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ipse 5

다!”
“크아아아악! 머, 멈춰! 성민희!”
토끼 새끼의 말에 나를 쫓아오던 마네킹이 바로 몸을 급정지했다.
“꺄아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오오오!”
토끼 앞에서 재롱을 부리던 여자의 얼굴까지 하얀 물체가 번지고 있었다.
하얀색이 정수리까지 물들고나서야 저 하얀 마네킹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 수 있었다.
‘씨발, 저게 뭐야. 개같이 기괴하네.’
저 마네킹의 정확한 정체를 내가 머리 아프게 추론해야할 이유는 없었다.
당사자에게 바로 물어보면 되니까.
“토끼 새끼! 정확히 5초 준다. 5초 후에 네 스탯과 스킬을 정확하게 나에게 보고한다! 이해 했냐?”
“으으으으으! 너, 너 뭐하는 새끼야!”
뿌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상태창이나 열어서 스탯이나 나불거려.”
토끼 새끼의 뒤틀린 발꿈치가 덜렁덜렁거리며 흔들렸다.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고 싶겠지만 이미 녀석의 전신은 내 통제하에 갇혀있었다.
“5, 4, 3, 2, 1.”
“으아아아악! 마, 말할게요! 히, 힘 스탯 5, 민첩 5, 지능 20, 마력 20 입니다!”
발목 하나가 작살이 난 탓인지 상당히 버벅거리는 말투에 잘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이 새끼가 국어 시간이 졸았냐? 스킬이랑 직업은 따박따박 말해라.”
“지, 직업은 정액술사에 스킬은 저, 정액 인형입니다. 레벨은 3이구요!”
“……뭐?”
방금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뭔 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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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예언 (3)
예언 (3) ― 인천 롯데백화점 5층 문화홀
내 앞에 가만히 멈춰 있는 마네킹 두 개를 다시 한번 관찰했다.
그러고보니 어두운 주황색 불빛일때는 몰랐는데 내 손전등에 자세히 비치는 몸체에 누리끼리한 색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난 저 색깔이 왠지 모르게 눈에 익고 친숙했다.
“이런 개 씨바아아아아알! 더러운 새끼야!”
뭐야, 그러면 아까 그 여자가 정액에 갇힌 인형이 된 거야?
순간적인 더러움을 참지 못하고 마네킹에 염력을 쏟아부었다.
끄르르륵―
무언가 끓는 소리와 함께 염력을 집중하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예상 외의 탄탄한 내구성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마네킹의 목이 부서지며 마네킹이 무너져내렸다.
“미, 미희야!”
“미희는 얼어 뒤질! 씨발 재앙이 맞네! 미친 재앙이였어!”
남아있는 마네킹까지 부수자 토끼 새끼가 허망한 표정으로 끙끙거렸다.
“닥쳐! 이 정액 토끼새끼야!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전부 나한테 말한다!”
“미, 미희야… 미희야….”
“이 씨발!”
뿌드드득―
“끄아아아아악!”
“한 번만 더 징징거리면 남은 건 네가 제일 소중히 여기던 곳이다.”
“마, 말하겠습니다! 그곳만은!”
울먹이는 말투로 토끼 새끼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니 자신은 문화홀에 갇혀 있었고.
토끼가 깨어나자마자 ‘예비 감염자’의 처리 문제로 캠프의 의견이 대립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의견을 일치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식량이 전부 소진된 캠프의 파밍을 위해 토끼를 미끼로 던지자는 것이다.
미끼 역할에 당첨된 토끼를 밖으로 내쫒고는 굶주림을 버티지 못한 남자들이 6층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우리의 토끼는 어둠 속에서도 용케 화장실을 들어갔다고 한다.
“…왜 하필 화장실이었지?”
“주, 죽기 전에 딸은 한 번 치고 죽고 싶어서.”
“…진짜 레전드네.”
이 씹쌔기는 결국 삶의 마지막 딸을 쳤고, 그것에 감응한 시스템이 직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 이름하여, ‘정액술사.’
토끼 새끼가 싸지른 정액은 곧 인형이 됐고, 그 인형을 조종하여 좀비들을 죽여나갔다.
그리고 위풍도 당당하게 다시 문화홀로 입성.
위에 올라간 이후로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을 대신해 캠프의 지배자 자리에 올라선다.
그 이후에 토끼 새끼는 당연하게도 문화홀에 남아있는 여자들에게 마수를 펼친다.
하지만, 그의 능력에는 크나큰 결함이 있었으니.
그의 정액이 조금이라도 닿는 여성은 곧바로 정액 인형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의 토끼는 캠프에서 제일 예쁘던 성미희에게 질내사정을 하는 순간에 알았다고 한다.
여성을 매개체로 삼은 인형은 다른 인형들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했지만, 자기 정액이 뒤덮인 인형으로 섹스를 할 수는 없는 법.
전설의 ‘오빠 믿지? 그대로 질외사정’을 사용하지만 싸는 족족 인형이 되는 대참사가 발생.
마지막 여성이던 아까의 그 여성까지도 인형이 되버린 직후에 내가 나타난 것이다.
“네 말이 맞다면, 여기엔 왜 인형이 2개밖에 없어?”
“저, 전부 밑에 층을 지키러 에스컬레이터에….”
아하, 내가 위층에서부터 내려와서 인형들을 안 만났구나?
“그럼 푸드 코트를 정리한 것도 너냐?”
“예, 예! 맞습니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능했다.
“그러면 이제 이 곳엔 쓸만한 여자가 하나도 없다는 거야?”
“…네. 늙어빠지고 쓸모 없는 놈들 뿐입니다.”
이 난리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무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는 무리를 쳐다봤다.
잔뜩 굶주린 듯 앙상한 얼굴과 멍한 눈초리.
전부 늙었거나, 지나치게 어린 사람들뿐이었다.
“너 이새끼, 그나마 남아 있는 식량도 전부 너랑 여자가 먹었구나?”
아까 징징거리던 여자는 저 정도는 아니었다.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는 놈의 대가리를 다시 밟으니 놈이 꽥꽥 거렸다.
“사, 살려 주세요! 각성자시죠? 저, 저도 각성자입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
“조, 조금 더러워서 그렇지. 제 인형들이 좀비 하나는 기깔나게 잡습니다! 저, 정액만 충분하다면 일인군단이….”
콰직―
더 들을 말도 이유도 없었다.
머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갱신됐다.
[각성자를 처지하셨습니다.]
[1000 신앙을 획득합니다.]
[처치한 각성자의 인벤토리를 흡수합니다!]
인벤토리를 열어 놈이 가졌던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꽁꽁 숨겨놓은 여분의 식량과 자기 위로에 도움이 되는 야한 책들.
‘이 새끼는 이런 책들은 또 어디서 구한 거야?’
혹시나 포인트로 샀으면, 이새끼는 진짜 미친 새끼였다.
“다들 일어나세요! 이 구역의 폭군은 제가 죽였습니다!”
손전등의 밝은 빛이 몸을 웅크린 일행들의 얼굴을 비췄다.
갑작스러운 빛에 얼굴을 찡그린 사람들이 천천히 일어섰다.
“누, 누구….”
“자, 일단 이것부터 드시고 말씀하시죠.”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인벤토리에 있던 음식을 조금 풀었다.
서서히 내 곁에 모여드는 일행들이 작은 탄성과 함께 개걸스럽게 식량을 먹기 시작했다.
난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년의 여성 두명.
그리고 꼬마 한명.
이름도 모를 토끼 새끼의 말 그대로였다.
남자들은 모두 6층에 갔다가 좀비들에게 쓸렸고, 여자들은 멍청한 토끼 새끼가 전부 인형으로 만들었다.
‘이건 계륵의 수준이 아닌데. 그냥 쓰레기 수거인데.’
만약 내가 종교의 수장이 아니었다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전부 죽여버렸을 것이다.
별로 도움도 안 되고, 식량만 축내는 놈들이 될 것이 뻔했으니까.
하지만, 저런 인간들도 나에게는 매우 필요했다.
그저 나를 믿는 것만으로 신앙을 뱉어내는 아주 귀한 공급책들이니까.
“자, 이것도 먹으렴.”
“…가, 감사합니다….”
잔뜩 경계하는 기색으로 다람쥐처럼 음식을 갉아먹는 꼬마에게 음식을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여러번 고개를 꾸벅 숙이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자 오랫동안 감지 못한 머리에서 개기름이 잔뜩 묻어나왔다.
‘이런… 개….’
잔뜩 찡그러지는 표정을 가까스로 참으며 그들이 식사를 전부 마칠때까지 기다렸다.
굶주림이 조금 가셨는지 자동으로 내 앞에 모여드는 늙은이들에게 [결핍 파악]을 시전했다.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일렁거리는 절박하기 이를데 없는 결핍들.
난 그것들을 하나하나 입 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다. 전조도 없는 이 악몽에서 여러분들은 그저 마지 못해 하루를 보내실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도서관에 있던 제법 팔팔한 생존자들과는 질적으로 틀렸다.
더 나약하고 더 절망한 자들이었다.
“쓸모없다며 무시하던 젊은 남자들과 이상한 능력을 쓰는 괴물에게 얼마나 크나큰 수모를 겪으셨습니까. 그 괴물이 여자들을 하나하나 잡아먹을때마다 공포에 떠셨을 여러분들을 생각하니 제 마음이 아파옵니다.”
한 마디 말도 못할 정도로 이미 지치고 썩어빠진 영혼들은 직업 스킬이 없는 나에게도 너무나도 쉬운 요리였다.
“하지만 이젠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한마음 구원교’에서 제가 왔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따뜻한 음식들과 잠자리,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드리러 한마음 구원교가 왔습니다!”
쇼맨쉽을 위해 몸안에 있던 마나를 불태웠다.
마나가 조금씩 타오르며 몸에서부터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아아아아―”
작은 탄성과 함께 이런 나를 멍하니 보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염력을 시전했다.
두둥실 날아오는 어린아이를 다정하게 껴안으며 자애로운 미소를 흘렸다.
오줌 냄새와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철저한 표정관리와 함께 남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 다함께 갑시다! 우리의 낙원으로!”
노약자들을 전부 염력으로 띄운 뒤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공중에 부양하는 손전등과 노약자들을 합쳐서 10개가 넘는 멀티 태스킹이 처음이였지만, 역시 20 레벨의 염력은 이를 아무런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이름이 뭐니, 꼬마야?”
“…시, 신지훈이요.”
“예쁜 이름이구나, 부모님들은?”
“나, 나쁜 놈들이 잡아갔어요. 으으윽― 흐윽―”
“괜찮단다. 이제 내가 있잖니. 구원교가 너를 구원할거란다.”
바로 울음이 터져나오는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옥상을 뛰어 올랐다.
“자! 괜찮습니다! 조금만 버티시면 목적지에 도착할 겁니다!”
하늘 위로 오르지마자 잔뜩 겁먹은 노약자들을 안심시키며 성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씨발, 이런 건 역시 내 적성에 안 맞아.’
오히려 토끼 새끼를 잠시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던 순간이 훨씬 재밌었다.
‘이런 잡무를 하기 위해서 부교주가 있는 거지.’
빨리 가서 성가을에게 다 떠넘겨야지.
성역을 나타내는 주황색 돔이 육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천상의 보호막’을 둘러싸고 있는 좀비들을 살피며 천천히 성역으로 진입했다.
들어서자마자 빼앗긴 힘을 되찾듯이 돌아온 전능감을 느끼며 부드럽게 옥상에 내려섰다.
나를 기다렸는지 성가을이 옥상에서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왔구나.”
“뭐야? 기다리고 있었어? 아영이는?”
“방에서 잘 쉬고 있어. 그런데 뒤에 있는 사람들은?”
나는 천천히 그들을 땅에 내려놓으며 성가을에게 속삭였다.
“내가 구한 포교 대상자들이지. 알아서 충성스러운 신도로 만들어 놓으시게, 부교주.”
“갑자기 어디서 배워온 이상한 말투야? 그것보다는 그 하얀 재앙인지 뭔지는 처리했어?”
“아,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이 교주님만 믿으라니까.”
하얀 재앙은 무슨 그냥 하얀 정액 덩어리 새끼들이었지.
성역은 무슨 그 근처에도 못 올 새끼였는데 성녀의 예언은 너무 나를 물로 봤던 게 아닐까?
“‘롯데마트’에 있던 하얀 재앙. 정확하게 처리했어?”
“물론이지이이이, …어?”
잠깐만.
토끼 새끼와 노약자들이 있던 공간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롯데 백화점 5층인데.
“…씨발.”
“뭔가 착오가 있었구나. 그렇지?”
“맞아. 어쨌든 관리 똑바로 하고 있어. 남은 잔챙이들 처리하고 올테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갔던 곳은 신세계 백화점이 롯데 백화점으로 명칭이 변경된 곳이었다.
그리고 그 롯데 백화점안에 롯데마트가 있는 구조라는 거다.
예언에서 말하던 ‘롯데마트’는 내가 갔던 건물의 지하 1층이었고, 나는 그곳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그냥 와버렸다.
“그렇다고 하기엔 하얀 재앙이라는 것과 더러운 정액 덩어리가 딱 정확한 이미지였는데….”
예언은 항상 빗나갔다 생각했을 때, 위험하다고 했던가?
꺼진 불도 다시 봐야하는 이 세상에서 이 정도로 애매모호한 상황은 재확인이 필수였다.
콰앙―
발구름과 함께 다시 하늘로 치솟으며 이번엔 진짜 ‘롯데마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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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예언 (4)
예언 (4) ― 인천 롯데백화점 5층
“으으으으! 씨발!”
롯데 백화점 5층 에스컬레이터에 잔뜩 뭉쳐있는 하얀 덩어리를 보며 욕짓거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게, 토끼 새끼가 인형으로 만들어버린 여자들의 마지막 흔적이겠지.
