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ricultura 8
배처럼 왕위 걱정만 하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일이란 말인가……!”
트런피오 왕은 깊이 뉘우치며 다음에 오드리아가 찾아오거든 반드시 융숭한 대접을 해주리라 다짐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5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
긴팔을 입으면 안될 정도로 쌀쌀한 아침.
리안은 밭에 나와 있었다.
일할 사람은 적고 땅은 오천평이나 돼서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벌레가 먹은 순무와 상추의 잎들을 솎아주고 땅이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굳은 땅을 파서 뒤집어줘야 했다.
밭에 물을 주면 줄수록 지표면이 점점 단단해지는데 그렇게되면 뿌리가 숨을 잘 쉴 수 없다.
주기적으로 땅을 뒤집어서 땅속에 공기가 들어가도록 만들어줘야 뿌리가 호흡을 하며 잘 자란다.
예전에 오드리아가 한 말중에 ‘비료 10번 주는 것보다 흙 한 번 뒤집어주는게 낫다’란 가르침이 있었을 정도로 땅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했다.
그냥 기른 것과 흙이 산소를 머금은 밭에서 자란 작물은 품질에서 현격히 차이났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
양손에 장갑을 끼고 밭앞으로 가서 섰다.
“모두 집합!”
리안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자 딴일에 열중하고 있던 향단이, 허수, 돌쇠, 폰타나가 한 곳으로 모였다.
리안은 한 명씩 쳐다보면서 말했다.
“향단이는 벌레 잡고.”
“르리!”
“허수는 독수리 같은 새들한테 향단이가 붙잡혀 가는 일이 없도록 새들 잘 쫓아내고.”
“맡겨줘, 주인.”
“돌쇠는 덩치가 너무 크니까 밭에 들어오면 안돼. 삽 하나 쥐어줄테니까 무너진 둑 같은데 있으면 보수해.”
-우우우웅.
돌쇠는 대답대신 몸을 떨었다.
“폰타나는 다리가 얇고 길쭉길쭉하니까 밭에서 조심조심 잘 돌아다닐 수 있지?”
“물론이다.”
“좋아, 나랑 같이 김매기 작업한다.”
“김매기가 뭐지?”
리안은 호미처럼 생긴 도구를 그녀에게 건네줬다.
“요걸로 밭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채소 주위를 조금씩 파서 다져주면 돼. 잡초 있으면 뽑아주고.”
“별 것 아니군.”
폰타나는 도구를 받아들고 미소지었다.
“평화로워서 마음에 들어. 재밌겠어.”
리안은 손뼉을 마주쳤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 모두 작업 개시!”
돌쇠는 삽을 들고 밭주변으로 가고, 허수는 여자 사람으로 변해(알몸) 광년이처럼 이곳저곳을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정신없지만 밭 전체를 그러고 뛰어다니면 새들이 감히 접근할 생각을 못한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농부들도 겁을 먹어서 문제지만.
폰타나는 사뿐사뿐 순무 밭으로 들어가서 네 개의 다리를 최대한 굽히고 땅을 조금씩 다져나갔다.
마치 기린이 바닥에 떨어진 먹이를 주워먹으려고 그 긴 다리를 최대한 숙이는 모습과 비슷했다.
향단이는 늘 그렇듯 오천평 땅의 여포처럼 이리저리 쌩쌩 날아다니며 벌레퇴치 작업에 몰두했다.
얼마전 향단이의 무기와 방어구를 맞춰주겠다고 다짐했는데, 돈이 없다보니 차일피일 미루며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향단이는 여전히 허름한 천으로 만든 옷만 입고 좋다고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아이처럼 맑은 순수함이 있어서 옷이 좋든 나쁘든, 주인이 거지든 구두쇠건 그저 좋은 모양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향단아. 순무랑 상추만 팔면 네 옷부터 사줄게.’
리안은 콧물을 삼키며 상추밭으로 들어갔다.
녹색의 싱그러움을 뽐내는 상추.
우리 한국에서 나는 상추와 달랐다.
상추의 쓴 맛이 없고 단맛이 강했다.
그리고 흔히 보던 양상추와도 품종이 달랐다.
배추처럼 생겼고 포기채 자라났다.
한 잎씩 따먹는 상추가 아니었다.
“상추는 순무보다 빨리 수확해야겠어.”
워낙 잘자라서 일주일 앞서 수확해야 시기가 맞을 듯싶었다.
다음주에 모니카에게 말해서 직원들을 데리고 오라고 해야겠다.
라그레아닐을 호미로 변신시켰다.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아가며 땅을 파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향단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날아왔다.
“르리……”
자신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는 향단이를 보며 리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르리……”
“뭐? 그 대장 사마귀가 또 나타났어?”
내 이놈을 그냥.
리안은 벌떡 일어나서 대장 사마귀가 있는 곳으로 단숨에 뛰어갔다.
“어디야? 어딨어? 아 저깄네.”
순무밭에 있던 대장 사마귀는 리안을 보자 낫처럼 생긴 양발을 세우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여전히 사람을 봐도 겁을 먹지 않았다.
간덩이가 부은 놈인건 확실했다.
“요놈을 어찌해야되나.”
콱 밟아죽이면 그만이지만 가능하면 향단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잡으면 좋겠다 싶었다.
“향단아. 일단 내가 무기를 만들어줄게. 잠깐 기다려봐.”
“르리!”
향단이가 한 팔을 들고 힘차게 대답했다.
‘일전에 나무로 만든 창을 들고 싸우다 진적이 있어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해봐야 실력이 느니까.’
다시 창을 만들어서 향단이의 손에 쥐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밭 밖으로 나가려는데, 대장 사마귀가 갑자기 날개를 펼쳤다.
-풉.
“음? 저놈 혹시 날 비웃었어?”
대장 사마귀는 리안을 한 번 쳐다본 후 휙 날아가버렸다.
다른 밭쪽으로 잽싸게 도망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저자식 진짜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가 본데……”
리안은 어이가 없었다.
“향단아. 다음에 또 나타나면 절대 가만두지 말자. 완전 박살을 내는거야.”
“르리!”
향단이는 불끈 주먹을 쥐어보였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꼭 용기를 내서 싸우겠다며 리안에게 약속했다.
“혼자 싸우지마. 또 나타나면 우선 나부터 불러.”
“르리!”
리안은 힘차게 대답하는 향단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무 밭에서 고생하는 폰타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앞다리를 양옆으로 한껏 벌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으윽……! 전쟁보다 농사가 더 힘들줄이야.”
사람이라면 쪼그려 앉아서 일을하면 되는데 켄타우로스는 신체구조상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자리를 이동할때마다 매번 허리를 숙여야하는게 꽤 고역인 모양이었다.
“안되겠네.”
리안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다른 일을 시켰다.
근처 웅덩이의 물을 퍼와서 밭에다 물을 주는 일이었다.
* * *
점심시간이 되자 하던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리안은 짐마차를 끌고 바로 훅스 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점심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폰타나를 타고 가면 더 빠를텐데, 그녀의 등에 얹을 안장이 없어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당분간은 타고 다니기 어려웠다.
향단이의 무기와 방어구 및 안장도 결국 돈이 문제다.
리안은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돈이 없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딱 2주만 견디자.”
다음주에 상추를 내다팔고 그 다음주에 순무를 내다팔면 그때부터 돈이 들어온다.
리안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야호!”
이윽고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음식 냄새가 풀풀 풍겨왔다.
“흐음, 좋은 냄새. 점심은 고기인가 보네.”
부잣집은 이래서 좋다.
매일 세끼중 한 번은 반드시 고기가 나온다.
아무튼 아침에 부탁한 음식을 받아갈 생각에 식당쪽으로 향하는데, 때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메건 부인과 우연히 마주쳤다.
“전해줄게 있는데 잘 왔어요.”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길래 리안은 무심코 그녀를 따라 거실로 이동했다.
아침에 편지가 온 모양이었다.
메건 부인은 서랍에서 편지를 꺼내 리안에게 건네주었다.
“아스트리드 가문에서 왔더군요.”
“아스트리드 가문이요……?”
“근래에 우리 가문을 방문했던 리사 백작이요.”
“아……”
그녀는 편지를 건네주고 나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곁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별다른 말은 없었으나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다는듯 호기심 어린 눈길이었다.
리안은 개의치 않고 편지를 뜯어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내용이 없었다.
리사의 오늘 일정표만 달랑 한 장 들어 있었다.
“뭐지?”
“왜요?”
“아, 아뇨.”
리안은 눈을 껌뻑이며 다시금 일정표를 들여다봤다.
식량 부족 지역 관련 자문단 회의.
옐 마가르티 공작과 주례 회동.
타국 외교 사절단과 환담.
오찬.
농업 아카데미 건물 착공식.
채소의 효능 강의.
자택 귀가.
식사.
목욕.
취침.
중요하지도 않은 일정까지 정확히 시간대별로 적혀 있어서 리안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뭔…… 먹고 자는 것까지 적혀있담?’
어쩌라고?
나보고 어쩌라고 이런걸 보낸거지?
“표정이 왜 그러죠? 이상한 말이라도 적혀 있나요?”
“아뇨. 그냥 뭐…… 백작님의 일정 같은걸 보냈네요.”
“일정이요? 고위 귀족인 리사 백작님의 일정 같은건 보안을 지켜야할텐데 그걸 왜 리안 씨한테 알려주죠?”
“글쎄요?”
리안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와서 심부름이라도 하라나보죠.”
“심부름 시킬 사람이 필요하면 주변에 넘쳐날텐데 왜 굳이?”
메건 부인이 지나치게 참견하는 것 같아 리안은 급히 말을 돌렸다.
“저, 부인. 제가 배가 고파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따 저녁에 뵐게요.”
그대로 도망치듯 빠져나가는데 뒤에서 메건 부인이 불렀다.
“잠깐만요.”
“……?”
뒤를 돌아보자 그녀가 말했다.
“내일 오전에 시간 있나요?”
“내일이요? 내일은……”
딱히 바쁘지는 않지만.
뭔가 시킬 분위기다.
혹시 시장이라도 가시려나?
간만에 봉사 좀 해야겠다.
방값 밥값 무료인 곳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할거 있으세요? 부인께서 원하시면 내일 일정은 비워두겠습니다.”
그 말이 기특했는지 메건 부인이 부드럽게 웃는다.
“내일 같이 황도에 갔으면 합니다. 오후에 황후께서 주최하시는 낭송회가 있는데, 나랑 헬렌 부인, 안젤라 부인, 이렇게 셋이서 가기로 했어요.”
그녀는 뺨에 손바닥을 가져다대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전에 피부 관리 좀 받고 싶은데, 저번처럼 헬렌 부인의 집에서 도르긴 마사지를 부탁해도 될까요?”
“예?”
부인들 수발을 또 들라고?
썩 내키지 않고 반감이 들었으나 돈 없는 놈은 어쩔 수 없다.
시키면 해야지.
리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시면 해드려야죠.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메건 부인은 기쁜듯 환하게 웃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점심 맛있게 드세요!
5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
다음날 아침.
리안은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켰다.
“끄으으으윽!”
어제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더니 몸이 조금 찌뿌둥했다.
목 좀 돌려주고, 팔도 돌려주고, 옆사람도 깨우고.
어제 모니카랑 잤다.
옆에 누워있는 그녀를 흔들었다.
“일어나 모니카. 아침이야.”
“으응, 조금만. 조금만 더……”
팬티 말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녀였다.
몸을 뒤척이며 돌아눕자 풍만한 유방이 천장을 바라보며 물결쳤다.
어제 어찌나 말이 많던지……
하루종일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어대는데 히메나가 어떻고, 야네트가 어떻고, 뒷담화를 들어주느라 혼났다.
그래도 나름 활력있게 사는 것 같아 좋아보였다.
치고 박든 뭘하든 사람은 사람들이랑 어울리며 살아야 삶이 즐겁다.
리안은 거의 혼자서 일하다시피 하니까 그런 재미를 도통 느낄 수 없다.
그래도 최근에 인간과 사고방식이 비슷한 폰타나가 와서 입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말동무가 생겨서 좋았다.
“그건 그거고, 이따가 어쩔까.”
리안은 일어나자마자 오늘 할 일을 고민했다.
‘뭔가 더 추가할 메뉴가 없을까?’
음식 메뉴가 아니다.
오늘은 귀부인들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녀들에게 피부 마사지를 해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저번처럼 도르긴 마사지만 해주기에는 조금 아쉽달까.
기왕하는 김에 더욱 열심히해서 칭찬을 듣고 싶었다.
오드리아한테 칭찬을 듣던 버릇이 남아서 그런지 몰라도 누군가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행동을 보여주는게 리안은 즐거웠다.
예상치 못한 깜짝쇼에 감동하거나 기뻐하는 표정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달까.
“피부에 좋은 주스를 만들어 볼까?”
금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게 낫겠다.”
