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ão 2

"뭐든지 할건가요?"
"네....흐흑...."
루시우스가 문을 잠궜다. 그리고 아이라의 앞에 서서 바지의 벨트를 풀며 말했다.
"빨아."
이름: 아이라
직업 : 현재 직업이 없습니다.
호감도: 0 (+100)
레벨 : 6
스텟
힘 : 3
민첩: 7
지능: 4
행운 : 0
특성
정신적 의존
그녀는 당신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본래 직업이 비활성화되며 스텟 패널티가 유지됩니다.
호감도에 특수 보정을 받습니다
순종
그녀는 당신에게 순종합니다.
"츄릅....츕....하읍....."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라는 내 성기가 마치 유리조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붙잡고 귀두 부분을 살살 핥아내려가고 있었다. 귀두 끝에 갈라진 경계면을 혀로 조심스럽게 휘감으며 눈을 감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 속에 쌓여있던 정복감과 쾌감이 동시에 솟구쳐 올랐다.
힘이 들어간 그곳이 파르르 떨리자, 아이라가 잠깐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다시 혀를 사용해 내 성기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귀두부분을 완전히 침으로 적시고 나서야, 아이라는 혀를 내민채 입을 떼고 자신의 입과 내 좆의 크기를 가늠하는 입을 벌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좆을 물고 천천히 목너머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으읏....."
나는 허리를 덮쳐오는 압박감과 쾌감에 야릇한 소리를 내며 아이라의 머리를 살짝 붙잡았다. 그녀는 입술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내 좆을 빨고 있었다.
"츄읍...츄르읍....하읍...."
공기와 맨 살이 스치며 나는 소리가 방 안의 분위기를 더욱 달구고 있었다. 지그시 아이라의 눈을 쳐다보며 나는 솟구치는 쾌감에 정신을 놓지 않도록 집중해야 했다. 아이라가 입 속에 내 좆을 담을 때 마다, 입술에 굴곡이 지며, 볼이 움푹 들어갔다가 다시 불룩해졌다.
"흐으...."
나는 아이라의 머리를 붙잡고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라의 느긋한 움직임이 기분 좋으면서도 너무나도 감질났기 때문이었다.
"읍? 으음...읍...."
갑작스러운 내 손짓에 아이라가 놀란듯 했지만, 이내 내 허벅지를 붙잡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히기 시작했다. 좆에 다가오는 압력과 솟구치는 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아이라의 목을 내 좆에 있는 힘껏 쑤셔박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야 했다.
도드라진 혈관과 잔뜩 달아오른 성기의 이곳저곳을 세심하게 핥아나가는 그 움직임이 계속해서 가학적 충동을 자극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아이라의 입 안을 음미하던 나는, 점점 치솟는 사정감에 아이라의 머리채를 꽉 붙잡았다.
"흐읍...! 읍!....으읍!"
그리고 아이라의 머리를 강하게 붙잡고 내 좆을 사정없이 쑤셔박기 시작했다. 입 안을 스치며 더욱 더 짜릿한 쾌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커흑...컥....읍...으읍..!"
아이라가 괴로운 목소리를 내며 내 다리를 꼭 붙잡았다. 몇번이고 앞 뒤로 허리를 흔들던 나는 마침내 한계에 다다라서 아이라의 머리를 꾹 누르며 내 좆을 쑤셔박았다.
"크으읍....큽....!"
"아으.....읏...."
아이라의 입 안에 있는 힘껏 정액을 분출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신음성을 뱉었다. 아이라가 내 허벅지를 꾹 쥐면서 발버둥치다가 손을 떨구었다. 나는 그제서야 아이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내 좆을 물고있는 아이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충혈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입에서 내 성기를 빼내자, 그녀는 기침을 하며 내 정액을 쭉 뱉어냈다. 바닥에 떨어진 하얀 점액질 덩어리가 지저분해서 나는 스킬을 사용해 그걸 치워버렸다.
내 스킬창에는 사제랍시고 잡다한 스킬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더러운 물체를 치워버리는 [클린]이라는 마법도 있었다.
아이라는 혀를 쭉 내밀고 켁켁 기침을 하며 남은 점액질 덩어리를 모조리 토해냈다. 나는 아이라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가 뱉은 덩어리들을 모두 마법을 사용하여 없애버렸다. 한참 동안 기침을 하던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이제...커흑...가지, 가지 않으실거죠?"
"저는 항상 이 저택에 있을거에요. 아이라. 당신이 정말 반성한 거 같으니까,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아이라는 말 없이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붉게 물든 눈과 달아오른 얼굴이 내 성욕을 자극했다. 축 늘어졌던 내 좆이 다시 발딱 서는 게 느껴졌다. 옷자락에 내 좆이 닿은 걸 느낀 아이라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이라. 뒤로 돌아볼래요?"
"이, 이렇게요?"
아이라가 쭈그려 앉은 자세로 뒤로 돌았다. 곧은 척추 라인과 풍만하면서 탄력있는 엉덩이 선이 그대로 보였다. 나는 아이라의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일으켰다. 가슴의 탄력이 등 뒤에서도 느껴졌다.
"하읏....."
아이라는 갑작스럽게 내가 접촉하자 약한 신음성을 내며 몸을 움츠렸다. 무엇보다, 내 성욕의 지팡이가 허벅지에 닿아서 그런게 컸을터였다. 나는 허벅지에 내 좆을 비비며 아이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이라. 벽에 손을 짚고 서세요."
아이라는 내 말대로 벽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무엇을 하려는 지 알겠다는 듯 얼덩이를 내쪽으로 내밀며 허리를 숙였다. 벌써 음탕한 액체를 흘리며 엉덩이를 내 성기에 비비는 것을 보고, 나는 엉덩이골 사이에 내 성기를 비비며 넣을 준비를 했다.
그 때 아이라가 말했다.
"절, 절 혼자 두지 않으실거죠? 뭐든지 다 해드릴테니까...."
"그럼요."
아직까진 아이라를 버릴 생각이 없었다. 가슴도 크고, 얼굴도 적당하게 이쁘고 몸매도 훌륭하지 않은가. 지금보다 더 귀찮게 굴면 생각이 바뀌겠지만.
아이라의 질 입구에 내 좆을 가져대 댄채, 나는 천천히 앞뒤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이라가 벽을 붙잡은 손에 잔뜩 힘을 주며 신음을 뱉었다.
"아...아....."
나는 아이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양쪽으로 크게 벌렸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비부에 아이라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고, 나는 넓게 벌어진 입구에 내 성기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흐윽....윽....응...."
저번과 다르게 아이라는 아무 저항없이 내 몸을 받아들였다. 따뜻하고 꽉 조이는 질벽이 내 육봉을 감싼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이라는 발뒤꿈치를 세우며 쾌감과 이물감에 적응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기다렸다가, 아이라의 어깨에 힘이 빠지는 걸 느끼고 온 몸에 힘을 주어 좆을 올려쳤다. 내 허벅지와 아이라의 엉덩이가 부딪히며, 찰싹. 하는 소리가 천박하게 울려퍼졌다.
"아윽!"
단 한 번에 피스톤질에, 아이라가 어깨를 떨며 저세를 무너뜨렸다. 나는 아이라의 가슴을 붙잡고 다시 그녀를 일으켰다. 유두를 살살 굴려주자, 아이라의 무릎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흐으....영주님...."
나는 천천히 허리를 앞 뒤로 부딪혔다. 한 번 박을 때 마다 엉덩이가 크게 출렁이며 떨리는 것이 장관이었다. 아이라는 잡을 곳이 없는 평평한 벽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쾌감을 쏟아부을 곳을 찾고 있었다.
"앙...아앙....흥....아...아앗...."
나는 아이라의 탄력있는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리며 더욱 더 피스톤질에 박차를 가했다. 아이라의 애액이 질을 타고 새어나와 허벅지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물기어린 허벅지와 엉덩이가 맞부딪히며, 소리는 점점 음란하게 방을 채워나갔다.
"하앙...! 으응! 흣! 흐흣! 아앙!"
작게 신음소리를 내던 아이라는 거침없이 소리를 질러대며 벽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마를 벽에 찧고 쾌감을 견디려는 모습이 너무나도 꼴려서, 나는 더욱 더 허리를 바쁘게 움직였다.
퍽! 퍽! 퍽!
"아하....흐흐흥....! 히익....항!"
고기를 때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는 것 같기도 한 독특한 소리가 점점 빠르고 크게 울렸다.
"아앗...! 흐응...! 영주님...! 아아....좋아... 너무 좋아...! 아아...!"
나는 다시 한 번 사정할 때가 왔음을 느끼고 아이라의 가슴을 문지르던 양 손을 꽉 지었다. 아이라가 몸을 떨며 허리를 쭉펴는 그 순간, 질이 조여들며 내 좆의 한계를 이끌어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이라가 자지러지는듯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크게 떨고, 내게로 쓰러졌다. 자연스럽게 결합부가 떨어져나가며, 아이라의 다리 사이에서 하얀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라는 몽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내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입술에 혀가 닿자마자, 나는 다시 한 번 하물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내게 기댄 채 가쁜 숨을 내쉬던 아이라가 다시 자신의 성기 사이를 비비는 내 좆을 느끼고 얼굴을 붉혔다.
"영주님.... 더 해주세요.... 하면.... 계속 하면... 계속 여기 계시는 거죠?"
"맞아요. 아이라. 아이라가 해주는 만큼. 저는 여기있을거에요."
나는 아이라를 번쩍 들어올렸다. 두번의 정사로 힘이 빠진 아이라는 너무도 쉽게 들렸다. 나는 아이라를 침대 위로 던진 다음 상의까지 벗어서 한쪽에 치웠다. 완전히 알몸이 된 상태로 침대에 오르자, 아이라가 다리를 살짝 벌렸다. 나는 아이라 옆에 누워서 말했다.
"제 위로 올라타세요. 아이라."
아이라는 그 말에 아무런 의문을 표하지 않고, 내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는 자신의 비부에 내 좆이 닿는 걸 느끼고 허리를 숙이며 작게 느꼈다. 나는 아이라의 허리를 붙잡은 뒤, 우뚝 솟은 내 좆을 아이라의 보지에 있는 힘껏 쑤셔박았다.
"하윽!"
이미 충분히 풀어진 아이라의 몸 최심부까지 내 좆이 꿰뚫고 들어간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들어간 적 없는 깊은 육벽을 긁어내려가는 걸 느끼며, 아이라와 나는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천천히 아이라가 허리를 들어올리고, 그에 맞춰서 나는 허리를 내렸다.
그리고 다시 아이라가 허리에 힘을 주어 내려찍고, 그에 맞춰서 나는 힘을 주어 허리를 올려쳤다.
"하응!"
아이라가 내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파묻었다. 더 이상 허리를 움직일 힘이 없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허리를 올려치기 시작했다.
"하응! 흥! 아앙! 하아앙! 흥!"
아이라가 콧소리를 동반한 신음성을 토하며 내게 엉겨붙었다. 키스를 요구하는 입을 벌리며,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오자, 나는 입을 맞추며 혀를 밀어넣었다. 신음성이 타액과 혀를 얽히는 소리에 묻혀 추잡하게 액체를 오가는 소리로 변질되었다.
허리를 수차례 밀어넣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신호가 왔음을 느겼다. 아이라의 온 몸이 새빨갛게 물들어서, 더 이상 오갈 곳이 없는 쾌감을 분출할 곳을 찾아 매해고 있었다. 나는 아이라의 몽롱한 눈빛을 바라보며, 힘차게 허리를 쳐올리며 사정했다.
"끄으으읍...! 으읍! 으응! 흐으읍!"
키스로 입을 막힌 아이라가 발버둥치며 절정에 도달했다. 눈을 뒤집고 몸을 떨며 축 늘어진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침대에 쓰러졌다. 나는 아이라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추고, 바닥에 벗어놓았던 옷을 챙겼다.
침대를 바라보면, 아이라는 눈을 감은 채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기절했거나 잠든 것 같았다.
이제 아이라는 해결했으니. 일할 시간이었다.
"이건 너무 경우가 없는 것 아닙니까?"
올게 왔다. 올 돼지가 왔다고 표현해도 적당했다. 뚱뚱한 금발 태닝 영주는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집무실에 와 있었다. 시에리는 이 영주와 마주치지 않도록 1층으로 내려보냈고, 내 옆에는 아이라가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 영지민 3명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사안에 대해,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경우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영지에서는 영지민 한명 한명이 재산이었고, 노동력이었고, 군사력이었으니까. 바로 옆동네에 새파랗게 어린 금발 양아치 새끼가 자기 영지민 3명을 아무런 협의없이 데려간다면 당연히 말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시나요?"
물론 나는 이 사안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 사회 생활하면서 충분히 배웠듯이, 사과하면 지는거다. 사과하면 보상만 늘어나고 얻는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시치미를 뗐다. 영주가 아무리 논리적인 근거를 가져온다고 한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잡아 뗄 생각이었다. 어차피 인사 이동문제로 밀어붙이면 이 영주가 시에리를 빼올 방법은 없었다.
"지금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겁니까? 아니 어떻게 남의 영지민을 이런 식으로 빼가십니까?"
영주는 지금 영지민을 빼앗긴 분노에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영주의 상태창을 확인해보지 않아도 머릿 속에선 '영주는(은) 화내고 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진짜 존나 금발 태닝한 곰탱이같이 생겼네.
"아, 혹시 시에리 인사 이동에 관련된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 시에리를 어째서 데려가셨냐. 이겁니다!"
보통 영주가 수녀 이름까지 외우고 다니진 않는다. 당장 나만해도 우리 저택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며, 교회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이드장도 메이드장이라고 부를 뿐 한 번도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다.
즉, 이 놈이 시에리의 이름을 안다는 건 시에리를 어느 정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뜻이고 NTR충이 눈여겨 보고 있다는 건 NTR각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나중에 트집 잡아도 이 새끼도 죽여버려야되는 데 당장은 명분이 없는게 아쉬웠다.
"언제부터 영주가 대천신교의 인사이동에 관여했죠? 남부 사제장으로서 남부 지역의 모든 수녀 및 사제의 인사이동은 제가 위임받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주의 항의에 내가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루시우스는 남부 사제장. 남부 지역 사제중에서는 내가 왕이었다. 내가 사제들 불러서 난교파티를 여는게 아닌 이상, 내 인사 이동에 대해 태클 걸 수 있는 새끼는 없었다.
