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diabo vai trabalhar hoje 01
1화 프롤로그
“응, 괜찮아졌어.”
정민우는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괜히, 늦으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빨리 강당으로 가도록 하자고.”
“동감이야. 개굴개굴.”
복도를 따라 걸어. 개구리 인간과 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그로테스크하네….’
RPG 게임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해골로 된 의자, 빼곡하게 배치된 횃불, 그리고…….
‘…무슨, 보스처럼 생긴 몬스터가 서 있냐.’
강당 위엔 족히 5M는 되어 보이는 뿔 딸린 악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주먹 한 방이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은데….’
정민우는 단상에 있는 악마의 위용에 위축됨을 느끼며, 근처 의자에 앉았다.
“이제부터 악마 생활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떨리네. 개굴개굴.”
옆에 따라 앉은 개구리 인간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그러게 진짜 떨리네.”
마음을 다잡긴 했지만, 이렇게 막상 나와보니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바글바글―
다른 악마들이 강당 안으로 들어서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그 어수선함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단상에 서 있던 악마는 슬쩍 손목을 바라보며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시간이 됐군. 지각생들은 처형하도록.”
악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으, 으아아아악!”
문을 지키던 악마들이 강당 안으로 들어오는 악마들을 향해 가차 없는 공격을 시작했다.
뒤늦게 들어오려던 악마들은 이렇다 할 반항 한 번 못해보고 바닥에 쓰러져, 싸늘하게 식어갔다.
‘…미친!’
가차 없는 행동에 정민우는 다시금 이곳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깊게 느꼈다.
‘인권 따위는 없는 곳이군.’
단상에 서 있는 악마는 죽어가는 악마를 무신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악마는 시간 개념이 철저해야 한다. 그걸 지키지 않는 녀석들은 악마로 있을 자격이 없다.”
악마의 말에 정민우는 무슨 일이 생겨도 지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얼추, 인원들이 전부 모인 것 같으니, 시작하도록 하지.”
단상에 있는 악마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위―잉.
허공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제군들도 알겠지만, 이곳은 위대하고 사악한 악마를 육성하는 양성소다. 너희는 반년 동안 참된 악마로 나아가는 교육을 받게 될 것이며, 교육이 끝나면 선배 악마들과 같이 한 명의 악마로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위대하고 사악하며 참된 악마가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히진 않았지만.
‘그러니까 이곳이 학교이자 연수원 뭐 그런 곳인가?’
그만큼 이곳에서 배우는 게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는 것 하나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또한, 수료자 열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폐기처분 처리가 된다.”
악마의 파격적인 발언에 강당이 급격하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폐, 폐기처분…?’
정민우 또한,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고갤 들어 주변을 슬쩍 살펴보니.
‘대략, 천 명 정도인가….’
꽤 많은 악마가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상에 자리한 악마는 그러한 반응에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조용!”
‘큭!’ 그러자 알 수 없는 기운이 몸을 강하게 짓눌렀다.
“무릇, 악마란 소수의 엘리트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불만이 있는 녀석들은 지금 자결하도록.”
다행스러운 것은 자결하란다고 자결할 멍청한 악마는 이곳에 없다.
‘목숨이 아까운 것을 모르는 녀석은 없을 테니.’
정민우 또한, 악마로 환생했다고 하지만 또다시 죽는 것은 싫었기에 자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 해보자. 10명 안에 드는 게 무슨 대수라고.’
악마들이 지성을 가진 고등생물이라고 해도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햇병아리들이었다.
‘반면, 나는 평생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으니까.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야.’
헬조선에서도 상위 1%에 들었는데, 10명이 무슨 대수랴.
‘…어떻게든 살아남아 주마!’
정민우는 앞으로 경쟁할 주위의 악마들을 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 기수엔 자결을 하는 악마가 없으니 더욱 기대가 되는군. 그렇다면 앞으로 해야할…….”
이후 단상에 있는 악마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지만, 축약하자면 이러한 내용이었다.
다른 행성을 침략하라.
“…앞으로 이곳에선 악마가 갖춰야할 기본 소양과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침략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알려주겠다.”
‘침략하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내 코가 석 잔데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지.’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했기에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수석으로 졸업하게 되면, 이름을 얻을 수 있는 권리와 보좌관을 고를 특혜 그리고 10, 000DP를 지급하도록 하겠다.”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
저게 왜 파격적인 제안이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악마는 이름을 가지는 것만으로 격을 상승한다고 했지.’
즉, 악마에게 이름이란 계급과도 같은 것이었다.
‘보조관은 그렇다 치고 DP를 꽤 파격적으로 지원해주는군.’
DP(Devil Point).
악마 포인트. 화폐라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했다.
‘1 DP면 간단한 음식을 살 수 있다고 했으니, 수석으로 졸업하면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정민우는 10명 안에 들겠다는 목표에서 무조건 수석으로 수료하겠다 목표로 바꾸었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헬조선에 자란 인간이 마음을 먹으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기로 했다.
2화 고유 특성 (1)
입학식이 끝난 뒤, 정민우는 자신을 교관이라고 소개한 악마를 따라 강당에서 벗어났다.
교관을 따라 이동하니.
“앞으로 너희가 반년 동안 지내야 할 곳이다.”
학년과 반이 쓰인 명패 대신 삼지창이 그려진 교실에 들어가게 됐다.
‘크기만 작을 뿐이지, 강당이랑 별 차이가 없네.’
교실 내부는 강당에 칠판과 책상을 가져다 놓은 모습이었다.
“모두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도록.”
교관의 말에 악마들은 하나둘 원하는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에 앉을까? 개굴개굴.”
운 좋게 같은 반이 된 개구리 인간이 어디에 앉을지 물어왔다.
“맨 앞줄 저 자리에 앉자.”
“…저길? 무서운 교관을 가까이서 보는 건 조금 그런데.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의 말에 정민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경쟁은 자리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죽는 게 소원이라면 뒤에 가서 앉도록 해. 난 저기 가서 앉을 테니까.”
환생 전, 정민우는 언제나 맨 앞자리에 앉았었다.
선생님과 깊은 유대감을 느끼면서 좀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자리이자,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어 친분을 쌓기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야. 그렇게 할게. 개굴개굴.”
‘죽음’이라는 말에 겁을 먹었는지, 개구리 인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가서 앉자.”
정민우가 의자에 앉자. 뒤이어 개구리 인간이 쭈뼛거리며 옆자리에 앉았다.
이 교실에 속한 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을 때쯤,
“너희가 앉은 책상의 서랍을 보면, 앞으로 들을 교과서가 배치되어 있을 거다. 확인해 보도록.”
교관이 교과서를 확인할 것을 명령했다.
‘…책이 뭐 이리 많아?’
명령에 따라 책상 서랍을 확인해 보니, 대학생 때 들었던 전공 책보다 2배는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상과 의자를 보면 번호가 적혀 있을 거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교과서를 확인하는 것을 멈추고 책상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1]
‘1’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앞으로 너희는 수료할 때까지 그 번호로 불리게 될 거다. 숙지하고 있도록.”
이어지는 교관의 설명에 정민우는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1이라… 느낌이 좋은데?’
정민우는 자신에게 부여된 번호처럼 모든 것을 1등으로 통과해 수석으로 수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앞으로 수업 일정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주도록 하겠다.”
수업 일정.
앞으로 반년 동안의 일정에 맞춰 전략을 짜야 했기에 정민우는 교관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시험은 두 달에 한 번, 총 3번 이루어진다.”
교관이 손을 휘젓자.
우―웅.
허공에서 검은 공간이 생겨나더니, 교관이 그곳에서 종이를 꺼내 보였다.
“시험 과목은 이 종이에 적혀져 있으니, 다들 받아서 확인하도록.”
따악―
이어서 교관이 손가락을 튕기자.
휘리릭―
일제히 날아오른 종이들이, 각자의 책상에 내려앉았다.
‘악마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건가…….’
교관의 모습에 정민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중에 나도 저런 마법 같은 것을 부릴 수 있는 건가?’
잠시, 상념에 빠지려는 찰나.
‘아직, 할 수 없는 것에 관심을 주지 말자. 지금은 일정을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해.’
출타하려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종이를 확인했다.
1. 악마는 정장을 입는다.
2. 천한 것을 관리하는 악마.
3. 악마는 능력이 뛰어나다.
시험 과목을 확인한 정민우는 상태 이상에 빠진 것처럼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이건 뭔, 개소리야?’
글자가 적힌 것은 알겠는데,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다들 확인했겠지만, 쉽다고 자만하지 말고 모두 열심히 하기 바란다.”
모르겠는데요?
모르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괜히, 질문 했다가 멍청한 녀석으로 낙인찍히면 곤란해.’
첫인상은 바꾸기 힘든 것 중 하나기에 처음엔 무조건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 때 나서는 게 가장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르고 넘기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는데…….’
정민우가 이도 저도 못하고 속으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던 그때.
“저… 교관님, 무슨 시험인지 봐도 모르겠는데 시험에 대해서 설명 안 해주십니까?”
뒤에서 한 악마가 구원과 같은 질문을 교관에게 해주었다.
‘나이스.’
정민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교관의 말을 집중했다.
“쯧, 보고도 모른단 말이야? 이론, 몬스터 관리, 고유 특성 활용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
교관은 혀를 작게 차며 말했다.
‘아니, 진작에 저렇게 써놓지 뭐하러 저딴 식으로 써놓은 거야?’
설명을 들은 정민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마음 같아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자, 참아.’
정민우는 무조건 1등을 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오늘 수업은 3교시까지 역사에 관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고. 4교시는 고유 특성 개화를 할 것이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유 특성?’
시험 문제처럼 이상한 이름으로 바꾼 건 아니기에 추측하는 데 어렵진 않았다.
‘고유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보니, 악마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겠지?’
또한, 개화시킨다는 것을 보면 그 작업엔 무조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알고. 첫 수업 잘 듣길 바란다.”
교관은 전달할 사항은 모두 전했는지, 미련 없이 교실 밖으로 벗어났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드르륵―
조금 전에 있었던 교관보다 더 깐깐하게 생긴 악마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시작인가.’
정민우는 환생 이후, 첫 수업이 시작한다는 것에 기대감을 느꼈다.
“‘마계의 역사’라는 책을 꺼내라.”
새로운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책상 서랍에 배치된 ‘마계의 역사’라는 책을 꺼냈다.
“수업을 시작하지.”
