면, 시작하기 전에 준비부터 해볼까?”
정민우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기를 제약하는 구속구 좀 줄래?”
[알겠습니다]
그러자 알겠다는 답과 함께.
투두둑.
천장에서 손목에 차는 구속구가 떨어졌다.
“말로는 조절한다고 해도 막상 조절이 안 될 수 있으니까. 구속구를 차고 하자고.”
정민우가 먼저 구속구를 손목에 차차.
“알겠습니다.”
“오, 이런 기능도 있었구나.”
“…응.”
“얼마나 약해질지 궁금하네.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도 잇따라 손목에 구속구를 찼다.
“와, 진짜 마기가 현저히 줄어들었잖아?”
아누비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구속구를 바라봤다.
“그러게, 몸에서 힘이 쭉 빠지네. 개굴개굴.”
로크도 어색한 듯 연신 구속구를 매만졌다.
“그럼, 준비는 끝났으니 시작해볼까?”
올빼미와 꼭두각시 쪽으로 시선을 던지자.
철컥―
긴장 어린 얼굴로 무기를 들어 보였다.
“대련 시작할게.”
이어서 정민우가 대련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각 방어력에 맞춰 보호막을 설정합니다. 보호막이 파괴되면 패배입니다]
은은한 검은빛 장막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5초 뒤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장막이 온몸을 휘감자. 곧 대련을 시작할 것을 알려왔다.
[5]
[4]
[3]
[2]
[1]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삐―――이!
개인 훈련실에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그러면, 전력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올빼미는 버저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팔을 휘저으며, 깃털을 날렸다.
“하, 그런 공격이 전력이라고?”
아누비스는 코웃음 치며, 대검을 휘두르자.
댕――!
검이 울리며, 아누비스의 몸이 뒤로 밀려나 버렸다.
“…뭐?”
아누비스는 자신이 밀려 나간 것이 믿기지 않은 듯,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도 가자!”””
그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꼭두각시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까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엘린이 손을 휘젓자.
콰지지직―
바닥이 솟아오르며, 꼭두각시들을 공격했다.
“이 정도는 피하는 데 문제없지!”
“해볼 만해!”
하지만, 마기가 줄어들며 공격 속도가 느려진 탓에 꼭두각시들은 손쉽게 피해 내버렸다.
그리고 다시 달려들려는 순간.
“그림자 전개.”
촤르르르르.
쿵―!
“으윽!”
“이런!?”
정민우가 방심을 틈타, 꼭두각시에게 공격을 가했다.
꼭두각시들은 저 멀리 날아가며 바닥을 뒹굴었다.
“다들, 힘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싸워!”
정민우의 외침에 마교회 멤버들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힘을 끌어올렸다.
“깨꾸우우우우울!”
변신을 끝낸 로크는 혀를 내뱉으며 위협을 가했지만.
타, 타, 타, 타―앗.
꼭두각시들은 침착한 표정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당신을 합법적으로 때릴 수 있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올빼미는 아누비스 앞으로 다가가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날 때리겠다고? 네 따위 놈이!?”
아누비스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대검을 휘둘렀으나.
채――앵!
올빼미가 팔을 들어 올리며,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 버렸다.
“…뭐?”
“힘이 줄어든 것을 자각하셔야죠.”
이어서 올빼미가 아누비스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자.
퍼――억!
“크헉!”
엄청난 파공음을 내며 뒤로 날아갔다.
콰―――앙!
그리고 아누비스의 몸이 벽에 박히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깨꿀!!!”
그 모습에 분노한 로크가 독을 내뱉었으나.
“느립니다.”
올빼미가 여유롭게 독을 피해내며 깃털을 흩뿌렸다.
쩌적―
그러자 깃털이 로크의 보호막에 박히며, 눈에 띄게 갈라졌다.
‘아주 난리가 났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정민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힘을 제약한 상태라 익숙지 않다고 하지만 밀려도 너무 심하게 밀렸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았으니, 이제 내가 나서야겠지.’
정민우는 ‘심안’을 사용해 전투를 지휘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으아아아악!”
벽에 박혔던 아누비스가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기절한 게 아니었나?’
정민우는 아누비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모습이 바뀌었잖아?’