‘아깝다, 씨발 너무 아깝다!’
이런 세상에서는 여자가 그야말로 재산 중에 재산인데!
안 되겠다. 템포를 더 빠르게 가져야겠어.
지금도 대한민국 전역에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을 미녀들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제법 많은 수의 인형이 녹았는지 웅덩이가 진 바닥을 공중부양으로 살짝 날면서 에스켈레이터를 내려갔다.
‘남성 패션….’
플래쉬 라이트가 4층 표지판과 정면을 환하게 비췄다.
바닥 곳곳에 흩어져있는 등산복들과 정장들이 보였다.
평소에도 알만한 브랜드의 옷들이 쓰레기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맞다. 이것저것 파밍해갈 것들도 많은데….’
거기다가 2층과 3층은 여성 옷 전문점들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란제리….”
미처 속에 담지 못한 속삭임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내 취향에 맞춘 야한 속옷을 입은 윤아영과 성가을을 상상했다.
‘하아, 그래도 속옷은 먼저 챙길까?’
전체 층별 안내도에서 2층의 란제리 구역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안일한 생각을 빠르게 배제했다.
‘일단, 확인부터 끝낸다.’
굳이 지금 구역 전체를 확보할 필요는 없었다.
내게 필요한 구역은 지하 1층 ‘롯데마트’일뿐.
연속된 층을 빠르게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1층에 도착하자 깨진 회전문과 1층을 조용히 배회하는 좀비 무리들이 햇빛에 비췄다.
‘정리한다.’
지하 1층에서 어떤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뒤에 혹을 달고 진입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쿵―
에스컬레이터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염력으로 가볍게 쓰러트렸다.
좀비들의 앓는 소리만 가득하던 공간을 한 순간에 찌르는 소음.
멍청하게 고개를 흔들던 좀비들의 고개가 일제히 소리의 근원지로 향한다.
“끼에에에에엑!”
기쁨의 포효와 함께 나에게 득달같이 달리기 시작하는 좀비들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며칠 안 지난 것 같은데 개같이 오랜만이네.”
처음 각성을 한 후 만났던 아파트 1층 로비를 돌파하던 좀비들이 데자뷰처럼 스쳤다.
뿌드득―
미러볼처럼 천천히 돌아가는 손전등이 햇빛을 보완하며 좀비의 인식을 도왔다.
차르르륵―
화장품 매장을 쓸 듯이 헤치며 달려오는 좀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뿌드득―
그때의 우왁스러운 염력과는 질이 다른 부드러움이 좀비의 목을 찢었다.
“끼에에에에엑!”
뒤를 제외한 모든 방향에서 압박해오는 좀비들에게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끄드드득―
철퇴라도 맞은 듯이 비정상적으로 꺽이는 다리에 선두를 달리던 좀비들의 균형이 무너진다.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며 그대로 노출한 썩은 목에 적절히 분배된 압력이 짓눌렀다.
뒷 열의 좀비들이 이제는 정말로 시체가 된 놈들에게 걸려서 잠시 주춤거렸다.
뿌드드득―
20레벨의 염동력자에겐 그 한 순간의 주춤거림으로 충분했다.
가볍게 목과 몸이 분리되며 시체의 위에 또 시체가 쌓인다.
점점 인위적으로 높아지는 성벽에 살짝 혀를 찼다.
오히려 시체들의 성벽 때문에 남은 좀비들이 멍청하게 뒤에 남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콰앙―
염력으로 강하게 성벽의 한 부분을 때렸다.
“끼에에에엑!”
순식간에 열린 좁은 공간으로 좀비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내게 손을 뻗었다.
“뒤에 사람들 기다리니까 일단 들어오세요!”
허우적대는 좀비의 팔이 잡아당기는 염력을 이기지 못하고 톡―하고 뽑혔다.
짜악― 짜악―
“어서 들어오세요! 이제 팔도 없으니까 공간이 남잖아요!”
뽑힌 좀비의 팔로 좀비의 뺨을 여러 번 후려치며 그놈을 격려했다.
“끼에에에에에엑!”
팔 한 쪽이 사라진 좀비가 처절한 비비기 끝에 드디어 시체 성벽을 돌파했다.
콰직―
기쁨의 포효를 내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곤죽이 되버린 좀비를 시작으로 힘겹게 들어온 좀비들이 케찹처럼 차례차례 썩은 피를 토했다.
“성문이 열렸다! 돌격하라! 서둘러 들어와서 적을 물어라! 너희는 할 수 있다!”
그저 식욕밖에 남지 않은 지능 0의 빡대가리새끼들.
이 놈들이 일방향 공성이 얼마나 병신같은 짓인지 알기나 할까?
기계적으로 좀비들을 학살하고 있으니 슬슬 성벽을 돌파하는 좀비들의 수가 뜸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성벽을 돌파하는 좀비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좀비들을 가늠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나불거리던 입을 잠시 다물었다.
“…….”
완벽한 무음.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좀비들의 하울링에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신앙은 신앙대로 먹고, 혹시 모를 위협도 제거했고.”
올라간 신앙을 확인하니 300 정도가 올랐다.
일반 좀비 하나당 5 신앙이니까 대략적으로 60마리를 잡은 수치였다.
‘일단 마나 체크부터.’
지하로 진입하기 전에 몸 안에 남아있는 마나를 살폈다.
아주 살짝 줄어든 마나가 쌩쌩하게 나를 보좌하고 있었다.
60마리 정도 잡는 것은 이제 나에게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젠 300 신앙으로는 뭐 하나 제대로 올릴 게 없다는 것이다.
분명 스킬 레벨 올리는데 100 포인트나 든다고 개거품 물던 시절이 있었는데.
멋쩍은 웃음과 함께 지하 1층을 향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다.
1층에서 미세하게 주위를 밝혀주던 햇빛도 모두 사라진 지하 1층.
더 진해진 어둠을 플래쉬 라이트에 의지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6층보다 더 화려한 인테리어의 푸드코트가 나를 반겼다.
‘롯데마트는 오른쪽으로 쭉 가면 있겠네.’
안내판의 안내대로라면 롯데마트를 가기 위해서는 푸드코트를 가로질러야 했다.
길게 이어진 통로를 따라 쭉 이어진 형형색색의 음식점들.
만약 밥 먹다 뒤진 좀비들이 순식간에 튀어나온다면 아까와 같은 이지한 상황을 연출하기엔 조금 빡센 환경이었다.
빙글빙글 돌던 손전등들을 흩어진 음식점에 고정했다.
“흐음….”
단순한 플래쉬 라이트로는 안에 숨은 좀비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이동해 혹시 모를 후방의 위험을 제거했다.
“숨바꼭질 멈춰어어어어!”
길게 이어진 사자후가 푸드코트를 흔들었다.
슬슬 방구석 백수처럼 기어나올 좀비들을 기다렸지만 넓게 분포된 음식점들에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소리칠려는 와중에 어떤 여성의 고함이 내 귀에 들렸다.
“…씨발?”
기대했던 좀비들의 하울링과는 전혀 다른 고운 음색.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이 자동으로 상상되는 간드러지는 소리였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거기가 어딘데요!”
“좀비들이 저를 끌고 갔어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좀비들이 사람을 끌고 갔다고?
보자마자 물어뜯으려 발광하는 놈들이?
일단 저 여자를 구출하는 것이 먼저였다.
염력으로 몸을 살짝 띄운 뒤에 계속해서 들리는 구조신호를 추적했다.
푸드코트와 롯데시네마를 거쳐 원래의 목적지인 ‘롯데마트’가 보였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하얀 재앙’이라는 것이 저 여자와 관련이 있겠지.
빠른 속도로 롯데마트의 진열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구해주러 왔으니 정확한 위치를 말하세요!”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이 년이 패닉이 와버렸나?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여성의 위치는 내가 자력으로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초인의 확장된 감각과 염력의 기동력으로 금방 여성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해산물 코너쪽이네.
손전등이 밝히는 표지판과 전체적인 구조를 빠르게 눈에 익히며 소리를 향해 날았다.
해산물 코너의 물이 하나도 남지 않은 수조 안에 큰 자루가 꿈틀거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뭐야! 그 안에는 어떻게 들어가셨대?”
“좀비들이 저를 끌고 갔어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지금 대화하고 있잖아요! 일단 진정 좀 하세요!”
이년은 좀비들이 소리에 민감한 것을 모르나?
아주 좀비들을 못 불러서 안달이었다.
후, 참자.
일단 얼굴부터 체크하는 것이 먼저였다.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오며 수조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큰 자루가 꿈틀거리며 내 앞으로 천천히 당겨지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아이 썅! 지금 구해주려고 하잖아요!”
사사삭―
슬슬 짜증이 나려는 와중에 귀에 미세하게 잡히는 소음에 얼굴을 찡그렸다.
느슨해지려는 마음을 바짝 조이며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였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좀 아가리 좀 다물어, 이년아!”
사사삭―
여자의 고함과 함께 또 다시 들리는 바닥을 긁는 소리.
손전등의 불빛이 동시에 사방의 바닥을 비췄다.
빠르게 돌아가는 고개가 좌우를 살피지만 플래쉬 라이트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이 씨발년이…!”
까드득―
멍청한 여자의 고함과 동시에 무언가 찌그러지는 소리.
순간 머리에 몰아치는 섬광과 함께 손전등이 동시에 천장으로 향했다.
“끼에에에에엑!”
천장을 기어다니는 하얀 좀비가 플래쉬 라이트에 하울링을 내질렀다.
동굴에 징그럽게 모여있는박쥐들처럼 바글거리는 하얀색 점에 전신에 염력을 집중했다.
‘지나치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여자. 천장에 붙은 하얀 변종. 함정이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제발 살려주세요!”
뿌드드득―
고민도 없이 포대 자루을 찌그러트렸다.
예상 외의 손 맛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내 가정을 확신하게 했다.
이 년, 사람이 아니다.
쾅― 쾅― 쾅―
빠르게 뒤로 빠지는 몸짓에 진열대와 내 등이 무수한 충돌을 반복했다.
콰아앙―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 자리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거미줄처럼 퍼졌다.
“끼에에에에에엑!”
새하얀 좀비가 크레이터에서 개구리 자세로 아쉬움이 가득 담긴 하울링을 내뱉었다.
“끼에에에에엑!”
그에 화답하듯이 천장에 붙은 하얀 좀비들이 일제히 고함쳤다.
그리곤 내가 진열대를 부수며 나아가는 공간에 하얀 변종이 유성처럼 떨어졌다.
콰앙― 콰앙― 콰앙―
나와 변종의 지랄로 무너지는 진열대에 염력을 불어넣었다.
통조림과 맥주캔이 별똥별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소음을 발생시켰다.
땡그랑―
콰앙―
알리미늄이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나자마자 어김없이 하얀색 변종이 그곳을 강습한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살려주세요!”
몸이 압사당하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절박한 목소리.
이들의 행동패턴, 아니 사냥 방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빠르게 위치를 이동하며 양 손으로 포대 자루에 염력을 쏟아부었다.
끄드드드득―
꽤나 질긴 저항을 끝으로 포대자루에 썩은 피가 방울지며 흘러나왔다.
[변종을 처치하셨습니다.]
[500 신앙을 획득합니다.]
[변종에 관한 지식을 획득합니다!]
[변종 ‘장산좀비’]
[‘장산좀비’는 인간이 죽기 전에 내뱉었던 목소리를 학습한 후에 반복합니다. ‘장산좀비’의 목소리를 들은 인간은 인식저하와 매혹의 상태이상이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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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9 예언 (5)
예언 (5) ― 인천 롯데 백화점 지하 1층 ‘롯데마트’
역시, 이 씨발련은 변종이었다.
핏물이 뚝뚝 흐르는 포대 자루를 던져버리고는 공중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사사삭―
개미떼같은 하얀 변종이 천장을 돌아다니며 내 소리를 찾고 있었다.
아마, ‘장산좀비’의 수작에 놀아났다면 저 무지막지한 강습을 몇 번이나 허용했을 확률이 높았다.
‘소리, 저 새끼들은 소리에 더더욱 민감하다.’
그 소리를 역이용하자.
등 뒤를 스치는 하얀색 잔상을 피하며 장난감 코너로 비행을 이어갔다.
손전등의 빛이 먼지가 잔뜩 낀 어린이 장난감들을 비췄다.
사사삭―
천장 타일이 긁히는 소리가 바로 위에까지 도착했다.
그 소리에 맞춰서 장난감 칼들이 내 주위를 공전했다.
내 손짓에 맞춰서 장난감 칼 중 하나가 바닥에 내려꽂혔다.
“뿌슝― 정의의 용사!”
유치한 전자음과 동시에 알록달록한 빛깔이 검신을 밝혔다.
콰앙―
그 밝은 전자음이 커다란 충격음에 단순에 잡아먹혔다.
장난감 칼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하얀 변종들의 강습.
꽤나 길게 이어지던 회피에 약이 올랐는지 여러 마리의 변종이 한 크레이터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끼에에에에엑!”
단순한 분노 표출일까?
아니면 미끼에 속았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알리는 것일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염력이 망치처럼 하얀 변종들을 내려찍었다.
쿵― 쿵― 쿵―
계속해서 찍어내리며 주위에 소리를 낼만한 모든 장난감들이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다.
키이이이잉―
마나가 더욱 빠르게 가속하며 모방 성체를 증폭했다.
극에 달한 염력으로 조종할 수 있는 모든 장난감들이 땅에 박히듯이 쏘아졌다.
파바바박―
땅에 박히는 장난감들이 일제히 유치한 효과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뿌슝― 정의의 용사!”
산개하듯이 퍼진 효과음을 따라 바닥을 뒤흔드는 굉음이 잇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천장에 있던 모든 변종들이 롯데마트 바닥을 폭격했다.