그리고 교관은 책을 펼치며, 곧장 수업을 시작했다.
* * *
시험 과목이 괴랄한 반면, 수업은 생각보다 정상적이었다.
‘꽤 재밌는데?’
판타지에 나오는 세계관 같아 수업을 듣는 데 흥미진진했다.
“그런 사건으로 마신님과 비둘기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평화조약을 맺게 된 것이다.”
참고로 비둘기는 천계의 신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서로 싸우질 않으니, 신성과 마기가 줄어들게 된 거지.”
마기.
악마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원초적인 에너지다.
“그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천계는 고등생물을 통해 신성을 보충했으며, 우리는 고등생물의 부정적인 에너지와 타락 또는 계약으로 마기를 얻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마신의 탄생부터 현대에 관한 개괄적인 이야기가 끝나자.
까악, 까악, 까악.
때마침 스피커로 수업이 끝났다는 벨소리가 울렸다.
‘이곳에도 까마귀가 사는 건가?’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하는 순간.
“다들, 대강당으로 이동하도록. 그곳에서 고유 특성을 개화할 거다.”
교관이 책을 덮으며, 강당에 갈 것을 명령했다.
“제발, 좋은 고유 특성이 나왔으면 좋겠다. 개굴개굴.”
조금 전까지 긴 혀를 늘어뜨린 채, 책상과 물아일체가 됐던 개구리 인간이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게 나도 좋은 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정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개구리 인간에게 말했다.
“빨리 가자. 늦게 갔다가 입학식 때처럼 처분당할 수 있으니까.”
“앗! 바로 이동하자고. 개굴개굴.”
이후 개구리 인간과 함께 강당 앞에 도착하자.
“…….”
문 뒤로 줄이 만리장성처럼 길게 늘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뒤에 가서 서자.”
괜히, 멀뚱멀뚱 서 있다가 줄이 더 길어지면 곤란했기에 정민우와 개구리 인간은 황급히 줄을 섰다.
“기다리는 데 꽤 걸리겠는데?”
“오늘 저녁 안에는 끝날 수가 있겠지? 개굴개굴.”
고유 특성 개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명씩 처리하다가는 오늘 밤도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개구리 인간과 잡담을 나누며 기다리고 있자.
[안으로 들어오도록.]
복도에 달린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 동시에.
끼이익―
쿵!
굳게 닫혀 있던 강당 문이 열렸다.
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아침에 봤던 거구의 악마가 단상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자리에 앉도록.”
거구의 악마 명령에 악마들은 일산 분란하게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아침과 다르게 행동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느리다. 다음엔 좀 더 빠르게 행동했으면 좋겠군.”
그 모습에 거구의 악마가 미소와 좀 더 분발하라는 듯한 말을 했다.
“그럼 고유 특성 개화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도록 하지.”
단상에 있는 거구의 악마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위―잉.
아침에 봤던 홀로그램이 허공에 떠올랐다.
“고유 특성은 악마마다 갖게 되는 특수한 성질. 즉, 개성이라고 보면 된다.”
거구 악마가 손을 휘젓자.
허공에 뜬 홀로그램에 악마의 형상을 한 두 개의 그림이 떠올랐다.
“고유 특성은 전투계와 정신계로 분류 된다. 이후, 개화된 고유 특성을 발전 시켜 침략하면 된다.”
거구의 악마가 다시 한번 손을 휘젓자.
홀로그램이 사라지더니.
쿠―쿵!
천장이 갈라지며, 눈 모양을 한 거대한 조형물이 튀어나왔다.
“저 눈이 떠지면, 너희 고유 특성이 개화될 것이다. 개화되면 무슨 효과를 지녔는지 깨닫게 될 테니 앞에 있는 교관에게 보고하면서 ‘그때’시연하면 된다.”
정민우는 거대한 조형물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어떤 고유 특성을 얻게 될까?’
환생 전, 자신이 살았던 세계는 극도로 평범하였기에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더욱 설레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좋지 않은 고유 특성을 얻게 된다면, 다른 악마들보다 뒤처질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그럼, 눈을 개방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악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쩌, 쩌, 쩌적―
거대한 눈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했다.
‘…허.’
눈을 살펴보니, 흰자, 검은자 구분 없이 온통 검은색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눈을 바라보고 있자.
찌릿―
‘!?’
갑자기 강한 현기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큭!’
정민우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니.
“으으….”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닌지 다른 악마들도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아프다고는 말을 안 했잖아…!’
정민우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엄습하는 고통에 괴로워했다.
이러다가 혼절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던 그때.
【악마의 고유 특성을 개화…】
【인간의 고유 특성을 개화…】
눈앞에 메시지 창들이 떠오르더니.
【악마의 몸에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류 발견. 】
‘인간의 영혼? 오류 발견?’
정민우는 메시지 창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던 찰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으, 으윽!!!”
오류라는 창이 떠오르며, 고통이 더욱 심해졌다.
‘…젠장!’
덤프트럭에 치였을 때보다 더한 고통.
“으그그그그!”
입에 거품을 물며, 정신이 희미해지는 순간.
【오류를 성공적으로 수정했습니다. 악마와 인간의 고유 특성을 개화합니다】
특성을 개화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거짓말처럼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허억, 허억.”
정민우는 거친 숨을 내쉬며, 의문에 찬 눈빛으로 메시자 창을 바라봤다.
‘고유 특성을 두 개나 얻었다고…?’
3화 고유 특성 (2)
메시지 창을 바라보자.
【‘마안(魔眼)’이라는 고유 특성을 개화했습니다】
【‘심안(心眼)’이라는 고유 특성을 개화했습니다】
‘마안’과 ‘심안’을 개화했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마안과 심안?’
어떤 연유로 고유 특성 두 개를 개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이득이잖아?’
확실한 건, 이 상황이 자신에게 좋게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고유 특성을 얻는 과정은 정말 끔찍했지만, 하나가 아닌 두 개라는 걸 생각하면 꽤나 싼 대가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하나만 개화됐을 테니까. 조금 더 앞서나간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교관에게 들은 바로는 고유 특성은 무조건 하나밖에 개화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고유 특성을 추가로 얻은 사실을 숨긴 녀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있다고 해도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효과를 확인해볼까?’
생각의 정리를 끝낸 정민우는 고유 특성의 효과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근데…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 거냐고….’
정민우는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마안’이라고 적힌 메시지 창을 조심스럽게 건드려봤다.
【악마 ― 마안(魔眼)】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의 원하는 욕구를 꿰뚫어 볼 수 있다.
그러자 고유 특성에 대한 설명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욕구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정민우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옆에 앉은 개구리 인간을 쳐다봤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시키자.
【생존】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생존’이라는 문자가 만들어졌다.
‘저 녀석의 욕구는 생존인가…?’
10등 안에 들지 못하면 폐기처분이 되기에 생존이라는 욕구를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악마들도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고개를 돌려, 주위의 악마들을 살펴보자.
【생존】, 【생존】, 【생존】, 【생존】…….
머리 위에 ‘생존’이라는 문자들이 떠올라 있었다.
‘교관들도 살펴볼까?’
정민우는 단상에 서 있는 거구 악마의 욕망을 확인하려는 순간.
짜―릿!
‘큭!’
오른쪽 눈에 강력한 통증이 밀려 들어왔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정민우는 갑작스러운 통증에 의문을 느끼던 그때.
【격의 차이로 확인이 불가합니다】
메시지 창이 눈앞에 떠오르며,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친절하기는 개뿔… 이런 건 진작에 설명해줬어야지!’
정민우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눈을 문질렀다.
‘그래도 유용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
주된 욕망을 알면,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지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기에 컨트롤 하기가 쉬워졌다.
정민우는 깊은 만족감을 느끼며, 다른 고유 특성인‘심안’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전과 같이 메시지 창을 건드리자.
【인간 - 심안(心眼)】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마안을 살필 때처럼 설명이 눈앞에 떠올랐다.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욕구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인데 생각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니?
‘…장난 아니잖아?’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미리 한발 나아가 대비를 할 수가 었다.
‘…그리고, 잘만하면 시험 문제를 알아낼 수도 있고 말이야.’
수업을 진행될 때, 교관의 생각을 읽는다면 남들보다 쉽게 수업 평가 점수를 올릴 수 있을 것이었다.
‘비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원래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니까.’
정민우는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정도면 꽤 성공적으로 고유 특성을 개화한 것 같은데?’
아직, 다른 악마들이 어떤 고유 특성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면 상위권에 위치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심안도 얻었으니, 이것도 실험해 봐야겠지?’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을 쳐다보며, 생각을 꿰뚫어 보기로 했다.
개구리 인간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괴물화(怪物化)라니… 엄청난 고유 특성을 얻었어! 개굴개굴】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개구리 인간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괴물화? 괴물로 변하는 고유 특성인가?’
말하는 것으로 보아하니, 나름 괜찮은 고유 특성을 얻은 것 같았다.
‘이따가 시연하게 되면, 자세히 살펴봐야겠어.’
환생하고 마계에서 사귄 첫 친구지만, 개구리 인간도 경쟁자 중 한 명이기에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에게 시선을 거두며, 단상 위에 있는 거구의 악마를 쳐다봤다.
‘다시 한번 해볼까?’
다시 눈에 통증을 느끼긴 싫었지만, 인간의 고유 특성은 통할지 모르기에 실험해볼 가치가 있었다.
‘그래, 해보자.’
마음을 굳히며, 다시금 정신을 집중하자.
짜―릿!
‘아이씨!’
왼쪽 눈에서 강한 통증이 밀려오는 동시에.
【격의 차이가 심해 확인이 불가합니다】
현재는 다소 불가능 하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쩝, 안 되는 건가.’
정민우는 이름을 얻고 나서 격이 상승했을 때 다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생각의 정리가 끝나가던 때.
“다들, 고유 특성을 개화한 것 같으니 앞으로 나와서 시연하도록.”
단상에 있던 거구의 악마가 고유 특성을 시연할 것을 명령했다.
다른 악마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관들이 있는 곳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볼까?”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과 같이 이동하려는 순간.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이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정민우의 물음에 개구리 인간이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눈의 색깔이 바뀌었는데? 개굴개굴.”
“눈 색깔?”
“응, 원래 둘 다 검은색이었는 데 지금은 오른쪽이 빨간색으로 변했고 왼쪽은 황금색으로 바뀌었어. 개굴개굴.”
“…그래?”
