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5

으로 스며들더니.
【계약 완료】
계약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떠올랐다.
화르륵―
그리고 양피지는 검은 불꽃에 휩싸여 그대로 타버리더니.
“으,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윌리엄과 세바스가 검은 불꽃에 휩싸이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마기가 빠져나가는 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정민우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껴졌다.
‘그래도 계약은 잘 된 것 같네.’
많은 마기가 빠져나가 탈력감이 들었지만, 정민우는 내색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5분 정도 흘렀을까.
치이이이익―
검은 불꽃이 꺼지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윌리엄과 세바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윌리엄의 모습이 바뀌었네.’
전에는 노란색 머리에 금색의 눈을 가졌다면, 지금은 흑발의 머리에 검은색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바스는 그대로고.’
다만, 세바스는 마기만 느껴질 뿐,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각성으로 인해 모습이 바뀌었나 보군.’
정민우는 윌리엄이 각성으로 인해 모습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기분이 어떻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의 기분을 묻자.
“짜릿한데요?”
“너무 좋아요.”
윌리엄과 세바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그들의 대답에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인이 되면, 너희 재능에 맞춰 힘이 새롭게 개방하게 된다. 그것을 갈고 닦으면 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다.”
정민우의 설명에 윌리엄과 세바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른 녀석들도 계약이 끝났나 확인해볼까?’
고개를 돌려 한 아이에게 시선을 옮기자.
“모, 몸에서 힘이 솟구쳐요!”
‘초고속 성장’의 재능을 지닌 ‘아론’은 믿기지 않는듯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마기를 받았는데, 힘이 솟구치는 건 당연하지. 개굴개굴.”
로크는 허리를 쭉 펴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쪽은 문제없고. 얼음 공주 쪽을 봐볼까?’
다른 아이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전능감?”
‘자연 친화’ 재능을 지닌 ‘올리버’는 몽롱한 얼굴로 자신의 몸을 매만졌다.
“…내 종이 된 걸 환영해.”
얼음 공주 입가에 미세하게 호선이 그려진 것을 보니, 그녀 또한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모두, 계약을 끝냈으니 이제 슬슬 명령을 내려볼까?’
정민우는 손뼉을 치며, 그들을 불렀다.
“자, 이제 힘을 얻었으니, 동생들을 구하러 가야겠지?”
동생을 구하러 가라는 말에 그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흉흉해졌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곧장 길을 나섰다.
* * *
“무, 무서워.”
비앙카는 철창에 갇힌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위트니라도 같이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안심이 됐을 텐데 아쉽게도 떨어져 갇히게 되었다.
“…누가 좀 구해줘.”
누군가 이 상황을 구제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빌던 그때.
― 이곳에서 빠져나갈 힘을 원해?
감미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누, 누구세요?”
비앙카는 몸을 흠칫 떨며, 조심스럽게 묻자.
― ‘악마’라고 하는데, 혹시 알고 계시는가요?
“아, 악마….”
악마라는 말에 비앙카의 얼굴이 사색 되었다.
“악마는 악한 존재 아닌가요?”
― 흠, 과연 그럴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 왜죠?”
― 악한 존재는 당신을 납치한 녀석들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
― 반대로 저는 도움을 주려는 존재인데, 과연 제가 악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설명에 비앙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저와 계약하면, 힘을 드릴게요.
“계약이요?”
계약이라는 말에 비앙카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 이런, 곧 간수들이 이곳으로 올 거예요. 빨리, 선택해주세요.
그녀까지 떠나가면 자신을 도와줄 존재가 없을 것 같아 비앙카는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 할게요.”
그러자 그녀는 매혹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 착한 아이네요.
한편, 위트니가 있는 곳에서도 똑같은 제안이 이뤄지고 있었다.
― 야, 강한 힘 원하면, 나랑 계약할래?
늑대인간의 물음에 위트니가 말했다.
“계약하면, 정말 강해질 수 있는 거야?”
― 물론이지.
“그럼, 날 납치한 녀석들도 이길 수 있어?”
― 당연한 걸 물어보네.
“대답해줘.”
― 짓뭉개고도 남지.
위트니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얘기했다.
“계약할게.”
그리고 늑대인간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 오, 상당히 쿨한데?
* * *
계약한 이후 비앙카와 위트니는 철창에서 바로 탈출하고 싶었으나.
― 지금 도망쳐봤자. 금방, 붙잡히고 말 거에요. 차라리, 팔려나갈 때 기회로 삼아 탈출하세요.
― 야, 아무리 힘이 강해졌다고 해도 다구리에 장사 없는 거 알지? 팔려나갈 때 그때 도망쳐라.
핑크녀와 늑대인간의 조언으로 그녀들은 탈출하는 대신 남아 있는 것을 선택했다.
“따라와라.”
곧이어 간수가 찾아오며, 목줄을 잡아당겼다.
“…….”
“쳇!”
비앙카와 위트니는 묵묵히 간수를 따라 밖으로 나가니.
웅성, 웅성, 웅성.
가면을 쓴 사람들이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아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신사 숙녀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사회자로 추정되는 자가 나와 비앙카와 위트니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둘이 같이 나온 것을 보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오늘 상품은 특별히 세트 경매로 진행됩니다!”
사회자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가면을 쓴 자들의 눈에 탐욕이 깃들었다.
“그러면, 바로 경매를 시작해볼까요? 금액은 1골드부터 시작하고 가격은 1골드씩 상승합니다!”
이어서 경매의 시작을 알리자.
“123번 님께서, 1골드! 앗 이어서 56번님 2골드!”
가면을 쓴 자들이 우후죽순 팻말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52번님 15골드!! 아앗, 70번님 16골드!!!”
그렇게 가격에 불이 붙으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던 그때.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당장 꺼지지 못해!?”
경매장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음? 밖에 소란이 있나 보네요. 무시하고 다시 진행….”
사회자는 불안해하는 손님들을 진정시키고 다시 이어가려던 순간.
콰――――앙!
경매장 문이 부서지며, 네 명의 인영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어린애?”
사회자는 그들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그중 가운데에 있던 어린 소년이 사람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 동생들을 납치한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됐겠지?”
30화 구원 (2)
“저들을 당장 잡으세요!!”
사회자의 외침에 경매장 안에 있던 괴한들이 어린 소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 오빠!”
“얘들아!”
그 모습에 비앙카와 위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다들, 뒤로 물러나 있어 내가 상대할게.”
윌리엄은 덤덤한 반응을 내보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앞에 도달한 괴한이 윌리엄을 비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쐐―액!
“느려.”
윌리엄은 고개를 왼쪽으로 젖히며, 괴한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버렸다.
“…뭐?”
괴한은 당혹감이 서린 얼굴로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죽어.”
윌리엄이 괴한의 복부를 후려치자.
퍼――엉!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괴한을 본 동료들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윌리엄을 바라봤다.
“…무, 무슨?”
“저게 어린아이의 힘이라고?”
압도적인 무력에 겁을 먹은 괴한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으나.
“어린애 따위에 겁먹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사회자의 일갈에 괴한들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윌리엄에게 돌진했다.
“아론은 저 쓰레기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뒷문을 지키고. 나머지는 비앙카와 위트니를 구해줘.”
“““응!”””
윌리엄의 명령에 아이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딜!”
괴한은 움직이는 동생들을 향해 단검을 내지르려고 했으나.
“네 상대는 나야.”
푸―욱!
윌리엄이 서슬 퍼런 목소리로 괴한의 가슴을 꿰뚫었다.
하지만, 숫자가 원체 많았던 탓에 전부 막지는 못하고 몇몇 괴한들이 세바스와 올리버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올리버, 네 앞에 있는 적이 심장을 노리고 공격해 올 거야.”
세바스의 말에 올리버가 오른쪽으로 한 발짝 이동하자.
슉!
올리버 옆에 창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한눈팔 틈이 없을 텐데!”
세바스 앞에 있던 괴한이 기회를 틈타 도끼를 휘둘렀으나.
“넌 이미 분석이 끝나 있어.”
콰직―!
세바스는 앞으로 뛰쳐나가며, 공격을 피해버렸다.
“심장을 꿰뚫는 것이 죽일 확률이 가장 높군.”
세바스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줍고 괴한에게 달려들었다.
“다가오지 마!”
부――웅!
괴한은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끼고 도끼를 마구잡이 휘둘렀지만.
“지금 감정이 격양된 상태. 명중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네.”
세바스는 공격을 하나하나 피하며, 괴한 앞에 도착했다.
“잘 가.”
푸――욱!
그리고 세바스는 망설임 없이 괴한의 심장을 단검으로 쑤셔 넣었다.
“마, 말도 안 돼….”
괴한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슴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쓰러지며 절명해버렸다.
“네놈!”
동료가 죽은 것을 본 괴한이 세바스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어디가?”
쿠―쿵!
올리버가 발을 땅에 강하게 내려치자.
“큭!”
푸―욱!
바닥이 솟구치며, 괴한의 몸을 꿰뚫었다.
“이동하자. 올리버.”
“응.”
세바스와 올리버는 쓰러진 괴한들에게 눈길조차 안 주며 비앙카와 위트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지금이 도망칠 기회야. 문 쪽으로 가자!”
“저기에 애가 지키고 있는데?”
“다른 방법이 없잖아?”
한편, 경매장에 있던 손님들은 도망치기 위해 아론이 지키고 있는 문 쪽으로 달려들려고 했으나.
“형이 아무도 지나가게 하지 말랬어!”
우득, 우득, 우득.
아론이 덩치가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다가오지 마!!!”
그리고 일반 성인보다 덩치가 5배가량 커진 아론이 가면을 쓴 자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콰직―
쥐포처럼, 시신이 짓뭉개져 버렸다.
“히, 히익!”
“다, 다른 데로 도망쳐!”
가면을 쓴 자들은 황급히 발걸음을 돌리며 도망쳐버렸다.
“우리도 슬슬 나설 때가 된 것 같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위트니가 비앙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다들 힘내고 있는데 구경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비앙카 또한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럼, 우리도 움직이자.”
위트니가 두 팔을 옆으로 당기자.
쨍그랑.
손목에 채워져 있던 족쇄가 너무나도 쉽게 부서져 버렸다.