그도 그럴 게 몸은 핏줄로 전부 튀어나왔고 눈은 충혈된 상태였으며, 무엇보다도 회색 머리가 빨갛게 물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긴급 대련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
정민우는 긴급 대련에 봤던 모습이 전력이 아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너는 살아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누비스의 외침과 동시에 바닥이 움푹 파이더니, 그녀의 인영이 흐릿해졌다.
콰――앙!
그리고 순식간에 올빼미 앞에 도착한 아누비스가 대검을 휘둘렀다.
“후후, 소용없습니다.”
올빼미는 손을 들어 보이며 막으려고 했지만.
콰지직―!
“앗!?”
보호막이 금이 가며,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호오, 제약된 상태로 올빼미를 압도할 줄이야.’
마안을 사용해 아누비스를 보니, 마기를 세밀하게 분배해서 운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전에 강해지는 타입인가?’
아누비스 쪽으로 시선이 뺏겨 있던 그때.
“크헉!”
콰―――앙!
다른 쪽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까불지 말라고 했잖아.”
엘린이 모든 원소를 소환해 꼭두각시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압!”
“개꿀!”
그리고 비너스는 채찍, 로크는 혀를 내뱉으며 힘을 가세했다.
‘성장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
역시, 자신이 눈여겨본 악마들답게 빠르게 적응하고 상황을 타파하고 있었다.
‘이러면, 따로 심안을 사용할 필요가 없겠어.’
정민우는 이번 대련은 심안을 사용하지 않고 쭉 지켜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도 새로 얻은 효과를 사용해볼까?’
정민우는 고유 특성을 복사하겠다고 생각하자.
【어떤 악마의 고유 특성을 복사하시겠습니까? 】
1. 2번
2. 555번
3. 777번
4. 888번
5. 999번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올빼미까지 있는 건 조금 의외네.’
정민우는 메시지 창을 보며, 어떤 고유 특성을 복사할까 고민했다.
‘그나마 다루기 쉬울 것 같은 아누비스 고유 특성이 좋겠지.’
결정을 내린 정민우는 ‘777번’을 선택하자.
【777번 고유 특성 ‘각성’을 복사합니다】
‘각성’ 고유 특성을 복사했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어디, 사용해볼까?’
정민우가 마기를 끌어 올리며, ‘각성’을 사용하자.
“!?”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전능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게 각성?’
힘에 감탄하고 있자. 아누비스가 보였던 것처럼 온몸에서 핏줄이 돋아났다.
‘보지는 못하지만, 아누비스처럼 눈이 충혈되고 머리가 빨갛게 물들어졌겠지.’
정민우의 예상이 맞았는지 옆에 있던 비너스가 당황하며 말했다.
“머, 머리가? 설마, 아누비스 님의 고유 특성을 복사한 건가요?”
그리고 눈치 빠른 그녀답게 효과를 알아봤다.
“맞아.”
정민우는 싱긋 미소를 지은 뒤.
콰――앙!
엄청난 파공음을 내며, 꼭두각시를 향해 돌진했다.
‘이런, 느낌이구나.’
몸에서 끓어오르는 힘에 왜 아누비스가 그렇게 싸우는 것을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뭐, 뭐야!”
꼭두각시들이 당황하며, 정민우를 향해 공격을 가했으나.
“느려.”
부――웅.
정민우는 고개를 숙여 공격을 여유롭게 피해낸 뒤, 각 손에 꼭두각시의 머리를 잡고 바닥에 내려찍었다.
콰―――앙!
쨍그랑.
그러자 몸에 두르던 보호막이 깨지며, 꼭두각시들이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이어서 정민우가 다른 꼭두각시들을 상대로 공격에 나서자.
“지금이 기회에요! 밀어붙입시다!”
“…응!”
“개꾸우우우울!”
비너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른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협공에 나섰다.
그렇게 순식간에 꼭두각시들을 정리하자.
“후, 오랜만에 몸 좀 풀었네.”
뚜벅, 뚜벅, 뚜벅.
아누비스가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올빼미는 어떻게 됐지?’
정민우는 아누비스가 걸어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크헉….”
올빼미가 몸을 떨며,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보호막이 깨지고 나서도 때렸나 보네.’