"그건... 그렇지만, 시에리의 부모는 제 땅에서 자란 토박이들입니다. 수녀 한 명만 인사이동 해도 되는 문제를 어찌 부모들까지 데려가는 겁니까? 영지에서 자란 영지민은 곧 영지의 재산입니다. 이는....."
왜 가져가긴, 니가 가족들 볼모로 잡고 NTR각 세울까봐 그러지. 하지만 이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기마련. 나는 말했다.
"결국에는 세금이 문제라는 거군요. 사실 시에리를 인사이동 할때, 그래도 부모님과 다른 영지에서 사는 건 좀 아닌거 같아서 제가 임의로 부른 것이지만, 그 부분에 문제가 있었네요. 제가 본래 종교인이다 보니 이런 영지 생리에는 밝지가 않아서요.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럼......"
"그럼, 일단 우리 영지로 모신 두 분을 다시 보내기는 그러니, 따로 영주님 측 세율을 적용해서 저희가 세금을 보내드리는 형태는 어떨까요?"
"네?"
"그래도 인사이동한 아이를 타지에 혼자 둘수도 없으니, 부모님과 같이 있는게 도리상 맞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냥 데려오면 말씀하신 것처럼, 타 영지의 재산을 축낸 셈이니. 영지민은 저희가 맡고, 세금은 그 쪽에 드리겠습니다. 땅도 저희 영지랑 그 쪽 경계면에 지정해드릴거구요."
"굳이 말입니까?"
영주 입장에서는 부모들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이렇게 귀찮게 할 바에는 부모는 그냥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게 맞았기 때문에 그의 의문은 합당했다. 하지만 내가 시에리의 부모님을 고향에 보내면, 시에리가 저 금태양 영주의 영지로 돌아가야 하는 명분이 생긴다. 내가 시에리를 따라갈수는 없으니, 그 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영주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따졌다.
"그것말고도 문제는 있습니다. 일단, 시에리의 부모들은 제게 막대한 빚을 지고 있어서....."
"그 빚은 제가 대납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게는 품위유지비와 남부지역 교회의 기부금이 추가로 들어온다. 노인네 둘 빚갚아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노인네 둘 치고는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지만, 그것도 내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주와 일반 농민의 재산은 그만큼 차이가 컸다.
"그러면, 영지의 재산도 축낸셈이 아니고, 오히려 밭이 하나 비는 셈이니 이 땅만 잘 굴리시면, 영주님 입장에서는 수입이 조금 더 느는셈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영주가 말끝을 흐렸다. 이 새끼 빚도 갚아주고 세금도 내게해주며, 지가 상태 보러가기 쉽게 지네 영지 가까이에 땅을 준다고 해도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이 정도로 양보했는데도 포기할 줄 모른다?
이건 둘 중 하나였다. 얘가 시에리네 부모님을 따먹고 싶어하거나 시에리네 부모님을 이용해서 시에리를 따먹고 싶어 하거나.
"그렇게 시에리네 부모님분들을 챙겨주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아, 그런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빚을 갚게하는 건, 영지민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수가 있으며....."
"빚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묻는건데, 시에리의 부모님이 어떤 연유로 그리 막대한 빚을 진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시에리네 부모님이 진 빚은 내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일반 농민이 함부로 빌릴만한 금액이 아니었다. 도박을 하는 카를도 고작 몇 골드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시에리 부모님은 대략 50골드의 빚을 지고 있었다.
"아, 그건..... 영지 일이라서 말씀드리기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겠죠?"
"네?"
"더 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서로 원하는 바는 다 채운듯 한데."
"그, 그렇죠. 저는 빚을 갚았고, 인사이동도.... 그.... 끝났고요. 헤헤헤....."
영주는 기분나쁘게 웃으며 슬슬 뒤로 물러났다. 나는 로빈을 통해 영주를 전송하고 집무실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암만 생각해도 저 이웃 영주가 불안했다. 저 놈이 당장 무슨 짓을 하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불안한건 불안한 거였다. 더 짜증나는 건 당장 저 영주를 죽일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명분이 없으면 그냥 살인자에 불과하다. 살인자는 대천신교에서도 보호해주지 못한다. 나는 혀를 차며 아이라를 쳐다봤다. 아이라는 얼굴을 붉힌 채 내게 물었다.
"그..... 하실 건가요?"
"네. 해야죠."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이라에겐 새로운 직책이 부여되었다. 내가 아이라를 처벌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아이라의 갱생'이었으니 그녀가 갱생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했다. 나는 그래서 남부 사제장의 직위를 이용. 아이라를 대천신교 수녀로 임명하기로 했다.
겉으로보면 이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까. 영지의 재산을 털기위해 잠입했던 사기꾼이, 지혜로운 영주에 의해 감화되어 대천신교에 귀의했다는 이야기. 이러면 대천신교의 평판도 올라가고 내 이름값도 올라갔다.
좋은 일을 해서 좋은 건 없지만, 좋은 이미지가 있으면 좋은게 많다. 드라마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백날 기부해도 악당 이미지 때문에 식당 아줌마한테 욕먹는 걸 생각해보자. 좋은 일과 좋은 이미지는 엄연히 다르다.
아이라가 대천신교 수녀가 되면서 여러모로 편해졌다. 일단 아직 견습 수녀이기 때문에 누군가 교리를 가르쳐야 했는데, 그 역할을 나와 시에리가 돌아가면서 맡았고, 시에리 시간에 제대로된 교리를 배운다면, 나와 있는 시간에는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몸으로 직접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조론' 시간은 내 스트레스 해소 및 시에리에 대한 음심 해소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내 성적 취향은 작은 가슴보단 큰 가슴과 골반이라는 사실을 확신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시에리 말이 나온김에 시에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현재 영주 업무를 하는 중간에 나는 시에리를 만날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시에리가 이제 막 영주 저택으로 이사와서 정신이 없는 한 편, 자기 부모님의 일을 도와드려야 한다며 자주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이번에 저택 회계 업무를 시에리에게 위임 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익숙해지느라 시에리는 아주 바빴다. 아무리 회계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른 동네 회계를 한 번에 끝내면 그건 컴퓨터지 사람이 아니다.
새롭게 회계 업무 자리를 맡으며 인수인계와 월말 정산에 바쁜 그녀를 억지로 붙잡으면 좋은 호감도도 다 깎이고 만다. 결국 나는 내 눈앞에서 흔들리는 시에리의 유려한 허리와, 가녀린 어깨선을 눈으로만 견식한 뒤, 아이라를 따먹으면서 그 모습을 대입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이라는 내가 섹스 중에 시에리 이름 불러도 용서해줬으니까.
그렇게 하루 하루 시간이 가고 있었다. 가장 바쁘다는 분기 정산이 끝나면 시에리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웃집 영주도 조용하고, 마왕도 아직 부활하지 않은 이 시간.
순진무구한 시에리가 나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그 누구도 저택을 털려고 하지 않는 이 시간.
동네에 들끓는 도적단들이 유난히 조용한 이 시간.
시에리를 공략하기 최적의 시간이었다.
시에리는 아직도 아무것도 모른단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씩 웃으면 그 웃음에 몸둘바를 모르며 몸을 돌렸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귀여웠고, 그 미소와 상태창에서 봤던 '순진무구함' 특성이 오버랩되며 꼴림에 박차를 가했다.
나는 시에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시에리가 살짝 놀라서 서류 몇장을 떨어트렸다.
"아, 죄송합니다. 영주님."
"시에리."
"네. 영주님."
"루시우스라고 불러줘요."
아무것도 안했지만 시에리의 호감도는 현재 89 이 정도면 슬슬 서로 말 놓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시에리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 저, 정말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루, 루시우스....."
시에리가 빨갛게 얼굴을 달군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이게 바로 아빠 미소인가?
"영주님!"
우리 저택에서 가장 꿀빠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기사단장 로빈이, 헐레벌떡 내게 달려왔다. 그가 이렇게 달려올 때는 뭔가 급박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로빈은 평소해는 맹인 안내견처럼 얌전하게 지내다가도, 뭔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거나, 힘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프리스비를 쫓아가는 보더콜리같이 행동했다. 나는 시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왜 그러죠. 로빈?"
"경비대가 도적 일당을 붙잡았습니다."
"도적을요?"
이 영지에서 유일하게 내게 대적하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도적들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놈들은 목숨을 어디 전당포에 맡겨놓기라도 한 것인지 영지 경계에 수시로 나타나서 사람들을 괴롭혀 댔는데, 그 약탈 수위가 제법 심각해서 루시우스는 수시로 경비대를 불러 순찰을 돌게했다.
최근 들어서는 제법 조용했는데, 갑자기 또 이렇게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정말 목숨을 몇 개씩 쟁여놓고 사는 놈들이 틀림 없었다. 루시우스가 한 번씩 살려줬던가.
"경비대는 몇명이나 죽었어요?"
인원이 적은 이 곳에선 사람 한 명 한 명이 재산이었다. 이번 도적들과의 전투로 애들이 죽었으면 그것만큼 치명적인게 없었다. 배상비도 물어줘야 하고 장례식도 치러줘야 했으니까. 이런 일로 사람이 죽으면 그걸 충원하고 다시 교육하는 데 또 돈이 들어갔다. 돈 돈. 영주에게 있어서 영지민은 곧 돈이었다.
"아, 네.... 이번에는 따로 사망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적단 놈들도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
"도적들은 전원 생포한건가요?"
"아, 네. 마을로 내려왔던 도적단 분대를 경비병이 발견, 시가전에서 3명을 죽이고 항복한 5명을 데려왔습니다."
"당시 지휘를 맡은 사람에게 상을 내리고, 그 도적들은 죄다 목을 잘라서 거리에 내거세요."
"저, 저 영....루....영..영주님?"
내 말에 시에리가 치고 들어왔다. 그녀는 내 옷깃을 잡고 조심스러운 어조를 통해 내 안색을 살폈다. 영주로 불러야할까 루시우스라고 불어야 할까, 잠깐 사이에 많은 고민을 한 것이 어조에서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웃어주며 물었다.
"왜 그래요. 시에리?"
"그..... 대천신교의 교리에서는 죄인도 용서하는 것이라 하여, 갱생에 더 초점을 맞춘 벌을 내리는 것이....."
조금 잘대해주면, 이렇게 선을 넘기 마련이다. 시에리는 내가 대천신교의 가르침보다는 잔인한 형벌에 중점을 둔 것이 다소 불만인 듯 했다. 영주의 지시사항에 대해 선 넘지말라고 다그쳐야 옳은 행동이었지만, 내가 시에리의 호감도를 관리해야 하는 이상 그런 언행은 삼가야 했다.
일단 시에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내가 대천신교의 남부 사제장이고, 바로 며칠 전에 아이라를 속죄의 행군을 통해서 갱생시킨 전력이 있었고, 바로 며칠 전에 시에리에게 사람이 어째서 반성하고 갱생해야 하는 지 알려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도적들의 면면도, 죄목도 살피지 않고 목을 잘라버리라 하니 시에리 입장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질 법도 했다. 아마 나 말고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도둑들과 아이라의 처우가 다른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을 게 분명했다. 나는 시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했다.
사실, 속죄의 행군을 하려면 못할것도 없는데, 이 게임에서 도적 새끼들은 야겜들이 그렇듯 간부나 두목급이 아니라면 여캐를 기대해선 안됐다. 신출내기 도적들이라면 아마 얼굴도 제대로 안나오는 엑스트라 새끼들일게 뻔했고, 나는 그런 새끼들을 벗겨서 길거리에 돌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범죄잖아. 그것도 아주 치명적이고 끔찍한 범죄.
"당신 말도 일리가 있네요. 시에리. 제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힌 도적들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눈을 가리고 말았군요. 우선 도적들을 만나서 재판을 하도록 하죠. 역시 저는 당신이 있어야 돼요."
하지만 나는 시에리에게 그런식으로 변명하지 않았다. 종교에 미친 년을 따먹으려면 나 역시 종교에 미쳐야 하는 법. 골수 대천신교 신자를 따먹으려면 나 역시 모태신앙이 되어야 했다. 이럴 땐 시에리에게 맞장구를 쳐주는 게 제일이었다.
시에리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는 게 기분이 좋은 지 강아지 같은 소리를 내며 작게 웃었다. 보통 여자들 머리 쓰다듬는 게 금기라고 하던데, 펌도 없고 고데기도 없는 세상의 종교인이라 그런지 내가 머리를 망가트려도 별로 신경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시에리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전기나 만들수는 없는 법. 나는 기왕 시에리랑 무엇인가를 한다면 아기 만들기를 하고 싶었다. 아기 만들기를 위해선 일단 이 도적들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로빈. 기다리세요. 그래도 재판을 한 번 해봐야 맞겠죠."
나는 시에리와 함께 도적들이 묶여있는 마당으로 나갔다. 본디 법적으로 도적들은 그 죄의 경중을 물어 팔을 자르거나, 사지를 자르거나, 목을 잘랐다. 물론 그 충격으로 죽는 건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도적들의 사인 대부분은 형 집행 도중 사망이었다.
도적들은 저택 마당 한복판에 일렬로 앉아있었다. 나는 맨 끝에 앉아있는 도적의 머리를 발로 까서 줄줄 넘어트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도적들은 서로 눈을 굴리며 누가 먼저 배신할지를 겨루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중 맏이로 보이는 놈은 내가 나타나자 마자 머리를 박으며 외쳤다.
"영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본디 배운 거 없고 무식한 놈이라 돈을 어떻게 버는 지 몰라서 도적질을 일삼고 말았습니다! 풀어주신다면,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정말 반성하고 있나요?"
"네! 영주님! 정말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네. 로빈. 저 친구의 손을 자르세요."
로빈이 기다렸다는 듯이 맏이를 끌고 나갔다. 맏이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지만, 로빈을 이길수는 없었다. 아무리 평소에 '로빈'하는 놈이라지만 영지 기사단장은 폼으로 딴게 아니라는 듯, 맏이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영주님! 영주니이이임!"
"저....."
시에리가 내 옷깃을 붙잡자, 나는 시에리의 손을 꼭 붙잡아주며 말했다.