“뭐, 뭐야!”
옆에 지키고 있던 사회자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으나.
“아저씨, 이 족쇄 좀 풀어주시겠어요?”
“…어? 그, 그래.”
비앙카의 부탁에 사회자의 표정이 몽롱하게 변하더니, 그녀가 차고 있던 족쇄를 풀어줬다.
“그리고 목숨을 끊어주시겠어요?”
“당연하지.”
이어지는 부탁에 사회자는 영광이라는 듯, 단검을 들어 올려 자신의 심장에 찔러넣었다.
푸욱―
털썩―
“…오, 네 능력 장난 아닌데?”
위트니는 놀란 눈으로 비앙카를 바라보다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별거 아니야.”
그러자 비앙카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푸핫, 귀엽기는. 그럼, 애들이나 도와주러 가볼까?”
“응.”
그리고 그녀들은 언제 화기애애하게 떠들었냐는 듯, 흉흉한 눈빛을 하며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 * *
“…미친, 저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저 녀석들이 저렇게 강했다고…?”
대기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꼽추와 배불뚝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했겠냐? 보니까 악마한테 영혼을 팔고 계약한 것 같은데.”
“악마와 계약했다라… 성당으로 가야 하나?”
배불뚝이의 말에 꼽추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야, 우리가 범죄잔데 가서 얘기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쓰읍, 듣고 보니 그렇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뭘, 어떡해! 빨리 짐 싸고 도망가야지.”
“그, 그러자.”
이후 배불뚝이와 꼽추는 짐을 싸고 뒷문을 통해 도망치려고 했으나.
“어딜 가려고?”
““…….””
윌리엄이 뒷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런 거야?”
“…뭐가?”
“왜, 내 동생을 납치했냐고.”
“…….”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그들이 대답이 없자. 윌리엄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꼽추에게 다가갔다.
“헉!”
꼽추는 무의식적으로 윌리엄에게 주먹을 내뻗었으나.
터―억.
윌리엄이 공격을 피하고 꼽추의 팔을 붙잡더니.
푸―확!
그대로 팔을 잡아 뜯어버렸다.
“으, 으아아아악!”
꼽추가 사라진 팔을 붙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자, 이제 대답할 생각이 들었어?”
“…….”
윌리엄의 물음에 배불뚝이의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이래도 대답이 없어? 그럼, 이번에 네 팔을 뜯어야겠네.”
배불뚝이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자, 잠깐 얘기할게! 얘기하면 될 거 아니야!”
꼽추와 같은 꼴이 나기 싫었던 배불뚝이는 황급히 대답했다.
“이유가 뭐지?”
“…이유가 있겠어? 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먹고 살려면 다른 일도 있었잖아.”
“이게 돈이 되니까.”
배불뚝이의 설명에 윌리엄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즉, 별 같잖지도 않은 이유로 내 동생을 납치했다는 거구나?”
“…….”
“혹시나, 했는데 반전은 없었네. 궁금증은 끝났으니 이제 죽어.”
윌리엄이 다시 손을 들어 올리던 찰나.
“너나 죽어 개X끼야!!!”
배불뚝이가 주먹을 휘두르며 기습에 나섰다.
“…저런 주먹에 내가 맞고 쓰러졌던 건가?”
너무 느려서 하품이 절로 나올 정도의 속도.
윌리엄은 조소를 흘리며 손을 뻗었다.
터―억.
“어?”
그리고 배불뚝이가 휘두른 주먹을 붙잡는 동시에 손에 힘을 가하자.
우지끈―
“으, 으아아아아악!!”
배불뚝이의 손이 가볍게 으스러졌다.
“힘이 있다는 건 이런 느낌이었구나….”
힘이 없을 때 그토록 무서웠던 녀석이 지금은 덧없이 하찮게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제, 제발 살려줘. 내가 잘못했다!”
배불뚝이는 눈물 콧물을 짜내며,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싫은데?”
콰―직.
윌리엄은 가차 없이 배불뚝이의 머리를 터뜨려 버렸다.
“너도 죽어라.”
“자, 잠깐!”
바닥에 쓰러져 있던 꼽추가 다급히 손을 들어 올렸으나.
콰―직!
윌리엄의 발길질에 머리가 터져버리며, 절명해버렸다.
윌리엄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체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오빠, 뭐해?”
비앙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뒤쪽을 확인하니, 비앙카와 다른 동생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냥,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어. 경매장은 어떻게 됐어?”
윌리엄의 물음에 세바스가 대답했다.
“살아 있는 사람은 없어.”
“잘했어.”
“…헤헤.”
머리를 쓰다듬자. 세바스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이곳 정리는 끝났으니 다음 장소로 이동할까?”
“다음 장소?”
윌리엄의 말에 위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응, 아직 처단할 쓰레기들이 남아 있거든.”
처단할 쓰레기가 남아 있다는 말에 아이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처단, 좋지.”””
* * *
정민우는 눈 앞에 펼쳐진 학살의 현장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생각 그 이상인데?’
어수룩한 모습을 보일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들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재능이 뛰어나니, 적응도 금방 해낸 건가?’
정민우는 내심 인간들을 과소평가했던 사실을 반성했다.
‘이러면, 마기 수급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마인이 된 지 1시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마기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나중에는 어마어마한 마기가 꾸준히 들어올 것이었다.
‘나중에 지원을 빵빵하게 해줘야겠네.’
양성소를 수료하게 되면, 사육장에 있는 고블린들을 윌리엄이 있는 곳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물론, 정가를 받고 파는 거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만큼, 이 행성에 있는 애완 몬스터들 보다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었다.
‘슬슬, 얘들보고 나가자고 얘기해볼까?’
마인들은 아까 전 경매장에 나갔기에 슬슬 따라갈 필요가 있었다.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대 이상이네요.”
“장난 아니잖아…?”
“…만족스러워.”
“이게 내 종의 힘이라니! 믿기지 않아!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 또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학살의 현장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드나 봐?”
정민우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이며 긍정했다.
“호, 혹시 나중에 마인을 만들게 되면, 또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핑크녀가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부탁을 건네왔다.
“대가가 확실하다면 말이야.”
“대가라… 알겠습니다.”
핑크녀는 정민우가 했던 말을 조용히 되뇌더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하는지 봐볼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에 ‘심안’을 사용하기로 했다.
핑크녀를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두 번째 시험을 기다릴 것 없이 밑으로 들어가도 나쁘지 않겠어….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핑크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어차피 수석으로 수료하지 못하면 9품부터 시작할 테니, 1번 밑으로 들어가 힘을 키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
품계(品階) 악마들의 등급을 나누는 제도.
‘내 밑으로 들어와 힘을 키운 다라… 나쁘지 않은 판단이네.’
9품부터 7품까지는 이름이 없는 하품 악마이기 때문에 그 위까지 올라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내 도움이 있으면 올리는 건 어렵지 않지.’
수석으로 수료하게 되면 정민우는 중품인 6품부터 시작하게 됐다.
‘따로 모시는 악마가 있으면, 격에 따라 가산점이 주어지지.’
즉, 자신이 마음먹고 밀어주기만 한다면 금방 승급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빨리 밝혀둘수록 좋을 테니, 기숙사로 돌아가면 고민하는 시간 좀 가져야겠어. 】
정민우는 조만간 핑크녀가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며 시선을 거뒀다.
“그럼, 밖으로 나가 볼까?”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데리고 경매장 밖으로 나갔다.
* * *
마인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화려하게 저질렀군.’
성당이 불꽃에 휩싸인 채, 불타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민우는 윌리엄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지?”
윌리엄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저희와 같은 아이들을 구원할 거에요 그리고….”
“그리고?”
말끝을 흐린 윌리엄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희 같은 애들을 위한 나라를 새롭게 세울 거에요.”
그의 말에 정민우는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가, 감사합니다!”
칭찬이 어색했는지 윌리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나는 슬슬 돌아가도록 하마.”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말했다.
“가, 가시는 건가요?”
“그래야지, 나름 바쁜 몸이라서 말이지.”
“…또 뵐 수 있을까요?”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자주는 아니어도 너와 아이들을 보러 찾아오도록 하마.”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작별하도록 하지.”
정민우는 등을 돌리며, 목걸이에 마기를 흘러 넣자.
후―웅.
푸른 포탈이 생겨났다.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이 포탈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윌리엄과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한층 더 성장했으면 좋겠군.”
“당연…!”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이 대답하려는 순간.
후―웅.
포탈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쩝, 대답을 끝까지 못 했네.”
윌리엄은 포탈이 사라진 곳을 아련하게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
이후 윌리엄과 동생들은 각오를 다졌다.
다음에 찾아올 때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맞이하겠다고 말이다.
31화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1)
정민우는 양성소를 귀환하자마자, 곧장 기숙사로 돌아왔다.
‘후, 여기가 그리워질 줄이야.’
수료하지 못하면 폐기처분당하는 살벌한 곳이었지만, 가장 길게 생활했던 곳이기에 편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빨리 끝난 덕분에 3주라는 시간이 남았네.’
시간도 여유롭게 남았으니, 마음 같아서는 휴식을 취해보고 싶었으나.
‘쉴 시간에 다음 시험을 대비하는 것이 좋겠지.’
이곳에서 쉬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기에 시험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금부터 대비해야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
정민우는 다음 시험이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인 것을 떠올리며, 팔찌를 가볍게 두드리자.
후――웅.
허공에 검은 공간이 생겨났다.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러 가볼까?’
정민우는 고블린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 사육장으로 향했다.
관리실에서 확인해보니, 고블린은 체력단련실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다들 잘 지냈나?”
체력단련실 안으로 들어가니.
“끼엑!”
척, 척!
고블린들이 절도 있게 정민우에게 경례 자세를 취했다.
‘이제는 건더기가 없네.’
군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완벽한 경례.
“계속 훈련에 임하도록.”
정민우는 경례를 받아주며, 고블린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몸이 상당히 바뀌었어.’
처음 개인 사육장에 왔을 때만 해도 앙상한 팔에 배가 불룩 튀어나왔었는데, 지금은 팔에 근육이 잡히고 뱃살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기 총량도 꽤 늘었네.’
마안으로 확인해보니, 처음과 달리 5배가량 마기가 늘어나 있었다.
