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2
‘…싸우기 전에 마기를 왕창 소모 시키면 되잖아?’
그것은 바로 99번과 싸우게 되는 적들에게 약점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와 대련하게 됐을 때쯤은 마기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겠지.’
귀감으로 삼을 만한 악마적인 발상.
정민우는 99번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99번은 대련을 진행할수록 찝찝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 약점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다들 움직이는 거지?’
그도 그럴 게 대련하는 족족 악마들이 자신의 약점을 노리며, 허를 찔러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목마(木魔) 고유 특성 덕분에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며 대련에서 승리를 거둘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패배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러나 결승전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마기가 전부 바닥나는 비상 상태가 생기고 말았다.
‘도발이라도 해서 시간이라도 끌어볼까? 아니면, 창의 개수를 늘려서 허세라도 부려봐?’
곧바로 대련에 돌입하면 십중팔구 질 것이 뻔했기에 마기를 회복하는 동안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15분, 아니 10분만 끌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창에 모든 마기를 때려 담으면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도발하고 허세 둘 다 사용하도록 하자.’
99번은 정민우와 싸울 작전에 대해 구상이 끝나가던 때.
[1번과 99번은 스테이지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다 됐는지,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가볼까.’ 99번은 마음을 다잡으며, 스테이지 위로 올라가자.
흑색의 머리에 오드아이 눈을 한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날 보고 저런 미소를 짓고 있는 거지?’
정민우의 표정 때문에 잠시 혼란이 왔으나. 99번은 같잖은 도발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계획대로 실행하기로 했다.
“2번이 너랑 같이 다니는 녀석이지? 네 친구처럼 너도 한 방에 보내줄게.”
자신이 생각해도 꽤 도발적인 말투.
‘이 정도면, 충분히 먹히겠지.’
99번은 정민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푸하하하!”
예상과 다르게 정민우는 대뜸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혹시, 대련하면서 이상한 거 못 느꼈어?”
“뭐, 뭘?”
정민우의 물음에 99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악마들이 이상하게 네 약점을 알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냐고.”
“…어, 어떻게?”
“어떻게 긴 뭐가 어떡해야. 내가 네 약점을 떠벌렸으니까 알고 있는 거지.”
이어지는 충격적인 발언에 99번은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이런, 비열한 새X를 봤나!”
99번의 말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악마에게 비열함이란 덕목과도 같지. 칭찬해줘서 고맙다?”
“너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마음대로 하세요~”
정민우의 현란한 조롱에 99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그리고 조금 전에 생각해뒀던 작전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눈앞에 있는 정민우를 죽이겠다는 생각이 가득 차던 그때.
[대련을 시작합니다]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죽어 이 새X야!!!”
99번은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창을 그대로 정민우를 향해 날려 보냈다.
9화 대련 (4)
정민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 격하게 반응할 줄이야.’
그도 그럴 게 예상했던 반응보다 더한 반응을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흥분해도 이득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분노에 잡아 먹힐 줄이야.’
정민우는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를 손쉽게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반지에 마기를 불어 넣었다.
쐐――액!
그리고 지척까지 날아온 창을 바라보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꿈틀―
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그림자가 위로 솟구치더니.
채―앵!
창을 가볍게 막아버렸다.
“…젠장!”
99번은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불안했는지 아랫입술을 짓씹듯 깨물었다.
“이것도 막아낼 수 있나 보자!”
그리고 창을 다시 공중으로 띄우더니.
“분열!”
창을 순식간에 100개로 늘려버렸다.
“…호오.”
그 모습에 정민우는 눈을 빛내며 창을 바라봤다.
‘저 정도로 늘릴 수 있으면 혼란을 틈타 공격을 가할 수도 있겠네.’
다른 악마였다면, 분열된 창에 당황하여 그대로 공격을 당해버리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안 통하지.’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마안을 사용했다.
‘저게 진짜군.’
그러자 창들 사이에 검은 기운에 휩싸인 본체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아무리 숫자로 현혹하려고 해도. 그것을 꿰뚫는 눈이 있으면 의미가 없지.’
정민우는 팔짱을 끼며, 99번에게 말했다.
“그런, 뻔한 눈속임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다, 닥쳐!”
가벼운 도발에 99번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복어처럼 건드리면 바로 반응해 오네.’
정민우는 묘한 재미를 느끼며,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아! 힘이 약하고 모자라니까 눈을 속여야 이길 수 있는 거야? 그런 거야?”
“아니라고!!!”
99번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당장, 네놈 목을 찢어발길 거야!”
더 이상 말을 섞으면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99번은 곧장 창을 이용해 황급히 공격을 가해왔다.
쐐――액!
100개의 창이 맹렬히 회전하며, 정민우를 향해 날아갔지만.
‘굳이, 반응할 필요는 없겠지.’
정민우는 팔짱을 낀 채,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다.
스르륵―
그리고 날아오던 창들은 정민우의 몸을 통과하며 유유히 지나쳐갔다.
그렇게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때.
‘본체가 오는군.’
본체인 창이 다른 창들에 숨어 날아오고 있었다.
‘막고 바로 반격에 나서면 되겠지.’
정민우는 손을 가볍게 휘젓자.
촤르르르륵―
그림자가 솟구치며, 날아오는 창을 가격했다.
쨍그랑―
“이, 이런!”
99번은 당혹감이 섞인 얼굴로, 창을 회수하려 했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정민우는 그림자를 이용해 창을 단단히 붙잡았다.
“이제 내 차례지?”
다시 한번 손을 휘젓자.
촤르르르륵―
99번 밑에 자리했던 그림자가 가시 형태로 변하며 위로 솟구쳤다
“크윽!”
일격으로 끝날 줄 알았으나. 99번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기적적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오, 은근 날랜데?”
하지만, 공격을 전부 피하지는 못했는지 99번의 팔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차, 창을 돌려줘!”
99번의 외침에 정민우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네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곳은 대련하는 곳이지 네 응석을 받아주는 곳이 아니야.”
“도, 돌려달라고! 개X끼야!!!”
“…….”
99번의 태도에 정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마기가 떨어지니, 나약한 모습을 바로 드러내는군.’
정민우는 슬슬 대련을 끝내기로 하며,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었다.
‘결승전이니 그래도 화려하게 끝내는 게 좋겠지.’
명색에 결승전인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면 관중들이 실망하지 않겠는가?
‘이 기회에 한 번 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말이야.’
교관에게는 인재의 모습으로 생도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악마의 모습으로 각인시킬 생각이었다.
‘밑천을 드러내기에 위험 부담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또 대련하게 된다면 그때보다 더 성장해 있을 테니, 이 부분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이 의미 없는 대련을 끝내도록 할게.”
“누구 마음대로 끝낸다는 거야!”
“내 마음대로.”
따악―
정민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쏴아아아아―
정민우와 99번에 한정되어 있던 그림자가 덩치를 불리더니, 스테이지 전체를 덮어버렸다.
“도망쳐 봐. 도망칠 수 있다면.”
싱긋 웃어 보이며, 그림자를 조종하자.
촤르르르륵―
가시로 변한 그림자가 99번을 향해 일제히 쇄도했다.
“아, 안돼….”
그 모습에 99번은 혼이 빠진 얼굴을 하며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 * *
대련이 끝난 후 거구의 악마가 스테이지 위로 올라왔다.
“대련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다.”
거구의 악마 말에 옆에 서 있던 99번의 얼굴이 푸르죽죽해졌다.
“우승자는 ‘작은 악마의 창’반의 1번이다!”
이어서 발표된 우승자에 관중석에 앉아 있던 악마들이 손뼉을 쳐오기 시작했다.
‘후, 다사다난했지만 어찌어찌 1등을 하게 됐네.’
정민우는 대련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에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출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옆에 있는 악마에게 한 소리 듣겠지.’
격식을 중요시하는 악마이기에 정민우는 소리 지르는 대신.
“감사합니다.”
가슴에 오른손을 얹으며, 고개를 숙여 격식 있는 인사를 올렸다.
“약속대로 대련에서 1등 한 자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참고로 부여되는 점수는 10점이다.”
가산점이 10점이라고?
악마의 말에 정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장난 아니잖아?’
고작 해봐야 3점 정도 될 줄 알았는데, 10점이라니!
가산점이 상당히 파급 적이었다.
‘진짜 포기하지 않길 잘했어.’
다른 녀석이 얻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제 다른 반 경기를 시작해야 하니, 너희는 스테이지에서 내려가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거구 악마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테이지 밑으로 내려가자.
“1번 우승한 거 축하해! 개굴개굴.”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개구리 인간이 두 팔을 벌리며 축하해왔다.
“고맙다.”
개구리 인간에게 느껴지는 순수한 호의에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나를 대신해서 이렇게 멋있게 복수할 줄 몰랐어! 개굴개굴.”
“그, 그럼. 우리는 친구잖아.”
“친구? 개굴개굴.”
정민우의 말에 개구리 인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그 반응에 개구리 인간이 친구라는 단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가 있었다.
‘친구라는 말을 모르나?’
잠시, 당혹감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악마에게 친구라는 개념이 있기 힘들려나?’
10등 안에 들지 못하면 전부 폐기 처분을 당하니, ‘친구’라는 단어가 생소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라고 보면 돼.”
친구라는 정의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자.
“…친구. 뭔가 엄청 멋진 울림이야.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하, 그런가?”
“그럼! 처음 듣는 단어인데 가슴이 두근거려! 개굴개굴.”
생각 이상의 반응에 정민우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이렇게 된 거 호칭도 만들어볼까?’
반년 동안 볼 사이인데 번호만 부르기는 너무 삭막한 것 같았다.
또한, 이름은 격을 부여하기에 지을 수 없지만, 호칭 정도는 상관없을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을 보며 말했다.
“친구 사이인데. 번호로만 부르기 그렇지 않아?”
“그, 그런가? 개굴개굴.”
“그렇지. 그런 김에 서로 애칭 정해볼까?”
“오오… 좋은 생각인 것 같다!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의 긍정적인 반응에 정민우는 다시 한번 고민에 잠겼다.
‘무슨 호칭이 좋으려나….’
지어주는 김에 그럴싸한 호칭을 지어주고 싶었다.
‘개구리가 영어로 프로그니까… 프를 빼면 로그. 로그라고 부르기는 아쉬우니까. 로크라고 지을까?’
짧은 시간에 생각한 것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네이밍 센스였다.
“로크 어때?”
“뭔가 멋있어 보이는 애칭이다. 그걸로 할게!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 아니 로크는 새롭게 지어진 애칭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럼, 나도 멋진 애칭을 지어줄 게. 개굴개굴.”
