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ão 4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 에리나는 침대 매트리스 위에 널부러진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멍한 표정으로 방의 벽면을 쳐다본다. 루시우스는 물병을 들고 단번에 들이킨다.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아찔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에리나는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에리나는 순간, 에이에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죄책감을 느낀다. 방금 전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느낀 탓이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루시우스가 멋지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된다. 루시우스는 방에 들어가자 마자 에리나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에리나는 루시우스의 음란한 손놀림에 차츰 차츰 익숙해졌다. 가슴을 문지르는 손길을 느끼며 그녀는 팬티를 끌어내린다.
루시우스는 에리나를 뒤에서 붙잡은 채, 젖어있는 비부를 확인한다. 에리나의 눈 앞에서 끈적한 액체가 실선으로 늘어진 루시우스의 두 손가락이 움직인다. 에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낸다. 하지만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다. 루시우스 역시 그 은근한 차이를 이해하고 웃는다.
".....음탕한 놈."
"일이잖아요. 열심히해야죠."
"그래, 일이니까.... 아읏...."
루시우스는 단숨에 에리나의 질을 꿰뚫는다. 에리나는 허리를 뒤로 꺾으며 시작부터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자신의 몸안을 희롱하는 육중한 무게감이 결코 싫지 않다. 그녀는 잡을 곳이 허우적대며, 루시우스에게 몸을 온전히 내맡긴다. 루시우는 에리나의 어깨를 붙잡고 열심히 허리를 놀린다.
"자, 잠깐만...! 흐응! 하앙! 앙! 아아으.....!"
루시우스가 돌연 에리나를 들어올린다. 그녀가 마치 자위기구가 된 것양 온몸으로 자신의 성기에 내리찍기 시작한다. 거칠고 강렬한 섹스. 에리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짐승과도 같은 신음성을 내지르며 그녀가 자지러진다. 조수가 흘러나오며, 에리나는 의식을 잃는다.
루시우스는 의식을 잃은 그녀에게 세 번 더 사정한다. 그리고 정신 차린 그녀에게 다시 한 번 키스한다. 입안을 밀고 들어오는 혀를 밀어낼 힘이 없어서, 그녀는 루시우스가 자신의 입 안을 희롱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인다.
"....너는 정말 짐승이다."
"일을 열심히한다는 칭찬인가요?"
"정말 폭력적이고, 또 가학적인 인간이다."
"여러번 하시는 말씀이네요."
에리나는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린 채 루시우스를 욕한다. 하반신에 아직도 강렬한 자극이 남아있다. 그녀는 허리에 힘이 빠져 제대로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방금 전 일어난 수치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루시우스는 그녀가 어떻게 욕을 하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리나의 가슴 속을 이상한 무력감이 잠식하기 시작한다. 어떤 방식으로도 대항할 수 없는 쾌감의 벽이 그녀를 무너뜨리고 있다.
또 다음 날이 된다. 에리나와 루시우스는 여전히 섹스를 한다. 루시우스가 들어와서 사제복을 벗으면, 에리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알몸이 된다. 옷이 벗겨지는 소리는 여전히 루시우스를 흥분시킨다.
그렇게 매일 같이 섹스를 한다. 섹스 중간에 루시우스는 반드시 키스를 요구하고, 에리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키스를 받아들인다. 루시우스는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이제 키스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시네요."
"으응...어, 어쩔 수 없지...아응... 않느냐!...너는, 이런 걸...반드시...흐응...!"
"용사님에게도 이런 걸 해줄 건가요?"
"다, 당연하다! 당연한 이야기를....흐응...묻지...아응!"
루시우스의 허리 놀림이 빨라진다. 그는 에리나가 용사 에이에이와 이런 거칠고 난잡한 섹스를 하는 것을 상상한다. 흥분은 섹스에 훌륭한 조미료다. 허리 놀림이 더 거칠어지고, 땀방울이 그녀의 몸 위로 뚝 뚝 떨어진다. 루시우스가 힘차게 사정하고 나면, 에리나는 몸을 떨면서 그의 사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에리나는 질내사정할 때의 그 쾌감에 중독될 것만 같다.
침대를 적신 음란한 냄새에 에리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루시우스가 다시금 키스를 한다. 에리나는 멍한 얼굴로 그 키스를 받아들인다. 혀와 혀가 얽히고 타액이 뒤섞인다 에리나의 입술 너머로 침이 새어나와 떨어진다.
난잡하고 음탕한 섹스. 에리나는 매 번 섹스가 끝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용사님이 이런 걸 해줄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에리나가 루시우스를 노려본다. 루시우스는 그 기세에 한 발 물러난다.
"말 그대로의 의미죠. 이제 여자잖아요."
"너는 섹스가 사랑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역시 너는 음탕한 놈이다."
"어떻게 말해야 사제가 상처받는 지 잘 아시는 군요."
루시우스는 다시금 에리나를 깔아뭉겐다. 에리나는 저항하지 못하고 신음을 흘린다. 잠깐만 멈추라는 말에도, 루시우스의 양물은 에리나의 속을 꿰뚫는다. 루시우스의 한마디가 에리나의 저항을 멈추게끔 만든다.
"일이잖아요?"
이 무슨 자존심일까. 그 말 한마디가. 에리나 자신을 스스로 멈추게 만든다. 묘한 자존심이 그녀를 망가트리고 있다. 이 쾌감에 솔직하고 싶지 않은 그녀가, 역으로 그녀를 쾌감에 빠져들게끔 만들고 있다.
일이니까 나는 즐기지 않는다. 즐기지 않으니까 더 할 수 있다. 말도 안되는 논리 회로가 그녀를 쾌감에 늪에 빠뜨린다. 자존심은 핑계가 되고, 다시 그 핑계를 통해 섹스에 돌입한다.
그 날도 두 사람은 섹스에 몰입한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또 다음 날. 루시우스는 매일 같이 에리나를 깔아뭉겐다. 에리나는 자연스럽게 루시우스의 몸 위에서 허리를 흔든다.
그가 오면 바로 옷을 벗고 알몸이 된다. 루시우스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며 키스를 요구한다. 에리나는 입을 벌려 키스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혀를 얽어온다. 얼마 만지지도 않았는데, 에리나의 비부는 벌써 흠뻑 젖어있다.
루시우스는 에리나를 벽에 밀어붙인 채 다시 키스를 한다. 그리고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그녀의 중심에 자신의 상징을 박아넣는다.
대물에 꿰뚫린 에리나가 몸을 꿈틀거린다. 며칠 동안이나 계속된 섹스로 에리나의 몸은 루시우스에게 맞춰졌다. 루시우스는 자신의 성기 모양대로 맞춰진 에리나의 질을 최대한 맛본다.
음란한 물소리가 방을 울린다. 입이 틀어막힌 채 거침없이 박히는 감각은 에리나의 쾌감을 최대한 자극하고 있다. 에리나는 혀를 얽으며 루시우스의 몸을 더욱 더 요구한다. 쾌감에 녹아버린 정신을 제대로 가다듬을 수가 없다.
바닥에 애액이 뚝뚝 떨어진다. 루시우스가 다시 한 번 사정을 하고, 벽에 바짝 붙은 에리나가 루시우스의 등을 쥐어 뜯는다. 루시우스는 다시 에리나를 침대로 데려와서 거칠게 탐하기 시작한다.
자세는 후배위다. 에리나가 가장 싫어하는 개처럼 박히는 자세다. 에리나는 싫다고 말하면서도 엎드린 자세로 허리를 맞춰 흔든다. 찰싹 찰싹 낯부끄럽게 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린다.
"하앙! 으응! 아...아앙!!! 아응! 아앗! 좋아... 좋아...!"
에리나가 매트리스를 쥐어뜯으며 신음을 뱉는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지배하는 이 감각이 두려우면서도 너무 좋다. 루시우스가 허리를 흔들 때 마다, 에리나는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되는 감각을 맛본다.
머리가 붕 뜨면서 날아가버릴 것 같은 쾌감. 몸 안쪽까지 찔러서 긁어내는 살을 저미는 쾌감. 루시우스가 말한다.
"공주님. 기분 좋으신가요?"
"저, 전혀....아응! 앙! 아응! 항! 아앙!"
에리나는 신음성을 내뿜으면서도 억지로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좋아! 라고 외친 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루시우스가 헐떡이며 속삭인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이....아니...아앙! 앙! 아흥!"
"누구보다 지금 기분이 좋잖아요. 좋아서 미칠 것 같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허리를 흔드는 것 아닌가요?"
"아, 아니야... 아니라고....으응...?"
루시우스가 움직임을 멈춘다. 쾌감의 끄트머리에서, 에리나는 몸을 떨며 루시우스를 쳐다본다. 루시우스가 묻는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으신가요?"
"빠, 빨리 움직여라. 우리는....우리는 지금...일하고 있는 중....아흑.....아...아응....."
루시우스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정말 천천히, 에리나가 그 쾌감을 더 맛보고싶어 안달이 날 만큼 천천히.
"빠, 빨리 움직이란 말이다.....으흑...빨리....아....아으....지, 지금...."
"지금?"
"미, 미칠 것...같으니....빨리....."
"기분이 좋다는 뜻이죠?"
"아니다.....아흥....아니란 말이다...응....아흥...! 앙...아앙.!,,,,앗..."
루시우스가 다시 강하게 허리를 흔든다. 깊은 곳까지 틀어박힌 자지에 에리나가 다시금 신음을 토해낸다. 루시우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럼, 저건 누구죠?"
루시우스가 가리킨 손 끝에는 거울이 있다. 거울. 거울 속에서는 두 남녀가 추잡한 모습으로 몸을 겹치고 있다. 거울 속 여성의 표정이 보인다.
그녀의 얼굴은 환희에 젖어있다.
"생긴 것 같다."
일도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에리나는 내 집무실에 들어와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엘프는 임신을 하면 바로바로 알 수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마법 임신 테스트기라도 있는 걸까?나는 내 책상 위에 가득 쌓여있는 서류들을 하나로 모으며 에리나에게 말했다.
"축하드려요."
아이가 생겼다면 축하할 일이다. 어차피 내가 키울 아이도 아니고, 누가 물어봐도 내 아이라고 대답할 일도 없었다. 이세계에 와서 책임없는 쾌락을 즐길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서로 즐겼다면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지난 열흘 동안 참 많은 체위를 시도했다. 원작의 에이에이가 부러울만큼 에리나는 좋은 여자였다. 리뷰 창이 있었다면 별점 다섯개와 함께 '잘먹고 갑니다 ^^'라고 후기를 적었을 것이고, 섹스할 때 마다 바를 정자를 적었다면 에리나의 허벅지는 새까만 색으로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에리나는 내 무미건조한 축하 인사에 버금갈만큼 무심한 말투로 대꾸했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임신을 한게 잘한 것인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 축하할 일이지. 네녀석한테 고마워할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이제 일도 끝이네요."
"그, 그래. 이제 끝이지. 솔직히 네 놈의 불쾌하기 짝이 없는 섹스는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입만 살았다. 매일 저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들어오면 기꺼이 벌려주는 여자.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에리나에게 적극적으로 섹스를 요구할 생각이 없었다. 명분이 없으니까. 솔직히 조금 아쉽긴 했지만, 여기서 내가 요구하면 난 섹스에 미친 놈일 뿐이다. 그래선 안된다. 나는 어디까지나 '아기 만들기'를 도와준 것 뿐이니까.
"그래도 원래 아버지는 너니까.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엘프 왕국으로 놀러와도 좋다."
"제 아이라고요?"
에리나는 내 대답에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도 네 아이지않느냐?"
"아닙니다. 그 아이는 용사님과 에리나 공주님의 아이죠."
"미친 놈같으니."
에리나는 끝까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저 아이에 대한 친권을 주장할 생각이 요만큼도 없었다. 설령 에이에이가 객사하더라도 저 아이는 에리나와 에이에이의 아이였다.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던 에리나는 많이 줄어든 책상 위 서류를 보고 물었다.
"일이 많이 줄었구나."
"네. 이제 마을에 들어올 사람들도 다 배정이 끝났고, 농토나 집도 다 분양했죠. 역시 영주 일은 힘드네요."
"이만큼 몬스터가 찾아오는 것도 드문 일이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작은 영지를 피해없이 지켜낸 네 노력은 칭찬 하고 싶다."
"마음놓고 칭찬해주시죠. 저는 칭찬을 좋아하거든요."
그 말에 다시 한 번 에리나가 발끈했다. 그녀는 오늘따라 화가 많았다.
"그 거만한 성격 때문에 내가 좋은 소리를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된 사제가 진중하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느냐?"
에리나는 다른 남자랑 놀아나고 애까지 밴 유부녀 주제에 내게 도덕적 훈계를 가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에리나의 입을 다물게 할 특효약을 알고 있었다. 마침 오늘 아침에 용사의 이름으로 편지가 한통 도착했던 것이다.
사실 용사와 헤어질 때 에리나는 엘프 왕국에서 조사하기로 했지만, 용사는 에리나가 있는 엘프 왕국 주소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편지 겉면에 '엘프왕국 에리나 공주 편으로 보내주세요.'라고 적어둔 것을 보면 확실했다.
엘프 왕국은 인간 진영에서 오는 대부분의 편지를 그냥 폐기하며, 영주 이상의 직인이 찍혀있거나 엘프어로 적힌 편지만 반입시켰다.
"그러고 보니 용사님에게서 편지가 왔었어요."
"편지? 언제?"
"오늘 아침에 왔죠."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에리나는 내가 손에 들고 팔랑거리는 편지를 빼앗아서 황급히 겉면을 뜯어냈다. 그리고 내용을 읽어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귀가 쫑긋쫑긋거리는 걸 보니 기분이 매우 좋은 모양이었다. 섹스할 때 안 사실이지만 에리나는 기분이 좋으면 귀가 움직였다.
"무슨 내용인가요?"
"아.... 에이에이."
에리나는 감격에 찬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소식이 끊긴 아들한테서 '저는 무사해요.'라고 적힌 편지를 받은 어머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에이에이가 편지를 보낼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놀라웠다.