얼굴이 아까와 달리 부어오른 것을 보니 때린 게 확실했다.
“대련은 이대로 끝내는 거야?”
아누비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아무래도 다들 첫 전투니 상당히 지쳤을 테니까.”
“그래? 이대로 끝내기 아쉬운데 한 번 더 하면 안 돼?”
움찔―
그녀의 제안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올빼미와 꼭두각시들이 몸을 떨었다.
“좋은데요?”
“…이제 확실히 감 잡았어.”
“다시 싸우면 완벽하게 싸울 수 있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까지 더 대련하고 싶다고 하니, 정민우는 그들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들, 그렇게 얘기하면 어쩔 수 없지.”
정민우는 바닥에 쓰러진 꼭두각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깬 거 알아. 빨리 일어나.”
“““…….”””
“안 일어나? 그러면 이대로 진행한다?”
정민우의 협박에 올빼미와 꼭두각시는 표정을 구기며,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올빼미와 꼭두각시들은 밤늦게 샌드백 노릇을 해야만 했다.
* * *
주말이 지나고 평일 아침.
“다들 여기까지 오느냐 고생 많았다. 이제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만 치르게 되면, 시험이 끝난다.”
시험이 끝난다는 말에 악마들의 표정이 푸르죽죽해졌다.
곧 자신들의 폐기처분이 될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지막 시험은 섬에서 한 달 동안 생존하는 것이다.”
교관의 말에 의욕을 잃었던 악마들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먹을 것과 숙식은 알아서 해결해야 하며, 섬 내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도 상대해야 한다. 물론, 다른 생도들까지 상대하고 말이야.”
따끔―
섬 내에서 전투할 수 있다는 말과 동시에 정민우의 등에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고개를 뒤로 돌리니.
씨익―
뒤에 자리한 악마들이 흉흉한 눈빛을 보내며, 자신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놓고 적개심을 드러내는군.’
그 반응에 정민우는 악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히, 시험 시작도 전에 나한테 이빨을 드러내? 덤벼라. 모두 짓밟아줄 테니까.’
42화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3)
한편, 시험에 대한 안내를 전해 들은 716번은 복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섬에서 생존이라… 다른 악마들과 결탁하고 1번과 그 무리를 노리면, 떨어트릴 수 있겠어!’
대마왕에게 선택받은 만큼 10위 권 안에 들지 않아도 수료할 수 있겠지만, 대신 품계가 떨어질 테니 올리는 데 꽤 애를 먹을 것이었다.
‘이대로 폐기처분당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716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교실 내에 있는 악마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폐기처분당할 거야? 이 기회에 1번하고 그 무리를 떨어트려서 복수하자!”
그의 외침에 악마들이 혹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때.
“야, 씨X 너 뭐라고 했냐?”
777번, 아누비스가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녀의 존재를 잊어버린 716번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터벅, 터벅, 터벅.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아누비스가 716번의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야, 다시 말해보라고.”
대련 외에는 생도를 건들 수 없다는 규칙이 있어 겁먹을 필요가 없었으나.
“…아, 아니.”
아누비스의 살벌한 살기에 716번 규칙을 잊어버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그녀는 716번의 멱살을 쥐어 잡으며, 소리쳤다.
“참네, 떨어트려? 할 수 있으면 해봐!!!”
“…….”
움찔―
아누비스의 외침에 교실 내에 있던 생도들이 고개를 숙인 채 책상만을 바라봤다.
“쯧, 비둘기 같은 새X들.”
그리고 아누비스는 멱살을 놓으며,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허억, 허억, 허억.”
716번은 살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이거 보고도 가만히 있을 거야? 복수는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렇게 숨을 돌린 716번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아누비스가 없는 틈을 타 악마들을 보며 설득했다.
“우, 우리가 777번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 악마의 물음에 716번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만으로는 부족하지.”
“그러면 복수를 못 하는 거 아니야?”
“아니, 다른 반까지 힘을 합치면 가능해.”
“다른 반?”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어? 다른 녀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걸?”
716번의 설명에 악마들이 탄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전교생이 힘을 합치면 그 녀석들도 별거 아니야. 지네들이 900명을 어떻게 감당하겠어?”