‘이 정도면 딱히 건드리지 않아도 무난하게 순위권에 차지할 수 있겠어.’
본래라면, 1등도 어렵지 않았겠지만.
‘로크가 있으니, 아무래도 힘들겠지.’
로크는 홉고블린으로 진화한 몬스터를 데리고 있으니, 조금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악마 중에 로크처럼 진화시킨 녀석들도 있을 테니, 2등도 힘들 수 있겠지.’
아무리 자신의 고블린이 체계 잡힌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진화를 마친 홉고블린 상대로 이기기는 힘들었다.
‘물론, 여러 명이 덤비면 이쪽이 이기겠지만 말이야.’
‘악마는 정장을 입는다’ 때와 달리 순위가 불분명했지만, 정민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지.’
자신의 한계를 재단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기 때문이었다.
‘한 번 실력 직접 봐볼까?’
정민우는 ‘마기 친화’ 재능을 지닌, A―1번 고블린을 불렀다.
“전력을 다해 눈앞에 있는 샌드백을 쳐봐라.”
“끼엑!”
고블린은 힘차게 대답하며, 샌드백 앞으로 다가갔다.
‘호오.’
그리고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마기가 고블린 손에 맺혔다.
“끼에엣!”
이어서 고블린은 있는 힘껏 샌드백에 주먹을 내질렀다.
‘자세도 좋아졌네.’
전과 달리 주먹을 내지르는 자세가 절제되어 있었다.
고블린의 주먹이 샌드백과 맞닿는 순간.
퍼―――엉.
샌드백이 고블린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 버렸다.
“…….”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정민우는 놀란 나머지 입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정민우는 생각을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능성 있겠는데?’
그도 그럴 게 생각 이상으로 고블린이 마기 운용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1등이 욕심날 수밖에 없지.’
정민우는 탐욕이 깃든 눈으로 고블린을 바라보자.
흠칫―
왠지 모를 불길함을 예감한 고블린들이 몸을 떨어 보였다.
이후, 고블린들은 3주 동안 정민우에게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 * *
3주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양성소에 등교하는 날이 찾아왔다.
뚜벅, 뚜벅, 뚜벅.
정민우는 교실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음?’
복도에 설치된 스크린에 악마들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계된 것을 확인하고 있는 건가?’
처음에 나오는 가산점은 의미 없기에 그대로 교실로 향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지나가는 김에 확인해볼까?’
궁금증이 조금 동했기에 확인해보고 교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과연, 1등이 몇 명이나 마인으로 만들었을까?’
인파를 뚫고 스크린을 확인하자.
1등 - 716번 (10, 000)
‘…미친.’
말도 안 되는 가산점이 적힌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마인을 1, 000명이나 만들었다고? 미친 거 아니야?’
생각 없는 행동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이동하려는 순간.
“이게 누구야? ‘악마는 정장을 입는다’ 시험을 1등 했던 1번 아니야?”
뒤에서 건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자신에게 시비를 걸 정신 나간 녀석들은 이제 없었기에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석 졸업은 내가 할 것 같은데 어쩌나?”
그러자 한 악마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껄렁거리고 있었다.
‘716번인가?’
행동으로 추측했을 때 그가 1, 000명의 마인을 둔 716번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가 있었다.
“1등을 뺏겨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716번의 말에 정민우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래를 모르고 깝죽거리는 꼴이 우습네.’
정민우는 이내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악마에게 말했다.
“꺼져.”
눈앞에서 꺼지라고 말이다.
“뭐, 뭐?”
이런 반응을 보일지 몰랐는지, 당황한 반응을 보였으나.
“열등한 너한테 시간을 낭비하기 아까우니, 꺼지라고.”
이어지는 말에 악마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익! 나중에도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나 보자고!”
이곳을 도망치듯 벗어난 악마를 보며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런 녀석이 같은 동기라니, 수치스럽네.’
이후 정민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신경을 꺼버리며 교실로 향했다.
* * *
“다들 얼굴이 좋은 것을 보니, 괜찮은 마인과 계약했나 보군.”
교관의 말에 악마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가산점은 마인에게 맡기기로 하고. 다음 시험을 공지하겠다.”
다음 시험이라는 말에 화기애애했던 교실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는 한 달 뒤에 진행된다. 그리고 그동안 수업은 진행되지 않고 자율학습이니, 참고하고 있도록.”
자율학습이라는 말에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러면, 고블린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할 수 있겠어.’
교관은 악마들을 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시험 방식은 비공개고. 알아서 준비하도록 해라.”
비공개라는 말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비공개라… 궁금한 건 못 참지.’
정민우는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관을 향해 ‘심안’ 사용했다.
【비공개라고 했지만, 어차피 ‘신체 검사’, ‘지능 검사’, ‘전투력 검사’ 밖에 없지만 말이야. 】
총 세 가지를 시험 본다는 사실을 안 정민우는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두 자신이 있는 시험들!’
여태까지 훈련해왔던 방식과 시험이 흡사했기에 자신이 있었다.
【‘지능 검사’는 미로 탈출이니, 대부분 성적이 안 좋을 것이고. ‘신체검사’와 ‘전투력 검사’에서 갈리게 되겠지. 】
‘미로 방식이라… 참고해야겠네.’
교관의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따로 미로를 탈출할 방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얻을 정보는 다 얻은 건가?’
그렇게 ‘심안’을 멈추려는 순간.
【‘전투력 검사’는 교관들을 상대로 버티는 것이니 5초 이상 견뎌내는 녀석이 순위권을 차지하게 되겠지. 】
결정적인 정보가 교관 머리 위로 떠올랐다.
‘교관 상대로 싸움이라… 생각보다 준비가 더 바빠지겠는데?’
정민우는 아주 바쁜 한 달이 될 것을 직감했다.
* * *
자율학습으로 바뀌며,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조례가 끝나자마자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들 시험 치러지는 방식이 비공개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텐데 맞나요?”
핑크녀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훈련을 해야지 효율적일지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그녀는 정민우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먼저, 1번 님께서 어떤 훈련을 해야 좋을지 생각하시나요?”
어떤 시험을 치러질지 알고 있는 정민우였지만, 곧이곧대로 말할 생각은 없었기에 적당히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전투 훈련을 하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전투 훈련이요?”
“응, 고블린으로 시험 볼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니까.”
“일리 있는 말씀이시네요.”
핑크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른 분들도 어떤 훈련이 좋을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하나둘 자기 생각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멋짐이라고 생각해. 개굴개굴.”
“딱 봐도 싸우는 쪽으로 될 것 같은데?”
“…싸움이지 않을까?”
로크를 제외한 마교회 멤버는 정민우와 같은 의견을 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러면, 전투 훈련은 고블린끼리 서로 대련을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핑크녀의 말에 정민우는 턱을 쓸며 고민에 잠겼다.
시험은 교관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고블린들끼리 대련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살짝 알려줘도 되겠지?’
다른 두 개의 시험도 있으니, 이 정도는 알려줘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러지 말고. 우리가 돌아가면서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건 어때?”
“…저희가요?”
“응, 그게 전투 경험을 쌓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듣고 보니 그렇네요. 다른 분들은 생각이 어떻죠?”
정민우의 제안에 마교회 멤버들은 전부 찬성의 뜻을 밝혔다.
‘마인을 만든 이후로 너무 내 말에 고분고분해진 것 같은데….’
호의가 담긴 시선을 보내오니, 되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자신에게 호의를 지니고 있으면, 나쁠 건 없었기에 정민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회의도 끝난 것 같으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볼게.”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에 나가려는 순간.
“1번님 잠시만요.”
핑크녀가 자신을 불러세웠다.
“음? 또 할 말이 있어?”
정민우의 물음에 핑크녀는 평소 그녀답지 않게 말하는 것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말하려는 건가?’
제법, 눈치가 있는 편이기에 핑크녀의 생각을 읽지 않아도 의중을 파악해낼 수가 있었다.
“…당신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정민우의 예상대로 핑크녀는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뭐?”
“개굴개굴!?”
“…!?”
회의실에 있던 마교회 멤버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핑크녀를 바라봤다.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건, 내 보좌관이 되겠다는 뜻이야?”
“맞아요.”
핑크녀의 대답에 정민우는 이어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굳이 얘들 앞에서 얘기한 이유라도 있어?”
“제 의지를 표명하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확신에 찬 그녀의 의지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라면 나도 환영이지.”
“저, 정말요?”
정민우의 말에 핑크녀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계약서 작성부터 하자고.”
“좋아요!”
핑크녀는 이 상항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품에서 양피지를 꺼내 보였다.
그렇게 계약을 진행하려는 순간.
“계약 멈춰!”
늑대인간이 손을 뻗으며 계약을 말려왔다.
“나도 밑으로 들어갈게!”
그리고 늑대인간이 자신을 가리키며 껴달라고 제안해왔다.
“…너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기에 정민우는 당혹감을 드러내며 이유에 관해서 물었다.
“너랑 있으면 편하니까!”
단순 명료한 이유.
‘뭐, 나야 나쁠 건 없지.’
수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기에 말릴 이유가 없었다.
“그래, 좋…….”
알겠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나도 들어갈래.”
“민우, 나도 들어가도 돼? 개굴개굴.”
얼음공주와 로크도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너희는 왜?”
이유를 물으니.
“…확실하게 수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친구잖아? 개굴개굴.”
각자의 이유를 밝혀왔다.
“푸하하하!”
그들의 모습에 정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든든하네.’
이들이 있다면, 수석 수료를 더불어 수료 뒤에도 기반을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속으로 뿌듯한 미소를 짓던 그때.
‘…설마, 이걸 핑크녀가 의도한 건가?’
문뜩, 이 상황을 핑크녀가 계획한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정민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핑크녀를 바라보자.
찡긋.
핑크녀가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대며, 윙크를 날려왔다.
‘…미워할 수가 없네.’
정민우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바로 계약을 진행해 볼까?”
32화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2)
정민우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조항을 들을 넣으며 계약서를 작성했다.
“후, 다들 내용을 확인해봐.”
그리고 의견을 서로 조율한 결과. 양쪽 다 만족스러운 계약서를 만들어낼 수가 있었다.