로크는 턱을 쓸어 보이며, 상념에 잠겼다.
그렇게 3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날파리 어때? 개굴개굴.”
“…뭐?”
뭔, 돼먹지도 않은 애칭을 제안해 왔다.
“날파리 좋잖아. 맛있기도 하고 말이야. 개굴개굴.”
“…그냥, 민우라고 불러.”
“나는 날파리가 더….”
“민우라고 불러.”
“그, 그치만….”
“민우라고 부르라고.”
“…아, 알겠어. 개굴개굴.”
강력한 주장에 로크가 의기소침해진 게 눈에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칭을 날파리로 부르는 건 아니지….’
날 파리라고 불릴 수 없는 노릇이기에 로크의 의견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대련도 끝났으니 기숙사로 돌아갈까?”
“응, 날파… 아니, 민우야!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와 로크는 각자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갔다.
* * *
그날 밤.
정민우는 공부를 끝내며, 앞으로의 계획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험의 만점이 100점이라고 했으니, 10점이 깎인다고 해도 가산점으로 메꿀 수가 있겠어.’
앞으로 가산점을 더 획득한다면, 1등에 올라갈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었다.
‘그리고 첫 시험에서 점수의 격차를 많이 벌려야 유리해지겠지.’
이론 시험은 환생 전 공부했던 것이 있기에 가장 자신 있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민우는 달력을 꺼내며, 시험이 며칠 남았는지 확인했다.
‘45일이라… 적당하게 남았네.’
이 정도 기간이면 복습도 완벽하게 끝내놓을 수 있을 것이었다.
‘혹시 모르니, 로크와 꾸준히 대련하면서 실력도 키워야겠지.’
세 번째에 있는 고유 특성 활용은 어떤 시험인지 유추할 수 없었기에 다방면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에 있는 시험이니 쉽지는 않겠지.’
계획 정비를 끝내고. 정민우는 자신에게 방해될 경쟁자들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이론과 전투 쪽은 우리 반에서 적수가 없다고 보면 되겠지.’
이론 부분은 속단하기 이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공부하는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일주일 넘게 그들과 지내면서 공부 방식과 필기 내용을 확인했었기에 확신할 수가 있었다.
‘다만, 반에서 1등을 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
반에서 1등 한다고 해서 전교에서 1등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자만해서는 곤란했다.
‘이제 슬슬 적수가 될만한 녀석을 찾아봐야 하나?’
적수가 누군지 알아야, 미리 대비할 수 있을 테니 파악해 놓는 것이 좋았다.
‘일단, 영상 보관실에서 가서 1등 한 녀석들을 살펴볼까?’
대련에서 1등 했다고 해서 다른 과목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점에서는 조사할 가치가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9명을 산정해서 주의 깊게 지켜보고. 두각을 드러내는 녀석이 나타났을 때 추가로 조사하면 되겠지.’
이후 정민우는 영상 보관실로 찾아가 대련에서 1등 한 9명의 악마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상당하네….’
영상을 본 정민우의 감상은 간단했다.
‘1등 한 악마 중 한 명이라도 우리 반에 있었다면, 나도 1등 하기는 힘들었겠는데….’
괴물 같은 녀석들.
그들을 보니 99번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확인해보기를 잘했어.’
정민우는 경각심을 다지며, 가져온 수첩에 그들의 번호를 적었다.
‘주말에 한 번 접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번호를 적은 뒤. 정민우는 영상을 재생시켜 악마들이 대련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담았다.
그리고 어두웠던 밖이 여명이 차올랐을 때 정민우는 그제야 기숙사로 돌아가 잠자리를 청했다.
10화 몬스터 (1)
다음 날.
평소처럼 교실에선 활발히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악마는 스스로의 무력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을 관리하는 능력도 뛰어나야 합니다.”
양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교관이 ‘몬스터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몬스터 관리를 잘하면 두 가지 이점을 취할 수가 있습니다. 1번, 그 이점에 대해서 말해보겠어요?”
교관의 지목에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첫 번째는 DP 충당이고. 두 번째는 마기 획득입니다.”
정민우의 말에 교관이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첫 번째부터 자세히 설명해보겠어요?”
“마인과의 거래를 통해 대금을 받게 되면 DP로 치환되어 얻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두 번째는요?”
“몬스터 또한 마인처럼,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량의 마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훌륭합니다.”
교관은 손뼉을 쳐 보이며 말했다.
“역시, ‘마안’을 지닌 악마는 다르긴 다르군요.”
“과찬이십니다.”
“이제, 자리에 앉으셔도 됩니다.”
정민우가 자리에 앉자. 교관은 악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1번이 말한 것처럼. 몬스터를 관리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DP와 마기입니다.”
“DP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하자면, 악마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기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품질이 낮고 가격이 비싸면 마인들이 사려고 하지 않겠죠?”
“그다음 마기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하자면, 몬스터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량의 마기가 들어오는 것은 맞지만. 몬스터의 질이 낮으면 마기 자체를 못 얻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기를 얻으려면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겠죠?”
교관의 설명에 정민우는 수첩에 받아 적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교관의 말대로 제대로 된 이득을 취하려면 관리를 상당히 신경 쓸 필요가 있겠어.’
수료한 뒤, 전선으로 가야 하기에 교관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선에 나선 악마들은 이러한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죠.”
열띠게 설명하던 교관은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정민우의 물음에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줬다.
“침략한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악마들은 품질이 안 좋은 몬스터를 대거 양산해 투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답니다.”
‘양산’이라는 말에 정민우는 두 눈을 빛냈다.
‘…양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겠어.’
질로 승부가 불가하면, 양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관리하다가 정 안 된다 싶으면 양산 쪽으로 갈아타야지.’
가장 베스트인 것은 질이었기에 관리하는 데 힘써볼 생각이었다.
“그럼,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질문 사항이 있으신가요?”
교관의 물음에 한 생도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보였다.
“44번, 무슨 질문이죠?”
“수료자 10명을 제외하고 전부 폐기 처분이 되는데. 다른 생도들이 관리하던 몬스터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악마의 물음에 교관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을 하며 대답해줬다.
“수석으로 수료하는 생도가 전부 관리 및 소유하게 됩니다. 궁금증은 해결됐나요?”
“…그렇습니다.”
“참고로, 그런 질문을 할 시간에 어떻게 10명 안에 들지 고민하는 게 더 유익할 것 같다는 게 교관의 조언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교관이 이어서 일갈하려는 순간.
까악, 까악, 까악.
스피커로 수업이 끝났다는 벨소리가 울렸다.
“후, 벨소리가 아니었으면, 버러지에게 시간을 낭비할 뻔했네요.”
교관은 독설을 내뱉은 뒤, 다른 악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4교시는 담당 교관에게 공지 받았던 대로. 뒤뜰에 있는 몬스터 사육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니, 그쪽으로 나오면 됩니다.”
그리고 간단한 안내 사항을 전하며,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아.”
44번은 괜한 질문을 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게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지.’
정민우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44번을 보던 그때.
“민우, 어떤 몬스터를 관리하게 될지 정말 기대되지 않아? 개굴개굴.”
로크가 눈을 빛내며 말을 걸어왔다.
“관리하는 게 좋아?”
“물론이지. 생명을 내가 돌볼 수 있다는 거잖아! 개굴개굴.”
정민우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로크를 바라봤다.
‘생긴 것과 다르게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 건가?’
생긴 것만 따졌을 때, 한입에 전부 잡아먹을 것 같았는데, 역시 생김새만으로 악마를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파리와 벌레 등 관련된 몬스터도 있으면 좋겠어. 개굴개굴.”
“음? 그건 왜?”
“사육하다가 심심할 때, 잡아먹게! 개굴개굴.”
“…….”
로크의 말에 정민우는 역시 관상을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볼까?”
“좋아, 미리 가서 몬스터 구경이나 하고 있자고. 개굴개굴.”
이후 정민우와 로크는 그대로 뒤뜰에 있는 몬스터 사육장으로 향했다.
* * *
뒤뜰에 있는 사육장으로 이동하니.
“…우와!”
“몬스터가 상당히 많네.”
꽤 많은 몬스터가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민우! 저기에 파리처럼 생긴 몬스터도 있어! 개굴개굴.”
로크는 방방 뛰며, 파리를 닮은 몬스터를 가리켰다.
“만지지는 마. 그러다가 교관님에게 혼날 수도 있으니까.”
정민우는 로크에게 주의를 시키며, 주변을 둘러봤다.
‘게임에서 봤던 몬스터와 똑같이 생겼네.’
환생 전, 게임에서 나왔던 몬스터의 생김새와 똑같은 것을 보고 신기함을 느꼈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지?’
몬스터를 계속 보고 있자니, 의문이 하나 피어올랐다.
‘환생 전에 있던 세계는 몬스터가 없었잖아?’
그도 그럴 게 지구라는 행성은 몬스터가 없는데, 똑같이 구현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이 생각은 접어두자.’
현재, 생존하는 데에는 하등 필요 없는 의문이기에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보며 구경하고 있던 그때.
“다들 모이셨나요?”
양 머리에 인간 몸을 한 교관이 사육장에 있는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
“그럼,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세요.”
악마들은 교관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끼에에엑!”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우리에 갇힌 채 자리하고 있었다.
‘무슨 몬스터지?’
정민우는 어떤 몬스터인지 알기 위해 모습을 자세히 살펴봤다.
어린아이 정도의 크기. 녹색의 피부에 길쭉한 코를 지니고 있었고.
팔다리는 앙상한 것과 달리 배만 유독 튀어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블린?’
정민우는 몬스터를 본 순간 고블린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가 있었다.
“여러분은 우리 안으로 들어가 고블린 100마리를 고르시고 나오시면 됩니다.”
교관의 말에 한껏 기대하던 악마들이 실망의 기색을 내비쳤다.
“실망스러운 것은 압니다. 하지만, 아직 여러분은 제대로 된 몬스터를 관리할 수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먼저 애완 고블린을 관리하며 실력을 키우세요.”
일리 있는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고블린에 대해서 살펴볼까?’
정민우는 챙겨왔던 몬스터 도감을 꺼내, ‘고블린’에 관한 내용을 살펴봤다.
― 번식력이 강함.
― 비열한 성격을 지니고 있음.
― 이족 보행으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
최약체에 애완으로 분류된 몬스터치고는 꽤 괜찮은 장점이 있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내용을 보니, 가리는 음식도 없어 관리하는 데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민우는 도감을 덮고 우리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하네.’
대부분 그나마 체격이 좋은 녀석을 데려가기 위해 우리 안으로 들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체구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그것은 바로 마기.