개구리 인간의 말에 정민우는 고유 특성으로 인해 눈 색깔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보는 데 문제만 없으면 상관없지.’
환생하면서 뿔과 꼬리가 새롭게 생긴 마당에 눈 색깔이 바뀐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그래도 이따가 기숙사에 돌아가면 한 번 확인을 해봐야겠지.’
이후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섰다.
* * *
악마들이 교관들 앞에서 고유 특성을 보여주며 시연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대단한 고유 특성은 없네.’
더 살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자신보다 좋은 고유 특성을 보지 못했다.
정민우는 시연하는 악마들을 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나는 어떤 고유 특성을 보여줘야 할까?’
마안과 심안.
이 중에 어떤 것을 보여줘야 교관들의 점수를 딸 수 있을지 고민했다.
‘둘 다 보여주는 선택지도 있지만….’
단 한 번도 고유 특성을 두 개나 지닌 악마가 없다기에 이 부분에서 시선이 쏠려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드러내기에는 너무 위험해.’
자칫하다 인간의 영혼을 지녔다는 게 밝혀지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마안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
심안 또한, 인간의 고유 특성으로 얻은 것이니 안전하게 마안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생각을 마치자.
“벌써, 내 차례네. 개굴개굴.”
순식간에 개구리 인간의 차례가 찾아왔다.
“다녀와.”
“고맙다, 개굴개굴.”
정민우의 응원에 개구리 인간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교관들이 서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번호.”
“2번입니다! 개굴개굴.”
“어떤 고유 특성이지?”
“‘괴물화’입니다! 개굴개굴.”
교관의 물음에 개구리 인간이 힘차게 대답했다.
“호오, 그래? 바로 시연해봐.”
여태까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교관이 흥미 어린 표정을 지으며 시연할 것을 명령했다.
“괴물화!”
개구리 인간은 교관의 말에 곧바로 고유 특성을 사용했다.
“…깨애애애애꿀!”
그리고 몸이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깨꿀!!!!”
인간의 체형이었던 몸이 개구리의 몸으로 바뀌었고 등에는 박쥐 날개와 흡사한 것이 돋아났다.
‘…미친.’
정민우는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정도라고?’
그도 그럴 게 덩치가 족히 10M 가까이 되어 보이는 괴물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쓸만한 고유 특성을 가진 녀석이 나타났군.”
“마음에 들어.”
“전투계 중에서 제일 쓸만하군.”
교관들은 개구리 인간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벽에다가 한 번 공격을 가해봐라.”
이어서 벽을 가리키며 공격할 것을 명령하자.
“퉤!!!”
볼을 큼지막하게 부풀린 개구리 인간은 벽을 향해 침을 뱉어냈다.
치이이이익―
그러자 침에 닿은 벽이 순식간에 녹아내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엄청난 살상력에 정민우는 앞으로 개구리 인간을 잘 챙겨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것도 확인해야겠지만,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가봐라.”
“알겠습니다.”
개구리 인간은 고유 특성을 풀며, 옆으로 빠져나갔다.
“다음, 나와라.”
교관들은 서류에 무엇을 적어내더니. 자신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젠장.’
정민우는 속으로 낭패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시연하는 건데.’
이렇게 화려하게 고유 특성을 보여줘 버리면, 다음 차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늦었기에 정민우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번호.”
“1번입니다.”
“어떤 고유 특성이지?”
“마안(魔眼)입니다.”
정민우의 말에 교관들이 당혹감이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 마안?”
“…마안이라고?”
“…우리가 아는 그 마안을 말하는 것인가?”
그들의 반응에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대마왕님도 마안을 지니고 있다 하지 않았어?”
“욕망을 꿰뚫어 본다는 그 눈을 말하는 거지?”
“10, 000년 만에 마안을 지닌 악마가 나온 거 아닌가?”
우연찮게도 ‘마안(魔眼)’ 고유 특성을 대마왕이라는 자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안이라고 했나?”
여태까지 악마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던 거구의 악마가 단상에 내려오며 정민우에게 말을 걸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교관들의 욕망을 확인해봐라.”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관들을 바라봤다.
상황이 급격하게 흘러가는 탓에 당혹감이 들었지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킬 기회다!’
이런 기회를 놓칠 정도로 정민우는 멍청하지 않았다.
‘교관들의 욕망을 볼 수 있을까?’
조금 전, 거구 악마의 욕망을 보는 것을 실패했기에 선뜻 마안을 사용하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얘기하면 되지.’
안 해보고 포기하는 것은 자신과 맞지 않기에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교관들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되, 된다!’
【현상유지】, 【승진】, 【강함】
교관들의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문자가 만들어졌다.
정민우는 교관들을 가리키며 차례대로 말했다.
“현상유지, 승진, 강함에 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네요.”
“““헙!”””
교관들은 입을 가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호오.”
지켜보고 있던 거구의 악마가 흥미 가득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그럼, 나에 대한 욕망도 볼 수 있나?”
악마의 질문에 정민우는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격이 높아서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격이라… 알겠다. 이만 가보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자리에서 벗어나며,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성공적이다!’
좋은 고유 특성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고평가를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거구의 악마한테까지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 줄이야.’
이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교관들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어. 정말 대단한 고유 특성인가 봐? 개굴개굴.”
앞에서 기다리던 개구리 인간은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며, 축하를 건네왔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강당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구리 인간과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찌릿―
등 뒤에서, 수많은 시선이 느껴져 왔다.
‘음?’
정민우는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
줄을 기다리던 악마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으로 말이다.
‘경쟁심을 느끼고 있는 건가.’
정민우는 마안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들의 욕망을 알 수 있었다.
【승리】
그들은 자신을 꺾어서 이기고 싶다는 것을 말이다.
‘덤벼라. 들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으니까.’
환생 전, 한평생 지옥 같은 경쟁을 치러왔던 자신이었다.
‘너희를 양분으로 삼아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지.’
정민우는 그들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개구리 인간과 함께 강당에서 벗어났다.
4화 마기 (1)
강당에 벗어나 교실로 돌아가자,
“왔으면 자리에 앉아 다른 이들을 기다릴 수 있도록.”
교관이 정민우와 개구리 인간을 보며, 자리에 앉을 것을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명령에 따라 앉아서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텅 비었던 교실이 악마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인원이 전부 모였군. 내일 4교시에 있을 수업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종례를 마치도록 하겠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날이라 짧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렇게 수업을 끝낸다고…?’
그도 그럴 게 생각보다 수업이 상당히 짧았기 때문이다.
‘의외로 이런 부분은 편해서 좋네.’
하루 종일 교육을 받는 것까지 각오했건만, 마계는 생각보다 교육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판가름이 갈리겠네.’
여유 시간이 많은 만큼,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지에 따라 순위가 나뉘게 될 것이었다.
“…따라서 내일은‘마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과‘마기 사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교관의 설명에 정민우는 턱을 쓸며 고민에 잠겼다.
‘마기 사용법이라….’
이론은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하면 되니 별 상관이 없지만, ‘마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공부할 수가 없었다.
‘내일 돼서 마기를 배우면 늦을 텐데….’
‘마안’으로 인해 이미지가 좋아진 지금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다른 악마보다 마기를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일단, 교관의 생각을 읽어볼까?’
정민우는 혹시나 마기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교관을 향해 ‘심안’을 사용했다.
【마기를 성공적으로 다룬 순서대로 장비를 고를 선택권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겠지.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장비 선택권?’
마기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장비 선택권을 준다는 건, 분명 장비의 질이 각기 다르다는 뜻이겠지….’
즉, 순서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 장비의 질은 이곳에서 사용되는 장비에 한하겠지만.
정민우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마기를 미리 익혀야겠다고 다짐했다.
‘건물 내에 도서관도 있다고 했으니, 마기 사용법에 대해 한번 찾아봐야겠어.’
머릿속으로 수업이 끝나고 해야 할 것을 정리할 때쯤,
“오늘은 여기까지다. 다들 밥 맛있게 먹도록.”
교관은 할 말을 마쳤다는 듯, 그대로 교실 밖으로 벗어났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네. 바로 밥 먹으러 갈 거지?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의 말에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야지. 바로 가자.”
할 일은 많았지만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개구리 인간과 함께 교실에서 벗어나 복도를 거닐던 그때, 찌릿―한 무리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딱 봐도 불순한 의도가 담긴 눈빛.
‘뻔하네.’
심안으로 생각을 읽지 않아도 그들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가 있었다.
정민우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지나가려는 순간.
슬쩍―
한 악마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발을 슬쩍 내밀었다.
‘정말이지,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군.’
정민우는 다리에 힘을 줘 악마가 내민 발을 힘껏 즈려 밟아버렸다.
우―직!
“으, 으아아악!”
발을 밟힌 악마는 꼴사납게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아! 미안, 그러니까 조심 좀 했어야지.”
정민우가 주저앉은 악마에게 조소를 날리자.
“이, 이 자식이!”
옆에 있던 악마가 손을 들어 보이며,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그렇게는 안 되지.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의 혓바닥이 주먹을 휘두르는 악마의 손을 붙잡아 공격을 저지시켜버렸다.
“오, 굿 타이밍.”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에게 엄지를 치켜세운 뒤, 악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할 거야?”
“““…….”””
상대가 자신들보다 위라고는 것을 깨달았는지, 악마들은 눈을 내리깐 채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주는데. 다음부터는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민우의 서슬 퍼런 목소리로 악마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움찔―
경고가 통했는지, 악마들은 몸을 떨어 보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한동안 건드는 녀석들은 없겠지.’
경쟁은 약육강식의 세계이기에 얕잡아 보이는 순간 그대로 잡아먹힌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가야만 했다.
“악마 같지 않은 새끼들.”
정민우는 독설을 내뱉으며, 다시 발길을 옮기자.
우르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악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길을 비켜주기 시작했다.
흡사, 모세의 기적과도 같은 모습.
‘좋았어.’
정민우는 성공적으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것에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르며, 무덤덤한 표정을 연기하며 악마들 사이를 지나쳤다.
* * *
점심을 먹은 이후.
‘역시, 도서관을 가는 게 정답이었어.’
정민우는 도서관에서 필요한 서적을 챙겨 기숙사로 돌아왔다.
‘마기 기초편이라는 책이 떡하니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하지만, 마기에 관한 책을 구했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이 책을 꽤 많이 빌려 갔다고 했지.’