확실히, 그들의 무력이 강하다고 해도 900명이라는 인원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좋아, 복수해보자!”
“맞아, 이대로 죽기는 억울해!”
“우리가 힘을 합치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자고!”
그리고 716번의 말에 설득된 악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지를 다졌다.
“좋은 생각이야. 그러면, 다른 반 녀석들도 설득되면 그때 다 같이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자고.”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단합을 했다가 큰코다친 경험이 있는 716번은 이번에 빈틈없이 준비할 계획이었다.
‘과연, 떨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 너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716번은 1번과 그 무리가 처절하게 비는 것을 생각하며, 빨리 세 번째 시험이 시작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그랬다니까?”
아누비스는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
“716번도 생각이 없는 악마네요. 그걸 대놓고 얘기할 줄이야.”
비너스는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띄며 말했다.
“…폐기처분당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민우가 예지한 대로 됐네. 개굴개굴.”
엘린과 로크 또한 그녀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듯, 말을 거들었다.
“괜찮아, 기어오르면 밟아주면 될 뿐이니까.”
정민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마교회 멤버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아직 3주나 남았으니까. 그때 되면 준비도 완벽하게 끝날 테니 시험에 탈락할 변수는 없어.”
이어지는 정민우의 말에 아누비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후… 그건 아는데, 비둘기 같은 녀석들이 날뛰는 꼴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지.”
“어차피, 폐기처분당할 녀석들에게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있어? 그저 귀여운 발악이라고 생각해.”
“귀여운 발악?”
“이렇게 뒤에서 공작을 펼친다고 해도 막상 싸우게 되면 우리한테 깨질 게 뻔한데, 희망을 품은 게 얼마나 귀여워?”
“풉, 그렇긴 하네?”
아누비스는 이내 감정을 진정시키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좌절하는 표정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밌겠어.”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시험이 시작할 때까지, 자율학습이라고 했으니까. 합이나 맞추러 가자고.”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잇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합을 맞추는 훈련은 늦은 새벽까지 진행이 됐다.
* * *
그날 새벽.
정민우는 침대에 앉아 고민에 잠겼다.
‘심안도 새로운 효과를 얻을 때가 되긴 했는데….’
그도 그럴 게 ‘심안’이 정체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마안은 사탄이 있어서 새로운 효과를 손쉽게 얻어낼 수가 있었지만, 심안을 지닌 건 나밖에 없으니 스스로 효과를 찾아야만 해.’
지금 전력으로 시험을 치르면 다른 악마들쯤이야 손쉽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
악마의 욕심은 끝도 없기에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정민우는 전에 심안의 효과를 어떻게 얻어냈는지 생각에 잠겼다.
‘격이 낮은 상대에게 심안을 사용해서 새로운 효과가 개방됐었지….’
잠시, 개인 사육장에 있는 고블린을 찾아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니야. 여태까지 고블린 상대로 심안을 사용했지만, 새로운 효과가 개방되지 않았어.’
정민우는 금방 생각을 철회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건데.’
그렇게 전전긍긍하면서 고민하는 것도 잠시.
‘일단, 사용해보기라도 할까?’
차라리, ‘심안’을 사용해보며,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정신을 집중해 ‘심안’을 사용하자.
‘역시, 아무것도 안 뜨네.’
방안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다 보니, 어떠한 문자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생각을 읽는 게 아닌 전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그리고 문뜩, 생각을 읽는 것만이 아닌, 생각을 전할 수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심안(心眼)의 새로운 효과를 발견해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 하나가 새롭게 떠올랐다.
‘…응? 이렇게 쉽게 얻는다고?’
정민우는 당혹감에 섞인 눈빛으로 메시지 창을 바라봤다.
그저, 생각의 전환을 했을 뿐인데 새로운 효과를 얻어내다니.
‘조금 맥이 빠지네.’
진지하게 고민한 것과 달리 너무 쉽게 얻어 맥이 조금 빠졌지만.
‘뭐, 나야 얻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정민우는 새로운 효과를 알기 위해 메시지 창을 건드렸다.
【인간 - 심안(心眼)】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자신보다 격이 낮은 고등생물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가 있다.
효과가 새롭게 추가된 설명창이 떠올랐다.
‘생각을 전할 수 있다라… 좋은데?’