‘체격이 좋다고 해도. 마기가 없으면 말짱 꽝이지.’
다른 동족보다 육체가 발달하였다고 해도. 마기가 적으면 그저 샌드백에 불과했다.
‘그럼, 마기를 얼마나 보유 하고 있는지 확인해볼까?’
정민우가 고블린들을 향해, ‘마안’을 사용하자.
【생존】, 【생존】, 【생존】, 【생존】…….
머리 위에 ‘생존’이라는 문자들과 함께 마기 총량 역시 무수히 떠올랐다.
‘흠, 다들 마기가 미약하네. 그럼 이 중에서 강한 마기를 지닌 녀석들을 골라볼까?’
주변을 살펴보니.
‘일단, 저 녀석이다!’
다른 고블린보다 외형은 별로였지만, 몇 배나 많은 마기를 지닌 녀석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첫 출발부터 느낌이 좋은데?’
정민우는 고블린을 향해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누가 중간에 낚아채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누가 저 녀석을 데려가겠어.’
겉모습만 봤을 때, 다른 고블린보다 왜소한 덩치를 지니고 있기에 다른 악마에게 선택받을 일은 없었다.
그렇게 고블린 앞까지 도착한 정민우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따라와라.”
움찔!
그러자 덩치가 왜소한 고블린은 몸을 떨어 보이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일단 한 마리.’
이제, 남은 99마리를 채워야 했지만, 어차피 널리고 널린 게 고블린이기에 고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마기가 전부 고만고만해서 고르기가 힘드네.’
그도 그럴 게 다들 형편없는 마기를 지니고 있어. 마기만 보고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심안이라도 사용해볼까?’
생각을 읽는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겠느냐마는.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사용할 수 있는 걸 전부 사용하는 게 낫겠지.’
고블린들을 보며, ‘심안’을 사용하자.
【처음으로 자신보다 격이 낮은 상대에게 심안(心眼)을 사용했습니다. 】
【심안(心眼)의 새로운 효과를 발견해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새로운 효과라고?’
정민우는 창고에서 ‘마안’의 능력을 새롭게 발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앞에 있는 메시지 창을 건드려보니.
【인간 - 심안(心眼)】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자신보다 격이 낮은 고등생물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새롭게 추가된 설명창이 떠올랐다.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정민우는 ‘심안’ 또한 ‘마안’에 뒤지지 않은 좋은 고유 특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인간의 고유 특성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엄청나잖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민우는 고블린들을 바라보자.
【학습】, 【없음】, 【육체 성장】…….
고블린들의 재능이 문자로 만들어지며, 머리 위로 떠올랐다.
‘이러면, 고르는데 한결 더 편해지겠어.’
고블린 대다수가 재능이 없었지만, 그래도 재능이 있는 고블린은 기백 이상이라 상관이 없었다.
‘내가 데려온 녀석은 무슨 재능을 지녔는지 볼까?’
정민우는 자신이 데려온 고블린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마기 친화】
‘마기 친화’라는 문자가 떠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래서 다른 녀석들보다 많은 마기를 지니고 있었던 거군.’
궁금증을 푼 정민우는 다시 고블린 무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전투에 특화된 녀석들로 고르는 게 좋겠지.’
몬스터는 행성을 침략하기 위해 보내는 것이기에 비전투는 아무래도 메리트가 없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골라보도록 할까?’
이후, 정민우는 마기를 보유하고 전투에 특화된 재능을 지닌 99마리의 고블린을 어렵지 않게 선별할 수 있었다.
* * *
잠시 뒤,
“여러분, 다 고르셨나요?”
교관이 악마들을 보며, 말을 걸어왔다.
“““네.”””
악마들의 대답에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팔찌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이 팔찌를 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팔찌에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개인 사육장과 연결된 아이템입니다.”
교관이 팔찌를 가볍게 두드리자.
쩌저적.
허공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쨍그랑.
검은 공간이 새롭게 생겨났다.
“이렇게 가볍게 두드리면, 개인 사육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팔찌를 잃어버리게 되면 다시 발급받을 수 없으니, 잘 챙겨야겠죠?”
교관은 1번부터 호명해 팔찌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개인 사육장과 연결 됐다라….’
팔찌를 받은 정민우는 신기한 눈빛으로 보다가 곧장 착용했다.
‘이런 식으로 사용이 되는 거구나.’
그리고 머릿속에 팔찌 사용법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건 그렇고. 팔찌 간수는 잘해야겠네.’
잃어버리게 되면 다시 발급받을 수 없다고 했으니, 자칫하다가 시험을 아예 치를 수도 없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이러한 점을 이용해 팔찌를 훔치려는 녀석도 생기겠지.’
악마의 간악한 성정을 생각하면, 시험에서 이기기 위해 팔찌 훔치는 것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정민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팔찌를 벗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다들, 팔찌를 사용해서 개인 사육장으로 들어가 보세요.”
교관이 팔찌를 사용할 것을 명령했다.
톡톡―
정민우는 교관의 말을 따라 팔찌를 가볍게 두드리자.
후――웅.
허공에 검은 공간이 생겨났다.
“나를 따라 들어오도록.”
정민우는 자신의 뒤에 있는 고블린에게 명령을 내리며, 검은 공간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11화 몬스터 (2)
검은 공간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화아아아아―
시야가 뒤바뀌며, 사육장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 사육장치고는 규모가 상당한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규모가 큰 모습에 정민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병장이 이렇게 넓어도 되나?’
군대에서 복무했던 연병장보다 몇 배는 더 큰 크기.
‘나중에 몬스터가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건가?’
정민우는 연병장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다.
‘여기는….’
내부를 살펴보던 정민우는 환생 전에 사진으로 봤던 어떠한 시설과 굉장히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육장이 아니라… 그냥 교도소잖아?’
방마다 철창이 설치되어 있었고. 바닥은 콘크리트와 비슷한 질감에다가 벽지는 전부 회색이었다.
‘사육장이라길래, 들판 같은 곳에서 키우는 줄 알았는데….’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매우 달랐지만.
‘이러면, 그나마 관리하기는 편하겠어.’
들판에서 관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들판보다 괜찮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의 규모를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건가?’
사육장 크기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석으로 졸업해서 보좌관을 얻는다고 해도 둘이서는 감당하기 힘들겠는데….’
정민우는 왜, 악마들이 양산 쪽으로 갈아탔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중을 생각하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어….’
지금이야 100마리밖에 안 되니, 혼자서 관리한다지만 나중에 숫자가 늘어날수록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이 부분은 천천히 고민해보기로 하고. 시설을 더 둘러볼까?’
정민우는 고블린들에게 휴식을 취할 것을 명령하고 혼자서 내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체 없이 걷던 와중.
‘음?’
관리실이라고 적혀져 있는 팻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들어가 볼까?’
철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호오.’
관리실 내부에는 사육장 지도부터 시작해. 용무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 사육장 내부를 볼 수 있는 모니터 등등 여러 가지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영상 보관실에서 느낀 것이지만. 은근히 최첨단으로 이루어졌단 말이야?’
마계는 기계 대신, 마기가 깃든 아이템을 사용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었지만.
‘기계나 아이템이나 어떤 것을 사용하든 활용하기 편하면 됐지.’
정민우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다.
털썩―
의자에 앉아 사용 설명서를 살펴보던 그때.
‘…잘하면 자체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는데?’
힘을 들이지 않고 사육장을 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기상 시간도 맞출 수 있고. 안내 방송 설정도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그 방법을 사용해도 되겠어.’
그 방법은 바로.
‘사육장을 군대처럼 운영하는 거지.’
사육장을 군대로 만드는 것이었다.
‘계급을 부여하고 서로를 관리하게 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다만, 몬스터가 지능이 낮아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지.’
나중에 편해질 수 있다면야, 지금의 고통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가 있었다.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한 번 살펴봤다.
‘급식실, 체력단련실, 샤워실, 의료실, 의류 제작실, 장비실 갖출 건 다 갖췄네.’
시설들을 보니, 군대에 필요한 것들은 전부 갖춰져 있었다.
‘그럼, 먼저 의료 제작실부터 가볼까?’
고블린들을 계속 알몸 상태로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옷부터 만들기로 했다.
이후 의료 제작실에 도착하니.
‘음?’
웬 검은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분명, 의료 제작실이 맞을 텐데?’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검은 상자 앞에 다가가니.
삐―융.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뭐지?’
떠오른 홀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니.
[상의]
[하의]
[신발]
[기타]
각 부위에 관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누르라는 건가?’ 정민우는 ‘상의’라고 써진 글자를 누르니.
[원하시는 상의의 형태와 색깔을 골라주십시오]
홀로그램에서 각종의 옷 형태와 색깔을 누르는 버튼이 새롭게 생겨났다.
‘…게임 같네.’ 그 모습에 정민우는 캐릭터 상점에서 옷을 고르는 것과 굉장히 흡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일단, 골라볼까?’
검은색과 녹색의 패턴을 넣고, 편의성을 위해 지퍼가 달린 옵션을 넣으니.
‘그럴싸한데?’
군대에서 입던 군복과 상당히 흡사해 보였다.
‘여기에 명찰도 만들면 되겠군.’
하의와 신발까지 모두 선택을 마치고 수량까지 설정하자.
[100벌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DP는 1입니다]
DP를 써야 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 정민우는 현재 DP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다시 취소해야 하나 생각하던 그때.
[양성소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DP가 발생하지 않으니, 제작을 가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웅.
생도 신분은 DP가 들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검은 상자 안에서 의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양성소에 있을 동안은 DP가 들지 않는다고…?’ 정민우는 나오는 옷들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저 말인즉슨, 수료하기 전까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수료하기 전에 왕창 뽑아놔야겠어.’
나중에 다른 체형의 몬스터들도 올 수 있기에 미리 크기별로 제작해두기로 했다.
* * *
“다들, 사이즈에 맞는 것으로 입으면 된다.”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아까는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이렇게 보니 인간과 인체 구조가 비슷한 것 같네.’
지켜보던 정민우는 코가 길쭉하게 나온 것과 피부색이 다른 것을 제외하면, 어린아이의 신체 구조와 똑같다고 느꼈다.
‘그렇다는 건, 인간이 하던 운동도 고블린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
정민우는 지구에서 보편화 되어 있는 운동을 고블린에게 접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밥을 충분히 먹인 뒤 곧바로 뜀뛰기부터 시작하면 되겠어.’
불룩 튀어나온 배가 어느 정도 들어갈 때 마기에 관한 훈련도 추가하면 될 것이었다.
