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4
이 하는 악마는 없을 것이었다.
“공부는 오늘 저녁 6시부터 시작할게.”
“나야, 빨리 시작하면 좋지. 어디에 가 있으면 돼?”
“도서관.”
“도서관? 오케이 알았어.”
늑대인간은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을 나섰다.
‘나도 다시 움직일까?’
정민우는 늑대인간이 나간 것을 보고 교관에게 찾아가려고 했으나.
까악, 까악, 까악.
스피커로 곧 수업이 시작한다는 벨소리가 울렸다.
‘…이런, 다음 쉬는 시간에 가야겠네.’
정민우는 계약으로 인해 시간을 너무 잡아먹혔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교실로 향했다.
* * *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
정민우는 본격적으로 교관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음? 무슨 일로 찾아왔지?”
‘마계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관이 의아한 눈빛을 하며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 물어왔다.
“하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여쭤보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시간 괜찮으신가요?”
정민우의 말에 교관은 피식 웃어 보이며 말했다.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네가 모르는 게 있다니 별일이군. 가져오도록 특별히 봐주도록 하지.”
교관의 허락에 정민우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평소에 이미지 관리한 덕을 보는군.’
본래, 생도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았던 교관이지만, 모범생인 정민우에게는 다르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저 이 부분이….”
정민우는 교과서를 들이미는 동시에 교관을 향해 심안을 사용했다.
【이 부분은 조금 어렵긴 하지. 】
그러자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정민우는 설명을 듣는 척 연기하면서 교관의 머리 위에 만들어지는 문자에 집중했다.
【그래도 용케 시험 문제에 나오는 부분을 짚었군. 괜히, 마안을 지닌 녀석이 아니야. 】
그러자 뒤이어 출제 범위에 관한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 부분에서 두 문제가 출제됐지. 】
‘두 문제라….’
두 문제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지만.
‘이런 거로 만족하고 돌아갈 수는 없지.’
겨우, 두 문제를 알려고 온 게 아니기에 정민우는 좀 더 질문을 던져 뜯어내 보기로 했다.
“교관님, 시험 출제는 다 끝나신 건가요?”
“그건 왜 묻지?”
“아직 출제 중이시라면, 쉬운 문제 출제 부탁드린다고 말하려고 했죠.”
정민우의 말에 교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쉬운 문제는 무슨, 너는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잘 풀 거라 믿는다.”
“이거 믿음에 보답하려면 열심히 해야겠군요.”
그렇게 가벼운 말을 주고받자.
【아무리, 1번 생도라 해도 마지막에 나오는 25번 문제는 풀기 힘들겠지. 】
다시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그 문제는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단원인 ‘비둘기와의 전쟁’을 엄청 꼬아선 낸 문제니까 말이야. 】
【그래도 다른 문제는 어렵지 않게 풀겠지. ‘마계의 탄생’ 단원은 웬만한 생도들은 전부 숙지한 상태이고. 가장, 문제가 많이 나오는 ‘마계의 전성기’, ‘마계의 쇠퇴기’, ‘마계의 부흥’ 단원은 생도들이 재밌게 들었으니 복습만 하면 기억에 남을 테니까. 】
생각을 읽어낸 정민우는 성공적으로 출제 범위를 알아냈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좋아, 저 정도 범위면 공부하는 데 어렵지 않지.’
시험 출제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 이상 이대로 문제가 출제될 것이었다.
‘그래도 바뀌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다른 단원도 공부하긴 해야겠지.’
정민우는 교과서를 덮으며 말했다.
“교관님, 덕분에 모르는 부분을 해결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 나중에 모르는 게 있으면 다시 찾아오도록.”
“네, 알겠습니다.”
이후 정민우는 교관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다른 교관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바삐 움직인 정민우는 4교시가 끝나기 전 모든 시험의 출제 범위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번 시험은 어렵지 않게 만점을 받을 수 있겠어.’
정민우는 출제 범위를 받아 적은 수첩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전력을 다해 공부할 일만 남았군.’
정민우는 기숙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도서관으로 향했다.
* * *
도서관 쪽으로 이동하니.
“오, 왔냐?”
미리 도착한 늑대인간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정민우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늑대인간을 바라봤다.
“당연히, 배우는 입장에서 늦게 올 수 없지. 안 그러냐?”
늑대인간은 쾌활하게 웃으며, 옆에 서 있는 로크를 건드리자.
“어, 어? 그렇지! 개굴개굴.”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진 로크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긴장했나 보네.’
정민우는 로크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저래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는 있으려나?’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공부에 악영향이 갈까 걱정이 들었지만.
‘로크도 두 팔 뻗고 환영했으니, 자신이 감수하겠지.’
이 또한 로크의 선택이었으니, 굳이 거기까지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
그렇게 늑대인간과 로크와 함께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인원이 많네.’
악마들이 도서관의 자리를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무슨, 공부하는 얘들이 이리 많냐?”
늑대인간은 악마들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 여기서 공부할 수 있는 거 맞지? 개굴개굴.”
로크는 공부하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한 모습을 내보였다.
“걱정하지 마. 그럴 줄 알고 예약해놨으니까.”
정민우는 그들을 데리고 ‘단체실’이라고 적힌 명패가 걸린 곳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우리밖에 없으니까. 편하게 알려줄 수 있을 거야.”
“오, 준비가 철저한데?”
“당연하지.”
늑대인간의 말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말했다.
“그럼, 다들 교과서 꺼내 바로 공부 시작하도록 하자.”
정민우의 말에 늑대인간과 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과서를 꺼냈다.
“다들 설명하는 거 잘 듣도록 해.”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2시간 정도 가르친 결과.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지 않은데?’
둘은 어렵지 않게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었다.
로크는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곧잘 따라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늑대인간은 의외란 말이지.’
늑대인간까지 이렇게 잘 따라올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늑대인간이 공부 쪽에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만 공부하면 순위권은 아니더라도 높은 등수에 자리할 수 있겠네.’
정민우는 늑대인간의 가치를 수정하며, 과외를 이어나갔다.
* * *
6시간 뒤.
“으아아아아, 더 이상 못해!”
늑대인간은 책상에 엎드리며, 백기를 들었다.
“아직, 할 것도 한참 남았는데 벌써 뻗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정민우의 말에 늑대인간은 고개를 내저으며 ‘생떼’ 부리기를 시전했다.
“30분만 쉬자. 30분만!”
그 모습에 로크가 어색하게 웃으며, 늑대인간의 편을 들었다.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했는데, 잠깐 쉬는 거 어때? 개굴개굴.”
“옳소, 옳소!”
늑대인간은 이때다 싶었는지, 로크 옆에서 맞장구를 쳐왔다.
‘처음 공부하는데 안 쉬고 6시간이면 많이 한 거긴 하지.’
정민우는 잠시 쉬는 시간을 줘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30분은 너무 길고 15분.”
“…30분!”
하지만, 늑대인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30분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싫으면 바로 공부 시작할 거야. 어떻게 할래?”
“…30분!!!”
“그래? 바로 공부 시작하자.”
다시, 교과서를 펼치려고 하자.
“아니야! 생각해 보니 15분이 좋을 것 같아.”
늑대인간이 두 팔을 내저으며, 15분 쉬는 것을 찬성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문 쪽으로 이동했다.
“다들, 쉬고 있어 나가서 음료수라도 가져올 테니까.”
그리고 얘들 정신 좀 깨울 겸, 음료수를 가져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도서관에서 나와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음?”
정수기 앞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핑크녀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1번님?”
핑크녀도 뒤늦게 발견하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공부하다가 나온 거야?”
“네, 1번님도요?”
“그렇지, 쉬는 김에 음료수 좀 뽑아가려고.”
“그럼 같이 갈까요?”
“너랑?”
“네, 저도 머리 좀 식힐 겸,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요.”
자판기는 거리가 꽤 있었기에 말동무가 있어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핑크녀의 제안을 수락했다.
“몇 시까지 공부할 생각이세요?”
“글쎄다. 새벽 2시에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정민우의 말에 핑크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들어가시네요?”
“도서관에서 다른 애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말이야. 기숙사에 들어가서 따로 공부하려고.”
“애들이요?”
“2번하고 777번.”
“아, 777번님이 그쪽으로 갔군요.”
핑크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이번엔 정민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쪽으로 갔다니, 무슨 말이야?”
정민우의 물음에 핑크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777번님이 공부를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제가 거절했었거든요.”
“아….”
즉, 늑대인간은 핑크녀에게 거절당하고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왠지, 너무 간절하게 부탁한다고 했다.’
늑대인간의 행동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그 자리에 끼워주실 수 있을까요?”
“실례야.”
핑크녀의 제안에 정민우는 짝 잘라 거절했다.
‘이 녀석은 같이 공부하면 오히려 독이지.’
늑대인간과 달리, 핑크녀는 두뇌가 명석하므로 시험 기간에는 무조건 멀리해야 했다.
‘같이 공부했다가 정보만 빼먹으면 곤란하니까.’
출제 범위를 알고 있는 자신을 이길 수야 없겠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이 있기에 불안 요소는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
“고민도 없이 거절하시네요.”
핑크녀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위험 요소를 데리고 갈 필요는 없지.”
“철저하시네요.”
정민우의 대답에 핑크녀가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이후 정민우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은 뒤, 핑크녀와 잡다한 이야기를 하며 도서관 안으로 이동했다.
“그럼, 나는 애들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볼게.”
그렇게 인사를 건네며, ‘단체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1번님.”
대뜸, 핑크녀가 자신을 불러왔다.
“왜?”
고개를 돌려 핑크녀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제가 이길 거니까. 마음 준비 단단히 해두세요.”
그녀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그렇지 않게 하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네.”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단체실’ 안으로 들어갔다.
24화 악마는 정장을 입는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악마는 정장을 입는다’ 시험 날이 찾아왔다.
‘완벽해.’
정민우는 교과서를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부 외웠으니, 만 점도 따놓은 단상이겠지.’
출제 범위에 나오는 페이지는 전부 암기했으니, 어떤 문제가 나와도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가볼까?’
정민우는 나가기 전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기숙사 밖으로 길을 나섰다.
‘다들, 책 보느냐 여념이 없군.’
복도를 거니는 악마들을 살펴보니, 전부 교과서를 보며 이동하고 있었다.