― ‘갑’은 ‘1번’을 칭하며, ‘을’은 ‘2번’, ‘777번’, ‘888번’, ‘999번’을 칭한다.
― ‘을’은 ‘갑’의 어떠한 정보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
― ‘을’은 ‘갑’에게 수석의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 ‘갑’이 수석으로 수료했을 시, ‘을’들을 성심성의껏 품계를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
― 위 사항들을 하나라도 어겼을 시, ‘을’은 사망하게 된다.
“다들 양피지에 피를 흘려줘.”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깨물었다.
톡톡―
그리도 동시에 양피지에 피를 흘리자.
화아아아아―
【계약 완료】
허공에 떠 있던 마법진이 다시 양피지 속으로 스며들더니, 계약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떠올랐다.
“이제, 정말 1번님의 수하가 되었네요.”
핑크녀가 웃으면서 말하자.
“그럼, 앞으로 높임말을 써야 하나?”
늑대인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도 상관없어! 개굴개굴.”
얼음공주와 로크가 높임말을 써도 상관없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아니, 지금처럼 대해도 돼.”
평소 높임말을 쓰던 핑크녀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에게 높임말은 듣고 싶지 않았기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했다.
“후, 다행이다. 그런 건 딱 질색인지라.”
그러자 늑대인간이 해맑게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약하기 이전에 친구 사이잖아?”
친구라는 말에 로크를 제외한 다른 악마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얘네들도 친구라는 뜻을 모르고 있나?’
정민우는 그들에게 친구라는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라는 뜻이야.”
“““…동료.”””
설명을 들은 마교회 멤버들은 심장이 몽클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친구, 좋은 울림이네요.”
“푸하핫, 그래 친구 사이지.”
“…친구 좋아.”
“훗, 나는 예전부터 민우랑 친구였다고! 개굴개굴.”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얘기를 나누던 그때.
“아참, 1번님?”
핑크녀가 말할 것이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을 걸어왔다.
“왜?”
“이제, 저희 모두 1번님을 보필하게 됐으니, 마교회 멤버는 더 이상 받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괜찮으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더 이상 받을 필요가 없어졌으니 안 받는 게 맞겠지.”
괜히, 여기서 마교회 멤버를 받았다가 경쟁자만 늘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었기에 받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사적인 질문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적인 질문?”
“네.”
핑크녀가 사적인 질문을 한다는 것에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말했다.
“질문이 뭔데?”
“1번님과 2번님은 서로 번호가 아닌 호칭 같은 것을 부르던데 이유가 있나요?”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냥, 친구 사이인데, 번호만 부르기 삭막한 것 같아서 호칭을 지은 거야.”
정민우의 대답에 핑크녀와 마교회 멤버들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러면, 저도 지어줄 수 있나요?”
“어?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지어줘!”
“…호칭 좋아.”
그들의 부탁에 정민우는 턱을 쓸며 고민에 잠겼다.
‘호칭이라….’
매일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그랬으니, 이참에 호칭을 지어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 뭐라고 짓는 게 좋을까.’
정민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핑크녀를 바라봤다.
‘이미지만 봤을 때,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생각난단 말이지….’
또한, 알아본 바로는 그리스 로마에 나오는 신들은 실존하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아프로디테라고 부르기에는 호칭이 너무 길단 말이지.’
그렇게 고민하던 그때.
‘…그래, 비너스가 좋겠어.’
동일시되는 신의 이름 ‘비너스’가 떠올랐다.
“‘비너스’ 어때?”
정민우의 말에 핑크녀, 아니 비너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음에 드는 호칭이네요.”
“좋아, 다음은….”
비너스의 대답에 정민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늑대인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누비스로 지을까?’
이집트에 나오는 신이니, 다른 이들과 이름이 겹칠 일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늑대인간도 개과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정민우는 생각을 마치며 늑대인간에게 말했다.
“‘아누비스’ 어때?”
그러자 늑대인간 아니, 아누비스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오, 느낌 있는 호칭인데?”
“만족하니, 다행이네.”
정민우는 아누비스에게 시선을 거두며, 마지막인 얼음공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잔뜩 기대에 찬 얼굴이네.’
사실, 얼음공주를 보며 한 가지 이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겨울킹덤에 나오는 엘사.
‘하지만, 이대로 짓기는 조금 그러니 변형해서 지어줘야겠지.’
정민우는 고민 끝에 뒷글자를 바꿔 ‘엘린’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주기로 했다.
“‘엘린’ 어때?”
“…좋아.”
정민우의 물음에 엘린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저희 모두 호칭이 정해졌네요.”
비너스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도 이제 ‘민우’라고 불러.”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민우 님.”
“음….”
갑작스럽게 비너스한테 이름을 불려서 그런지, 심장이 조금 간질거렸다.
저런, 사기적인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반칙이지 않은가?
“크흠.”
정민우는 헛기침하며,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이제 호칭도 정했으니, 시험에 관해서 설명해줄게.”
“시험이요?”
“응, 이번 시험은 총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거든.”
계약하기 전까지만 해도 얘기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제 자신의 수하가 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신체검사’, ‘지능 검사’, ‘전투력 검사’ 이렇게 차례대로 시험이 진행되고 ‘지능 검사’는 미로 탈출이고 ‘전투력 검사’는 고블린들이 교관과 대련을 진행하게 돼.”
상세한 설명에 비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민우 님은 이걸 어떻게 아시는 거죠?”
“‘마안’덕분이지.”
수하가 되긴 했지만, ‘심안’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 괜히 껄끄러워질 수 있기에 정민우는 에둘러 대답했다.
“역시, 대마왕님이 지닌 고유 특성답게 활용성이 대단하네요.”
그러자 비너스가 감탄을 터뜨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면, 바로 시험 준비를 시작해볼까?”
이후 정민우와 일행들은 본격적인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시험 날이 찾아왔다.
뚜벅, 뚜벅, 뚜벅.
여느 때처럼 교실로 향하기 위해 복도를 걷던 그때.
“안돼에에에에!”
스크린 앞에 선 악마가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절규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716번?’
누군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껄렁거리던 악마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등수라도 떨어졌나?’
호기심이 동했기에 정민우는 스크린 쪽으로 이동해 그의 등수를 확인했다.
920등 - 716번 (0)
‘이럴 줄 알았지.’
등수를 본 정민우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비에 걸리고 넘어가 줄 정도로 마음이 넓지는 않았기에 정민우는 그를 향해 조롱을 날렸다.
“무리하게 마인 수를 늘릴 때부터 알아봤다.”
움찔―
정민우의 말에 716번은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렸다.
“…1번?”
716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정민우는 발걸음을 돌렸다.
“폐기처분이나 잘되라고.”
물론, 마지막 조롱까지 날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 * *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시험을 치르기에 앞서 시험 방식을 설명해주도록 하겠다.”
교관은 악마들을 보며 시험 방식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시험은 3일로 치러지고. 첫날은 ‘신체검사’를 심사하게 될 거다. 질문은 받지 않으며, 전부 강당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 매번 질문을 던지던 악마가 충격받은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떨궜다.
“…오, 역시 민우 말대로 ‘신체검사’가 진행되네. 개굴개굴.”
설명을 듣던 로크가 눈을 빛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당연하지.”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바로 강당으로 이동할까?”
“좋지. 개굴개굴.”
그렇게 로크와 함께 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별다를 게 없네.’
입학식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펼쳐졌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단상 앞에 긴 책상이 놓였다는 거지.’
심사위원 자리처럼 자리가 꾸며져 있다는 것이었다.
‘저기에 교관들이 앉아서 평가를 하나 보네.’
정민우는 로크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자.
“민우 님, 로크 님 안녕하세요.”
“안녕.”
“…안녕.”
비너스, 아누비스, 엘린이 잇따라 옆 자리에 앉았다.
“왔어?”
정민우는 그들과 잠시 잡담을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지.”
거구의 악마가 단상 위로 올라오며, 시험 시작을 알려왔다.
“방식은 간단하다. 스크린에 번호가 뜨면 고블린들을 데리고 단상에 올라오면 된다.”
생각보다 시험이 쉽다고 생각했는지, 악마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여기서 엄청 갈리게 될 것을 모르고 좋아하네.’
정민우는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스크린을 바라봤다.
[추첨을 시작합니다]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더니.
삐―융.
천장에 설치되어 있던 거대한 스크린에 불빛이 들어왔다.
[첫 번째 순서는 1번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첫 번째 순서로 걸리고 말았다.
‘첫 번째 순서는 안 좋은데….’ 정민우는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된 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뒷 순서는 기억이 나지 않게 만들어야겠어.’
이날을 위해 고블린들을 열심히 굴렸기에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있었다.
“다녀올게.”
다녀오겠다고 마교회 멤버들에게 말하자.
“응원할게요. 민우 님.”
“화이팅.”
“…좋은 성적 내길 바라.”
“다녀와! 개굴개굴!”
저번과 달리 마교회 멤버들이 긍정적인 응원을 건네왔다.
‘가볼까?’
마교회 멤버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가니.
“마안을 지닌 생도군요.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몬스터 관리’ 과목을 맡은 악마가 눈을 빛내며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면,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군요.”
정민우가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두드리자.
후――웅.
허공에 검은 공간이 생겨났다.
“나오도록.”
정민우의 말에 검은 공간이 일렁이더니.
척, 척, 척, 척, 척.
군기가 바짝 든 고블린들이 발걸음을 맞추며, 검은 공간에서 걸어 나왔다.
“호오, 이렇게 절도 있을 줄이야.”
“흠, 애완 몬스터치곤 제법이야.”
“어머, 고블린 맞아?”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 있던 교관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고블린들을 바라봤다.
‘반응이 나쁘지 않네. 이대로 이어가 볼까?’
정민우는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블린들에게 말했다.
“오열 종대로 서도록.”
“““끼엑!!”””
그러자 고블린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재빠르게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갔다.
“눈앞에 계신 분들은 너희를 평가하실 교관님들이다. 고귀하신 분들이 미천한 너희를 평가하는 것에 감사하게 여기도록.”
“““끼엑!”””
“좋다. 그러면, 교관님께 경례!!!”
정민우의 외침에 고블린들이 경례 자세를 취해 보이며 소리쳤다.
“““끼!!! 엑!!!”””