그렇게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고 고블린들을 바라보니.
“다 갈아입었나?”
고블린들이 전부 환복을 끝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름 어울리는 것 같은데?’
옷이 날개인지 볼품없어 보이던 전과 달리, 지금은 나름 그럴싸해 보였다.
‘그래도 훈련병 같은 모습이지만.’
정민우는 고블린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식사하러 이동할 거니 나를 따라오도록.”
이후 고블린들을 데리고 급식실 안으로 들어가니.
‘진짜, 교도소 같네. 아니, 군대 같다고 해야 하나?’
환생 전에 봤던 급식소의 모습이 펼쳐졌다.
“다들, 자리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도록.”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알기 위해 조리실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에도 검은 상자가 있네.’
의료 제작실에서 봤던 검은 상자가 이곳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검은 상자 앞으로 다가가니.
삐―융.
전과 같이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고블린 사료]
다만, 아까와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고블린 사료밖에 없는 건가?’ 전처럼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흠, 어찌 보면 당연한 건가?’
생각해보니, 고블린만 배정받았는데 다른 사료까지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떤 음식이 나오나 한번 봐볼까?’
고블린 사료를 클릭하고 수량까지 설정하자.
[고블린 사료 100개를 조리하는 데 필요한 DP는 1입니다]
[양성소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DP가 발생하지 않으니, 제작을 가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은 상자에서 고블린 사료로 추정되는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고블린 사료가 아니라… 돼지 사료 같은데….’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정민우는 손가락을 찍고 입에 가져다 대봤다.
“!!!”
그리고 정민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갔다.
“퉤, 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 상한 음식을 먹은 것만 같은 맛이 났기 때문이었다.
‘두 번 다시는 맛보면 안 되겠어.’
정민우는 입을 한참이나 헹궈낸 뒤에야 배식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조리실 안으로 들어와. 하나씩 가지고 나와 자리에 앉아 대기하도록.”
고블린들은 군침을 흘리며, 사료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말은 잘 듣네.’
지능이 낮다길래 말도 안 들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식사하라고 말해줄….’
식사하라고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우걱, 우걱―
한 고블린이 못 참고 사료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내가 만만히 보였나 보군.’
정민우는 곧장 마기를 운용해 고블린을 공중으로 띄워 앞으로 데리고 왔다.
“분명, 내가 기다리라고 말했을 텐데?”
히끅―!
서슬 퍼런 말투에 놀랐는지, 고블린은 몸을 떨어 보이며 딸꾹질했다.
“A―36번이군.”
정민우는 등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며, 경고를 날렸다.
“너는 이틀 동안 식사 금지다.”
“끼, 끼엑?”
고블린은 한 번만 봐달라는 듯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식사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정민우는 그대로 창문 밖으로 고블린을 날려버렸다.
“또, 허락 없이 식사하는 녀석이 생길 시 사형이다 알겠나?”
“““끼에엑!”””
사형이라는 말에 고블린들이 힘차게 대답해 보였다.
“좋다. 그럼, 식사 시작하도록.”
이어서 식사해도 된다는 명령에 고블린들은 눈치를 살피다가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내 경고를 못 알아들은 녀석은 없겠지.’
군대는 상명하복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사소한 일 하나로 질서가 깨질 수가 있기에 잘 못 했을 때 철저하게 벌을 내려야만 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주인의 말을 거스르는 건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지.’
다른 악마였다면 그저 죽이고 말겠지만, 정민우는 그들을 제대로 키울 생각이기에 넓은 아량을 베푼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호출하면 연병장으로 집합할 수 있도록 해라.”
정민우 또한, 식사를 해야 했기에 고블린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리고 밖으로 벗어났다.
* * *
식사를 끝내고 돌아온 정민우는 연병장에 있는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켰다.
지―잉.
“전원 연병장으로 집합.”
이어서 고블린에게 연병장으로 집합할 것을 명령을 내리자.
두두두두―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들이 연병장으로 뛰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효과가 확실했나 보군.’
식사를 배제한 것이 효과가 좋았는지,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빠릿빠릿해졌다.
“““헤엑, 헤엑, 헤엑.”””
단상 앞에 도착한 고블린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땀을 닦아냈다.
“다들 오열 종대로 서도록.”
“““끼엑?”””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 뿐 움직이지를 않았다.
‘종대라는 단어가 뭔지 모르나 보군.’
어쩔 수 없이 직접 알려주기로 하며, 정민우는 단상 밑으로 내려갔다.
“줄에 맞춰 오열로 서면 되는 거다. 알겠나?”
지능이 낮은 탓인지, 오열 종대에 대해 20분간 긴 설명을 해야만 했다.
‘뜀뛰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기본적인 것을 숙지시켜야겠네.’
이후 정민우는 경례 자세부터 시작해. 우향우, 좌향좌, 뒤로 돌아 등등 세세한 제식을 가르쳐줬다. 그렇게 기본적인 것을 전부 알려주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화창했던 하늘이 어느 순간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오늘 공부하기는 글렀네.’
기본적인 것은 전부 설명했으니, 앞으로 시간을 잡아 먹히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다들, 우향우!”
척, 척!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들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설프긴 하지만, 나쁘지 않네.’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기에 지금은 이 정도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들, 앞으로 뛰어!”
“““끼엑!”””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첫날이니, 적당히 5바퀴만 뛰게 하면 되겠지.’
5바퀴.
숫자로 보면 큰 숫자는 아니었지만, 연병장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일반 성인 남성이 뛴다고 하면 1바퀴도 힘들 것이었다.
‘원래, 뛰면서 느는 것이지.’
지금도 다른 악마들과 경쟁하고 있기에 고블린들의 사정까지 봐줄 수는 없었다.
‘다른 녀석들이 비빌 수 없는 엘리트 부대를 만들어야겠지.’
정민우는 뒤처지는 고블린을 보며 소리쳤다.
“똑바로 뛰어! 뒤처지는 녀석은 식사 없을 줄 알아!”
늦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는 소리에 고블린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고블린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의외로 내가 군대 체질에 맞았나?’
군대에 복무할 때는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는데, 지금 보면 제법 군대에 잘 맞는 것 같았다.
‘대기업 취업이 아니라 군대 쪽으로 전향했어도 잘했겠군.’
이후, 고블린들은 어찌어찌 연병장 5바퀴를 도는 데 성공했다.
“끼, 끼에에엑….”
하지만, 몸에 무리가 간 것인지 바닥에 쓰러진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이 정도 쉬었으면 됐겠지. 다들 기상.”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들은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어쭈, 안 일어나? 다시 연병장 뛸래?”
이어지는 협박에 고블린들은 어쩔 수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봐. 할 수 있으면서 힘든 척하고 있어. 뜀뛰기도 끝났으니 이제 다음 훈련을 이어 가볼까?”
이어진 정민우의 말에 고블린들은 경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아직도 이 지옥 같은 훈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끼, 끼엑….”””
정민우의 음흉한 미소에 고블린들은 생각했다.
그는 진정한 악마라고 말이다.
12화 몬스터 (3)
다음 날.
이른 새벽, 정민우는 샤워를 마치고 나갈 채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좋아, 가볼까?’
본래, 잠자고 있을 시간이었으나 정민우는 개인 사육장에 가기 위해 자는 시간을 줄이고 일찍 일어난 것이었다.
‘체계가 잡힐 때까지는 신경을 바짝 써줘야겠지.’
잠시 눈을 붙였다 뗀 수준이었으나, 정민우의 몸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마기가 늘어나니, 몸에서 점점 활기가 넘쳐나네.’
이렇게 계속 마기가 몸에 차곡차곡 쌓이면, 나중에는 잠을 자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과연, 몇 명이나 나와 있을까?’
새벽 6시 전까지 연병장으로 집합하라고 했지만, 정민우는 고블린들 전부 연병장에 나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종족 자체가 게으르다고 했으니.’
도감에서 게으른 종족으로 손꼽힌다고 했으니, 괜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차고 있던 팔찌를 가볍게 두드리자.
쩌저적.
허공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쨍그랑.
검은 공간이 새롭게 생겨났다.
‘그래도 아무도 안 나와 있으면 조금 실망스러울 것 같은데.’
정민우는 과연 몇 명이나 나와 있을까 생각하며, 검은 공간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터벅, 터벅, 터벅.
검은 공간에서 벗어나 곧장 연병장으로 향하니.
‘호오, 기대 이상인데?’
열 마리의 고블린이 오와 열을 맞추고(오와 열이 제대로 맞진 않았지만) 단상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두 마리면 많다고 생각했는데, 군대 시스템을 도입한 게 효과가 좋았던 것 같았다.
‘그중에 A―36번도 있군.’
어제 밥을 못 먹은 게 컸는지 눈에서 독기가 서려 있었다.
“““끼엑!”””
연병장에 가까워지니, 자신을 발견한 고블린들이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절도 있게 경례 자세를 취해 보였다.
“바로.”
경례를 받아주자.
척, 척―
아직은 어설픈 모습이지만, 그래도 팔을 절도 있게 내려 보였다.
정민우는 단상 위에 올라가 앞에 자리한 고블린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조회가 시작하면 보상을 내려줄 테니 기대하고 있도록.”
보상이라는 말에 고블린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깃들었다.
지―잉.
이후, 정민우는 다른 고블린들을 부르기 위해 마이크를 켜며 명령을 내렸다.
“전원 연병장으로 집합.”
명령내린 지 약 3분 뒤.
두두두두―
고블린들은 경직된 얼굴로 연병장에 뛰어나왔다.
“지금 도착한 녀석들은 옆에서 엎드려 뻗쳐하고 있도록.”
이어서 도착한 고블린들은 차례대로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정민우는 단상 아래로 내려가 지각한 고블린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분명, 기상나팔이 울리면 5분 내로 연병장으로 집합하라고 했을 텐데 내 말이 우습나?”
“““…….”””
“왜, 대답이 없어!?”
“““끼에에에엑!”””
“지각한 너희들은 오늘 식사할 수 없다. 알았나?”
“““끼엑!”””
고블린들은 울상인 표정을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상관을 기다리게 하는 건 엄청난 중죄다. 내가 너희를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끼엑!”””
“너희는 조회할 동안 계속 그 자세로 듣고 있도록 해라.”
정민우는 단상 앞에 서 있는 고블린 쪽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너희는 내 말을 훌륭하게 수행했으니, 보상을 주도록 하겠다.”
보상이라는 말에 얼차려를 받고 있던 고블린들이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단상 앞에 서 있는 고블린들을 바라봤다.
“첫 번째 보상은 너희를 훈련병 신분에서 이등병으로 진급시켜주도록 하지.”