"시에리. 아이라는 그래도 미수에 그쳤잖아요. 하지만 저들은 지금까지 몇번이고 도적질을 한 도둑들이고, 또 단체로 활동하는 악랄한 범죄집단이죠. 무분별한 용서는 재범을 낳고 말아요. 우리가 종교인의 관점으로 세상에 접근한다고, 세상도 종교적으로 변하진 않아요. 아시겠나요?"
"영주님!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하겠습니다! 영주님!"
맏이의 비명이 마당 뒤편에서 울렸다. 나는 이제 남은 네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 중에서 서열이 두번째인듯한 놈을 골라서 물었다.
"당신은 반성하고 있나요?"
"반성한다고 해도, 손을 자르면 앞으로 뭘 먹고 살라는 겁니까?"
그는 말대꾸를 했다. 매우 건방진 새끼였다. 나는 옆에있는 다른 경비병에게 말했다.
"이 친구는 반성하지 않으니 사지를 자르세요. 반드시 반성할때까지 살아있어야 하니, 제가 옆에서 치료해주도록 하죠."
"네?"
"뭐해요? 빨리 가서 톱 가져와요."
"네, 네! 알겠습니다!"
둘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당당한척, 쫄지 않은 척을 하고 있었다. 시에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들어보세요. 시에리. 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 죄의 무거움을 알아야 해요. 그래서 법이 있는거죠. 모든 사람을 신이 용서해줄 수 없기에, 왕이 법을 만들고, 우리가 법 아래에서 그들을 보살피는 거죠. 저 도적은 지금, 반성할 마지막 기회를 놓쳤으니 법대로 하는 겁니다."
병사가 거대한 톱을 가져왔다. 시에리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이런 잔인한 광경을 보고 싶어하진 않는 것 같았다. 둘째는 이 시점에서 슬슬 자신이 버티는 게 무익하다고 느낀것 같았다. 그는 몸을 덜덜 떨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반성하고 있나요?"
"....네."
둘째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지를 자르도록하죠."
둘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병사도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말했다.
"반성하셨으니까. 벌은 달게 받으셔야죠. 저택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건 좋지 않으니 재갈을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에리가 고개를 돌린 채 눈을 질끈 감고 기도하고 있었다. 심약한 그녀의 심정으론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게 분명했다. 나는 시에리를 쳐다보다가 다시 말했다.
"뭐, 오늘만큼은 특별히 톱으로 써는 건 봐주도록 할게요."
뒤에서 로빈이 다가왔다. 로빈은 갑옷에 묻은 피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내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팔을 자르는 중에 죽고 말았습니다."
"신께서 데려가셨군요."
둘째도, 남은 놈들도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와 병사들의 모습을 한 번 살피고, 다시 말했다.
"그럼 이렇게하죠. 주동자가 죽었으니, 그 친구가 당신들의 모든 죄를 가지고 갔다고 치자구요. 한 사람의 죄인이 비참하게 죽었으니 여러분도 여러분이 어떤 죄를 저지르고 있었는 지 대충 깨달으셨을거라고 믿습니다."
시에리가 그 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내 결정에 다소 안도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소꿉친구로 알고지내던 나는 이런 사람이었겠지. 하지만 나는 무책임한 선의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도적들이 들어온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내 자비로운 결정에 로빈도 병사들도 다소 안도한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도적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들에게 조용히 농사지낼 수 있는 땅과 지원금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지에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귀하니까요."
도적들이 그 말에 감복한듯,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나는 그들을 뒤로한채 시에리에게 다가가서 속삭였다.
"잘 보세요. 시에리. 무책임한 선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시에리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모른 체하고, 사람을 시켜서 빈 토지를 알아보게 했다.
영지민 한 명 한 명은 귀하다. 그렇지만 그 귀함이 시에리를 따먹는 것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나는 이 번 일이 시에리와 나 사이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 확신했다. 서로 우대해주고 베푸는 친구관계에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관계로 바뀌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했다.
나는 볼 수 있었다. 도적들에게 땅과 지원금을 준다고 하자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도적들에겐 새로운 집과 밭이 제공되었다. 이 조치는 루시우스 치세에서도 아주 파격적인 조치였다. 시에리는 루시우스가 자신의 말을 들어 무리를 한 듯 해 다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루시우스가 말한 '무책임한 선행'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4명의 도적들은 자신들에게 마련된 집과 이 집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걸 증명하는 문서. 그리고, 넓은 전답을 보고도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두목의 명령을 따라 동네를 터니 땅이 나왔다.
"형님. 이거 대박인데요?"
셋째가 집 내부를 훑어보며 그렇게 말했다. 자기들끼리 아지트로 쓸수도 있었고, 팔아서 도적단으로 돌아갈수도 있었다. 둘째는 방금 전 사지가 잘릴 뻔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오싹해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넷째는 밖에서 전답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에 손에 들린 종이에는 경계면이 그어진 이 거대한 논밭이 도적 4형제의 소유라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넷째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섯째는 호기심어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상대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마을을 쳐들어오던 도적놈들이 새사람이 됐다며 입주했으니 궁금할만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괴롭힌 도적놈들이 왔다는 사실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영주님은 무슨 생각이신지....."
마을의 촌장은 대놓고 이런 말을 꺼냈다. 다섯째는 그 말에 인상을 쓰고 촌장을 노려봤다. 분위기가 격해지기 전에 물자 인계를 위해 찾아온 경비병들이 싸움을 뜯어말렸다.
다섯째는 물자를 받아들고 짜증을 내며 문을 벌컥 열었다. 둘째는 여전히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민 중에 있었다.
갱생의 기회를 준 건 확실히 고마웠지만, 이대로 도적단에 돌아가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기회를 걷어차고 도망치면 영주한테 죽었다. 두목도 무서웠지만, 둘째는 영주도 무서웠다. 특히 사지를 자르라고 명령할 때 그 눈빛은 세간에서 말하는 성자 루시우스의 눈빛이 아니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셋째가 물었다. 그는 둘째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첫째부터 다섯째는 자신들이 원했거나 친해서 뭉친게 아니었다. 이 분류는 두목이 임의로 나눈 것에 불과했다. 그들은 도적질을 하기 며칠 전 만해도 서로 말도 안섞던 사이였다.
첫째가 루시우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배신을 때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기인했다.
"모르겠어. 씨발.... 어쩌지...."
"두목이 우리를 안찾을수도 있잖아요?"
도적 두목이 아주 배려심이 넘쳐서 이 도적 패거리를 찾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제 새사람이 되라고 놔둘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둘째가 생각했을 때 세태와의 야합따윈 개나 줘버린 이 정신나간 두목이 자신들을 놔줄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애초에 두목이 다른 지역도 아니고 루시우스의 영지 주변을 거점으로 삼은 이유부터가 대천신교의 사제장 쯤 되면 영지민들이 조금 털린다고 작정하고 자신들을 토벌하지 않을거라는 계산하에 벌인 것이었다.
종교인의 천성을 이용하여 악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 두목이 자신들을 놔줄리 없다. 오히려 그는 부하들이 전답과 집을 판 제물을 들고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했다.
전답을 파는 시도만 해도 영주에게 죽을지도 모른다. 그냥 무시하고 있으면 언제 두목에 의해 죽을지도 모른다. 둘째가 고개를 들었다. 잘근잘근 물어뜯던 손톱이 뚝하고 부러졌다.
"야. 우리 그냥 배신 때리자."
둘째의 제안은 이랬다. 지금 당장 영주 저택으로 달려가서, 두목의 위치를 말해주고 도적 토벌을 요청하자. 앞으로 몇년을 더 도적질을 하든 이 정도의 대접을 받을 기회가 올 가능성은 없었다. 이럴바에는 차라리 영주 측에 붙어서 두목 목을 따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듣자하니 루시우스라는 영주도 전직 용사 일행의 아들이고 또 하프엘프라고 하지 않던가. 두목이 암만 강하다고 해도 그런 인간한테 걸리면 한방이었다.
둘째의 제안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걱정많은 셋째는 그 제안에도 태클을 걸었다.
"그러다가 지면 어떻게해요?"
둘째는 루시우스가 두목한테 질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두목이 강하다고 한들 상대는 그 무섭다는 용사 일행의 자손이었다. 일개 도적이 어떻게 해볼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둘째는 그래서, 그 헛소리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사실, 반박할 가치도 없었다.
"우리가 이거 팔다가 영주한테 걸리면 어떻게 될 거 같냐?"
"죽겠죠?"
"그래 새끼야.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죽고, 팔아도 죽는다니까? 영주 뒤통수치고 사는 것보단 두목 뒤통수치고 새 삶을 사는 게 훨씬 나을 거 같지 않냐?"
"아니 그래도, 두목한테 잘못걸리면 무섭다구요. 그 영주 양반 마음 약한거 같은데, 도적단 두목 용서해준다고 내버려두면 우린 어떻게되는데요?"
"그걸 어떻게 해봐야지."
둘째도 셋째의 지적에 할말을 잃었다. 영주가 두목을 용서해주면, 거기서 끝장나는 거 아닌가? 당장 두목이 영주한테 우리처럼 용서받고 마을로 내려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나? 만일 잡으러 갔는데 혹시나 놓친다면? 그러면 그 후환은 우리가 감당하는 건가?
"일단 기다려보자 그럼. 기다리면 연락을 취하겠지."
그래서 둘째는 차선책을 던졌다. 일단 기다려보자. 기다리면 두목이 직접 연락을 취할테니, 그 지령을 따라서 움직이도록 하자. 지나치게 불합리하다 싶으면 배신하고 어느 정도 돈이 될거 같다 싶으면 두목 쪽에 붙자. 그렇게 네 도적은 두목의 연락을 기다렸다.
한 편 일단은 평화롭게 살기로한 이 네 명의 도적들은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루시우스의 특별 명령으로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마을 중앙에 있는 대천신교 교회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대천신교는 자신보다 약한자를 괴롭혀서는 안되며, 악을 행하는 자도 뉘우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교리를 품고 있었다. 오늘 설교를 위해 나온 깐깐한 인상의 목사는 반성과 속죄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둘째는 이 대천신교의 교리가 잡소리라고 생각했다. 한 때는 그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 적 있었다. 영지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불합리한 세금과 사람을 벌레처럼 보는 고위층의 시선이었다.
그 영지를 탈주하고 도적단이 된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둘째는 자신이 살던 고향에 천벌이 내렸다거나 영주가 급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회개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
매년 악덕 영주의 영지에서 탈주하는 영지민들은 끝이 없었고, 그들 중 일부는 다시 두목의 도적단으로 들어갔다. 셋째도, 넷째도 다섯째도,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도적단에 들어왔다.
반성을 하면 무엇하는가. 속죄하면 무엇하는가. 속죄를 하든 사지가 잘려서 죽든, 이웃 마을의 영주는 잘 살 것이다. 세상은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삐딱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대천신교에 감화되어 죄를 뉘우치신 형제분들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목사가 도적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반쯤 졸고있던 다섯째도 책을 보는 시늉을 하고 있던 넷째도, 둘째도 셋째도 전부 고개를 들어 목사를 쳐다봤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고 있었다.
목사는 일어나달라는 듯 손짓했다.
둘째는 고개를 저었다. 목사는 입맛을 다시며 눈을 찌푸렸다. 그는 다시 착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회개한 도적 일행들의 예시를 들어보이며 설명했다. 회개한 사람들은 한낱 도적에서 커다란 집과 전답을 가진 영지민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는 내용이었다.
둘째는 이 지겨운 촌극이 끝나길 기다렸다.
강연이 끝나면 주황색 머리의 젊은 수녀가 성금을 주도했다. 한푼 두푼 모은 성금을 내는 손들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둘째를 비롯한 도적단은 그 성금을 내는 것도 거부했다. 수녀는 말했다.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여주세요. 오늘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건 모두....."
"옛소."
이야기가 더 길어지는 게 싫었던 둘째는 동전을 한닢 던졌다. 수녀의 가슴에 맞고 모금함에 정확히 안착한 동전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일행들이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둘째는 입술을 실룩이며 수녀를 쳐다봤다.
저 수녀. 영주가 자신들을 죽이려 할 때 그 옆에 있던 여자였다.
"마음에 안드는 게 있나요?"
"없수다."
둘째는 고개를 저었다. 수녀는 더 이상 이야기를 끌고가지 않았다. 그녀는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듯 했지만, 목사가 그녀를 데리고 물러났다. 목사가 그녀에게 뭐라고 중얼거리자 수녀는 고개를 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 * *
집에 돌아온 저녁. 장장 일주일 만에 네 명의 도적은 두목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연락을 가져온 것 도적단 내에서도 발이 빠르다는 '산토끼' 클레방이었다. 그는 도적들이 지내는 집 탁자에 올라탄 채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신자 새끼들."
"잠깐. 잠깐만 이야기를 들어봐."
둘째가 다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클레방은 손에 든 단도로 네 사람을 이리저리 겨눠보다가 다섯째를 향해 단도를 던졌다. 바로 머리위를 스쳐지나간 단도에 다섯째가 몸을 움츠렸다.
"설명해봐. 빨리."
"돌아가려고 했어. 그런데, 우리가 오자마자 집을 다 처분하면 영주가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우리가 그냥 도망치기엔 여기 이 집이랑 전답에서 나오는 수익이 너무 아깝잖아? 응?"
"그런데 왜 우리한테 연락하지 않았지?"
"기다리면 이렇게 올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응? 우리가 배신할리 있겠어?"
"없지. 그렇지. 너네도 자존심이 있는 놈들이잖아. 영주 밑에서 고통받기 싫어서, 우리한테 온거 잖아. 그렇지?"
클레방이 붉은 눈을 또로록 굴리며 물었다. 그의 눈은 초점이 희미하고 색이 선명해서, 사람을 소름돋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둘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방이 말했다.
"두목은 너희를 죽이라고 말했어. 이렇게까지 기다리는 거 자체가 자길 시험하는 행동이라고 했거든. 알잖아. 두목은 자길 시험하고, 뭐 그러는 거 엄청 싫어한단 사실."
"잠깐만 잠깐만, 진짜로....."
"그런데 나는 기회를 주기로 했어. 지금부터 딱 사흘 주지. 최대한 처분할 수 있는거 처분하고 그 돈을 챙겨서 숲 입구에서 기다려. 알겠어?"
"......알겠어."
둘째는 고개를 떨궜다.
"물건을 파는 데 영주 저택까지 갈 필요는 없지. 그렇지?"