‘나도 시험 날에는 책을 끼고 다니고 했었지.’
환생 전, 정민우 또한 시험 날이 되면 교과서를 보느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지.’
지금은 그때와 달리 완벽하게 암기를 했기에 교과서를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드르륵―
복도를 지나 교실 앞에 도착한 정민우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사락, 사락, 사락―
악마들이 교과서를 보며 공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시험 날이라고 열심이네.’
평소 같았으면 떠들기 바빴던 녀석들이었지만, 시험 날이다 보니 다들 말없이 교과서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서관에 온 것 같네.’
흡사, 도서관에 온 것만 같은 조용함.
들리는 소리라고는 교과서를 넘기는 종이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가서 앉아야겠군.’
정민우는 괜히 눈총받기가 싫어 조심스럽게 자신의 자리로 이동하자.
“좋은 아침. 개굴개굴.”
로크가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왔다.
“좋은 아침.”
정민우는 인사를 받아주며, 자리에 앉았다.
“첫 시험이어서 그런지 엄청 떨리지 않아? 개굴개굴.”
로크의 물음에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렇지. 이 시험으로 수료하지 못할지 판가름이 날 수도 있는데.”
“후… 잘 볼 수 있겠지? 개굴개굴.”
“그럼, 여태까지 공부한 게 있는데 분명 잘 볼 수 있을 거야.”
응원이 효과가 있었는지, 로크가 한결 편해진 얼굴로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힘이 나네. 빈말이라도 고마워. 개굴개굴.”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야. 누가 공부를 알려줬는데. 당연히 잘 볼 수밖에 없지 안 그래?”
정민우의 말에 로크가 얕게 웃으며 대답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 개굴개굴.”
그렇게 로크와 가벼운 잡담을 주고받고 있던 그때.
드르륵―
“다들 집중.”
교관이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시험에 대해 공지할 테니 잘 듣도록.”
공지한다는 말에 교과서를 보고 있던 악마들이 책을 덮으며, 교관을 바라봤다.
“시험은 교실이 아닌 강당에서 진행되니, 모든 짐을 놔두고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면 강당으로 이동하면 된다.”
교관의 말에 한 악마가 손을 들어 보였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뭐지?”
“굳이, 강당에서 시험을 치르는 이유가 있나요?”
악마의 물음에 교관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걸, 네가 알아야 할 이유는 뭐지?”
“…….”
“네가 신경 써야 할 것은 강당에서 시험을 치르는 이유가 아닌, 시험을 어떻게 해야 잘 치를지다 알았나?”
“…죄송합니다.”
교관의 일갈에 악마는 풀죽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렸다.
‘어휴, 괜한 걸 물어봐서 욕을 먹네.’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상념에 잠겼다.
‘강당에서 하는 이유야 간단하지. 커닝하는 녀석들을 색출해 내려고 하는 거니까.’
교관마다 갖춘 능력이 다르기에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색출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강당에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걸리면, 가차 없이 처형한다고 했지.’
정민우가 이러한 사실까지 아는 이유는 단순했다.
심안을 통해 시험 방식을 미리 파악해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들 공부하고 있도록.”
전달 사항을 다 전했는지, 교관은 미련 없이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교관이 나간 뒤로 약 15분 뒤.
[15분 뒤에 ‘악마는 정장을 입는다’ 시험이 진행되니, 지금 즉시 강당으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교실에 달린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동할까?”
“바로 가자. 개굴개굴.”
정민우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마자. 로크와 함께 강당으로 향했다.
* * *
강당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개조를 끝내놨군.’
‘나는 악마다’의 대회 때와 달리 구조가 바뀌어 있었다.
‘시험장처럼 바뀌었네.’
수백 개의 책상과 사이사이에 교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번호에 맞춰 자리에 앉으면 된다.”
단상에 자리한 거구 악마의 말에 생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좋다. 시험에 치르기에 앞서 한 가지 경고를 해두도록 하지.”
거구 악마의 말에 생도들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처형이다.”
짧으면서 간단한 경고.
하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난폭했다.
‘입학식 때도 늦었다고 죽였었으니, 어찌 보면 이것도 당연한 처사라고 할 수 있겠지.’
정민우는 이번 시험에 몇 명의 악마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고 예감했다.
‘커닝만 하지 않으면 상관없지.’
어차피,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기에 시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첫 시험 과목은 ‘마계의 역사’다. 교관들은 시험지를 배부하도록 해라.”
거구 악마의 명령에 교관들은 시험지와 펜을 나눠줬다.
“1시간 주겠다. 풀어라.”
그리고 거구의 악마가 시험의 시작을 알려왔다.
사라락―
정민우는 덮어져 있던 시험지를 뒤집어 문제를 확인했다.
‘나이스…!’
그리고 자신이 공부했던 출제 범위가 그대로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풀어볼까?’
정민우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막힘없이 문제를 풀어냈다.
‘30분 안에 끝낼 수 있겠어.’
그렇게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던 그때.
“부정행위가 발생했습니다.”
교관이 한 악마의 머리채를 잡으며 소리쳤다.
“내 경고를 허투루 들었나 보군. 처형하도록.”
거구의 악마는 혀를 차며, 처형할 것을 명령했다.
“예!”
푸―확!
그러자 악마의 머리가 터지며,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장난 없네.’
그 모습에 정민우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입학식에도 봤다지만, 역시 죽는 광경을 보는 것은 익숙해 지지가 않았다.
“다들 고개 원위치로 돌리도록. 안 그러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
거구 악마의 말에 악마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여기도 나왔습니다.”
한 명이 죽은 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다른 악마가 적발됐다.
“에잇!”
“거기서!”
악마는 교관의 손을 뿌리치며, 강당 문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발악을 하는군.”
거구의 악마는 조소를 띄우며, 손가락을 튕기자.
따악―
푸――확!
도망치던 악마의 머리가 터져나가며,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시체를 치우도록.”
거구 악마의 말에 교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살벌하네.’
정민우는 일일이 시선이 뺏기였다가는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할 것이라 깨닫고 시험지 푸는 데 집중했다.
‘신경 쓰지 말고 내 할 일을 하자.’
몇 번 악마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정민우는 꿋꿋이 문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
“다들 시험지를 걷도록.”
교관들이 전부 시험지를 걷어간 모습을 본 정민우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 과목부터 기운이 쭉 빠지네.’
주변을 들러보니, 꽉 차 있던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도 4과목만 치르면 끝이니, 힘을 내야겠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고 있자.
“시험 잘 봤어? 개굴개굴.”
옆자리에 앉은 로크가 말을 걸어왔다.
“당연하지. 너는?”
정민우의 물음에 로크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본 것 같아. 개굴개굴”
반응을 보니, 시험을 꽤 잘 치른 것 같았다.
“다행이네. 이 기세로 쭉 시험을 풀어보자고.”
“그러자.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는 ‘마계를 빛낸 위인들’, ‘비둘기들의 특징’, ‘악마의 본분’, ‘행성 침략’ 시험을 차근차근 풀어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공부했던 출제 범위가 나오며,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낼 수가 있었다.
‘이러면, 1등도 문제없겠어.’
그렇게 마지막 시험지까지 교관이 거둬가자.
“다들 고생 많았다. 시험 성적 발표는 준비가 되면 안내 방송으로 공지하도록 하겠다.”
거구의 악마가 시험의 끝을 알려왔다.
정민우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로크에게 말을 걸었다.
“밥이나 먹으러 갈까?”
“좋지. 개굴개굴.”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을 나서려는 순간.
“1번님.”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 들려왔다.
“응?”
뒤로 돌아보자. 핑크녀, 늑대인간, 얼음공주가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었다.
“밥 드시러 가는 거면 같이 가실래요?”
그녀의 제안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가자.”
그렇게 정민우는 무리와 함께 급식실로 향했다.
* * *
“진짜, 1번이 족집게라니까? 말하는 대로 문제에 다 나왔어!”
늑대인간은 밥을 먹으면서 호들갑을 떨어왔다.
“…그 정도였나요?”
핑크녀의 물음에 늑대인간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거짓말을 할 위인으로 보여? 암튼, 이번 시험은 꽤 잘 쳤어.”
“…부럽다.”
늑대인간의 말에 얼음공주가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너는 시험 잘 쳤어?”
정민우는 얼음공주를 보며 질문하자.
“…아니.”
얼음공주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하핫! 괜찮아, 다음에 시험을 잘 보면 돼지!”
늑대인간은 웃음을 터뜨리며, 얼음공주의 등을 두드렸다.
“1번님은 어땠나요? 당연히, 시험 잘 보셨겠죠?”
핑크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그렇게 바로 긍정하니, 조금 재수 없네요.”
정민우는 핑크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똑같이 질문을 던졌다.
“너는, 잘 봤어?”
“잘 본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네요.”
핑크녀의 대답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직 성적 발표도 나오지 않았는데 확신하기 껄끄럽겠지.’
자신이야 정답을 다 꿰고 있으니, 가능한 것이지만 핑크녀와 얼음공주가 대개 평범한 반응이었다.
‘그것에 비해 늑대인간은 너무 자신감이 넘치고 말이야….’
늑대인간을 보면 가뿐히 10등 안에 든 것만 같은 자신감을 내보였다.
‘뭐, 그건 직접 성적 발표가 나오면 알게 되겠지.’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카페로 이동하려는 찰나.
[복도 게시판에 성적표를 부착했습니다. 전 생도들은 성적을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시험 성적 발표가 됐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커피는 나중에 먹어야겠는데?”
“그래야겠네요.”
정민우와 일행들은 커피를 마시는 대신 곧장 게시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인원이 상당하네….”
분명, 안내 방송이 나오고 3분조차 지나지 않았을 텐데.
웅성, 웅성, 웅성.
게시판 앞에 악마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인파를 뚫는 것도 일이겠네요.”
핑크녀의 말에 정민우는 동감하며 말했다.
“어쩔 수 있나.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야지.”
그렇게 정민우는 인파를 헤집는 끝에 게시판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겨우 도착했네.’
정민우는 숨을 고르며, 게시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1등 했겠지?’
시험을 잘 치르긴 했으나, 막상 성적을 확인하려니 떨릴 수밖에 없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맨 상단을 확인하자.
‘이, 있다!!!’
1등 - 1번 (100)
당당하게 1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25화 마인 (1)
등수를 확인한 정민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만점이 아닐까 봐 엄청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네.’