그 모습에 교관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정민우를 바라봤다.
“애완 몬스터가 이렇게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고?”
“허어… 1, 000년 교관 생활하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군.”
“역시, ‘마안’을 지닌 악마는 달라도 확실히 다르네요.”
정민우는 고블린들을 보며, ‘바로’라고 소리치자.
척, 척!
일심동체라도 된 것처럼, 일순간에 팔을 내렸다.
“다들, 상의 탈의하도록!”
“““끼엑!”””
고블린들이 옷을 벗자.
“…몸이, 저렇게 좋다고?”
교관들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거, 복근이지?”
그도 그럴 게 고블린들의 몸에 근육이 선명하게 잡혀 있었다.
‘그럼, 마지막 피니쉬를 장식해볼까?’
정민우는 손뼉을 가볍게 두드리자.
“““끼엑!”””
고블린들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근육들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세를 취한 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이, 이건 몬스터 계의 혁명이야!!! 더 이상 볼 것도 없습니다. ‘신체검사’ 만점입니다!!!”
‘몬스터 관리’ 과목을 맡고 있던 교관이 격양된 얼굴로 만점이라고 소리쳐 왔다.
33화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3)
‘음… 이렇게나 쉽게?’
정민우는 교관의 말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소개가 끝나면, 검사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 나야 안 하면 편하고 좋지.’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팔찌를 두드리려는 순간.
“잠깐! 다른 검사할 것도 많은데 너무 섣부른 판단 아닙니까?”
다른 교관이 ‘몬스터 관리’ 과목을 맡은 교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아니요. 다른 검사를 해도 만점은 똑같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도 같은 교관으로 서로 점수 공유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이 시험의 최종 승인은 저니까. 상관없지 않나요?”
‘몬스터 관리’ 교관의 말에 다른 교관들은 인상만 찌푸린 채 더 이상 반박을 하지 않았다.
“1번은 이제 내려가 주세요. 다른 두 시험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호호, 말도 이쁘게 잘하는군요.”
정민우는 교관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고블린들을 데리고 단상 밑으로 내려갔다.
“수고했다.”
“““끼엑!”””
수고했다는 말에 고블린들 표정에 뿌듯함이 깃들었다.
“앞으로 두 시험만 이렇게 잘 해낸다면 특식을 제공하도록 하지.”
“““끼엑!!!”””
특식이라는 말에 고블린들은 맡겨만 달라는 듯 가슴을 쳐 보였다.
‘특식이라고 했지만, 급식실에 남은 음식들을 가져가면 되겠지.’
정민우는 특식을 어떻게 충당할지 생각하며, 고블린들을 개인 사육장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니.
“민우 님, 완벽한 ‘신체검사’였어요.”
“꽤 멋있던데?”
“…부러워.”
“크으, 역시 민우야!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을 해왔다.
“이 정도는 기본이지.”
정민우는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다른 녀석들은 시험을 어떻게 보는지 지켜봐 볼까?’
이후 정민우는 자리에 앉아 다른 악마들의 시험을 지켜봤다.
몇몇 눈에 띄는 고블린이 단상 위에 올라오긴 했지만.
“형편없네요.”
“더러워서 못 보겠군.”
“관리하지 않고 뭘 한 거지?”
정민우로 인해 기준치가 올라가 버린 교관들은 악마들을 향해 독설을 내뱉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 얘들은 나름대로 반응이 좋았다는 거지.’
한 달 동안 고블린들을 굴린 성과가 있었는지, 마교회 멤버들은 교관으로부터 독설은 듣지 않았다.
‘이 정도면, 얘들도 순위권에 무난하게 들 수 있겠어.’
그리고 첫 번째 시험이 끝난 뒤 성적을 확인해보니, 자신의 예상대로 마교회 멤버들이 순위권에 안착할 것을 볼 수가 있었다.
1등 - 1번 (100)
2등 - 999번 (95)
3등 - 2번 (94.8)
4등 - 777번 (92.4)
5등 - 888번 (92.3)
‘로크가 3등인 건 의외네.’
로크가 2등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등을 했지만, 이 정도는 오차 범위 내였기에 아무 문제 없었다.
여기서 홉고블린을 지닌 로크가 3등을 한 것에 의아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신체검사는 진화한 것을 보는 게 아닌 건강 상태를 보는 것이니, 3등을 하게 된 것이겠지.’
진화 요소는 아쉽게도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저희 모두, 순위권 안에 안전하게 안착했네요.”
비너스의 말에 아누비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크으, 역시 민우 밑으로 들어가길 잘했다니까?”
그 모습에 로크와 엘린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좋아, 그러면 내일 시험을 준비하러 가볼까?”
성적을 확인한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는 내일 있을 시험을 준비하기로 하며 자리를 떠났다.
* * *
그날 밤.
50명 정도 돼 보이는 악마들이 훈련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야, 1번 요새 너무 까부는 것 같지 않냐?”
그중에서는 정민우에게 까불다가 짓밟힌 716번도 자리하고 있었다.
716번의 말에 한 악마가 동의하며 말했다.
“그것도 그런데, 이번 시험 망치면 우리 진짜 끝인 거 알지?”
악마의 말에 716번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는데, 우리끼리 힘을 합쳐서 1번하고 다른 순위권 녀석들을 방해하는 거 어때?”
방해하자는 말에 다른 악마들이 껄끄러운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야, 그랬다가 1번한테 찍히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무력도 상당한 것 같은데.”
“야, 걱정할 게 뭐 있어? 어차피 대련 외에는 폭력 금지잖아?”
“그렇긴 한데….”
“아니, 그러면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 폐기처분당할 거야?”
“그건 아니지.”
716번은 다른 악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1번하고 다른 순위권 애들만 떨구면, 우리한테 가능성이 찾아오는 거야. 그 녀석들 말고 성적 높은 애가 또 누구 있냐?”
이어지는 설득에 하나둘 동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방해하려고?”
악마의 물음에 716번이 자신감에 찬 미소로 대답했다.
“내일 ‘지능 시험’이 미로 탈출이라는 건 설명 들었지?”
“그랬지?”
“거기서 한 번에 덮치는 거야.”
“덮치자고?”
“그래, 한 번에 몰아쳐 그 녀석들의 고블린을 전부 죽이는 거야. 그리고 순위권은 우리가 차지하는 거지.”
716번의 과격한 방법에 한 악마가 걱정을 드러냈다.
“규칙 위반으로 처벌받는 거 아니야?”
“야, 내가 그렇게 허술해 보이냐? 규칙 사항 10번 넘게 읽어봤는데 문제없어.”
걱정했던 문제까지 사라지자. 악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그들의 반응에 716번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한 인영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555번, 너도 참여할 거지?”
올빼미.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의 노예가 된 555번 악마.
716번의 말에 올빼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저에게 이런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믿음직스럽네.”
그들은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공격 가하기로 약속하며, 훈련실에서 헤어졌다.
“기습을 가해서 고블린들을 죽여버린다라… 나쁜 계획은 아니죠.”
훈련실에서 나온 올빼미는 복도를 걸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들이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면 말이죠.”
회의실 앞에 도착한 올빼미는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말했다.
똑똑―
“접니다.”
그러자 문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올빼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왔어?”
마교회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됐는지 보고해줘.”
“알겠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올빼미는 고개를 숙이며, 전에 있었던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어머, 그런 앙큼한 짓을 준비한다 이거죠?”
비너스가 조소 띤 얼굴로 말하자.
“쯧, 싸우면 한주먹거리도 안 될 것들이 어디서 뒷공작이야?”
“…죽여버려야 해.”
“대련이었으면, 짓뭉개버리는 건데!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한마디씩 말을 거들었다.
“분해할 필요 없어. 어차피, 계획을 안 이상 우리가 역으로 이용하면 그만이니까.”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민우 님, 혹시 ‘마안’으로 미래를 보는 게 가능한 건가요?”
“왜?”
“시험 나오는 것을 알아낸 것도 그렇고 지금도 뒷공작을 펼치려는 것을 알아차리셨잖아요.”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하지만, 긍정했다가 여러 질문이 날라올 것이 뻔했기에 이에 대한 대답은 생각해본 뒤 나중에 답하기로 했다.
“그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알겠습니다.”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작전을 짜야 하는데 비너스 지금 꼭두각시가 몇 명이지?”
“마기가 늘어난 덕분에 30명 가까이 데리고 있어요.”
정민우는 올빼미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거기 있던 악마들의 번호 좀 말해볼래?”
“알겠습니다. 번호가…….”
올빼미가 악마들의 번호를 전부 나열하자.
“555번이 말한 악마 중 제 꼭두각시가 10명 정도 있네요.”
정민우의 의중을 파악한 비너스가 뒷공작에 포함된 인원을 얘기했다.
“10명이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나머지, 인원은 기습을 가하면 되겠네.”
“괜찮은 생각이네요.”
작전을 듣고 있던 아누비스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우리 고블린들은 안 싸워?”
아누비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미로 탈출해야지. 그런 데에 시간 할애했다가 순위를 뺏기면 안 되잖아.”
“하긴, 순위를 뺏기면 곤란하긴 하지.”
둘의 얘기를 듣던 엘린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회의는 끝난 거야?”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가 대답했다.
“그렇긴 한데, 이대로 끝내기에는 조금 아쉽지 않아?”
“…아쉽다니?”
“나는 이걸 기회로 삼아서 판을 크게 벌리고 싶거든.”
“…판을?”
“그러니까 말이야, …… 해서 하는 거야 어때?”
정민우의 새로운 작전을 들은 마교회 멤버들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러면, 부담 없이 순위권에 안착할 수 있겠는데요?”
“오오! 재밌겠다!!”
“…좋아.”
“내 고블린들이 나설 때가 왔구나! 개굴개굴.”
그들의 반응에 정민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있을 시험은 아주 재밌어지겠어.”
이후 그들은 회의를 마치며, 각자 기숙사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 * *
다음 날.
교관을 따라 포탈 안으로 들어가니.
‘장난 아니네.’
거대한 벽이 세워진 곳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곳이 미로라는 거지?’
고블린들의 시험이었기에 내심 작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미로 규모는 상당히 광범위했다.
“다들 고블린을 불러내고. 뒤쪽에 있는 관중석에 앉으면 된다.”