".....그렇지."
둘째는 생각했다. 속죄해서 돌아오는 건 없다고.
"사, 살려줘....."
수염이 숭숭난 근육질 거한에게 구걸을 들을 날이 올줄은 몰랐다. 나는 피에 젖은 메이스를 들고 막사 한가운데에 앉아있었다. 몇명의 도적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대부분의 도적들이 무기를 버리고 한곳에 모여있었다.
도적 두목은 머리가 반쯤 박살난 채 살려달라는 말을 오후 12시를 가리키는 뻐꾸기 시계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선 대략 사흘 전 시에리를 영지 내 교회로 파견보냈을 때로 거슬러가야 했다.
시에리를 파견 보낸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로 내 행동에 자유를 얻기 위해. 둘째로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을 시에리가 알면 곤란했기 때문에.
내가 시에리를 지방 교회로 파견 보낸 이후, 나는 도적 4명을 붙잡은 김에 도적단을 완전히 족쳐버리기로 결심했다. 도적이 영지 옆에서 날뛰고 있으면 내 명성에도 안좋고 민심에도 안좋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루시우스가 냅둔 이유를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원작에서 페타 영지의 도적단을 소탕하는 건 일종의 퀘스트로 존재하는 데, 이 위치가 랜덤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라 다회차 유저들이나 용사 솔로잉 스피드런을 즐기는 유저들은 그냥 페타 영지에 돌입하자 마자 숲으로 방향을 꺾어서 도적들 모가지부터 치고 시작하곤 했다.
나는 이 게임을 제법 해본 유저였고, 도적단의 위치도 알고 있었다.
로빈을 데려가야 안전하지 않나 싶었지만, 여기 도적단들은 루시우스의 무능하고 호구같은 면모를 보여주기 위함인지 평균 레벨 10대에 보스인 도적 두목도 레벨 20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현재 레벨 36인 나혼자 가도 이 새끼들로 케밥 파티를 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얘는 도적단도 놔두고 탈세충도 놔두고, 대체 하는 일이 뭐였지.
그래서 나는 시에리도 저택에 없고 로빈도 부하들을 훈련시키느라 바쁜 틈을 타 남 몰래 저택을 빠져나왔다. 나의 진실의 지팡이를 들고 숲 속을 향해 천천히 걷다 보면, 경계를 서고 있던 도적단 인원 몇명이 보였다.
활을 들고 주변을 슬쩍 슬쩍 돌아보다가 하품을 하는 모습이, 제법 도적단에서 오래 있던 놈 같았다. 경계는 원래 신입이 제일 잘하는 법. 나는 수풀 속으로 몸을 숨긴 채
그 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상태창을 열어보니 놈은 도적단의 사냥꾼 포지션을 맡고 있었으며 레벨은 15 정도.
스텟도 제법 준수했고, 도적단의 일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듯 해서 회유하면 바로 넘어오겠지만.
깡!
나는 뒤로 숨어들어가서 메이스를 휘둘렀다. 도적 놈들을 써봐야 어디에 쓰겠는가. 머리가 재활용되는 알루미늄 캔쩌럼 찌그러진 사냥꾼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서 절명하고 말았다. 주변을 살펴도 다른 놈들이 없길래, 나는 조금씩 조금씩 숲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경계병은 더 없었다. 내가 막사 입구에 도달할 때까지 본 경계병은 내가 알루미늄 캔으로 만들어버린 사냥꾼 뿐이었다.
막사는 그 규모가 제법 거대해서,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안들켰나 싶을 정도였다. 숲 안 쪽에 엘프들이 사는 군락지라도 되는 것처럼 거대한 울타리를 세워놓고, 덩굴로 울타리를 겹겹히 엮어서 마치 풀로 만든 장벽처럼 위장했다.
막사 입구에는 두 명의 도적이 보초를 서고 있었는데, 이 놈들은 신입인듯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벽에 바짝 붙어서 놈들을 향해 움직였다.
깡!
내가 가까이 다가올때까지 눈치채지 못하자 나는 지체없이 내 옆에있는 보초의 얼굴에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그 놈은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내 패시브 [돌격병]이 적용되어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사방으로 뼛조각이며 고깃조각이 흩날리자, 옆에 있던 보초가 기겁을 하며 주저앉았다.
깡!
놈이 소리 지르기 전에 그 놈의 머리도 불꽃축제처럼 터뜨려버리고 나는 막사 안으로 돌입했다.
막사 안에는 한창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운데에 덩치 큰 도적 두목이 사발로 술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 있었고, 주변에 도적단 인원들이 환호하면서 도적이 술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보초가 들고있던 창을 집어들고, 도적 두목을 조준했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도적 두목이라 머리를 노리기 정말 쉬웠다. 아직까지 도적놈들은 내가 온 것도 눈치 못채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 돌아보기 전에 있는 힘껏 창을 집어던졌다.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창이 술잔을 꿰뚫었다. 도적들이 환호를 멈추었고, 도적 두목도 술먹는 걸 멈춘 채, 얼어붙었다. 굳어있던 두목의 대접 구멍 틈으로 술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두, 두목?"
부하 중 하나가 두목의 상태를 물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천천히 뒤를 돌아봐서 내 존재를 확인하는 인원들이 있었다. 나는 그 놈들보다 우선, 다른 막사 내에서 잠자고 있던 인원들의 대가리를 깨기 시작했다.
괜히 사방에서 몰려오면 나라도 다칠 수 있으니 이 놈들부터 처리해야 맞았다.
덕분에 뒤를 돌아본 도적들이 발견한 것은 잠든 동료들의 대가리를 무자비하게 깨고 있는 사제였다.
"뭐, 뭐하는 놈이냐!"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고 도적들이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나는 제일 먼저 내게 달려든 도적 놈을 붙잡아서 바닥에 메다 꽂았다. 사람이 공중으로 휙휙 날아가는 걸 보고 도적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바닥에 처박힌 도적이 몸을 떨며 게거품을 물자, 나는 그 놈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기 위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쾅!
도적의 몸을 꿰뚫고 흙바닥을 타격한 메이스가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를 일으켰다. 바닥에 널부러졌던 도적은 상반신이 날아가서 인상착의를 알 수 없게되고 말았다.
"으....으으.... 두목....! 두목!"
칼들고 있던 놈들이 뒤로 슬슬 물러나며 두목을 불렀다. 두목은 그 때까지 술잔을 든 채 자리에 앉아서 굳어있었다. 창을 맞아서 깨진 구멍의 틈으로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목을 붙잡고 닥달하려던 부하가 그걸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두목! 두목!"
술잔이 두목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방금 전 창에 맞고 얼굴 절반이 날아간 끔찍한 모습이 만 천하에 공개되었다. 부하들이 패닉에 빠진 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두목이 죽어버렸으니 이제 나를 막을 새끼가 없었다.
"조용!"
나는 도적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두목은 머리가 박살난 상태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살려줘...사, 살려줘....."
머리가 박살나서 어딘가 망가진게 틀림없었다. 나는 두목의 떨어진 지능에 애도를 표하며 내 옆을 지나 도망치려는 놈에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퍽!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놈은 메이스를 복부에 얻어맞고 울타리에 처박혔다. 울타리를 몸을 이용하여 반쯤 부숴버린 그는 부서진 나무 파편에 꽂혀서 고슴도치가 되었다. 그는 겨우 겨우 숨을 내쉬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어필했으나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전부 가운데로 모이세요."
도적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머뭇거리고 있었다.나는 다시 외쳤다.
"여기 가운데로 모이시라구요. 씨이발."
역시 욕을 섞으면 대화가 통한다. 도적들은 빠르게 자리를 옮겨서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두목은 한쪽에 주저 앉아서 여전히 살려달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두목을 등지고 자리에 앉아서 도적 잔당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소개를 했다.
"저는 이 페타 영지의 영주. 페타 루시우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도적들이 동요했다. 웅성대는 소란이 커지자 나는 바닥에 메이스를 찍어서 소란을 잠재웠다.
"제가 어떻게 이 비밀스러운 은신처를 알게됐는지 궁금하시겠죠."
도적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나는 도적들을 돌아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놈들 상식으로는 도적단의 은신처를 어떻게 알아냈나 싶었을거다. 기사단이나 병사들이 숲으로 정찰을 온적도 없었으니까.
"최근에 시가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도적 4명이 투항해왔습니다."
"아...."
어느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대충 어떤 연결고리인지 깨달은 듯 했다. 그리고 배신자에 대한 증오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그 개새끼들.....!"
깡!
내가 이야기하는 중에 쓸데없는 잡음을 넣던 그 놈의 머리를 후려치자, 개새끼들을 연발하던 도적놈은 피거품을 물고 꼬로록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다시금 도적들이 입을 다물었다.
"네. 그 도적들이 은신처를 알려준 덕분에 제가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물론 그 도적 4명은 내게 도적단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해준 적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노리는 바가 있었다.
"사실, 도적단은 집단 범죄라 걸리는 즉시 사형에 처하거나, 그 죄가 미약한 자에 한해서 손을 자르고 풀어줍니다만, 여러분은 숫자가 제법 많잖아요?"
내가 죽인 놈들을 포함해서 대략 스무 명 이상의 규모였다.
"이 정도의 인원을 전부 죽일 수는 없고, 제 부탁만 하나 들어준다면 여러분들이 다시는 페타 영지 근처에도 오지 않는 조건으로 좀 풀어드리려고 하는데요."
"조건이 뭐냐?"
깡!
"존댓말."
"조, 조건이 뭡니까."
건방지게 반말을 구사한 도적 한 놈을 더 두목 곁으로 보내주니 눈이 시뻘건 놈이 손을 들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사실 도적들이 투항했다지만, 그래봐야 도적놈들이거든요. 교화 명분으로 마을에 들여놓긴 했어도, 솔직히 교화가 될거라 믿지도 않고요. 그 놈들을 좀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시겠어요? 일만 잘 처리되면 보상금도 드리죠."
"네. 네. 하겠습니다!"
붉은 눈의 사내는 이름이 클레방이라고 했다. 그는 배신자에 대한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 * *
그리고 다시 며칠 뒤. 나는 숲 입구에 앉아서 클레방을 만났다. 필요한 준비는 다 끝마친 상태였다. 막사에선 다른 인원들이 클레방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려면 그냥 떠나라고 했지만, '보상금'이 아주 유혹적으로 다가온 듯 했다. 클레방은 쭈뼛거리며 주변을 살핀 뒤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됐습니다. 오늘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칼 좀 주겠어요?"
"여기, 여기있습니다."
나는 메이스 대신 클레방이 준 칼을 쥐었다. 마침 멀리서 도적 사총사가 걸어오고 있었다. 클레방이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천천히 다가왔다.
"다 팔았나?"
그는 여전히 도적단에 잔혹한 '토끼발'을 연기하고 있었다. 둘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서둘러서 몰래 파느라 제 값도 못받았지만.... 자, 여기....."
그리고 클레방이 비도를 휘둘렀다. 둘째는 손을 내민 자세로 푹 쓰러졌다. 남은 세 명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기 전에, 내가 튀어나와 다섯째의 목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클레방이 남은 넷째에게 달려들었고, 그와 동시에 내 칼이 셋째의 심장을 꿰뚫었다.
4명의 도적이 모두 쓰러지자 나는 얼굴에 튄 피를 털어냈다. 클레방이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그럼... 저는...."
푹!
나는 클레방의 배때지에도 칼을 한 방 선물해주며 말했다.
"아, 네. 지금 경비대랑 기사단이 막사로 가고 있을거에요."
"끄어어억....끄억...."
클레방은 피를 토하며 붉은 눈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둘째의 전재산을 들고 영지 저택을 향해 걸었다. 내일 아침에 벌어질 일이 기대가 됐다.
아침부터 저택 주변이 시끄러웠다. 나는 이 소란의 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경비병과 기사단들이 도적들을 붙잡아서 끌고온 것이었다. 전날 미리 도적단을 빠져나간 인원과, 체포 과정에서 죽은 인원을 제외하고 대략 8명 정도의 인원이 내 저택으로 끌려왔다. 이들은 나를 만나게 해달라며 악을 쓰고 있었다.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 이 비겁한 놈아!"
"이 치사한 새끼! 네가 그러고도 성직자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비열한 도적들은 내게 성직자의 정의를 논하며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을 질타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의 방약무인한 태도를 그냥 좌시할 수 없었다. 내가 메이스를 들어올리자 도적들이 전부 입을 다물었다. 파블로프의 개라고 했던가. 종을 울리면 개가 침을 흘리듯, 내가 메이스를 들면 입을 다물게끔 학습된 것이다.
"로빈. 수고했어요."
나는 다시 메이스를 내리고 공을 세운 로빈을 치하했다. 로빈은 생긴건 무뚝뚝한 시골 아재였지만, 칭찬받는 걸 아주 좋아했다. 로빈이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도적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클레방 형님은? 클레방 형님은 어떻게 됐느냐? 네가 죽였느냐?"
깡!
나는 제일 먼저 귀찮은 헛소리를 늘어놓으려는 도적의 머리를 후두려 깨버렸다. 투구를 쓰고있던 덕분에 단 한방에 프레스기에 짓눌린 참치캔 같은 몰골이 된 도적을 보고 도적들이 숨을 집어 삼켰다. 나는 메이스에 묻은 피를 털어내면서 말했다.
"도적단을 운영한 주제에 누구에게 옳다 그르다를 논하나요? 도적단을 운영하여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힌 자는 국가의 법에 의해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 죄질이 심각하니 모두 죽여야 맞겠군요."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도적들이 원통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병사들에게 칼을 뽑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더 떠들지도 못하게 단숨에 칼을 내리 그었다. 7명의 도적이 단숨에 입을 다물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도적의 시체들에 병사들이 칼을 꽂아넣었다. 이 도적들 때문에 여간 골치가 아니었는 지 병사들은 몇번이고 시체를 난도질했다.
"거리에 시체들을 효수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나는 시에리를 만나러 갔다. 시에리가 있는 교회에 도착하면, 그녀는 아침부터 마당을 쓸고 있었다. 내가 시에리에게 손을 흔들자, 그녀는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허둥대다가 빗자루를 손에서 내려놓고 양손을 모아 배꼽 인사를 했다. 영주에게 인사하는 예법은 저게 맞긴 하다만, 빗자루를 놓치는 게 웃겨서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여, 영주님!"