바닥에 빽빽하게 이어진 크레이터에 이번엔 내 염력의 망치가 내려친다.
콰앙―
잔뜩 피어오른 먼지구름과 함께 바닥이 비명을 내질렀다.
결국 잇달은 충격을 버티지 못한 바닥이 허물어지듯이 무너졌다.
뻥 뚫린 구멍으로 시체들이 빨려가듯이 떨어지며 지하 2층에 주차된 자동차들과 부딪쳤다.
빠앙― 빠앙―
충격을 감지한 자동차들의 도난 방지음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변종을 처치하셨습니다.]
[500 신앙을 획득합니다.]
[변종에 관한 지식을 획득하셨습니다!]
[변종 ‘사운드 스토커’]
[‘사운드 스토커’는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청력을 가집니다. 그들은 어두운 건물의 천장에서 주로 서식하며 방심하고 있는 상대방을 내려찍으며 기습합니다.]
……
계속해서 반복되는 변종 처치 메시지를 뒤로 한 채 크게 뚫려버린 구멍을 응시했다.
구멍에서부터 이어지는 실금이 서서히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곧 있으면 무너진다.’
건물 전체에 영향이 가진 않겠지만, 아마 롯데마트 자체는 이제 붕괴될 가능성이 높았다.
“씨발, 안 돼! 내 식량들!”
무너지기 전에 필요한 것들은 전부 챙겨야했다.
아까 막무가내로 던진 통조림들을 싹 챙기며, 와인 코너에 있던 와인들도 전부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대충 유통기한이 오래가는 것 같은 것들은 보지도 않고 인벤토리에 다 집어넣는 와중에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 생각났다.
“하얀 재앙.”
확실히 토끼 새끼의 정액 인형보다는 ‘사운드 스토커’가 훨씬 재앙에 가까웠다.
박쥐처럼 짜증나게 많은 개체 수에 강습된 바닥이 반파되는 파괴력.
거기다가 ‘장산좀비’와의 콜라보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결국은 내가 이겼어.’
이상하게 찝찝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한번은 방심이라고 넘어갈 수 있어도, 두 번은 절대로 안 됐다.
사운드 스토커 무리가 위협적인 것은 맞지만, 성역을 위협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씨발, 무언가가 더 있다고?”
막무가내로 인벤토리를 채우는 짓을 그만두고는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였다.
사사사삭―
사운드 스토커가 천장을 긁으며 이동하는 소리.
대부분의 병력을 잃은 사운드 스토커가 후퇴하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후퇴를 한다고?’
이제 삼 분지 일이 남은 마나를 가늠하며 빠른 속도로 이 곳을 벗어나는 하얀색 잔상의 뒤를 잡았다.
내가 쫒아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더 속도를 높이는 놈의 뒷다리를 염력으로 가볍게 짓이겼다.
“끼에에에에엑!”
그럼에도 놈은 괴로운 비명과 함께 반격은 커녕 푸드코트로 달아났다.
놈이 숨듯이 달아난 곳을 플래쉬 라이트가 비췄다.
‘롯데시네마’
푸드코트 바로 옆쪽에 있던 영화관 안쪽에 나에게서 도망친 사운드 스토커들이 보였다.
“멈춰! 이 개새끼들아!”
일부러 소리까지 흘리는데도 불구하고 놈들은 필사적으로 영화관의 안쪽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끼에에에엑!”
내게 다리가 망가진 놈의 뒤를 천천히 쫓으며 주위를 경계했다.
점점 더 안으로 들어가던 놈이 한 공간의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플래쉬 라이트가 빠르게 그곳을 밝혔다.
‘2관?’
상영실 2관으로 모두 들어간 사운드 스토커들.
이상하게 그 공간을 계속해서 지켜볼수록 기분이 나빠져왔다.
“저기네.”
직감이 소리쳤다.
성녀의 예언이 말한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걸.
더 지체할 시간도 마나도 부족했다.
상영 2관을 진입하자마자 바닥에 물컹거리는 무언가가 밟혔다.
서둘러 염력으로 몸을 띄우며 손전등을 비췄다.
커다란 살점이 심장처럼 두근두근거리며 박동하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내가 들어오는 것을 방해라도 하듯이 아까는 꽁무니빠지게 도망치던 사운드 스토커들이 으르렁거렸다.
바닥에 쫙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나에게 위협을 넣으려 노력하지만.
상위의 포지션과 기습을 살리지 못하는 사운드 스토커는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도 쉬운 상대였다.
뿌드드득―
순식간에 압사당한 놈들을 무시하고는 다시 손전등이 미러볼처럼 전체를 밝혔다.
“…씨발.”
나지막한 욕설이 그대로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아까 밟았던 살점들이 핏줄처럼 길게 이어져서 상영관을 잠식하고 있었다.
새빨간 상영관의 가장 앞 부분에 빼곡하게 모여있는 하얀색 곤충의 알.
아니.
“사운드 스토커의 알.”
씨발, 많기는 존나게 많았다.
투명한 알속에 이리저리 유영하고 있는 새끼 사운드 스토커들이 보였다.
만약 이새끼들이 전부 깨어나서 롯데마트를 점거하고 있었다면.
아까의 전투와는 다른 결과가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자체적으로 수를 늘리던 놈들이 롯데마트를 넘어서 서서히 범위를 넓혀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어떻게든 이겨낼 자신은 있었지만, 그로 인하여 길어지는 수색시간은 충분히 성역과 나의 종교에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씨발, 지들끼리 자체적으로 섹스를 한건가? 아니면 뭔 지렁이처럼 자웅동체인 거야?”
알이 있다면 분명히 그 알을 낳는 암컷도 있을 텐데.
그 새끼를 죽이는 것이 주요 급선무였다.
콰직― 콰직―
보이는 알이란 알은 전부 으깨버리며 이 알을 낳은 여왕을 찾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암컷년아! 니네 수컷들 내가 다 죽였어!”
한참이나 알을 깨부수는 와중에 부서진 알 사이에 명확한 형체를 포착했다.
“찾았다, 이 개새끼야!”
월척을 낚은 어부처럼 순식간에 위로 끌어당긴 순간 다물어진 입을 닫을 수 없었다.
“…씨발, 사람이잖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었던 무언가였다.
미라가 된 듯이 삐쩍 마른 몸에 알들에게 연결된 작은 핏줄들이 보였다.
핏줄들이 박동할때마다 안 그래도 삐쩍마른 몸이 점점 더 말라갔다.
인간이 알에게 영양분을 빼앗기고 있었다.
점점 더 쪼그라드는 시체는 단지 머리가 길다는 것만 특정할 수 있을뿐 어떤 윤곽도 보이지 않았다.
여자.
갑자기 ‘장산좀비’가 반복해서 내뱉었던 말들이 기억났다.
좀비들이 끌고 왔다는 허무맹랑한 비명.
생각해보니 장산좀비는 누군가가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학습하는 변종이었다.
그럼, 그런 말을 계속해서 내뱉었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고.
그 사람은 자신이 좀비들에게 끌려 왔다고 주장했다.
식욕 밖에 없는 빡대가리들이 음식을 바로 앞에 두고 어떤 목표를 수행했다고?
“…도대체 무슨 장르의 아포칼립스인 거야?”
콰지직―
핏줄을 전부 떼어내고 다시 보이는 알들을 전부 짓이기며 생각했다.
이 정도로 강해졌으면 좀비는 나에게 철저한 조연으로 남을 것이라고.
멸망의 신호탄을 쏜 것은 분명히 좀비였지만, 그 이후의 주도권 싸움은 분명히 각성자와 각성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하얀 재앙.”
죽여도 죽여도 그로테스크하게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알들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세계는 철저하게 좀비 아포칼립스로 무너질거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능력자 아포칼립스의 영원한 문제.
결국 좀비는 조연으로 남는다를 해결하기 위한 좀비들의 처절한 스펙업 과정입니다 ㅜㅜ.
독자님들 오늘은 너무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서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희 집에 강아지 한마리가 있습니다.
이름은 '보리'인데, 집에 저 혼자 있을때는 애교란 애교는 다 부리면서 저를 가지고 놀고는 가족들이 오면 쌩하고 가버려서 아는척도 안하는 아주 못된 강아지입니다.
이 놈이 정말 영악한게 가족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제 문앞을 충견 코스프레로 지키고 있는다는 점입니다.
그럼 가족들이 보리가 저렇게나 너를 좋아하는데 왜 잘 챙겨주지 않느냐고 핀잔을 주며 저만 나쁜놈이 되기 일수죠.
사건은 오늘 점심에 발생합니다.
점심을 밖에서 먹고와선 집 문을 여는데 이 놈이 어떻게 탈출했는지 바로 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놈이 아직 닫히기 전인 현관문을 통과해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잠시 멈칫했다가 서둘러 계단을 3칸 씩 내려가며 놈을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쪼그만 놈이 얼마나 날랜지 이게, 전혀 뒤를 잡을 수가 없는 겁니다.
층 수는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1층이 다가올수록 제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극한의 상황에서 냉정해지는 것은 주인공들만 가지는 사기적인 특성입니다.
저 같은 소시민은 그 순간 인터넷에서나 보던 "멈춰! 보리야 멈춰!"만 바보같이 외칠 뿐이었습니다.
일진들도 코웃음 칠 그 외침에 놈은 제 말을 귓등으로도 쳐듣지 않고 엉덩이를 얄밉게 흔들며 1층까지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1층문은 닫혀있었고, 놈의 짧지만 강렬했던 엑소더스는 그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뒤늦게 내려온 저를 보며 순진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드는 악마를 품에 안으며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오늘부터 제 인생에 아포칼립스란 아포칼립스는 모두 안 오길 기도하며 잠을 자야겠습니다.
강아지 한마리가 도망가는데도 '멈춰!'만 되뇌이던 저는 아마 좀비를 눈 앞에서보면 똥오줌은 다 지리며 비명만 지르다 이승을 하직할 것 같습니다.
잡담이 너무 길었네요. 강아지를 안고 제가 급하게 달렸던 계단을 다시 타고 올라오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길래 여러분들에게라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질렀던 처절한 고함을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까봐 정말로 부끄러웠습니다.
오늘의 교훈, 문 닫기를 생활화하자.
감사합니다. ^^7
다음화 보기―――――――――――――――――――――
EP.40 교주 메이커 (1)
교주 메이커 (1) ― 한마음 구원교 3층
“그러니까, 네 말은 결국엔 ‘하얀 재앙’이라는 것이 변종들이었다는 거지?”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전해들은 성가을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아직까지 진정하지 못한 당황스러움이 내 말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아니, 그렇다니까! 좀비라는 게 인간을 숙주로 한 기생충이던가 바이러스로 병이 생긴거였던가 뭔가 맥락이 있어야지, 지들이 무슨 저그도 아니고 알을 낳기는 무슨! 이게 말이 되냐고!”
“말이 안 될건 또 뭔데?”
이 년이 부교주씩이나 돼서 왜 내 말에 공감을 안해주는거야?
그냥 ‘그렇구나. 너무 슬프겠구나’라고 공감해달라고!
“어쨌든 난 이런 현상 이해 못 해! 이건 좀비 아포칼립스에 대한 모독이야!”
“후우… 뒈단하신~ 교주님,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애초에 좀비란 존재 자체가 명확한 정의가 없는 판타지적인 존재였잖아.”
“빼애애애액! 원래 인간들끼리 싸바싸바했던 약속이 있는 거야. 좀비가 갑자기 불을 뿜고 하늘을 날아다니면 그건 포켓몬스터지 무슨 아포칼립스야! 그것까지 어떻게 이해한다고 쳐도! 알을 낳다니! 자가 번식을 하다니이이! 이 세계는 선을 조금 지킬 필요가 있다는 말이야!”
“애초에 너같은 각성자가 있는데 정통 아포칼립스는 이미 물 건너 간거 아냐?”
“…못 된 년.”
윗 사람한테 따박따박 말대꾸나 하고.
이 여자는 진짜 융통성이 없어.
삐죽 나온 입술에 성가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 더러운 입술 집어넣어라.”
“…차가운 년.”
“그 년년 좀 그만하고, 이제 진지하게 생각 좀 해보자.”
그녀가 책상에 올라와있는 인천 지도를 가리켰다.
인천 중앙 도서관에 그려진 주황색 동그라미.
그리고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에 그려진 빨간색 동그라미.
“이 넓은 인천 지역에서 겨우 두 구역 확보했어, 아니 네 말대로라면 롯데백화점은 확보가 아니라 거의 반파지만.”
내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건물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변종의 알을 전부 박멸한 뒤 물품들을 싹 쓸어가는 순간에도 롯데마트에서 시작된 균열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 그곳은 속 빈 강정이야. 사람도 물건도 쓸만한 건 전부 가져왔다니깐.”
“…그래, 덕분에 내가 이런 수모도 겪는 거지.”
“그게 왜 수모야! 넌 오피스룩이 부끄러워?”
그걸 찾으려고 내가 얼마나 눈에 불을 켜고 여성 매장을 뒤졌는데!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성가을을 전체적으로 스캔했다.
예쁘게 굴곡진 하얀 와이셔츠와 검정색 자켓.
사슴같은 긴 목을 지나 꼴림을 극대화하는 숏컷과 도도함 백퍼센트의 얼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손짓했다.
“하아….”
체념했다는 듯 그녀가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또각― 또각―
선명하게 울리는 하이힐 소리와 길게 이어진 다리에 짝 달라붙은 살구색 스타킹.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검은색 치마.
서둘러 다가온 그녀를 품 안에 넣고는 치마 안에 손을 넣어 잔뜩 힙업된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스타킹때문인지 더 쫀득거리는 것이 중독성이 미친 수준이었다.
“왜? 진짜 비서같이 안경도 써줄까?”