이따 시장에 가서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채소를 사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 * *
오전 10시 무렵.
헬렌 부인의 저택에 도착했다.
달리말하면 치안대장 조레비치의 집으로 ‘람브레 가문’의 저택이다.
“어서 오세요.”
헬렌 부인과 안젤라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중이었다.
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린 메건 부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리안을 보자 더욱 환하게 웃어보였다.
“오늘도 잘 부탁해요.”
“리안 씨는 체격이 너무 훌륭해요. 볼때마다 멋지네.”
“감사합니다.”
두 사람 말고도 처음 보는 인물이 참석해 있었다.
연한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젊은 아가씨였고, 안젤라 부인은 그녀를 자신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둘이 인사 나눠요.”
리안은 젊은 여자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리안 씨죠? 어머니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라라예요.”
그녀는 리안을 마주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발산했다.
생기발랄한 느낌이 드는 아가씨였다.
“우리 어머니 얼굴 보셨나요? 피부가 엄청 좋아지셨어요. 어머니처럼 나도 좋은 피부로 만들어줄거죠?”
“피부는 갑자기 좋아지지 않습니다. 본인이 꾸준히 노력해야 됩니다.”
“그럼 여기 찾아온 이유가 없잖아요. 난 오늘 황후께서 주최하시는 낭송회에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가려고 여기온건데. 잡티 하나없는 하얀 피부를 원해요.”
조금은 당돌한 말을 내뱉는 그녀에게 리안은 웃어보였다.
“완벽히는 아니어도 조금은 하얘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많이 노력해주세요. 거기에 제 또래 귀족들이 많이 올거거든요. 자랑하고 싶어요.”
“네.”
그녀는 리안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향단이를 바라봤다.
“페어리군요. 무척 비싸다고 들었는데 돈이 많으신가봐요.”
그녀는 방긋 웃더니 우아하게 뒤돌아섰다.
“들어가죠. 우리만 밖에 나와 있네요.”
“네.”
부인들은 어느새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
리안도 라라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작업을 개시했다.
낭송회는 오후 2시에 열린다고 한다.
현재 시각 10시 30분.
마사지 후 여자들이 치장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여유부릴때가 아니었다.
여자들은 금세 드레스를 벗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지난번과 똑같이 응접실에 침대를 가져다 놓았고, 이번에는 3개가 아닌 4개였다.
여자들은 각자 침대에 편히 드러누웠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리안은 가져온 가방 안에서 도르긴 네 개를 꺼냈다.
오는 길에 시장에서 사온 것이었다.
물론 메건 부인의 돈으로.
탁탁탁! 탁! 탁탁!
도마에 올려놓고 능숙하게 썰어나가는 동안 등뒤에서는 부인들의 수다 소리가 들렸다.
“그 얘기 들었어요? 모슈테킨 남작 있잖아요. 그 사람이 글쎄 거기가 안선대요.”
“세상에.”
“그래서 결혼한지 3년째인데 아직도 애가 없는걸까요?”
이외에도 오늘 낭송회에 오는 음유시인이 황도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얘기.
부인이 바람난 어느 귀족 가문 얘기.
황제의 근황이 요즘 어떻다느니.
뭐가 맛있다느니.
“전쟁때문에 이번 겨울에 소금이 부족할거래요. 사려면 지금 빨리 사두세요.”
“소금값은 안올랐던데요?”
“그러다 갑자기 오른다니까요. 이 얘기는 우리 신도님께서 말씀해준거예요. 상단을 운영하시는 신도님께서. 지금 남부지방의 유명한 소금광산이 무너졌다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대요.”
대화는 주제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덕분에 황도 밖에서 농사짓는 바람에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인 리안도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은 알게 되었다.
‘흐음, 나쁘지 않네.’
문득 여기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세상.
이렇게라도 얻는게 어디야.
다른데 가서 아는 체를 하며 방구는 뀔 수 있겠다.
어쨌든 마사지를 빠르게 끝낼 생각에, 지난번처럼 하나 썰고 한 명 올리고 하나 썰고 한 명 올리고 하지 않고 도르긴 네 개를 한꺼번에 썰었다.
탁탁탁탁!
탁탁!
“와 잘한다.”
불쑥 옆에서 인기척이 나길래 돌아보니 라라가 서있었다.
그녀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엄마인 안젤라 부인을 닮아서 그런지 가슴이 컸다.
가운 사이로 드러난 가슴골이 얼굴을 마주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풍만했다.
모니카, 야네트, 안젤라 부인, 헬렌 부인 등등 요즘 주변에 가슴 큰 여자가 왜 이리 많은거야.
“직업이 농부라던데 정말 농부 맞아요?”
“예, 맞습니다.”
“농부가 칼질을 이렇게 잘해요?”
“혼자서 자주 음식을 해먹어봤거든요.”
“몸은 기사들 보다 멋진데 식칼 들고 채소나 자르고 있으니까 왠지 웃긴다.”
그녀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리안은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보고 알 수 있었다.
예의 같은건 약간 쌈싸먹은 애 같다.
그러나 도가 지나칠 정도는 아니었다.
천진난만하달까.
천진난만한건 향단이가 최고인데.
“향단아 가자.”
“르리!”
얇게 썬 도르긴을 전부 접시에 담은뒤 헬렌 부인에게 다가갔다.
“부인, 시작하겠습니다.”
“아, 벌써? 알았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요.”
“네. 채소가 조금 차가우실겁니다.”
“시원해서 좋겠네요.”
헬렌 부인은 곧게 누운 다음 눈을 감았다.
리안은 하나씩 신중히 그녀의 얼굴에 도르긴을 올려놓았다.
향단이도 양손으로 도르긴 조각을 들고 날아다녔다.
얼굴에 붙이는건 향단이가 훨씬 고단수였다.
한번에 척척 오밀조밀하게 잘 붙였다.
반면 리안은 손이 커서 한번에 착 붙이는 일이 별로 없었다.
밀고, 옮기고, 떼고, 조각을 짜맞추듯 두 세 번의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나도 도와줄까요?”
라라가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누워있지 않고 계속 리안이 하는 행동을 흥미로운 눈길로 구경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안젤라 부인이 한마디 거들었다.
“라라, 방해하지 말고 네 자리로 가.”
“싫어요. 내 차례가 되면 갈거예요.”
“쟤가 워낙 고집이 세서, 리안 씨가 이해해줘요.”
“괜찮습니다.”
얼굴 마사지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헬렌 부인에 이어 안젤라 부인의 얼굴에 붙이고 그 다음 메건 부인의 얼굴에 붙였다.
“르리……!”
향단이는 이 일이 재밌는지 그 조그마한 얼굴에 진지함이 가득 묻어났다.
부인들의 얼굴에 도르긴 조각을 붙이는 향단이의 표정은 마치 얼굴 마사지 장인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매우 신중하고 장엄했다.
그래서 더욱 귀여웠다.
앞으로 꼭 데리고 다녀야겠다.
“드디어 내 차례네요.”
라라가 싱글벙글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리안은 머리맡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말했다.
“자 무표정을 지어주세요.”
“당신 얼굴을 보면 자꾸 웃음이 나오는데 어쩌죠?”
“제가 웃기게 생겼나요?”
“잘 생겨서요. 멋진 남자가 피부 관리를 해주니까 신선하고 재밌네요. 기분도 설레고.”
그녀는 민망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꼭 명랑한 사춘기 소녀를 보는 것 같다.
실제로 나이도 그쯤 되어보이고.
그런 그녀를 안젤라 부인이 타일렀다.
“랴랴, 신께뗘 디켜보교 계띤다. 문랸햔 땨럄처럼 모하는 딧이니.”
얼굴에 붙인 도르긴 조각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들려서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라라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무표정을 지었다.
“붙이세요.”
“차갑습니다.”
“네~”
젊은 여자라서 확실히 피부가 탱글탱글했다.
매끄러운 피부에 손이 닿을때마다 그 감촉이 은근히 좋았다.
얼굴도 작아서 빨리 붙였다.
“다 됐습니다. 30분만 그러고 있으세요.”
리안은 붙이는 작업을 마친뒤 곧바로 다음 일에 착수했다.
그것은 바로 토마토 주스 만들기.
토마토는 시장에서 사왔다.
당연히 메건 부인의 돈으로 샀다.
하지만 믹서기가 없는 세상.
맷돌 같은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리안은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삶기.
토마토를 냄비에 담고 전부 으깨버렸다.
“르리.”
냄비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향단이가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리안을 올려다봤다.
“달라고?”
고개를 끄덕끄덕.
으깨진 토마토의 단내가 식욕을 돋군 모양이다.
새 토마토를 썰어서 향단이한테 조각 하나를 건네줬다.
“자 먹어.”
토마토는 처음 먹는지라 탐색전을 펼치듯 잠시 빤히 바라보는 향단이.
손가락으로 물렁물렁한 부분을 콕 찍어 맛을 보더니 상당히 괜찮았나보다.
눈을 휘둥그레떴다.
“르리리!”
향단이는 순식간에 토마토를 껍질까지 모두 먹어치웠다.
“맛있었니?”
“르리!”
“조금 이따 또 줄게.”
리안은 으깬 토마토가 담긴 냄비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
하녀들에게 부탁해 약간의 설탕을 얻어서 냄비에 섞고 15분을 끓였다.
이후 녹지 않은 껍질들을 전부 골라낸뒤 냄비를 찬물에 담궈 최대한 식혔다.
얼마 후 그는 주스잔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응접실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리안만 손꼽아 기다리던 여자들.
그를 발견하자 다들 환하게 웃었다.
메건 부인이 물었다.
“오디 가땨 와떠요?”
“주방에 다녀왔습니다.”
“안뵤여서 무뜬 일이라도 생긴쥴 아랐자나요.”
리안은 신속히 그녀들의 얼굴에 붙인 도르긴 조각들을 떼어냈다.
그리고 한 사람씩 차례차례 토마토 주스를 건넸다.
“조금 뜨겁네. 이게 뭐죠?”
헬렌 부인은 냄새를 맡아보더니 토마토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토마토를 갈았어요?”
“네.”
리안이 말했다.
“토마토에는 피부에 도움되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자주 마셔주면 좋아요. 모두 드셔보세요.”
리안이 권하자 여자들은 망설임없이 주스잔에 입을 가져다댔다.
라라는 한모금 마셔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 달다. 나 단거 좋아하는데 맛있네.”
안젤라 부인도 두어번 마셔보더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토마토 주스는 몇 번인가 먹어봤는데, 역시 전문가가 해준 토마토 주스가 가장 맛있네요.”
헬렌 부인도 흐뭇하게 웃었다.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메건 부인은 리안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리안 씨는 정말 재주가 많은 남자군요.”
얼굴 마사지에 이어 토마토 주스까지.
사실 별 것 없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멋진 사내에게 대접 받는 이 시간이 신선놀음을 하는 것처럼 마냥 행복한 듯했다.
“용돈으로 써요.”
갑자기 헬렌 부인이 1골드나 건네줬다.
리안은 깜짝 놀랐다.
“괜찮습니다. 저는 결코 돈을 바라고 이런 일을……”
“받아요.”
메건 부인이 돈을 쥔 그의 손을 감싸쥐었다.
“고생했으니까 주는 겁니다.”
“그리고 자주 보고 싶으니까 주는 거랍니다?”
안젤라 부인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리안의 바지주머니에 1골드를 쏙 집어넣었다.
“하하,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도르긴 마사지 덕분에 얼굴이 뽀샤시해진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리안은 겉으로 난처한 표정을 지었으나 속으로는 매우 기뻤다.
‘오오 공돈! 그것도 무려 2골드씩이나!’
폰타나 안장!
향단이 무기랑 방어구!
‘잘하면 금방 사겠는데?’
그새 돈에 눈이 뒤집어져서 부인들과 하루빨리 또 만나고 싶었다.
그땐 더욱 열심히 해서 최고의 마사지를 선사해주리라!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얼굴 마사지와 토마토 주스 외에 다른걸 또 추가해야겠다.
예를 들면 손으로 꾹꾹 눌러 피로를 풀어주는 전신마사지라든지.
아, 그건 야해서 안되려나?
“나는……”
라라가 다가오더니 히죽 웃었다.
“오늘 일정이 끝나면 보답할게요.”
“일정이요?”
무슨 소리지?
“마사지는 끝났습니다만.”
“안끝났어요.”
그녀가 메건 부인을 돌아봤다.
“아주머니. 오후에 있을 황궁 낭송회에 이 사람을 데려가고 싶어요. 제 시중을 들게 해도 되죠?”
리안은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라라 얘는 진짜……’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뭐? 시중?
리안은 점잖게 헛기침을 했다.
‘돈만 준다면야 못할 것도 없지.’
폰타나의 안장과 향단이의 장비를 맞출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설레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6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
마차는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와 양옆으로 가로수가 늘어선 길을 달렸다.