이 효과라면, 더 폭넓게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러면, 마음 편히 명령을 내릴 수 있겠어.’
명령을 내릴 때. 상대방도 들을 수 있기에 말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으나 이렇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으면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됐다.
‘시험이 한결 편해지겠어.’
정민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메시지 창을 닫았다.
‘내일 있을 훈련에서 바로 사용해봐야지.’
새로운 효과도 얻었겠다 정민우는 침대에 누워 미련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 * *
훈련에 매진하다 보니, 3주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다들 준비됐나?”
교실에 들어온 교관은 생도들을 살피며 상태에 관해 묻자.
“““예!”””
악마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아주 신이 나셨군.’
그들의 반응에 정민우는 자신과 마교회 멤버들을 떨어트릴 생각에 들떠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가 있었다.
“좋다. 그러면 나를 따라 강당으로 이동하도록 하겠다.”
교관을 따라 복도를 거닐자.
“후, 조금 떨리네. 민우는 괜찮아? 개굴개굴.”
마지막 시험이라 다소 긴장했는지, 로크가 숨을 내쉬며 말을 걸어왔다.
“나야 늘 시험에 자신 있으니까. 떨릴 것도 없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민우를 보니, 왠지 모르게 나까지 안심이 되네. 개굴개굴.”
로크가 해맑게 웃어 보였다.
“너무 걱정할 것 없어. 우리가 연습했던 대로만 하면 순위권 안에 들 수 있으니까.”
“응, 알겠어! 개굴개굴.”
정민우의 말에 로크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우――웅.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규모가 남다르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거대한 마법진에 정민우는 감탄을 터뜨렸다.
“마법진 안에 서면, 잠시 뒤 작동하게 될 거다. 여기서 질문 있나?”
교관의 말에 한 악마가 손을 들어 보였다.
“말해라.”
“발동하면 섬으로 이동하게 되는 건가요?”
“그래. 대신, 한곳으로 같이 이동하는 게 아닌 무작위로 섬에 배치되게 된다.”
무작위로 배치된다는 말에 악마들이 두 눈을 빛냈다.
‘떨어져 있으면, 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보군.’
심안을 통해 생각을 읽지 않아도 악마들의 의중이 뻔히 보였다.
“그러면, 마법진에 서도록.”
교관의 명령에 악마들은 마법진으로 이동하니.
“민우 님.”
“여…었네.”
“…….”
비너스, 아누비스, 엘린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다들 준비됐지?”
정민우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이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자.
“10초 뒤에 마법진이 발동된다!”
10초 뒤에 발동된다는 교관의 말과 함께.
우――웅!
거대한 마법진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10초가 지났을 때.
번쩍―
마법진에 자리한 악마들이 거짓말처럼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 * *
눈을 뜨자.
‘호오.’
나무와 풀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숲 지형인가?’
정민우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니.
‘저기가 좋겠군.’
거대한 나무가 섬 중앙에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심안을 사용해볼까?’
정민우는 정신을 집중하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생각을 전했다.
【섬 중앙에 있는 큰 나무로 모여】
아쉬운 게 있다면, 생각을 전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받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마교회 멤버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뭐, 큰 나무는 저거 하나밖에 없으니, 알아서 잘 찾아오겠지.’
정민우는 걱정을 덜어내며, 발걸음을 옮기자.
“찾았다!!!”
“1번이다!!!”
30명 정도 되어 보이는 무리가 정민우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혼자 있을 때 빨리 처리하자고.”
“크크, 혼자 있는데 가지고 놀다가 탈락시켜도 되잖아?”
“무릎 꿇으면 5분 정도는 살려줄게.”
악마들은 오만한 발언을 내뱉으며, 정민우에게 다가왔다.
‘신종 자살 방법인가?’
그 모습에 정민우는 코웃음을 치며,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었다.
“““덮쳐!!!”””
이어서 30명의 무리가 일제히 덤벼드는 순간.
“그림자 전개.”
촤르르르르륵―
정민우는 악마들 발밑에 있는 그림자를 일으켜 기습을 가했다.
“으, 으아아악!?”
“이, 이런!?”
“큭!?”
악마들은 방심했던 탓에 가시 형태로 변한 그림자를 막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해주고 말았다.