게임 속의 에이에이는 섹스와 상남자식 고백법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배기였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됐더니 감수성이 예민해진건가? 나는 편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에리나. 나는 지금 마차를 타고 바다로 가고 있어. 교역 도시에가면 남자가 되는 약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상처를 소독해야 해서 너와 내가 개울로 향했지. 개울가에서 발을 씻던 너는 내게 말했어. 네가 도와주지 않아도 도망칠 수 있었을거라고. 에리나 너는 내가 없어도 항상 당당하고 또 용감한 사람이었어.
에리나. 그런 네가 날 보고싶어하고, 또 내 소식에 잠 못이루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건, 지나친 자신감일까? 네가 나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한 편으론 나를 생각해줬으면 해.
에리나. 나는 지금 마차를 타고 바다로 가고 있어. 여기선 예쁜 조개로 만든 보석함을 판다고 들었어. 돌아갈 때 선물로 사갈께. 보고싶어.
"바다에 있는 교역도시로 간다고 하네요."
"거기로 가면 남자가 되는 약을 찾을 수 있는거겠지?"
에리나는 한참 기뻐하다가도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에리나가 지금 에이에이가 남자가 되는 약을 찾는 걸 원하는 지 아닌지 알기 힘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런 약은 세상에 없을거에요. "
어떤 새끼가 주연 여캐를 남자로 만드는 야겜을 하겠냐고. 남캐를 여캐로 만드는 TS 물약은 있을 법하지만 반대가 되는 물약을 넣는 새끼들은 없다.
"너무 속단하는 것 아니냐? 에이에이는 반드시 약을 구해올 거다."
"약을 구해오면 뱃속의 아이는 지우실 건가요?"
에이나는 그 말에 입을 다물고 배를 가렸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돌아온게 보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 네 놈은 정말 성직자가 맞는게냐?"
"제가 지운다고는 안했습니다. 공주님. 공주님의 의사가 궁금한거죠."
"그건....."
에리나는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 이 년 방금 좀 고민한게 분명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지우지 않는다. 어쨌든 내 선택으로 만든 내 아이지 않느냐."
솔직히 나는 용사가 마법으로 아이를 만들었다는 헛소리를 믿을지 좀 궁금했다. 남자로 변하는 약을 진지하게 찾을 정도면 아이가 생기는 마법도 있을거라 믿지 않을까? .
"그럼 이제 어떻게하실 건가요?"
"경과를 지켜보고, 나는 일단 엘프왕국으로 먼저 돌아가겠다."
"용사님이랑 같이 가는 게 아니라요?"
"너와 같이 있는데 애가 생겼다면 대체 에이에이가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
"합리적인 추론을 하겠죠."
"행여 에이에이에게 입만 뻥긋해도, 난 너를 죽이고....."
다시금 에리나가 발끈했다. 이런 점 때문에 에리나를 놀려먹기가 좋았다. 내가 손을 흔들면서 에리나를 진정시키자,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넌 이상한 놈이다."
나는 집무실 책상에서 일어났다. 에리나는 눈을 감은 채 몇마디 이야기하다가 갑작스럽게 다가온 나를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은 채 입을 맞췄다.
"으읍? 읍? 으음....."
에리나는 잠깐 놀라서 몸을 반항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고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한참동안 혀를 섞던 그녀는 내 입안에서 자신의 혀를 쏙 빼며 바닥에 타액을 떨어트렸다. 그녀는 흥분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려는 듯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이제, 이제 이런 건 할 필요가 읏....없지 않느냐?"
"애가 생긴거 확실한건가요?"
"그, 그건....."
"생리가 그냥 좀 늦을 수도 있는거잖아요. 며칠씩 늦는 경우도 있어요."
내가 에리나의 어깨를 감싸며 속삭였다. 에리나는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며칠씩 늦는 경우도 있지."
"그러니까, 확실하게 해야하지 않겠어요? 일이니까요?"
"그렇지. 일이니까..... 이건, 이건 일일 뿐이니....읍..."
나는 다시 에리나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엉덩이와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몸을 실컷 희롱하기 시작했다.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절정에 달한 에리나가 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방으로 가자. 왼편 마지막 방. 내 방으로."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일일 뿐이니까. 에리나는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내 마음대로 그녀를 탐하고, 그녀 역시 내 몸에 취해 교성을 질러댔다. 왼 편 마지막 방.
이 구석진 방까지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환희에 찬 목소리만이 이 방의 비밀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츄릅...츕...아흡....읍....으읍...."
에리나가 내 좆을 입에 문채 목을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나는 에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게 아이 만드는 것과 상관이 있었나요?"
"으읍...츕....네가, 네가 빨리 세우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니... 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뿐이다."
에리나는 변명에 가까운 개소리를 하면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빳빳하게 세운 성기를 가볍게 흔들자 에리나는 엎드려서 엉덩이를 내밀었다. 나는 환히 드러난 비부에 내 양물을 맞추고 다시금 허리놀림을 반복했다.
"아앙! 앙! 아아앙! 좋아! 아아! 앗! 아아! 더! 더! 으응!"
에리나가 내 좆에 박히며 신음을 울렸다. 찰싹찰싹. 살 부딪히는 소리가 왼편 마지막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더....! 더해...아응...! 앙...! 아앙...좋아....!"
허리를 움직이다보니 문득 용사가 보낸 편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내용과 지금 에리나의 모습을 비춰보자니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또 따로 없었다. 뭐라고 했더라?
- 에리나 너는 내가 없어도 항상 당당하고 또 용감한 사람이었어.
"아앙!, 앙...더, 더...깊게...으응...! 아응...! 좋아...아아아!!"
- 에리나. 그런 네가 날 보고싶어하고, 또 내 소식에 잠 못이루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건, 지나친 자신감일까?
"안에...안에 싸줘....! 으응...깊....아으....아으으으윽....! 응...."
- 네가 나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한 편으론 나를 생각해줬으면 해.
"아아아아아앙!!"
내 책상 위엔 아직 용사의 편지가 남아있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정말 임신했다고 확신한 에리나는 집무실에서 내게 작별을 고했다.
"이제 떠나려고 한다."
"그런가요?"
"가서 마왕을 물리친 용사와 결혼할거라고, 부모님을 설득해야하니 말이다."
"행운을 빌게요."
공주는 내 말에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런데, 마왕을 잡고 나서 뭐 이상한 건 없었느냐? 마왕에 대해 보고할 때 살을 덧붙일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하는데."
"이상한 점이요?"
나는 그 때 에리나랑 섹스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에반젤린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왕은 죽기 직전에 에반젤린에게 무엇인가를 약속했다고 했다.
"에반젤린."
"뭐?"
에리나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마왕이 그랬어요. 에반젤린과 약속했다고."
"에반젤린이라고? 그리 중요한 이야기를 왜 하지 않았느냐?"
에리나는 에반젤린이라는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그 반응에 살짝 놀라며 물었다.
"에반젤린이 그리 대단한 건가요? 그냥 마왕 마누라 이름이나....."
"에반젤린은 역사에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여인]이다."
"가장 오래된 여인?"
"악마들을 이 땅에 처음 불러온 장본인이지. 네가 이 이야기를 모를 줄이야. 사제장이란놈이 교양은 동네 무뢰배만도 못하구나."
"경전만 읽다보니."
"아무튼, 그 이야기는 너도 왕국에 전해두는 게 좋을게다. 에반젤린은 아주 무서운 존재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공주님."
에반젤린이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라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짜증을 냈다. 마왕을 물리치면 끝인줄 알았는데, 그 뒤에 더 무서운 놈이 있었다.
그렇게 에리나는 정말로 떠났다. 혹시나 에이에이가 일찍 돌아온다면 엘프 왕국으로 꼭 보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가는 길 편안하라고, 사람들을 모아서 화려하게 전송식도 열어줬다.
에리나는 자신의 전송식에 대해 다소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 같았다. 내가 붙잡을 줄 알았겠지만, 난 이 작은 영지의 영주 직위만으로도 일이 벅찼다. 그렇게 에리나가 돌아가고 나면, 나는 다시 여유로운 영지 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다.밤마다 시에리의 '위로'를 받고, 집무 시간에 심심하면 아이라와 창조론을 배운다. 시에리의 몸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내 손길에 적응해서, 조만간 섹스가 가능할 것 같았다. 손가락 3개도 받아들일만큼 개발된 시에리는 이제 스스로 내게 만져달라고 요청할 만큼 음란한 아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영주님. 오늘도, 그.... 위로를....."
오늘 밤도 시에리가 내게 찾아왔다. 나는 시에리를 꼭 껴안은 채 가볍게 입을 맞췄다. 볼과 목덜미에서 약한 향수 냄새가 났다. 나는 귓볼을 핥으며 시에리에게 물었다.
"시에리. 향수를 뿌렸나요?"
"네..... 이런 향이 그....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해서요..."
"제가 좋아할거라고 생각해서 뿌린거에요?"
"그... 싫으신가요?"
시에리의 호감도는 이제 100. 나는 시에리의 고개를 틀어서 입을 맞췄다. 시에리가 어설프게 이를 벌려서 내 혀를 받아들였다. 딱딱한 치아가 내 혀에 닿자 조금 더 입을 크게 벌리며 시에리는 나를 받아들였다.
"츕...하아....아으....."
타액이 실처럼 늘어져서 우리 둘 사이를 이었다. 오늘은 드디어 시에리와 거사를 치르는 날이다. 나는 시에리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벌써 시에리의 팬티는 촉촉하게 젖어서 균열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에리는 그 모습을 부끄러워 하며 손으로 자국을 가리려고 애썼다.
"여, 영주님....하앗...."
똑. 똑. 똑.
".....씨발."
나는 시에리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욕을 뱉으며 방문을 쳐다봤다. 저녁 시간에 대체 누가 문을 두드렸지? 섹스 중에 방해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이었다. 나는 벗겨놨던 시에리의 옷을 다시 입히고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힌 뒤 방문을 열었다.
"누구죠?"
방문이 열리자 로빈이 피곤에 찌든 얼굴로 문을 열었다. 오늘 경비대 야간 당직이 로빈인 모양이었다. 그는 내 앞에서 경례를 한 번 하더니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영주님. 중대한 사항이라 이렇게 직접 서류를 전하러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나는 서류를 넘겨보며 물었다. 누가봐도 약에 찌든 범죄자처럼 보이는 놈들 프로필이 세장 있었고 그 뒤로는 이들의 족적을 묘사한 서류가 있었다. 맨 뒤에는 해상 교역도시에서 온 공문과 왕실에서 온 공문이 있었다.
"그 중요한 일이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현재 왕궁에서 추적중인 미약 판매사범들의 근거지가 이 영지 주변에 있는 것 같으니 이에 대한 조사를 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그..... 교역 도시에서 공문이 왔는데 저도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교역도시라면, 그 바닷가에 인접한 항구도시 에스타를 말하는 게 맞죠?"
"네. 그렇습니다."
교역 도시 에스타. 미친 레즈 강간마가 돌아다니고, 용사가 남자가 되는 약을 찾겠다고 찾아간 곳. 내가 정말 가기 싫어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서류가 왔다니 나는 벌써부터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네. 알겠어요. 늦은 시간인데 고생이 많아요 로빈."
"아닙니다. 영주님. 그럼 저는 다시 근무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네. 고생하세요."
나는 서류를 훑어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중대한 서류면 시에리랑 섹스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테이블에 앉은 채 각을 잡고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시에리가 우물쭈물거리며 내 옆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왜 그래요 시에리?"
"저.... 돌아가면 될까요?"
"아니요. 여기 계세요."
나는 서류를 읽다말고 바지를 벗었다. 그래도 모처럼 시에리랑 '위로' 시간인데 그냥 보내기는 아까웠다. 시에리가 쭈뼛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가 무릎을 꿇고 내 좆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시에리.. 여기 앉아볼래요? 바지랑 팬티 벗고요."
나는 내 허벅지를 탁탁 치며 말했다. 시에리는 옷을 다시 벗어던지고 내 위로 올라탔다. 어깨가 가볍게 들썩이는 게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 성기와 맞닿은 비부가 움찔거리고, 그럴 때마다 시에리는 한숨을 토해냈다.
"시에리, 이 상태로 허리를 좀 움직여보세요."
"이, 이렇게요?"
시에리가 안겨있어서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류를 못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각잡고 하는 섹스보단 이런 패티쉬도 좋지. 시에리는 애액이 흘러나오는 균열로 내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질펀한 비부가 내 좆과 맞닿으며 묘한 자극을 주고 있었다.
"하아....."
시에리의 신음이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나는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하읏...흐응....으읏...아...아아...."
왕궁에서 보낸 공문은 간단했다. 유력한 미약 밀매 혐의가 있는 용의자들이 이 주변으로 도망친 것 같으니 잡을 수 있다면 수사해서 잡아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깔끔하게 이 공문을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원작 게임에도 나오지 않는 놈들이라 어디 숨었는 지 내가 알 재간도 없었고, 솔직히 내 음탕한 생각으론 미약을 판매하는 게 왜 나쁜짓인조차도 알 수 없었다. 미약 섹스 최고잖아. 에리나랑 섹스할 때 미약이 있었다면 아주 그냥 나 없이 못사는 몸으로 만들어줬을텐데, 갑자기 좀 아쉬웠다.
"흐응....아으....아...아아...."
나는 오히려 이 놈들을 만나면 미약을 좀 뜯어내고 풀어줄 의향도 있었다. 섹스 산업에 이바지하는 친구들이니까.
이 서류는 옆으로 재끼고 남은 건 교역도시 에스타에서 온 공문이었다. 나는 이놈들이 왜 내게 공문을 보내는 지도 알 수 없었다.
에스타와 페타 영지는 게임 지도 상으로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했고, 일체 교류도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게임 하는 내내 한 번도 안갈 수 있는 이벤트성 도시가 에스타였다.
"아...아앗...앗...아...아흥...!앙...."
하지만 이런 도시치고 에스타는 게임 내에서 악명이 높았는데 이 맵 바다에 이벤트 보스인 해적여제 이브가 존나 쌔기 때문이었다. 특성이 바다에서 스텟 보정을 받는 거라 맵 전체가 바다인 에스타에서는 같은 레벨대 마왕보다 쌨고, 맵 전체가 산과 평지인 마왕 영지에서는 개버러지같은 년이었다.