여유를 되찾은 정민우는 겸사겸사 다른 악마들의 등수도 확인해보기로 했다.
‘2등은 누가 차지했을까?’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2등 - 999번 (92)
예상대로 2등은 핑크녀가 차지하고 있었다.
‘평균 92점이라 열심히 공부했네.’
자신 같은 경우는 출제 범위를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100점이라는 점수를 받은 것이지, 다른 악마들이었다면 90점조차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3등과의 점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지.’
3등 - 723번 (83)
평균이 83점인 것을 보면 핑크녀가 얼마나 전략적이고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로크는 몇 등 했지?’
이어서 시선을 계속해서 내리자.
9등 - 2번 (76)
‘오 10등 안에 들었네.’
전교생 중 10등 안에 든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공부를 가르친 보람이 있네.’
이 정도 등수면, 다른 시험을 잘만 치면 수료도 꿈만 같은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얼음공주는 의외네.’
급식실에서 보였던 반응을 봤을 때 시험을 망친 것 같았는데.
‘로크 다음으로 10등을 차지했네.’
10등 - 888번 (75.9)
로크 다음으로 당당하게 10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내가 알려줬으면, 3등까지는 노려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정민우는 얼음공주의 등수를 보며, 잠시 실없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올빼미 녀석도 의외로 시험을 잘 쳤고.’
15등 - 555번 (73.7)
시험 전까지 마교회 멤버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한 것치고는 성적이 상당히 좋았다.
‘제대로 공부만 했으면 10등 안에도 들 수 있었겠어.’
정민우는 새삼 올빼미를 노예로 만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게시판을 훑어본 정민우는 의아함을 드러냈다.
‘…근데, 늑대인간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급식실에서 내보인 반응만 보면 10등 안일 것 같았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늑대인간의 번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지?’
그렇게 쭉쭉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30등?’
30등 - 777번 (68.4)
30등에 간신히 걸쳐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아니, 문제를 그렇게 집어줬는데 30등을 했다고?’
거의 답안지 수준으로 알려준 것을 생각하면, 늑대인간이 공부 쪽과는 인연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잘 따라오길래,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정민우는 게시판의 시선을 거두며, 늑대인간 쪽으로 바라보니.
“30등이다. 나이스!!!”
늑대인간은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이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실망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하기야, 늑대인간은 가산점 10점을 가지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10등 안에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른 두 시험만 괜찮게 치르면, 수료할 가능성이 크지.’
이어서 다른 녀석들도 살펴보니, 자신들의 성적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하… 이번에도 1번님을 이기지 못했네요.”
핑크녀는 분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저러니까. 내가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네.’
정민우는 자리를 피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핑크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괜찮냐?”
움찔―
핑크녀는 잠시 몸을 움찔 떨어 보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겠어요? 이번에도 1등 하지 못했는데?”
태연한 표정과 달리, 말투는 상당히 표독스러웠다.
“…….”
정민우는 어떻게 반응할까 고민하는 순간.
“죄송해요. 잠시 감정이 격해졌나 봐요.”
핑크녀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사과를 건네왔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만점이라니… 1번님을 당해낼 수가 없네요.”
이어서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 생각을 읽어볼까?’
분위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니, 왠지 모를 꿍꿍이를 꾸미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핑크녀를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압도적으로 차이가 날줄이야….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핑크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석 자리는 넘볼 수도 없을 거야…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
‘생각이 많아졌네.’
정민우는 핑크녀의 머리 위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자.
【한번, 꼭두각시로 이용해서 함정에 빠트려야 하나? 】
괘씸한 생각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흠, 수작을 부리려는 건가?’
수작을 부려오면 반대로 갚아 주면 그만이었기에 정민우는 차게 식은 눈으로 그녀의 머리 위를 바라봤다.
【아니야, 수작을 부린다고 해서 점수가 떨어진다고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점수가 떨어져서 내가 수석으로 수료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척을 지게 돼】
하지만, 냉철한 그녀답게 조금 전의 생각을 금방 철회했다.
【…차라리, 수석 자리를 포기하고 1번 쪽에 붙는 것이 더 이득일 수도 있겠어. 】
‘음? 갑자기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고?’
그리고 정민우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섣불리 포기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겠지. 최대한 노력해보고 두 번째 시험도 이기지 못하면 그때 붙기로 하자. 】
‘두 번째 시험도 이기지 못하면 내 쪽으로 붙는 다라….’
그녀가 자신에게 붙는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어찌 됐건 나에겐 좋은 일이지.’
핑크녀가 아군을 자처하게 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었다.
물론, 신의로만 믿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계약은 필수적으로 진행해야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시험을 잘 봐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네.’
정민우는 속으로 의욕을 불태우며, 다음 시험에도 빈틈없이 준비하기로 마음을 다잡던 그때.
“1번님?”
핑크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응?”
“왜, 넋 놓고 계세요?”
“내가?”
“네, 계속 허공을 쳐다보시고 있었어요.”
“아, 잠깐 딴생각했나 봐.”
정민우는 말을 얼버무리며 대화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돌렸다.
“이제 카페 갈까? 성적도 확인했잖아.”
“그래요. 시험도 끝났으니 오늘은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즐겨도 나쁘지 않겠네요.”
이후 정민우와 일행들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헤어졌다.
* * *
다음 날.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교실로 들어온 정민우는 어제와 달리 분위기가 상당히 처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긴, 어제 성적 발표가 나왔으니 이런 분위기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거겠지.’
30등에 달한 생도까지는 어찌어찌 희망을 볼 수가 있었으나 그 외에 생도들은 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기 힘들었다.
‘희망이 없다고 해도 포기하는 녀석들은 별로 없겠지.’
평범한 시험이었다면 포기하면 그만이었지만,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기에 손쉽게 포기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뭐, 포기하든 안 하든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정민우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자리에 앉자.
“분위기가 어제와 상당히 다른 것 같지 않아…? 개굴개굴.”
로크가 악마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게. 어제 성적 발표 때문에 그런가 봐.”
“하긴, 성적이 낮게 나오면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긴 하겠네. 개굴개굴.”
정민우의 설명에 로크는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우리는 분위기에 휘말리지 말고 할 거나 열심히 하자.”
“응응, 그러는 게 좋겠다. 개굴개굴.”
로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드르륵―
“완전, 초상집 분위기군.”
교관이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설마, 시험 하나 못 봤다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정곡을 찌르는 말에 악마들은 고개를 숙이며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한심한 녀석들. 그런 안일한 정신으로는 절대 수료하지 못할 거다.”
교관은 생도들을 보며 일갈했다.
“그래도 버러지 같은 너희들에게도 기회를 줘야겠지.”
기회라는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악마들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교관을 바라봤다.
“내일부터 마인을 만들기 위해 행성으로 실습을 나가게 될 것이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이 찾아왔네.’
심안을 통해 이미 정보를 알고 있던 정민우였다.
“실습은 한 달 동안 진행이 되며, 그동안 마인을 만들면 된다.”
교관의 설명에 한 악마가 손을 들어 보였다.
“마인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 거죠?”
“지금 설명할 테니 닥치고 들어라.”
“…네.”
“그리고 너는 벌점 1점이다.”
“…….”
벌점이라는 말에 악마의 표정이 울상으로 바뀌었다.
“설명을 이어가자면, 마인을 만든 뒤 세 번째 시험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다면 마인 한 명당 10점이라는 가산점이 부여하게 된다.”
가산점 10점이라는 말에 교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인원 제한은 없으니 이 부분을 숙지하고 있도록.”
인원 제한이 없다.
단순 계산으로 마인을 10명만 만들어도 100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미친… 잘하면 그냥 수료할 수도 있겠는데?”
“…가능성 있어.”
“이대로 폐기처분당하나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악마들은 희망이 깃든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쯧, 단순하네.’
정민우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마인이 쉽게 생존할 수 있었다면, 이미 모든 행성은 악마가 장악했겠지.’
실제로 전선에 나간 악마들을 보면, 마인 하나를 만들 때 선별의 선별을 거치고 계약을 맺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게 본인의 힘을 나눠주는 일이기에 마인이 죽어버리면 힘을 잃어버리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가능성이 큰 한 명에게 마기를 건네주고 집중관리를 하는 방식을 택하지.’
그럼, 10, 000명의 고등 생물에게 마기를 조금씩 주면, 100명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냐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미약한 힘으로는 적을 제대로 상대도 못 하지.’
그런 녀석들은 애완 몬스터인 고블린 하나 당해내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었다.
‘그리고 생도의 신분의 마기는 전선에 나간 악마보다 마기가 볼품이 없지.’
이런 상태면, 생수 한 통에 잉크 한 방울 섞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즉, 의미가 없다는 소리.
‘아니지, 한 방울도 너무 과대평가한 건가?’
그러한 이유로 무분별하게 마인을 만들면, 힘만 잃고 도태되어 폐기 처분을 당하기 딱 좋았다.
“또한, 진행 상황이 어떤지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집계되니 참고하도록.”
교관의 이어지는 말에 정민우는 이번 실습으로 많은 악마가 걸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리하는 악마들이 대거 생겨나겠군.’
정민우는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이번 실습도 어렵지 않게 가산점을 받아 갈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렇게 교관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던 그때.
“민우야, 너는 마인을 몇 명이나 만들 거야? 개굴개굴.”
로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나? 한 명.”
정민우는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한 명? 너무 적은 거 아니야? 개굴개굴.”
“아니, 한 명이면 충분해.”
전선에 나선 악마도 한 명씩 마인을 만들어 운용하는 마당에 자신이라고 해서 남들과 다를 게 있겠는가?
‘수료 후까지 생각하면 한 명에게 몰아서 지원해주는 게 이득이지.’
이번 실습 때 고등생물 한 명을 마인을 만든 뒤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행성을 침략할 계획이었다.
“…그래도, 뭔가 보험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개굴개굴.”
로크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에게는 심안이 있으니, 보험은 따로 필요 없지.’
뛰어난 재능을 지닌 녀석으로 추리고 추려서 한 명만 마인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보험을 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없기에 정민우는 말을 적당하게 얼버무리며 말했다.
“괜히, 보험 들어났다가 마기만 잃으면 손해니까.”
얼버무린 것이 통했는지, 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긴 하겠네. 개굴개굴.”
“너는 몇 명 만들 건데?”