도서관 사서에게 다른 이들이 얼마나 빌려 갔냐고 물었을 때, 서른 권 정도 빌렸다고 얘기해줬기 때문이었다.
‘반이 10개 정도 있으니, 각 반의 3명 정도 빌렸다고 볼 수 있겠지.’
자신 이후에 책을 빌렸던 것까지 생각하면, 대략 각반의 10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정민우는 예상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안에 마기를 꼭 익혀야 한다.’
경쟁자가 있는 것을 알았으니, 어떻게든 오늘 안에 성과를 내야만 했다.
‘마기를 익히는 데에 성공하면, 그때 복습과 예습하는 시간을 가지면 되겠지.’
우선, 정민우는 ‘마기 기초편’의 책 페이지를 넘기며 내용을 살펴봤다.
―마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
―호흡을 통해 부정적인 에너지를 흡수해 심장에 축적한 뒤, 심장을 자극해 전신을 감돌게 하면 된다.
―그다음, 자신의 욕망을 마기에 담아 사용하게 되면 발현이 될 것이다.
상당히 간단한 설명.
‘…설명이야 쉽지.’
하지만, 일평생 마기를 단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정민우에게는 간단한 설명조차도 어렵게 느껴졌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흡수한 다라….’
정민우는 바닥에 앉아 정좌 자세를 취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쓰읍… 하아….”
그리고 숨을 들이켜며, 상념에 잠겼다.
‘부정적인 에너지란 무엇일까?’
추상적인 표현이기에 이것을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분노, 우울, 고통 등등 이러한 것을 말하는 거겠지.’
정의가 끝나자. 다른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럼, 부정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흡수할까?’
한동안 고민에 빠졌지만, 그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야, 너무 인간의 관점으로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다시 수습하며, 악마의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마기를 느끼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것. 즉, 눈에 보이지 않은 기운이라는 거겠지.’
정민우는 보려고 하지 않고 몸으로 느끼려고 노력했다.
‘…이건가?’
그리고 주변에 탁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기?’
정민우는 이 기운이 마기라는 것을 확신하고 호흡을 통해 탁한 기운을 들이마셨다.
한참이나 숨을 내뱉고 들이마시는 작업을 반복하자.
‘묵직하네,’
심장에 묵직한 감각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어서 심장에 모인 마기를 전신에 퍼뜨리자.
“…아, 아….”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런걸 고양감이라고 하나?’
정민우는 눈을 떠 보이며, 책상에 놓인 책을 향해 손을 펼쳤다.
“내 앞으로 와라.”
책에 쓰인 대로 마기를 조종하자. 책이 검은 기운에 휩싸이더니.
부―웅.
허공에 떠오르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날아왔다.
“돼, 됐다!”
정민우는 성공적으로 마기를 사용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며,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이로써, 교관에게 엘리트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좋은 장비도 선택하고 말이야.’
정민우는 기쁨 반, 뿌듯한 반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모르니, 마기를 다루는 것을 더 연습하고 나서 이론을 복습해야겠어.’
시간 분배를 위해, 슬쩍 시계를 바라보니,
[20시 00분]
“……?”
8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흘렀다고?’
뿌듯함을 느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정민우는 다시 자리에 앉아 정좌 자세를 취했다.
‘예습까지 끝내면, 얼마 못 자겠군.’
이후 정민우는 마기 훈련에 이어 복습과 예습을 어찌어찌 끝내며, 잠자리에 겨우 들 수가 있었다.
* * *
다음 날.
2시간밖에 못 잔 것과 달리, 정민우는 상쾌한 컨디션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마기를 깨우친 것만으로 몸 상태가 이리 좋아질 줄이야.’
흡사, 8시간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 느낌.
‘이러면, 매일 2시간씩 자도 문제없겠어.’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2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여유롭게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총 세 가지가 있죠. 1번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안경을 쓴 교관의 지목에 정민우는 상념을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부정적인 에너지, 타락 그리고 계약입니다.”
정민우의 대답에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맞습니다. 저희는 이 방법들을 통해. 마기를 얻습니다.”
이야길 가만 듣던 정민우는 문뜩 의문이 들었다.
‘마계에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마기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행성에 찾아가서 마기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다행히 이어지는 교관의 설명에 정민우는 금세 의문을 해결할 수가 있었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마계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힘을 보충할 수 있을지언정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악마들은 다른 행성으로 가서 마기를 얻으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이죠.”
교관은 정민우가 얘기했던 세 가지 종류를 칠판에 적으며 말했다.
“먼저, ‘부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전쟁 중인 곳에 찾아가면 힘을 들이지 않고 마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두 방법보다 얻을 수 있는 마기가 미약하기에 그리 추천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고등생물을 ‘마인’으로 만드는 것인데 일정 마기를 소모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량의 마기가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마인을 통해서만 행성을 침략할 수 있으니 잘 관리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계약’은 악마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계약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며, 대가를 가져가는 방식이죠. 웬만한 물건은 DP로 구매할 수 있으며, 악마는 대가로 받은 것을 마기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듣던 정민우는 한 가지의 감사 평을 내놓았다.
‘악마치고는 상당히 신사적인데?’
부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것을 제외하면, 일방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기에 공평한 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천사들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비둘기는 신앙심과 돈을 받으면, 가끔 기적을 내리는 것이 끝이기 때문에 받는 처지에서는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천사로 환생했으면, 나랑 적성이 맞지 않았겠어.’
그렇게 악마로 환생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까악, 까악, 까악.
스피커로 수업이 끝났다는 벨소리가 울려왔다.
“수업은 여기까지 해야겠군요. 다음 시간에 봐요.”
교관은 책을 덮으며, 교실 문을 나섰다.
“다들 자리에 앉도록.”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 교관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곧바로 마기 사용법을 배우도록 하겠다.”
담임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드디어 이 시간이 찾아왔군.’
혹시, 몰라 아침에도 연습하고 왔기에 정민우는 자신이 1등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작하기에 앞서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생도가 있나?”
교관의 물음에 정민우는 손을 들어 보였다.
“…호오, 30명이라 전 기수보다 20명은 더 많군,”
그리고 정민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30명?’
예상했던 것보다 3배는 많은 숫자.
뒤를 돌아보자. 29명의 악마가 손을 들고 있었다.
상황 파악을 끝낸 정민우는 속이 쓰린 것을 느꼈다.
‘…너무 과소평가했어.’
아무리 그들이 햇병아리라 하지만,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언어와 문자를 구사할 수 있는 고등생물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자만했군.’
느슨해진 정신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래, 마기를 다루는 순서대로 장비 선택권을 줄 예정이었으나. 이러면 순서를 따지기 모호하니 30명 중에 마기가 가장 강한 순서대로 선택권을 주도록 하겠다.”
교관의 말에 정민우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10명이든, 30명이든 상관없어. 어차피, 1등 해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정민우는 의욕을 불태우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5화 마기 (2)
“30명 전원 앞으로.”
교관의 명령에 악마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탁으로 이동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교탁에 있는 책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는 자가 1등이다. 그리고 남은 인원은 똑같은 방식을 통해 순위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거다.”
정민우는 교탁에 올려진 책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마기를 통해 책을 가져온 다라….’
어젯밤, 연습을 했지만 다른 악마들 역시 연습을 했을 것이기에 할 줄 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됐다.
‘그렇다면, 전략적으로 가야겠지…….’
다른 악마들도 마기를 깨우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기에 마기의 총량은 고만고만할 것이었다.
‘서른 명의 악마가 교탁 위에 있는 책에 일제히 마기를 투사한다면, 책은 움직이지 않고 요지부동 상태가 되겠지.’
정민우는 처음부터 마기를 사용하지 않고 상황을 잠시 지켜보며, 힘을 비축하고 있기로 했다.
‘지켜보다 책이 움직이려는 순간, 전력을 다해 마기를 사용하면 되겠지.’
그렇게 계획의 구상을 어느 정도 마치자,
“…후, 괜히 떨리는 것 같다. 너는 안 떨려? 개굴개굴.”
옆에 서 있던 개구리 인간이 말을 걸어왔다.
“나도 조금 떨리네.”
정민우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서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보자. 개굴개굴!”
“좋지.”
그렇게 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던 그때.
“그럼, 슬슬 시작하도록 할 테니 전부 준비하도록.”
교관이 준비할 것을 명령해왔다.
“““…….”””
악마들은 진중한 표정으로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도 하는 시늉은 해야겠지.’
가만있으면 괜한 의심을 받을 수 있기에 정민우 또한 손을 뻗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교실에 적막감이 감돌던 순간.
“시작하도록 해라!”
교관이 신호를 알려왔다.
“흐아아압!”
“가즈아아앗!”
“간다아아아앗!”
신호를 알려오는 동시에 교탁에 있던 책이 검은 기운에 휩싸이며, 공중에 붕 떠올랐다.
우―웅.
책은 격렬하게 흔들리기만 할 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야. 이제 지켜보다가 마기를 사용하면 되겠지.’
정민우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공중에 자리한 책을 바라봤다.
그로부터 약 10분 정도 흐르자.
“끄으으윽!”
“…허억, 허억.”
“…제발, 오라고!”
악마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들 어느 정도 지친 것 같군.’
정민우는 슬슬 자신이 나설 때라는 것을 직감하며, 마기를 사용할 준비를 했다.
부―웅.
그리고 요지부동 상태였던 책이 왼쪽을 향해 움직이려는 순간.
‘지금이다!’
정민우는 자신의 모든 마기를 쥐어 짜냈다.
‘나에게 와라!’
책에 짙은 기운이 중첩되더니.
부―――웅.
정민우가 있는 쪽으로 책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 무슨?”
“아, 안돼!”
“도, 돌아와!!”
악마들은 어떻게든 마기를 쥐어짜서 책의 움직임을 막으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지.’
이미, 힘이 고갈된 이들이기에 정민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웅.
터―억.
정민우는 자기 앞으로 온 책을 집어 들며, 승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끝난 것 같은데요. 교관님?”
“““아…….”””
악마들은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떨궜다.
“역시, 마안을 지닌 악마는 다르다 이건가?”
교관은 눈을 빛내며 정민우에게 말했다.
“결정이 났군. 1번을 제외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이어지는 교관의 명령에 악마들은 고개를 푹 숙여 보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축하한다. 2층 장비 창고에 이것을 보여주면, 안으로 들여보내 줄 거다.”