"영주님...영주님....저....저...아으으으읏...!"
시에리가 몸을 흔들다가 절정에 달했다. 허리가 휘어지며 어깨를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동시에 내 좆도 힘차게 사정했다. 바닥에 흩뿌려진 정액을 마법으로 지운 나는, 숨을 헐딱이는 시에리에게 입을 맞춰주고 침대에 눕혔다.
펠라까지 받으려고 했는데 신음소리 때문에 서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어딘지 불길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며 공문을 열었다.
- 페타 영지의 영주 페타 루시우스님에게.
현재 교역도시 에스타는 무자비한 해적 '이브'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심히 부끄러운 일이나 에스타의 전력으로는
이브를 토벌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재 이브가 인질을 잡고 있어 이에 대해 구출대와 이브가 대치하는 상황인데
이브는 포로의 해방 조건으로 페타 영지의 영주 페타 루시우스님께서
해상에서 자신과 협상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질은 부활 직전의 마왕을 물리쳤다고 알려진 용사 '에이에이'로서
에이에이 본인이 직접 페타 영지의 영주
페타 루시우스를 협상 대리인으로 요청했습니다.
어려운 부탁이고, 면목이 없는 부탁인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왕을 물리친 용사를 일개 해적에게 잃을 수는 없는 법.
페타 영지의 영주님의 긍정적인 회신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씨발."
나는 저도 모르게 욕을 뱉었다. 나는 바다에 가기 싫었다. 그 년은 진짜 존나 쌘데다가 초보자 시절에 게임하던 나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줬기 때문이었다. 이브 이 년은 쌘 것도 쌘건데 기믹도 좆같았다.
내가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도망치면 우리를 전부 죽이거나 게임오버를 시키는 게 아니라 내 여자 동료 중 한 명을 납치해서 NTR한뒤 다음 전투에서 부하로 써먹었다. 게임에서도 이런 년인데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싸이코일지 가늠이 안갔다.
"왜 그러세요 영주님?"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욕한 걸 들었는지 시에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밀히 따지자면 가야했다. 내가 안가서 에이에이가 뒤지면 에리나부터 날 죽여버리려고 할테고, 대천신교의 사제장이 남의 죽음을 외면했다고 욕이란 욕은 다 들어먹을테니까.
심지어 영지가 바쁘다는 핑계도 댈 수 없는게, 나는 요즘 살면서 가장 한가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영지에 도둑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치안이 이상한 것도 아니다. 몬스터나 내 영지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영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용사가 날 지명했으니, 내가 이 지명을 무시하는 건 불가능했다. 용사는 왕국의 귀중한 인재라서 무조건 구해야되니까. 영지 대리인도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내주겠지.
나는 머리를 싸매며 대체 왜 이 용사 새끼가 날 지명했는지 짜증을 냈다. 엘프 왕국의 에리나를 지명하면 이브한테 따먹힐까봐 그런가?
결국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왕을 물리친 용사와 사제 일행인데 설마 해적 나부랭이한테 지겠어.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시에리에게 씩 웃어줬다. 그녀도 나를 보고 살짝 웃었다.
에리나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뱃속에는 작은 생명이 약동하고 있었다. 정령을 다루는 엘프는 이런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에리나는 자신의 뱃속에 아이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에리나는 지금 엘프 왕국 궁정 복도에 서 있었다. 이 나라의 공주인 그녀의 모습에 지나는 이들조차 숨을 죽였다. 지금 그녀가 서있는 방문 너머에는 왕국의 여왕이자 자신의 어머니가 있었다. 오늘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설득해야 했다.
"들어오거라."
제법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문이 열렸다. 여왕의 근위병들이 공주의 얼굴을 확인하고 경례했다. 공주는 그들에게 화답한 뒤 방에 들어섰다. 엘프의 여왕 아힐데른 샐리나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미모를 자랑했다.
긴 금발과 녹색의 눈동자, 그리고 에리나보다 조금 더 큰 가슴은 에리나가 어디서 아름다운 미모를 물려받았는지 알 수 있게끔 했다. 그녀는 도도하게 얼굴을 치켜든 채 근위병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가있거라."
근위병들이 방 밖으로 사라지자 에리나는 오래된 전통에 따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여왕에게 인사를 올렸다. 여왕은 고개를 가볍게 까딱여 인사를 받았다. 신하의 예를 갖춘 뒤에야, 모녀간의 대화는 이루어졌다.
"그동안 건강하셨는지요. 어머님."
"그래. 에리나. 내 사랑스러운 딸 잘 지냈느냐?"
"네. 어머님."
에리나를 바라보는 샐리나의 시선은 부드럽고 애정이 가득했다. 그녀는 딸을 사랑했고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줄 준비가 되어있는 엘프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얼굴 표정을 엄하게 바꾸고 그녀를 다그쳤다.
"헌데, 공주의 본분을 잊고 성을 뛰쳐나가다니 이 무슨 경거망동이냐? 네 행동으로 인해 걱정하는 이 어미의 심정은 알지 못하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어머님. 저는, 저는 그래도 제 신랑은 제 손으로 고르고 싶었습니다."
에리나가 고개를 숙이자 샐리나의 표정이 조금 부드럽게 풀어졌다. 어쨌든 상처도 없었고 무사히 돌아왔다. 거기다 마왕이 죽었다는 희소식도 왕국에 날아들었다. 이런 소식만 날아든다면 공주가 벌인 잠깐의 일탈은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나긋나긋한 어조로 에리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 네 심정도 이해한다. 나 역시 젊었을 때는, 신랑을 내 손으로 골라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우리는 왕족. 왕족은 강한 사람과 정을 맺어서 그 누구보다 강인한 씨를 잉태해야 한다. 우리가 강하지 않으면, 우리가 책임감을 가지지 않으면, 누가 우리 엘프들을 이끌겠느냐?"
"맞는 말씀입니다. 어머님. 그래서, 저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을만큼 강한 신랑감을 구했습니다."
"신랑을 구했다?"
샐리나의 입술이 잠깐 비틀렸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대체 누가 에리나의 마음을 취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든단 말인가? 샐리나는 책임감을 운운했지만, 그녀 역시 에리나의 어머니일 뿐이었다. 금쪽같은 자식이 얼뜨기와 엮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 어디서 만난 누구더냐?"
"마왕을 물리친 용사. 에이에이입니다."
"에이에이?"
샐리나는 의외의 인물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왕을 물리친 용사라면 엘프 왕국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훌륭한 자식을 낳을 수 있었다. 샐리나는 에리나의 선택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물론 금쪽같은 딸을 남한테 줘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애초에 마왕을 물리친 용사를 남편으로 삼자는 안건을 회의하지 않았던가. 샐리나는 딸을 줘야한다는 아쉬움과, 용사를 남편으로 점찍어 데려온 에리나에 대한 기쁨이 동시에 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애써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혼란스러움을 숨기며 물었다.
"그래. 확실히, 마왕을 물리친 용사라면 그 누구보다 강인한 인물이지. 이견은 없다. 헌데 왜 그렇게 불안한 얼굴을 하느냐?"
하지만 샐리나는 자신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도 불안에 떨고 있는 그녀가 참으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잘못을 숨기는 어린아이처럼 샐리나와 눈을 맞추지 못한 채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샐리나는 에리나가 말할 수 있도록 타일렀다.
"화내지 않을테니 말해보거라."
"그.... 에이에이는 여자.....입니다."
"뭐?"
샐리나는 뒷목이 땡겨오는 걸 느꼈다. 왕국의 후사를 책임져야 할 엘프 공주가 여자를 좋아한다니.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에리나의 어머니. 차마 사랑하는 딸에게 헛소리하지 말라고 화낼 수가 없었다.
"에리나. 우리는 대를 이어가면 왕국을 다스려야 함을 잊은게냐? 여인이 어찌 자식을 낳을 수 있겠느냐? 네 대에서 왕국 왕족의 대를 전부 끊어버릴 생각이냐? 고작 사랑 때문에 왕국의 역사를 희생시킬 생각이라면 난 이 결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샐리나는 최대한 부드럽고 완곡한 단어를 사용해 에리나를 타일렀다. 샐리나가 한마디 한마디 단어를 꺼낼 때 마다 에리나는 바늘에 찔린 듯이 몸을 떨며 움츠렸다. 그리고 에리나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 에이에이는 남자가 되는 약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
"그딴 약이 있을리가 없지 않느냐. 설령 그런 약을 먹고 남자로 변한다고 한들 정상적인 성 기능을 가질거라는 확신은 어디있느냐? 에리나. 멀쩡한 남자를 데려오거라. 여자와의 결혼은 허락할 수 없다."
"에이에이는 원래 남자였습니다 그러니....."
"원래 남자였으나 여자가 된건 참 괴이한 일이구나. 하지만 지금은 '여자'지 않느냐? 남자로 돌아올 수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대를 이을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사내가 누구보다 강하냐 강하지 않느냐. 나는 이 두가지만 중요하다. 헌데 너는 어찌 여인을 골라서 내 마음을 이리 아프게 하느냐? 내가 에리나 너를 미워해서 결혼을 반대하겠느냐?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그, 그럼.... 그럼 제가 만일 아이를 가졌다면 여인과의 결혼을 허락해주시는지요? 어머님?"
"아이를....."
샐리나는 다시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원래 에이에이가 남자라고 했으니 그 사이에 관계를 가져서 아이를 가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혼전 임신을 했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아찔했다. 그렇게 헤픈 아이로 키운 적이 없었거늘.
"그래, 그 아이는 용사 에이에이의 아이더냐?"
에리나는 그 말에 눈을 슬쩍 피했다. 샐리나는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지만,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다. 생각해보면 에리나는 임신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른 강인한 사내와 몸을 섞어서 아이를 낳으면, 에이에이와 결혼해도 되냐고 묻는 것일수도 있었다.
"네가 아이를 밴다면 그 아이의 아버지와 결혼해야 맞다. 엘프 공주의 인정을 받고 몸을 섞을 수 있는 강인한 사내는 그만큼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네 발언은 지금 세상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사내를 한낱 종마로 쓰겠다는 것이다. 어찌 그런 막돼먹은 이야기를 하느냐?"
"그, 그렇지만, 상대도 동의했다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왜 자꾸 아이를 뱄다는 듯 가정해서 이야기하느냐? 설마....."
샐리나가 경악에 찬 얼굴로 에리나를 쳐다봤다. 에리나는 자신의 배를 문지르면서 시선을 피했다. 샐리나는 뒷골이 찌를 듯이 아팠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왕좌에 기댄 채 이마를 부여잡고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샐리나 생애 있어서 최악의 날이었다.
"아이고.....아이고....내 딸이.... 금지옥엽 키운 딸이 무슨.... 아이고...."
"어머님!"
옥좌에 기댄채 실신할 지경에 이르자, 에리나가 당황한 얼굴로 샐리나에게 다가갔다. 샐리나는 손을 내저으며 에리나가 가까이오지 못하게 했다.
"저리 가거라! 아이고.... 에리나, 네가 어찌 이런 짓을 하느냐? 어찌 어미 가슴에 대못을 박느냔 말이다. 내가 너를 미워하여 결혼을 반대하겠느냐? 정녕 네가 아이만 데려오면 내가 기뻐할 것 같더냐?"
옥좌에 기댄 샐리나의 눈가에 눈물이 한방울 뚝 떨어졌다. 에리나는 그 눈물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샐리나가 에리나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더냐? 누가 그 아이의 아버지기에 네가 몸을 내준 것이더냐?"
에리나는 고민했다. 여기서 루시우스의 이름을 대야하는가? 페타 가문의 루시우스라면 샐리나는 옳다구나하고 그를 에리나와 결혼시키려들게 분명했다. 그렇게 결혼하게 되고, 애를 낳게 된다면 에이에이는 에리나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겠지.
배가 부른 상태로 루시우스와 결혼한 자신을 바라보는 에이에이를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더라도, 루시우스의 이름을 대선 안된다. 에리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 모릅니다."
"뭐, 뭐, 뭐가 어째?"
샐리나는 다시 옥좌에 몸을 기댄 채 소리를 질렀다. 방금 전까지 충격으로 턱 막히던 숨을 분노가 틀어막는 것 같았다.
"모른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어디서 천사라도 나타나서 네게 애를 주기라도 했다는 소리더냐?"
에리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기로 했다. 어떻게 말해야 위화감이 없을까? 어떻게 말해야 샐리나가 아이의 친부를 찾지도 않고 그냥 에이에이와 결혼을 시켜줄까?
"그.....마왕을 토벌하는 일행 중에 강한 사내가 있길래 제가 유혹해서....."
"이..이이...이윽....아...아윽...끅....!"
샐리나가 마침내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에리나는 그제서야 그냥 죽었다고 말하면 된다는 걸 생각해낼 수 있었다. 친부가 죽었다고 하면 샐리나도 별 수가 없을게 분명했다. 에리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만 흘리고 있는 샐리나에게 말했다.
"그... 걱정마시지요 어머님. 그 사내는 마왕을 잡다가 죽었으니......"
"조용히하거라.... 내 지금 무엇인가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을것 같으니, 너는 우선 방에 돌아가 있어라."
샐리나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 깃든 목소리로 에리나에게 말했다. 에리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한참동안 옥좌에 기댄 채 분노를 참아내던 그녀는 불현듯 고개를 들고 외쳤다.
"근위병! 근위병!"
그 목소리와 거의 동시에 근위병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단단한 황금갑옷이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샐리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공주가 가출할 당시 공주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자들은 지금 어딨느냐!"
"감옥에 있습니다."
"죄다 목을 잘라버려라!"
그렇게 오늘도 엘프 왕국에선 무고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었다.
선상의 흔들림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에이에이는 눈을 뜨자마자 구역질이 치솟는 걸 느꼈다. 오랜 시간 흔들리는 배 안에 묶여있다보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에이에이는 대체 자기가 왜 이렇게 됐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교역도시 에스타에 처음 온 에이에이는 정보 길드와 상인들을 수소문하여 '남자가 되는 약'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멀쩡한 여자가 왜 그딴 걸 찾는 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지만, 에이에이는 이런 질문들을 대충 둘러대는 것으로 흘러 넘겼다.