교관이 뒤를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수백 개의 관중석이 있었다.
“그리고 경기 진행은 스크린으로 중계될 테니, 보는데 어려움은 없을 거다. 그럼, 지금부터 고블린을 불러내도록.”
악마들은 교관의 명령에 따라 개인 사육장에서 고블린들을 불러냈다.
‘다들 무장은 했군.’
규칙들을 전부 파악했는지, 뒷공작에 관련되지 않은 악마들 또한 고블린들을 무장시켰다.
‘나도 슬슬 불러볼까?’
정민우도 준비하기 위해 팔찌를 두드리려는 순간.
“아이고, 이게 누구야? 1번 아니야?”
뒤에서 익살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716번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1등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716번의 도발에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맞도발을 넣었다.
“폐기처분당할 새X가 말이 많네.”
“…뭐?”
도발이 확실하게 먹혔는지, 716번의 얼굴이 급격하게 빨개졌다.
“…뭐라고 했냐?”
“폐기처분당할 새X가 말이 많다고 했는데, 왜? 또 말해줘?”
“…….”
이어지는 도발에 716번은 진동모드가 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할 말 없으면 꺼져라.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까.”
“…이렇게 행동한 것에 후회하게 될 거야.”
“냄새나니까 꺼져라.”
결국, 716번은 정민우에게 욕만 먹다가 뒤로 물러났다.
‘나는 악마다, 에서 우승한 악마한테 말싸움을 걸어오니까. 이렇게 되는 거지.’
정민우는 속으로 혀를 차며, 개인 사육장에서 고블린들을 불러냈다.
척, 척, 척.
그리고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악마가 고블린의 무장 상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 벽 때문에 창은 효율적이지 않을 텐데?”
정민우와 같이 다니는 마교회 멤버들의 애완 몬스터들도 확인해보니,
“…창을 들고 있잖아?”
그들의 고블린 또한 창을 들고 있었다.
“…뭐지?”
지켜보고 있던 악마는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지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준비를 마쳤으면, 생도들은 관중석으로 이동하도록.”
교관의 명령에 악마들은 고블린들을 뒤로한 채 관중석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그럼, 시험을 시작하겠다.”
이어서 교관이 시험의 시작을 알리자.
삐―――이!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34화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4)
버저 소리가 울리자마자.
타, 타, 타, 타앗―!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의 고블린들이 입구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지?”
716번은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척, 척!
고블린들이 창을 내리며, 입구를 막아버리는 모습을 보고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창으로 고블린들을 죽이겠다는 건가?”
창은 길이가 있기에 근접전으로 가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숫자 앞에서는 의미가 없지.”
현재, 716번이 설득한 인원은 본인 포함 50명.
고블린의 숫자를 단순 계산했을 때 5, 000마리라는 엄청난 대군이 나왔다.
“밀어붙이는 순간 끝이지.”
716번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입구 쪽에 있는 녀석을 죽여!!!”
명령에 따라 고블린들이 입구 쪽으로 달려들려고 했으나.
“끼엑!”
푸―욱!
중간에 섞여 있던 고블린들이 갑자기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
갑작스러운 상황에 716번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악마들을 보며 소리쳤다.
“뭐, 뭐야? 이건 어제 했던 얘기와 다르잖아!”
716번의 외침에 비너스의 꼭두각시인 악마들이 조소를 띠며 말했다.
“그니까, 줄을 잘 탔어야지.”
“너 같으면 도박에 걸겠냐?”
“그걸 믿었어?”
이어지는 조롱에 716번은 분한 나머지 몸을 떨어 보였다.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배신자가 있었지만, 전부 배신한 것은 아니기에 빠르게 수습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배신자는 나중에 처단하기로 하고. 지금은 적을 죽이는 데에 집중해!”
716번의 말에 악마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블린을 향해 소리쳤다.
“배신자를 죽이고 입구 쪽으로 가!”
“지금은 싸워!”
“정신 차려 이 새X들아!”
그러자 공격에 당하고 있던 고블린들이 무기를 꺼내 들며,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편, 이 싸움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고블린들은 자리를 피해 이동하려고 했지만.
푸―욱!
“끼에에에엑!”
피아식별을 잃은 고블린의 공격으로 인해 연관되어 있지 않은 고블린들이 이성을 잃고 싸움에 합류하게 돼버렸다.
단 몇 분 만에 시험이 개판으로 변해버렸다.
“제, 젠장!”
716번은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러면, 1번한테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거잖아!”
입구 쪽에 있는 고블린을 살펴보니, 창을 든 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젠장, 인원을 선별할 때 신중했어야 했는데.”
716번은 이를 ‘으득’ 갈며, 1번이 앉은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씨익―
정민우가 자신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개X끼가!’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얼굴에 주먹을 갈기고 싶었지만.
‘참자….’
여기서 사고를 일으킬 수 없거니와 정민우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기에 참기로 했다.
“끼, 끼엑!”
싸움에서 패배한 고블린들은 다친 몸을 이끌고 입구 쪽으로 도망쳤으나.
“끼엑!”
푹―!
창에 머리가 꿰뚫리며, 절명해버렸다.
‘이대로 가면 전멸 당할 거야…!’
이 상황을 멈추지 않으면 세 번째 시험을 치르기 전에 고블린들이 전부 죽을 것이 뻔했기에 716번은 앞에 자리한 교관들에게 달려 나갔다.
“무슨 일이지?”
달려오는 모습을 본 교관이 인상을 찌푸리며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 물었다.
“저,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716번의 말에 교관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대답했다.
“왜, 그래야 하지?”
“…네?”
“규칙에 어긋나지 않은 것은 너도 알 텐데 말이야.”
“그, 그렇지만, 시험의 취지와는 안 맞지 않습니까!?”
교관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물론, 1번 생도처럼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린 녀석은 여태까지 없었다. 하나, 그게 시험의 취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왜, 왜죠?”
“이 ‘지능 검사’는 주인인 악마에게도 포함되는 시험이기 때문이지.”
“…….”
“그리고 1번 생도는 그 점을 잘 파고든 것이고 말이야.”
716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기에 억지를 계속해서 부릴 수밖에 없었다.
“하, 하지만…!”
그렇게 다시 한번 억지를 부리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닥쳐라. 얘기 듣는 건 여기까지다.”
교관이 716번의 말을 끊어내며, 깊은 살기를 드러냈다.
“…헙.”
“내 눈이 옹이구멍인 줄 아나? 시험이 시작되고 네가 한 행동은 똑똑히 지켜봤는데 어디서 수작질인가?”
움찔―
“머리싸움에서 졌으면, 구석에서 찌그러져 있어. 이곳은 네 응석을 받아주는 곳이 아니니까.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716번은 황급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부랴부랴 자리로 돌아가던 그때.
“…?”
저기 구석에 올빼미가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새X!’
716번은 교관이 했던 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올빼미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너지?”
“무엇을 말이죠?”
“네가 1번한테 우리 작전을 말했지!?”
올빼미는 716번의 추궁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제가 말했습니다. 그래서요?”
“…….”
이렇게 쉽게 인정할 줄 몰랐던 716번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계약도 안 한 악마의 말을 믿은 당신의 무지함을 탓하십시오. 이제 당신과 말을 섞고 싶지 않으니, 제 앞에서 꺼져주시길 바랍니다.”
올빼미의 축객령에 716번은 아무런 반박도 못 하고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의 말대로 자신의 무지함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안일했어….’
공통된 적이 있었기에 계약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다른 수가 없어….’
716번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여 정민우 앞으로 이동했다.
“이게 누구야? 716번 아니야?”
그 모습에 정민우는 조소 섞인 얼굴로 716번을 환영해줬다.
“…고, 공격을 멈춰줘.”
716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정민우에게 용서를 구걸했다.
“내가 왜?”
그러자 정민우는 냉랭한 얼굴로 이유에 관해서 물었다.
“…내 고블린들이 다 죽으면, 내일 있을 시험을 치르지 못해.”
716번의 말에 정민우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야. 같은 경쟁자일 뿐이지.”
“…….”
“나한테 기습을 가하려고 했던 상대를 용서해주는 병X이 어딨겠어. 안 그래?”
벌떡―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716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716번의 귓가에 서슬 퍼런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게 이빨을 드러낸 걸 후회하게 될 거야.”
정민우는 귓가에 입을 떼며, 716번의 어깨를 가볍게 밀치며 말했다.
“할 말 끝났으면 꺼져.”
“…….”
결국, 716번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 *
이후 고블린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며, 1시간가량 시간이 지났을 때.
‘온전히 죽었군.’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 그리고 꼭두각시들의 고블린만이 미로에 남아 있었다.
‘어디 보자 꼭두각시도 네 명 정도의 악마가 남은 건가?’
전투가 치열했는지, 30명의 꼭두각시 중 4명만이 생존했다.
‘그리고 올빼미의 고블린도 살아남았고.’
악마들의 인원을 계산해보니, 딱 10명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여기서 시험을 어떻게 쳐도 순위권에는 무조건 들게 될 것이었다.
또한, 꼭두각시와 올빼미의 고블린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생각하면, 5등까지는 확정적으로 순위에 들 수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확정이라고 해도 설렁설렁 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정민우에게는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었기에 큰 감흥이 안 들었다.
‘그건 그렇고. 고블린 대부분이 죽은 건 조금 아깝네.’
수석으로 수료하면, 고블린들이 자신에게 전부 이양되기에 조금 아깝기는 했으나, 제대로 된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차피 수료하면 DP도 주니, 그걸로 다른 몬스터를 구매하면 되겠지.’
정민우는 상념을 멈추고 옆에 앉아 있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계획대로 됐네요.”
“아싸, 5등 확정!”
“…좋았어.”
“이러면 내일 있을 시험도 부담 없이 치를 수 있겠어.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결과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들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대로만 가면, 얘들도 문제없이 수료할 수 있겠어.’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인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에서 20등 안에 든다면, 안정적인 수료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려는 그때.
따끔―
뒤에서 따끔한 시선이 느껴졌다.
‘음?’
고개를 뒤로 돌리자.
‘살벌하네.’
악마들이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망스럽겠지.’