쩌저저적―
쨍그랑.
그리고 너무나 허무하게 시험에 탈락하고 말았다.
“““아…….”””
정민우는 허망한 눈을 한 악마들을 보고 혀를 차며, 옆을 지나쳐갔다.
43화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4)
【섬 중앙에 있는 큰 나무로 모여】
“다들 전방을 확실하게 살펴주세요.”
“““맡겨만 줘!”””
정민우의 전언을 들은 비너스는 꼭두각시들의 호위를 받으며 중앙에 있는 큰 나무로 향하고 있었다.
‘운 좋게 꼭두각시를 만나서 다행이야.’
무력이 다른 마교회 멤버들 보다 다소 떨어지는 그녀였기에 다른 악마를 만나게 됐다면 어쩔 수 없이 매혹을 사용해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상황이 잘 풀렸어.’
하지만, 꼭두각시를 만나며 마기를 낭비할 일을 줄일 수 있었다.
‘나중에 마기가 부족해서 민우 님 한데 아쉬운 소리는 할 수 없으니까.’
비너스는 정민우의 발목을 잡는 것은 탈락하는 것보다 더 싫었기에 최대한 마기를 유지한 채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999번이다!”
“공격해!!”
종종 쭉정이들이 덤벼들었으나.
“정리해주세요.”
“““맡겨만 줘!”””
비너스의 명령 한 번으로 쭉정이들은 꼭두각시로 인해 손쉽게 정리가 되었다.
“수고하셨어요.”
“““칭찬해줘서 고마워!!!”””
그녀 칭찬 한 번에 꼭두각시들은 얼굴을 붉히며, 힘차게 대답했다.
“…….”
너무 큰 소리로 대답하면, 다른 악마들이 몰려올 수도 있다고 주의하라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매혹을 너무 심하게 써서 단순한 명령밖에 듣질 못하니 포기하는 게 좋겠지.’
마지막 시험이기에 매혹 힘을 증폭시켰더니, 말을 잘 따르는 대신 지능이 퇴화해버렸다.
‘지능이 퇴하해 다시 회복하지는 못하겠지만, 어차피 이번만 쓰고 버릴 수밖에 없으니 상관없겠지.’
이후 비너스 계획대로 힘을 최대한 비축한 상태로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정민우의 전언을 들은 아누비스는 큰 나무를 발견하자마자.
“내가 1등으로 도착할 거야!”
앞뒤 제지 않고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어? 777번?”
“777번이라고?”
길을 걷던 악마들이 아누비스를 발견했지만.
“도, 도망쳐!”
“난 아직 탈락하기 싫어!”
악마들은 덤비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먹잇감 발견!”
1등으로 도착할 것이라는 다짐했던 것과 달리 싸움광인 그녀는 악마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죽어!”
악마들을 향해 대검을 휘두르니.
“…이런!”
“!?”
대검을 맞은 악마들의 몸이 반으로 접혀버렸다.
콰――앙!
쨍그랑.
그리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악마들의 보호막이 깨지며 그대로 탈락하게 되었다.
“아차차, 나도 모르게 정신을 팔리고 말았네.”
잠시 본분에 망각했다는 사실에 아누비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큰 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부스럭―
“앗….”
“아….”
풀숲에서 걸어 나오는 악마들과 마주쳤다.
“이 녀석들만 잡고 이동할까?”
악마들을 정리하고 빨리 달려가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좋아, 죽이자!”
아누비스는 눈앞에 있는 악마들을 탈락시키기로 하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한편, 엘린은 상당히 편한 방법으로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심심해.”
그 방법은 바로 강가 안에서 몸을 맡겨 이동하는 것이었다.
원소를 전부 다를 수 있는 그녀였기에 강가 속에서도 공기를 공급받으며 아주 편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졸려.”
또한, 강가가 상당히 넓고 수심이 깊으므로 쉽사리 접근할 악마조차 없었다, 즉, 공격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참아야 해. 민우랑 약속했어.”
하지만, 너무 안전했기 때문일까?
엘린은 악마와의 사투가 아닌 졸음과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개꿀!!”
마교회 마지막 멤버인 로크는 첫 번째 형상으로 변신해 하늘을 날아 이동하고 있었다.