“…끼엑?”
정민우의 말에 고블린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이등병은 훈련병보다 높은 신분으로 아래 계급에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지게 된다.”
명령의 내릴 권한.
이 한마디에 고블린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또한, 하급자는 상급자의 말을 복종하지 않을 시, 하극상으로 여겨 엄벌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어지는 말에 얼차려를 받고 있던 고블린들이 몸을 떨어 보였다.
“일단, 약장을 받고 난 뒤 다음 보상에 얘기하도록 하지.”
정민우는 만들어온 이등병 약장을 꺼내 고블린들에게 붙여줬다.
“끼엑!”
그러자 고블린은 감격한 표정으로 힘차게 소리쳤다.
“다음의 보상은 견장이다.”
정민우의 말에 고블린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견장은 고블린들의 관리와 훈련을 진행하는 업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업무를 봐야 한다는 소리에 이등병 약장을 단 고블린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대신, 견장을 단 고블린들은 시간 상관없이 식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밥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어두웠던 표정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매일 훈련을 하는데, 세 끼로는 부족하겠지.’
원래도 식성이 왕성한 종족들인데, 훈련을 받고 나면 배가 엄청 고플 것이었다.
“추후에 계급에 따라 혜택도 추가할 테니, 분발할 수 있도록.”
정민우가 말을 끝마치자.
“““끼엑!”””
이등병 약장을 단 고블린들이 의욕 가득한 얼굴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어제 했던 훈련대로 일정을 진행 시키면 된다. 알겠나?”
“““끼엑!”””
“만약, 훈련하지 않은 모습이 포착되면 너희가 대신 얼차려를 받게 될 것이다.”
“““끼, 끼엑!”””
“오늘 조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 점심에 다시 찾아올 테니 훈련에 임하고 있도록.”
이후, 정민우는 등을 돌리며 그대로 연병장을 떠나버렸다.
“끼엑?”
얼차려 받고 있던 고블린 중 한 마리가 정민우가 떠나간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퍼―억!
견장을 단 고블린이 일어서려는 고블린을 향해 발길질했다.
“끼엑!?”
당황한 고블린이 견장을 단 고블린을 바라보자.
덥―썩.
“끼에에에엑!”
견장을 단 고블린이 멱살을 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아직, 자신은 일어나라고 하지 않았다는 뜻을 내포한 것 같았다.
“끼, 끼엑!”
고블린은 반발하고 싶었으나.
“하! 끼엑?”
견장을 단 고블린이 자신의 약장과 어깨에 있는 견장을 가리키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흡사, 네가 나를 건들고 감당할 수 있겠냐는 듯이 말이다.
“…끼엑.”
결국, 고블린은 신음을 흘리며, 다시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영악한 종족답게 권력을 잡으니 바로 휘두르는군.’
그 모습을 숨어서 보고 있던 정민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가면 체계를 빠르게 잡아갈 수 있겠어.’
* * *
교실로 등교하니.
“민우, 왔어? 개굴개굴.”
로크가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반갑게 맞아줬다.
“어, 안녕.”
정민우도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근데, 오늘 무슨 일 있었어? 개굴개굴.”
“일? 아니 없었는데?”
“그래?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와서 말이야. 개굴개굴.”
로크의 물음에 정민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새벽에 개인 사육장에 다녀와서 말이야.”
“오, 엄청 열심이네. 개굴개굴.”
“좋은 성적 받으려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정민우는 로크를 보며, 반대로 질문을 던졌다.
“너는 관리하는 거 어때. 할만해?”
“흐흐흐, 완전 장난 아니지. 개굴개굴.”
상당히 자신감 넘치는 반응에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말했다.
“장난 아니라고?”
“응, 지금 고블린들 성장이 미쳤거든. 개굴개굴.”
“성장이 미쳤다고?”
로크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흠,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차라리, 수업 끝나고 내 개인 사육장으로 와서 봐볼래? 개굴개굴.”
“…그래도 되는 거야?”
정민우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전력을 이렇게 쉽게 노출한다고?’
아무리, 친구 사이라지만 그 전에 경쟁자였다.
관리 방법을 자신이 채갈 수도 있었고. 아니면, 개인 사육장에 들어갔을 때 수작을 벌일 수도 있었다.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개굴개굴.”
로크는 정민우의 물음에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나도 대련에 관한 정보를 얻으면서 도움을 받았었잖아? 개굴개굴.”
“…….”
그 모습에 정민우는 새삼 악마 하나는 잘 사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생 전에 만났다면, 꽤 친한 친구 사이가 됐을지도.’
정민우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나야 고맙지.”
“그럼, 수업이 끝나고 바로 보러 가보도록 하자고. 개굴개굴.”
“좋지.”
이후 수업이 전부 끝나고 정민우는 로크를 따라 기숙사로 이동했다.
* * *
로크의 개인 사육장 안으로 들어가자.
‘…음?’
정민우는 당혹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피 냄새?’
진한 철분 냄새가 코를 자극해왔기 때문이었다.
‘몇 마리 죽인 거로는 이런 냄새가 나지는 않을 텐데?’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로크를 따라나섰다.
“이곳에 내가 관리하는 고블린들이 있어. 개굴개굴.”
그렇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끼엑.”””
고블린보다 덩치가 2배는 큰 몬스터 다섯 마리가 로크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홉 고블린…?’
그 모습에 정민우는 그들이 고블린 진화 형태인 홉 고블린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어떻게 진화한 거지?’
진화는 마기가 충족되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마기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몬스터는 악마와 달리 마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진화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때? 장난 아니지? 개굴개굴.”
로크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성장시킨 거야?”
“간단해. 마기를 강제로 주입 시켰거든. 개굴개굴.”
정민우는 믿기기 힘들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마기를 주입 시켰다고?”
“응, 아쉽게도 95마리는 버티지 못하고 죽었지만 말이야. 개굴개굴.”
로크의 말에 정민우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고블린들이 전부 죽을 뻔했던 거 알고 한 거야?”
강제로 마기를 주입하면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몬스터는 악마의 마기를 버티지 못하고 절명해버린다.
‘살아남을 확률이 1% 미만이라고 교과서에서도 나와 있었지.’
즉, 로크는 극악의 확률을 뚫고 홉 고블린으로 성장시킨 것이었다.
정민우의 말에 로크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한 행동이지. 개굴개굴.”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로크의 말에 정민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화내려고 했지만.
“…이런 도박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개굴개굴.”
이어지는 로크의 말에 차마 화낼 수가 없었다.
“너도 알잖아. 나는 너처럼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개굴개굴.”
틀린 소리는 아니었기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로크의 입장을 너무 생각하지 않았네.’
자신과 다르게 로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기에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미안하다. 걱정되는 마음에 좋지 않은 소리가 나갔나 봐.”
“괜찮아, 걱정돼서 하는 소리인데. 개굴개굴.”
로크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인배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그렇고. 마기를 대체 어떻게 주입했길래 다섯 마리나 성공시킨 거야?”
정민우의 물음에 로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냥, 고블린 몸에 마기를 주입하고. 강제로 심장을 자극해 체내에 마기를 돌리게 했지. 개굴개굴.”
“자극이라….”
로크의 설명에 정민우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잘하면, 나도 성공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잘만하면 이 방법을 자신도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로크처럼 자신의 마기를 주입하는 미친 짓은 할 생각은 없었지만.
‘마기를 흡수하는 것과 체내에 마기를 돌리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안’을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고블린의 마기를 보며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마기를 흡수하는 것과 운용하는 감각을 익히게 하면,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당장 가서 해봐야겠어.’
정민우는 몸이 근질근질한 것을 느끼며, 로크에게 말했다.
“혹시, 이 방법 나도 사용해도 될까?”
“응? 너도 마기를 주입하려고? 개굴개굴.”
“그건 아니고. 마기 흡수하는 것을 도와줘 보려고.”
로크는 경쟁자이면서 친구이기에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허락을 맡기 위해 물어봤다.
‘안 된다고 해도 할 것이긴 하지만.’
물론, 정말 예의상으로 물어본 것이기에 로크의 의사는 상관없었다.
“당연하지! 나도 도움만 받기 미안했는데.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나야 영광이지! 개굴개굴.”
“정말, 고맙다.”
이후 정민우는 로크의 개인 사육장에서 나와 자신의 기숙사로 향했다.
그렇게 방 근처에 가까워지던 그때.
‘…음?’
웬 악마가 자신의 방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악마도 자신을 발견하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누구지?’
정민우는 경계 어린 눈으로 문 앞에 있는 악마를 살펴봤다.
외형은 자신과 같은 인간의 모습이었고. 머리는 분홍색에다가 눈동자는 하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잠깐….’
정민우는 그녀가 누군지 눈치채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 나를 찾아온 거지?’
그도 그럴 게 대련에서 1등 한 악마 중의 한 명이 바로 눈앞에 있는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13화 마교회
999번.
9명의 대련 우승자 중 기억에 제일 남는 악마였다.
그녀가 제일 기억에 남는 데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말 한마디에 전부 항복해버렸으니까.’
첫 번째 이유는 그녀가 단 한 번의 전투도 치르지 않고 대련에 1등을 했기 때문이었고.
‘그리고 외모가 상당히 뛰어나지.’
두 번째 이유는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를 소유했기 때문이었다.
‘영상보다 실물이 훨씬 낫긴 하네.’
천사를 본 적이 없지만, 천사를 본다면 이런 외모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청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속은 뱀이 득실득실한 악마일 테지만 말이야.’
결국, 경쟁자 중 한 명에 불과했기에 정민우는 외모에 현혹되기는커녕, 더욱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무슨 일로 이곳에 찾아온 거야?”
하지만, 대놓고 경계심을 드러낼 수 없는 노릇이기에 정민우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찾아온 이유에 관해 물었다.
“‘마안’을 지닌 악마가 누군지 궁금해서 확인차 한 번 찾아와봤어요.”
그녀는 헤실헤실 웃으며 찾아온 이유에 대해 대답했지만.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은데?’
정민우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해봐야겠어.’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정민우는 곧장 ‘심안’을 사용했다.
【겉으로 봤을 땐, 평범해 보이는데. 정말 대련에서 1등 한 악마가 맞나?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999번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평범하게 보인 다라… 설마, 나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온 건가?’
자신 또한, 다른 악마들에게 접근해 약점을 찾아내려고 했으니, 999번 또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가 없으니 한번 떠봐야겠어.’
정민우는 999번을 보며 말했다.
“그래? 이제 확인됐을 테니, 문 앞에서 나와줄래?”