가로수들은 하나같이 울창하고 아름답게 가꿔져 있었다.
리안은 마차의 창문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저 멀리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성이 보였다.
황궁!
영화나 만화속에서만 보던 화려하고 웅장한 성에 실제로 가보게 될줄이야!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
내심 기대가 컸다.
황제는 어떤 사람일까?
혹시 오늘 만날 수 있을까?
“신기해요?”
마차안.
실내에는 리안과 라라뿐이었다.
세 명의 부인들은 앞에 가는 마차에 타고 있었고 그뒤를 따라가는 마차에 리안과 라라가 탑승중이었다.
“신기합니다.”
창문밖을 바라보던 리안은 시선을 거두고 그녀를 바라봤다.
“황궁에는 처음 가봐서요.”
“농부는 평생 이런데 못 오죠?”
“오는 사람도 있겠죠.”
“할게 뭐가 있다고요?”
“청원할 일이 있다거나 이유야 다양하겠죠.”
그녀가 해맑게 웃는다.
“도착하거든 나만 졸졸 따라다니세요. 괜히 혼자 다니다 길 잃지 마시고요.”
“어차피 수발을 들어드릴려면 같이 다녀야 합니다.”
“나는 깐깐하지 않아서 요구하는 게 별로 없을거예요. 뒤에서 따라다니면서 느긋하게 황궁 구경이나 하세요.”
“시키실게 별로 없으시면 하녀를 데려가는게 더 편하지 않았을까요?”
“당신을 그냥 자랑하고 싶었어요.”
“누구한테요?”
“레이디들한테요.”
리안은 영문을 몰라 눈을 껌뻑거렸다.
“제 무엇을 자랑하죠?”
“잘 생겼잖아요. 체격도 듬직하고. 난 이런 사람한테 시중을 받는다고 자랑하고 싶었어요. 그것뿐이에요. 이유가 참 간단하죠?”
허세를 부리고 싶었다 이건가?
리안은 갸웃했다.
‘내가 그렇게 잘 생겼나?’
평범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뭐, 예쁘게 봐주니 고맙긴 하네.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황궁에는 아마 저보다 잘난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레이디들에게 자랑은 하지말고 잡일이나 열심히 시켜주십시오.”
“부끄러워요?”
라라가 쿡쿡 웃는다.
“걱정마요. 대놓고 자랑은 안할테니까. 내 주위에만 서있으면 돼요. 그게 다예요. 그것만으로도 어필은 충분하거든요. 레이디들한텐.”
“그런거면…… 쉽네요.”
리안은 그 정도면 부담스럽지 않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제가 잘 생겼나요?”
“네.”
라라의 시선이 그의 전신을 훑었다.
“어깨가 넓어서 좋고, 상체도 크고, 팔의 힘줄도 마음에 들고, 목에 튀어나온 것도 멋지고, 외모도 이국적으로 생겨서 희소성이 있고, 엉덩이도 탄탄해 보이고, 다리도……”
그녀가 외모 칭찬을 주르륵 나열하는 동안 리안은 혀를 내둘렀다.
‘언제 내 몸을 구석구석 관찰한거야?’
앞으로는 미이라처럼 온몸을 가리고 다녀야겠다.
한편, 부인들과 리안이 탄 마차는 빠르게 성문을 통과했다.
경비병들은 별다른 신원확인 없이 부인들의 얼굴만 보고 순순히 들여보냈다.
이후 마차는 황제가 있는 궁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왼쪽에는 퀸즈가든이 있었다.
황후가 머무는 장소였다.
이윽고 다다른 화려한 건물앞 정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자들이었다.
중년의 귀부인들이 많았고, 잘차려 입은 젊은 남자 귀족들도 보였다.
라라처럼 젊고 아리따운 여자 귀족들도 눈에 띄었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오늘 모인 귀부인들의 자식들이었다.
“마님, 도착했습니다!”
현관앞에서 마차가 멈춰섰다.
메건 부인, 헬렌 부인, 안젤라 부인이 내리고 리안과 라라도 내렸다.
마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라라를 알아본 어떤 레이디가 반갑게 소리쳤다.
“라라!”
“오! 트리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활짝 웃으며 포옹을 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리안에게 메건 부인이 다가왔다.
“오니까 어때요?”
리안은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재밌고 신기하네요.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아서 좋아요.”
“너무 들뜨진 말아요.”
그녀는 주의를 주듯 말했다.
“황궁에 오면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됩니다. 조금의 잔실수라 할지라도 물어 뜯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처신을 잘하세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라라의 시중을 드는게 힘들면 언제든지 나한테 와서 말씀하세요. 라라한테는 내가 잘 말해두겠습니다.”
“힘들면 그러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메건 부인을 따라다니는 것보다 라라를 따라다니는게 더 재밌을 것 같았다.
메건 부인에게 SOS를 요청할 일은 없을 듯싶다.
“리안! 이리와 봐!”
라라가 손짓한다.
‘어쭈, 리안? 저게 갑자기 말을 막 놓네?’
혹시 주인과 시종 연기를 하는건가?
음, 모르겠다.
일단 장단에 맞춰주자.
리안은 라라에게 가기전 메건 부인을 돌아봤다.
그녀의 어깨에 향단이가 앉아있었다.
“향단아, 다른데가지 말고 부인만 쫓아다녀. 알았지?”
“르리!”
“주변에 음식 있다고 아무거나 주워먹지 말고 부인께서 먹으라는 것만 먹어.”
“르리?”
“그래, 절대 안돼.”
“르리!”
리안은 메건 부인을 마주봤다.
“향단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전 저쪽으로 가볼게요.”
“누가 뭘 물어보면 대답을 짧게 하세요.”
“네!”
리안은 밝게 손을 흔들고 라라에게 뛰어갔다.
라라는 젊은 귀족들이 몰려 있는 곳에 있었다.
트리시라는 여귀족과 대화를 나누는중이었다.
리안이 다가오자 두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이 사람은 누구야?”
트리시의 물음에 라라가 뽐내듯이 대답했다.
“내 시종이야.”
“시종?”
트리시는 흥미로운 눈길로 다소곳이 서있는 리안의 전신을 훑어봤다.
그러고는 짓궃은 미소를 지었다.
“시종이 아닌 것 같은데?”
“응큼하긴. 시종이 아니면 뭔데?”
“밤에 네 침대에 가보면 알겠지?”
“어머,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풉!”
“하하하!”
두 풋풋한 아가씨들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반해 리안은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 무덤덤하게 서있었다.
‘이따 끝나면 라라가 얼마를 줄까……’
그의 머릿속엔 온통 돈 생각뿐이었다.
그 앞에서 라라는 트리시와 계속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잠시 후 말끔하게 차려입은 중년 사내가 정원에 나타났다.
“모두 퀸즈 홀로 입장하십시오!”
정원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무대가 마련된 넓은 홀.
귀부인들은 자리에 착석했고, 그들을 따라온 하인들은 일제히 벽쪽으로 가서 섰다.
리안도 다른 하인들과 똑같이 벽앞에 서서 가만히 대기했다.
그는 의자에 앉은 귀부인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메건 부인은 저쪽에 앉아있고, 향단이는 무사하고, 라라는 여기 앞에 앉아있어. 오케이. 체크 완료.’
시종장이 황후의 등장을 알렸다.
“바야트 황후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예를 갖추십시오.”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악단이 웅장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머리에 보석이 박힌 티아라를 쓴 황후가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
리안은 황후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와…… 저 사람이 황후……’
인자한 인상을 가진 할머니였다.
귀티나는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우아한 걸음으로 무대 중앙에 섰다.
동시에 악단의 연주가 멈췄다.
황후는 겉보기에 아주 건강하고 정정해보였다.
얼굴에 활력이 넘쳤다.
“여러분.”
황후는 모두를 둘러보며 환하게 웃었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기쁩니다. 오늘은……”
그녀의 연설이 끝나고 곧바로 낭송회가 시작되었다.
무대에 올라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는 귀부인들이 꽤 많았다.
한명씩 끝날때마다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낭독이 끝난뒤에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무대에 올라와 각자 가진 재주를 뽐냈다.
마술쇼를 하는 자도 있었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자, 혼자서 1인 10역의 연극을 하는 자, 아찔한 곡예를 선보이는 자 등등 재미있고 놀라운 구경거리가 많았다.
아무래도 황후가 주최한 행사다 보니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재주꾼들이 출연한 덕분에 매순간 최고의 무대였다.
‘여기도 따라오길 잘했다.’
리안은 즐거웠다.
서서봐서 다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오랜만에, 아니.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된 문화생활을 누린 기분이 들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마치 콘서트를 관람한 기분이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낭송회가 끝났다.
황후는 뒤풀이로 정원에 나가 차를 마시자고 권했다.
그러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퀸즈 홀을 빠져나갔다.
이때 사람들의 패가 갈렸다.
귀부인들은 황후와 함께 정원으로 차를 마시러 갔고,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오락을 즐기러 떠났다.
라라는 젊은 귀족들과 어울렸다.
그러다 보니 리안도 자연스레 젊은 사람들 무리에 끼게 되었다.
전쟁시기인 만큼 젊은 귀족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무예 실력을 과시하는 오락거리를 좋아했다.
남녀 가리지 않고 당연하다는듯이 ‘사냥의 뜰’로 이동했고, 그곳은 널따란 뜰에 짐승을 풀어 활로 쏴맞추는 간이 사냥터였다.
“저기 비브라스 님 보여? 너무 멋지셔……!”
“이름도 멋있지 않나요?”
“목소리만 굵었어도 다 가지셨을텐데 안타까워라.”
사냥의 뜰에 도착하자 남자들은 여자들 앞에서 실력을 뽐내기 위해 활과 화살통이 비치된 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하인에게 빨리 장갑을 가져오라며 호통을 치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관심없는척 끼리끼리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으나 실은 근처에 있는 남자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그들에 관한 얘기로 한껏 이야기꽃을 피우는 중이었다.
반면 어떤 잘나가는 미남 귀족은 대놓고 레이디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하하 숙녀분들, 천천히 한 분씩만 말씀해주세요. 한꺼번에 질문하시면 답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하, 하하하.”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리안은 아무 생각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라라를 돌아봤다.
라라는 트리시랑 같이 있었다.
절친인지 두 사람은 계속 붙어다녔다.
초록 잔디 위에서 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리안을 향해 손짓했다.
“리안!”
리안은 잽싸게 뛰어갔다.
“시키실 거라도……?”
“다음에 있잖아. 우리 마사지 받을때 트리시도 오기로 했어.”
“예?”
이게 무슨 소리야?
트리시가 환하게 웃는다.
“나도 라라처럼 하얘지고 싶어요.”
뭐야 이거……
사람이 자꾸 늘어나는데 좋아해야되는거야 슬퍼해야되는거야?
일이 애매하게 꼬이는 기분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웃어보였다.
“아, 그렇군요. 환영합니다.”
리안은 트리시를 향해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최선을 다해 깨끗한 피부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언제든지 오십시오.”
“고마워요.”
트리시는 라라를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헬렌 부인한테도 말해야 되지?”
“당연하지. 그 집에서 하는건데.”
두 숙녀가 다시금 피부 미용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리안은 혼자 쓸쓸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 남자들끼리 시합이 시작될 것 같았다.
활을 들고 빈 시위를 당기는 모습들이 여럿보였다.
“리안, 너도 참가할래?”
라라가 불쑥 그렇게 묻길래 리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뭘요?”
“저거, 활 쏘는거.”
라라는 남자들이 모여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활 쏘는 법은 알지?”
트리시도 환하게 웃으며 거들었다.
“한번 해보세요. 보고 싶어요.”
“아…… 저, 그게……”
리안은 뜸을 들이며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활 못쏴요.”
“하나도 못쏴?”
“네. 배워본적이 없어요.”
“아쉽네요. 활 들면 멋지실 것 같았는데.”
“리안이 직업이 농부거든. 그래서 못배웠나봐.”
라라가 히죽대며 리안에게 말했다.
“조금 실망했어. 계속 멋지다가 이번에 삐끗.”
“라라 님을 실망시켜도 저는 전~~~혀 아무렇지 않습니다.”
“말하는 것 봐. 얄밉다.”
“못쏴도 한번 해보시면 안돼요? 들고 있는거라도 보고 싶은데.”
트리시가 재차 부탁했다.
그러나 리안은 단칼에 거절했다.
“못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리안은 조금 먼 발치에서 조용히 빈 시위를 당기는 남자 귀족들을 바라봤다.
리안은 피식 웃었다.
‘활을 잘쏘냐고?’
물으나마나지.
그동안 라그레아닐을 활로 변신시켜서 잡아족친 짐승과 괴물들만 수만마리는 될 것이다.
밭을 망치고 다니는 녀석들을 나름 편하게 잡겠답시고 오드리아와 지낼때 죽어라 연습한게 활이었다.
그럼에도 라라와 트리시의 부탁을 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까 메건 부인이 한 말이 일리가 있어서.