“아니! 그건 절대 안 돼! 그 얼굴을 조금이라도 가리는 안경은 국가적 낭비야.”
“…어울려준다해도 지랄이야.”
투덜거리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향기로운 살냄새와 바디워시 향에 서서히 물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갈 타이밍을 귀신같이 알아챈 성가을이 나를 살짝 밀쳤다.
“안 돼. 중요한 이야기부터 먼저 해야한다니까.”
“아니! 그렇게 입었는데 참아야 하는 건 거의 고문 수준인데….”
그녀가 거부한다 해도 강제로 해버리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염력으로 묶어서 애정의 들박섹스를 하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기껏 협조하고 순응하는 그녀에게 그렇게 해버린다면 분위기와 이후의 상황이 말 그대로 좆되버린다는 건 아무리 찐따인 나라도 알 수 있었다.
“좋아. 뭐가 그렇게 급한데. 빨리 말해. 나 지금 의욕 만땅이야.”
“하아…. 다시 한 번 느끼는거지만 넌 정말 힘만 쎈 찐따찌질이야.”
뭐, 내 수중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는 아주 건방진 욕설이었지만, 이미 구원교의 부교주가 된 성가을에겐 딱히 뭐라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찐따여도 내 여자에게는 스윗해야지.
웃음으로 화답하는 나를 보며 다시 자기 자리에 앉은 성가을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넌 나를 얼마만큼 믿어?”
“……갑자기?”
“그래, 갑자기.”
뭐지? 혹시 ‘물에 빠졌을 때 부모님 먼저 구할래? 나부터 구할래?’같은 여자들 특유의 애정 테스트인가?
아니다. 여태까지 내가 봐왔던 성가을의 성격이라면 이건 정말로 얼마만큼 믿는지는 물어보는 것이다.
진지한 마음으로 그녀를 살폈다.
내가 새긴 키스마크와 내가 준 음식을 먹고, 내가 입힌 옷을 입은 그녀.
“넌 영원히 내꺼야. 자기 소유물을 믿지 못하는 놈은 없어.”
“좋아. 그러면 나한테 말해.”
“뭘?”
“네가 깨어난 순간부터 날 만나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입가에서 떠나지 않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서로가 서로를 긴 시간동안 응시한 후에야 그녀의 별빛같은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원래 이럴 때 군말없이 말해주는 게 폭풍간지이긴 한데, 네가 항상 말하듯이 내가 좀 찐따라서 말야.”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리는 성가을에게 물었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좋아.”
좀비 아포칼립스 발생 일주일 후 시작된 각성.
아파트의 좀비들을 정리하며 시작된 성장.
아파트 안에 남아있던 사이비 아줌마를 처리하며 느꼈던 희열.
그것에 감응한 시스템이 직업을 제안했고, 그 직업의 적성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생존자 집단’.
시기적절하게 만난 강산과 비교적 쉽게 무혈입성한 목적지 ‘도서관 캠프’.
세세하게 이어진 내 일대기를 들은 성가을이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일단 첫 번째로 모든 각성자들이 너처럼 종교를 세우는 게 목표는 아니구나.”
“그렇지. 내 직업이 특별하게 ‘사이비 교주’인거야.”
“그 직업은 시스템이란 게 제안한거고?”
“뭐, 그것도 랜덤은 아니고. 아마 각성자의 행동에 영향을 받겠지.”
사이비 아줌마에게 원래의 종교를 버리고 나를 믿으라며 거래를 제안하던 나.
생애 마지막 소원이 고작 딸딸이였던 토끼 새끼.
시스템은 각성자의 욕망과 행동에 알맞는 직업을 제안한다.
“너 또한 전부터 종교를 창시하겠다는 야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지.”
21세기에 자기가 종교를 창시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인간이 얼마나 될까?
난 그저 누군가의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만 열심히 했을 뿐이다.
좀비 아포칼립스는 그런 세계가 올 수 있게하는 망상의 조미료 역할이었고.
좀비라는 망상이 이루어진 후부터는 원래의 목적대로 위를 향해 달린다고 정신이 없었다.
지배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사이비 아줌마를 만나고 조금 더 구체화된 것이 ‘교주’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비전문직이 그냥 사기적인 직업과 스킬을 만난 것 뿐이라는 거지?”
“아니, 그건 좀……. 애초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재능 아닐까?”
각성이 시작되고 어버버거렸다면 ‘좀비 퍼스트 킬’ 업적에서부터 시작된 스노우볼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럼 그 재능을 살려서 ‘좀비 도살자’나 ‘좀비 학살자’ 비슷한 직업이나 하지 왜 굳이 ‘교주’야?”
“…엉?”
그런 건 전혀 생각해보지 못 했는데.
“애초에 시스템이 그런 직업은 제안하지 않았고…”
“좀비 잡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머리 위에 있는 게 더 마음에 들었지?”
“그렇긴 하지. 변명 아닌 변명을 조금 하자면…”
“교주가 아니라 도살자였으면 이런 무릉도원에서 여자도 마음껏 따먹지 못했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교주’ 말고 다른 직업을 얻었어도 초반부터 이어진 선두권을 발판 삼아 여자 몇 명쯤 따먹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종속의 액’이나 ‘결핍 파악’같은 재밌는 스킬 셋과 안전한 보금자리는 만들지 못했겠지.
“여기서 확실하게 정해. 네가 되고 싶은 목표가 사이비 교주 흉내나 내면서 되는대로 여자나 강간하며 무가치하게 살아가는 강간범이야, 아니면 모두가 맹신하고 복종하길 바라는 종교 위에 군림하며 여자들의 몸과 마음까지 지배하는 진정한 지배자야?”
“뭔가 비유가 너무 대놓고 극과 극인데?”
“대답이나 해.”
“당연히 후자 아니야?”
이걸 전자를 고르는 병신이 어디있어?
내 대답을 들은 성가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지.”
아니 이년이?
당연한거면 왜 물어본 거야?
짝― 짝―
성가을이 주위를 환기시키듯 박수를 두 번 치고는 말했다.
“자, 그럼 정해졌네. 이제 힘만 쌘 찐따에서 진짜 종교의 수장이 될 시간이야.”
“잠깐만. 너무 내 업적을 비하하는데 혹시 아영이 못 봤어? 아주 훌륭한 구원교의 성녀로 내가 만들었다니까. 대놓고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너도 결국 우리 종교의 부교주가 됐잖아.”
“달콤한 말 몇 번하고 마약 섞은 침 먹이고 섹스만 주구장창한 게 업적이야?”
“어디로가든 서울만 가면 되는 거야.”
“이 바보야!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그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 와도 너가 ‘아, 그렇습니까?’하고 포기할거냐고? 아니라며!”
확실히, 이 대화는 얼마 전에도 했던 대화이긴 했다.
“윤아영의 예언을 생각해. 네가 이 보호막 아래서 호의호식하며 살 생각이었다면 아마 그런 예언이 내려오지 않았을 거야. 네가 말한 변종들이 이 보호막을 없애버릴 위협까지는 아니었잖아.”
성녀가 예언의 서두에 말했던 크나큰 위협.
그 위협은 성역 안에 있던 나를 향한 경고가 아니었다.
폭발하듯이 늘어나는 변종으로 인해 교세의 확장에 위협이 된다는 뜻이었겠지.
난 성가을의 말대로 이 보호막 아래서 멈춰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면 굳이 보호막을 나가지 않고 성가을과 윤아영을 양 손에 꽃처럼 쥐고는 나만의 천국을 영위했겠지.
성가을이 미리 준비한 문서 두 개를 내게 건넸다.
「진짜 교주가 되어보자 1안」
「진짜 교주가 되어보자 2안」
와, 뭐야?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지?
1안을 펴보려는 내 손을 그녀가 살짝 제지했다.
“구원교의 정확한 숭배 대상이 누구야? 대부분의 종교들보면 자기가 누구의 대리자니, 누구의 후손이니, 분신이니 하잖아. 너도 위에서 힘을 내려주는 누군가가 존재해?”
내 위에 누군가?
정말로 굳이 꼽자면 시스템이긴 한데, 내가 시스템의 대리자라고 하기엔 뭔가….
아무리 생각해도 시스템은 나에게 수단일 뿐이다.
“없어. 구원교의 지배자는 오직 나뿐이야.”
“좋아, 그럼 2안은 버리고 1안만 보면 돼.”
내 손을 막던 팔이 1안 뒤에 있던 2안을 가져갔다.
「진짜 교주가 되어보자 1안」의 첫 페이지부터 정갈한 글씨체로 시작되는 가이드 라인.
교정해야할 말투, 성격, 은연 중에 내비쳐야할 분위기부터 시작된 페이지를 천천히 읽는 와중에 성가을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처럼 울렸다.
“맹신이라는 것은 신뢰의 단계가 아니야, 철저한 복종의 영역이야. 넌 누구보다 특별해야하고, 강해야 해. 그러면서도 자애로우며,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고귀한 아우라가 머물러야해.”
항상 기억해.
진정한 종속이란 억지로 짓누른 목에서 흐를 땀방울이 아니라.
스스로 숙인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향해 흘리는 눈물이라는 걸.
그렇게 울었던 누군가는 절대로 네 품을 벗어나려 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 넘실거리는 열망과 욕망.
이유 모를 데자뷰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환하게 웃는 그녀에게서 사이비 아줌마를 앞에 둔 내가 떠올랐다.
“이제 진짜 교주가 될 시간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 2편을 못 올려서 정말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요즘 사이비 관련된 영상들을 마구 보다보니 이상하게 그게 하루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한마음 구원교'만은 제 능력이 미치는 한 완벽한 사이비 종교로 만들고 싶기에 건방지지만 독자님들에게 양해를 드립니다 ㅠ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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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교주 메이커 (2)
교주 메이커 (2) ― 한마음 구원교 지하 1층 ‘참회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쉴 새 없이 속닥거리는 입과 별개로 김은별은 생각했다.
정말로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좀비들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 문제일까? 아니야, 그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치킨을 못 먹은지가 얼마나 오래 됐지? 음식 같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지 못하는 건 신의 탓 아닐까? 아니야. 난 신을 믿지 않잖아.
지독한 고독을 이기기 위한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어둠에 눈을 깜빡거렸다.
그 순간 김은별은 또 다시 헷갈리기 시작했다.
난, 지금 눈을 뜨고 있는 걸까? 감고 있는 걸까?
아, 그래도 뜨고 있는게 맞겠지?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만 번 말하기 5248/10000]
자신을 이 지옥에 끌고 온 원인이 아직도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이제는 자신의 정신줄을 유일하게 붙잡아주고 있다는 아이러니의 극치에 그녀는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이곳에서 며칠이나 있었지? 그래도 일주일은 지나지 않았던가?
긴가민가한 시간 감각 속에서 김은별을 노래 부르듯이 음정을 넣었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길게 늘어진 바이브레이션을 넣기도 했고.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랩처럼 빠르게 마디를 쪼개서 속사포처럼 내뱉기도 했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만 번 말하기 5252/10000]
유일하게 변하는 ‘숫자’에 김은별은 의미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관측한 김은별은 자신의 상태를 아주 정확하게 진단했다.
‘네가 점점 미쳐가는구나, 은별아.’
자신은 이런 고독과 고통에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반항은 첫날에 이미 절절하게 막을 내렸다.
주먹밥조차 먹지 못 한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교주를 찬양하던 순간을 떠올랐다.
그때에 비해서는 지금은 천국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 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이 있는 것을 아는데도 은근슬쩍 접근하던 역겨운 동료 사서도.
악몽처럼 자신의 인생에 침범한 좀비들도.
그래도 이들과 함께라면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도서관 캠프의 사람들까지.
‘믿습니다! 믿습니다, 교주님!’
죽도록 듣기 싫었던 사이비들의 울부짖음이 그리울 정도였다.
그럴때마다 김은별은 생각했다, 아니 기억했다.
‘엄마! 나 어제 시금치 1등으로 먹고 선생님한테 칭찬받았다?’
이런 세상에서는 감히 살아갈 수 없는 여리디 여린 자신의 혈육을.
또래보다 월등한 활발함으로 주말마다 남편을 피곤하게했던 개구쟁이.
남편과 술래잡기를 할때처럼 재빠른 달리기로 이 재앙을 무사히 피해냈을까?
김은별에게 악몽의 첫날이 스치듯이 깜빡거렸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던 순간.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는 남편과 유치원.
무너져내린 다리와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이 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이제 정말로 혼자라고.
“흐윽흑흑,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감동의 눈물까지 흘릴 정도인가요?”
정말 오랜만에 들은 누군가의 육성의 김은별이 눈이 확장됐다.
감옥 문 창살에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교, 교주님.”
“그래요, 김은별 신도.”
끼이이익―
철문이 열리며 한구원이 걸어들어올수록 김은별이 뒷걸음질쳤다.
결국 벽에 막힌 그녀가 습관처럼 중얼걸리기 시작했다.
“교,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교주님을 찬양합니다.”
“이제 우리 구원교에 대한 사특한 거부감이 사라지신 것 같군요.”
덜덜 떨리는 김은별의 얼굴을 한구원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먼지로 가득 찬 안경을 조심히 벗겨서는 교주의 백의로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양 쪽을 다 닦은 한구원이 다시 김은별에게 안경을 씌웠다.
그제서야 먼지가 까맣게 묻은 백의가 어둠 속에서도 명확하게 보였다.
“김은별 신도가 회개에 들어간 후로 며칠이 지났는지 아십니까?”
“…모, 모르겠습니다.”
“자그마치 일주일입니다. 그동안 구원교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가족들도 조금 늘었지요.”
가족?
김은별은 자동으로 남편과 자신의 아들을 떠올렸다.
그리곤 또 다시 가슴을 찌르는 좌절감을 맛봤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과 함께 할 수 없었다.