덩치가 큰데 공격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할 수 있겠지만.
위―잉.
파리만 한 크기로 덩치를 줄였기에 악마들에게 걸릴 일이 없었다.
‘작아서 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안전한 게 최고지. 개굴개굴.’
로크는 자신이 생각해도 천재 같은 발상이었다고 자화자찬하던 그때.
휘이이이잉―!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개, 개꿀?”
위―잉!
로크는 날갯짓하며, 버텨보려고 했으나.
휘이이잉―!
“…개꿀!”
바람으로 인해 중앙에 있는 큰 나무와 거리가 멀어졌다.
그 순간 로크는 큰 나무에 도착하는 데까지 꽤 긴 여정이 걸릴 것이라고 직감했다.
* * *
“…뭐야? 인원이 왜 이것밖에 없어?”
716번은 700명밖에 안 되어 보이는 인원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길이라도 잃은 거야? 아니면, 아직 인원이 제대로 모이지 않은 거야?”
이어지는 716번의 물음에 한껏 겁에 질린 악마가 몸을 떨어 보이며 말했다.
“저, 전부 그 녀석한테 당했어….”
악마의 말에 716번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 녀석? 설마, 이 많은 인원이 한 명한테 당했다는 거야?”
“전부는 아니겠지만, 악마 대부분은 그 녀석한테 당했을 거야….”
“그 녀석이 누군데?”
“777번.”
움찔―
아누비스의 번호를 들은 716번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사실이야…?”
믿기지 않아 재차 악마에게 묻자.
“내, 내가 이걸로 왜 거짓말을 하겠어!”
악마가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겨, 겨우 도망쳐 나왔단 말이야.”
그리고 이내 몸을 껴안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716번은 한숨을 내쉬며, 악마의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그래서 이대로 포기할 거야? 그 자식들 순위권에 들게 할 거냐고.”
“그, 그치만, 777번은 진짜 괴물이란 말이야.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없어.”
악마의 말에 716번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장난해? 우리 인원이 700명이야,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우리가 한 번에 덤벼들면 아무것도 못 하고 탈락할 거야.”
716번의 계속되는 설득에 악마는 이내 자신감을 되찾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777번이든 다른 악마든 숫자엔 장사가 없는 법이니까!”
그 모습에 716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보모 노릇 하기도 힘들군.’
같은 목표가 아니었다면, 이런 녀석은 진작에 버렸을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777번이 어디로 향하는지 봤어?”
“응, 도망치니까. 포기하고 저쪽으로 달려가더라고.”
“저쪽?”
악마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녀석들이 어디로 갔는지 본 악마 있어?”
716번의 물음에 몇몇 악마가 나와 큰 나무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1번이 저쪽으로 갔어.”
“999번이 저쪽으로 갔어.”
같은 방향에 716번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기에 있는 큰 나무에 모이기로 했나 보네.”
섬의 지형을 어떻게 알고 장소를 정했는지 모르겠으나 방향이 같은 것을 보면 중앙에 있는 큰 나무에 모이기로 한 것이 분명했다.
“우리도 저쪽으로 가자.”
716번은 700명의 악마 무리를 이끌고 중앙에 있는 큰 나무쪽으로 향했다.
* * *
잠시 뒤.
터벅, 터벅, 터벅.
한 인영이 중앙에 있는 큰 나무에 도착했다.
“뭐야? 내가 진짜 1등으로 도착했잖아?”
그 인영은 바로 아누비스였다.
“뭐하면서 기다리지?”
아누비스는 뭐하면서 기다릴까 고민하던 그때.
“어머, 아누비스 님 벌써 도착하셨네요?”
뚜벅, 뚜벅, 뚜벅.
때마침 비너스가 꼭두각시를 대동하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오, 굿 타이밍! 혼자 있기 심심했는데 잘됐다.”
아누비스의 말에 비너스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다른 분들이 오시려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까요?”
“좋지!”
비너스는 꼭두각시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저희는 앉아서 쉬고 있을 테니, 주변 경계 좀 서주세요.”
“““맡겨만 줘!”””
그러자 꼭두각시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무기를 휘두르는데…….”
“정말요?”
그렇게 둘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자.