"시에리. 어서와요. 요즘 그 도적 사형제는 어떻게 지내나요?"
"글쎄요. 저번에 교회에 나온 이후로 소식을 알 수가 없어서..... 나름대로 마을에 적응하려고 지내는 것 같았어요."
나는 시에리의 손을 잡았다. 시에리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시에리를 내 쪽으로 끌어들이며 말했다.
"잠시 따라오겠어요? 오늘 기사단과 경비대가 도적단과 소요가 있었거든요."
시에리는 그 말에 심각한 표정이 되어 나를 따랐다. 아무래도 부상자를 위한 기도나 구호활동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시에리에게 보여줄 것은 그런 귀여운 것들이 아니었다. 나는 시에리를 끌고 산 쪽으로 향했다. 누군가 떨어트린 동전 몇개와 정신없이 달려나간 흔적이 풀숲에 남아있었다. 점점 인적없는 곳으로 향하니 시에리는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영주님?"
나는 시에리의 의문을 무시하고 그녀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풀이 우거진 곳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가느다란 흙길이 하나 보였다. 시에리는 그 흙길 너머에서 나는 비린내를 감지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시에리를 조금씩 끌고 앞으로 나갔다. 시에리는 불안함을 내비치며 내 옷을 잡았다.
"영주님."
"괜찮아요. 시에리. 제가 있잖아요."
여기서 루시우스라고 불러달라 그러면 좀 미친놈으로 보이겠지? 나는 시에리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주기 위해 씩 웃어주며 그녀를 끌고갔다. 그녀는 발걸음을 조금씩 조금씩 떼어서 나를 따라가고 있었다. 가까이갈수록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에리를 바닥에 널부러진 것들이 시체라는 걸 깨닫고,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덜덜 떨었다.
"영주님?"
"시에리. 여기 보세요."
"영주님... 이게 무슨?"
시에리가 보고있는 것들은 시체였다. 얼마 전까지 마을에서 살던 네 사람의 시체. 그리고 거기에 더해 도적으로 추정되는 또다른 사내의 시체 하나. 전부 내가 만든 작품이었다. 나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누군지 알겠어요?"
시에리는 두려움을 참고 그 시체들을 천천히 바라봤다. 그녀가 굳이 꼼꼼하게 보지 않아도, 시체들은 그 특징이 확연하게 드러나서 누군지 알기 쉬웠다. 내가 일부러 얼굴을 건드리지 않기도 했고, 심장만 뚫려서 죽은 셋째인지 넷째인지도 있으니 더욱 알아보기 쉬웠을 것이다. 퀭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둘째의 얼굴에 파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이를 보는 시에리의 표정이 두려움에서 놀람으로, 동시에 착잡함으로 바뀌었다.
"....그 사람들이군요. 어째서.... 도적들에게 보복을 당한건가요?"
"이들은 제 호의를 무시하고 제가 지원해준 밭과 집을 팔아서 다시 도적단으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어째서...."
"제가 감시인에게 이 사실을 알고 달려왔을 때는, 이미 여기서 도적들에게 죽은 뒤였죠. 저는 저까지 입막으려고 죽이려드는 이 사내를 죽일 수 밖에 없었어요."
"어째서... 이런....."
시에리는 내가 말해준 이야기가 다소 충격적인듯 했다.
물론 다 구라지만. 처음부터 짜고친 조작이었다. 클레방을 시켜서 사총사를 협박하게 만들었고, 사총사들이 설령 죽을 각오를 하고 내게 밀고했다고 해도 지원해줄 생각이 없었다. 왜 굳이 이렇게 했냐고? 나는 시에리의 호감도 이전에 이 년이 사사건건 비인도적인 내 방식에 대해 태클 놓는 걸 막을 필요가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따라 어깨를 감싸며 이렇게 말했다.
"도적들이란 다 그런 존재니까요. 아시겠어요 시에리? 이 사람들은 우리와 사고방식이 달라요. 우리가 신을 위해 살듯, 이 사람들은 두목과 조직을 위해 살죠. 힘을 모아서 남의 것을 약탈하겠다는 인간들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리 없잖아요."
"그래도, 그래도 힘을 모아서, 이해해야 한다고...."
"시에리. 만일 제가 조금만 더 약해서, 방금 그 도적에게 죽었다면 이 영지는 어떻게 되죠? 옆 영지에 살고 있는 친절한 영주분께서 대리로 맡지 않을까요?"
금발태닝 잠만보 이야기를 꺼내자 시에리가 어깨를 떨었다. 나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시에리에게 말했다.
"저는 종교인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기도 해요. 시에리. 대천신교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행동도 때때로는 해야한다는 거죠. 저는 시에리에게 이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전부 착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이런 멍청한 비극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걸."
".....영주님은 다 알고 계셨던건가요?"
"이렇게까지 끔찍한 일이 일어날줄은 몰랐다고 해둘게요. 시에리. 저는 시에리에게 미움받기 싫어요."
"네?"
"영지를 운영하면서, 저는 시에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잔인하게 굴어야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게해야 영지를 지킬 수 있어요. 아시겠나요? 망설임없이 칼을 들줄 알아야 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보셨잖아요. 우리는 종교인이지만, 교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해요. 제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사람들은 그걸 뜯어먹으려고 하죠."
"그렇....군요."
시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날아다니는 파리들이 왱왱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해가 떠오르며 지열에 의해 시체들이 조금씩 뭉그러졌다. 습한 흙냄새에 비린내가 뒤섞여서 악취를 발산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시에리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잔인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시에리가 절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네....."
시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말 한마디를 들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던가. 내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윽박지를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시에리를 따먹을수가 없다. 어르고 달래서 내가 하는 일이 정당하고 설득해야만 시에리를 따먹을 수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이런 살풍경한 장소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그런듯 했다. 나는 시에리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럼 갈까요?"
"네. 영주님."
"시에리."
"네."
"가끔씩은 응석을 부려도 될까요?"
"응석이요?"
"교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며 몸과 마음이 힘들면, 제게도 쉴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럴 때 저와 교제해줄 수 있나요?"
"워, 원하신다면...."
시에리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마을에 도착하지 않은 시점에 나는 말했다.
"루시우스라고 불러줄래요?"
"그....루, 루시우스....."
"잘했어요."
나는 시에리를 꼭 안아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에 만난 경비병에게 시체를 회수해서 거리에 내걸라고 말했다.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저잣거리에는 도적들과 사총사의 시신이 내걸렸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도적 두목의 시체에는 [두목]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도적 일당에는 [마을을 도적 두목과 공모하여 털려고 한 죄]라고 적혀 있었다.
사총사의 시신은 한 쪽에 따로 내걸렸다. 그들의 앞에는 이런 팻말이 걸려있었다.
[이상의 4인은 페타 루시우스 영주가 특별히 사면하여 전답과 집을 내렸으나, 이를 매각하여 도적단으로 도주하는 중대한 배신 행위를 저질렀다. 이 과정 중에 재물을 노린 같은 도적들에게 살해당하였으니 이보다 우스운 일이 없다. 이 일을 교훈삼아서 페타 영지에선 더이상 도적들에 대한 사면이 없음을 알리는 바이다.]
도적들의 시체를 거리에 내건 저녁, 나는 시에리를 내 방으로 끌어들였다. 시에리는 내 방에서 교회로 출퇴근 했기 때문에 밤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에서 지냈다. 얇은 잠옷 너머로 시에리의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졌다.
시에리는 아이들이 입을법한 잠옷을 입고 있었다.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반바지와 꽃무늬 장식이 끝에 달린 윗도리는 시에리의 순진함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듯 했다. 나는 시에리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시에리는 당황한 듯 버둥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여, 영주님?"
"시에리. 오늘은 정말 힘든 날이었어요. 무도한 도적들의 민낯을 목격했고, 그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걸 막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했죠. 영주와 종교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게, 오늘따라 너무 힘드네요."
시에리는 내 말을 들으며 조금씩 반항하는 것을 멈추었다. 나는 시에리를 뒤에서 꼭 껴안으며 그녀의 부드러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얇은 어깨선과 허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에리는 마치 인형같은 촉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설프게나마 나를 위로하기 위해 손을 뻗어왔다. 몸을 돌린 뒤 팔을 한껏 뻗어서 나를 꼭 끌어안으니, 달콤한 향기가 코를 스쳤다. 나는 내 하반신이 약동하는 것을 참을 수없어서 허리를 조금 뒤로 빼야했다.
"여 영주님. 제게 응석부리셔도 되니까....."
"시에리. 이리로 와볼래요?"
나는 시에리의 손을 잡고 침대로 갔다. 그녀를 내 옆에 앉히고, 손을 꼭 잡았다. 나와 마주보고 손을 잡으니 시에리의 얼굴은 홍당무같이 빨갛게 물들었다. 나는 그녀의 주황색 머리카락을 훑어내리며 말했다.
"시에리. 저는 시에리가 저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어,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시에리는 성경험이 전무했다. 특성으로 인증받았으니 확실했다. 나는 시에리의 볼을 꼭 붙잡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시에리가 아무리 순진하다고 한들, 이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며 자기 입술을 매만졌다.
"제가 시에리를 정말 좋아하고, 또 아끼는 것 알죠?"
"네....."
시에리는 자신의 입술을 문지르며 멍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시에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 번 더 입을 맞추었다. 혀는 밀어넣지 않았다. 촉촉한 입술에 닿으면 대천신교 교회에서 주로 먹는 달짝지근한 밀푀유 향기가 났다.
첫번째에는 놀라서 몸을 움치렸던 시에리는 두번째로 입을 맞출 때도 몸을 살짝 떨었다. 나는 시에리의 손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시에리를 좋아하는 만큼, 시에리가 제게 좀 더 많은 걸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걸... 말씀이신가요?"
나는 시에리의 손을 끌어다 내 무릎에 올렸다. 시에리는 아무 저항없이 내가 이끄는 대로 손을 움직였다. 무릎에서 허벅지로, 그리고 내 성기로 손을 옮기자, 시에리는 우뚝 솟은 커다란 물건을 느끼고 살짝 손을 움츠렸다.
나는 시에리의 손을 움직여 옷 위로 내 물건을 살살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손바다이 닿으면서 색다른 쾌감이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한숨을 가볍게 쉰 나는 시에리의 바지 허릿단을 붙잡았다. 시에리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내가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시에리에게 말했다.
"시에리. 절 위로해줘요. 너무 힘들단 말이에요."
"위, 위로라지만, 이, 이건....그...."
"시에리. 절 좋아하잖아요?"
시에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내 손을 붙잡은 채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오늘 바로 시에리를 덮칠 생각은 없었다. 루시우스의 물건은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크기였는데, 시에리는 표준 체구보다 살짝 마른 타입이었다. 냅다 꽂으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허리에 손을 문지르며 조심스럽게 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새하얀 면 팬티가 골반에 걸쳐진 게 눈에 들어왔다. 시에리는 내가 그 쪽으로 시선을 주자, 다시 바지를 끌어올렸다.
나는 내 물건에 올라와있는 시에리의 손을 다시 붙잡으며 말했다.
"시에리. 저는 시에리가 절 위로해줬으면 좋겠어요."
"대체, 대체 영주님이 어떤 위로를 원하시는 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하는 걸 해줄건가요?"
나는 집요하게 시에리의 바지 허릿단을 끌어내리려 하며 물었다. 상태창을 봤을 때 시에리의 호감도가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시에리는 그냥 부끄러워서 거절하고 있었다.
"그....아....."
"시에리?"
"그러니까...."
"시에리."
시에리가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그런 모습에도 흥분하고 있었다. 이제껏 남 앞에서 단 한 번도 속살을 내보인 적 없는 수녀를, 지금 내가 더럽히려고 하고 있었다.
내 시선을 마주하던 시에리가 고개를 떨구고, 바지 허릿단에서도 손을 놓았다. 그녀는 말했다.
"무엇이... 하고 싶으세요?"
나는 시에리에게 말했다.
"일단 엉덩이를 좀 들어볼래요?"
시에리가 버지를 벗기기 쉽게 살짝 몸을 띄웠다. 허리가 고무줄로 된 바지가 손쉽게 바닥에 떨어졌다. 순백색의 팬티와 매끈한 허벅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시에리는 자신의 치부가 보일새라 허벅지를 꾹 오므리고 있었다. 다리 사이에 생긴 Y자 계곡과 셔츠에 가려져 끄트머리만 살짝 보이는 팬티가 음심을 자극했다.
나 역시 바지와 팬티를 벗어던졌다. 우뚝 솟은 물건이 시에리의 눈 앞에 나타났다. 시에리는 내가 바지를 벗자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 나는 시에리의 손을 잡아서 내 양물을 향해 끌어왔다. 시에리는 망설이는 듯 하다가도 내 성기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시에리의 손이 닿자, 시에리도 나도 낯선 감각에 몸을 움찔하고 말았다. 혈관이 툭 불거져서 흥분할대로 흥분한 성기는 시에리에 손에 닿는대로 움찔거렸다. 시에리는 흥미로운 생물을 관찰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댔다가 다시 땠다가 했다. 나는 시에리의 손목을 잡아서 내 성기를 붙잡도록 했다.
"하....."
저도 모르게 작은 탄성이 나왔다. 얇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좆을 감싼 채 덜덜 떨고있는 모습은 정복감을 충족시키기 충분했다. 내 성기를 잡고 허리를 살짝 숙인 그녀의 셔츠 너머로 가슴골이 엿보였다. 나는 팬티 위로 시에리의 엉덩이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했다.
"시에리. 움직여주세요."
"어, 어떻게요?"
나는 시에리의 손목을 잡고, 부드럽게 위 아래로 왕복운동을 하게 끔 했다. 부드럽고 가녀린 손가락이 내 성기를 훑어내렸다가, 다시 혈관과 거죽을 압박하며 위로 살을 끌어올렸다.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이 움직임은 내가 다칠까 염려하는 듯, 한 번 움직이고 나서 약간의 텀을 가졌다.
"더 빠르게 움직여도 돼요."
"이, 이 정도로요?"
시에리가 손목을 써서 조금 더 속도를 높였다. 살과 살이 스치며 야릇한 쾌감을 전신에 전해주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걸 그만두고, 허벅지로 손을 뻗었다. 시에리가 내게 기대고 있었기에, 그녀의 음부를 공략하기 힘들었다.