그렇게 며칠 간 교역 도시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한 결과, 에이에이는 자지가 돋아나는 약에 대한 이야기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준 자들은 상당히 질 낮아보이는 엽색가와 뱃사람 무리였다. 그들은 자기 마누라한테 그 약을 먹일거라며 에이에이를 훑어보았다.
에이에이는 그 음탕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배에 타기로 했다. 소문 자체는 사실인듯 제법 여기저기에 퍼져있었다. 에스타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해적섬이란 곳이 있는데, 그 곳에 사는 물개들의 몸에서 남성기가 생기는 약 성분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름이 해적섬이죠?"
"해적이 산다던데. 뭐 우리도 이렇게 무기를 준비했고, 자네도 한가닥 해보이니 문제는 없지 않겠나."
엽색가는 거대한 도끼를 보여주며 당당하게 말했다. 에스타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적섬으로 간다는 그들의 항로를 말렸지만 에이에이도 엽색가 무리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이에이는 마왕을 물리친 용사였고, 엽색가 무리도 제법 단련된 인간들이었으니까.
일개 해적따위가 자신들을 막을 수는 없다.
에이에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으읍....으으읍...끄읍...."
어디선가 신음 소리가 들렸다. 에이에이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배 안의 풍경이 온전히 다 들어왔다. 멀리 감옥 저 편에 엽색가 무리가 꽁꽁 묶여있었다. 손목 정도만 묶여 있는 자신에 비해 매우 가혹한 처사였다.
그들은 이미 잔인하게 구타당한 듯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리고 배 한쪽 구석에는 인어가 있었다. 에이에이가 살면서 처음으로 인어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인어는 기괴한 신음을 흘리며 배 구석 수조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순간 죽은 건가 싶어 흠칫햇지만, 자세히보면 인어는 아직 살아있었다.
간헐적으로 그녀는 입에서 거품이 올라오고, 몸을 조금씩 떨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인어의 생김새는 제법 미인이었다. 해초같이 긴 머리카락이 물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팔과 지느러미는 꽁꽁 묶여있었다. 드러난 가슴은 탄력있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하반신에 인어의 생식기로 보이는 부위에는 딜도가 꽂혀 있었다.
딜도는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진동할 때 마다 인어는 벌벌 떨면서 눈을 까뒤집고, 다시 발버둥치다가 쾌감에 기절하기를 반복했다. 에이에이는 이 광경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긴 정상인의 소굴이 아니었다. 그 해적의 소굴이 틀림없었다.
"이브....."
에이에이는 습격당할 때를 떠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 *
에이에이와 엽색가 무리가 순항중일 때 커다란 배 한척이 그들의 항로를 가로 막았다. 거대한 해적기가 걸려있는 그 배를 보자마자 일행은 저 배 안에 타고있는 해적이 에스타에서 악명높은 '이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용건이 뭐냐!!"
엽색가 중 하나가 배에다가 대고 소리쳤다. 일단 목적은 약의 재료 수집이었으니 안싸우고 간다면좋았으니까. 배 위의 선원들은 그런 엽색가의 외침도 무시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 선원들이 전부 여자라는 점일까. 선장실 안에서 누군가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는 듯이 붉은 머리와 사나운 눈매. 그리고 한쪽 눈을 가린 애꾸눈. 어지간한 남자만큼 큰 키와 탄탄하게 단련된 근육질 몸매. 그리고 커다란 가슴. 이브는 억센 뱃사람이 그대로 미녀로 변한듯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엽색가도 그 자태에 침을 꿀꺽 삼키며 무기를 가다듬을 정도였다.
"용건이 뭐냐고? 너희들이야 말로 무슨 용건으로 이 해적섬까지 찾아왔지?"
"우리는....."
"아-, 알고 있어. 그..... 남성기가 돋아나는 약. 그거 재료를 찾으러 온거지?"
"....그렇다만."
"그럼 죽어야지."
이브는 웃으면서 허리춤에서 권총과 칼을 뽑아들었다. 에이에이와 엽색가 무리는 무기를 뽑아들고 그녀와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칼이 맞부딪힌 결과가 이거였다. 처참한 패배. 이브는 말도 안되는 강자였다. 에이에이는 바다 위가 아니었더라면 그녀를 이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검술 자체는 투박했으나 기본적인 힘이 차원이 달랐고, 3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민첩성과 위급할 때는 비겁한 짓을 서슴치 않는 임기능변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브가 팔이라도 하나 잘리지 않는 이상 어디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크흑...컥....."
엽색가 무리 중 하나가 피를 토하며 정신을 차렸다. 에이에이에겐 상처하나 없었지만 엽색가 무리는 정말 죽도록 맞은 듯 했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엽색가가 물을 찾았다.
"물...물...."
하지만 이 곳에서 그에게 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 동안 물을 찾던 엽색가는 고개를 푹 떨구고 기절했다.
다시 에이에이가 잡힌 감옥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뱃면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천장에 매달린 등불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만이 감옥 안의 유일한 소음이었다. 에이에이는 자신이 이 배 안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브를 맨몸으로 이길 가능성도 없었고, 묶여있는 상태로 탈출은 불가능했다. 그녀가 자길 저 엽색가들 마냥 두들겨 패지 않았다는건 자신에게 바라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에이에이는 일단 이브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콧노래 소리가 들렸다. 뱃사람들이 부르는 콧노래.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그보다 훨씬 음이 높았다. 감옥의 문이 열리고 이브가 들어왔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등장하자 엽색가들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보, 보내줘.... 제발.... 그냥 돌아갈테니까....제발...."
"우, 우리는 그냥.... 그냥 약을 구하러 온 것 뿐이야...."
"왜 그런 약을 구하는 거지?"
이브가 물었다. 그녀의 어조는 정말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듯 했다.
"그.... 아내한테... 먹여서....그런 플레이를 하려고....."
"혹시 먹으면 내 거기가 두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
이브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칼을 뽑아들었다. 새파랗게 날이 선 칼날 앞에서 엽색가들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다 똑같은 놈들이야. 역시 여자는 이런 변태같은 놈들말고, 여자랑 순수하게 사랑을 해야 하는데, 너희들같은 변태들 때문에 여자가 여자랑 사랑을 하지 못하잖아. 어?"
"뭐, 뭔....소리를....."
"자지가 돋아나는 약? 그딴 건 처음부터 없었어. 내가 너네같은 이상성욕자를 전부 거세해버리기 위해서 만든 헛소문이거든. 남자들은 다 똑같은 새끼들이야. 너. 이름이 뭐지?"
엽색가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이브는 그 이름을 듣고 더욱 만족스럽게 웃으며 칼날을 매만졌다.
"좋은 이름이네. 여자로 태어났으면 훌륭한 레즈가 됐겠어. 이렇게 하자. 내가 널 거세할테니까. 그 때까지 살아있으면 보내주겠어."
"아, 안돼... 안돼...! 미친년....! 미친년....!"
"조용히 해. 내가 제대로 자를 수가 없잖아."
"끼으으으윽.....까윽....꺽....!"
그렇게 이브는 두 명을 전부 거세해버렸다. 마취도 없이 생으로 자지가 날아간 두 엽색가는 그렇게 쇼크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브는 두 사내가 전부 죽은 걸 보며 얼굴에 튄 피를 닦아냈다.
에이에이는 눈 앞에서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여긴 지옥인가? 에리나를 챙기지 않고 혼자 바다로 나온 탓에 벌을 받는 지옥인가?
"끄으으으으읍!"
인어가 다시 한 번 쾌감에 몸을 떨었다. 이브는 칼을 다듬다 말고 인어에게 소리쳤다.
"엄마! 벌 받는 중엔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미친....."
에이에이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대체 저 여자는 뭐지? 진짜 악마인가? 마왕의 부하 사천왕이라도 되나? 뭐 저리 악독한 인간이 있지? 엄마라고 부른 인어에게 한바탕 욕을 퍼붓던 이브는 사근사근한 표정을 지으며 에이에이에게 다가왔다.
에이에이는 살면서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말 잘못하면 죽는다.
"저, 저......"
"그래, 너는 무슨 일로 자지가 돋아나는 약을 구하러 왔어? 여자가 온 건 처음인데."
"저.... 남자로.....아니, 남자가 되기 위해서...."
"남자가 되기 위해서?"
이브는 그 말에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했으면 똑같이 죽었을까? 에이에이는 상당히 가능성있는 추론이라고 생각했다. 이브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옥 안 창고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남자가 되고 싶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런 썩어빠진 사고방식이 세상에 팽배해 있으니까.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세상이 오지 않는거야. 안그래 엄마?"
"꺄으으으읍...."
인어는 다시 한 번 쾌감에 몸부림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이브는 그 모습에 만족한 듯 흡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창고 상자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너. 이름이 뭐지?"
"에, 에이에이."
"에이에이라 귀여운 이름이네."
이브가 꺼내든 건 매우 크고 두꺼운 딜도였다. 그것도 비슷한 크기로 두개나 달린. 이브가 버튼을 누르자, 딜도는 마치 살아움직이는 생물처럼 팔딱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브는 딜도 위에 젤을 바르며 말했다.
"이게 다 여자랑 섹스를 안해봐서 그래. 가만히 있어. 언니가 안아프게 해줄테니까. 응?"
에이에이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여기서 이렇게 동정, 아니 처녀를 잃는건가? 이 미친 레즈비언 선장한테? 그럴 수는 없다. 에이에이는 고개를 황급히 저으며 외쳤다.
"저, 저에겐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여자랑 섹스하는 게 결혼보다 행복할걸?"
"그, 그 사람도 여자입니다!"
무시하고 에이에이의 바지를 벗기려던 이브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는 에이에이를 쳐다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머, 너도 레즈니?"
"아.....네..... 저, 저도 여자 좋아해요."
"그럼 뭐 살려줘야지. 요즘 세상에 레즈비언이 드물거든. 가끔 놀러오고, 그땐 우리 엄마 섹스 잘하니까 한 번 빌려줄게."
"아, 감사....."
"근데 그 말이 사실일까?"
이브는 갑작스럽게 표정이 변했다. 딜도를 다시 에이에이의 가랑이 사이에 들이대며 캐물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누가 증명하지? 그 사실을 증명할 사람이 있어?"
에이에이는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브한테 레즈비언 해적한테 잡혔다고 말하는 건 쪽팔렸다. 거기다 엘프 공주가 여기서 자신이 레즈라고 공인하는 건 모양새가 그랬다. 남들에게 신뢰도가 있고, 자신과 에리나의 사이를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딱 한명 밖에 없었다.
"대천신교의 남부 제사장..... 페타 루시우스가 저와 제 애인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거물의 이름에 이브가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 사람도 여자야?"
"남잔데요."
"씨발."
그래도 이브는 아직 에이에이를 따먹을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말했다.
"기다려 봐. 네가 진짜 레즈란 걸 그 인간이 증명해주면 풀어줄테니까."
영주가 자리를 비우기 위해선 귀족 급 이상의 신분을 증명한 대리인이 있어야 한다. 만일 이 대리인을 선임할 여유가 없을 경우 왕국에서 대리인 자격을 지닌 인물을 내려보낼 수 있다.
오늘은 그 왕국 대리인이 오는 날이었다. 엘프 공주도, 그럴듯한 귀족도 근처에 없었던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용사를 구하러가긴 해야하는데, 내 영지를 그냥 비워둘수는 없었으니까. 이웃 영지들이 죄다 몬스터의 습격이나 우발적 살인 사건으로 인해 초토화된 상태라 대충 맡겨놓는 것도 불가능했다.
나는 왕궁에서 최대한 멀쩡한 인간이 오기를 바라며 인수인계 서류를 정리했다. 엘프 공주 에리나한테 인계 했을 때는 금방 돌아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왕궁에서 높은 사람이 오는 데다가, 내가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나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빠듯하게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츄릅....츕....파아...."
집무실 책상 밑에서 아이라가 열심히 입을 놀리고 있었다. 나는 인수인계 서류를 준비하면서 눈 앞이 아찔한 경험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내 좆을 마치 맛있는 사탕빨듯이 핥아내려가며 귀두를 살살 공략해나가는 아이라의 솜씨는 일류 중의 일류라고 할 수 있었다.
집무실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와 함께 이질적인 물소리가 함께 들렸다. 아이라는 내 좆을 빨면서 자신의 비부를 천천히 문지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내 성기를 음미하듯 빨며 자위에 열중했다.
시에리한테도 이런 걸 가르쳐야 하는데.
나는 소리가 새어나올 것 같아서 한숨만 푹푹 내쉬며 서류를 정리했다. 달아오른 몸으로 서류를 정리하려고 하니 손이 벌벌 떨리고 시야가 흔들렸다. 아이라는 어느새 펠라에 몰입해서 자신의 균열 사이를 격정적으로 쑤시며 머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내 대물을 뿌리까지 집어삼킨 아이라가 입술을 쭉 내밀며 왕복했다. 나는 아이라의 머리를 붙잡고 조금씩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똑. 똑. 똑.
"누구... 누구세요?"
나는 아이라의 머리를 쓰사듬으며 물었다. 로빈이 말했다.
"네. 영주님. 왕궁에서 대리인이 오셨습니다."
대리인이라고 해도 기존 영주보다 높은 사람은 오지 않는다. 높은 사람이 왔다간 인수인계가 개판날 수 있으니까. 나는 아이라의 어깨를 밀며 말했다.
"조금 이따가...."
"이대로 하는 것도 스릴 넘치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꽤 꼴렸다. 아이라의 당돌한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한 나는 의자를 끌어당기고 아이라는 더욱 더 책상 밑으로 깊게 숨었다. 나는 문 너머에 있는 로빈에게 말했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아이라를 쳐다봤다. 아이라는 씩 웃으며 내 좆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뿌리부터 기둥부분을 세심하게 주무르는 손길에 나눈 숨을 푹 내쉬며 쾌감을 음미했다. 그냥 이대로 하루종일 누가 만져주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아이라 조금 더 자극적으로....."