“물론 김은별 신도도 이젠 우리의 가족입니다.”
한구원이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신도복을 꺼내어 보였다.
얌전히 쥐어쥔 신도복을 보며 김은별은 미약한거부감을 느꼈다.
“그렇게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구원교의 가족이 되고 말고는 전적으로 김은별 신도의 의지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사근사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김은별은 위화감을 느꼈다.
여태껏 자신이 지켜봐온 한구원은 조금 많이 껄렁거리며 남을 얍잡아보는 전형적인 양아치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말투에서 넘실거리는 여유로움에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김은별 신도.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가족을 어려움을 함께 버티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함께 서로를 의지하는 모든 것들이 가족이죠. 하지만, 김은별 신도에게 가족은 다른 의미인 것 같군요.”
교주의 눈이 김은별을 꿰뚫어보듯이 직시했다.
그는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이곳엔 없는 힘찬이를 많이 그리워하시는군요.”
“…가을이나 태산이가 말했나요?”
“설마요. 그저 저에게는 보입니다. 당신이 어떠한 마음으로 어떤 심정으로 힘찬이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한구원의 손길이 또 다시 부드럽게 김은별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딱히 저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항한다고 해봤자 결과가 똑같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제가 아무리 구원을 선물할 것이라고 해도, 불신자들에게는 흔해빠진 헛소리일뿐이죠. 여리디 여린 인간의 마음으로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목석처럼 굳어있는 김은별에게 한구원이 더욱 바짝 붙었다.
그녀의 귓 속에 한구원의 뱀같은 속삭임이 흘렀다.
“그런 불신자에게 제가 한가지 구원을 준비했습니다.”
“…….”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검은색 맨투맨과 노란색 바지가 잘 어울리더군요. 아들이 엄마를 똑 닮았어요.”
“…네?”
또렷하게 울리는 그녀의 물음에 한구원의 웃음이 더 진해졌다.
“힘찬이가 엄마를 기다렸는지 아주 얌전하게 유치원에 남아있더군요.”
“차, 찬이가요? 어, 어디에…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김은별의 손이 진동을 반복하며 한구원의 몸을 급하게 더듬거렸다.
그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한구원이 그녀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힘찬이는 아주 건강하게 성역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아아아! 차, 찬이가! 저, 저를 당장 위로 보내주세요! 찬이를 봐야해요! 찬이가, 찬이가!”
“뭔가를 착각하고 계신 것 같군요. 힘찬이는 아직 저의 은총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주를 받은 상태라는 거죠.”
한구원의 말이 김은별의 머리를 일깨웠다.
그렇다. 그 작고 여린 아이가 인간으로 유치원에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좀비가 되어버린 자식은 그대로 그녀의 자식일까?
당연히 그렇다고 말해야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찬이는 결국….
소리없는 울음이 그녀의 눈을 뚫고 나왔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살짝 훔친 한구원이 자애롭게 웃었다.
“참으로 슬픕니다. 불신의 죄가 김은별 신도에게만 너무 가혹하게 내려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나의 딸아.”
근엄한 목소리가 참회실을 울렸다.
“불신은 곧 믿음으로 또 믿음은 곧 구원으로 이어질지니. 너는 내게 믿음으로 순종하라. 그리하면 너의 아들은 내 은총으로 말미암아, 네 품으로 돌아오게 되리라.”
“저, 정말인가요! 정말 믿기만 한다면 찬이가 돌아올 수 있나요?”
“그렇다. 허나 애초에 불신의 원죄가 너무나도 깊기에 아주 작은 대가가 필요하다.”
피부에 옷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잔뜩 발기된 한구원의 물건이 그녀의 눈 앞에서 멈췄다.
당황함에 흔들리는 그녀를 교주의 말이 더 흔들기 시작했다.
“네 아들에게 주어질 은총을 네가 대신해서 뽑아라.”
“…가, 갑자기 이런…”
“네 눈에 아직도 가득한 불신이 보이는구나. 아들을 살리는 일에 비하면 티끌보다 못한 일을 기피하는구나. 아들을 살리기 싫은 것이냐?”
껄떡거리는 그의 물건에 맞춰서 그녀의 눈동자도 세차게 흔들렸다.
이리저리 초 단위로 흔들리던 마음이 결국 한 방향으로 기울여졌다.
“믿습니다. 이제 정말 교주님뿐이세요. 정말로 제발, 제발 우리 찬이만은 제발….”
“그 간절함으로 나를 기쁘게 하라. 자, 서둘러 성체를 머금어라.”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그녀의 고개가 교주의 물건으로 향했다.
살짝 벌린 입이 귀두를 머금더니 이내 조금씩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웁― 웁―”
김은별이 남편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길이와 굵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입 안에서 동굴처럼 울리는 메아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교주의 자지가 천천히 진퇴를 시작했다.
“참아라. 아들을 보지 못하는 아픔보다 아프겠느냐?”
“으으웁― 으읏― 웁―”
보지처럼 조이기 시작하는 목구멍과 스위치라도 누른 듯이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본 교주의 물건이 한계까지 팽창했다.
“남편이랑은 이런 것도 잘 안했나보네, 목보지 조임이 조금 별론데?”
교주는 천박한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를 잡아챘다.
손잡이가 된 머리채를 조종하며 더 깊게 박히는 물건에 김은별의 두 손이 신도복을 가슴에 품고 꽉 쥐었다.
“웁― 웁― 츄룹―으웁― 웁―”
“이제 쌀 거니까, 목구멍 잘 열어라!”
스퍼트를 올리듯 빠르게 몰아치는 허리에 김은별의 몸이 들썩였다.
눈을 꼭 감고 버티던 그녀가 한구원의 낮은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크흑―”
교주의 부르르 떨리는 허리와 살짝 들린 뒷꿈치에 맞춰서 그녀의 목이 쉴 새 없이 꿀꺽거렸다.
“잘 버티셨습니다, 김은별 신도. 당신은 아들을 만날 자격이 있으시군요.”
만족스러워보이는 교주의 얼굴에 김은별이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와중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요동쳤다.
몸이 잔뜩 피어오르는 열기와 함께 정액을 물처럼 마신 사람답지 않게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끄, 끝났나요?”
“그럼요. 이제 옷부터 갈아입으시죠.”
허공에서 튀어나온 휴지가 침과 눈물로 범벅이된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았다.
그에 맞춰서 자신의 옷이 자동으로 벗겨지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든 두려운 상상과는 다르게 곧바로 순백의 신도복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차림을 정비한 교주가 염력으로 그녀를 품안에 넣었다.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희롱하는 손짓에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저, 그녀는 이제 곧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젖어 있었다.
찌걱―
신도복을 넘어 팬티 안까지 침범한 손이 그녀의 고간쪽을 부드럽게 쓸었다.
“흐으응―”
달콤해진 신음을 들으며 한구원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자, 구원 받으러 가실까요?”
“…네.”
지하 1층을 벗어나는 그들에게 지상의 빛이 광명처럼 내려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원해주신 1101010 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투데이 베스트 끝자락에 오르는 영광을 경험했습니다!
추천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저는 바로 다음 글을 쓰러 가보겠습니다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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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교주 메이커 (3)
교주 메이커 (3) ― 한마음 구원교 1층.
“…어?”
1층에 도착한 김은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기색의 그녀를 보며 한구원이 뿌듯한 어조로 말했다.
“참회실에 들어가기 전이랑 많이 바뀌었죠?”
김은별의 쩍 벌린 입은 그의 말에 답할 겨를도 없었다.
햇빛이 성스럽게 머무는 거대한 석상과 그 발치에 놓인 색색의 꽃다발.
순백의 벽지에 걸린 LED 모니터들과 복도 끝에서 가동 중인 에어컨.
모니터에서 비춰지는 좀비들과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이 그녀에겐 사뭇 낯설었다.
다시는 느끼지 못 할 것만 같았던 현대의 산물들.
“벌써부터 덥다는 신도분들이 있어서 말이죠. 이번엔 유독 여름이 빠르게 오나봅니다.”
“…어, 어떻게?”
자신들의 보금자리였던 도서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이제는 완벽한 종교시설이 그녀의 앞에 있었다.
교주는 아무런 말 없이 그녀를 모니터 앞으로 데려왔다.
모니터에 비치는 주황색 보호막 아래에서 끊임없이 신음하는 좀비들의 무리.
“은별 신도가 성의를 보인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믿음의 조각들이 보이는 군요.”
한구원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엉덩이를 쓸었다.
“제가 잘못 생각했더군요. 어쩌면 신도분들에게 가장 눈에 띄는 불신자는 은별 신도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눈 앞에 있었는데 말입니다.”
끼에에에에엑!
좀비의 하울링에 맞춰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한구원은 천천히 그녀를 데리곤 2층으로 향했다.
“…님이 저를 지옥에서 데리고 나와 주셨습니다.”
2층에 오르자마자 들리는 또랑또랑한 말소리에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차, 찬이가!”
“이런, 진정하세요. 힘찬이가 아닙니다.”
터벅― 터벅―
두 사람은 순백의 바닥을 걸으며 거대한 백색 문 앞에 멈췄다.
잔뜩 흥분한 김은별을 교주가 조용히 타일렀다.
“찬이와 비슷한 또래인 신지훈이라는 아이입니다. 아마 힘찬이와 좋은 친구가 될겁니다.”
“아아아, 교주님. 저, 저희 찬이는….”
“하하하, 타이밍이 아주 좋았습니다. 지훈이가 말하는 것을 보니 이제 막 시작한 것 같군요. 자, 기도하러 갑시다.”
끼이이익―
백색의 문이 열리며 새롭게 단장한 기도실이 그들을 반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의자들과 중앙의 단상.
그리고 그 단상의 양 옆에 이미 앉아있던 윤아영과 성가을이 교주를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르르륵―
신지훈의 마이크 소리가 줄어듬과 동시에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앞 부분에 몰려있던 신도들이 교주를 보며 엎드렸다.
“하하하, 제가 너무 늦지는 않았겠죠?”
“물론입니다, 교주님. 어서 자리에 오르시지요.”
성가을의 차분한 목소리에 교주가 김은별에게 눈짓했다.
단박에 이해한 김은별이 신도 무리에 섞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교주가 중앙 단상에 섰다.
“자, 저는 신경쓰지마시고 이어서 하세요.”
자애로운 목소리에 윤아영과 성가을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확인한 신도들이 다시 의자에 앉자 신지훈이 다시 작은 손으로 마이크를 쥐었다.
“엄마, 아빠가 나쁜놈들에게 잡혀간 이후로 저는 매일 울었습니다. 엄마가 보고싶어서, 아빠가 보고싶어서 그리고 배가 너무 고파서 울었습니다.”
앙증맞은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다시 기도실을 울렸다.
“그럴 때마다 나쁜 형이 저를 때렸습니다. 매일 이쁜 누나들을 괴롭히며 자기 혼자만 음식을 먹고 가끔씩 던져주는 부스러기만 먹었습니다.”
꼬마의 담백하지만 처절한 고백에 아아아―하는 신도들의 탄식소리가 이따금씩 들렸다.
“너무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던 순간에 교주님이 나타나셔서 나쁜 형을 물리치셨습니다. 교주님은 이 곳에 저를 데려다주신 후에 매일 맛있는 음식과 과자를 주셨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김은별은 조용히 좌우를 살폈다.
처음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신도복을 입은 체로 믿습니다를 속삭이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항상 배고프고 추웠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밥도 있고 교주님이 주신 로봇 장난감도 있습니다.”
하하하―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교주는 흐뭇한 얼굴로 신지훈을 보고 있었다.
“저는 교주님의 은혜에 영원히 감사하며 꼭 커서 구원교에 필요한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아!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짝―! 짝―! 짝―!
웅변의 마무리인 공손한 배꼽 인사에 환호성과 박수가 뒤따랐다.
귀여운 재롱이라도 본 듯이 신도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도도도 달려간 신지훈이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서태산이 기특하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턱을 괸 체로 그 광경을 보던 한구원이 작은 미소와 함께 몸을 바로 했다.
그 순간 다소 풀어졌던 분위기가 팽팽해지며 신도들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침묵 속에서 한구원이 입을 열었다.
“참으로 맑고 순수한 아이입니다. 옛날부터 이어져오던 말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군요. 아이들은 거짓말을 잘 못합니다.”
하하하―
호응하듯이 쏟아지는 웃음에 한구원이 잠시 말을 멈췄다.
웃음에 조용히 화답하던 그가 웃음이 사그라듬과 동시에 다시 말했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어린 아이입니다. 거짓과 편견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미 지옥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마이크를 쓰지 않는데도 그의 말이 넓은 기도실을 울렸다.
사방에서 메아리치는 음성이 마치 신의 음성처럼 신도들의 전신을 두드렸다.
“자! 바깥을 보십시오!”
교주의 손짓에 따라 정면에 있는 거대한 모니터에 신도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히이이익!”
신도들의 기함과 함께 인간을 사냥하는 좀비들의 영상이 반복된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여성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안쓰럽게 쓰러진 여성을 수많은 좀비들이 덮쳤다.
길게 이어지는 비명과 함께 빠드득거리는 씹는 소리가 기도실을 울렸다.
얼굴을 찌푸리는 신도들부터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는 신도들까지.
“그들의 얼굴을 보십시오!”
영상이 멈추고 광란의 축제를 벌이던 좀비들의 얼굴이 확대된다.
그들또한 쓰러진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동족의 살을 탐하게 됐을까요?”
한구원의 목소리에 열기가 더해진다.
“무슨 큰 죄를 지었길래! 그들이 괴물의 가죽을 뒤집어 썼을까요!”
텅―
단상을 내려치는 손과 함께 그가 말을 이었다.