“음….”
정민우의 물음에 로크가 잠시 상념에 잠기더니.
“나는 조금 걱정되니까 두 명? 개굴개굴.”
나름대로 합리적인 숫자를 내뱉었다.
“두 명 정도면 나쁘지 않지.”
마기가 빠져나가는 것에 걱정이 들었지만, 이 정도는 손실을 봐도 큰 손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로크와 실습에 관해 떠들고 있자.
“전달 사항은 이걸로 끝이다.”
교관이 할 말을 다 마쳤는지 조례를 마치며,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다음 수업이나 준비하자.”
정민우는 교과서를 꺼내 다음 수업을 준비하던 그때.
드르륵―
핑크녀가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얘가 지금 여기를 왜 와?’
정민우는 핑크녀를 보며,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두 분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핑크녀가 싱긋 웃어 보이며,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 * *
“무슨 일로 우리를 부른 거야?”
복도를 따라나선 정민우는 핑크녀에게 자신과 로크를 부른 이유에 관해서 물었다.
“조례에 공지 사항을 들었다시피, 이 부분을 주제로 회의가 조금 필요할 것 같아서요.”
핑크녀의 말에 정민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로크는 왜 부른 거야?”
정민우의 물음에 핑크녀가 싱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2번님이 마교회 멤버에 참석할 의향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 불렀습니다.”
“참석할 의향?”
“네, 이번 시험에서 9등을 한 것을 보고 수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거든요.”
“그렇다면 그 위에 있는 악마에게도 제안하고 온 거야?”
“아니요. 새로운 멤버 제안은 2번님만 했습니다.”
핑크녀의 말에 정민우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제안을 안 하고 로크에게만 제안했다라… 이유가 뭐야?”
로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교회 멤버를 들일 것이라면 ‘악마는 정장을 입는다’ 시험에서 3등을 했던 악마에게 하는 것이 옳았다.
그녀, 또한 정민우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그 이유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3등을 한 악마의 경우는, 긴급 대련에서 곧장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그런 것을 봤을 때 이론은 뛰어나나 다른 쪽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로크도 긴급 대련에서 곧바로 떨어졌는데?”
“그렇긴 하지만, 2번님은 그때와 다르게 현재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계시잖아요.”
핑크녀의 말대로 지금의 로크라면 늑대인간과 호각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그것을 네가 어떻게 알아?”
“후후, 제 정보력을 너무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정민우의 물음에 핑크녀는 입술에 검지를 대며, 윙크를 날렸다.
‘꼭두각시로 정보를 얻었나 보네.’
그녀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기에 꼭두각시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럼, 로크의 의사를 물어볼까?’
자신이야 로크가 들어오면 좋겠지만, 그의 입장이 다를 수도 있기에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로크, 마교회에 들어올 생각이 있어?”
정민우의 물음에 로크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거, 거기에 777번도 있나? 개굴개굴.”
“그렇지?”
늑대인간이 있다고 긍정하자.
“그러면 마교회에 참석하도록 할게. 개굴개굴.”
로크는 고민도 없이 참석할 의향을 밝혔다.
‘…….’
늑대인간 때문에 참석한다는 게 맥이 조금 빠졌지만.
‘들어오면 로크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마교회에 있다 보면 괜찮은 정보를 얻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좋아요. 이로써 저희 멤버가 다시 다섯 명이 되었네요. 회의는 수업이 끝난 뒤에 진행되니 늦지 않게 와주세요.”
핑크녀는 볼일을 마쳤다는 듯, 그대로 자리에서 떠났다.
26화 마인 (2)
조례 이후.
“다들 집중하세요.”
교실에서는 한 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업이 지루하다 보니 엎드려서 자는 악마들이 간혹 있었지만.
“수업 태도가 좋으니 마음에 드는군요.”
오늘은 교관의 수업에 자는 녀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수업은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만드는 계약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합니다.”
교관은 분필을 들어 보이며, 칠판에 무언가를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계약 조항을 작성할 때 이 부분을 무조건 기재하셔야 합니다.”
정민우는 교관이 가리킨 곳에 시선을 옮기자.
― ‘갑’이 ‘을’에게 마기를 제공하는 대신, ‘을’은 ‘갑’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 ‘을’은 ‘갑’의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다.
만약, 명령을 거부할 시, 사망하게 된다.
― ‘을’은 ‘갑’에게 위해를 가할 수가 없다.
만약, 명령을 거부할 시, 사망하게 된다.
.
.
.
.
― ‘을’은 ‘갑’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만약, 거짓말을 내뱉을 시, 사망하게 된다.
‘뭐가 이리 길어….’
상당히 긴 계약 조항이 칠판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건 나라도 외우기 힘들겠는데.’
암기에 자신 있는 정민우였지만, 칠판에 빼곡히 적힌 계약 조항을 한 번에 외울 수는 없었다.
‘이건 받아 적어야겠네.’
계약 조항이 너무 길어 손이 아파 왔지만.
‘그만큼 빈틈없이 계약을 진행한다는 것이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이대로 적기만 한다면 계약으로 사기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여기서 마기는 ‘갑’인 당신들이 얼마나 줄지 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교관의 말에 한 악마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제 마기를 전부 줘도 되는 건가요?”
악마의 물음에 교관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그랬다가는 소멸하여 죽게 될 것입니다.”
소멸.
악마는 수명이 없기에 마음만 먹으면 영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생하기 위해서 피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마기를 전부 잃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 그렇군요.”
질문했던 악마는 몸을 떨어 보이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렸다.
“그렇다면, 마기를 조금만 나눠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어서 다른 악마의 물음에 교관이 친절하게 답변해줬다.
“마기를 소량만 준다면, 없는 것보다 못한 꼴이 됩니다.”
“…네?”
교관의 말에 악마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음,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단점만 가지게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말을 풀어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비둘기가 마기에 약한 것처럼, 악마도 신성력에 약하죠. 그렇다면 악마의 마기를 받은 마인 또한 신성력에 취약하게 됩니다. 대신, 저희와 다르게 마기가 적기 때문에 비둘기나 사제들한테 피해를 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교관의 설명에 악마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정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내가 모를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심안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지.’
한편,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혹시나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교관에게 심안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교관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대량의 마기를 주입하면, 마인이 각성을 하게 된다는 사실은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지】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대량의 마기?’
【괜히, 얘기했다가 전부 한 명한테 마기를 쏟아붓게 된다면, 실습 핑계로 악마들을 걸러낼 수 없을 테니 말이야. 】
새로운 정보에 정민우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각성이라….’
각성한다면, 전보다 더 강대한 힘을 지니게 될 것이었다.
‘리스크가 너무 커.’
하지만, 대량의 마기를 넣었다가 마인이 죽으면 마기를 전부 잃을 수도 있었고, 죽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시험이 문제였다.
‘쓰읍… 이 방법을 포기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던 순간.
‘…잠깐.’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뜩하고 떠올랐다.
‘공동 계약으로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그 방법은 바로 공동 계약.
다른 악마와 같이 고등 생물에게 마기를 나눠주는 것이었다.
‘근데, 다른 악마의 마기가 섞여도 문제없는 건가?’
아이디어는 괜찮았으나 검증이 되지 않은 방법이라 조금 꺼림칙했다.
‘어쩔 수 없이 물어볼 수밖에 없는 건가.’
정민우는 곧장 교관에게 물어보지 않고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괜히, 다른 녀석들이 듣고 따라 하면 곤란해지지.’
물었다가 공동 계약이 가능하면, 따라 하려는 악마들이 대거 생겨날 것이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자.
까악, 까악, 까악.
스피커로 수업이 끝났다는 벨소리가 울렸다.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있을 실습 잘 보시길 바라요.”
교관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나 잠시, 교관님 좀 만나 뵙고 올게. 회의실에 먼저 가 있어.”
“알겠어. 개굴개굴.”
정민우는 로크에게 회의실에 먼저 가 있을 것을 말하며 교관을 따라나섰다.
“교관님.”
주변에 악마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정민우는 교관에게 말을 걸었다.
“질문 사항이라도 있나요?”
교관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궁금한 게 있어 여쭤보려고 합니다.”
“뭐죠?”
“혹시, 공동 계약으로도 마기를 나눠주는 게 가능한가요?”
공동 계약이라는 말에 교관이 두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역시, ‘마안’을 지닌 악마답게 예리한 질문이군요. 일단 대답부터 해드리자면 공동 계약으로 마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식이라 악마들이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죠?”
“같은 마기를 나누면, 명령권이 애매해지기 때문입니다.”
“이해했습니다. 혹시, 가산점은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가산점은 똑같이 주어지게 됩니다. 궁금증이 해결됐나요?”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네, 덕분에 많은 궁금증이 해결됐습니다.”
“그거 다행이로군요.”
정민우는 이후 교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공동 계약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녀석들을 설득해야겠어.’
그리고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 * *
“1번님, 늦으셨네요.”
핑크녀의 말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미안, 확인할 게 있어서 말이야.”
“뭐, 그리 늦지 않았으니 바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정민우가 자리에 앉을 것을 확인한 핑크녀는 회의 주제를 꺼내 들었다.
“오늘까지 실습 나갈 행성을 결정해야 하는 데 여러분은 생각해 둔 곳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어느 행성을 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나는 수인족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늑대인간은 수인족.
“…난, 엘프.”
얼음공주는 엘프.
“나는 파충류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개굴개굴.”
로크는 파충류.
“저는, 드워프가 있는 곳으로 갈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핑크녀는 드워프가 있는 행성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1번님은, 어디를 생각하고 계시죠?”
핑크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느 행성에 가는지 말하기 전에 너희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
“제안이요?”
뜬금없는 말에 핑크녀와 다른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능이 뛰어난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같이 만드는 거야.”
“같이 마인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어?”
늑대인간의 의문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내가 얻은 정보를 따르면 대량의 마기를 주입하면 각성을 통해 강한 힘을 얻게 된다고 하거든.”
정민우의 대답에 이번에는 얼음공주가 질문을 건네왔다.
“…자세한 설명 가능해?”
“물론이지.”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가 얻었던 정보를 그들에게 설명해줬다.
“공동 계약으로 적은 마기로 각성도 시키고 가산점도 챙기고 일거양득이네요.”