“에이, 그래도. 이렇게 만나게 됐는데 대화를 조금 하는 거 어때요?”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5분만. 얘기해요. 네?”
999번은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정민우 코앞에 다가왔다.
다른 악마였다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이래도 거절할 거야? 】
정민우는 그녀 머리 위에 떠 있는 문자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미안해. 나중에 따로 약속을 잡든가 하자.”
그녀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며, 문 쪽으로 다가가는 순간.
“자, 잠깐만요!”
999번이 다급하게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어느 정도 다급해졌을 테니, 생각을 읽기 수월해지겠지.’
머리를 굴릴수록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기에 의중을 파악하기 최적의 기회라고 볼 수 있었다.
‘이제 다시 한번 생각을 읽어볼까?’
정민우는 몸을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연기하는 동시에.
“왜?”
지금 그녀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머리 위를 집중했다.
【천천히, 파악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바로 고유 특성을 사용해서 검증할 수밖에】
‘고유 특성? 검증?’
정민우는 문자를 보며 의문을 느끼려는 찰나.
“나를 봐요.”
그녀가 재빨리 다가오며, 눈을 맞췄다.
‘음?’
그러자 전에 나지 않았던 은은한 향이 코를 자극해왔다.
“이제 따라올 생각이 들었나요?”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간질간질거리며,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런 고유 특성이었나?’
정민우는 그녀의 고유 특성이 ‘매혹’과 관련됐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거로는 나를 함락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곧장 마기를 끌어 올리며, 정신을 일깨웠다.
“개수작 부리지 마라.”
이어서 반지에 마기를 불어 넣으며, 시동어를 외치자.
“그림자 전개.”
촤르르르륵―
“…….”
바닥에 늘어붙어 있던 그림자가 가시 형태로 변하며 그녀의 목까지 솟구쳤다.
꿀꺽―
그림자를 본 그녀의 표정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죄송해요.”
그리고 여기서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는지 그녀는 꼬리를 내리며 자신에게 사과를 건넸다.
“왜, 나한테 고유 특성을 사용한 거지?”
정민우는 그림자를 거두지 않고. 고유 특성에 사용한 이유를 물었다.
“…저희, 모임에 적합한 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였어요.”
“모임?”
“네, 수료할 가능성이 큰 자들을 모아 친목을 나누는 모임이죠.”
뜬금없는 말에 정민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한 행동이 모임에 적합한 자인지 확인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제, 고유 특성을 간파하지 못하는 악마는 수료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을 내렸거든요.”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
‘겨우, 그걸로 기준으로 삼았다는 건가?’
정민우는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띄우자.
“이, 이것도 제법 근거가 있는 검증 방법이에요!”
999번이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
“근거가 뭔데?”
“제 고유 특성에 걸린 악마는 제가 해제하지 않으면 평생을 꼭두각시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녀의 설명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평생이라… 그러면 이런 조건을 세운 것도 이해가 가네.’
꼭두각시가 되면, 그녀의 패로 사용되다가 버려질 것이 뻔하기에 10등 안에는 절대 들을 수가 없었다.
“어떤 기준으로 녀석들을 뽑은 거지?”
“지금은 정보가 부족해서 대련 1등 한 악마로 뽑고 있어요.”
“나를 몇 번째로 찾아온 거지?”
“마지막으로 찾아온 거예요.”
“그럼, 지금 모임에 있는 악마는 몇 명이지?”
“저 포함에서 다섯 명이에요!”
999번의 말에 정민우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다섯 명이라… 남은 네 명은 걸러졌다는 소리군.’
즉, 다른 네 명은 그녀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녀석들의 정보를 얻어야 했으니 모임에 들어가도 나쁘지 않겠지.’
한 명씩 찾아갈 수고를 덜 수 있으니, 모임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거짓말일 수도 있으니 확인해봐야겠지.’
그녀의 말을 전부 믿을 수 없는 노릇이기에 생각을 읽어보기로 했다.
【내 고유 특성을 단번에 풀어내는 악마가 666번 말고 또 있을 줄이야…. 】
【일단, 666번과 이 녀석을 우선순위에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겠어. 】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그녀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임에 가입하실 거죠?”
999번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모임에 가입하도록 하지.”
“앞으로 잘 부탁해요.”
정민우의 수락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대신, 조건이 있어.”
손을 잡는 대신 정민우는 그녀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조건이요?”
“응, 내가 부탁하면 꼭두각시를 한 번 빌려줘.”
“…꼭두각시를요?”
“설마, 싫다고는 하지는 않겠지?”
정민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아무리, 모임에 적합한 자를 찾기 위한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공격한 것은 사실이기에 평범하게 넘어가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거절하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보복을 하면 그만이니까.’
정민우의 말에 999번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거절하면, 나를 척지게 되겠지.”
“…좋아요. 대신, 저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은 안 됩니다.”
“물론이지. 계약서는 주말에 작성하도록 하자고.”
그제야 정민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 모습에 999번은 생각했다.
굉장히 악마답고 능구렁이 같은 남자라고 말이다.
* * *
999번을 따라가니, 회의실이라고 적혀진 곳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안에서 다른 분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그녀가 회의실 문을 열며, 안으로 안내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니.
“‘마안’으로 유명세를 달리는 분이군요.”
“…호오.”
“겉모습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
원탁에 앉아 있던 악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반겨줬다.
“반가워.”
정민우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그들의 얼굴을 면밀히 살펴봤다.
문 쪽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악마는 올빼미의 얼굴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 555번이군.’
정민우는 555번을 보며, 전투 방식을 떠올렸다.
‘분명, 깃털을 만들어서 날리는 공격을 했었지.’
깃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상대를 농락했던 모습이 기억이 났다.
‘다음 녀석을 살펴볼까?’
옆에 앉은 악마에게 시선을 옮기니, 흑염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이 666번.’
낫을 이용해 변칙전인 전투를 하던 녀석이기에 싸우게 된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나와 같이 매혹을 단번에 풀어냈던 자니 경계하는 게 좋겠지.’
666번 옆에 앉은 악마로 시선을 돌리니.
‘777번인가?’
얼굴과 몸은 인간의 여성과 똑같았지만, 다른 게 있다면 회색 머리에 늑대 귀를 하고 있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싸움을 하던 녀석이었지.’
대검을 이용해 적을 찍어누르는 방식을 취했기에 싸우게 된다면 거리를 내주면 안 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888번.’
777번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여성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조금 특이했던 것은 뿔과 꼬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얼음을 이용해 적을 무너트렸지.’
그녀는 자신과 머리 색깔과 똑같은 푸른 얼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일일이, 번호를 부르는 건 헷갈리니 구분하기 편하게 별명 같은 것을 지어나야겠어.’
정민우는 555번부터 차례대로 간단한 별명을 지어줬다.
올빼미, 흑염소, 늑대인간, 얼음공주.
‘그리고 999번은 머리가 분홍색이니 핑크녀라고 별명을 붙이면 되겠지.’
그렇게 속으로 별명을 붙이는 것을 끝날 때.
“1번님은 저쪽에 앉으시면 돼요.”
999번, 아니 핑크녀가 자리를 가리키며 앉을 것을 권했다.
“그러지.”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자. 핑크녀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모든 멤버가 모였으니, 저희 모임에 관한 취지를 설명하는 겸 규칙 사항을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이후 핑크녀의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축약하자면 이러한 내용이었다.
첫 번째, 수료하고 전선에서 만날 확률이 높은 만큼 서로 적대하지 않고 친목을 다진다.
두 번째, 수료자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지 않을 시 모임에서 추방된다.
참고로, 모임에서 추방된 자는 적대해도 상관없다.
세 번째,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하나씩 공유한다.
‘생각보다 구체적인 규칙 사항이네.’
정민우는 모임을 만들어내는 추진력과 세부적인 규칙 사항을 만들어내는 핑크녀의 모습에 감탄했다.
‘역시, 경계를 늦추면 안 되겠어.’
그리고 핑크녀를 요주의 대상으로 올려놓고 관찰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녀석들의 관찰을 게을리할 수는 없겠지.’
다른 녀석들 또한, 유력한 경쟁자 후보이기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됐다.
“참고로 저희 모임의 이름은 마교회(魔交會)라고 지을 생각인데 괜찮으시죠?”
핑크녀의 물음에 다른 악마들은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전달 사항은 전부 끝냈으니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져보자고요!”
그녀의 말의 시작으로 악마들이 하나둘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대화를 참석하는 대신, 녀석들의 욕망과 마기 총량을 알아볼까?’
정민우는 이곳에서 실없이 떠들 마음이 없었기에 ‘마안’을 통해 그들의 욕망과 마기 총량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안을 사용하자.
【생존】
올빼미부터 시작해.
【수석 졸업】, 【싸움】, 【생존】
핑크녀, 늑대인간, 얼음공주의 순서대로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역시, 핑크녀가 요주의 대상이야.’
핑크녀 또한, 자신과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흑염소인가?’
정민우는 시선을 돌려 흑염소의 욕망을 확인하려는 순간.
짜―릿!
‘큭!’
오른쪽 눈에 강력한 통증이 밀려 들어왔다.
‘…뭐지?’
정민우는 눈을 감싸 쥐며, 당혹감을 느끼던 그때.
【격의 차이로 확인이 불가합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같은 생도끼리 격의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정민우는 믿기기 힘든 표정으로 흑염소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씨익―
“왜 눈을 감싸고 있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흑염소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14화 제안 (1)
“…아무것도 아니야.”
정민우가 얼버무리며 대답하자.
“그래?”
흑염소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다른 악마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정민우는 당혹감이 서린 얼굴로 흑염소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그도 그럴 게 이름이 부여되지 않는 한 격의 차이가 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생각하자.’
정민우는 가슴을 추스르며, 머리를 맹렬히 회전시켰다.
그렇게 머리를 혹사한 결과.
‘세 가지 가설 정도가 있는 건가….’
그럴듯한 가설을 세 가지 정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일단, 첫 번째 가설은 교관이 신분을 숨기고 생도들을 평가하기 위해 잠복한 것이지.’
자신이 모르는 다른 평가가 숨겨져 있을 수 있기에 교관이 신분을 숨기고 생도 사이에 잠복하는 가설은 얼핏 보면 나름 그럴싸했다.
‘하지만, 이 가설에는 크나큰 맹점이 하나 있지.’
그것은 바로 격이 웬만한 교관보다 높은 악마가 잠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교관에겐 문제없이 마안과 심안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즉, 체육관 강당에서 입학식을 치르던 거구의 악마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저 녀석은 그 거구의 악마보다 격이 더 높고 말이야….’