“어제까지 술잔을 함께 나눴던 동료가 미쳐가고! 영원을 약속한 부부가 서로를 헤치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자식이 부모를 먹어치우는 이 죄악의 범람에서!”
빠르게 이어지는 말에 김은별이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호소하는 그의 목소리가 김은별의 심처에 닿았다.
“온 인류의 구세주라는 존재도!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은 자도! 마지막 예언자가 순종하던 전능자도 임하지 않았습니다!”
기나긴 시간동안 이어져오던 믿음이 깨어져간다.
구원을 바라던 모든 이들에 마음 속에 있던 신들은 그들을 외면했다.
“허나, 신조차 외면한 이 세계에 특별한 이들이 임하였습니다! 그들은 불과 물을 내뿜고! 정체모를 이능을 자랑했습니다!”
그의 말에 맞춰서 한구원의 몸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했다.
“인류의 보전을 위하여 힘써야 할 마지막 희망의 불빛들은! 서로를 위해 희생하며 구원해야 할 이들은! 오히려 재앙에 신음하는 자들을 착취할 뿐이었습니다!”
아아아―하는 소리와 함께 새로 구원교에 들어온 노약자들이 탄식을 내질렀다.
눈물이 그렁하게 맺힌 신지훈을 보던 김은별이 다시 교주를 바라보았다.
한구원의 말이 점점 속삭이듯이 작아졌다.
“그 참담한 광경을 목격한 후에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일을!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을.”
차가움 속에 담긴 뜨거운 불처럼 그의 말이 은근하게 신도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주 작게 이어진 목소리로 끝을 맺은 말은 다시 힘을 얻은 듯 커지기 시작했다.
그의 손짓이 모니터에 담긴 좀비들을 가리켰다.
“이 무너진 세계의 잔재들을 보십시오! 제가 해야 할 일은 멸망한 세계를 복구하는 것도! 재건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양 팔을 크게 벌렸다.
“무너진 잿더미를 거름 삼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의 선포에 신도들이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엎드렸다.
자기도 모르게 대열에 동참한 김은별의 머리 위로 환희가 담긴 고함이 천둥처럼 울렸다.
“내 손으로 직접 구한 새로운 세계에서 선택받은 나의 아들, 딸들아!”
“아아아아아!”
“붉은 피가 아닌 순백의 믿음으로 그리고 구원으로 잉태한 나의 자식들아!”
납작 엎드린 신도들의 몸에서 공명하듯이 하얀 빛무리가 새어나왔다.
길게 이어진 빛무리가 천천히 그리고 도도하게 교주에게로 흘렀다.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보아라! 이것이 무너진 세계의 잔재이며! 울부짖는 아낙네의 불신의 죄악이다!”
“끼에에에에에엑!”
끼이이이익―
괴기한 음성과 함께 거대한 백색 문이 열렸다.
살짝 고개를 올린 신도들의 눈에 문을 통과해 중앙으로 날아오는 작은 상자가 보였다.
사방이 쇠창살로 막힌 작은 상자가 끊임없이 요동치며 둥실거렸다.
상자를 뒤흔들며 반항하는 어린 좀비와 김은별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비명을 지르듯 아들을 불렀다.
“찬아아아아아!”
“끼에에에에엑!”
어미의 물음에 답하는 아들을 찬찬히 바라본다.
남편과 자신을 딱 반반씩 닮은 씩씩한 외모.
생일 선물로 백화점에서 손수 사서 입힌 명품 브랜드의 검은색 맨투맨과 노란색 바지.
모두 그의 아들을 나타내는 징표였지만 박힘찬은 어미의 물음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엄마라고 답하지 않았다.
작은 혈육의 눈에 비치는 넘칠듯한 살의와 식욕이 보였다.
그리고 깨진 동공에 비치는 울고있는 자신의 모습도.
절망감에 무너지는 그녀가 무심하게 상자는 착실히 중앙으로 이동했다.
단상 바로 앞까지 도착해 얌전히 부유하는 상자와 함께 한구원은 소리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의심하지 마라!”
크게 울리는 고함에 김은별의 몸이 절망의 뭍에서 살짝 뒤로 물러섰다.
교주의 말이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김은별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는 상자 앞으로 다가가는 한구원을 목도했다.
“끼에에에에엑!”
다가오는 한구원에게 반항하듯이 상자가 계속해서 흔들렸다.
성스러운 기도실을 헤치는 성대 긁는 소리에 신도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한구원은 태연하게 상자의 문을 열었다.
살을 탐하는 건방지고도 어린 좀비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을 예상하던 신도들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찼다.
“끼에에에에엑!”
상자 속의 어린 좀비가 천천히 걸어나오길 시작했다.
삐걱거리는 몸짓과 함께 조용히 웃고 있는 한구원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아아아아아아!”
김은별의 탄성과 함께 천장에서 하얀 빛무리를 담은 병이 교주의 손에 안착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교주의 손이 천천히 병을 따고는 어린 좀비의 입에 대고 병을 기울였다.
“끼, 끼에에에에엑!”
고통에 겨운 신음을 내뱉는 좀비의 머리에 교주의 팔이 안착했다.
쓰다듬듯이, 호되게 혼내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리쳤다.
“나의 소중한 자식의 핏줄에 머무는 불신자여! 당장 사라질지어다!”
교주의 호통과 함께 그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눈이 부실만큼 가득 발광하던 빛이 천천히 어린 좀비에게로 팔을 타고 이동했다.
“당장 사라져라! 불신의 죄가 드디어 구원받을지어다!”
“께에에에에에―”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목소리와 함께 좀비의 고개가 땅을 향했다.
기나긴 침묵 끝에 좀비가 움찔거렸다.
그 광경에 김은별은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을 꽉 쥐었다.
평생에 걸쳐서 이토록 간절한 순간은 없었다.
계속해서 움찔거리던 좀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김은별의 눈이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평생 찾지 않던 신을 찾았다.
천천히 뒤를 향한 고개가 누군가를 찾듯이 두리번거렸다.
이내, 바라던 자와 바라던 것이 이어졌다.
천천히 비틀거리며 김은별이 일어섰다.
줄기에 줄기를 잇는 눈물이 턱을 지나서 땅바닥을 두드렸다.
남편과 자신을 딱 반반씩 닮은 씩씩한 외모.
생일 선물로 백화점에서 손수 사서 입힌 명품 브랜드의 검은색 맨투맨과 노란색 바지.
언제나 자신을 보며 개구쟁이처럼 웃어주던 그 따뜻한 눈빛.
“…엄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발을 헛디딘 김은별이 기듯이 다가와 박힘찬을 안았다.
“어, 엄마아아! 으아아아아앙!”
“찬아! 찬아! 그래, 엄마야. 엄마가 여기 있어. 이제, 이제 괜찮아, 모두 괜찮아. 교주님이, 교주님이 지켜주실 거야!”
이리저리 박힘찬을 더듬거리던 김은별이 한구원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광채에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는 바닥에 계속해서 머리를 박았다.
쿵― 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믿습니다! 이젠 정말로 믿습니다! 믿습니다아아아!”
“아아아아아, 믿습니다, 교주님!”
믿습니다아아―!
김은별에게서 시작된 기도가 신도들에게 순식간에 퍼졌다.
미약한 열기가 뜨거운 불바다가 되어 기도실을 후끈 달아올렸다.
김은별처럼 바닥에 이마를 찧는 자들부터 몸을 두드리는 신도, 머리를 계속해서 흔드는 신도와 일어나서 춤을 추는 신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흐느끼는 신도들에게 구원자가 말했다.
“기도하라! 너희들의 간절한 기도만이 나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할지어다!”
“믿습니다아아!”
믿음의 연쇄 중에 교주의 양 옆을 지키던 윤아영과 성가을이 교주의 앞에 무릎꿇었다.
얌전히 모은 두 손과 숙인 고개가 그녀들의 신실함을 증명했다.
“모두 내 앞에 무릎 꿇고 믿음으로 진실로 순종하라!”
한구원이 양 팔을 벌리며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향하는 고개에 기도실을 가득 채운 넘실거리는 빛이 그의 눈빛에 아른거렸다.
“나는 너희들의 부모이자 보호자이며, 등불이자 진리로다!”
환한 빛이 터지며 교주의 목소리가 우레처럼 퍼졌다.
“한마음으로 빌어라! 내가 너희의 영원한 인도자이자 구원자이니!”
내가 너희를 반드시―!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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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교주 메이커 (4)
교주 메이커 (4) ― 한마음 구원교 4층
촤아악―
암막 커튼을 젖히자 맑은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중세 귀족이 연상되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라지킹사이즈의 침대.
성스러움을 부각하는 소품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아, 막상 완성하니 뿌듯하네.’
과거 중앙도서관의 흔적도 남기지 않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뜯어고치는 대공사의 나날을 떠올렸다.
낡은 벽 타일을 전부 교체하고, 내가 대충 설계했던 공간을 성가을이 다시 재설정했다.
거기다가 신도들에게 필요한 편의 시설 및 종교 시설을 계속 건설하다보니 내 신앙 포인트가 남아나질 않았다.
신앙을 버는 족족 물 쓰듯이 써대면서도 백화점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내가 직접 날아가서 구해오기까지 했다.
성가을의 주문에 최대한으로 맞춘 제품들을 인벤토리에 넣고 돌아오면서 마치 내가 쿠팡맨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포칼립스의 택배 시스템이라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 혁신이자 제 4의 물결이었다.
이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성가을에게 설명하자 그녀는 특유의 모멸하는 눈빛으로 교주짓이나 잘하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분명히 이건 된다는 확신이 왔는데 말야.”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기지개를 켰다.
스트레칭으로 쫙 당긴 고개를 따라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드넓게 푸른 창공과 하얀 구름들.
푸른 도화지에 살랑거리는 분홍색 꽃잎들이 보였다.
어느새 이미 완연한 봄이 맑고 새로운 아침을 물들였다.
하지만 점점 아래를 향할수록 SOS가 페인트칠된 고층건물과 불에 탄 폐건물이 보였다.
거리에는 오늘도 이승을 떠나지 못한 짐승들이 지상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천국과 지옥이 한 페이지에 있는 확연한 대비에 나는 어떠한 감흥도 들지 않았다.
지옥 또한 이젠 우리의 일상이었다.
“아직 아침 바람이 찹니다. 교주님.”
“아, 일어나셨습니까? 은별 신도.”
흰색 실크 가운이 살포시 내 몸을 덮었다.
천천히 내 앞에 다가온 김은별이 공손하게 가운의 매듭을 묶었다.
가만히 그녀의 시중을 받으며 그녀의 팔이 움직일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을 감상했다.
유부녀의 농익은 육체 군데군데 새겨진 어제의 흔적들.
특히나 유독 빨갛게 물들어 있는 그녀의 젖꼭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내 노골적인 시선에 점점 그녀의 젖꼭지가 발기하는 것이 보였다.
단단해진 유두를 손으로 집어 살살 굴리며 말했다.
“매듭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다시 묶어주셔야겠습니다.”
“…네에.”
완벽하게 묶인 매듭이 천천이 풀어졌다.
잔뜩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며 양 손으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천천히 묶으세요. 천천히.”
“…흐읏― 네, 교주님.”
달콤한 신음이 그녀의 이지적인 목소리에 섞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돌처럼 딱딱해진 유두를 강하게 튕길때마다 그녀의 몸이 악기처럼 흔들렸다.
“우리 은별 신도님은 욕심쟁이시군요.”
“하읏― 아, 아니에요, 교주님.”
“아니긴요. 어제 그렇게나 제 은총을 받으셔놓고 아침부터 저를 유혹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흐으으읏― 교, 교주니이이임!”
김은별의 잔머리를 내 콧바람이 야릇하게 흔들었다.
그녀의 손은 이제 매듭을 묶기보다는 무언가를 참는 듯 꽉 쥐고는 부들부들 떨렸다.
“정말 만족을 모르는 색녀이시군요. 남편 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아아아, 교주님. 저는 이제 그런 사람은 몰라요. 이제 제 삶에는 오직 교주님뿐이십니다.”
살아돌아온 아들과 어젯밤 수없이 들이부은 종속의 액.
그녀는 이미 육체와 정신 모두 내게 구원받았다.
그녀의 전신에서 더없이 하얗게 빛나는 ‘믿음의 증명’.
그 빛무리를 따라서 천천히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머리에서부터 부드럽게 이어진 손길이 그녀의 하체까지 이어졌다.
그녀의 사타구니를 쓰는 손바닥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이미 애액으로 범벅이된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찌거억―
“흐으으읏― 하아아앙―”
질벽을 손끝으로 빠르게 긁으며 남은 손으로 젖가슴을 강하게 쥐어짲다.
“그래도 남편 분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신가요?”
“흐그으으으읏― 그, 그런 가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남자는 필요 없어요오오오옷!”
“이제는 아주 완벽한 구원교의 가족이 되셨군요.”
흡족한 웃음과 함께 그녀를 침대에 던졌다.
부드러운 매트릭스에 그녀의 몸이 출렁거리며 다리가 벌어졌다.
잔뜩 벌어진 소음순이 애액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안에 살짝 비치는 분홍빛 육벽에 자지가 크게 껄떡거렸다.
정상위로 그녀의 보지 둔턱을 자지로 문지르자 그녀의 입이 크게 벌려졌다.
바보같은 표정을 지으려던 그녀의 턱을 붙잡으며 안경을 쓰지 않은 맨 얼굴을 감상했다.
안경을 쓴 상태도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쓰지 않은 것이 더 내 마음에 들었다.
‘안경을 벗으니까 이미지가 확 달라지네.’
안경을 벗은 것만으로 차가운 이지적인 분위기가 확 순해졌다.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김은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앞으로 안경은 쓰지 말까요?”
“안경알이 꽤나 두꺼운 걸 봐서는 패션용 안경이 아닐텐데요.”