아이라가 다시 입에 내 좆을 머금는 것과 동시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들어...흡...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인물이었으며,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기도 했다. 왕궁의 기사단원이자 벨릭스 가문의 영애. 게임 [히로인 전설]의 주요 공략 대상 중 하나인 벨릭스 카린이 내 앞에 있었다.
탄탄한 몸매와 웨이브 진 긴 금발머리. 그리고 파란 눈은 전형적인 공주기사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단정한 태도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만나뵙게되서 영광입니다. 대천신교 남부 사제장이자, 페타 가문의 페타 루시우스 영주님."
"저도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벨릭스 가문의...흡..벨릭스 카린 양 맞으시죠?"
"저를 알고 계십니까?"
카린은 내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사실 여기서 내가 카린을 아는 체 하더라도 이상한 건 없었다. 벨릭스 카린은 주인공 일행이 수도에 접어들 때 이미 유명인사였으니까.
뛰어난 무예와 빼어난 미모, 그리고 냉철하면서도 약자에겐 따뜻한 성격까지. 벨릭스 카린은 수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기사 중 한 명이었다. 왕궁에서 이런 벨릭스 카린을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용사를 제대로 구해오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물론이죠. 우리 왕국에서 가...하...장 유명한 기사님인데, 제가 모를리가요. 기사님의 아름다움과 흡... 뛰어난 명성은 이 남부 지방에도 널리 퍼져있답니다...합,,,,"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용사님이 인질로 잡혀있다니, 실례가 안된다면 우선 그 문제에 대해 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카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넸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얼굴을 가렸다. 슬슬 쌀 것 같았다. 아이라에게 고갯짓을 했다. 아이라는 귀두부분을 입에 머금은 채 힘차게 용두질을 반복했다. 쉭쉭 소리가 날 지경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손놀림에 나는 눈 앞이 잠시 아찔해질만큼의 쾌감을 느꼈다.
"아....그.....문제에...대햅....좀....이야기를 드리자면....."
아이라의 손이 점점 더 빨라지며 나를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나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다시 숙였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며 내 좆이 힘차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으읍...."
아이라가 작은 목소리로 신음을 내며 내 사정을 전부 입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 자지가 맥동하며 몇번이고 정액을 토해냈고, 아이라는 괴로운 얼굴로 정액을 받아마셨다. 한참동안 이어진 사정이 끝나고 나는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그.... 말하기 곤란하신 문제라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니까요. 실은 교역 도시 에스타에 이브라고 불리는 아주 무시무시한 해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해적은 그 본신의 실력이 대단한데다 성격도 잔혹하여 도시에서 공포의 대상이죠."
"그런....차라리 제가 찾아가서 싸우는 게...."
카린이 가면 이브는 확실히 좋아할거다. 아마 며칠 뒤엔 이브와 성노예 카린으로 이뤄진 해적단이 되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겠지. 그런 참사는 막아야 했다.
"그건 안됩니다. 벨릭스 카린. 당신의 임무는 저를 대신해서 제 영지를 안정화시키는 거잖아요? 여기 인수인계 서류가 있으니, 일단 먼 길 오신 여독을 좀 풀고나서 같이 서류를 검토해보도록 하죠."
"아뇨. 괜찮습니다. 오히려 용사를 구하는 중대한 사명이 있는 영주님께서 최대한 빨리 쉬시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지금 바로 인수인계를 해주시고...."
카린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지금 가까이오면 대참사였다. 밤꽃 냄새도 나고 아이라가 여전히 내 물건을 쥐고 있었다. 급하게 바지를 올리면 더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나는 책상에 더욱 몸을 바짝 붙이고, 다급하게 말했다.
"아뇨. 아뇨. 아뇨. 카린. 쉬세요. 일단 여유를 가지고 인수인계를 해야 합니다. 당신은 왕궁에서도 알아주는 기사고, 또 유능한 인재인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 역시 사람입니다. 그렇죠?"
"네?"
"사람은 쉬어야합니다. 쉬어야 제대로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제 영지를 다스리는 대리인이 의욕에 넘쳐서 무리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시겠나요?"
"아, 네. 알겠습니다."
카린은 계속해서 쉬기를 권유하는 나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뒤로 한걸음 물러나자 그제서야 나는 안심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천천히 내 양물을 붙잡고 흔드는 아이라 때문에 다시 발기하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들어가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영주님의 배려 감사드립니다."
카린은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카린이 사라지자 마자 나는 책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라가 씩 웃으며 내 좆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나는 아이라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적당히 해야죠 아이라. 들킬뻔 했잖아요."
"그렇지만 스릴 넘치잖아요."
"그럼, 더 재밌는 걸 할까요?"
아이라는 그 말에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영주 집무실의 문을 잡그고, 아이라는 치마를 걷어올리고 팬티를 벗어던졌다. 집무실 책상에 기댄 채 내게 자신의 치부를 훤히 드러낸 아이라가 엉덩이를 살랑살랑흔들며 나를 유혹해왔다.
나는 그걸 참을 이유가 없었다.
집무실 안을 교성과 물소리가 가득히 채웠다. 책상 위에 있던 펜이 떨어져서 바닥을 굴렀다. 아이라의 옷이 구겨지고 바닥에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라는 팬티를 주워들고, 조심스럽게 다시 치마를 고쳐 입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카린에게 본격적인 인수인계를 실시했다. 이 작은 영지에 인수인계라고 해도 사실 그리 중요한 건 많이 없었다. 다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세세한 것까지 신경써야 했기에 시간이 좀 길어졌다.
참고로 사제장 직위는 내가 어디를 간다고 해서 곤란해지는 직위가 아니기 때문에 따로 대리를 세울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곳이 대천신교 교회기도 하고. 오히려 교회 측에서는 용사를 구하러가는 내 사명을 매우 좋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영주님이 제법 강한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만."
카린이 말 끝을 흐리며 내게 물었다. 인수인계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어서 카린은 몇 번이나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붉고 매력적인 입술이 그럴 때 마다 반들거렸다. 저 입술에 내 물건을 꽂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답했다.
"오히려 이런 일이니 제가 나서야 하는 일이죠. 해적을 죽이는 건 간단합니다. 하지만 교화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저는 그 해적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역시....."
카린은 내 말에 감탄한 듯 했다. 인수인계가 끝난 직후, 나는 아이라와 시에리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시에리는 나를 꼭 껴안고 몇번이나 이렇게 물었다.
"정말 괜찮으신거죠?"
"그럼요. 시에리."
나는 시에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돌아오면 잔뜩 '위로'해주세요."
".....네."
그러면 시에리는 달아오른 얼굴로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나는 세계 최강의 레즈비언과 맞다이를 치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교역도시 에스타. 해상 무역의 중심지이자 온갖 범죄자들의 소굴. 페타 영지의 문장이 찍힌 마차를 이끌고 나는 이 도시에 들어섰다. 경비병은 내가 내민 문장과 내 인상착의를 통해 내가 페타 루시우스임을 확인했다.
"그,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조합장께서 직접 영주님을 모시겠다고 하셔서...."
경비병은 어리숙한 말투로 내가 기다려주기를 요청했다. 그런고로 나는 마차 안에서 느긋하게 도시 정경을 돌아보고 있었다.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물고기를 파는 한량이 와이셔츠 속으로 뱃살을 긁적이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파리 몇마리가 물고기 위에 달라붙었다가 파리채에 맞고 납작하게 늘러붙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도둑고양이들은 생선 파는 가게 후미진 곳에서 생쥐의 목을 뜯어먹거나, 생선 대가리를 씹고 있었다. 하늘이 맑음에도 고양이들의 눈은 번쩍번쩍 살기가 깃들어있었다. 뒷골목마다 썩은 생선 내장 냄새가 풍겨왔다.
도시의 거리가 전부 이러했다. 지저분함과 화려함. 추잡한 정경 아래에 깔끔한 간판이 놓여 있어 괴상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내 마차는 거리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인듯 하였다. 몇몇 상인들이 내게 호객 행위를 하기 위해 다가왔다.
"저기, 조기 껍데기로 만든 패물 안사시겠습니까. 요즘 유행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아이라가 바다에서 조개 패물을 사다달라고 한게 생각났다. 나는 가게 위치를 기억해두고 손을 저어서 상인들을 쫓아냈다. 장사꾼들의 헛소리를 들어주는 건 독에다가 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 한 번 틈을 주면 내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밀고들어오기 때문이다.
"아, 영주님."
그렇게 아이라와 시에리에게 무엇이 더 잘어울릴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조합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다가왔다. 그는 보라색 터번을 쓰고 큼지막한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남성이었다. 코가 유달리 커다랗게 부풀어서 얼굴이 대단히 커보이는 효과를 주고 있었다. 나는 마차에서 내려 악수를 청했다. 조합장은 내 악수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인양 허리를 굽혀가며 악수를 받았다.
"당신이 조합장인가요? 편지는 받았습니다. 이브라는 해적이 바다에서 난동을 부린다죠."
"네. 특정 지역에서만 깽판을 치는 아주 질 나쁜 년입니다. 부끄럽게도 우리 해군능력으론 그녀를 잡을 수가 없어서, 최근데 토벌대를 조직하기도 했지요."
"용사는 그 토벌대에 속해서 갔다가 잡힌 건가요?"
"아닙니다. 그, 들리는 말에 따르면 어.....엄....."
조합장은 말을 하다 말고 망설였다. 마차에서 내려 조합장과 나란히 걷던 나는 조합장을 재촉했다.
"왜 그러나요? 조합장."
"그.... 남성기가 돋아나는 약을 찾는다고,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그만 잡혔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진짜 그런게 있나요?"
나는 갑자기 소름이 쭉 돋았다. 생각해보니까 야겜이니까 남자가 되는 약은 없어도 후타나리가 되는 약을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씨발 용사가 여자 몸으로 그거 달고오면 어떻게하지? 아무리 그래도 후타나리는 좀 아닌데.
조합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물건은 없습니다. 제가 들어본 적 없는 물건이라면 에스타 내에서 구할 수 없습니다. 누가 그런 더러운 소문을 낸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요즘 주기적으로 에스타에 이상성욕자들이 찾아와서 난리가 아닙니다."
"이상성욕자들이라니 재밌네요."
"말도 마십쇼. 자기 거시기를 5개씩 만들어서 말미잘 모양으로 만들겠다는 놈도 있었고, 자기 마누라한테 먹여서 처제랑 하게 만들거라는 놈도 있었습니다. 그런 놈들이 죄다 바다로 나가서 그 남성기가 돋아나는 약을 찾고 있으니 도시 분위기가 어떻겠습니까?"
역시 세상은 넓고 미친 놈들은 많다. 이 음탕한 세상에선 순애 섹스 아니면 할 생각도 안하는 나는 정상인에 가까웠다. 내가 물었다.
"그래서 그 이브라는 해적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나요? 여전히 교역이 활발한 걸 보면 딱히 상선을 건드리지는 않는것 같은데...."
"상선은 안건드리는 데, 사람을 죽이고 다닙니다."
"살인마군요."
원작에서도 그랬다. 이브는 돈 욕심은 없는데 남자 살해 욕구는 흘러넘치는 미친년이라 항해하는 남자를 만나면 죄다 죽였으며 여자는 만나는 족족 다 겁탈하고 다녔다.
이거 때문에 이브는 잡는 순간 동료로 삼을수도 있었고 에스타에 넘겨서 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브는 지형 보정을 받는 캐릭터라 존나 쓸모없었기 때문에 보통은 이브를 잡고 팔아버리는 게 후반부 정석 공략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아주 지독한 놈이죠. 깃발 달려있는 상선이나 어부를 건드리진 않는데, 모험자나 용병이 바다로 나갔다가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바로 죽여버립니다."
"무시무시하네요."
"시체가 떠내려온 적이 있는데, 영주님께서 그 시체를 보셨어야 할겁니다. 산채로 거세해서 아주 그냥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었더군요."
"으악...."
"아주 손톱으로 쥐어뜯은 것처럼 살점이...."
"더 묘사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이 거세당한 이야기를 더 듣고싶진 않았다. 나는 여기에 레즈비언 포르노 배우를 때려죽이러 온거지 감각의 제국을 찍으러 온게 아니니까. 근데 나는 조합장을 따라가면서 아직 우리가 어디로 가는 지에 대해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죠?"
"아, 잠시 보여드릴게 있어서 가고 있습니다."
설마 거세당한 그 시체는 아니겠지.
조합장이 도착한 곳은 어느 건물이었다. 건물 내에서 기괴한 울음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조합장은 주변을 둘러보며 문 손잡이를 붙잡았다.
"영주님. 저희가 공문에서 요청한 것은 용사님의 구출뿐입니다만, 한가지 부탁을 더 드릴 수 있겠습니까?"
조합장의 표정은 비장하기 그지 없었다. 문이 열리고 건물 내부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워우."
그곳은 지옥 그 자체였다. 사방에 벌거벗은 여인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들은 이성을 되찾지 못한 채 히죽히죽 웃고 있었으며, 자위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기둥에 음부를 문질러대는 여인. 침대에 꽁꽁 묶인 채 침을 질질 흘리는 여인. 한때는 제법 고운 미색을 자랑했을 여인들이 추한 모습으로 널려있었다.
"끔찍하네요."
나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색욕에 미친자들의 지옥이 이런 광경이 아닐까. 음란한 모습이어야 했건만, 지나치게 적나라해서 오히려 징그러웠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조합장이 말했다.
"이게 그 이브라는 해적한테 당한 여인들입니다. 남자는 거세해서 죽이고, 여자는 정신이 나갈때까지 겁간한 다음에야 풀어줍니다. 제 아내도 저기 있습니다."
조합장이 멀리 쓰러져 있는 여인을 가리켰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열심히 음부를 문지르며 기괴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 쯤에서 나는 용사의 안위를 슬슬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정도로 테크닉이 쩌는 년이면 이미 용사도 암컷 타락한 거 아닌가?
엘프 여왕이 진짜 대인배라서 여자랑 결혼하는 것까진 묵과한다 쳐도 정신나간 여자랑 결혼하는 걸 용인해줄 거 같진 않았다. 임신한 에리나가 에이에이의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조합장은 내 손을 꼭 붙잡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 해적 놈한테 당한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영주님... 부디 가능하시다면 그 해적놈을 꼭 죽여주십시오. 머리를 잘라서 이 도시에 꼭 내걸게 해주십시오."