정민우가 격이 더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거구의 악마조차 못 느낀 것을 저 녀석이 파악했으니까.’
흑염소는 자신이 ‘마안’을 사용했던 것을 어렵지 않게 간파해 보였다.
‘이러면 첫 번째 가설일 확률은 희박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격이 높은 교관이 잠복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으니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기로 했다.
‘두 번째 가설은 격이 높은 악마가 잠복한 것.’
첫 번째 가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교관이 아닌 다른 악마가 잠복한 것이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
또한, 잠복한 악마가 이대로 졸업까지 하게 된다면 수석 자리는 절대 차지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만약, 이런 악마가 더 있다면 수석이 아니라 졸업하는 것도 불확실해지겠지.’
그렇기에 정민우는 두 번째 가설만은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세 번째 가설은 괴물 탄생.’
간단하게 말해 천외천(天外天)이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상식을 벗어나는 괴물이 한 번쯤 등장하기 마련이니까.’
이름도 없는데 이 정도의 격을 가진 것이라면, 수석의 자리는 깔끔하게 포기해야 할 것이었다.
‘내 처지에서는 첫 번째 가설이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겠군.’
정민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만약, 두 번째 세 번째 가설에 속한다고 해도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환생 전, 불합리한 환경에서 경쟁을 해왔던 자신이었다.
‘이 정도로 포기할 내가 아니지.’
그렇기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석 자리에 차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칠 생각이었다.
‘원래는 핑크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지만, 흑염소가 더 위험해 보이니 이 녀석의 정보를 집중적으로 캐내야겠지.’
정민우는 다른 녀석들의 정보를 얻는 것은 미뤄두고 흑염소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상념에 잠겨 있던 그때.
“그러면, 오늘 모임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핑크녀가 손뼉을 치며, 모임의 끝을 알려왔다.
“1번님은 다음부터 활발히 참여 부탁드릴게요!”
“…알겠어.”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보도록 할게.”
회의실에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이봐.”
뚜벅, 뚜벅, 뚜벅.
흑염소가 자신을 불러 세우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따 또 보자?”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그대로 회의실을 벗어났다.
“…….”
정민우는 흑염소의 뒷모습을 보다가 잇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 *
흑염소에 대한 정보를 캐낸다고 했지만, 그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기에 정민우는 기숙사에 들른 뒤 개인 사육장으로 향했다.
‘제대로 훈련을 하고 있나 봐볼까?’
체력단련실로 들어가 보니.
“““후욱, 후욱, 후욱!”””
‘제대로 하고 있네.’
고블린들이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열정적인지 천장에 안개구름이 생겨날 정도였다.
“끼엑!”
견장을 단 고블린이 자신을 발견하더니, 다른 고블린들을 향해 소리치자.
“““끼엑!”””
뒤에 있던 고블린들이 훈련을 멈추고 우렁찬 목소리로 정민우에게 경례를 박았다.
오전에 보았던 어설픈 경례는 사라지고 확실히 절도가 있는 경례였다.
“바로.”
정민우는 경례를 받아주며, 견장을 단 고블린에게 시선을 옮겼다.
“오늘 훈련은 어땠지?”
“끼엑!”
고블린은 문제없다는 듯,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행동으로 봤을 때는 훈련에 빠짐없이 임한 것 같네.’
그렇다고 하여 고블린의 말만 듣고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정민우는 따로 관리실에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잠시 어디 좀 다녀올 테니 계속 훈련하고 있도록, .”
정민우는 발걸음을 돌리며, 체력단련실에서 벗어나 곧장 관리실로 향했다.
‘촬영한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지?’
관리실에 들어와 모니터 앞에 있는 키보드를 조작하자.
‘나오는군.’
아침에 자신이 연병장을 떠난 뒤의 모습이 모니터에 송출되기 시작했다.
‘얼차려가 꽤 길게 이어졌었네.’
영상을 보니, 얼차려가 몇 분간 이어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 영상을 빨리 감아볼까?’
탁, 탁.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리자. 송출되던 영상이 20배속으로 빨라졌다.
‘뜀뛰기 다섯 바퀴는 제대로 돌았고. 내가 명령한 대로 90마리는 식사에 열외 됐군.’
생각 외로 명령을 착실히 따르는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체계를 잡는 데 한 달 이상은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빨리 잡을 수 있겠는데?’
이 정도 속도로 봤을 때, 일주일만 관리하면 자신이 없어도 알아서 굴러갈 것 같았다.
‘군대 체질들인가?’
처음엔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무리를 이뤄서 생활하는 종족답게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확인도 끝냈으니 마기를 운용하는 법을 알려주러 가볼까?’
정민우는 마기 운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고블린들이 있는 체력단련실로 다시 향했다.
“다들 훈련을 멈추고 바닥에 앉을 수 있도록.”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들은 절도 있는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
“지금부터 마기 운용법에 대해 교육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마기’라는 말에 고블린들이 눈을 반짝이며 정민우를 바라봤다.
“너희들도 마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테니, 따로 설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정민우는 견장을 단 10마리의 고블린을 지목하며 말했다.
“마기 운용법은 전원에게 설명해주겠지만, 개인 교습은 견장을 단 분대장에게만 해줄 것이다.”
분대장에게만 개인 교습을 해주겠다는 말에 고블린들이 불만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불만이 있으면, 계급을 올리거나 견장을 달도록 해라. 이것도 혜택 중 하나니까.”
정민우의 뜻은 완강했다.
‘이렇게 계급에 따라 차별을 둬야 더 분발하겠지.’
계급이 낮은 고블린들은 계급을 올리기 위해 분발할 테고 계급이 높은 고블린들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었다.
‘그리고 100마리를 전부 봐줄 만큼 내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니까.’
무엇보다도 고블린에게 시간을 전부 할애할 만큼 자신이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마기 운용법에 관해 설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먼저…….”
이후 정민우는 고블린들에게 마기 운용법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럼, 설명도 끝났으니 개인 교습을 시작하지.”
정민우는 분대장 고블린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구를 먼저 하는 게 좋을까….’
첫 교습 상대를 고민하던 그때.
‘그래, 이 녀석이 좋겠군.’
‘마기 친화’라는 재능을 지는 고블린이 자신의 눈에 띄었다.
“A―1번 앞으로 나와서 자리에 앉도록.”
“끼엑!”
착석한 모습을 본 정민우는 고블린 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설명을 들은 대로 마기를 흡수하도록 해라.”
“끼엑!”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이 힘차게 대답하며, 눈을 감았다.
‘그럼, 바로 마안을 사용해볼까?’
이어서 ‘마안’을 사용해보자.
‘마기가 미약하네.’
고블린의 피부에 미약한 마기가 서린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체내도 확인할 수 있나?’
정민우는 고블린의 몸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보인다!’
체내에 있는 마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면 충분히 가능하겠어.’
정민우는 고블린이 흡수하는 마기를 자세히 관찰했다.
‘미약하지만, 심장 쪽으로 마기가 향하고 있군.’
역시, ‘마기 친화’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첫 출발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심장 쪽으로 가는 중에 마기가 흩어지며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네.’
정민우 마기를 일으켜, 흩어지는 마기를 붙잡았다.
‘길을 인도해 주면 되겠지.’
그리고 고블린의 마기를 심장 쪽으로 인도하며 말했다.
“이 감각을 기억해라.”
정민우는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기를 거두고 지켜봤다.
‘흩어지는 마기가 현저히 줄어들었군.’
아직, 미흡하지만 전보다 훨씬 나아진 상태로 마기를 심장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이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어.’
정민우는 고블린에게 심호흡하는 것을 멈추고 전신에 마기를 퍼트릴 것을 명령내렸다.
“끼엑!”
고블린은 힘차게 대답하며, 마기를 퍼트리려고 했으나.
“끼. 끼엑?”
마기는 심장 근처를 맴돌다 사라져버렸다.
‘마기를 퍼트리는 힘이 부족하네.’
정민우는 고블린의 심장을 마기로 자극한 뒤 전신 곳곳에 퍼뜨렸다.
“…끼, 께에르!?”
그러자 고블린이 몸을 부르르 떨어 보이며, 황홀감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에 마기를 응집시켜봐.”
이어지는 정민우의 명령에 고블린은 정신을 차리고 마기를 운용했다.
우―웅.
‘성공적이네.’
그리고 고블린 손에 미약하지만 검은 기운이 휩싸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고블린들의 힘이 빠른 속도로 늘게 되겠지.’
로크가 했던 방식처럼 빠르게 강해지지는 않겠지만, 다른 악마들보다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앞에 있는 샌드백을 쳐보도록.”
“끼엑!”
고블린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샌드백 앞에 다가가.
“끼엑!”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을 휘두르는 자세는 상당이 형편없었지만.
퍼―엉.
샌드백이 격하게 흔들리며,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 끼엑?”
그 모습에 고블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흡사, 이게 진정 나의 힘이란 말인가? 하는 감탄을 내보이는 것 같았다.
‘첫 번째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곧바로 다음으로 이어 가볼까?’
이후 정민우는 남은 9마리를 다 봐주고서야 개인 사육장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 * *
“후, 피곤하군.”
정민우는 찌뿌둥해진 어깨를 돌리며, 검은 공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씻고 나서 공부를 시작해야….”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하려는 순간.
우뚝―
침대 위에 한 인영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꿀꺽―
정민우는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게 반지에 마기를 불어 넣으며 말했다.
“…누구냐?”
“…….”
물음에도 대답 없는 인영.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방안이 껌껌했던 탓에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정민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스위치 있는 곳까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저벅, 저벅, 저벅.
“…….”
움직이면서 기습을 대비했지만, 인영은 공격할 생각이 없는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달칵―
그렇게 스위치 버튼을 켜자.
화르륵―
횃불에 불이 들어오며, 방안이 환해졌다.
“…너는?”
그리고 어두워서 보지 못했던 인영의 얼굴을 확인한 정민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보자고 했지?”
모임에서 만났던 흑염소가 그곳에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15화 제안 (2)
놀라는 것도 잠시 정민우는 의문에 찬 눈빛으로 흑염소를 바라봤다.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온 거지?’
이곳은 방의 주인이 아닌 자가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방은 홍채 인식으로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니까.’
문에는 아트팩트가 설치되어 있어. 홍채 인식을 하지 않으면, 어떤 수를 써도 방문은 절대 열리지 않았다.
또한, 창문에도 아트팩트가 설치가 되어 있어 외부에 들어올 수 없는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하면 비상벨이 울려 경비원들이 출동하게 되어 있지.’