정민우는 ‘1’이라고 적힌 명패를 받으며,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바로 이동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 오늘은 딱히 전할 사항이 없으니 장비를 고르고 하교해도 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교관에게 인사를 건네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가기 전에 생각을 읽어보고 가볼까?’
장비를 고르러 가기 전, 교관의 생각을 읽고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관을 향해 심안을 사용하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끼어들 생각을 하다니, 정말 악마답게 간악하군. 이러면, 일주일 뒤에 있을 긴급 대련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될 정도야.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교관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긴급 대련…?’
정민우는 턱을 쓸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긴급이라는 말은 공지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고… 대련이면, 여기 있는 악마들과 싸운다는 뜻인가?’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빠듯했지만, 연습하지 않는 악마들보다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여기서 조금 걸리는 것이 있다면.
‘나는 전투에 관한 고유 특성이 없다는 거지.’
개구리 인간처럼 고유 특성이 전투에 특화되어 있지 않아 1등을 노릴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었다.
또한, 환생 전에도 장비 같은 것을 다뤄본 적이 없기에 극적인 효과를 보기도 어려웠다.
‘…그럼 이 부분을 장비로 메꿀 수 있을까? 차라리 이번 대련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시험도 아니니 깔끔하게 포기할까 생각하던 찰나.
【긴급 대련은 가산점도 주어지니, 일주일 뒤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겠어. 】
교관의 머리 위에 새로운 문자가 만들어졌다.
‘…그래, 어떻게든 1등을 하자!’
가산점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지기에 정민우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미리, 포기하는 건 나랑 맞지 않지.’
정민우는 꼭 좋은 장비를 얻기로 다짐하며, 곧장 2층으로 향했다.
* * *
창고를 지키던 악마에게 명패를 보여주니.
“확인됐으니, 안으로 들어가라.”
악마는 창고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참고로, 장비는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만지는 순간 주인으로 인식이 되니 선택하기 전까지는 절대 만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고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와….”
창고 안으로 들어선 정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장비가 몇 만개는 되어 보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창고 안에는 각종 무기부터 시작해 방어구가 즐비해 있기 때문이었다.
‘고르는 데 한참 걸리겠는데?’
오늘 안에 장비를 고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어차피, 시간 제약 같은 것도 없었으니 오래 걸려도 상관없겠지.’
정민우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일단, 눈앞에 있는 검을 보기로 하며,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장비에 대한 조예가 있든가 해야지, 뭔가 알 텐데….’
장비에 관해 문외한이었기에 봐도 좋은 장비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비에 관해 공부도 좀 해두는 것이었는데.’
정민우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약 30분 정도 둘러본 결과.
‘하, 미치겠네.’
아쉽게도 눈에 띄는 장비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거 고유 특성이라도 사용해볼까?’
이대로 가다가는 1등 한 의미가 퇴색되기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봐야 했다.
‘그래, 고유 특성을 사용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니까. 사용해보자.’
사용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도 없었기에 정민우는 장비들이 쌓여 있는 곳을 향해 마안을 사용했다.
“어?”
그러자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검은 기운, 즉 마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전에 사용할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 상황에 대해서 고민한 결과. 정민우는 마기가 보이게 된 이유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설마, 그전에는 내가 마기를 깨우치기 전이여서 그랬던 건가?’
마기를 깨우친 것은 어제였기에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근데, 욕구를 꿰뚫어 보는 거랑 마기를 볼 수 있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또다시 다른 의문이 피어오르는 순간.
【마안(魔眼)의 새로운 효과를 발견해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창 하나가 새롭게 떠올랐다.
‘…새로운 효과?’
정민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메시지 창을 건드려보니.
【악마 ― 마안(魔眼)】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의 원하는 욕구를 꿰뚫어 볼 수 있다.
―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고등생물 또는 무생물이 지닌 마기의 총량을 확인할 수 있다.
효과가 새롭게 추가된 설명창이 떠올랐다.
‘…마기의 총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효과를 확인한 정민우는 ‘마안’이라는 고유 특성이 엄청난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긴, 대마왕이 지닌 고유 특성인데 설마 욕구만 보고 끝이었겠어?’
대마왕도 자신과 똑같은 악마부터 시작했을 텐데, 욕구만 볼 수 있다면 올라가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었다.
‘좋아, 그러면 마기가 가장 짙은 장비를 골라보도록 할까?’
정민우는 손을 비벼 보이며, 마기를 많이 품은 장비를 골라보기로 했다.
다시 10분 동안 창고를 둘러본 결과.
‘…이거다!’
가장 짙은 마기를 뿜어내는 장비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근데, 이건 장비가 아니라 그냥 액세서리인데?’
칠흑 같은 어둠을 머금은 것만 같은 반지.
넓게 보면 반지도 장비에 속할 수도 있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짙은 마기를 품은 것을 보면 심상치 않은 물건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다만, 선뜻 고르기에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게 일주일 뒤에 있을 대련에서 도움이 될까?’
겉모습만 봤을 때는 전투와 일절 관련 없어 보여서 이걸 정말 선택해도 될지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찝찝하고 말이야.’
눈앞에 있는 반지가 창고 내에 있는 장비 중에 가장 강한 마기를 내포하고 있기에 포기하기도 아쉬웠다.
‘나중에 후회할 바에는 착용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겠지.’
만약, 전투와 관련 없다고 해도 나중에 도움이 될 때가 있을 테니, 멀리 보기로 했다.
‘이럴 땐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법이지.’
착용하기로 결정을 내린 정민우는 반지를 집어 들며, 곧장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새로운 주인으로 발탁되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어?”
반지의 사용법이 머릿속에서 절로 떠올랐다.
‘…대박.’
반지의 사용법을 깨달은 정민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잘하면, 대련에서 1등도 할 수 있겠는데?’
그도 그럴 게 생긴 것과 달리 전투에 관련된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훈련실에서 실험해 봐야겠어.’
정민우는 반지를 빨리 사용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며 황급히 창고에서 벗어났다.
“어떤 장비를 선택했지?”
문을 지키던 창고지기의 물음에 정민우는 반지를 내밀어 보였다.
“호오, ‘칠흑의 반지’를 고를 줄이야… 역시, 마안이라는 고유 특성을 지는 자는 보는 눈도 다르다 이건가?”
창고지기 또한, 반지에 대해 아는지 순수한 감탄을 터트렸다.
“이제 가봐도 되는 건가요?”
“그래, 가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정민우는 창고지기에 고개를 숙여 보인 뒤, 곧장 훈련실로 향했다.
[1번 생도 출입이 확인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자신 외에는 아무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누가 보면 곤란하니, 개인 훈련실에서 하는 것이 좋겠지.’ 전력 노출이 돼봤자 좋을 것이 없었기에 정민우는 개인 훈련실로 들어갔다.
‘그럼, 사용해볼까?’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6화 대련 (1)
촤르르르륵―
바닥에 늘어붙어 있던 그림자가 가시 형태로 변하며 위로 솟구쳤다.
“오….”
그 모습에 정민우는 나지막하게 감탄을 터뜨렸다.
‘실제로 보니까 장난 아니네.’
이런 형태로 그림자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또 새로웠다.
‘얼마나, 날카로운지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가시처럼 솟구친 그림자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보자.
푹―
“윽!”
따끔한 고통이 손가락에서 느껴졌다.
‘상당히 날카롭네….’
살짝 가져다 댄 게 이 정도인데 정통으로 찔리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마기의 양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고 했지.’
또한, 마기를 주입할수록 그림자의 위력이 강해지기에 자신만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위력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다.
‘여러 모양을 만들 수 있으니까, 한 번 만들어볼까?’
정민우는 그림자를 조작해 방패 모양을 만들어봤다.
‘생각만으로 모양을 바꿀 수 있으니, 이거 좀 더 능숙해지면 공격과 방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겠는데?’
이어서 칼, 창, 망치 등등 여러 모양을 만들며, 그림자를 조작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 흘렀을 때쯤.
‘이 정도면 충분히 연습이 된 것 같네.’
정민우는 조작하는 것을 멈추고. 대련 연습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개인 훈련실은 스켈레톤과 대련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했지?’
환생 전, 공부만 했다고 하지만, 아주 가끔은 게임도 즐겼기에 스켈레톤이 어떤 몬스터인지 알고 있었다.
“스켈레톤 1기 소환해줘.”
천장을 바라보며 말하자.
[스켈레톤 등급은 하급, 중급, 상급이 있습니다. 어느 등급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스피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어떤 등급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왔다.
“하급으로 할 게.”
처음이기도 하니, 정민우는 맛보기로 하급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하급으로 등급이 설정되었습니다]
덜컹―
설정됐다는 말과 함께 벽이 갈라지더니.
뚜벅, 뚜벅, 뚜벅.
그곳에서 한 인영이 걸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스켈레톤이구나.’ 뼈밖에 없는 형태. 환생 전, 인체 박물관에서 봤던 해골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방패와 칼을 들고 있네.’
스켈레톤은 무장한 상태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약해 보인다고 해도 얕봐서는 안 되겠지.’
정민우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스켈레톤을 바라봤다.
‘먼저 공격을 해볼까?’
공격을 해보고 어떤 대처를 할지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켈레톤을 향해 손을 휘젓자.
촤르륵!
바닥에 있던 그림자가 가시가 되어 스켈레톤의 머리를 꿰뚫었다.
‘하급이어서 반응이 느린 건가?’
정민우는 스켈레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관찰하려는 순간.
파스스―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뭐?”
너무 허무한 죽음에 정민우는 인상을 찌푸려 보였다.
‘뭐가 이렇게 약해?’
정민우는 너무 약한 등급을 골랐나 싶어 ‘중급’을 넘기고 바로 ‘상급’으로 골랐다.
타, 타, 타, 타―앗!
그러자 전과 달리 이번 스켈레톤은 플레이트 아머를 차려입은 상태로 자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진짜인가?’
정민우는 아까 전처럼 그림자를 조종해 공격을 가했다.
촤르륵!
가시 모양이 된 그림자가 투구를 쓴 스켈레톤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자.
파스스―
“음?”
아까와 같이 스켈레톤은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
그 모습에 정민우는 맥 빠지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내가 강한 건가?’
잠시, 자신이 강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야, 그러기에는 스켈레톤이 너무 약했어.’
자신이 칼을 들고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생각을 철회했다.
‘스켈레톤으로는 연습이 되지 않겠어.’
정민우는 턱을 쓸며, 고민에 잠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습도 제대로 못 한 체 대련할 수도 있기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역시 악마 놈들이랑 대련해야 하는 건가?’