조합장의 눈에는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 역시 안타까운 얼굴로 조합장과 조합장의 마누라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몸매도 괜찮고 얼굴도 예뻤지만, 눈을 까뒤집고 침을 질질흘리는 걸 보고있으니 내 자지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합장이 정해준 숙소에 돌아온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브를 죽이냐 마냐로 고민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용사가 암컷 타락해서 침을 질질흘리고 있다면 문제가 커졌으니까. 용사는 ts 당했고, 내가 용사를 ts시켰다.
따라서 용자는 내가 여자로 만들었으며, 내가 용사를 여자로 만들었으니 용사의 소유권은 나한테 있었다. 따라서 해적 이브는 내게서 용사를 NTR 해간것이나 다름 없었다.
NTR 충은 용서하지 않는다. 특히 레즈 NTR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메이스를 쓰다듬으며 그 년을 어떻게 조질지 고민에 빠졌다.
용사가 못이기는 상대면 나는 절대로 못이겼으니까.
다음 날 아침. 조합장은 토벌 수행인원들과 함께 나를 배에 태워바다로 보냈다. 약속 장소는 바다 한가운데라고 했다. 오늘은 날씨도 쾌적하고, 하늘도 맑아서 항해하기 좋은 날이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몰려오고, 멀리서 갈매기가 울었다.
나는 용사가 암컷타락하지 않았길 기도하면서 배에 올랐다. 그랬으면 나는 이브와 사생결단을 내야했기 때문이었다. 에스타가 점으로 보일만큼 멀리 나오고 나서야 조그맣게 섬이 하나 보였다.
"저게 해적섬입니다. 선원들은 다 저 섬을 피해가죠."
내 배에 타고있던 선원이 내게 설명해줬다. 해적섬은 그 이름과 다르게 딱히 해골 모양이나 난파선 같은게 존재하는 곳은 아니었다. 해적섬은 그냥 이름없는 무인도처럼 보였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섬 주위를 맴돌고 있는 커다란 배 한척을 볼 수 있었다. 배 선미에 세이렌의 형상을 부착한 배에는 새까만 해적기가 내걸려 있었다.
"이브의 해적선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메이스를 집어들고 가까이 다가오는 배를 살폈다. 배 선두에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서있는게 보였다. 애꾸눈과 훤칠한 키. 그리고 탄력있고 커다란 가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게임을 해봤으니 저 여인이 이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꽁꽁 묶인 채 재갈까지 물려있는 에이에이가 보였다. 에이에이는 나를 보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저걸 보니 의외로 아직까지 에이에이를 건드리지 않은 것 같았다.
"너희중 누가 페타 루시우스냐?"
"제가 페타 루시우스입니다."
이브는 뱃머리에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서 나를 쳐다봤다. 도도한 시선이 제법 아름다웠다. 그녀는 나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그 남부 사제장 맞아? 눈빛이 너무 음탕한데. 여기 오는 이상성욕자들 저리가라하는 눈빛이야."
"실례군요."
나는 마음 속으로 상태창을 외쳤다. 내가 이길 수 있나 없나 대충 감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름 : 이브
직업 : 해적
레벨: 43
호감도 : 0 (고정됨)
스텟
*현재 특성 효과를 받고 있습니다.
힘 : 190
민첩 : 200
지능 : 170
행운 : 240
특성
어군 탐지
물고기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인어의 축복
바다 혹은 물 위, 수중에서 모든 스텟이 2배로 상승합니다.
"와."
씨발 못이기겠네.
이름 : 페타 루시우스
직업 : 대천신교 남부 사제장
레벨 : 48
스텟
힘 : 132
민첩: 111
지능: 158
행운 : 112
나는 내 스텟과 이브의 스텟을 다시 한 번 비교해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거 이길 수 있을까? 파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쪽에서 기습 공격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 이브 옆에는 용사가 꽁꽁 묶인채 서있어서 잘못 공격하면 그녀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컸다.
"그래..... 뭐, 아무튼 네가 그 사제장이라 치고. 사제장이면 그래도 다른 놈들보단 좀 솔직하겠네? 그렇지?"
"그렇지요. 남부 사제장이라는 과분한 직위를 받아서, 그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하나만 묻자. 얘가 애인이 있다고 하는데, 걔가 누구지?"
용사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슥 돌렸다. 나와 같이 타고있던 선언들도 이브의 이런 완만한 태도가 낯선것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이브가 왜 이딴 걸 묻는 지 알 수 없었다. 진짜로 레즈 NTR이 취향인 년인가?
"아힐데른의 공주. 에힐데른 에리나입니다."
"공주? 확실한거지? 공주라고? 하, 씨발 이거 거물이었네."
이브는 용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웃었다. 용사가 작은 목소리로 이브에게 뭐라고 속삭이는 게 보였다. 이브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젓더니 이렇게 말했다.
"안돼. 방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마음이 바뀌었어. 널 안풀어주면, 공주가 널 구하러 올거 아니야? 사람이 살면서, 공주도 한 번쯤은 따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너 그 공주랑 밴대질 해봤냐?"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브가 칼을 뽑아들고 선원들의 머릿수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나도 메이스를 쥐고 이브를 쳐다봤다. 이브가 용사를 곱게 풀어주기만 한다면 그냥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이 년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녀는 입을 쩍벌리며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빨이 날카롭게 갈려서 하나 하나가 송곳니 같았다. 용사가 이브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브는 용사의 머리를 손으로 짓눌러 갑판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칼로 내 배에 타고있는 선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돌아갈 때 선원이 이렇게 많을 필요는 없잖아? 너, 네가 우리 에이에이의 애인인 그 공주랑 서로 친분이 있다고 했지? 너랑 선원 한 명만 딱 살려줄테니까. 살아남을 선원을 네가 골라라.“
그녀는 대놓고 선원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내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 바라보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추하게 돌아올거라면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시네요.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라고요?"
"씨발 아직 손 안댔으니까 돌아가라고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사제 새끼야."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브 이 년의 머리를 깨부수고 용사를 구해야 했다. 이 년 말대로 돌아가면, 용사는 이브한테 따먹힐거고, 에리나도 NTR 당한다. 그 꼴은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이브의 배에 타고있던 선원 중 하나가 이브에게 말했다.
"서, 선장님. 그래도 저 쪽은 대천신교의 사제장 님이신데, 너무 자극하시면...."
이브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 말을 건 선원을 쳐다봤다. 그녀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하며 선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용사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다른 선원들이 용사를 갑판 구석으로 데려갔다.
이제야 눈에 들어온 사실이지만 이브의 선원들은 전부 여자였다. 한 미모하는 여인들이 억센 뱃일에 시달린 듯 피곤한 얼굴로 이브를 따르고 있었다. 이브와 눈이 마주친 선원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말을 흐렸다.
"뭐라고?"
"아니, 그러니까.... 대천신교에서 사람들이 막 오면....그러니까.....선장님이라도...."
"씨발 내가 우습냐?"
"아, 아닙니다...서, 선장님...살려...살려주세요....제발요...."
"씨발 내가 우습냐니까? 내가, 씨발 얼마나 개좆으로 보였으면 이딴 소리를 하지?"
이브는 자신의 선원 멱살을 붙잡고 뒤흔들기 시작했다. 우리 배에 타고있던 선원이 내게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배를 물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우린 싸웁니다. 전투 준비하세요."
대충 훑어봐도 이브를 제외한 다른 선원들은 다 한주먹거리였다. 내가 용사만 어떻게 구해서 버프 잔뜩 걸어주면, 제 아무리 인어의 축복을 받은 년이라도 인어 사시미나 인어 갈비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꺄아아아악!"
이브의 해적선에서 비명이 울렸다. 방금 전 이브에게 조언했던 선원이 배를 움켜쥔 채 창백한 표정으로 이브를 쳐다보고 있었다. 입가에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고, 이브의 칼날이 그녀의 배를 꿰뚫었다. 날카로운 곡도를 꾹 쥔 이브는 이를 갈며 선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끄어어억...끅....."
이브가 칼을 뽑아내자, 선원은 피를 토해내며 바다로 떨어졌다. 방금 전 돌발 상황에 기가 눌린 우리 선원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싸우자는 내 말도 무시하고 일단 도망칠 생각인것 같았다. 이브는 칼을 닦아내더니, 앞머리를 돌리는 내 배를 보고 소리쳤다.
"씨발! 내가 조건을 걸었는데 도망을 쳐? 대천신교 사제장이고 나발이고 전부 가죽을 벗겨주겠어!"
그렇게 소리친 이브가 모자를 바닥에 던지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선장이 사라진 배가 우왕좌왕하더니 우리 배에 자신들의 배를 더욱 가까이 붙이기 시작했다. 나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으랴앗!"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이브의 배 위로 올라탔다.
쾅!
동시에, 내가 타고있던 배 밑바닥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물보라가 일며 배가 두조각이 났다. 선원들이 배 갑판으로 솟구친 파도에 휩쓸려 전부 물귀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갑판에서 간헐적으로 피보라가 일어나며, 저 쪽 배에서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이브의 선원들은 벌벌 떨면서도 무기를 들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
"머, 멈추세요... 제발.... 우, 우리가 당신을 막지 못하면.....저희도....."
깡!
나는 선두에서 나를 온전하게 설득하려고 한 여성의 머리에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머리가 움푹 패인 여성이 바닥에 픽하고 쓰러졌다.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이브에게 협박이나 어떤 강압을 받고 선원이 된 사람들이 대부분인듯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 걸 들어주며 공감해줄 시간이 없었다. 내 앞을 가로막으면 뒤진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는 게 오히려 더 편했다.
한명이 죽는다고 해서 선원들의 전의는 꺾이지 않았다. 나는 구석에 박혀있는 용사를 구하기 위해 선원들을 일격에 죽여나가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유쾌한 타격음에 어울리지 않게, 선원들은 코피를 뿜어내며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있었다.
이미 내가 타고있던 배는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며 적조 현상을 연상케 할만큼 붉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갑판 위에 주저앉은 이브가 피에 절은 자신의 옷에서 물을 짜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배에 내가 올라탄걸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쳐올렸다.
나는 선원들을 헤치고 바닥에 묶여있는 용사에게 다가갔다.
"블레스."
[블레스]
대상의 체력 공격력 방어력 속도를 증가시킵니다.
용사에게 버프 마법을 걸어주니, 그녀는 단숨에 쇠사슬을 끊어내고 심호흡을 했다. 용사가 풀려나자마자 선원들이 도망치듯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동시에 물 속에서 튀어오른 이브가 갑판 위에 올라타서 우리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바닷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그녀는 용사가 풀려났음에도 아주 여유만만한 태도로 칼을 휘적휘적 허공에 휘둘렀다.
"둘이면 이길거 같냐?"
용사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칼을 주워들었다. 해적들이 주로쓰는 곡도였다. 용사는 칼로 이브를 겨눈 채 내게 말했다. 이브에게 들리지 않을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사제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용사는 갑판에 있는 작은 문에 슬쩍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이 배 아래층에 인어 한 명이 잡혀있습니다. 이 해적은 그 인어를 아주 아끼는 것 같으니, 저희가 그 인어를 인질로 잡고 협상을 한다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버티실 수 있겠습니까?"
"버틸 수 있습니다. 저 해적은 제.....몸을 원하는 거 같으니까요.“
그녀는 스스로 말하고도 민망한 듯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용사에게 블레스를 걸어주고 갑판으로 몸을 돌렸다. 제 아무리 이브가 강하다고 해도, 사제장의 버프를 받은 용사라면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이브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용사를 아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며 칼을 빼들었다.
내 등 뒤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난, 나한테 깝치는 거 두 번은 안봐준다?"
"이번엔 다를 겁니다. 싸움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씨발, 말 잘하네. 넌 이번에 잡히면 양팔 다 잘라버릴거야. 난 귀찮게 구는 걸 별로 안좋아하거든."
갑판에 달린 문을 열자, 배 안에 피비린내가 훅 올라왔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자시 바깥 공기를 마신다음 다시 배 안으로 몸을 던졌다. 좁은 복도에서 선원들이 이방인을 경계하며 이리저리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 선원 중 아무나 한 명의 멱살을 붙잡고 물었다.
"여기 인어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인어요? 인어 씨는 저기 계세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비굴할 정도로 내 앞에서 비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나는 배에 더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브의 배는 피비린내도 피비린내였지만, 배 전체에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이상할 정도로 인어 조각상이나 인어 그림이 많았고, 인어들의 서식지를 표시한 지도가 방에 걸려있었다.
나는 그 지도를 유심히 보다가 쓸모가 있을것 같아서 일단 챙겨놓기로 했다. 지도 상의 위치는 에스타 인근 해안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가볼 일이 있겠지.
그렇게 복도의 끝자락에 도착하면, 문 너머에서 기괴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을 열고 메이스를 들이밀며 외쳤다.
"지느러미 부숴버리기 전에 당장 엎드려!"
"끄으읍....으읍...읍...."
그리고 나는 방 안 풍경을 보고 헛웃음을 치고 말았다. 거세당한 시체들과, 피칠갑이 된 벽면. 그 한가운데에는 맑은 수조가 있었다. 수조 안에는 딜도가 꽂혀있는 인어가 신음을 흘리며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괴상한 광경에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이건 뭐지? 뭐 이런 게 세상에 다 있지? B급 슬래셔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지저분하고, 끔찍하며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끄으읍...끕...끼읍...."