“황궁에 오면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됩니다. 조금의 잔실수라 할지라도 물어 뜯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처신을 잘하세요.”
자신은 언젠가 떠날 사람인데 쓸데없이 주목 받는 것은 사절.
어디를 가든 튀지 않고 조용히 있는게 제일이다.
“저랑 겨뤄보실분 계십니까?”
갑자기 들려온 외침에, 넓은뜰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한 사내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화살을 적게 써서 죽이면 승자입니다! 눈치 보지 말고 용기 있는 사자가 있으면 덤벼보십시오!”
마침내 귀족 사내들간의 대결이 시작된 모양이다.
수많은 숙녀들 앞에서 누가 제일 잘난 수컷인지 판가름하는 무대!
리안은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감상해주기로 했다.
‘어디 누가 제일 잘쏘나 볼까?’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하하하
함박웃음
6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
리사는 마차를 타고 퀸즈가든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황후가 여는 낭송회 이후 뒤풀이때 짧게나마 채소 강연을 부탁 받았다.
황실은 식량난 해소를 위해 채소의 재배기술 연구 및 다양한 활용법을 모색해왔고, 채소를 불결하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귀족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계몽활동을 추진중이다.
오늘 리사는 귀부인들에게 채소의 효능을 주제로 강연겸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퀸즈가든으로 향하는 리사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녀는 마차안에서 팔짱을 낀 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어. 더는 참을 수 없어.”
리사와 마주보고 앉아있던 에밀리가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어쩌시게요?”
“오늘 저녁에 훅스 가에 쳐들어갈거야.”
“그 다음에는요?”
“케스티리아에게 밧줄 준비하라고 해. 납치해야 하니까.”
에밀리는 어이없어서 입이 벌어졌다.
“납치하면 싫어하지 않을까요?”
“에밀리.”
리사는 에밀리의 눈을 똑바로 마주봤다.
“남자는 성욕이 많아서 다시 올거라며? 하다가 중간에 끊겼으니까 다시 하러 올거라며? 난, 네가 얘기한대로 조용히 며칠을 기다렸어. 그런데 이게 뭐지? 평생을 지켜온 나의 순결은 사라졌는데 그 사람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연락도 없어.”
“제가 권해드린 방법은 해보셨나요? 편지요.”
“보냈어.”
“답장 왔어요?”
“아니.”
“뭐라고 쓰셨는데요?”
“뭐라고 썼냐고?”
리사는 편지를 쓰던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에밀리를 바라봤다.
“일정표만 보냈어.”
“일정표요?”
그게 뭔소리냐는듯 에밀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랑하다느니, 보고 싶다느니, 안아줬음 좋겠다느니 그런 달콤한 사랑 얘기는 한줄도 안쓰고 달랑 일정표 한장만 보냈다고요?”
“어. 잘못됐어?”
“무지 잘못됐죠.”
에밀리는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를 크게냈다.
“만나자고 쓰셨어야죠! 일정표만 보내면 그게 뭔소린지 누가 알아들어요?”
“관심있으면 일정표를 보고 알아서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럼 그렇게 썼어야죠! 일정표를 보고 적당한 시간에 찾아오라고!”
“내 일정을 꿰고 있으니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래켜줄줄 알았어.”
“그건 리사 님의 희망사항이고요!”
“음습한 골목으로 끌고가서 덮쳐주길 바랐는데 어찌된건지 소식이 없네.”
에밀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요. 빼곡히 작성된 일정표를 보고, ‘아 우리 리사 님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많이 바쁘시구나’ 그런식으로 생각할거라구요. 그러니 더 안오죠! 아니 안오는게 아니라 미안해서 못오죠!”
그녀의 말을 듣고 리사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그런가?”
조금전까지 성이 났던 리사의 마음이 한층 누그러졌다.
“오해하게끔 썼구나. 그래서 못온거였어. 내가 바쁠까봐……”
“이제 아셨어요?”
밖에서 케스티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사 님, 도착했습니다.”
마차는 퀸즈가든의 정원 앞에서 멈춰섰다.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에는 황후를 비롯해 많은 귀부인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황후가 인자하게 웃었다.
“저기 아스트리드 백작이 왔군요.”
리사는 마차에서 내려 황후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귀부인들 앞에 섰다.
채소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그녀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하고 소개는 따로 안하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리사의 말을 주의깊게 경청하는 귀부인들속에 메건 부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어깨에 앉아서 다과용 쿠키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던 향단이.
“르리, 르리, 르리~♪”
리사는 향단이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열심히 강연을 펼쳐나갔다.
* * *
“아무도 안계십니까?”
활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는 사내.
그를 보며 라라와 트리시가 쑥덕였다.
“역시 쾌남 클로드라니까. 사람이 시원시원하고 용맹스러워.”
“저 바지 좀 봐. 오늘 예쁜거 입고 왔네.”
“다리가 길어서 잘 어울린다.”
쾌남 클로드?
뒤에서 두 레이디를 지켜보고 있던 리안은 갸우뚱 거렸다.
“여자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인가……?”
그때 클로드 앞에 말끔한 차림의 한 사내가 나타났다.
“클로드 경. 저랑 해보시지요.”
라라가 그를 보며 키득거렸다.
“트리시, 네가 예전에 좋아했던 꽃사슴 주슬란이야!”
“내가 언제?”
“저번에 좋다고 그랬잖아.”
“잠깐 좋다 말았지 지금은 별로야. 팔이 여자보다 가늘어서 싫더라.”
“옷빨은 잘받잖아. 옷도 잘 입고.”
리안은 두 레이디가 속삭이는 소리를 곁에서 들어가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쾌남 클로드와 꽃사슴 주슬란이라……
두 사내는 몇 마디 주고 받더니 곧장 준비된 자리로 이동했다.
“저는 빨간색을 잡겠습니다.”
“그럼 저는 파란색을 잡도록 하죠.”
허리 높이의 울타리 앞에 선 두 사내는 화살을 활시위에 메기고 기다렸다.
근처에서 지켜보던 사냥터 관리인이 크게 소리쳤다.
“카!”
짐승을 내보내라는 신호였다.
관리인이 소리친 직후, 전방 200미터 지점에 세워진 목재 건물의 문이 철커덩하고 위로 열렸다.
안에서 사슴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등에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천을 매달고 있었다.
클로드는 지체없이 빨간천을 매단 사슴을 향해 활을 쐈다.
주슬란 역시 파란천을 매단 사슴을 향해 활시위를 놓았다.
푹!
푝!
클로드가 쏴날린 화살은 정확히 목에 맞았다.
사슴은 그자리에서 고꾸라지며 즉사했다.
반면에 주슬란이 쏜 화살은 사슴의 몸통을 맞혔다.
사슴은 꽥 비명을 지르더니 뜰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주슬란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졌습니다.”
클로드는 손에 쥐고 있던 활을 번쩍 들어올렸다.
“내가 바로 클로드다!”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클로드 만세!”
“멋져요 기사님!”
“사랑해요 클로드!”
여자들은 꺅꺅거리며 좋아라 했고 남자들은 박수는 쳐주되 크게 축하해주는 자는 드물었다.
“어서 치우거라!”
‘사냥의 뜰’을 관리하는 하인들이 사슴의 시체를 치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화살에 맞은 채 뛰어다니던 사슴은 하인들이 즉시 숨통을 끊어서 어디론가 가져갔다.
순식간에 정리가 끝나자 클로드는 또다시 외쳤다.
“계속해서 겨뤄보고 싶습니다. 다음분 없으십니까?”
“나랑 붙읍시다.”
체격이 건장한 사내가 비웃음을 짓고 앞으로 나왔다.
“재밌게 즐겨보자구.”
그를 바라보고 있던 라라와 트리시가 인상을 찌푸렸다.
“쓰레기 에드가라스네.”
“진짜 싫어.”
“여긴 왜 왔대?”
두 레이디는 새로이 등장한 사내를 향해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죽어버려!”
그녀들의 반응을 보고 리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
“저 사람이 누군대요?”
“귀족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아주 저질인 인간.”
“성격이 괴팍하고 매너도 없는 사람이에요.”
살짝 물었을 뿐인데 두 레이디의 입에서 에드가라스를 향한 비난이 봇물이 터지듯 마구 쏟아져나왔다.
“레이디 세 명의 순결을 빼앗아 놓고도 사과 하나 없는 사람이에요.”
“거기다 자기가 강제로 한 것도 아니니 책임질 필요가 없대. 정말 어이없어.”
라라는 괜히 성을 내며 말했다.
“저런 무책임한 사내랑은 말도 섞기 싫어.”
“품행이 진짜 별로야.”
리안은 다시 먼 곳을 쳐다봤다.
‘쓰레기 에드가라스 라……’
클로드와 에드가라스는 나란히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바로 대결이 시작되었다.
“카!”
관리인이 소리치자 목재 건물의 문이 열리며 새끼 멧돼지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두 귀족청년의 활에서 화살이 동시에 발사됐다.
퓩!
푹!
클로드의 화살은 빨간천을 매단 새끼맷돼지의 등에 꽂혔다.
마찬가지로 에드가라스의 화살도 파란천을 매단 새끼멧돼지의 등에 꽂혔다.
멧돼지 두 마리는 쓰러지지 않고 꽤애애액! 비명을 지르며 날뛰어댔다.
클로드가 애석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한방에 안죽는군요.”
에드가라스가 비아냥댔다.
“떨지 말고 쏘시오. 부들부들 떠는게 다 보여.”
“그런적 없으니 염려마십시오.”
두 사람은 다시 시위를 메겼다.
퓩!
퓩!
클로드의 화살은 머리에 박혔고, 에드가라스의 화살은 등에 꽂혔다.
빨간천을 매단 새끼멧돼지가 먼저 쓰러졌다.
쓰러진채 침을 흘리며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파란천을 매단 새끼멧돼지는 계속 날뛰어댔다.
둘 다 화살을 몇 발 더 박아줘야 숨통이 끊길 것 같았으나 관리인은 즉시 클로드의 승리를 선언했다.
먼저 바닥에 눕히면 그것도 승리로 간주했다.
“클로드경 승!”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멋져 클로드!”
“대단해!”
“쾌남! 쾌남! 쾌남!”
에드가라스는 활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내뱉었다.
“나한테 고장난 활을 갖다줬다고! 빌어먹을!”
그는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떠나면서도 계속 투덜댔지만 여자들의 환호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여자들은 클로드의 이름을 목청껏 불러댔다.
“클로드! 앤이 당신의 페니스를 빨고 싶대요!”
흥에 겨운 나머지 엉뚱한 발언도 튀어나왔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영광입니다!”
클로드도 농담으로 알아듣고 정중히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와우……”
리안은 가만히 지켜보면서 탄성을 자아냈다.
조금씩 달아오르는 분위기가 재밌고 즐거웠다.
‘아, 나도 참가하고 싶다.’
괜히 안한다고 했나?
주변의 열기가 뜨겁다 보니 리안도 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여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아가며 활 쏘는 기분은 어떨까?
리안은 그런 경험을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대학교때는 운동을 못해 다른 과와 시합이 있는 날이면 맨날 관중석에만 앉아 있었다.
이 세계 사람들이 자주 리안에게 체격이 좋다 몸 좋다 그러는데, 사실 지구에 있을때 그는 몸매가 썩 좋은편은 아니었다.
운동신경도 별로였다.
리안의 체격이 급격히 좋아진건 오드리아랑 지내면서부터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자신의 피와 살을 몰래 먹이면서부터.
“어머! 세자르 님이셔!”
“와아아! 세자르 님!”
어떤 사내가 대결을 하겠다고 나서자 갑자기 여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라라와 트리시도 귀가 아플 정도로 꺅꺅 소리를 질러댔다.
“신이 빚은 조각미남 세자르가 나왔어!”
“이건 꼭 봐야돼!”
두 레이디가 기뻐 날뛰는걸 보며 리안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저편을 바라봤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별명이 신이 빚은 조각미남이야?’
그는 세자르 라는 사내를 보고나서 이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x발, 저건 반칙이잖아.’
본론부터 말하면 어마어마하게 잘 생겼다.
마치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왕자님처럼 하얀 피부에 금발 헤어스타일, 그리고 멋지게 차려 입은 옷까지.
생김새 자체가 굉장히 세련되어 보이고 이목구비 조합도 매우 깔끔했다.
‘더럽게 잘생겼네.’
동시에 리안은 반성했다.
요즘따라 주변 여자들이 자꾸 잘 생겼다고 칭찬해줘서 그 말에 혹한 나머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아니, 자신이 정말로 잘 생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짜 잘생긴놈을 보고나니 자신이 그동안 큰 착각을 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난 오징어였어. 크흑.”
클로드를 갑자기 응원하고 싶어졌다.
“짓밟아 버려 클로드!”