시에리는 내가 허벅지에 손을 올리자 자세가 불편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안쪽으로 파고들려고 해도, 배와 허벅지 사이에 눌려있어서 파고들기 힘들었다. 나는 다시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이 번에는 겉은 주무르는 게 아니라 침대 아래로 손을 파고 들었다.
"읏...."
침대 밑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음문을 쓰다듬자, 시에리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살짝 조여진 성기에 압박감과 쾌감을 동시에 전달해줬다. 손가락으로 허벅지 사이에 눌린 둔덕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시에리. 그냥 제 앞으로 와줄래요?"
"이렇게요?"
시에리가 내 좆을 붙잡은 채 내 정면에 섰다.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내, 그 상태로 다시 움직여주세요."
시에리는 방금 전 속도로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를 숙이느라 벌어진 시에리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시에리의 보드라운 둔덕이 팬티 위로도 느껴졌다. 갈라진 균열 위로 손을 훑고, 손가락을 사용해서 이리저리 그녀의 질구를 문질렀다. 시에리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슬쩍 쳐다보고 다시 자기 일에 집중했다.
팬티 위로 느껴진 균열은 꾹 닫혀있었다. 이대로 박아봐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할것이고 시에리와 관계도 파탄날 수 있었다. 시에리를 제대로 따먹는 건 그녀의 이 곳을 조금 풀어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았다.
애초에 그녀는 자위도 한 번 해본적 없는 지 내가 성기를 유린하고 있어도 별다른 쾌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가랑이 사이를 문지르는 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그녀의 음부를 희롱하는 걸 그만두고 손을 내렸다. 더 하면 호감도가 떨어질 것 같았다.
"시에리. 좀 더 빠르게 해주세요."
"이 정도로요?"
시에리는 본인이 속도를 높이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힘주어 손을 내리칠 때 마다 탁, 탁 하는 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짓이 나를 다치게 할까봐 염려하는 것 같았다. 그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도 장난이 아니라서,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내쉬어야 했다.
"아....괘, 괜찮아요..."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았기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시에리가 내 표정을 보고 멈추려는 기색을 보이자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계속... 계속해줘요. 더 빠르게...."
시에리의 손놀림이 더욱 더 빠르게 내 좆을 유린했다. 아래 위로 마구잡이로 희롱당하는 성기는 폭발할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쿠퍼액이 질질 흘러내리며 뿌리 부분까지 적시고 있었다. 시에리는 그 끈끈한 액체가 무엇인지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괘... 괜찮아요.... 제가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거니까.... 계속해주세요....으읏...."
"아....네...."
시에리의 손바닥에 쿠퍼액이 흘러내리며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엇다. 보다 매끄럽게 움직이는 손장난은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끈적하게 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방 안의 열기를 더했다.
"으읏....!"
"앗....!"
귀두 끝에서 튀어나온 정액이 시에리의 얼굴에 팍 튀었다. 시에리는 얼굴과 손에 묻은 하얀 액체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법을 서서 그녀의 얼굴에 묻은 것들을 지우며 말했다.
"제가... 제가 기분 좋아서 나온 것들이에요."
"그럼, 제가... 그.... 잘 한 건가요?"
"네 시에리. 잘했어요."
나는 시에리의 등을 두드리며 그녀를 칭찬했다. 시에리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일단 내가 잘했다니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시에리에게 말했다.
"시에리. 저와 이런 시간을 가지는 건 남들에겐 비밀이에요. 아시겠나요?"
"네 영주님."
시에리의 얼굴을 닦아주고 나서, 나는 아쉬움을 달래며 그녀를 보내줬다. 여러가지를 더 해보고싶었지만 아직은 첫날. 와인도 숙성해서 먹는 판국에 사람 하나 천천히 해 먹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였다.
그렇게 그 날 밤이 지나갔다. 나는 앞으로 시에리를 데리고 어떤 재밌는 일을 할까 생각을 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아침부터 아이라는 저택 복도를 쓸고 닦고 있었다. 속죄의 행군 이후, 아이라는 저택 운동장을 나서는 것도 두려워하여 몸을 벌벌 떨어댔다. 그래서 그녀에게 맡긴 일이 저택 1층의 청소였다. 아이라는 청소가 천직인 사람처럼 열심히 1층을 쓸고 닦았고, 밤이 되면 창녀가 천직인 사람처럼 내게 봉사했다.
저택 내 시종들도 자기들이 할 일은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니 불만도 없는 눈치였다. 애초에 '메이드'로 들어왔었으니 오히려 청소하는 그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듯 했다. 처벌로서 청소는 아주 적합한 일거리기도 했으니까.
예상보다 훨씬 더 저택에 적응하고 있는 아이라의 모습은 내게 종교인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사기꾼이던 그녀가 이렇게 훌륭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거듭나지 않았던가. 오늘도 아이라는 청소를 마치면 집무실 책상 밑에서 나를 위해 '봉사'를 해줄 예정이었다.
"영주님."
청소하고 있는 그녀의 뒷태를 감상하느라 잠시 복도 한가운데에 서있으니 로빈이 말을 걸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표정을 담담하게 고치고 로빈을 쳐다봤다.
"왜 그러나요 로빈?"
"보고 드릴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어제 저녁에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피의자에 대한 재판이 필요합니다."
영주는 영지 내에 모든 걸 관할했다. 귀찮은 일들은 기사단이나 경비대 선에서 법령을 배포하여 적당히 처리시키지만, 살인 사건이나 도적단 같이 그 규모가 큰 건들은 영주가 직접 재판에 나섰다. 페타 영지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재판도 잘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런 영지 일수록 한 번 하번 재판에 신경을 써야하는 법이었다. 빈틈을 보이면 사람은 교활하게 파고드는 법이었으니.
나는 로빈 앞에서 귀찮다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루시우스'라면 이럴 때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이렇게 말하는 게 맞았다.
"안타깝네요. 살인이라니. 대체 누가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나요?"
"속죄의 행군 때 기억나십니까? 아이라 양의 속죄 행군을 방해하고 구타했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런 놈이기에 시켰던 일이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 놈이 살인을 저질렀다하니 나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이라를 팰 때도 사실 몇 번 아이라가 죽기 직전까지 갔었으니까. 내가 힐러가 아니었으면 분명히 죽였을거다. 덕분에 계획이 잘 되긴 했지만, 내 영지에 어울리는 인간은 아니었다.
"그 자가 자기 아내를 때리다가 결국 죽였다고 합니다."
"안타깝네요. 평소에도 수시로 아내를 때린건가요?"
"네. 그 쪽으로 질이 좀 나쁜 인간이었는데.... 덕분에 주변 사람들과도 마찰이 잦았다고도 합니다."
이 세계관의 경비병들은 남의 집안 사정을 제재할 권한이 없었다. 애초에 야겜 세계관이니까. 내가 시에리랑 결혼을 했다고 치면, 내가 시에리랑 항문 성교를 하든 sm 플레이를 하든 경비병들이 그걸 보고 꼴릴지언정 나보고 하지 말라고 말 할 권한이 없었다.
다른 예시로 내가 시에리를 죽도록 두들겨패더라도 시에리가 죽지 않는다면, 경비대가 출동해서 나를 체포할 권한이 없었다. 남편한테 아내가 맞아죽을 때까지 방치한 문제가 아니었다. 경비대 입장에서도 하지 말라고 '개인적인 경고'만 할 수 있는 법이 문제인 사건이었다.
"그럼, 준비는 다 되어 있나요?"
이런 시골 영지라 해도 재판에 구성은 필요했다. '죄인'과 형벌을 내리는 '영주' 그리고 증언하는 증인들. 로빈은 말했다.
"벌써 범인의 죄에 대해 증언하고자 모인 사람들이 다섯명이나 됩니다."
평소에도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으니 이번 기회에 아주 죽여버리려는 거겠지.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가죠."
나는 로빈을 대동하고 저택을 나섰다. 벌써 현장은 시끌벅적했다. 영주에게 누가 먼저 증언할지를 놔두고 마을 사람들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증인들을 컨트롤하는 의무가 있는 경비병이 좋게 좋게 타이르고 있었지만, 그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소란은 내가 현장에 와서야 겨우 잦아들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석에는 아내를 살해한 살인범이 밧줄에 묶여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증인]이라는 팻말을 붙인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이 재판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경비병들 내가 오자마자 인사를 하고 빠릿빠릿한 자세로 섰다. 나는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 뒤 본격적인 재판을 해보기로 했다.
"경비병. 사건을 설명하세요."
"네 영주님! 어제 저녁. 마을에 살던 존이 경비대 마을 순찰 인원에게 달려와 '헨리의 집에서 비명소리가 난다. 사람이 죽은 것 같으니 같이 가달라.'라고 요청하여 경비대 인원 두 명이 무장을 한 채 헨리의 집으로 갔습니다. 현장에 갔더니 헨리의 아내는 이미 몽둥이에 맞아서 사망한 상태였고, 헨리는 술에 취해서 몽둥이를 쥔 채 자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부인이 사망한건 확실한건가요?"
"그.... 시체의 모습을 보시면 영주님도 사망했다고 확신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덧붙여서 경비병이 말하는 그 시체는 지금 재판장 한쪽 구석에 증거품으로서 누워있었다. 멍석이 덮혀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경비병이 멍석을 살짝 들추며 내게 물었다.
"그, 혹시 보여드리면 되겠습니까?"
"시체를 발견한 다음에는 어떻게 했나요?"
"증인인 존과 범인인 헨리를 데리고 일단 경비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인원을 편성해서 현장을 정리하고, 시체를 수습했습니다."
"따로 조사는 하지 않았나요? 현장에 어떤 범행에 대한 증거물이 남아있을수도 있을텐데."
"그..... 헨리의 범행이 확실하다고 여겨서....그...."
"사건 내용에 대해 들어보니 경비대에서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은 헨리의 집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는 것과 '헨리가 몽둥이를 들고 쓰러져 있었다.'는 사실 뿐이네요. 존이라는 사람의 증언도 이 이상의 사실을 말해주진 못하고 있어요. 현재 제가 보고받은 내용 외에 헨리가 범인임을 확신한 다른 근거가 있는건가요?"
"그건....."
경비병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지금 사건이 다소 날림으로 진행되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부인이 언제 죽었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일단 시체를 확인하는 건 뒤로 미루고 헨리를 쳐다봤다.
헨리는 나를 보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헨리에게 물었다.
"헨리. 당신이 아내를 죽였나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구요?"
"제가 죽였는지, 어떻게된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술을 먹다가 집에 들어가려고 한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는 통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거 전형적으로 누명쓰는 패턴이었다. 진짜로 헨리가 필름이 끊긴 상태로 아내를 때려죽였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반대로 누군가 헨리에게 누명을 씌웠을 가능성도 의심할 수 없었다. 당장 밤 중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증언 하겠다고 달려드는 인간이 한 마을에서 5명이나 나올정도로 적이 많은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아내를 죽이는 것도 자연스러웠고, 이런 인간을 죽여버리기 위해 누명을 씌우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평소에 아내를 때렸다고 들었습니다."
"....네."
"주로 어떻게 때렸죠? 술병을 휘둘렀나요? 아니면 공구를 사용해서?"
"그...."
헨리는 입을 꾹 다물고 눈동자를 굴렸다. 차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할 용기는 없어보였다. 내가 말했다.
"말하세요 헨리. 영주가 묻고 있습니다."
"주로...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왜 그랬죠? 아내를 죽이려고 그런건가요?"
"그... 너무 화가나서.... 그랬습니다. 직장을 잃고, 너무 그.... 되는 일이 없어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헨리를 가리켜 쓰레기같은 놈이나, 구제불능한 인간이라고 욕하는 말들도 들려왔다. 나는 말했다.
"재판정에서 한번만 더 잡음이 들린다면 발언자를 색출하여 경을 치겠습니다."
그제서야 재판정이 정숙해졌다. 나는 다시 헨리를 쳐다봤다.
"직장을 잃었군요. 원래 무슨 일을 했었나요?"
"원래 목수였는데, 일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서 일을 못하게 됐습니다."
"무슨 부상이었죠?"
"팔을 다쳐서,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망치질을 못해서....."
"오른손잡이였군요."
"네. 지금도 오른손을 주로 씁니다만, 무거운 걸 들거나 힘쓰는 일은 하지 못합니다."
나는 다시 경비병을 쳐다봤다. 그리고 물었다.
"헨리가 손에 들고있었다던 몽둥이는 어느 손에 들려있었나요?"
"왼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경비병은 대답했다. 어제 일어난 사건이었으니 어느 쪽 손에 들려있었는 지 기억하기는 쉬웠다.
"그러니까, 경비병과 헨리. 그리고 존의 증언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헨리라는 인물은 수시로 아내를 때린 전과가 있고, 당일 날 행적이 불분명한데다가 본인도 기억을 못하고 있으며 비명 소리가 난 현장에 들이닥쳤을 때 헨리와 헨리의 부인말곤 사람이 없었군요. 이 상황에선 헨리가 부인을 때려 죽였다고 생각하겠죠."
"네. 그렇습니다."
경비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헨리가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다. 부자연스럽다. 어딘가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나는 헨리에게 물었다.
"헨리. 아내를 때릴 때 왼손만 썼나요?"
"아마... 양손을 다 썼을 겁니다."
"오른팔 부상으로 직장을 잃은 뒤에, 왼손으로 공구를 사용하기 위해 재활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아내가 벌이가 있고, 그.... 술 마시느라 바빠서....."
관객들이 입을 열고 싶어서 안달이난 얼굴로 재판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꾹 다문 입술과 불만가득한 표정이 빨리 헨리를 죽였으면하는 바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 사건. 확실하게 이상했다.
술먹고 인사불성이 된 오른손잡이가, 그것도 왼손으로 재활훈련 한 번 한적없는 알코올중독자 오른손잡이가, 왼손이 더 강하게 때릴것이라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왼손으로 무기를 든다? 심지어 그걸로 아내를 때려죽이는데 성공한다?
뭔가 이상했다. 확실하게.