양성소에서는 악마들의 안전과 보안을 중요시하기에 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다면 이미 경비원들에게 잡혀갔을 것이었다.
‘안전을 신경 쓴다고 해도 10명 안에 들지 못하면 가차 없이 폐기 처분을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흑염소가 이곳에 자리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상념에 잠겨 있던 순간.
“내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하지?”
흑염소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하아.”
결국, 당사자에게 묻는 것 말고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민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알려줘?”
정민우의 물음에 흑염소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
“알려줄까 말까 고민이 되는걸~”
그 모습에 정민우는 속에서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왜?”
“안 그러면 경보를 울려서 경비원들을 불러낼 거거든.”
정민우의 말에 흑염소는 너스레 떨며 대답했다.
“어이쿠, 아주 무서운 협박을 하는군. 이러면, 알려줄 수밖에 없잖아?”
따악―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
흑염소의 얼굴이 순식간에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모해버렸다.
“네 모습으로 당당히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지.”
“…무슨?”
정민우는 당황하는 것도 잠시, 흑염소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정체가 뭐지?”
“정체랄 게 있어? 너랑 같은 생도지.”
흑염소의 말에 정민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장난은 집어치워!”
“오, 한 성깔 하는데?”
그 반응이 재밌기라도 했는지, 흑염소는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 엄청 웃겼네. 근데, 나를 생도로 생각하지 않는 증거라도 있어?”
그리고 이내 웃음을 멈추더니, 그 이유에 관해서 물어왔다.
정민우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기 싫었으나.
‘…말하지 않으면 내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겠지.’
아쉬운 쪽은 자신이었기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간단하지.”
흑염소가 생도가 아니라고 확신한 이유는 간단했다.
‘대련 때 보였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지.’
분명, 대련 때는 낫의 길이를 마음대로 늘이는 무기와 상대에게 디버프를 거는 고유 특성을 사용했었다.
한데, 여기서 다른 모습까지 바꿀 수 있는 고유 특성이라니?
‘이것만 봐도 생도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지.’
자신처럼 인간의 영혼을 가질 수 있었냐고 의문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그랬으면 애초에 내 앞에서 능력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거야.’
정말 그가 생도였다면, 경쟁자에게 자신의 전력을 노출하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오, 예리한데?”
정민우의 설명을 들은 흑염소는 손뼉을 쳐 보이며 감탄했다.
“…그래서 네 정체가 뭐지?”
“그러게 생도가 아니면 뭘 까나? ~”
그의 대답에 정민우는 흑염소가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끌려다닐 뿐이야.’
또한, 이대로 대화가 이어지면 흑염소의 페이스대로 놀아나게 될 것을 직감했다.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와야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겠지.’
정민우는 뺏긴 주도권을 되찾기로 하며, 강경하게 나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네 정체가 뭐지?”
“왜, 대답을 안 하면 또 경비원이라도 부르겠다고 협박하게?”
“그래.”
“과연, 네가 할 수 있을까? 그러면 내 정체에 대해 못 들을 텐데?”
“그건 해봐야지 알겠지.”
흑염소의 말에 정민우는 코웃음을 치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촤르르르륵―
바닥에 늘어붙어 있던 그림자가 가시 형태로 변하며 문 쪽으로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경비원이 와도 그런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할 수 있나 보자고.”
그렇게 가시가 된 그림자가 문 지척에 가까워지던 순간.
“뭐, 그러지.”
흑염소가 백기를 들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정민우는 그림자를 멈춰 세우며, 흑염소를 바라봤다.
“조금만 더 가지고 놀다가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악마였잖아?”
“됐고. 정체나 밝혀.”
“알겠다고 밝히면 될 거 아니야.”
흑염소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기자.
따악―
“음?”
다른 외형을 한 악마로 변모했다.
‘누구지?’
정민우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흑염소를 자세히 살펴봤다.
붉은색 머리, 이마에 튀어나온 두 개의 뿔. 그리고 삼지창의 모양의 꼬리.
일반적인 악마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던 그때.
‘…오드아이?’
남자의 눈의 색깔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오른쪽은 빨간색, 왼쪽은 검은색? 잠깐만….’
그 모습에 정민우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스쳐 지나갔다.
‘어디서 봤지…?’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 보자. ‘마계를 빛낸 위인들’이라는 교과서에 나온 인물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설마.”
그리고 그 위인 중 대마왕과 흡사한 용모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민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떠올린 인물을 중얼거렸다.
“…사탄?”
그러자 흑염소, 아니 사탄이 피식 웃어 보이며 말했다.
“대마왕 앞에서 경어를 쓰지 않는 악마는 정말 오랜만이야.”
이어서 사탄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쿵――!
거대한 마기가 몸을 강하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큭!”
마기를 끌어 올려, 대응하려고 했으나.
“허억, 허억!”
압도적인 힘에 정민우는 마기를 끌어 올리기는커녕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이러다가 몸이 으스러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에 휩싸이려는 찰나.
“꽤 괜찮은 녀석이니, 벌은 여기까지만 내리도록 하지.”
사탄이 손을 다시 까딱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주위에 가득 차 있던 마기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하아.”
그러자 거짓말처럼 몸을 짓누르던 고통이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
고통이 사라지니, 굳었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마왕이 나를 찾아왔다고?’
정민우는 현재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대통령이 일면식도 없는 일개 학생을 보러 왔다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설마, 내가 마안을 사용해서 그런가?’
그나마 서로의 연결점을 찾자면, 같은 ‘마안’을 지니고 있다는 것뿐이다.
‘…10, 000년 만에 나왔다고 했으니, 궁금할 법도 하긴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마왕이 직접 자신을 보러 왔다는 것에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따로 불러내면 될 텐데, 굳이 직접 행차할 필요가 있는 건가?’
결국, 정민우는 혼자서 답을 도출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눈앞에 있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대마왕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 하나 올려도 되겠습니까?”
정민우는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최대한 공손하게 말을 건넸다.
“아까는 막 대하더니, 말투가 확 바뀌었네?”
“그전에는 고귀한 존재이신지 모르고 실례를 범해버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 내가 정체를 숨겨서 그런 건데. 그래서 물어볼 게 뭔데?”
사탄의 허락에 정민우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이곳에 찾아오신 연유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별거 아니야. ‘마안’을 지닌 자가 나타났다길래 미리 점 찍어두려고 온 거거든.”
“점을 찍는다는 것은…?”
“수료하면, 내 부하로 데려가겠다는 말이지.”
대마왕의 설명에 정민우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우 이런 일로 찾아온다고? 굳이?’
수료하고 불러도 될 일을 대마왕이 직접 행차했다는 것이 머리로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 대답에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구나?”
“제가 미천한 탓에 대마왕님의 큰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민우의 대답에 사탄이 잠시 턱을 쓸며 고민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뭐, 얘기해줘도 상관없겠지.”
그리고 고민이 끝났는지, 고개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사실, 다른 녀석들이 내 자리를 노리고 있거든.”
“대마왕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요…?”
“응, 다른 마왕끼리 협력을 맺어서 내 자리를 엿보고 있거든.”
“미리 처리하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까?”
“명분이 없잖아. 명분이.”
“아….”
대마왕쯤 되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여럿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기류가 심상치 않더라고. 그래서 나도 세력을 키워볼까 하다가 너의 얘기를 딱 듣게 된 거지.”
“송구하오나, 저 같은 생도보다는 다른 격이 높은 악마를 포섭하는 게 더 좋은 것 아닙니까?”
“이미 늦었지, 몇천 년 전부터 준비했던 건데, 그리고 그런 애들 포섭하는 것보다 너 하나 포섭하는 게 더 이득이야.”
“…이득 말입니까?”
격 높은 악마보다 자신을 포섭하는 게 이득이라니?
정민우는 설명해달라는 눈빛으로 사탄을 바라봤다.
“너, ‘마안’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힘을 지녔는지 모르는구나?”
“…….”
“그 힘은 내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위험해. 그래서 남들이 채가기 전에 미리 온 거고.”
사탄의 말에 정민우는 그제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과연, 그랬던 거였군.’
본인이 ‘마안’이라는 고유 특성을 지니고 있으니, 그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다른 마왕에게 포섭되기 전에 직접 찾아온 거구나.’
얘기를 들어봤을 때, 아마 수료만 하게 된다면 다른 마왕들이 러브콜을 보내올 것이다.
‘그리고 나를 키워 대마왕을 내쫓는 데에 쓰려고 하겠지.’
만약, 대마왕을 내쫓는 데 성공하게 되면.
‘그다음은 내가 버려질 테고 말이야.’
‘마안’을 지닌 위험분자를 처단하려 들 것이었다.
어떻게 봐도 대마왕 쪽에 붙는 게 유리한 상황.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올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그렇다면, 왜, 다른 마왕들은 저를 찾아오지 않는 것입니까?”
정민우의 물음에 사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악마들은 ‘소속 상담’ 시작하기 전에 양성소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게 규율이거든.”
“그럼, 대마왕님은 어떻게…?”
“나? 나는 몰래 들어왔지.”
상당히 뻔뻔한 대답에 정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만약,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생각이 있는 악마라면 거절을 하지 않겠지만, 만약 거절하면 순순히 돌아가야겠지?”
“…죽이지 않는 겁니까?”
“마신님이 정한 규율 중에서 생도를 죽이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거든.”
“이해했습니다.”
“대답은?”
사탄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게 선택권이 있겠습니까? 다른 마왕들을 따라가면 나중에 처분될 게 뻔한데. 당연히 대마왕님을 따라야죠.”
정민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대마왕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네.”
그리고 사탄은 앉아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당장 계약하고 싶지만, 생도와 계약하면 안 된다는 규율이 있으니 계약은 수료하고 나서 하도록 하지.”
“제가 수료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시는군요.”
“‘마안’을 지녔는데 수료를 못 하는 게 이상한 거지. 만약에 그 능력을 갖추고도 수료하지 못하면 폐기처분당하는 게 낫지.”
“…….”
섬뜩한 말에 정민우는 살짝 몸을 떨어 보였다.
“내 밑으로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냥 가기는 그러니 선물 하나 정도는 주고 가야겠지?”
“선물 말입니까?”
선물이라는 말에 정민우는 두 눈을 빛냈다.
“어떤 게 좋을까….”
사탄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에 잠기더니.
“아, 그래. 그걸 주면 되겠네.”
이내 손뼉을 치며, 정민우 앞으로 다가갔다.
“아파도 참아.”
얼굴을 붙잡더니, 오른쪽 눈에 강제로 마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 이, 무슨 짓…!”
그 순간. 정민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컥!”
“눈 뜨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럼, 수료할 때 보자.”
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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