“그래도 교주님께서 보기 불편하시다면…”
말꼬리를 흘리는 그녀의 볼을 기특함을 담아서 쓰다듬었다.
“괜찮습니다. 안경을 쓰던, 쓰지 않던 모두 소중한 저의 신도입니다.”
오히려 아예 다른 두 명을 따먹는 것 같아서 더 흥분되기도 하고.
내 말에 감격에 젖은 그녀의 눈가를 손으로 쓸었다.
“김은별 신도에게 변치 말아야 할 것은 오직 저에 대한 지극한 순종뿐입니다.”
“아아아아! 자애로우신 분! 낡은 몸뚱이를 굽어 살피시는 분!”
나의 작은 한마디에 요동치는 그녀의 눈동자가 보였다.
환희와 흥분에 젖은 그녀에게 나지막히 속삭였다.
“어젯밤이 기억나십니까?”
“아아아! 물론입니다, 교주님! 교주님의 손길 하나하나가 전부 기억납니다!”
“그럼 은별 신도 안에 가득 부운 제 성액도 기억나시겠군요.”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비비기를 멈췄던 자지를 다시 흔들었다.
찌걱거리며 거품처럼 일어나는 애액에 그녀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흐으으으읏― 기억납니다, 아아아! 교주님의 거대하신 은총이!”
그녀의 흥분에 반응하듯 그녀에게서 이어지는 빛줄기가 크게 울렁거렸다.
이 정도면 슬슬 고삐를 풀어도 되겠다.
“은총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거군요.”
“아아아아아! 흐으으읏―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교주님!”
“그럼, 제가 이제 은별 신도를 편하게 대해도 괜찮겠습니까?”
“아아아! 당연합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물건처럼 가볍게 대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녀의 확답에 웃고 있던 입가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잔뜩 발기된 자지로 그녀를 애태우며 조용히 말했다.
“네가 집어 넣어.”
“흐그으읏― 네, 네에에에―”
양 손으로 조심히 내 자지를 더듬은 그녀가 천천히 보지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아기를 낳았던 유부녀답지 않은 조임에 작은 신음이 흘렀다.
“크흑― 중고답지 않게 왜 이렇게 조여? 남편이랑 얼마나 자주했어?”
“하아아앙― 주, 주에 2번정도 했어요오오옷!”
“닳고 닳았잖아! 누가 남편이랑 섹스하라고 했어? 엉?”
“하읏― 으으으응―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오오옷! 이제 안 할게요! 절대 안할게요오옷!”
어젯밤에 파악한 그녀의 약점을 염력으로 애무했다.
주물럭거리는 귓바퀴와 뒷목에 그녀의 입이 붕어처럼 모아졌다.
“호고오오옥!”
“이거 원! 내가 봉사받는게 아니라 봉사하는 것 같네! 더 안 쪼여?! 허리도 빨리 흔들어, 이 중고 보지년야!”
“흐으으으읏― 죄송해요오옷! 중고라서 죄송해요오오옷!”
굼뱅이처럼 느리던 그녀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얇은 이불이 쉴 새 없이 흔들리며 젖어갔다.
파앙―! 팡―! 팡!
김은별의 엉덩이가 내 불알을 계속해서 치대며 사정을 도왔다.
점점 조여오는 질내에 그녀의 왼손을 입에 물었다.
“흐아아아앙!”
쪽쪽 빨아대는 혀놀림에 그녀가 자지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뱀처럼 흐물거리는 혀가 그녀의 약지에 더 음푹들어간 공간을 느꼈다.
‘왼손 약지. 결혼 반지가 있던 곳이구나.’
다른 피부들과는 확연히 다른 연한 피부를 혓바닥이 원을 그리며 돌았다.
곧바로 그녀의 피부에 흡수되는 종속의 액이 그녀의 발정을 중첩시켰다.
“결혼 반지는 어디다 뒀어!”
“으하아앙! 바, 방 서랍에 넣었어요! 죄송해요오오옷! 다, 당장 버릴게요오옷!”
“이런 멍청한 년이! 그걸 왜 버려! 그걸 끼고 다녀야 내가 더 흥분해서 은총을 더 빨리 싸줄 거 아냐! 멍청한 년! 멍청한 년!”
짜악― 짜악―
빨간 손자국이 김은별의 풍만한 가슴에 그대로 남았다.
잔뜩 흔들리면서도 바로 제자리를 찾는 가슴의 탄력감에 사정감이 치솟았다.
“아아아! 와요! 교주님의 은총이! 교주님의 구원이! 교주님! 교주니이이이임!”
“중고 보지답게 이런 건 또 기가막히네 알아차리네! 자! 거룩한 은총을 자궁 깊숙이 받아드려라! 크흑―”
뷰룩― 북― 부류룩―
머리에 터지는 섬광과 함께 허리가 잘게 떨렸다.
기나긴 사정을 마친 후에 무릎 걸음으로 내 물건을 그녀의 눈 앞에 가져다댔다.
“자, 청소하실 시간입니다.”
“…영광입니다아아, 교주님.”
과연, 어젯밤부터 교육한 보람이 있었다.
쪼옥― 쭙― 쭈우웁―
맛있는 사탕을 빨 듯이 청소를 시작한 그녀의 땀에 젖은 머리를 정리했다.
“찬이는 괜찮던가요?”
“눼에에― 뱅에숴 재구어있…”
“하하하, 잠시 빼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푸하아아― 감사합니다. 방에서 아직 자고 있을거예요. 아침 잠이 워낙 많던 아이라서….”
아이와 함께 자던 침대에서 조용히 벗어나 교주의 시중을 든 유부녀.
그 유부녀의 뺨을 소중히 쓰다듬자 눈빛을 읽은 그녀가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쭈웁― 쭈웁― 쭈웁―
홀쭉하게 들어간 뺨과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피는 눈매.
사랑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나의 충실한 광신도에게 말했다.
“좋은 것만 보고 커야할 우리 찬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세상이 와버렸군요.”
내 절절한 음성에 그녀가 눈빛으로 공감했다.
“그저 안전만 보장된다고 아이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커다란 세상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그녀의 입 안에 있던 자지를 뒤로 물렸다.
봉사하던 물건이 빠져나가는데도 그녀는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해야 그녀는 나에게 정말 모든 것을 순종할까?죽으라면 웃으며 죽는 나만의 것이 될까?
“조만간 여건이 되는대로 학교를 지어야겠습니다. 찬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충실한 신도의 행복을 위해서.”
“아아아아아!”
그녀가 극도로 공손하게 다시 내 자지를 손에 쥐었다.
천천히 쓰다듬으며 귀두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의지하듯이, 기도하듯이.
난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자애롭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않느냐, 나의 딸아. 진실로 모든 것을 순종하라. 그저 모든 것을 내게 맡기고 난 이후에야 넌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그녀는 내 물건을 기도하듯이 맞잡고는 기쁨으로 몸을 떨었다.
환희가 가득 담긴 눈과 눈이 서로를 마주했다.
“한마음으로 빌어라. 내가 너의 유일한 인도자이자 구원자이니. 내가 너를 반드시….”
김은별의 입이 끊임없이 뻐끔거렸다.
그녀의 일렁이는 눈이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그 눈물을 조용히 닦아주며 성가을의 말을 떠올렸다.
굴복의 땀방울이 아니라―
순종의 눈물이라.
난 그저 미소지으며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격랑처럼 휘몰아치는 기쁨의 폭포를 받아들인 그녀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그리고 말했다.
속삭이듯이, 다짐하듯이.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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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교주 메이커 (5)
교주 메이커 (5) ― 한마음 구원교 1층
성액 세례와 정신 무장을 마친 김은별을 자신의 아들에게로 돌려보냈다.
뒷시중까지 모두 하고 가겠다는 그녀에게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여러 번 타이르고 나서야 그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엄마의 밤 시간은 내가 썼으니 이제 겨우 되찾은 아들에게도 엄마의 품을 느끼게 해줘야지.
‘크으― 이게 교주지, 이게 민생 안정이지.’
융통성과 남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마음.
사실 내 재능은 이런 지배자가 아니었을까?
자화자찬의 끝을 달리며 넓은 침대를 이리저리 뒹굴었다.
이유 모를 나른함이 내 몸을 떠나질 않았다.
아침엔 항상 꿈나라에 있던 몸의 리듬은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초인이 되어도 나는 아침형 인간은 못 되는 구나.’
그래도 아침 일과가 있었기에 일어나야 했다.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려는 순간마다 성가을의 경멸섞인 눈초리가 자동으로 내 가슴을 찔렀다.
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꼴리는데.
점점 딱딱해지는 내 물건을 이끌고는 간단한 샤워를 마쳤다.
단번에 개운해지는 감각과 함께 커다란 백의를 몸에 걸쳤다.
몸을 크게 두르는 흰색 면단과 함께 허리에 긴 매듭을 묶자 누가봐도 종교인이라 할 것 같은 복장이 완성됐다.
이런 복장보다는 신앙 상점에서 사는 신도복이 더 편했지만 교주가 신도들과 같은 복장을 입을 수는 없었다.
서열과 구별을 정하는 것에는 시각적인 면이 가장 중요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손바닥을 가볍게 비비며 말했다.
“자, 오늘도 구원이 충만한 하루를 만들어 봅시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긴 대리석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중앙 계단으로 층을 내려갈수록 수저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신도들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1층을 내려오자마자 의자 끌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본 신도들이 서둘러 일어섰다.
“교주님!”
“하하하, 저는 신경쓰지마시고 어서 식사들 마저 하세요.”
몸을 엎드리려는 신도들을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만류한 나는 자율배식대에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았다.
[배급소]
[배급소는 안정된 식사를 배급하여 신도들의 건강과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배급소에서 식량을 배급받은 신도들은 종교에 관한 충성심과 복종심이 점차 증가합니다. 건설 시 5000 신앙이 소모됩니다.]
처음 편의 시설에서 배급소를 찾았을 때만해도 성가을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난리도 아니었다.
5000 신앙으로 식량 배급을 해결할 수 있다니, 이건 정말 거저먹는 장사였다.
하지만, 건설을 완료한 후에야 시스템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보급될 식사의 주기, 양, 종류를 입력하세요!]
[입력된 값에 따라 표시된 신앙을 소모하셔야만 식사가 보급됩니다! (요구되는 신앙은 30일을 기준으로 책정합니다!)]
5000 신앙은 말 그대로 건설만 할 때 필요한 포인트였다.
씨발, 밥은 내가 또 신앙을 소모해서 사야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학교 영양사로 빙의한 것 마냥 식단을 만들었지만….
[하루 3끼, 20인분, 돈까스 외 2종 반찬 및 국과 흰 쌀밥(종류를 더 보시려면 더 보기를 클릭하세요!)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90,000 신앙(30일 유지)을 지불하시겠습니까?]
어마어마한 신앙 소모량에 기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창렬, 그야말로 개창렬에 씹창렬한 신앙 소모!
물론, 30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소모해야할 신앙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이라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건 인정했다.
거기다가 차분하게 내가 하룻동안 생산해내는 신앙을 생각했을땐 그렇게 손해만 보는 장사도 아니긴 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이렇게 한꺼번에 낼 생각을 하니 입에 거품을 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음식과 요리에 관련해서는 나의 만능 주머니, ‘가을에몽’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렇다! 이 앙칼진 계집은 나보다 더 요리에 문외한인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귀한 집 딸이셨다.
희망을 품고 돌아본 윤아영도 헤헤거리며 살짝 내 눈을 외면했다.
처음으로 내 눈을 살살 피하는 그녀들을 보며 한숨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신도들에게 초월자로 인식되어야 할 내가 ‘아침, 점심, 저녁을 가성비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단 추천 받습니다!’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머리에 익숙한 이미지들이 섬광처럼 내리꽂혔다.
배급소를 처음 지었던 날을 추억하며 식판에 깍두기를 담았다.
그리고 다음 칸으로 넘어가서 소세지 야채볶음과 쇠고기 미역국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흰 쌀밥과 김 한 봉지를 담고서는 푸짐하게 담긴 식판을 내려다봤다.
기나긴 세월동안 노예들을 사육하며 노하우란 노하우는 있는대로 축적한 집단.
이미 나와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나의 존경스러운 선배.
노예들이 딱 화를 내지 않을 정도의 가성비있는 식단에 이골이 난 대한민국 군대!
난 PTSD처럼 영원히 기억할 내 짬밥들을 식단에 정성스럽게 입력했다.
[50,000 신앙(30일 유지)을 지불하시겠습니까?]
별 다를 것도 없는데 4만 신앙이나 세이브하게 되는 이 엄청난 광경을 목도하라!
이게 바로 연륜이며, 지혜 아니겠는가!
감동의 도가니에서 난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고오맙다! K-군대!’
이상하게 군침이 싹 도는 식판을 들고는 길게 이어진 식탁을 두리번거렸다.
잡담과 함께 웃으며 식사하는 신도들과 대비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도가 한 명 있었다.
탁―
식판이 식탁에 닿는 소리와 함께 정신우가 고개를 들었다.
“아, 교주님. 좋은 아침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신우 신도. 언제나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부끄럽습니다.”
소스가 고르게 발린 소세지를 먹으며 정신우를 살폈다.
그에게서 보이는 환한 빛과 나와 이어진 백색 링크.
조용히 수저를 든 정신우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감히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이렇게 미천한 저와 같이 식사를 하셔도 괜찮으신지….”
“하하하, 안 될 건 또 뭡니까? 제 백성이 된 여러분들은 모두 소중한 저의 자녀들입니다. 아들과 식사하는 것을 꺼리는 부모는 세상에 없습니다.”
“아아아아― 교주님.”
1층 전체에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정신우와 나눈 대화였지만 식탁에 앉은 모든 신도들이 들을 수 있는 성량이었다.