사실 주정뱅이 하나가 누명을 썼는지, 진짜로 살인을 했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영주인 나를 누군가 속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일 여기서 내가 속아준다면 다음부턴 더 대담하고 도발적인 방법으로 누명을 씌울 것이고, 이게 반복된다면 나는 또다른 고통의 굴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낌새가 보일 때 확실하게 뿌리를 뽑아내야 하는 법. 나는 이번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의혹만 남은 찝찝한 상태로 돌아간다면, 나는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게 뻔했다.
이름: 헨리
직업 : 술주정뱅이
레벨: 8
스텟
힘: 3
민첩: 4
지능: 3
행운: 2
특성
근육이상
부상의 후유증으로 근육에 이상이 있습니다.
힘과 민첩 스텟에 패널티가 붙고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일단 이 헨리는 아내를 때리는 쓰레기일수는 있어도 이번 사건의 범인은 아니었다. 스텟이 이 따위로 씹창이 나있으면 사람 죽이기 힘들다. 설령 헨리의 아내가 폐병 환자라서 툭 치면 뒤지는 가녀린 체력을 지녔더라도, 이런 반병신한테 죽었으면 그건 자연사였다.
나는 경비병에게 시체를 공개하도록 시켰다. 경비병이 멍석을 걷어내자 쓰러진 헨리의 부인이 보였다.
제법 미인이었다. 남편 고르는 눈은 없었던 것 같지만.
그리고 뒤통수가 아주 박살이 나있었다. 내가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고, 헨리가 그 참혹함에 고개를 돌렸으며 모여든 사람들이 '에구구'라며 한마디씩 외칠 정도로 머리가 박살이 나있었다. 뒤통수가 이 정도로 박살이 나있으면 확실히 발견한 시점에선 이미 죽었으리라.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회에서도 구경 나온 것인지 몇몇 수녀들과 시에리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사건을 처음 목격한 경비병에게 말했다.
"경비병. 사건 당시 시체가 어떻게 있었죠?"
"엎드려 있었습니다."
"누워서 직접 어떻게 쓰러져 있었는지 보여주세요."
경비병은 잠깐 망설이더니 내가 고갯짓으로 재촉하자 바닥에 누워서 시체가 누워있던 자세를 흉내냈다. 바짝 엎드린 자세로 양손과 다리가 쭉 펴진 상태였다. 내가 물었다.
"시체는 헨리와 마주보고 있었나요?"
"아닙니다. 시체는 헨리를 등지고 누워있었습니다."
다시 일어난 경비병이 말했다.
"흉기로 쓰인 몽둥이는 어디있죠?"
"여기있습니다."
경비병이 뒤쪽에 따로 보관해놓은 몽둥이를 가져왔다. 나는 참나무 몽둥이 같은 결 예상했는데, 쇠로 만든 단단한 작대기였다. 이딴 걸로 뒤통수를 후리면 확실하게 사람이 죽었다. 손에 잠기는 그립감이 제법 탁월했고 무게감도 적당했다. 문제는 이거였다. 저 수전증 환자가 이렇게 깔끔하게 머리를 후려칠 수 있나?
나는 경비병을 물리고 시체의 상의를 벗겨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경비병도 마을 사람들도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등에는 멍자국은 있더라도 쇠작대기로 후려친 듯한 자국은 없었다. 상대를 때리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 몸에도 상처가 있어야 한다. 팔과 상체 그 어디에도 작대기에 맞은 상처는 없었다.
머리를 후려칠 정도로 파워로 다른 곳을 때렸다면 어디 하나 부러져있던가 살이 아예 터져나갔을거다. 시체의 상태로 미루어보자면 헨리는 정확하게 머리만 몇대 가격한 뒤 갑자기 술기운이 돌아서 기절한 셈인데. 너무 이상하지 않나?
차라리 다른 놈이 헨리 부인을 죽이고 헨리 손에 몽둥이를 들려줬다는 게 더 신빙성있었다.
"이상한데."
"왜 그러십니까?"
"너무 깔끔해요."
"네?"
"헨리는 팔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는데 어떻게 이리 깔끔한 솜씨로 머리를 후려쳤죠? 경비병 당신도 안쓰는 손으로 무기를 휘두르면 제 위력이 나오지 않는단건 아시잖아요."
"그건...."
"거기다, 경비병 당신이 증언한대로 따지면 피해자는 반항하지 않았군요."
시체의 상태도 이상했다. 도망치려 했다기엔 너무 곧은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마치 뒤통수에서 누가 때릴 것을 예상하지 못한것처럼.
"도망치려다가 맞아서 쓰러진게 아니겠습니까?"
"헨리의 집은 어디죠?"
나는 그냥 경비병을 데리고 헨리의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헨리의 집은 상당히 깔끔했다. 내가 경비병에게 청소를 했냐 물으니 따로 집기를 건드리진 않았다고 답했다. 어제 사건 현장에 왔을 때도 이런 상태였다고도 말했다.
"헨리의 부인은 어디에 쓰러져 있었죠?"
"이 쪽입니다."
경비병은 부엌을 가리켰다. 작은 창문이 하나있고 그 밖에 도망칠 곳은 없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헨리는 어디에 있었죠?"
"이 쪽에 있었습니다."
부엌 맞은 편, 침실 문쪽을 가리켰다. 헨리는 문간에 기대어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도망쳤다기엔 너무도 부자연스러웠다. 뒤통수를 맞아서 그대로 죽었으니, 부인이 가려던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찻잔이 하나 테이블에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있는 의자가 하나 살짝 빠져나와 있었다.
공교롭게도 테이블은 헨리와 부인의 사이쯤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주전자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헨리가 술먹고나서 항상 부인을 때렸다면 부인이 헨리한테
차나 끓여주고 있지는 않았을거다. 하지만 찻잔과 주전자는 헨리의 부인이 죽기 직전 차를 대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현장에 제 3 자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다시 재판장으로 돌아온 나는 존을 찾았다.
"존이란 사람이 처음 신고했다고 하는데, 어디있죠?"
증인석에서 존이 손을 들었다. 어제부터 경비대에 시달린 모양인지 제법 피곤해보였다.
"사람이 죽은 것 같으니 경비대에게 신고를 했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평소에도 헨리의 집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나요?"
"네... 술 먹고난 다음엔 항상 집에서 비명 소리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럼 평소처럼 비명소리가 울렸는데, 왜 헨리의 집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했죠?"
"그 날 비명은 평소와는 좀 달랐습니다. 그.... 영주님도 불길한 예감이라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경비대를 불렀군요."
"네. 그렇습니다."
"왜 비명이 들린 시점에 집으로 찾아가지 않았죠? 평소에도 헨리가 아내를 때렸다면 현장을 확인해 볼 수도 있던 것 아닌가요?"
"너무 당황해서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비명을 들은 사람은 더 없나요?"
나는 증인들을 불렀다. 헨리의 집은 마을 구석에 있었다. 증인들은 전부 서로만 쳐다볼뿐 손을 들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존에게 물었다.
"당신만 비명을 듣고 신고했군요. 헨리의 집은 마을 구석에 있었는데, 당신은 그 때 그쪽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죠?"
"저,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제가 영주의 권한으로 질문을 하는데 왜 말대답을 하죠?"
이 좆같은 새끼 나중에 트집잡아서 꼭 죽여버려야겠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대답하세요.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죠?"
"그냥, 그냥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시간이 몇시였나요?"
"자정 쯤이었습니다."
경비병이 대답했다. 여기 시간 기준으로도 자정은 늦은 시간이었다. 내가 존에게 물었다.
"자정에 산책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돌아다녔다는데 뭐 딱히 할말은 없었다. 영지에 통금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존이 너무나도 의심스러웠다. 이 새끼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나같으면 자정에 산책을 한다쳐도 술먹고 아내 때리는 놈 집 근처론 가지 않을것이다. 제 3 자가 집에 있었다는 정황증거도 있고, 존의 행동도 의심스러운데 물증이 없었다.
나는 존에게 트집잡을 것이 없나, 그를 계속 쳐다보았다. 그에게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무슨 위화감인가 생각하며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 새끼 어젯밤에 산책하다가 경비대에 와서 하루종일 잡혀있던 놈인데 옷이 너무 말끔했다. 소개팅 나가는 놈도 저렇게 말끔한 차림으로 입진 않을거다. 밤에 잠깐 나가려고 저런 옷을 입고 나갈리가 없었다.
"경비병."
"네 영주님."
"지금 당장 존의 집에가죠."
존의 얼굴에서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나는 그런 존을 경비병들에게 잡아두라고 한다음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내 예상이 맞다면 집에 결정적인 증거가 있을거다.
그리고 집에는 증거가 있었다. 나와 경비병이 집문을 열자 반긴건, 구석 대야에 뭉쳐진 옷들이었다. 핏자국이 스프레이를 뿌린것처럼 팍 튀어있는 이 옷들은 존의 집에서 나오면 안되는 물건이었다.
나는 그 옷들을 들고 다시 재판장으로 나타났다. 존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해명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핏자국이 번진 옷들을 증인들과 경비병들에게 쭉 보여주었다. 존이 무릎을 꿇고 벌벌 떨다가 입을 열었다.
"너무,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나는 존을 쳐다봤다.
"어떻게 저런 놈한테 갔는지....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왜 죽였죠?"
"어제 헨리가 술에 진탕 취한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헨리가 잠든 걸 확인하고 줄리아에게 갔습니다. 줄리아는 소꿉친구인 제가 반갑다고 차를 끓여주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헨리는 버리고, 저랑 같이 살자구요. 어차피 돈도 못벌고, 맨날 자길 때리는 저 무뢰한은 이제 그만 버리라고요."
이 새끼. 듣자하니까 더러운 NTR 충이었다.
"그런데 줄리아는 절 거절했어요! 저 버러지같은 새끼 때문에 절 버렸다구요! 절 돌아선 그 뒤통수가 너무 열받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
"끌고가세요."
안그래도 띠꺼웠으니 반드시 죽여버릴 계획이었다. NTR 시도는 용서하지 않는다. 뜻밖의 결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마 존은 부인을 죽이고 집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바로 경비대로 달려갔을거다. 헨리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많았으니 바로 헨리를 체포할 줄 알았겠지. 본인도 재판에 참여해야된다는 명분으로 다음날까지 잡혀있을줄은 몰랐을거다.
나는 헨리를 쳐다봤다. 그는 부인이 죽었다는 비통함 반, 그리고 존에 대한 배신감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드세요 헨리."
"여, 영주님."
"그대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비병도 사람들도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잡음을 넣으면 경을 친다고 했지만, 내가 원하는 분위기였으니 냅두기로 했다.
"인생을 낭비하고, 소중한 아내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죄는 무겁습니다."
"영주님...."
헨리가 울먹거렸다.
"선고합니다. 이 시간부로 헨리는 제게 술을 끊을 것과 새로운 직장을 구해서 일할 것을 맹세하세요. 죄는 존이 지었으나, 그대의 죄 역시 가볍지 않은 법. 자신이 아내에게 저지른 패악을 참회하고, 또 뉘우치도록 하세요."
"영주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상입니다."
돌아가면 시에리한테 뭘 시키지.
"시에리. 오늘도 시작할까요?"
"네......"
시에리는 얼굴에 홍조를 띠운 채 내 앞에서 천천히 바지를 내렸다. 시에리가 잠옷으로 치마를 선택하지 않은 건 다소 불만이었지만, 바지를 내릴 때 마다 허릿단에 골반이 걸치며 늘어나는 특유의 질감도 묘한 자극이 있었다. 시에리는 바지를 벗어던지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는 벗지 않느냐는듯한 그 눈빛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시에리한테 수음을 받기 보단, 내가 직접 시에리를 기분 좋게 해줄 생각이었다. 나는 인자한 얼굴빛을 띠며 내가 앉아있는 침대 옆으로 시에리를 불렀다.
"오늘은 다른 걸 해볼거에요. 시에리. 여기 앉아볼래요?"
매트릭스를 탁탁 치며 여기 앉으라는 신호를 보내자, 시에리가 얌전히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나는 시에리의 등을 내 손으로 받친 뒤 완전히 침대로 올래오게끔 몸을 끌어당겼다. 가벼운 시에리의 몸이 푹신한 매트릭스 위로 끌려오자 침대가 미약하게 흔들렸다. 시에리는 눈을 말똥말똥 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뭘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에 벌써부터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다리를 모아봐요."
"이렇게요?"
시에리는 침대 위에서 다리를 오므려 모았다. 나는 그 자세에서 m자 모양으로 다리를 벌리게끔 무릎을 좌우로 펼쳤다. 갑작스럽게 다리를 활짝 벌리게 된 시에리가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주었다. 나는 그런 시에리를 달랬다
"괜찮아요. 시에리. 오늘은 제가 시에리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래요."
"기분 좋게?"
"혼자서 자위 해본 적 있나요?"
"아니요....."
"뭔지는 알고 있어요?"
"아니요....."
본판에서는 이런 애를 그 금발 ntr충 영주 새끼가 따먹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속으로 다시 한 번 원래 몸 주인인 루시우스에 대해 쌍욕을 했다. 왜 이런 애를 줘도 못먹냐고.
나는 시에리의 팬티 위로 손을 올렸다. 팬티 너머로 갈라진 균열이 느껴졌다. 어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억지로 느끼게 한데다가 그런 감각에 익숙하지 않았을 테니 기분이 좋아질리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최대한 편한 자세에서 애무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손으로 대딸받는 것도 좋고 입으로 해주는 것도 좋지만, 아래쪽을 풀어줘야 쓸 일이 많은 법. 나는 흰 천이 눌리도록 손가락으로 가볍게 압박을 주며 위 아래로 손을 움직였다.
"읍."
시에리는 하복부에 느껴지는 압박감이 낯선듯 미묘한 신음을 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반대 손으로 시에리의 등허리를 받치고 내가 압박을 줄 때 마다 그녀의 허리를 살짝 살짝 앞으로 밀었다. 자연스럽게 손과 허리가 맞물리며 시에리가 내 손가락에 대고 자위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굳이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시에리는 눈을 감고 내가 말하는 기분 좋음이 대체 무엇인지 찾으려 애쓰는 것 같았다. 최대한 시에리가 이런 행위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나는 아주 느리고 부드럽게 손과 허리를 움직이게끔 했다.
"후...."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처음으로 시에리가 달뜬 숨을 내쉬었다. 하얀 팬티가 균열 모양을 따라 축축하게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젖은 부분에 더욱 압박을 주면서 시에리의 귓볼을 깨물었다.
"읏...."