진심이 담긴 리안의 외침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그 사이 클로드와 세자르는 서로를 향해 목례를 한뒤 나란히 전방을 쳐다봤다.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습니다.”
세자르의 정중한 말에 클로드가 피식거렸다.
그는 세자르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아니꼽게 들렸다.
투지만 더욱 불타오르게 만드는 개소리였다.
“숙녀분들을 울리는 악취미는 없습니다만, 오늘은 어쩔 수 없군요. 원성 좀 들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세자르가 고개를 저었다.
“이 세상에 여성보다 아름다운 피조물은 없습니다. 그런 분들을 울리다니요.”
그는 느끼하게 말하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저는 세상 모든 여성분들의 방패. 반드시 막을 것을 맹세합니다.”
두 시선이 부딪쳤다.
서로를 마주보는 눈동자는 불꽃이일듯 강렬했다.
잠깐의 눈싸움 이후 대결이 시작되었다.
관리인이 외쳤다.
“카!”
전방 200미터 앞, 목재 건물의 문이 올라갔다.
토끼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별것 아닌듯하지만 토끼는 빠르고 작다.
그만큼 활로 맞추기가 어렵다.
이전보다 난이도가 올라갔다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쏘는걸 잘 보시오.”
클로드는 당당하게 말하고 나서 화살을 쏴날렸다.
그의 화살은 보란듯이 토끼의 목에 꽂혔다.
토끼는 죽어버렸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좋은 주말되세요
6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어떻습니까?”
클로드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세자르를 돌아봤다.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던 세자르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군요. 이젠 제차례.”
그는 화살을 활에 걸고 능숙하게 쏴날렸다.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토끼의 머리를 관통했다.
철푸덕 뒤로 넘어가는 토끼를 보며 세자르는 흡족하게 웃었다.
그리고 클로드를 쳐다봤다.“제 뒤, 여성분들의 환호소리가 들리시나요? 전부 저를 위한겁니다.”
“제 지분도 일부있죠.”
“아뇨, 여성을 울리는 자에게는 그녀들의 응원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두둥!
세자르의 도발에 클로드는 승부욕이 강하게 발동했다.
반드시 이기리라.
그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해졌다.
“빨리 다음꺼 시작합시다.”
그 시각 라라와 트리시는 가슴을 졸이며 승부를 관전하고 있었다.
“누가 이길까? 쾌남? 미남?”
“난 세자르 님한테 걸거야.”
두 레이디에게 리안은 어느새 잊혀진 사람이 되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틈틈이 말을 걸어주더니 클로드와 세자르의 대결이 시작된 이후에는 자기들끼리 꺅꺅거리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
리안은 입이 심심했지만 눈이 즐거워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클로드와 세자르는 확실히 활을 잘쐈다.
‘저렇게도 하는구나. 아…… 몰랐어.’
궁술을 독학으로 깨우친 리안은 저 둘의 모습이 신선했다.
정식으로 배운 티가 났기에 저들의 자세 하나부터 열까지 배울 점이 많았다.
‘나도 나중에 해봐야지.’
그런식으로 리안이 클로드와 세자르의 대결에 몰입해 있을때였다.
옆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곧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누구죠?”
“네?”
리안이 옆을 돌아보자 아리따운 아가씨 셋이 서 있었다.
세 사람 모두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봤다.
그중 머리카락 끝이 롤처럼 돌돌 말린 금발머리 여자가 입을 열었다.
“처음보는 사람이 레이디 라라와 같이 있길래요. 뭐하는 사람이에요?”
“아 저는……”
뭔 상황인가 몰라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또박또박 대답했다.
“라라 님의 하인입니다.”
“아하, 그랬군요. 난 또 레이디 라라한테 애인이 생긴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여자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안도하는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하인 치고 인물이 훤하네요.”
“어디서 왔어요?”
“언제부터 하인 일을 시작한거죠?”
여자셋이 리안을 에워싸고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라라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녀는 짐짓 웃음띤 얼굴로 교양있는 숙녀처럼 굴었다.
“다들 여기서 뭐하세요? 제 시종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금발 롤머리 여자가 대꾸했다.
“멀리서 보니 레이디의 곁에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길래 와봤어요. 보기 드문 광경이잖아요? 남자없이 지내시던 분이 갑자기 뭔일인가해서.”
그러자 라라는 방긋 웃어보였다.
“애인 하나 구했어요. 어때요?”
여자셋의 눈이 커졌다.
“애, 애인……?”
“시종이 아니라 애인?”
“진짜요?”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오자 리안은 깜짝 놀랐다.
그는 즉시 부정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라라 님과 저는 명백한 고용관계일뿐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오늘만 일하고 떠날겁니다.”
리안은 말을 마치며 라라를 돌아봤다.
남들이 오해할 소리는 두 번 다시 하지 말라는듯이 그의 눈빛이 차가웠다.
라라는 입술을 빼죽 내밀었다.
“칫, 재미삼아 어울려주면 안되나.”
그때였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도 막상막하야!”
“어머머, 진짜 우열을 가릴 수 없네요!”
클로드와 세자르.
둘의 대결은 너무 팽팽해 쉽게 결판이 나지 않았다.
노루
꿩
여우
족제비
산양
늑대
매
하다못해 야생쥐까지 투입해보았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활을 쏘면 쏘는대로 백발백중이었다.
도무지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음…… 압도적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야 숙녀분들이 좋아할텐데 아쉽네.’
승부가 예상외로 길어지자 세자르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클로드와 비등비등한 모습을 보여서야 체면이 서지 않는다.
‘이 시간 이후로 클로드와 라이벌 관계가 성립되는건 옳지 않아. 그랬다간 숙녀분들의 마음도 둘로 나뉘어질테지. 그런 상황이 오는건 싫어. 난 항상 격이다른 Only ONE. 무조건 압도적으로 이겨야만 해. 모든 숙녀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 위해서라도.’
여자들은 분명히 클로드를 멋지게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녀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승부수를 띄워야만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이기겠어.’
한편, 클로드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젠장. 두 명을 먼저 상대하고 시작하는 바람에 체력이 딸리는군.’
앞서 두 명 포함 세자르와 대결하며 대체 몇 발을 쏜건지.
백발이 넘었다.
팔이 저렸다.
그는 혀를 찼다.
‘승부가 길어질수록 나한테 불리해.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클로드와 세자르.
두 사람의 등뒤에는 여러 가문에서 나온 청년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면 쪽팔린다.
가문의 망신이다!
이런 절박한 심정은 두 사람으로 하여금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다.
“이래서야 내일까지 하게 생겼습니다.”
클로드는 하나도 안힘든 것처럼 여유있게 웃어보였다.
“세자르 님. 제가 좋은 제안을 하나 하지요.”
세자르가 그를 돌아봤다.
세자르 역시 심적으로 절대 안쫓기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웃어보였다.
“공정한 게임 방식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말씀해 보세요.”
“곰을 씁시다.”
클로드는 야심차게 말했다.
“곰의 면상에 화살을 많이 박는자가 이기는 걸로 칩시다.”
“한마리입니까?”
“예, 한마리요. 쓰러질때까지 얼굴에 화살을 꽂는 겁니다. 상대의 화살을 부러뜨리거나 떨어뜨려도 상관없습니다. 무차별적으로 박는 겁니다. 후에 얼굴에 꽂힌 화살의 갯수를 세서 승자를 판가름 하고요.”
설명을 들은 세자르가 씨익 웃었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 더욱 잘생겨 보였다.
“좋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죠.”
두 사람은 곧장 관리인을 쳐다봤다.
클로드가 말했다.
“여보게, 이번에는 곰으로 한마리만 내보내 주게.”
“곰이요?”
관리인은 목을 긁었다.
“지금 곰이……”
그는 짧게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토르라키나 지방에서 잡아온 아틀라스 붉은곰 밖에 없습니다. 녀석은 위험하니 곰 말고 다른걸로 하시죠.”
아틀라스 붉은곰은 제국 내에서 서식하는 모든 곰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포악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공격성이 매우 강해서 사람이 수십명 몰려있어도 겁없이 달려드는 놈이었다.
예전에 어떤 아틀라스 붉은곰은 사람 300명을 한 장소에서 살해한 적도 있었다.
“괜찮으니 내보내주게.”
“진심이십니까?”
관리인이 눈을 휘둥그레떴다.
“다칠지도 모릅니다.”
클로드는 안심하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내 실력을 의심하는건가? 바로 잡아죽일테니 걱정말게.”
그는 웃으며 세자르를 돌아봤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혹시 두려우십니까?”
“그럴리가요.”
세자르는 겉보기에 여유만만했다.
그러나 속으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틀라스 붉은곰은 강하다고 들었지만 클로드가 있으니 괜찮겠지.’
클로드도 똑같이 생각하는 중이었다.
‘나랑 세자르의 실력정도면 그깟 곰 한마리쯤이야.’
두 사람은 서로의 실력을 믿고 안심했다.
얼마 후.
두 사람의 대결이 재개되었다.
시위를 당긴 채 대기하고 있는 클로드와 세자르.
철컹!
뜰 저편.
목재 건물의 문이 올라가며 거대한 붉은곰 한마리가 기어나왔다.
-쿠오오오오!
녀석이 두 발로 서서 포효하자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크게 술렁였다.
“무, 무서워……! 울타리를 넘어오면 어쩌지?
“걱정하지마. 우리에게는 세자르 님과 클로드 님이 계시잖아. 두 분이 금방 잡아주실거야.”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있던 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곰을 보고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런걸 밖에다 내놔도 괜찮은걸까? 화살로 못죽일 것 같은데……’
그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조심하라고.
혹시 모르니 준비를 단단히 해놔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왼팔에 휘감긴 라그레아닐을 어루만지며 라라에게 다가갔다.
“라라 님. 조금 뒤로 가서 보죠. 너무 가까운 것 같습니다.”
“왜?”
라라는 겁도 없는지 천진난만함 그 자체였다.
“싫어, 가까이서 볼래.”
트리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리안을 가리키며 그를 놀렸다.
“무서우신거죠? 우리 여자들도 안무서워하는데 뭐예요~ 실망이다.”
라라가 킥킥 웃었다.
“진짜 겁먹은거야? 아주머니들한테 말해줘야지. 리안 씨 겁쟁이라고. 하하,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었네.”
“그러지마. 원래 덩치 좋은 사람들이 겁이 더 많대. 이해해주자.”
두 여자가 하는 말이 참 기가막혔다.
리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터지면 그냥 얘들 버리고 튈까?’
물론 말이 그렇다는거지 실제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리안이 불길한 징조를 감지한 그 무렵, 리사는 근처에서 한창 강연에 열중하고 있었다.
“…채소를 먹으면 심장병의 발생 위험을 낮추고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귀부인들의 앞에서 말을 하고 있던 그녀는 우연히 메건 부인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음? 저 여자……’
그리고 메건 부인의 어깨에 앉아서 어린아이처럼 다리를 흔들어대는 향단이도 발견했다.
‘저 페어리는 그의 것이야.’
강연이 끝난뒤 메건 부인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혹시 모르니 페어리라도 집으로 데려가야겠어. 그럼 찾으러 올테지.’
하지만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악!”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여자들의 비명이 크게 울려퍼졌다.
“뭐, 뭐죠?”
귀부인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황후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어섰다.
저편에서 들리는 비명은 끊이지 않았다.
귀부인들은 모두 어쩔줄 몰라하며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아이들! 우리 아이들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봐요!”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재빨리 뛰어왔다.
그들은 황후를 보호할 생각에 그녀의 주위를 둘러쌌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가서 무슨 일이 생긴건지 살펴보세요.”
“예! 즉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황후는 기사들의 보호를 받아가며 순식간에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뒤이어 급하게 자리를 뜨는 귀부인들로 인해 현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리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는 메건 부인에게 다가가서 담담하게 물었다.
“김리안은 지금 어디에 있죠? 자택에 있나요?”
그녀는 다른곳에서 일어나는 사고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리안의 위치만 궁금했다.
메건 부인은 그녀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저, 저쪽입니다!”
메건 부인은 다급히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사냥의 뜰에 그가 있어요!”
“예……?”
리사는 깜짝 놀랐다.
“김리안이 이곳에 있다고요?”
“그래요! 백작 님, 빨리 휘하의 기사들을 불러서 그를 구해주세요!”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메건 부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리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달랐다.
“그런게 어딨어……”
리사는 크게 서운했다.
“나한테 말도 없이 오다니!”
황궁을 내 집 앞마당처럼 드나드는 리사.
그 어느 누구보다 안내를 잘해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서 연락 한 번 없었다니!
“안되겠어……”
리사는 화가 났다.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기필코 납치해서 집에 데려가야겠어. 안그러면 내가 죽을 것 같아.”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대며 성큼성큼 사냥의 뜰로 향했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6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
10분전.
뜰로 나온 아틀라스 붉은곰이 앞발을 들고 포효했다.
털은 붉었고 가슴은 흰색이었다.