고블린이 전부 죽어서 다음 시험을 못 치르게 됐으니, 자신이 엄청 원망스럽게 느껴질 것이었다.
‘자칫하면, 내게 앙심을 품고 세 번째 시험에서 방해를 하려고 할 수도 있겠어.’
세 번째 시험에 합심하고 방해하면 곤란하기는 했으나.
‘내 디버프와 비너스의 꼭두각시가 있으면 문제없지.’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방해를 이겨낼 정도의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심안’으로 시험까지 미리 알아낼 수 있으니,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민우는 악마들에게 시선을 거두며, 다시 미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네.’
고블린들은 들고 있던 창을 버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짧은 단검으로 대체하며, 미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없이 탈출할 수 있겠지.’
정민우는 고블린들에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줬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시선을 스크린 쪽으로 옮기니.
‘잘하고 있네.’
고블린들이 오른손으로 벽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민우가 설명해준 탈출 방법은 간단했다.
우수법(右手法).
바로 벽을 짚고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한쪽 벽을 짚고 가면, 미로를 전부 돌게 되니 결국 통과하게 되는 방법이지.’
물론, 우수법이 통하지 않은 미로가 있지만, 교관의 설명으로 들은 바 이 미로는 그렇게 복잡하지가 않았다.
‘그저, 쓸데없이 넓을 뿐이지.’
그렇게 약 2시간가량 시간이 지나자.
“끼엑!!!”
정민우의 예상대로 고블린들은 어렵지 않게 미로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호오, 고블린을 제대로 교육했군.”
“2시간 동안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다니 대단하네요.”
교관들은 고블린들을 보며, 호평을 날렸다.
“그럼, 바로 결과 발표를 할까요?”
“그러도록 하죠. 어차피, 10명 밖에 없는데.”
본래라면, 어제처럼 성적을 게시판에 붙여야 했지만, 숫자가 적으니 융통성을 발휘해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부터 ‘지능 검사’의 성적을 발표하도록 하겠다.”
교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등수를 차례대로 불러줬다.
1등 - 1번 (100)
2등 - 2번 (99)
3등 - 888번 (98)
4등 - 777번 (97)
5등 - 999번 (96)
이미, 등수를 알고 있었기에 정민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내일은 시험 치를 대상이 10명 밖에 없는 관계로 오후에 진행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등수 발표를 마치자마자. ‘몬스터 관리’ 과목을 맡은 교관이 내일 있을 시험에 관해 공지해왔다.
‘오후? 오전이 아니라?’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인원이 적으면 오전에 빨리 끝내려고 하지 않나?’
정민우는 교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심안’을 사용했다.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시험을 조금 변경시켜도 되겠지.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몬스터 관리’ 과목을 맡은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시험을 변경시킨다고…?’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정민우는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교관의 머리 위를 바라봤다.
【오크 한 마리를 데리고 와 싸움을 붙이고 빨리 죽이는 순서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면 딱 되겠어. 】
그리고 변경된 시험을 확인한 정민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를 죽이는 거면 교관 때보다 더 쉽게 임할 수가 있지.’
교관과 달리 몬스터의 약점은 명확하므로 공략만 잘하면 어려울 게 없었다.
‘오히려 좋아.’
정민우는 마지막 시험이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35화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5)
정민우는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고 마교회 멤버들을 데리고 회의실로 이동했다.
“회의실은 왜 부른 거야? 어차피, 내일 시험은 교관이랑 싸우는 거라 딱히 얘기할 것도 없지 않아?”
아누비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시험이 바뀌었어.”
“엥? 시험이 바뀌었다고!?”
“바뀔 만도 하잖아, 고블린들이 그렇게나 죽었는데.”
“듣고 보니 또 그렇네.”
정민우의 설명에 아누비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얘기를 듣고 있던 비너스가 정민우를 보며 물었다.
“시험은 ‘오크’와 싸우는 것으로 변경됐어.”
“오크라….”
정민우의 대답에 비너스는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말했다.
“오크는 분명, 전투에 호전적인 몬스터였죠?”
“맞아, 전투광으로 불리는 녀석들이지.”
“고블린으로 상대하기 조금 벅찬 상대겠네요.”
대화를 듣고 있던 로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져도 상관없는 거 아니야? 어차피 10명밖에 남지 않아서 점수 걱정도 안 해도 되잖아? 개굴개굴.”
로크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이유에 관해 설명해줬다.
“오크를 죽여야지만, 점수가 매겨지거든. 그리고 판이 마련됐는데 5등 안에는 들어야지 않겠어?”
“그렇긴 하겠네. 개굴개굴.”
로크는 손뼉을 치며,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리고 오크를 상대하는 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의외로 상대하기 쉬운 녀석이군.”
“상대하기 쉽다고요?”
“응, 전투에 호전적이지만 공격이 느리고 단순해서 숫자의 이점만 잘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어.”
정민우의 설명을 들은 마교회 멤버는 감을 잡지 못했는지 고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흠… 공략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겠네.’
애먼 악마들에게 순위를 뺏길 수 없는 노릇이기에 정민우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공략법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줬다.
“다들 이해했지?”
약 10분가량 공략법에 관해 설명해주니.
“확실히, 숫자의 이점을 노려 제압할 수 있겠네요!”
“흠, 그거라면 고블린을 잃지 않고 잡을 수 있겠네.”
“…나쁘지 않아.”
“나는 숫자의 이점이 없으니, 민우가 얘기했던 두 번째 공략 방법을 써야겠네.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그렇게 내일 시험에 관한 얘기가 끝나갈 때쯤.
“민우 님, 이것도 ‘마안’으로 알아낸 사실인가요?”
비너스가 고유 특성에 대해 물어왔다.
‘이제, 설명해줘야겠지.’
정민우는 이때를 대비해 얘기할 능력을 생각해 놓고 있었다.
“전에 네가 미래를 볼 수 있냐고 물어봤었지?”
“그랬죠?”
“네 말대로 나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게 맞아.”
“““!?”””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발언에 비너스와 마교회 멤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리고 이어지는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면, 여러 개의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지.”
“…여러 개의 미래요?”
“응, 나는 거기서 확률이 높을 것 같은 미래를 선택해 너희에게 말해주는 거야.”
정민우의 말에 비너스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것만 해도 엄청 대단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단점은 또 있어.”
“다른 단점이요?”
“응, 내가 마음대로 볼 수가 없거든.”
“그 말은…?”
“무작위 방식으로 떠오른단 말이야.”
“““아….”””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아쉽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이 정도 설명해줬으면, 다들 이해했겠지.’
정민우가 이렇게 자세한 설정까지 짜내며, 말을 지어낸 이유는 간단했다.
‘나중에 실수를 저질러도 의심하지 않고 넘어가 주겠지.’
실수했을 때, 의심을 받지 않고 넘어가기 위한 밑밥을 까는 것이었다.
생각과 다른 상황이 펼쳐져도 다른 미래를 봤다고 얼버무리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욕망, 재능, 미래까지… 괜히, 대마왕님이 지닌 고유 특성이 아니네요.”
비너스가 선망이 담긴 눈으로 정민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그렇긴 하지.”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슬슬 회의를 마치려는 순간.
‘…그러고 보니 나도 얘들의 고유 특성을 모르고 있었잖아?’
너무 당연한 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른 일에 매몰되다 보니, 물어볼 생각을 못 했네….’
정민우는 이왕 자신의 고유 특성을 얘기한 김에 얘들의 고유 특성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내 설명은 끝났으니까. 너희들의 고유 특성 좀 설명해줄래?”
고유 특성이 뭐냐고 묻자.
“내가 먼저 대답할게!”
아누비스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나는, 힘이 세지는 거야!”
간단명료한 설명.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어?”
하지만, 자세한 효과를 알아야지 나중에 알맞게 써먹을 수 있기에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했다.
“그래? 어디 보자….”
아누비스는 고유 특성을 불러내, 설명을 그대로 읽어줬다.
【각성(覺醒)】
마기를 사용하는 것에 따라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각성?’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뛰어난 고유 특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힘만 세지는 건 줄 알았는데, 신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일 줄이야. 장난 아니잖아?’
무슨 차이가 있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지.’
신체 능력은 감각, 유연성, 회복력 등등 여러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식하게 힘만 세지는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그다음은 내가 대답할게! 개굴개굴.”
아누비스의 설명이 끝나자. 로크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설명해봐.”
“내 고유 특성은…….”
【괴물화(怪物化)】
마기를 사용해 괴물 형태로 변신한다.
단, 마기의 사용량에 따라 괴물의 외형과 능력이 달라진다.
로크의 고유 특성을 들은 정민우는 턱을 쓸며 고민에 잠겼다.
‘사용량에 따라 외형과 능력이 달라진다라….’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습에 따라 능력이 달라진다면 활용성이 무궁무진해질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이건 나중에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
정민우는 고개를 들어 엘린을 바라보자.
“…내 고유 특성은…….”
엘린이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고유 특성에 관해 얘기했다.
【원소친화(元素親和)】
마기를 사용해 모든 원소를 다룰 수 있다.
‘미친….’
그리고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능력으로 겨우 얼음만 사용했었다고?’
엘린은 이 세 명 중 가장 독보적인 고유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엘린을 너무 과소평가했어.’
정민우는 엘린의 가치를 수정했다.
“이제 제 차례인가요?”
얘기를 듣던 비너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민우 님은 알고 계시겠지만, 제 고유 특성은 ‘매혹’이에요.”
비너스의 말대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매혹(魅惑)】
마기를 사용해 상대를 유혹한다. 종족, 성별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시전자에게 사적인 마음을 품고 있을 때 효과가 배로 늘어난다.
‘확실히 사기적인 능력이야.’
마교회 멤버들의 고유 특성을 들은 정민우는 새삼 그들을 수하로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료해도 다른 악마에게 밀리지는 않겠어.’
그들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내일 시험이 있었기에 얘기는 뒤로하고 회의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 날.
세 번째 시험은 각자의 개인 사육장에서 진행됐다.
“1번, 생도 준비는 됐나요?”
‘몬스터 관리’ 과목을 맡은 교관의 물음에 정민우는 싱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예, 준비됐습니다.”
정민우의 대답에 교관은 초시계를 꺼내며 말했다.