시에리가 화들짝 놀라고 나를 째려봤다.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히기에 나는 조금씩 손의 속도를 높히기 시작했다. 나를 쳐다보던 시에리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지더니 눈을 감고 거칠게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나는 시에리의 허리를 손으로 들고 다른 한손으로 더욱 강하게 시에리의 음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균열 위를 손으로 문지를 때 마다 그 독특한 질감과 움찔거리는 시에리의 반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흐읏....흐....아아....."
시에리가 신음성을 내며 내 옷깃을 붙잡았다. 옷을 찢어버릴 듯이 꾹 잡아당기며 쾌감을 견디는 모습에 나는 물었다.
"왜 그래요?"
"몰라....요.....흐읏...하....."
시에리가 내 가슴 쪽으로 얼굴을 파고들었다. 다리를 오므리며 내 손을 피하려고도 했다. 나는 손을 더욱 깊이 파고들며 시에리의 음부를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다. 흠뻑젖은 속옷은 어느새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아앗....응....흐응...."
시에리는 여전히 얼굴을 내 가슴속에 파묻고 있었지만, 내 애무를 즐기고 있었다. 귀까지 새빨개진 얼굴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속옷을 끌어내렸다. 이미 젖은 속옷이 허벅지에 달라붙었다가 긴 물기를 남기며 떨어졌다. 허벅지의 절반쯤 내려간 속옷 사이로 무성한 정글이 보였다.
생각해보니까 자위도 모르는 애가 제모를 할리가 없구나.
나는 잠깐 확 깼다가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기로 했다. 어쩐지 속옷 위로도 뭔가 꺼슬꺼슬하더라니. 나중에 아이라한테 시켜서라도 제모를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정글에서 받은 충격을 뒤로하고, 인디아나 존스가 된 양, 수풀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뜨겁고 습한 기운이 잔뜩 올라있는 질구는 뻐끔거리며 남성을 유혹하고 있었다.
좁고 미묘한 그 틈은 남자의 양물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너무나도 좁아서, 여기서 흥분했다고 쑤셔박았다간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폭발하는 음심과 지금 당장이라도 빼달라고 요구하는 내 성욕 메이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균열 사이로 천천히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하....으...."
시에리가 신음성을 밭으며 살짝 허리를 틀었다. 나 역시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박감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시에리의 속은 너무 좁았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만큼 비좁고 강한 압박을 주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왕복하며 시에리의 반응을 살폈다.
"흐으.....아....아으....아..아앗...."
시에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미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기세로 손가락 개수를 늘려나가며 천천히 풀어준다면 시에리와 파워 순애 섹스도 꿈은 아니었다. 나는 허공을 쳐다보며 움찔거리는 시에리의 허리를 다시 밀며 손가락을 살짝 세워 육벽을 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흑!"
민감한 육벽에 강한 자극이 오가면서 시에리가 이전보다 더욱 큰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안 쪽 이곳 저곳을 찔러보며 가장 민감한 부분을 찾기 시작했고, 시에리는 점혈 당하는 무공고수처럼 몸을 비틀며 시시각각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호감도 생각만 안했다면 하루 종일 이러고 놀아도 될만큼 굉장히 반응이 재밌었다.
잠시 시에리를 가지고 노는 기분으로 손가락을 놀리던 나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을 찾아 괴롭히기 시작했다. 별려진 균열 사이로 슬며시 보인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툭툭 건드리자 시에리는 허리를 뒤로 꺾으며 신음을 토해냈다.
"하앗...! 흐....여, 영주님...이런 건...! 흐응....!"
본격적으로 손가락이 내부를 헤집고, 겉으로 드러난 클리까지 애무해주자 시에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냥꾼에게 붙잡힌 작은 새처럼 심장을 팔딱거리며 내게 몸을 온전히 내맡기고 있었다. 시선은 허공을 가르고 있으며 손은 내 사제복을 완전히 쥐어뜯을 듯이 마구잡이로 당기고 있었다.
"영주님....영주님...으읏...아..아아...아아...아...!"
시에리가 안타까운 비명을 지르며 나와 눈을 맞췄다 그녀는 내 옷깃을 붙잡고 다시 고개를 숙이며 쾌감을 감내했다. 침대 매트릭스가 음란한 액체에 휩싸여 서슴없이 젖어가고 있었다.
찔걱찔걱. 방 안에는 시에리의 신음성과 추잡한 물소리가 가득했다. 물이 넘치고, 짝짓기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현재 내 방은 짐승들이 번식하는 호수랑 다를게 없는 지경이었다.
"아....아읏!"
시에리가 몸을 크게 들며 마침내 절정에 달했다. 바닥에 쓰러지며 팔다리를 가볍게 떨던 그녀는 자신이 대체 무엇을 당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침대가 축축했다. 완전히 젖은 하반신이 마치 침대에 실례를 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잇었다.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자각한 시에리가 벌떡 일어나 앉으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가 저린 건지 앉으려는 시도는 다시 내게 폭 기대는 행위로 치환될 뿐이었다.
나는 시에리의 머리를 쓸며 말했다.
"다음에는 혼자 해보세요 시에리. 알겠어요?"
"호, 혼자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해선 안되고, 아무리 기분 좋아도 혼자 있을 때 해선 안돼요. 항상 제 앞에서 해야해요. 알겠어요?"
"아, 네...."
시에리의 손이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려다가 잠시 멈췄다. 성욕을 개발한다는 건 견고한 둑에 구멍을 뚫는 작업과 같다. 한 번 물꼬를 트면 거침없이 쏟아져서 막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시에리의 마음의 벽을 한칸 허물었으니, 이제 그녀는 차츰 차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팬티를 손에 쥔 채, 바지를 입는 시에리의 뒤태를 감상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밤이 깊어가니 시에리도 가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개인적으론 이 곳에서 같이 자고 싶었지만, 시에리는 같이 자는 건 너무 부끄럽다며 거절했다.
참고로 대천신교 규정 중 '수녀에게 손대면 좆된다.'는 수녀를 겁간했을 경우의 이야기지 교인들끼리 합의 하에 가진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나는 아이라도 시에리도 어디까지나 합의 하에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다는 뜻이었다.
주변에 문란한 놈이라고 소문은 나겠지만,
나는 이제 불타오르는 성욕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자가발전을 가질까, 아니면 아이라의 방으로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기왕 여자가 있으니 방에서 혼자 청승맞게 수음이나 하기보다는 아이라를 만나러 가자고 결론을 내린 그 다음 순간이었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방 안에 아직 방금 전 음란 행위로 인한 냄새가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손님이 들어오기 전에 급히 창문을 열면서 말했다.
"누구세요?"
"기사단장 로빈입니다. 급히 보고드릴게 있어 왔습니다."
"뭔가요?"
로빈이 문을 벌컥 열며 말했다.
"마왕이 부활할것이라는 예언이 내려왔습니다."
"그래요? 그거 큰 일이네요."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왜 부활 안하나 했더니 결국에는 하는구나. 그래도 대충 문제될만한 것들은 다 물리쳤으니 문제될 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문제가 될 것들을 다 제거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부활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나는 내 방 구석에 놓인 메이스를 발로 쓸며 로빈에게 말했다.
“준비하세요. 로빈.”
드디어 영웅이 될 시간이었다.
"씨발."
영웅이 되겠다고 했던가. 살아서 영웅이 되고 싶었으나 이러다 죽을 판이었다. 나는 오우거의 시체 위에 걸터앉은 채 작은 목소리로 욕을 뱉었다. 사방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부상병을 옮기는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괜찮으십니까 영주님?"
멀리서 로빈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도 오크며 고블린 몇마리가 고깃덩이로 변해서 널부러져 있었다.시체 태우는 냄새가 진하게 났다. 병사들이 부상병을 뒤로 물리고 적들의 시체를 태웠다. 몬스터들은 언데드로 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빠르게 시체를 태워야 했다.
마왕을 잡으러 가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나도 한 때는 그런 꿈이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마왕의 봉인을 풀려는 귀족의 머리를 박살내고 용사님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소식을 들은 바로 다음날 부터, 갑작스럽게 이 영지를 중심으로 몬스터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도저히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중반부 영지에 몬스터가 엄청 많았는데,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왕이 부활하기 시작하면서 몬스터가 생겨나는 구조인 모양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한게 화근이었다. 나는 혀를 차며 메이스로 바닥을 찍었다.
"영주님.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시에리. 저보단 다른 부상자들을 챙겨주세요."
물론 굳이 빠져나가려면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영주인 내가 영지민들을 버리고 마왕을 잡으러가면 여길 지킬 사람이 없었다. 왕복 일주일은 평화로울 때는 짧은 기간이지만 몬스터가 갑자기 들끓을 경우엔 매우 긴 시간이다.
이웃 영주가 사라진 나 대신 지휘권을 잡고, 영지의 소유권을 주장할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NTR 각과 용사님 소리를 듣는 것 중에 용사님 소리 듣는 것을 포기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나도 영웅 소리를 듣고 있기는 했다. 그 범위가 이 영지에 한정되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지난 한달 동안 나는 용사가 오길 기다리면서 영지 주변의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내가 혼자 나갈수가 없으니 용사가 오면 버프라도 걸어주는 수 밖에.
그렇게 몬스터를 잡은게 한달. 스토리 중반부 지역이라 그런지 나오는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이 20을 넘어갔다. 이 놈들을 내 지휘와 버프를 통해 줄기차게 잡아댄 결과 36이었던 내 레벨은 45까지 올라갔으며, 로빈은 20에서 30까지 레벨 상승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치솟는 레벨과는 별개로 나는 슬슬 끝도없이 어디선가 기어나오는 이 몬스터들에 지쳐가고 있었다. 저택에 돌아간지가 언제였더라. 벌써 일주일은 넘게 저택에 돌아가지 못한 것 같았다.
시에리가 퀭한 얼굴로 병사들의 부상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로빈은 로빈대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우리 모두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영지 이곳저곳을 돌며 몬스터가 습격했다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달려갔으니 피로가 안쌓일수가 없었다. 내가 로빈에게 물었다.
"로빈. 왜 이렇게 몬스터가 많죠?"
"네? 아, 괜찮으십니까 영주님?"
이 새끼도 제정신이 아닌거 같아서 나는 그냥 질문하는 걸 포기했다. 애초에 로빈이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나는 말없이 연기가 솟는 땅바닥을 쳐다봤다. 병사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나는 말없이 깔고앉았던 오우거 시체를 넘겨줬다.
이 세계관에서 오우거는 대충 농구선수 같은 키에 고릴라같은 몸매를 가진 괴물들이었다. 평균 레벨은 35에서 40의 중반부 필드 보스로 기사들의 갑옷은 종이처럼 구겨버릴 수 있는 완력의 소유자들이었다.
내가 없었다면 이 새끼들한테 영지가 아주 초토화됐으리라. 나는 불타는 오우거의 시체를 가만 내려다보다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재를 들이마신 탓에 입안이 썼다. 그리고 나는 주저앉아서 불타는 오우거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던 괴물들이 쓰러지고 불탈 때는 세상 모든 것을 품에 안아주려는 듯 따뜻한 온기를 뿜어냈다.
제법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방이 고요했다. 일주일 내내 이쪽 경계면 몬스터들을 토벌한 결과, 드디어 몬스터를 멸종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최대한 빠르게 저택으로 돌아가서 체력을 비축하는 것.
"촌장."
"네. 영주님."
"우리는 일단 돌아갈테니. 울타리의 방비를 강화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촌장에게 경계 단단히하라 일러둔 뒤 나는 기사단과 병사들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이번 몬스터 습격으로 인해 영지민들이 제법 많이 죽었다. 3명이나 죽어서 장례식을 치루었고 병사들도 4명이 죽고 5명이 영구적인 장애인이 되었다.
대부분 내가 가기 전에 몬스터의 기습 공격을 받아 사망한 경우였다. 나는 돌아가는 수레에 대충 누운 뒤 아직도 부상자들을 쳐다보는 시에리에게 손을 뻗었다. 시에리는 아직도 손에 붕대를 들고 기력이 쇠한 병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를 내 옆에 억지로 눕히고 속삭였다.
"할만큼 했어요. 쉬세요."
사제나 수녀의 치료마법은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라서 이만큼 피로하면 효율이 떨어졌다. 피로에 찌든 나나 시에리의 몸상태라면 '아픈거 아픈거 확 날아가라~'라고 외쳐주는 게 효과가 더 좋았다.
나는 빨리 저택에 돌아가서 푹 쉬고 싶었다. 시에리는 환자들에게 가려다가 내가 더욱 꽉 붙잡고 억지로 누워있게 하니 곧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뭐하나 싶어서 옆을 보면 어느새 눈을 감고 잠든 상태였다.
작은 소리로 코까지 고는 게 어지간히 피곤했나 싶었다. 나도 그 옆에서 편하게 자기 위해 자세를 잡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빨리.....내리라고.....!"
"곤....합...니다...!"
"지금....얼마나.....알아....?"
소란스러웠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주변이 너무나도 소란스러웠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옆에 누워있던 시에리는 벌써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뭐야....."
내가 일어나자마자 본 광경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노랑머리 엘프가 로빈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빈은 한대 맞은 건지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엘프의 눈빛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지체없이 옆에 있던 메이스를 붙잡고 엘프의 머리를 냅다 후려갈겼다. 내가 메이스를 휘두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엘프가 나를 쳐다보며 손을 뻗었고, 엘프는 쨍! 하는 맑은 타격음과 함께 뒤로 튕겨날아갔다.
나는 머리가 깨지지 않았다는 것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피로가 쌓였다지만 죽여버리려고 때린건데. 저렇게 멀쩡하게 날아가다니 아무래도 어떤 방어마법 같은 가호를 받는 게 분명했다.
엘프는 흙바닥으로 튕겨나가 중심을 잡지 못해 몇바퀴를 굴렀다. 나는 그제서야 엘프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노란머리에 녹색 눈동자. 큰 가슴과 가슴만큼 육감적인 엉덩이와 허벅지. 그 허벅지를 과시하는 짧은 치마와 가슴이 푹 파인 옷.
나는 이 엘프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다. 새까만 일본 호스트 스타일 머리에 길다란 검을 등에 매고 있었다. 상의는 가벼운 경장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고, 바지는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 윤이 반질반질 났다.
바지 위에는 하얀색 그리브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고급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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