“모, 몸집봐. 엄청 커!”
“잡을 수 있을까?”
곰은 저 멀리 사람들의 음성이 들었다.
몇몇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좋은 먹잇감이라 생각됐다.
녀석은 곧장 그쪽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클로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두릅시다.”
그는 활을 들었다.
세자르도 활을 들었다.
“실수하지 마시길.”
“그쪽도 마찬가지.”
말이 짧아졌고, 두 사람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곰은 상상이상으로 체구가 컸다.
거대한 덩치에 비해 속도도 무척 빨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클로드와 세자르는 곧바로 화살을 쏴날렸다.
피슉!
피슉!
푹!
퓩!
빠르게 날아간 두 발의 화살이 얼굴에 명중했으나 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르며 계속 뛰어왔다.
화만 부추긴 것 같았다.
“쉽지 않군.”
“빨리 하죠.”
클로드와 세자르는 재차 화살을 쏴날렸다.
퓩!
푹!
곰의 얼굴에 재차 두 발의 화살이 꽂혔다.
그럼에도 끄덕없었다.
곰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살벌한 눈동자가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서 강렬한 살기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쉽지 않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클로드와 세자르는 입안이 바짝 마르고 초조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짐승들은 뜰에 나오면 사람들로부터 멀리 도망치려 했고 화살에 맞으면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대는 꼴만 보였는데 이 곰은 달랐다.
화살에 맞자 사람을 노려보고 미친듯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클로드! 세자르! 어서쏴요!”
“거의 다 왔어요! 빨리 쏴요!”
“위험합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빨리 활을 쏴서 죽이라고 다급하게 외쳐댔다.
아틀라스 붉은곰은 200미터를 한달음에 달려와 벌써 클로드와 세자르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클로드와 세자르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부, 불가능해……!”
“이렇게 빠, 빨리 달려올줄은……”
그들은 이미 세 번째 화살을 쏴날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활을 쏘는 순간 잡아먹히고 말거야. 그나마 여유있게 도망치려면 지금 당장 도망가야해!’
두 사람은 뒤늦게 자신들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틀라스 붉은곰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쿠오아아아아아!
곰이 달리면서 울부짖었다.
흉포한 메아리가 뜰 전체로 퍼져나갔다.
비명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는 사람도 있었다.
세자르는 사색이된 얼굴로 클로드를 돌아봤다.
“쏘, 쏘지 않고 뭐하는거죠? 어, 어서 쏘시죠.”
“세자르 님이야 말로, 머, 멍하니 뭐하시는 겁니까. 머, 먼저 쏘시죠.”
“설마 두려우신 거, 겁니까?”
“두렵다니요. 저런 고, 곰쯤이야.”
-쿠오아아아아!
곰이 재차 울부짖었다.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활을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승부는 다음으로 미룹시다!”
“다음이라니요! 경이 먼저 발을 뗐으니 나 세자르가 이겼습니다!”
클로드와 세자르가 느닷없이 뒤돌아서 뛰어오자 사람들은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쳐다봤다.
“왜 저래……?”
“저거 혹시 도망치는거야? 우리 세자르 님이?”
“용기 있는 클로드 님이 그럴리가……”
젖먹던 힘을 다해 뛰어오던 클로드와 세자르는 악을 써서 소리질렀다.
“모, 모두 도망가십시오!”
“어서 피하십시오 레이디들이여!”
“꺄아악!”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너나 할것없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사방에서 비명과 고함이 터져나왔다.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여유를 부릴 체면도 없었다.
“살려줘!”
“비켜! 비키라고!”
“아악! 사람이 밑에 깔려있다고!”
모두 혼비백산하여 여기저기로 흩어지거나 달아났고, 어떤 귀족은 나무 위로 올라가겠답시고 낑낑대다 밑으로 떨어지기까지했다.
다리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건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는 패닉에 빠진 채 다리를 덜덜 떨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여기 트리시가 그랬다.
“일어나 트리시!”
“모, 못 움직이겠어!”
라라는 트리시를 부축하려고 했으나 일으켜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트리시는 병에 걸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다리를 떨었다.
초조해보이는 눈동자가 좌우로 왔다갔다 안절부절못했다.
“정신차려 트리시!”
라라는 그녀의 뺨을 때렸다.
찰싹!
찰싹!
“어? 어? 어 나 여깄어. 어! 어!”
“어를 대체 몇 번 하는거야! 리안! 우리 좀 도와줘!”
라라는 애타는 눈빛으로 리안을 바라봤으나, 현재 그의 시선은 곰에게 향해 있었다.
도망갈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트리시를 안고 뛰었을 것이다.
지금 그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내 이럴줄 알았다.’
리안은 혀를 찼다.
‘잡을 수 있으려나.’
여기 있는 사람들을 지켜줄 의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좌시할 수도 없는 일.
게다가 라라와 트리시가 곰과 너무 가까웠다.
그녀들을 데리고 뛰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판단이 섰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의 달리기 속도로 뛰어봐야 얼마나 뛰겠는가.
지금 도망가봤자 금세 따라잡혀서 잡아먹힐 것이다.
‘나중에 공주 님한테 신나게 떠벌릴 무용담이나 하나 만들어야겠다.’
리안은 황급히 라라를 쳐다봤다.
“시간을 벌어줄테니 도망가세요.”
“트리시가 이런데 어떻게 도망가!”
“여기 있어도 괜찮아요.”
“뭐?”
리안은 그렇게만 말하고 그녀들에게서 멀어졌다.
“리안!”
라라는 애타게 그를 불렀다.
“뭐하는 거야 리안!”
그러나 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곰을 향해 나아갔다.
곰은 괴물 같은 기세로 빠르게 그의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라라는 절박하게 소리질렀다.
“미쳤어! 당신 진짜 미쳤다고!”
리안은 곰과 마주보고 걸어가면서 속으로 외쳤다.
‘라그레아닐, 그것으로 변해줘.’
왼팔에 휘감긴 라그레아닐이 밝게 빛나며 한국에서 흔히들 오함마라고 부르는 슬레지 해머로 변했다.
리안은 크고 기다란 망치를 바닥에 질질 끌며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그리고 곧 곰과 맞닥뜨렸다.
-쿠아아아아아!
곰은 곧바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리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라라는 눈을 질끈 감으며 귀를 막았다.
“꺄악!”
리안은 양손으로 망치를 움켜잡았다.
‘지금이다!’
이를 악물고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그대로 대가리를 후려쳤다.
퍼억!
곰의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때리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곰은 망치에 얻어맞고 옆걸음질을 치다가 이내 몸의 균형을 되찾았다.
‘한대로는 부족한가.’
리안은 다시 망치를 질질끌며 곰에게 다가갔다.
곰은 정신을 못차리겠는지 대가리를 흔들며 괴상한 소리를 뱉어댔다.
-푸룹! 푸루룹!
리안의 발소리가 들리자 크르렁 대며 즉시 그쪽을 바라봤다.
조금전 충격 때문에 눈앞의 사물이 제대로 분간도 안되면서 본능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쿠아아아!
녀석이 달려들며 앞발을 휘둘렀다.
비틀거리면서 휘둘렀기에 방향이 그리 정확하지 않았다.
리안은 가볍게 공격을 피하고 망치로 반격을 가했다.
퍽!
곰은 또 한차례 대가리를 얻어맞았다.
제법 세게 때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녀석은 버틴답시고 제자리에서 한참을 비틀비틀대더니 차츰 균형을 되찾아갔다.
“아따 그놈 끈질기네.”
리안은 기다리지 않고 재차 망치를 휘둘렀다.
퍽!
* * *
“어, 어떻게 된거야……?”
라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해……”
농부에, 활도 못쏘고, 겁쟁이인줄로만 알았던 리안이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었다.
능숙한 조련사처럼.
일방적으로 곰을 패는중이었다.
딱히 힘을 들이지도 않는다.
무거운 망치를 들고 그저 휘두르기만 한다.
긴장감은 없다.
단조로웠다.
그럼에도 대가리를 퍽퍽 맞춘다.
곰은 맞을때마다 머리를 흔들흔들.
몸은 비틀비틀.
“라라, 저분 리안 님이지……?”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와 밑을 내려다보니 주저앉은 트리시도 리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
“정신은 아까부터 있었어. 잠깐 무서워서 혼란스러웠을뿐이야.”
“응, 서는건 힘들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분이 곰을 잡아주니까 왠지 안심돼서……”
트리시는 라라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처럼 그녀의 다리가 떨리지 않았다.
심적으로 많이 편안해진 듯했다.
“라라, 근데 저분 직업이 농부라고 하지 않았어? 부업으로 피부 미용하시고.”
“맞아, 농부야.”
“그런데도 마치 기사분들처럼 되게…… 잘 싸우신다.”
트리시의 시선은 멍하니 리안을 바라봤다.
“와……”
곰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이 굉장히 멋져 보였다.
망치를 든 팔근육을 보며 별안간 가슴이 설레었다.
“어머! 난 몰라!”
트리시가 갑자기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크, 큰일났어!”
“왜 그래? 왜?”
“어떡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구르는 그녀.
노르스름한 물이 다리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바닥에 얼룩이 번져나갔다.
라라는 밑을 쳐다보고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설마 오줌 쌌어……?”
트리시는 울상을 지으며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이상해지더니 갑자기 나왔어……”
라라는 기가막혔다.
“왜?”
“나도 몰라. 흑흑.”
트리시가 울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누가 보기 전에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 사람들이 보면 뒤에서 흉볼거야.”
라라는 서둘러 트리시를 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리안이 열심히 곰을 패는중이었다.
“농부가 아닌 것 같아……”
리안을 보고 놀란 것은 두 레이디뿐만이 아니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던 사람들.
하나 둘씩 뒤를 돌아보고는 서서히 걸음을 멈췄다.
“저 사람은 누구지……?”
비명이 난무하던 장내는 어느새 쥐 죽은듯이 고요해졌고 모두 리안을 넋놓고 쳐다보았다.
다들 감탄하는 눈길로 끼리끼리 수군거렸다.
“곰을 혼자서 상대하다니……?”
“저것 봐. 곰이 정신을 못차려!”
“망치만으로 잡는다고? 저 거대한 곰을?”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전부 입이 떡 벌어졌다.
“멋진 실력이야. 대단해……”
“못보던 옷차림인데, 누구지?”
“나 알아! 저 사람 레이디 라라를 따라다녔어요!”
어떤 레이디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다른 레이디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가세했다.
“저, 저도 봤어요! 아까 유난히 눈에 띄길래 귀족인가 싶었는데!”
“나는 퀸즈 홀에 있을때부터 눈에 들어오던데, 말이나 한 번 걸어볼걸.”
“사람이 훤칠하게 잘 생겨서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계속 지켜봤는데 말수가 적은 사람 같더군요. 과묵해도 느낌은 좋았어요.”
레이디들은 저마다 리안을 봤다는 것을 자랑하듯 열심히 떠들어댔다.
오늘 처음 나타난 리안을, 그녀들은 하나같이 그가 이곳에 도착했을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 사람이 없었으면 큰일날뻔했네요.”
“감사의 편지라도 쓰고 싶을 정도예요.”
그러한 와중에 사람들속에 섞여있던 세자르는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
‘나의 레이디들이 떠나고 있어……’
세자르는 담담한 태도로 리안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그의 속마음은 우울했다.
‘레이디들의 더 큰 사랑을 받으려다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말다니.’
스스로를 질책하며 리안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놀라운 실력을 가진 사람이야. 기회가 되면 나의 럭셔리한 성에 초대하고 싶군. 배울점이 많겠어.’
그의 옆에 서있던 클로드의 마음도 똑같았다.
클로드는 리안의 용기와 실력을 높이 사며 자신의 과오를 반성했다.
‘후…… 아버지한테 또 혼나게 생겼네.’
씁쓸한 미소를 짓고 리안을 바라봤다.
‘저자가 아니었으면 큰 사고로 이어졌겠지. 사고를 막아줘서 고맙군.’
그 순간 리안이 휘두른 망치에 곰이 철푸덕 쓰러졌다.
리안은 가까이 다가가 발로 툭툭 건드렸다.
곰은 더이상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잡혔어!”
주변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클로드는 정말이지 리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작자야. 이름이라도 알고 싶군.’
한편, 등뒤에서 사람들이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다.
리안은 숨을 가쁘게 쉬면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헉, 헉. 돈도 안주는데 뭐하러 이짓을 한건지.”
그는 후련한 한숨을 내쉬고 나서 쓰러진 곰을 쳐다봤다.
대가리가 온통 피투성이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망가졌다.
그러게 왜 자꾸 움직여.
망치질을 무려 서른번은 한 것 같다.
짐승을 이렇게 실컷 패보기는 처음이다.
지구에 있을때 받은 교육때문에 죽은 곰이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금방 잊었다.
이곳은 냉혹한 이세계.