결국, 정민우는 악마와 대련을 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그 녀석에게 부탁해야 하나?’
마침, 머릿속에 적당한 상대가 떠오르긴 했지만.
‘…그러다가 너무 강해지면 어떡하지?’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자신보다 더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녀석과 대련하기는 꺼림칙한데….’
다른 녀석은 자신의 전략을 다른 이들에게 떠벌릴 것 같아서 믿음이 가질 않았다.
‘하, 어쩔 수 없는 건가.’
결국, 정민우는 자신에게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 녀석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다.
‘그래,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그저 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감수해야 할 리스크라고 생각하자!’
* * *
밖으로 나가 보니.
“어디서 훈련하는 게 좋을까나. 개굴개굴.”
때마침, 개구리 인간이 훈련실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운이 좋네.’
정민우는 언제 찾나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찾는 수고로움을 덜게 되었다.
“여기서 뭐 해?”
정민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개구리 인간에게 다가갔다.
“아, 장비를 얻었으니 써볼까 해서 훈련실로 왔어. 개굴개굴.”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은데. 몇 번째로 통과한 거야?”
“아쉽게도 11번째에 통과했다. 개굴개굴.”
“그래도 괜찮게 통과했네.”
개구리 인간의 말에 정민우는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들어가서 훈련할래?”
“훈련? 개굴개굴.”
“응, 정확히 말하자면 대련하자는 거지.”
정민우의 말에 개구리 인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굳이? 훈련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개굴개굴.”
자칫하면, 대련을 못 할 수도 있겠다고 느낀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의 귀에다 대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련 연습해야 할걸? 내가 봤을 때 조만간 대련을 시킬 것 같거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개굴개굴.”
“당연하지. 장비를 줬는데 ……그래서 시키겠지. 그래 안 그래?”
정민우의 열띤 설득에 개구리 인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교관들이라면 대련을 시키고도 남지. 개굴개굴.”
“그러니까.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서로 상대가 되어주자는 거지.”
“좋다. 개굴개굴.”
그렇게 개구리 인간은 정민우의 열띤 설득에 개인 훈련실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간단히 몸 풀고 시작하자.”
정민우가 몸을 풀며 시시콜콜한 이야길 꺼내자, 개구리 인간도 따라서 몸을 풀며 답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무슨 장비 얻었어?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의 물음에 정민우는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 이 반지. 너는?”
“나는 조끼 갑옷을 선택했어. 개굴개굴.”
“음? 안 보이는데?”
“아! 이 갑옷은 착용하면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어. 개굴개굴.”
정민우는 눈을 빛내며, 개구리 인간의 몸을 쳐다봤다.
‘투명 갑옷이라… 허를 찌르기 좋겠네.’
다른 악마들을 상대할 때, 이러한 점을 이용하면 기습을 통해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좋지. 개굴개굴.”
이어서 대련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각 방어력에 맞춰 보호막을 설정합니다. 보호막이 파괴되면 패배입니다]
은은한 검은빛 장막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의외로 안전에 꽤 신경 써주나 보네.’ 안전에 하등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것 같다.
“오오, 신기하다.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은 신기한 듯,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5초 뒤에 대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막이 온몸을 휘감자. 곧 대련을 시작할 것을 알려왔다.
[5]
[4]
[3]
[2]
[1]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삐―――이!
개인 훈련실에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괴물화!”
그리고 개구리 인간은 버저 소리에 맞춰 곧장 고유 특성을 사용했다.
“…깨애애애애꿀!”
몸이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인간의 체형이었던 몸이 개구리의 몸으로 바뀌었고 등에는 박쥐 날개와 흡사한 것이 돋아났다.
‘지금 공격을 가해야 한다.’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이 변신을 끝내기 전에 유효타를 먹이기로 하며 반지의 시동어를 외쳤다.
“그림자 전개.”
그러자 개구리 인간의 밑에 있던 그림자가 가시로 변하며 위로 솟구쳤다.
챙, 챙, 챙, 챙, 채―앵!
하지만, 방어력 측정이 높게 됐는지 보호막에는 금조차도 가지 않았다.
‘역시, 스켈레톤이 형편없이 약했던 거였어.’
정민우는 혀를 차며, 다시 그림자를 조종하려는 찰나.
“퉤!!!”
그새 변신이 끝났는지, 개구리 인간이 볼을 큼지막하게 부풀리더니, 자신을 향해 침을 뱉어냈다.
‘빠르다.’
정민우는 피하긴 늦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신의 그림자를 이용해 방패를 만들었다.
침과 방패가 맞닿자,
치이이이익―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녹기 시작했다.
‘이 정도 마기로는 어림도 없다 이건가?’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더 주입하자.
스르륵―
녹았던 그림자가 복원되며, 더욱 견고해졌다.
“깨꿀!!!”
개구리 인간은 공격이 통하지 않자. 혀를 내뱉으며 공격을 가해왔다.
‘이것만 막으면 반격 기회다!’
정민우는 방패 뒤에 숨어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깨꿀!”
혓바닥의 방향이 틀어지며, 방패를 지나쳐 자신의 뒤를 점해버렸다.
‘젠장!’
혓바닥이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순간.
“흡!”
그림자를 일으켜 자신의 몸을 휘감았다.
콰――앙!
쩌저적―
하지만, 공격을 온전히 상쇄하지는 못했는지 보호막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큭!”
정민우는 정신없는 와중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맹렬하게 회전시켰다.
‘여기서 역전할 방법이 뭐가 있지?’
짧은 시간에 수백 개의 고민을 거친 결과. 머릿속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거면, 가능성이 있다!’
생각을 마친 정민우는 그림자를 풀며, 곧장 심안을 사용했다.
그리고 개구리 인간을 바라보자.
【독을 쏘아낸 다음에 혓바닥으로 공격해 끝내야겠어. 개굴개굴】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개구리 인간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어디를 공격할지 미리 안다면 막는 것은 어렵지 않지!’
정민우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개구리 인간을 향해 내달렸다.
“깨꿀?”
개구리 인간은 예상치 못한 행동에 잠시 당황하는가 싶었으나.
“퉤!!!”
이내 자신을 향해 침을 뱉어냈다.
‘어림도 없지.’
정민우는 그림자로 방패를 만들어 침을 성공적으로 막아내자.
“깨꿀!!”
개구리 인간이 뒤이어 혓바닥을 내뱉었다.
【아까는 뒤에 공격했으니, 이번에는 위로 공격하는 게 좋겠지. 개굴개굴】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머리 위에 방패를 만들어내자.
타――앙!
혓바닥이 그대로 튕겨 나가버렸다.
“…깨꿀?”
막을지 몰랐는지 개구리 인간의 얼굴에 당혹감이 깃들었다.
‘지금이다.’
정민우는 심장을 쥐어짜. 반지에 마기를 때려 박았다.
“간다!”
그리고 개구리 인간에게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쨍그랑―
[1번 보호막이 깨졌습니다. 1번 패배]
“음?”
스피커에서 자신의 보호막이 깨졌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설마 조금 전 그 공격 때문에 부서진 건가?’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에게 공격당했을 때 방어가 늦어진 바람에 그 충격으로 보호막이 뒤늦게 부서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쩝, 좋은 승부였다.”
아쉽긴 했으나, 진 건 진 것이었기에 정민우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한 번도 싸워보지 않은 것 치고는 잘 싸웠다고 볼 수 있겠지.’
전투에 특화된 고유 특성으로 이렇게까지 싸운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하며, 다음에는 꼭 이기기로 다짐했다.
“나도 동감하는 바야.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은 괴물화를 풀며, 손을 내밀어 보였다.
“내일도 나올 거지?”
정민우가 개구리 인간의 손을 맞잡으며 묻자.
“당연하지! 개굴개굴.”
다행히 개구리 인간은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이후 정민우와 개구리 인간은 수업이 끝나면 4시간 정도 대련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매일 대련을 하다 보니,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 * *
일주일 뒤.
여느 아침처럼, 교실에 등교해 책상에 앉아 있자.
드르륵―
“오늘은 수업이 없을 거다.”
교실로 들어온 교관이 대뜸 통보를 해왔다.
“그 대신 4교시 내내 대련을 시행하도록 할 거다.”
대련이라는 말에 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날이 찾아왔군.’
정민우는 심안을 통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당연하게 반응하면 의심을 살 수 있기에 놀라는 척 연기를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 사항이 있나?”
교관의 물음에 한 악마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저, 교관님? 공지 사항에 없던 내용인 것 같은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진행이 되는 건가요?”
악마의 물음에 교관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자네는 비둘기가 공격해와도 그런 소리를 할 건가?”
“…….”
조약을 맺은 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었지 싸우는 것과는 별개였다.
즉, 다른 행성에서 싸우는 것은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늘 비둘기와 싸울 준비를 해야만 한다.”
교관의 설명에 악마들은 얼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공지 없이 대련을 시행하는 만큼, 1등 한 자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될 거다.”
이어지는 교관의 설명에 악마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다들 알아들은 것 같으니. 준비가 끝내면 곧장 대련장으로 올 수 있도록 해라.”
교관은 할 말을 마쳤다는 듯,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와, 진짜 대련할 줄 몰랐는데. 네 말 듣길 잘했다.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은 감탄을 터트리며, 정민우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뭐랬어. 할 것 같다고 했지? 내 말 들어서 나쁠 것 없다니까.”
정민우의 말에 개구리 인간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맹렬히 끄덕였다.
“대련장으로 오라 했으니까. 바로 출발해볼까?”
“좋지. 개굴개굴.”
그렇게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섰다.
정민우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첫 상대는 누가 걸리지 기대가 되는군.’
자신의 실력 역시 일주일 동안 몰라보게 늘었기에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1등을 해서 무조건 가산점을 따낸다.’
정민우는 의욕을 불태우며, 개구리 인간과 대련장으로 향했다.
7화 대련 (2)
대련장 안으로 들어가니.
‘…대박.’
대련장은, 전생에 티비나 인터넷에서 종종 봤던 격투기 경기장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규모가 상당하네.’
기억 속에 있던 격투기 경기장 그 이상으로 컸으며, 대련장 가운데엔 스테이지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디 가서 앉을까?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의 물음에 정민우는 고민도 없이 앞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맨 앞에 앉자.”
“맨 앞? 개굴개굴.”