나는 용사가 대체 뭘 보고 이브가 이 인어를 아낀다고 말한건지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이 인어랑 무슨 관계지? 원작 게임에서 이브는 그냥 줘패면 동료로 들어오는데다가, 떡씬말곤 특별한 컷신도 없는 이벤트 동료였다. 전에 금단의 약도 그렇고 게임 설정을 철저하게 따르면서도 이상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위에서 칼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나는 수조를 메이스로 냅다 후려갈겼다. 박살난 수조에서 물이 쏟아져나왔다. 어마어마한 수압이 방과 복도를 시원하게 휩쓸며 내 뒤편에서 선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옆에 세워진 창살을 붙잡고 겨우 버텨낸 나는 바닥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인어를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끼으윽, 끼읍 거리는 신음성을 흘리며 경련하고 있었다. 이브는 이 여자를 학대하면서 사랑하는 건가? 원작 이브가 미친년이었으니, 이 인어를 사랑한다는 것도 일종의 집착적인 느낌이 아니었을까? 이상성욕자였으니 인어도 강간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인어의 가랑이 사이에서 딜도를 뽑아냈다. 루시우스의 물건이랑 비교하면 조금 크기가 작았지만, 그래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딜도가 뽑히자 덜렁거리며 바닥에 축 늘어졌다. 나는 기분나빠서 그 딜도를 던져버리고 인어의 재갈을 풀어줬다.
"헤헤....헤흐헤헤....."
눈이 풀린 시점에서 예상했지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손은 묶여있었으니 이대로 얘를 인질로 잡고 이브를 협박하면 될 것 같았다. 내가 인어를 들어올리려고 손을 뻗자, 인어가 내 손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아무 생각없이 시작한 일이 습관으로 굳어진적 있어?"
"뭐?"
"이, 인어 씨가 움직인다!"
뒤에서 선원들이 소리쳤다. 인어가 풀려났다? 하지만 아직 묶여있는데? 분명히 손이 묶여있는데도 선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용사를 피해 갑판 아래로 내려온 선원들이 다시 갑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인어가 조금 힘을 주자, 그녀를 묶고 있던 줄들이 뚝, 소리를 내며 가볍게 끊어졌다. 팔의 자유를 찾은 인어는 몇 번 어깨를 풀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방의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나를 쳐다봤다. 초점이 희미한 푸른 눈이 나를 향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그녀가 내게 다시 말했다.
"마치 습관처럼 하던 일에 중독이 되서 그것만 반복하는 거야. 너는 그런 적 없어?"
위험하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인어가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붉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인어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방 안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인어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셀루
종족: 인어
레벨: 34
스텟
현재 특성이 적용 중입니다.
힘: 110
민첩: 120
지능: 48
행운 : 78
특성
인어의 축복
수중, 수상에서 모든 스텟이 2배로 상승합니다.
어군 탐지
물고기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일단 메이스를 휘둘렀다. 인어의 축복인지 뭔지하는 씹사기 특성 때문에 스텟이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날뛰기라도 하면 나도 귀찮아지니 차라리 골통을 부숴놓고 올라가는 게 나았다. 어차피 거리를 벌리고 협박하면 기절한건지 뒤진건지 이브가 구분 못할테니까.
하지만 인어는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몸을 숙여서 내 메이스를 피해내더니 바닥을 기어서 방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어는 다리 달린 고양이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창살에 몸을 바짝 붙인 채 내게 말했다.
"원래 여기 해적섬은 인어들이 살던 곳이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원래 인어섬이라고 불렀지. 그런데, 인어들이 산다는 소문이 나니까 사냥꾼들이 몰려오더라구. 인어의 피는 돈이 되거든. 최음 효과가 있대나. 헤흐..."
인어는 정신나간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였다. 이거 미친년이다. 묶여있어서 그냥 이브한테 학대당하는 년인줄 알았는데 그냥 상호 합의하에 건전한 관계를 즐기고 있던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인어가 몇명이나 죽었는지 알아? 나도 100명까지 세다가 관둬서 몰라. 나같이 특수한 애들 말고 인어는 전부 나약하거든."
확실히 인어들이 전부 이 지경으로 강했으면 이미 바다는 인어들이 지배했을거다. 원작에서도 인어는 개좆밥중에 좆밥 몬스터였다. 인어의 축복이 있어도 기본 스텟은 보통 인간이랑 다를게 없었으니까. 이런 이상한 네임드 개체를 뺀다면.
"인간들은 참 이상해. 인어를 먹고 싶어하고, 또 인어의 피를 뽑고 싶어하면서, 우리한테 성욕도 느끼거든. 저기, 인어랑 인간의 혼혈을 본적있어?"
인어랑 인간의 혼혈이라면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금 갑판에서 우리 용사랑 피터지게 싸우는 이브가 인어랑 인간의 혼혈이었으니까. 스토리에서 따로 언급되진 않는데, 캐릭터 설정란에 짧게 적혀있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떡신을 보면 다리에 비늘이 붙어있었고.
"이브는 인어섬에 혼자 헤엄쳐서 찾아왔어. 인간이 너무 싫대. 나는 우리 이브가 저렇게 강하게 자라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인간들에게 모욕과 핍박을 당한 세월을 셀수가 없어. 우리 인어섬을 인어 군락지라 부르면서, 심심하면 찾아와서 한명씩 잡아가던 그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
더 지체할 시간이 없는데, 잡기가 마땅치 않았다. 대충 휘두르니 인어는 뱀처럼 유연하게 몸을 비틀며 요리조리 잘 피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 역시 날 어떻게 하진 못하고 있었다. 저년이 날 물어뜯으려고 들어오는 순간 난 저 년을 인어포로 만들어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내 메이스가 닿지 않는 범위를 유지하며 방 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있었다. 나는 메이스를 겨눈 채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틀었다.
"처음에는 사냥하러 온 인간들만 죽이기로 했어. 왜냐면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다보면 끝이 없으니까. 우리의 증오와는 별개로 현실이 그러니까. 그래서, 우리 인어들이 다른 섬으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만, 아주 조금만 나쁜짓을 하기로 한거야. 헤흐..."
인어가 히죽히죽 정신사나운 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저 넋이 나간 표정이 정말 기분나빴다.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이 인어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슴도 훤히 드러내고 있고, 몸매도 괜찮은데다 얼굴도 이뻤지만 도저히 성욕이라는 게 생기지 않았다.
"미친년."
"조금만, 조금만 나쁜 짓을 하기로 했는데 하다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 나도 이브도 어느새 이 일에 중독이 된거야. 인어 사냥꾼들을 거세하는게 너무 재밌고,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어가는 것도 너무 재밌어. 이브가 여자들을 데려와서 내 앞에서 강간하는 것도 너무 재밌어. 솔직히, 이제 다른 인어들이랑 같이 살지 못할거 같아. 지금 사는 게 너무 즐겁거든."
인어가 눈이 빛났다. 나는 그제서야 이 년이 왜 딜도를 꽂고 이딴 곳에서 이 모양 이 꼴로 지내고 있었는 지 알수 있었다. 이 미친 인어는 구석에 묶인 사람들이 거세당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자위하고 있던 거였다.
이브는 그런 인어의 취향을 고려해서, 아예 고문실에 수조를 데려다 놓고 거기서 사람도 죽이고 강간을 했던거고. 모녀가 쌍으로 미쳤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구조였다.
까딱했으면 용사도 진작에 따여서 교역도시 회관에 있는 정신나간 여자들처럼 맛이 가버렸을지도 몰랐다는 걸 생각하니 더 기분이 나빴다. 나는 메이스로 인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씨발 좆같은 년."
"헤흐....저기 있잖아."
인어는 내 메이스를 보고 씩 웃었다. 아무래도 바다 위에선 자기가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인어 잡으러다니는 사냥꾼이 나나 용사급으로 강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인어는 나를 생각보다 조금 강한 사제 정도로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아무 생각없이 시작된 일에 중독된 적 있어?"
인어가 비늘들을 빳빳하게 세우고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메이스를 꼭 붙잡고 인어와 한판 뜰 준비를 했다.
* * *
갑판에 실려있던 럼주통이 일격에 잘렸다. 이브는 자신을 노리고 날아든 칼날을 피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여자,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처음 싸웠을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실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았다.
첫번째 싸울 때 임기응변을 죄다 보여준 터라, 잡다한 속임수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사제의 축복을 받은 탓인지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해도, 전처럼 일방적으로 박살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기술은 저쪽이 자신보다 위였다.
거기다 아래층으로 사라진 사제가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혹시나 지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에이에이를 무시하고 갈 수도 없었다.
덕분에 지금 이브는 여러모로 곤란한 상태였다. 승부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승부가 질질 끌리고 있었으니까. 질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래 목표대로 에이에이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는 힘들것 같았다.
"제법 치는데?"
이브가 말했다. 에이에이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래로 내려간 사제를 신경쓰는 기색도 아니었다. 이브는 그녀의 심리를 흔들기 위해 아무 말이나 뱉기 시작했다.
"아래층에는 우리 엄마가 있어. 인어섬의 우두머리셨지. 사제가 얼마나 강한진 몰라도 우리 엄마한테 걸리면 아주 그냥 찢겨질걸."
에이에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칼끝은 견고하기만 했다. 이브는 짜증을 드러내며 다시 말했다.
"내 말 안들리냐? 니네 사제 뒤진다니까? 우리 엄마한테 작살이 날거라고. 어? 내 말 알겠어?"
대치하고 있던 에이에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초조하시군요."
"뭐? 씨발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불안하신거죠?"
"씨발. 내가 불안해한다고? 너 진짜 뒤지고 싶냐? 어? 이 씨발년아!"
쾅!
아래층에서 굉음이 울렸다. 그 소리에 에이에이도 이브도 고개를 돌렸다. 갑판이 조용히 열리고, 빨간 머리의 인어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브가 환한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
그리고 그 인어는 힘이 쭉빠져 늘어진채 갑판 위에 던져졌다. 뒤이어 기어나온 루시우스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인어를 발로 밟았다. 이브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보고 그가 말했다.
"무기 버려."
"하, 씨발."
이브가 칼을 허공에 휘적휘적 휘두르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용사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인어의 머리채를 잡고 메이스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며 말했다.
"무기 버리라고.“
나는 제발 이 협박이 곧이 곧대로 통하길 빌고 있었다. 솔직히 이대로 인질을 잡고 싸운다고 해도 이브를 제압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이기는 아까운데, 피해없이 제압하자니 손해가 너무 컸다. 물러나는 게 서로에게 최선이었다. 이브는 칼로 갑판을 톡톡 건드리며 나를 쳐다봤다.
"무기를? 안버리면? 안버리면 씨발 어쩌게? 죽여봐. 죽여보라니까? 내가 니들 못이겨서 이러는 줄 아냐? 우리 엄마 죽는 순간 너네는 다 고기밥되는 거야. 알아? 바닷속에서 싸워도 니들이 그리 당당한지 볼까?"
이브가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저 미친년이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가 잡을 방법이 없었다. 인어를 수중전에서 이기긴 힘들다. 더욱이 이 년은 그냥 인어도 아니고 맨몸으로 배도 부수는 아X아맨 수준의 인어다. 내가 이 인어를 죽이는 순간 이 년은 이 배를 부숴버리고 잠수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았다.
"들어가 봐."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밀릴수는 없었다. 저 말에 쫄아서 내가 무기를 버리는 순간 나는 고자가 되고 만다. 이 말싸움에서 밀리면 그대로 뒤질테니, 나는 더욱 더 물러날 수 없었다. 용사는 나와 이브 가운데에 서서 계속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메이스로 인어의 음부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들어가보라고. 씨발 메이스를 여기다가 쑤셔박아줄테니까."
"하, 씨발. 재밌네."
하지만 이브도 막상 인어가 죽는 걸 바라진 않는지 따로 행동을 취하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묘한 교착상태가 형성되고 있었다. 용사의 말대로 협상의 여지가 생긴것이다. 선원들이 여기저기서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었다. 어물쩡거리는 걸 본 이브가 화를 냈다.
"씨발! 니들 뭐하는 년들이냐? 빨리 일해!"
선원들이 우물쭈물거리면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갈등하고 있는거겠지. 아까부터 본 바로는 이 선원들, 자의로 선원이 된게 아니었다. 레즈 강간과 무시무시한 협박에 못이겨서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브를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기회가 목전에 다가온 상태였다.
이브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화를 삭였다. 그리고 나와 용사를 번갈아보더니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며 말했다.
"딱 한번만 말한다. 우리 엄마 놔주면, 사제 너는 보내주겠어. 배 한척 줄테니까 그걸로 알아서 가라고. 에이에이? 씨발 너는 지금 무기 버리면 팔 안자르고 용서해줄테니까. 그 좆같은 반항 그만하고. 알았어?"
"싫은데?"
용사가 대답하기 전에 내가 대답했다. 나는 메이스를 인어의 음부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차가운 쇠가 맞닿으며 인어가 미묘한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브가 기겁을 하면서 소리쳤다.
"씨발! 거기서 더해봐! 넌 산채로 내장을 뽑아서 소금에 절여버릴거니까! 그리고 이 씨발 에이에이 너는 진짜 사지를 잘라서 개처럼 따먹어줄거야! 내 말 들려? 내 말 이해하냐고 이 개새끼들아! 무기 버리고 우리 엄마 놔달라고!"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저년이 암만 쌔도 저 년이 배를 부수는 것보단, 내가 인어 모가지 비틀어버리는 게 더 빨랐다. 분풀이해봐야 늦는다는 걸 이브 본인도 아니까 함부로 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뭐해 개새끼들아! 일하라고!"
이브의 초조함이 겉으로 드러나는 순간, 공포로 군림하던 권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원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와 에이에이 그리고 이브를 번갈아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용사가 입을 열었다.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그 말에 욕설을 퍼붓던 이브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용사를 향해 한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용사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여러분. 우리 모두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어요."
"하, 씨발 이 년이 돌았나. 뭐해 개좆같은년들아! 가서 일하던가 갑판 밑에 처박혀 있으라고! 이 일 끝나고 뒤지고 싶어?"
"여러분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잖아요? 우리는 돌려보내줄 수 있습니다. 고향에 못간지 얼마나 됐죠? 1년? 2년? 돌려보내 드릴게요. 우리는 돌려보내 줄 수 있습니다!"
"개 씨발년들아! 꺼져! 다 갑판 밑으로 꺼지라고! 이 개 좆....."
탕!
총구가 불을 뿜었다. 이브가 당황한 얼굴로 총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봤다. 선원 중 하나가 총을 들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가 쏜 총알은 배 벽면에 작은 구멍을 하나 만들었다. 이브가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 씨발."
"나, 나는....."
선원은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들오들떨리는 다리를 꼭 다잡고 이브에게 말했다.