설명을 듣자. 핑크녀가 먼저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그리고 수료하게 됐을 때, 행성 침략의 발판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매력적이긴 한데… 괜히 쭉정이에 마기를 투자하게 되면 어떡하죠?”
핑크녀의 걱정에 정민우는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격이 낮은 녀석의 한에서 재능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본래, 자신의 능력까지 드러낼 생각은 없지만, 그들을 확실하게 설득하려면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할래? 공동 계약할 거야?”
마교회 멤버들을 바라보며, 의사를 묻자.
“나는 찬성! 개굴개굴.”
로크가 가장 먼저 찬성의 의사를 밝혀왔다.
“나도 찬성.”
“…나도.”
“저도요.”
뒤이어 회의실에 자리한 마교회 멤버 전원이 찬성하겠다 대답했다.
“이 선택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들의 선택에 만족감을 느끼던 그때.
“그럼, 어떤 행성으로 가실 생각이죠?”
핑크녀가 어떤 행성으로 갈지 물어왔다.
“인간들이 사는 행성.”
그리고 정민우는 고민도 없이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인간들이 사는 행성? 이유가 있나요?”
핑크녀의 물음에 정민우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거기가 내 전문이거든.”
* * *
정민우는 한 가지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 아니 악마는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종족을 개척하는 것보다. 자신의 전문분야인 인간을 노리기로 했다.
‘심안이 있으면, 다른 종족도 어려울 게 없겠지만….’
그래도 익숙한 종족이 타락시키는 것이 더 쉬울 것이기에 이런 선택을 내렸다.
“인간을 타락시키는 게 전문이라고요?”
핑크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인간 쪽이 내 전문이거든.”
당당한 대답에 핑크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희 처음 실습을 나가는 건데 전문이라고 할 게 있나요?”
확실히, 그녀가 보기에는 처음 실습 나가는 악마가 전문분야라고 얘기하면 어이가 없을 법도 했다.
‘그렇다고 환생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인간 쪽을 더 공부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
핑크녀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래도 저희가 인간을 타락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요?”
“왜?”
“인간 종족은 대부분 간악해서 자칫하다가 계약을 잘못 맺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교과서에 나와 있었잖아요.”
그렇다.
그녀의 말대로 인간은 간악한 종족이다 보니, 실습생인 악마나 갓 수료한 악마들이 꺼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다른 악마들이 인간이 사는 행성을 최우선으로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대신 마기가 들어오는 양이 다른 종족보다 월등하게 들어오잖아.”
간악한 만큼 다른 종족보다 많은 마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계약을 잘못하면 큰일이잖아요.”
핑크녀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머저리 같은 녀석들이 인간의 말에 현혹돼서 그런 거지. 정신만 차리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런가요?”
“물론이지.”
정민우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핑크녀와 마교회 멤버들이 껄끄러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밀어붙이기만 하면 반감을 살 수도 있으니, 당근을 줘야겠지.’
이대로 가다가 마교회 멤버들이 말을 바꿀 수도 있었기에 정민우는 그들에게 당근을 제시했다.
“인간이 사는 행성으로 군말 없이 따라오면 너희들이 지목한 고등생물의 재능도 같이 봐주도록 할게.”
당근이 확실했는지 껄끄러운 기색은 사라지고 두 눈에 탐욕이 깃들었다.
“…그 말 확실하죠?”
“그럼, 정 못 믿겠으면 계약이라도 맺든가.”
“좋아요. 바로 계약을 맺도록 하죠.”
예의상 거절할 줄 알았는데, 핑크녀는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보였다.
어차피, 계약이 아니어도 해 줄 생각이었기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바로 진행하자.”
이후 정민우와 마교회 멤버들은 계약을 맺은 뒤에 각자 기숙사로 돌아갔다.
27화 마인 (3)
기숙사에 들어온 정민우는 교관에게 받은 행성 리스트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여기에는 지구가 없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구를 찾아봤지만, 실습에 해당하지 않은 행성인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구는 수료하고 찾기로 하고. 일단 인간들이 사는 행성을 추려볼까?’
30분 정도 추리는 작업을 하다 보니, 3개의 행성이 남게 되었다.
‘어디 보자. 첫 번째는 아르마 행성….’
특징을 살펴보니.
― 문명이 발달하지 않음.
― 인간과 동물밖에 없음.
― 상당히 더운 기후.
‘흠, 이곳은 패스.’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걸려 넘기기로 했다.
‘다음은 로스칼 행성.’
이어서 다음 행성의 특징을 살펴봤다.
― 문명이 발달 됨.
― 인간이 몬스터에게 가축 취급을 받음.
― 인간의 숫자가 상당히 적음.
‘여기는 마인으로 만들어도 금방 죽어버리겠네….’
인간의 숫자가 적어 마기를 쏟아부어도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아 넘기기로 했다.
‘마지막 행성인가.’
정민우는 이번에는 괜찮은 행서이길 빌며, 마지막으로 남은 ‘유레인’ 행성의 특징을 살펴봤다.
― 다양한 종족들이 살고 있음.
― 그중 인간이 가장 많음.
― 문명이 발달한 곳.
‘…여기다!’
그리고 정민우는 자신이 원하는 행성이 나왔다는 것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마지막까지 괜찮은 행성이 안 나오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네.’
정민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레인’ 행성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럼, 주요 도시가 어떤지 봐볼까?’
정민우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유레인’ 행성의 책자를 폈다.
‘흠, 문명 발전도는 중세시대 정도인가.’
지구보다 못한 문명을 보여줬지만.
‘여기는 마나라는 것을 사용하네.’
고등생물이 창조한 마나라는 것을 다룬다고 나와 있었다.
‘꼭, 게임에서 나올법한 배경이네.’
또한, 이곳은 전사, 마법사, 등등 판타지 게임에서 나올법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몬스터들도 있네.’
몬스터들 또한, ‘유레인’ 행성에 살아가고 있었다.
‘침략하기 딱 좋네.’
여건도 괜찮아, 다른 행성보다 침략하기 쉬워 보였다.
‘빨리, 내일이 됐으면 좋겠네.’
정민우는 빨리 이 행성으로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이쪽 인간은 어떨까?’
그리고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인간은 어떨지 궁금증이 올라왔다.
‘일단, 이런 생각을 할 시간에 어떤 도시에 방문할지 고민하는 게 유익하겠지.’
정민우는 기대감을 잠시 접어두며, 내일 방문할 도시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 * *
다음 날.
“너무 설렌다.”
“빨리 행성으로 가보고 싶어.”
악마들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교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드르륵―
“다들 강당으로 집합해라.”
교관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며, 명령을 내리자.
“““네, 알겠습니다.”””
악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관을 따라나섰다.
그렇게 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와.”
정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탄성을 터트렸다.
‘뭔가 신비롭네.’
그도 그럴 게 푸른 빛을 내뿜는 포탈이 강당에 수백 개씩 자리해 있기 때문이었다.
‘뭔가 웅장해 보이네.’
포탈을 보며 감상하고 있자.
“다들 정지.”
교관이 걸음을 멈춰 세우며, 악마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포탈 앞에 행성의 이름이 적혀져 있으니,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지금 나눠주는 목걸이에 마기를 불어 넣으면 된다.”
정민우는 건네받은 목걸이를 살펴본 뒤, 조심스럽게 목에 걸었다.
‘잃어버리면 미아가 되겠군.’
국제 미아가 아닌, 행성 미아.
‘길 잃는 건 사양이지.’
잃어버린다고 해도 어떻게 연락을 취하면 돌아갈 방법이야 있겠지만.
‘아마, 벌점을 받게 되겠지.’
분명, 좋은 소리가 안 나갈 것이 뻔했기에 애초에 잃어버릴 일을 만들면 안 됐다.
다들 목걸이를 살펴보기 여념이 없던 그때.
“교관님, 질문 있습니다.”
저번에 벌점을 받았던 한 악마가 손을 들어 보였다.
“…또 너냐?”
교관은 한숨을 내쉬며, 말해보라는 듯 턱을 까닥였다.
“도망치거나, 목걸이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악마의 물음에 교관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도망치면, 처형당하게 되고. 목걸이를 잃어버리면 벌점을 받게 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는 쓸데없는 것을 물어본 죄로 벌점 1점이다.”
“…….”
질문했던 악마의 얼굴이 죽상으로 변했다.
“그럼, 지금부터 행성을 골라 출입하면 된다.”
교관이 자리에서 사라지자.
“로크야 가자.”
정민우는 곧바로 마교회 멤버들 불러 모았다.
“저희는 어디 행성으로 가게 되는 거죠?”
“그러게.”
“…궁금해.”
자리에 모인 마교회 멤버들은 정민우를 바라보며, 어떤 행성을 갈 건지 물어왔다.
“우리는 ‘유레인’ 행성에 갈 거야.”
정민우는 행성 이름과 어떤 문명을 지녔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즉, 인간이 활개 치는 행성이라는 거지?”
늑대 인간의 깔끔한 한 줄 정리에 정민우는 긍정하며 말했다.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출발해 볼까?”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긴장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 괜히 떨리네.’
마교회 멤버들 앞에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정민우 또한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과연, 마인이 될 첫 인간이 누굴지 기대되네.’
정민우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교회 멤버들에게 말했다.
“들어가자.”
그렇게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화아아아아―
푸른 빛이 몸을 감싸며 시야를 강타했다.
* * *
안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와…….”
양성소처럼 어두운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는 밝음.
환생 전, 사진으로만 봤던 중세시대의 건축물.
길거리에서부터 느껴지는 활력.
‘느낌이 이상하네.’
정민우는 멍한 얼굴로 주변을 훑어봤다.
‘평범한 인간들이네.’
환생 전, 기억 때문일까? 길을 거니는 인간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주변을 감상하고 있던 정민우는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을 빠르게 차렸다.
“슬슬, 움직일….”
고개를 돌려, 마교회 멤버들에게 출발할 것을 말하려는 순간.
“우와.”
“키야.”
“…….”
“개굴개굴.”
그들 또한 자신과 별다를 것 없이 주변을 보며, 감상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크흠.”
그들을 보며 헛기침을 하자.
“앗!”
정신을 되찾은 마교회 멤버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한 달 안에 성과를 내야 하니까. 빠르게 움직이자.”
정민우의 말에 핑크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근데, 어디로 갈 생각이시죠?”
그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골목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도시의 슬럼가.”
“슬럼가요?”