“응, 가까이서 봐야지 어떻게 싸우는지 분석하고 대처할 거 아니야.”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 이라는 말이 있듯, 적을 알고 자신을 알아야 대련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기에 적들의 싸우는 방식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확실히, 싸우는 방식을 알면 대처하기가 편해지긴 하겠어. 개굴개굴.”
정민우의 설명에 개구리 인간은 이해했다는 듯 눈을 빛냈다.
그렇게 스테이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
쿵, 쿵, 쿵―
잠시 후 입학식에 봤던 거구의 악마가 스테이지 위로 올라왔다.
“이제야, 조금 빠릿빠릿해진 것 같군.”
주변을 둘러본 거구의 악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다들 시간에 맞춰 왔으니. 곧바로 대련에 관해 설명해주도록 하지.”
대련에 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대련은 각 반의 학생들끼리 진행된다. 1등을 차지한 생도들에게 가산점이 부여되고 대련 상대는 무작위로 선정된다. 참고로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일 경우 보호막이 발동되니 다들 안심하고 모든 실력을 뽐내길 바란다.”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거구의 악마가 스테이지 밑으로 내려가자.
[지금부터 추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더니, 천장에 설치되어 있던 거대한 스크린에 불빛이 들어왔다.
[대련 추첨은 ‘작은 악마의 창’ 반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화면에 추첨 된 악마들의 번호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3번 VS 10번]
[23번 VS 66번]
[49번 VS 33번]
[34번 VS 56번]
:
그렇게 마지막 추첨이 떠오르던 때.
[1번 VS 44번]
정민우는 자신의 번호가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 먼저 싸우고 나면, 체력을 비축할 수 있기에 정민우는 이 상황이 반가웠다.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확인해볼까?’
정민우는 44번의 얼굴을 알기 위해 번호 위에 있는 사진으로 시선을 옮기니.
‘저 녀석이었구나?’
소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었다.
‘괜한 시비를 거는 것 때문에 언제 날 잡고 손 좀 보려고 했는데 잘됐네.’
일주일 동안 조용히 지내다 보니, 만만하게 보였는지 은연중에 시비를 걸어오고 있었다.
‘대련이 끝나면 눈도 못 마주치게 해줘야 겠어.’
정민우는 소머리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때.
씨익―
저 멀리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머리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호… 자신이 있다는 건가?’
같잖은 도발에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가볍게 넘겨버리자.
“…!”
자신에게 비웃음을 날린 것이라 착각했는지 소머리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귀엽네.’
정민우는 다시 고개를 돌리던 순간.
[추첨 된 악마는 스테이지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스테이지로 올라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럼, 가볼까?’ 정민우는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멋있게 이기고 오라고.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응원을 해왔다.
“고맙다.”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을 따라 엄지를 치켜세운 뒤, 스테이지로 향했다.
* * *
“흐흐, 이렇게 너와 싸우게 될 줄이야 운이 좋군.”
스테이지에 선 소머리는 사냥감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정민우를 바라봤다.
“자신감이 넘치네?”
정민우의 말에 소머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네가 마기를 잘 다루는 건 인정하지만, 그게 싸움을 잘한다는 건 아니니까.”
소머리의 한 마디에 정민우는 그에 대한 평가를 정의할 수 있었다.
‘어휴, 저 멍청한 소대가리!’
악마의 강함은 마기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것을 배제하고 평가를 하다니?
‘내 동기 중 이런 저능하고 무식한 녀석이 있는 줄은 몰랐군.’
태어날 때부터 언어와 문자를 사용한다고 해서 지능까지 높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지.’
지능이 낮다고 해서 싸움까지 못 하는 것은 아니기에 상대를 얕잡아 보고 방심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그렇게 소머리에 대한 평가가 끝나갈 때쯤.
[5분 뒤, 대련을 시작합니다]
곧 대련을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5분 뒤라….’ 정민우는 남은 5분 동안, 자신이 세운 작전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이번 대련은 최대한 마기를 아끼면서 싸워야겠지.’
4교시 내내 대련을 시행할 거라 했으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될 것이었다.
‘괜히, 처음부터 마기를 남발했다가 나중에 마기가 부족해 경기에 지는 불상사가 생기면 곤란하지.’
그렇기에 마기와 체력을 비축해 결승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 계획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히든 카드 역시, 최대한 아껴두는 것이 좋겠지.’
그림자로 기습하는 건 한 번만 통하는 공격이기에 이번 대련은 반지를 사용하지 않고 임할 생각이었다.
‘손에 마기를 두르면 충분한 대미지는 입힐 수 있을 테니 문제없겠지.’
또한, 반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맨손으로 싸우는 것이 마기 소모가 적어 가성비도 좋았다.
‘오케이. 이대로만 가자.’
정민우는 작전 검토를 끝내고 자세를 고쳐잡자.
[대련을 시작합니다]
삐―――이!
때마침,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음머어어어!”
소머리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더니,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미친 소가 따로 없군.’
정민우는 피식 웃어 보이며, ‘심안’을 사용했다.
【도끼로 얼굴을 쪼개주마! 】
머리 위에 글자가 조합되더니, 소머리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그렇단 말이지?’
생각을 읽은 정민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죽어라!!!”
그리고 소머리가 도끼를 내려치려는 찰나.
슬쩍―
쾅―!
정민우는 왼쪽으로 한 보 움직여, 가볍게 공격을 피해냈다.
“음머?”
소머리는 공격을 피해낼지 몰랐는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뭘 그리 놀래? 이제 시작인데.”
정민우는 조롱을 날리며, 마기를 두른 주먹으로 소머리의 턱을 가격하자.
퍼―――엉!
“꾸엑?”
가냘픈 주먹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으윽―!”
충격이 컸는지, 소머리는 신음을 내며 모을 휘청거렸다.
‘연속으로 들어가 볼까?’
정민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퍼―――엉!
퍼―――엉!
퍼―――엉!
인중, 명치, 단전.
정민우는 사람의 급소라 불리는 부위를 온 힘을 다해 쳤지만.
‘생각보다 질긴데?’
겉모습만 인간과 같고 급소는 달랐는지 소머리 인간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음모오오오!”
이어서 소머리는 콧김을 내뿜더니, 도끼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찢어 죽여주마!”
반면, 정민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대응에 나섰다.
【몸통】
‘아무리, 흥분해도 본능적으로 어디를 공격할지 생각하기 마련이지.’
재빠르게 허리를 숙여 보이자.
부――웅!
머리 위에 강한 풍압이 전해져 왔다.
‘한 곳만 집중적으로 쳐볼까?’
정민우는 다시 허리를 펴, 소머리의 턱을 가격했다.
퍼―――엉!
“크흑!”
역시, 머리 부분이 가장 취약했는지 곧장 반응을 보여왔다.
‘빠르게 간다!’
정민우는 더 이상 시간 끌 것 없이 끝내기로 하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퍼―――엉!
“…너무 일방적인 거 아니야?”
“저 정도면 괴롭히는 수준인데?”
“싸움까지 저렇게 잘한다고?”
“…1번을 이길 수 있을까?”
한편,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같은 반 악마들은 공포 어린 시선으로 정민우를 바라보고 있었고.
“호오,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군.”
“역시, 마안을 가진 악마는 다르다 이건가?”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잘 싸우는군.”
“공격을 예측하고 피해내는 것을 보니. 전투 센스가 장난 아니야.”
스테이지 밑에 자리하고 있던 교관들은 호의가 가득한 시선으로 정민우의 대련을 품평하고 있었다.
“제에에에엔장!!”
소머리 또한,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패배하리라는 것을 느꼈는지, 괴성을 내지르며 도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어떻게든 한 방이라도 먹여주마!”
그리고 도끼에 짙은 마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발악인가?’
정민우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어디로 공격할지 생각을 읽어봤으나.
【1분 뒤에 너를 스테이지와 같이 날려주마! 】
범위가 넓은 공격인지, 어디로 공격할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분이라는 시전 시간으로 인해 곧바로 공격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지금 노리는 게 제격이지.’
저렇게 공격해달라고 유혹하는 데 누가 가만히 서서 기다려 줄 수 있겠는가?
‘1대1 대련에서 시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격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쓰러트려달라고 애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파―앗!
정민우는 빠르게 달려나가며, 소머리 앞으로 이동했다.
“…어? 자, 잠깐!”
소머리는 지척에 다가온 정민우를 보며 다급히 소리쳤지만.
“잘 가라.”
정민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마기를 두른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컥!”
그리고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소머리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거대한 몸뚱어리가 뒤로 넘어가며 쓰러져버렸다.
쿵――!
* * *
대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전에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자.
“크으, 완전 장난 아니었어!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이 감탄을 터트리며 축하를 건네왔다.
“이 정도는 기본이지.”
정민우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나도 잘 싸울 수 있겠지? 개굴개굴.”
“당연하지. 일주일 동안 대련한 게 있는데.”
“괜히 떨리네. 개굴개굴.”
“너무 떨리면, 어떻게 싸울지 시뮬레이션을 그려봐. 그러면 조금 괜찮아질 거야.”
개구리 인간은 그래야겠다고 대답하며, 눈을 감아 보였다.
‘그럼, 나는 다른 녀석들의 대련이나 관전해볼까?’
생각보다 대련이 빨리 끝난 것인지, 아직도 다른 악마들은 대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정민우는 악마들의 싸우는 모습을 두 눈으로 담아냈다.
‘힘을 숨겼을 수도 있겠지만, 보기에는 아직 적수라고 할만한 녀석은 없네.’
전체적으로 살펴봤지만, 눈에 띄는 악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각기의 개성이 담긴 싸움법은 정민우에게 좋은 데이터가 되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저런 식으로 싸움을 걸면, 이렇게 대처하면 되겠네….’
싸우는 악마를 자신으로 투영하며, 대련을 관전하다 보니.
[모든 대련이 끝났습니다]
어느새 대련이 끝나 있었다.
[다음 추첨을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안내 방송에 정민우는 스크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77번 VS 88번]
[13번 VS 14번]
[50번 VS 61번]
[37번 VS 47번]
그러자 추첨 된 악마들의 번호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2번 VS 99번]
다섯 번째에 개구리 인간의 대련이 잡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 너 대련 잡혔다.”
정민우는 상념에 잠겨있는 개구리 인간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깨웠다.
“그러네? 개굴개굴.”
추첨을 확인한 개구리 인간은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잘할 자신 있지?”