“제가 시작을 알리면, 그때 싸움을 시작하시면 됩니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고블린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들 들었지?”
“““끼엑!!!”””
고블린들은 흉흉한 눈빛을 하며 힘차게 대답했다.
군기가 들어 있는 모습에 정민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혼자 서 있는 오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취익, 취익.”
초록색 피부에 돼지 코. 우스꽝스러운 얼굴과 달리 몸은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한, 우람한 덩치에 도끼까지 들고 있으니, 위압감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게 오크와 고블린들은 서로 바라보며, 흉흉한 분위기를 내뿜던 그때.
“전투를 시작해주세요.”
교관의 외침에 오크가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꾸이이이익!”
오크가 고블린들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자.
부――웅!
고블린들은 바닥에 엎드려, 침착하게 도끼를 피해냈다.
“끼에에엑!!”
그리고 고블린들은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마기를 불어 넣었다.
“꾸익?”
심상찮음을 감지한 오크가 고블린들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끼에에엑!!!”””
고블린들의 공격이 더 빨랐다.
푹, 푹, 푹, 푹, 푹.
단검이 오크의 몸에 박히자.
“꾸이이이이익!”
오크는 콧김을 내뿜으며, 몸에 박힌 단검을 뽑아내려는 순간.
푸―욱!
“꾸에에에엑!!!”
두 개의 단검이 오크의 눈에 박혀버렸다.
땡그랑―
오크는 도끼를 놓치며, 손으로 눈을 감쌌다.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해도 앞을 볼 수 없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법이지.’
정민우가 세운 공략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급소를 노리는 것.
‘마기를 다룬다고 해도 종족 차이를 메꿀 수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먼저, 몸을 노려 방심시킨 뒤 급소를 가한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활로 견제하며 체력을 빼고 싶지만….’
아쉽게도 활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무기이기에 고블린들이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끼에에엑!”
단검을 모두 던진 고블린들은 창을 이용해 오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꾸엑!!”
푹, 푹, 푹, 푹―!
오크는 주먹을 내저으며, 저항을 해봤으나.
“““끼엑!”””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고블린들은 오크의 빈틈을 노려 끈질기게 공격을 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크의 몸에 상처가 늘더니.
“…꾸익.”
10분 정도 흐르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내몰렸다.
기회라고 여긴 고블린들은 끝내기 위해 창을 버리고 검을 들어 올렸다.
“끼엑!”
그리고 100마리의 고블린이 오크에게 달려들며, 몸을 난도질했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푸―욱!
쿵―!
결국, 오크는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며 허무하게 죽었다.
“끼에에에엑!”
고블린은 자신보다 강한 적을 이겼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동료들끼리 소리쳤다.
‘잘 싸우긴 했네.’
정민우는 이 정도 속도면 이번 시험도 어렵지 않게 1등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12분 34초. 훌륭합니다.”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교관은 감탄을 터뜨리며 말했다.
“1번, 생도. 이렇게까지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키다니 훌륭합니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교관님의 수업을 열심히 들은 덕분이죠.”
정민우의 아부에 교관은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그런가요? 1번 생도가 그렇다니 그런 거겠죠.”
교관은 초시계를 집어넣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시험 결과는 종합해서 저녁에 발표될 테니 그때 확인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후 정민우는 교관을 배웅하며, 개인 사육장에서 나와 기숙사로 돌아갔다.
* * *
그날 저녁.
“갈까?”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과 함께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 게시판 쪽으로 향했다.
웅성, 웅성, 웅성.
게시판을 보며, 떠들던 악마들은 정민우와 일행들을 발견하자.
뚝―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다.
뚜벅, 뚜벅, 뚜벅.
그리고 정민우가 앞으로 걸어 나가자.
우르르―
악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길을 비켜주기 시작했다.
‘흠, 이 모습을 보니 학기 초가 생각나네.’
정민우는 로크와 악마를 제압했을 때, 악마들이 길을 비켜줬던 기억을 떠올리며, 실없는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그 미소를 본 악마들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딱히, 오해를 풀어줄 생각은 없었기에 정민우는 시선을 무시하며, 게시판 앞으로 다가갔다.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성적 발표]
1등 ― 1 시험 (100) 2 시험 (100) 3 시험 (100) = 100 그리고 예상대로 맨 상단에 정민우의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좋아, 계획대로 됐어.’ 정민우는 수석 수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마지막 시험만 잘 치르면 된다.’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성적 확인을 마치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36화 소속 상담 (1)
다음 날.
“다들 표정이 좋지 않군.”
교실로 들어온 교관은 악마들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낙담하는 건가? 포기가 빠르면, 살아날 확률도 줄어들 게 될 거다.”
“““…….”””
교관의 일갈에 악마들은 어깨를 움츠리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패잔병이 따로 없군. 새로운 공지를 전해주도록 하겠다.”
원래 같으면 공지라는 말에 악마들은 호기심을 보였겠지만, 이번 시험의 여파가 컸는지 아무도 궁금증을 드러내질 않았다.
“오늘은 수업 대신 ‘소속 상담’을 할 예정이니 알아두도록 해라. 참고로 소속 상담은 72 마왕님 중 어느 소속이 잘 맞는지 상담하는 것이니 어느 소속으로 가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두도록.”
교관의 말에 항상 질문을 건네던 한 악마가 손을 들어 보였다.
“말해봐라.”
“어차피, 10등 안에 못 들면 폐기처분당할 텐데, 상담받을 필요가 있는 건가요?”
악마의 물음에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있지. 곧 있을 ‘경연’에서 마왕님에게 선택받으면 10등 안에 들지 못해도 폐기처분을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지.”
“““!!!”””
폐기처분을 당하지 않는다는 말에 악마들이 눈을 크게 뜨며 교관을 바라봤다.
“소속 상담은 너희 능력을 마왕님에게 어필하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교관의 설명에 교실이 급격하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조용! 아직, 설명 안 끝났다.”
악마들은 입을 다물며, 의욕이 깃든 눈빛으로 교관의 말을 경청했다.
“대신 마왕님의 선택을 받게 되면 9품이 아닌 ‘노예’ 신분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또한, 좋은 성과를 내게 되면 승급시험을 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지.”
‘노예’라는 말에 악마들이 잠시 인상을 찌푸렸으나.
“살 수 있는 게 어디야.”
“평생 노예로 사는 것도 아니고.”
“승급시험도 보게 해준다잖아?”
폐기처분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경연 때마다 선택된 악마는 20명밖에 안 되니까 말이다.”
일부에 불과하지만, 선택해주는 것이 어딘가?
악마들은 두 손을 불끈 쥐며,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웠다.
“만약, 10명의 수료생 중에 마왕님에게 선택된 악마가 있다면, 그 녀석은 9품이 아닌 8품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수석으로 수료하는 생도가 선택받게 되면 6품이 아닌 5품부터 시작하게 되지.”
여태까지 무신경한 태도로 수업을 듣던 정민우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마왕에게 선택받으면 5품부터 시작한다고?’
이미, 사탄과 얘기가 끝났기에 자신은 무조건 선택받게 될 것이었다.
“그러니, 경연을 열심히 준비해야겠지?”
경연이라는 말에 정민우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경연 준비라… 안 해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수석으로 수료할 확률이 높은 데다 사탄과 얘기가 끝났으니, 굳이 마왕들 앞에서 재롱떨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자기소개하고 자리로 돌아가면 되겠지.’
그렇게 경연 준비는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던 순간.
“민우, 어느 소속으로 갈 생각이야? 개굴개굴.”
로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건, 애들이 모이면 그때 설명해줄게.”
나중을 생각하면, 마교회 멤버들을 자신의 소속으로 무조건 데리고 와야 했으나.
‘…사탄이 애들을 선택해줄지는 모르겠네.’
꽤 길게 부하를 두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선택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물론, 수료하면 자신이 원하는 소속으로 신청해 같이 활동할 수는 있겠지만.
‘품계를 올릴 기회를 놓쳐버릴 수는 없지.’
품계 하나 올리는 데 막대한 시간이 걸리기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정민우는 사탄을 만나게 되면 따로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선택을 해주겠다고 하지 않으면… 선택해주는 다른 마왕 소속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나중에 다시 자신이 있는 진영으로 데려와도 괜찮을 것이었다.
얼추 생각이 정리되자.
“소속 상담은 1교시가 시작됐을 때 1번부터 진행되니, 벨소리가 울리면 교무실로 찾아오도록.”
교관은 할 말을 전부 마쳤다는 듯, 교실을 벗어났다.
“로크, 바로 회의실로 가자.”
정민우는 다음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얘기를 빠르게 끝마치기로 하며, 로크를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
* * *
마교회 멤버들이 모이자마자. 정민우는, 사탄과 만나게 됐던 사실을 얘기해줬다.
“대마왕님과 미리 만나셨다니… 민우 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생겼어?”
“…미리, 점 찍어 뒀다는 건가.”
“역시, 민우야! 개굴개굴.”
그러자 마교회 멤버들은 감탄을 터트리며 말했다.
‘…원래 같으면 얘기를 하지 않았겠지만.’
상황도 상황이었거니와 마교회 멤버들은 자신과 계약으로 묶여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새어나갈 문제도 없어 솔직하게 얘기해준 것이었다.
“그러면, 저희는 따로 ‘경연’ 준비를 할 필요가 없는 건가요?”
비너스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지만, 너희를 선택해주실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 준비는 해두는 게 좋아.”
“만약, 대마왕님이 저희를 선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러면, 선택해주는 다른 마왕 진영으로 갔다가 품계를 올린 뒤 다시 내가 있는 진영으로 돌아와야겠지.”
정민우의 설명에 비너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소속 상담을 받을 때 대마왕이라고 얘기하지 말고. 고민 중이라고 답해.”
“그게 좋겠네요.”
상담 때, 소속을 선택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어필하는 것이 좋았다.
‘성적이 좋은 생도들을 보고 군침을 흘리지 않을 마왕은 없겠지.’
얘기를 듣던 엘린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만약, 다른 소속으로 갔다가 못 돌아오면 어떡해?”
엘린의 물음에 정민우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쩔 수 없이 각자 힘을 키우는 시간을 가져야겠지.”
“…각자 힘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넘어오면 돼.”
정민우의 대답에 엘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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