“응, 그쪽에 가서 재능있는 녀석들을 찾아야지.”
“슬럼가로 가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빈곤할수록 타락시키기 더 쉬우니까.”
“아!”
‘나는 악마다’의 첫 번째 경기에서 정민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핑크녀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네요! 재능이 있다고 해도 타락시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렇지. 그러니까 빨리 가서 재능 있는 녀석을 살펴보자고.”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뚜벅.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네?”
늑대인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조금 전에 활발했던 거리와 달리, 상당히 비교되는 분위기.
“그리고 위생도 별로야.”
늑대인간은 고개를 내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말대로 슬럼가 초입부터 쓰레기들이 넘쳐나 위생이 상당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는 마계랑 비슷한 것 같은데, 위생이 다르네. 개굴개굴.”
로크도 은근슬쩍 늑대인간의 말에 동조했다.
“안에 들어가면 더 놀랄 거야.”
정민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망설임 없이 안으로 쭉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상태가 좋지 않네.’
대개 사람들이 빼빼 마른 몸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부정적인 에너지도 들어갈수록 짙어지고.’
거리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부정적인 에너지가 이곳에는 넘쳐나도록 많았다.
“이제 이쯤에서 찾아봐도 될 것 같네.”
이후 중심부에 들어온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에게 마인으로 삼을 인간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마음에 드는 인간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무슨 재능을 지녔는지 알려줄 테니까.”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찾아볼까?’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보며 심안을 사용하자.
【없음】, 【잔머리】, 【저조한 운동신경】…….
인간들의 재능이 문자로 만들어지며, 머리 위로 떠올랐다.
‘쓸만한 재능이 없네.’
쓸만한 재능이 없어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어차피,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했잖아.’
쉽게 재능있는 인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약 1시간 정도 훑어본 결과.
‘…다른 데로 옮겨야 하나.’
만족스러운 재능을 지닌 인간이 없어, 자리를 옮겨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단,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
“오늘 할당까지 전부 채웠잖아!”
어린 사내의 목소리가 슬럼가 구석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흥미가 동한 정민우는 아이만 살펴보고 가겠다고 생각을 바꾸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골목길 코너를 도니.
“미안하지만, 미세하게 할당을 못 채웠어. 그러니 오늘 밥은 없다.”
배불뚝이 남자가 탐욕 어린 얼굴로 어린아이의 돈을 뺏어가고 있었다.
‘!?’
그 모습에 정민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친….’
어린아이를 겁박하는 모습에 놀란 것이냐고 묻는 것이라면 아쉽게도 아니었다.
정민우가 놀란 이유는 바로.
【천재】
어린아이 머리 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찬란한 재능을 봤기 때문이었다.
* * *
천재.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고등생물을 칭하는 말.
즉, 어떠한 일을 해도 엄청난 두각을 드러낸다는 뜻이었다.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
정민우는 탐욕이 깃든 눈으로 어린 소년을 바라봤다.
노란색 머리에 황금색 눈동자.
이대로 자라기만 한다면, 여자들을 여럿 울릴 것 같은 미소년 상이었다.
‘이 녀석을 타락시킬 수 있다면, 행성 침략도 어렵지 않겠어.’
저 재능을 개화시킬 수만 있다면, 첫 출발부터 단단한 기반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을 터였다.
‘…타락시키고 싶다!’
정민우는 당장이라도 어린 소년을 타락시키고 싶었지만.
‘…아니야, 섣부르게 행동했다가 일을 그르칠 수가 있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접근했다가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에 지켜보다가 틈을 노려 접근하는 것이 좋았다.
‘조금만 지켜보다가 애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겠어.’
아마, 이 사실을 마교회 멤버들에게 알리면 상당히 좋아할 것이었다.
“이익…!”
어린 소년은 분한 듯 남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어? 눈빛 봐라? 눈 안 깔아!?”
배불뚝이 남성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어린 소년의 어깨를 밀쳤다.
“악마 같은 새X!”
어린 소년은 결국 참지 못하고.
퍼―억!
남성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차버렸다.
‘악마 같은 새X라니, 말이 심하네.’
정민우는 저런 남성과 동일시 본다는 게 조금 거슬렸지만, 인식은 나중에 개선하면 됐으니 넘어가 주기로 했다.
“악!”
배불뚝이 남성은 정강이를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어린 노무 새X가!”
퍼―억!
어린 소년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큭!?”
우당탕―
성인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 소년은 주먹을 맞고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
압도적인 무력 차이에 겁을 먹을 만도 했지만, 어린 소년은 독기 가득한 표정으로 배불뚝이 남성을 노려봤다.
‘눈빛은 마음에 드네.’
정민우는 이 어린 나이에 저런 독기를 지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쯧,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남성도 어린 소년의 눈빛에 주춤하더니, 주머니에서 빵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져줬다.
툭―
“다음부터는 할당량을 다 채우도록 해라.”
그리고 남성은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버렸다.
“…….”
어린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빵을 줍고 조심스럽게 흙을 털어냈다.
쩔뚝, 쩔뚝, 쩔뚝.
바닥에 쓰러지면서 다리가 접질렸는지, 어린 소년은 절뚝이면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정민우는 왠지 모를 괴리감을 느꼈다.
‘뭐지?’
그도 그럴 게 환생 전, 슬픈 영화만 봐도 눈물을 펑펑 흘렸었는데 지금은 타락시키고 싶다는 감정 외에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악마로 환생하면서, 성향도 바뀐 건가?’
악마가 감정에 휘둘리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하였기에 정민우는 이 괴리감을 금방 수긍했다.
‘일단, 따라가 볼까?’
정민우는 상념을 멈추고. 어린 소년의 뒤를 뒤쫓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따라 걸으니.
‘저기가 집인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건물 안으로 어린 소년이 들어갔다.
정민우 또한 따라 들어가니.
‘혼자가 아니었군.’
건물 내에 다섯 명의 어린아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녀왔어.”
어린 소년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현관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형, 왔어?”
“…오빠 얼굴이 부었는데 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을 확인한 어린아이들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어왔다.
“별거 아니야. 가다가 넘어진 것뿐이야.”
그러자 어린 소년은 별거 아니라는 듯, 너스레를 떨며 아이들에게 빵을 넘겨줬다.
“더 구했어야 했는데, 이거 하나밖에 못 구했어. 미안해.”
어린 소년의 말에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이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맞아, 빵을 구한 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오빠!”
“맞아, 맞아!”
아이들의 말에 어린 소년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맙다.”
그렇게 어린 소년이 안으로 들어가자.
“형….”
한 아이가 소년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걸어왔다.
“왜?”
“너무, 힘들면 다시 고아원으로 가는 게 어때?”
아이의 말에 소년이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 녀석이 우리한테 한 짓이 있는데 또 거기로 들어가고 싶어?”
“…그렇지만, 형이 힘들어하니까.”
“나 하나도 안 힘드니까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하지 마! 알았어?”
어린 소년의 단호한 말에 아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사정이 있나 보군.’
현재 대화로 유추했을 때, 고아원에서 좋지 못한 일을 당한 게 확실했다.
‘생각 외로 타락시키기 쉬울 수도 있겠어.’
지켜야 할 가족이 있으면, 조그마한 힘이라도 간절해지기 마련이었다.
‘이 정도면 위치도 알았으니,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볼까?’
얼추 사정도 알았으니,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가기 전에 저 녀석들의 재능도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린아이들을 향해 심안을 사용했다.
【분석】, 【유혹】, 【괴력】, 【초고속 성장】, 【자연 친화】
그러자 어린아이들의 재능이 문자로 만들어지며, 머리 위로 떠올랐다.
‘…미쳤네.’
그들의 재능을 본 정민우는 놀란 나머지 입을 쩍하고 벌려버렸다.
‘…여기가 노다지였네.’
‘천재’ 재능을 지닌 어린 소년보다는 아니지만, 그들 또한 어디 가도 밀리지 않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애들이 좋아하겠네.’
운이 좋다면, 다른 도시로 이동하지 않고 이곳에서 마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마인이 됐을 때 어떠한 꽃을 피울지 기대가 되네.’
정민우는 몸을 돌려 마교회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8화 마인 (4)
집결하기로 했던 곳에 도착하니, 이미 마교회 멤버들이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은 애들 좀 있어?”
정민우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눈에 띄는 인간이 없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녀석이 없어.”
“…….”
“눈에 차는 사람이 없더라고. 개굴개굴.”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괜찮은 인간을 찾은 것 같은데 보러 갈래?”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의 두 눈을 빛냈다.
“진짠가요?”
핑크녀의 반문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해. 재능까지 확인했거든.”
“어떤 재능을 지녔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건 가서 설명해줄게.”
이후 정민우는 마교회 멤버들을 데리고 어린 소년이 있던 집으로 향했다.
“저 노란색 머리 보이지? 저 녀석이 ‘천재’ 재능을 지닌 인간이야.”
‘천재’라는 말에 마교회 멤버들의 눈에 탐욕이 깃들었다.
“저 녀석은 우리가 공동으로 계약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
정민우의 물음에 마교회 멤버들은 이견 없이 전부 찬성의 의견을 밝혔다.
“그럼, 다른 인간의 재능을 설명해줄게.”
“어떤 재능을 가졌을지 기대되네요.”
“빨리 얘기해줘.”
“…궁금해.”
“내가 마음에 드는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의 재촉에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안경을 쓴 아이를 지목하며 말했다.
“저 녀석은 ‘분석’에 대한 재능을 지니고 있어.”
‘분석’이라는 말에 마교회 멤버들은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들, 관심 없는 것 같으니, 저 녀석은 내가 계약하도록 할게.”
분석이라는 재능이 겉으로 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잘만 사용하면, 이런 사기적인 재능도 없지.’
분석은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전투에서도 진정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재능이었다.
‘분석을 통해 강점과 약점만 파악해 놔도 우위에 설 수 있을 테니까.’
정민우는 다음으로 한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는 ‘유혹’이라는 재능을 지녔어.”
“유혹이요?”
유혹이라는 말에 핑크녀가 두 눈을 빛냈다.
“상당히 이쁜 아이네요.”
‘유혹’이라는 재능을 가져서 그런진 몰라도 핑크녀의 말대로 아이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저런 외모를 소유하는 것도 흔치 않은데 대단해.’