"나는, 나는 집에 가고 싶어! 씨발 집에 가고싶다고! 개 좆같은 년아!"
다시 한 번 총에 화약을 쑤셔넣었다. 이브는 그녀가 총을 쏘기 전에 목을 부러트릴 힘이 있었다. 한걸음 앞으로 내딛고, 선원에게 손을 내뻗는 그 순간, 갑판에 올라와있던 선원들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이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 남편 살려내 씨발년아!"
"집에 보내줘! 할만큼 했잖아!"
"이대로 거세당한 시체만 치우면서 살 순 없어! 집에 갈거야!"
사방에서 달려드는 손들, 이브는 그 손들을 뿌리치며 잠깐의 틈을 만들었다. 아주 잠깐의 틈, 그 틈은 용사인 에이에이에겐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발을 한걸음 내딛고, 곡도를 앞으로 내밀며 허리를 숙였다.
다음 순간, 번개와 같은 속도로 에이에이의 몸이 이브에게 파고들었다. 이브에게 달라붙었던 선원들이 펑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떠올랐다. 에이에이의 칼날이 이브의 배를 꿰뚫고 등으로 튀어나왔다.
"어윽....!"
이브의 얼굴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에이에이를 쳐다봤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인어를 주먹으로 세게 갈겨서 다시 한번 기절시킨 이후 이브에게 달려들었다. 자박꼼 조교니 노예로 만들기니 그딴 건 일단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사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배가 꿰뚫린 이브는 감정이 가득실린 눈으로 에이에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비어있는 손에는 서슬퍼런 칼날이 들려있었다. 그녀는 억지로 용사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한번 이브에게 파고든 용사는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브는 고통과 당혹이 뒤섞인 표정으로 용사를 바라봤다. 입가에 한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나는 양손에 메이스를 들었다.
"이...씨...발.....!"
"이브!"
내가 소리쳤다. 내 메이스가 정확하게 이브를 가리켰다. 이브는 에이에이에게 칼을 휘두르려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너를 악으로 규정한다!"
띠링, 하는 효과음이 울리며 이브의 머리 위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이단심문관]
상대를 악, 어둠 속성으로 선언할 수 있습니다.
악, 어둠 속성 대상에 대해 2배의 피해를 입히며 절반의 피해만 받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브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에이에이가 칼을 빼내며 몸을 옆으로 굴렸다. 칼이 뽑힌 충격으로 이브가 배를 감싸쥔 채 무릎을 꿇었다. 새파란 피가 바닥을 흠뻑 적셨다.
나는 무릎꿇은 이브에게 온힘을 다해서 메이스를 휘둘렀다. 이브의 눈이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메이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 옛날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두 눈에 아련한 빛이 어렸으니까.
깡!
하지만 그녀의 사정엔 관심없었다. 이 년은 내 여자를 뺏어가려한 씹새끼일 뿐이었으니까. 메이스에 쳐맞은 이브가 총알처럼 튕겨날아갔다. 갑판을 절반정도 박살내면서 이브가 배 한구석에 쳐박혔다.
"커흑...."
그러고도 이브는 아직 살아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머리에서 새파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하는 짓거리가 나랑 같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 아닐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정말 피 색깔도 달랐다. 그녀는 허공에 손을 허우적대며 중얼거렸다.
"엄마....."
선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고있었다. 에이에이는 바다에 빠진 선원들을 위해 밧줄을 던져주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인어가 멍한 표정으로 이브를 바라보는 걸 알 수 있었다. 인어는 이브에게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나는 굳이 인어를 말리지 않았다. 인어는 이브의 손을 꼭 잡고 갑판에 머리를 박은 채 기절했다.
"좆같은 년들."
나는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브가 다시 깨어나도 뭘 못하도록 나는 그녀의 팔 다리를 갑판 밑에서 가져온 사슬로 몇번을 칭칭 묶었다. 그리고 혹시나 그녀가 사슬을 푸는 즉시 죽여버릴 수 있도록 나는 메이스를 들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도착하기 직전까지.
다행히 이브는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브의 해적선은 항구에 엄청난 소란을 몰고왔다. 드디어 해적단이 직접 쳐들어온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와 경고방송이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발포한다는 외침을 듣고나서야 에이에이와 내가 꽁꽁 묶인 이브를 보여주며 해상 경비대를 안심시켰다.
이브가 말했다.
"엄마는 보내줘. 내가 다 죽인거니까. 내가 꼬셔서 죽인거고, 엄마는 누구 죽인 적 없어."
"난 그런 건 모르겠고."
"보내달라고. 죗값은 치룰테니까. 씨발 인어가 인어 사냥꾼을 죽인게 죄야? 우리 엄마는 죄 없으니까 보내달라고!"
에이에이가 배 안에서 찾은 물자들은 경비대에게 인계하는 동안, 이브가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원들이 인어한테도 발작을 일으키는 걸 보면, 저년도 살인행각에 동참한게 틀림없었다. 애초에 시체들 앞에서 자위나 하고있던 시점에서 공범 확정이었다. 이브는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이 우스울 뿐이었다.
"인어가 그렇게 비싼가? 사냥꾼들이 돌아다닐 정도로?"
"돈이 되니까, 인어의 피는....잠깐만, 씨발 너 설마...."
이브가 경악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 새끼는 왜 지가 죽인 사람들은 생각안하고 내가 합법인 인어 매매를 한다니까 놀라는 걸까. 나는 기절한 인어는 조합장한테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구라치고 넘길 생각이었다.
조합장이 잔뜩 벼르고 있던데 알아서 처리하겠지. 인어는 고기도 먹을 수 있고 피도 쓸 수 있으며 성욕처리용 도구로도 쓸 수 있는 만능 종족이었다. 개체수가 드물고 지능이 높아서 잡기 힘들 뿐, 잡으면 수요는 많았다.
그리고 그런 인어의 혼혈은 아주 귀중하고 보기힘든 족속에 속했다. 이렇게 잡은 김에, 나는 우리 이브를 내 영지까지 데려갈 작정이었다.
"이게 뭐라구요?"
"네. 그 망할 이브 년이 잡히면 쓰기 위해 준비해둔 장치입니다."
내가 이브를 붙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조합장이 저택에서 꺼내온 물건은 내 상상만으론 정확히 무엇이라 표현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커다란 유리 수조에 다량의 긴 관이 있었고 수조 밖에는 그 관과 연결된 펌프가 있었다.
나는 이 장치를 도대체 어떻게 쓴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물음에 조합장은 아주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정확히 좀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데요."
"예. 우리는 이브같이 극악무도한 해적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경고하는 겸. 우리의 원한을 갚기 위해 준비한 물건입니다. 이른바 박제 장치죠."
"박제 장치?"
"이 유리 수조 안에 대상을 마취시켜 가둔 뒤에, 저희가 쓰는 특수한 이 주사기를 사용하여 근육을 완전히 굳혀버립니다. 근육을 석회수준으로 딱딱하게 굳혀서 사람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버리죠. 한번 쓰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살아날 수도 없습니다."
"그럼 그냥 죽이는 거군요."
"아닙니다. 이 주사를 놓더라도 이브는 결코 죽지 못할겁니다. 그걸 위해서 저기 펌프를 준비해뒀으니까요."
상인이 밖에있는 펌프를 가리켰다. 나도 그 펌프가 대체 무슨 용도인지 궁금하던 차 였다. 상인이 수조 아래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자 펌프가 스스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스스로 펌프질을 반복하는 모습을 잠시 보여준 상인은 다시 펌프를 멈춘 뒤에 소개했다.
"저 펌프가 심장을 대신해서 이브 몸속에 피를 돌게 해줄겁니다. 영양분은 혈관에 직접 주사해줄거고, 뇌에는 주사를 놓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에 사고도 할 수 있을겁니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동상이 되는겁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 이브는 여기서 동상이 되어 그 극악무도한 삶을 반성하며 살게되는거죠."
이게 진짜로 악마 새끼들이나 할만한 발상이 아닐까? 나는 생각보다 훨씬 잔인한 처형 방식에 조금 놀랄 지경이었다. 이런 발상이 가능한 새끼들이라면 그냥 이브가 다 쳐죽이는 게 정답이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오래갈까요?"
"전에 인어 한마리를 잡아서 실험해봤으니 괜찮습니다."
어지간한 새끼들이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내가 데려온 인어를 바라봤다. 인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나와 조합장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인어섬의 우두머리고 마왕이고 이딴식으로 처형당할거란 소식을 들으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아니지? 그렇지? 진짜 이건 아니잖아?"
인어가 덜덜 떨면서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차라리 죽인다고 했으면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였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제법 나이를 먹은 인어에게도 지금 이 상황은 무시무시한듯 했다. 까딱 잘못하면 여기서 난동이라도 일으킬 상황. 조합장은 내가 이브 대신 꽁꽁묶인 인어를 데려오자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브가 아니라 인어를 데려오셨군요. 그 인어는 무슨.....“
인어가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잠깐 갈등했다. 생각해보면 앞으로 이브랑도 잘 지내야 했다. 그런데 그 엄마 인어를 팔아버리면 나랑 소통하려 들리없었다. 아무리 정당한 권리라지만 이브가 그런 논리적인 생각을 할리 없으니까. 가족의 죽음은 언제나 이성보다 감정이 우선하는 법이었다.
그것도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박제해서 거리 랜드마크로 쓴다니, 이브가 알면 언제 나한테 칼을 꽂으려 들지 몰랐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 결과 이브랑 이 인어를 둘 다 데리고 가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 사건 증언을 위해 제가 조사차 데려온 인어입니다."
그래, 이브나 여기 있는 인어가 인체 신비전으로 만들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큰 죄를 짓긴 했지만, 그래도 산채로 박제는 좀 선을 씨게 넘은 느낌이었다. 자기 엄마가 저딴 일을 당했다는 걸 알면 이브한테 자박꼼을 해도 나중에 칼들고 날 죽이러 올 수도 있었다.조합장은 손을 서로 마주비비며 내게 물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그럼 이브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이브는 현재 경비대 지하감옥에 쇠사슬을 몇겹이나 묶어서 가둬놓은 상태였다. 내가 잡았으니 그녀의 처우는 내가 결정할 수 있었다. 조합장은 한시라도 빨리 이 박제 도구를 써서 이브를 교역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
나는 헛기침을 한 뒤, 짐짓 종교인다운 목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모든 범죄자에게 반성은 아주 중요하죠. 들어보니 이브는 인간과 인어의 혼혈로, 그 출신부터가 노예 시장에서 시작하여 인간들에게 학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브가 사람을 죽이고 여인들을 겁간한데에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죠."
"그, 그 말씀은 혹시....."
나는 대충 캐릭터 설정에 있던 이브 스토리를 설명했다. 조합장은 거기까지만 말해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충 이해한 듯 했다.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내게 말했다.
"그, 그러면, 그러면 제 무고한 아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무 이유없이 해적에게 납치당해 강간당한 제 아내는! 인어 사냥꾼들의 넋은! 해적을 토벌해서 보상을 챙기려던 모험가들은! 폐인이 된 여인들의 마음은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 겁니까!"
솔직히 내 알바 아니었다. 듣자하니 인어 잡아와서 생체실험을 해볼 정도 였으면 이브가 저모양 저꼴로 사람들 거세시키고 다닌데에 이 새끼 지분도 꽤 있는게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 참,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합장님. 하지만 조합장님. 해적 이브는 교화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한평생을 살인과 박해, 그리고 차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런 사람을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요?
누구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종교인은 사랑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존재하구요."
"영주님!"
조합장이 더 절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조합장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범죄자를 도시에 넘기든, 내가 데려가서 따먹든 그건 내 권리였으니까. 심지어 지금 내가 조합장한테 데려온 이 인어도 엄연히 따지자면 내가 사냥해서 잡아온 내 소유물이었다.
"조합장님.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누구든 사회로 나가서 새 삶을 얻을 기회가 있다는 것이죠. 대천신교 남부 사제장 및, 이번 이브 포획 작전의 최고 수훈자로서 이브의 신병은 제가 인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 말해두면 제 아무리 조합장이 설친들 문제될 게 없었다. 인어는 꽁꽁 묶인 채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헤흑."
딸꾹질하는 건가?
용사 에이에이는 여자 선원들 몇명과 함께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보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그 인사에 마주 손을 흔들어준다음 그녀에게 물었다.
"용사님. 어디로 가시나요? 이제 슬슬 엘프 왕국으로 가보시는 건....."
"아, 확실히 에리나를 보러 가야하지만, 지금은 이 일이 더 급해서요."
"이 일이라 하시면...."
나는 여자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선원들은 아직도 이브에게서 자신들이 벗어났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용사는 이 여인들을 고향에 직접 데려다주려는 생각인 듯 했다.
그녀들은 벌벌 떨며 용사와 나, 그리고 내가 묶어두고 있는 인어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선원 중 하나가 손가락으로 인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 인어 꼭 죽여버려야 돼요! 진짜 미친년이라고요! 저, 저 년이 내 남편 뒤지는 거 보면서 막 히죽대고..... 도망치려고 하는 선원들은 끝까지 헤엄쳐서 죽여버리고....."
인어가 고개를 살짝 비틀더니 그 선원을 빤히 쳐다봤다. 그 시선에 선원이 비명을 지르며 용사 뒤로 숨었다. 용사가 선원을 가려주며 인어에게 말했다.
"당신의 죄는 반성하고 있나요?"
"헤흐....너는 반성하고 있어?"
인어가 혀를 쭉 내밀며 용사에게 물었다. 용사도 선원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용사가 되물었다.
"뭘 반성한다는 거죠?"
"헤흐....인어 사냥꾼들이 내 아이들을 죽였어. 다들 노예로 팔려가고 먹잇감으로 팔려가고, 다 죽어버린다고, 가끔씩 인어 해골이 내가 살던 섬으로 떠내려올 때도 있었어. 우리도 너네랑 똑같이 지능을 가진 존재인데, 왜 이딴 식으로 구는거야? 내가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내가 맨정신으로 살아갈수가 있을 거 같아? 내가 항구로 와서 제발 저희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했으면 너네가 날 살려뒀을까? 인어섬의 우두머리라고 목을 잘라버렸겠지."
"그,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인어 매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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