뚜벅, 뚜벅, 뚜벅.
“…나 왔어.”
엘린이 물에 젖은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엘린 님?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비너스의 물음에 엘린이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하아암, 귀찮아서 강가를 통해 왔거든.”
“아…….”
그녀의 대답에 비너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에 젖으면 안 찝찝해? 옷을 말려야 할 것 같은데.”
아누비스의 말에 엘린이 손뼉을 쳤다.
짜악―
바스스―
그러자 그녀의 머리와 옷에 있던 물들이 나오며, 뽀송뽀송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야, 그 능력 편해 보인다.”
그 모습에 아누비스느 눈을 빛내며, 나중에 자신이 물에 젖으면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든지.”
그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떠들던 순간.
에엥. 에엥, 에엥―
웬 벌레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아씨, 뭐야?”
짜악!
아누비스는 짜증 섞인 얼굴로 벌레를 향해 손뼉을 치자.
“꽤액!”
퍼――엉.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로크가 바닥에 몸을 떨며 쓰러져 있었다.
“로크 님?”
비너스가 쓰러진 로크에 다가가자.
“으아… 아누비스 손이 맵네. 개굴개굴.”
로크가 머리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로크 너였어? 진작 말하지.”
아누비스의 말에 로크는 해맑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제 로크까지 왔으니, 민우만 남았네?”
“그러게요.”
“근데, 이 녀석은 왜 안 오는 거야? 길을 잃었나?”
“…길을 잃을 것 같지는 않은데.”
“금방 오겠지. 개굴개굴.”
한 5분 정도 기다렸을까?
뚜벅, 뚜벅, 뚜벅.
“다들 오래 기다렸어?”
정민우가 마교회 멤버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아누비스의 추궁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위험 요소가 있나 살펴보고 왔지.”
“위험 요소?”
“이곳은 악마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있으니까. 혹시나, 위험이 될 녀석이 있나 살펴봤지.”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전투 시험이 아닌 생존 시험이기 때문에 악마들을 전부 떨어트린다고 해도 한 달 동안 섬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미리, 위험 요소를 파악해둘 필요가 있던 것이었다.
“몬스터는 우리 상대가 안 되지 않나?”
“물론,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지쳤을 때 기습하면 얘기가 달라지니까.”
“하기야, 그렇긴 하겠네.”
정민우의 설명에 아누비스가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둘러보니, 위험 요소가 될만한 몬스터는 없더라고.”
“…다행이네.”
설명을 듣던 엘린이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알겠고. 악마 사냥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거야?”
아누비스는 빨리 싸우고 싶다는 듯, 정민우를 재촉했다.
“일부러, 몇 명 살려놨으니까. 눈치채고 곧 이쪽으로 올 거야.”
“후, 빨리 왔으면 좋겠다.”
싸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좀이 쑤신 지 아누비스가 어깨를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정민우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말을 걸려는 순간.
“왔네.”
풀숲 너머에 마기가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전투 준비해.”
정민우의 명령에 마교회 멤버들은 무기를 꺼내 보이며 경계를 취하고 있자.
바스락―
뚜벅, 뚜벅, 뚜벅.
“이야, 이게 누구야 1번하고 그 무리 아니야?”
716번이 700명의 악마를 대동한 채, 앞으로 걸어 나왔다.
“어때? 인원 죽이지? 이번 시험에 너희를 탈락시키려고 우리끼리 힘을 합쳐봤어.”
껄렁거리는 말에 정민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근데 이거 어쩌나. 너희 전원 이곳에서 떨어지게 될 텐데 말이야.”
“…뭔, 개소리야!?”
정민우의 가벼운 도발에 716번이 얼굴을 순식간에 뻘게졌다.
“탈락은 우리가 아니라 너희겠지!”
“왜?”
“몰라서 물어? 너희가 이 인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지!”
716번의 말에 정민우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그렇게 멍청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니, 너희들이 폐기처분을 당하는 거야.”
“이 개X끼가…!”
본래, 조금 골려주다가 탈락시킬 생각이었는데 어찌 된 건지 말만 하면 정민우에게 휘둘리는 716번이었다.

Comentários

Postagens mais visitadas deste blog

apocalipse 9

magia 10

magia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