백발의 머릿결에 백옥같은 피부.
흡사, 인형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의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생긴 것만 보면, 핑크녀랑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를 보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저는 저 아이와 계약하고 싶은데 다른 분들은 괜찮으신가요?”
핑크녀가 계약할 의사를 밝혀왔다.
“편한 대로해.”
“…상관없어.”
“난 괜찮아. 개굴개굴.”
마교회 멤버들이 상관없다고 대답하자.
“고마워요.”
핑크녀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저 녀석은 ‘괴력’ 재능을 지녔고 쟤는 ‘초고속 성장’, 그리고 마지막은 ‘자연 친화’ 재능을 지녔어.”
정민우가 한 명씩 지목해 재능을 설명해주자.
“‘괴력’은 내가 계약할게!”
“…나는 ‘자연 친화’랑 계약할게.”
“‘초고속 성장’이라… 마음에 드는데? 나는 저 녀석으로 할게. 개굴개굴.”
늑대인간, 얼음공주, 로크 순으로 원하는 아이를 선택했다.
‘이렇게 쉽게 결정될 줄은 몰랐네.’
원하는 재능을 선택하기 위해 언쟁이 오갈 줄 알았는데, 다들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순식간에 선택이 끝나버렸다.
“만약, 마음에 안 들면 얘기해. 다른 인간을 찾으면 되니까.”
정민우의 말에 마교회 멤버들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만족해요.”
“나도 동감이야.”
“…나도.”
“더 찾을 필요가 있을까? 개굴개굴.”
그들의 반응에 정민우는 진심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좋아, 그러면 선택도 끝났으니 지켜보면서 기회를 노려보도록 하자고.”
정민우의 말에 늑대인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굳이? 지금 당장 타락시키면 안 돼?”
늑대인간의 물음에 핑크녀가 대신 나서서 설명해줬다.
“지금 시도하면 아마 타락시키기 힘들 거에요.”
“왜?”
“지금 저들을 보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안 느껴지지 않나요?”
핑크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늑대인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서로 환하게 웃으며 떠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그들은 아직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핑크녀의 설명에 늑대인간이 이해했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네, 이런 상황에서 타락시키기 힘들겠네.”
“그렇죠. 저희는 그저 느긋하게 그들을 지켜보다가 기회가 생겼을 때 비집고 들어가면 돼요.”
“그래야겠네.”
늑대인간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아이들을 바라봤다.
“근데, 만약에 한 달 동안 희망을 놓지 않으면 어떡하지? 개굴개굴.”
로크의 물음에 이번에는 정민우가 나서서 대답해줬다.
“그걸 대비해서 다른 녀석들도 살펴봐야겠지.”
“다른 녀석들? 개굴개굴.”
“응, 쟤네들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확실히, 그렇기는 하네. 개굴개굴.”
이후 마교회 멤버들은 한 명씩 정찰을 나가 인간을 찾는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대단하네.’
관찰한 결과. ‘천재’ 재능을 지닌 어린 소년이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단 한 번의 불평도 없다라…….’
날이 지날수록 어린 소년의 몸에 상처가 늘어났지만, 그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또한, ‘천재’ 재능 때문인지, 상처가 늘어남에 따라 절도하는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먹는 것도 전보다 풍족해졌고.’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자리를 잡고 평화롭게 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고 했던가?
평화롭게 지내던 그들에게 불행이 갑작스럽게 닥쳐왔다.
“혀, 형!!!”
안경 쓴 아이가 문을 열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비앙카가… 비앙카가!!”
“비앙카가 왜?”
“어떤 어른들에게 납치당했어!!”
“…뭐?”
그리고 그들의 불행은 정민우에게 기회이기도 했다.
‘드디어 우리가 나설 시간이 찾아왔군.’
정민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마교회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 * *
백발의 어린 소녀 비앙카는 몸이 포박된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야, 이거 비싸게 팔리겠는데? 이런 물건은 또 어디서 구해왔어?”
등이 꼽추처럼 휜 사내가 포박된 소녀를 바라보며 말하자.
“별거 아니야.”
배불뚝이 사내가 배를 긁적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별거 아니라니! 이런 상품은 흔치 않은 거 알잖아! 설마, 혼자만 알겠다는 거 아니지?”
사내의 닦달에 배불뚝이 사내가 귀를 파며 말했다.
“나한테 돈 바치는 녀석 있지?”
“아, 그 금발 머리?”
“응, 그 녀석이 날이 지날수록 돈을 가져다주는 금액이 커지더라고.”
“그래서?”
“뭔가 이상해서 뒤를 쫓았는데, 이게 뭐야? 저 애가 딱 건물 안에서 나오더라고. 그래서, 곧바로 납치해서 데리고 오게 된 거지.”
배불뚝이의 말에 사내가 아쉽다는 듯 무릎을 치며 입맛을 다셨다.
“아, 거기를 내가 갔어야 했는데.”
“왜, 부럽냐?”
“당연히 부럽지! 백발이면 희소성도 높을 텐데 비싸게 팔릴 거 아니야!”
“크크, 그렇긴 해.”
등이 꼽추처럼 휜 사내가 배불뚝이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저 상품 팔고 나서 한턱내는 거냐?”
그러자 배불뚝이가 픽 웃으며 대답했다.
“한턱? 그걸로 되겠어? 기대해라 성대하게 쏴줄 테니까.”
“키키키, 좋아, 좋아.”
그렇게 둘이 시답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고 있던 그때.
“비앙카를 돌려줘!!!”
어린 소년이 소리를 지르며, 사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뭐야? 여기는 또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꼽추의 말에 배불뚝이가 귀찮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귀찮게 굴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꺼져라.”
“비앙카를 돌려달라고 돼지 새X야!!!”
어린 소년의 말에 배불뚝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들어 올리곤.
“어린 노무 새X가 말하는 싸가지가 없어!”
후─웅!
지척에 다가온 어린 소년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휙─!
어린 소년이 고개를 숙여 주먹을 피해내며, 배불뚝이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퍼─억!
“큭!”
배불뚝이가 정강이를 부여잡자.
“이거나 먹어!”
퍽-!
어린 소년이 그대로 배불뚝이 얼굴에 주먹을 가격했다.
“보자 보자 하니까…!”
하지만, 어린 체구로는 성인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없었는지, 배불뚝이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퍼──억!
“컥!”
사내에게 걷어차인 어린 소년은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비, 비앙카를 돌려내!”
어린 소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배불뚝이에게 달려들었으나.
“질기다 질겨.”
퍼──억!
다시, 사내에게 걷어차이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쿨럭!”
어린 소년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털썩-
몸에 무리가 왔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오, 오빠!”
몸이 포박되어 있던 비앙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린 소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으나.
“어딜 가냐?”
“꺄아아아악!”
등이 꼽추처럼 휜 사내가 비앙카의 머리채를 붙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다.
“비앙카!!!!!”
어린 소년이 허망하게 비앙카를 바라보던 순간.
“형!!!”
“오빠!!!”
“형아!”
뒤에서 각목을 든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내, 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어린 소년이 아이들을 보며, 다시 돌아가라고 소리쳤지만.
“가족을 두고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
안경을 쓴 아이가 반박하며, 사내들에게 달려들었다.
“음? 쟤도 상품성이 있는데?”
배불뚝이가 짜증 섞인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대뜸 두 눈을 빛냈다.
“그러게 저 갈색 머리 여자애도 제법 비싸게 팔리겠는데?”
꼽추 또한, 동의하며 탐욕 어린 눈으로 어린 소녀를 바라봤다.
““으아아악!””
배불뚝이 달려드는 두 아이를 가볍게 제압해버리며, 갈색 머리의 어린 소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이, 이거 놔아아아아!”
“위트니!!!”
꼽추가 위트니 까지 포박하자.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가기 전에 이런 선물을 주다니, 고맙다.”
그리고 이내 두 소녀를 데리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아, 안돼에에에에에에!!!”
그 모습에 어린 소년은 바닥을 내려치며 절규했다.
한편,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정민우와 미교회 멤버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나서는 게 좋지 않을까?”
얼음 공주의 제안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면 좋은데, 계약은 아무도 없는 데에서 진행해야 하니까.”
“…왜?”
“괜히, 계약하는 모습이 적발되면 해보기도 전에 처형당할 수 있잖아.”
“…이해했어.”
정민우의 설명에 얼음공주는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너희는 어떻게 할 거야?”
이어서 정민우는 핑크녀와 늑대인간을 돌아보며 물어보자.
“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따라가야겠죠.”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곧장 따라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건 그렇고. 1번님, 양피지는 잘 가지고 계시죠?”
핑크녀의 물음에 정민우는 품에서 양피지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잘 가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정민우가 꺼내 든 양피지는 ‘천재’ 재능을 지는 인간과 계약하기 위한 계약서였다.
즉, 그녀들이 자리에 없어도 계약서는 미리 작성했기에 문제없이 공동 계약이 가능했다.
“그러면, 이따가 봬요.”
“다녀올게!”
이후 핑크녀와 늑대인간은 비앙카와 위트니를 납치한 인간들을 따라나섰다.
* * *
“이대로는 안 돼…!”
어린 소년은 이를 우득 갈며, 아이들을 데리고 성문으로 향했다.
“혀, 형. 그쪽은 왜 가는 거야?”
안경 쓴 아이의 물음에 어린 소년이 대답했다.
“가서 병사들 보고 도와달라고 해야지.”
“…저 사람들이 도와줄까?”
“몰라,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어린 소년의 말에 안경 쓴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성문에 다다르자. 성문에서 검문 중인 두 병사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저, 저기요!”
어린 소년은 병사들에게 말을 걸었으나.
“다음 분, 지나가세요.”
병사들은 힐끗 보기만 할 뿐, 그대로 무시해버렸다.
“제, 제 동생들 좀 구해주세요!”
다시 한번 어린 소년이 하소연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시.
“제 동생들이 납치를 당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린 소년은 병사의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지만.
“저리, 꺼지지 못해!?”
병사는 오물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붙잡힌 다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제, 제발. 구해주세요!”
어린 소년은 이를 악물며, 매달리고 있자.
“하, 진짜… 검문 중인 거 안 보여?”
병사는 창을 들어 보이며, 어린 소년을 협박했다.
‘어떻게든 도움을 구해야 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년은 병사의 다리를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실랑이가 약 5분 정도 흐르자.