“물론이지. 일주일 동안 훈련한 게 있는데. 개굴개굴.”
정민우의 물음에 개구리 인간이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추첨 된 악마는 스테이지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개구리 인간은 안내 방송에 따라 스테이지 위로 올라갔다.
‘저게 99번인가?’ 정민우는 맞은편에 서 있는 악마를 살펴봤다.
자신처럼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었으나. 조금 특이했던 것이 있었다.
‘키가 상당히 작네.’
성장을 마치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키가 작고 왜소한 체구를 지녔다는 것이었다.
악마는 마기로 싸우기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2번이 이기겠지.’
정민우는 개구리 인간이 압승으로 이길 것을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 동안 개구리 인간의 대련했기에 그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이 이기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다른 악마들을 관전하는 것이 좋겠지.’
어차피, 개구리 인간의 전투는 진작에 파악이 끝났기에 전략적으로도 다른 악마들의 대련을 관전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삐―――이!
그렇게 버저 소리가 울리고 다른 악마들의 대련을 보고 있던 그때.
“…깨꾸우우우울!”
쿠――웅!
개구리 인간의 고통에찬 비명이 들려왔다.
“…음?”
정민우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개구리 인간이 있는 스테이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미친.’
개구리 인간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번이 졌다고?’
정민우는 당혹감을 느끼며, 99번을 쳐다보자.
“…….”
99번은 무심 경한 눈빛으로 개구리 인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진 거지?’
정민우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던 그때.
스윽―
99번이 자신이 자리한 곳으로 고개를 돌려왔다.
“…….”
시선을 마주친 정민우는 직감적으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쉽지 않겠네.’
저 녀석과 결승전에 붙게 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8화 대련 (3)
대련이 끝난 후.
“내가 질 줄이야… 개굴개굴.”
한참이나 기절해 있던 개구리 인간은 깨어난 직후, 교관에게 패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곤 상심에 빠졌다.
“괜찮아. 그저 운이 안 좋았을 뿐이야.”
“…그, 그런가? 개굴개굴.”
“당연하지. 상대와의 상성이 안 좋았을 뿐이지. 다른 녀석과 싸웠으면 네가 무조건 이겼을 거야.”
“상성이라… 개굴개굴.”
“어차피 시험도 아니었잖아? 점수에 반영도 안 되니까. 다음번에 잘하면 되지.”
“그, 그치? 개굴개굴.”
어느 정도 위로가 통했는지, 개구리 인간은 조금이나마 활력을 되찾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신, 가산점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게 되겠지.’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다시 침울해할 것 같아 정민우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후, 그래. 이렇게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 개굴개굴.”
“좋은 생각이야.”
개구리 인간은 두 손을 쥐어 보이며, 의지를 다졌다.
‘괜찮아진 것 같으니, 살짝 물어보도록 할까?’
완전히 기운을 차린 것 같으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팔아서 못 봤는데. 99번이 뭘 어떻게 한 거야?”
“그건 왜? 개굴개굴.”
“왜긴 왜야. 내가 대신 복수해주려고 그러지. 감히 내 친구를!”
“…1번! 개굴개굴.”
정민우의 말에 개구리 인간은 감동받았는지, 눈물을 글썽여 보였다.
“…하하.”
정보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이기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려는 찰나,
‘뭐, 내가 이기면 그게 복수인 거지.’
가만 생각해보니, 개구리 인간을 이긴 99번을 정민우가 잡는다면 그건 자신의 승리 이전에 친구의 복수가 된다.
하여 친구를 이용한다는 그러한 양심의 가책은 깔끔하게 날려 보냈다.
“일단, 창을 사용하고 있었어. 개굴개굴.”
“그리고?”
“…음, 창을 공중에 띄워서 휘두른 것 같은데 그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아. 개굴개굴.”
개구리 인간의 말에 정민우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창을 띄워서 싸운다라….’
나쁘지 않은 정보였으나. 99번을 공략하기에는 너무 적은 정보였다.
‘만약, 다음 경기에서 붙게 된다면 거리를 두고 어떻게 싸우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어.’
확실한 것은, 개구리 인간을 일격에 쓰러뜨릴 정도의 강자이기에 주의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운 좋게 경기에서 만나지 않으면 99번의 경기를 보고. 어떻게 싸우는지 파악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때쯤.
[다음 추첨을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추첨을 돌리겠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누구와 싸우게 될까?’ 개구리 인간이 기절한 사이 추첨이 다섯 번이나 돌았으니, 단순 계산으로 따졌을 때 이번 추첨이 자신의 차례가 될 확률이 높았다.
‘약한 녀석이 걸렸으면 좋겠는데.’
정민우는 누구와 대련을 하게 될지 궁금증을 느끼며 스크린을 바라보자.
스크린에 추첨된 악마들의 번호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1번 VS 36번]
그리고 예상대로 스크린에서 자신의 번호가 뒤이어 떠올랐다.
‘36번이면 활을 사용했던 녀석인가?’ 정민우가 36번의 정보를 떠올리려는 찰나,
[추첨된 악마는 스테이지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스테이지로 올라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올라가서 생각해봐야겠네.’
정민우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스테이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스테이지에 올라선 정민우는 눈앞에 있는 악마를 바라봤다.
‘근접전은 허용해주지 않겠다는 건가?’
자신의 대련을 관전했는지, 36번은 다리를 뒤로 빼내어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를 유지하며, 원거리 공격을 하겠지.’
활시위에 화살이 걸려 있는 것만 봐도 36번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건, 맨손으로 싸우면 불리하겠는데….’
싸움을 끌고 가면 어떻게든 이기겠지만.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나만 손해니까.’
있는 것조차 사용하지 않아 부상을 입는다면, 다음 대련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민우는 안전하게 반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격에 끝내는 게 좋겠지.’
정민우는 반지에 마기를 불어넣으며, 준비를 끝내자.
[대련을 시작합니다]
삐―――이!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그림자 전개.”
정민우는 버저 소리에 맞춰 곧장 시동어를 외쳤다.
36번 밑에 있던 그림자가 꿈틀대더니.
“…어?”
촤르르르륵―
그림자가 가시로 변하며, 36번을 향해 위로 솟구쳤다.
“…아!”
악마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는지 어떠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가시가 악마의 머리를 꿰뚫으려는 순간.
챙, 챙, 챙, 챙, 채―앵!
생명의 위협이 되는 공격으로 간주 됐는지 악마의 몸에 보호막이 생기더니, 정민우의 공격을 전부 튕겨냈다.
“아….”
악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쉽군.’
정민우는 이겼다는 것보다 마기를 아꼈다는 것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며, 스테이지 밑으로 내려갔다.
* * *
관중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자.
[추첨된 악마는 스테이지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어느새 99번의 차례가 돌아왔다.
‘어떻게 2번을 일격에 쓰러뜨렸는지 봐볼까?’ 99번이 스테이지에 올라서고. 5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대련을 시작합니다]
삐―――이!
버저 소리가 울려왔다.
부――웅.
99번은 버저 소리가 나는 동시에 들고 있던 창을 공중으로 띄워버렸다.
꿀꺽―
반대편에 서 있던 악마는 긴장 어린 얼굴로 검을 들고 방어 태세를 취해 보였다.
99번이 눈앞에 있는 악마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자.
쐐――액.
창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악마를 향해 쇄도했다.
“흡!”
채――앵!
하지만, 상대편인 악마는 검에 조예가 있는지 99번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음?’
대련을 지켜보던 정민우는 99번을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공격이면 2번이 쉽게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의문을 느끼던 순간.
“분열.”
공중에 떠 있는 창이 순식간에 10개로 늘어나 버렸다.
쐐애애애앵―
그리고 그 창들이 맹렬히 회전하며 악마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히얍!”
악마는 첫 번째로 날아오는 창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나.
스르륵―
검은 창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뭐?”
악마가 당혹감이 서린 눈빛으로 검을 바라보던 찰나.
푸―욱!
“크아아아악!”
뒤이어 날아오던 창이 악마의 어깨를 꿰뚫어버렸다.
“크으윽!”
이어서 창들이 회전하며 날아오자.
쨍그랑―
악마는 어깨에 박힌 창을 빼내며, 황급히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웃기는 놈일세.’
대련을 관전하고 있던 정민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말로 페이크를 쳐?’
그도 그럴 게 환영 관련 효과를, 태연한 얼굴로 ‘분열’이라고 기만을 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악마라서 그런지 기만과 거짓말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하는군.’
99번의 얕은수를 파악하긴 했지만, 아직 모든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저걸로 2번을 이기는 건 역부족일 텐데.’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개구리 인간을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데… 마기의 총량이라도 확인해볼까?’
개구리 인간을 일격에 쓰러뜨리고 지금 대련을 질질 끄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기에 정민우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마안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99번을 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승리】
머리 위에 ‘승리’라는 문자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마기가 상당하네.’
99번의 몸에서 꽤 많은 마기가 넘실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정도의 마기면 일격에 쓰러트린 것도 이해가 가네.’
다른 악마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압도적인 마기 총량.
‘그전 대련에서 마기를 상당량을 소모한 바람에. 이러고 있던 거였군.’
마기가 검은색보다 회색이 많은 것을 보니, 정민우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했다.
‘회색은 마기가 빠져나간 상태를 의미하니까.’
또한, 회색이었던 마기가 급속도로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마기에 관한 고유 특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생각도 한번 읽어볼까?’
이어서 ‘심안’까지 사용해보려는 순간.
“히야압!”
악마가 검을 들고 99번을 향해 달려들었다.
“쳇!”
99번은 작게 혀를 차더니, 뒤로 물러나며 창을 조종했다.
‘음?’
그리고 그 순간에 빠르게 회복됐던 마기가 더뎌진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설마, 가만히 서 있어야만 마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건가?’
나름대로 그럴싸한 추리.
‘심안으로 확인해보면 알겠지.’
정민우는 확신을 더 하기 위해 ‘심안’을 사용했다.
【젠장, 움직이면서 싸우기에는 버거운데…. 】
머리 위로 글자가 조합되더니, 99번의 생각이 문자로 만들어졌다.
‘…역시, 내 추측이 맞았어!’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사실에 정민우는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맞췄다고 좋아하기에는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나와 싸울 때쯤은 마기를 전부 회복했을 것 같단 말이지.’
마기가 회복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었다.
‘마기를 차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뭐 없을까?’
잠시 고민에 잠긴 결과.
‘아!’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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