리안은 곰의 사체를 받아갈 수 없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갖다가 팔게.
돈이 되잖아.
“이봐! 다친데는 없나?”
뒤를 돌아보니 완전무장한 기사들이 무리를 지어 도착했다.
영화에서 맨날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경찰이 도착하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습니다.”
리안은 거꾸로 세운 망치에 지팡이처럼 몸을 기댄 채 기사들을 바라봤다.
기사 두 명이 곰의 사체에 재빠르게 달려갔다.
상태를 살펴보더니 대장에게 소리쳤다.
“확실히 죽었습니다!”
기사들은 이내 곰의 사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오메, 이런걸 어떻게 잡았대.”
곰을 내려다보던 대장이 감탄을 자아낸다.
리안은 즉시 그에게 다가가서 슬그머니 물었다.
“혹시…… 잡은 사람한테 주나요?”
“뭘?”
리안은 입술을 내밀어서 밑을 가리켰다.
“요녀석이요.”
그가 웃으며 손을 휘젓는다.
“못줘, 못줘. 이 녀석은 황실의 소유야.”
리안은 쩝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그럼 포상 같은건요?”
“포상?”
그가 턱을 어루만진다.
“음…… 포상이라. 황후 님께 말씀은 드려볼게.”
“정말요?”
리안의 얼굴이 환해졌다.
대장이 기사 한명을 가리켰다.
“보아하니 귀부인들 따라온 하인 같은데, 쟤 따라가서 이름하고 주소나 적어놓고 가.”
“아, 예.”
대장이 지목한 기사를 따라가려는 찰나였다.
“김리안!”
귓가에 불쑥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차갑고 퉁명스러웠다.
돌아보자 리사가 늘씬해 보이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서있었다.
“리사 님이 여기 어떻게……”
리안은 그녀가 반가웠다.
아무래도 살을 섞은 사이라 그런지 보자마자 친근감이 들었다.
“이 근처에 계셨어요?”
“말 안 해줄 거야. 궁금하면 니가 조사해봐. 스토커처럼.”
“앗! 아스트리드 백작님 아니십니까?”
대장을 비롯해 기사들 전원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러나 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리안만 바라보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녀가 대뜸 손을 뻗었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열쇠뭉치가 쥐어져 있었다.
리안은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뭐죠?”
“집열쇠야.”
“어디 집열쇠요?”
“우리집. 너와 나의 집. 우리가 사는 곳의 집열쇠.”
“허걱! 서, 설마!”
곁에서 듣고 있던 대장이 눈을 휘둥그래 뜨며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그때!
리안이 잽싸게 열쇠뭉치를 낚아채며 아무일도 아니란듯이 얼른 웃어보였다.
“아 맞다! 개집 열쇠! 개 보라고 하셨죠! 아하하……!”
“엥? 개집 열쇠였나?”
대장은 잘못들었나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안은 리사에게 다가가 타이르듯이 속삭였다.
“사람들 있는 곳에서 이러지 마요! 오해하잖아요!”
“무슨 오해? 이미 같이 잤는데 오해할게 뭐 있지?”
“쉿!”
리안은 다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자리를 떠났다.
“눈치 좀 있어봐요!”
“내가 죽기 일보직전인데 가릴게 어딨어?”
“예?”
리안은 우뚝 멈춰섰다.
황급히 뒤로 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왜 죽어요? 혹시 지병있어요?”
그녀의 크고 맑은 눈동자가 리안을 새침하게 노려봤다.
“병 걸렸어. 하루라도 김리안을 보지 못하면 죽어버리는 병.”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6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
상류귀족들이 거주하는 생 블라트 지구.
아스트리드 가 저택.
저택안은 아주 귀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쪽으로 옮기세요. 그건 저쪽입니다.”
에밀리의 주도하에 하녀들이 방안에 호화로운 가구를 배치하는 중이었다.
“잠깐만요! 거기 서랍 열리잖아요!”
“죄, 죄송합니다!”
“주의해서 옮기세요!”
“네!”
하녀 두 명이 서랍장을 번쩍 들어올려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간다.
에밀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음, 곧 오실때가 된 것 같은데.”
* * *
말총머리를 한 케스티리아가 말을 타고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다.
세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 한 대가 비슷한 속도로 그녀를 뒤따르고 있었다.
‘볼수록 신기해.’
케스티리아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김리안.
어려서부터 무예를 단련한 그녀가 볼때, 리안의 몸은 감히 생체병기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최상의 신체.
리안의 골격과 근육은 그야말로 케스티리아가 바라던 이상향에 도달해 있었다.
몸은 예쁘게 각이 잡혔고 근육도 멋있었다.
만약 그 몸으로 농부가 아닌 전사가 됐다면, 리안은 아마 지금쯤 영웅으로 불렸을지도 모른다고 케스티리아는 생각했다.
‘나도 그런 몸을 만들고 싶어. 부러워.’
물론 남자와 여자는 골격과 근력이 현격히 다르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것은 안바란다.
완전히 똑같아 질 수는 없어도, 거기까지 닿지는 못하더라도, 근처까지만이라도 쫓아가고 싶었다.
‘비법을 물어볼까. 운동은 뭐했고, 세 끼 식사는 뭘 먹었는지……’
아니, 아니.
아니다.
주인으로 섬기는 리사 님의 낭군에게 괜스레 말을 걸었다가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리고 리사 님께도 불충한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신 주제에 주인의 낭군에게 극히 사적인 질문을 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게다가 운동 비법을 물어보다 보면 부득이하게 신체접촉이 발생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만!’
케스티리아는 생각을 끊었다.
자신의 욕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주인에게 폐가 되는 행위는 해서도, 또 생각조차도 하면 안된다.
그녀는 속으로 외쳤다.
‘잊어!’
다가닥, 다가닥.
말은 어느새 아스트리드 가 저택의 현관에 도착했다.
“워워.”
케스티리아는 말에서 내려 뒤쪽의 마차로 걸어갔다.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리사 님. 도착했습니다.”
* * *
마차가 벌써 멈춰서서 아쉬웠다.
“리사 님.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케스티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실은 대답하기가 싫었다.
리안과 리사.
두 사람은 한창 달콤한 쾌락에 빠져있었다.
“흐으윽.”
리사는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굵은 이물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단단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미끈거리는 질안을 느릿한 속도로 드나들고 있었다.
리안의 가랑이 한가운데 세워진 페니스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 꼿꼿이 서있는 중이었다.
그는 그저 대주고만 있었다.
움직이는 건 리사였다.
그녀는 마주보고 앉은 리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스스로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리안은 그런 그녀를 부둥켜 안은 채 목과 귀를 마음껏 핥았다.
“안불편해요?”
“응, 그런데 김리안. 읏……”
“네.”
“기분 좋아?”
“당연히 좋죠. 리사 님 안이 따뜻해요. 절 포근히 감싸주는 것 같고.”
리사가 미소 짓는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그녀는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낮게 신음했다.
“흐읏……!”
리안은 이 모든게 신기했다.
마차안에서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커튼이 쳐져있지만 환한 대낮이라 실내의 모든 것들이 또렷하게 보였다.
리사의 벌거벗은 모습과 움직임이 생생했다.
‘누가 볼까봐 걱정되기는 하는데…… 좋네.’
대낮에 마차안에서 관계를 맺는 행위는 생각외로 스릴있고 재밌었다.
실내에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리사의 신음도 듣기 좋았고, 그녀의 비좁고 부드러운 몸안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읏…… 흐응.”
어쩌다 마차안에서 하게 되었을까.
기억을 되짚어보면, 두 시간전 황궁에서 우연히 리사와 만났을때였다.
“따라와.”
리사는 어떻게든 자신을 집으로 초대하려고 했고, 때마침 그녀를 향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던 리안은(리사의 순결을 자신이 가져서) 그녀의 요청에 못이겨 하는 수 없이 아스트리드 가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리사는 그가 마차에 오르자마자 색녀로 돌변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지 다시 시험해보고 싶어.”
그녀는 지난번에 실패한 정사를 이어가려고 안달이 난 상태였다.
마차가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치마를 걷어올렸다.
“자, 잠시만요!”
리안은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러니까 집에서 합시다!”
그러나 리사는 전혀 듣지 않았다.
그녀는 말 대신 리안의 바지를 끌어내리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리안이 저항하니 잘 될리가 있나.
그러자 리사는 더욱 미쳐날뛰었다.
“잘 들어가는지 시험해보고 싶다고!”
“잘 돼요! 잘 들어간다고요!”
“그럼 그때 왜 못했어?”
“그거야 처음이니까 잘 안들어간거고요!”
“다시 확인해보고 싶어.”
“집에서 하자니까요?”
“집에 도착하면 말이 달라질까봐 불안해.”
결국 리안은 그녀의 생떼를 받아주었다.
드레스 상의를 내리고 유방을 빨아주자 그녀는 그제야 온순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하나가 됐다.
지난번에는 관계를 갖는게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진한 애무 뒤에 삽입을 해보니 매끄럽게 잘들어갔다.
“흐으읏……!”
그 후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리사의 얼굴에는 즐겁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육체가 주는 쾌감보다 리안과 이어졌다는 점을 매우 기쁘게 여기는 듯했다.
“리사 님?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재차 케스티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에서 응답이 없어서 그런지 의아해 하는 목소리였다.
“빨리 나가봐야겠습니다.”
리안이 그렇게 말하자, 엉덩이를 들썩이는 리사의 상하운동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남자를 알게된지 오늘로 겨우 두 번째면서 허리 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예전에 암살자들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등의 탁월한 신체능력을 자랑하더니 운동신경이 타고 났나보다.
허리 돌리는 실력이 금세 늘었다.
그녀의 질주름이 페니스를 빠르게 긁어주자 리안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으윽……!”
리안도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았다.
절정을 앞두고 그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리사의 양허벅지를 잡고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어디 한번 맛보라는듯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매섭게 찔러댔다.
“흐읏, 읏, 으음, 흑.”
리사는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낮게 헐떡 거렸다.
만약 모니카였으면 한번쯤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를법도 한데 리사는 그녀와 확실히 달랐다.
여태까지 그녀의 입에서 소리가 크게 나온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리사의 신음은 낮고 잔잔했다.
마치 고상한 백조가 흐느껴 울듯이 우아했다.
그런 모습이 되려 남자를 자극하는 맛이 있어서 리안은 더욱 세차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녀를 완전히 망가뜨려서 비명을 지르게 만들고 싶었다.
“헉! 헉!”
“흐읏. 히읏.”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 빨라지는게 느껴진다.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뭐가?”
“혼잣말이에요.”
“흣, 으읏.”
2분 후.
하으아, 하는 안절부절못하는 교성이 리사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녀의 몸안에 뜨거운 액체가 흘러들었다.
“아ㅡ!”
리안은 자신의 모든걸 쏟아내고 의자 등받이에 털썩 기댔다.
리사는 움츠러든 그의 페니스를 자신의 몸안에서 몇 번이나 비비적댄뒤 밖으로 꺼냈다.
갈라진 틈에서 흰 정액이 걸쭉하게 흘러내렸다.
“이로써 김리안은 내 남편.”
그녀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눈웃음을 지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섹스한다는 계획도 성공.”
리안은 숨을 몰아쉬면서 피식 웃었다.
“아 몰라요. 될대로 되라지.”
사정 후라서 그런지 생각하기도 귀찮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렸다.
* * *
“환영합니다 리안 님!”
리안을 마중하기 위해 저택의 모든 사람이 총집합했다.
널따란 현관 앞에 공손한 자세로 늘어서 있었다.
전부 여성이었다.
심지어 기사들까지 전원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집은 설마 금남의 구역인가?’
가장 앞자리에 서있던 에밀리는 안면이 있다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반갑게 맞아주니 실로 영광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뭐라고.’
리안은 환하게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 한 사람씩 악수를 건넸다.
“오늘 잘부탁드립니다.”
“저도 앞으로 잘부탁드려요 주인 님.”
“아뇨, 뭘요.”
리안은 악수를 나누고 지나치다 다시 옆을 돌아봤다.
“예? 주인 님이요?”
리사가 다가와서 말했다.
“내 남편이니 주인 님 맞잖아. 모든 사람들한테 그렇게 부르라고 가르쳤어.”
“너무 빨라.”
벌써부터 주인 님 소리를 듣는건 간지럽고 어색했다.
웃는 얼굴로 하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손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아셨죠?”
수십명의 하녀들이 목례를 하며 동시에 대답했다.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리사가 끼어들며 하녀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주인 님이라고 해.”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손님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주인 님으로 불러.”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반드시 손님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굶기 싫으면 주인 님으로 불러.”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리안은 안되겠다 싶어 리사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 말 안들으면 돌아갈 겁니다.”
“안돼.”
리사가 미간을 찡그렸다.
어딘가 초조한 기색이 엿보였다.
“빨리 들어와.”