“무슨 일이지?”
병사들과 다르게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가 성문 쪽으로 걸어왔다.
“앗, 대장님, 별거는 아니고 웬 거지가 귀찮게 굴어서 말입니다.”
기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니까. 저런 녀석들이 꼬이는 거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이따가 근무 끝나면, 퇴근하지 말고 일 하나만 더 하도록 해.”
“일이라면…?”
병사의 물음에 기사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백작 가문의 영애가 키우는 고양이를 잃어버렸다 하더라고. 생김새는 종이에 그려놨으니 찾다가 퇴근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어린 소년은 속에서 깊은 살인 충동을 느끼고 말았다.
‘내 동생들이 고양이보다 못하다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이 부조리함에 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기, 기사님, 제 동생이 납치됐어요. 도와주세요!”
그랬다가는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질 수 있기에 어린 소년은 기사의 다리를 붙잡으며 부탁했다.
“…아, 뭐하냐?”
그러자 기사가 표정을 와락 찌푸리며, 어린 소년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크윽!”
“너 때문에 기껏 청소한 내 갑옷이 더러워졌잖아!”
퍼─억!
그리고 기사는 주먹으로 사정없이 어린 소년을 때리기 시작했다.
“혀, 형을 놔줘!”
“뭐 하는 짓이야!!”
보다 못한 동생들이 기사에게 달려들었으나.
퍼─억!
““으아아아악!””
기사의 발길질에 맥없이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애, 애들아!”
어린 소년은 기사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그의 손을 깨물자.
“윽…! 이 새X가!”
기사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붙잡고 있던 머리채를 놓아버렸다.
“도망치자!”
어린 소년은 동생들의 손을 붙잡고 황급히 자리에서 도망쳤다.
“쫓아!”
““예!””
기사의 외침에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린 소년을 쫓기 시작했다.
이후 어린 소년과 동생들은 추적을 겨우 따돌리며, 숨을 고를 수가 있었다.
“성당으로 찾아가자.”
어린 소년의 말에 동생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그 사람들이 과연 도와줄까?”
“…또 맞으면 어떡해?”
동생들의 반응에 어린 소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어린 소년은 동생들을 달래며, 성당으로 찾아갔다.
“사, 사제님, 저희 좀 도와주세요!”
하지만, 이곳 또한 아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곳은 부랑자인 너희가 올 곳이 아니란다.”
사제의 모욕에도 어린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탁했다.
“제 동생이 납치됐습니다. 제발 어린 양인 저희를 도와주세요!!!”
“미안하지만, 그건 들어줄 수 없을 것 같구나.”
“…왜, 왜죠?”
어린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우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기 때문이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고요?”
“그래, 정 도움을 받고 싶다면 돈을 가지고 와라.”
사제는 그렇게 말을 남기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
그 모습에 어린 소년은 사제의 뒷모습이 배불뚝이 남자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네, 네가 무슨 사제야!!”
우뚝-
어린 소년의 외침에 사제가 몸을 돌리며 물었다.
“뭐라고 했지?”
움찔-
살기 어린 모습에 몸이 떨려왔지만, 어린 소년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끝까지 얘기했다.
“신은 불쌍한 자들을 돕는 거라며! 너희는 신의 의지를 따라 사람들에게 기적을 베푸는 거라며!”
“네가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군.”
사제는 굳은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신이 베푸는 것은 너희 같은 사회의 암 덩어리가 아니란다. 귀족을 말하는 거지.”
“……”
직설적인 말에 어린 소년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했다.
“알았으면, 꺼져라.”
축객령에 어린 소년은 말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악마 같은 새X.’
이 세상은 추악하고 더럽다는 것을.
* * *
집으로 돌아온 어린 소년은 자신을 자책했다.
‘…나는 왜 힘이 없는 걸까?’
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동생들이 납치당하는 것을 말릴 수 있지 않았을까?
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부조리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동생들이 이런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어린 소년은 다짐했다.
자신이 힘을 얻게 됐을 때, 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다짐과 달리 그는 그저 힘없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동생도 못 구하는 머저리가 세상을 바꾸겠다니….’
어린 소년은 자책 어린 미소를 짓던 그때.
─힘이 필요한가?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29화 구원 (1)
“누, 누구시죠?”
어린 소년은 당혹감이 서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혀, 형도 들었어?”
“나도 이상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뭐, 뭐였지?”
같이 있던 동생들도 들었는지,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설마, 악마인가?’
어린 소년은 고아원에서 배웠던 교육을 떠올렸다.
‘달콤한 말을 속사여 마인으로 타락시킨다고 했지.’
그리고 잠시 뒤 들려오는 목소리에 어린 소년은 자기 생각이 맞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 정체를 묻는다면, 대답해주는 것이 예의겠지. 나는 너희가 ‘악마’라고 부르는 존대다.
어린 소년은 침착함을 유지하면, 본인을 악마라고 소개한 자에게 물었다.
“아, 악마님께서 왜 저희에게 말을 걸어오신 거죠?”
―너희가 힘을 얻고 싶다는 강한 원념으로 나를 불렀기 때문이지.
그렇다.
악마의 말대로 어린 소년은 강한 힘을 원하고 있었다.
또한, 동생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너희를 보니, 제법 재능이 뛰어나 보이는구나.
“재, 재능이요?”
악마의 말에 어린 소년이 되물었다.
― 그래, 아직 개화되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계기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다.
“어, 어떻게 해야 꽃을 피울 수 있는 거죠?”
― 간단해, 우리의 종속이 되면 된다. 그러면 개화하는 동시에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지.
종속이라는 말에 어린 소년은 고아원에서 받았던 교육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분명, 마인으로 타락한 사실이 걸리면, 이단 집행관들로 인해 처형을 당한다고 했지….’
아무리, 힘을 갈구하고 있다지만 처형은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 무엇을 고민하지? 힘을 얻으면 동생들도 구해낼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악마는 속마음이라도 알 듯, 달콤한 말로 유혹해 왔다.
“…비앙카.”
“…위트니.”
동생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의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이 불합리한 세상에 복수하고 싶지 않은가?
꿀꺽―
자신의 감정을 꿰뚫어 본 것만 같은 말에 어린 소년의 마음이 흔들렸다.
― 복수하고 싶다면, 내 손을 잡아라. 꿈을 실현하게 해줄 테니.
계속되는 유혹에 어린 소년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그, 그치만 타락하게 됐다는 사실이 걸리면 이단 집행관으로부터 처형당하고 말 거에요.”
어린 소년의 말에 악마가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
― …처형이라, 무섭기야 하겠지. 그들이 만든 족쇄에 갇혀 있을 생각이면 말리지 않으마.
“조, 족쇄요?”
― 그래, 아무런 대가도 없이 강압만 주장하는 데 이걸 족쇄라고 하지 뭐라고 하겠나?
듣고 보니, 악마의 말이 맞았다.
‘동생도 구해주지 않은 녀석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악마의 말에 어린 소년은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 만약, 나와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희는 결국 그들의 먹잇감에 되어 놀아날 뿐이다. 동생이 납치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래. 의미 없는 고민이었어.’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어린 소년이 짧은 인생에서 깨달은 법칙.
약육강식.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서 거부감을 일으킨 거였어.’
어린 소년은 마음을 다잡고 악마에게 얘기했다.
“악마님과 계약하고 싶습니다!”
― 현명한 판단이다.
그러자 뒤에 있던 동생들도 연이어 입을 열었다.
“저, 저희도 계약하고 싶어요!”
“힘을 얻어 강해지고 싶습니다!”
“강한 힘을 얻어 복수하고 싶어요!”
그들의 반응에 악마는 낮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 이 선택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후우우우웅.
그리고 방안에 검은 안개가 생겨나더니.
뚜벅, 뚜벅, 뚜벅.
그곳에서 세 명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와…….”
어린 소년은 가운데에 걸어 나오는 악마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의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흑발의 머리에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
황금색과 빨간색 눈동자, 이어서 엉덩이 쪽에 난 삼지창의 꼬리.
문헌에 나온 악마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했지만.
‘…멋있다.’
어린 소년은 무섭기는커녕, 그의 고고한 자태에 매료가 되었다.
뒤에 다른 악마들도 있었지만, 어린 소년의 시선은 정민우에게만 고정됐다.
“너희 이름이 뭐지?”
정민우는 어린 소년과 안경 쓴 아이를 지목해 이름을 물었다.
“‘월리엄’입니다.”
“‘세바스’입니다.”
그러자 어린 소년과 안경 쓴 아이가 차례대로 자신을 소개했다.
“좋다. 월리엄, 세바스 너희는 나와 계약을 하자꾸나.”
정민우의 말에 어린 소년, 아니 윌리엄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다, 다른 동생들은 계약을 못 하는 건가요?”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른 녀석들은 저기에 있는 악마들과 계약을 할 거다.”
정민우의 대답에 윌리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계약을 진행해 볼까?”
이어서 정민우는 품속에서 두 개의 양피지를 꺼내며, 마기를 불어넣자.
화아아아아―
양피지에 빛이 휩싸이며, 마법진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저기에 있는 내용이 계약 조항이다 확인해봐라.”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과 세바스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저, 저는 글을 읽지 못하는데요….”
“…저도요.”
그들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창피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양피지는 아트팩트로 만들어졌으니, 문맹인 너희도 읽을 수 있을 거다.”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과 세바스가 허공에 떠오른 글자를 확인했다.
“저, 정말 보이네요?”
“그, 글을 읽을 수가 있어!”
그리고 정말 글을 읽을 수 있자. 윌리엄과 세바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천천히 확인해봐라.”
이후 계약 조항을 다 읽은 월리엄과 세바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용은 많지만, 계약 내용이 깨끗한데?”
“…그냥, 주인으로 잘 모시라는 내용이잖아? …아, 악마 맞아?”
그들의 말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계약은 공정하게 진행돼야지 뒤탈이 없는 법이니까.”
정민우의 말에 윌리엄과 세바스는 ‘악마’라는 존재가 ‘천사’보다 선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거죠?”
윌리엄의 물음에 정민우는 양피지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양피지에 네 피를 흘리면 된다.”
“…알겠습니다.”
윌리엄과 세바스는 엄지손가락을 깨물며, 각자의 양피지에 피를 흘렸다.
화아아아아―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마법진이 다시 양피지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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