감격에 젖은 정신우가 서둘러 자리에 일어섰다.
“제가 빨리 방에서 나오지 않은 신도들을 자리에 앉히겠습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신도분들 모두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시간에 식사를 하실 자유가 있습니다. 빨리 먹는다고 딱히 할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작은 농담에 배급소에 모인 신도들이 크게 웃었다.
머리를 살짝 긁은 정신우가 자리에 앉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교주님의 깊은 뜻을 넘겨짚었습니다.”
“자, 이제 무거운 얘기는 그만하고 식사부터 하시죠. 오늘 미역국이 참으로 시원합니다.”
“네, 교주님!”
천천히 식사를 재개하는 정신우를 보다가 미니맵을 체크했다.
이 곳에 없는 이경민은 자신의 방에 있었고 김은별과 박힘찬 그리고 신지훈 또한 자신들의 방에 박혀 있었다.
성가을과 윤아영은 간부들의 공간인 3층에서 따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신도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내 여자들이 신도들 사이에 섞이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성가을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지만, 이 문제에는 나 또한 의견을 굽힐 생각은 없었다.
감히 그럴 생각도 없겠지만, 신도들에게 그녀들이 함부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들이란 것을 심어줘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한 발판이 바로 과거 연예인들이 자주사용하던 ‘신비주의’였다.
신도들과 떨어져 식사하는 그녀들의 문 앞은 이미 나의 충실한 사냥개인 서태산이 지키고 있었다.
“요즘 생활하는데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아아, 이미 베푸신 것만으로도 죽어서도 못 갚을만큼 은혜로운데 제가 어떻게 감히….”
“이런, 죽는다니요! 제가 기도 시간에 항상 말했지 않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입버릇이 잘못 들어서.”
“새로운 세계에서 구시대의 잔재를 내보이다니요!”
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정신우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의자 끌리는 소리와 함께 일어난 내가 신도들을 불렀다.
“여러분―”
성령이 충만한 음성에 식사를 하던 신도들이 모두 수저를 놓고 두 손을 맞잡았다.
내 말을 경청할 준비가 된 신도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죽음이 두려우십니까?”
“아, 아닙니다아!”
급하게 대답하는 정신우에게서 자신의 말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간절함이 보였다.
난 빠르게 대답하지 않고 자애로운 미소로 모두와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왜 두렵지 않으십니까? 죽음은 항상 두려워야 합니다.”
21세기가 도래한, 이능력자가 나타난 지금에서도 변하지 않은 단 한가지의 명제.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그 끝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죽음은 항상 미지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미지는 곧 두려움을 낳았고 이는 모든 종교에게 커다란 원동력으로 작동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대비했다.
작든 크든 죽은 뒤를 대비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본능이었다.
“누군가는 천국에 가기 위해! 누군가는 극락에 오르기 위해! 또 누군가는 훗날 하늘나라에서 얻게 될 자신들의 노예를 위해! 현존하는, 살아있는 자신의 무언가를 항상 종교에 바쳐왔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허나, 이제 죽음은 미지의 영역이 아닙니다.”
내 손가락이 성역 바깥의 좀비들을 가리킨다.
“가장 알기 쉬운 그대들의 죽음이 바로 저기에 있도다!”
미혹이 모두 걷힌 죽음의 끝은 오히려 생각보다 더 참혹했다.
“다시 한번 내가 너희에게 묻는다. 이젠 미지의 장막이 걷힌 그대들은 죽음은 두렵지 않은가?”
“아닙니다아―!”
울부짖는 신도들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그렇다! 끝이 정해져 있기에 더 두려운 것 또한 존재한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해서 죽음을 위해 현재의 자신을 팔 것인가?”
아, 아닙니다아아―!
“그대들은 좀비가 되기 위해 미래의 안녕을 신들에게 빌었는가!”
아닙니다아아아―!
“죽음을 두려워하라!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은 천국에 오를 빈 껍데기 영혼이 아닌, 바로 지금 내 곁에서 기도하는 너희들 그 자체이니!”
난 바로 내 앞에 있는 정신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이 정신우의 몸이 펄떡거렸다.
“아아아아아, 교주님!”
점점 내 주변으로 신도들이 무릎걸음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광신도의 원 사이에 찍힌 나라는 점.
그 점이 주먹을 쥐고는 소리쳤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슨 용기가 필요한가!”
내 손가락이 다시 한번 바깥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 모든 이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바깥으로 향한다.
“저 넘치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힘겹게 죽이는 것이 용기인가! 그것은 아주 작디 작은 자만심일 뿐이다!”
커다란 음성에 가득 담긴 비웃음과 멸시가 신도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내 손에 펄떡거리던 정신우가 환한 표정으로 고함쳤다.
그의 눈에 가득 담긴 환희와 깨달음이 보였다.
“기, 기도해야 합니다! 교주님에게 기도해야 합니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용기이니라!”
“아아아아아―!”
내가 머리를 살짝 밀치자 정신우가 바닥에 쓰러져 작게 경련했다.
오르가즘이라도 온 듯이 동공이 위로 향한 체로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백화점에서 구한 늙은 신도가 내 다리를 붙잡고는 소리질렀다.
“교주님만을 믿고오오오오! 의지해야 합니다아아!”
“그것 또한 가장 커다란 용기이니라!”
늙은 신도 또한 내 손길에 넘어져 기쁨의 경련을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교주님! 교주우우우니이이이임!”
“그대들 모두의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것이 내가 말하던 한마음일지니!”
나를 둘러싼 모두의 머리에 살짝 염력이 일었다.
순식간에 쓰러져 바닥에서 자지러지는 신도들을 보며 그들의 마음에 새기듯 소리쳤다.
“진리를 받드는 것만으로도 그대들은 나의 영원한 전사이니라! 온전히 복종하고 기도하라! 이 곳만이 그대들의 진정한 낙원일지니!”
일부러 정신우의 말에 꼬투리를 잡아서 크게 혼낸 이유는 간단했다.
세뇌의 기본은 반복이니깐.
오늘치 할당량의 정신 무장이 필요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그저 작은 것에 만족하는 그리고 그것에 온종일 기도할 수 있는 충실한 굴종이었다.
“한마음 구원교여! 영원하라!”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그저 살짝 머리를 밀었을 뿐인데 동시에 경련하는 신도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오늘은 기도실에서 따로 정신 무장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음화 보기―――――――――――――――――――――
EP.45 불신자들의 낮 (1)
불신자들의 낮 (1) ― 한마음 구원교 3층
“그래서 밑에서 또 한바탕하고 왔다는 거야?”
이제는 안 들으면 오히려 이상한 성가을의 잔소리가 들렸다.
한마음 구원교의 3층 간부실.
백색의 공간에 길게 놓인 테이블.
상석에 앉은 나를 보며 성가을이 관자놀이를 세차게 문질렀다.
특유의 경멸하는 표정은 항상 챙겨주는 서비스였다.
“허허, 부교주는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신도들의 약한 영혼을 단단하게 단련했을 뿐입니다.. 그런 영의 단단함은 곧 육체의 단단함으로 이어지죠.”
“하아… 물가에 내놓은 애새끼마냥 이젠 어디서 무슨 난리를 피웠을지 겁부터 나네.”
그녀는 피곤한 표정으로 작게 꿍얼거렸다.
내가 강하게 밀어붙인 ‘한구원식 신비주의 전략’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듯 했다.
“제가 어련히 잘 했을까요. 부교주는 저의 전능함에 좀 더 의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느끼한 말투 좀 여기선 그만해주면 안 돼?”
“자! 저에게 오세요. 저의 성령이 충만한 전기 마사지를 경험하시는 겁니다.”
“2절에서 좀 멈추라고, 이 찐따놈아.”
아니, 이걸 거절해?
이상하네. 밑에 있는 신도들은 자지러졌는데 말야.
아쉬운 표정으로 테이블 밑에 있는 윤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쭈웁― 쭈웁― 쭙―
“오늘은 가을이가 유난히 틱틱대네. 오늘치 할당량은 우리 아영이가 다 먹을 수 있겠다. 완전 좋지?”
방긋 웃으며 반원을 그리는 해맑은 눈과 순진무구한 얼굴.
그 순수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보지의 조임에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제는 완벽하게 내 취향에 딱 맞춘 움직임이 가능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당겼다.
“크흑―”
그녀의 목을 한 바퀴 두른 머리카락이 내 힘에 맞춰서 목구멍을 더 조이기 시작했다.
앞 뒤로 빠르게 왕복하는 그녀의 얼굴과 더 좁아진 목보지에 머리카락을 더 강하게 당겼다.
“쿠륵― 쿠르륵―”
머리카락의 압박에 완전히 조이는 목보지를 귀두가 자극할때마다 윤아영의 입 안에서 끓는 소리가 울렸다.
“아, 우리 성녀님의 수동조절 입보지 완전 최고야.”
“흐으으읏― 쭈우웁― 쭈우우웁―”
내 반응이 노골적으로 변해감과 동시에 그녀의 표정에 기쁨이 널실거렸다.
더 홀쭉해지는 그녀의 볼살을 감상하는 와중에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럴때마다 나는 미친놈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 같아서 너무 후회스러워.”
“이런, 나는 아영이의 기쁨을 위해서 잠시 희생하는 것 뿐인데? 내 기쁨이 곧 아영이의 기쁨이니까.”
한탄하는 성가을에게 작게 웃어주며 윤아영의 머리카락을 앞 뒤로 잡아 당겼다.
자동으로 조절되는 조임의 강약에 나른한 쾌감과 함께 고개가 천장으로 향했다.
“이제 진지한 이야기 좀 나눌까 하는데 그냥 빨리 싸버리면 안 돼?”
“아니. 나한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거든. 잘 들어봐.”
테이블 위에 깔끔하게 정리된 문서들을 살피던 성가을을 염력으로 톡톡 건드렸다.
고개를 든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입가 주위를 천천히 주물렀다.
“요즘 방실방실 웃고 다녔더니 입가 주변이 땡기는 거 있지?”
안 쓰던 근육을 계속해서 사용해서 그런지 입가가 뻐근했다.
그만큼 내게 미소는 어울리지 않았던 행동이라는 거지.
게임하다가 강화에 실패하면 책상에 샷건을 갈긴 후 샤우팅.
사냥을 하다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죽으면 책상에 샷건을 갈긴 후 진한 욕지거리.
편의점에서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어서오세요.’와 ‘안녕히 가세요.’만을 되뇌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우울과 마이너스적인 감정들이 오히려 내게 더 낯설었다.
“행동 하나 바꿨는데 내가 품고 있던 마인드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더라고. 보여준다는 게 참으로 많은 걸 드러내나 봐.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봐. 믿음과 구원을 증명하잖아.”
진한 미소와 함께 성가을의 오피스룩을 툭툭 손가락질했다.
염력을 쓰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난 고개를 숙여 윤아영을 응시했다.
쭈우웁― 쭈웁― 쭙―
열심히 내게 봉사하는 순백의 신도복.
“흐음, 뭘까, 아영아? 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그녀의 고결한 사랑일까, 아니면…”
처음 오피스룩을 발견해서 입힌 날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복장에 관해서는 따로 간섭하지 않았다.
설교나 기도 시간에는 그녀가 알아서 잘 신도복으로 갈아입고는 기도실로 입장했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다.
굳이 편한 신도복을 두고 오피스룩을 계속해서 갈아입는 것 자체가.
“아직도 남아있는 불신을 표현하는 건방짐의 발로일까?”
속삼임과 함께 그녀의 전신을 [결핍 파악]이 훑는다.
그때와 같이 90%에서 더 물들지 않는 그녀의 마음.
“오, 오해하지마! 단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뿐이야.”
성가을이 그녀답지 않게 버벅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미소로 화답하며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평소의 틱틱거림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잔뜩 얼어붙은 발걸음으로 내게 걸어왔다.
바로 그녀를 내 무릎에 앉힌 뒤에 턱을 돌려 입술을 부딪쳤다.
“쪽― 흐읏― 쪼옥―”
얌전히 내 리드에 순종하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타액을 주입했다.
갑작스러운 키스로 갈 곳을 잃었던 그녀의 팔이 점점 내 허벅지를 살살 쓸었다.
진한 키스가 이어질수록 그녀의 손톱이 내 허벅지 살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 정도로는 내 육체에 조금의 흠집도 낼 수 없었다.
그 광경에 밑에 있던 윤아영이 뾰루퉁한 눈빛으로 성가을을 노려봤다.
쭈우우웁― 쭙― 쭙―
더 홀쭉해진 볼살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더 빠르게 자지를 왕복하기 시작했다.
나는 곁눈질로 윤아영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내 물건과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성가을을 번갈아 감상했다.
몰려오는 쾌감과 함께 사정감으로 자지가 껄떡거렸다.
“쿠르르륵―”
한계까지 당긴 머리카락이 윤아영의 목을 강하게 조였다.
순식간에 자지를 쥐어짜듯이 압박하는 목보지의 쾌감에 머리 속에 섬광이 번뜩였다.
“큭―!”
뷰룻. 뷰. 뷰르릇.
한 손으로는 성가을의 머리를 반대쪽 손으로는 윤아영의 머리를 강하게 쥐고선 한동안 사정의 여운을 즐겼다.
꿀꺽. 꿀꺽. 꿀꺽.
계속해서 윤아영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감상하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쥔 손에 힘을 풀었다.
스르륵―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드러난 그녀의 목이 머리카락의 압박으로 새빨갰다.
내 사정을 모두 받은 윤아영이 천천히 머리를 뒤로 뺐다.
성가을 또한 내 무릎에서 일어나 침으로 범벅이 된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헤헤― 잘 먹었습니다아.”
“…잘 먹었습니다.”
“그래, 그래. 모두 자리로 돌아가자.”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는 성가을과 반대로 뒷정리를 끝마친 윤아영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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