그녀는 새침하게 말을 뱉고 먼저 저택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뒤에 남겨진 리안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하녀와 기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일단 손님으로 불러주세요.”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저택안으로 들어가자 리사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고 싶어?”
“할게 있어서 부른거 아니었어요?”
“너를 집에 데려올 생각밖에 안했어.”
“그뒤에는 생각해놓은게 없고요?”
“니가 하고 싶어하는걸 같이하려고 했지.”
용무도 없이 그냥 부른건가.
참 대책없는 여자다.
“흠.”
리안은 뭘할지 고민하면서 집안을 둘러봤다.
곳곳에 예술품들이 널려 있었다.
아름다운 그림, 조각상은 기본이고 처음보는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완전 박물관급이다.
‘집안 구경이나 시켜달라고 해야겠다.’
라고 말하려는 찰나, 리사가 싱긋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할거 없으면 우리 재밌는거 보러가자.”
“뭔데요?”
“와보면 알아.”
리안은 리사의 손을 잡고 그녀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에는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방들이 있었다.
리사는 그중 한 곳으로 리안을 데리고 들어갔다.
“놀라지마.”
리사는 즐거워하며 촛대에 불을 밝혔다.
금세 주위가 환해졌다.
리안은 실내를 둘러보았다.
“독초?”
넓은 실내 공간에 각종 독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리안은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몇 번을 봐도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일으키는 독초들뿐이었다.
그리고 처음보는 종도 있었다.
‘설마 다른 식물과 교배한건가?’
심지어 여러 왕국에서 법으로 금지시킨 독초도 있었다.
암살을 은폐하기가 편리해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는 독초였다.
리안은 놀란 눈으로 리사를 돌아봤다.
“왜 이런걸 키웠습니까?”
“독초와 채소를 교배시켜서 독성을 품은 개량된 채소를 만들려고 했어.”
“어디에 쓰려고요?”
“전에 말했잖아.”
그녀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널 만나기 전에는 모든 사람을 죽인뒤 자살할 생각이었어.”
“헐……”
그 순간 리안의 머릿속에 오래전 그녀가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난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는게 꿈이거든. 질병을 유발하는 독초를 개발해서 그걸 인류에게 먹일 생각이야.’
리안은 소름이 쫙 돋았다.
‘그 말이 진짜였다고?’
당시 미친 여자의 헛소리따위로 치부했는데 실제로 흉계를 꾸미고 있었을 줄이야!
“왜 말이없어?”
“…기가 막혀서요. 혹시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세상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요?”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 하지만 난 살고 싶어졌어. 평범하게 살아가려면 사람들을 죽여선 안되잖아. 그래서 죽이지 않기로 한거야.”
리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랑 살고 싶어서.”
말이 끝나자 정적이 감돌았다.
리안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그녀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한테 당근도 많이 먹여줘. 네가 키운 당근. 그것 아니면 안먹어.”
눈빛을 보니 그녀는 정말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은 상처 입은 짐승의 눈빛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내가 곁에 있어주면 사람들을 안죽인다는거지?’
과거에 어떤 애절한 사연이 있었는지 리안은 모른다.
허나 이것 한가지만은 확실했다.
자신에게 절박하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사고 못치게 앞으로 많이 사랑해줘야겠어.’
리안은 오늘부터 열정적인 사랑을 하기로 다짐했다.
‘그 첫번째 실천사항, 오늘밤엔 무조건 섹스다.’
아직 당근이 없으니 페니스를 먼저 먹여서 달래줘야겠다.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후기 적어주신 분들께 선물을 드렸으니 선물함 확인해보세요!! 감사드립니다
6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밭농사 준비, 농지 구매의 시간***
리안은 그 자리에서 편하게 말을 놓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거 아냐? 존대말을 쓰길래 왜 저러나 싶었어.”
그리하여 그때부터 편하게 말을 놓았다.
리사는 독초방을 떠나기전 잠깐 잡다한 것들을 정리했다.
리안은 기다리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리사?”
“응?”
“아, 아냐.”
1분 후.
“리사?”
“응. 왜?”
“아니 그냥.”
리안은 배시시 웃었다.
‘갑자기 백작 님한테 말놓으니까 신기하네.’
그는 다시 리사를 돌아봤다.
“리사?”
“응.”
그녀가 자신을 쳐다본다.
리안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너무 놀리지마. 불렀으면 키스라도 해.”
그녀는 약간 토라진 목소리로 말을 하고 다시 실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리안은 우두커니 서서 바보처럼 실실 웃었다.
‘진짜 신기해.’
얼마뒤 리사의 정리가 끝나고 두 사람은 독초방을 나왔다.
리사는 지하의 다른 방으로 리안을 안내했다.
촛대에 불을 붙이자 실내가 환해졌다.
작은 텃밭이 보였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곳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악조건속에서 감자 재배를 실험하는 곳이야.”
“실험이 성공하면 어디에 쓰려고?”
“전쟁터에서. 마족들은 하늘을 어둡게 만드는 주술을 부릴때가 있어. 밤처럼 캄캄한 세상이 여러달 이어지면 채소는 자랄 수 없고 먹는게 곤란해져.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중이야.”
두 사람은 방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다 1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서재로 향했다.
“와……!”
식물 관련 도서와 고서적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서재를 보자 리안은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책중에 식물 관련 책이 제일 재밌었고 식물 관련 책들로 둘러싸인 방안에 있으면 그저 행복했다.
오드리아와 함께 지낼때 읽었던 고서적도 눈에 띄길래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 시절 포근함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 책 재밌는데 읽어봤어?”
“책보라고 여기온거 아니야.”
리안이 책장에만 정신이 팔려 있자 리사가 핀잔을 줬다.
“책보지 말고 나를 봐.”
“서재 구경시켜줄려고 데려온줄 알았지.”
“내 얘기를 하러 온거야. 내 서재에 어째서 식물 관련 책들만 있는지 말해주기 위해서.”
그녀가 말했다.
“부인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운을 띄운 뒤 리사는 자신이 살아온 과정의 일부를 이야기했다.
무명의 연금술사에서 어떻게 백작이 되었는지를.
숏딕이라는 새로운 농기구를 개발했다는 이야기, 감자의 재배 기술과 새 요리법을 개발해 널리 보급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현재는 극지와 같은 극한의 장소에서도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이라고 알려주었다.
“…나에 관한건 여기까지야.”
리안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근 좋아한다면서 왜 감자에 관심을 가졌어?”
“작위를 얻기 가장 빠른 방법이었으니까. 황제는 수천만명을 먹여살릴 작물을 원했고, 감자는 배고픈 백성들을 쉽게 배불릴 수 있는 최고의 구황작물이었어. 그래서 선택했지.”
그녀는 말을 마치고 책상쪽으로 걸어갔다.
드르륵.
서랍을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아까 말했듯이 요즘 관심사는 극지의 감자 재배법이야. 기술만 개발한다면 수천만명을 먹여 살리는 것은 일도 아니지.”
리안은 의문이 들었다.
“사람을 죽이려고 했으면서 사람을 살리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었던 거야?”
그녀가 피식 웃는다.
“황제는 이렇게 공언했어. 천만명을 먹여살리는 자에게는 백작 작위를, 그리고 오천만명을 먹여살리면 황제에 버금가는 왕의 자리를 하사한다고. 백작 작위는 이미 받았어. 다음은 왕자리가 남았지.”
그녀가 말을 이었다.
“두 가지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하나는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연구. 아까 봤지?”
리안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다른 하나는 염분이 많은 토지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연구야. 웨르타뉴 제국 전국토의 30%가 염도가 높은 지역이지. 그곳에선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그대로 버려지는 토지야. 놀고 있는 땅. 그 땅을 활용하면 오천만명을 먹여 살리는 대업적을 이룰 수 있을거야. 즉.”
그녀가 미소지었다.
“염분에 강한 감자만 만들어내면 김리안 너는 왕이 될 수 있어. 나는 왕비가 되고.”
“…….”
리안은 양손을 펼쳐보였다.
“와우, 멋진걸.”
“마음에 들어?”
“응.”
“그럼 나도 기뻐.”
그런데 리사 씨.
미안하지만 저는 이 땅을 떠나야 하거든요.
행성을 파괴하려는 당신을 데리고 아주 먼 곳으로 사라질 생각이랍니다.
그러니 헛수고예요.
하지만 리안은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염분에 강한 감자를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성공한다해도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리라 예상했다.
긴 시간이 흘러 그녀가 늙었을때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어려운 일이란걸 알기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미소만 머금고 고개만 끄덕였다.
“연구가 성공하면 좋겠네. 응원해줄게.”
대답이 별로였는지 그녀가 미간을 구긴다.
“왜 남일 대하듯 말하지? 난 같이 했으면 해.”
“나도?”
“그래, 너도. 난 너와 모든걸 같이 하고 싶어. 씻는 것도, 자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일도, 연구도, 죽는 것도.”
“…….”
리안은 잠시 고민해보았다.
내키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었다.
식물 연구는 언제나 재밌다.
이곳을 떠나기전까지만 어울려주자란 생각이 들었다.
“음……, 알았어. 같이해.”
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일은 내가 다 할테니까 넌 놀기만 해. 옆에만 있어줘. 그것만으로도 좋으니까.”
그녀가 직사각형 모양의 목재상자를 내밀었다.
“이거 봐봐.”
두꺼운 백과사전 정도의 크기였다.
상자 외관은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리안은 그것을 건네받아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물었다.
“이게 뭔데?”
“지금으로부터 4천년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의 철학자 플리바르의 유품이야.”
“엄청 오래됐네.”
“황실 도서관에 남아있는 오래된 기록에 의하면 플리바르는 해수로 작물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고 적혀 있어.”
“염분이 있는 바닷물로? 어떻게?”
“몰라. 그가 농사지었다는 터만 유추할 뿐, 기술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
리사는 리안의 손에 쥐어진 상자를 쳐다봤다.
“일년전 우연히 인연이 닿아서 이걸 손에 넣을 수 있었어. 무척 기대됐지. ‘상자안에 뭐가 들었을까? 플리바르의 유품이니 어쩌면 해수로 농사짓는 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하지만 상자가 열리지 않아서 아직도 안의 내용물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안열린다고?”
리안은 즉시 목재상자를 양손으로 잡고 힘을 줬다.
그러나 목재상자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조금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겉면에 잠금장치 같은건 없었다.
흔들어봤다.
안에 무언가 확실히 들어있었다.
달그닥 하면서 무거운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뭔가가 들어있긴 하네.”
“책 같은 느낌이지?”
“음. 무게로 봐선 그런것 같아.”
“해수로 농사짓는 법이 담긴 비법서이길 바랄뿐이야.”
“망치로 때려볼까? 상자는 부서져도 괜찮지?”
헛수고라는 듯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마. 힘만 뺄뿐이야.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열리지 않았어. 불에 태워보기도 하고 마법을 걸어보기도 하고 쇳덩이를 떨어뜨려보기도 했지. 이외에도 다양한 재주를 가진 여러 사람들을 찾아갔어. 하지만 모두 다 실패했지. 마지막에 어떤 마법사가 그러더군. 마왕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아니면 절대 파괴할 수 없을거라고.”
“마왕?”
리안은 뜨끔했다.
‘마왕은 내가 죽였는데?’
그녀를 쳐다봤다.
“마왕은 어떻게 연다는데? 마왕만이 아는 특별한 방법이 있대?”
“단순히 내 추측이지만 마력 주입을 통해 사물을 팽창시켜서 폭파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왕은 마나의 양이 많고 마력도 강하니까 가능할거야.”
“흘러넘칠 정도로 과하게 마력을 주입하란 말이지?”
“응.”
생각외로 쉽잖아?
얼마전 리사가 가르쳐준 마력 주입.
그리고 죽은 마왕의 노란 구체를 흡수한 자신.
과연 될지 모르겠지만 리안은 일단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리사. 나한테서 잠깐만 떨어져 있어줄래?”
그러자 리사는 청개구리처럼 가까이 다가와 리안을 똑바로 올려다봤다.
“싫어.”
“잠깐이면 돼. 잠깐이면.”
“싫다고. 왜 떨어져 있어야하는데? 부부는 늘 붙어있어야지 떨어져 버릇하면 안되는거야.”
“오우우우.”
리안은 부부란 말이 참 어색하고 민망스러워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닭살 돋은 팔을 박박 긁었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금방 끝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그녀의 입술에 기습적으로 뽀뽀했다.
쪽.
“조금만 멀리 있어줘.”
예상치 못한 그의 스킨쉽에 리사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 시키니 안들어줄 수도 없고.”
그녀는 투덜대면서 순순히 말을 들었다.
리안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마력을 주입하면 된단 말이지.’
리안은 두 손으로 목재상자를 잡고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상자의 구조를 상상하며 천천히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퍽!
목재상자가 산산이 조각나며 부서진 조각들이 와르르 바닥에 떨어졌다.
Comentários
Postar um comentá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